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12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나부터 제로 웨이스트

송태규 원광중 교장 코로나19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만하게 인간의 능력을 믿었다. 이를 비웃듯 한번 기울어진 환경은 오히려 우리를 변종 바이러스로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겪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 감염병일 수도 있다. 이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 세계보건기구는 기후위기로 인해 신종 감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했다. 대면 활동을 억제하면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회용품을 재활용하지 않고 묻거나 태운다는 것이다. 이때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신종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피한다는 것이 부메랑이 되어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답은 화석연료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학생회 임원을 대상으로 리더십 캠프를 열었다. 학교장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환경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미리 책을 골라 한 권씩 전달했다. 나도 꼼꼼히 자료를 준비했다. 영상 하나가 눈길을 잡았다. 소녀의 절절한 목소리에 마음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2019년 9월 23일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이 소녀가 울먹이면서 호소했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여러분이 공기 중에 배출한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략)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알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단호한 메시지였다. 이렇게 경고하며 끝을 맺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는 참지 않습니다. 2003년 스웨덴에서 출생한 이 작은 소녀의 울림은 절대 작지 않았다. 그는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앞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 행동인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에 관한 1인 시위를 시작했고, 2019년 3월에는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을 이끌었다.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선생님들께 종이컵을 사용하지 말자고 했다. 사소한 것부터 내가, 우리가 앞장서자고 했다.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들렸다. 기분 상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꾸준히 다가갔다. 며칠 전, 실무사 선생님이 전체 교직원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환경을 지키는 마음으로 교무실 싱크대에 안 쓰는 컵은 치우고, 오늘부터 종이컵은 비치하지 않겠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개인 컵을 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크 쓴 학생을 볼 때마다 미안함을 느끼는 참 고마운 선생님들이다. 코로나19는 자연이 보낸 경고이다.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늦지 않았다. 이제 실천하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를 흘려듣는다면 더 혹독한 재앙이 숨통을 조일 것이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23 17:45

‘투기 의혹 중심’ LH, 반성은커녕…

최정규 사회부 기자 부동산 투기 의혹의 중심에 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가 문을 걸어 잠그면서 소통마저 외면했다. 22일 오전 전북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다고 알려진 뒤 LH 직원은 로비에 있겠다는 취재진을 청사 밖으로 내쫓고 문까지 걸어 잠궜다. 취재진은 물론 민원인들마저 보안을 이유로 청사 내 접근을 사실상 차단했다. 도민들은 서류를 들고 문을 뚜드리고 난 뒤 취재진이 아님을 확인한 뒤 들어가는 불편함을 겪었다. LH는 사실상 국가공공기관으로 국민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매몰차게 청사를 통제한 것이다. 취재진이 공공기관으로서 누구나 로비에는 출입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저 이해해달라며 답할 뿐이었다. LH 전북본부는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의 중심지로 지목되고 있다. 경기 남부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A씨는 내부정보를 친인척 및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의 이번 압수수색도 현직 LH 전북본부 소속 직원 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앞서 투기 의혹이 터지자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한 네티즌은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어차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거냐.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극도로 혐오)이라는 글을 인터넷상에 올려 국민적 공분을 샀다. 반성 없는 LH 직원들의 이번 태도는 감추고, 그저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LH는 국민과 전북 도민의 신뢰를 저버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최정규
  • 2021.03.22 18:56

언어유희 또는 말장난?

이병초 시인웅지세무대 교수 일상의 언어 현실에서 차용된 시어는 생생하다. 입말이 가진 현장성과 행동성은 몇 마디의 어법이나 단어 한 개로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통쾌함까지 갖는다. 이 지점에 언어유희라는 용어가 닿는다. 영어의 pun에 해당될 이 기교는 소리의 유사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메타언어에 비중을 둔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리 -「동학민요」, 전문. 동학혁명 당시에 창작되었을 이 민요는 뜻보다도 갑오년에 뒤에 이어지는 을미년, 병신년 등의 입말에 더 관심을 가졌을 터이다. 시어 가보세는 갑오년(甲午年)과 싸우자는 행동성에, 을미적은 을미년(乙未年)과 행동의 미적거림에, 병신되면도 병신년(丙申年)과 비속어인 병신에 주목한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동학군은 갑오년에 대내외적 모순을 끊어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싸우지 않고 을미적 을미적 굼뜬 행동을 보이다가 병신년까지 가면 필패가 자명하니 죽창 든 해에 혁명을 완수하자는 진군가 역할을 민요에 맡긴 셈이다. 일반인이 사용하는 입말을 절묘하게 버무려 시대의 당위성으로 응집시킨 동학민요 집단창작자들의 언어감각이 놀랍다. 모두가 익히 아는 불과 4개의 단어로 뜻하는 바를 명쾌하게 전한 비유의 미덕은 시의 오랜 관습이기도 하다. 또한 이 민요는, 언어유희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기발한 기지(wit)이거나 풍자의 형식이 됨과 동시에 메타언어를 생성시킨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친숙한 단어나 어법에 이중의미를 갖게 함으로써 당대의 집단적 그리움을 떠오르게 하는 기법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민중성이 강조된 판소리나 탈춤, 민요 등에서 해학을 넘어선 말들의 중의적인 쓰임새를 자주 만났기 때문이다. 일상어에 속뜻을 갖고 쓰이는 말이 많고 그런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 중에는 점잖지 못한 말도 다수 섞여 있다. 문제는 말에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특정의 말이 비속어적 속성을 가졌을지라도 발화 상황에 적절히 사용되는가가 관건이다. 점잖지 못한 말들 중 일반인에게 가장 익숙한 말이 개이다. 영어 dog를 덕으로 발음하던 광복 후의 현실에서도 개는 요즘처럼 쓰임새의 폭이 넓었던 것 같다. 변영로 시인과 최남선, 두 사람에 얽힌 일화는 시어(詩語) 운용의 측면에서 여전히 흥미롭다. 시 「논개」로 널리 알려진 변영로는 친일파의 우두머리 격인 최남선과는 달리 변절하지 않았던 시인이다. 해방공간이라고 일컬어지는 광복 후의 시기가 혼란의 연속이었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연일 계속되는 혼란과 좌우익의 정치적 대립 구도에서 문인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고 당시 문단의 주도권을 쥔 좌익 문인들에 비해 우익 문인들은 수세에 몰려 있었다. 이런 사정에서 두 사람이 어떤 문인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이 참석한 회의가 <전조선문필가협회>인지 <조선청년문학가협회>인지는 기록을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이 글은 회의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한 문인들의 뜻이 제각각이어서 의견일치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중구난방으로 저 잘났다고만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고 있던 최남선 씨가 참지 못하고 사람은 덕이 있어야 돼. 라고 말참견을 하자, 변영로 선생이 이 말을 제대로 받았다. 맞아, 덕은 영어로 개야. /이병초 시인웅지세무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22 17:52

