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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일기 쓰기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존속됐던 조선왕조 519년을 이끈 왕은 27명이다. 시대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했지만 이들 왕들은 여러 형태로 정사를 살펴 국가를 이끌었다. 더러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기도 했지만 성군으로 역사를 빛낸 왕들 또한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정치와 경제 문화 과학 등을 두루 발전시켜 조선의 황금기를 연 세종이나 할아버지 영조의 탕평책을 계승해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각종 개혁정책을 성공시켜 조선후기 문예부흥을 이끈 정조의 궤적은 빛난다. 정조는 특히 책읽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왕이다. 어려서부터 일과를 정해놓고 반드시 글을 읽었으며 읽기로 마음먹은 책을 다 읽지 못하면 밤을 새우다시피하며 책을 읽었다. 자기완성을 위해 책을 읽고 학문을 연마했던 정조가 또 하나 중요한 일과로 삼은 것이 있다. 매일 하루의 일을 점검하고 반성하며 이를 글로 쓰는 일기 쓰기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자의 제자인 증자가 매일 세 가지로 반성했다는 일일삼성(一日三省)을 교훈으로 삼았다. 남을 위해 일하는데 정성을 다했는가. 벗들과 사귀는데 신의를 다했는가. 배운 가르침을 실천했는가를 돌아보며 매일 일기를 썼다는 그는 결국 <일성록>을 편찬하기에 이른다. 아홉 살에 시작해 즉위한 후에도 계속 일기를 썼던 정조는 1781년 규장각의 신하들에게 자신의 일기 쓰는 습관을 전하고 이것을 왕명으로 취급한 각종 문서와 사건을 공식적으로 기록한 <승정원일기>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공식적 기록으로 후대에 전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관찬사서 중 하나인 <일성록>은 2천 327책으로 구성된 필사본이다. 정조가 왕세손 때부터 쓰기 시작한 <존현각 일기>로 시작되어 순종대의 일기까지 담겨 있는데, 국왕이 통치의 거울로 삼기 위해 작성한 왕조실록과는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왕조실록이 당대의 왕이 죽은 뒤에 편찬되는 것인 반면 <일성록>은 당시를 직접 기록한 사료이기 때문이다. 조선사회를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하는데 귀한 사료로 평가받는 <일성록>은 다른 기록에서는 볼 수 없는 중요한 사실, 특히 사회경제의 실상을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조의 일기쓰기가 아니었으면 남겨지지 못했을 귀한 기록이다. 새해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일일삼성은 아니더라도 하루를 기록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일 일터인데, 돌아보니 일기쓰기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01.03 19:51

국회 문턱 못 넘은 고향세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도입하려는 고향세(고향사랑 기부제)가 지난 연말 또 다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정부는 애초 올해부터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입법화 과정이 늦어지면서 2020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고향세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내년 시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수도권과 지역간 재정불균형 해소와 지역 활성화를 위해 10여년 전부터 거론됐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처음 대선공약으로 도시민이 부담하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2009년과 2011년에 관련 법률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수도권 자치단체와 국회의원의 강력 반대로 무산됐다. 다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에서 고향사랑 기부제를 공약으로 제시한데 이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60% 정도가 고향세 도입에 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고향사랑 기부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지난 12월 국회에서도 입법이 물 건너갔다. 고향세 시행방안 마련과 관련 제도정비 등으로 1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연말에는 관련 법안이 꼭 통과됐어야 했다. 지난 2008년 고향납세제를 도입한 일본은 2017년 고향세 총액이 3조7000억원에 달하면서 지역발전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고향세를 통해 지역 인재양성과 주민 의료복지서비스 강화, 일자리 창출사업 등을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 또한 고향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을 제공하면서 홋카이도와 미야자키현의 경우 농가소득도 늘었다. 전라북도는 지난 2017년 재정자립도가 30.29%로 전국 평균 55.23%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였다. 도내 14개 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7.92%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 20% 이상은 전주 군산 완주 등 3곳뿐이고 정읍 남원 김제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 등 10곳은 10%도 안된다. 이들 10곳은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 해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이 살아나야 수도권도 살고 지역이 고루 발전돼야 국가균형발전도 이뤄진다. 여야 정파나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고향세 입법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01.02 19:46

새해 행복지수

지난 반세기에 걸쳐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나 우리 국민들의 행복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높지 않다. UN이 OECD 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발표하는 행복지수(The 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2017년 기준 38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스웨덴 캐나다 스위스 등이 행복지수의 상위권에 있고, 헝가리 러시아 브라질 그리스 등이 우리의 뒤에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어도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개인의 행복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주변의 여건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행복의 척도가 물질적 다과나 개인의 노력 여하에만 달려 있다면 UN 같은 국제기구가 나서 행복지수를 발표할 필요도 없다. UN에서 2012년부터 행복수준을 측정한 이후 세계 각국이 삶의 질이나 행복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들을 만들어 자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최근 몇 년 사이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지난해 주52시간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정책을 펴는 지자체들은 더 직접적이며 적극적이다. 민선 7기 단체장 중에서주민 행복을 구호로 걸지 않은 단체장이 없을 정도다.행복 증진에 관한 조례나 규칙까지 만든 지자체도 있다. 행복지표와 관련해서는 전북도 선진지역이다. 전북연구원이 2017년 7개 영역에 걸쳐 53개 지표로 구성된 행복지표를 만들어 전북도민들의 행복지표 조사와 조사했으며, 전라북도 행복지표 조사 및 정책 연계방안을 발표했다. 전주시도 전북대산학렵력단과 함께 12개 영역에 92개 문항으로 구성된전주형 행복지표를 개발했다. 그러나 실제 이 행복지표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행복증진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른 시도에 비해 비록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도민들의 삶의 질은 전국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들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욕심인가. 축구공이 귀했던 시절, 나이든 사람들은돼지 오줌보하나만 있어도 그 날 하루는 참 행복했다.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도민 모두가행복이라는 황금을 거머쥐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9.01.01 00:06

