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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민의 용기

두 달 전 전주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주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에서 공판장 물건을 떼다가 팔고 심지어 수입 농산물을 팔기도 했다는 제보였다. 처음엔 농협 로컬푸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기자의 취재 결과, 제보는 사실로 드러났다. 전주농협에서도 공판장 물건을 들여오고 중국산 농산물을 판 사실을 인정했다. 물품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소비자의 구매 충족을 위해 공판장 물품을 납품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로컬푸드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단계적으로 줄였고 현재는 조합원 생산품이 100% 납품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전북소비자정보센터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5월 초 전주농협 로컬푸드 매장 4곳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여전히 공판장 농산물이 팔리고 있었다. 3곳 매장의 로컬푸드 판매대에 진열된 1140개 품목 중 225개 품목이 일반 농산물로 확인됐다. 전주 평화점 105개 품목, 아중점 84개 품목, 중화산점 36개 품목 순이었다. 엉터리 로컬푸드가 판매되는 사실을 확인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즉각 전주농협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농협중앙회 전북본부도 전주농협에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북소비자정보센터에선 전북지역 37개 로컬푸드 직매장 점장과 시군 행정담당 등을 불러 대책 협의를 했다.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앞으로 정기적인 전수조사와 함께 농산물 안전성 검사 공시기간 조사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라북도는 로컬푸드의 꼼수 운영을 막기 위해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판매구역 미설정, 생산자 정보를 표시하지 않을 때 보조금 회수와 함께 각종 보조사업을 배제하기로 했다. 한 농민의 용기 있는 제보가 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인 전라북도 로컬푸드의 투명성과 안전성,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 농민은 1년여 전부터 로컬푸드 문제점을 제기해오다 농협으로부터 10년간 농산물 납품 정지를 당해 당장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공익을 위한 선의의 활동이 생업을 잃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이 농민은 농협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6.10 17:59

공무원 ‘소신’과 ‘소심’

2015년 7월 국회 메르스특위. 임수경 의원의 강한 추궁에 30대 역학조사관의 답변이 막히자 회의장은 일순 긴장에 휩싸였다. 그때 뒷줄에 있던 직속상관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이 대신 답변에 나섰다. 답변을 굳이 안해도 된다는 국회의원의 만류에도 그는 부하직원의 답변을 거들었다. 이날 정 반장이 답변에 끼어든 건 둘 다 아랫사람의 답변이 막혔을 때였다. 코로나사태 국민영웅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5년전 녹취가 얼마 전 공개돼 화제가 됐다. 그의 똑부러진 소신과 리더십뛰어난 전문능력을 보여준 반전 매력이다. 혹사할 정도로 4개월 넘게 코로나브리핑을 강행하는 것도 투철한 책임감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밤낮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그의 건강을 염려하자그래도 1시간 이상은 잔다고 했던 답변은 지금도 회자된다. 한때 무사안일복지부동의 대명사로 불린 공직사회. 민선이후 단순 민원서비스사회복지 등 최일선 민원실 변화는 눈부실 정도다. 하지만 인허가 업무처럼 역발상으로 바뀌어야 할 담당자는 과거에 얽매여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뿌리깊은 보신주의 탓이다. 새로운 공장을 지어 지역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데도 거액 투자처를 내쫓는 형국이다. 실제 두부 명맥을 이어오며 완주 순두부 명성을 전국에 알린 화심 두부마을. 이곳 한 업체가 밀려드는 온라인 판매주문을 제때 소화못해 공장 증설에 목매는 상황인데도 공무원들은 큰 관심이 없다. 결국 새로 짓는 공장은 투자유치에 발벗고 나선 김제시에 지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서에 있는 유명떡집의 김제 이전도 마찬가지다. 완주군이 로컬푸드 성공신화에만 갇혀 있어 그런지 걱정스럽다. 반면 익산시의 기업친화적인 행정과 묘한 대비가 된다. 지난 5일 열린하림로(路)명명식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경기침체에도 하림그룹의 지속적 투자에 대한 보답으로, 익산 중앙로 일부 구간에 명예 도로명이 탄생한 것이다. 하림푸드 신사업에 각각 8800억5200억을 쏟아부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공유함으로써 자치단체기업의 상생모델을 만들어낸 셈이다. 최근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에 지방 자치단체는 기업유치에 비상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도 모자랄 판에 전례가 없다거나 모호한 규정을 핑계로 브레이크를 거는 것과 달리 정은경 본부장 처럼은 아닐지언정 가급적 재량권 범위를 확대해석 해서라도 민원인 입장에서 사업추진을 시도하는 것은소신과소심의 차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6.09 17:10

LNG선 수주와 군산조선소

지난주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船) 100척의 건조주문을 현대중공업을 비롯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싹쓸이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수주 금액만도 23조6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의 해외 수주 기록이다. 세계 경제위축과 코로나19 등으로 선박 발주가 끊겨 어려움을 겪던 국내 조선업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LNG(Liquefied Natural Gas, 액화천연가스)는 유전 또는 가스전에서 채취한 가스를 영하 162℃에서 액화시켜 얻는다. 메탄(CH4)이 주성분으로 일반 가정의 도시가스와 전력공업용으로 사용된다. 흔히 프로판(C3H8)가스로 불리는 LPG(Liquefied Petroleum Gas, 액화석유가스)는 석유 정제 공정 등에서 생성되는 가스를 높은 압력으로 압축시켜 얻는다. 차량이나 일반 연료로 주로 쓰인다. LNG선은 현존하는 초대형 선박 건조기술의 총집합체로 불린다. LNG는 액화상태로 안정적으로 운송하려면 영하 162℃ 초저온 상태를 유지시켜줘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LNG선 건조는 1980년대 까지는 일본이 선도했지만 한국 조선사들이 일본보다 앞선 기술을 개발하면서, 1990년대 부터는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수주 쾌거의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이같은 LNG선 건조 기술력의 초(超)격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초격차는 한국 수출의 l등 공신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기술력 우월성을 이야기 할 때 많이 등장하는 말이다. 국내 조선 3사의 LNG선 역대급 수주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역 관심은 전북 최대 현안의 하나인 현대중 군산 조선소의 재가동과 연계될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현대중 측이 수주 물량이 일정 수준 확보되면 군산 조선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기대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바람은 아직은 희망사항에 그칠 모양이다. 회사 측은 군산 조선소가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3년 이상 안정적으로 공장을 돌릴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최소 물량이 40척 가량인데 이번 수주 물량이 목표치의 절반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군산시는 현대중 조선소의 가동 중단을 비롯 GM자동차등 대기업의 폐쇄 여파로 협력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지역경제 침체로 도시 전체가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LNG선 발주 이후에도 향후 러시아와 모잠비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적잖은 물량의 LNG선 발주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미 기술력이 입증된 만큼 현대가 많은 물량을 수주해 군산 조선소 재가동이라는 낭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6.08 16:35

