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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보수는 당당해야 한다

미국의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 독일의 기민당, 일본의 자민당, 기타 서방 국가들의 보수정당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새로운 제도와 규범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설정된 제도와 규범을 그들 스스로가 준수함은 물론 국민들에 대해서도 그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국민에게 기존의 제도와 규범 준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당당해야 한다. 너무도 당당한 나머지 때로는 오만하기까지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언제나 당당해야 한다.당대 모범생이요 엘리트 집단한 국가의 보수는 그 시대의 제도와 규범을 충실히 이행했거나 혹은 그러한 선대의 후손이라는 대가로 기득권을 보장받고 있다. 안정된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러한 보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당당하지 못한 보수가 무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때 국민은 새로운 규범과 제도를 요구하며 개혁세력을 찾게 된다.보수가 당당하지 못할 때는 두 가지가 있다. 기득권의 형성과정이 정당하지 못했거나 혹은 기득권의 형성과정이 정당했다 하더라도 오랜 세습으로 자정능력을 상실했을 때이다. 다른 사람을 해쳐가면서 부를 쌓거나 권력을 취득하면 기득권을 인정받기 어렵다.오래 고인 물이 썩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듯 부와 권력의 오랜 세습은 진입장벽을 높고 두텁게 쌓으면서 사회시스템의 효율성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어찌 되었던 보수는 그 시대의 모범생이요 엘리트이다.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요즘 다시 거론되고 있는 소위 친일파는 일제강점기의 모범생이고 엘리트였다.일제강점기의 경찰, 군인, 검찰, 관료, 문인, 언론인, 예술인. 다들 능력이 출중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당시로서는 반체제범인 독립군을 토벌하고 체포하고 고문해야 했으며, 정신대 학병 징용을 나가라고 글도 쓰고 노래도 작곡하면서 앞장서야 했다.비꼬듯 이야기하자면 그들에게는 성실하고 유능했던 죄밖에 없었다. 굳이 죄가 있다면 애초부터 그런 규범과 제도가 나오도록 이 나라를 내 준 구한말 무능했던 선조들에게 있을 것이다.일제강점기의 보수들은 미군정을 거쳐 신생 대한민국의 보수로 순조롭게 이행되었다. 이들은 겉으로는 일본의 침탈을 나무라면서도 침탈과정에 참여 내지 협조한 친일파의 척결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으며 오히려 조직적으로 가로막았다.일제강점기 36년동안 많은 한국인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당했음이 분명한데도 친일파는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고통을 받은 사람은 있는데 고통을 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일제강점기는 비록 일부의 고통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우리민족의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하던가, 또는 우리민족은 나찌 협조자를 철저하게 척결한 프랑스 국민과는 달리 자존심도 없는 열등 민족이라고 주장한다면 차라리 그 솔직함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해 줄 수 있다.필자가 일본인이라도 일본 교과서 왜곡을 운운하는 한국의 보수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을 것 같다. 친일파 하나 없을 정도로 36년 동안 잘 살게 해 주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교과서가 왜곡되었다고 억지를 부리는가.기지개켜도록 원죄 풀어줘야일제강점기의 보수는 이렇듯 부끄럽게 쌓은 기득권과 그로 인한 원죄를 후대의 보수에게 유산으로 넘겨주고 거의 다 이 세상을 떠났다. 그 보수의 후손은 여전히 현재의 보수에 두툼하게 자리잡고 있는 한편 그들이 둘러놓은 제도와 규범 속에서 새롭게 진입한 보수도 있다.이들 모두가 한국 보수의 원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언제나 당당하지 못하다. 백번 선행을 했어도 한번 절도를 하면 그는 이미 절도자이며, 절도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백번의 선행은 처벌과정에서 단지 정상 참작이 될 뿐이다.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처벌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사실은 사실대로 깨끗이 인정하고 이제 그만 훌훌 털어 버리자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보수에게 씌워진 원죄를 속시원하게 털어 주어 그들도 서방 국가들의 보수와 같이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자. /남천현(우석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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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9.30 23:02