시기 질투

사람은 왔지만 돈은 안모였다. 돈 쓸만한 곳이 없고 물이 고여 있는 것처럼 역동성이 없기 때문이다. 새만금을 전북의 미래라고 말하지만 현재는 골드 러시를 가져올만한 게 없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까 악순환만 거듭했다. 의식도 깨어 있질 않고 죽었다. 긍정 보다는 부정의식이 날로 팽배해졌다. 시기와 질투가 판친다. 누가 돈 좀 벌었다고하면 더 키워서 그 혜택을 보려고 하기 보다는 못 죽여서 한이다. 이 때문에 기업가들은 언제든지 기회만 주어지면 뜰려고 한다. 있어봤자 좋은 소리 못듣고 돈이나 뜯긴다는 생각 때문에 서울이나 어디로 떠난다. 전북은 차츰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로 간다.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의 여론으로 포장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린다. 어른 아이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질서도 없다. 관심을 가져야 할 때는 외면하고 관심을 갖지 않아야할 때는 나서는 묘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치열함과 처절함이 안 보인다. 그 겨울 촛불정신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행동하는 양심 보다는 뒷담화만 까는 소극적 태도가 오늘의 전북을 만들었다. 목에 방울 달 사람도 없다. 이 눈치 저눈치 살피는데 이골 나 있다. 줏대없이 힘 있는 쪽만 찾아 나서는 못된 버릇만 생겨났다. 역대 정권들이 전북을 외면했지만 우리 스스로가 목소리를 못내 전북몫을 못 가져왔다. 남의 탓도 크지만 내탓도 있다. 정치권이 협치는 고사하고 제 살길만 찾아 나서는 바람에 앞이 컴컴하다. 이대로 가다간 광주 전남이나 충청권으로 편입될 것만 같다. 김제공항을 반납한 것은 제일 어리석은 짓이었다. 김완주 전지사나 최규성 전 의원은 두고두고 욕 먹어야 한다. 그때 강행했으면 오늘과 같은 일은 없다. 새만금국제공항 예타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할 일도 없다. 갈길이 바쁜데 지금와서 공항을 건설해 달라고 요구하니 무척 자존심이 상한다. 해 준다고 할 때는 반대해 놓고 이제와서 해 달라고 하니 옹색하다. 송하진 지사가 2023년 잼버리 새만금개최를 빌미로 노력하지만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지 않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도민들이 와신상담(臥薪嘗膽)하는 심정으로 적극적인 근성을 길러야 한다. 지역이 거룩하고 고요한 밤 같이 돼선 백년하청이 되기 십상이다. (주)자광이 2조원을 들여 도청 옆 대한방직 부지에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 타워를 짓겠다는 것도 일부 반대가 있지만 강행해야 한다. 파리 에펠탑 건설 때 파리지엥들의 반대가 엄청났다. 반대를 무릅 쓰고 에펠탑을 건설해 놓고 보니 결과가 어떠했는가.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기업을 배척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관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해서 무작정 시민 여론과 엇박자를 내면 곤란하다. 시민들이 관에서 잘못 판단하면 아니다라고 바로 잡아야 한다. 권리 위에서 낮잠자는 시민이 되면 죽도 밥도 안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12.30 19:08

나일강의 범람과 한 해의 시작

어느 날 문득 우리 앞에 와있던 새해가 가고, 또 다른 새해가 들어서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책상 위에 새해 달력이 놓이기 마련인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해마다 12월이 가까워오면 신년 달력이 돌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쓰임이 예전만 못하지만 편의성으로 따지자면 아무래도 한눈에 한 달 단위 날자와 요일을 알 수 있는 달력이 우선이다. 문화가 달라지면서 달력 생산이 크게 줄었지만 새해가 되면 여전히 달력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달력 생산은 시장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한때 인쇄업계에는 그해 달력 제작 주문량에 따라 새해 경기를 가늠할 정도로 달력 제작은 시장 경기 상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태양력이다. 태양력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당초 인류는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은 태음력으로 날짜의 순서를 매겨나가는 달력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태양력을 사용한다. 태양력의 대표주자는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반포한 달력, 그레고리력이다. 그 이전까지 서구 문명은 율리우스력을 사용했으나 계절과 달력이 맞지 않는 오차가 생기면서 율리우스력의 한계를 보완한 그레고리력이 빠르게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1896년에 이를 도입했다. 사실 태양력은 이집트인들이 만든 달력이 그 기원이다. 고대의 이집트 사람들은 1년을 30일 단위로 열두 달을 구성하고 연말에 제일(祭日) 닷새를 더해 1년을 365일로 구성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집트 사람들이 한해를 시작하는 시기다.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 유역에서는 해마다 일정한 때가 되면 강물이 범람해 대지를 적셨다. 이집트 사람들은 365일 중 나일강 물이 붇기 시작해 유역을 범람하는 이 시기를 한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이집트 문명을 형성하고 발전시킨 나일강의 범람에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물이 불어나 물 수량이 평소보다 세배 가까이나 되는 때는 7월 무렵이었다. 이즈음 나일강 물은 유역을 넘어가 고원에 비옥한 흙을 가져다주고 사막을 적셔 새생명을 안겼다. 이집트 사람들에게 나일강의 범람은 자연 재해가 아닌 축복이었던 것이다. 이집트 사람들이 만든 달력이 나일강 물이 불어나는 시기, 7월 무렵에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집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나일강의 범람이 한해의 시작이었듯이 우리에게도 새해의 시작에 축복이 놓였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12.27 20:04