'쪽'수 적은 전북

아직도 도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한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임기 2년이 남아 있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집권 초반부에 비해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 정치는 현실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64.8%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을 당시만해도 문 대통령은 전북 도민들을 무척 고맙게 여겼다. 친구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새만금에서 열린 바다의날에 직접 문 대통령이 참석해 전북발전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이 없듯 문 대통령 한테도 모든 시도가 자식처럼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그 누구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전북 도민들이 생각하면 야속하게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지금껏 전북으로 돌아 온 게 없다고 서운하게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다른 시도 사람들도 모두가 자신들이 제일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여긴다. 5.18을 겪은 광주 전남 사람들은 아직껏 발포명령자를 색출하지 못했다며 이 정권을 원망할 수 있다. 정권을 잡은 세력들은 국민들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 없다. 주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우선순위(Priority)를 정해서 추진한다. 큰 틀에서 전북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하지만 그간 군사독재정권이나 보수정권이 지역차별정책을 펴 운동장을 심하게 기울어 지게 했기 때문에 진보정권은 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워 지원해주고 있다. 전북이 국가예산 7조원을 확보한 것도 도 당국의 노력이 있었지만 문 정권이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 21대 총선이 끝나면서 묘한 기류가 감지 된다. 민주당이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얻어 통합당을 궤멸시켰다. 서울 41대8 경기 51대8 인천 11대2로 민주당 완승이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완승하도록 도와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수도권에 계속해서 지원책을 펼칠 것 같다. 20대 대선 때 이번처럼 수도권 표심이 재현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같은 기미는 지난 1일 정부의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드러났다. 그간 금기시했던 수도권 규제완화 카드를 슬그머니 꺼내 들었다. 심지어 민주당 유력대선 후보인 이낙연 국회의원 역시 1호 법안으로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을 펴면 전북 같은 낙후지역은 더 어려워진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문 대통령의 권력이 대선 후보쪽으로 기운다. 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도 민주당에서 당선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정권 승계와 보은차원에서 수도권 지원은 필연일 것이다. 이 게 현실이다. 이런식으로 가다보면 전북은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돤다. 이번에 당선된 전북 10명 국회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군산 출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주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그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정치는 머릿수(유권자수)대로 가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6.07 19:26

사유재산과 공공유산

지난 5월 말, 문화계의 관심이 온통 한 미술품 경매 현장에 쏠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사상 처음으로 공식 출품해 경매에 붙여진 불상 2점의 매각 현장이었다. 이날 출품된 금동보살입상과 금동여래입상은 모두 국가지정보물이 된 불교미술사의 중요한 명작이다. 응찰 시작가는 15억 원, 그러나 응찰자가 나오지 않아 응찰이 시작된 지 단 3분 만에 경매는 유찰됐다. 사실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이 경매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논란이 이어졌다. 문화재만도 5000점이 넘는 소장품을 갖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1938년 문을 연 이후 경매시장에 문화재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줄곧 우려되어 왔던 간송미술관의 재정난이 그대로 드러난 계기였기 때문이다. 문화계와 전문가들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사이, 간송미술관 소장품의 경매시장 진출(?)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누적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선대가 쌓아온 권위와 정신을 실추시켰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한편에서는 미술관의 지나친 폐쇄성이 오늘의 상황을 불렀다는 지적도 일었다. 해석과 평가는 충돌했지만 분명한 것이 있었다. 논란의 바탕이 간송미술관의 미래를 향한 애정에 있다는 것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온 재산을 쏟아 문화재를 지켜낸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 간송은 일본의 문화침탈이 절정에 이르렀던 바로 그 시기에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그가 구해낸 우리의 문화재는 수 천점. 그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이 귀하디귀한 유산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간송의 소장품은 사유재산이지만 공공의 유산으로 함께 지켜내야 하는 우리의 문화재다. 간송미술관이 처한 현실을 관망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소장품 경매로 불거진 논란의 과정에 주목되는 제안이 있다. 프랑스가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공공매입 제도 도입이다. 국가차원의 문화재매입위원회에서 매입여부를 결정, 관련 기관에 위탁관리를 하게 하는 방안이란다. 어렵게 지켜낸 민족의 보물이니 되팔기를 흥정하지 말라던 간송의 유지가 전해진다. 문화유산의 향유에 그 뜻이 있을터. 문화재를 공공성의 가치로 지켜낼 수 있으니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통로도 될 수 있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6.04 17:26

