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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예산을 확보한 공신들

유권자는 국회의원들을 형편 없는 사람들로 치고 퇴출대상으로 보지만 정작 본인들은 권한이 막강하고 책임질 일은 없어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없다고 여기면서 한번 더 하려고 난리법석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놓고 오죽했으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 했을까. 가장 이성적인 집단이어야 할 국회는 난장판 요지경 속이요, 그 속에 몸담은 국회의원의 탐욕과 권력욕은 끝이 안 보인다. 이렇게 기이하게 통과된 국가예산을 놓고 전북 정치권의 공치사가 한창이다. 해마다 재정이 빈약한 전북은 국가예산 확보에 목을 맨다. 국회의원의 역량을 말할 때 얼마나 국가예산을 잘 확보했는가가 평가기준이 된다. 올 국가예산을 확보할 때 전북은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탔다. 50명의 예결위에 들어갔어도 막판 15명 소위에 들어가지 못 하면 크게 힘을 못 쓴다. 사실 안호영, 정운천, 김광수, 이용호 4명은 막판 소위에 들어가려고 노력했지만 무산됐다. 자신들의 총선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막판까지 힘을 썼으나 한명도 끼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그간 3차례 들어가 성과를 거둔 경험을 갖고 있어 최선을 다했으나 명분에 밀려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북도는 소위에 전북 출신이 한명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에서 자유한국당이나 야권에서 공식적으로 전북관련 예산을 삭감하려고 달려들자 한동안 난감했다. 본격 심의에 들어가면서 송하진 지사가 당정을 오가며 서번전번(서울에서 번쩍 전주에서 번쩍)할 정도로 민첩하게 대응했지만 수가 보이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송 지사는 예산안을 짠 기획재정부에다가 전력투구한 것이 결국 운좋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하며 예산안 통과를 반대한 사이 민주당이 야권과 공조한 4+1 협의체가 전북한테는 행운이었다. 예결위 소위에 한 명도 없다고 낙담할 때 4+1에 유성엽, 김관영, 조배숙, 박주현 의원이 들어간 게 결정적 힘이 됐다. 올 국가예산 확보 때 엎치락 뒤치락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8.1%가 증액된 7조6058억을 확보했다. 가장 성공적으로 체면이 선 사람은 송하진 지사요, 다음으로 기재부 출신으로 법사위 소위에서 탄소진흥법이 계류될 당시만 해도 찬밥이었던 우범기 정무부지사가 되살아났다. 홍남기 부총리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가자 우 부지사가 친정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면서 숨은 진가를 나타냈다. 여기에 4+1에 포함된 유성엽, 김관영 의원의 막판 정치력이 결합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민평당 정동영 대표도 막판에 30억 지역구 예산을 나눠 먹는 데 성공했다. 총선이 딱 4개월 남았다. 몇몇 현역들은 존재감이 두드러질 정도로 국가예산 확보나 의정활동을 잘 하고 있다. 더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유권자는 선거가 있을 때만 대접 받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돌아간다. 잘 보고 잘 뽑으면 그런 일도 없고 전북도 산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15 16:49

셴펑 서점

중국 장쑤성의 성도인 난징(南京)에는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민영 서점이 있다. 셴펑(先鋒) 서점. 앞자리를 지킨다는 뜻을 가진 이 서점의 역사는 의외로 그리 길지 않다. 셴펑이 문을 연 것은 1996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상점과 유적지가 밀집되어 있는 타이핑난루에 다섯 평 남짓한 작은 책방으로 문을 연 것이 그 시작이다. 게다가 셴펑의 이름을 알린 것은 2004년 9월에 문을 연 우타이산의 본점이니 역사는 더욱 짧아진다. 그럼에도 셴펑은 우타이산 본점을 연지 5년 만에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CNN)이 되었으며 개관 10년째 되던 2010년에는 BBC가 셴펑을 세계의 아름다운 10대 서점으로 선정했다. 셴펑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출판인 김언호씨가 펴낸 <세계서점기행>을 통해서다. 그리고 두 번째. TV의 다큐프로그램으로 셴펑을 다시 만났다. 인문예술학술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이 서점의 운영방식은 놀라웠다. 독자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중심 공간을 마치 공공도서관 형식으로 바꾼 공간의 특성도 그렇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열정은 더 흥미로웠다. 사실 셴펑은 낡은 공간을 다시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바꾸어 도시를 일으키는 통로가 되었으니 성공적인 재생의 사례로 꼽을만하다. 3700㎡의 우타이산 본점이 들어선 곳은 당초 군용벙커였다. 한 시절 체육관 주차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이 공간은 지금 책의 보고가 되었지만 과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흔적들이 서점 곳곳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서점을 일으켜 세운 사람은 첸샤오화씨. 그는 칠판 글씨를 볼 수 없어 중학교를 중퇴했을 정도로 근시였지만 책을 좋아해 끝내는 인문정신을 파는 서점 셴펑을 만들고 확장시켜 이 도시의 랜드마크로 성장시켰다. 흥미로운 일은 또 있다. 해발 900미터, 불과 인구 100명 남짓한 산골오지마을에 셴펑 분점을 연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실어 나른 책 2만권으로 낡은 공간을 아름답게 채운 이곳 셴펑 분점은 1년 만에 세계 곳곳에서 독자들이 찾아오는 책마을이 되었다. 이 작은 마을의 변신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책의 가치가 반갑다. 난징에는 1000여개의 서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셴펑은 고도 난징의 12대 문화명소 의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난징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었다는 증거다. 도시의 문화와 정신을 상징하는 서점의 존재가 더욱 새삼스러워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12 17:36