농민수당

우리 농민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待本)은 옛말이고 농업농촌은 국가 정책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식량 주권, 식량 안보를 외치면서도 FTA체결로 국내 농업 빗장은 다 풀려 버려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면서 농민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체 농가 중에 지난해 쌀 생산농가는 57만9000가구로 55.6%에 달하지만 쌀값은 여전히 20년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쌀 생산량 감소로 올해 산지 쌀값이 19만 원 대까지 회복되었지만 밥 한 공기 쌀값은 220원에 불과하다. 정부에선 농민들에게 쌀값 보전을 위해 직불금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농사를 많이 짓는 사람이 많이 받는 구조여서 소규모 농가들에는 실익이 없다. 실제 재배면적이 많은 상위 2.9% 농가가 전체 쌀 직불금의 25%를 수령하고 있다. 반면 하위 71.6% 농가는 28.5%를 받다 보니 직불금마저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부추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도 전북의 농가 수는 지난 2015년 기준 10만362가구로 20년 전보다 5만1895가구나 줄었다. 농가인구는 22만7431명으로 1995년 48만5276명 대비 무려 25만7845명, 53.6%가 격감했다. 더욱이 65세 이상 고령농가 경영주는 5만5915명으로 전체 농가의 55.7%에 달했다. 농민들이 생존 위기에 처하자 자치단체마다 직접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 전남 해남군은 지난 주에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농민수당으로 연간 60만원을 지급한다. 앞서 전남 강진군은 지난해 12월부터 전체 농가에게 연간 70만원씩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 사실상 농민수당인 셈이다. 충남도는 농업환경실천사업 명목으로 모든 농가들에 현금으로 연간 36만원씩 균등 지급하고 부여군은 여기에 농민수당 14만원을 더해 2020년까지 연간 5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020년부터 도 차원에서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공언했다. 전북에선 고창군이 최초로 지난 10월 농민수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급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보다 농민에 대한 직접 지원이 매우 빈약하다. 농업예산 중 직불금 비중을 보면 스위스가 82.3%, 유럽연합 71.4%, 일본 33.6%다. 한국은 변동형 쌀직불금을 제외하면 9%선에 그친다. 산업에서 농업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지만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서 농민수당 같은 직접 지원을 대폭 늘려 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8.12.26 20:28

나이

이십대에는 / 서른이 두려웠다 /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운 나이였다 /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하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하리라 / 죽음 앞에서 /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박우현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시인은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만 결국 아름답지 않은 나이가 없음을 노래했다. 시와 그리 친하지 않은 이들도 나이를 소재로 한 시에 곧잘 공감한다. 나이는 나만이 아닌,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 때문일 게다. 나이는 친지간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위아래를 따지는 데 오랫동안 중요한 잣대였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마음을 트고자 할 때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것으로 관계가 시작된다. 직장에서도 나이가 위면 직위를 떠나 대접을 하게 마련이다.나이도 벼슬이라는 말이 통용됐다. 나이를 두고 싸움이 벌어져 어찌됐다는 식의 사건도 곧잘 벌어졌다.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변했다. 가장 큰 요인이 급속한 고령화에 있다. 장수가 개인에게 축복이지만,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여기게 되면서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회갑연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요즘에는 칠순팔순 잔치도 가까운 가족 행사로 치르는 게 태반이다. 노인 대접을 받았던 60대가 노인정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서젊은이로 통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다시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나이 듦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예수에게 신의 왕국이 어떤 곳인지를 물으니, 그곳에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단다. 시간은 고통과 불행의 정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신의 왕국이 아닌 사람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이 듦을 서러워 말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12.25 19:06

58년 개띠의 퇴장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사람들은 다가오는 새해를 기다린다. 십간십이지 조차 제대로 모르는 젊은이들도 황금개띠인 무술년을 보내면서 밝아오는 돼지해(기해년己亥年)를 반긴다. 황금돼지의 해인 내년엔 재물과 행운이 바짝 다가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인 사건이 있을때면 늘 십간십이지를 붙였다. 임진왜란, 을사조약, 무술정변, 신해혁명 하는 식이다. 띠 이야기를 할때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묻지 마라 갑자생(甲子生)이다. 1924년(갑자년)생을 말하는 것으로 질곡의 세월을 겪어온 세대를 대표하는 말이다. 일제치하 20대 초반에 사할린 등에 징집돼 죽게 고생을 했고, 해방이 돼 귀국하자 곧바로 6.25가 터져 전쟁의 참상을 겪었다. 배운것 없고 가진것 없이 가장이 된 이들은 평생 가족을 부양하면서 제대로 호강한번 못해보고 삶을 마감했다. 평생 얼마나 고생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뜻이니 묻지마라 갑자생참으로 슬픈 말이다. 이들보다 한 세대쯤 후에 태어난 58년 개띠 또한 상징성이 크다. 한국 전쟁으로 어수선했던 사회 분위기가 수습된 1958년 태어난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한다. 1958년생은 92만17명으로 처음으로 90만명을 넘어섰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의 신호탄이었는데 그게 큰 힘이었음을 인구절벽 시대에 처한 뒤에야 깨닫게 된다. 58년 개띠는 격동하는 현대사 속에서 가장 중심에 있었다. 대거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교실이 모자라 2부제 수업을 받는것은 흔했고, 선배들과 달리 추첨에 의해 중학교에 진학했다. 중학교 3학년때(1973년) 서울의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첫 도입됐고, 대학 이후에는 유신정권의 몰락과 신군부의 등장, 전대미문의 IMF를 겪으며 치열하게 살았다.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공직이건 민간 부문이건 엄청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 붐이 일면서 태어난 690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은 한국의 최대 인구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할 것도, 갈 곳도, 돈도 없는3무(無) 지대에 머물기 십상이다. 한 세대는 가고 또 한 세대는 오는게 세상의 이치다. 태어나면서부터 환갑(60세)을 맞는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58년 개띠는 오늘 특별한 성탄절을 맞는다. 기성 조직에서 퇴장하는 이들에게 다가오는 기해년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12.24 19:15

