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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증언과 역사

황금주 할머니는 취재도중 테이프 녹음기를 집어 던지기도 했으며 심미자 할머니는 체험을 이야기 하다 때때로 내 생각을 물었다. 정옥순 할머니는 이야기하다가 의자에서 일어나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다. 눈앞에 있던 내가 순간 일본군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1991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인터뷰해온 일본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는 자신의 책에서 인터뷰 현장의 고통을 소개하며 이처럼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취재는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그동안 만난 위안부 할머니들은 800여명. 인터뷰를 했던 할머니 대부분은 세상을 떠났으나 가해의 역사를 외면하는 자신의 모국을 부끄러워하며 고통스러운 작업을 지켜온 덕분에 할머니들의 증언이 살아남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8일, 또 한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김복동 할머니. 1992년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세상에 알렸던 할머니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세상에 알리고 진정한 사과를 받기 위한 일에 여생을 바쳤다. 빈 세계인권대회, 유엔 인권위원회 국제전범 재판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인권을 위한 국제회의와 모임을 찾아다니며 증언했던 할머니의 일상은 치열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참여하며 일본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으로 각성을 촉구했다.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니 증거가 살아 있는데 왜 증거가 없다고 하는가. 내가 증거다. 지난해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도 그가 미 의회 공개청문회에서 증언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열네 살에 위안부로 끌려가 8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지만 기구한 삶을 살아야했던 할머니의 빈소에 조문객 행렬이 이어지고 엊그제 열린 1372번째 수요집회에는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단다. 할머니가 남긴 목소리가 있다. 일본은 내가 죽기만을 기다리겠지만 나는 죽지 않을 거야. 내가 죽더라도 내 문제를 함께 하는 젊은이들이 내 문제를 기억하고 함께 할 거야. 그의 바람을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슴으로 안은 모양이다. 영상으로 본 수요집회 현장에는 젊은 참가자들이 유난히 많다. 그래서인가. 여생을 인권운동으로 보냈던 할머니의 고단했던 삶이 더 빛나 보인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는 240명. 생존자는 이제 23명이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들의 증언은 아직 제자리에 놓이지 않았다. 2월 1일에는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열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01.31 20:02

인공 강우 실험

지난 25일 군산 인근 남서쪽 해상에서 인공 강우 실험이 있었다. 기상 항공기가 1천500m 상공에서 한 시간 정도 비행하면서 구름 씨앗(Cloud Seed)을 만드는 요오드화은(silver iodide) 연소탄 24발, 3.6㎏을 뿌렸다. 그동안 인공 강우 실험은 가뭄 극복차원에서 진행됐지만 이날 실험은 미세먼지 해소를 위해 실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인공강우와 고압분사 등 새로운 방안을 연구 개발해서 경험을 축적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시한 뒤 사흘 만에 이뤄졌다. 인공 강우는 대기 중에 구름층이 형성돼 있지만 빗방울로 성장하지 못할 때 주변 수분을 흡수하는 물질인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 같은 구름 씨앗을 뿌려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이날 실험 결과, 영광 가마미해수욕장 모바일 관측차량에서 약한 안개비 현상이 관찰됐고 기상선박 주위 해상에서도 비구름이 목격됐지만 공식적인 강수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기상청이 밝혔다. 기상청은 올해 첫 실험이 실패했지만 앞으로 14차례에 걸쳐 인공 강우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가뭄 해소를 위해 임대 항공기로 42차례에 걸쳐 소규모 인공강우 실험을 했었다. 이 가운데 16차례 성과가 있었고 지난해부터는 기상 항공기를 도입해 12차례 인공 강우 실험을 한 결과, 9차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공 강우 기술은 초보적인 수준으로 지금까지 1mm 강수량을 1시간 동안 유지한 것이 공식 성과이다. 현재 인공 강우 기술강국으로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을 꼽는다. 중국은 지난 1958년부터 인공 강우 연구에 나선 결과, 2007년 랴오닝성 대가뭄 때 인공 강우용 로켓 2100여발을 발사해 8억t 이상 비를 내리게 했다는 보도가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인공 강우를 통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공 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제거에는 효과가 없다는 부정적 견해도 많다. 과학적 근거나 기술적 타당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중국도 지난 2013년부터 인공 강우로 미세먼지 감축 실험을 본격적으로 해왔지만 얼마나 제거됐는지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미세먼지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인공 강우나 고압 분사 등 할 수 있는 방법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01.30 19:30

광한루 600년

광한루(廣寒樓)는 춘향전의 배경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 역사는 훨씬 깊다. 광한루는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됐을 때인 1419년 축조한 것으로, 본래는 광통루(廣通樓)로 불렀다. 현재의 광한루는 전라관찰사였던 정인지가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사는 월궁속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를 본 따광한루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 광한루가 600년간 유지되면서 사랑을 받아온 배경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뛰어난 경관이 바탕이 됐다.지세가 높고 평평하게 넓은데, 멀리로는 사사이 속세가 있으며 산 둘레에는 하늘에 맞닿아 있어 흰구름이 반쯤 걸려있고, 앞에는 골짜기 물이 명주베를 펼쳐놓은 것처럼 흐르고, 그 흐르는 물에서 섬린(纖鱗, 작은 물고기)을 보노라니 가히 아름다운 곳이라 부를 만하다..황희의 아들로, 영의정을 지낸 황수신이「광한루기」(1458)에서 묘사한 광한루의 모습이다. 광한루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광한루는 또 황희를 비롯하여 정철, 김종직, 신흠, 정약용 등 유명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아 시문을 남겼다. 여기에 한국의 대표적 고전소설인 춘향전의 배경지라는 점이 대중적 명소로 자리 잡게 했다. 기존의 광한루 안에 춘향각월매집춘향관 등이 만들어진 것도춘향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오늘날 광한루의 진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광한루원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과정에서 관아누각으로의 장소성이 크게 상실됐다는 측면에서다. 특히 춘향을 테마로 한 시설들이 광한루의 관광자원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테마 위주의 과도한 시설 배치가 광한루의 본질적 가치와 상치된다는 것이다. 정작 보물로 지정된 광한루는 다른 이질적 시설들에 의해 가려지면서다. 광한루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한루원에 위치한 춘향시설의 분리 혹은 이전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원시가 올광한루 600주년 기념의 해로 지정하고, 여러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일도 좋지만, 광한루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장기적 안목의 사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광한루 600주년이 그저 이벤트성 행사만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9.01.29 19:25

