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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 출사표

삽화=권휘원 화백 도심 목좋은 곳에 내걸린 홍보 플래카드를 보면 선거 출마자의 면면과 성향을 감지할 수 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문구만 봐도 그의 생각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교육감 선거에 나설 입지자들의 최근 흐름을 보면 이념과 방향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막이 오르기 전 준비 단계인지 몰라도 지향점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공약이나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도 관행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굳이 예상 대진표를 짜보면 3선연임 제한으로 링에 오르지 못하는 김승환 교육감을 축으로 양분돼 있다. 김 교육감과 함께 궤를 같이한 차상철 완산학원 이사장과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노병섭 전 전교조 지부장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뛰고 있는 가운데 반대편 링에서는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황호진 전 부교육감 등이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한마디로 김승환 교육시스템을 계속 이어 가느냐 아니면 이를 끊어 내느냐를 가리는 싸움이다. 지금까지 바닥 움직임은 인지도가 높은 서거석씨 이름이 자주 회자되는 편이다. 그는 보폭을 전방위적으로 늘리면서 시군 조직을 챙기는 데도 여념이 없다는 풍문이다. 이달 초에는 문재인 정부의 2023 세계잼버리 정부지원 위원으로 위촉돼 한껏 고무됐다고 한다. 반면 김승환측 인사들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며 예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4일 이항근씨가 교육자치연구소 창립을 계기로 세 규합에 나섰고, 차상철씨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플래카드 메시지를 통해 전의를 가다듬고 있는 상태다. 다른 입지자들도 마찬가지로 지지세 확산을 위한 수면아래 활동을 이어가겠지만 가시적 움직임은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천호성씨의 신문 기고나 방송 출연 정도가 고작이다. 무엇보다 관전 포인트는 전교조 지부장 출신 3인방이 동시 출격한 배경이다. 작년 연말 예상을 깨고 이항근씨 등판설이 불거진 직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거석 대항마가 마뜩 잖아 구원 투수로 나왔다느니, 군산지역 지지세가 워낙 강해 그 영향력 때문이라는 말들이 흘러 나왔다. 그러면서 이들 최대 지지세력인 시민사회단체가 적전분열 양상까지 보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단일화가 안되면 승산이 높지 않다는 건 차상철노병섭씨도 익히 알고 있다. 이들 진영은 당분간 힘겨루기 과정을 거쳐 단일대오 형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후보 다자 구도가 지난 2018년 선거 때와 처지가 뒤바뀐 점이다. 선거에서 후보자 개인 경쟁력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다. 그러나 내년 선거는 김승환 공과에 대한 논쟁을 피해 가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이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을 놓고 책임공방이 뜨거울 전망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와 능력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는 더욱 그렇다. 자칫 이념 대결이나 전임자 공방에 치우친 나머지 이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4.27 17:52

비트코인 피자데이

삽화=권휘원 화백 매년 5월 22일은 비트코인 피자데이다. 비트코인 등장 초기인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라즐로(laszlo)라는 닉네임의 비트코인 포럼 이용자가 1만 비트코인을 피자 두 판에 판매한 날을 기념해 정해졌다고 한다. 라즐로는 비트코인이 실물경제에서 사용 가능한지 시험하기 위해 그 해 5월 1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1만 비트코인을 줄 테니 라지 사이즈 피자 두 판을 사 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고 나흘이 지나 한 영국인이 피자값 30달러를 지급하고 비트코인 1만개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 가격으로 따지면 무려 6200억 원이 넘는 비트코인을 고작 3만3000여 원에 판 셈이다. 첫 현물 거래가 이뤄졌을 때보다 약 2000만 배 치솟은 시세다. 1만 비트코인과 피자 두 판의 거래는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사용된 역사상 첫 기록이 됐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 날을 비트코인 피자데이라고 이름 짓고 매년 5월 22일 이벤트와 축제를 개최해 비트코인 상용화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을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첫 현물 거래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시장의 격변을 이끌고 있다.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암호화폐(가상화폐)는 최근 투기와 투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고 투자 손실을 정부가 보호할 수 없다. 그림을 사고 팔면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낸다. (청년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실체가 없어 손실을 보호할 수 없다면서도 과세 필요성은 인정하고, 젊은층의 암호화폐 열풍을 꼬집은 금융 수장은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원글의 주인공이 됐고 이틀 만에 1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청원글을 올린 30대 직장인은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고 한다. 깡패도 자리를 보존해 준다는 명목 하에 자릿세를 뜯어간다. 하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는 보호해줄 근거가 없다면서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과세 논란 속에 아이러니하게도 암호화폐는 체납 세금 징수의 유용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국세청과 서울시, 대전 유성구 등이 암호화폐 압류를 통해 고액 체납세금을 속속 징수하고 있다. 암호화폐 압류 사실을 안 체납자들이 버티기를 포기하고 밀린 세금을 내고 있다. 실체도 없는 암호화폐가 현실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암호화폐는 공직자 의무등록대상 재산에도 포함될 전망이다. 민주당 신영대 국회의원(군산)은 지난달 25일 공직자 의무등록대상 재산에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당한 금융자산의 길을 향한 암호화폐의 멀고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4.26 17:47

