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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절차의 정당성 (Due Process)

오래전 저명한 헌법학자가 미국의 헌법정신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내 생각에는 '정의'나 '자유', 혹은 '평등' '평화' 등의 고상한 가치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뜻밖에도 절차의 정당성(Due Process)이라는 것이었다.처음에는 당황하였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같이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성과 우선주의 사고에 젖어 있는 경우에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절차와 결과 중 무엇을 더 중요시 여겨야 하는가의 차이인데 그 의미와 파장은 매우 크다. 결과가 무엇이되든 그 과정이 정당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와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과만 좋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의 차이이다.개발연대부터 우리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높은 성장률을 이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성장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왔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잘못이 있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정부정책에서 기업경영에서 그리고 모든 조직의 행정에서 그러한 경향이 짙게 나타났다. 오늘날도 그러한 전통이 남아있다.성장률만 높으면 그것은 정치를 잘 한 것이고 그것이 훌륭한 대통령의 조건이고 기업은 훈장을 받는다. 그것이 양극화를 심화시켜 저소득층의 고통을 수반하였는지, 물가를 폭등시켜 서민생활을 어렵게 하였는지 혹은 국가와 공공기업 그리고 기업과 개인의 부채를 얼마나 증가시켰는지는 그리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 그나마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곧잘 비판적 논의가 이루어진다. 문제는 결과가 좋은 경우 잘못된 점이 확실히 발견되었어도 그 과정을 덮어두는 일이 자주 있다는 점이다.예컨대 그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개개인의 자유 그리고 공동체의 신뢰가 손상되어도 이를 가볍게 여긴다. 용산 참사와 같이 재개발을 조속히 성사시키기 위하여 주민 중 일부가 희생되는 일도 감수한다. 이러한 것들은 미국 헌법정신의 기반인 절차의 정당성에 비추어 보면 절대로 용납이 되지 않는 일들이다.가치관은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파나 이익집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을 처리하는 절차의 정당성은 언제나 지켜져야 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모든 정파나 이익집단이나 개인이 쉽게 동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법원의 판결은 항상 절차의 정당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판결결과가 정의로웠는가 여부는 그다음의 문제가 된다. 절차가 정당하였다면 판사의 최종판결 내용이 내 의견과 다르다거나 상식에 어긋난다 하여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만큼 절차의 정당성을 존중하는 것이 미국이다.수많은 갈등과 오해도 대부분 절차의 정당성이 결여된 데에서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많은 과거사 평가도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한 채 성과만 가지고 평가할 때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 아무개 아무개 대통령이 5천년 역사동안 최고였는데 그 이유는 이러이러한 성과를 내었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 과정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고 그러한 일들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요즈음 공기업이나 준공기업이라 할 수 있는 금융기관 등의 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가 그 원인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그것이 맞다면 이 역시 선발절차의 정당성이 결여된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법정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을 모두 갈아치우는 것도 철저하게 인사절차를 무시한 처사이다. 절차의 정당성이 결여되면 일단 갈등과 비리 그리고 기관의 몰락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갈등을 일으키는 많은 경우가 이같이 절차의 정당성이 무시된데 기인한다. 따라서 절차의 정당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갈등해소의 지름길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협력과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도 역시 절차의 정당성을 높이는 데서 시작된다. 절차법을 정교하게 만들고 이를 잘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민주주의도 절차의 정당성(Due Process)을 높이는 중요한 사회적 기술의 하나이다./ 강철규 (우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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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03 23:02

[전북칼럼] 음주운전은 살인행위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여고생 2명 사상'이라는 글은 금년 7월에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언론의 기사제목이다.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생명이 희생되었으니 얼마나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일이며, 특히 유가족은 평생을 자식 잃은 슬픔속에서 우울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인도나 횡단보도를 정상 보행하고 있는데 음주만취 차량이 돌진하여 죽거나 중상해를 입는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얼마나 끔찍하고 억울한 일인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여 나도, 내가족도 그리고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도 어느 순간 이런 어처구니 없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젊은이들은 결혼도 해야 하고, 자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식이 커서 결혼하고, 손주 나는 것도 보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할 하늘이 내려준 권리(천부적 권리)가 있는데, 아무런 원한도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음주운전자의 실수로 인해 인생이 끝장나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운가.이런 음주 교통사고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까. 통계에 의하면 1년에 1000명 이상이 음주 교통사고로 사망한다고 하니 살인사건보다도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살인사건에는 많은 불안과 공포를 갖지만 정작 교통사망사고에 대하여는 무신경한 면이 너무 많다. 살인사건의 피해를 당하여 죽는 것이나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것이나 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큰 슬픔임에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이처럼 중대한 범죄인 음주 교통사고를 없애려면 차를 운전하지 않으면 되겠지만, 현대의 직장은 일부 현장 근로자나 내근 사무직을 제외한 다수의 직장인이 근무 중 출장을 통하여 업무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자가운전을 해야 하는 것은 직장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즉,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다니는 회사에서 퇴사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한 현실이다.한편, 전북경찰 통계에 의하면 전북지역에서 작년 한 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건수는 1만 1천여건으로 2009년 대비 7%가 증가하였으며, 이는 전북지역에서 매일 평균 30명 이상이 음주단속에 적발되었다는 것을 뜻한다.현재 한 경찰서에서 매일 도로 1~2곳을 지정하여 음주운전을 단속하는데도 30명 이상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되니 만약에 모든 도로에서 단속한다면 단속된 음주운전자수는 아마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이처럼 음주운전이 우리 사회 저변에 만연하고 있는 이유는 유독 우리나라가 음주 및 음주운전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관대하게 생각하는 음주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음주 운전자 스스로도 단속 당하면 재수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죄의식이 미약한데 기인한다.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음주 사망사고는 곧 타인을 상대로 한 살인행위인 중범죄이므로 반드시 감소시켜야 하는데, 감소시키는 방법은 입법적으로 처벌 형량을 크게 강화하여 음주운전이나 음주운전사고를 내면 재산적으로, 신체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생겨 법이 무서워 음주운전을 못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행법내에서는 유관기관 및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음주운전의 폐단에 대한 홍보 및 지도계몽을 통하여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재무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우리 모두 술마시는 자리에서 음주운전 하지 않도록 홍보하다보면 우리 주변에 음주운전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오늘도 홍보 많이 하고 행복한 하루됩시다./ 이상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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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26 23:02