전북판 ‘SKY 캐슬’

최근 JTBC의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무려 23.2%의 시청률로 비지상파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기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풍자극인데 과장된 점이 많지만 교육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했다는 평가다. 입시 코디네이터의 지침을 따르면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다는 상황을 설정했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학력의 벽은 봉건시대 신분제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새해 벽두, KBS의 여론 조사 결과는 놀랍다. 학력및 학벌에 의한 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로 꼽혔고, 장애인과 세대, 성에 따른 차별이 뒤를 이었다. 학력 차별은 곧 임금의 차이로 나타났다.고졸자보다 대졸자는 1.5배, 대학원 졸업자는 2배가 많았다. 대졸자도 대학에 따라, 같은 대학이라도 출신고교에 따라, 기득권은 더 강하게 작동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그런가 보다했지만 실제 계량화 된 수치로 우리사회의 실태가 드러나자 놀라는 사람이 많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처럼 상고 출신으로 역사를 쓴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건국 이래 한 두명이다. 정부 중앙부처 주요 국장급 정도만 봐도 몇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스카이 출신 △고시 경력자로, △박사학위 소지 △해외 체류 경험 2~3년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선거로 당선된 시도지사나 국회의원들도 상당수가 이런 정도의 스펙을 지니고 있다. 물론 김수곤 전 전북대 총장 처럼 형제나 자녀 모두를 전북대에 보낸 이들도 있지만, 지역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의 자녀를 기를 쓰고 서울이나 해외의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얼마전 전북혁신도시에 사는 지인들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다른 애들 아빠는 억대 연봉에 박사니까 저한테 성적 가지고 들들 볶지 마세요하더라는 거다. 잘 생각해보니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입주 기관의 박사학위 소지자가 1000명이 넘고 지역민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되는 수입이 떠오르기에 쓴 웃음만 나왔다고 한다. 빈곤의 대물림과 부의 대물림이 엄연한 현실임을 너무 잘 아는 까닭이다. 사실 SKY 캐슬은 꼭 수능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극소수 엘리트 선수나 문화예술인을 국가대표나 장인으로 만들기 위한 도제식 교육도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요즘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아예 엘리트 체육을 없애고 전국체전, 소년체전도 폐지하자는 사람도 있다. 문제가 있으면 시정해야지 아예 없애자는 것은전북판 스카이 캐슬에 문제가 있다며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 하향 평준화로 치달아야 한다는 사람들과 같은 논리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1.28 19:34

10석의 붕괴

중앙정치권에서 전북이 힘을 못쓰는 것은 의원수가 부족한데다 단합이 안되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지난 장미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64.8%라는 기록적인 지지를 해줬는데도 전북현안을 속시원하게 풀지 못한 이유는 정치력이 약해 실세들을 움직이지 못한 탓이 크다. 재선에 성공한 송하진 지사는 취임초부터 전북대도약을 위해 청와대나 행정부를 상대로 열심히 뛰었지만 정치권의 협조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운 때가 많았다. 국가예산은 각 부처에서 기재부로 올린 예산이 정부예산안으로 국회에 상정돼 예결특위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지사가 정치권의 협조를 어느정도 받아가며 현안을 세심하게 챙기지만 한계상황에 부딪쳐 예산확보때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통상 예산편성 권한을 갖는 기재부를 움직이려면 지사 혼자의 힘만 갖고서는 안된다. 그 때 정파를 떠나 모두가 합심해서 지사를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게 잘 안되고 있다는 것. 앞에서는 협치운운하지만 뒤돌아서서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딴지를 거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지금 10명의 의원들이 국회 16개 상임위를 커버해야 하는 구조라서 전북은 국가예산 확보때마다 어렵다. 10명 가운데 노른자 상임위라는 국토건설위에 3명 농해수위에 2명 기회재정위에 1명 산자위 1명 법사위에 1명 정보위에 1명 보건복지위에 1명이 배정돼 있다. 이렇게 상임위가 배정되다 보니까 9개 상임위에는 한명도 없어 그 만큼 전북예산 챙기기가 버겁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 의원이 2명 밖에 안돼 힘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인 상황에서 전북도가 올 예산으로 7조원의 국가예산을 확보한 것은 모처럼만에 잘한 일이다. 초대 국회의원수가 200명으로 그 당시 전북은 전체 10%인 20석을 차지할 정도로 파워가 컸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면서 의석수도 줄어 지금은 분대급 정치권으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정치적으로 힘센 국회의원도 없어 전북정치력의 존재감이 약화됐다. 이웃 광주 전남만해도 18석이고 대전 충남도 17명이나 된다. 설사 이들은 선거구 협상으로 의원수가 줄어도 전북 보다는 많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북은 21대 총선때 자칫 의석수가 2~3석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10석에서 줄면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어 생각 이상으로 큰 타격이 우려된다. 21대 총선에서 일당백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해도 절대수가 부족해 전북한테는 불리하다. 도나 일선 시군은 지금부터라도 인구늘리기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의석수가 줄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의석수 감소를 오불관언하듯이 바라다만보면 전북의 살림살이는 더 어렵게 된다. 지금 전북인은 동학의 후예답게 자존심을 갖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했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전북대도약은 송지사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21대 총선이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괜찮다 싶은 이름이 자주 거명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01.27 19:21