이카루스의 역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는 왕의 노여움을 사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자신이 만든 크레테 섬의 미로 속에 갇힌다. 최고의 명장인 그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두 쌍의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섬을 탈출하게 된다. 그는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면서 너무 낮게 날거나 높게 날지 말라고 당부한다. 너무 낮으면 바다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으면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 위를 날던 이카루스는 너무 의기양양해진 나머지 아버지의 주의를 무시한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그만 밀랍이 녹아내려 바다에 떨어져 죽게 된다. 캐나다의 경영전략 학자인 대니 밀러(Danny Miller) 교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국가가 초기의 성과나 성공요인에 집착하다가 결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이라고 제시했다. 즉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자만심에 빠져서 예전의 성공 방식만을 고집하다가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이론이다. 재계의 성공신화로 불리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83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무역회사 직원에서 시작해 재계 2위 그룹의 총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4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도를 내고 해외도피 생활을 하는 등 영욕의 삶을 살았다. 김 전 회장의 성공신화는 지난 1967년 무역업체인 대우실업을 창업하면서부터다. 트리코트 원단과 제품 수출을 통해 크게 성공한 그는 1973년 토건회사를 인수해 대우실업과 합쳐 모기업인 ㈜대우를 출범시켰다. 이후 대우중공업과 대우전자를 세워 그룹 주력사로 성장시켰고 41개 계열사와 590개에 달하는 해외 법인을 거느린 재계 2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그 초고속 성장 배경에는 박정희 정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의 선친이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 은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몰락하게 된다. 전경련 회장을 맡은 그는 500억 달러를 빌려 외채를 갚고 수출 흑자를 통해 갚는다며 수출론을 내세웠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그에게 돈을 빌려줄 곳은 없었다. 결국 대우그룹은 해체됐고 17조 원이 넘는 추징금과 세금은 미납한 채 생을 마감했다. 성공이 오히려 실패의 아버지란 이카루스의 역설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11 17:43

측근 챙기기

2014년 8월 5일 취임 한달 만에 첫 휴가를 떠난 송하진 도지사가 백제문화 탐방중 안희정 충남지사와 오찬 자리에 최측근 김용무 교수가 동석해 논란을 빚었다. 김 교수는 그해 6.4지방선거에서 송 지사 선거캠프를 총괄한 절친이자 실세였다. 뒷말이 무성했던 휴가 동행 이야말로 둘 사이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그 이후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변신한 김씨가 4번 연임 문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도청 주변에서는 김 이사장의 거취문제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2014년 임용된 김 이사장은 2016년 2년 임기로 연임했으며 지난해 12월 1년 임기로 세 번 연임했다. 그런데 다시 1년 연임을 둘러싸고 도의회와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의회는 지나치게 도지사 측근을 챙기는 게 아니냐 는 질타와 함께 인사청문회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부실채권 책임에 따른 업무능력도 도마에 오른 건 물론이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도청 법무팀이 1년 더 연임할 경우 인사청문 절차 법률검토를 끝냈고, 청문회 절차도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인지 의회는 절차상 하자라고 딴지를 건다. 설령 연임이 결정됐더라도 이를 확정하기 위한 이사회가 임기만료 60일 전까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전북신보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었으나 7명의 이사 중 4명만 참석해 이사장 선임 건은 입도 떼지 못했다. 추후 이사회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는 송 지사와 김 이사장 간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풍문 속에 작년 도지사 선거를 염두에 두고 돌출 악재 발언을 우려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통산 2년 임기를 1년으로 쪼개서 딜 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송 지사의 자기사람 심기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악의 경제난속에 6개월 넘게 공석상태인 전주상의 사무처장에 도청 국장출신 내정설로 홍역을 치렀는 데도 그냥 밀어붙일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전북민간체육회장 선거도 본인이 수차례 중립의지를 밝혔음에도 특정 인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어쨌거나 말 많고 탈 많은 측근관리가 엉뚱하게 3선 출마로까지 비화된다. 아직까지는 시간도 변수도 많아 별다른 제스처야 없지만, 경우에 따라 해볼 만한 대진표가 짜여지면 떠밀려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불출마 한다고 해도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10 19:27

전북은행 창립 50주년

전북은행이 10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전북 유일 향토은행으로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 왔다. 몇차례 닥쳤던 금융위기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정도경영을 내세워 자력으로 극복 성장해온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1969년 12월10일 전북은행이 고고성을 울리며 영업을 시작한 곳은 전주 전동의 3층 건물(현 새보건약국)이었다. 당시 납입 자본금은 2억원, 도내 기업인들과 함께 도민 1인 1주(株) 갖기운동을 추동력 삼아 첫발을 내딛었다. 개점후 정기예금 제 1호 통장을 1967년 연두교서를 통해 지방은행 설립을 강조했던 당시 박정희대통령(10만원)에게 발급한 것이 이채롭다. 전북은행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애정은 출범초 실적으로 이어졌다. 창립 100여일만에 총 예금규모가 10억원을 넘어섰고, 총 대출금은 5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지점을 유치하려는 각 지역의 열망으로 1972년 영업점수는 10곳으로 늘었고, 같은해 3월에는 지방은행 가운데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1973년 도내 일반은행 예수금 가운데 점유율이 30.7%였으니 당시 도민들의 향토은행 사랑을 짐작할만 하다. 하지만 시련도 없지 않았다. 1970년대 3개 기업에 대한 대규모 여신 부실사태가 잇달아 빚어지면서 은행장이 바뀌는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무엇보다 최대 고비는 IMF 금융위기 당시 혹독했던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릴 때이다. 몸집을 줄이는등 각고의 자구노력으로 공적자금을 받지않고 퇴출이나 합병 위기를 극복하는 뚝심을 발휘한 것은 50년 역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전북은행는 행보의 폭을 더욱 넓혔다. 2011년 자산 10조원시대 개막과 함께 2013년 JB금융지주 설립을 통해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에 이어 광주은행을 인수했다. 특히 광주은행 인수는 항상 광주 전남에 밀리기만 했던 전북도민들에게 박탈감을 해소하고 자긍심을 안겨주는 쾌거였다. 2016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를 인수함으로써 지방은행으로서는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 글로벌 금융기업으로서의 토대를 다졌다. 창립 50주년을 맞는 전북은행 앞에 놓여진 과제는 결코 녹록치 않다. 최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의 수익성 건전성등 주요 지표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와 디지털 금융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픈뱅킹 확산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현안인 제3금융지 지정 및 금융타운 조성에도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처럼 도민과 함께 새로운 100년의 비상(飛翔)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09 17:30

