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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건물들이 주목 받고 있다. 낡고 방치되어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거나 도시를 재생시키는 작업이 도시의 중심 동력이 된 덕분이다. 사실 문화 복지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공간을 통해 도시를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세계 여러 나라들에 견주어보자면 우리나라는 한참 뒤처진 후발주자다. 실제 낡은 건물은 무조건 때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개발논리에 찌들어 있던 우리에게 기존 건물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오랫동안 낯설었겠으나 이제라도 오래된 것의 질서와 가치를 주목해 옛것과 새로운 것을 공존시키려는 인식의 변화는 반갑다. 이쯤해서 되돌아봐야 할 일이 있다. 오래된 건축물의 쓰임새를 찾아가는 방법과 과정이다. 독일 베를린 시내, 평범한 주거지역의 건물사이에 아주 작고 낡은 공연장 발하우스 콘서트홀(Ballhaus Naunystrasse)이 있다. 이 건물은 19세기, 베를린의 전형적인 사교댄스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이 공간은 베를린안의 자유로운 예술가 그룹의 창작무대이자 국제예술 무대로 활용되고 있으니 낡고 비좁은 이 공간이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참으로 놀랍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사교댄스장의 변신이 아니라 콘서트홀이란 새로운 쓰임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다. 다양한 활용방안이 제안되면서 발하우스가 있는 지역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오랫동안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이들이 선택한 것은 오래된 공간의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가장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식. 낡아서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과 비밀통로와도 같은 계단, 오래된 시멘트 바닥,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지하의 소박하고 작은 바,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야외정원까지. 무도장을 바꾼 음악당의 100여개 객석이 아니고는 대부분의 구조물이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건물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공간의 규모와 관계없이 오랫동안 지켜온 전문적인 운영체제가 답이었다. 전문가 집단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운영하면서 전체 운영비의 3분의 1을 프로젝트 운영으로 충당할 수 있게 하는 결실을 얻어냈다. 돌아보면 우리 지역에도 재생공간이 적지 않다. 거개가 고민과 논의의 과정보다는 화려한 변신이 주목을 끈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공간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에 방점을 둔 발하우스가 오랜 논의 끝에 얻은 선택이 더 빛나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의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한때 패닉에 빠졌었다. 금리 역전현상이 단 하루에 불과했지만 일각에선 구조적 장기불황(Secular Stagnation)의 예고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국채시장에서 2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건 1978년이후 모두 5차례 있었고 어김없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지난 2007년 6월에도 미 국체금리의 역전이후 2008년 전 세계에 금융위기 쓰나미가 덮쳤다. 경기침체 조짐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유럽의 성장엔진인 독일도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독일의 올 2분기 GDP가 1분기보다 0.1% 줄었고 3분기에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학계에서는 두 분기 이상 연속 GDP가 감소할 때 경기침체로 본다. 독일의 경제 위기는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에 나선 일본도 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7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줄어들면서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일본의 제조업 경기지수가 지난 2013년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우려되는 영국도 올 2분기 GDP가 전 분기보다 0.2% 줄어들면서 지난 2012년 4분기 이후 6년여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3분기에도 GDP 감소가 예상돼 경기침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도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경제 보복,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R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13거래일 연속 주식을 내다 팔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반면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새 40원 가까이 올랐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경제동향 8월호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R의 공포 다음에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경기가 더욱 악화하는 D(Deflation)의 공포가 이어지고 이후에는 일자리마저 없어지는 L(Lay off해고)의 공포가 다가온다. 사사건건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은 국민들이 도탄에 빠지기 전에 정신 차려야 한다.
머리에 화살촉이 박힌 길고양이가 지난 달 군산에서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동물학대 가해자 처벌을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9일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서울에서도 30대가 길거리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 살해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엽기적인 동물학대가 잇따르자,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며칠 새 5만 여명 이상이 폭풍 댓글로 공감을 표했다. 전북에서도 2018년 반려동물 약 6042마리가 몰래 버려졌다. 이중 주인에게 되돌려 지거나 다른 데로 입양된 경우는 3432마리이며,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경우도 2106마리나 된다. 뭔가 개운치가 않다. 