[전북칼럼] 가정법원 역할의 변화

전통적으로 법원의 업무는 민사사건이나 형사사건에 비중을 두고 이루어져 왔으나, 근자에 이르러 가정과 소년의 문제를 다루는 가사재판의 중요성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다.이것은 우리 사회가 급속히 증가하는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문제와 함께, 지나친 경쟁과 가정교육 부재로 늘어가는 청소년 문제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방치한다면 사회의 기초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종래 가정법원의 역할이나 재판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법원이 단순한 재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국민의 진실한 후견인으로서 사건에 내재한 국민의 고통과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여 그들이 건강한 가정과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치유적, 복지적 관점에서 사건을 풀어 나가는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하여 대법원은 우선 접근이 용이하고 한층 더 수준 높으며 전문화된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끔 서울에만 있던 가정법원을 확대하여 금년 4월 11일 부산가정법원을 개원하였고, 내년부터는 대전, 대구, 광주 등에도 설치하며, 향후 전주를 비롯한 주요 도시 대부분에 순차적으로 가정법원을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최근 민법 및 가사소송법을 개정하여, 자녀의 친권자양육자뿐만 아니라 양육비나 면접교섭의 문제까지 확정짓지 않고서는 이혼이 불가능하도록 이혼제도를 개선시키고, 양육비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하여 '양육비 직접지급명령', '담보 제공명령', '일시금 지급명령' 제도 등을 도입함으로써,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한 것도 이와 같은 가정법원의 역할 변화에 따른 노력의 일환이다.그러한 인식변화에 발맞추어, 법원에서는 종전에는 보지 못하였던 다양한 제도들이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법원의 후견적 역할을 강화하여,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여 미성년 자녀가 있는 재판 당사자에 대하여는 부모교육을 받도록 하고, 그들로 하여금 양육사항에 관한 의견을 서로 교환하는 양육수첩을 스스로 작성해 보게 한다든가, 솔루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자녀상담, 부모상담, 부모 또는 자녀에 대한 심리검사, 심리치료 등을 시행하는 것 등이다. 법원이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정기적인 협의체회의를 통하여 의사소통방법 등에 관한 의견교환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해결 법원을 지향하는 의지의 모습이다.소년재판의 변화를 보면, 먼저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소년에 대하여 또래 청소년들로 구성된 청소년 참여인단의 진행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적합한 부과과제를 선정하여 이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보호처분을 하지 않고 심리불개시 결정을 하여 사건을 종결하는 청소년참여법정제도가 눈에 띈다.합의나 피해변제가 필요한 사건에서 갈등해결 전문가의 주도로 가해 소년 및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화해시킴으로써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 소년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돕는 화해권고제도나,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의 보호능력이 미약한 경우 법원이 위촉한 자원보호자에게 보호소년을 위탁하는 소년자원보호자 제도 등의 도입도 소년보호사건의 분쟁을 또래 및 지역사회에서 함께 풀어 나감으로써 파괴된 가해소년과 피해자 및 사회공동체 사이의 관계 복원에 일조하고자 하는 법원의 한 단면이다.앞으로도 가사소년재판과 관련하여, 사회복지기관, 행정기관, 대학 등의 지역사회와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청소년쉼터, 보육시설, 소년자원보호자, 범죄예방위원, 보호관찰소, 소년원, 건강가정지원센터, 국선보조인 등 많은 유관기관 및 민간 기관과의 의사소통에 의한 유기적 협력과 공조를 더욱 증진함으로써,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업무를 없애고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하여 각 기관의 좋은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재판에 적극 활용하게 될 것이다.이와 같은 긴밀한 연계를 통하여, 가사소년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가정법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가정법원이 후견적복지적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지역사회 내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굳건히 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고영한 (전주지방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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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19 23:02

[전북칼럼] 전라북도 건강지도(健康地圖)

우리 사회가 먹고 살만해지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 더불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수명은 늘어났으나 병상에 누워서 부양받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가족은 물론,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안긴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짧게 앓고 죽을 수는 없을까?이런 맥락에서 최근 건강지도라는 개념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건강(健康)이란 일반적으로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말하는데,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지역민들의 건강상태를 알기 쉽게 그려 놓은 것이 바로 건강지도(健康地圖)이다. 이것은 '건강성과, 질병예방, 의료효율성, 의료공급 등 각종 의료와 관련된 데이터를 토대로 지표를 만들어 지역별 건강점수를 매긴 것'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건강정책 등을 수립시행하는데 있어 지역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 건강지도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 싶다.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2010년도)에 의하면 전라북도내 의료공급량은 전국 상위권인데 도민들의 건강지수나 질병예방 성과, 중증질환 환자의 도내 의료기관 이용률 등은 타 시도에 비해 우수하지 못하다. 이는 인구대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은 많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만의 노력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과제다.이제는 지방정부가 나서서 건강을 챙겨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민들의 건강과 의료수준을 높이는데 좀 더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공약에 의료나 건강은 별로 없다. 한결같이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건설 등 하드웨어적인 공약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암환자가 많이 발생해도 만성질환에 걸려 삶이 곤곤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시장, 군수, 도지사를 탓하지 않기 때문이다.지금부터라도 우리 전북도민들을 위한 바람직한 건강지도를 그려야 한다. 우리 전라북도의 자연환경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정지역에 속하지만 단지 산 좋고 물 맑다고 주민들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에서 어떤 건강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지역민의 건강이 좌우될 수 있다.현재 전개되고 있는 고령화된 사회에서는 지역적으로 생활습관병에 대한 예방활동이 잘 이루어지고 체계적인 의료전달체계와 우수 의료기관을 가진 지역이 살기좋은 지역이 될 것이다. 지역건강은 단순히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공급량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지방정부에서 해야 될 일은 고혈압, 당뇨, 암 등 생활습관병에 대한 적극적인 근거중심 보건의료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첫째, 건강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대책수립에 연계하는 것이다. 둘째, 이를 위해 질병예방을 중요시하고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보험자, 의료기관, 언론매체, 비영리단체 등 모든 관련 기관의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즉, 건강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목표와 서비스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정책의 기조위에 지방정부는 중증질환자와 응급환자 진료에 있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앞장서야 한다. 예를 들어 도내 어떤 도시는 비슷한 인구를 가진 원주, 진주, 양산 등과는 달리 상급 종합병원이 없어 응급환자 및 중증질환자가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 이 곳은 지역내 중증환자 진료율이 2%대로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은 표준화사망률(인구 10만명당 한 해 사망자수) 등 각종 지표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건강수준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가중됨은 물론 지나친 의료비의 관외 유출로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산업단지 유치와 같은 가시적인 분야도 중요하지만 전라북도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지원이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의 선거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건강지도를 그릴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에게 한표를 던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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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05 23:02

[전북칼럼] 시장경제의 진화

아나톨리 칼레츠키는 그의 최신저서 '자본주의 4.0'에서 2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는 대처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를 지칭한 자본주의 3.0을 넘어서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4.0은 아담스미스 이후의 자유방임의 시장근본주의도 아니고 뉴딜정책 이후 정부 개입이 증가한 수정자본주의도 아니며 민영화와 규제완화의 신자유주의는 더더욱 아닌 적응성 혼합경제 시스템일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시장과 정부 중 양자택일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적응하는 유연한 경제라고도 하였다.칼레츠키는 시장과 정부가 다같이 완벽하지 않으므로 서로 협력하는 혼합경제로 진화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미래의 자본주의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오늘날 지구상의 거의 모든 경제는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한가지가 아니다. 정부 개입 정도에 따라 4개의 시장경제로 분류할 수 있다.첫째 시장경제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시장중심주의 혹은 시장근본주의, 둘째 능력에 의하지 않고 투기와 범죄를 자행하는 경우만 국가가 개입하자는 능력주의, 셋째 시장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과 노약자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 이익이라는 복지주의, 그리고 넷째 인종, 성별, 장애, 기타 초기에 불평등한 구조적 요소를 그대로 두고 자유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므로 가능한 한 정부가 개입하여 초기 조건을 비슷하게 하자는 시정주의 시장경제가 그것이다.시장주의는 프리드먼(Friedman)이나 하이에크(Hayek) 등이 주장하고 있고, 능력주의는 노직(Nozick), 복지주의는 롤스(Rawls), 시정주의는 센(Sen)이나 드워킨(Dworkin) 등이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개입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모두 시장경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이미 개발 초기부터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세워 성장을 주도하였던 시대가 있었다. 지난 90년대부터는 정부개입의 부작용을 발견하고 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우리 경제는 이제 복지증대와 불공정 시정 등과 관련하여 정부의 개입을 더욱 늘여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급증한 단계로 진화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위 4가지 시장경제로 평가하면 아마도 복지주의 초기 단계정도의 시장경제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동안 고도성장이 총량으로는 성공하였을지라도 과정이 불공정하였거나 그 결과가 양극화를 넓혔고 일반 국민의 생활의 질을 크게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자본주의 4.0단계의 요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2000년대 초부터 지난 10여년간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복지를 늘려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2007년 GDP대비 공공사회 지출은 OECD 평균 19.6%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7.5%에 머물러 있다. 이 수준은 세계 최고의 프랑스(28.4)스웨덴(27.3)독일(25.2) 등은 물론 복지 수준이 비교적 낮은 일본(18.7)미국(16.2)에 비하여도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 있었던 학교 급식을 둘러싼 서울시 학교 무상급식 투표에서도 명백히 들어났듯이 국민의 복지 요구 수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복지 포퓰리즘과 같은 정치적 논쟁에 치우치고 있다.앞으로 보다 진지한 논의를 거치되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그 정도는 예산배정에 달려있다. 주어진 예산 중 얼마만큼을 복지부분에 할애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선진국 수준 그 중에서도 미국일본 수준이냐, 유럽수준이냐, 아니면 스칸디나비아 모델 수준으로 가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어느 부문의 예산비중을 조정하여야 하는지 생각할 문제이다. 예컨대 과거에 중시하였던 경제개발 부분에서 얼마나 줄여야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또한 자유롭고 공정해야 할 시장경제가 반칙에 의해 독과점 초과이익을 남기고 있다면 반칙규제를 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재정수입을 늘릴 뿐 아니라 고용과 소득격차를 감소시켜 양극화도 축소시킬 수 있다. 이는 복지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강철규 (우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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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29 23:02