도내 유니크베뉴 지정, 숨은 명소 발굴을

전북도가 도내 마이스산업(MICE, 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활성화 방안으로 자체 유니크베뉴 선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칫 특색없는 지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기 제기되고 있다. 유니크베뉴란 유니크(unique)와 베뉴(venue) 의 합성어로 독특한 희의장소라는 의미다. 행사 참가자들에게 지역의 고유한 전통과 건축미, 특색있는 프로그램 등 지역만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에는 소비 확대 뿐 아니라 홍보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유니크베뉴는 매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 발표하는데 지난해 전국에서 40개소가 지정됐다. 도내의 경우 전주 소리문화 전당과 왕의 지밀이 포함됐다. 전북도는 마이스산업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이 2개소 이외에 3월말 까지 대상지를 추천 받아 심사를 통해 전북 자체 유니크베뉴 3개소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전북은 대규모 컨벤션센터 등 인프라 부족으로 마이스산업이 취약한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유니크베뉴를 활성화해 마이스산업을 육성하려는 계획은 긍정적이다. 전북도는 자체로 선정한 유니크베뉴에 대해서는 선정증서 교부와 함께 관계자 팸투어, 온라인 홍보 등을 지원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회의 개최 등이 줄고, 행사가 중소 규모로 축소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전북도의 유니크베뉴 선정도 이같은 방향에 맞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가 차별화된 숨어있는 유니크베뉴 발굴 지정이다. 일반 호텔이나 기존의 전문 회의시설 등을 지정할 경우 차별화된 매력도 없고 특색도 없는 그저 선정을 위한 지정에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마이스산업은 지역의 일자리와 관광, 경제를 견인하는 고부가 가치 산업이다. 코로나19도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종식될 것이다. 지금부터 코로나19 이후 마이스산업 활성화 방안을 대비해야 한다. 본격적인 마이스 유치를 위해 단계별 과제를 점검하는 한편 마케팅 강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3.22 17:52

언택트 마라톤

삽화=권휘원 화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 연기돼 오는 7월 23일 개막할 예정인 도쿄올림픽이 해외 관중없이 치러진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지난 20일 이같은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이미 해외에 판매된 티켓 63만장이 환불 조치되고 항공권과 숙박요금 등을 포함하면 손실액이 무려 16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중지나 재연기를 주장하는 여론도 여전히 높다. 참가 선수와 대회 관계자, 취재진 등 수만 명이 움직여야 해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본 공익재단법인인 신문통신조사회가 지난 1월 한국미국중국프랑스타이 등 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도쿄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이 70%를 넘었다. 타이가 95.6%로 가장 높았고 한국(94.7%), 중국(82.1%), 미국(74.45), 프랑스(70.6%)가 뒤를 이었다. 도쿄올림픽은 개최되더라도 일본 내 관객수 제한이 불가피해 초라한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TV 중계를 통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겠지만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사라진 밋밋한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의 대회 진행 여부도 관심이다. 수 백명의 선수가 같은 출발선에서 모여 함께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국내에서 열려온 각종 마라톤대회도 중단되거나 비대면(언택트) 마라톤 대회로 변신하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대구 국제마라톤대회는 세계 최초로 언택트 레이스로 펼쳐진다. 4월 한 달간 참가자들이 국내외 어느 곳에서든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위치기반 서비스 등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달리면 기록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동 업로드된다. 지난해 10월~11월 인천에서는 언택트 마라톤대회인 코로나19 극복 버추얼 레이스가 펼쳐졌고, 경주 벚꽃마라톤대회도 오는 26일부터 4월 8일까지 언택트 레이스로 개최된다. 전북에서도 오는 6월 한 달간 언택트 천사마라톤대회가 개최돼 주목된다.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해 마련한 대회다. 참가비 없이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참가자가 레이스를 완주할 경우 기부 후원사를 통해 1인당 1만원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되는 착한 마라톤대회다. 하프(21㎞), 10㎞, 5㎞ 등 본인이 신청한 거리를 전국 어디에서나 달리고 런닝앱을 이용해 본인의 기록을 대회 전용앱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올림픽 개최까지 어렵게 할 정도로 코로나19는 일부 프로 종목을 제외한 스포츠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즐겨온 다양한 체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체육활동은 그나마 코로나 블루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히지만 각종 제약으로 여의치 않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언택트 마라톤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듯 싶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3.22 17:52

군산항 중량물 부두·야적장 함께 건설해야

서해안 해상풍력발전 기자재의 원활한 해상 운송을 위해선 현재 추진 중인 야적장 조성뿐만 아니라 중량물 부두 건설이 동시에 진행돼야 마땅하다. 중량물 전용 부두가 건설되지 않으면 해상풍력발전 기자재를 지역에서 조립, 야적한다 해도 물류비용 부담 증가 등 비효율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그린 뉴딜정책으로 전북권에 조성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계획은 서남권 2.4GW를 비롯해 새만금 0.1GW, 어청도 2GW, 고군산 0.1GW, 고창 0.07GW, EEZ 4GW 등 총 8.67GW 규모에 달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서남권 해상풍력단지 2.4GW의 적기 추진을 위해서는 해상풍력기자재의 해상운송을 전담할 중량물 부두 구축이 시급하다. 하지만 군산항에는 총사업비 440억 원을 들여 2024년까지 7부두 준설토 투기장 40만㎡에 야적장 조성 계획만 추진되고 있다. 군산해양수산청은 이를 위해 올해 기본 설계 및 실시설계 예산으로 17억 원을 책정하고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문제는 수십~수백t씩에 달하는 해상풍력발전 기자재를 야적장에서 조립하고 보관해놓아도 중량물 전용 부두가 없으면 풍력발전기를 세울 해상으로 운송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풍력발전 기자재를 다른 중량물 운송 부두까지 다시 이송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운송비용이 추가된다. 더욱이 해상풍력 발전이 지구온난화 막을 대체에너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기자재 생산업체들이 수출까지 구상하는 마당에 해상운송이 불가능한 야적장 조성은 사실상 필요성을 상실하게 된다. 때문에 해상풍력 기자재 생산업체들이 물류비용 부담을 줄이려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군산항에 해상풍력발전 기자재 야적장 조성뿐만 아니라 해상 운송을 위한 중량물 부두 건설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부두 없는 야적장 조성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또한 중량물 부두가 군산항에 건설되면 서해안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함께 갈수록 쇠락해가는 군산항이 특화 항만으로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3.22 17:52