주변에서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그런가 하면 반려동물을 적극 보호하자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도의회 김정수의원(익산2)은 지난달 전라북도 반려동물 보호 및 학대방지 조례안을 발의해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자치단체에서도 앞으로 반려동물 소유자가 군대입대 등 불가피한 경우 동물을 인수하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북은 7월 2868마리가 반려동물로 신규 등록해 정부의 안전망 관리를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공원을 만들려다 인근주민 반대로 1년 넘게 속앓이 해온 전주시가 동물복지과를 신설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령화와 1인 가구가 대세인 요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 이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연관산업 매출규모가 내년 6조원대로 상상을 초월한다. 동물병원, 애견카페, 펫샵 등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한약재를 달인 보양음료, 애견 홍삼액, 종합영양제까지 불티나게 팔린다. 오죽하면 개 팔자가 사람 팔자 보다 낫다며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심심찮게 터져나오는 동물학대. 따가운 주위 시선에 여론도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반려동물 글자 그대로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다름없다. 몰래 버리고 학대하는 건 가족에게 저지르는 패륜범죄와 진배없다. 반려동물 이라는 이름이 지난 1983년 처음으로 사용된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함과 동시에 애완동물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그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의원을 거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던 한 초선 의원은 언젠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막상 내가 국회 가보니까 도내 선배 의원들 누구도 30대 재벌총수 하고 직접 통화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더라 유권자들을 만나면 겉으론 지역을 위해 무슨 큰일이나 하는 냥 큰소리 뻥뻥 치지만 정권 실세가 아닌 바에야 재벌하고 속 터놓고 대화할 통로조차 없더라는 얘기다. 쓸만한 기업은 모조리 싹이 잘라진 상황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치고 전북 출신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10일 도민들은 매우 낯선 광경을 하나 목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간담회를 가졌는데 김홍국 하림 회장이 들어간 것이다. 30대 기업 대표들과 회합을 갖는 자리에 도내 업체 총수가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만 참석하는 자리에 김홍국 회장이 식품산업 대표로 유일하게 참석한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하림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자산 11조9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26위에 올랐다. 하림은 단순히 축산 회사가 아니다. 닭고기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곡물 유통, 해운, 사료, 축산, 도축 가공, 식품제조, 유통 판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식품의 가치사슬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푸드&애그리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약 28년전 올챙이 기자 시절 도청을 출입할 때의 이야기다. 당시 백승운 축정과장은 기회가 될때마다 출입 기자들에게 아직은 크게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하림 김홍국을 잘 지켜봐라. 훗날 엄청난 재벌이 될 것이다. 복기해 보면 전문 축산인 백 과장은 예리하게 축산업의 앞날을 꿰뚫어봤으나 많은 이들이 그의 말을 크게 귀담아 듣지 않았다. 불과 한 세대가 가기 전에 하림은 30대 재벌 반열에 올라섰다. 요즘엔 하림 김홍국 회장이 재경전북도민회장 까지 맡고 있고 재벌 본사를 터전인 익산으로 옮겼으니 지역 사회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어떨지는 본인이 더 잘 알것이다. 요즘엔 K팝, K뷰티, K푸드 등 다양한 한국 문화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맛의 본고장 전북이 도약하는 해법도 결국 K푸드에서 찾아야 한다. 전북 식품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앞으로 대기업 하림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여행때 기내식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비빔밥은 당연히 전주 비빔밥이고, 고추장은 당연히 순창 전통 고추장인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다. 전북식품산업이 전세계를 호령할지 여부가 하림 김홍국 회장의 어깨에 달려있다.
인류역사는 대하(大河)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세계4대 문명권인 이집트문명은 나일강에서 메소포타미아문명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에서 인더스문명은 인더스강에서 그리고 황하문명은 황하유역에서 발달했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물의 자원화와 생태계를 보전한다는 이유로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 사업을 실시했지만 오히려 수질악화 등 부작용만 초래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전북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도의회에서 이 사업을 반대해 새만금의 수질 악화를 가져오는 만경강과 동진강 개수사업을 못했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다. 연간 평균강우량이 1500mm에도 못미친다. 노령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전주는 분지라서 여름철에는 대구와 함께 가장 무더운 도시다. 그 원인은 무분별한 아파트 난개발이 결정적이다. 전주천과 삼천 주변의 바람길을 차단시켜 여름철만 닥치면 도시 전체가 열섬현상이 생긴다. 전주천과 삼천은 사천이라서 비가 내릴 때만 어느정도 물길이 형성되지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바닥이 드러난다. 전주천 상류 남부시장쪽에다가 콘크리트 주차장을 만든 것도 생태게 보호측면에서는 패착이다. 전주시가 국비 지원을 받아 건산천 일부 복개구간을 뜯어 생태하천으로 만들었지만 깨끗한 수량부족으로 여름철에는 악취만 풍겨 나온다. 중앙시장서 한국은행간을 똑같이 생태하천으로 만들었지만 제기능을 못해 오히려 복원을 안한 것이 나았다는 지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치산치수는 국가나 지방행정의 근간이다. 시가 그간 무분별하게 하천을 복개했다가 다시 헐고 뜯고 고치는 바람에 자원낭비는 물론 생태계만 파괴시켰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해서 국민적 인기를 끌어 대통령이 된 것을 모방해서 전주시도 이 같은 재생사업을 반복했지만 실패작으로 끝났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여름철 기온을 떨어 뜨리려고 대구처럼 나무 심기운동을 의욕적으로 펼친다. 전임시장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김 시장은 1000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을 벌인다. 그가 배고픈 아이에게 밥주는 엄마도시락 사업과 함께 가장 잘한 일이다. 장성 축령산에 순창 출신 독림가 임종술 씨가 편백나무 숲을 조성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풍수에서 물을 재물로 본다. 덕진 연못도 전주지기가 얕다는 이유로 인공호수를 만든 것이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가 물로 에워싸져 있다. 한강 때문에 서울에 돈과 사람이 모이게 돼 있다. 전주천과 삼천에 물이 넘실거려야 전주가 흥해진다. 전주천은 완주 신리저수지 물을 유지관리수로 활용해야 하고 삼천은 옥정호 물을 구이저수지로 끌어들여 방류시켜야 한다. 건산천이나 중앙시장 생태하천은 지하수를 개발해서 유지관리수로 써야 한다. 김 시장은 다음에 지사로만 가려고 신경쓰지 말고 임기동안 치산치수(治山治水)정책을 잘 폈으면 한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처럼 이치에 맞질 않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보다 이 사업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