[새벽메아리] 아름다운 유산

매년 여의도 만한 면적의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으며, 연간 20여만기의 묘지는 전국토의 1%에 달하고 있어, 현행의 장묘 관행이 지속 된다면 전국적으로는 10년 이내에, 전북도의 경우는 15년 이내에 집단 묘지의 공급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전국의 화장장은 45개소(2001.12.31)로 모두 공설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처리 능력은 156천구이다. 화장율은 2000년 33.7%로 `91년부터 `94년까지는 매년 1%씩 증가 하였으나 `95년에 2% 증가 하였고 그 후부터 연 3~4%의 증가 추세에 있다.부산이 55.8%로 가장 높고, 울산이 48.7%, 서울이 46.5%이며 제주도가 2%로 가장 낮고, 그 다음이 전남 14.6%, 전북이 18.5%로 낮은 편이다. 일본 97%, 영국 68%, 스위스 67%, 태국 90%, 인도 99%, 네덜란드 98%에 비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火葬문화 꾸준한 증가추세우리 나라의 장묘 제도는 1912년 6월 『묘지, 화장장, 매장 및 화장 취제 규칙』이 그 효시였다. 그 내용은 공공단체(읍면)에서 설치한 공동 묘지에 매장 토록 규정하고 기타 묘지 설치를 금하는 내용이었다. 그 후 1919년 동 규칙을 개정 가족 공동 묘지를 3000평 한도로 설치토록 하는 것이었다.1961.12.5.『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제대로 된 장묘 관련 제도가 마련 된 것이었다.시행령은 8년 후 제정되었고 시행 규칙은 `81년에야 제정 되었다. 장묘 제도가 종교, 관습, 문화 등과 깊이 관련되어 있어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고 물리적인 지도 단속만으로는 해결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하겠다.1993년 복지부는 훈령으로 묘지 면적의 축소, 묘지 사용기간 계약제, 납골제 보급 확대 등 권장 기준을 마련하여 운영해 오면서 끊임없이 계몽과 공청회 개최, 담당 공무원들의 선진지 견학 등을 실시하여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되었다고 판단 2001.1.13. 『장사 등에 관한 법률』로 명칭도 바꾸어 개정 되었다. 개인 묘지 면적은 24평에서 9평 이하로, 집단 묘지는 9평에서 3평 이하로 합장할 경우 4.5평 이하를 허락 하고 있다.묘지 사용 기간은 영구적이었던 것을 60년까지 제한 하고 있다(15년을 기본 기간으로 15년씩 3회 연장 가능토록 함). 화장률을 높이기 위하여 화장장의 공원화 및 현대화를 국가가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납골제를 지방 자치 단체가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였다. 서울의 경우는 시민의 경우 무료로 하고 타지인의 경우도 지극히 낮은 사용료를 받고 있다.스페인의 경우 화장 후 1년 정도 지나서 들에 뿌린다. 매장은 공장묘(共葬墓) 인 아파트식 묘지로 주변 환경을 잘 정리한 사자(死者)들의 아파트(4층)촌이 형성 되어 있다.또 가족 묘지도 맨처음 매장할 때 깊이 파서 사망 순서대로 매장하게 되며 관뚜껑에 순서대로 출생일과 사망일,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기록된다. 홍콩은 매장 6년 후 납골당에 안치토록 하고 있다. 스웨덴도 화장 후 1년 정도 지나서 들에 뿌린다.우리도 국토 이용의 효율화와 국민의 위생 관리를 위하여 화장률을 높이고 납골제를 권장하되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적극 지원 하여야 할 것이며, 장례식의 경우도 장례식장의 원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로 장례 절차를 용이 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계약시 화장을 할 것인지 매장을 할 것인지 선택 하도록 하여 유족은 오로지 애도만 하도록 하여 장례로 인한 비합리적인 관행을 고쳐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불합리한 인습 과감히 바꿔야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층의 솔선 수범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고건 전 서울 시장을 비롯한 지도층에서 화장 서명 운동을 한바 있고 선경 그룹의 고 최종현 회장, 외국의 경우는 2차 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질, 중국의 주은래 전 수상(유언에 따름) 등이 실천 모델이 되고 있다. 몇 년 전 묘지 제도 시찰 차 유럽 여행을 했던 우리 일행도 전원 화장 서명을 한 바 있다.수해를 당할 때 마다 더욱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수재민들이 조상의 유택을 잃고 밤낮으로 찾아 헤매며 안타까와 하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조상을 섬기는 마음은 도덕이나 윤리를 넘어선 하나의 신앙이기 때문이다.아름다운 전통이나 관행은 보존하되 인습은 고쳐 나감으로써 아름다운 사회, 아름다운 강산을 지켜 나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김명숙(전북여성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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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9.23 23:02