국회의원 깜냥

중국 당나라 시대 때부터 인재를 골라쓸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준으로 삼았다. 중국의 정치제도나 문물을 들여다 쓴 우리도 똑같았다. 인재제일주의를 표방한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도 면접 때 이 기준을 놓고 인재를 골랐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골라 쓸 때 보는 관점은 비슷하다. 선출직은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더 높다. 조사결과 잘 생긴 후보쪽으로 붓뚜껑이 간다는 것. 영상매체 발달로 외모지상주의가 판쳐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내년 총선에 나갈 입지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너무 부정적이고 야박스럽게 후보를 본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갈수록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가 늘면서 나라 장래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더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그간 유권자들은 중앙 내지는 서울공화국 관점에서 후보를 평가해왔다. 대학은 SKY 출신인가 고시를 합격했는가 그리고 주요경력은 뭣인가로 깜냥이 되는지를 봤다. 흔히들 중앙집권적 사고에 물들어선지 우선 중앙 무대에서 활동했던 인물에 후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그리 간단치 않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말처럼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알기가 버겁다.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다 유능하고 훌륭한 국회의원 깜냥이 아니다. 어려움을 극복해서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히 올라갔어도 노출만 안됐지 얼마든지 아킬레스건은 있게 마련이다. 일찍 고향을 떠난 사람은 가려진 부분이 많아 더 그렇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십년간 공직생활을 마친 후 출마하려고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의 면면이 다가온다. 평소에는 고향 발걸음도 않던 사람이 고향이랍시고 찾아와 혀 짧은 소리하는 걸 보면 기가 찬다. 그간 도민들은 보수정권한테 홀대받아 찬밥신세였지만 인동초처럼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굳굳하게 고향 산천을 사랑하며 지켜온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때로는 불의에 항거하며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21대 총선은 너무 중요하다. 지금 정치판에는 어중이떠중이까지 나와 있어 깜냥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역들 한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 임기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한일이 뭣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간혹 지방대학을 나와 줄곧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을 역량이 떨어진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다. 그건 왜곡된 생각으로 잘못이다. 지금까지는 그밥에 그 나물마냥 새로운 인물이 없어 보인다. 무작정 중앙에서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후한 점수를 줄 게 아니라 인물됨됨이를 잘 살펴야 한다. 공직자 때 나라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봐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은 벌거숭이 임금님 마냥 모든 게 알려져 중앙에서 활동한 사람보다 불리할 수 있다. 지방에서 활동한 것이 결코 약점으로 작용해선 안된다. 얼마나 뜨거운 가슴을 갖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08 16:23

명창의 후예

이날치는 1800년대 활동했던 판소리 명창이다. 경숙이란 본명이 있지만 젊은 시절, 날치같이 가볍고 날쌔게 줄타기를 타 날치란 이름을 따로 얻었다. 담양 출신인 그는 대부분 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습 예인이었다. 당초 줄타기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판소리에 마음을 두어 명창 박만순의 수행고수로 들어갔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박만순이 자신을 하인 다루듯 하자 박차고 나와 서편제 대가인 박유전 명창의 수제자가 되었다. 서편제 소리 계보를 잇는 이날치는 수리성 성음에 큰 성량을 갖고 있는데다 탁월한 기량과 빼어난 발림으로 청중들을 압도 했다. 특히 슬프고 한 서린 대목을 잘 표현했는데,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실제 새가 날아들었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그의 소리를 이어받은 이는 손자 이기중이다. 할아버지만큼 이름을 얻진 못했지만 이기중 역시 신영채임방울김연수 등 당대의 명창들과 교류하며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흥보가> 의 박타는 대목이나 <춘향가>의 이별 대목, <심청가>의 밥 빌러가는 대목은 청중들을 감동시켰던 대목으로 꼽힌다. 그의 딸이 명창 이일주다. 이기중은 자신의 딸을 일찌감치 소리꾼으로 대성할 재목으로 눈여겨 엄하게 가르쳤다. 7남매 자식들의 앞길을 걱정해 소리까지 작파했던 그가 왜 큰딸을 소리꾼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리 배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딸을 바로 세워 무섭게 가르쳤던 덕분에 이일주는 오늘을 대표하는 명창이 될 수 있었다. 이일주의 높고 단단하고 제대로 쉰 치열한 소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조카 장문희 명창이다. 스물아홉 살, 대회 사상 가장 어린나이로 전주대사습 명창의 반열에 올라 주목을 모았던 그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을 이모이자 스승인 이일주 명창의 혹독하리만치 엄한 가르침으로 더욱 잘 다듬어 오늘날 가장 주목 받는 소리꾼이 됐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는 이일주 명창을 판소리에서 최고로 치는 자질, 다시 말하자면 구성 있는 목과 서슬을 갖춘 명창으로 꼽는데, 장문희 역시 이 목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옛 말이 틀리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가업으로 판소리를 잇는 소리꾼이 거의 없다. 40대 젊은 명창 장문희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한 눈 팔지 않고 전통 판소리 전승에만 전념해온 장문희가 다섯 시간이 넘는 심청가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명창의 후예다운 묵직한 걸음을 마주하니 반갑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05 17:21

