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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네트워크'

올림픽처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무대는 아니었으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개막식으로 주목을 모았던 국제행사가 있다. 2010년 가을, 서울에서 열렸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다. 행사 조직위원장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1988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으로 문화의 창조력과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던 그의 아이디어는 이 행사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신명난 가락에 흩날리기 시작한 벚꽃이 다시 그 소리를 타고 흩어져 객석으로 날아들었던 개막식. 소리의 신명과 첨단 디지털과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은 객석을 압도했다. 서울 무지개란 주제의 개막식 공연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4D기술이 접목된 세계 최초의 4D 디지로그 아트공연이었다. 용어도 생소했던 디지로그 아트 공연은 당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실제 퍼포먼스를 위해 딱 하루 연습했다는 후문이 있다. 행사의 백미는 또 있었다. 코엑스 본회의장에 내걸렸던 2010장의 면 티셔츠 퍼레이드다. 배너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티셔츠 물결은 생각을 뒤집는 또 하나의 창조였다. 티셔츠 네트워크라 이름 붙인 이 퍼포먼스 역시 이 위원장의 아이디어였는데, 그 취지와 배경을 인터뷰로 들은 적이 있다. 아이디어의 뿌리는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물들였던 붉은 악마의 붉은색 티셔츠. 1천만 명의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졌던 티셔츠 파워를 주목했던 이 위원장은 이 파워를 다시 문화적으로 해석해 티셔츠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덧붙인 설명이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으로만 네트워크를 맺을 뿐 생명을 가진 몸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소홀합니다. 티셔츠 네트워크는 아날로그의 새로운 반역이자 반동의 표현이에요. 티셔츠 네트워크의 기발한 창조성은 퍼포먼스로만 끝나지 않았다. 2010장의 티셔츠는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그 수익 전액은 아이티 난민에게 보내졌다. 연말, 문화부가 문화도시를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도시들이 내세운 주제를 보니 거개가 지역의 전통적 환경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티셔츠 네트워크를 떠올린 것은 그 때문이다. 인터넷 힘이 대단하다해도 창조적인 문화의 힘을 넘어 설 수 없다는 이 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 문화도시들이야말로 주민들의 창조적 재능을 끌어내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지역에서는 완주가 문화도시 지정 전에 거쳐야 하는 예비도시로 선정되었다.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문화도시로 가는 완주가 창조적 힘을 더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1.02 17:35

유스퀘이크와 21대 총선

지난해 12월 국제 정치무대에서 핀란드의 산나 마린 신임 여성 총리가 큰 주목을 받았다. 핀란드의 역대 최연소 총리이자 세계 현역 지도자 중 최연소로 연일 화제를 낳았다. 1985년생, 만 34세에 총리에 오는 그녀는 첫 내각 인선도 파격이었다. 장관 19명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고 경제부 교육부 내무부 등 주요 부처에는 30대 장관을 앉혔다. 마린 총리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가 동성과 결혼하면서 엄마가 둘인 가정에서 자랐다. 가정 형편상 15살 때부터 빵 공장에서 일했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영업사원으로 뛰었다. 27살 때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지난해 6월부터 교통부 장관을 맡았다. 신세대답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면서 핀란드의 정치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2017년 10월 뉴질랜드의 최연소 총리에 취임한 저신다 아던(39)도 워킹맘 정치인으로 화제를 뿌렸다. 취임 8개월 만에 6주간 출산휴가를 가고 지난해 9월 유엔회의장에 생후 3개월 된 딸을 안고 참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 정치무대에서 30대가 뉴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마린 총리와 아던 총리를 비롯해 알렉세이 곤차룩 우크라이나 총리(35) 카를로스 알바라도 코스타리카 대통령(39)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38) 오스트리아 총리 재선을 앞 둔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35) 등이 새로운 정치 리더로 부상했다. 기성 정치권의 정체와 폐단에 대한 염증이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뉴 리더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터그램 등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유권자와 소통하고 탈권위적인 행보로 국민들과 공감하면서 지지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유스퀘이크(youthquake)로 대변한다.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로 젊은이들의 행동과 영향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 국회의원 300명 중 20~30대는 단 3명으로 1%에 불과하다. 평균 나이는 만 55.5세다. 20~30대가 전체 인구의 27%를 넘지만 정치권의 진입 장벽은 너무 높은 게 현실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젊은 층 끌어안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40살 여성 장애인과 27살 청년을 영입 12호로 발표했다. 정치 리더십의 새로운 변혁을 위해선 정치권이 젊은 층에게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31 15:13

제야(除夜)

기해(己亥)년 마지막 날을 맞았다. 우리 선조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제일(除日)이라 했으며, 섣달 그믐날 밤을 제야(除夜) 또는 제석(除夕)이라 했다. 제(除)는 옛 것을 없애고, 새 것을 내는 것을 의미했다. 이날이면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했다. 가는 해를 먼지 털 듯이 털어내고 묵은 것을 다 쓸어버려야 액(厄)이 모두 물러나고 새해에는 복이 깃든다고 믿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제야의 풍습은 세계 각 나라 마다 특색을 갖고 있다. 서양에서는 대도시 마다 불꽃놀이등 요란한 행사를 벌인다. 그 중에서도 마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 제야행사가 특히 유명하다. 11시59분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대형 크리스탈 공인 제야의 공(New Years Eve Ball)이 옥상에서 낙하함과 동시에 형형색색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엄청난 색종이가 휘날리면서 절정을 이룬다.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서양의 제야행사와 달리 동양의 행사는 비교적 차분하다. 우리도 과거 사찰에서는 중생의 백팔번뇌를 없애기 위해 108번 타종했다고 한다. 이 풍습을 이어받아 서울 보신각을 비롯 전주 풍남문 등 전국 곳곳에서 그믐날 자정에 33번의 타종으로 새해 첫날이 왔음을 알린다. 33번의 타종은 불교의 수호신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天)에게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 이제 기해년도 저물어 간다. 어느 한해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을까마는 특히 2019년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언제 올해 만큼 혼동의 시기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정치 사회등 모든 분야에서 온 나라가 대립과 갈등으로 소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년 한국 사회의 변화 궤적을 비교적 적확하게 짚어온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가 올해처럼 가슴속에 와닿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교수들이 추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공명조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로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인 새인데, 두 머리가 서로 질투를 하면서 상대를 죽이려고 독이 든 열매를 먹이지만 함께 죽는다는 얘기다. 상대를 죽이고 나만 살고자 한다면 결국 공멸하게 되는 공동 운명체라는 의미다. 조국 사태로 표출된 정치 이념의 양극화는 해가 바뀌어도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 4월 총선을 맞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으로 갈린 진영논리가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와 국민통합을 저해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정치권과 미디어 그리고 유권자들 개개인의 자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30 17:18