G7 초청과 국격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9월 이후 미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한국과 러시아 호주 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면서 국제사회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초청 대상국 중 가장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고 문 대통령은 기꺼이 응하겠다며 수락 의사를 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내용을 대외적으로 밝히고 긍정적인 발표문을 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G7 초청을 두고 옵서버로 가는 일시적인 성격이 아니라 G11, G12라는 새로운 국제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G11, G12 정식 멤버가 되면 국격 상승과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G11 멤버로서 세계 질서를 이끄는 리더국이 된다면 크게 환영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의중대로 G7을 G11이나 브라질까지 포함한 G12로 확대하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 우선 중국이 패거리를 구성해 중국에 맞서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가 초청한 호주와 인도는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막기 위한 인도양과 태평양의 지정학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무역이나 금융 등 글로벌 경제 주도권 경쟁을 넘어 국제 안보까지 확대되는 등 복잡다단한 형국이다. 무엇보다 G7 회원국의 입장이다. 러시아는 애초 G8 멤버였지만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G7 정상들이 러시아를 G8에서 제외해 다시 G7이 됐다. 이 때문에 영국과 캐나다는 크림반도 합병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러시아의 G7 복귀에 부정적이다. 한국의 G7 참여는 일본이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본은 현재대로 G7 체제 유지를 원한다. 독일은 트럼프가 주도하는 G7 자체에 회의감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독주로 G7이 파행을 겪어왔고 공동성명 채택도 불발됐기 때문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주 코로나19를 이유로 올해 G7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G7 정상회의 초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을 올리는 일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낀 상황임은 분명하다. 우리 경제와 안보,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등에 있어서 정부의 지혜로운 선택이 더욱 요구되는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6.03 17:49

시민운동의 길

시민단체 위상과 현주소를 가늠케 하는 유행어가 있다. 매스컴에서도 자주 인용함에 따라 일상용어가 된 지 오래다. 예전에는 입신양명 하려면 세칭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나와야 했다면, 요즘엔참여연대출신이어야 빨리 출세할 수 있다는 유행어의 시사점은 의미심장하다. 시민단체 영향력이 막강할 뿐 아니라 출신 인사들의 권력기관 진출이 눈에 띈다는 점을 빗대 나온 말이다. 최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를 새삼 되뇌이게 한다. 시민단체의 역할 그중에서 정치와 환경문제에 대해선 영향력이 독보적이다. 감시견제와 비판을 통해 문제점을 짚고 대안 제시를 하는 이들 단체의 역할이야말로양날의 검이다. 날카로운 감시의 눈이 많아 질수록 사회는 깨끗해진다. 반면에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권력의 괴물로 변신하고 만다. 시민단체 이런 역할 때문에 입법사법행정언론에 이어제5부로 불린다. 전북에서도 국회 김윤덕김성주이원택 의원이 공교롭게 시민행동21 출신이다. 민변에서 활동한 안호영 의원도 오랜 경력이 있다. 총선에 출마했던 최형재씨도 대표적 인사다. 도의원시의원 상당수도 이런저런 인연이 많다. 이뿐 아니라 도청이나 교육청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시민단체 출신도 꽤나 된다. 김진태 최두현 염경형 등 잘 알려진 멤버들의 기관 근무성적도 괜찮은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 년 전 인권 전문가로 영입된 도청 팀장이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시민단체 도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민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순수함에 비해 막강한 영향력 때문인지 이들 단체에 대한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견제와 감시 역할을 맡는 저격수로서의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 잡음과 말썽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보험유혹도 끊임없이 전개된다. 분쟁 소지가 큰 굵직한 사회현안 추진땐 위원회 참여를 위한 섭외 1순위로 시민단체 인사가 꼽힌다. 어쩔 때는 후원행사에 이해당사자들이 대거 몰려 얼굴 도장을 찍고 봉투를 내미는 것도 마찬가지다. 간혹 자문위원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끈끈한 연을 맺기도 한다.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그룹으로 시민단체는귀하신 몸이다. 평소에도 바쁘지만 선거 때 이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신문방송에서도 토론이나 정책검증 패널로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낙천낙선운동이 시민단체의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뿐만 아니라 사회곳곳 현장에서 피켓이나 플래카드 시위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공론화 과정에서도 유명세를 바탕으로 여론전을 주도하며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그만큼 해결사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면서 몸값은 계속 치솟고 있는 셈이다. 순수함을 생명으로 여기는 시민운동의 길은 공익적 가치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찬반논쟁에서 더욱 강조되는 대목이다. 자칫 이같은 방향에서 궤도이탈하면 시민단체의 설 땅은 사라진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6.02 17:41

불운의 고3생들

코로나19 사태로 다섯 차례의 연기 끝에 지난달 20일 고3생들이 당초 개학 예정일을 80일이나 넘겨 등교한 뒤 열흘이 지나 벌써 6월을 맞았다. 1학기 절반 넘게 지난 셈이다. 예년 같으면 벌써 중간고사를 끝내고 이미 치른 모의고사 성적등을 토대로 대입에서 수시나 정시 모집 선택을 위한 진학 상담 등으로 한창 바빠야 할 시기인데도 비교할 자료가 없다보니 자신의 실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6월 들어서 부터는 그동안 못치른 각종시험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중간고사를 비롯 전국 단위 학력평가와 수능 모의평가 등을 치러야 한다. 수능도 12월 3일로 연기돼 추위속 시험이 우려된다. 이같은 촉박한 일정 속에 동아리 활동 등 학생부 비교과 활동까지 챙겨야 한다. 대입 일정이 이처럼 헝클어지다 보니 고3생들과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입시정보가 아닌 고3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 학기의 절반 이상을 날려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온라인 강의를 했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면수업보다 학습효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개학 후에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도 못하고 있다. 이미 고교과정을 한번 끝마친 재수생들에게 절대 유리해진 전형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입 환경이다. 현재 고3생들이 체계적인 수능준비 등의 어려움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수생 보다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니 현재 대학을 다니며 대입 재도전을 노리는 이른바 반수생(半修生)들의 수도 늘어나리라는 전망이다. 고3생들에게는 경쟁자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다. 지금 고3생들은 한국 축구가 세계 4강에 올라 온 국민을 열광시킨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태어났다. 천재지변이 아닌 질병으로 대입일정이 엉망으로 된 초유의 사태를 겪는 세대다. 올해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들의 불운이 국민들의 마음을 안쓰럽게 하고 있다. 이들은 중 1년때 처음으로 자유 학기제를 경험하기도 했다. 12학기 동안 학생 참여형 수업을 듣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제도의 첫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었다. 내년에는 개정 교과로 수능 평가방식이 달라진다. 올해 입시에 실패해 내년에 재수를 선택하더라도 결코 만만치 않으리라는 예상이다. 대학입시는 고3 학생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다. 올해 고3생들은 출발선에서부터 재수생에 뒤처진게 사실이다. 교육부는 비교과활동 반영 비율 조정 등 평가제도를 유연하게 바꿔 현 고3 학생들만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를 최소화하는 등 보완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6.01 18:48