한 달 전,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 씨를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소개됐지만 미처 담지 못한 연장이야기가 있다. 그는 3년 전 쯤, 사라져가는 농사 연장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여든 여덟 가지 농사 연장의 구조와 원리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의 특별한 글쓰기 덕분에 책은 도감이되 도감이 아닌 인문학적 책이 되었다. 스스로 전통세대의 마지막이나 됨직한 베이비부머라 칭하는 그는 변해가는 농촌 문화와 사라져가는 생활양식이 안타까워 연장이야기를 붙잡은 이후 온갖 자료를 찾고 고쳐 쓰기를 반복해 책으로 내기까지 꼬박 5년을 바쳤다. 그가 말하는 연장은 이렇다. 농부에게 연장은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그 사람의 신체의 연장에 다름 아니다. 가령 우리에게도 익숙한 괭이나 호미는 인간이 수렵 채취를 시작한 때로부터 몇 만 년이 흐른 지금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원시의 모습 그대로인데, 그는 그 이유를 이 연장들이 역설적이게도 단순한 신체의 일부였기에 도구로 기능하며 거친 논밭을 일구는 것을 넘어 마을을 일구고 한 사회와 그 사회를 떠받치는 규범 즉 문화를 일구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요즈음의 농사 연장은 더 이상 이런 단순한 도구가 아닌 기계들이다.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관리기 등 효율성으로만 따지자면 연장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것들인데, 그의 말을 더하자면 효율을 중시하는 이들 기계의 속성은 그것을 만들어낸 거대 기업, 즉 자본의 속성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그것을 사용하는 농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기의 속성대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업이 기계화되는 과정에서 농촌의 유구한 전통문화가 붕괴되어버렸다해도 농촌은 편리함과 효율성을 얻었으니 기계의 유용함을 무작정 부정할 수만은 없는 일이지만 그는 적정기술과 속도의 문제를 제기한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앞세운 과잉기술의 시대에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삶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맞닿아 있다. 귀 기울여지는 제안이 있다. 트랙터나 콤바인 등 기계에 의존하는 과잉기술이 필요 없는 도시 농부들의 텃밭 농사다. 그는 호미나 괭이, 낫 같은 간단한 전통농기구면 충분한 도시 농사가 도구와 연장의 부활을 넘어 땅에 작용하는 푸른 노동을 통한 건강한 정신의 맥잇기 운동이자 도시문제의 한편을 해결할 수 잇는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상상해보니 도시와 농촌의 의미 있는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겠다 싶다. 솔깃한 제안이다.
오래전 폴란드 남부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은 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의해 무려 40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홀로코스트 현장으로 그 당시 수용소 건물과 가스실 고문실, 그리고 유대인들의 유품과 머리카락이 보관된 전시실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침 수학여행 중인 이스라엘 학생들이 줄지어 수용소를 관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누구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꼭 한번은 탐방해야 한다. 그들을 용서는 하되 절대 잊지 말라는 교훈 차원에서다. 전시실에서 눈길을 끈 것은 수용소의 일상을 그린 수감자의 그림 가운데 몽둥이를 들고 서 있는 유대인 카포(Kapo)의 모습이었다. 수용소 내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일종의 유대인 경찰로 나치 부역자다. 수감자 중에서 선발된 카포는 나치 친위대원보다 더 악질적이었다고 한다. 수감자보다 좀 더 편하고 배불리 먹기 위해 동족을 구타하고 밀고하며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민족반역행위자이었다. 독일이 패망한 이후 이들은 공공의 적이 되었고 1950년 이스라엘은 나치와 나치 협력자를 처벌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모사드의 표적이 되었고 철저히 색출해서 죗값을 치르게 했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 때 일본 편에 서서 부귀영화를 누린 친일부역자들이 많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에서 선정한 친일반민족행위와 부일협력행위를 한 사람은 4378명에 달한다. 이 중 전북인 120여명도 포함되어 있다. 친일부역자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반민족행위가 밀정(密偵)이다. 피로 맺은 동지와 친구를 일제에 팔아넘기고 그 대가로 치부를 일삼은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태다. 지난 13일 밤 방송된 KBS 탐사보도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김좌진 장군의 최측근 비서인 이정과 안중근 의사의 거사 동지인 우덕순이 일제의 밀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탐사보도부는 일본 외무성과 조선총독부 조선군사령부 등의 기밀자료를 분석해 밀정 혐의자 895명을 특정했다. 특히 이정의 경우 자신이 밀고했던 독립운동가 이홍래 선생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안치된 것은 충격적이었다. 현재 현충원에는 이러한 친일 반민족행위자 63명이 버젓이 안장돼 있다. 잘못된 역사와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광복의 시작이다. / 권순택 논설위원
사람들은 상고(商高)하면 야구와 가난한 집 맏아들을 우선 떠올린다. 1970~80년대 고교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는데 군산상고선린상고덕수상고 등 야구 잘하는 학교중 유달리 상고가 많았다. 또한 가난하되 머리가 좋은 아들이 하루빨리 가족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진학하는 학교가 바로 상고였다. 김대중(목포상고)노무현(부산상고)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며 고려대를 졸업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동지상고 출신이다. 엊그제 야구 명문인 109년 전통의 서울 덕수상고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특성화계는 종로구에 있는 경기상고로 통합하고, 일반계는 위례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없어지는 것이다. 덕수상고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종남 전 법무부장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이름있는 동문을 많이 배출했다. 그런데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자들이 판을 치는 요즘 우리은행 행부행장 중 상고출신 비중이 전체 11명 중 7명으로 63%나 됐다고 해서 화제였다. 