전북발전의 트로이카 본격화됐다

안호영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간사위원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의 전북 완주군 유치가 확정됐다.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는 수소용품 설비 및 시험동 등을 구축함으로써,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수소용품에 대한 평가 및 인증을 하는 국내 최초 기관이다. 올해 2월 5일부터 시행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수소용품을 제조하거나 또는 수입할 경우 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완주군에 들어서는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에서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완주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는 완주 제2테크노밸리에 부지면적 1만5000㎡, 건축면적 9500㎡ 규모에 2023년 준공 및 운영을 목표로 국비와 한국가스안전공사 예산, 전북도완주군 지방비까지 합쳐 총 500여억 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향후 동반 입주가 예상되는 수소안전기술원을 포함해 상주인력만 120여명에 달하며, 수소관련 기업의 집적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유치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데다, 1차 평가를 통과한 경북(영덕)과 충북(음성), 경기도(수원), 경남(거창)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북의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사업 공모가 시작되기 전, 전라북도, 완주군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민관정의 전방위적인 노력 끝에 열매를 맺게 되었다. 우선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첫 현장 완주 방문 시에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의 완주 유치의 당위성과 경쟁력을 적극 알렸다. 또 국회 산자위 소속 국회의원인 송갑석 간사(광주 서구갑)는 물론, 완주 소양 출신인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구을)에게 지원을 호소했다. 물론 국내 수소경제학의 대가인 전북대 이중희 교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전라북도 및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한몫했고, 완주군 주민 1만여 명이 유치를 소망하는 찬성 서명부를 전달하는 측면지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유치로, 전북은 국가 수소산업 전진기지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새만금, 탄소산업과 함께 이제 수소산업이 전북 발전을 이끌어갈 삼두체제(Troika)가 본격화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2월 24일 새만금을 그린뉴딜과 신산업 중심지로 재정립하면서 새만금 사업 비전과 실행력을 담은2단계 새만금기본계획(MP)이 발표됐고, 국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의 거점이자 미래 먹거리인 탄소융복합산업 컨트롤 타워가 될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이 개원했다. 대한민국과 전북의 미래를 책임질 2개의 큰 축이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제 또 하나의 발전 축인 수소산업도 비상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수소차 양산체제 구축, 완주전주 수소시범도시 선정에 이어, 이번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유치가 비상의 중심 날개다. 여기에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까지 매조지하면, 전북은 수소산업의 메카로 우뚝 설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센터 유치로 확인된 전북도민의 의지와 협력을 재차 발휘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필자 또한, 완주군을 중심으로 한 전북이 대한민국 수소경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입법과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한다. /안호영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간사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22 17:52

2021년은 건설산업의 도약을 결정지을 변곡점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회장 변곡점이란 어떤 함수 그래프의 곡선의 형태가 바뀌는 점을 가리키는 수학적 단어지만, 일상에 있어서는 인생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현상, 경제적 추세를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의 비유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변곡점의 시기가 우리 건설산업에게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구조, 인력, 기술의 근본적 혁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부가가치와 신시장 창출이 용이한 산업구조로의 개편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데 이는 기술적 설계와 시공의 분절, 전기통신과 건설의 분리 등 건설업 가치사슬의 통합을 저해하는 비효율적 요소를 없애고, 모듈러 건축 등 새로운 건설방식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생산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종합전문의 상호시장 진출과 전문건설업 업종 개편은 건설시공 분야의 수직적 생산체계에 국한된 산업구조 개편의 서막에 불과하다. 여기에 머물지 말고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명실상부한 융합과 통합의 산업구조가 되도록 개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건설현장 내국인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2021년에는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 기능인력 등급제, 전자카드제 시행이 예정돼 있다. 세가지 제도가 시행될 경우 외국인력의 고용은 힘들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내국 기능인력 고령화와 부족 현상을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 있다. 숙련도 부족, 고령화, 그리고 건설업으로의 유입 부족을 기능인력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 등 지키기 형의 변혁만으로는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생산방식과 프로세스의 다양한 혁신을 통해 기능인력 수요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다기능화하는 전략 채택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건설기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현행 생산 프로세스와 가치사슬에서 기술혁신은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생산성 향상이 기대치보다 낮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혁신의 눈높이가 중소기업의 현실상 엄두로 내지 못할 수준의 첨단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 건설기업으로 하여금 작은 것부터 고쳐서 생산성 향상과 이윤 확보에 나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사업 및 연구개발(R&D) 체계의 전면 개선이 요구된다. 그리고 대중소기업연구기관스타트업 간 기술혁신 협력모델 및 플랫폼 구축 등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생태계의 조속한 구축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건설업은 국가경제 발전 큰 기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토건족이라는 불명예와 후진적 산업 이미지를 안고 있다. 이는 건설업이 지나온 여러 변곡점의 시기에 현실에 안주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다시 찾아온 변곡점의 시기에 우리의 건설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미래 변화에 맞게 건설업의 역할을 재정립해 첨단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며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야한다. 미래 변화의 큰 물결을 읽지 못해 사양의 길로 들어선 산업과 기업이 늘 존재했다는 걸 다시금 새기며, 변화하는 상황보다 먼저 변화해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태경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라북도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22 17:52