‘을지면옥’들의 미래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평양냉면 맛집 하나를 알게 됐다. 재개발사업으로 철거위기에 처했다가 논란 끝에 살아남게 된 을지면옥이다. 서울시가 생활유산 보존을 위해 당초의 재정비사업을 중단하고 도심의 노포(오래된 가게)를 보존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꾸면서 을지면옥은 철거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토지소유주들과 사업을 추진해온 관계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지만 어찌됐든 살아남았으니 생존권과 개발의 효용성이 충돌하고 명분과 실리가 다투는 과정에서 도심의 옛것을 지켜낸 노력과 그 결실이 커 보인다. 문득 을지면옥의 역사가 궁금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오래된 가게의 연원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맛집의 기준은 그 식당을 찾았던 수많은 블로거들의 평점으로 탄탄히 견인되지만 오래된의 기준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어찌어찌하다 검색된 자료를 보니 식당이 문을 연 것은 1985년이다. 예상과 달리 짧은 연원이지만 34년 동안 쌓아온 맛집의 공력이 그만큼 깊었던 모양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역사도심기본계획을 세워 사람들에게 기억돼 이어져 내려오는 유무형 자산을 생활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법제화된 제도는 아니지만 자치단체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 일터이니 근대문화유산과는 또 다른 가치의 문화유산 원형을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실 생활유산이 대도시의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 닿아 있는 모든 도시에는 생활유산이 존재한다. 그러나 개발이 보존의 가치를 앞지르던 시대를 거쳐 온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도시들은 하나같이 가치 있는 생활유산을 대부분 잃었다. 안타깝게도 음식으로 자부심을 가졌던 전주만 해도 수많은 맛집이 이름을 감춘 지 오래다.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것들이 무분별한 개발 과정에서 막무가내로 사라져버린 형국은 안타깝다. 일본 도쿄의 가장 화려한 거리 긴자에서 만났던 1백년 전통의 작은 화방 겟코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내세운 호사스런 가게 사이에서 유난히 빛나보였던 낡고 오래된 공간.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소환해내는 공간이 잘 보전되고 있다는 것은 그 도시의 저력을 보여주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그때 다시 알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아직 적잖은 을지면옥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 환경이 한없이 위태롭다. 그들의 가치를 살펴 보존의 길을 찾는 일이 절실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01.24 19:56

상처뿐인 혁신역 결론

KTX 전북혁신역 신설이 사실상 무산됐다. 국토교통부가 KTX 익산역-정읍역 사이의 전북혁신역사(김제역) 신설안을 두고 타당성 용역을 실시한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국토부의 용역 결과에 달리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혁신역 신설에 주민은 없고 온통 정치적 이해만 번뜩였던 민낯을 보았기 때문이다. 혁신역 타당성 용역비가 세워졌을 때 익산지역 정치권의 반응은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난 것 같았다. 익산 지역구의 이춘석 국회의원은 용역비 예산을 세운 같은 당 소속의 안호영 의원을 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비판했다. 혁신역 신설을 막는 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도 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몇 명의 후보들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반대의 투지를 불살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생산적인 토론이 나올 리 만무했다. 도지사를 비롯해 혁신도시 인접의 시장군수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지금도 알 길이 없다. 용역 결과를 지켜보자는 정도의 원론적 이야기 외에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익산 이외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고개를 돌렸다. 용역비를 세운 안호영 의원마저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용역 과정에서 공개적인 의견 수렴 한 번 없었고, 진행 과정 또한 감감했다.타당성으로 보나 정치적 힘의 논리로 보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한 이춘석 의원의 힘과 예언(?)을 넘어설 장치가 아예 없었던 셈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혁신역 신설에 대한 용역 결과를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국토부의 결과까지 나왔기 때문에 도민의 민심을 분열하거나 조장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해선 엄중 경고한다며 이런 주장이 제기되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정 시장이 국토부 용역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더욱이 독재시대도 아닌 오늘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을 펴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물론 국토부의 용역 결과를 존중해서 익산역이 더욱 발전할 있도록 도민들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윽박지르 듯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혁신역 문제가 남긴 상처는 깊다. 그나마 성과라면 지역의제를 이렇게 풀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리라.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9.01.23 20:12

동네 상권 살리는 지역화폐

새해들어 자치단체마다 지역화폐 발행 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지역화폐를 발행한 자치단체는 모두 66곳으로, 금액으로는 3714억원에 달했다. 올해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지난해보다 5배가 넘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 지역화폐가 급증하는 이유는 자치단체마다 새로 신설되는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청년배당 1753억원과 산후조리비 지원 423억원, 그리고 시군의 복지수당 등을 포함해 총 3582억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올해부터 연간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전남 해남군도 지역화폐인 해남사랑상품권 150억원어치를 발행해 지원한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를 발행해 온 포항시는 올해도 1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한다. 포항시는 지난 2년간 포항사랑상품권 2300억원을 발행해서 4배에 가까운 8989억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도내에서는 전북도와 군산시 김제시 완주군 임실군 장수군 등 6개 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발행액이 가장 많은 군산시는 지난해 905억원 규모의 군산사랑상품권을 판매했다. 군산시가 지난해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결과, 가맹점의 66.5%가 매출이 상승했고, 응답자의 73.2%가 가계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에 군산시는 올해 3000억원 규모로 지역화폐 발행액을 대폭 늘릴 계획이지만 중앙정부의 지원이 여의치 않아 군산사랑상품권 발행규모는 유동적이다. 지난 2014년부터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해 온 전라북도는 지난 2017년에 연간 판매액이 6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부터 완주으뜸상품권을 발행한 완주군은 지난해말 판매금액이 20억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지역화폐가 뜨는 이유는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상품권을 통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동네 상권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한편 지역 자금이 외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선순환함으로써 지역경기가 살아나고 지역의 재정자립도도 높일 수 있다. 올 설을 맞아 온누리상품권과 군산사랑상품권 완주으뜸상품권 등 지역화폐를 10%씩 할인 판매한다.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을 돕고 내고장을 살리면서 실속도 챙기는 지역상품권 구매에 함께 동참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01.22 19:46

