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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태어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처음 목포에 와서 느낀 벅찬 감동이 평생을 통해 가장 강렬한 기억 중 하나라고 회고한 바 있다. 일제치하 목포공립상업학교를 다닌 그는 목포를 처음 접했을때 이 세상에서 그렇게 큰 도시가 있는 줄 몰랐고 밤에도 그렇게 밝은 세상이 있다는 게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한다.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네 번째로 개항한 항구가 전남 목포인데 한때 전국 5대 도시로 꼽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화갑, 김홍일, 박지원 등 DJ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 목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런데 요즘 목포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두말할 것도 없이 소위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이 불거진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요정이었다가 여관으로 사용된 창성장이 그 중심에 있다. 손 의원의 보좌관인 조희숙씨 또한 언론에 거론되면서 도민들도 궁금해 한다. 조 보좌관은 2003년부터 7년 동안 전주시에서 임기제 공무원을 지내며 전주 한옥마을 기획을 주도했다고 한다. 손혜원 사건은 휘발성이 풍부하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손 의원이 중 고등학교 동창인데다 친분까지 두텁다고 한다. 보수 언론과 야당이 더욱 물고 뜯는 이유다. 박지원 의원과 손 의원이 배신의 아이콘투기의 아이콘운운하면서 싸우고 있으니 점입가경이다. 그런데 도민들 입장에서는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게 있다. 지난해 8월 선(線)면(面) 단위 문화재로 처음 등록된 근대역사문화공간 3곳 중에서 문화재청의 올해 관련 예산 중 83%가 목포에 집중된 배경이 궁금한 것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과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의 기반 조성 마련을 위해 투입할 예산은 총 131억 7000만 원인데, 이 중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에 편성된 예산은 110억 2000만 원으로, 총 83%에 달한다. 군산과 영주는 각각 12억5000만 원, 9억원에 불과하다. 투기 의혹과는 별개로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와관련 문화재청은 올해부터 5년에 걸쳐 목포 500억 원, 군산 330억 원, 영주 24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목포는 건축 유산이 워낙 많다 보니 첫해에 보수정비와 자산 매입에 편성된 예산이 많을 뿐 이라고 설명한다. 듣고보면 그럴 듯하지만 유독 목포에만 집중 투자되는 이유가 좀 궁색해 보인다. 지금은 목포의 눈물을 닦을때가 아니라 경제가 반토막 난 군산의 눈물을 닦을때인데 말이다. 군산 근대문화유산을 지키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산 해망동, 장미동에서 수십채씩 집을 살 또다른 국회의원은 혹시 없을까.
대구버스정비업체가 배출한 오염된 흙을 광주환경업체가 지난해 12월 옥정호 상수도원이 인접한 임실군 신덕면 율치에 260톤이나 반입해 최근 임실군 신덕면민들이 발끈했다. 법의 맹점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광주업체가 얼마나 전북을 우습게 봤으면 이 같은 일을 저질렀겠는가.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등록 허가권이 업체사무실이 있는 시도지사에게 있어 한적한 임실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 업체는 오염된 토사를 정화시켜 판매할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임실군 신덕면에 있는 한 폐공장을 인수했던 것. 광주시가 임실군의 불허요청을 묵살하고 허가한 것은내 앞마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정한 임실군 신덕면민들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문제는 광주시가 임실군이 불허요청한 것을 허가해준 것과 업체가 얼마나 전북을 우습게 봤으면 이 같은 짓을 할 수 있었겠느냐다. 그간 전북은 알게 모르게 광주 전남 때문에 피해를 봐왔다. 호남으로 전북을 묶어 파이를 키워 놓고서는 전북몫까지 뺏어간 경우가 많았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도 호남권 청사나 본부를 광주에다가 설치하고 전북예속을 가속화시켰다. 새만금사업이 30년 가까히 터덕거린 것도 광주 전남 출신 정치인이나 공직자들 때문이었다. 선거때마다 공조한 결과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득은 광주 전남이 챙겨간 꼴이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이 예타에서 멈칫거린 것도 김제공항을 반납한 우리 책임이 있지만 무안공항 때문에 생겼다. 2021년까지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운영키로 해 새만금국제공항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공항과 신항만건설이 새만금사업의 핵심사업이지만 광주 전남사람들이 딴지를 거는 것은 새만금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듯이 새만금사업은 환황해권 중심지로 발전해 가야할 성장동력이다. 항공수요를 들먹이지만 수요는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를 포함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말이 청주공항 사례에서 이미 증명됐다. 앞서 지적한 사례가 현재 전북과 광주 전남과의 관계가 어떤가를 드러냈다. 전북 사람들은 농경문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남을 괴롭힐줄도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살아왔다. 산업화 과정에서 그러다보니까 적극성 결여로 피해도 많이 봤다. 심지어 전북혁신도시 제3금융도시 지정을 놓고 부산에서 태클을 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까지 이전시키려고 하는 부산상의가 전북 제3금융도시건설을 훼방하는 것은 균형발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전북은 가야할길이 바쁜데 훼방꾼들 때문에 걱정이다. 광주 전남과 충청도까지 훼방 놓아 송하진 지사를 힘들게 한다. 결국 정치적으로 힘이 약해서 이같은 일이 생겼다. 임실군에서 불허요청한 것을 광주시가 허가해준 것이나 업체가 중금속이 포함된 흙더미를 전북에다가 반입시킨 것은 전북을 깔봤기 때문에 한 짓이다. 누굴 탓하기에 앞서 정치권이 똘똘 뭉쳐서 협치를 해야 이같은 못된 짓을 막아낼 수 있다.