공원일몰제

자치단체가 공공의 복리증진을 위해 도로와 공원 학교 주차장 운동장 유원지 하천 등 기반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지정되면 건축과 공작물 설치 등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때문에 도시공원을 지정만 해놓고 장기간 방치하다 보니 토지소유주들이 재산권 침해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이 같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00년 7월 이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놓고 20년 이상 시설을 만들지 않으면 그 효력이 상실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것이 공원일몰제다. 공원일몰제 도입으로 내년 7월부터 공원 부지의 효력이 상실되는 면적이 전국적으로 1만9600곳, 340㎢에 달한다. 축구장 5만 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전북은 공원일몰제 대상 부지가 691곳, 24.51㎢에 이른다. 문제는 20년간 개발하지 않고 방치해 온 공원 부지를 해제하지 않으려면 자치단체에서 매입해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매입비용이 소요된다. 전주시는 덕진공원과 기린공원 황방산공원 산성공원 등 도시공원 15곳, 1447만㎡를 해제하지 않고 매입하기로 했다. 공원 부지 매입비용만 3500억원, 공원시설 조성비로 8000억원 등 총 1조1500억원이 들어간다. 전주시는 우선 지방채를 발행해 매입비용을 충당할 계획이지만 재정여건상 막대한 공원조성비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군산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27곳 가운데 중점관리 공원 5곳에 대해 자체 예산 750억원을 투입해 사들이고 나머지는 추후 매입할 계획이다. 부지매입과 공원시설비로 대략 4000억원 정도 필요하다. 익산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19곳 중 마동모인수도산팔봉공원 등 도심권 5곳을 민간개발방식으로 추진한다. 약 3000억원 정도 매입비용은 절감되지만 민간개발 사업자에 대한 특혜시비 소지도 낳고 있다. 정부는 자치단체가 공원 조성 목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비용을 최대 70%까지 지원하고 토지은행을 활용해 공원 조성비용을 조달하게 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자립 여건이 열악한 도내 자치단체로서는 공원일몰제가 큰 재정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지원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04 18:28

'암 마을' 막전막후

제가 처음 익산 장점마을을 찾은 게 불과 석달 전이다. 지난 9월 추석을 전후해 두 차례 전북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원우들과 함께 격려금을 전달하고 주민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 마을과 관련된 소식은 집단 암 마을이라는 게 고작이다. 왠지 모를 선입감 때문인지 발길이 무거웠지만 막상 마을로 들어서면서 생각보단 훨씬 정겹고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여느 동네처럼 잘 가꿔진 진입로 너머로 둥지를 튼 깔끔한 집들이 인상적이었다. 첫 방문 때와 달리 두 번째 우리 일행을 맞는 주민들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웃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 문상 갔다 오는 길이란다. 18년 동안 이어진 죽음의 터널에서 아직도 고통과 아픔은 이들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살아있는 주민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 혹시나 나도 걸리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과 피부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2016년 전북일보가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회문제화 됐다. 앞으로도 암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면서도 울분을 토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고통 받고 죽는데도 익산시는 물론 도청, 환경부, 정치인까지 나몰라라 한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수십 차례 하소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며 절망의 눈빛이 역력했다. 마침내 지난달 14일 환경부가 인근 비료공장 원료인 원초박 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사태해결의 포문이 열렸다. 이후 언론에서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이슈화 되고 있다. 행정기관자치단체도 앞다퉈 각종 예방대책과 지원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마을상황이 궁금해 어제 최 위원장과 통화했다. 그는 대뜸 환경부 등 중앙부처는 익산시에만 책임을 떠넘긴다. 관리 감독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익산시도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아 답답하다 며 닥터헬기로 유명한 이국종교수 얘기를 꺼낸다. 언론에서 요란하게 떠들고 현장에서 건의해도, 행정의 중간관리자 때문에 안 바뀐다 고 응급의료체계 허점을 격정 토로한 이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그런 가운데 익산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소식을 접했다. 떠들썩한 언론보도용 사과나 대책발표 보다는 당장 절실한 문제해결에 나선 후, 제도장치 마련을 통해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구체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은 고기 잡는 방법보다 물고기를 줘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03 19:50

순창군의 스포츠 마케팅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스포츠 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기법으로 스포츠 마케팅 개념이 도입됐다. 스포츠와 관련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 유통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영방식이다. 스포츠 의류 및 용품 제조업체에서는 매출증대를 위한 홍보활동으로, 팀이나 경기연맹등 스포츠 단체에서는 보다 많은 재원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일반기업들은 기존 광고활동을 보조해주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스포츠 마케팅 개념을 원용 도입하고 있는 지자체가 점차 늘고 있다. 각종 대회나 전지훈련등을 유치함으로써 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선수와 임원진을 비롯 응원단 등이 대회나 훈련기간 동안 지역에 상주함으로써 지역내 숙박업소와 음식점등 관련업소가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 못지 않게 지역의 이미지 제고 및 홍보등 간접적 성과도 적지 않다. 지역내 명소와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고, 특산품등을 구입함으로써 지역을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기여한다. 지역축제나 경관농업 관광객이 한철만 찾는것에 비하면 스포츠 마케팅과 연계된 방문객 유치는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도 높다. 도내서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두고 적극 나서고 있는 지자체로 순창군을 비롯 고창군, 전주시, 군산시, 진안군 등이 꼽히고 있다. 군(郡)단위 지자체의 경우 경기장이나 숙박시설 등의 미비로 국제대회 유치등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갖춘 인프라와 무엇보다 쾌적한 환경과 기후를 강점으로 내세우면 얼마든지 국내 이벤트 유치는 가능하다. 스포츠 마케팅에 선도적인 순창군이 지난주 데일리스포츠한국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제1회 대한민국 생활스포츠대상 스포츠 마케팅 부문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들어 40여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해 거둔 성과등이 스포츠 저변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순창군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실내 돔구장과 야구축구 경기가 가능한 다용도 보조구장을 건설해 대회는 물론 4계절 전지 훈련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미 2월말 까지 각종 대회 및 전지훈련 일정이 꽉차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발전의 한 전략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02 17:11