목포의 눈물, 군산의 눈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태어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처음 목포에 와서 느낀 벅찬 감동이 평생을 통해 가장 강렬한 기억 중 하나라고 회고한 바 있다. 일제치하 목포공립상업학교를 다닌 그는 목포를 처음 접했을때 이 세상에서 그렇게 큰 도시가 있는 줄 몰랐고 밤에도 그렇게 밝은 세상이 있다는 게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한다.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네 번째로 개항한 항구가 전남 목포인데 한때 전국 5대 도시로 꼽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화갑, 김홍일, 박지원 등 DJ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 목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런데 요즘 목포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두말할 것도 없이 소위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이 불거진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요정이었다가 여관으로 사용된 창성장이 그 중심에 있다. 손 의원의 보좌관인 조희숙씨 또한 언론에 거론되면서 도민들도 궁금해 한다. 조 보좌관은 2003년부터 7년 동안 전주시에서 임기제 공무원을 지내며 전주 한옥마을 기획을 주도했다고 한다. 손혜원 사건은 휘발성이 풍부하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손 의원이 중 고등학교 동창인데다 친분까지 두텁다고 한다. 보수 언론과 야당이 더욱 물고 뜯는 이유다. 박지원 의원과 손 의원이 배신의 아이콘투기의 아이콘운운하면서 싸우고 있으니 점입가경이다. 그런데 도민들 입장에서는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게 있다. 지난해 8월 선(線)면(面) 단위 문화재로 처음 등록된 근대역사문화공간 3곳 중에서 문화재청의 올해 관련 예산 중 83%가 목포에 집중된 배경이 궁금한 것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과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의 기반 조성 마련을 위해 투입할 예산은 총 131억 7000만 원인데, 이 중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에 편성된 예산은 110억 2000만 원으로, 총 83%에 달한다. 군산과 영주는 각각 12억5000만 원, 9억원에 불과하다. 투기 의혹과는 별개로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와관련 문화재청은 올해부터 5년에 걸쳐 목포 500억 원, 군산 330억 원, 영주 24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목포는 건축 유산이 워낙 많다 보니 첫해에 보수정비와 자산 매입에 편성된 예산이 많을 뿐 이라고 설명한다. 듣고보면 그럴 듯하지만 유독 목포에만 집중 투자되는 이유가 좀 궁색해 보인다. 지금은 목포의 눈물을 닦을때가 아니라 경제가 반토막 난 군산의 눈물을 닦을때인데 말이다. 군산 근대문화유산을 지키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산 해망동, 장미동에서 수십채씩 집을 살 또다른 국회의원은 혹시 없을까.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1.21 19:49

정치권의 협치가 살길

대구버스정비업체가 배출한 오염된 흙을 광주환경업체가 지난해 12월 옥정호 상수도원이 인접한 임실군 신덕면 율치에 260톤이나 반입해 최근 임실군 신덕면민들이 발끈했다. 법의 맹점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광주업체가 얼마나 전북을 우습게 봤으면 이 같은 일을 저질렀겠는가.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등록 허가권이 업체사무실이 있는 시도지사에게 있어 한적한 임실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 업체는 오염된 토사를 정화시켜 판매할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임실군 신덕면에 있는 한 폐공장을 인수했던 것. 광주시가 임실군의 불허요청을 묵살하고 허가한 것은내 앞마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정한 임실군 신덕면민들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문제는 광주시가 임실군이 불허요청한 것을 허가해준 것과 업체가 얼마나 전북을 우습게 봤으면 이 같은 짓을 할 수 있었겠느냐다. 그간 전북은 알게 모르게 광주 전남 때문에 피해를 봐왔다. 호남으로 전북을 묶어 파이를 키워 놓고서는 전북몫까지 뺏어간 경우가 많았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도 호남권 청사나 본부를 광주에다가 설치하고 전북예속을 가속화시켰다. 새만금사업이 30년 가까히 터덕거린 것도 광주 전남 출신 정치인이나 공직자들 때문이었다. 선거때마다 공조한 결과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득은 광주 전남이 챙겨간 꼴이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이 예타에서 멈칫거린 것도 김제공항을 반납한 우리 책임이 있지만 무안공항 때문에 생겼다. 2021년까지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운영키로 해 새만금국제공항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공항과 신항만건설이 새만금사업의 핵심사업이지만 광주 전남사람들이 딴지를 거는 것은 새만금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듯이 새만금사업은 환황해권 중심지로 발전해 가야할 성장동력이다. 항공수요를 들먹이지만 수요는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를 포함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말이 청주공항 사례에서 이미 증명됐다. 앞서 지적한 사례가 현재 전북과 광주 전남과의 관계가 어떤가를 드러냈다. 전북 사람들은 농경문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남을 괴롭힐줄도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살아왔다. 산업화 과정에서 그러다보니까 적극성 결여로 피해도 많이 봤다. 심지어 전북혁신도시 제3금융도시 지정을 놓고 부산에서 태클을 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까지 이전시키려고 하는 부산상의가 전북 제3금융도시건설을 훼방하는 것은 균형발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전북은 가야할길이 바쁜데 훼방꾼들 때문에 걱정이다. 광주 전남과 충청도까지 훼방 놓아 송하진 지사를 힘들게 한다. 결국 정치적으로 힘이 약해서 이같은 일이 생겼다. 임실군에서 불허요청한 것을 광주시가 허가해준 것이나 업체가 중금속이 포함된 흙더미를 전북에다가 반입시킨 것은 전북을 깔봤기 때문에 한 짓이다. 누굴 탓하기에 앞서 정치권이 똘똘 뭉쳐서 협치를 해야 이같은 못된 짓을 막아낼 수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01.20 18:19