대권으로 갈 사람

국회의원이 막강한 행정부를 견제하려면 도덕성을 확보하면서 박학다식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주임무가 입법활동이어서 시대정신과 인권신장 그리고 서민들이 겪는 고충이 뭣인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예전처럼 3김 아날로그 시대에는 학식이 떨어져도 돈과 정치적 수완만 있으면 국회의원을 해먹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전문가시대라서 전문성이 떨어지면 의정활동 하기가 버겁다. 잘 훈련되고 학식이 풍부한 행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부처업무를 따져보기가 쉽지 않다. 주로 국회의원들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역량을 해당 부처에서 더 훤히 꿰뚫고 있다. 의정활동의 하이라이트인 국정감사 때 부처 관련공무원들이 긴장하지만 어떤 의원은 자료요구만 잔뜩 해놓고 정작 감사 때는 질의도 안하고 넘어간다. 평소 송곳질문으로 문제점을 잘 파악한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나타나면 장관부터 긴장하며 답변하느라 진땀을 뺀다. 이처럼 전문성이 있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의원 한테는 부처에서 실력있는 의원으로 인정해 그 영향력도 막강하다. 그런 의원이 지역구 관련예산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목소리만 크고 허세만 부리는 의원이 예산을 요구하면 액수도 줄고 나중에 기재부에 가서 깎일 수도 있다. 세워준 예산안을 제대로 관리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쎈 의원은 바쁜 일정 때문에 지역구에 내려올 시간이 빠듯하지만 국가예산은 잘 확보한다. 주로 국회에서 큰 일을 하기 때문에 지역구에 내려와 한가롭게 사람 만날 시간이 없다. 반대로 중앙정치무대에서 영향력이 미미한 의원은 시간이 남아 돌아 지역구 관리 한답시고 지역에서 거의 산다. 이 같은 의원은 지역에 내려와 지방의원들 줄세워서 골목대장 하기 바쁘다. 국회의원 한테는 짬밥인 선수(選數)가 중요하지만 초선이라고해서 결코 물당번만 하는 게 아니다. 잘나고 똑똑하면 군계일학처럼 존재감이 드러난다. 통상 3선 정도 하고 나면 그 사람의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여야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권까지 넘볼 수 있는 큰 인물인가 아니면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정도에서 끝날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먼저 여권대권주자가 되려면 당내기반을 바탕으로 한번 정도 장관을 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국무위원으로 국정전반을 살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나갈 수가 있다. 내년 총선 때 현역이나 입지자들 가운데 누굴 뽑아야 전북에 도움이 될지도 고려대상이다. 도내서는 정당지지도가 민주당이 45%대로 가장 앞서고 다음으로 정의당이 10%대다. 나머지는 개긴도긴으로 존재감이 없다. 정동영 4선 유성엽 조배숙 이춘석이 3선 중진이라서 이제는 냉정하게 정치적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 예측이 어렵지만 이 사람들이 대권으로 가지 않는다면 한번 더 하는 게 본인 호구지책용 밖에 안돼 큰 의미가 없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신예를 뽑아 키우는 게 낫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29 16:06

다운증후군 청년의 도전

지난해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이 있다.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엄마 50쌍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다. 평범한 50명의 엄마, 단지 한 개의 염색체가 더 있는 평범한 50명 아이로 소개된 이 영상은 미국의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모임 designer gene이 3월 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을 알리고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미국의 팝가수 크리스티나 페리가 부르는 A Thousand Years를 엄마와 아이가 수화와 립싱크로 따라 부르는 각각의 모습을 담았는데 엄마와 아이가 주고받는 따뜻한 눈길과 행복한 웃음이 더없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노랫말 난 당신을 천년동안 사랑해왔으니 천년이 지나도 당신을 사랑할거예요 는 엄마와 가족이 아이에게 전하는 마음이겠으나 영상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발달 장애나 심장질환, 청력 장애 등을 갖게 되는 질환이지만 증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니 다운증후군 환자 중 일반인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겠다. 페루의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다운증후군 청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스물일곱 살 된 브라이언 러셀이 그다. 러셀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 의사는 아이가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지만 러셀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걷고 뛰고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돌봤으며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사랑을 쏟고 지지했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러셀은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지만 정치인이 되기로 길을 바꾸었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며 나선 도전이다. 정치 도전의 이유를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을 깨끗하고 정직하고 투명하며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정치부패가 심각한 페루 정치상황을 돌아본다면 뼈있는 메시지다. 러셀은 자신의 부정확한 발음을 바로 잡기 위해 펜이나 병마개를 입에 물고 발음 연습을 한단다. 일반인들보다 몇 배 더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거쳐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 안겨져 있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그의 도전이 더 빛나는 이유다. 돌아보면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편견의 그늘은 여전히 짙다. 러셀의 당선 가능성을 알 수 없으나 그가 도전 이상의 결실을 얻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26 16:35