언제가 마스크 벗는 날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해부터 2년째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다. 이제는 마스크 쓰는 게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마스크가 부족해 사재기를 하는 등 난리법석을 떨었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해서 썼다. 지금은 마스크 안 쓰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물기 때문에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정착되었다.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되다 보니까 각 직장과 각 가정에서 비치해놓고 사용한다. 마스크 사용으로 방역효과가 크지만 불편한 점도 한둘이 아니다. 겨울철에 감기환자가 많이 줄어들었고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량도 많이 줄었다는 것. 통상 외출 시에 화장을 하고 나가지만 게으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화장을 제대로 안 한다는 것. 골퍼들도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선크림이 많이 절약된다는 것. 안경 착용자들은 김이 서려 시야 확보가 잘 안되는 측면이 있다. 마스크 때문에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해 실례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반면 눈과 이마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예쁘게 보이려고 여성들의 눈 성형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이 불편해도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생기지 않으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각 국가마다 하루라도 빨리 마스크를 벗게 하려고 경쟁적으로 백신 접종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자가 61%로 집단면역이 생겼다며 전 국민이 실외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영국은 6월 해제를 목표로 백신 접종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격리없이 호주와 뉴질랜드는 여행이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 나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해 상당수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다. 코로나19 변종이 생기고 아직도 인도 등 나라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때문에 마스크 벗는 것은 시기상조다. 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독립기념일인 7월4일을 바이러스로부터 독립의 날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에 관해 자국민 우선원칙을 적용함에 따라 백신 생산국가인 미국이 한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추진 않는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K방역으로 한동안 자존심을 높여 나갔지만 백신 물량 확보가 제대로 안 돼 불신을 사고 있다. 나라마다 백신 물량을 경쟁적으로 더 확보하는 바람에 우리나라가 백신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안절부절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자 급기야 이재명 경기지사나 민주당 송영길 당 대표 후보가 러시아산 백신을 도입하는 플랜B를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 확진자를 줄이려면 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백신 접종자를 늘리는 게 당면과제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백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11월 집단면역형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해 마스크를 벗게 하려고 애쓰는데 우리는 백신 확보가 안 돼 집단면역형성이 언제 될지 의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이 고민하는 이유가 국민들로 하여금 마스크를 벗게 하는 일이다. 마스크를 빨리 벗어야 우리나라의 신인도와 국격이 향상될 수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4.25 16:54

가스라이팅

삽화=권휘원 화백 오래전, 주말 저녁이면 세계의 명화를 방영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MBC <주말의 명화>나, KBS <토요명화> 같은 것이었는데, 이들 모두 장수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극장에 가는 일이 쉽지 않았던 시절, 1940~50년대에 제작되었던 흑백 할리우드 영화부터 온갖 세계의 명화들을 안방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컸다. 그레타 가르보, 클라크 케이블, 비비안 리, 안소니 퀸, 그레고리 펙, 잉그리드 버그만 등 세기의 배우들을 처음 만난 것도 그 명화들이었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진 영화가 많지만 유독 인상 깊었던 영화가 있다. 잉그리드 버그만을 처음 보았던 영화 <가스등>이다. 영화는 아내의 유산을 빼앗기 위해 치밀한 계획으로 거짓 상황을 만들어 아내의 심리를 조종하고 통제해 결국은 아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남편의 심리전을 담았다. 미국 아카데미의 여우주연상과 미술상, 골든 글로브의 여우주연상과 드라마상을 수상한 <가스등>은 영화로 전 세계 흥행에 성공, 그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원작은 연극이 먼저다. 미국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패트릭 해밀턴은 1938년, 자신의 희곡 <가스등 Gas light>을 연극무대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치밀한 스토리텔링이 바탕이 된 심리극 전개가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았을 것이다. 심리서 <가스등 이펙트>의 저자인 로빈 스턴은 20여 년 동안 심리치료사로 활동해오면서 인간관계에 숨겨진 역학관계를 주목했다. 그가 찾아낸 것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가해자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피해자가 만들어내는 병리적 심리 현상이다.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조종당하는 고통스러운 현상을 그는 가스등 이펙트라 이름 붙였다. <가스등>으로부터 심리학 용어도 만들어졌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행위를 뜻하는 가스라이팅 Gas-lighting이다. 언제부터인가 가스라이팅 풍경(?)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의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인데 그리 낯설지 않다.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나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종당하는 상황에 무디어진 탓이겠다. 건강한 인간관계 회복이 절실한 시절, 로빈 스턴의 조언이 있다. 서로 협력하는 동등한 인간관계와 사람들을 지배하거나 조종하지 않는 윤리적인 리더십이다. 우리의 현실에 눈뜬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4.22 18:18

뉴트로 바람 탄 '아이스케끼'

삽화=권휘원 화백 어릴 적 아이스케끼는 아이들에게 여름철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무더위 속에 아이스케끼 장사가 나타나면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동전이 없으면 집에 있는 놋수저나 그릇 등 돈이 될만한 물건을 가져다가 아이스케끼와 바꿔 먹고 부모님에게 혼쭐나던 추억이 생각난다. 내다 줄 만한 물건이 없으면 아이스케끼를 사 먹는 친구 옆에 바짝 붙어서 한 번만 빨아보자며 어르고 졸라서 한 입 크게 베어 물곤 도망치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실 아이스케끼는 설탕이나 사카린 탄 물에 팥가루를 넣어 얼린 단순 가공식품이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군것질거리가 없었던 터라 아이들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않았던 때라 아이스케끼를 먹고 가끔 배탈이 나기도 했다. 정부에서 식품 안전을 위해 식품위생법이 제정되고 빙과류 식품 규격 기준이 마련된 뒤 무허가나 소규모 아이스케끼 업자들은 발을 붙일 수 없었다. 아이스케끼는 얼음을 의미하는 아이스와 케이크를 의미하는 일본어 케끼의 합성어다. 어른들은 물 뼈다귀라고도 불렸다. 전성기는 1950~ 60년대였지만 신문 기록을 보면 1930년대에도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 지면 보도를 보면 도시마다 아이스케끼라는 괴물이 등장해서 어린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스케끼는 이후 빙과류인 하드와 아이스크림으로 나뉘었지만 법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유지방 함량에 따라 6% 이상일 땐 아이스크림 2%에서 6% 사이일 경우엔 아이스밀크, 2% 미만은 샤베트로 불린다. 빙과류에는 유지방이 없다. 계절에 따라 판매량 차이도 커서 여름철엔 빙과류가 많고 아이스크림은 오히려 겨울철에 판매비율이 높다. 제품을 관리하는 정부기관도 아이스크림은 축산물인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주원료로 하기에 농림축산식품부, 빙과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맡는다. 얼마 전 한 빙과업체에서 추억의 아이스케끼를 새롭게 선보여 보름 만에 200만 개가 팔렸다.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 콘셉트를 적용한 아이스케끼가 대박조짐을 보였다. 빙과업계에서는 보통 신제품 출시 일주일 기준 100만 개 이상 팔리면 시장반응이 좋은 것으로 분석한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면서 복고적인 아이스케끼가 올 여름 빙과시장에 관심을 끈다. 추억의 아이스케끼로 장기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우울감을 잠시나마 덜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4.21 20:24