[새벽메아리] 재해대책, 아직도 '대증요법'인가

정부는 지난 13일 특별재해지역을 선포하였다. 이번 선포로 수재민들은 추석전까지 먼저 특별위로금을 받게 된다. 추석뒤에는 일반적인 재해지역보다 복구비를 적게는 50%이상, 많게는 150% 더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번 대책도 근본적인 대책없이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는 대증요법식의 처방을 보는 것같아 매우 답답하다.우선지원 없는 특별재해지역지난달 정부는 그 간의 재해피해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연재해대책법을 개정하여, 보다 많은 지원이 가능하도록 '특별재해지역선포'규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정, 우선적으로 구호비용과 복구에 필요한 특별지원을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정부는 일부지역만 선정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수해 전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였다. 선포된 지역은 전체 시군구 232곳 가운데 무려 203곳, 읍면동 3500여개 가운데 1917곳이다. 수해를 입은 지역을 거의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하여 사실상우선지원, 우선혜택의 의미는 상실되고 지원액의 평준화가 이루어진 셈이다.이러한 지정에 대한 여론은 수해주민이나 지역 의회의원, 국회의원등이 로비와 압력에 의해 재해수준과 관계없이 지정하게 되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까지것 크게 문제가 될 것같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위로금이나 보상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고 이르면 이를수록 좋으니까 말이다.그러나 문제는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법개정이후 이번 특별재해지역선포는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 선례는 앞으로 재해대책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이제 전국단위 총 재산 피해액이 1조 5000억원이면서 그 중 사유재산 피해액이 3000억원 이상인 경우 또는 이재민이 3만명이면 전국일원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된다. 읍면동이라면 피해액 200억원(사유재산 40억원)이상이거나 이재민 1000명이상이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된다.앞으로 수해가 나면 자치단체는 피해를 부풀리고, 지역주민은 시위를 하고 여기에 정치권의 압력이 가세하면 대부분의 수해피해지역이 특별재해지역으로 될 가능성도 높다. 우등고속버스가 일반버스이 된 것처럼 특별재해지역은 그저 일반재해지역처럼 된다.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한답시고 포괄적으로 정한 기준때문에 재해때마다 특별재해지역은 대폭 늘어날 소지가 있다. 특별재해지역이 늘어나면 중앙정부는 물론 도나 시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부담은 늘어나기 마련이다.그래도 국가재정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는 예비비나 추경예산편성으로 보란 듯이 수재민에게 선심정책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지방비부담만 가중되어 반듯한 사업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전북은 다른 도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낮아 사정은 좋지 않다. 규정상 지원예산 중 30%를 도비와 시군비로 마련해야한다. 전북의 현재 예비비는 약 200억원정도. 그 가운데 이번 피해복구에 쓸 수 있는 돈은 100억원정도, 더욱이 모아놓은 재해대책기금은 한푼도 없다고 한다.정부의 증액교부금이나 국고 특별지원이 없다면 빚까지 내야할 판국이다. 이미 지방채를 수백억원 발행한 무주와 남원의 사정은 오죽하랴.재해위험을 완충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3년간 집중호우와 작년의 폭설 및 가뭄 등 이상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재해피해는 빈번하고, 규모도 클 것으로 쉽게 전망된다.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자연재해의 사전예방대책은 아직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예전에도 그렇듯이 정부는 재해대책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예비비에서 집행하고 정치적인 분위기에 따라 결정한다. 아직까지도 WTO규정에서 인정하는 농업재해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내년 재해가 다시 오기전에 정부는 OECD에 들어간 나라답게 자연재해의 위험을 흡수완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더 이상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게 판단하고 보다 근본적인 재해대책이 나왔으면 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렇게는 농사 못 짓는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소순열(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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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9.16 23:02

[새벽메아리] 자연, 생명의 원천

주말 휴가를 맞아 고향집 텃밭에서 작은 수확을 누렸다. 풋고추며 들깻잎이며 부추랑 상추를 거두고 세면장에서 땀에 절은 몸을 씻었다.그러다가 문득 저 수해 현장의 처참한 모습을 떠올리고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생각에 망연하기도 했다.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날려보내고, 먹을 쌀과 마실 물마저 끊김 참담한 모습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우리는 또 한번 자연의 위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지난 집중호우 때 고향 임실 집에 전기가 단 하루 공급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짜증나고 불편해 했던가. 냉장고는 쉬어 터지고 TV도 볼 수 없고 컴퓨터는 불통이고, 폭염 속에 선풍기마저 켤 수 없었으니 말이다. 아침마다 편안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정겨운 식탁에 가족과 함께 앉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대학 경영의 첫 행사로 수해 복구 지원 봉사에 나섰다. 물론 총학생회의 헌신적인 참여에 의한 진행이었지만, 학생들이 참으로 고마웠다. 무논에 발 한 번 적시어보지 않은 그들임에도 정성스레 쓰러진 벼 포기를 일으켜 세워 묶는 정경은 오래도록 가슴에 기억될 것이다.대학 게시판에 '호소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주말은 일체의 여행이나 유흥은 피하고 가능하다면 공부하던 펜도 잠시 뒤로 하고, 가까운 농촌을 찾아 나서자고. 학과별 또는 동아리별로 어려움에 처한 학우가 있으면 함께 나서서 거들고, 그게 아니라면 아무 곳에 가든지 기다리는 일손이 있을 것이기에 현장으로 나가자고 말이다.자연과의 조화친화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관점을 자연관이라 하자.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자연관에서 동서의 차이가 현격하다. 서구의 자연관은 자연을 인간을 위한 존재로 파악한다. 그리하여 자연을 개척하고 이용하고 때로는 극복할 대상으로 여긴다.서구인들은 큰 산을 오르고 나면 그 산을 정복했노라고 으쓱댄다. 그러나 수수만년 수억만년 의연하게 버티고 선 저 백두와 금강과 태백과 지리를 하찮은 인간 하나가 사력을 다해 기어올라갔다고 해서 그 산악이 인간에게 정복당한 것일까? 그러나 동양의 자연에 대한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자연은 인간과 친화의 대상이요, 동화의 모델이며, 궁극에 이르면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 된다. 자연에 경외심을 갖는 이에게 산에 오르는 길은 '순례'의 길로 승화된다.이런 관점에서는 자연은 훼손하거나 오염시킬 수 없는 법. 그야말로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의 원천을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된다.자연보호라는 어휘에는 인간이 더 유능한 존재로서 자연을 돌본다는 관점이 스며들어 있다. 반대로 인간이란 존재는 자연의 보호를 받는 미미한 대상이다. 그래서 나는 환경운동을 생명운동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역설해 오고 있다.생명존중의 교육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생명 존중의 교육이어야 한다.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또 오디 있으랴. 세상에서 가장 감독적인 어휘는 '살다'라는 동사이다. "살어리 살어리랐다"로 시작되는 〈청산별곡〉은 살다라는 단어에서 이미 감동적인 노래인 것이다.결국 생명의 존귀함을 인식하고 내 생명을 보전하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남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물을 아끼고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는 모든 일도 마침내 내 생명을 지키는 길로 통하는 것이다.쓰레기를 줄이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는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존중하고 아끼며 함부로 훼손하지 않겠다는 절절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수해 지역 주민들의 처참한 모습이 안타깝다. 다가오는 한가위는 또 어떻게 지낼 것인지. 나남 없이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복구에 동참하고 온정의 손길이 함께 해야 한다.풋고추와 깻잎과 상추쌈을 먹게 될 내 식탁이 또 다시 고마우면서, 아린 한 쪽 가슴을 지울 수 없다./이용숙(전주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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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9.09 23:02