올해의 단어 ‘기후 비상사태’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정했다. 옥스퍼드 사전 측은 기후 비상사태가 올해 가장 눈에 띄고 중요하게 토론된 용어 중 하나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옥스퍼드 사전의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기후 비상사태 단어 검색량이 100배가량 늘어났다. 실제 지난 4월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캐나다와 프랑스 호주 등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호주는 지난 19일 전국 평균 기온이 섭씨 41.9도로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 동부 일부 지역에선 기온이 45도를 넘어서는 폭염이 계속되고 대형 산불이 확산됨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청정 하늘을 자랑하는 세계적 관광도시 호주 시드니는 산불로 인해 대기 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반면 인도양 서쪽인 동아프리카는 계속되는 폭우와 홍수로 물난리 피해를 겪는 등 기상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기상 재난은 인도양 동서 양단의 해수면 온도 차가 벌어지는 인도양 다이폴(Indian Ocean Dipole)현상 때문이라고 기상과학자들은 진단한다. 기상이변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영국과 북유럽에선 겨울 폭염이 계속되고 알래스카에선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103년 만에 얼어붙고 사하라 사막에는 갑자기 눈이 내리는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빈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때아닌 가을 태풍이 잇따르면서 수확을 앞둔 벼와 과일 등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6200만 명이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홍수 피해가 350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뭄 피해가 900만 명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만 기상재해로 7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연말까지 22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국제난민감시센터가 예측했다. 세계경제포럼(WEE)은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로 극심한 기상 이변을 꼽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30년까지 기상 이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3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탄소 배출 감축 등 주요 안건에 대해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폐막했다. 미국과 중국 등 대규모 탄소 배출 국가들의 몽니 때문이었다.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멸종 위기 시그널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25 16:29

주민등록번호 개편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라면 대부분 전역후 몇년 아니 평생 자신의 군번(軍番)을 기억한다. 그도 그럴것이 2~3년여의 복무기간 동안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로 주야장천 외운 번호라서 잊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번의 자릿수는 장교, 부사관, 사병 등 신분 및 각 군(軍)에 따라 달라진다. 군번과 함께 본인 뜻과 관계없이 국가로 부터 부여받는 고유번호가 주민등록번호다. 주민등록제도는 1962년 주민등록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됐다. 당시 증명은 시도민증 형태였다. 1968년 북한 특수요원들의 청와대 인근 침투사건 이후 반공대책의 일환으로 주민등록법을 개정하면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개인별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됐다. 주민번호는 처음에는 단순한 12자리였다. 그뒤 1975년부터 주민등록번호는 13자리로 바뀌었다. 앞 부분의 6자리는 생년월일을 나타내고, 뒷부분 7자리의 첫 번째 숫자는 성별을 나타낸다. 1과 3은 남자, 2와 4는 여자를 의미한다.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까지의 4자리는 출생 등록지의 고유번호로 지방자치단체 고유번호 2 자리와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의 고유번호 2자리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2자리는 당일 주민자치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한 순서에 따른 일련번호와 검증번호가 쓰여진다.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을 식별하는 유일한 번호다. 주민번호만 알면 나이와 성별은 물론 출생지 등 개인정보 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한번 발급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따라 다니게 된다.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정보의 만능 키로써 기능하다 보니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이를 악용한 사고가 빈발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2014년 금융기관에서 전례없는 수준의 주민등록번호 유출사고가 일어나면서 크게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를 내면서 주민번호중 8~9번째 숫자가 48~66사이 해당되는 분은 채용않겠다는 내용을 발표해 공분을 산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48~66은 전북과 전남 출신임을 나타내는 번호로 특정지역에 대한 배제 수단으로 주민번호가 악용된 사례다.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행정안전부가 내년 10월부터 새로운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적용한다고 지난주 공식 발표했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중 생년월일과 성별 번호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6자리는 무작위로 번호를 부여한다는 방식이다. 45년만의 주민등록번호 개편이 부작용등의 시행착오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23 17:09

문 대통령을 의지한 후보들

17일부터 총선예비후보자 등록이 실시되면서 총선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10명은 너나 할 것 없이 의정활동을 잘 한줄 알고 다시 출마 준비를 서두른다. 후보 등록을 마치자 유권자들은 그 밥에 그 나물 마냥 참신함과 역량있는 후보가 안보인다며 실망하는 눈치다. 도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촛불로 탄핵시킨 경험을 갖고 있어선지 예전과 달리 정치권을 바라다보는 눈길이 매섭다. 지난 장미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한테 64.8%라는 기록적인 지지를 해준 탓에 현 정부에 대한 지지가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서초동 촛불집회때도 도내에서 상당수 진보세력들이 참가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국가예산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등 계속해서 장외투쟁을 일삼은 것이 오히려 문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를 더 오르게 한다. 여기에 국회의장을 지낸 6선 출신 정세균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자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지가 높다. 이처럼 민주당 한테 유리한 선거국면이 만들어졌지만 도내 민주당쪽 후보들을 보면 참신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약해 보인다는 것. 이미 낙선한 후보들마저 다시 얼굴을 내밀어 식상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 4년간 절치부심한 흔적도 안보여 실망이 크다는 것. 이들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와 당 지지도에 엎혀 갈려는 것 밖에 안돼 일찍부터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지난 총선때 안방을 내준 민주당은 야권한테 빼앗긴 8석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쏟지만 각 후보의 역량이 들쭉날쭉해 본선경쟁력을 의심받고 있다. 상당수 도민들은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워낙 높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논 당상쯤으로 여겼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면서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본선에서 야권현역과 한판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주 완산을은 정운천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지난 선거때처럼 자신과 민주당 후보 민평당 박주현의원이 3파전으로 갈 경우 승산이 높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각 후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고 무작정 유리할 것 같지는 않다. 야권현역의원은 민주당 당내경선 때 약한 후보가 공천 받도록 역선택 할 가능성이 높아 경선을 통과해도 안심할 수 없다. 설령 당내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올랐어도 깜냥이 안되면 가차없이 낙선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촛불집회를 통해 정치개혁의 주체로 떠오른 젊은 유권자들이 썩어 문드러진 정치권을 그냥 놔두지 않을 태세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도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높아 전반적인 선거 분위기가 민주당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불거진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익산)의 울산시장 후보 매수 의혹이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군산) 동생 부동산 취득 의혹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역풍도 불 수 있다. 아직 선거는 멀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22 16:24