[전북칼럼] 가정의 행복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옛 경구중에 '가화만사성' 즉, 가정이 화목(행복)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주는 교훈은 가정의 행복이야 말로 모든 일의 근본이며 사회를 평온케 하여 국가발전에도 기여하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그런데, 결혼이라는 것은 가치관, 성장과정, 생활습관, 재산정도 등이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기에 많은 갈등이 생기는 것이고 이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할 것이다. 옛날 어른들이 '결혼은 서로 수준이 맞는 사람끼리 해야 잘 산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측면이라고 보여진다.필자도 결혼 당시는 시골촌놈이 서울여자를 만났으니 얼마나 서로 달랐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입장만 고집했기에 부부간의 갈등이 자주 발생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 모든 갈등은 필자가 조금만 아내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양보했더라면 쉽게 극복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필자의 좁은 마음으로 인해 우리 부부는 '어린시절 엄마아빠는 자주 싸웠다'고 하나뿐인 딸이 기억할 정도로 갈등을 많이 겪었다.그러던 중, 2001년 필자는 큰 사고로 약 5개월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기간 중 필자를 걱정하며 필자에게 헌신하는 가족을 보면서, 출세만을 지향하며 소중한 가족을 방치했던 나의 생활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과 행동의 작은 변화로 나타나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 주었으며, 내 스스로도 현실에 만족할 줄 아는 겸손함이 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필자의 가정이 항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 초기에 비하여 행복한 날들이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그렇다면 가정의 행복을 다지기 위한 초석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으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요소는 부부간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이해심이라고 생각한다.요즈음 필자는 일상생활에서 주말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내에게 존칭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서로가 필요에 의하여 가사를 분담한다. 심지어 설거지나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일은 내가 도맡아서 한다. 결혼 초창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관심이고 사랑이다. 부부에게 공통의 시간과 취미를 함께한다는 것은 백년해로의 전제조건일 것이다. 또한,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이다. 이렇게 서로 배려하다 보면, 반말을 사용할 때에 비해 언성을 높이지 않게 되므로 자연히 부부싸움이 줄어든다. 존댓말로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가사를 분담한다는 것은 이해심이다. 가사분담은 크게 티나지 않는 가사노동이 사실은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 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필자는 경찰직에 몸담으면서 서장이라는 책임자로 있었던 6년간 직장 동료들에게 '가정도 추스르지 못하는 가장이 직장에 나와 민원인과 직장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가식적인 것이다. 조직에서 인정받으려면 가정에 최선을 다하는 가장이 되자, 가장은 권리의 상징이 아니고 의무만 듬뿍 안는 위치이다'라고 누차 강조했었다. 나의 말 덕분인지 수백명이나 되는 동료들 중 나와 함께 근무하는 동안 이혼 등 심각한 가정사를 겪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이 글을 보며 혹시라도 지금까지 자신이 가정에 무심했다고 생각되는 독자분이 있다면 바로 아래의 내용을 행동으로 옮겨 보는 것이 어떨런지.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자.부부간에는 존칭을 생활화하자.부부가 가사를 분담하자.실천하는 순간, 당신의 가정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상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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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22 23:02

[전북칼럼]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단상(斷想)

형사재판을 이야기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배심재판을 떠올린다. 이는 미국의 법정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우리의 기억을 선점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멋진 제스처와 그럴듯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열띤 공방을 벌이는 검사와 변호사의 모습이나 직업과 기질이 서로 다른 배심원들이 오랜 시간의 토론과 설득을 통하여 만장일치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진한 감동을 남긴다. 이런 연유인지 몰라도 우리의 뇌리 속에는 영미식 배심재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형사재판을 하는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입되어 2008. 2. 첫 재판을 시작한 이래 벌써 4년째 접어들고 있다.미국과는 달리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살인, 강도, 강간 등 중한 범죄 에 한정되어 있고 피고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음에도, 실제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된 건수가 2008년 64건에서 2009년 95건, 2010년 162건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올해는 7월까지만도 벌써 134건에 이르고 있음을 볼 때 국민참여재판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국민참여재판은 비전문가인 배심원들에게 증거와 법원칙을 하나하나 설명해 가며 진행해야 하는 만큼 그 진행은 일반 형사재판에 비하여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일반 국민의 경험과 양식, 일상적 체험과 다양한 직업, 연령, 성별, 취향을 종합하여 상식에 맞는 결론을 도출한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그런데 국민참여재판을 참관하고 있노라면 무엇보다도 국민참여재판이야말로 공판중심주의, 집중심리주의와 같은 형사소송법의 제 원칙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재판임을 실감할 수 있다. 피고인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 1건에 대하여 하루 종일 밤늦게까지, 심지어는 며칠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과 변호인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고 적극적인 방어를 펼칠 수 있다. 배심원은 법정에서 제시되는 모든 증거들과 증인의 증언, 그리고 검사와 변호인의 설명과 의견을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들으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참여재판은 가장 원칙에 가까운 이상적인 형사재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을 저질렀다고 기소된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일반 형사재판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도 있다. 합리적 의심을 강하게 일으킬 수 있다거나 통상인의 정서에 비추어 수긍할 만한 정황이 있어 배심원단의 설득이 가능하다고 예상한다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은 법률종사자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선정될 수 있다. 배심원후보자는 그 법원 관할구역에 살고 있는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되며, 기일에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의 질문을 통하여 배심원으로 선발된다. 전주지방법원에서는 정식 배심원으로 선정된 자가 아니면서 국민참여재판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림자배심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다 많은 도민들이 그림자배심원으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여 민주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껴 보기를 권하고 싶다.(http://help.scourt.go.kr/nm/minwon/pjudgement/TVSaList.work).이제 법관에 의한 재판은 국민 모두에 의한 재판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국민의 사법 참여는 거부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다. 국민과 법관이 죄 없는 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것을 함께 막아내고, 죄 있는 자의 형량을 정하는 데 함께 고민해 보며, 법원에 일반 국민의 눈높이를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앞으로 국민참여재판이 특정 중대범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형사사건에 대하여 확대되어 국민의 사법참여 기회가 더욱 늘어나고, 형사재판이 좀 더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발전되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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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15 23:02

[전북칼럼] 무더위에 지친 심신 재충전, 피로야 가라!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살인적인 무더위와 함께 응급치료를 필요로 하는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는 시기다. 일사병, 열경련, 열실신, 열탈진 등 온열질환은 고령자와 어린이, 야외근로자, 고혈압심장병당뇨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 더욱 취약하다.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온열질환 환자의 50% 정도가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집중됐으며 실외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낮에는 되도록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실외에서 작업하는 경우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가 필수적이다.또한 낮 동안의 찜통더위가 열대야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불쾌지수와 식중독지수, 자외선 지수 등이 치솟아 고령자 등 안전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위험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이와 같은 육체적 피로에 삶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가 합쳐지면 우리 인간의 몸은 더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지친 심신의 피로는 인간의 몸을 힘들게 하지만,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함으로써 풀어지는 것이다.충전(充電)은 원래 물리학 용어로 사전적인 의미는 축전지나 축전기에 전기 에너지를 축적하는 일을 뜻한다.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인식된 의미는 휴식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거나 실력을 기르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날마다 충분히 쉬어야 그날의 피로가 풀리고, 그 다음날 열심히 일할 수 있다. 방전이 된 휴대폰 배터리는 아무리 좋아도 다시 쓰지 못하는 것처럼.매일매일 충전이 필요하듯 1년을 두고도, 더 크게는 인생을 놓고 볼때도 어느 정도의 휴가 기간과 반복적인 일상을 떠나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동안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고 늘 하던 일과 다른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의미있는 충전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필자의 주변 사람들을 보면, 충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오리고기, 개고기 등 보양식을 선호하기도 하고, 독서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정신적인 휴식을 통해 심신을 충전하기도 한다. 신앙생활을 하며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심신을 달래기도 하고, 자전거 타기, 등산 등 취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요즈음은 취미활동으로 색소폰 등 악기를 배우는 인구도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자신이 실행함으로써 도움을 받고, 편안함을 느끼고, 재미가 있으면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충전방법일 것이다. 필자는 시간이 날 때 마다 동네 뒷산을 걷기도 하고, 가벼운 산행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음악회나 전시회에 다녀오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을 벗어난 활동이 열정을 갖고 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심신이 피로하고 스트레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시기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올 여름 휴가기간 동안 꼭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요즈음 배터리를 고속 충전하는 스마트폰 충전기가 인기란다. 지친 심신을 고속으로 충전하는 자기 몸에 맞는 맞춤형 충전방법을 휴가기간 동안 꼭 아 지친 기력을 회복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멈춰주지 않는다. 피로야 가라!/ 김영곤 (전북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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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08 23:02