전주 완주 통합 재점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아마 IMF 이후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 때는 없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이 문 닫으면서 그 파장이 전북경제를 강타한 탓이 컸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반적으로 남북문제가 잘 풀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조급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기대만큼 쉽게 안 풀리고 있다. 도민들은 인구감소를 내일이 아닌 것처럼 가볍게 넘긴다. 향후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시군은 소멸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구 3만에서 턱걸이 하는 농촌군은 고령화 사회를 형성해 복지예산만 늘어간다. 이미 농촌마을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다. 인구감소는 국가적 재앙이 되었다. 출산하고 싶어도 양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출산을 꺼린다. 3백만을 바라다 볼 때는 전북의 위상이 중위권이었지만 2백만이 무너지고 185만 지키기도 힘겨운 지금은 모든 면에서 최하위다. 전북 뒤에 제주 밖에 없다. 도청소재지인 전주시도 인구 증가요인이 없어 65만에서 정체돼 있다. 전주시를 키워야 전북이 발전한다. 전주 완주 통합이 세번이나 무산됐지만 지금이라도 통합문제를 다시 거론해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문제를 감정적으로 바라다 볼 문제가 아니다. 마산 창원 진주나 여수 여천 그리고 청주 청원 통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통합되면서 인구 85만 도시로 커졌다. 올 예산이 2조3천억으로 통합의 시너지효과가 나타났다. 청주는 수도권으로 편입되면서 기업유치가 활발해 예전의 청주시가 아니다. 청주공항 건설 당시만해도 경제성이 있느니 없느니 하면서 청주공항의 무용론이 제기됐지만 지금은 충북 수출창구로 뒤바꿔졌다. 중부권 허브공항 기능을 톡톡히 하면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청주로 탈바꿈했다. 전주시는 SOC 관련 국가예산이 적어 예산이 1조5천억 밖에 안된다. 인구 30만인 익산시는 1조2천억이고 정읍 남원시가 8천억 순창이 4천억 수준이다. 전주시가 인구에 비해 예산 규모가 적은 것은 면적이 적기 때문이다. 완주군과 경계지역이 대부분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개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역사와 문화 생활권이 같은 완주를 전주와 통합시켜야 한다. 전주를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완주 발전도 더디다. 그간 통합을 제기할 때마다 묘한 정치논리에 가로막혀 통합이 성사되지 못했다. 전주나 완주군민들도 근시안적인 생각을 바꿔야 한다. 완주군 오피니언 리더들이 기득권을 빼앗긴다고 여기고 주민들을 상대로 반대논리를 편 것은 잘못이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시의회는 완주군민의 입장에서 통합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간 완주군민의 피해의식이 컸다. 전주시의 도시 팽창으로 완주군이 잠식당하면서 민원을 유발시키는 시설들이 속속 들어왔다. 전주시가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해 완주군민들이 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21대 총선전에 통합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12.23 19:28

문화도시 만들기

여러해 전, 창조도시와 도시혁신의 석학 찰스 랜드리 교수가 전주를 찾았다. 전북의 한문화창조산업 컨퍼런스 기조발제자로 초청된 그는 이 지역이 갖고 있는 한국적인 문화산업 기반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기조발제를 통해 지난 25년간 일어났던 역사와 도시 개발의 궤적을 살펴보면 창조성과 문화의 결합이 세계 곳곳에서 흥미롭고 빠르게 확산되는 범지구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그의 분석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한옥마을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당시는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던 때였는데 오히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우려했다. 한옥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유무형 자산이 풍부했던 시절의 이미지가 그래도 남아 있는 덕분이라고 진단한 그는 그러나 관광객이 몰리다보면 건물 임대료가 오르게 되고 소중한 자산인 예술가들이 이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진단은 세계 여러 도시들이 치룬 경험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문화창조산업을 성공시킨 일본의 가나자와가 관광객이 몰리면서 그 원형을 지키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나,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영국의 켐브리지를 예로 들었다. 런던의 경우,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를 만들어 실행했는데 그 거리에 관광객이 몰리자 명품브랜드가 들어와 작은 가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가 형성됐다는 예는 시사 하는바가 컸다. 그렇다면 원형을 지키며 창조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는 불가능할까. 아니면 그런 사례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일까. 그의 답이 궁금했었다. 어려운 문제지만 그래도 길을 찾는다면 유일한 처방이 있다는 그가 제시한 것은 도시계획에 필요한 자치단체장의 결단력이었다. 영국 웨스턴미니스터시가 예술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들어올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한 것이나 일본 교토의 경우 관광객 제한 규정을 만들어 특화된 정원을 유지하는 규정을 만든 예를 들었다.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이 워낙 컸고, 관람권 침해라는 저항이 있었지만 이 도시들의 거리와 정원은 원형을 지켜나가는데 성공했다. 전국 도시마다 문화를 앞세운 도시만들기에 열심이다. 어느 도시나 문화도시를 꿈꾼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쏟아져 나오는 정책이 천편일률이다. 수도 없이 건물을 늘리거나 정체도 모를 온갖 콘텐츠가 동원되다보니 도시의 특성은 없어지고 만다. 발전은 더디지만 쇄락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충분히 경험한 도시들도 다르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12.20 19:56