전북병 치유

전북 출향인사 가운데 성공한 사람이 많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정 관 재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 많다. 이들은 처음에는 단기필마로 올라와 온갖 고생과 노력 끝에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학문을 통해 학자로서 자리를 굳혔거나 정치인 의료인 기업인 예술가 공직자 등 다방면에서 성공한 전북 출신이 많다. 그간 이들은 스스로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겸양지덕을 펴 일반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쟁을 통해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인적네트워크도 없이 오직 자신의 머리와 노력으로 성공을 일궈냈다. 시장판을 전전긍긍하며 야간대학을 나와 자수성가 한 사람 가운데는 은근과 끈기라는 두 글자를 새기면서 버텨왔다. 원래 전북인은 머리가 명석하고 우수하다. 조선 선조때 정여립난이 발생하기 이전만해도 과거시험에 한양 다음으로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다. 그 이후에는 인재등용이 막혀 동학농민혁명을 거치면서 한을 머금고 살아왔다. 세상에서 경쟁자 없이 성공할 수 없다. 서울 등 수도권은 적자생존법칙이 강하게 작용해 살아 남은자가 강한자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성장한 전북인들은 지금와서는 인적네트워크를 종횡으로 구축,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간다. 그간 성공신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의식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주저했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이 바꿔지고 좋은 인맥이 형성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시군 향우회를 통해 활발하게 움직인다.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무주군이 내고장 농산물 판촉전을 펼쳐 성공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예전 같지 않게 전북인으로 연대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일단 전북발전의 청신호가 켜졌다. 문제는 전북 내부가 문제다. 그간 잦은 선거로 2백만도 안된 도민들이 갈기갈기 찢겨 사분오열 됐다. 피아가 구분될 정도로 편나누기 폐해가 심각하다. 이해관계에 따라 표변하는 의식도 문제다. 전북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못내고 방안퉁수처럼 못 먹어도 좋으니 찔러나 본다는 식으로 부정의식이 팽배하다. 이 같은 현상이 전북병인 무기력증으로 변했다. 그 원인은 도 시군정을 맡은 단체장을 포함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의 잘못이 크다. 다음으로 오피니언 리더들이 제 역할을 못한 것도 문제다. 정론직필해야 할 언론도 재정적으로 관의존도가 높다보니까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했다. 지금 전북은 경쟁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투명하지도 않다. 선거 때 이긴쪽이 승자독식주의라는 미명하에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먹어 치우는 구조라서 더 그렇다. 민주당의 지배 구조하에서 집행부와 지방의회가 공생적관계를 형성한 것이 악의 씨앗이다. 21대 총선 결과가 민주당 싹쓸이로 끝나 2022년 지방선거도 민주당 공천이 아니면 안될 것 같다. 21대 국회 개원을 계기로 내외 전북인이 똘똘 뭉쳐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래야 돈과 사람이 모이는 전북을 만들 수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5.31 15:57

논란의 댓가

마음 산란해진(?) 이즈음 다시 꺼내본 책이 있다. 일본인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가 펴낸 <기억하겠습니다>. 남북한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20명의 생생한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제목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가 된 남한과 북한의 여성들이란 부제를 더했으나 증언에 나섰던 할머니들은 모두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다. 2014년 일본어로 출간된 이 책은 2017년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사진과 다큐멘터리로 기록해온 안해룡 감독과 번역자인 이은 씨의 공동 작업 덕분이다. 1980년대부터 일본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주목해온 이토 다카시는 1991년 10월, 지금은 고인이 된 김학순 할머니와 처음 만난 이후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었던 피해 여성들을 찾아 취재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 대만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이 그의 취재 대상이었다. 그가 만난 위안부 피해자들은 90여명. 많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거의 범죄를 은폐하고 다시 전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는 그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 피해자들의 경험을 기록해 후세에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기록한 사진과 증언을 만나며 새삼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북한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영실 리상옥 김대일 곽금녀 리계월 리복녀 리경생 유선옥 정옥순 김영숙 박영심. 책속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과 사진은 1998년부터 북한 할머니들을 취재하기 위해 수십 번 북한을 방문했다는 저자의 고된 여정을 짐작케 한다. 사실 남한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은 여러 통로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녹취 작업을 통해 출판한 증언집이 그 바탕이다. 돌아보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상을 알리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정에는 이들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의 열정과 희생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 그런데 정대협의 역사를 그대로 계승한 정의기억연대가 논란에 휩싸였다. 들여다보면 확인된 실체 없이 온갖 의혹만 나부대고 있다. 폄훼와 왜곡의 선동이 끼어들지 않을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일본 언론과 우익들의 곡해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실체도 없는 논란의 댓가가 어디에 이를까 걱정스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5.28 19:26