[전북칼럼] 경제는 잘했다는데…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대표가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4년차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하여 "경제와 외교는 잘했는데 정치와 인사는 잘 못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다. 평가는 자유이지만 여당의 대표가 한 말이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경제는 잘 했다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이 대통령은 747 공약을 걸고 경제대통령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경우이다. 홍대표가 경제는 잘했다고 한마디로 공언했을 때 이는 MB가 경제대통령으로 성공하였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홍대표의 이러한 평가는 아마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한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2.9%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6.2%의 성장률을 나타낸 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한 결과라고 해석한 듯하다. 그러나 경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발이었고 다행히 지난 정부까지 10여년간 적극적인 재벌정책의 덕으로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매우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외국에 비해 회복이 빨랐다고 볼 수도 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경제를 잘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몇 가지를 들어보자.첫째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물가가 폭등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물가는 지난 3년간 평균 3.5% 상승하여 지난 정부 5년 간 평균 2.9%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올해에는 당초 3%에서 4%로 목표를 높여 잡고 있다. 지난 6월 물가만 놓고 볼 때 4.4% 상승으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물가를 나타냈다. 그리고 서민 생활물가를 보면 그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는 월급을 깎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삶의 질을 끌어내리는 경제평가의 중요지표가 된다.둘째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상위 소득계층 20%를 하위 소득계층 20%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7.7배로서 이는 5년전 6.6배에 비하여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지난 3년간 이러한 격차는 현격하게 늘어났다. 가계소득뿐 아니라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중앙과 지역간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는 사회불안 요인으로써 화합과 통합을 어렵게 하고 신뢰라는 사회가치를 무너뜨린다.셋째 가계부채, 재정적자, 금융부채 등 3대 부채가 위험수준을 넘었거나 위험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어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가계부채는 1000조에 육박하였고 재정적자는 400조원대로 정부예산의 34%를 넘어서고 있으며 그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리스아일랜드이탈리아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재정적자 위기에서 보듯이 시스템 위기로 폭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스러운 요인이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 사건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융부실 채권도 크게 늘어나 이 역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하다.물가상승과 양극화와 3대 부채를 놓고 볼 때 경제를 잘 했다는 말이 무색하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정책실패가 중요 원인이다. 물가상승과 수출-내수간 양극화 확대의 중요한 원인은 고환율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화환율을 높게 유지함으로써 수출은 촉진되었으나 수입원자재를 비롯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국내물가가 폭등한 것이다. 재정적자는 전투하듯이 밀어붙인 4대강 사업 등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수자원공사와 LH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의 적자까지 포함하면 재정적자는 더욱 위험한 수준으로 올라간다.특히 공정경쟁 및 산업정책면에서 보면 재벌의 지배구조와 같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거꾸로 규제를 풀어놓음으로써 재벌의 계열사는 크게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더욱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재벌을 살리고 중소기업을 죽이는 정책방향을 잡은 것이 문제이다. 그것이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는데 약간의 기여는 하였을지 모르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장기성장 잠재력을 해치며 상생이라는 신뢰경제의 바탕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경제는 잘했다는 말이 결국 무지의 소치이거나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여당 대표로서 대단히 경솔한 발언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강철규 (우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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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01 23:02

[전북칼럼] 행복의 기준

모든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생활하기를 희망하고 이런 행복을 위해 자신의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되는 일도 없어서 살기가 힘들다', 즉 불행하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물론 최근의 국내외 경제여건이 과거에 비하여 좋지 않기에 이런 얘기가 사실임에는 틀림없다.하지만, 위와같은 이야기를 듣고 내가 스스로 반문해서 얻은 결론은 지인들이 내린 결론과 정반대인 과거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다소간 힘들지 모르지만 '행복하다'이다. 왜 이런 정반대의 결론이 나는 것일까. 이는 행복을 평가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대한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이해된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행복의 조건을 주변사람과 비교한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중점을 두는 측면이 강하며, 이런 잣대로 행불행하다는 등식을 내세우다 보면 진정 큰 행복을 가진 전북도민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우리나라는 60여년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수출규모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였고, 동남아는 물론 최근에는 유럽에도 한류열풍이 부는 등 세계가 한국의 성장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정반대로 세계 68위, OECD 34개국 중 26위에 머무는 등 행복해 보이지 않는 나라로 남아 있다. 또한, 세계의 최빈국인 방글라데쉬 국민들이 행복지수가 높다는 사실이나 실제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어린아이가 행복의 표현인 웃음을 1일 300~400회 정도 웃지만 정작 가진 것이 많은 성인은 하루 평균 10여회 웃는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행복의 조건이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으로 평가되지 않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필자가 나름 생각하는 행복을 위한 기준, 또는 조건은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 행복을 얻기 위해 자신이 하는 노력에 방점을 둔다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첫째, 힘들었던 과거와 비교하는 지혜를 통하여 행복을 얻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급성장해서 먹는 문제가 해결된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난 대다수의 도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가난의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너무나 삶의 질이 윤택해졌다. 그렇다면 자신의 현실이 괴롭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일이 발생한다면 주변사람들을 볼 것이 아니라 먹는 문제로 고생했던 과거와 비교하게 된다면 다소간 괴로움이 사라지고 행복이라는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둘째, 행복을 얻기 위한 노력을 통하여 행복을 얻는 방법이다. 전보다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과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는 행복의 중요한 열쇠다. 그렇지만 막연히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집중하다보면, 현재의 행복을 놓치기 쉽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행복을 찾고 조금씩 음미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필자는 20여년의 공무원생활을 마감하면서 6개월의 공로연수 기간을 일정한 직업이 없는 실업자 신세로 지낸 경험이 있다. 직장생활 중에는 휴일이 그렇게 좋고 근무하면서도 휴일이 기다려졌지만, 막상 긴 휴식기간이 부여되었어도 이 시간을 제대로 활용치 못하고 방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즉, 직장에 근무할 때는 힘들고 먹고 살기 위해서 직장을 다닌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는 노동(직장생활)이 주는 즐거움이 매우 컸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리를 알았을 때는 이미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재직시 알았다면 더 행복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을텐데.어떠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잠시 지나면 소멸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큰 집이나 새 차를 사면 그 순간은 너무도 기쁘지만 몇 개월만 지나면 그것이 일상이 되듯이 행복이라는 결과물도 같은 이치로 보여진다.따라서, 행복이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진행시킬 때 행복이 커지며 결과물도 더불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행복이라는 선물을 우리 각자가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런지. 전북일보 독자여러분! 오늘도 행복하고 힘찬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이상선 변호사는 완주 출신으로 익산 남성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 육군 법무관으로 전역한 후 경찰에 특별 임용됐다. 1999년 총경으로 승진, 전북 6개지역 경찰서장과 전북지방경찰청 과장을 두루 역임한 후 지난해 퇴직(계급정년)했다. 현재 전주 온고을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이자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전북도의사회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상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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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7.25 23:02