군산 비안도 뱃길

지난 2002년 4월 군산 옥도면 비안도 앞 해상에서 소라잡이에 나선 잠수부들이 고려청자 243점을 건져 올려 큰 화제가 됐다. 이후 군산 십이동파도 해역과 야미도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에 나선 결과, 고려시대 청자를 운반하던 십이동파도선을 비롯해 도자기 닻돌 철제 솥 시루 밧줄 등 1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해저 속에 뭍혀 있다가 800여년만에 빛을 본 이들 유물은 새만금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바다 물길의 변화로 갯벌이 쓸려 나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축조로 인해 비안도 주민들은 17년째 뱃길이 끊겨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다. 섬 지형이 날아가는 기러기처럼 생겼다는 비안도(飛雁島)는 군산항 남서쪽 해상 1.63㎢ 면적의 비교적 큰 섬이다. 현재 182세대 365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지난 2002년부터 여객선 운항 적자와 새만금 방조제 축조로 뱃편이 끊긴 이후 해상 대중교통수단이 전혀 없다. 국내 유인 도서(島嶼) 가운데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곳은 비안도가 유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섬 주민은 물론이고 관공서 학교 교직원 등도 육지로 오가는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새만금 가력항에서 불과 4.5km 거리임에도 뱃편이 없기에 소형 어선을 이용해야 하고 기름값도 한번 운항하는데 20만원 가까이 들어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원이 3명인 소형 어선에 10여명씩 타다보니 가끔씩 선박 전복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했었다. 때문에 초등학교 교직원들의 인사 발령때 인수인계 물품이 구명조끼라고 까지 했었다. 지난 2012년에는 안전행정부에서 찾아가고 싶은 섬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25억원을 투입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2012년 자체 도선사업단을 구성해 가력선착장 점사용 승인신청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했지만 새만금 행정구역 분쟁으로 부안지역에서 강력 반대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마침내 지난 17년동안 끊겼던 군산 비안도 뱃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 18일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전북도와 군산시 부안군 비안도가력선착장 주민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군산 비안도~가력선착장 선박 운항을 합의했다. 선박과 선착장 부대시설 등이 마련되면 내년 8월부터 본격 운항될 예정이다. 비안도와 부안 어민들은 이날 예전처럼 형제같이 지내자며 상생 화합을 다졌다. 17년만에 서로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여니 이웃사촌 한 형제가 됐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8.12.19 19:51

존폐 기로의 자사고

참여정부 때 제안된 자사고 제도가 실제 도입된 것은 국민의정부 말기인 2002년도였다. 도입 당시 찬반 논란도 컸다. 특히 자립형 사립고를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으로 가장 치열했던 곳이 전북이었다. 전주 상산고가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 자립형 사립고로 신청했던 사립 고교들의 경우 포철공고광양제철공고민족사관고 등 기업형 학교이거나 학생 수가 많지 않았던 학교인 데 비해 전주 상산고는 일반계 고교로서 지역 교육에 미칠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상산고의 자립형 사립고 신청을 놓고 전북교육계가 1년 가깝게 찬반 논쟁을 벌였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50일 넘게 도교육청에서 농성을 이어갔으며, 당시 차상철 지부장이 단식 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은 반대, 찬성, 유보 입장을 오가며 흔들렸다. 전교조는자립형 사립고 지정된 날(2002년 5월5일)이 전북교육 사망의 날이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교육부 장관교육감 퇴진운동과 자립고 안보내기 도민운동홍성대 이사장의 저서 <수학정석> 불매운동 등을 펼치겠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자사고를 둘러싼 16년 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자립형 사립고 지정 때와 마찬가지로 전북이 또 핫플레이스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교육부의 자사고 퇴출 정책보다 훨씬 강도를 높이면서다. 김 교육감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자사고 지원생의 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를 앞장서 주도한 데 이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점수를 교육부 기준보다 강화시켰다. 당장 내년 재지정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산고를 겨냥해서다.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은 사학재단을 대표해 엊그제 헌재 공개 변론에 나서 자사고의 궤멸을 걱정했다. 전북 교육의 수장과 전북의 명문 사학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놓고 건강한 토론과 바라직한 해법을 찾는 과정이라면 생산적인 장이 될 수 있다. 자사고 문제는 지역 전반의 교육 생태계와 관련돼 있다. 교육 수장의 개인적 교육철학만을 고집할 문제가 아니다. 자사고 존폐에 대한 지역 내 공론화 과정부터 필요하다고 본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12.18 19:43

차관 인사의 명암

인구, 경제력 등 모든 측면에서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중 10위 이내에 랭크되는게 거의 없다. 그래서 지역의 지도급 인사들을 만나면 으레 화려했던 옛날만 되뇌인다. 다행인 것은 피폐와 좌절의 시기를 오래 겪으면서 요즘들어 과거 보다는 현재, 현재 보다는 미래를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점에서 새롭게 출범한 재경 전북도민회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출향인 중 최고 원로급이 맡아왔던 회장직을 이번에 김홍국 하림 회장이 이어받으면서 조타수가 과거에 비해 20년 이상 젊어졌다. 그와 호흡을 맞춰 정읍 출신 장기철 상임부회장이 실무 책임자를 맡게되면서 전북인들의 네트워크 강화및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출향 전북인은 얼추 300만명에 이르고 있으니 지역에 거주하는 200만 도민과 함께 손을 맞잡는다면 무서울게 하나도 없을 터다. 흔히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려대동창회를 가장 끈끈한 3대 단체로 꼽는데 새 출발하는 전북도민회가 호남향우회의 중심축이 되기를 기대한다. 며칠전 정부는 차관급 16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는데 전북도민 입장에서는 명암이 교차한다. 우선 긍정적인 것은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냈던 김일재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이 차관급으로 승진하면서 개인정보보호위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전북부지사를 지낸 이들이 차관급 인사로 승진하는 관행이 이경옥, 심보균, 심덕섭 차관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이쯤되면 행안부 간부들이 서로 전북부지사로 오려고 다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980년대초 서울 법대 출신의 전병우 전북부지사(진안)는 현직에서 일약 전국구 국회의원에 발탁돼 이후 11, 1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그 시절은 막무가내 낙점하던 군사정부때였다. 왜소한 전북에서 부지사를 지냈다하여 1~2년만에 차관이 되는것은 사실 오랫동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게 하나 있다. 이번 인사에서 심보균 행안부 차관, 심덕섭 보훈처 차장,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라승용 농진청장 등 전북 출신 차관 4명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차기 고시 기수가 밀려오기에 차관은 1년 남짓 재직하는게 관례라고는 하지만 유독 전북 출신 요직 차관만 다 날아간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없지않다. 신임 차관 16명중 무려 3명이 광주 동신고 출신이라는 소식이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왜 그럴까. 차관 인사를 지켜보는 도민들은 전북도민회의 더 능동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12.17 19:58