세밑단상

세밑에 바라본 정치권과 전북의 현실은 암울하다. 안보상황이 크게 위협 받지만 정치권은 연일 당리당략에 따라 싸움만 일삼는다. 망국병인 사색당파 싸움이 그대로 이어진다. 민생이 도탄에 빠져 못살겠다고 아우성인 판에 국회는 세금만 먹는 하마가 된지 오래다. 패스트트랙 정국에 묶여 국회가 한발짝도 못 떼고 있다. 국회가 제대로 열려야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되고 있다. 전북도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다. 국가예산 확보가 걱정이다. 지난해는 예결특위 소위에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들어가 큰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예결위에 4명이 들어가 나름 큰 기대를 걸었으나 단 한명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설령 정부예산안에 반영됐다고해도 마지막 소위에서 칼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전북은 자체 경제력이 약하므로 중앙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해마다 그래서 국가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노력했던 것. 국가예산 확보는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각 시도가 온갖 연줄을 총동원,사생결단식으로 총력을 경주한다. 최근 부결된 탄소소재법만해도 전북도나 정치권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게 잘못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효성에 와서 약속한 사항을 너무 믿었던 게 문제였다. 법사위 민주당 송기헌간사와 전북 출신 기재부 담당관이 반대논리를 펴서 부결되었다. 정운천의원이 대표발의한 안건이라 정의원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원을 설득했지만 사단은 오히려 믿었던 정부 여당쪽에서 벌어졌다. 기재부 출신 우범기 정무부지사 책임논란이 그래서 빚어진 것. 서남대 퇴출로 제기됐던 남원공공의료대학원 설립도 기대감이 컸지만 결국 자유한국당 반대로 무산됐다. 우리 정치는 청와대와 국회 여야 원내대표 등 소수가 이끌어 간다. 민주당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몇몇이 좌지우지 한다. 5개정파로 나눠진 전북 출신의원들은 그 권역에 못 들어가 변두리에서 들러리만 선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을때 민주평화당 정동영대표가 들어갔지만 기념사진 정도 찍고 돌아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4선의 정대표가 한때 여권 대선 주자로 잘 나갔으나 지금은 지지도 2%대의 군소정당 대표로 전락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민주당에 협조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기대할 게 없다. 180만 인구 붕괴가 초 읽기에 들어간 전북은 이 정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을 친구라고 지칭해서 기대감을 갖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별 것 아니다. 이 정권 실세들과 자유롭게 통섭할 구조를 갖고 있지 않아 더 그렇다. 인적네트워크가 약한게 흠이다.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한테 지지한 64.8%가 현실정치로 연결이 안되다보니까 전북이 힘들다. 그렇다고 도민들이 자존심 상하게 울 수도 없어 더 어렵다. 이제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바로 호남에서 탈피해 전북홀로서기 말이다. 총선 때 선거판을 크게 흔들어대면 가능하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01 16:33

장점마을과 연초박

2001년, 100여명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 가까운 곳에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섰다. 얼마가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역한 냄새와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불행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하나둘 병을 얻어 투병생활을 하다 사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장이 들어선지 18년. 병을 얻은 주민은 22명이나 됐다. 이들 중 14명이 세상을 떴다. 10년 전쯤에는 공장에서 배출된 폐수로 인해 마을 방죽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익산 장점마을 이야기다. 주민들은 수년 동안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얻지 못하자 직접 조사에 나섰다. 주민들이 지목한 곳은 비료공장. 오랫동안의 조사 끝에 이 공장이 담뱃잎 찌꺼기를 가공해 비료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은 담배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 폐기물이다. 문제가 있었다. 연초박이 연소 과정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발생시키는 물질이었던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 이곳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발암물질 때문이라는 주민건강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공장은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꽤 오랫동안 비료의 원료로 들여와 사용했다. 비싼 유기질 비료를 만들기 위해 연초박을 들여온 곳은 KT&G 신탄진 공장.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들여온 양만도 2242톤이나 됐다. 퇴비로나 사용할 수 있는 폐기물이니 아마도 값싸게 구했거나 외레 처리비용을 받고 얻어와 비료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피해를 호소해온 주민들에 의해 수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공장에 대한 행정처분이 전부. 그동안 10여 차례의 행정처분을 받았던 공장은 지난 2017년 폐업했으나 마을의 비극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후였다. 연초박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공장처럼 연초박을 퇴비로 쓰기 위해 반입한 공장이 전국적으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는 도내에도 익산의 또 다른 업체와 완주의 업체에서 연초박을 위탁해 처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비료공장인 이 업체들이 퇴비로 쓸 연초박을 비료를 만드는 원료로 쓰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돌아보면 연초박과 같은 유해물질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많다. 장점마을의 교훈이 새삼 커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1.28 19:40