아베 정권과 ‘편집증’

해군 측은 예작부 합계 150명 증가를 희망하고 있으며 육군은 병사 70명당 작부 1명이 필요하다.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되었던 1938년, 주중 일본영사관이 일본 본토의 외무성에게 보낸 기밀문서의 한 부분이다. 일본군이 위안부 모집에 직접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귀한(?) 증거다. 최근 교토 통신의 보도로 알려진 이 기밀 외교문서의 존재를 일본 정부가 결국 시인했다. 일본 공산당 소속 가미 도모코 참의원 의원실이 2017년과 2018년에 위안부 관련 문서를 입수한 내각관방 부장관보실은 그 경위와 행정문서 파일명 등을 밝히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정부에 제출한데 따른 답변에서다. 아베 총리 이름으로 작성된 이 답변서는 위안부 관련 문서가 외무성과 국립 국회도서관이 종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자료로 내각관방에 제출한 문서라며 현재 내각관방에 보관돼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문서가 포함된 문건 이름이 종군 위안부 관련 조사14(2017년)와 종군 위안부 관련 조사15(2018년)라며 그 출처까지 덧붙여 명시해놓았으니 문서의 의미가 더 크다. 이쯤 되니 그동안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던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해진다. 지난 6일 보도를 통해 이 기밀문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교도통신은 중국 주재 일본 영사관이 일본 외무성과 위안부 문제를 협의했었다는 사실을 주목한 듯하다. 보고서에 담긴 또 다른 내용이 있다. 일본군이 현지에 진출하면서 풍속업 종사 여성이 늘었다라든가 일본인 예기 101명 및 작부 110명, 조선인 작부 228명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기록들이다. 여기에 작부와 특수부녀는 창기(매춘 여성)와 같다거나 추업(매춘)을 강요하다는 설명까지 덧붙여 있다니 이 문서의 역할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여기서 작부는 물론 위안부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청와대 비서실에 해당하는 내각관방은 1991년부터 각 부처에 남아있는 위안부 관련 공문서를 수집해 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수집된 관련 문서가 이것뿐이었을까 싶다. 자신들이 작성한 기록조차 철저히 숨기며 역사적 실체를 부정해온 아베 정권의 행태를 보니 편집증이 따로 없다. 하기야 1993년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동원에 관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죄했던 일본 정부의고노담화까지 재검증에 나섰던 형국이니 이런 행태가 특별히 새삼스러울 일도 없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19 17:32

동학농민 유족 수당

지난 12일 전주에서 열린 농정 틀 전환을 위한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뿌리는 농어촌에 있다면서 전라북도에서 시작한 동학농민혁명은 농민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개혁하고자 했고 그 정신이 의병활동과 3.1독립운동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되었다고 역설했다. 즉 농학농민혁명 정신이 항일 의병투쟁과 독립운동으로 계승되었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세우는 초석이 되었다는 대통령의 확언이다. 때마침 정읍시에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부터 월 10만 원씩 유족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읍시의 유족 수당 지급은 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이며 동학농민혁명 발상지로서 의미가 크다. 지급 대상은 정읍시에 주민 등록이 돼 있고 1년 이상 거주한 동학운동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 자녀로 현재 90여 명 정도다.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 유족 발굴작업을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왔다. 당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동학 유족 발굴에 힘써왔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을 통해 유족 신청이 들어오면 심의위원회에서 동학운동 참여 일시와 직업, 참여 지역과 구체적 활동 등을 심사해서 최종 확정된 유족에게 통지서를 보낸다. 이렇게 해서 현재까지 전국에 1만1222명이 등재됐다. 정읍시에는 현재 고손자녀까지 포함하면 156명이 거주 중이지만 고손자녀들이 아직 어린 점을 감안해 증손자녀 93명에게만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과 보수매체에서 유족 수당 지급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임진왜란 피해자도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좌파 운동권이 지역 정치인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비판한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 조금만 더 있으면 빙하기 시대 맘모스 기습 사건 피해자 유족 수당도 지급할 기세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역사의식의 부재가 아닐 수 없다. 보국안민(輔國安民)을 기치로 반봉건반외세를 부르짖으며 폭정에 항거한 수십만의 농민혁명군을 폄훼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동학농민군이 제시한 폐정개혁과 집강소는 오늘날 민생자치, 민주화운동의 뿌리가 되었다. 죽음으로써 시대의 변혁을 이끈 수십만 명에 달하는 동학농민군과 그 후손들을 더는 욕되게 해선 안 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18 18:17