새해 초, 장애인 여자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이도연선수를 만났다. 서른 중반에 탁구로 운동을 시작한 그는 육상을 거쳐 핸드사이클을 주 종목으로 선택했지만 겨울에는 노르딕스키 국가대표로도 활동하는 전천후 선수다. 그가 지닌 장애는 척추장애로 인한 하반신 마비. 사고로 안겨진 후천적 장애다. 2012년 그는 장애인 전국체전에 출전, 육상 투포환 3개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다시 핸드사이클에 도전해 국가대표가 됐다. 새롭게 도전하는 종목마다 두각을 나타냈던 그의 도전정신은 모든 경기에서 빛났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2관왕이 됐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그의 도전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2016년에는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노르딕스키에 도전 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진가 알고 싶었다. 1년여 만에 국가대표가 되어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그가 대중들에게 더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해 동계 패럴림픽에서다. 노르딕스키 7개 종목에 출전했던 그는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대신 모든 종목을 완주해냈다. 눈물겨운 역경을 딛고 자기 한계에 도전한 그의 용기와 도전은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올해 나이 마흔 일곱. 운동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는 그에게는 큰 소망이 있다. 주 종목인 핸드사이클로 세계를 석권하는 일이다.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경기가 바로 눈앞에 있다. 내년 도쿄에서 열리는 2020 도쿄 하계 패럴림픽이다. 주어진 시간은 1년 반. 2월까지 이어지는 노르딕스키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핸드사이클 훈련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다. 국가대표 선수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핸드사이클 실업팀이 없다. 이도연처럼 국제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선수들도 대부분 직업 선수가 아니다. 그래서 좋은 지도자를 만나 본격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직업선수가 되어보는 것은 모든 장애인 운동선수들의 소망이 됐다. 한때 다른 자치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도 했던 이도연 또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의 이름을 걸고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다. 장애인 복지 정책을 앞세운 자치단체들에게도 장애인 실업팀은 어려운 과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그들의 도전이 제대로 빛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서지현 검사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미투(Me Too)운동이 문화예술계에 이어 체육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연초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가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데 이어 신유용 전 유도선수도 고창 영선고 1학년 때부터 4년동안 코치에게 20여 차례나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쉬쉬해오던 체육계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다. 사실 체육계의 성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따금 성추행이나 성폭력 문제가 불거져왔지만 체육계의 폐쇄적인 구조와 지도자와 선수라는 절대적인 상하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침묵의 카르텔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가해자에 편향된 솜방망이 처벌도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범죄를 조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팀 감독이 당시 19살인 신인 선수를 자신의 호텔 방으로 불러 성폭행을 시도하려다가 발각됐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가해자의 영구 제명과 선수 접촉 및 면담 가이드라인 제시, 성폭력 신고센터 설치 등 근절 대책을 내놓았고 농구팀 감독은 영구 제명 조처했다. 그러나 제명됐던 감독은 슬그머니 대한농구협회의 추천서를 받아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년이 지났지만 체육계의 성범죄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현재도 지도하던 선수를 임신시킨 코치가 버젓이 관련 단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에서는 코치에게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6명이 더 있다고 공개했다.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폭력성폭력폭언으로 징계한 사건이 124건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사과와 함께 성범죄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12년 전에 제시했던 내용과 별다른 게 없다. 그동안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내놓은 정책을 재탕 삼탕한 것 뿐이란게 체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법기관의 성범죄 사건 처리에도 불만을 토로한다. 신유용 전 선수는 지난해 3월 서울방배경찰서에 가해자인 코치를 고소하고 조사를 받았지만 사건은 가해자 주소지인 익산경찰서로 이첩된 이후 10개월이 넘도록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정신과 영혼까지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준다. 심석희 신유용 선수의 용기있는 고백이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폭력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농어촌 학교 통폐합이 2000년대 중반까지 교육계 큰 이슈였다. 학교 통폐합이 순전히 경제적 논리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추진되면서다. 학교 통폐합에 따른 농어촌 학생들의 교육문제나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가 갖는 상징성은 별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지역사회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시작된 것은 80년대 초부터다. 당시만 해도 시도 교육청 자체적으로 추진된 까닭에 그리 갈등이 없었다. 폐교된 학교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학교 통폐합이 절정에 이른 것은 정부 주도로 통폐합을 추진했던 1999년이다. 이 때 통폐합된 학교가 전국적으로 971개교다. 전북에서도 이 해 없어진 학교가 50개나 됐다. 이후에도 교육부가 재정 인센티브로 시도 교육청을 옥죄면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80년대 이후 통폐합 학교가 전북에서만 316개교에 이른다. 현재 도내 초중고 수가 760여개인 점을 감안할 때 1/3 정도의 학교가 사라진 셈이다. 이런 학교 통폐합 문제가 근래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최근 5년간 도내 폐교된 학교도 3개교뿐이었다. 교육부의 인센티브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규모 학교를 잘 지킨 셈이다. 그렇다고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을 적용할 때 전북지역 전체 학교의 46% 정도가 그 대상이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문제가 언제든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북교육청이 이런 난제의 해법을어울림 학교에서 찾은 것 같다. 농어촌 지역의 학생 감소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인근 학교와 연계를 통해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큰 학교에서 소규모 학교로 학생 전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공동통학구로 시작된 어울림 학교는 작은학교협력형, 마을학교 협력형, 테마형 등 4가지 유형으로 150개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한 걸음 나아가 올해부터 도시형 어울림학교를 시범 운영키로 했단다. 작은 학교를 살리면서 큰 학교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면서다. 학교 통폐합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어울림 학교가 증명하길 바란다.