재량사업비는 쌈짓돈

삽화=권휘원 화백 요즘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의혹에 대한 시즌2 수사 여부와 함께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선심성 사업과 관련해 업자와 유착 의혹이 잇따라 보도됨으로써 수사기관도 마냥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이번 논란을 차치하고도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지방의원 관련 악재(惡材)들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작년 유례없는 성추문 여파로 김제에서는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소환(탄핵)이 전국 처음으로 추진됐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뿔난 주민들이 부릅뜬 눈으로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지방의회 무용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부도덕한 사건 연루자에게는 불출마 족쇄를 채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전주 효자동 일대 경로당 41곳에 방진망이 설치됐는데, 적정 절차가 무시된 채 공사가 강행됐다. 이 과정에 전주시의원 개입설이 파다하다. 또 효자동서신동 경로당 안심카메라 설치 사업도 특정 업체가 미리 알고 계약을 입도선매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도 논란이 계속되자 감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 밖에 김제시에서도 경로당 110군데에 전기레인지(인덕션)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 19개 읍면동 가운데 11곳에만 설치됐다. 한 도의원의 지역구로 알려진 가운데 뒷 얘기가 무성하다. 주먹구구로 추진되면서 업체 돈벌이로 전락한 주민참여 예산사업의 현주소이다. 이른바 주민 숙원사업 예산이라 불리는 재량사업비는 글자 그대로 의원들 쌈짓돈에 불과하다. 차이는 있지만 도의원의 경우 1인당 3~5억원 안팎, 시군 의원의 경우 자치단체 상황에 따라 5000만원~3억원선이 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유혹에 노출된 사업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과거 리베이트와 관련해 의원 상당수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비리 온상으로 낙인이 찍히면서 일부 지역은 재량사업비를 아예 없앴다. 지난 2017년 이들 사업 리베이트 의혹 수사로 도내 정가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전현직 도의원 4명과 전주시의원 2명, 브로커 등 21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 고초를 겪었다. 일부 중진은 의원직을 사퇴하며 사실상 정치와의 인연을 끊기도 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쇄신과 자정노력을 외쳐대지만 그때 뿐이다. 재량사업비는 속칭 장학생 의원을 관리하는 측면도 강해 여론이 부정적이다. 집행부 예산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견제와 감시의 칼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상임위 직무와 관련해 이해충돌 논란을 야기하는 산하기관 친인척 채용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자치단체장과 공생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예산을 내맘대로 쓸 수 있다는 의원들의 비뚤어진 의식과 관행이다. 정해진 규정과 목적에 따라 투명한 절차를 밟아 집행하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생략된 채 제멋대로 운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지탄의 대상이다. 국민 혈세가 투입된 예산인데도 의원 주머니 돈으로 착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4.20 20:04

원전 오염수와 곰소염전

삽화=권휘원 화백 소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필수 식품으로 각 나라의 경제적문화적 기반이었다. 이탈리아 로마에는 소금을 내륙으로 나르던 살라리아 가도(소금의 길)가 있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의 몸무게 만큼 소금을 값으로 치르는 화폐로 쓰였다고 한다. 소금은 과거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전매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초 나라에서 소금 생산을 관리하는 전매제도가 처음 도입된 뒤 1961년 12월 30일 염전매법이 폐지되면서 제염사업의 민영화가 이뤄졌다.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곰소 염전은 전국 최상의 품질을 인정받는 천일염 생산지다. 국내 천일염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조석 간만의 차가 큰 곰소만에서 생산되는 곰소 천일염은 순도가 높고 몸에 좋은 송화가루가 함유돼 다른 지역 천일염보다 미네랄이 10배 정도 풍부한 고품질 천일염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바닷물을 끓여 소금(화염)을 만들다가 해방 이후부터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 곰소 염전에서는 매년 4월에서 9월 사이 천일염이 생산된다. 적당한 햇볕과 바람이 부는 5~6월이 가장 피크다. 곰소 천일염은 연간 7~8만 포대(20㎏ 들이, 14톤~16톤) 정도가 생산되는데 인력 부족 등으로 생산량이 줄고 있는 추세다. 곰소 염전은 관광 코스로도 인기다.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왕포마을에서 곰소항을 거쳐 곰소 염전을 둘러보는 부안 마실길 7코스는 곰소 소금밭길로 이름 지어져 관광객들을 맞는다. 부안 변산 마실길의 곰소 염전 유래 안내판에는 일제 말기 연동마을에서 호도(범섬)과 웅연도, 작도를 연결하는 제방을 축조하면서 염전이 형성됐으며, 45㏊의 드넓은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은 무기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담근 젓갈이 유명하다고 적혀 있다. 2년전 TV 연예 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 유재석 씨가 곰소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체험 현장이 방영된 뒤 곰소 염전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긴했지만 곰소 염전은 여전히 가족단위 관광객과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찾는 공간이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수 백명의 관광객들이 곰소 염전을 찾으면서 주변 격포 채석강과 적벽강, 내소사 등 부안군 주요 관광지의 관광객도 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염수가 한 달 또는 6개월, 4~5년 안에 우리 바다에 유입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예상하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오염수 유입은 기정사실로 수산물과 함께 소금 걱정도 제기된다. 수산물 없이는 살아도 소금 없이는 못산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언젠가 고품질 천일염 생산과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곰소 염전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4.19 19:12