며칠전 개각에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성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7년 전 논문에서 재벌을 가난한 집 맏아들에 비유하며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게 크게 관심을 끌었다. 조 후보는 최근 재벌의 높은 성과가 있기까지 이들이 성장하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몰아준 경제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다며 재벌을 다른 형제들의 희생을 토대로 성공한 맏아들로 비유했다. 재벌 때문에 기회조차 받지 못한 기업 및 경제주체에게 보상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거다. 대기업은 무조건 나쁘다는 최근 사회 일각의 분위기엔 공감하기 어렵지만 가난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한 형제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공한 맏아들에겐 응당 막중한 책무가 따른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번 개각때 10명의 장관급 인사중 전북출신이 이정옥 여가부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수혁 주미대사, 정세현 평통 수석부의장 등 4명이나 된다고 해서 지역사회가 크게 고무됐다. 내 고장에서 나고 자란 이가 국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잼버리 개최나 전북금융타운 조성에 좀 도움이라도 되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 출신 인사들이 가난한 집 맏아들답게 잘 처신해주길 기대한다. 개각에선 분명 출신 지역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텐데 장관 발탁을 자신의 능력만으로 해석하는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북인으로서 혜택은 다 입으면서도 지역사회에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장관은 두고두고무늬만 전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병기 논설위원
지난달 마감한 전북의 민주당 권리당원수는 기존 5만여명을 포함 1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전북보다 인구수가 배 가까이 많은 광주 전남의 11만여명 보다 더 많다. 이처럼 전북의 권리당원수가 급증한 것은 1년전 확정한 총선룰 때문이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50%와 안심번호 선거인단 50%로 후보경선 선거인단을 구성해 총선공천후보자를 뽑는다. 권리당원이 절반을 차지하므로 후보자들이 죽기살기식으로 지난달까지 월 당비 1천원을 내는 당원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전북 유권자 152만의 7.8%가 민주당 권리당원이다. 지역별로 차이가 나지만 경쟁이 심한 전주 3개지역구 권리당원 비율이 높다. 여성정치신인으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금옥씨가 김윤덕 현위원장 한테 도전장을 내민 전주갑은 2만2000~2만4천여명에 달했다. 이는 운동권 선후배인 양측이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 일찍부터 조직적으로 당원모집에 나선 탓이 크다. 민주당 총선룰이 정치신인 한테는 불리하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아무나 도전장을 내밀 수 없는 구조다.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 당비를 내는 당원을 모집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신인들은 지역주민들한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전략공천 아니면 처음부터 넘나보기가 쉽지 않다. 전북은 10명의 위원장 중 8명이 원외위원장들이어서 이미 이들은 20대 총선과 경선 등을 치르면서 상당부문 능력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몇사람을 제외하고는 새로울게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야권 난립에 따른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이 작용할 것으로 보여 후보경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후보들은 지난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후보들한테 빼앗긴 의석을 차지해 집권여당으로서 지역발전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힌다. 문제는 도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것. 최근 민주당의 지지를 암묵적으로 받았던 진보측 김승환교육감이 대법원으로부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또 교육부가 상산고 자사고 지위를 5년간 유지토록 결정함에 따라 자사고 폐지를 결정했던 김 교육감이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교육감을 주민소환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교육계 원로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도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냉랭해졌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제가 없지만 진보를 자처한 김 교육감을 민주당 쪽에서 알게 모르게 지지해 그만큼 여론도 싸늘해졌다. 상당수 도민들은전북이 광주 전남보다 민주당 당원수가 많은데 지역발전은 뒷걸음질 쳤다면서이런 당을 계속 지지해야 하는가는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또선거 때마다 황색깃발만 꽂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해준 것이 문제라면서제대로 지역발전과 사람대접을 받으려면 민주당과의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민주당 공천장만 거머쥐면 21대 총선 때 당선은 떼논당상처럼 여기는 풍토가 또 만들어질지 의문이다. 급조된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지역여론이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인터넷 검색으로 한 단어를 찾아보았다. 엄마-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새삼스럽지만 엄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사전적 의미가 그렇더라도 우리에게 엄마는 어떤 의미인가. 슬픔과 기쁨의 절정에서 나오는 이름, 되뇌는 순간부터 그리움이 앞서는 이름, 그 무엇과도 치환될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하는 이름. 이 아름다운 엄마 이름이 수모와 치욕을 당하고 있다. 엄마를 내세운 어떤 부대의 활약상(?) 덕분이다. 엄마부대는 애국보수시민단체를 자칭한다. 이 부대를 이끄는 이는 주옥순 대표다. 그는 2013년 발족한 이래 정치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존재를 과시한다. 공식 직함은 유튜브 엄마 방송진행자란다. 홍준표 대표가 이끌던 자유한국당에서 디지털정당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2018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허위사실 유인물을 뿌려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그와 엄마부대는 세월호 참사, 통진당 해산, 박근혜대통령의 탄핵 반대 등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물론 이들이 내놓는 주장은 거개가 황당한 궤변이다. 이 부대가 또 일을 냈다. 이번에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선전과 선동이다. 지난 1일에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수상님 저희의 지도자가 무력해서 무지해서 한일관계의 그 모든 것을 파기한 것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확정 판결이 국제법에 부합함에도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아베에게 사죄라니. 8일에도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벌써 다섯 번째다. 