만두의 기원에 대해 여러가지 학설이 있으나 제갈공명이 남만을 평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풍랑이 심해 신을 달래기 위한 묘책으로 만두를 바친 일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중국, 한국을 말할 것 없이 널리 만두가 사랑을 받았으나 요즘처럼 만두 열풍이 부는 것은 참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요즘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비비고 만두라고 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가 지난해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한 6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여세를 몰아 내년엔 만두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남원시가 전 세계를 향한 CJ제일제당의 K-food 전진기지라는 거다. CJ제일제당은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와 고메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면 시장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HMR (가정간편식)냉동면 시장에서 급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CJ제일제당 남원공장에서 출시한 냉동면 신제품 비비고 진한교자 칼국수와 비비고 얼큰버섯 칼국수, 고메 중화 짬뽕, 고메 나가사끼 짬뽕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1992년 남원 인월에 설립된 영우냉동식품이 오늘날의 CJ제일제당 남원공장이다. 제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대기업의 유통, 마케팅의 벽을 넘을 수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국내에서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소위 혼밥 문화가 확산되자 CJ제일제당을 비롯한 대식품기업들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만두 하나가 이럴진대 K푸드의 성장 잠재력은 가히 상상도 하기 어렵다. 식품산업을 말할때 익산 출신 김홍국 하림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 병아리 몇마리를 키우다 1978년 익산 황등 육계농장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은 한국 식품산업 역사에서 뚜렷하게 한 획을 그었다. 그런 그가 최근 재경전북도민회장에 취임하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김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굴지의 대기업 치고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데 좀 소홀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않다. 비비고 만두 열풍을 보면서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인 하림이 전 세계에 K-food의 명성을 떨치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소떼를 몰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K-food를 지구촌에 알리는 김홍국 하림회장은 과연 고향을 위해 통크게 무엇을 할 것인가.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의 그간 추진과정을 보면 열불이 나면서 속이 타들어간다. 방조제에서 보면 언제 드넓은 이 푸른 바다를 다 메울 것인가 까마득해 보인다. 다행히도 매립에 속도를 내려고 지난해 새만금개발공사를 창립했고 세종시에 있던 새만금개발청을 군산 현지로 옮겼다. 단지내에 남북간 동서간 간선도로를 착공했고 올해는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를 당초 정부 예산 2500억 보다 1500억원을 늘려 착공할 예정이다. 사업 착공 28년만에 새만금 관련예산이 1조원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신항만건설사업이 계속해서 뒷전으로 밀려 당초 목표연도인 2023년 준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세계적으로 선박대형화가 이뤄지는 추세인데다 새만금의 미래물동량을 감안하면 현재 2~3만톤 선박이 접안하도록 돼 있는 기본계획은 바꿔야 한다. 신항만 1단계사업은 2023년까지 부두시설 4선석(총18선석) 방파제 3.1Km( 총3.5Km) 호안 7.3Km(총 15.3Km) 부지조성118만㎡(총308㎡)등을 건설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올 국가예산에 신항만 1단계 부두시설 설계비가 단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간 해수부는 전북도가 요구했던 새만금신항만 건설사업을 국비로 추진하고 선석규모 확대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 그러나 기재부가 먼저 민자를 유치해서 추진토록 고집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원래 항만건설사업은 국비를 들여 추진하는 게 원칙이다. 다음으로 증설 할 경우에는 민자유치를 할 수가 있다. 처음부터 기재부가 민자를 유치하라는 것은 새만금신항만 건설사업을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내 보인 것이나 다름 없다. 새만금 내부도로가 완공되고 산단 임대용지가 조성되더라도 정작 뱃길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물류비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로서는 굳이 새만금으로 와서 둥지를 틀 필요가 없다. 전북의 미래먹거리이자 국가전략산업인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도 새만금신항만 건설이 진척 안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전북은 암스테르담항과 네슬레라는 세계적 식품기업 와게닝겐 대학 등 산학연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네덜란드를 모방해서 익산식품클러스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10만톤급 대형 선박이 접안토록 항만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 지금 전북은 보이지 않게 타 시도의 견제를 받고 있다. 인천 대산 평택 대불 광양 부산 울산 포항 등 항만경쟁이 치열한 관계로 이들이 새만금신항만을 축소하도록 정부 요로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북도가 새만금국제공항 예타 면제 갖고도 애를 먹고 있는 판에 새만금신항만 건설은 도 차원에서도 이슈가 안되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새만금신항만은 절대로 놓쳐선 안되는 카드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안되면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를 게 없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 말고는 정치권이 모두 열중쉬어다. 아쉬운 사람이 샘 파듯이 도민들이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