장애인 운동선수의 소망

새해 초, 장애인 여자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이도연선수를 만났다. 서른 중반에 탁구로 운동을 시작한 그는 육상을 거쳐 핸드사이클을 주 종목으로 선택했지만 겨울에는 노르딕스키 국가대표로도 활동하는 전천후 선수다. 그가 지닌 장애는 척추장애로 인한 하반신 마비. 사고로 안겨진 후천적 장애다. 2012년 그는 장애인 전국체전에 출전, 육상 투포환 3개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다시 핸드사이클에 도전해 국가대표가 됐다. 새롭게 도전하는 종목마다 두각을 나타냈던 그의 도전정신은 모든 경기에서 빛났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2관왕이 됐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그의 도전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2016년에는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노르딕스키에 도전 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진가 알고 싶었다. 1년여 만에 국가대표가 되어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그가 대중들에게 더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해 동계 패럴림픽에서다. 노르딕스키 7개 종목에 출전했던 그는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대신 모든 종목을 완주해냈다. 눈물겨운 역경을 딛고 자기 한계에 도전한 그의 용기와 도전은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올해 나이 마흔 일곱. 운동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는 그에게는 큰 소망이 있다. 주 종목인 핸드사이클로 세계를 석권하는 일이다.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경기가 바로 눈앞에 있다. 내년 도쿄에서 열리는 2020 도쿄 하계 패럴림픽이다. 주어진 시간은 1년 반. 2월까지 이어지는 노르딕스키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핸드사이클 훈련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다. 국가대표 선수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핸드사이클 실업팀이 없다. 이도연처럼 국제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선수들도 대부분 직업 선수가 아니다. 그래서 좋은 지도자를 만나 본격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직업선수가 되어보는 것은 모든 장애인 운동선수들의 소망이 됐다. 한때 다른 자치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도 했던 이도연 또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의 이름을 걸고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다. 장애인 복지 정책을 앞세운 자치단체들에게도 장애인 실업팀은 어려운 과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그들의 도전이 제대로 빛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01.17 21:57

체육계 ‘미투’

서지현 검사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미투(Me Too)운동이 문화예술계에 이어 체육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연초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가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데 이어 신유용 전 유도선수도 고창 영선고 1학년 때부터 4년동안 코치에게 20여 차례나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쉬쉬해오던 체육계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다. 사실 체육계의 성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따금 성추행이나 성폭력 문제가 불거져왔지만 체육계의 폐쇄적인 구조와 지도자와 선수라는 절대적인 상하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침묵의 카르텔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가해자에 편향된 솜방망이 처벌도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범죄를 조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팀 감독이 당시 19살인 신인 선수를 자신의 호텔 방으로 불러 성폭행을 시도하려다가 발각됐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가해자의 영구 제명과 선수 접촉 및 면담 가이드라인 제시, 성폭력 신고센터 설치 등 근절 대책을 내놓았고 농구팀 감독은 영구 제명 조처했다. 그러나 제명됐던 감독은 슬그머니 대한농구협회의 추천서를 받아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년이 지났지만 체육계의 성범죄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현재도 지도하던 선수를 임신시킨 코치가 버젓이 관련 단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에서는 코치에게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6명이 더 있다고 공개했다.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폭력성폭력폭언으로 징계한 사건이 124건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사과와 함께 성범죄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12년 전에 제시했던 내용과 별다른 게 없다. 그동안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내놓은 정책을 재탕 삼탕한 것 뿐이란게 체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법기관의 성범죄 사건 처리에도 불만을 토로한다. 신유용 전 선수는 지난해 3월 서울방배경찰서에 가해자인 코치를 고소하고 조사를 받았지만 사건은 가해자 주소지인 익산경찰서로 이첩된 이후 10개월이 넘도록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정신과 영혼까지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준다. 심석희 신유용 선수의 용기있는 고백이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폭력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01.16 20:08

어울림 학교

농어촌 학교 통폐합이 2000년대 중반까지 교육계 큰 이슈였다. 학교 통폐합이 순전히 경제적 논리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추진되면서다. 학교 통폐합에 따른 농어촌 학생들의 교육문제나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가 갖는 상징성은 별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지역사회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시작된 것은 80년대 초부터다. 당시만 해도 시도 교육청 자체적으로 추진된 까닭에 그리 갈등이 없었다. 폐교된 학교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학교 통폐합이 절정에 이른 것은 정부 주도로 통폐합을 추진했던 1999년이다. 이 때 통폐합된 학교가 전국적으로 971개교다. 전북에서도 이 해 없어진 학교가 50개나 됐다. 이후에도 교육부가 재정 인센티브로 시도 교육청을 옥죄면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80년대 이후 통폐합 학교가 전북에서만 316개교에 이른다. 현재 도내 초중고 수가 760여개인 점을 감안할 때 1/3 정도의 학교가 사라진 셈이다. 이런 학교 통폐합 문제가 근래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최근 5년간 도내 폐교된 학교도 3개교뿐이었다. 교육부의 인센티브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규모 학교를 잘 지킨 셈이다. 그렇다고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을 적용할 때 전북지역 전체 학교의 46% 정도가 그 대상이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문제가 언제든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북교육청이 이런 난제의 해법을어울림 학교에서 찾은 것 같다. 농어촌 지역의 학생 감소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인근 학교와 연계를 통해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큰 학교에서 소규모 학교로 학생 전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공동통학구로 시작된 어울림 학교는 작은학교협력형, 마을학교 협력형, 테마형 등 4가지 유형으로 150개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한 걸음 나아가 올해부터 도시형 어울림학교를 시범 운영키로 했단다. 작은 학교를 살리면서 큰 학교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면서다. 학교 통폐합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어울림 학교가 증명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9.01.15 19:56