시장 부인은 가짜농부

삽화=권휘원 화백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젊은 학생들이 피를 흘렸던 419혁명 61주년이 오늘이다. 그날 정의의 함성이 아직도 귓전을 맴도는 것 같다. 억센 비바람에 막 피어오른 꽃잎이 떨어지듯 젊은 학생들이 채 꽃도 피워보지도 못하고 총탄에 쓰러졌다. 수많은 영령들의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지만 아직도 반민주 독재가 어른거린다. 지금 우리사회가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가에 많은 국민들이 회의를 느끼며 살아간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 단적인 사례가 부동산 투기다. LH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광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광명시흥신도시 개발예정지구에 LH직원등이 사전개발정보를 이용 100억대의 땅을 사들인 사건이 불거져 검경이 수사에 나섰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부동산 투기자를 색출한다고 난리법석이다. 그러면서 원정 투기까지 서슴지 않은 LH직원과 법무사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지금 문제가 아니고 오래전부터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횡행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여기 내로남불의 전형이 전주시에서도 발생했다. 김승수 시장은 이번에도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한 척결의지를 강조하는 등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투기가 의심되는 직원들은 올해 초부터 엄격한 잣대를 적용, 승진을 배제하는 등 강도 높은 인사조치를 취해왔다. 그런데 정작 교사인 부인이 전주시와 인접한 완주군 소양면 일대 농지 2필지 1983㎡를 지난 2010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농지법 위반이다. 1000㎡가 넘기 때문에 경자유전의 원칙에 입각해서 농사를 지어야 했는데 가짜농부로 땅만 소유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자 김 시장은 곧바로 매각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땅은 개발 잠재력이 충분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당장 매각되더라도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곳은 개별공시지가가 3.3㎡당 4만8000원이고 시세는 8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은 입이 백 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부인이 한 것이라고 적당히 얼버무리고 태풍처럼 시간만 지나가기를 바랠 것이다. LH사건이 터지지만 안했으면 그대로 땅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직원들과 시민들 앞에서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부동산 투기자와 전면전을 치르겠다고 한 그의 말이 모두 거짓으로 비춰진다. 한마디로 시장으로 영(令)이 안서게 됐다. 누가 김 시장의 말을 따르겠는가. 국민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굽 닳은 구두와 청와대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가지고 다녔던 낡은 손가방의 청빈한 이미지에 혀를 내두른다. 시인 신동엽의껍데기는 가라란 시가 떠오른다. 김 시장은 김완주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공직에 입문해 재선 전주시장으로 근무하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많이 챙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4.18 17:06

명창의 후계자

삽화=권휘원 화백 20년도 더 지난 2000년 4월 9일이다. 그날 오후 전북예술회관 3층 공연장에서 당시로서는 매우 특별한 무대가 열렸다. 이일주 명창의 판소리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난석 이일주의 소리판 이었다. 제자들이 존경의 뜻과 정성을 모아 만든 무대. 이미 명창의 반열에 서있는 중견 명창과 젊은 소리꾼들, 초등학교 유망주들까지 50여명 제자들은 육자배기나 판소리 연창, 단막 창극 놀부전으로 스승의 소리 길을 빛냈다. 그러나 무대의 백미는 역시 자신의 특기를 제대로 발휘하는 <흥부가 중 박타는 대목>으로 화답한 이일주의 소리였다. 명창은 서편제 대가 이날치의 후손이다. 아버지 이기중(이날치의 손자) 역시 판소리를 잘하여 소리꾼으로도 이름을 알렸는데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소리를 배운 이일주는 일찌감치 명창 재목으로 주목 받아왔다. 그는 박초월 김소희 명창 문하에서 공부했지만 이후, 동초제 다섯 바탕을 온전히 계승한 오정숙 명창을 사사하며 동초제 소리를 받았다. 대를 잇는 서편제 대신 동초제 소리를 잇게 된 이유다. 그의 소리는 높고 단단하고 제대로 쉰 치열한 소리다. 이 소리는 판소리에서 최고로 치는 자질이기도 한데,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는 그를 타고난 기질에 거친 맛과 부드러운 맛, 슬픔과 너그러움, 그리고 깊은 그늘을 표현해내는 좋은 목 구성까지 갖춘 명창으로 꼽아왔다. 소리의 맛을 높이고 화려하게 치장하는 너름새나 아니리 보다 소리 그 자체에 치중하면서도 청중들을 사로잡았던 힘이 여기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건강이 나빠져 꽤 오래전부터 무대에 서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전라북도 지방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동초제 심청가)을 내놓고 명예 보유자가 됐다. 명예 보유자는 연행자가 공연 무대에 더 이상 설 수 없게 되었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자리다. 동초제는 다섯 바탕 중 수궁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유자가 지정되어 있다. 최근 두 명 명창이 그의 뒤를 잇는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 예고됐다. 30일이 지나면 정식으로 보유자가 되는 절차다. 들여다보니 같은 시점에 같은 종목, 같은 스승의 제자들이 동시에 보유자 인정을 받는 일은 지방무형문화재 영역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두 명 모두 비교 선택이 불가할 만큼 역량이나 활동 등의 여건을 잘 갖추었다는 결과이니 반갑긴 하나 이례적 결정의 좀더 명쾌한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 종목 복수 지정의 길까지 열어놓고도 정작 보유자조차 갖지 못한 동초제 수궁가의 처지(?)를 보면 더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4.15 20:09

람사르습지 도시

삽화=권휘원 화백 고창 운곡습지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09년. 당시 고창부군수로 재직하던 한웅재 전 익산부시장이 휴일마다 읍면지역을 탐방하던 중 아산면 운곡리 일대에 장기간 방치된 폐경 농지가 습지로 탈바꿈한 것을 처음 발견했다. 전북도청 1호 환경 전문직 공무원인 그는 단박에 운곡습지의 가치를 알아보고 생물다양성 조사 등을 통해 환경부로부터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받았다. 이어 2011년 4월 람사르협회로부터 람사르습지로 지정등록됐다. 운곡 람사르습지는 1980년대 초부터 운곡저수지의 물이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공급됨에 따라 농민들이 경작을 포기한 폐경지가 자연 상태로 유지되면서 산지형 저층 습지를 형성했다. 30여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게 되면서 원시 습지 형태로 회복되고 자연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생물다양성이 더 늘어나 2010년 527종에서 2018년 830여 종으로 증가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인 수달과 황새, 2급인 구렁이 삵 알락개구리매 긴꼬리딱새 가시연 긴노랑상사화 등 희귀 동식물의 서식처로 자리 잡았다. 이 곳은 고창 고인돌공원과 인접해 2014년 환경부에서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했고 2017년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최근에는 운곡습지 주변 6개 마을이 치유형 농촌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 방문객이 전년보다 1.5배나 늘어났다. 고창군은 지난 10년 동안 운곡 람사르습지 성공을 통해 도내 최초로 람사르습지 도시 국제 인증에 나섰다. 지난해 3월 환경부가 고창 운곡습지와 충남 서천갯벌, 제주 서귀포시 물영아리오름 등 3곳에 대해 제2차 람사르습지 도시 인증을 신청했다. 람사르협약 사무국은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오는 6월 상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되면 람사르 상징을 6년간 지역 농수산물이나 생산물판촉, 생태관광활성화 프로그램 등에 활용할 수 있고 습지보전 이용시설과 생태관광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국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람사르습지는 창녕 우포늪 고창부안갯벌을 비롯해 23곳이 있고 람사르습지 도시는 순천 창녕 인제 제주 등 우리나라 4개 도시를 포함, 7개국 18개 도시가 지난 2018년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는 현재 확인된 습지가 총 1700여 곳에 달하고 전북에도 군산 옥산습지 완주 신천습지 남원 요천습지 등 대표적 습지가 다수 있다. 습지가 자연 상태로 복원되면 생물다양성이 늘어나고 생태관광 등을 통해 인간에게도 유익을 준다는 사실을 운곡습지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4.14 17:50