연초에 꼭 챙겼어야 할 조문을 놓쳤다. 뒤늦게 알게 된 지인의 부친상이었다. 그동안에도 몰라서 챙길 수 없었거나 알고도 일상이 바빠 지나쳐버린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이번에는 마음이 유독 쓰였다. 상주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청년이다. 친족도 적어 상가가 쓸쓸하더라는 말을 전해 들으니 더 착잡했다. 조의라도 전하려고 전화를 했다. 상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슬픔이 깊겠다 싶어 조심스러웠다.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섭섭함도 전할 요량이었는데, 의외로 목소리가 밝았다. 긴 투병생활에 마지막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던 덕분인지 마음을 빨리 추스를 수 있었다고 했다. 알려야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대로 연락 없이 지내다가 불쑥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연락한다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단다. 오히려 마음 쓰이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미안해했다. 경조사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심심찮게 겪은 일이 있다. 고위직 공무원의 딸 결혼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오래전에 업무로 왕래가 있었지만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분이어서 결혼식 알림 문자가 다소 뜨악했다. 생각해보니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일괄 전송한 문자임이 분명했다. 어느 때는 부고를 알리는 문자도 똑같은 방식으로 전해졌다. 부고 문자를 받고서도 이 분이 누구였던가를 생각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온갖 광고가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올 정도로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있으니 이런 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분들의 경조사를 알게 해주는 알림 문자가 꼭 나쁠 것은 없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상대방을 확인하지 않고 보낸 경조사 알림문자 중 다시 정중한 인사문자를 받게 되는 경우다. 그런 문자들은 대략 공사다망하신 중에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댁내에 경조사가 있을 때 꼭 연락주시라는 내용이다. 이쯤 되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 조문을 가지도 않았는데 인사문자를 받으니 얼마나 마음이 무거워지겠는가. 처음 이런 문자를 받았을때는못가 뵈어 죄송하다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문자를 보낼까 고민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경조사 알림 문자를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를 가리지 않고 보냈던 것처럼 답 인사문자도 그렇게 보낸다는 사실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이 또 있다. 이런 경조사 문자를 보내는 경우를 보면 십중팔구 고위공직자나 회사 임원의 경조사란 것이다. 경조사 문자까지도 광고가 되어버린 시대. 이 가벼운 삶의 문화가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지난해 2월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개봉됐던 영화 오직 사랑뿐이 전 세계적으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쉽게 만나고 너무 쉽게 헤어지는 요즘 세태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묻는 메시지였다. 원제는 A United Kingdom으로 영국 보호령인 남아프리카 베추아날란드를 상징하며 흑인 왕자와 평범한 백인 여성의 인종을 초월한 로맨스를 그린 실화 영화다. 1947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유학중이던 베추아날란드 왕자 세레체 카마(데이비드 오예로워)는 한 댄스파티장에서 영국 여성인 루스 윌리엄스(로자먼드 파이크)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의 앞 길은 꽃길이 아닌 인종 장벽과 국가간 반대에 직면한다. 당시 영국에선 백인과 흑인의 결혼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고 영국 정부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고 베추아날란드 왕가와 루스의 집안에서도 결사 반대했다. 그럼에도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금지된 사랑 때문에 망명생활을 해야 했고 1956년 귀국한 카마는 왕위 포기를 선언한다. 대신에 최초의 민주선거를 제안하고 국명도 보츠와나로 개명해 민주국가의 첫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는 군중 앞에서 나는 국민을 사랑합니다. 이 땅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도 사랑합니다라는 호소를 통해 닫혀있던 부족들의 마음을 열었다. 이후 카마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국인 보츠와나를 부정부패 없는 안정된 나라로 세웠고 민주주의 지수가 프랑스와 같을 정도로 선진 국가로 정착시켰다. 루스는 평생을 에이즈 퇴치와 인종차별 철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남편 옆에 잠들었다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으로 영국의 에드워드 8세도 있다. 그는 미국인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려 했지만 보수적인 영국사회와 영국 국교회의 강력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그는 1936년 12월 11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왕으로서 의무를 다할 수 없다며 왕위를 포기했다. 동 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 모두 사랑을 쟁취했지만 에드워드 8세는 세레체 카마처럼 성공한 지도자는 못됐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의 술탄 무하맛 5세 국왕(50)이 전격 퇴위했다. 지난 2016년 말 즉위했지만 2년여 만에 물러났다.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스 모스크바 출신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26)와의 비밀 결혼식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도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인지 궁금하다.
전주는 세계무형유산의 중심지다. 입발림이 아니다. 일찍부터 무형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한 나라가 한국이다.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을 통해 인간문화재 제도를 도입했다. 유네스코 차원에서 무형문화 보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한 참 뒤의 일이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회원국들에게Living Human Treasure제도를 설치할 것을 촉구한 후 여러 나라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Living Human Treasure제도가 바로 우리의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인간문화재에서 나왔다. 유네스코 차원의 구체적 결실은 2003년 무형유산보호협약을 통해서였다. 무형문화 보호에 있어 한국이 유네스코보다 40년이나 앞선 셈이다. 세계무형유산을 선도해온 한국에서도 전주는 심장부다. 한국 무형문화를 집적하는 시설과 기능을 갖춘 기관인 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건물과 공간을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유일하며, 그곳이 바로 전주다. 국립무형유산원은 2000년대 초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에 힘을 모았던 당시 전주에 큰 선물이었다. 도심 속 큰 정원이었던 산림환경연구원 자리를 선뜻 내주면서 아깝지 않게 여긴 것도 무형유산원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국립무형유산원이 그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이다. 실제 6만㎡에 이르는 널따란 면적에 자리 잡은 여러 시설들이 아까울 정도로 유산원은 보통 평일에 한가롭기만 하다. 기본적으로 유산원 측이 지역과의 호흡을 등한시 한 탓이다. 더불어 지역사회의 유산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주시가 무형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세계인과 함께 나누기 위해전주세계무형유산대상을 제정했다고 한다. 무형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전주가 세계무형유산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취지일 게다. 