비비고 만두와 하림 김홍국

만두의 기원에 대해 여러가지 학설이 있으나 제갈공명이 남만을 평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풍랑이 심해 신을 달래기 위한 묘책으로 만두를 바친 일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중국, 한국을 말할 것 없이 널리 만두가 사랑을 받았으나 요즘처럼 만두 열풍이 부는 것은 참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요즘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비비고 만두라고 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가 지난해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한 6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여세를 몰아 내년엔 만두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남원시가 전 세계를 향한 CJ제일제당의 K-food 전진기지라는 거다. CJ제일제당은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와 고메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면 시장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HMR (가정간편식)냉동면 시장에서 급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CJ제일제당 남원공장에서 출시한 냉동면 신제품 비비고 진한교자 칼국수와 비비고 얼큰버섯 칼국수, 고메 중화 짬뽕, 고메 나가사끼 짬뽕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1992년 남원 인월에 설립된 영우냉동식품이 오늘날의 CJ제일제당 남원공장이다. 제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대기업의 유통, 마케팅의 벽을 넘을 수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국내에서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소위 혼밥 문화가 확산되자 CJ제일제당을 비롯한 대식품기업들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만두 하나가 이럴진대 K푸드의 성장 잠재력은 가히 상상도 하기 어렵다. 식품산업을 말할때 익산 출신 김홍국 하림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 병아리 몇마리를 키우다 1978년 익산 황등 육계농장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은 한국 식품산업 역사에서 뚜렷하게 한 획을 그었다. 그런 그가 최근 재경전북도민회장에 취임하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김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굴지의 대기업 치고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데 좀 소홀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않다. 비비고 만두 열풍을 보면서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인 하림이 전 세계에 K-food의 명성을 떨치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소떼를 몰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K-food를 지구촌에 알리는 김홍국 하림회장은 과연 고향을 위해 통크게 무엇을 할 것인가.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1.14 19:54

새만금 신항의 허구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의 그간 추진과정을 보면 열불이 나면서 속이 타들어간다. 방조제에서 보면 언제 드넓은 이 푸른 바다를 다 메울 것인가 까마득해 보인다. 다행히도 매립에 속도를 내려고 지난해 새만금개발공사를 창립했고 세종시에 있던 새만금개발청을 군산 현지로 옮겼다. 단지내에 남북간 동서간 간선도로를 착공했고 올해는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를 당초 정부 예산 2500억 보다 1500억원을 늘려 착공할 예정이다. 사업 착공 28년만에 새만금 관련예산이 1조원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신항만건설사업이 계속해서 뒷전으로 밀려 당초 목표연도인 2023년 준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세계적으로 선박대형화가 이뤄지는 추세인데다 새만금의 미래물동량을 감안하면 현재 2~3만톤 선박이 접안하도록 돼 있는 기본계획은 바꿔야 한다. 신항만 1단계사업은 2023년까지 부두시설 4선석(총18선석) 방파제 3.1Km( 총3.5Km) 호안 7.3Km(총 15.3Km) 부지조성118만㎡(총308㎡)등을 건설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올 국가예산에 신항만 1단계 부두시설 설계비가 단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간 해수부는 전북도가 요구했던 새만금신항만 건설사업을 국비로 추진하고 선석규모 확대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 그러나 기재부가 먼저 민자를 유치해서 추진토록 고집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원래 항만건설사업은 국비를 들여 추진하는 게 원칙이다. 다음으로 증설 할 경우에는 민자유치를 할 수가 있다. 처음부터 기재부가 민자를 유치하라는 것은 새만금신항만 건설사업을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내 보인 것이나 다름 없다. 새만금 내부도로가 완공되고 산단 임대용지가 조성되더라도 정작 뱃길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물류비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로서는 굳이 새만금으로 와서 둥지를 틀 필요가 없다. 전북의 미래먹거리이자 국가전략산업인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도 새만금신항만 건설이 진척 안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전북은 암스테르담항과 네슬레라는 세계적 식품기업 와게닝겐 대학 등 산학연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네덜란드를 모방해서 익산식품클러스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10만톤급 대형 선박이 접안토록 항만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 지금 전북은 보이지 않게 타 시도의 견제를 받고 있다. 인천 대산 평택 대불 광양 부산 울산 포항 등 항만경쟁이 치열한 관계로 이들이 새만금신항만을 축소하도록 정부 요로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북도가 새만금국제공항 예타 면제 갖고도 애를 먹고 있는 판에 새만금신항만 건설은 도 차원에서도 이슈가 안되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새만금신항만은 절대로 놓쳐선 안되는 카드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안되면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를 게 없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 말고는 정치권이 모두 열중쉬어다. 아쉬운 사람이 샘 파듯이 도민들이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01.13 18:38