김관영의 뚝심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9일 같은 당 개혁보수를 자처한 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 새로운보수당 이란 당명까지 확정한 마당에 이제 당적을 정리하라 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정치 도의를 지켜달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이혜훈 정보위원장 등이 당원으로서 누리는 직책을 다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탈당계를 제출하라는 뜻이다. 그의 비판수위는 한층 거칠어진다. 구차스럽게 당적을 유지하면서 신당을 만들겠다고, 그것도 신당의 정신이 변화와 혁신 이라는데, 당적하나 제대로 정리 못하면서 어떻게 혁신을 부르짖느냐 며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김 최고위원하면 패스트트랙 이 떠오를 정도로 올해 정치권의 뉴스메이커였다. 지난 4월 선거제와 공수처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대치정국에서 이를 관철시키는 뚝심을 보여줬다. 이후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다 얼마 전 최고위원직을 수락하며 다시 난파선 위기에 빠진 당의 해결사로 나섰다. 연말국회가 패스트트랙 법안처리로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는 4+1 협의체에 참여, 예산안 깜짝처리에 이어 선거제 합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역구인 군산 민심도 냉랭하긴 매한가지다. GM공장 폐쇄와 현대조선소 가동중단에 따른 경제사정이 최악이라 맘이 편할 리 없다. 어쨌거나 그간 공 들인 전기차 클러스터를 통한 군산형 일자리가 협약을 맺어 그나마 한숨 돌렸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다. 누가 뭐래도 올 한해 그의 존재감은 그 어느해 보다 빛났다. 비교적 젊게 보이는데 원내대표, 사무총장, 최고위원을 거친 50대 재선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 지붕아래 의원들이 제 살길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요즘이다. 다른 곳도 아닌 지역구가 있는 호남發 정계개편 시나리오인 까닭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거대양당 틈바구니에서 제3지대 공간을 못 만들면 정치 미래는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얽힌 실타래처럼 주변이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종착역은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일까. 그는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총선에 당적을 갖고 나설지, 무소속으로 나설지 군산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생각 이라고 밝혔다. 그런 와중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민주당에 복당신청을 하며 군산출마가 점쳐지자 그의 선택에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쏠린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17 17:05

곤충 종자보급소

50대 이상의 장년층이라면 어린시절 논이나 들에서 메뚜기를 잡아 구워먹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바삭바삭한 맛이 꽤 고소했던 메뚜기는 먹을거리가 충분하지 못했던 당시 별미의 간식거리였다. 누에 애벌레인 번데기도 길거리 군것질거리이자 막걸리를 팔던 주점에서는 빠지지 않고 내놓는 안주였다. 식용곤충의 역사는 깊다. 성경에도 메뚜기, 귀뚜라미 등은 먹을 수 있는 곤충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의서(醫書)인 동의보감에서도 95종의 약용곤충을 소개하고 있고, 본초강목에는 106종 곤충의 약효가 기록돼 있다. 요즘에도 굼벵이나 지네가루 등은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식용곤충을 미래 식량자원으로 전망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로서의 장점 때문이다. 먼저 영양학적으로 육류 못지않은 높은 단백질 함유량을 보유하고 있고, 무기질 함량도 높다. 환경학적으로도 배설물로 인한 토양오염 우려가 없고, 소나 돼지등이 내뿜는 메탄등 온실가스 배출량도 최대 100분의1 정도로 미미하다. 사육과정에서의 물 소비량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사료 양이나 사육공간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사육기간이 단축되며,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적다. 지구상 곤충은 알려진 것만 약 100만종(種)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식용으로 쓰이는 곤충은 1900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14년 메뚜기등 7종을 식용으로 정식 허가한데 이어 올해 7월 장수풍뎅이 유충등 4종을 식용가축으로 지정했다. 4종의 식용 이외 약용 사료용 곤충등 모두 14종을 축산법에 따른 가축으로 인정했다.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2011년 1680억원에서 2015년 3039억원으로 2배 정도 커진데 이어 2020년에는 5236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농촌진흥원은 예상하고 있다. 곤충 사육농가도 전국적으로 2015년 724가구에서 지난해 2318가구로 4년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도내의 사육농가는 2014년 12농가에 그쳤으나 지난해 189농가로 4년 사이에 15배 이상 늘었다. 도내 곤충 사육농가에 무병 우량 종충(種蟲)을 안정적으로 보급하기위한 곤충 종자보급소가 지난주 장수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장수 곤충 종자보급소는 첨단 ICT 기술적용을 통한 생산 이력관리체제와 질병관리 시스템등을 구축해 우량 종충의 연중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곤충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때에 종자보급소 개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익산의 식품클러스터와 연계해 전북이 우리나라 곤충산업의 메카가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16 17:29

국가예산을 확보한 공신들

유권자는 국회의원들을 형편 없는 사람들로 치고 퇴출대상으로 보지만 정작 본인들은 권한이 막강하고 책임질 일은 없어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없다고 여기면서 한번 더 하려고 난리법석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놓고 오죽했으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 했을까. 가장 이성적인 집단이어야 할 국회는 난장판 요지경 속이요, 그 속에 몸담은 국회의원의 탐욕과 권력욕은 끝이 안 보인다. 이렇게 기이하게 통과된 국가예산을 놓고 전북 정치권의 공치사가 한창이다. 해마다 재정이 빈약한 전북은 국가예산 확보에 목을 맨다. 국회의원의 역량을 말할 때 얼마나 국가예산을 잘 확보했는가가 평가기준이 된다. 올 국가예산을 확보할 때 전북은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탔다. 50명의 예결위에 들어갔어도 막판 15명 소위에 들어가지 못 하면 크게 힘을 못 쓴다. 사실 안호영, 정운천, 김광수, 이용호 4명은 막판 소위에 들어가려고 노력했지만 무산됐다. 자신들의 총선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막판까지 힘을 썼으나 한명도 끼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그간 3차례 들어가 성과를 거둔 경험을 갖고 있어 최선을 다했으나 명분에 밀려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북도는 소위에 전북 출신이 한명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에서 자유한국당이나 야권에서 공식적으로 전북관련 예산을 삭감하려고 달려들자 한동안 난감했다. 본격 심의에 들어가면서 송하진 지사가 당정을 오가며 서번전번(서울에서 번쩍 전주에서 번쩍)할 정도로 민첩하게 대응했지만 수가 보이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송 지사는 예산안을 짠 기획재정부에다가 전력투구한 것이 결국 운좋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하며 예산안 통과를 반대한 사이 민주당이 야권과 공조한 4+1 협의체가 전북한테는 행운이었다. 예결위 소위에 한 명도 없다고 낙담할 때 4+1에 유성엽, 김관영, 조배숙, 박주현 의원이 들어간 게 결정적 힘이 됐다. 올 국가예산 확보 때 엎치락 뒤치락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8.1%가 증액된 7조6058억을 확보했다. 가장 성공적으로 체면이 선 사람은 송하진 지사요, 다음으로 기재부 출신으로 법사위 소위에서 탄소진흥법이 계류될 당시만 해도 찬밥이었던 우범기 정무부지사가 되살아났다. 홍남기 부총리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가자 우 부지사가 친정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면서 숨은 진가를 나타냈다. 여기에 4+1에 포함된 유성엽, 김관영 의원의 막판 정치력이 결합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민평당 정동영 대표도 막판에 30억 지역구 예산을 나눠 먹는 데 성공했다. 총선이 딱 4개월 남았다. 몇몇 현역들은 존재감이 두드러질 정도로 국가예산 확보나 의정활동을 잘 하고 있다. 더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유권자는 선거가 있을 때만 대접 받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돌아간다. 잘 보고 잘 뽑으면 그런 일도 없고 전북도 산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15 16:49