위안부 인권운동

몇 해 전 개봉돼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던 위안부 영화 귀향. 꽃다운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짓밟히고 유린당한 현실을 애잔하게 화면에 담아내 관람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일본군이 퇴각하면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위안부 소녀들을 모아놓고 총칼로 무참히 학살하고 산 채로 불구덩이에 던지는 장면에서는 큰 울분과 탄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은 대략 2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살아 돌아와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피해자가 238명. 그중에 생존자는 현재 17명이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의 참혹한 실상은 역사 속에 묻히면서 우리 국민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그러다 1990년 11월 37개 여성단체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만들고 고 김학순 할머니가 증언에 나서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국 사회에 공론화됐다. 정대협 주최로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수요집회는 28년째 한결같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등 위안부 인권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정대협은 지난 2011년 12월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위안부 소녀를 형상화한 평화비를 주한 일본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 세우기도 했다. 이후 평화의 소녀상은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졌고 전북지역에도 전주 군산 익산 정읍 김제 남원 장수 등 곳곳에 설치됐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뉴저지 뉴욕 캐나다 토론토 호주 시드니 중국 상하이 등 14곳에도 소녀상이 세워져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정대협은 이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2018년 통합해 정의기억연대로 출범했고 수요집회를 비롯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 지원 생존자 복지지원사업 연구조사교육사업 기림 및 장학사업 등을 펼쳐오고 있다. 하지만 정의기억연대를 이끌던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해 위안부 인권운동을 함께 해 온 이용수 할머니가 문제제기와 함께 비판하고 나서면서 위안부 인권운동이 기로에 섰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위안부 인권운동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극우세력들은 위안부 강제 동원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의기억연대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 그리고 위안부 인권활동과 윤미향 당선인의 개인적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일본군 위안부 인권운동 자체를 폄훼하거나 매도해선 안 될 일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5.27 17:52

공보관 자리

도청 기자실은 중앙지와 지방지로 나눠 운영하고 사무실도 따로 쓴다. 방송통신까지 공동 사용함에 따라콩나물 시루나 다름없다.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출입기자 때문에 전체회식은 꿈도 못꾼다. 엄격한 룰에 따라 기자협회에 가입 안된 기자는 출입자체도 불허한다. 이 때문에 기자와 점심식사 스케줄 잡는 것도 공보관실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중 하나다. 홍보 예산도 이런 시스템 룰대로 집행하면서 기자들의 불평을 사기도 한다. 언론사 난립에 따른 고육책 일환으로 처음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도 기자출신의 공보관이었다. 기자들의 공공의 적이 된 건 물론이다. 최근 도청시청을 비롯한 도의회시의회 등 주요 기관마다 소위 언론을 담당하는 공보관에 기자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어공(별정직 공무원)들과 같이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지만, 일부에선유효기간 4년짜리 전리품이라고 혹평한다. 주민투표로 선출된 기관에는 예외없이 중견 언론인출신 공보관 뿐만 아니라 34명 가량 기자후배까지 영입하며 홍보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신문방송 등 매스컴을 상대로 보도자료 배포나 대외홍보 활동을 주로 맡는다. 짓궂은 운명 탓인지 하루아침에 공수(攻守)교대가 이뤄진 셈이다. 불과 며칠 전 공보관을 상대로 취재하거나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화 했는데 180도 역할이 바뀐 것이다. 그런 점 때문에 공보관 자리가 쉽지 않다고 한다. 오랜 세월 근무한친정언론을 상대로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려야하는 이른바 PR 역할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역할은 바뀌었지만 친정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지라 아픈 곳도 잘 안다. 출입기자 들과도 선후배로 얽혀 대인관계가 껄끄러우면서도 마음 편한 구석도 많다. 하지만 홍보예산 갑질을 둘러싼 감정싸움은 불가피하다. 공보관들은 어차피 짜여진 예산을 집행하면서도밀당하며 속을 태우고 생색내기 한다. 심지어 한 지붕 기자한테도 직급별로 쪼개주면서 빈축을 사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때로는 아픈 곳을 어루만지거나 찌르기도 한다. 매일 상대해야 하는 기자들의 심리상태나 고민, 희망사항을 파악해 한때 기자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흉허물 없는 사이라고 하지만 꼼수를 부리거나 올챙이시절 잊어 버리고 교만한 모습을 보이면 섭섭한 게 인지상정 일까. 민선이후 공보관 자리는 선거캠프 출신 기자 몫이라는 게 정설이다. 우선 선거 과정에서 쌓은 동지로서 무한 신뢰가 경쟁력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언론관계에서 만큼은 우월적 지위를 누린다. 기자출신 공보관 답게 공과 사를 구분하고, 보편적인 언론관계를 되짚어 볼 때다.잘한 일은 크게 보도해서 격려 해주고, 부당한 일은 호되게 꾸짖어 줌으로써 바로잡는 게 언론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5.26 20:21

집단면역

면역(免疫)은 외부에서 병원체가 들어오면 인체가 이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 독소를 중화하거나 병원체를 죽이는 현상이다. 병에 걸리기 전에 인위적으로 항체를 만들어 주는 방법이 백신을 주입하는 예방접종이다. 면역의 개념을 집단으로 확대 적용시킨 방법이 집단면역이다. 한 집단에서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병에 걸리면 집단 전체가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돼 감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게 되거나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원된 코로나19가 올들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각국은 확산 방지를 위해 사태 초기부터 국경 봉쇄를 비롯 이동 제한, 거리 두기, 학교 휴교,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영국과 스웨덴은 코로나19의 경우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스스로 병을 이겨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실상의 집단면역 추진인 셈이다. 영국은 무모하다는 여론에 따라 봉쇄령을 내리는 등 정책을 바꿨다. 하지만 스웨덴은 공개적으로 천명은 하지 않았지만 집단면역을 계속 밀어 부쳤다. 강력한 봉쇄정책을 취한 다른 유럽 여러 국가와 달리 대부분의 쇼핑몰과 레스토랑, 헬스클럽 등은 문을 열고, 중학교 이하 학교는 휴교하지 않았다. 50인 이상 집회 금지, 가능하면 재택근무 등과 같은 느슨한 통제로 일상생활과 방역을 함께 하는 정책을 펼치며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스웨덴의 지난 34개월 동안의 집단면역 선택의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까지 코로나19 환자 3만2000여명 발생에 3천800여명이 숨져 치명률이 12.0%에 이른다. 이웃 국가인 덴마크의 치명률 5.6%, 노르웨이의 2.8% 보다 최고 4배 이상 높다. 특히 항체검사 결과 항체 보유비율이 7.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스웨덴이 값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평가 절하할 정도다. 집단면역은 전체 구성원의 6070% 이상이 감염될 때 생긴다. 스웨덴의 경우 항체 보유자가 60%에 도달하려면 치사율로 따져 환자 600만명 발생에 72만명이 사망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희생을 치러야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경우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해도 항체가 제 구실을 못할 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항체가 생겨도 또 병에 걸릴 수가 있다는 얘기다. 국민생명을 담보로 하는 스웨덴 식의 집단면역은 너무 잔인한 실험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거리두기와 손 씻기의 생활화등 개인 방역을 준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일 성 싶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5.25 17:49