봄에 심는 나만의 씨앗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우리는 새롭게 봄을 맞이할 때마다 지난날을 돌아보고 자아성찰에 따른 피드백을 통하여 보다 더 나은 씨앗을 심겠다는 다짐을 하곤한다. 또한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하거나 건강을 잃게 되어 미래가 없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생명의 씨앗을 심어 살아갈 힘을 갖고자 한다. 작은 씨앗이 최적조건의 환경에서 잘 심겨지면 성장과 결실 그리고 생명에너지의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게 된다는 특성을 고려하면서, 내가 올 봄에 심을 씨앗을 숙고해본다. 온유함은 오늘날 기형적 개인주의가 만연해가는 사회에서 생명의 씨앗을 심는데 중요한 조건이 된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세상이나 돌이 되어가는 메마른 땅과 같은 정서에서는 뿌려진 씨앗은 싹트지 못한다. 온유함은 봄철 따스한 햇빛과 온기를 지닌 봄바람과 같아서 엄동설한의 얼어붙었던 땅을 순식간에 녹인다. 또한 생명력이 없는 사막과 같은 마음의 토양에 단비의 생명수를 머무르게 하여 척박한 땅을 옥토로 변화시킨다. 온유함은 인과 자비 또는 사랑 속에 담겨져 있으면서 생명의 활동이 시작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단지 진심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생명의 씨앗이 발아하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놓치 않아야 할 것이 한 점 희망의 빛이다. 희망은 마른 장작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과 같아서 생명활동의 시작과 미래가 있으며, 또 다른 희망을 싹 틔운다. 그러나 희망 없이 절망 속에서는 삶의 동기를 잃어버리고, 두려움에 떨며, 시작조차 못하고 모든 가능성을 땅속에 묻어둔다. 거듭된 실패나 안녕의 위협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바늘끝 같은 한 점의 미약한 빛의 희망일지라도 용기를 갖고 생명의 길로 향하게 하는 위대함을 지니기에 꽉 붙잡아야겠다. 희망을 현실화 하고 노력의 결실을 맺음에 있어서는 온전한 믿음 또한 강조되고 있다. 종교적으로 볼 때, 믿음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전지전능한 신이 우리를 위해 항상 일하고 있음을 굳게 믿는 것이라고 한다. 믿음은 진리와 함께하는 온전한 믿음이어야 하며 일 점의 불신이나 의심을 용납하지 않는다. 믿음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음으로써 평화를 낳고, 희망을 실현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니며, 축복된 삶을 약속한다. 예수님께서 이르신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또 너희가 만일 믿음이 한 겨자씨만큼만 있으면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기라 하여도 옮길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라는 성경말씀을 깊이 새겨본다. 웃음과 그 강한 전파력은 우리 안의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유해한 에너지를 널리 정화시키는 신의 선물이다. 부정적 감정은 생명의 씨앗이 발아되어 뿌리를 잘 내리는데 있어서 강력한 훼방꾼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웃음은 이러한 부정적 감정과 동시에 함께할 수 없는 긍정의 상징이며 부정적 감정을 상쇄시키는 위력을 지닌다. 또한 웃음은 만성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코티솔이나 에피네프린과 같은 스트레스호르몬 혈중농도를 떨어뜨리고 저하된 면역력을 높이며 통증완화효과를 지니는 등 항상성 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웃음은 정신건강에 좋은 우주의 언어로 알려져 있어 부정적 감정으로 인한 만성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자연이 주는 명약인 것이다. 올 봄엔 그 온기에 힘입어 비록 미약한 시작이라 할지라도 삶의 축복과 생명의 결실로 향한, 작지만 위대한 잠재력을 지닌 씨앗을 내 안에 새롭게 그리고 정성을 다하여 심고 가꿔 나가야겠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21 17:56

공간과 기록

정은실 사회활동가 완산칠봉 아래 자리한 셰어하우스 달팽이집을 나와 청년몰의 약속장소까지 가는 길에서 지나치는 골목과 골목에는 그 공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흔적이 담겨 있다. 이 마을에 오래 살지 않았지만, 그 흔적의 기억을 어렴풋이 가늠해 볼 때면 애틋함이 가득해진다. 100살이 훌쩍 넘은 완산초등학교에 다녔던 수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학교 운동장, 친구들과 오가던 길. 가족들과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꼈던 곳, 때로는 연인과의 이별에 아파하며 가로등 불빛도 슬펐던 그 골목. 곳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시간을 가득 품고 있다. 원도심의 골목은 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찾아오고에 상관없이 마을 입구의 오래된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기억을 품고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오래된 나무가 긴 시간을 살아내며 마주했던 햇볕과 바람, 빗방울이 나무를 자라게 하듯이 골목의 집들과 가게, 빈터들이 서로의 햇볕이 되어주고, 그들이 만드는 풍경이 바람이 되어 골목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한, 골목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변 환경과 분위기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골목은 완성되어 가면서도 최종적인 완성형이라는 정의 없이 끝없이 변하고 있다. 전주로 돌아와 완산동 살이 1년의 세월 동안 매일같이 마주하는 동네의 풍경이 기억의 단편으로만 스쳐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내가 사는 동네의 변화를 원도심의 정책적이거나 경제적인 변화 혹은 예고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마주한 이별에 앞서 사라질 수 있는 것과 연계된 안타까운 감정으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죽기 전까지 항상 어느 공간에 머물며, 시간을 경험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살아낸다. 우리의 삶의 전 과정이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며 다양한 행위를 통해 공간에 많은 흔적을 남기게 된다. 공간에 남은 흔적은 우리의 시간이자 기억이고 삶이다. 개개인의 삶에서 공간은 집, 학교, 회사, 가게와 같이 특정한 건축물일 수도 있고, 골목, 동네, 마을처럼 전체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작은 건축물부터 넓은 풍경까지 짧은 순간 안에서 공간은 그대로이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간은 끝없이 변화하고 있다. 공간의 변화는 물리적인 변화뿐 아니라 기억의 상호작용을 통한 변화를 품고 있다. 우리 삶의 모든 행위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은 자연스레 사람의 흔적을 갖게 되고, 사람도 공간의 흔적으로 기억을 갖게 된다. 이때 생기는 서로에게 생기는 기억의 상호작용이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이다. 몇 해 동안 살았던 집,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 자주 가는 가게처럼 지속해서 머무는 곳은 반복적으로 보는 풍경으로 익숙해져서 새롭게 보지 못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삶의 경험이 모두 다르기에 같은 공간이라도 사용자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하고, 쓰임이 달라질 수 있다. 익숙한 공간의 새로운 발견을 통한 낯섦이 우리의 기억을 자극해 새로운 감정과 자극을 만들기도 하며, 공간 안의 사물 또는 사용자인 나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새로운 가치는 공간과 사물과 사람을 다시 보게 하고, 다시 봄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애정을 갖게 마련이고, 이 애정은 애틋함을 넘어 아낌을 실천하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공간의 기록은 공간의 흐름, 공간의 시간, 공간의 기억을 기록함에 따라 이미 익숙해 매일 스치기만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공간의 새로운 쓰임과 아낌을 만들어줄 수 있다. /정은실 사회활동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21 17:56