실효성 없는 인구정책

지난 2012년 출산장려금 제도를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해남군은 지난해 출산율이 1.89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북의 출산율 1.04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해남군은 첫째 자녀를 낳으면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은 720만원을 지급하면서 한때 출산율이 2.47명까지 올라가도 했다. 그렇지만 해남군의 인구는 2009년 8만1000여 명에서 지난해 7만1900여 명으로 계속 감소 추세다. 해남군이 출산율은 높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출산장려금만 받은 뒤 다른 지역으로 전출 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해남군의 출산장려금 제도를 좋지 않은 사례로 꼽았다. 일시적인 출산지원금으로는 인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 낳기 보다는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 전라북도가 엊그제 인구 유입정책으로 모든 체류자에게 도민증을 발급해서 거주자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고 청년들에게 정착지원금 지급과 출향인의 고향 회귀 유도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인구 180만명 붕괴를 앞둔 절박한 상황에서 인구 늘리기를 위한 묘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을 못 거두고 있는 출산장려금 제도처럼 이러한 인구 유입정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도민증 소지자에게 박물관이나 체육관 등 공공시설 이용료를 할인해주고 청년 취업자에게 1년간 월 30만원씩 지원하는 인구 유인책은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구 늘리기는 자치단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할 문제다. 유럽의 고출산국가들을 보면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때 출산율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던 프랑스가 출산 강국이 된 데는 결혼과 보육 양육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프랑스는 총 GDP의 2.94%를 저출산 해결에 쓰고 있고 2017년 합계출산율이 2.07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GDP의 1.1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여기에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교육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면 젊은층이 지역을 떠날 이유가 없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1.27 18:29

정동영의 길

얼마 전 50대기수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총선 불출마선언을 통해 세대교체론을 쏘아 올렸다. 이때 정치권에선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의원 대항마로 점찍은 임 전실장의 폭탄선언으로 뒷 얘기가 무성했다. 정 의원의 출마의지가 확고해 뜻을 접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어찌됐든 정 의원의 정치적 무게감을 새삼 실감하는 불출마였다. 물론 지금의 존재가치가 돋보인 건 본인의 자기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11년 12월 1일 정 의원이 서울 종로출마를 선언했다. 내리 4선을 기록하며 쉽게 당선될 수 있는 무주진안장수 지역구를 마다하고, 격전지인 정치 1번지에서 내년 총선승리정권교체 밀알이 되겠다 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당시 거물 홍사덕 후보를 꺾은 데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대권주자 오세훈 후보를 제치면서 일약 6선 의원으로 대권반열에 올랐다. 그때까지 그의 정치적 역량에 의문부호를 가졌던 사람들도 연거푸 거물급을 제압하는 뚝심을 보며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변혁 대안신당 이어 무소속 이언주, 이정현 의원이 신당창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승리 방정식을 위한 정치권의 이합집산 움직임과는 달리 여야 3선이상 중진에 대한 물갈이 요구도 거침이 없다. 여야 대표급 이해찬,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화했고, 나름 존재감을 뽐냈던 초선 의원들도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불출마대열에 동참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전북 정치권의 물갈이 요구도 예외일 수 없다. 텃밭이란 기울어진 운동장 에서 영광을 누렸던 3선 이상 금배지들의 거취에 주목한다. 지역구 어느 곳 하나 안심할 수 없는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데 그중에서도 4선 정동영 의원의 최종 선택지가 궁금하다. 호남과 수도권출신 의원 중심으로 제3지대 창당이 암중모색되는 가운데 현재 당대표 프리미엄에 전국적 지명도를 감안할 때 총선용 간판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그에게는 화려한 순간도, 고난의 연속도 결코 짧지 않았다. 2007년 대선패배, 2008년 동작패배, 2012년 강남패배, 2015년 관악을 보선패배로 만신창이 칩거할 때 고향의 전주 유권자들이 당선시켜줌으로써 다시한번 명예회복의 길을 터줬다. 그렇다면 이젠 고향이 아닌 수도권에서 전북의 자존감을 곧추세우는 일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그의 결단이 기다려진다. 개인 명예뿐 아니라 당을 살리고 전북도 살리는 길을 찾으라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1.26 17:37

국경 넘는 오염물질

환경문제는 비단 한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땅과 바다로 지구가 붙어 있는 한 환경오염은 어떤 형태로든 이웃 국가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각 국가간에 오염원(汚染源)을 비롯 처리비용 부담문제등을 놓고 분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국가에서 배출한 오염물질이 인접 국가의 환경을 악화시킨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19세기 중엽부터 1세기 동안 영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로 피해를 입은 북구(北歐)의 스웨덴이 꼽힌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연료로 사용한 석탄에서 배출된 매연은 바람을 타고 스칸디나비아 반도 전역으로 퍼졌다. 수많은 숲이 파괴되고 호수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스웨덴은 토질과 수질 분석 결과 오염물질중에 포함된 이산화황(SO₂)성분이 대기중 수증기와 결합해 산성(酸性)비를 내렸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문제는 국제 이슈화 되면서 197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스웨덴의 주장을 인정했고, 1979년에는 스웨덴의 연구 결과를 부인하던 영국을 포함한 유럽 31개 국가가 서명한 월경(越境)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을 이끌어냈다. 국경을 넘어온 오염물질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국제적 연대를 통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지난 20일 겨울이면 사회적 재난으로 부를 정도로 심각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관련 주목을 끈 보고서가 발표됐다. 동북아 세 나라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 오염물질(TLP) 국제공동연구라는 협력사업을 수행해 왔다. 각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상대국가로 어떻게 또 얼마나 흘러가는지 등을 공동으로 연구해온 것인데 이 결과를 합의해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연구에 착수한지 무려 19년 만의 결실이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미세먼지(PM2.5)의 32%가 중국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한반도 미세먼지에 대한 자국의 영향을 줄곧 부인만 해왔던 중국이 처음으로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문제는 이제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 일단 어렵게 상호협력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3개국간 지속적 협력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월경성 대기오염 물질협약같은 구속력을 갖는 국제협약을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의 자체적인 미세먼지 감축 노력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1.25 20:00