말 많은 사공

해가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졌다. 원래 인심은 독에서 난다고 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주변도 살필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개인주의로 치닫다 보니까 자신과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식의 이기주의가 팽배, 옆집에 누가 죽고 사는지 조차 모른다.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 중에도 희망 없이 무력증에 빠져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전북은 그간 경제발전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나아졌지만 재벌급 큰 부자는 없다. 근면 성실하면 어느 정도 곳간을 채울 수 있지만 큰 부자는 될 수 없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란 말이 있듯 평소 남 모르게 착한 일을 많이 하다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 우리 선조들은 거지 한테도 음식을 나눠주는 등 나름대로 보시(布施)에 대한 믿음이 확실했다. 보시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타민이다. 그래서 오른 손이 한일 왼손도 모르게 해야 한다는 것. 지금 전북은 돈맥경화현상이 생기면서 정신세계도 약화됐다. 구심점을 이루는 원로그룹도 없다. 여름철 오랜 가뭄으로 강 바닥이 드러난 것처럼 지역사회가 황폐화 됐다. 세칭 SKY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나버려 지역은 인재난이다. 인재들이 다닐 수 있는 직장이 부족하다. 여기에 1991년 부활된 지방자치로 선거를 자주 실시하다보니까 승자독식에 의한 편나누기가 극심, 민심이 갈기갈기 찢겼다. 먹고 살려고 승자쪽으로 줄서는 바람에 진쪽은 국물도 없다. 민주당이 진입장벽을 높게 쳐버려 역량 있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진입하려도 벽이 높아 진입을 못한다. 그런 게 지역낙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못 먹으면 찔러나 본다는식으로 내가 못 먹으면 너도 못 먹는다는식으로 가는 게 문제다. 파이를 키워서 나눠 먹으려는 생각은 않고 서로 싸우다 보면 방휼지쟁(蚌鷸之爭)처럼 제3자가 이익을 취한다. 평소에는 입안에 있는 것도 나눠 먹을 듯이 형 동생하고 찾지만 이권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안면을 바꾼다. 먹을 것은 한정돼 있는데 숟가락 들고 달려드는 사람이 많다 보니까 이런 현상이 생긴다. 지방정치권도 똑같다. 총선이 끝났지만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럴까. 21대 원 구성을 앞두고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광주 전남 사람들처럼 의리를 지키며 뒤통수 치는 일을 안했으면 한다. 포스트 코로나19에 맞는 새판짜기는 시급하다. 지역서 터줏대감 노릇 한 사람들은 물러나야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말할 수 있는 열린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돈과 사람이 모이는 전북을 만들 수 있다. 아무튼 원전문제도 아닌 개인의 사유재산인 대한방직터를 놓고 전주시가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처리하겠다는 것은 큰 잘못이다. 광주나 다른 지역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전주가 못 사는 이유는 바로 말 많은 사공 때문이다. 전주시는 2조5000억의 투자건을 좌고우면 않고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5.24 17:24

정치인 메르켈 총리의 덕목

독일에서 유학중인 지인 부부가 안부를 전해왔다. 부부는 젊은 신학도 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위기를 맞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보며 그들의 안부가 궁금했었다. 신학대를 막 졸업한 이들은 목회활동으로 연고가 없는 전주에 와서 살았다. 전주의 작은 교회 소속 교역자였던 남편과 같은 길을 가면서도 경제적 여건을 위해 또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했던 아내는 두세 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렸다. 부부는 지난해 연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목회활동을 하며 신학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서였다. 한 달이 지나고서야 시간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간신히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에도 코로나가 닥쳤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여러 국가들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들의 안부였다. 주거와 일자리 등 어느 것 하나도 안정되지 않았을 초짜(?) 유학생 부부에게 코로나가 몰고 온 상황이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길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의외로 침착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즈음 독일 메르켈 총리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다. 2005년 총리가 된 이후 처음으로 전국 방송으로 중계된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 내용은 세계적으로도 관심사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다는 것, 국민의 60~70%가 감염되어 항체가 생길 때야 비로소 끝날 수 있다는 것, 지금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위기상황이라는 총리의 회견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단호하고 명징했다. 그럴듯한 수사나 몸짓을 사용하지 않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진정성 있게 설명했다는 독일 언론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국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지 않도록 침착한 어조를 유지했다는 평까지 더해졌다. 그즈음 메르켈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80%를 훨씬 웃돌았다. 두 달여 지난 지금 독일의 코로나 확진자는 178,473명(5월 21일 기준)에 이른다. 세계 최고의 의학과 제약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임을 감안하면 코로나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사망자는 8144명에 그친다. 독일 정부의 단호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주요도시에서는 공공생활 조치에 대한 항의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독일 국민 다수는 여전히 정부의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주목을 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증거일 터.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5.21 18:44