새만금 딜레마

희망의 아이콘인 새만금개발사업이 도민들 뜻대로 안되고 있다. 노태우 전대통령과 김대중 총재간에 정치적 합의로 시작된 새만금개발이 우선순위가 뒤바뀐채 추진돼 기대에 어긋난다. 당초 농지를 확보하려고 추진한 사업을 MB때 마스터플랜을 변경해서 농지를 30%로 대폭 축소하고 대신 공장용지를 70%로 확보하기로 했던 것. 91년 노태우 대통령 때 착공한 새만금개발사업은 그간 역대 대통령들이 의지가 없어 시늉내기식 개발로 그치다보니까 30년이 다되도록 완공을 못했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언제 완공될지 기약이 없다. 다행인 것은 도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많이 줘서인지 속도감을 내려고 새만금개발공사를 신설했고, 국회에서 예결위 소위원이있던 정운천 의원의 막판 노력으로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건설사업비가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1500억원이 증액된 4035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사업인 공항과 신항만건설사업이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 2가지 사업은 새만금사업의 핵심사업으로서 가장 먼저 끝마쳐야할 사업이었다. 공항과 항만이 제대로 안되면 새만금사업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내부개발도 진척시켜야겠지만 그보다 더 빨리 추진해야 할 사업이 공항과 항만건설이다. 사실 공항과 항만을 앞서 추진하지 않은 것만 봐도 역대 정권들이 얼마나 새만금사업에 관심이 없는가를 알 수 있다. 글로벌경쟁시대에는 물류가 관건이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누가 더 낮은 단가로 물류비를 줄여 수송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그래서 기를 쓰고 고속도로와 항만 그리고 공항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간 송하진 지사는 김완주 지사 때 김제공항건설을 포기한 것을 불씨를 되살려 새만금에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해서 중앙정부를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간 송 지사는 2023년 국제잼버리 새만금 개최를 배수진으로 치고 조기에 공항건설 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정부가 예타를 들먹이고 묘한 정치논리를 앞세워 내년 국가예산에 용역비 25억을 확보하지 못했다. 새만금공항건설은 정부의지에 달려 있다. 얼마든지 정부가 하겠다고 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의지가 약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 왔었다. 정부가 새만금개발에 진정성이 있다면 공항건설과 신항만을 2023년까지 끝내야 맞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상황으로는 난감하다. 정부가 새만금신항만건설을 선 민자를 유치한 후 후 재정사업을 고집해 난관에 부딪쳤다. 이처럼 정부가 공항이나 신항만 건설에 의지가 약한 것은 여권의 정치논리가 강하게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공항은 전남 무안과 청주 그리고 서산공항 때문이고 항만도 인천 평택 대산 대불 광양항 때문에 샌드위치가 돼 터덕거리고 있다. 한마디로 새만금에 공항과 신항만을 크게 건설할 경우 자신들 몫이 줄어들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딴지를 걸고 있다. 항공과 물류수요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도 반대논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도내 정치권이 똘똘뭉쳐 해결해 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12.16 19:44

이 도서관 이야기

알려질 만큼 알려졌지만 언제 들어도 마음 따뜻해지는 도서관이 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뒤쪽에 있는 이진아 기념 도서관. 지난 2005년 문을 연 이진아도서관은 한 기업가가 외국 유학중 교통사고로 스물 셋에 세상을 떠난 딸을 기리기 위해 사재 50억 원을 기부해 지어진 공간이다. 개인이 공공도서관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는 일도 그렇지만 진심이 전달되는 공간을 만들고자했던 건축가와 진심을 전한 동네 주민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다. 평생 사업을 하느라 두 딸의 입학식과 졸업식에 가지 못했던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딸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다가 평소 책을 좋아하고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진아씨 이름으로 도서관을 짓기로 했다. 서대문 형무소 뒤쪽에 부지가 확정되고 이어진 현상설계공모에 당선된 사람은 건축가 한형우씨. 그는 도서관이 들어설 땅의 의미와 진아씨의 아픈 사연이 잘 담긴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시절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인사들이 투옥되었던 서대문형무소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 건축가는 형무소의 어둡고 닫힌 이미지와 비극적 사연을 밝고 따뜻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박스형 열람실이 반복되는 공간이 아니라 내부가 통으로 시원하게 뚫린 높은 천장과 밝은 빛이 쏟아지는 열린 구조, 인왕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전망 공간과 이용객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도록 배치된 계단과 복도 등 특별한 공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2005년 9월 15일 도서관 개관식날, 고인의 아버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도서관 터 닦는 작업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을 찍은 사진이 담긴 CD와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생겨 좋지만 그래도 진아 양이 살고 도서관이 없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란 내용의 편지였다. 편지를 쓴 사람은 세진엄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던 건축가는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세진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진아도서관을 가장 의미 있는 작업으로 꼽는 한형우 교수가 전해준 이야기가 있다. 도서관 인근 아파트 주민이었던 세진엄마의 사진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그런 사연을 가진 도서관이 들어선다는데 주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도서관이 지어지는 모습을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날마다 베란다에 나가 공사현장을 찍기 시작했다. 개관식날 전했던 CD는 그의 진심이 담긴 선물이었던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12.13 19:59

인류의 미래 식량 ‘식물성 고기’

