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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사회 그리고 공영방송

올여름 밤잠 설치게 했던 열대야가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놀랐는지 저 멀리 자취를 감췄다. 참으로 자연의 변화에는 인간이 감히 거스를 수 없는 힘과 조화로움이 있다. 가을밤의 정취에 흠씬 젖게 하는 귀뚜라미 소리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로 다가간다. 가을밤의 서늘함으로, 사랑의 속삭임으로, 왕짜증으로, 대자연이 빚어내는 천상의 화음으로….가을의 전령사라 불리는 귀뚜라미와 5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가 한 달가량 울다 죽는다는 매미의 공통점은 두 가지. 수컷이라는 점과 울음소리가 모두 짝짓기를 위한 구애 행동이라는 사실이다. 즉 수컷들이 암컷에게 건네는 '종족 보존용 커뮤니케이션(소통)'이다. 다행히 인간은 말과 글을 만들어 사용하는 까닭에 훨씬 소통이 원활하다. 문자가 생겨나기 전인 선사시대에도 동굴에 벽화를 그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알렸고 자신들의 삶과 후손의 경고를 커다란 바위에 새겨 놓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다. 물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한 채 덩그러니 남아있는 고창 고인돌 군락지도 있다. 이렇듯 언어는 석조물로, 벽화로, 문자로, 인쇄술의 발달과 라디오, 텔레비전의 발명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로 이어졌다. 결국 정보화 사회의 최종 목표지점은 남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귀착된다. 예로부터 의사소통의 매개역할을 담당했던 신분은 남달랐다. 신의 뜻을 인간에 알린 사제(司祭)는 심지어 그 사회를 통치하기도 했다. 그 잔재가 남아 있는 곳이 종교국가로 불리는 중동이다.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의 천년 역사도 사제들의 천국이었으며 흔히 조선시대 언론기관 역할을 담당한 3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도 임금과 얼굴을 맞댔다. 지금의 신문과 방송은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어 제4부로 인정받고 있다. 함부로 휘두르면 권력남용으로 지탄을 받게 되지만 제대로 행사하면 언론 고유의 공적인 책무가 된다. 필자의 일터인 방송사도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매시간 권력의 남용과 공적인 책무라는 긴박한 선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파수꾼(watchdog)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최근들어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방송협회의 다큐멘터리 부문 '방송대상'의 영예를 연이어 안게 됐다. 나름대로 공적인 책무를 성실히 수행한 결과가 풍성한 상으로 보답 받았다. 다시말하면 공영방송이 견지해야할 강력한 감시기능, 그리고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지켜 나가야할 통합기능을 제대로 준수한 결과물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10월 1일은 KBS 전주방송총국이 전북에 방송을 개시한 지 75년이 되는 날이다. 지역사회에서 감시와 통합기능을 다해온 공영방송의 생일이다. 공영방송(public broadcasting)은 공적인 재원으로 운영되고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공적인 기능은 전북도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을 말하며 공적인 재원은 바로 수신료다. 소통하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장치가 공영방송이라면 수신료는 그 장치가 원활히 작동하게 만드는 연료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연료 주입량을 30년 넘게 틀어막으며 공영방송의 작동을 함부로 부리려 하고 있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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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16 23:02

농업경쟁력 종합지표와 전북농업의 미래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05년과 2010년도 농업총조사 원자료를 이용하여 전국 156개 시군을 대상으로 시군별 농업경쟁력 지표를 도출하고 이와 함께 지역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농업규모, 농업생산성, 농업재정투입 및 농업지역집중도 등 4개 부문별 지표를 종합한 농업경쟁력 종합지표를 산출한 결과 전북도는 제주시, 상주시에 이어 김제시 3위, 남원시 10위 ,정읍시 11위등 상위 30위안에 6개 시군이 포함 되었다. 또한 시군별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표간 상호 관계성을 고려 정책지원 체계의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및 재정확보, 지역농업의 생산·유통·마케팅 인프라 등을 연계하는 조직화도 피력했다.필자는 상위 30위권에 우리도 지자체가 6개나 포함된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몇 개월 전'통계로 본 전북농업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쓴 칼럼을 통해 제시한 바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이 제시한 농업경쟁력 강화 대책들을 우리 도는 이미 주요 과제로 선정 추진하고 있다. 농업정책이 분명 앞섰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가 당연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전북도는 최근 몇년 동안 지역의 현실을 직시하고 관계 주체간 지혜를 모아 10여만 농가중 규모화 전업농 25%와 중소농 75%를 투-트랙으로 구분하는 타도와 차별화된 농업부문 육성 정책들을 수립 추진하였다. 먼저, 시군단위 농산물 통합마케팅 전문조직 및 공선출하조직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농업의 주체들간 상호 계열화를 촉진시킴으로써 규모화·전문화·브랜드화 기반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14개 시군 중 9개 시군에 통합마케팅전문법인이 설립되어 운영 중이며, 지난해 1,142억원의 연합마케팅사업 실적의 두배인 2,000억원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신정부 출범 후 수십년 동안 풀지 못한 유통단계의 문제를 전북 로컬푸드직매장이 그 해결책을 보여 주었다. 전라북도와 전북농협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내 싱크탱크인 전북발전연구원과 업무제휴를 통해 전북 농업·농촌 발전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장기비전을 수립하고 실천 과제들을 발굴하고 있다. 아울러 전북농업기술원과 머리를 맞대고 생산 기술적 노하우를 농산물 유통에 접목시키고자 여러 모양으로 시도하고 있다.이렇듯 전북도와 전북농협은 전북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장에 눈높이를 맞추고 최대한 다가서는 노력들을 여러 모양으로 전개하고 있다. 요즘 농업·농촌 현장에는 농업인 외에도 지자체 공무원, 농협직원이 함께 있더라는 말이 그냥 회자되는 게 아니다. 예전에 전북농업은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논농업 중심과 소량 다품목의 한계를 통합마케팅 법인화와 로컬푸드형 6차산업으로 해결책을 내놓았다. 지자체와 농협, 생산자 등 3주체가 하나되어 전북형 창조경제를 한발 앞서 만들었다. 결국 전북은 산업화시대에서는 소외되었지만 창조경제시대에는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3명이 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 행동에 동참할 수 있게 만든다는'3의 법칙', 이것이 오늘날 전북농업의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는 숨은 공신이다. 전북농업의 경쟁력, 해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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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09 23:02

치료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자연치유

요즘 들어 몸과 마음을 되살리는 자연치유가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연치유는 외국에 비해 아직은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자연치료 의학이란 용어는 신경과 전문의로 보완대체의학 박사를 취득하고 캐나다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한 포천중문의대의 오홍근 교수가 국내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본 원고는 자연치료 의학저서를 중심으로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보완대체의학, 자연치유에 대한 분야를 인용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자연 치료 의학이란 인간의 온갖 질병과 고통을 자연의 치유능력에 맞추어 조율하고 복원시키자는 의학이다. 즉 인체의 면역기능과 회복기능을 자연적인 접근 방식을 동원하여 정신적, 사회적 환경적인 부분까지 치중하여 치료 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산림치유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현대의학은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분석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써왔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기존의 서구의학으로는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고 치유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자연치유는 인간을 병적인 상태로 만드는 환경 및 사회적 측면에 주목하고 내부의 면역성과 저항력을 검토하고 관찰하는 접근방식을 택하여 질병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마음을 전체적으로 보고 치료하는 의학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연치유효과는 정신적·심리적으로 생긴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아실현 효과가 있으며, 정신적 상처나 질환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중독으로 인한 환자들의 중독 현상을 완화시켜 준다. 최근 들어 신체적으로는 심장질환계. 순환계 질병 및 피부, 아토피성 질환 등의 치유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나라의 자연치유는 외국에 비해 아직 그 규모가 미미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계획에 대체의학 분야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 산림치유가 더욱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복지를 정부의 정책목표로 삼은 만큼 산림복지 또한 복지의 한 축으로 많은 이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현재 경북 영주시와 예천군에 국비 1546억 원이 투입돼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 단지가 조성되는 사업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껏 대체의학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척시키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단지 동서의학의 접목에 초점을 맞춘 행사들을 주로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서 한의학이 대체의학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고 외국에서 이미 자리 잡은 다양한 대체요법들은 현실적으로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현대 의학이 세계적으로 그 정통성을 앞세워서 통합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과학이라는 절대적 가치 때문이다. 이러한 보완대체의학은 과학적 통계학의 적용을 게을리하고 경험에만 의존해 온 탓에 발전이 없었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의학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이런 대체의학은 과학적 기술과 검증 방법론으로 체계를 정비하고 필요한 연구와 개발을 추진해 나아갈 때 앞으로 더 밝은 미래가 보일 것이다. 현대 의학이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과 딜레마를 해결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대체의학을 발달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바탕과 임상 실험적 데이터의 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과학적 검증과 연구결과가 중요한 의학적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현재 산림청의 정책적 동향으로 볼 때 산림치유 분야는 투자규모나 연구진의 활동에 있어서 세계적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종전의 산림 휴양기능에서 한 단계 나아가 산림 보전 의학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산림 치유 특성화·전문화 단지 조성 필요성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하겠다. 치유의 숲을 바탕으로 의료요양시설, 환경교육 체험시설, 연구시설, 휴양 및 편의시설 등 산림 치유를 위한 제반 시설의 기능적, 물리적 집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전북에서도 진안군의 산림 치유 복합단지 조성·남원시의 산림복지 단지 조성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와같이 보완대체의학을 힐링 전북의 신 성장 사업으로 키우는 방안은 큰 설득력을 가진다하겠다. 자연으로 심신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치유기법을 개발해 자연의 의학적 가치를 높이는 한편 자연치유 건강사회를 이룩함으로써 환경 복지국가 건설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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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02 23:02