[새벽메아리] 확률적 진실의 의미

사실(fact)은 진실(truth)이 남긴 조각의 일부다. 인간은 진실이 남긴 조각들 즉 사실들을 찾아내고 꿰맞추어 진실을 추정할 뿐 진실 그 자체를 알지 못한다. 설령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하더라도 손바닥 안쪽을 봤느냐 바깥쪽을 봤느냐에 따라 사실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추정되는 진실 또한 달라진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진실을 알지만 하느님은 언제나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하고, 판사의 판결이 그러하고, 한 시대의 보편적 상식이 또한 그러하다. 사학자는 선대가 남긴 일부의 기록과 유물을 통해 당시의 역사를 추정하여 기술한다. 판사는 사건 현장에 남겨진 일부의 단서를 통해 사건의 상황을 추정하여 판결한다. 모두 다 진실이 흘린 조각들을 뒤늦게 찾아 그 진실을 추정할 뿐이다. 대부분이 진실에 가까운 추정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역사의 왜곡과 판결의 오류가 왕왕 존재하지 않았던가. 결국 인간은 절대적 진실보다는 확률적 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더 신뢰성이 있는가는 단지 확률로서 판가름될 뿐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데 폭우가 쏟아졌다고 또는 한 여름 복더위에 서리가 내렸다고 말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아주 희박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희박한 가능성에 의존하기보다는 차라리 무시하는 편이 낫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행운이지 당첨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는 할 일은 아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다.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또 다시 두 아들의 병역문제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고위층 자녀들의 병역기피가 그리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또한 본인의 문제가 아닌 아들의 문제를 가지고 너무 몰아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들고 나온 정치상품이 전 현직 대통령들이 들고 나왔던 정치상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박정희 전두환은 '산업화'란 정치상품을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은 '민주화'란 정치상품을 그것도 목숨걸고 들고 나왔고 또한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이 후보는 그가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보여준 '준법정신'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지지를 받았고 아마도 이것이 그의 정치상품일 것이다. 이 후보의 정치상품이 다름 아닌 철저한 '준법정신'이기 때문에 '고위층 자녀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 혹은 '당사자가 아닌 아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넘겨줄 수는 없다. 말하자면 그의 정치상품에 하자가 생긴 것이다. 이 후보가 걸어온 소위 '대쪽같은 길'을 생각해 볼 때, 그런 비리는 도저히 상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두 아들이 모두 체중미달로 게다가 신장이 179cm인 장남이 체중미달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 또한 병적기록표에 나타난 몇몇 의문들 역시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너무도 확률이 낮다. 이런 실수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정도로 우리 나라 병무행정이 허술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후보의 인품과 경륜, 무엇보다도 그가 지금까지 몸소 보여준 '준법정신'이란 양질의 정치상품을 고려한다면, 설마 그릴 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체중미달과 병적기록표의 의문이 그것도 한가족에게 동시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예외적이다. 이 후보가 결백하다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도 그 확률이 너무도 낮기 때문에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매우 답답해한다. 이 후보는 "나는 결백하니 무조건 믿어 달라"라는 식의 감정적 호소를 하기보다는 결정적 증거가 아니라도 좋으니 더도 말고 현재의 확률을 조금만이라도 높일 수 있는 사실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 정말로 이 후보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그 정도 확률을 뒷받침하는 진실의 조각 즉 사실은 어디엔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후보 정치상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확실한 품질보증서까지도 덤으로 얻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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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8.23 23:02