정부가 어렵게 도출한 종군위안부 관련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미 배상이 끝난 지난 1965년 협정을 뒤집었다며 다 끝난 일을 다시 뒤집는 고의적 도발행위라고 주장한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아무래도 여론이 주목한 탓일 게다. 한일관계회복을 위한 기자회견이란 이름으로 이어가고 있는 볼썽사나운 퍼포먼스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즈음 전해 받은 푸시킨의 시 한 대목이 있다. 그대는 외국 민족을 그토록 아끼고 사랑해 이토록 지혜롭게 조국을 증오하였네. 지혜란 단어가 아깝지만, 정부가 자유대한민국을 망하게 하고 있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왔다는 이들에게 당신들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냐고 묻고 싶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과 암태면을 잇는 천사대교가 지난 4월 개통한 이후 100일 만에 방문 차량 100만대에 방문객은 220만 명이 넘었다. 압해읍의 교통량은 개통 전보다 3배가량 급증했다. 신안군의 관문 격인 천사대교는 총 길이 10.8㎞, 다리 교량 구간은 7.22㎞로 현수교와 사장교 형식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교량이다. 사장교 길이는 1004m로 신안군의 섬 1004개를 상징하며 그래서 다리 이름도 애초 새천년대교에서 천사대교로 바꿨다. 천사대교는 지난 2005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익산국토청에서 총사업비 5800억원을 들여 2010년 9월 착공, 9년만인 지난 4월 완공됐다. 개통 이후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신안군 음식점과 숙박업소들이 특수를 누릴 뿐만 아니라 인접한 목포 북항과 하당까지 호황이어서 서남권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신안군에서는 천사대교 특수를 이어가기 위해 오는 2022년까지 복합리조트와 호텔 펜션 등을 갖춘 대규모 관광레저타운 조성을 추진 중이다. 반면 천사대교보다 앞서 추진했던 전라북도의 부창대교는 15년째 오리무중이다. 고창출신 정균환 의원의 16대 총선 공약으로 시작된 부창대교는 지난 2002년 예비타당성 조사에 이어 2005년 기본설계까지 마치고 2007년 착공 예정이었지만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중단됐다. 이후 2008년 전라북도에서 부창대교 건설을 재추진, 2011년 새만금종합개발계획에 포함됐고 2012년 대선 공약사업 선정과 2015년 제4차 국도국지도 5개년(2016~2020년) 계획에 반영됐지만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또다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중단시키고 말았다. 고창 해리면 왕촌리와 부안 변산면 도청리를 해상으로 잇는 부창대교는 교량 7.48km와 국도 등 총 15.2km를 개설하는 사업이다. 부창대교가 신설되면 부안 변산국립공원과 고창 선운산 지구를 바로 연결하게 돼 70㎞를 우회해야 하는 고창부안간 이동거리를 7㎞로 단축시킨다. 이렇게 되면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군산 새만금방조제와 부안 변산 격포, 고창 동호 구시포를 잇는 서해안 관광벨트가 완성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전남은 섬과 해안을 교량과 도로로 연결하는 15조원 규모의 2030 전남기반시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전북출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있을 때 부창대교 하나 만들지 못하면 전북발전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요즘 불볕더위 못지않게 뜨거운 이슈가 일본상품 불매운동이다. 가히 폭발적이다. SNS를 통한 네티즌의 각개격파식 실천운동이 길거리 시위까지 이어지는 전면적인 양상이다. 이같이 걷잡을 수 없는 움직임은지난 2일 백색국가 제외 2차 경제보복 이후 더욱 뚜렷하다. 한국인이 깨어있음을 보여주고, 뭔가 본때를 보여준다는 결기로 가득찬 표정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그들은 대한민국을 겨냥해 끊임없이 도발하고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켜켜이 쌓인 분노와 적대감이 이번 경제보복을 통해 분출됐다고 입을 모은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네티즌의 분노가 불매운동의 신호탄이었다. 이들은 일본의 기습적인 경제보복 이후 온라인에서 댓글을 통해 운동참여를 독려했다. 순식간에 격려와 성원의 글이 봇물을 이뤘다. 하루에도 서너 개 이상 이와 관련된 정보들이 시시각각 스마트폰에 올라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들불처럼 타오른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가운데 극일(克日)메시지 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긴다 1919년은 졌지만 2019년은 반드시 이긴다 NONO 재팬 등 기발한 문구들이 그나마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식혀준다. 어찌됐든 릴레이식 댓글을 통한 반일감정이 최고조를 향하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이번 만큼은 모두 독립운동가를 자처하고 있다. 일본제품 안 쓰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것이 진정한 독립운동 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뿐 아니다. 전국 자치단체 140군데에 이어 연예인, 사회단체까지 동참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중 6명 이상이 이 운동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정말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경제전쟁의 끝은 예측불허다. 분명한 것은 아베식 치졸함이 시작이었다는 사실이다. 대법 배상판결을 빌미삼아 경제보복으로 총구를 겨눈 것이다. 허를 찔린 사람들의 표정이 지금 결연함으로 번뜩인다. 안 사고, 안 가고, 안 팔고 다함께 일본을 뛰어넘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아베야 고맙다, 뒤늦게라도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를 깨닫게 해줘
한일간 경제전쟁이 격화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말이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원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에서 유래한 말인데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어느 시점에서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일 경제전쟁의 핵심은 일본이 헤매는 동안 한국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식민 통치를 했던 한국과의 GDP 격차가 2001년 8배에서 지난해에는 3배로 좁혀지면서 당황하고 있다는 예기다. 초격차 상태에서는 너그러울 수 있는데 근접해지면 예민해지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던가. 그런데 며칠전 발표된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전국 1위는 17조5152억원을 기록한 삼성물산 이었다. 2위는 현대건설로 11조7372억원, 3위는 대림산업으로 11조42억원 등 전국을 무대로 뛰는 굴지의 대재벌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전남 업체인 호반건설이 4조4208억원으로 당당히 전국 10위에 랭크됐다. 호반뿐만이 아니다. 중흥토건, 금호산업, 제일건설, 우미건설, 중흥건설, 라인건설, 보광종합건설 등 무려 11곳이 전국 100위 안에 들었다. 