고기없는 고기, 이른바 가짜 고기인 대체육이 세계 식품시장에서 뜨고 있다. 진짜 고기처럼 육즙이나 향 식감까지 비슷하지만 고기보다 단백질과 철분이 많은 반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낮아 푸드 테크의 총아로 꼽힌다. 또한 환경오염과 동물 학대 논란도 피할 수 있어서 인류의 미래 식량으로서 각광받을 것으로 예견된다. 대체육은 곤충 식품과 식물 기반의 식물성 고기, 줄기세포 등을 활용한 배양육 등 3가지 분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활성화된 대체육 시장은 식물성 고기다. 곤충식품은 혐오감에 대한 인식 때문에 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있고 줄기세포 배양육은 생산 원가가 높아 아직은 상품화에 한계가 있다. 식물성 고기의 글로벌 선두 주자는 미국의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 푸드다. 2009년 창업한 비욘드미트는 그동안 우리가 먹던 콩 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존 콩 고기는 콩을 갈아 글루텐으로 굳힌 것이다. 반면 비욘드미트는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배양해 고기의 맛과 형태 육즙까지 그대로 재현해 진짜 고기와 흡사하다. 비욘드미트에 투자한 빌 게이츠도 나는 원래 쉽게 속지 않는 사람이다. 가짜 고기가 진짜보다 맛있다고 극찬했다. 비욘드미트가 2016년 출시한 소고기맛 햄버거 패티는 미국에서 250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배양육 시장은 멤피스 미트가 선도하고 있다. 2015년 스타트업 기업으로 출발한 멤피스 미트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줄기세포를 근육조직으로 분화시켜 고기를 배양한다. 실제 동물의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근육과 살코기를 배양했고 2016년 초반 미트볼로 유명세를 탔다. 현재 배양 접시를 식품공장으로 옮겨서 대량 생산에 나섰다. 배양육은 동물 도축이 없고 박테리아 감염 우려도 없어 항생제를 안 쓴다는 장점이 있다. 대체육 시장은 미국 뿐만 아니라 인도와 싱가포르 등 세계에서 주목하면서 지난해 시장 규모가 42억 달러에 달했다. 2025년에는 75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식품 대기업에서도 대체육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일부 업체에서는 미국업체와 손잡고 햄버거 소시지 버거 패티 등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농도로서 농생명 식품산업에 방점을 찍은 전라북도가 국가식품클러스터 구축과 함께 전통 농업의 대안으로 떠오른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 등 차세대 식품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8.12.12 20:05

전주형무소 학살사건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은 전국의 거의 모든 형무소에서 자행됐다. 1960년 국회 양민학살진상특별위원회가 경남북과 전남, 제주지역에서 현지조사를 벌여 작성한 기록에 따르면 부산형무소에서 4832명, 마산형무소 1682명, 대구형무소 1402명 처형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군사정권 시절을 거치며 민간인 학살 사건은 오랫동안 은폐 되면서 그 전모가 지금껏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주형무소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역시 마찬가지다.전주형무소 학살사건이 공개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된 것도 겨우 3년 전이다. 이인철 6.25민간인학살조사연구회 대표 주도로 마련된6.25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 규명을 위한 연구포럼을 통해서다. 퇴각하던 북한군이 1950년 9월25일부터 나흘에 걸쳐 500여명을 피살했다는 내용이 여기서 보고됐다. 그 해 9월 전주 효자공원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추모비가 세워졌다. 전주형무소의 비극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북한군의 전주 점령 이전에 많은 민간인들이 한국 군경에 의해 살해됐다는 게 거의 정설이다. 또 다른 전주형무소 학살사건이 알려진 것은 경상대 신경득 교수가 쓴 <조선 종군실화로 본 민간인 학살>(2002년)이란 논문 속 전주형무소 관련 기술을 통해서다. 1950년 6월26일부터 전주함락 시점인 7월20일까지 정치범과 보도연맹원 등 4500명(과거사정리위원회는 1600명으로 추정)에 대한 4차례의 대량 학살이 있었다는 것이다. 월간 <말>은 2003년 유가족과 당시 교도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신 교수의 논문을 뒷받침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형무소(진북동)에서 남쪽의 시내를 거치지 않고 갈 수 있는 옛 공동묘지와 건지산, 황방산, 소리개재 등이 학살 장소로 선택됐다고 <말>지는 전했다. 전주시가 북한군과 우리의 군경에 의해 전주형무소에서 학살된 민간인 유해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저 전시성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아직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진상 규명도 병행해야 한다. 그것이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영혼과 유족들의 상처를 진실로 보듬는 길이며,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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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8.12.11 19:57

위정자의 묘비명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자신의 업적이나 공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내재돼 있다. 양의 동서와 시간의 고금을 막론하고 이름을 널리 떨친 사람치고 묘비명을 남기지 않은 이가 드물다. 묘비명은 대부분 사자의 혼이 담겨있다.로큰롤의 제왕으로 일컬어졌던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었을 때, 또 위대한 록밴드로 인정받는 비틀즈의 존 레넌이 죽었을 때 당시 언론은 King Is Dead와 Music Is Dead라고 썼다.재치가 넘치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이다.반년전 타개한 김종필 전 총리도 스스로 상당히 긴 비문을 지었는데 한마디로 사무사(思無邪)이다.사악함이 없는 생각이라는 의미인데 과연 실제 JP의 삶이 사무사 였는지는 많은 논란이 있을법 하다. 익히 알려진대로 중국 최초의 여황제였던 측천무후는 세상을 떠날 무렵 자신이 이룩한 업적이 너무나 많으므로 비석 하나에는 다 기록할 수 없을 테니 그저 아무 것도 새기지 말고 비워 두라는 유언을 남겼다. 측천무후의 무자비(無字碑)는 실로 방자하기 그지없다. 오랜 역사속에서 어떤 이는 업적을 돌에 새기고, 또 어떤 이는 쇳물을 녹여 온갖 미사여구로 담아냈으나 그 누구도 변화무쌍한 세월과 민심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잊혀지거나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기 일쑤였다. 며칠전 47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막판 의결과정에서 당초 정부 예산안에도 없었으나 신규로 증액된 쪽지예산이 무려 100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소위 실세 정치인으로 꼽히는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미래당 원내대표, 안상수 예결위원장, 장제원 한국당 예결위 간사, 조정식 민주당 예결위 간사 등의 이름이 도하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뚜렷한 명분만 있다면 국회의원이 지역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예산을 확보한 것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 하다. 그런데 내후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별다른 실적도 없는 국회의원들까지 모두 나서서 쪽지예산을 확보했다며 자랑하는 모습은 볼쌍스럽다. 심지어 일부 시장 군수는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진 곳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고서도 반성문을 쓰기는 커녕, 자랑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 지방의원도 국회 쪽지예산을 그대로 답습해 뽐내고 있다. 이는 마치 자신의 묘비명을 단단한 돌에 끌로 새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현상이 이럴진대 지금의 위정자들이 앞으로 어떤 비문을 스스로 지어서 후세에 남길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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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8.12.10 20:33