[새벽메아리]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마늘협상 파문으로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정부는 서둘러서 마늘문책을 하고 마늘산업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이 쉽게 울분을 가라앉힐 것 같지 않다.이번의 마늘 파문은 솔직하지 못한 정책이 현실에서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이다.왜 하필이면 마늘인가?2000년 7월 정부는 중국과의 마늘협상 때에 핸드폰 수출이냐 아니면 마늘수입이냐의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였다.정부는 돈액수로 따져서 수십배이상이 되는 핸드폰 등을 택했다. 마늘농사를 버리더라도 핸드폰을 팔면 국가 전체가 이익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핸드폰은 지난해에 비해 전체의 3배나 수출하였다.무려 97년과 비교해서 30배정도로 팔았으니 핸드폰 수출은 결코 기대를 져버리질 않았다. 당시의 마늘 협상 타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이 아니더라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였다. 협상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어차피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이니까.그러나 이번의 마늘파문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극단적인 개방논자를 제외하고는 없다. 정부가 내년부터 중국산마늘에 대해 긴급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긴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정부가 속였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피해를 보는 농민들에게는 중국에 핸드폰을 많이 파는 것이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이익이 삼성, 현대, SK등 대 기업으로 가기 때문에 '왜 하필이면 마늘이냐'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한다.문제는 지난 3년동안에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긴급관세조치가 시간벌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정부가 마늘농가의 피해액이 얼마나 되는 지 그 정도의 계산도 안했을까.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무서워 알리지 않았는 가.솔직해야 대책이 나오는 법이다.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 이후에 그 흔한 마늘 산업의 '경쟁력 강화''구조조정'대책은 한 번도 논한 적이 없다. 정부는 농민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내년부터는 중국산 마늘의 수입 급증으로 피해를 보는 곳은 전남 신안군 등 10개군이다. 전남이 가장 피해가 가장 많고, 경남이 그 다음이며 경북제주 순이다. 전북 마늘 생산량은 전국의 2%정도이므로 피해액은 적다.그러나 앞으로 3년후에 쌀이 개방되면 전체농가의 열 농가 가운데 일곱농가가 쌀농사를 짓고 있는 전북의 피해는 가히 메가톤급이다. 실제로 몇년전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전북의 쌀 개방피해액은 가장 크다. 전국의 2백여개 시군 가운데에서 피해액은 김제군이 가장 크고 피해순위 열 손가락안에 드는 군 또한 전북이 다섯개군이나 된다.솔직해야 대안이 나온다정부는 쌀협상을 지금과 같이 쌀개방을 막을려고 하지만 여건은 예전같지 않다. 쌀수입제한을 지지했던 일본도 자유화했다. 쌀에 대해 수입제한을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더구나 OECD의 가입으로 지난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처럼 우리나라가 개도국이라고 하지 못한다.이런 저런 상황을 따지고 보면 3년후면 쌀이 개방될 공산이 크다. 마늘협상처럼 공산물 수출이라는 명분에서 쌀시장은 개방될 수 있다는 말이다.이제 정부는 마치 수입제한조처를 연장할 것처럼 말하지 말고 쌀 수입완전개방에 대해 논의해야한다. 그래야 피해가 얼마인 지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대책이 무엇인 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이 문제에서 전북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전북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낼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이 있어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소순열(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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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8.19 23:02