시·군 소멸 위기

매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하는 지방소멸지수를 보면 전북의 미래는 암울하다. 지난해 말 발표한 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라북도는 14개 시군 중 11개 시군이 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됐다.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하곤 모두 소멸 위기에 처한 게 현실이다. 전북의 지역 성장동력으로 타 시군의 부러움을 샀던 완주군도 지난해부터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완주산업단지와 완주과학산업단지 완주테크노밸리산업단지 삼례농공단지 등 대단위 산업입지를 구축하고 전라북도의 내륙산업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완구군 인구는 한때 10만 명에 육박하면서 남원 김제를 추월해 정읍시를 바짝 뒤쫓았지만 현재는 9만1000명 선으로 내려앉았다. 시군 소멸 위기는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5년부터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지방소멸지수를 도입한 이래 소멸 위기 지역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75곳에서 2018년 89곳, 지난해 말에는 97곳으로 증가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2.5%가 소멸위험 지역이다. 전라북도 역시 소멸위험지수가 광역자치단체 중 세 번째로 낮았다. 전남이 0.44로 가장 낮았고 경북 0.50에 이어 전북이 0.53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강원 0.54, 충남 0.63 순이다. 비교적 소멸위험이 덜한 곳은 세종(1.56) 울산경기(1.09) 서울(1.02) 정도다.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에서 20~39세의 여성 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즉 인구 재생산 주기인 30년 뒤 현재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지역의 공동체 기반이 붕괴하고 사회경제적 기능을 상실한다는 의미다. 소멸위험지수는 일본 도쿄대 마스다 히로야 교수가 지난 2014년 일본 내 지방이 쇠퇴해가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내놓은 분석 기법에 기초해 개발됐다. 지역 소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남과 경북은 지난해 상호협력 협약을 맺고 인구소멸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재경 전북도민회를 비롯해 전국 7개 도민회가 참여하는 전국도민회연합도 지난해 11월 여야 국회의원을 초청해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도 가졌다. 시군의 소멸 위기 해소는 지역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지방의 소멸을 방치하면 국가가 공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5.20 17:47

‘집안 선거’ 앞둔 도의회

도의원들은 요즘 전화 받기가 겁난다. 까맣게 잊고 지낼 만큼 오래된 지인이거나 잠깐 만나 명함정도 건넨 사이 인데도 전화번호가 찍히면 반갑게 받았다가 이내 실망한다. 격의없는 친구선후배 에게 걸려 온 전화도 마찬가지다. 후반기 도의회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청탁성 전화때문이다. 출마 예정자들이 본인은 물론 지인까지 총동원해서 저인망식 득표활동에 나선 까닭이다. 6월하순 예정된 도의장과 부의장상임위원장 선거에 전체 의원의 절반 이상인 242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도의회는 재선 11명초선 28명으로 구성돼 있다. 송성환 의장의의사봉 공석사태로 전반기 도의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체의원 39명이 뽑는 집안 선거인데도 막전막후 득표전이 치열한 양상이다. 경쟁이 불꽃튀는 만큼 선거 이후 후폭풍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또 한차례 집행부 선거로 내홍에 휩싸이지 않을 까 걱정이다. 절대 다수를 차지한초선들의 반란움직임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초선이라고 해도 상당수가 기초의회 의장부의장 출신이라 정치적 내공은 역대급이다. 이들이 존재감을 뽐내기 위해 선거전에 뛰어들고 있다.집안 선거인데도 예상과 달리 초반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오른 이유다. 초재선 팽팽한 힘겨루기 에다 지역구끼리 해묵은 감정대립까지 얽혀 선거전은 점입가경이다. 먼저 자신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초선들의 견제심리가 작동됐다. 다시 말해 재선에게 맞짱 한번 뜨자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지역구끼리 기(氣)싸움도 볼만 하다. 전주 을의 경우 송성환 의장이 전반기 의장을 지냄으로써 출마자제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희수 의원 준비동작이 고작이다. 반면에 전주 병은 전반기 최찬욱국주영은에 이어 김명지이명연 의원까지 위원장 도전의사를 밝혀 마뜩찮은 표정이다. 부의장 출마설이 나돌던 국주영은 의원은 뜻을 접었다. 의외로 깜냥이 안되거나 생뚱맞게 출마하려는 의원에게 노골적인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 지역구 단체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경력쌓기 행보라며 애써 평가절하 한다. 어찌됐든 간에 도의회 집행부 구성은 의원들의 자존심과 직결돼 있다.송성환 사태로 전반기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몸소 견뎌야만 했다.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하는 지 의원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서로 속사정을 잘 아는 처지라 표정관리가 쉽지 않다. 대부분 마음에 둔 후보를 이미 점찍어 둔 상태다. 굳이 외부 지인까지 동원해봤자 헛물만 켜는 셈이다. 의회 주변에선입지자 면면을 훑어보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출사표를 던지지 않은 의원중에 오히려 적임자가 많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5.19 18:45

9월 신학기제

최근 이태원클럽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초중고 개학이 다섯 번째 연기되면서 정치권등 일각에서 9월 신학기제 도입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1, 2주씩 연기할 바에야 학기제 변경 같은 장기적이고 획기적인 변화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기제 변천은 근현대사의 변화와 함께 해왔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는 자국 제도에 맞춰 각 학년이 4월1일 시작해 다음해 3월말 끝나도록 했다. 일본은 지금도 각급 학교가 4월 개학한다.1945년 광복후 미(美)군정은 신학기를 9월에 시작하고, 2학기를 3월에 시작하는 9월 학기제로 바꿔 시행했다. 대학도 9월에 개강하도록 했다.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1948년 공포 시행된 첫 교육법은 새학기를 4월에 시작해 다음해 3월31일 종료하도록 규정했다. 1952년 제정된 교육법 시행령은 1학기를 4월1일, 2학기를 10월1일 시작한다고 처음으로 학기를 명시했다. 학계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당시 정부는 9월 신학기제는 67월 장마와 무더위 철에 입학시험을 치르는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4월 개학을 강행했다. 1961년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정부는 신학기를 3월로 한달 앞당겼다. 군사정부는 혹한기인 12월 방학으로 연료비 절감 등의 장점을 꼽았다.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현행 3월 신학기제가 대다수 선진국과 시기가 일치하지 않고, 2월에 봄방학을 하기 때문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봄 신학기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호주, 일본, 한국 뿐이다. 또 9월 신학기제는 2학기 다음 여름방학이 길기 때문에 다음 학기의 충분한 준비가 가능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을 쌓을 수 있는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막연하게 세계 표준에 맞춰야 한다는 이유만으로의 학기제 변경은 그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신입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필요한 교원 증원과 교실 확충등의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만도 10조원대로 추산된다. 3월 신학기제 유지나, 9월 신학기제를 요구하는 측 모두 자신들 주장의 장점을 제시한다. 학계나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국민들은 공론화 등의 과정없이 불쑥 튀어져 나온 신학기제 논란에 당혹스럽다. 이해 관계가 많은 사회적 변화일 수록 공론화를 통해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학기제 논쟁은 정치적 이해나 일부 계층의 편익을 앞세운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가볍게 다룰 사안이 아닌 만큼 신중한 접근과 논의를 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5.18 17:35