세밑단상

올해도 도민들의 삶은 경제난으로 윤택해졌다기 보다는 팍팍했다. 지난해 장미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도민들은 지역발전에 기대가 컸으나 결과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9년동안 전북이 철저하게 소외된터라 문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역시나 내지는 아니올씨다로 끝났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딱 들어 맞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 폐쇄로 직격탄을 맞은 전북은 정부에서 전북경제를 살려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연말이 닥쳐도 피부에 닿는 뾰족한 지원책이 없다. 그간 2개 기업의 비중과 협력사가 많아 군산경제를 좌지우지했지만 지금은 반토막 났다. 사실상 군산조선소의 내년도 재개는 물건너갔고 GM군산자동차공장 문제도 오리무중이다. 도의회가 전북예산 7조원시대를 열었다고 자랑하지만 도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차갑고 낮다. 생활형편이 풀리고 나아져야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송하진 지사가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전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의욕 만큼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송 지사는 도민들의 기대치와 요구사항에 제대로 부응 못해 못내 아쉬워 하는 마음이다. 10명의 국회의원들도 4개정파로 나눠져 말로만 협치 운운하지 실제로는 자신들 21대 총선 준비하기에 급급하다 보니까 도정에 큰 도움을 못줬다. 국회의원들이 송지사 앞에서는 도와준척 하지만 돌아서면 오히려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큰소리 못치고 모기소리나 내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허약한 존재에 세비가 아깝다는 비난도 뒤따랐다. 도내 국회의원들이 당을 떠나 지혜를 모으고 협치를 해야 그나마 전북몫을 챙겨올 수 있지만 그렇게 안돌아가고 있다. 방안퉁수격인 전북 정치권의 소지역이기주의가 지역발전을 발목잡았다. 힘을 모아도 존재감이 약한데 서로 질시해 정치력만 약화됐다. 그간 학연을 중심으로 한 끼리끼리 형태로 도내 리더그룹이 형성되다 보니까 뭉치고 단합해야할 때 구심점이 없어 힘이 모아지지 않았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되는한 전북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타지로 나가는 판에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업체를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기업유치한다고 산토끼 잡으려고 뛰어 다닌 것도 좋지만 투자하겠다고 찾아온 업체를 내팽개치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는 것. (주)자광이 전주 대한방직 부지에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 타워를 건립하겠다고 했지만 전주시가 일방적인 반대여론만을 의식한 나머지 거절했다. 책임론 때문에 거절한 것인지 아니면 더 크게 공익을 확보하려고 한 것인지 석연치 않다. 이런 와중에 15년간이나 전북애향운동본부를 이끌어왔던 임병찬 총재가 3년 더 하겠다는 말이 나돌자 논란이 일고 있다. 도민들이 그분의 공과를 잘 알고 있어 오는 13일 대의원 총회 개최 이전에 2선으로 물러 나겠다고 발표하는 게 도민들에게 마지막 도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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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12.09 19:52

대통령의 삭발

여러해 전 인터넷상에서 눈길을 모았던 사진이 있다. 삭발한 할아버지와 역시 머리털이 없는 아기. 아기를 안고 활짝 웃고 있는 할아버지는 미국 41대 대통령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이고 아기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두 살배기 패트릭, 부시대통령의 경호원 아들이다. 이 사진은 패트릭의 친구들(Patrics Pal)이란 사이트를 통해 알려졌는데 사이트에는 이 사진 말고도 부시대통령과 함께 20여명 삭발한 사람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또 있었다. 더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부시대통령과 이들 20여명이 함께 삭발한 이유가 알려지면서다. 부시 대통령이 삭발한 것은 2013년, 그의 나이 89세때다. 파킨슨병을 앓았던 그는 이미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퇴임 이후 봉사활동에 헌신하면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그는 자선단체를 통해 도서관과 장학단체 지원 등 폭넓은 봉사활동을 펼쳤는데, 특히 백혈병 어린이 환자돕기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딸 로빈을 백혈병으로 잃었다. 그의 삭발은 자신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실 직원들의 집단 삭발에 뜻을 함께 한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직원들은 동료의 아들인 패트릭이 백혈병 치료로 머리카락을 잃게 되자 아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함께 삭발을 하고 모금에 나섰다. 패트릭의 친구들이 패트릭을 돕기 위한 모금 홈페이지였다. 직원들의 동행 삭발을 알게 된 부시 역시 삭발로 뜻을 더했다. 전직 대통령의 훈훈한 인간애에 미국 국민들은 뜨거운 존경과 박수를 보냈다.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삶이 조명되고 있다. 그의 생애 94년. 세계사에 미친 궤적과 정치인으로 살아온 길에는 공과가 모두 존재하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면모로 퇴임 이후 미국 국민들로부터 더 큰 존경을 받았던 부시대통령의 삶의 면면을 보면서 우리의 대통령들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 5일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졌다. 그가 떠난 자리에 추모와 애도의 고별사가 넘쳐난다. 그 중 하나. 부시의 삶은 공공에 봉사하는 것이 고귀하고 즐거운 일이며 놀라운 여정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보낸 애도사가 눈길을 모은다. 공공에 봉사하고 헌신한 부시 대통령의 삶에 대한 경외일터다. 우리에게도 오늘을 함께 살고 있는 전직대통령들이 있다. 존경이나 품격은 그만두고 부끄럽지 않은 전직대통령과 동시대를 함께 한다는 일. 우리에게는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싶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12.0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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