[새벽메아리] 전북발전연구원 설립논쟁

요즘 전북지역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전북발전연구원> 설립에 대한 논의인 것 같다.전북도의 산업기반구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연구원 설립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그 추진과정에서 제시된 몇 가지 안 중에서 <여성발전연구원>과의 통합을 고려하고 있어 여성계가 초긴장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처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女發硏과의 통합 고려 반발그도 그럴 것이 여성계의 반발은 당연한 것 같다. 왜냐하면 여성계는 여성발전연구원 설립 당시 여성담당관실을 폐지하는 아픔을 겪었고, 여성회관업무를 여성발전연구원에 위탁하면서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다시 여성발전연구원의 통폐합 문제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여성발전연구원은 여성의 인권, 복지, 건강,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지만, 전북발전연구원은 지역사회의 산업기반과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그 목적한 바가 서로 크게 다르다. 타도에 비해, 지역발전연구원 설립이 늦은 감은 있지만 여성발전연구원과 양립할 수는 방안이 반드시 모색되어야 한다.왜냐하면 그것이 유엔과 우리정부의 여성정책방향과도 호흡을 같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유엔은 일찍이 1997년 「유엔여성지위위원회」를 설립하고 여성기본정책기획을 수립하여 추진해 오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1995년 제4차 북경회에서 채택한 성주류화(Geder Mainstreaming)정책인데, 이는 바로 작은 것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여성정책을 주변에서 중심정책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유엔의 여성정책에 따라 우리정부도 '82년 국가 출연기관으로 '한국여성개발원'을 설립하였고, '87년 여성문제를 전담하는 제2정무장관실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승격한 바 있으며, 보다 강한 집행력이 있는 여성부로 재편하여 여성문제를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다.우리정부는 또한 1995년 12월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 여성기금을 조성하고 지자체 단위의 연구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타도의 경우도 <여성발전>과 <지역발전> 연구원이 나란히 같이 가고 있다.예를 들면, 충남과 경북은 복지부에서 여성정책개발원 허가를 받았으나 「지방자치단체출연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2000.1 제정)에 의거 출연기관의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로 옮겨 현재 2개의 출연기관을 갖게 되었고, 서울과 부산이 여성관련 기관을 설립하였고, 경기도와 대전광역시가 6.13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의 공약사항으로 설립추진 과정에 있다.「전북발전연구원 설립준비위원회」는 도민 서로가 상처입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환영할 수 있는 방안 도출에 선험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여성계에서는 여성문제가 경제성이나 효율성만 강조하는 사회발전의 하위개념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혹은 강자의 힘의 요구에 작은 목소리는 묻혀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은 것 같다.두 기관 양립방안 모색돼야강현욱 지사는 누구보다도 여성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계심을 나는 잘 알고 있다.기회원 예산실장시절 시도는 물론 기초자치단체의 여성복지관 신축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임명 도지사시절 여성단체에 기금을 쾌척하셔서 타 시도의 여성기금 조성에 효시가 되었다.그 후 당의 정책의장 시절에는 여성의 고위직 자리가 없어질 위기에서도 그 자리를 살려내는 견인차역을 하셨다. 경제 전문가이면서도 항상 약자 편에 서시는 용기 있고 공명정대하며, 열린마을 가진 강현욱 지사를 믿고 싶다./김명숙(전북여성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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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8.12 23:02

[새벽메아리] 4강 신화, 그 이후에

월드컵의 달 6월이 저문 지도 어느새 달포가 지났다. 그럼에도 4강 신화와 붉은 악마들의 환호와 거스 히딩크의 지도력은 끊임없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 모든 감동의 순간들 중에서도 한량없이 나를 사로잡은 장면은, 선수 전원과 감독 코치가 하나되어 그라운드에 넙죽 엎드려 온몸으로 인사하던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때 참으로 큰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행복감이 아직도 내 마음에 여운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온 국민이 열두번째 선수가 되어 함께 경기에 혼신의 힘을 불태웠다는 점일 것이다. 생각할수록 자랑스럽고 눈물겹다. 스포츠에서 문화 4강국으로여기서 나는 월드컵 이후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나는 점들을 얘기해 보고 싶다.우선, 월드컵 4강 신화를 지속적으로 이어서 세계 선진국으로, 그리고 경제 4강으로 도약하자는 소리를 듣고 있다. 물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경제 발전이 국가 발전의 긴요한 초석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러나 경제만이 국가 발전의 최대목표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결국 선진문화로, 또한 성숙한 민족혼으로 도약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붉은 악마의 일체감은 질서양보청결의식에서 더욱 값진 체험과 자신감을 얻었다. '판'이 어우러지면서 역사상 초유의 신명을 누리고 긍지를 확인했다.우리는 지구촌 전 인류 앞에 보여준 자랑스런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여기서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작금의 정치판이 안타깝다 못해 분통터지는 꼴이다.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4위의 신화적 위업을 쌓았던 그때가 떠오른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5공 청문회'. 한시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온 사상 초유의 비리와 음모 앞에 망연자실했던 아픔을 지을 수 없다. 과연 종합 4위의 후광은 몇 달이나 이어졌던가.판을 깨지 말고 새판을 열어야오늘의 정국은 어떤가? 88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둔 폭로와 진흙탕 싸움, 대통령의 아들들의 부정과 거대 야당 대권후보의 5대 의혹, 국무총리 인준과 연말 대선을 겨냥한 혼탁한 정치 싸움‥. 도대체 왜 '판'을 깨고 있는가? 월드컵 이후 'W세대'라고 명명된 우리나라의 희망세대가 이룩한 그 장한 성과는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느 누구도 거룩한 월드컵 성공의 위업조차 결코 일회성을 만들 수는 없다.그동안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기주의와 무기력함, 단세포적 열광과 진지하지도 지속적이지도 못한 즉흥성들이 그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었다. 허나 월드컵에서 보여준 모습은 재론의 여지도 없이 믿음직한 우리의 내일이었다.꿈을 이루기 위해서 청소년에게 문화놀이의 건전한 '판'을 만들어 주자. 정치와 매스컴과 사회 구석구석에서 '판'을 깨지 말자. 건전하고 가치있는 판을 만들어 주었을 때, 그들은 다시 멋진 삶의 신명을 선물해 올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창조적 역량을 결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주역}의 64괘는 거의 모두 상대적이다. 길과 흉화와 복장점과 단점성공과 실패들. 월드컵 4강 신화의 '길복장성'의 결과에 지나치게 들뜨지 말고, '흉화단패'를 경계하자. 다만 오직 한 괘 '겸(謙)'만은 그늘이 없다. 정치도 문화도 생활 모든 영역에서 겸손을 배우고 겸허를 나투어야 하리라. /이용숙(전주교대 총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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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29 23:02