그럼에도 국립무형유산원이라는 전문 국가기관을 놓아두고 전주시가 굳이 나서야 할 사업인지 의문이다. 어떤 사업이든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면 협업과 융복합이 필수다. 기왕 시작한 사업인 만큼, 전주시와 무형유산원간 긴밀한 협력 아래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노령에 피는 햇살 강산은 열려, 금만경 넓은 들에 굽이는 물결~ 김해강 작사, 김동진 작곡의 전북의 노래앞 구절이다. 3절 첫 소절은 삼백만 도민들아 모두 나서라로 시작한다. 작사 당시 전북의 인구수가 약 200만명 남짓이었으나 전북의 번영을 전제로 300만 도민을 상정한게 아닌가 싶다. 기대와 달리 전북의 인구는 마지노선인 185만명도 무너졌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기가막힐 일이다. 전북 엑소더스의 결정적 원인은 부족한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며 고속도로와 KTX도 단단히 한몫했다. KTX 얘기가 나오다보니 한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 3일 전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기해년 신년인사회가 호텔르윈에서 열렸다. 지사, 교육감, 전주상의 회장 등의 인사말에 이어 현역 국회의원들이 한마디씩 덕담을 하는 순서에서 익산 출신 이춘석 의원이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익산에서 (서울가는거 보다) 전주가는게 더 부담스럽다고 운을 뗀 그는 전주뿐 아니라 익산을 비롯한 도내 전 지역이 고루 잘 살고, 모든 판단을 할때 전주 위주로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었다. 긴 말 하지 않아도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지 잘 알 것이라고 말한 그의 속내를 모르는 이가 없다. KTX 혁신역이 그 중심에 있다. 도내 지도자들이 각 시군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주 중심으로만 판단하느냐는 항변이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없는게 아니다. 모든 걸 다 전주에 빼앗긴다고 여기는 익산 지역 일부 정서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춘석 의원이 누구인가. 호남 유일의 집권 여당 3선의원, 직전 사무총장, 차기 기재위원장이다. 단순히 선거구를 넘어 전북에 가장 도움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살피고, 좀 더 넓게는 어느것이 국정에 더 도움을 되는지 판단할 위치에 있다. 언젠가 그는 KTX 전북 혁신역 신설은 없다는데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밝혔다. 익산 선거구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나 과연 그게 집권여당 사무총장이 정치 생명을 걸 만큼 엄중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익산의 것을 빼앗아서 전주만 이득을 보면 안되지만, 결과적으로 전북의 파이를 키우는 방안이 무엇인지는 이 의원 자신이 더 잘 알것이다. 이낙연 총리의 흑산도 공항 추진,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세종역 신설 움직임을 보면서 정계 거물인 이춘석 의원도 뭔가 느끼는게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익산 것을 전주에 빼앗긴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전북의 파이를 키워 결국 익산도 더 발전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익산도 살고 전주나 김제도 살 수 있다.
인구늘리기는 국가적 과제지만 자치단체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사업이다. 각 시군별로 그간 나름대로 출산장려정책을 펴지만 미봉책에 그쳤다. 출산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갈수록 결혼이 늦춰지거나 비혼이 늘어간다. 양육과 교육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므로 현실적으로 맞벌이를 하고도 힘겹다. 이 모든 문제가 맞물려서 돌아가기 때문에 제반 출산여건을 갖춰주는 것이 급선무다. 전북의 185만 인구 붕괴는 시간 문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주 익산 군산 완주군만 남고 나머지 10개 시군이 소멸된다는 전망보고도 있다. 전북은 인구가 적어 중앙정치권으로부터 별로 관심 대상 지역이 아니다. 지난 장미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64.8%라는 기록적인 숫자로 지지를 해 줬지만 유권자수가 적다 보니까 이해관계가 적어 전북현안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정치는 숫자놀음에서 비롯된다. 유권자수는 기본이고 지지율에서 국가예산이 좌우된다. 전북에서 보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의 폐쇄가 가장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정권 입장에서 보면 이해관계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조선이나 자동차산업은 중국 때문에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어서 전북만 딱 짚어서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다. 도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무척 야속하고 서운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쪽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당정 고위관계자들도 전북을 다녀 갈 때마다 전북현안을 놓고 립서비스에 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정치권의 힘이 나약한 탓이 크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이해관계가 적은 게 문제다. 인구감소현상은 현재 문제지만 미래문제와 직결돼 있다. 모두가 피부로 직접 느끼지 못하다 보니까 뒷전으로 밀린다. 단체장들도 어느 정도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재선을 위해 다른 치적 쌓기용 사업에 몰두한다. 올해부터 모든 자치단체는 185만 인구선을 최후방어선으로 설정하고 인구늘리기에 몰두해야 한다. 도나 시군은 인구를 늘리기 위한 기구를 편성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면 만사를 제치고 추경에서 인구늘리기 예산을 더 편성해야 한다. 전북이 오늘 어려워도 희망을 가지려면 인구를 늘려야 한다. 이게 안되면 모든 게 전북은 끝난다. 인구늘리기는 관에서만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도민 모두가 힘을 합해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도내 어디서나 아이들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면 전북의 장래는 걱정 없다. 다산의 상징인 기해년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도록 송하진 지사부터 특단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도 선거만 의식 하지 말고 인구늘리기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 출산을 맘 놓고 할 수 있도록 청년일자리 마련이나 소득향상이 함께 이뤄지도록 고민해야 한다. 신년인사회 때 지도급 인사들이 똘똘뭉쳐 나가자고 맘 먹었던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전북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가 열어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존속됐던 조선왕조 519년을 이끈 왕은 27명이다. 시대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했지만 이들 왕들은 여러 형태로 정사를 살펴 국가를 이끌었다. 더러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기도 했지만 성군으로 역사를 빛낸 왕들 또한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정치와 경제 문화 과학 등을 두루 발전시켜 조선의 황금기를 연 세종이나 할아버지 영조의 탕평책을 계승해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각종 개혁정책을 성공시켜 조선후기 문예부흥을 이끈 정조의 궤적은 빛난다. 