지방의회도 경쟁 정치

세상에서 라이벌 없이 발전할 수 없다. 정치든 사업이든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정신차리고 최선을 다한다. 이번 21대 총선은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여서 과연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6개월 이상 당비내는 진성당원만 확보하면 공천 받는 것도 문제될 게 없었다. 공천기준이 당원 50% 일반시민여론 50%를 합산해서 결정하는 구조라서 당원만 많이 모집하면 시민여론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에 인물본위의 선거가 될 수 없다. 월 당비가 1000원이어서 큰 부담이 안된다. 선거를 앞두고 1년 정도 당원을 죽어라고 모집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덧붙여서 애경사 관리만 잘하면 그만이다. 정책이고 공약같은 것은 사치스러울 뿐이다. 도민들은 코로나19와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1번인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묻지마 투표를 한 것이다. 가장 이성적으로 치러져야할 투표가 감성으로 흘렀다. 후보의 역량 보다는 묻지마 갑자생처럼 정당이 우선시 돼 결국 민주당 싹쓸이가 이뤄졌다. 앞으로 2년후에 치러질 지방선거도 뻔하다.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은 어려울 것 같다. 지방의원들이 그래서 총선 때 죽어라고 뛰었다. 지금 도의회를 비롯 14개 기초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익산 고창 임실 무주 등 4개 단체장을 제외하면 시장군수 10명이 민주당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될 수 없다. 누이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하에서는 생산적일 수 없다. 주민을 위해 양심껏 노력하는 의원은 수적열세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다. 의회에서 다수가 단체장을 에워싸기 때문에 단기필마는 모기소리로 그친다. 후반부 원 구성을 놓고 물밑야합이 이뤄진다. 선수에 비례해서 역량이 갖춰져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감투욕에 젖어 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할려고 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의정활동은 뒷전이고 인기관리나 하는 사람이 감투를 차지하는 구조다. 이런식으로 의장단이 정해지다 보니까 의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 주민을 위해 열심히 하는 의원을 왕따시키는 구조라서 그 소외감은 말할 수 없다. 이해가 상충될 때마다 표대결로 다수의 횡포가 나타난다. 2년후에 치러질 지방의원 선거가 벌써부터 염려된다. 주민들이 생각하기에는 지방의원의 역할이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예산안을 승인하고 질의를 통해 단체장이 잘못하면 얼마든지 지적해서 바로 잡을 수 있다. 생활자치라서 자신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직접적 연관이 깊다. 지금부터라도 현직 지방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잘 살펴야 한다. 공천만 받았다고 당선시켜 주는 구도는 깨야 한다. 쥐 못 잡는 고양이를 도태시키듯 역량이 떨어진 사람은 설령 공천 받아도 떨어 뜨려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를 무섭게 알고 열심히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5.17 15:55

말뫼의 눈물과 웃음

말뫼(Malmoe)는 스웨덴 남쪽 끝에 있는 항구 도시다. 상업과 공업이 발달했지만 환경적 특성으로 조선업도 번창해 조선 산업 도시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대조선소인 코쿰스가 있던 곳도 이곳 말뫼인데,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자 코쿰스도 도산 위기에 몰리게 됐다. 결국 문을 닫게 된 코쿰스는 코쿰스 크레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던 세계 최대의 크레인을 내놓았으나 해체하는 데만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크레인의 주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2002년 이 크레인은 우리나라의 현대중공업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당시 크레인 가격은 단돈 1달러. 막대한 해체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코쿰스의 초대형 크레인이 해체돼 말뫼를 떠나던 날, 말뫼 주민들은 항구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한없이 아쉬워했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이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생중계 방송했는데, 이때 붙인 타이틀이 말뫼의 눈물이었다. 우리에게 말뫼가 알려진 것도 이때부터인데 그 뒤 말뫼의 눈물은 조선업 몰락의 상징어가 됐다. 그렇다면 조선업 몰락으로 지역 경제가 붕괴되고 쇠락 위기에 처했던 말뫼는 어떻게 되었을까. 뜻밖에도 18년 전 코쿰스 크레인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흘렸던 말뫼는 지금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 받는 도시로 부상해 있다. 말뫼의 눈물이 아닌 말뫼의 웃음으로 불릴 정도로 흥미로운 변신이다. 오늘의 말뫼시 인구는 34만 명. 1990년 23만 명이던 인구가 10만여 명이나 더 늘어난 것인데, 같은 기간 새로 창출된 일자리가 7만개에 이른단다. 말뫼의 인구 증가 요인이 결국은 일자리에 있음을 보여주는 예여서 대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쇠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오래된 도시들에게는 더욱 부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올해 초 한국을 찾았던 리팔루 말뫼 시장은 조선소 폐쇄에 이어 자동차 공장과 비행기 공장이 이전하면서 다른 산업이 대체됐지만 산업대체에 따른 풍요는 길지 않았다고 전한다.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고 시민들을 설득해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하려고 할 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전통적 산업기반 대신 지식기반 산업이나 문화, 환경을 주목한 말뫼시의 선택은 주효했다. 조선소 부지에 대학을 짓고 과학단지와 연결시키면서 친환경도시로 탈바꿈한 말뫼는 신재생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산업의 메카이자 친환경 생태도시가 됐다. 들여다보면 도시를 혁신시키는 과정이 평탄하기만 했을 리 없다. 말뫼의 혁신 사례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5.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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