셴펑 서점

중국 장쑤성의 성도인 난징(南京)에는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민영 서점이 있다. 셴펑(先鋒) 서점. 앞자리를 지킨다는 뜻을 가진 이 서점의 역사는 의외로 그리 길지 않다. 셴펑이 문을 연 것은 1996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상점과 유적지가 밀집되어 있는 타이핑난루에 다섯 평 남짓한 작은 책방으로 문을 연 것이 그 시작이다. 게다가 셴펑의 이름을 알린 것은 2004년 9월에 문을 연 우타이산의 본점이니 역사는 더욱 짧아진다. 그럼에도 셴펑은 우타이산 본점을 연지 5년 만에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CNN)이 되었으며 개관 10년째 되던 2010년에는 BBC가 셴펑을 세계의 아름다운 10대 서점으로 선정했다. 셴펑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출판인 김언호씨가 펴낸 <세계서점기행>을 통해서다. 그리고 두 번째. TV의 다큐프로그램으로 셴펑을 다시 만났다. 인문예술학술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이 서점의 운영방식은 놀라웠다. 독자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중심 공간을 마치 공공도서관 형식으로 바꾼 공간의 특성도 그렇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열정은 더 흥미로웠다. 사실 셴펑은 낡은 공간을 다시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바꾸어 도시를 일으키는 통로가 되었으니 성공적인 재생의 사례로 꼽을만하다. 3700㎡의 우타이산 본점이 들어선 곳은 당초 군용벙커였다. 한 시절 체육관 주차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이 공간은 지금 책의 보고가 되었지만 과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흔적들이 서점 곳곳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서점을 일으켜 세운 사람은 첸샤오화씨. 그는 칠판 글씨를 볼 수 없어 중학교를 중퇴했을 정도로 근시였지만 책을 좋아해 끝내는 인문정신을 파는 서점 셴펑을 만들고 확장시켜 이 도시의 랜드마크로 성장시켰다. 흥미로운 일은 또 있다. 해발 900미터, 불과 인구 100명 남짓한 산골오지마을에 셴펑 분점을 연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실어 나른 책 2만권으로 낡은 공간을 아름답게 채운 이곳 셴펑 분점은 1년 만에 세계 곳곳에서 독자들이 찾아오는 책마을이 되었다. 이 작은 마을의 변신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책의 가치가 반갑다. 난징에는 1000여개의 서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셴펑은 고도 난징의 12대 문화명소 의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난징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었다는 증거다. 도시의 문화와 정신을 상징하는 서점의 존재가 더욱 새삼스러워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12 17:36

이카루스의 역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는 왕의 노여움을 사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자신이 만든 크레테 섬의 미로 속에 갇힌다. 최고의 명장인 그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두 쌍의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섬을 탈출하게 된다. 그는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면서 너무 낮게 날거나 높게 날지 말라고 당부한다. 너무 낮으면 바다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으면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 위를 날던 이카루스는 너무 의기양양해진 나머지 아버지의 주의를 무시한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그만 밀랍이 녹아내려 바다에 떨어져 죽게 된다. 캐나다의 경영전략 학자인 대니 밀러(Danny Miller) 교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국가가 초기의 성과나 성공요인에 집착하다가 결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이라고 제시했다. 즉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자만심에 빠져서 예전의 성공 방식만을 고집하다가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이론이다. 재계의 성공신화로 불리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83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무역회사 직원에서 시작해 재계 2위 그룹의 총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4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도를 내고 해외도피 생활을 하는 등 영욕의 삶을 살았다. 김 전 회장의 성공신화는 지난 1967년 무역업체인 대우실업을 창업하면서부터다. 트리코트 원단과 제품 수출을 통해 크게 성공한 그는 1973년 토건회사를 인수해 대우실업과 합쳐 모기업인 ㈜대우를 출범시켰다. 이후 대우중공업과 대우전자를 세워 그룹 주력사로 성장시켰고 41개 계열사와 590개에 달하는 해외 법인을 거느린 재계 2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그 초고속 성장 배경에는 박정희 정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의 선친이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 은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몰락하게 된다. 전경련 회장을 맡은 그는 500억 달러를 빌려 외채를 갚고 수출 흑자를 통해 갚는다며 수출론을 내세웠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그에게 돈을 빌려줄 곳은 없었다. 결국 대우그룹은 해체됐고 17조 원이 넘는 추징금과 세금은 미납한 채 생을 마감했다. 성공이 오히려 실패의 아버지란 이카루스의 역설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11 17:43