정조는 특히 책읽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왕이다. 어려서부터 일과를 정해놓고 반드시 글을 읽었으며 읽기로 마음먹은 책을 다 읽지 못하면 밤을 새우다시피하며 책을 읽었다. 자기완성을 위해 책을 읽고 학문을 연마했던 정조가 또 하나 중요한 일과로 삼은 것이 있다. 매일 하루의 일을 점검하고 반성하며 이를 글로 쓰는 일기 쓰기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자의 제자인 증자가 매일 세 가지로 반성했다는 일일삼성(一日三省)을 교훈으로 삼았다. 남을 위해 일하는데 정성을 다했는가. 벗들과 사귀는데 신의를 다했는가. 배운 가르침을 실천했는가를 돌아보며 매일 일기를 썼다는 그는 결국 <일성록>을 편찬하기에 이른다. 아홉 살에 시작해 즉위한 후에도 계속 일기를 썼던 정조는 1781년 규장각의 신하들에게 자신의 일기 쓰는 습관을 전하고 이것을 왕명으로 취급한 각종 문서와 사건을 공식적으로 기록한 <승정원일기>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공식적 기록으로 후대에 전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관찬사서 중 하나인 <일성록>은 2천 327책으로 구성된 필사본이다. 정조가 왕세손 때부터 쓰기 시작한 <존현각 일기>로 시작되어 순종대의 일기까지 담겨 있는데, 국왕이 통치의 거울로 삼기 위해 작성한 왕조실록과는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왕조실록이 당대의 왕이 죽은 뒤에 편찬되는 것인 반면 <일성록>은 당시를 직접 기록한 사료이기 때문이다. 조선사회를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하는데 귀한 사료로 평가받는 <일성록>은 다른 기록에서는 볼 수 없는 중요한 사실, 특히 사회경제의 실상을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조의 일기쓰기가 아니었으면 남겨지지 못했을 귀한 기록이다. 새해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일일삼성은 아니더라도 하루를 기록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일 일터인데, 돌아보니 일기쓰기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도입하려는 고향세(고향사랑 기부제)가 지난 연말 또 다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정부는 애초 올해부터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입법화 과정이 늦어지면서 2020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고향세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내년 시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수도권과 지역간 재정불균형 해소와 지역 활성화를 위해 10여년 전부터 거론됐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처음 대선공약으로 도시민이 부담하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2009년과 2011년에 관련 법률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수도권 자치단체와 국회의원의 강력 반대로 무산됐다. 다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에서 고향사랑 기부제를 공약으로 제시한데 이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60% 정도가 고향세 도입에 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고향사랑 기부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지난 12월 국회에서도 입법이 물 건너갔다. 고향세 시행방안 마련과 관련 제도정비 등으로 1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연말에는 관련 법안이 꼭 통과됐어야 했다. 지난 2008년 고향납세제를 도입한 일본은 2017년 고향세 총액이 3조7000억원에 달하면서 지역발전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고향세를 통해 지역 인재양성과 주민 의료복지서비스 강화, 일자리 창출사업 등을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 또한 고향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을 제공하면서 홋카이도와 미야자키현의 경우 농가소득도 늘었다. 전라북도는 지난 2017년 재정자립도가 30.29%로 전국 평균 55.23%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였다. 도내 14개 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7.92%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 20% 이상은 전주 군산 완주 등 3곳뿐이고 정읍 남원 김제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 등 10곳은 10%도 안된다. 이들 10곳은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 해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이 살아나야 수도권도 살고 지역이 고루 발전돼야 국가균형발전도 이뤄진다. 여야 정파나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고향세 입법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나 우리 국민들의 행복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높지 않다. UN이 OECD 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발표하는 행복지수(The 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2017년 기준 38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스웨덴 캐나다 스위스 등이 행복지수의 상위권에 있고, 헝가리 러시아 브라질 그리스 등이 우리의 뒤에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어도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개인의 행복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주변의 여건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행복의 척도가 물질적 다과나 개인의 노력 여하에만 달려 있다면 UN 같은 국제기구가 나서 행복지수를 발표할 필요도 없다. UN에서 2012년부터 행복수준을 측정한 이후 세계 각국이 삶의 질이나 행복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들을 만들어 자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최근 몇 년 사이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지난해 주52시간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정책을 펴는 지자체들은 더 직접적이며 적극적이다. 민선 7기 단체장 중에서주민 행복을 구호로 걸지 않은 단체장이 없을 정도다.행복 증진에 관한 조례나 규칙까지 만든 지자체도 있다. 행복지표와 관련해서는 전북도 선진지역이다. 전북연구원이 2017년 7개 영역에 걸쳐 53개 지표로 구성된 행복지표를 만들어 전북도민들의 행복지표 조사와 조사했으며, 전라북도 행복지표 조사 및 정책 연계방안을 발표했다. 전주시도 전북대산학렵력단과 함께 12개 영역에 92개 문항으로 구성된전주형 행복지표를 개발했다. 그러나 실제 이 행복지표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행복증진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른 시도에 비해 비록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도민들의 삶의 질은 전국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들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욕심인가. 축구공이 귀했던 시절, 나이든 사람들은돼지 오줌보하나만 있어도 그 날 하루는 참 행복했다.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도민 모두가행복이라는 황금을 거머쥐길 바란다.