때아닌 인사자료 논쟁

삽화=권휘원 화백 인사를 앞둔 공직사회는 예외없이 긴장감에 휩싸인다. 특히 승진 대상자들은 발표 때까지 숨막히듯이 속이 타들어간다. 승진이야말로 직장생활하며 최고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그간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더라도 이 순간 만큼은 충분하게 보상받은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인사철만 되면 숱한 하마평이 떠도는 가운데 학연지연을 통한 연줄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양이다. 민선 이후 각 기관 단체장의 인사 스타일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오거나 함께 일한 사람을 대체로 선호한다. 여기에다 선거 캠프에서 고락을 같이 했으면 전리품(?)을 나누려고 자리로 품앗이한다. 인사 때마다 측근 인사보은 인사 등 시비가 끊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 장악과 차기 선거를 겨냥한 이중적 포석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가끔 도청 주변에선 송하진 지사가 동문인 고려대 출신을 유독 챙긴다고 꼬집는다. 불통 이미지 김승환 교육감도 편중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지 세력인 전교조 출신의 파격 발탁이 대표적이다. 김승수 시장의 경우는 김완주 사단 인맥의 데자뷔이자 도돌이표 인사라고 시선이 곱지 않다. 몇 년 전 도청과 전주시청 안팎에서 널리 알려진 애기다. 과장급인 사무관의 성격이 너무 곧고 직선적이어서 의회기자와 맞서 종종 마찰을 빚었다. 그가 미운 털이 박혀 인사 불이익을 받은 건 짐작한대로다. 하필이면 시장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직원들 한테는 이 간부가 베스트로 뽑힐 정도로 평가가 호의적이었다. 바람막이 역할은 물론 업무 처리능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결국 그는 나중에 구청장은 물론 3급까지 승승장구했다. 반면에 상상을 초월한 성실함으로 요직에 임명돼 억세게 관운이 좋다는 이도 있다. 단체장의 사적 일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행차 장소에 어김없이 나타나 그림자 보좌를 하기 일쑤다. 절대적 신임을 받아 퇴직 후에도 잘 나가는 자리를 꿰차면서 주위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난 8일 전북공무원노조가 발표한 간부공무원 베스트워스트 설문조사에 뒷말이 많다. 매년 발표할 때마다 설왕설래는 있지만 조직문화 쇄신 차원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인기 투표라고 폄훼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직원들간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는다. 조사는 4개 항목, 13개 지표로 나눠 직업윤리업무능력 등을 검증했다는 것이다. 6급 이하 대상자 80% 이상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인사자료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공동체 구성원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부자연스런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는 건 사실이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직된 조직을 바꾸려는 노력은 눈에 띈다. 때아닌 논쟁이 아니더라도 모처럼만에 공직사회의 활력을 느낄 수 있어 반갑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4.13 20:31

노을대교

삽화=권휘원 화백 다리는 공간을 잇고 사람을 잇는다. 공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는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일상 곳곳에서 만나는 다리는 저마다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1995년 개봉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사람을 연결해 준 다리다. 잡지 표지에 게재할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한 사진 작가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그 곳에 사는 여성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의 나흘간의 사랑 얘기다. 짧은 사랑을 평생 가슴에 간직한 채 인생을 바쳐 가족을 지킨 프란체스카의 삶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즈먼 다리)에 남겨진다. 1981년 개봉한 또 다른 영화 콰이강의 다리는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영국군 포로들을 동원해 콰이강에 군용 철도가 지나갈 다리를 건설하고 영국군이 다리를 폭파하는 내용이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한 해석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남우주연상감독상각색상촬영상편집상음악상을 휩쓸며 명작으로 남았다. 다리는 공간과 사람의 연결을 넘어 건축물 그 자체로도 가치를 갖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The Golden Gate Bridge), 영국 런던의 타워 브리지 등 세계 각국에는 저마다 그 나라의 랜드마크로 인식되는 다리들이 있다. 다리 고유의 공간 연결 기능을 넘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답고 유명한 다리들이 많다. 지난 2006년에는 올림픽대교, 서해대교, 진도대교 등 한국의 다리 시리즈 우표도 제작됐다. 부산은 광안대교와 영도대교, 남항대교 등 각기 다른 건축양식을 가진 7개 해안 교량을 묶어 관광자원화 하는 세븐 브릿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에는 해상 교량 드라이브 명소가 많다. 고흥 팔영대교, 완도 장보고대교, 목포대교, 영광 칠산대교 등에 이어 지난 2019년 4월에는 신안군 압해읍과 암태면을 잇는 7.22㎞의 천사대교가 개통했다. 천사대교는 신안군 6개 섬 지역의 공간 연결을 넘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에서도 명소가 될 다리 건설이 추진돼 왔다. 부안군 변산면~고창군 해리면을 연결하는 길이 7.48㎞의 부창대교다. 다리가 건설되면 62.5㎞에 달하는 통행 거리가 1/8 이상 줄고 통행 시간도 50분 이상 단축된다. 부창대교는 부산~경기 파주를 연결하는 국도 77호선(1239.4㎞)에 포함돼 있지만 17년째 표류중이다. 국도 77호선의 유일한 단절 구간이다. 석양이 지는 서해바다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어 가칭 노을대교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9일 노을대교 건설 예정지를 방문한 국민의힘 정운천 국회의원은 전북 도민들의 17년의 기다림을 이제 끝맺어야 할 때라고 천명했다. 여야의 합심으로 노을대교 건설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4.12 17:42