[전북칼럼] 전자소송 시대의 개막

금년 5월부터 민사소송 분야에서 전자소송이 시작되었다. 전자소송이란, 당사자가 소장 등의 소송서류를 전자파일로 제출하고, 이메일 등으로 전자송달이 이루어지며, 법원은 기록을 전자적으로 관리하여 법원과 당사자가 전자적으로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소송진행 방식이라 말할 수 있다.법원은 그동안 사법정보화의 영역에서도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이미 판례, 법령 등의 데이터베이스화를 마쳤고, 사법부 업무 전반의 각종 프로세스를 웹 기반으로 표준화하였으며,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종합 포털사이트를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이러한 기반위에 법정 중심의 재판을 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도 완성된 형태인 전자소송이 드디어 그 막을 올린 것이다. 가히 우리 사법 역사상 큰 획을 긋는 하나의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종전에는 국민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소장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하려면 법원을 방문해야 했다. 소송비용도 우체국 또는 은행을 방문하여 납부한 후, 확인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해야 했다. 소송기록을 보려면 법원을 방문하여 기록 열람 신청을 하여야 했고, 집에 가서 검토하려면 필요한 부분을 복사해야만 했다.법원에서도 제출된 소송서류를 상대방에게 보내거나 변론기일 통지서를 송달할 때에는 우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매 사건의 서류가 제출될 때마다 편철작업을 거쳐 종이기록을 만들었다. 판사들도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기록을 넘겨가면서 사건을 검토했다. 사건에 관하여 합의를 할 때에는, 두꺼운 소송기록을 탁자에 쌓아 놓고 필요한 부분을 확인해 가면서 토론을 했다. 재판 때에도 법대 위에 방대한 소송기록을 올려놓고 서류더미를 뒤적거리는 모습을 법정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그러나 전자소송 시대에는 이 모든 것들이 더 편리한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난다.당사자는 소송서류를 인터넷으로 접수할 수 있고, 그 즉시 접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소송비용도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모든 서류가 이메일로 실시간 전송되므로 우편배달에 걸린 시간만큼 재판기간이 단축된다. 종이기록은 사라지고, 이제 모든 기록은 전자파일로 법원 서버에 저장된다. 기록은 아무 때나 볼 수 있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자기 재판에 의문난 점이 생각나서 기록을 확인하고 싶다면 인터넷에 접속하면 된다. 법원에 가서 기록 복사를 해 올 필요 없이 집에서도 얼마든지 해당부분을 출력할 수 있다. 국민들의 편익이 그만큼 증가한다.판사실의 풍속도도 바뀌었다. 종이기록 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사건에 관한 합의를 한다. 법정에서 재판을 할 때도 법대에 쌓아 놓은 기록들은 모두 없어지고, 모든 기록의 내용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법정에 비치된 스크린에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전자소송은 모든 국민들에게 항상 열려 있다. 대법원 전자소송사이트(http://ecfs.scourt.go.kr)에 회원가입을 하고 공인인증서를 등록하기만 하면 누구나 전자소송으로 사건을 접수할 수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는 1만 건 이상이 전자소송으로 접수되었고, 전라북도에서만도 현재까지 270여 건의 전자소송이 접수되어 진행되고 있다. 전자소송의 인지대를 종이소송보다 10% 할인하여 주는 내용이 담긴 법률이 지난 달 29일 국회를 통과했으므로, 조만간 그 법률이 공포 시행되면 앞으로 전자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지난 6월 중순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한 30여개국 대법원장들은 우리나라의 전자소송 시스템에 대해서 모두 감탄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것은 이미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법원에서까지 전자소송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 놀라는 모습이었다고 한다.외국에서도 일부 전자소송을 시행하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 기록을 전자파일로 만들어 보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체 개발한 전자소송시스템은, 위와 같이 실시간으로 재판의 진행 과정을 확인하고 기록을 열람할 수 있으며, 의견을 즉각 제시할 수 있으므로, 그 경쟁력에 있어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고 할 수 있다.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 전자소송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대법원에 사법정보화 관련 공동회의, 세미나 개최, 양해각서 체결 등을 통한 협력관계를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노력한 결과 정보통신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의 사법제도도 뒤늦게 외국으로부터 도입되어 시작되었지만 우리가 만든 새로운 전자소송 시스템을 세계에 수출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드라마, 가요 등 대중문화뿐 아니라, 사법정보화의 영역에서도 또 하나의 한류(韓流) 실현이 이루어질 것이다.전자소송 실시를 계기로 우리 사법의 모델이 세계 사법을 선도하는 시대가 오기를 염원해 본다.*고영한 전주지방법원장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 21회 사법시험(연수원 11기)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서울지법 부장판사법원행정처 건설국장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현재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영한 (전주지방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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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7.18 23:02

[전북칼럼] 나는 의사다!

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화제다. 가창력과 음악성은 인정을 받지만 방송 출연 기회를 많이 보장받지 못하던 쟁쟁한 가수들이,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경쟁하면서 시청자들은 '귀의 호강(?)'을 실컷 누리고 있는 중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교체, 그리고 인터넷을 둘러싸고 벌어진 설전 등 다소의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우리 의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가수들 모두가 처음에는 즐기면서 노래를 불렀지만 톱클라스 가수인 K씨가 탈락의 위기에 놓이자 모두 혼란에 빠졌고 예능 프로그램이 진검승부로 바뀌었다. 결국 진지하지 못한 그는 탈락하고 말았다. 중견가수로서 별다른 고민없이 자존심과 자만심으로 생활해 왔을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나는 가수다'는 오히려 좋은 도전이었을 것이고 성장과 발전은 물론 겸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탈락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은 그들을 몰입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이라는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실력있는 중견가수들의 새로운 변신은 가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신선한 충격이었다.필자는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우리 의료계도 의사들이 "나는 의사다"라고 외칠 수 있는 무대에 서있는 것인지, 의사로서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지 생각해 본다. 의사들의 사명은 기본적으로 생명존중의 정신을 기반으로 진료, 교육, 연구를 통하여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것이다.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가슴으로 아파하고, 건강을 회복한 환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환자와 그 가족들과 함께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이제는 우리 의사들과 의료계도 "나는 의사다", "우리는 인술을 베푸는 의사다."라고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신뢰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의사로 변신해야 할 때다.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국민들과 도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겸손한 자세로 그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의료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이웃들이 없어야 하고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열린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우리 전북대병원을 비롯한 전북지역 의료기관들은 수도권에 못지 않는 수준의 의료의 질, 시설, 인력, 최첨단 장비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일부 도민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고 있고 그 결과 경제적 부담은 물론 사회적, 심리적 비용까지 가중되고 있다.이와 같은 우리 지역 의료기관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은 아쉽지만 그러한 인식을 바꾸려는 우리 지역 의료인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전북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외롭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지라도 우리를 신뢰해주는 도민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꿋꿋이 버텨나가야 한다.결국 "나는 의사다"라고 외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은 우리 의사들과 의료계의 몫이다.*김영곤 병원장은 전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북대 의과대학 의학과장과 전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비뇨기과 과장을 거쳐 2006년 7월부터 전북대학교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대한병원협회 이사와 한국전립선관리협회 이사법무부 범죄예방 전주지역협의회 운영위원전주지방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곤 (전북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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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7.11 23:02