벌써부터 난리법석

삽화=권휘원 화백 선출된 대표를 보면 그 지역 주민들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그게 정치적 민도다. 대통령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로 민선시대가 열리면서 주민들의 선거참여가 부쩍 늘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치를 바라보는 안목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뒤바꿔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선거결과가 이성적인 판단 보다는 거의 지연혈연학연에 의한 지역연고주의 내지는 감성투표에 기인한 것이어서 아이로니컬 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지세력 간에 살풍경이 펼쳐진다. 이미 지방선거에 나설 대진윤곽이 현역을 중심으로 거의 드러났다. 도지사교육감시장군수도의원시군의원 등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 같다. 시 지역은 단체장과 도의원 후보 간의 경계가 명확하지만 군 지역은 군수나 도의원을 한두 명 뽑기 때문에 모호하다. 군은 도의원들이 군수의 잠재적 경쟁자라서 각종 행사 때마다 보이지 않게 신경전을 펼친다. 행사 때마다 아예 도의원을 초청하지 않거나 설령 초청해도 인사소개를 빼거나 마이크 잡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간 선거를 자주 치르다 보니까 도시나 농촌 모두가 선거전문가를 뺨칠 정도의 선거꾼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들은 실전경험이 풍부해 표 성향을 분석해서 자기편으로 끌어모으는데 이골나 있다. 선거꾼이 거의 직업이 되다시피 했다. 특히 시 지역은 시장 주변에서 꿀단지 맛을 본 문화권력자들이 꿀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편 가르기에 열중이다. 이들은 각종 보조사업에 빨대를 들이대고 특혜를 누려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문제는 현직자 캠프에서 편 가르기를 지나칠 정도로 하면서 반대자에게 불이익을 안겨주는 것이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영란법 때문에 경조사비가 제약을 받지만 5만원권이 나오면서 알게 모르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나간다. 선거구민 애경사 때 최소 5만원 이상은 챙겨줘야 하고 때로는 그 이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걸 소홀히 했다가는 금방 입방아에 올라 잃는 게 엄청나다는 것. 농촌은 거의 경로당을 중심으로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입뉴스가 무섭다. 누가 더 친경로당 후보냐에 따라 표심이 갈리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표를 찍을 때마다 후보자와 자신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다. 시군청이 돈과 정보를 거의 장악하기 때문에 어떤 후보를 밀어야 내가 좋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후보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걸지만 실상은 누가 더 내밀하게 이해관계를 폭넓게 맺어 두느냐가 중요하다. 코로나19로 건설업체나 자영업자들이 경영난 악화로 부도위기에 내몰리자 내년 선거를 생존전략의 출구로 여기고 있다. 선거꾼들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챙기려고 불 탈법을 교묘하게 부추겨 그 어느 때보다 돈 선거 유혹이 남아 있다. 지금 전북은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아 가장 살기가 힘든 곳이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성 있고 정치력 있는 인물을 시장군수로 뽑아야 한다. 꽃 피는 춘삼월에 벌써부터 지방권력을 장악하려는 수 싸움으로 난리법석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3.21 17:56

‘안전속도 5030’ 정착으로 교통사고 줄여야

지난 주 전주에서 자전거로 등교하던 초등학생이 골목길 어귀에서 레미콘 트럭에 치여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스쿨존은 아니었지만 시고 차량이 골목길로 급작스럽게 우회전했을 것으로 보여 운전자의 부주의에 의한 참변임에 틀림없다. 학교 대면 수업이 늘어나고, 날이 풀리면서 어린이들의 활동량 증가로 교통사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도로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장치기 스쿨존이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정문 반경 300m 이내에 지정되며, 차량 통행속도는 30㎞로 제한된다. 스쿨존 내에서의 제한속도 위반과 불법 주정차 등에 대한 과태료를 기존 일반도로의 2배 까지 부과하고 있는데도 적잖은 사고가 스쿨존에서 발생하고 있다. 스쿨존 내에서 운전자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단속 장비로 카메라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군산지역내 스쿨존에 설치된 총 24대의 카메라 중 21대가 먹통으로 드러났다. 단속 카메라를 인증하는 인력이 부족해 7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카메라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니 어이없을 따름이다. 어린이들의 안전은 뒷전인 당국의 무사안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심에서 빈발하고 있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범정부 정책인 안전속도 5030이 다음달 17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도시 주요 도로 차량제한 속도가 간선도로는 60㎞/h, 보조 간선도로는 50㎞/h, 이면도로는 30㎞/h로 제한된다. 이 제도 전국 확대에 앞서 선도적으로 도입한 부산시의 경우 시행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도 보다 38%, 보행 사망자는 43%나 감소했다는 결과가 긍정적 효과를 입증해주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했던 도심차량 흐름은 운전자들이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약간 감소에 그쳐 정책 효과가 기대된다. 교통사고로 인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방지하는 목표는 범정부적인 과제다. 안전속도 5030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감소하는데 기본적인 교통환경을 조성하는데 필수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안전속도 5030이 안전 우선의 교통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단속에 의한 강제적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책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협력하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3.21 17:56

고인이 된 교사가 성범죄 수사 대상이라니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조사를 받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는 법원의 판결로 의혹을 벗었다. 부안 상서중에 재직했던 고(故) 송경진 교사의 이야기다. 고인이나 유족들로서는 되돌릴 수 없는 상처지만 법원의 판결로 불명예를 씻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인을 성범죄 혐의자로 경력란에 기록해 유족들을 아프게 했다. 다른 곳도 아닌 교육을 담당하는 곳에서 사자의 인권을 이리 무시하고 간과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송경진교사사망사건진상규명위원회와 유족에 따르면 고 송 교사의 경력란에 말소기한이 지난 직위해제와 함께 그 사유로 성범죄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기재했다는 것이다. 통상 직위해제 사유에 관련 법 조항만 적는 것과 달리 송 교사의 경력란에는 학생대상 성관련 범죄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된 것과도 다른 허위 사실이다. . 위원회는유족이 수십 차례 연락을 취해 호소했지만 담당자 부재중이라거나 기록물 열람 권한 없음 등을 이유로 계속 회피했다며 허위 및 왜곡된 기재에 대해 사죄하고 잘못된 내용을 즉시 삭제하고 수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담당 직원의 행정 오류 및 착오에서 비롯됐다며 직위해제 부분은 삭제했고 직위해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은 부분도 잘못을 인정했다. 교사에 의해 저질러지는 학생 성추행을 엄중하게 조사하고 처벌하는 건 교육당국의 책무다. 그렇다고 무고한 교사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법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던 고 송 교사에 대해 지난해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 교육청의 조사가 무리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교육단체의 성명도 나왔다. 그러나 김승환 교육감과 조사를 벌인 교육청 학생인권센터는 지금껏 사과 한마디 없다.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교육당국은 아물어가던 유족의 상처를 도지게 만들었다.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고인이 된 교사의 인권과 유족의 아픔을 보듬기가 그리 어려운 일인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3.21 17:56