각자 도생한 전북 정치권

삽화=권휘원 화백 도내 국회의원 수가 10명이지만 그나마 모래알이다. 당선될 때는 원팀으로 똘똘 뭉쳐 지역발전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으나 지금은 각개약진이다. 자신의 지역구 일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정원 49명의 남원공공의대 설립 문제도 남원이 지역구인 무소속 이용호 의원과 김성주 의원 정도만 신경 쓰지 나머지는 강 건너 불구경 식이다. 부산이나 광주 전남의원들은 지역이해가 걸리면 여야를 떠나 원팀으로 움직인다. 예산 국회가 열리면 아니꼬울 정도로 서로가 챙긴다. 최근 경북대와 전남대가 캠퍼스 혁신파크 신규사업지로 최종 선정됐다. 교육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이번 사업에 전북대 등 전국 23개 대학이 응모, 2개 대학이 최종 선정돼 학내에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되었다. 전남대 선정은 광주시가 80억을 지원키로 한 것과 광주 전남 국회의원들이 한 몸이 되어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 게 주효했다. 전주혁신도시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안되는 이유가 부산지역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안된다. 물론 인프라 구축이 안된 측면도 있지만 그 보다는 전북정치력이 약한 탓이 크다. 중앙정치권에서 보면 전주와 전북은 안 보인다. 그 이유는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중진이 없고 초재선으로 전북정치권이 짜여진 게 문제다. 국회는 철저하게 선수(選數)를 존중, 상임위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북이 그만큼 소외 당하고 있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에서 지사와 전주시장이 엇박자로 노는 것도 지역발전의 걸림돌이다. 역대 지사와 전주시장과의 관계가 협력관계가 아닌 치받는 관계가 돼버린 게 문제다. 유종근 지사와 김완주 시장, 김완주 지사와 송하진 시장, 송하진 지사와 김승수 시장 관계가 묘하게도 시장이 지사를 치받는 관계가 돼버려 전주발전이 안된다. 전북 인구 180만 붕괴도 전주가 도청소재지 기능을 다하지 못한 탓이 크다. 재선한 송 지사나 김 시장이 계속 불편한 관계가 지속돼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송 지사가 시장을 두번이나 역임해 전주시정에 도움주고 싶어도 김 시장이 마이웨이로 가버려 남남 보다도 못한 사이가 돼버렸다. 지사를 꿈꿔온 김 시장이 특례시를 만들려고 강한 집착을 보였지만 결국 송 지사의 반대로 좌절되자 앙금만 남았다. 그 여파로 전주시정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꼴이 되었다. 전북도가 추진한 국제금융센터 건립도 송 지사와 김 시장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댔으면 얼마든지 풀 수 있었다. 도가 재정적으로 시를 도와 전북은행 본점을 매입토록 해서 시청을 옮기도록 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북은행이 반대해서 일을 그르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전북은행은 주식회사라서 잘못 투자하면 배임문제가 생긴다. 서한국 전북은행장은 부산은행처럼 도움 달라는 건 아니고 최소한 손해 보지 않도록만 해주면 혁신도시에 50층 이상의 국제금융센터를 지어 본점도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단체장의 불편한 관계가 전북발전을 꼬이게 만들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4.11 16:43

룰라의 몰락과 귀환

삽화=권휘원 화백 모든 업적은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룰라란 이름으로 친밀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2010년 임기를 마치면서 눈물로 전한 퇴임사다. 그를 두 번이나 선택했던 브라질 국민들은 그해 12월, 퇴임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87%의 높은 지지율로 그를 환송(?)했다. 1945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학교교육이라고는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 열네 살 때 정식 노동자가 된 그는 노동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익을 위해 앞장선 그는 뛰어난 지도력으로 신뢰와 지지를 받았다. 군부 독재 정권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파업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는 1980년 노동자당을 창립해 정치에 입문했다.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선거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그는 네 번째 도전한 2002년 대선에서 당선했다. 강경 노조 지도자, 급진 좌파의 이미지를 벗고 중도 좌파로 변신한 덕분이었다. 빈곤과 심각한 국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층에 집중했던 그는 볼사 파밀리아 같은 사회 지원 프로그램으로 브라질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그가 집권했던 8년 동안 브라질은 국가 부채를 해결했고 빈민은 줄었으며 세계 8위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퇴임한지 7년 만에 뇌물 수수혐의를 받는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했다. 2014년 시작된 부패척결수사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그의 후견인인 국민 영웅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카니즘에 의해 탄핵이 되고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하는가를 기록한 영화다. 부패척결을 내세운 일명 세차 작전. 수사 지휘에 나선 세르지우 모루 검사의 집요하고 편파적인 수사방식, 그런 모루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마치 권력비리를 캐고 있는 양 착각하는 언론의 여론몰이, 정치적 셈법에만 몰두해 있는 정치인들의 공격 등 영화에서 만나는 면면들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지난 3월초 브라질 대법원이 룰라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실형을 모두 무효화했다. 피선거권을 빼앗겼던 룰라에게 출마의 길이 열리면서 브라질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모양이다. 이미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룰라는 1위다. 브라질 국민들이 룰라의 귀환을 반기는 이유가 있을 터.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4.08 17:50

문화재 지정된 김제 수류성당

삽화=권휘원 화백 모악산 자락에 있는 김제 금산면만큼 우리나라에서 종교 성지가 많은 곳은 없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금산사와 기독교 초기 ㄱ자 교회인 금산교회, 증산교의 성지인 증산법종교 본부, 그리고 전북지역 초창기 천주교 3대 성당 중 하나인 김제 수류성당이 금산면에 있다. 지난 5일 1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김제 수류성당이 전라북도 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금산면지역 4대 종교의 성지가 모두 문화재로 등재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금산사는 국가 중요사적으로, 증산법종교본부는 국가등록문화재로, 금산교회와 수류성당은 전북도 문화재다. 1890년대 완주 화산 되재성당과 익산 망성 나바위성당과 함께 호남 3대 성당으로 꼽는 김제 수류성당은 1889년 베르모렐 요셉 신부가 완주 구이면 안덕리에 세운 배재본당이 그 모태였다. 이후 수류로 성당이 이전되고 1901년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하지만 수류성당의 역사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2대 조조 주임신부가 갑오동학농민혁명 와중에 순교하고 한국전쟁 때는 인민군이 성당에 불을 질러 신부와 수도자 신도 등 50여 명이 학살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수난과 시련 가운데도 동양권에서는 가장 많은 신부를 배출, 화율리에서만 15명의 신부가 나왔고 수도자들도 많다. 한국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수류성당에는 전북 최초의 신식학교인 인명학교가 세워져 한문과 신학문이 가르쳤고 후에 화율국민학교로 바뀌었다. 당시 수류성당의 관할은 김제뿐만 아니라 부안 정읍 순창 고창 담양 장성까지로 그 영향력이 컸다. 성당 본당은 한국전쟁 때 소실돼 1959년 재건됐지만 1890년대 지어진 종탑 현재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지난 2003년 신부와 스님, 그리고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화합과 꿈을 이루어 가는 영화 보리울의 여름이 수류성당과 화율초등학교, 귀신사 등지에서 촬영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제시에선 지난 2002년부터 수류성지 성역화와 함께 문화재 지정작업에 나서 20년 만에야 전북도 문화재로 등재됐다. 이제 김제 금산면지역 4대 종교 성지가 모두 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김제시에서는 이들 종교문화자산을 잘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할 때다. 명산인 모악산과 함께 종교문화 유적지구로 조성하고 서로 연계해서 순례길이나 탐방코스 등으로 관광 상품화하면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4.07 17:54