[전북칼럼] 아름다운 언어의 선택

세상 사람들은 꿈을 꾸며 살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희망의 언덕을 향해 달려간다. 자기의 꿈을 실현시키는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잠재능력을 일깨우는 것이다.미국 사회에서 '스타 제조기'라고 불리는 연출가가 있는데 그는 인간의 잠재능력을 끌어내는 명수였다.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견하면 자기의 인맥과 능력을 동원하여 연출을 하는데 그 방법은 신인 스타를 무대에 올려놓기 전에 각계의 유명인사를 초청하여 꽃다발과 축전, 격려말을 선사하게 한다. 그러면 무명의 신인은 분에 넘치는 기대에 감격하여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자기의 능력은 물론 잠재능력까지도 발휘하게 된다는 방법인데 바로 스피치의 힘과 연출의 힘이다.역할 연기를 통해서 잠재능력을 일깨우는 방법이 좋기는 하지만 이런 찬스는 어렵고 만들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실행 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대화(self talk)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다.스피치의 작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思考)의 교량역할이다.사람들의 생각은 말을 통해서 상대에게 전달되는데 이 말이 뛰어나면 당연히 생각의 내용도 뛰어나게 된다. 상대와의 대화는 물론이고 자기가 자신에게 말하는 자기대화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말의 선택이 성패를 좌우한다.여기서 자기의 잠재능력을 일깨우는 자기대화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살펴보면 첫째 아름다운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밝고 분명하며 긍정적인 말이어야 한다. 어둡고 불분명한 부정적인 말에서는 결코 건전한 자기 이미지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행복도 긍정적인 마음에서 나오고 웃음도 넉넉한 생각속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자기대화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 함과 동시에 청각적으로도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것이 바람직하다.둘째, 현재진행으로 만들어야 한다.단순히 현재의 실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현재에 직결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자기의 꿈이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하면 현재 의식면에서의 노력과 잠재의식의 힘이 상승효과를 나타낸다.셋째,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그려야 한다.잠재의식은 컴퓨터와 비슷해서 지입시킨 대로만 작용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명령을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넷째, 자기대화의 주어(主語)는 모두 '나'라야만 한다. 잠재의식은 사람을 식별하지 못하므로 대상은 '나'라는 말로 입력시켜야만 자기한테 유리하게 작동하기 마련이다.가장 간단하고 위력있는 자기대화를 소개하면 "나는 나날이 점점 좋아진다"고 말해보자. 세상을 살면서 두려움과 고민만 하지말고 자기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생활하자! 현명한 스피치인으로 거듭나자! 폴마이어 박사의 「백만불짜리 성공계획」에서도 '꿈을 실현하겠다는 욕망을 불태우라. 계획을 관철시키겠다는 집요한 결의를 가져라'고 했다. 말대로 되는 세상이다. '스피치 에너지는 꿈을 실현시킨다'는 사실앞에 자녀교육과 젊은이들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모두가 앞장서자./ 김양옥 (한국스피치&리더십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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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7.06 23:02

[전북칼럼] 경제 위에 인간 있고, 경쟁 위에 인간 있다

우리는 해방 이후 지난 6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1인당 소득 2만달러의 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물론 우리 스스로도 선진국이라는 말에는 좀 쑥스런 감이 없지 않다. 왜 그럴까?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자신있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풀어야 우리는 세계 1등 국민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첫째 우리의 부패수준이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반부패지수가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4로서 세계 180여개 국 중 40위 전후에 머물러 있다. 우리의 소득수준에 비추어보면 적어도 25~26위는 되어야 적정하다. 이러한 수준은 10년전에 비하여 그다지 개선되지 못한 상태이다. 특히 요즈음 몇 년새 스폰서 검사,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독관청인 감사원, 검찰청, 금감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부패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개선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둘째 사고방식에서 후진적인 이분법 사고가 온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념적으로 그렇고 정책적으로 보아도 그러하다. 보수니 진보니 나눈 것이라든가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것이 모두 그러한 흑백논리를 적용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흑과 백 사이에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회색, 베이지색 등 다양한 아름다운 색들이 있다. 그러나 흑백논리는 이들을 모두 회색분자라 하여 배척의 대상으로 삼는다. 선진국은 이런 다양한 생각들이 포용되는 폭 넓은 사회이다. 다양성이 존중될 때 비로소 각자의 개성과 능력이 발휘되고 창의력이 살아나는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된다. 인간사회에도 사람마다 다양한 아름다운 생각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수렵채취의 원시시대로 거꾸로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셋째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가치서열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가난극복을 위해 개발연대에 풍미하였던 성장지상주의가 아직도 지도층과 일반 국민사이에 부동의 최고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모든 가치의 중심이 경제의 고도성장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그보다 더 중요한 생명, 자유, 신뢰라는 가치가 무너지거나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도시 재개발을 위해 여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나 성장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양극화 문제로 급속히 증식되고 있는 불신풍조 등이 그것이다.인간생명을 경시하고 불신이 증가한다는 것 이외에 성장지상주의의 다른 병폐 중 하나는 모든 면에서 경쟁을 강조하고 서열을 메기다 보니 다양성을 파괴하여 창의력을 말살시킨다는 점이다. 대학입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어디를 가나 서열 매기기가 횡행한다. 그 때문에 사교육 현장에서 보듯이 서열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를 극복하여야 한다. 즉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생명경외와 인간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인간중심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경제위에 인간이 있고 경쟁위에 인간이 있다는 명제를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이라는 것도 결국은 고귀한 인간생명의 존속과 번영을 위한 것이고 개개인의 자유 확대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리가 이웃과 함께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그곳에서 즐거움과 행복이 증가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우리 사회가 소득수준에 걸맞게 한 단계 도약하려면 무엇보다도 반부패, 이분법 사고의 극복, 인간중심주의로 전환 등 이상의 세 가지 문제를 시급히 풀어야 한다. 그것은 인류가 지향하는 공통의 기본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강철규 우석대 총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와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강철규 (우석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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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7.04 23:02

[전북칼럼] 감동을 넘어

필자는 지난달에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있는 가가얀데오로시에서 빈센트 이마노 시장을 만나 예수병원과 가가얀데오로시 간의 상호교류 및 우호증진에 대한 협약을 하고 데오로시립병원에 CT를 기증했다. 우리는 앞으로 그곳에 초음파, 엑스레이 장비, 영상의학 진단용 컴퓨터 등 5억원 상당의 장비를 추가 기증하기로 했다. 또한 의료진의 장비사용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서 데오로시립병원의 영상촬영과 진단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 의료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켜 필리핀의 가난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그곳에서 필자는 우리나라 1960~70년대를 연상케 하는 위생 시설이 형편없는 산부인과 분만실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가슴이 아팠다. 그 순간 우리나라와 호남에 처음 근대 의술을 전하고 이 땅에서 헌신한 당시 그들의 다급한 마음이 느껴졌다.우리나라의 근대의학은 1876년 조일수호조약 이후 일본이 자국 거류민을 위한 병원 설립과 1885년 미국 공사관 공의인 알렌이 고종에게 건의해 왕립병원 광혜원이 세워진 후 본격적으로 보급됐다.호남의 근대의학 전파는 지금으로부터 119년 전인 1892년에 잉골드가 조선의 선교사로 임명 받는 순간에 태동됐다. 이후 의대를 졸업한 잉골드는 8주간의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길고 험난한 여정 끝에 1897년 11월 전주에 도착해 어학공부를 시작했고 이듬해 예수병원의 첫 진료를 시작했다. 초가 지붕 위로 감나무가 비스듬히 보이는 전통적인 흙벽의 작은 초가 진료소에서 첫 달에 100여명을 진료했다. 구한말 어려운 시대에 미신과 민간요법으로 몸을 망친 사람들 앞에 선 그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무엇보다 그녀의 헌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람들은 "저 여자는 아주 기술이 좋아 아픈 사람을 보기만 해도 나아요."라고 했는데 이것은 잉골드가 환자를 대하는 지극한 자비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였다. 당시 남성위주의 전통적 사회, 육체적정신적인 부담, 열악한 후원, 문화적종교적 배타성, 부족한 영양과 신체적 한계 상황을 그녀 홀로 견뎌낸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늦게 결혼한 잉골드는 그녀가 그렇게 원하던 딸을 사산하는 극심한 슬픔까지 겪었지만 28년 동안의 봉사와 헌신을 계속했다.예수병원 전 직원은 매월 급여의 1% 금액을 예수병원의 봉사단체인 국제의료협력단(국제NGO)에 후원하고 있다. 이런 후원을 바탕으로 국제의료협력단은 매년 12차례 이상 해외 의료봉사와 해외 여러 국가의 의료진 초청 연수, 장비 기증 등의 지원으로 국제사회에 대한민국과 전라북도 도민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예멘 앗따우라 정부병원 외과 의사와 간호사 등 4명이 예수병원 국제의료협력단 초청으로 우리 병원에서 연수를 받은 후 귀국했고,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한 보츠와나공화국에서 온 간호사는 3개월 일정으로 간호 전반에 대한 연수를 받고 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빚진 자의 자세로 지구촌 이웃을 대할 때 세계를 향해 해야 할 일은 아주 많다.예수병원 기독의학연구원 뒤편 언덕에 있는 예수병원 묘역에는 우리 병원에서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17명이 잠들어 있다. 기술의 진보가 눈부시고 풍요는 넘쳐나지만 갈수록 가벼워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죽어서 영원을 사는 그들의 삶 앞에 다시 서야 한다. 한줄기 부드러운 사랑의 숨결이 불어오는 묘역에서 위대한 영혼들의 우리를 향한 무언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무한 사랑의 감동을 넘어 가슴 떨리는 웅혼한 울림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그 질문에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권창영 (전주 예수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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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20 23:02