박성일, 수소·문화 양날개 달고 비상하다

김재호 선임기자 전임 군수가 만들어 놓은 와일드푸드축제, 로컬푸드 관리 정도나 하는 행정고시 출신 군수 2014년 7월 간난신고 끝에 겨우 당선됐지만, 2018년에는 무려 76%가 넘는 득표율로 당당하게 재선에 성공한 박성일 완주군수에게 달린 불명예 꼬리표로 회자되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꼬리표는 사라지게 됐다. 점차 박군수의 저력이 굵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묵묵히 기반과 토대를 놓고 기둥과 벽체를 세웠다. 그 건축물이 이제 박성일 표라는 자체 브랜드가 돼 서서히 웅장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성일 완주군수가 요즘 터트리는 연타석 홈런에서 작은 거인 면모가 엿보인다. 그것도 장외로 넘어가는 큰 놈들이니, 향후 박 군수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박성일 군수는 2019년 말 정부의 수소산업 시범도시와 법정문화도시 예비 지정을 받아내며 새로운 100년 먹거리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법정문화도시 본지정 작업은 전국적으로 문화적 경쟁력이 높은 남원시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힘든 일이었다. 또, 수소산업 시범도시는 전북 내에서도 전주시와 새만금지역 등과 경쟁해야 건더기라도 건질 수 있는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완주군, 박성일 군수는 그 모든 악조건 속에서 법정문화도시 본지정을 받았고, 이를 야심차게 추진해 온 2021~2022 완주 방문의 해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예비지정 1년 만인 지난 1월7일 법정문화도시 본지정을 받아내며 포효했는데, 이는 전국 80여 개 군단위 지자체 중에서 유일한 법정문화도시이고, 호남지역 유일의 법정문화도시 지정이다. 판소리의 본향 등 객관적으로 볼 때 문화적 경쟁력이 훨씬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던 남원시가 두 번 도전에서 모두 실패했지만, 완주는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법정문화도시로 우뚝 섰다. 완주군의 법정문화도시 지정은 그냥 이뤄지지 않았다. 일찌감치 군단위로서는 매우 드물게 완주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군청사 옆에 복합문화지구를 운영했다. 그동안 민관이 협력해 조성한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주민 동아리 등을 지역문화 활력의 원동력을 내세워 특정인들의 문화가 아니라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근간으로 삼아 호평을 받았다. 완주군은 법정문화도시 지정이라는 개가를 올린 지 3개월 만인 3월17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수소용품검사지원센터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수소시범도시 완주가 수소산업 대표도시 완주로 급부상하는 순간이다. 완주산단에 수소상용차를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 전주공장이 있고, 일진복합소재 등 수소용품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즐비한 점, 그리고 전북도가 추진하는 새만금 그린수소까지 결합된 최상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 결과다. 국비 등 500억 원이 투입돼 2023년부터 가동될 예정인 수소용품검사지원센터의 완주테크노밸리 제2일반산업단지 유치 성공은 향후 수소 안전을 전담하는 수소안전기술원과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를 끌어올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완주군은 이미 165만㎡(50만 평) 규모의 수소특화산단을 감안, 지난해 7월 용역에 들어가는 등 강력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완주군은 17일 삼례에 새로 조성한 그림책미술관에서 2021~2022 완주 방문의 해 선포식을 열었다. 가을에 개최하는 와일드푸드축제는 와일드&로컬푸드축제로 명칭을 바꿔 개최한다. 박군수가 결단, 다시 시작된 삼봉신도시는 물론 운곡지구 복합행정타운도 착착 진행되며 살기 좋은 보금자리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군수가 취임 초기부터 내세운 소득과 삶의 질 높은 15만 자족도시 완주가 구호에서 실체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박성일군수표 브랜드가 어떻게 발전해 갈 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21.03.21 17:56

김진애의 공간정치

삽화=권휘원 화백 제 정치적 코드는 공간정치입니다. 우리가 산업이나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공간은 아주 큰 핵심 과제 중 하나예요. 그런데도 나쁜 공간정치가 횡행합니다. 혁신도시는 방법에 있어 미흡함과 아쉬움이 있지만 좋은 공간정치지요. 그러나 4대강 대운하 사업은 나쁜 공간정치의 전형입니다. 실제로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이슈가 4대강이었잖아요. 10여 년 전, 당시 18대 국회의원이었던 김진애 전 의원이 인터뷰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좋은 공간정치의 개념을 우리 사회에 많이 퍼뜨리게 하는 일을 자신의 정치적 활동 동기로 꼽았던 김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어렵게(?) 입성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여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을 때 역시 김진애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정치철학인 공간정치의 가치를 확신하며 동의를 구하는 일에 거침없었던 이미지가 떠올라서였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서울시민이 아닌데도 꾸준히 보내오는 문자 메시지를 보면서 성가시기 보다는 오래전 인터뷰가 떠올랐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시건축가로 서울 뿐 아니라 대한민국 도시들을 줄곧 깊이 들여다보아온 그가 당시 새롭게 시작한 오래된 도시들의 도시 만들기를 주목하며 내놓았던 조언이 있었다. 그가 강조했던 것은 공공의 역할. 시민들에게 개발될 수 있다는 헛꿈을 불어넣지 말고 살기 좋은 동네를 위해 도서관이나 커뮤니티센터와 같은 생활서비스 공간을 만들라거나 일자리 역시 숫자로 키우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새만금 같은 새로운 도시라면 어떨까. 상주인구보다 유동인구를 늘리는 도시. 상주인구는 400만 명이지만 유동인구 1000만 명이 매일 움직이는 파리나 상주인구 30만 명에 120만 명이 움직이는 두바이 같은 도시를 목표로 해야 성공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계획 자체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라고 주문했던 그가 새만금 산업의 중심으로 식품클러스트 산업을 꼽은 것이나 국내 연안항을 연결해 중국과 교역의 앵커로 역할하게 해야 한다는 분석의 바탕에도 역시 공간정치의 가치가 담겨 있었다. 그는 지난 17일,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다. 사실이변은 없었다는 평이 자연스러울 만큼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그가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강수까지 두며 나선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그래서 더 명징해지는 것이 있다.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공간정치의 힘이다. 오늘의 상황에 비추어보니 10년도 더 지난 그의 조언들이 더 새로워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3.18 17:55