기업인이 바라는 창조경제의 입구

곧 9월,지루한 폭염보다 답답한 게 살아날 기미 없는 경제다.창조경제의 시냇물이 시원하게 흐른다면 불경기에 지친 너도나도 뛰어들고 싶을 게다. 그런데 창조경제가 기업의 염원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게 아니라 새 정부가 휘장을 걷어 올리며 무대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창의 두뇌와 자원이 몰려서 기업매출과 국민소득 확대로 흘러가려면 합리적인 보상시스템에 관심이 높아져 인재들이 몰려들어야 한다.무대 위 장면보다 객석의 감동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무대아래 현장을 찾아가서 선도기업 대표들로부터 들었다. 생생하게 들으려면 기업인이 마음을 열게 하는 신뢰가 형성되어있어야 한다.선도기업이란,성장하는 품목에 도전하는 역량을 갖추고 전북의 산업발전에 앞장 설 기업이다. 37.6℃ 폭염 속보다 뜨거운 공장에서 금속판에 형상을 잡고 도장하는 작업은 기피할만한 종래기술이지만 새로운 도장기술을 시험하고 있고 연 20%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 비결은 사장의 경영자세였다."당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앞으로 20년 내 회사존망에 직원의 인생이 달려있을 뿐 아니라 가족포함 400명의 생활안정에 대한 책임감,국민이 기대하는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할 때,난관을 헤쳐나갈 힘이 솟고 직원들과 서로 통하게 되며 해결할 방도를 찾아갑니다." 기업인에 대한 그동안 인식을 바로잡게 하며 창조경제에 대한 처방까지 녹아있어 소개한다."도내에서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요.대학 졸업하면 중소기업을 얕봐요. 연봉이 얼만지 묻지만 그만큼 주기 위한 회사의 그 동안 노력에 대해 전혀 몰라요. 어떻게 노력해서 돈을 벌 수있는지 시장을 터득해야 그 직원이 기업과 함께 성장할 인재로 변해요. 헌데 입사해서 오전만 일하고 점심 먹고 사라져요.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잘못 가르쳤어요. 찾아내어 하루치 임금을 꼭 지급합니다. 자기 노동에 대한 가치를 깨달아야 새 직장에 가더라도 제 역할을 할 것이므로 사회교육을 시키는 셈이지요. ""가정과 사회에서 환상을 키워왔어요. 선망하는 연봉을 주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는 기업에 취업하려는 환상입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포기하지 말고 그 일을 선망하는 일자리로 발전시키므로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도전의식으로 변해야해요. 일반적으로 상품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도록 시장에서 압력을 받지요. 그런 공급조차 쓸만하게 만드는 기술,재료,시설을 갖추어야해요. 납품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의 설비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고 제조기술의 설계도면,시험인증이 붙어야 납품이 성사돼요.""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구미에서는 납품기업의 설계도면이나 제조기술을 뺏어가지 못하도록 보호장치가 잘되어 있어요. 일본에서도 납품하기 위해 시설투자하여 공급하던 수량을 모기업이 줄이거나 구매를 중단할 수 없는 제도가 있어요. 우리는 개발·시설 투자비를 회수하기 전에 거래가 끊길 위험이 숱해요. 모기업의 판매수량이 떨어질 경우는 물론 예상 밖으로 잘 팔려도 새로운 공급선에 돌리는 경우도 많아요.""경쟁이 치열하거나 노조에 임금을 인상하면서도 납품단가를 출혈적으로,일률적으로 또 정기적으로 인하를 요구해요. 같은 업종 대기업과 비슷한 임금수준으로 변해야 하는데 절벽이지요. 독자적 생산성향상분도 거두어 가고 신제품 개발에 공동참여를 요청하고도 중소기업 몫의 이익을 누리기 어려워요. 우리도 창조경제로 전환되면 해볼만 하기에 기대가 커요.약자가 성장에 공헌한 경우에도 제대로 보상해야 창의,혁신에 도전하는 흐름이 도도해질 것입니다."불경기를 창조경제의 예리한 송곳으로 뚫어주기를 온국민이 바란다. 그러나 그곳의 입구로 접근하기조차 어렵게 얽혀있는 관행적 가시덤풀로 막혀있으므로 치워주기를 바라는 기업인의 기대로 이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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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6 23:02