투기 직원 ‘도매금’ 논란

삽화=권휘원 화백 부동산 투기 회오리가 공직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정부도 이번에 이를 뿌리뽑기 위해 공직자 재산 등록을 공무원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근절 의지를 밝힌 가운데 연일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시는 이와 관련해서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투기 의심 다주택자 4명을 승진에서 탈락시켰다. 또 가짜 부동산 자료를 제출한 직원 승진도 취소한 바 있다. 3월 보직이동 때도 이같은 인사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직원들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 사이 코로나 상황이 2단계로 격상한 데다 부동산 전수조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여론 뭇매를 맞는 고위직의 탐욕은 양심불량 그 자체다. 전남 광양과 수도권 신도시에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내부 고급 정보를 이용한 그 지역 인사의 비도덕적 행태는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가관인 것은 개발 부서 담당자가 사업 예정지에 몰래 산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도로 노선까지 제멋대로 변경한 것이다.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토지 소유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의 10.4%다. 반면에 고위 공직자가 땅을 갖고 있는 비율은 국민 평균보다 5배나 높다. 그만큼 고급 정보가 그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직자 입장에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그러나 하위직 공무원들 표정은 탐탁치 않아 보인다. 전후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울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읍면동 사무소 등에 근무하는 89급은 개발 정보나 시세차익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 공직 입문이 짧아서인지 정보는커녕 경제적으로도 빠듯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회적 이슈가 터지면 도매금으로 취급당하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이들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리따라 자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주시가 지난주 발표한 1가구 2주택 이상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 규정 강화가 대표적이다. 실질적으로 작년 12월 17일 전주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시는 투기의심 직원에 대해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취해 왔다. 이처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데다 수차례 엄중 경고까지 한 상황에서 재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드는 것 자체가 곱지 않다는 것이다. 시류에 편승한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건은 집 몇 채를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전형적 투기냐 실수요냐 여부를 가리는 데 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작금 지방의원 전수조사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이들 또한 볼멘소리를 자제하고 있다. 고위직을 포함한 극히 일부를 빼곤 묵묵히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공직자가 대부분이다. 인사(人事)는 개인 능력과 자질을 전제로 한다.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한 투기 행위는 형사처벌 감이다. 인사 불이익 차원을 뛰어 넘는 문제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4.06 18:28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해 4월 해임된 뒤 지난 2월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LX) 19대 사장이 최근 남은 임기 4개월여 동안 LX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으로 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LX는 이미 8개월 전 20대 김정렬 사장이 취임해 사상 초유의 한 지붕 두 사장 사태를 맞았다. 언제, 어디서나란 뜻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을 천명한 그는 전국 어느 지사나 본부, 어느 현장이든 근무 시간 중 불시에 방문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시정조치 하도록 하고, 직무에 충실하고 있으면 아낌없이 격려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미 서울과 인천지역 지사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행정소송 승소후 지난달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가슴속에 불덩이를 안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해임 통보를 받은 뒤 소송을 진행하면서 겪었을 심적 고통을 본인 이외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의 해임 사유 가운데 하나였던 경북도와의 드론교육센터 유치 관련 MOU 체결은 전북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 MOU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에 불과하다지만 기관장의 고향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MOU가 진행된 것은 공정성 시비를 부를 수 있는 신중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들이 모두 본사 소재지역에만 산하 기관과 시설을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에 자리잡은 공공기관은 해당 지역과의 상생이 우선이다. 지역출신 공공기관장 임명을 바라는 지역의 목소리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전주 출신인 김성주 국회의원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추진한 기금운용본부 관련 여러 금융기관들의 전주 이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직 판결을 받은 그는 본인의 명예회복과 자신으로 인해 인사 불이익을 받은 직원 구제 등을 수습 방안으로 제시했다. 20대 사장의 역할을 존중해 자신은 현장 점검과 직원 격려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으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제안인 셈이다. 그러나 LX 내부의 분위기는 그의 뜻과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사장 해임 과정에서 이 곳 저 곳으로 부터 다섯 차례나 기관 감사를 받아야 했던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고,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서 경제적 손실도 컸기 때문이다. 생소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이 그리 반가워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최창학 LX 19대 사장은 자신의 해임 사건으로 자신이 평생 치유하기 힘든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아울러 국가와 LX, 후임 사장 모두가 피해자라고 밝혔다. 그가 천명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장 활동이 피해를 치유하는 과정이 된다면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4.05 20:04