[새벽메아리] 우리는 언제까지 천사인가

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열광하고 있을 무렵 발생한 서해교전은 모처럼 조성된 자부심과 민족화합 분위기를 일순간에 깨뜨려 버렸다. 태극전사들의 선전과 온 국민이 하나된 신명나는 응원으로 전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던 한편으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국민화합은 일순간 온데 간데 없고 북한에 대한 성토, 정부의 대응자세 및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 나아가 일전불사의 분위기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도대체 지구상 어디에 이와 같이 천당과 지옥이 동시에 교차하는 곳이 또 있단 말인가.파울했더라도 흥분하면 손해우리는 왕왕 분단국가가 치뤄야 할 대가를 잊고 살기 때문에 우리만 당하는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서해교전의 현장인 백령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가 쉬워진다.북한 땅 장산곶이 빤히 보여 북한이 과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곳이다. 문제의 북방한계선은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정전협정이 아닌 유엔군 단독으로 설정한 것이어서 북한이 트집을 잡는데 빌미가 되고 있다.또한 꽃게 한 마리도 더 잡겠다는 어부들의 지나친 부지런함이 때로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서해교전이란 말은 귀에 익어도 동해교전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하지 않았는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국가와 국가간의 분쟁에 있어 어느 일방은 천사이고 어느 일방이 악마이며, 어느 일방은 피해자이고 어느 일방이 가해자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북한과의 이해충돌이 있을 때마다 과거 독재정권 및 극우주의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은 항상 악마이며 가해자이고 우리는 항상 천사이고 피해자라는 논리로 국민들의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이를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그로 인해 그 이전까지 어렵게 이루어 놓은 대북관계개선을 원점으로 돌려놓던가 아니면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으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관계복구비용을 지불하게 하였다. 월드컵 축구경기에서도 보았듯이 상대방이 아무리 악랄한 파울을 했더라도 흥분하면 결국 더 큰 손해를 본다.좋든 싫든, 원하든 원치 않든, 북한은 우리 민족이요 이웃이다. 서투른 감상론이나 알량한 동정론으로 북한을 이해하거나 옹호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처해있는 이 분단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여 대처하자는 것이다.같은 아파트에서 마음이 잘 맞는 이웃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령 마음에 맞지 않는 이웃을 만난다 하더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 마음에 안 맞는 이웃이라 해서 사사건건 다툰다면 얼마나 삶이 피곤하겠는가.결국 내 손해다. 북한과 아예 상대를 안하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가능한 이야기인가.야생마 조련사같이 냉정해야북한의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우리만 천사이고 피해자며, 우리만 무조건 옳고, 나아가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에 대해 이를 이적행위로 몰아 부치는 처사는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설령 북한이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런 방식으로 맞대응 한다면 우리도 북한과 다를 바 없다. 이미 체제경쟁은 끝난 것 아닌가. 아직도 공산주의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국가보안법으로 교도소에 보낼 것이 아니라 정신감정을 통해 정신병원에 보내야 할 것이다.사나운 야생마를 노련하게 길들이는 조련사와 같이 냉정하자. 힘들고 답답하다고 조련사가 야생마와 같이 날뛴다면 명마 만들기는 이미 틀린 것이다. 냉정하자.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정하자. 아무리 야생마같은 북한이라도 주저앉을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남천현(우석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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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22 23:02