소외의 땅, 기회의 땅

기상관측 이래 장마가 최장 기간 지속되더니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연일 35-6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서울사람들은 피서지로 강원도를 떠올리며 대화의 꽃을 피운다. 필자도 40여년 몸에 익은 서울생활 탓에 그런 얘기라면 솔깃해진다. 그런데 왜 강릉, 속초나 변산반도, 내장산까지 가는 거리는 비슷한데 강원도를 먼저 떠올릴까? 왜 서울사람들은 전북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을 더 멀다고 느낄까?전북은 경치가 수려하고 물 맑고 공기 좋고 음식 맛 좋은 고장이다. 4개나 되는 국립공원이 그 증거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산악형이 15개, 해안형이 4개, 그리고 사적형 국립공원인 경주를 합해 21개인데, 우리 전북에는 이런 소중한 국립공원이 산악형인 지리산, 덕유산, 내장산과 해안형인 변산반도가 있다. 대한민국 국립공원의 1/5이 우리 곁에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지난 5월 28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에서 개최된 인간과 생물권 계획 국제조정 이사회는 고창군 전체를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했다. 행정구역 전체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전북의 산과 들, 바다는 사람이 깃들어 살기에 참으로 좋은 곳임을 온 나라가 알고 세계가 인정한 셈이 됐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전북을 덜 주목하는 것 같다.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더라도 전북의 4군데 국립공원과 생물권 보전지역을 화제에 올리는 이는 거의 없다. 몰라서도 그렇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심리적인 거리감이다.전북은 명백히 소외된 땅이었다. 일제 강점기, 쌀 수탈기지였던 전북은 해방 후에도 산업화, 공업화를 명분으로 값싸게 쌀을 공급해야만했던 식량 창고였다. 역대 정부가 보상책으로 내건 새만금도 알고 보면 거대한 농경지 확대사업이다. 그래서 새만금의 본래 사업명도 옥서지구(전북 옥구, 충남 서천) 농업 개발사업에 이어 부안지구 복지 농어도 종합개발사업이 합해져 착공하게 된 '새만금 간척사업'이다. 전북의 활용가치가 한때 겨우 쌀 생산지로 자리매김 되면서 서울사람들은 이 땅을 쌀 나무만 풍성한 곳으로, 전북인들 조차 '농도 전북'이라는 말을 되뇌며 살아왔다. 왜곡으로 멍들고 패배감에 찌들만하다.그렇지만 전북인들은 스스로 기나긴 세월동안 미래 전북의 비전을 가다듬고 과거 전북의 모습도 하나씩 뜯어고쳐나갔다. 그래서 새만금 간척사업도 산업용지가 70%나 되도록 변경했고 여의도 면적의 140배나 되는 광대한 면적을 공업용과 관광용, 농업용으로 세분화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 명도 새만금종합개발사업이며, 사업을 전담할 정부기구인 새만금개발청이 다음 달에 문을 연다. 공업화에서 외면됐기에 가장 청정한 곳, 정책에서 소외됐기에 이제는 기회가 넘치는 땅,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왜곡됐기에 무한 잠재력이 있는 땅이 바로 전북이다. 우리 자신부터 자긍심을 갖자. 피해의식을 과감히 떨쳐내자. 이 고장의 잠재력을 스스로 배우자. 그리고 자랑스런 내 고향을 밖으로 널리 알려 심리적 거리감을 한걸음씩 좁혀나가자. 그들에게 당당하게 선포하자 "전북은 소외의 땅이 아니고 기회의 땅입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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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19 23:02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최근 한 귀농귀촌기관이 전국 8개 대도시 거주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도시민 51.6%가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한다. 정부도 올해 귀농귀촌 인구가 2만 가구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전북으로 귀농·귀촌한 인구는 2000 가구를 넘어섰다.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귀촌의 증가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도 무관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농촌에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가족 단위의 자발적인 귀촌이 이어지고 있다.그동안 농촌은 값싼 수입농산물의 범람과 반복되는 가격폭락으로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봤자 고생만하고 빚만 늘어나는 고된 삶의 연속 이었다. 열악한 교육 인프라와 문화적 빈곤은 젊은층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막았으며 도시 중심의 의료와 복지정책은 농촌의 주 구성원인 노령층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나마 농촌으로 돌아온 사람은 도시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으며 단순히 농촌을 임시 피난처나 위기를 모면하는 장소로 여겼기 때문에 정착율은 매우 미비하였다.왜! 무엇이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었을까? 오늘날 농촌은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자연을 벗삼아 건강하게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의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삭막한 도시와 비교 할 수 없는 맑은 물과 공기, 조금만 나가면 얻을 수 있는 신선한 먹거리, 농촌의 산과 들은 넉넉하게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치유해주는 최고의 해결사 이다. 또한 농업의 기계화와 최신 영농시설의 도입으로 힘든 노동으로 단순 먹거리를 책임졌던 과거와 달리 편하게 농사 지면서 제값 받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농사를 직업으로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 결과 농촌에서 성공을 꿈꾸는 젊은층과 가족단위의 귀촌이 늘고 있다. 실제로 농협의 생산조직인 공선출하회는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남원운봉농협의 파프리카와 상추를 생산하고 있는 공선출하회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영농교육과 엄격한 생산관리로 수출도 하고 고소득을 올리면서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돈 되는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귀촌의 주요 걸림돌인 교육환경의 개선도 원인이다. 학교급식을 전면 무상으로 실시하고, 공동 학습공간의 설립과 유명강사를 초빙하여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여 명문대 진학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는 특색있는 자연 친화적인 학습과 체험으로 맘껐 뛰놀며 자라길 바라는 부모들의 극성으로 도시에서 전학오는 학생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인들이 일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농촌이 되고 있다. 그동안에는 노후에 대한 불확실로 귀촌을 망설였던 사람들이 많았다.농협과 지자체는 노인들을 위한 의료봉사·문화체험을 도입하고 노인 복지혜택을 크게 늘려 농촌에서 건강하게 돈을 벌면서 여생을 즐길수 있는 노후가 보장되고 있다. 특히 힐링 열풍과 더불어 늘고있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가레스토랑,농촌체험마을은 정직하게 계절 농산물을 채취해서 파는 노인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밖에 작은목욕탕, 작은영화관, 수영과 헬스를 즐길 수 있는 체육 공간이 계속 늘어나고 지자체는 귀촌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농업정보와 기술등을 상담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설치하여 적극적인 지원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렇듯 농촌은 도시인에게 새로운 도전과 자아를 성취하기에 충분한 곳이다.새로운 인생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면 농촌여행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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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12 23:02

산림복지와 대학복지 행복정책

요즘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 중 하나가 복지이다. 많은 복지 정책을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복지에 투자를 많이 하면 경제성장에 저해가 되고, 복지에 투자를 적게하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방법이 필요하다.우리나라의 국토 70%는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잘 조성되어 있는 산지를 복지정책에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에게 높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산림복지이다. 산림청의 정책을 살펴보면, 1970~80년대에는 사방사업과 조림을 통하여 민둥산에 옷을 입히는 녹화시대였다. 1990~2000년대는 조성된 산림을 울창하게 가꾸어 소득을 높이는 산림자원화의 시대였다. 2000년대에는 시대를 통해 조성된 산림으로 복지를 하는 산림복지가 새로운 복지 정책으로 떠오를 것이다. 산림복지는 한번 조성해 놓으면 지속되는 지속가능한 복지이다. 이러한 지속가능하다는 특징을 활용하여 2009년에는 산림청에서 산림휴양·문화프로그램을 7단계의 생애주기별로 체계화한 '생애주기별 산림복지'정책이 수립되었다.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란 '태어나서 사망할 때 까지 발달과정의 단계에 따라 산림을 활용하여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려는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가치관·지식·규범과 생활양식'이라는 뜻이다. 산림복지의 7단계 생애주기는 탄생기, 유아기, 아동·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 회년기로 나누어져 있다. 이를 각각의 연령대로 살펴보면 탄생기에는 숲 태교, 탄생목 심기 등의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 유아기에는 숲 유치원 프로그램, 아동·청소년기에는 숲 체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청년기에는 산학레포츠, 야영 프로그램이 있다. 중·장년기에는 산림휴양, 산림치유, 등산, 트레킹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노년기에는 산림요양프로그램이 있다. 회년기에는 수목장 프로그램이 있다. 숲 태교, 탄생목 심기, 수목장 프로그램은 각각 유아기, 회년기에만 적용되지만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그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적용되는 경우이다. 이렇듯 산림복지는 성별·계급 등 차이에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적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대학 캠퍼스 안에도 잘 조성된 녹지는 교수, 교직원, 학생 구성원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산림복지의 생애주기별 개념을 캠퍼스 안의 학교숲, 녹지에도 적용 시킨다면 행복건강의 힐링 캠퍼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캠퍼스의 녹지는 뜨거운 한여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봄·가을에는 아름다운 꽃과 단풍을 보여준다. 겨울에는 나뭇가지에 소복히 쌓인 눈의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바쁜 대학생활 속에서도 이렇듯 학교숲, 녹지는 우리에게 힐링 그 자체이다. 산림복지의 개념에서도 알 수 있는 듯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캠퍼스 녹지가 아닐까 싶다.캠퍼스 안에 조성된 녹지들은 많게는 수 십년전에 심었거나 적게는 바로 어제 심은 것들도 있다. 생애주기별로 본다면 유아기부터 회년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있는 것이다. 각각의 서로의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모여서 역사와 추억이 있는 캠퍼스가 되는 것이다. 서로 연령이 다르다고 해서, 우리에게 주는 기쁨의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개성에 맞춰서 우리에게 주는 기쁨도 다르다. 평범한 일상 속에 그냥 무심코 지나가는 학교숲, 녹지 일 수도 있지만, 위로가 필요하고 휴식이 필요한 대학 구성원들에게는 커다란 행복의 공간이다. 따라서 큰 기쁨을 주는 캠퍼스 학교숲, 녹지를 더욱 잘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힐링이 주 대세를 이루어 지는 요즈음 주변에 있는 캠퍼스의 녹지를 잘 활용하여 교수, 학생, 교직원 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에게 행복건강 힐링을 줄 수 있는 캠퍼스 녹지를 조성·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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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5 23:02