경조사 문자

연초에 꼭 챙겼어야 할 조문을 놓쳤다. 뒤늦게 알게 된 지인의 부친상이었다. 그동안에도 몰라서 챙길 수 없었거나 알고도 일상이 바빠 지나쳐버린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이번에는 마음이 유독 쓰였다. 상주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청년이다. 친족도 적어 상가가 쓸쓸하더라는 말을 전해 들으니 더 착잡했다. 조의라도 전하려고 전화를 했다. 상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슬픔이 깊겠다 싶어 조심스러웠다.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섭섭함도 전할 요량이었는데, 의외로 목소리가 밝았다. 긴 투병생활에 마지막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던 덕분인지 마음을 빨리 추스를 수 있었다고 했다. 알려야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대로 연락 없이 지내다가 불쑥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연락한다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단다. 오히려 마음 쓰이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미안해했다. 경조사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심심찮게 겪은 일이 있다. 고위직 공무원의 딸 결혼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오래전에 업무로 왕래가 있었지만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분이어서 결혼식 알림 문자가 다소 뜨악했다. 생각해보니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일괄 전송한 문자임이 분명했다. 어느 때는 부고를 알리는 문자도 똑같은 방식으로 전해졌다. 부고 문자를 받고서도 이 분이 누구였던가를 생각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온갖 광고가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올 정도로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있으니 이런 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분들의 경조사를 알게 해주는 알림 문자가 꼭 나쁠 것은 없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상대방을 확인하지 않고 보낸 경조사 알림문자 중 다시 정중한 인사문자를 받게 되는 경우다. 그런 문자들은 대략 공사다망하신 중에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댁내에 경조사가 있을 때 꼭 연락주시라는 내용이다. 이쯤 되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 조문을 가지도 않았는데 인사문자를 받으니 얼마나 마음이 무거워지겠는가. 처음 이런 문자를 받았을때는못가 뵈어 죄송하다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문자를 보낼까 고민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경조사 알림 문자를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를 가리지 않고 보냈던 것처럼 답 인사문자도 그렇게 보낸다는 사실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이 또 있다. 이런 경조사 문자를 보내는 경우를 보면 십중팔구 고위공직자나 회사 임원의 경조사란 것이다. 경조사 문자까지도 광고가 되어버린 시대. 이 가벼운 삶의 문화가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01.10 20:02

세기의 로맨스

지난해 2월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개봉됐던 영화 오직 사랑뿐이 전 세계적으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쉽게 만나고 너무 쉽게 헤어지는 요즘 세태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묻는 메시지였다. 원제는 A United Kingdom으로 영국 보호령인 남아프리카 베추아날란드를 상징하며 흑인 왕자와 평범한 백인 여성의 인종을 초월한 로맨스를 그린 실화 영화다. 1947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유학중이던 베추아날란드 왕자 세레체 카마(데이비드 오예로워)는 한 댄스파티장에서 영국 여성인 루스 윌리엄스(로자먼드 파이크)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의 앞 길은 꽃길이 아닌 인종 장벽과 국가간 반대에 직면한다. 당시 영국에선 백인과 흑인의 결혼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고 영국 정부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고 베추아날란드 왕가와 루스의 집안에서도 결사 반대했다. 그럼에도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 때문에 망명생활을 해야 했고 1956년 귀국한 카마는 왕위 포기를 선언한다. 대신에 최초의 민주선거를 제안하고 국명도 보츠와나로 개명해 민주국가의 첫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는 군중 앞에서 나는 국민을 사랑합니다. 이 땅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도 사랑합니다라는 호소를 통해 닫혀있던 부족들의 마음을 열었다. 이후 카마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국인 보츠와나를 부정부패 없는 안정된 나라로 세웠고 민주주의 지수가 프랑스와 같을 정도로 선진 국가로 정착시켰다. 루스는 평생을 에이즈 퇴치와 인종차별 철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남편 옆에 잠들었다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으로 영국의 에드워드 8세도 있다. 그는 미국인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려 했지만 보수적인 영국사회와 영국 국교회의 강력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그는 1936년 12월 11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왕으로서 의무를 다할 수 없다며 왕위를 포기했다. 동 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 모두 사랑을 쟁취했지만 에드워드 8세는 세레체 카마처럼 성공한 지도자는 못됐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의 술탄 무하맛 5세 국왕(50)이 전격 퇴위했다. 지난 2016년 말 즉위했지만 2년여 만에 물러났다.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스 모스크바 출신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26)와의 비밀 결혼식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도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인지 궁금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01.09 19:40

전주와 세계무형유산

전주는 세계무형유산의 중심지다. 입발림이 아니다. 일찍부터 무형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한 나라가 한국이다.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을 통해 인간문화재 제도를 도입했다. 유네스코 차원에서 무형문화 보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한 참 뒤의 일이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회원국들에게Living Human Treasure제도를 설치할 것을 촉구한 후 여러 나라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Living Human Treasure제도가 바로 우리의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인간문화재에서 나왔다. 유네스코 차원의 구체적 결실은 2003년 무형유산보호협약을 통해서였다. 무형문화 보호에 있어 한국이 유네스코보다 40년이나 앞선 셈이다. 세계무형유산을 선도해온 한국에서도 전주는 심장부다. 한국 무형문화를 집적하는 시설과 기능을 갖춘 기관인 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건물과 공간을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유일하며, 그곳이 바로 전주다. 국립무형유산원은 2000년대 초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에 힘을 모았던 당시 전주에 큰 선물이었다. 도심 속 큰 정원이었던 산림환경연구원 자리를 선뜻 내주면서 아깝지 않게 여긴 것도 무형유산원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국립무형유산원이 그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이다. 실제 6만㎡에 이르는 널따란 면적에 자리 잡은 여러 시설들이 아까울 정도로 유산원은 보통 평일에 한가롭기만 하다. 기본적으로 유산원 측이 지역과의 호흡을 등한시 한 탓이다. 더불어 지역사회의 유산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주시가 무형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세계인과 함께 나누기 위해전주세계무형유산대상을 제정했다고 한다. 무형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전주가 세계무형유산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취지일 게다. 그럼에도 국립무형유산원이라는 전문 국가기관을 놓아두고 전주시가 굳이 나서야 할 사업인지 의문이다. 어떤 사업이든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면 협업과 융복합이 필수다. 기왕 시작한 사업인 만큼, 전주시와 무형유산원간 긴밀한 협력 아래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9.01.08 20:03