원정쇼핑

삽화=권휘원 화백 대전과 광주권의 세력이 갈수록 확대돼 전주시의 시세가 약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전주가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해 자금 역외유출현상이 심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대전 광주에 대형유통시설이 들어서면서 원정쇼핑객이 늘어나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심지어 1시간 권에 있는 충남 부여읍 롯데아웃렛을 찾는 쇼핑객이 늘어나 자존심이 상할 정도다. 전주시가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대형 유통시설 입점을 막아버린 것이 원정쇼핑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 때문에 기존 유통시설과 로드샵마저도 장사가 안돼 아우성이다. 전주에 명품을 파는 고급백화점이 없어 KTX를 이용해서 서울 백화점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심지어 젊은이들은 주말에 신촌의 홍대거리나 강남 유흥가를 나돌면서 쇼핑까지 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젊음을 발산하고 낭만을 구가하는 새로운 쇼핑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젊은층들은 발품만 잘 팔면 교통비 등 경비도 건질 수 있다면서 쇼핑도 하고 문화도 함께 즐기는 이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명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서울 신세계롯데현대갤러리아백화점을 즐겨 찾는다. 이들은 명소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전주에서 맛 볼 수 없는 맛 좋은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면서 부부간에 쇼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수록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쇼핑패턴이 차츰 서울 백화점으로 쏠리고 있다. 웬만한 맞벌이들도 서울 가서 물건 사는 것을 별로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전주 롯데백화점의 명품이 별로고 상품 질도 떨어져 서울가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왕이면 믿고 명품도 사고 다양한 문화까지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로 발길을 돌린다는 것. 지난해 6월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개점한 현대백화점 대전 프리미엄 아웃렛을 찾는 전주사람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전주나 익산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이면 가기 때문에 주말이 아니어도 평일에도 많이 찾고 있다. 3000억을 들여 오픈한 이 프리미엄 아웃렛은 영업매장이 1만6210평으로 넓고 메이커가 다양하게 입점해 있어 만족도를 높여 주고 있다. 특히 각종 어린이놀이시설까지 갖춰 놓아 가족 단위 젊은 쇼핑객을 유인하고 있다. 전주에는 코스트코가 없어 드라이브를 겸해서 대전까지 가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 순창고창남원정읍에서도 광주로 쇼핑가는 사람들이 많다. 부여읍 롯데아울렛 점주들은 전주나 익산 등 전북에서 오신 손님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반가운 손님들이라고 말한다. 뜻 있는 시민 가운데는 전주시가 대형 유통시설 진입을 막은 게 결국은 원정쇼핑객을 많게 만들었다면서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틀어 막는다고 골목상권을 부활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지금이라도 전주시는 (주)자광이 2조5000억원을 투자해서 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대한방직터개발사업을 추진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4.04 16:58

낙서와 예술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달,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은 작가가 있다. 영국의 그라피티(graffiti)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뱅크시다. 그의 작품은 경매시장에서 항상 주목을 받아왔지만, 지난 3월 23일(현지 시간) 열린 크리스티 경매 결과는 더 특별했다. 한 소년이 배트맨이나 스파이더 같은 인형 대신 망토를 입은 간호사 인형을 들고 노는 모습을 담은 그림 게임 체인저. 자그마치 1440만 파운드(한화 224억 원)에 낙찰된 이 그림은 코로나 19 팬데믹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해 5월, 뱅크시가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응원의 뜻을 담아 영국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에 기증한 것이었다. 뱅크시는 그라피티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신분을 숨기고 세계 주요 미술관을 급습해 도둑 전시를 하거나 도시를 찾아다니며 거대 자본과 환경파괴, 전쟁을 수단으로 여기는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거리의 벽화들로 예술의 힘을 증명해온 작가다. 권력과 제도에 저항하며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온 그가 코로나 팬더믹의 위기 상황을 지나칠 리 없었다.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의 지하철에 방역요원처럼 차려입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열차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에게 자리를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열차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재채기를 하는 쥐, 마스크를 쓴 쥐, 마스크 쓰라고 권하는 쥐 등 다양한 모습의 쥐가 등장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뱅크시였다. 이 그라피티는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못 일어나 란 제목의 동영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열차 안의 그림은 지하철회사의 낙서 반대 규정을 충실하게(?) 따른 청소원에 의해 깨끗이 지워졌다. 사실 의뢰를 받거나 허락을 받지 않고 그리는 그라피티는 위법이다. 그러나 화제가 되는 대부분의 그라피티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영역에 놓인 것들이다. 뱅크시의 작업도 예외가 아닌데, 흥미로운 것은 그의 그라피티가 갖는 힘이 자유롭고 도발적인 방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롯데월드몰 지하 1층 벽에 전시되어 있던 세계적 그라피티 작가 존원(Jon One)의 작품 거리의 소음을 20대 연인이 훼손해 화제(?)가 됐다. 그림 앞에 놓여 있는 붓과 물감통을 보고 참여 퍼포먼스로 완성되는 그림으로 생각했다는 이들의 행위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낙서가 더해진 그림을 보니 낙서가 된 예술과 예술이 된 낙서의 차이가 궁금해진다. 이 또한 예술이 가진 힘일 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4.01 17:49

드라마와 역사왜곡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달 역사왜곡 논란을 초래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전격 종영됐다. 방송 드라마 사상 초유의 일로 그만큼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방송사로선 전체 드라마 분량의 80% 정도 이미 촬영을 마친 데다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한 상태라 큰 손실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당장 방송을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역사왜곡 논란 사태가 심각했다. 첫 방송이 나오자마자 온라인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청와대 국민 청원과 방송통신위원회 민원 제기, 광고 철회 등이 연달았다. 특히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조선왕조에 대한 허황적이고 부정적인 묘사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전주이씨종친회는 살인마로 묘사된 태종과 6대조 할아버지를 욕하는 충녕대군(세종) 등이 조선왕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방송 중지와 함께 법적 대응을 표명했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김치 한복 등의 종주국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는 문화 동북공정에 나선 상황에서 드라마 주인공들의 중국풍 의상과 소품 등이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드라마 제작사에 중국 자본이 투자됐고 극본을 쓴 작가도 한중 합작 제작사와 계약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사왜곡 논란이 증폭됐다. 이 드라마 작가는 과거 작품에서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실 드라마에서 폄훼나 미화 등 왜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안방 드라마에선 전라도 사람들은 대게 가정부나 막노동꾼 등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나 아니면 주로 악역으로 묘사돼 특정지역 비하 문제로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문제는 드라마에서 단순히 흥미유발이나 시청률을 의식해 가공된 역사적 상상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전혀 다를 경우 그 폐해와 악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국민들, 특히 자라나는 다음세대에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결국 왜곡된 역사관은 민족의식과 정체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뿐만 아니라 글로벌시대를 맞아 문화콘텐츠가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거나 SNS를 통해 제한없이 접하는 시대에 잘못된 역사적 창작물은 대한민국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아무리 허구적 상상력이 허용되는 드라마라 해도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할 땐 사실이나 사료에 기초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3.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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