광복절에 전북산업을 해방할 궁리

광복 68년이 지났다.그러나 아직 일제 강점기의 그늘에 매여 있다.위안부 동원사실 부인과 독도 영유권주장 고수,한국을 깔보는 발언을 겪어야한다.우리 바람대로 일본이 변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저 습성을 분석해서 무슨 처방이 나와야겠다. 2차대전 중 원자탄투하로 항복했지만 히로시마평화기념관의 전시물로 그 피해참상을 보여주며 원자탄에 대한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일제의 피해를 당한 나라들조차 "맞아,원자탄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 참혹해!안돼!"그곳의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이,평화를 신봉하는 일본사람의 마음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원폭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침략전쟁에 대한 뼈저린 참회는 없다. 오히려 세계평화를 유린하였던 침략의 원흉들이 동경의 야스쿠니신사에 군신으로 모셔져 있고 아베총리를 비롯한 각료,의원들이 참배하고 있다. 평화를 호소하는 겉모습과는 딴 판으로 평화를 파괴한 침략자를,일본을 빛낸 전쟁영웅으로 자랑스럽게 인식한다. 침략당했던 국가에 사과했던 것들은 진심없는 제스처일 뿐이었고 아시아 영토를 삼켰던 영광을 그리워하면서 계승하겠다는 결의이다. 언제든지 평화의 옷을 벗어던지고 본색을 드러낼 일본과 평화라는 천을 짜나가는 직조기술은 어지간히 궁리해서는 어렵겠다. 이렇게 된 근원은 내 힘이 아닌 연합군에 의해 광복을 누리게 됨이 채무로 변했기 때문이고 필적할 내 힘을 보여주어야 청산될 것이다.전북산업에 그늘이 깊다. 도민의 바람은 정부가 예산을 쏟아 붓고 기업이 투자하여 전북을 발전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과거와 달리 산업발전은 시장경제에 의지하므로 정부역할은 일부에 국한된다. 그 지원도 조건이 맞아야 준다. 위에서 광복을 누리는데 그 주역이 못된 게 걸림돌이 되었다. 전북이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산업낙후에서 벗어나는 데 도민이 앞장서야 한다. 성장하는 물고기는 물살에 거슬러 올라가며 죽는 것은 떠내려간다. 산업도 시장의 근원으로 거슬러 오르며 성장동력을 착안하는 것이다.호남은 항거하여 정치권력을 맛본 민주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 산업에서 기죽는다.산업성장은 시위와 투쟁으로 얻을 수 없는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발전은,같이 일하는 사람은 물론 거래하는 상대를 위하는 착안과 땀으로 된 벽돌로 건물을 짓는 것에 비유된다. 이런 자세가 몸에 배지 않으면 산업화가 발전하지 않는다. 도민이 산업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점이 산업성장을 헤매게 한다. 기업이 잘되게 하는 길은 있다. 농사는 잘 아니까 농사원리를 응용하여 산업화의 꿈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을 본 적 없이 그 부품하나조차 공급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전북 총생산 6배의 돈을 벌지만 그래서 떨어지는 게 없다. 농사의 꿈을 이루려면 경작할 땅부터 개간해야하듯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을 일구기 위해 될성부른 분야에 도전해야한다.농사 일꾼을 가르치듯 대학은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의 부품하나까지 기술이론과 현장실습을 제대로 시켜 내보내야 한다. 그래야 구글,애플처럼 시장흐름을 알고 거슬러 올라가 IT기업을 여는 인물이 나올 수 있다.좋은 종자를 고르듯 창조적 혁신기술을 착안하여 상품화해야 풍년을 수확할 수있다.혁신기술을 기획해낸다면 아직 남아있는 정부지원을 받아내서 개발해낼 수 있다.독립투사,민주열사를 인물로 모셨듯,앞으로 혁신적 기술을 실현해내는 연구원이나 산업화를 실현하는데 열정을 쏟은 분들을 동일반열에서 산업인재로 존경하는 분위기를 만들자!자랑스런 부(富)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만들자!산업에서도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낙후 그늘에서 벗어난 산업화 수준을 달성해야 산업경제가 천하지대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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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29 23:02

"신에게는 아직도…"

1972년 2월, 나는 냄비 두서너 개와 고추장, 된장을 완행열차에 싣고 전주를 떠났다. 학업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고향에서 보낸 반년의 세월 동안 두가지 시련을 목격했다. 첫 번째는 전라북도가 추진해온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 실패이고 두 번째는 6월 29일 주민투표를 치르면서까지 이루려고 했던 완주와 전주의 통합 실패다. 제10구단의 실패는 전북의 도세를 어떻게 키우느냐를 환기시킨 소중한 경험이다. 전주, 완주의 통합 실패는 인내와 설득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겨준 사건이다. 행정통합 실패는 안타까움이 크다. 전주와 완주는 당초에 하나의 행정단위였다. 그것이 외적인 힘에 의해 분리됐고 지금까지 70년 세월이 지났다. 계속된 통합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까지 3번의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 통합이 좌절되자 여기저기서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정치적 책임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실패를 자조 섞인 푸념이나 상생사업 백지화로 되돌린다면 훗날 전주와 완주가 하나 될 수 있는 희망의 싹마저 뿌리 째 뽑아버리는 태도가 아닐까? 청주시, 청원군의 통합이 세 번의 실패를 거듭한 뒤 네 번째 성사된 것을 모르는가? 문제 해결의 열쇠는 힘있는 쪽의 태도와 진정성이 쥐고 있다. 이번 실패를 계기로 힘있는 전주가 완주의 장점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통합 파트너로서 받아들인다면 이번 실패는 속담처럼 성공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필자의 개인사로 잠시 시선을 돌려본다. 지금은 지도에서 조차 지명이 사라진 임실군 운암면 입석리. 1963년 내가 입학했던 운암초등학교가 있었던 곳이다. 집에서 족히 십리가 넘는 거리로 7살짜리가 걸어서 등하교하기에는 멀다싶었지만 큰 비로 섶다리가 떠내려가고 징검다리에 물이 넘쳐 건널 수 없게 된 것을 빼고는 빠지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 아마도 어린 것이 등굣길에 나서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부모님과 누나며 형이 칭찬을 많이 해준 덕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녔다. 이런 경험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봄방학이 시작되던 때 겨울 북풍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학교에서 받은 우등상장을 손에 들고 오다가 상장이 바람에 날아가 논바닥에 떨어져 상장 글씨가 심하게 번져 어린 마음에도 속이 매우 상한 적도 있었다. 우등상장을 자랑삼아 책보자기에 싸지 않고 북풍에 손이 얼거나 말거나 들고 오다가 빚어진 사고였다. 돌이켜보면, 어린 것이 공부 잘한다는 긍정적인 피드백 때문이었다는 것을 지천명의 나이가 된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다. 무릇 사람이 하는 일은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실패의 경험은 성공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패가 성공의 모티브가 되기 위해서는 그 실패를 미래 지향적 가치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얼마만큼 쏟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바탕에서 칭찬과 긍정의 피드백이 되살아난다. 흔히들 한(韓)민족을 한(恨)이 많은 민족이라고도 한다. 전북은 한민족 가운데 한이 가장 응어리진 곳으로 인식된다. 도세가 기울면서 홀대를 더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패배감에 더 젖어들 수도 있다. 실패와 좌절이 안겨주는 패배의식의 악순환을 이제 끊어야 한다. 그 첫 작업은 실패를 새로운 시작의 디딤돌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다. 제 10구단의 실패는 제11구단 신설의 서막이며, 행정통합의 실패는 10년후 재도전의 기회다. 임진왜란 승리의 역사에는 수백 척의 왜선을 향해 '신에겐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今臣戰船尙有十二)'며 죽음으로 맞선 충무공이 있지 않았던가.△ 양 총국장은 동국대 언론정보 대학원 석사를 거쳤다. 1985년 KBS 입사 후 KBS 다큐멘터리 국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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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22 23:02

농촌의 브랜드 파워 마케팅!