[전북칼럼] 국립대학의 법인화 재검토 되어야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생들의 총장실 점거가 10여일 넘게 진행되고 있다. 필자 또한 지난주에 야당 의원과 서울대에 방문하여 학생과 총장을 면담하였으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날치기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지난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고한 '2011학년도 국립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동일지역 내의 국립대를 통폐합하거나 연합대학 형태를 만든 뒤 해당 대학을 법인화 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법인화 문제는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는 법인화를 통해 정부조직으로서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대학 운영의 자율성효율성을 제고하여 세계적 수준의 대학들과의 경쟁기반을 조성하겠다고 하나, 과연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많은 갈등을 유발하며 법인화를 하여야만 이루어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학에 지원되는 정부지원 비율을 보면 OECD 평균 GDP대비 1.2%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0.6%에 불과하다. 국공립대학의 법인화 추진은 교육재정 확대가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국립대학의 법인화는 법인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법인화 초기에는 국고 지원이 줄지 않겠지만, 법인화의 취지를 감안할 때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창출하지 않는 이상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수준의 높은 등록금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또 다른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두 번째는 인문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법인화는 대학재정 확충을 위한 대학 간의 돈벌이 경쟁을 유발시켜 대학운영의 기업화를 촉진할 우려가 크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기초학문은 고사되고, 실용학문 위주로 학제가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세 번째는 대학간의 격차나 서열화를 심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인화 취지에 맞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학의 경우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 즉 지방 국립대학의 경우 존폐 위기까지 몰릴수 있다. 교육과 연구를 담당해야 할 고등교육기관이 기업처럼 수익창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면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일본의 경우 2001년 대학 구조개혁안 '토야마 플랜'에서 시작하여, 2004년 국립대학을 전면적으로 법인화 하였다. 7년이 지난 지금 86개 법인화 대학 중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학은 15개 정도이며, 법인화 이후 상위 30개 정도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생존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국고지원금이 2004년에서 2009년 사이에 6% 감소하였고, 예산규모는 늘어났지만 재정상황은 악화되었으며, 학술논문 수는 감소하였다. 특히 타임즈 평가에 따르면 법인화 전후 동경대의 경우 2004년 12위에서 2010년 26위로 경쟁력 순위가 떨어졌고, 교토대의 경우 29위에서 57위로, 오사카대는 69위에서 130위로 각각 하락하였다. 이와같은 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국립대학을 법인화 하는 것은 단순히 법적지위가 국가기관에서 법인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과 의무마저 법적으로 내려놓는 것이며, 저렴한 양질의 고등교육 제공과 기초학문의 육성이라는 국립대학의 임무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립대학의 본질과 존립이유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과된 서울대 법인화 법은 재검토 되어야 하며,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국가의 100년 대계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4대강사업 처럼 밀어붙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김춘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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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13 23:02

[전북칼럼]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5월 19일 필자는 호남제일문 앞에서 함거에 올라 석고대죄를 시작했다. 지난해 전북지사 선거에 나서 LH공사를 전주로 일괄유치하겠다고 공약했었다. 30년 지역장벽의 한을 풀고 ,지역균형발전, 서해안 시대에 대비하는 의미로 LH공사 분산유치가 아닌 전주 일괄유치를 공약했다. 더욱이 필자로서는 아내의 공직사표를 걸고 배수의 진을 쳤다. 당락에 관계없이 정치생명을 걸고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필자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버렸다.상실감에 젖어 있을 도민들을 생각했다. 지난 해 선거에서 필자에게 18.2%라는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보내 주셨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도민들을 뵐 낯이 없었다.어떻게 해야 진정한 사죄가 될 지 필자는 그 방법을 고민했다.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고 절 한번 하는 것으로 용서를 구할 수는 없었다. 결정된 국가 정책을 철회하라고 투쟁을 하는 것도 상책이 아니었다. 되지도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분명하게 책임을 지고 용서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행동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함거 석고대죄였다.왕조시대에는 왕이 주인이기에 왕에게 석고대죄를 청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다. 주인이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석고대죄를 청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을 한 번도 해 본 정치인이 없기에 생소하고 쇼라고 백안시 할 시선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약속을 무겁게 알고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5월 19일 딱 1년 전 도지사후보 출정식 때 공약을 발표했던, 호남제일문에서 시작했다. 경기전 객사, 전북대정문, 효자4거리, 전북도청등을 돌며 일주일동안 계속했다.필자로서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수감생활이었다. 무척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하루 종일 한 평도 안 되는 함거에 갇혀 있으니 나중에는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위로와 격려가 있어 용기를 얻었다. '그게 어찌 당신 책임이냐'며 '당장 내려오라' 호통을 치시는 어르신도 있었다. '단식하면 몸이 상한다'며 주먹밥을 가져다주신 분도 있었다. 반면 옆으로 지나가며 '쇼하지 말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 청와대 앞에 가서 하라'며 못마땅해 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 모두가 필자에게는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격려요, 질책이었다.함거에서는 내려왔지만 그것으로 도민들의 용서를 받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LH공사 유치 실패에 따른 상실감을 회복할 수 있는 노력들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기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진정으로 도민들의 용서를 구는 길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지혜란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필자가 가진 모든 역량과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 정운천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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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06 23:02

[전북칼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을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발견하지 못하고 행복을 찾아 헤매며 허송세월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1960년대 이전에는 하루 세끼만 해결해도 그저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굶지도 않고, 가까운 나라 일본보다 훨씬 잘 먹고 사는데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만 바라보며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후진국으로 갈수록 웃음이 많고 행복지수도 높다고 한다. 반면에 선진국으로 갈수록 자살하는 사람이 많고 행복지수도 낮아진다고 하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성서에는 웃음과 기쁨이라는 단어가 544번이나 나와 있다. 웃음이 행복의 조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웃음은 긍정의 힘을 내게 하여 자신감과 의욕을 북돋아 준다고 한다.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활짝 웃는 밝은 표정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40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긍정적인 마음, 웃는 얼굴이 사람을 성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억지웃음도 뇌에서 웃음으로 인식한다고 하니 억지웃음이라도 웃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천하를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건강하려면 긍정적인 생각이 우선이고, 다음이 식생활과 운동인 것 같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링컨 대통령은 두 번 사업에 실패하고, 선거에서 일곱 번이나 떨어졌다. 초등학교도 아홉 달 다니다 그만 두었고, 10살 때는 어머니가, 20살 때는 누이가, 27살 때는 약혼녀가, 42살 때는 5살인 아들이, 53살 때는 12살인 아들이 사망하는 등 아픔이 많았다. 그런데도 역경을 이기고 성공했다. 그에게 놀라운 성공과 존경받는 삶의 비결을 묻자 "그야 다른 사람들보다 실패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지요. 나는 실패할 때마다 실패에 담겨진 뜻을 배웠고, 그것을 징검다리로 활용했습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며 자산이라는 의미이다.과거에는 성인들이나 걸리던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이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발병하고 있다. 채소와 곡류 위주의 식단에서 고기와 가공식품 위주로 바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정제당과 쇼트닝식용유 같은 나쁜 기름, 인공 조미료, 향료, 식용색소, 방부제, 유화제 같은 식품첨가물이 문제라고 한다.맞벌이 세대가 일반화되면서 늘어난 가공식품의 소비를 줄이고, 조금 힘들더라도 곡류와 채소 위주의 전통식단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야 할 당위성이기도 하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토막시간을 내서라도 줄넘기 등 몸에 맞는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계속할 때 건강한 미래도 보장될 것이다.우리 모두에게는 오늘만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날도 오늘이고, 사용할 수 있는 날도 오늘이며 소유할 수 있는 날도 오늘 뿐이다.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이 30번 모여 1달이 되고, 오늘이 365번 모여 1년이 되고, 오늘이 3만번 모여 평생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꾸준히 실천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활짝 웃으며 따뜻하게 대하고 최선을 다할 때, 후회 없는 삶과 아름다운 사회도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박충주 (NH 전북농협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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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30 23:02