이춘석 의원의 항변

노령에 피는 햇살 강산은 열려, 금만경 넓은 들에 굽이는 물결~ 김해강 작사, 김동진 작곡의 전북의 노래앞 구절이다. 3절 첫 소절은 삼백만 도민들아 모두 나서라로 시작한다. 작사 당시 전북의 인구수가 약 200만명 남짓이었으나 전북의 번영을 전제로 300만 도민을 상정한게 아닌가 싶다. 기대와 달리 전북의 인구는 마지노선인 185만명도 무너졌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기가막힐 일이다. 전북 엑소더스의 결정적 원인은 부족한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며 고속도로와 KTX도 단단히 한몫했다. KTX 얘기가 나오다보니 한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 3일 전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기해년 신년인사회가 호텔르윈에서 열렸다. 지사, 교육감, 전주상의 회장 등의 인사말에 이어 현역 국회의원들이 한마디씩 덕담을 하는 순서에서 익산 출신 이춘석 의원이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익산에서 (서울가는거 보다) 전주가는게 더 부담스럽다고 운을 뗀 그는 전주뿐 아니라 익산을 비롯한 도내 전 지역이 고루 잘 살고, 모든 판단을 할때 전주 위주로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었다. 긴 말 하지 않아도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지 잘 알 것이라고 말한 그의 속내를 모르는 이가 없다. KTX 혁신역이 그 중심에 있다. 도내 지도자들이 각 시군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주 중심으로만 판단하느냐는 항변이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없는게 아니다. 모든 걸 다 전주에 빼앗긴다고 여기는 익산 지역 일부 정서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춘석 의원이 누구인가. 호남 유일의 집권 여당 3선의원, 직전 사무총장, 차기 기재위원장이다. 단순히 선거구를 넘어 전북에 가장 도움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살피고, 좀 더 넓게는 어느것이 국정에 더 도움을 되는지 판단할 위치에 있다. 언젠가 그는 KTX 전북 혁신역 신설은 없다는데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밝혔다. 익산 선거구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나 과연 그게 집권여당 사무총장이 정치 생명을 걸 만큼 엄중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익산의 것을 빼앗아서 전주만 이득을 보면 안되지만, 결과적으로 전북의 파이를 키우는 방안이 무엇인지는 이 의원 자신이 더 잘 알것이다. 이낙연 총리의 흑산도 공항 추진,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세종역 신설 움직임을 보면서 정계 거물인 이춘석 의원도 뭔가 느끼는게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익산 것을 전주에 빼앗긴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전북의 파이를 키워 결국 익산도 더 발전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익산도 살고 전주나 김제도 살 수 있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9.01.07 19:45

전북의 살길은 출산

인구늘리기는 국가적 과제지만 자치단체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사업이다. 각 시군별로 그간 나름대로 출산장려정책을 펴지만 미봉책에 그쳤다. 출산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갈수록 결혼이 늦춰지거나 비혼이 늘어간다. 양육과 교육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므로 현실적으로 맞벌이를 하고도 힘겹다. 이 모든 문제가 맞물려서 돌아가기 때문에 제반 출산여건을 갖춰주는 것이 급선무다. 전북의 185만 인구 붕괴는 시간 문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주 익산 군산 완주군만 남고 나머지 10개 시군이 소멸된다는 전망보고도 있다. 전북은 인구가 적어 중앙정치권으로부터 별로 관심 대상 지역이 아니다. 지난 장미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64.8%라는 기록적인 숫자로 지지를 해 줬지만 유권자수가 적다 보니까 이해관계가 적어 전북현안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정치는 숫자놀음에서 비롯된다. 유권자수는 기본이고 지지율에서 국가예산이 좌우된다. 전북에서 보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의 폐쇄가 가장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정권 입장에서 보면 이해관계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조선이나 자동차산업은 중국 때문에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어서 전북만 딱 짚어서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다. 도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무척 야속하고 서운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쪽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당정 고위관계자들도 전북을 다녀 갈 때마다 전북현안을 놓고 립서비스에 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정치권의 힘이 나약한 탓이 크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이해관계가 적은 게 문제다. 인구감소현상은 현재 문제지만 미래문제와 직결돼 있다. 모두가 피부로 직접 느끼지 못하다 보니까 뒷전으로 밀린다. 단체장들도 어느 정도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재선을 위해 다른 치적 쌓기용 사업에 몰두한다. 올해부터 모든 자치단체는 185만 인구선을 최후방어선으로 설정하고 인구늘리기에 몰두해야 한다. 도나 시군은 인구를 늘리기 위한 기구를 편성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면 만사를 제치고 추경에서 인구늘리기 예산을 더 편성해야 한다. 전북이 오늘 어려워도 희망을 가지려면 인구를 늘려야 한다. 이게 안되면 모든 게 전북은 끝난다. 인구늘리기는 관에서만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도민 모두가 힘을 합해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도내 어디서나 아이들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면 전북의 장래는 걱정 없다. 다산의 상징인 기해년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도록 송하진 지사부터 특단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도 선거만 의식 하지 말고 인구늘리기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 출산을 맘 놓고 할 수 있도록 청년일자리 마련이나 소득향상이 함께 이뤄지도록 고민해야 한다. 신년인사회 때 지도급 인사들이 똘똘뭉쳐 나가자고 맘 먹었던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전북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가 열어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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