"농촌을 팔아야 한다."무슨 의미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농촌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과 가치를 활용하여 브랜드화 시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의미이다.최근 농업농촌 활성화를 위해 농식품 6차산업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이 1차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2차적인 가공과 3차 산업인 서비스, 판매, 관광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1차,2차,3차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을 농식품 6차산업화라고 한다. 현재 전북은 우리나라 최초로 농식품6차산업화 사업를 추진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9년도부터 국내외 벤치마킹을 통해 정책을 입안하였고, 2012년부터 사업 대상자를 선정하여 현재 시군에 6개소가 선정되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계속 사업을 발굴하여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일본의 '오오무라 팜 슈슈농원'은 농식품6차산업화의 모델이 되고 있다. 현재 5000평 규모에 80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농산물가공공장, 직매장, 체험장, 식당, 유리온실 등 그 지역의 중심체로서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사업을 실시하고 연간 50만명이 농원을 방문하여 6억5000만엔(약 7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전북에도 '임실치즈마을'이 있다. 치즈마을은 낙농을 기반으로 치즈가공 및 각종 체험활동과 숙박, 판매장, 맛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전체 69호(228명) 중 57호(85명)가 참여하여, 연간 체험객이 7만명, 매출액 17억원, 일자리창출 136개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그럼 농식품6차산업화가 왜 필요한가? 생산측면에서 볼 때, 농업의 마지막은 음식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인간의 식생활과 관련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생산 농산물은 41조원 규모지만, 국민들이 식생활비로 지불하는 금액은 127조원으로, 기본적인 농업의 범위를 넘어 식생활 시장으로 농업의 영역을 확대하여 농업인의 몫을 늘려야 한다.농협은 6차산업화 사업의 성공을 위한 중간 지원조직으로서 역할을 해야한다. 사업추진 주체 구성의 공공성 담보와 개별 사업에 대한 코디네이터 역할, 농가 조직화, 출하농산물에 대한 마케팅 및 유통 영역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등 농촌지역의 구심체로서 사업의 안정적 정착과 영속적인 사업 모델을 만드는데 제 역할을 해야 한다.전북농협은 올해초 8주에 걸쳐 중앙회 전직원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직원의 정신과 역할에 대한 워크샵과 농협형 농가맛집 추진, 일본의 큐슈의 6차산업화·홋가이도의 산지유통현장 벤치마킹을 실시하고 현장에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전국 농협에서 처음으로 로컬푸드 직매장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올해에 7개 매장과 2014년도까지 11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으로 6차사업화를 위해 집중적인 지원과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6차산업화 사업이 성공을 담보해 주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구상, 운영상의 철저한 준비, 농가와 농협등 참여 주체의 조직화 및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소비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팔릴만한 물건을 만들고, 농촌 어메니티를 활용한 컨텐츠를 발굴한다면 지속 가능한 성공적 모델이 될 것이다.올해 하반기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농식품 6차산업화 사업을 본격 시행·준비하고 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농촌이 생동하는 그림이 그려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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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15 23:02

도시열섬현상, 녹색바람으로 극복하자

요즘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기사는 여름철 무더위이다. 무차별적으로 건설한 고층빌딩, 아파트로부터 막힌 바람길과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포장해버린 길들로 인해서 점점 도시들은 더워지고 있다. 더운 여름에 도시 한복판에 서 있으면 도로와 건물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낮에 달궈진 아스팔트와 건물 에어컨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로 야간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인구가 밀집돼 있고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 중심지는 인접한 교외 지역에 비하여 평균 기온이 3-5℃높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고, 특별한 경우에는 약 8℃까지 높다. 이러한 무더위로 인해 스트레스와 질병이 크게 증가되고 있다. 또한 전염성 질병체의 분포 변화로 전염병 이동이 증가하고 말라리아와 같은 열대성 질병이 고위도로 확산되고 있다.일반적으로 도시열섬의 원인은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먼저, 자동차 배기 가스 등에 의한 대기 오염과 도시 내의 인공열의 발생, 건축물의 건설이나 지표면의 포장 등에 의한 지표 피복의 상태 변화 그리고 인간 생활이나 산업 활동에 수반된 복잡한 요인 등을 들 수 있겠다.도시열섬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현재 도시환경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첫째로 전력소비의 증가이다. 여름철 기온의 심각한 상승에 의해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 에너지의 대부분은 에어컨에 의한 인공열에 의한 것이다. 또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난다고 하는 것은 화석 연료의 사용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오염수준과 에너지 비용이 증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스모그 현상 증가를 들 수 있다. 스모그는 광화학 반응에 의해 공기 중에 만들어진다. 이 반응은 높은 온도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활동이 더 강렬해 진다. 도시열섬에 의한 온도상승은 에어컨 사용을 증가시킨다. 이는 화석 연료 사용의 증가를 의미하는데 이는 오염 수준과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키며 이 오염의 증가는 스모그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도시열섬으로 인한 기온의 상승은 에너지 사용 증가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도시에서는 거리 범죄, 폭동 등이 더운 날씨에 더욱 증가한다는 것이다. 최근 호주에서의 연구 또한 공격적인 행동과 더운 날씨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도시열섬현상으로 인한 오존농도의 증가는 폐에 염증과 천식을 일으키며 세균에 대한 면역력을 저하시킨다.그럼 이런 열섬현상에 대해 우리가 실행해야 할 해결책은 무엇이 있는가? 열섬완화를 위한 도시계획 수립단계에서 바람 길을 확보하고, 도시녹지의 계획적인 확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학교숲 조성과 대학캠퍼스 공원화 사업 등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도심 속에 자리 잡은 대학캠퍼스의 공원화 사업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공공 건물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친환경 도시녹지 공간을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캠퍼스 건물이나 아파트 등 대규모 건물 옥상에 정원을 가꾸는 것만으로도 실내 온도가 최대 4℃ 가량 내려간다고 한다. 옥상에 화초를 가꾸면 건물표면의 온도가 콘크리트 표면온도와 최대 8℃까지 차이가 난다. 21세기 말 한반도 기온은 약 4℃ 오르고 강수량은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이 높으면 강수량이 많아져 홍수 가능성이 커지고 폭우로 인해 대규모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된다. 특히 인구가 밀집되고 산업화된 도시지역은 침수, 태풍, 급경사지 붕괴 등에 노출된다.하지만 지금 같이 열섬현상이 지속된다면 이것은 21세기 말이 아니라 더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수 도 있는 재앙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의 삶의 곳곳에 작은 녹지부터 시작하여 자연을 곁으로 끌어오자. △김 교수는 대한민국 도시숲 설계 공모대전 심사위원장,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한국산림휴양학회 회장, 美 버클리대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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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8 23:02

전북을 시장가치로 새로 세우기

소외감에 대해서다.전국적 정치지도자 가운데 또 정부요직 가운데에서 전북인사를 찾기 어렵다.주변에 화가와 국악인,시인이 많지만 작품이 팔려나가거나 공연 때마다 매진될 정도의 문화인도 드물다. 전시회에서 수백만원 호가하는 작품을 친지가 사주었는데도 자신이 대가인체 하듯,전북가치를 과대평가하면서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인가?그러나 대체적으로 소외감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전북출신으로 상대적 차별을 당했던 경험에 기인되었다. 결자해지에 따라 푸대접해온 사람들이 고쳐야 할 사항이지, 도민이 할 일이 없다. 그러나 소외감을 견딜 수없는 상황에서 저들을 비난하고 끼리끼리 술 한 잔하며 속 시원하게 불평하는 게 고작이다. 저들이 피해준 일이 없다며 손놓고 있으면 도민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전북의 미래가 언제 밝아질지 답답한 노릇이다.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이 싫더라도 그들의 산업부품이나 상품을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시장원리다. 전북의 가치를 안사고 못 배기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해서 소외감을 털어낼 수있다. 전북의 가치가 시장거래로 새롭게 보여주면,그 동안 그릇된 선입관에 따라 부당하게 피해를 입었던 전북가치의 진면목이 전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차별해온 자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니 최상책이다. 그 전략이란,고객이 지불하려는 가격보다 더 싸게 파는 원가절감이고,더 좋은 품질의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이다. 잘살게 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문화적 긍지를 회복하는 길이다. 이는 도민이 해결할 과제인데 막연해 보인다.한옥마을에서 중국산이 팔리는 이유는 싸기 때문이다. 강남 백화점에서 여성 핸드백이 엄청 비싸도 사고 싶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지갑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아름다운 가치를 단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처럼 좋은 소식이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 도민 서명운동까지 하려 했었으니 성원하지 않은 자 누가 있으랴!그러나 중앙 관계부처와 여당 인사에게 그 공로를 돌려야 한다. 이는 백화점 명품처럼 느껴서 엄청난 예산을 지불하고 보람을 느끼게 해야,제2,제3의 숙원사업들이 계속 실현되는 길이다. 미래를 위해 도민들도 양보하고 희생해야한다. 도외 손님이 비빔밥 값이 비싸게 느끼면 내려야한다. 농산물과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원가절감을 추구하고 이익마진을 줄이며 근로조건도 회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합의해야한다. 당면한 경제난관을 헤쳐 나가는 길이기도 하다.지금 세계시장이 돈의 홍수에 빠져있다.미국,유럽이 돈을 마구 찍어내더니 일본이 엔화를 풀어 싸게 팔게 되면서 일본기업이 갑자기 떼돈을 벌고 있다. 반면 일본국민은 쪼들리게 됐다.돈 홍수가 국내에 영향이 미쳐 우리산업기초가 휩쓸려가고 있다. 수출이 줄고 매출도 떨어진다. 우리는 초연하여 이대로 살고 싶지만 외국투자가 썰물이고 일자리가 빠져나가고 있다. 아예 문 닫는 기업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역발상,생산가를 낮추어 싸게 많이 팔 궁리로 살아나야 한다. 또 비싼 신제품을 착안해서 사고 싶어 줄서게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사업장을 더 깨끗하고 고급스럽게 하여 돈 내는 게 아깝지 않는 마음이 들게 하라. 변하는 사람만이 소득이 늘어나고 살아남는다. 이런 지혜로 창조경제의 풀뿌리가 튼튼해진다. 아직 고쳐야할 여지는 많다. 농촌에 가면 노는 땅이 늘어나고 힘든 일보다 먹고 노는 게 낫다는 풍조다. 모두가 활용해야할 자산이다. 생산을 늘리고 인터넷 마케팅으로 5~10%만 싸게 팔 수있으면 판매가 늘어난다. 잘 팔리면 전북가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간다. 이제 전북의 가치를 새롭게 세워 소외 받는 시대를 끝내자.△심 원장은 전주고, 성균관대를 졸업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태국대사관 초대 상무관, 경수로기획단 과장, 전략물자관리원장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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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1 23:02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심각한 이유