[전북칼럼] 이태석 신부와 켈러 원장

오월은 푸르고 꽃향기는 바람에 실려 온다. 이 빛나는 계절에 깊은 호흡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상쾌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는 하얀 아카시아 향처럼 그렇게 살았던 이들을 만나 보자.여기에 두 명의 영웅이 있다. 한명은 영화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이태석 신부고 또 한명은 예수병원 묘역에 묻혀있는 의사 켈러다. 이 두 사람은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시공을 초월해서 지금도 우리의 가슴에 푸른 오월로 살아 있다.2010년,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 남 수단의 자랑인 톤즈 브라스밴드가 행진하고 있다. 소년들은 한 남자의 사진을 들고 있고 그는 환하게 웃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톤즈의 아버지였던 그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딩카족이다. 남과 북으로 나뉜 수단의 오랜 내전 속에서 그들의 삶은 분노와 증오, 가난과 질병으로 얼룩졌다. 목숨을 걸고 가족과 소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딩카족. 용맹함의 상징인 딩카족에게 눈물은 가장 큰 수치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들이 울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메마른 땅 톤즈에서 눈물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 마지막 길을 떠난 이태석 신부. 톤즈의 아버지이자, 의사였고, 선생님, 지휘자, 건축가였던 그는 2001년부터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봉사를 하다가 지난해 암으로 48세에 세상을 떠났다.또 한 명은 조용한 영웅으로 불렸다. 1955년, 대한민국 전주, 예수병원 설대위 박사가 결핵에 걸려 의사가 필요하자 소아과 의사 켈러(Dr. Frank Keller)가 예수병원에 지원했다. 그는 땅딸막하고 머리가 회색인 40대 남자로 항상 미소 띤 얼굴에 유머 감각이 풍부했다. 켈러는 미국 알라바마 모빌에서 잘 운영되던 소아과 의원과 장비, 자동차를 모두 팔고 배로 태평양을 건너 전주 예수병원에 와서 소아과와 내과를 맡았다.한국전쟁 직후의 상황은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전쟁 후유증으로 굶주림, 추위, 폭발물 사고, 전염병과 기생충이 만연했고 1955년과 다음 해에 큰 흉년이 들자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예수병원은 버려진 아이 50명을 데려다 돌보고 유엔 한국재건기구의 도움을 받아 전염병 병동을 세웠다. 그는 초등학교 공립화 정책에 따라 문을 닫는 초등학교 부지에 예수병원을 이전할 수 있도록 선교부의 허락을 받아 예수병원의 미래를 준비했다.그는 꾸밈없이 소박했고 자제력이 있었으며 성실, 간결이 그의 신조였다. 하지만 그의 엄격한 생활양식도 아이들 앞에서 한없이 유연해졌다. 어린이들을 풍성한 깊이로 사랑한 그는 부드러운 손길과 열린 마음으로 살았다. 켈러 원장이 한국에서 헌신한 세월은 그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1957년에 대뇌혈류 장애로 고통을 받았던 그는 1959년 미국으로 안식년 휴가를 갔을 때 대뇌혈전증이 발병했다. 그는 이 마지막 경고마저 무시하고 가난한 전주로 다시 돌아왔고 1967년에 뇌출혈로 쓰러졌다.이태석 신부와 켈러 의사가 죽음이 한 발짝씩 다가오는 걸 느끼면서도 떠날 수 없었던 내전과 가난과 병마로 인간의 존엄성이 상처받은 곳. 톤즈와 당시의 전주. 지금도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극도의 빈곤으로 신음하는 아시아 지역에는 6명 중 1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사소한 것은 참지 못하지만 이웃에게는 무관심하며 자신 안에 갇혀 사는 우리들은 이 영웅들 앞에서 영혼의 떨림을 느낀다. 그들의 묵묵한 헌신과 겸손, 확고함과 꿈은 오늘 우리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이다.이해인 시인은 많이 사랑한 그들 앞에 조금 사랑한 우리는 부끄럽다고 고백한다. '당신은 웃고 있는데 우리는 자꾸만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네요/ 사랑에 대해서 말만 무성한 이 시대/ 진정 아낌없는 헌신으로 사랑에 목숨 바친 당신을.'/ 권창영 (전주 예수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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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23 23:02

[전북칼럼] '가정의 달' 이라 더욱 씁쓸했던 사건

지난 5일 노모가 기저귀에 대변을 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냄새나는데 왜 말하지 않았느냐"며 아들이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한 사건이 있었다. 같은 날 아버지가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아들이 아버지의 머리를 흉기로 내려 쳐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고 한다. 가정의 달 5월에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사건들이다..경찰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존속살해 범죄 발생 건수가 2008년 44건에서 2009년 58건, 지난해는 68건으로 해마다 늘었나고 있다. 40건이 일어난 2006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발생 건수가 무려 65%가 증가한 것이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존속살인 비율도 2008년 4.0%, 2009년 4.2% 지난해 5.3%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2009년 기준 미국 2%, 프랑스 2.8%, 영국 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인 것이다. 가족 내 범죄는 비단 살인사건 만이 아니다. 존속 폭행이나 상해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존속살해는 대부분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지만, 폭행과 상해는 주로 상습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가족 대상 범죄가 급증하는 원인을 가정내부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올바른 문제 진단이 아니다. 산업화가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져 충분히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가졌던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단기간 동안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개개인이 겪는 갈등이 가족 내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가족해체로 이어졌고, 이렇게 가족이 점점 쪼개짐에 따라 과거 가족공동체가 담당해왔던 윤리의식 등애 대한 교육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족해체 등에 따른 가족 내 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급격한 사회변화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회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하는 이유는 해마다 급증하는 가족 내 범죄를 해결할 주체 또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가족 내 범죄는 가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가정의 개인사로 방관해버린다면 그 파장은 고스란히 사회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최근 형법의'존속살해 죄'조항(제250조 2항)을 삭제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개정 시안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 자문기관인 형사법개정특위에서는 헌법의 평등권 조항(제11조)을 고려할 때 존속살해는 출생 관계에 따른 차별적 형사처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우리 법제와 가장 유사한 일본도 존속살해와 존속상해치사, 존속유기 등 부모에 대한 범죄 가중처벌 규정을 모두 없앴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가의 입법례를 고려한 의견이라고는 하나 각 나라에는 저마다 법률문화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법률문화가 있다. 특히 효(孝)는 우리의 유구한 전통사상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질서와 윤리관도 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인륜을 거스르는 패륜 범죄를 엄단해 온 게 우리 법률문화이다. 더욱이 최근 존속살해 범죄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더'존속살해 죄'조항의 폐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가끔 보도되는 존속살해 등의 가족 내 범죄를 보면서, 우리는 천륜을 잊고 패륜을 저질렀다고 비난 한다. 그러나 우리 또한 점점 삭막해지는 사회에서'방임 죄'에 해당하는 공범(共犯)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이 낳아 준 부모를, 낳은 자식을, 배우자를 죽이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가족 내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공동체의 연대의식 강화를 통해 가정도 바로 세우고 사회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김춘진(국회의원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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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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