측근 챙기기

2014년 8월 5일 취임 한달 만에 첫 휴가를 떠난 송하진 도지사가 백제문화 탐방중 안희정 충남지사와 오찬 자리에 최측근 김용무 교수가 동석해 논란을 빚었다. 김 교수는 그해 6.4지방선거에서 송 지사 선거캠프를 총괄한 절친이자 실세였다. 뒷말이 무성했던 휴가 동행 이야말로 둘 사이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그 이후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변신한 김씨가 4번 연임 문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도청 주변에서는 김 이사장의 거취문제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2014년 임용된 김 이사장은 2016년 2년 임기로 연임했으며 지난해 12월 1년 임기로 세 번 연임했다. 그런데 다시 1년 연임을 둘러싸고 도의회와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의회는 지나치게 도지사 측근을 챙기는 게 아니냐 는 질타와 함께 인사청문회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부실채권 책임에 따른 업무능력도 도마에 오른 건 물론이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도청 법무팀이 1년 더 연임할 경우 인사청문 절차 법률검토를 끝냈고, 청문회 절차도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인지 의회는 절차상 하자라고 딴지를 건다. 설령 연임이 결정됐더라도 이를 확정하기 위한 이사회가 임기만료 60일 전까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전북신보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었으나 7명의 이사 중 4명만 참석해 이사장 선임 건은 입도 떼지 못했다. 추후 이사회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는 송 지사와 김 이사장 간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풍문 속에 작년 도지사 선거를 염두에 두고 돌출 악재 발언을 우려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통산 2년 임기를 1년으로 쪼개서 딜 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송 지사의 자기사람 심기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악의 경제난속에 6개월 넘게 공석상태인 전주상의 사무처장에 도청 국장출신 내정설로 홍역을 치렀는 데도 그냥 밀어붙일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전북민간체육회장 선거도 본인이 수차례 중립의지를 밝혔음에도 특정 인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어쨌거나 말 많고 탈 많은 측근관리가 엉뚱하게 3선 출마로까지 비화된다. 아직까지는 시간도 변수도 많아 별다른 제스처야 없지만, 경우에 따라 해볼 만한 대진표가 짜여지면 떠밀려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불출마 한다고 해도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10 19:27

전북은행 창립 50주년

전북은행이 10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전북 유일 향토은행으로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 왔다. 몇차례 닥쳤던 금융위기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정도경영을 내세워 자력으로 극복 성장해온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1969년 12월10일 전북은행이 고고성을 울리며 영업을 시작한 곳은 전주 전동의 3층 건물(현 새보건약국)이었다. 당시 납입 자본금은 2억원, 도내 기업인들과 함께 도민 1인 1주(株) 갖기운동을 추동력 삼아 첫발을 내딛었다. 개점후 정기예금 제 1호 통장을 1967년 연두교서를 통해 지방은행 설립을 강조했던 당시 박정희대통령(10만원)에게 발급한 것이 이채롭다. 전북은행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애정은 출범초 실적으로 이어졌다. 창립 100여일만에 총 예금규모가 10억원을 넘어섰고, 총 대출금은 5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지점을 유치하려는 각 지역의 열망으로 1972년 영업점수는 10곳으로 늘었고, 같은해 3월에는 지방은행 가운데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1973년 도내 일반은행 예수금 가운데 점유율이 30.7%였으니 당시 도민들의 향토은행 사랑을 짐작할만 하다. 하지만 시련도 없지 않았다. 1970년대 3개 기업에 대한 대규모 여신 부실사태가 잇달아 빚어지면서 은행장이 바뀌는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무엇보다 최대 고비는 IMF 금융위기 당시 혹독했던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릴 때이다. 몸집을 줄이는등 각고의 자구노력으로 공적자금을 받지않고 퇴출이나 합병 위기를 극복하는 뚝심을 발휘한 것은 50년 역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전북은행는 행보의 폭을 더욱 넓혔다. 2011년 자산 10조원시대 개막과 함께 2013년 JB금융지주 설립을 통해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에 이어 광주은행을 인수했다. 특히 광주은행 인수는 항상 광주 전남에 밀리기만 했던 전북도민들에게 박탈감을 해소하고 자긍심을 안겨주는 쾌거였다. 2016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를 인수함으로써 지방은행으로서는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 글로벌 금융기업으로서의 토대를 다졌다. 창립 50주년을 맞는 전북은행 앞에 놓여진 과제는 결코 녹록치 않다. 최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의 수익성 건전성등 주요 지표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와 디지털 금융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픈뱅킹 확산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현안인 제3금융지 지정 및 금융타운 조성에도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처럼 도민과 함께 새로운 100년의 비상(飛翔)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09 17:30

국회의원 깜냥

중국 당나라 시대 때부터 인재를 골라쓸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준으로 삼았다. 중국의 정치제도나 문물을 들여다 쓴 우리도 똑같았다. 인재제일주의를 표방한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도 면접 때 이 기준을 놓고 인재를 골랐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골라 쓸 때 보는 관점은 비슷하다. 선출직은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더 높다. 조사결과 잘 생긴 후보쪽으로 붓뚜껑이 간다는 것. 영상매체 발달로 외모지상주의가 판쳐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내년 총선에 나갈 입지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너무 부정적이고 야박스럽게 후보를 본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갈수록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가 늘면서 나라 장래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더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그간 유권자들은 중앙 내지는 서울공화국 관점에서 후보를 평가해왔다. 대학은 SKY 출신인가 고시를 합격했는가 그리고 주요경력은 뭣인가로 깜냥이 되는지를 봤다. 흔히들 중앙집권적 사고에 물들어선지 우선 중앙 무대에서 활동했던 인물에 후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그리 간단치 않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말처럼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알기가 버겁다.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다 유능하고 훌륭한 국회의원 깜냥이 아니다. 어려움을 극복해서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히 올라갔어도 노출만 안됐지 얼마든지 아킬레스건은 있게 마련이다. 일찍 고향을 떠난 사람은 가려진 부분이 많아 더 그렇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십년간 공직생활을 마친 후 출마하려고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의 면면이 다가온다. 평소에는 고향 발걸음도 않던 사람이 고향이랍시고 찾아와 혀 짧은 소리하는 걸 보면 기가 찬다. 그간 도민들은 보수정권한테 홀대받아 찬밥신세였지만 인동초처럼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굳굳하게 고향 산천을 사랑하며 지켜온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때로는 불의에 항거하며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21대 총선은 너무 중요하다. 지금 정치판에는 어중이떠중이까지 나와 있어 깜냥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역들 한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 임기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한일이 뭣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간혹 지방대학을 나와 줄곧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을 역량이 떨어진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다. 그건 왜곡된 생각으로 잘못이다. 지금까지는 그밥에 그 나물마냥 새로운 인물이 없어 보인다. 무작정 중앙에서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후한 점수를 줄 게 아니라 인물됨됨이를 잘 살펴야 한다. 공직자 때 나라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봐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은 벌거숭이 임금님 마냥 모든 게 알려져 중앙에서 활동한 사람보다 불리할 수 있다. 지방에서 활동한 것이 결코 약점으로 작용해선 안된다. 얼마나 뜨거운 가슴을 갖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08 16:23