꽃이 외롭다

박동수 수필가 꽃이 외롭다. 맞지 않는 말이다.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꽃이 피면 사람들이 모인다. 축제도 열린다. 꽃이 피면 모든 것이 살아난다. 홍매화, 흰 매화, 산수유, 진달래, 목련, 벚꽃이 각기 색깔을 뽐내며 피어나면 겨우내 잠자던 대지도 깨어나고, 우리 몸도 생기가 솟는다. 이런 꽃의 계절, 봄인데도 환호할 수 없다. 예년의 봄은 꽃이 피면 즐거웠다. 꽃을 따라 많은 사람이 나들이했다. 꽃을 보면서 감탄하고, 사진도 찍고 꽃 곁에서 담소했다. 꽃 축제로 왁자지껄했다. 사람들이 모였다. 꽃이 외롭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조용히 개인적으로 꽃을 찾아 나서는 사람은 있어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는다. 지금 꽃이 외롭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꽃들이 지금은 찾아주는 이가 드물어서 외롭다. 이런 속에서 우리 정서도 자꾸 메말라 간다. 우리 생활에서 꽃과의 교감, 사람 간의 교류가 자꾸 사라져간다. 꽃도 외롭고, 사람도 외롭다. 카뮈는 오랑이라는 도시를 중성적이라고 했다. 소설 페스트에서 오랑을 특징 없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도시라고 했다. 지금 우리의 봄이 너무나 중성적인 것은 아닌지? 활력이 없는 봄은 특징 없는 봄이다. 우리는 지금 이것도 저것도 아닌 봄을 맞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정신적으로 불안한 봄을 맞고 있다. 봄이 되어서 꽃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꽃소식이 먼 나라 얘기 같이 낯설다. 지난해 비가 뿌리는 봄날, 하얀 목련이 바람에 떨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창백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진달래, 개나리는 이미 다지고 풍성한 목련이 피어있었지만,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해 2월 중순에 시작된 1차 유행으로 사람들은 꽃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사람들이 꽃에 관심을 두지 않는 동안 봄꽃은 외롭게 다 떨어져 갔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이 다 떨어졌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떨어지는 목련은 슬프기만 했다. 올해는 괜찮을 줄 알았다. 꽃을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도 아직도 맘 놓고 꽃을 즐길 수 없다. 꽃이 외로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꽃이 외롭지 않은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 봄에는 봄꽃이 피고, 여름에는 여름꽃이 핀다. 가을에는 가을꽃이 핀다. 심지어 겨울에도 피는 꽃은 있다. 올해는 꽃이 외롭지 않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 올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여름에 여름꽃을 즐길 수 있으면 한다. 아니면 가을이 되어서라도 가을꽃을 즐길 수 있으면 한다. 그것도 아니면 정말 올해가 가기 전 겨울에 피는 꽃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한다. 꽃은 어느 계절에 피든지 외롭지 않아야 한다. 유독, 이 봄, 꽃을 찾아 나서기 조심스럽다. 꽃을 맘대로 찾아 나서지 못하니 상실감이 크다. 지난해 목련이 질 때, 이맘때면 꽃이 외롭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봄이 되어서도 꽃이 외롭다. 이제, 제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도 외롭지 않고, 다시는 꽃이 외롭지 않을 것이다. △ 박동수 수필가는 전주대 부총장을 역입했고 전북일보 비상근논설위원, 한국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수염을 깎지 않아서 좋은 날> 등 6권의 수필집을 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18 17:55

그 많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다 어디 갔을까?

장석주 시인 언제부터인가, 티브이 방송 편성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눈을 씻고 들여다봐도 코미디 프로그램은 찾아볼 길이 없다. 그 많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티브이 지상파 방송 편성에서 왜 사라졌는지, 나는 그 사정을 알지 못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유머 1번지, 가장 최근의 개그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숱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유머와 위트를 뒤섞은 콩트로,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쓴 쩨쩨한 정치에 대한 날선 풍자로 서민에게 웃음을 주며 번성기를 누렸다. 이제 코미디 프로그램은 명맥이 끊겼다. 팍팍한 나날의 삶에서 그나마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는 노릇을 하던 코미디가 없으니 사는 게 재미가 없어졌다. 티브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던 그 많던 코미디언들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을까? 웃음이 항상 기쁜 감정을 드러내는 것만은 아니다. 웃음은 복잡한 프로세스 속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한 표현이다. 웃음은 대상과 당위적 기대 사이에 비대칭이 형성되는 찰나에 솟구친다. 잘 차려입은 신사가 거리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질 때 사람들은 웃는다. 이때 제3자는 그 실수의 주체가 자기가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이 웃음에는 주체의 우월감과 짓궂음이 묻어난다. 타자의 낭패에서 즐거움의 계기를 찾는 이 무의식의 행동에 깃든 짓궂음은 악취미에 지나지 않는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북동쪽에 위치한 압달라에서 살았는데, 백과사전 같은 지식을 가진 철학자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나이 아흔 살에 이르렀을 때 그는 온종일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항구로 나와서 부둣가 노동자를 바라보며 웃어대는 그를 가리키며 노망에 들었다고 수군거렸다. 유명한 의사인 히포크라테스가 이 늙은 철학자를 관찰한 뒤 그가 미친 것도, 병에 든 것도 아니라고 단정했다. 늙은 철학자가 온종일 발작하듯이 웃어댄 것은 주민들의 부조리한 상업 활동과 어리석음에 대한 경멸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생리학자들은 웃음이 인간 내부에 있는 과도한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코미디언들의 바보 연기가 웃음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비실이 배삼룡, 맹구 이창훈, 영구 없다의 심형래 같은 바보 연기의 달인들은 무의식중에 우리 안의 우월의식을 부추긴다. 그들이 연기한 바보스러움과 엉뚱함이 우리 안의 자만과 착란을 자극해 웃음을 터지게 한다. 광대의 익살극이 유행하던 시대의 천재시인 보들레르가 웃음을 불행의 징후라고 했다. 웃음이 제 고통에 대한 신체적 경련일 때, 혹은 제 자만의식을 분출하는 행위일 때 이것은 내면의 불순물이고, 제 안의 불행의 징후를 타인에게 되비춘 것에 지나지 않을 테다. 인간은 웃을 줄 아는 유일한 존재다. 웃음은 근심과 시름을 잊게 하는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고, 억압과 고통에 맞서는 비판과 저항의 뜻을 담아낸다. 웃음은 근엄한 독재와 파시즘, 광신주의에 균열을 일으키고, 악에 항변하는 저항의 한 방식이었다. 경제 불황에 전염병의 펜데믹이 덮치면서 서민의 삶은 더욱 암울하고 팍팍해졌다. 그럴수록 유머와 웃음이 필요하다. 웃음은 현실 극복 의지를 북돋는 청량한 자극제가 되거나, 유언비어와 가짜 뉴스들에 찌든 마음의 치유제가 될 수도 있을 테다. 맘껏 웃다보면 감정을 옥죄는 불안과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테니까.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자리를 먹방이 꿰찬다. 하지만 상업주의에 매몰된 개인 미디어에서 방출하는 먹방이 자아내는 웃음은 상품으로 소비될 뿐이다. 코미디를 대신하는 먹방은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저항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것은 비틀린 웃음만을 낳는데, 그런 웃음은 가짜 치료제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진짜 즐거움으로 꽉 찬 유머들, 남이건 자기건 아무도 해치지 않는 무해한 웃음들이다. 그런 유머와 웃음들이 우리를 살리는 명약이다. 우리를 웃기는 코미디언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그들의 활동무대인 공중파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활하기를 기다린다. /장석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18 17:55