야권 단일화가 관건

지금 같은 정치구도가 계속되면 내년 총선 결과를 점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 등 5개정파로 나눠져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전북은 정파가 많지만 도민들의 정서가 엇비슷해 인물본위로 갈 공산이 짙다. 국민의당으로 당선된 이용호의원이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친 여권이고 유성엽의원이 민주평화당에서 대안신당으로 떨어져 나왔지만 달라진게 없다. 연말이 지나면 합종연횡이 이뤄지겠지만 선거구도가 민주당 대 야권단일화로 가야만 경쟁정치가 펼쳐질 것이다. 선거판이 만들어졌으나 아직까지 눈에 띈 후보가 안 보인다. 3선을 넘은 다선의원은 큰 정치인이 되려면 대권을 넘봐야 한다. 그게 안되면 더 이상 선수(選數)를 늘리는 게 무의미하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 결국 후배들의 진로를 가로 막는 사람으로 자칫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 있다. 결국 한번 더 하는 게 의미없이 본인의 호구지책용 밖에 안된다. 그래서 다선은 수도권 등 험지로 나가야 한다.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도권에서 살아남아야만 정치력을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내년 선거 결과가 향후 전북정치권의 진로를 좌우하기 때문에 그 어느때 선거보다 중요하다.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전북경제를 견인하려면 정치권부터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도민들의 바람이다. 전북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절박하다. 그간 문재인 정부에 나름대로 큰 기대와 희망을 걸었으나 기대했던 것 만큼 성과를 못거뒀다. 그래서 전북몫을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호남권에서 탈피해 전북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가려면 명망가도 중요하지만 국가예산을 잘 확보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간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바람선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제대로 된 사람을 뽑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나 각종 선거때마다 묻지마 투표를 한 게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운좋게 뽑혀 임기동안 그들만의 잔치판만 펼쳤다.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깜냥이 되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검증해야 한다. 일정한 직업없이 정치 한답시고 철새마냥 왔다 갔다 한 사람은 예선서 탈락시켜야 한다. 요즘 국가예산 확보철을 맞아 송하진 지사가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하는 인물이 없다보니까 예산철만 닥치면 송 지사 옆에 원군이 없어 안절부절한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는 한 전북발전은 요원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을 친구라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의 친구는 전국민이다. 특별히 전북만 챙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안된다.경쟁의 정치가 살아나야 지방정치도 발전한다. 국회의원을 잘 뽑으면 지사 시장 군수등을 유능한 사람으로 뽑을 수 있다. 지역구가 줄 수 있어 일당백 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전북이 꼴찌를 탈피하려면 모든 면에서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 내년 총선때 기회를 못살리면 전북은 더 이상 희망을 걸 수 없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1.24 16:26

경기전의 태조어진

전주의 귀한 공간 경기전의 가을이 깊어졌다. 전주의 가을은 이곳, 경기전 은행나무가 제 잎을 노랗게 물들이고 마침내 옷 벗을 채비를 하면 끝을 맞는다. 경기전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안고 있지만 은행나무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 경기전 풍경은 그 자체로도 귀한 선물이다. 유교를 국교로 택해 예를 중시했던 조선왕조는 그 실천을 위한 건물을 건립했다. 왕과 왕비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기 위한 진전(眞殿)도 그들 중 하나다. 경기전은 조선왕조 개창자인 태조어진을 모신 진전이다. 태조 어진을 모신 진전은 전주와 태조가 태어난 영흥, 태조가 성장한 개성, 고구려 수도였던 평양,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세워졌으나 모두 불에 타고 경기전의 태조어진만 살아남았다. 진전은 몇 분의 어진을 모셨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형식이 달라졌다. 경기전처럼 한 분의 어진을 모시는 곳과 선원전처럼 여러 왕의 어진을 모신 곳이 그것이다. 경기전은 당초 태조 어진 만을 모신 공간이었으니 다른 진전들과 구별되거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후 경기전에는 태조 어진과 함께 세종 정조 고종 영조 철종 순종의 어진이 함께 봉안됐다. 경기전 정전(正殿)에 다른 어진들을 함께 모신 것을 두고 경기전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더해졌던 것은 그 때문이다. 어진의 의미도 다르다. 태조어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대의 경기전을 위해 새로 제작된 것들이다. 초상화의 왕국이었던 조선시대 왕들이니 초상이 얼마나 활발하게 제작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전란을 견디고 화재를 피하여 살아남은 어진은 태조와 영조 어진뿐이다. 오늘에 남아 있는 다른 왕들의 초상은 모두가 추정으로 그려진, 이른바 상상도나 다름없는 셈이다. 살아남은 어진 중 태조어진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린 전신상으로는 유일한데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최고봉으로 꼽힐 정도로 그 의미와 가치가 특별하다. 회화사를 전공한 사람들에게 경기전이 성지 같은 곳이었던 이유도 여기 있다. 경기전 안 뒤편 뜰에 어진 박물관이 건립된 이후 정전에 있던 왕의 초상들은 박물관 안으로 옮겨졌다. 전시실은 공간의 역사성을 담지 못했으나 왕의 초상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분주해졌다. 사실 1년 중 대부분 전시실에서 만나는 태조의 초상은 모사본이다. 진본 보존을 위해 1년에 한번, 20여 일 동안만 공개되기 때문이다. 태조어진 진본이 지금 공개되어 있다. 27일까지 어진박물관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시간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1.21 19:32