명창의 후예

이날치는 1800년대 활동했던 판소리 명창이다. 경숙이란 본명이 있지만 젊은 시절, 날치같이 가볍고 날쌔게 줄타기를 타 날치란 이름을 따로 얻었다. 담양 출신인 그는 대부분 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습 예인이었다. 당초 줄타기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판소리에 마음을 두어 명창 박만순의 수행고수로 들어갔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박만순이 자신을 하인 다루듯 하자 박차고 나와 서편제 대가인 박유전 명창의 수제자가 되었다. 서편제 소리 계보를 잇는 이날치는 수리성 성음에 큰 성량을 갖고 있는데다 탁월한 기량과 빼어난 발림으로 청중들을 압도 했다. 특히 슬프고 한 서린 대목을 잘 표현했는데,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실제 새가 날아들었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그의 소리를 이어받은 이는 손자 이기중이다. 할아버지만큼 이름을 얻진 못했지만 이기중 역시 신영채임방울김연수 등 당대의 명창들과 교류하며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흥보가> 의 박타는 대목이나 <춘향가>의 이별 대목, <심청가>의 밥 빌러가는 대목은 청중들을 감동시켰던 대목으로 꼽힌다. 그의 딸이 명창 이일주다. 이기중은 자신의 딸을 일찌감치 소리꾼으로 대성할 재목으로 눈여겨 엄하게 가르쳤다. 7남매 자식들의 앞길을 걱정해 소리까지 작파했던 그가 왜 큰딸을 소리꾼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리 배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딸을 바로 세워 무섭게 가르쳤던 덕분에 이일주는 오늘을 대표하는 명창이 될 수 있었다. 이일주의 높고 단단하고 제대로 쉰 치열한 소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조카 장문희 명창이다. 스물아홉 살, 대회 사상 가장 어린나이로 전주대사습 명창의 반열에 올라 주목을 모았던 그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을 이모이자 스승인 이일주 명창의 혹독하리만치 엄한 가르침으로 더욱 잘 다듬어 오늘날 가장 주목 받는 소리꾼이 됐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는 이일주 명창을 판소리에서 최고로 치는 자질, 다시 말하자면 구성 있는 목과 서슬을 갖춘 명창으로 꼽는데, 장문희 역시 이 목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옛 말이 틀리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가업으로 판소리를 잇는 소리꾼이 거의 없다. 40대 젊은 명창 장문희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한 눈 팔지 않고 전통 판소리 전승에만 전념해온 장문희가 다섯 시간이 넘는 심청가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명창의 후예다운 묵직한 걸음을 마주하니 반갑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05 17:21

공원일몰제

자치단체가 공공의 복리증진을 위해 도로와 공원 학교 주차장 운동장 유원지 하천 등 기반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지정되면 건축과 공작물 설치 등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때문에 도시공원을 지정만 해놓고 장기간 방치하다 보니 토지소유주들이 재산권 침해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이 같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00년 7월 이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놓고 20년 이상 시설을 만들지 않으면 그 효력이 상실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것이 공원일몰제다. 공원일몰제 도입으로 내년 7월부터 공원 부지의 효력이 상실되는 면적이 전국적으로 1만9600곳, 340㎢에 달한다. 축구장 5만 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전북은 공원일몰제 대상 부지가 691곳, 24.51㎢에 이른다. 문제는 20년간 개발하지 않고 방치해 온 공원 부지를 해제하지 않으려면 자치단체에서 매입해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매입비용이 소요된다. 전주시는 덕진공원과 기린공원 황방산공원 산성공원 등 도시공원 15곳, 1447만㎡를 해제하지 않고 매입하기로 했다. 공원 부지 매입비용만 3500억원, 공원시설 조성비로 8000억원 등 총 1조1500억원이 들어간다. 전주시는 우선 지방채를 발행해 매입비용을 충당할 계획이지만 재정여건상 막대한 공원조성비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군산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27곳 가운데 중점관리 공원 5곳에 대해 자체 예산 750억원을 투입해 사들이고 나머지는 추후 매입할 계획이다. 부지매입과 공원시설비로 대략 4000억원 정도 필요하다. 익산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19곳 중 마동모인수도산팔봉공원 등 도심권 5곳을 민간개발방식으로 추진한다. 약 3000억원 정도 매입비용은 절감되지만 민간개발 사업자에 대한 특혜시비 소지도 낳고 있다. 정부는 자치단체가 공원 조성 목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비용을 최대 70%까지 지원하고 토지은행을 활용해 공원 조성비용을 조달하게 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자립 여건이 열악한 도내 자치단체로서는 공원일몰제가 큰 재정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지원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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