광주전남 최하위권 건설업체 평가액이 3000억원에 가깝다. 반면 전국 100위 안에 드는 도내 업체는 전무하다. 전북 1위 계성건설(주)이 채 2000억원이 안된다. 그 뒤를 이어 (주)신성건설, (주)제일건설, (주)신일, (유)한백종합건설, (주)대창건설 등이 1000억원이 넘어서고, (주)성전건설, (주)군장종합건설, (유)부강건설, 세움종합건설(주) 등은 900억원~500억원 가량된다. 전북혁신도시, 만성지구, 에코시티, 효천지구 등 최근 10년이내 개발된 전주권 중심 주요 택지개발지 4곳의 주택은 무려 2만세대가 넘는데 도내 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지난해 화두가 됐던 전북 몫 찾기가 보다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청와대 비서관급(1급) 이상 64명에 대한 분석 결과, 광주전남이 12명인데 전북은 2명이다. 차원이 좀 다른 이야기지만, 광주전남에서 태어나거나 그곳에서 고교를 다닌 사람이 도내에서 전북대총장이나 전북교육감을 하는게 현실이다. 반대로 전북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가 전남대총장이나 광주교육감을 한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너무 배타적이어선 지역 발전이 저해되지만 전북 몫을 내어주는 것 만큼 광주전남에서 가져오는 근성이나 지혜도 필요하다. 새만금공항 등 각종 사업뿐 아니라 정치권 헤게모니 확보과정에서도 전북이 도약하려면 앞으로 전남광주의 견제를 견뎌내야 한다.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을 놓고 모처럼만에 도민들의 의기투합이 이뤄졌다. 물론 반대도 있었지만 교육부가 불법요소를 지적해서 결론을 냈다. 그간 지역 이슈를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어 우리 스스로가 이번처럼 강하게 움직인 적은 없었다. 상산고 학부모나 동창회를 제외하더라도 누가 시켜서라기 보다는 스스로가 알아서 일어났던 것. 그 만큼 상산고 자사고 유지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를 상대로 싸울 때 관이 뒤에서 사회단체 등을 움직이어서 반대운동을 펼친 적은 있었다. 바로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긴 이후 범도민적으로 들고 나섰으나 성과는 별로였다. LH를 빼앗긴 이후 국민연금공단이 전북혁신도시로 왔을 뿐이다. 전북은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 촛불정치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기대했던 만큼 전북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고 지역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면 전북은 비켜 가고 다른 지역에 비해 투자규모가 적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로 접어들면서 처음에 기용됐던 장차관들이 퇴진했거나 퇴진할 예정이어서 중앙정치무대에 전북 출신이 많이 없다. 다행인 것은 1년짜리 국회 기재위원장 자리에 3선인 이춘석의원이 앉은 것을 비롯 바른미래당 정운천의원이 내리 4년째 예결위원이 된 게 눈에 띈다. 상산고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의원은 혼자서 여야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아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한테 서명부를 제출해 큰 힘이 되었다. 정의원은 제헌국회 이래로 임기내내 예결위원이 된 3번째 의원으로 기록됐다. 이번 상산고 사태를 놓고 김승환교육감이 법적대응을 예고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줬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찌보면 권리 위에 낮잠자는 사람은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다. DJ가 항상 강조해서 민주화를 이뤄낸 것처럼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줘야 한다. 행동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때로는 침묵시위도 있지만 울때는 한 없이 울어대야 한다. 그간 도민들의 심성이 착하고 양반근성이 강해서 행동하는 측면이 부족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렸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도민들은 문 대통령이 낙후된 전북발전을 위해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정치권 스스로가 알아서 해준 게 없다. 한여름 매미 마냥 고막이 터지도록 울어대야 한다. 부당하면 청와대 등 중앙정치권을 향해 울어대야 한다. 군산 꽃새우 어민들이 국회에 가서 크게 울어대서 농심을 굴복시킨 것처럼 힘 있게 울어대야 한다. 지금은 점잔만 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일본 아베총리를 굴복시키려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 이제는 사즉생의 각오로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 도민들이 김승환교육감의 적폐를 청산하려면 주민소환운동을 즉각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경복궁 앞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 세종은 왼손에 책을 들고 있는데 그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창제원리, 이를테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그 용법을 한자로 설명한 글이다. 세종은 자신이 직접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의례 말고도 이를 더 상세하게 설명한 글 해례를 집현전 학사들에게 집필하게 했다. <훈민정음 정본>은 당초 의례와 해례본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셈인데, 아쉽게도 <세종실록>이나 <월인석보> 등으로 전해온 의례와는 달리 해례는 따로 전해진 것이 없어 그 실체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었다. 해례가 알려진 것은 1940년 훈민정음 정본이 발견되면서다. 덕분에 해방 후에는 해례본 내용이 대중들에게도 공개되었지만 그 실체는 자취를 감추어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천신만고 끝에 소장하게 된 간송본과 2008년 경북 상주의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된 상주본 등 두 권이 전부다. 상주에서 발견됐다하여 이름 또한 상주본이라 이름 붙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다시 논란이다. 상주본은 운명이 지난하다. 국가와 원 소유자였던 골동품상, 그리고 현 소유자인 배익기씨가 10년 넘게 소송권 분쟁을 이어 온데다 지난 2005년에는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던 배씨의 집에 불이나 일부가 불에 타 훼손됐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판결했다. 소유권 분쟁이 일단락 된 셈이지만 분란은 좀체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씨가 1000억 원 배상을 요구하며 상주본 반환은 물론 실체를 공개하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상주본이 화재로 상당부분 훼손되어 전체 33장 가운데 13장 밖에 남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상주본에 안겼던 1조원 가치도 퇴색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주 개봉한 훈민정음을 만든 과정을 담은 영화 <나랏말싸미>의 극중 한 장면이 생각났다. 집현전 학사들이 집필해 완성한 해례본을 세종은 신하들에게 널리 알려달라며 나눠주지만 한명을 제외하고는 훈민정음 창제 자체를 반대했던 신하 모두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나가버린다. 그 빈자리에 남아 있던 책들이 훈민정음 해례본이었을 터. 그 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달랑 두 권, 그것도 한권은 훼손된 채 남아 있는 오늘날의 해례본 실체가 아쉽다.