얼마전 국정원 사태와 관련하여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대학생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의 저항이 뜨거워지고 있다.일부에선 사이버상의 댓글 몇 개 올린 것에 대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개진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부정선거에 의한 당선무효 보다는 재발장비와 처벌에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하다.하지만,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문제는 이렇게 간단히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국민들의 시각이다. 그 이유는 댓글 조작이 여론을 조작하고, 여론의 조작이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에게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기 때문이다.사회심리학자 애쉬(Asch, 1955)의 유명한 실험은 누가 보아도 명확한 상황에서조차 다수가 틀린 답을 이야기할 때 그 틀린 답까지 따라 하는 현상을 보여 주었다. 이를 애쉬효과라고도 한다.즉, 길이가 다른 세 개의 선분 중 어느 것이 기준선과 길이가 같은지 물었을 때, 명백히 B가 정답인데도 다수의 사람들이 A나 C라고 답하면 그 다수를 따라 틀린 답을 이야기한다. 이른바 동조화 현상이라고 부른다.실제 우리나라에서도 EBS에서 직접 실험한 사례 중의 하나가 횡단보도 앞에서 3명이상이 모여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가리키며 쳐다보고 있으면 모두가 따라서 하늘을 보게 된다.이처럼 동조화 현상은 왜곡된 다수의 선택에 이끌려 개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일컫는 말이다. 이 같은 동조 현상이 사이버상에서 더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특히 SNS에서 다수를 점하는 의견이 실제보다 더 다수로 보이고, 소수를 점하는 의견이 실제보다 더 소수로 보여, 다수는 점점 더 득세하고 소수는 점차 사라지는 현상이 SNS 의견 흐름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SNS 내에서 증폭되는 동조 과정을 통해 여론 지각에서 착시나 오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국정원의 댓글조작은 여론의 다수를 점하여 소수의 의견을 왜곡시키면서 유권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는 부정선거 행위라는 사실이다.또한,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하여 서울 경찰청은 대선기간 중 축소 은폐 수사 발표를 통해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유권자에게 명백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선거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앞으로 국정원 사태는 야권의 국정조사 수용 여부에 따라 민심의 대응도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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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24 23:02

명품 전주비빔밥 20만원?

비빔밥 한 그릇에 20만원? 전주비빔밥은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인간의 생활로 승화시킨 선조님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소뼈 육수로 밥을 짓고 각양각색의 서른여섯 가지 계절 나물을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원형대로 차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제5공화국시절 대통령 초도순시 때 7만원을 받았던 예가 있으니 물가 상승률로 보아 20만원이면 놀랄 일도 아니다.일본의 재래종 소 와규(和牛)고기를 재료로 만든 '고베 비프스테이크'는 일인분이 30만원을 넘은지가 오래지만 일 년 전에 예약을 해야 될 만큼 유명한 명품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전통 전주비빔밥은 그 재료로나 정성에서 그에 비할 바 아니다. 그러면서도 명품으로서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명품의 중요 가치인 전통과 품질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넬, 크리스찬디올, 몽불랑, 벤츠, 버버리, 지포라이터,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 명품들이지만 처음에는 하나의 평범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만드는 사람들은 물론 지역주민, 지역정부,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상품에 대한 신뢰도와 명성을 얻기 위하여 꾸준한 노력과 투자를 계속 했다. 고베 비프스테이크도 그렇다지만 10대를 가업으로 이어 온 끝에 세계적인 명품이 된 것이 허다하다. 2010년 일본의 한 조사에 따르면 100년을 넘은 기업이 2만2000개가 넘고 200년을 넘은 기업이 1200여개, 500년 넘은 기업도 40여개나 됐다.우리나라는 기껏 100년을 넘은 기업이 두산, 동화약품, 몽고간장 등 3개에 지나지 않다고 하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명품들의 고향이 모두가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 문화를 사랑하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세계100대 명품 브랜드 가운데 미국이 60%로 1위고 나머지 또한 문화대국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측면을 인정하더라도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에 기여한 노력 또한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와 같은 노력이 오늘날 막강한 미국의 브랜드 파워를 이룩한 셈이다. 경제에 국경이 무너져 내리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좁혀 지면서 지구촌의 소비자는 하나의 세력으로 통합되고 있다. 세계사는 결국 먹거리를 비롯한 명품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만 관광객 유치를 외치고 전북방문의해를 슬로건으로 내 걸면 세계인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리라 생각하는가.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등 3거리를 실속 있게 갖추어 놓으면 사람들은 밀려오게 돼 있다.명품 비빔밥 한 그릇에 20만원이라면 전주를 찾은 관광객에겐 충격일 수 도 있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전주비빔밥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전주가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됐으니 명실공히 성과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기능적인 우수성이나 심미적인 탁월성을 넘어 한 분야의 역사를 구성하고 대표하는 상품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것을 명품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비빔밥은 명품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소재가 된다.다만 그 소재를 형상화 하고 발전시켜 명품으로 만드는 노력이 없고 뒷받침이 없을 뿐이다. 이제 우리도 명품을 생각하고 브랜드파워를 갖추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명품 요정이었던 '행원'복원 논의를 할 만큼 명품에 대한 갈증이 심한 우리다.한 스타일 여섯 가지 소재가 모두 명품이 될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 매년 수백 개의 단체에게 뿌리는 수십억원의 혈세를 아껴 명품연구소라도 만들어 미래를 도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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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17 23:02