사람은 왔지만 돈은 안모였다. 돈 쓸만한 곳이 없고 물이 고여 있는 것처럼 역동성이 없기 때문이다. 새만금을 전북의 미래라고 말하지만 현재는 골드 러시를 가져올만한 게 없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까 악순환만 거듭했다. 의식도 깨어 있질 않고 죽었다. 긍정 보다는 부정의식이 날로 팽배해졌다. 시기와 질투가 판친다. 누가 돈 좀 벌었다고하면 더 키워서 그 혜택을 보려고 하기 보다는 못 죽여서 한이다. 이 때문에 기업가들은 언제든지 기회만 주어지면 뜰려고 한다. 있어봤자 좋은 소리 못듣고 돈이나 뜯긴다는 생각 때문에 서울이나 어디로 떠난다. 전북은 차츰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로 간다.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의 여론으로 포장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린다. 어른 아이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질서도 없다. 관심을 가져야 할 때는 외면하고 관심을 갖지 않아야할 때는 나서는 묘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치열함과 처절함이 안 보인다. 그 겨울 촛불정신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행동하는 양심 보다는 뒷담화만 까는 소극적 태도가 오늘의 전북을 만들었다. 목에 방울 달 사람도 없다. 이 눈치 저눈치 살피는데 이골 나 있다. 줏대없이 힘 있는 쪽만 찾아 나서는 못된 버릇만 생겨났다. 역대 정권들이 전북을 외면했지만 우리 스스로가 목소리를 못내 전북몫을 못 가져왔다. 남의 탓도 크지만 내탓도 있다. 정치권이 협치는 고사하고 제 살길만 찾아 나서는 바람에 앞이 컴컴하다. 이대로 가다간 광주 전남이나 충청권으로 편입될 것만 같다. 김제공항을 반납한 것은 제일 어리석은 짓이었다. 김완주 전지사나 최규성 전 의원은 두고두고 욕 먹어야 한다. 그때 강행했으면 오늘과 같은 일은 없다. 새만금국제공항 예타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할 일도 없다. 갈길이 바쁜데 지금와서 공항을 건설해 달라고 요구하니 무척 자존심이 상한다. 해 준다고 할 때는 반대해 놓고 이제와서 해 달라고 하니 옹색하다. 송하진 지사가 2023년 잼버리 새만금개최를 빌미로 노력하지만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지 않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도민들이 와신상담(臥薪嘗膽)하는 심정으로 적극적인 근성을 길러야 한다. 지역이 거룩하고 고요한 밤 같이 돼선 백년하청이 되기 십상이다. (주)자광이 2조원을 들여 도청 옆 대한방직 부지에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 타워를 짓겠다는 것도 일부 반대가 있지만 강행해야 한다. 파리 에펠탑 건설 때 파리지엥들의 반대가 엄청났다. 반대를 무릅 쓰고 에펠탑을 건설해 놓고 보니 결과가 어떠했는가.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기업을 배척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관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해서 무작정 시민 여론과 엇박자를 내면 곤란하다. 시민들이 관에서 잘못 판단하면 아니다라고 바로 잡아야 한다. 권리 위에서 낮잠자는 시민이 되면 죽도 밥도 안된다.
어느 날 문득 우리 앞에 와있던 새해가 가고, 또 다른 새해가 들어서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책상 위에 새해 달력이 놓이기 마련인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해마다 12월이 가까워오면 신년 달력이 돌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쓰임이 예전만 못하지만 편의성으로 따지자면 아무래도 한눈에 한 달 단위 날자와 요일을 알 수 있는 달력이 우선이다. 문화가 달라지면서 달력 생산이 크게 줄었지만 새해가 되면 여전히 달력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달력 생산은 시장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한때 인쇄업계에는 그해 달력 제작 주문량에 따라 새해 경기를 가늠할 정도로 달력 제작은 시장 경기 상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태양력이다. 태양력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당초 인류는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은 태음력으로 날짜의 순서를 매겨나가는 달력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태양력을 사용한다. 태양력의 대표주자는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반포한 달력, 그레고리력이다. 그 이전까지 서구 문명은 율리우스력을 사용했으나 계절과 달력이 맞지 않는 오차가 생기면서 율리우스력의 한계를 보완한 그레고리력이 빠르게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1896년에 이를 도입했다. 사실 태양력은 이집트인들이 만든 달력이 그 기원이다. 고대의 이집트 사람들은 1년을 30일 단위로 열두 달을 구성하고 연말에 제일(祭日) 닷새를 더해 1년을 365일로 구성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집트 사람들이 한해를 시작하는 시기다.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 유역에서는 해마다 일정한 때가 되면 강물이 범람해 대지를 적셨다. 이집트 사람들은 365일 중 나일강 물이 붇기 시작해 유역을 범람하는 이 시기를 한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이집트 문명을 형성하고 발전시킨 나일강의 범람에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물이 불어나 물 수량이 평소보다 세배 가까이나 되는 때는 7월 무렵이었다. 이즈음 나일강 물은 유역을 넘어가 고원에 비옥한 흙을 가져다주고 사막을 적셔 새생명을 안겼다. 이집트 사람들에게 나일강의 범람은 자연 재해가 아닌 축복이었던 것이다. 이집트 사람들이 만든 달력이 나일강 물이 불어나는 시기, 7월 무렵에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집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나일강의 범람이 한해의 시작이었듯이 우리에게도 새해의 시작에 축복이 놓였으면 좋겠다.