살찐 고양이법

살찐 고양이라는 말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Frank R. Kent)가 1928년에 출간한 정치적 행태(Political Behavior)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당시 정치자금을 많이 내는 부자나 특혜를 입은 부자들을 살찐 고양이로 비유했다. 1960년 미국 대선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부유층으로부터 많은 선거자금을 지원받는 존 F. 케네디 후보에 맞선 휴버트 험프리 후보가 나는 살찐 고양이(fat cat)의 지원을 받는 후보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살찐 고양이는 탐욕스러운 자본가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당시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파산하면서 금융업계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으로 어려움 겪는 상황 속에서도 미국 월가의 은행가들은 거액 연봉과 보너스에 세제 혜택까지 누리자 이들의 행태를 비꼬아 살찐 고양이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살찐 고양이법은 공공기관 임원의 급여를 제한하는 법령이나 조례를 일컫는다. 프랑스는 지난 2012년 공기업의 연봉 최고액이 사내 최저 연봉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직원 중간값의 몇 배인지 공개하도록 규정해놓았다. 스위스는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6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민간기업 최고경영자와 공공기관 임원 연봉을 각각 최저 임금의 30배, 10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최고임금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4년째 법안 심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자치단체에선 지난 5월 부산시에서 처음 살찐 고양이법 조례가 제정, 공포됐다. 시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됐지만, 행정안전부의 반대와 부산시장의 공포 거부 등 2차례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시행됐다. 이후 7월에 경기도가 2번째로 도입했고 울산시 경남도 대전시 등도 잇따라 제정했다. 전라북도는 정의당 최영심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살찐 고양이 조례가 지난 19일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서 두 차례나 보류됐지만 도내 공공기관장과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의 각각 7배와 6배 이내로 제한하는 원안대로 가결돼 본회의 의결을 남겨 놓고 있다. 살찐 고양이법이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1.20 17:54

향우회도 ‘탈 호남’

우리나라에 삼불패(三不敗)가 있다.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 3개의 조직, 이를테면 고대동문회, 해병전우회, 호남향우회를 일컫는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한때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즈의 전성기시절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며 전국을 누볐다. 목청껏 응원하면서 호남인의 결속력을 과시하며 똘똘 뭉쳤다. 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호남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외로움과 설움을 참고 견뎌냈다. 아무리 터놓고 지낸 사이일지라도 밝히기를 꺼려한 이런 아픔이 있었기에 서로 의지할 울타리가 절박했다. 호남향우회가 그런 배경 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급속하게 성장해왔다. 전북이 그런 슬픈 역사의 호남향우회에서 분가, 독립을 선언했다. 전북사람으로 살아가며 스스로 제몫을 찾기 위해 홀로서기를 선택한 셈이다. 이들은 그간 호남향우회에 몸담고 활동하면서 광주전남에 비해 나름 소외감을 겪었다고 술회한다. 지난 10일, 13일 각각 성남과 인천에서 열린 전북도민회 출범에는 1000여명이 넘는 고향 사람들로 붐벼 행사장이 비좁을 정도였단다. 여세를 몰아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총회를 통해 전북사람들의 애향심과 자긍심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타향살이 전북사람은 340만명 정도인데 이중 300만명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김홍국회장 취임이후 재경도민회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탈 호남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다. 수도권 지역 전북도민회 창립이 잇따르면서 이같은 기류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체적인 흐름은 송하진 지사가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전북 몫 찾기 운동을 공식화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호남으로 묶인 전북은 여태까지 광주전남에 비해 공공기관은 물론 국가예산,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겪어야 했다. 최근 논란이 된 국회 예결소위 전북배제가 대표적이다. 예상한대로 민주당 호남몫 1명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정부 산하단체, 금융권, 기업에 이어 신문까지도 호남본부로 통폐합, 광주전남으로 이전한 지 꽤 오래다. 전북이 호남 범주에 엮이면 하등 좋을 게 없다. 광주전남과 동등한 지위는커녕 오히려 들러리 역할만 한다. 그럴 바에야 지금이라도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과 부딪치며 싸워야 제몫을 차지할 수 있다며 전북도민회 출범을 격려한 출향인사의 조언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1.19 17:44

지역화폐 명암

전국 지방 자치단체들 사이에 지역화폐(지역사랑 상품권) 도입 열풍이 불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자체는 지난해 66곳에서 올해 10월말 현재 177곳으로 1년 사이 2.6배나 늘었다. 광역시 포함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72.8%에 달한다. 전북 역시 정읍시가 연내, 익산시가 내년초 도내 최초로 충전식 카드형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14개 지자체중 전주시를 뺀 모든 시군이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전주시도 올 상반기에 전주형 공동체 화폐 시범사업을 마쳤다. 지역화폐 발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규모도 올해 조 단위를 넘었다. 전국적으로 올해 8월 까지 1조6044억원 규모의 지역화폐가 발행돼 2016년(1168억원)에 비해 3년사이 13.7배나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는 2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도의 규모는 4335억원으로 인천시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도내에서 발행규모가 가장 큰 지자체는 군산시다. 현대조선소 가동중단에 이어 지난해 한국GM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군산사랑상품권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발행을 시작해 4개월만에 910억원 상당을 판매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3000억원을 발행 판매했다. 종이 상품권에 이어 최근 발행한 모바일 상품권도 40일만에 판매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지역화폐의 양적확대는 결제액의 최고 10%에 달하는 캐시백(할인지원) 매력이 주민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캐시백으로 주어지는 결제액의 4%는 국비로 지원되고, 나머지는 지자체 부담이다. 문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역화폐 판매가 늘면서 지자체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누적 시비 부담이 468억원에 달한 인천시는 최근 결제 기준액을 월 3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캐시백 요율을 종전 결제액의 6%에서 3%로 낮추는 출구전략을 채택했다. 지역화폐 발행 모범사례로 꼽히는 군산시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군산시는 캐시백으로 258억원(할인율 10%)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국비 4%를 뺀 155억원(6%)이 지자체 재정에서 지출됐다. 재정자립도 21.6%에 불과한 군산시 형편으로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재정부담이다. 지역화폐의 활성화는 캐시백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비지원이 되고, 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가 무한정 재정부담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공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금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지역화폐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재정투입 규모를 고려해 캐시백 요율을 조정하고, 지역화폐의 또 다른 기능인 지역 공동체 복원등의 본래 가치를 살리기 위한 대안등을 마련해야 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1.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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