이제는 농업생산비 절감이다

도내 올해 첫 모내기가 남원 이백면에서 시작된 이후 2모작 논을 제외하고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요즈음 모내기는 일부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과거와 전혀 다르다. 예전의 논 못자리 대신에 벼 공동육묘장이 역할을 하고 있다. 모심기도 이앙기가 대신하고 트랙터, 콤바인은 물론 광역방제기, 무인헬기를 활용한 농작업이 확대되고 있다. 영농인력의 고령화, 1인당 경작면적의 확대와 농업생산비의 증가에 따른 농업의 기계화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이러한 농업기계화의 종국적인 목표는 농업생산성을 향상시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본력이 확보되고 조직화와 규모화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그러나 농업·농촌의 현실을 자세히 보면 소규모 가족농 형태가 주류인 우리 농업 구조상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 필자는 농업 경쟁력의 핵심은 대규모의 물량 확보, 가격교섭력 제고, 농업생산비 절감 등의 일련의 선순환 작용이 이뤄지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중에서 생산비 절감 즉 비용 절감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자 한다. 그동안 쌀 생산비는 2000년 10a당 53만8000원에서 2012년 71만3000원으로 상승했고 농가 호당 쌀 수익성은 2000년 76만1000원에서 2012년 57만8000원으로 감소해 생산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소득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0년 93.6kg에서 2012년 69.8kg로 감소했으며 올해 예상은 68kg을 밑돌것으로 예측된다.지난해 전북은 62만2000톤의 쌀을 생산해 그 중 80%인 약 50만톤을 타지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생산비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또한 생산비 절감이 중요한 이유는 농가가 다른 농가와 동일한 수취가격을 받더라도 생산비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업뿐만 아니라 각 산업에서도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는 까닭이다.농업생산비 절감 노력과 효과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벼 공동육묘장, 공동방제사업, 농기계은행사업과 들녘별경영체를 육성하여 파종부터 수확까지 생산비 절감을 하고 있다.840동의 도내 벼 공동육묘장에서는 전북도 쌀 재배면적 13만ha에 필요한 90%를 공급하고 있다. 육묘는 장당 337원의 생산비 절감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공동육묘를 통해서 농민에게 연간 119억원의 생산비를 절감해주고 있다.무인헬기는 시간당 최대 10ha를 방제 가능하고, 관행방제 대비 ha당 6만원의 생산비를 절감하고 노동시간을 90%를 절감하고 있다. 특히, 광역방제기는 이상기온과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병해충가 넓은 면적에 순식간에 번졌을 때 매우 효과적인 예방으로 행정에서 매년 사업비의 80%를 장비구입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농기계은행사업은 현재 72개 농협에서 농작업 대행면적 15만5000ha를 실시해 전국에서 최대 규모이다. 도내 쌀 재배면적 13만ha의 1.2배에 해당하며, ha당 생산비 절감 효과가 108만원으로 지난해는1674억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를 나타냈다. 최근에는 지역특성에 따른 들녘별경영체 육성을 하고 있다. 들녘 단위로 집단화·규모화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고품질 쌀 생산형의 경우 100ha 기준 6600만원의 소득증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농산물가격 상승과 농가소득 감소의 원인을 농산물 유통단계와 유통비용 관점에서 많이 논의해왔다. 그 결과 농산물 유통개선과 산지시설 기반구축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고 농산물공동법인과 같은 체계적인 생산조직과 판매조직이 설립되고 있다.이제는 유통단계 축소와 유통비용 절감이 곧 농가소득 증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농업생산비 절감을 통해 농가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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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10 23:02

의료-IT 융합 '스마트 메디컬'

최근 의료산업이 세계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식약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를 286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가전시장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IT 융합기술은 의료산업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의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병원방문 없이 원하는 곳에서 질병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와 사전 예방까지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메디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의료-IT가 접목된 스마트 메디컬 분야는 동작인식기술, 바이오마커, 초소형 의료기기, 스마트폰을 이용한 즉시진단테스트, 스마트 의료 홈 등이 대표적이다. 동작인식기술(Three-axis technology)은 손동작이나 몸짓만으로 다양한 전자기기를 운영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예를 들어 만성통증 환자가 몸을 움직일 때 고통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이 기술을 응용할 경우 신체 움직임을 센서가 자동 감지하고 척수에 미세한 전기를 미리 흘려 실제 느끼는 통증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마커(Bio-marker)는 암세포와 같은 특정 세포만 찾아 치료하는 기술이다. 단백질 분자 내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하는 DNA, RNA를 이용하는데, 정상세포도 함께 손상을 주는 항암치료와 달리 암세포만을 공격하기 때문에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요즘에는 뇌졸중, 치매, 당뇨병에도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래형 초소형 의료기기도 스마트 메디컬의 한 분야다. 이 초소형 기기는 주사기를 통해 신체에 주입되며 신체 외부에서 무선 전자기파로 조종되어 혈관을 타고 움직인다. 약물을 원하는 신체 부위에 전달하고 혈관 내 작은 종양도 제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아직 개발단계이지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봐왔던 장면이 차츰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분야에서 스마트폰의 역할은 상당한 수준에 와있다. 스마트폰으로 혈압, 체온, 맥박, 체지방을 체크하고, 귀를 검사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해 염증이나 이상 여부를 알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즉시진단테스트는 손쉽게 실시간으로 환자의 신체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맞춤형 관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으로 암을 자가 진단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미래건강센터는 스마트 의료 홈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 의료 홈은 가정 공간에 적외선 센서, 컴퓨터, 바이오센서, 비디오카메라 등을 설치해 걷는 모양, 수면 포즈, 행동 원형들을 수집해 건강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다고 말하면 컴퓨터가 몸 상태를 분석해 거실에 있는 LCD를 통해 어떤 약을 복용해야 할지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스마트 의료 홈은 단순히 집을 거주공간이 아닌 건강까지 책임지는 의료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의료-IT 융합기술은 의료 패러다임을 뒤바꿔놓고 있다. 질병이 발생된 후 치료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신체정보를 미리 분석해 질병을 예방하는 선제적 대응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질병이 발견된 경우에는 병소의 최소 부위만 정밀하게 치료하고 고통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또한 진료와 검사, 진단, 치료에 필요한 시간적 공간적 개념도 점차 무너지고 있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가정에서 원터치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는 IT망을 통해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며, 의사는 진단결과를 화면을 통해 설명해주고 처방이 내려지면 집안에 있는 의료기기가 이를 인식해 치료까지 해주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될 날도 머지않았다. 인류는 오랜 세월 건강한 삶과 장수하는 비책을 찾는데 골몰해왔다. 인체 안전성과 신체정보의 엄격한 관리, 의료비 적정성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지만 의료-IT 융합기술은 인류의 생로병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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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03 23:02

정의롭지 못한 사회

경제학에서 많이 알려진 최후통첩 게임 (ultimatum game)이 있다. 최후통첩게임은 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자기가 마음대로 돈을 나누자고 제안하고, 다른 플레이어가 동의해야만 성립하는 게임이다. 협상은 없다. 게임은 단 한 번에 끝난다. 응답자가 제안을 거절하면 어느 플레이어도 돈을 갖지 못한다.이 최후통첩게임에 대한 실험은 여러나라에서 행해졌다. 분배 비율이 50:50인 경우는 대략 양쪽이 다 만족했다. 분배 비율이 70:30인 경우에는 제안이 거절되어 양쪽 모두 돈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위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설이 적용되지 않았다. 돈은 갖지 않는 것보다 한 푼이라도 갖는 것이 낫다는 것이 현대 경제학의 이론이지만, 인간은 반드시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은 남과 비교하며, 상대방이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행동할 때는 손해를 보더라도 응징하려 한다. 공정성 때문이다. 이번에는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를 상대로 공정성에 대한 심리 게임을 하였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다.연구팀은 우선 암컷 거미원숭이들에게 장난감 돈의 사용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가격의 공정성에 대한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원숭이는 장난감 돈을 내지 않고도 맛있는 포도를 받았지만, 두 번째 원숭이는 장난감 돈을 내고서도 맛없는 오이만을 받았다.그러자 두 번째 원숭이는 장난감 돈은 물론 오이까지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첫 번째 원숭이가 돈도 내지 않고 더 맛있는 포도를 받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공정성에 대한 감정적 반응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이처럼 인간은 물론 원숭이들의 공정성에 대한 반응이 본능적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그런데, 불공정한 행위가 반복해서 지속되면 단순한 거부의 행태에서 벗어나 응징의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다. 저항과 혁명으로 점철된 인류의 역사가 그걸 웅변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다.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심각하고 불공정한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선거 개입 의혹을 넘어 서울경찰청의 외압과 증거 자료 인멸 시도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 대선이 과연 공정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설혹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지라도 여당의 후보라는 점에서 지난 대선은 공정하지 않은 선거결과였다 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문제는 앞으로다. 검찰의 국정원 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만약 국민들의 의혹을 씻어내지 못하고 어중간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끝낸다면 우리 사회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고, 국론은 분열될 것이다.앞서도 지적했지만 불공정한 결과를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저항한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권이 이번 사건을 그냥 덮어만 두고 가려고 생각한다면 언젠가 이런 판단이 얼마나 큰 오판이었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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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27 23:02