우리 농민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待本)은 옛말이고 농업농촌은 국가 정책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식량 주권, 식량 안보를 외치면서도 FTA체결로 국내 농업 빗장은 다 풀려 버려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면서 농민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체 농가 중에 지난해 쌀 생산농가는 57만9000가구로 55.6%에 달하지만 쌀값은 여전히 20년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쌀 생산량 감소로 올해 산지 쌀값이 19만 원 대까지 회복되었지만 밥 한 공기 쌀값은 220원에 불과하다. 정부에선 농민들에게 쌀값 보전을 위해 직불금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농사를 많이 짓는 사람이 많이 받는 구조여서 소규모 농가들에는 실익이 없다. 실제 재배면적이 많은 상위 2.9% 농가가 전체 쌀 직불금의 25%를 수령하고 있다. 반면 하위 71.6% 농가는 28.5%를 받다 보니 직불금마저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부추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도 전북의 농가 수는 지난 2015년 기준 10만362가구로 20년 전보다 5만1895가구나 줄었다. 농가인구는 22만7431명으로 1995년 48만5276명 대비 무려 25만7845명, 53.6%가 격감했다. 더욱이 65세 이상 고령농가 경영주는 5만5915명으로 전체 농가의 55.7%에 달했다. 농민들이 생존 위기에 처하자 자치단체마다 직접 지원방안 마련에 나섰다. 전남 해남군은 지난 주에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농민수당으로 연간 60만원을 지급한다. 앞서 전남 강진군은 지난해 12월부터 전체 농가에게 연간 70만원씩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 사실상 농민수당인 셈이다. 충남도는 농업환경실천사업 명목으로 모든 농가들에 현금으로 연간 36만원씩 균등 지급하고 부여군은 여기에 농민수당 14만원을 더해 2020년까지 연간 5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020년부터 도 차원에서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공언했다. 전북에선 고창군이 최초로 지난 10월 농민수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급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보다 농민에 대한 직접 지원이 매우 빈약하다. 농업예산 중 직불금 비중을 보면 스위스가 82.3%, 유럽연합 71.4%, 일본 33.6%다. 한국은 변동형 쌀직불금을 제외하면 9%선에 그친다. 산업에서 농업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지만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서 농민수당 같은 직접 지원을 대폭 늘려 나가야 한다.
이십대에는 / 서른이 두려웠다 /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운 나이였다 /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하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하리라 / 죽음 앞에서 /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박우현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시인은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만 결국 아름답지 않은 나이가 없음을 노래했다. 시와 그리 친하지 않은 이들도 나이를 소재로 한 시에 곧잘 공감한다. 나이는 나만이 아닌,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 때문일 게다. 나이는 친지간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위아래를 따지는 데 오랫동안 중요한 잣대였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마음을 트고자 할 때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것으로 관계가 시작된다. 직장에서도 나이가 위면 직위를 떠나 대접을 하게 마련이다.나이도 벼슬이라는 말이 통용됐다. 나이를 두고 싸움이 벌어져 어찌됐다는 식의 사건도 곧잘 벌어졌다.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변했다. 가장 큰 요인이 급속한 고령화에 있다. 장수가 개인에게 축복이지만,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여기게 되면서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회갑연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요즘에는 칠순팔순 잔치도 가까운 가족 행사로 치르는 게 태반이다. 노인 대접을 받았던 60대가 노인정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서젊은이로 통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다시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나이 듦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예수에게 신의 왕국이 어떤 곳인지를 물으니, 그곳에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단다. 시간은 고통과 불행의 정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신의 왕국이 아닌 사람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이 듦을 서러워 말자.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사람들은 다가오는 새해를 기다린다. 십간십이지 조차 제대로 모르는 젊은이들도 황금개띠인 무술년을 보내면서 밝아오는 돼지해(기해년己亥年)를 반긴다. 황금돼지의 해인 내년엔 재물과 행운이 바짝 다가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인 사건이 있을때면 늘 십간십이지를 붙였다. 임진왜란, 을사조약, 무술정변, 신해혁명 하는 식이다. 띠 이야기를 할때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묻지 마라 갑자생(甲子生)이다. 1924년(갑자년)생을 말하는 것으로 질곡의 세월을 겪어온 세대를 대표하는 말이다. 일제치하 20대 초반에 사할린 등에 징집돼 죽게 고생을 했고, 해방이 돼 귀국하자 곧바로 6.25가 터져 전쟁의 참상을 겪었다. 배운것 없고 가진것 없이 가장이 된 이들은 평생 가족을 부양하면서 제대로 호강한번 못해보고 삶을 마감했다. 평생 얼마나 고생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뜻이니 묻지마라 갑자생참으로 슬픈 말이다. 이들보다 한 세대쯤 후에 태어난 58년 개띠 또한 상징성이 크다. 한국 전쟁으로 어수선했던 사회 분위기가 수습된 1958년 태어난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한다. 1958년생은 92만17명으로 처음으로 90만명을 넘어섰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의 신호탄이었는데 그게 큰 힘이었음을 인구절벽 시대에 처한 뒤에야 깨닫게 된다. 58년 개띠는 격동하는 현대사 속에서 가장 중심에 있었다. 대거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교실이 모자라 2부제 수업을 받는것은 흔했고, 선배들과 달리 추첨에 의해 중학교에 진학했다. 중학교 3학년때(1973년) 서울의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첫 도입됐고, 대학 이후에는 유신정권의 몰락과 신군부의 등장, 전대미문의 IMF를 겪으며 치열하게 살았다.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공직이건 민간 부문이건 엄청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 붐이 일면서 태어난 690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은 한국의 최대 인구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할 것도, 갈 곳도, 돈도 없는3무(無) 지대에 머물기 십상이다. 한 세대는 가고 또 한 세대는 오는게 세상의 이치다. 태어나면서부터 환갑(60세)을 맞는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58년 개띠는 오늘 특별한 성탄절을 맞는다. 기성 조직에서 퇴장하는 이들에게 다가오는 기해년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안호영 의원의 위대한 결단
정부는 완전통합에도 재정지원 규모 밝혀라
시민예술, 무대와 삶을 잇는 다리
동학농민혁명 서훈, 왜 1차 봉기 참여자 배제하는가
남원파크, 전·현직 시장에 구상권 행사해야
표절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탈출-장민강 청명초 2학년
전북 제3금융중심지 재도전, ‘이번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