최근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디지털 금광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구글이나 네이버 등 검색엔진을 통해 찾고자 하는 정보를 검색할 때 데이터센터를 통해 처리된 정보를 사용자의 컴퓨터로 전달하게 된다. 이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인 스토리지 등을 갖추고 있고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온라인 쇼핑 등을 처리한다. 10년 전만 해도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기업에 석유관련 기업들이 대거 포진했다. 하지만 지금은 IT관련 기업들이 꿰찼다. 10위 안에 IT관련 기업이 7개나 포함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등이 1위에서 5위까지 차지했다. IT관련 산업이 뜨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데이터센터 건설에 올인하고 있다. 아마존은 9개 국가 15개 도시에 100개 이상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데 이어 최근에도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부동산 투자를 전년 대비 250%나 늘렸다. 구글도 올해 버지니아를 비롯해 14개 주에 데이터 센터와 지점 등을 건설하는데 130억 달러를 투자한다. 애플은 향후 5년간 110억 달러를 들여 텍사스주와 시애틀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 등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네이버가 강원도 춘천에 이어 추진하는 제2 데이터센터의 유치전이 치열하다. 애초 경기 용인에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전자파를 우려하는 지역주민의 반발로 포기하고 공모를 한 결과, 전국에서 136곳이 신청했다. 군산과 새만금개발청 부산 인천 대전을 비롯해 자치단체 60곳에서 78개 부지, 민간과 개인사업자가 58개 부지를 제안했다. 용인 데이터센터가 무산된 것이 네이버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자치단체에선 미래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과 함께 지방세 증가 고용 창출 상권 형성 등 경제적 효과 때문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9월 중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5400억원을 투입, 2022년까지 13만2230㎡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완공한다. 이와 관련, 전북연구원에서 새만금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최적지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추가 확장이 용이하고 기가와트급 재생에너지와 중국을 겨냥한 해저 광케이블망 구축이 강점이라고 제시했다. 새만금이 미국 버지니아주나 네덜란드 Agriport A7처럼 글로벌 데이터센터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김승환 교육감이 29일 간부회의서 교육부의 상산고 자사고 유지 결정을 비난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평가 일부의 위법성까지 밝혀졌는데도 정부와 교육부를 향해 협력관계 단절을 시사하는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일단 상산고 문제에 대해 불복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목적과 가치를 달리하는 반대 진영에도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사과나 해명은커녕 오히려 도둑이 매를 든 격이다. 안하무인이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교육부의 평가결과가 나오자 이에 대한 김 교육감의 책임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상산고 총동창회는 독선과 아집으로 1년 7개월간 전북교육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학부모는 물론 여야 정치권, 일부 교육단체까지 이같은 움직임에 가세했다. 그리고 불과 며칠 전에는 김 교육감의 트레이드 마크인 청렴성에도 큰 생채기가 났다. 4차례나 측근 승진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이 확정 판결됐기 때문이다. 이때도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교육청 대변인 논평대로 라면 법원판결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자사고 결론 이전에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교육부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때 핏발 선 표정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런데 그가 다시 일전불사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지금까지 진보교육감으로 자처해온 터에 아군이나 다름없는 현 진보정권까지 대놓고 적으로 규정, 한판 싸우겠다는 것이다. 전북교육이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취임 이후 중앙정부와 담 쌓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그 결과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중앙정부 특별교부금 3260억원을 받아 9개 시도 중 제주 다음으로 적었다. 불통으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수개월간 학부모학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다 자사고 폐지라는 거센 광풍이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그는 끄덕하지 않았다. 지금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교육수장으로서 전북교육을 위해 일 할 시간이 아직 3년 남았다. 제발 이 사태를 깊이 성찰했으면 한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처럼 세상사에는 도저히 힘들것 같은 승부에서 약자가 강자를 꺾는 경우가 왕왕 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런 일이 많은데 상식을 깨는 결과에 사람들은 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기록 경기에서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둥근 공이 개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럭비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구기 종목에서는 이변이 연출된다. 작년 이맘때쯤 월드컵 역사상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FIFA랭킹 1위 독일과 한국이 맞대결을 벌였는데 결과는 잘 알려진대로 한국의 2-0 승리였다. 벼락이 친 것도 아니고 비둘기가 독수리를 잡아먹는 현상같은 전조도 전혀 없었는데 맑은날 이런 일이 발생했다. 킨샤샤의 기적으로 역사에 남은 알리와 포먼의 경기 또한 이변이었다. 은퇴한 노장과 40연승 가도를 달리는 숫사자의 대결에서 모든 도박사들이 포먼의 kO승을 점쳤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쟁에서 이런 일이 나면 역사책에 남는다.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의 침몰, 이순신의 기록적인 승리, 트라팔가르 기적을 일궈낸 넬슨 제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주변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며칠전 교육부에서 최종 결정된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문제가 바로 그런 경우다. 결정권을 가진 도 교육청과 대항력이 없이 일방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 학교측의 승부는 마치 칼자루를 쥔 사람과 칼날을 잡은 이의 승부처럼 보였으나 칼날을 잡은 이가 승리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다른게 아닌 민심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선거에서도 약자가 강자를 뒤엎는 일이 가끔 있다. 그래서 세상사가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내년 4월 총선때 도내 정치역학이 어떻게 변할지가 관심사인데 여기에서도 역시 다윗과 골리앗이 있다. 능력이 있고 시민을 위해 더 헌신해 온 사람들이 뽑힐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거의 당선을 담보하는 박스 선거의 특성상 누가 얼마나 많은 권리당원을 확보했는가, 아니면 조직력이 앞서는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력이 강하고 고관현직을 지낸 골리앗을 꺾는 다윗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그런데 요즘 호사가들 사이에서 내년 총선때 함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진안군수 선거가 화두다. 올 추석 이전에 이항로 군수의 재판이 마무리될 전망인데, 지역정가에서는 이한기 도의원, 이우규 진안군의원, 전춘성 진안군 행정복지국장을 비롯해, 도의원을 지냈던 김현철이충국김종철씨와 김남기 전 군의원, 이기선 전 전북도 국장 등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진안에서도 역시 다윗과 골리앗은 있을텐데 과연 골리앗은 누구인가.