대통령의 자리, 도지사의 자리

"대통령 못해먹겠다." 비록 오해는 있었을지라도 탄핵의 단초가 되기도 했던 이 말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자리인가를 말해준다. 본의가 왜곡되어 국민에게 전달된다 해도 꼼작 없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대통령 자리다. 이번 윤창중 사건으로 대통령은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났을까. 이 작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따위 짓거리를 했을까 짐작이 가질 않는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미리 정해진 일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도 정신감정 얘기는 거론도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래도 윤창중을 정상인으로 보는 것 같다. 만약 그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면 어떤 면에서 이번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그 과정에 모종의 음모는 없었는가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어쨌든 임명권자로서 박대통령은 유구무언의 처지가 된 셈이다. 서둘러서 사과 성명을 낸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역사적인 외교성과를 거두고도 국민에게 보고조차 못하는 박대통령의 마음은 시쳇말로 홍어속일 거다. 대선이 끝난 뒤 김동길교수는 "감격스럽다"며 한마디 했다. 강하게 보이지도 않고 사납게 보이지도 않고, 그저 여성답기만 한 한 여성이 대통령이 된 것은 가히 한국사의 '기'라고 했다. 인터넷에 올라 온 박대통령 찬가는 '이 나라 이 민족 소원 이뤄줄 당신은 여자 대통령' '당신이 좋아 사랑할래요 누나 같이 포근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토록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고독한 자리요 힘 든 자리다. 사나운 이리 앞에서도 포용의 미소를 지어야 하는가 하면 한잠 이루지 못한 긴긴 밤을 어려운 결단을 위해 지 새야 하는 자리다. 타는 가슴을 식힐 겨를도 없이 전국에서 올라오는 갖가지 현안들을 한 가지도 놓치지 않고 눈 여겨 귀 여겨 듣고 보아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다. 곧 바로 현장을 돌아보는 대통령의 얼굴에서 피로와 외로움이 역력하다. 지방정부 순시도 머지않아 이루어져야 한다. 전주에 오는 길에는 뉴욕동포 간담회 때 입었던 한복을 꼭 입고 왔으면 좋겠다. 대통령과 육영수여사를 함께 보는 느낌일 것 같아서다. 1974년 8월 15일 방송에서는 영부인의 서거를 전하면서 '국모'라는 호칭을 썼지만 당연하다는 듯 받아 들였던 전북이다. 전주에 오면 꼭 약속하거나 확답을 주어야 할 게 많다. 20년을 끌어오면서 겨우 방조제를 지어 놓은 새만금공사는 언제 끝내 줄 것인가? LH대신 주겠다던 기금운용본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북의 성장 동력이 될 식품크러스터와 탄소벨리 지원은? 그리고 휑하니 바람만 스치는 혁신도시는? 도민으로서는 절실하다 못해 애절한 현안들이다. 그 동안 전북도민은 엄청난 상실감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지사는 어느 장관의 말을 빌어 도민들의 패배감과 좌절감을 서운해 했다. 인구가 천여 명 늘고 성장률이 전국평균을 웃돌았으니 자부심과 자신을 갖고 미래를 확신하자고 하지만 자칫 공허한 얘기일 수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험을 김 지사는 어떻게 활용할지도 지켜 볼 일이다. 5조원 예산시대를 현실적으로 구가하려면 지사의 정치 행보도 혁명적인 파격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자리에 결코 못지 않는 지사의 자리가 일신상의 안위나 영달에 묻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웬만한 문제쯤은 덮어주기도 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자리가 지사의 자리다. 도지사와 도민은 마을 이장과 주민의 관계와 같이 가깝고 친근해야 하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선 국회의원도,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도 그리고 현역의 3선도전도 신중하게 회자되는 모양이다. 자리보다도 사람이 문제인 지금이다. 그래서 사람을 뽑아 자리에 앉히는 국민의 의무도 자리만큼이나 무겁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갑을관계 논쟁에서 지사의 자리와 도민의 자리 값을 분명히 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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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20 23:02

오월은 농촌봉사의 달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노천명 시인의 푸른 오월이다. 시인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다. 오월은 겨우내 움츠렸던 모든 생명이 활짝 피어나 산과 들이 푸른 신록으로 무성해진다. 철쭉이 꽃 바다를 이루어 산기슭에 퍼지고 라일락 향기가 바람에 흩날려 계절의 여왕이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편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에서의 오월은'남녀노소가 농사일에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고요한 가운데 사립문이 녹음 속에 닫혀 있다'고 했다. 농촌의 오월은 예나 지금이나 농사일로 가장 바쁘고 고된 시기다. 한 해 농사의 반이 이뤄진다. 못자리 설치로 본격적인 벼농사가 시작되고, 씨감자와 씨고구마를 밭고랑에 묻어야 한다. 고추, 수박 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어야 하고, 콩, 참깨 파종을 해야 한다. 과일은 꽃따기를 해야 된다. 이렇듯 바쁜데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 1980년대까지는 200만호가 넘던 농가수가 1990년에는 177만호, 2000년 138만호, 급기야 작년에 115만호로 20여년 새 반절이 줄었다. 또 농가경영주 65세 이상 비율은 1990년 18.3%였던 것이 작년에는 51.3%로 크게 늘어 2명 중 1명이 환갑을 훌쩍 넘은 어르신들이다. 이제는 알음알음 놉을 얻어 일손을 구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 어느 시인의 글귀처럼 촌은 쓸쓸하다.그나마 다행이도 행정, 기업, 각종 사회단체 등에서 농촌 일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느 지자체는 농촌인력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일력알선을 하고 있으며, 때론 직접 논밭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어느 기업은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해 연중 적기에 일손을 돕고 있다. 각종 사회단체들은 미용, 이발, 장판 도매 등 재능 특기 봉사를 하기도 한다. 농협은 2010년 3월 법무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현재까지 약 30만 명의 사회봉사대상자를 농촌에 일손으로 지원했다. 올해는 약 10만 명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 중 전북에는 5천여 명이 지원될 예정이다. 또 이달 중으로 각 시군지부에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설치 운영한다. 농촌일자리 참여자에 대한 일손 중개, 자원봉사 알선 중개, 사회봉사대상자 농촌인력 지원, 농촌취약 계층에 대한 일자리 알선 중개 등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각 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촌은 인력공급이 계절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인력수급이 늘 불안정하다. 현재 부족 인력은 소규모 민간 인력시장을 통해 공급받고 있으나, 과도한 알선수수료의 부담과 작업 시 발생하는 상해에 대한 보장대책이 없어 농촌인력 공급에 차질을 빗고 있다. 근본적인 농촌인력공급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은 제도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 수립에 앞서, 온 국민이 바쁜 영농철 만이라도 농촌 일손을 덜어 주길 희망한다. 바깥나들이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따뜻하고 밝은 기념일이 이번 달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가족행사, 직장 야유회 또는 체육행사, 각종 워크숍 등도 대부분 이 때 이뤄진다. 이러한 바깥나들이를 농촌과 연계하면 어떨까? 농촌 일손을 거들고 난 뒤의 농주 한 사발은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과 땀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이번 달에는 꼭 고향 부모님을 찾아뵙자. 아이들에게 가족과 농촌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각자의 전문분야를 살려 농촌에 재능기부를 하자. 우리 모두가 함께할 때 농촌은 쓸쓸하지 않고 웃는다. 오월은 농촌봉사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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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13 23:02

공공 보건의료에서 국립대병원의 역할

얼마전 경상남도는 103년 동안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해 왔던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매년 발생하는 40억~60억원의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의료기관 최초로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이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구성하고 민간병원의 공공의료 역할 증대를 모색하고 있어 공공보건의료체계에 지각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보건복지부 2012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5.9%, 공공병상수는 10.4%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공의료기관만으로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는데 한계가 있다. 최근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에 공공보건의료란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명시해 공공의료의 수행주체를 공공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하였다. 즉, '소유' 중심이었던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정의를 '기능' 중심으로 바꾸고 민간의료기관도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이와 같은 공공의료의 개념 변화는 공공의료를 협소하게 이해하지 않으면서, 의료의 공공적 영역을 확장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병원 입장에서는 민간병원에 대한 비교우위와 기능적 차별성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공공보건의료는 의료취약지, 희귀난치성질환 등 민간에 맡기기 어려운 부분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체계를 통해 전체 보건의료를 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서비스들이 공공보건의료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국립대학병원의 공공성 역할은 민간 병원과 역할과 형태에 있어 차별화를 통한 명확한 해답을 찾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한다. 예를 들면 전북대병원은 지역내 거점의료기관으로서 의료전달체계의 정점에서 설립목적인 진료, 교육, 연구분야 뿐만 아니라 공공의료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명이 있다. '전북권역 응급의료센터' '전북지역암센터', '노인보건의료센터'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호흡기전문질환센터', '어린이병원', '장애인구강진료센터' 등은 올해 4~5월 개원해 본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4개의 국책임상시험센터(기능성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및 글로벌 선도)를 운영 중에 있으며 올해 말 완공되는 '임상연구지원센터'를 통해서 병원과 산학연 간 협력관계를 형성해 기초·중개·임상 연구를 지원할 원 스톱(One-stop)연구 지원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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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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