미세먼지 방진망 사건 즉각 수사해야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부패방지시민센터 대표 전북지역은 2017년 재량사업비 관련 비리로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생색용 사업과 검은 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재량사업비에 대한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일부 의원들이 재량사업비를 사용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거나 자신과 관련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어떤 의원들은 타 지역구 의원과 품앗이 집행을 하거나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 몫을 가져다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 전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상당수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다른 지역구에 재량사업비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도내 학교에 8개 사업을 지원한 의원은, 이 가운데 6건을 다른 지역구에 썼으며 공사를 담당한 업체도 모두 같은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명의 현역의원이 업체들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기소돼 법의 철퇴를 맞았다. 전북도의회는 재량사업비가 반복적으로 비리의 온상이 되고 의원들이 수사 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여론에 굴복해 의원들의 재량사업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었다. 재량 사업비는 폐기되었지만 주민 참여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재량 사업비가 유지되어 의원 1인당 수억원의 세금이 의원들의 지시 하나로 특정 사업과 업체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기존 주민참여예산과는 전혀 취지와 목적이 다르고 절차도 생략된 채 쓰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민 참여예산 제도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효자 123동의 재량사업비 사업 파동도 과거의 사례와 한 치도 차이가 없다. 의원의 쌈짓돈인 재량 사업비를 예산 사용의 절차도 생략된 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용하려 한 것이다. 사업 개시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업체가 재량 사업비를 노려 브로커(시의원 또는 관계인)를 두고 의원들을 조직하여 동일한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한 것이다.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사 업체의 요구에 의한 공사 성격이다. 이번에도 멀쩡한 방충망을 뜯어내고 방진망 공사를 시행했다. 시공업체인 클리어 창(전주대학교 도서관 건물 입점 업체)이라는 회사가 의원의 재량 사업비를 이용하여 경쟁 없이 미세먼지 방지 방충망을 대대적으로 공사한 사건이다. 효자 123동의 지역구 의원을 앞장 세워 5800만 원 상당의 방진망 공사를 시행한 것이다. 42개 경로당 중 41개 경로당 공사를 완료하였으나 대금을 지불받으려는 와중에 사건이 터져 전주시는 계약서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며 업체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시공업체는 공사를 다 해놓고도 생뚱맞게 재능기부라는 말로 어영부영 없던 일로 은폐하려는 사건이다. 추측건대 만약 사업을 시행한 회사 대표가 지난 2월, 완산경찰서에 사문서 위조와 사기 등으로 고발되지 않았다면 예산이 차질 없이 집행되고 사건이 표면화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조달청 등록 업체도 아닌 회사가 의원 재량사업비를 이용해 수억 원 상당의 사업을 수행하려 하다가 사건이 불거지자 없던 일로 한 것이라고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수 사건도 분명한 범죄이다. 특히 사업비 부풀리기나 수수료 챙기기. 뇌물 등의 범죄 혐의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해야 한다. 이미 공익 제보자를 통해 내용을 확보하고 경찰 수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있다. 대충 봐주기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한다면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과 책임이 커진 경찰에 대한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내사가 아니라 적극적인 공개수사를 해야 한다. 범죄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찰의 수사를 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부패방지시민센터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18 17:55

전북테크노파크 쇄신책 내놓아라

지역혁신 거점기관인 재단법인 전북테크노파크(TP)가 되레 혁신 대상이 될 만큼 조직 운영에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신규직원이 기존직원보다 급여가 더 많은 기현상, 절차를 위배한 조직개편, 과다한 외부용역 의존도 등 조직의 방만한 운영과 관련된 문제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설립 20년이 다 된, 100명이 넘는 큰 공조직에서 급여체계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전북도의회 김철수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북테크노파크는 2020년 기존 직원보다 늦게 입사한 후임의 연봉이 더 많은 연봉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 문제 해소를 위해 전북TP는 예산 2000만원을 들여 보수체계 개편 용역을 외부에 맡겨 결국 3억8700만원의 추가 연봉인상을 단행했다. 잘못된데 대한 벌이 아닌 오히려 상을 준 셈이 됐다. 전북TP는 조직개편과 정원조정 단행에서도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했다. 조직개편과 정원조정 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지사와 이를 협의해하는데 전북TP는 또 2011년부터 2016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협의 과정 없이 원장 전결로 처리했다.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채용 등의 계획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전북TP는 경영 용역뿐 아니라 과다한 외부용역 의존도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3년간 합계 70건의 용역이 발주됐으며, 금액은 14억900여 만원이 지급됐다. 용역의 필요성과 타당성, 금액의 적정성 등을 검증할 사전심의 없이 무분별하게 용역이 남발됐다는 것이다. 정책기획단기업지원단스마트용역기술지원센터디자인센터과학기술진흥센터신재생에너지사업단디지털융합센터 등의 전문 조직에 전문 연구원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굳이 외부 용역을 맡길 과제가 그리 많은지 의문이다. 전북TP가 이리 허술하고 방만하게 운영된 데는 감독기관인 전북도의 책임도 크다. 구멍가게만도 못할 만큼 체계를 갖추지 못한 조직에서 과연 지역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튼실한 과실도 만들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전북TP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해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는 쇄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3.18 17:55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