다른 시도교육청처럼 70점으로 기준점수를 정했더라면 상산고 재지정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친전교조 성향의 김승환교육감이 교육부의 권고안을 무시, 자신의 재량권에 속한다며 기준점수를 80점으로 올렸다. 김 교육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자사고 폐지가 들어 있어 처음부터 상산고를 재지정에서 탈락시키려고 기준점수를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본인은 자사고 재지정을 받으려면 이 정도 이상은 돼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대응해 왔었다. 상당수 도민들이 상산고가 재지정에서 탈락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마지막 교육부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워낙 도교육청의 반대입장이 확고부동해 상산고측은 안심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지난 26일 교육부가 김교육감의 취소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표함으로써 앞으로 5년간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평가는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며 평가적정성이 부족하다고 번복 이유를 전했다. 처음부터 상산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해 폐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논리였다. 이 학교 만큼 다양하게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학교도 드물다. 홍성대 이사장의 건학이념대로 국가동량을 기르기 위해 자율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놓고 색안경 끼고 반대입장을 취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갔다. 전국에서 1인당 소득이 최하위인 전북에 영재학교도 없는 현실에서 상산고를 일반고로 만든다는 것은 전북의 장래를 망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교육부는 상산고에 사회통합전형잣대 적용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4점 만점에서 1.4점을 얻어 기준점에 미달한 79.6점을 얻어 탈락위기를 맞았다. 사회통합전형을 잘못 적용해 상산고를 탈락시키려는 것은 교육부 지적대로 김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과 남용으로 위법하다는 것. 헌법학자 출신으로 매사를 법논리로 재단해서 마치 법만능주의자(?)인 것처럼 보이는 김 교육감은 상산고 재지정 문제를 떠나, 4차례 승진인사에 부당개입한 혐의가 인정돼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받았다. 본인은 이 판결에 억울할지 몰라도 공정해야 할 인사가 잘못됐기 때문에 분명 책임져야 한다. 전임 최규호 교육감이 전북교육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려 깨끗한 이미지 때문에 김 교육감이 전교조와 민노총 등 진보세력의 지원으로 3차례나 교육감에 당선됐다. 이제 그는 범법자 교육감으로 낙인 찍혀 영이 제대로 안서게 됐다. 이 상황에서 정의로운 교육을 시키라고 지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또 교육문제를 이념논쟁으로 변질시켜 상산고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상산고문제에 많은 사람이 걱정했으나 그래도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처럼 사즉생의 각오로 열심히 뛴 의원은 없다. 여야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에 올린 그의 용기는 자랑스럽다. 특히 홍성대 이사장의 건학이념이 계속 이어지도록 한 이번 결정은 법치주의와 사필귀정의 승리이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은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다. 철길이 마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철길 양옆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낡은 집들이 이어지는 기묘한 풍경 덕분이다. 철길마을은 경암동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5km의 철로 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마을을 이른다. 철길은 1944년 페이퍼 코리아의 전신인 북선제지 공장의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1950년대 중반까지는 <북선 제지 철도>로, 1970년대 초까지는 <고려 제지 철도>로, 이후에는 <세대 제지선>이나 <세풍 철도>로 불리다가 세풍 그룹 부도로 새로운 업체가 인수한 후에는 <페이퍼 코리아선>으로 불리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마을 또한 철길이 놓여진 1944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고 하니 마을의 역사와 철길의 역사가 같다. 경암동 철길마을을 처음 가본 것은 15년 전이다.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때는 오전과 오후, 입환열차라 하여 철길을 오가는 열차가 있었다. 입환열차는 화물을 수송하는 열차를 이른다. 철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집과 집 사이 거리는 불과 3.5미터. 기차는 이 사이에 끼어 겨우 통과했는데 그 풍경이 놀라웠다. 건물을 비집고 나온 구조물이 놓여 있을라치면 기차는 속도를 한껏 더 줄이고서야 그 구역을 통과했다. 그동안 기차 앞에 매달려 탄 안전요원들은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철길 양옆에 놓인 집기들을 치우고, 중간 중간에 트인 통로를 통제하느라 분주했다. 안전요원들이 깃발을 흔들거나 호각을 부는 것은 주민들의 주의를 일깨우기 위한 의례(?)였다. 총 연장 2.5km 중 사람의 걸음걸이와 거의 같은 속도로 운행해야만 하는 구간은 길게 잡아 500미터. 기차가 통과할 수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이 철길은 수십 년 동안 입환열차의 통로가 되었으니 철길을 지척에 두고 살아온 주민들에게 기차의 존재는 위험했으나 익숙한 일상이 된지 오래였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철길 옆 주택들은 철길이 만들어진 이후에 자리 잡은 손님(?)이었다. 합법적인 절차로도, 현실적인 여건으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의 경암동 철길 마을 풍경이 가르쳐준 것이 있다. 서로에게 짐이 되지만 또한 서로가 양보하여 함께 존재한다는 것.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가능했을 그때의 풍경이 새삼 그립다.
규제 풀어야 현대차 새만금투자 성공한다
오래된 다정함, 남문사잇길
‘뭉쳐야 산다’ 5극 3특 시대, 통합을 움직이는 힘은 결단과 책임이다.
‘공직자 줄서기’ 악습, 이번엔 뿌리 뽑아야
아리랑에 담긴 한민족의 고유정서
'전주스러움'에 대해 - 정명희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와 골목경제
새 주인 맞는 군산조선소, 신조선박 보고 싶다
고래가 싸우는 세계, 한국의 길
인생은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