[새벽메아리] 여성총리

김대중 정부는 611 개각에서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행정부의 수반인 총리에 임명하였다. 여성 총리 임명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더욱이 이화여대 100년 사상 처음으로 기혼 총장이었던 장상 총리서리는 언제나 소신을 가진 당당한 학자이자 행정가였고 그리고 한번 계획을 세우면 대단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성이 총리로 발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제 김대중 정부의 임기 말에 여성 총리가 임명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사회발전과 여성발전에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비록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장상 총리가 무엇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 견해가 제기될 수 있을지라도, 일단 여성계는 환영 일색이고 남성들 또한 임명권자의 용병술에 감탄하는 것 같다.때늦은감 있지만 환영 주류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어진 재상이 등용되었고, 집안이 어려울 때마다 현명한 아내가 필요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지금 나라가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여성 총리가 임명되었으니 희망을 걸어 볼만하지 않은가?영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한 마가렛 대처수상(아이러니컬하게도 개혁을 이행하지 못해 물러났지만)이라든지, 인도를 17년간 이끌었던 인디라 간디 수상,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수상, 전 스리랑카의 반다나이케 수상 등 모두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여성 총리들이었다.비록 한국의 정치체제가 대통령 중심제인 까닭에 장상 총리의 위상이 위에서 언급한 나라들의 여성총리 위상과 크게 다르다고 할지라도, 총리에게 주어진 임무를 소신과 신념을 갖고 추진한다면 못할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그 동안 김대중 정부를 비롯하여 이전 정부에서 많은 남성들이 총리에 임명되어 임무를 수행했지만, 그들은 별로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여성문제를 다루어 온 것만 보아도 대통령이 선심 쓰듯 여성에게 자리를 주거나 혹은 여성계의 간곡한 요구에 여성을 장관에 임명했지, 총리의 제안이나 요구에 의해 무엇이 성취되었단 말은 별로 들어 보지 못한 것 같다. 우리사회에서 지도자로 존경을 받았던 분들도 총리에 임명된 이후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이는 한국의 정치체제가 대통령 중심제인데 그 일차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권력에 순응하여 체제내화되어 버렸기 때문이 아니가 싶다.여성 총리에게 우리 국민이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 동안 실타래처럼 얽혀 한 발자국도 전진할 줄 모르는 정치권을 화해와 생산의 정치로 인도하는데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의 열기에 눌러 드러나지 않았던 산업현장의 아픔과 갈등을 조화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그 동안 상징적 차원에서 추진되어 왔던 여성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여성문제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여성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주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성 주류화 정책으로 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 조치가 따랐으면 한다.또한 여성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모성보호의 철저한 이행, IT산업에 있어서 여성의 고용창출, 차별적 요소의 제도적 개혁 등이 이루어졌으면 한다.히딩크식 리더십 큰 기대분명 총리라는 직분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반을 조율하고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자리이다. 그런 까닭에 주변에서는 여성 총리의 임명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장상 총리에게 거는 여성계의 기대가 매우 크다.여성만이 지닌 장점으로 남성 총리와 다른 면모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월드컵으로 얻은 자신감, 술수나 꾀로 통하지 않는 진실함과 자기 원칙대로 소신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히딩크의 리더십에서 배운 바를 살려서 신명나는 세상을 만드는 지도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장상 여성총리에게 거는 바람이다./김명숙(전북여성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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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5 23:02

[새벽메아리] 쉬운 학부모 노릇

지난주 나는 참으로 힘든 날을 보냈다. 아이가 기말고사를 치루었기 때문이다. 애가 이번시험은 월드컵 때문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다른 여느때 보다 힘들었다. 아침 일찍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의 등을 보며 애들시험에 자유롭고 싶은 심정을 갖았던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나는 큰 애가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 몇 가지 다짐을 했다. 부모가 해야할 일은 아이가 자신의 일을 성실히하는 법을 배워나가도록 격려하는 것. 그저 사람답게 옳고 그름,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된 일을 분간하여 행동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성적이 최고가 아니라고 말이다.이 땅에서의 학부모 내가 이런 다짐을 하게 된 것은 어제 오늘만의 생각이 아니다. 명색이 교육자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나는 60년대 후반 전주에서 부자학교라고 이름난 한 초등학교를 다녔다. 다른 학교가 이부제 천막수업을 할 때 우리는 제법 넉넉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이 학교에는 타이아표 통고무신을 신고 다닐 때 왕자표 농구화를 신는 학생도 많이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 점심을 걸은 학생도 많을 시대에 토스토를 싸오고 시계를 차고 다니는 학생조차 있었다. 당연히 집이 부자고 과외를 받는 애들과 그렇지 못한 애들하고 어울리게 되었다. 우리들은 누구누구는 과외에서 시험문제를 가르쳐 주어 성적이 오르고, 누구누구는 엄마가 선생님을 만나 성적이 올랐다고 하였다. 선생님들 또한 모든 애들을 결코 공평하게 대해주지 안했다. 학생의 됨됨이가 성적에 의해 점수가 매겨졌다. 성적이 좋지 않는 애는 축구에도 지고 싸움에도 졌다. 나는 그 학교에 애를 다시 보내게 되었다. 나는 학예발표회가 열리는 날 참담한 초등학교 시절이 되살아 났다. 같은 반 애 하나가 흰 연미복을 입고 지휘를 하고 빨간 티셔츠를 입은 애들은 따라했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애들을 보았다. 극심한 학부모의 경쟁심리 그리고 애들의 참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심한 충격을 받았다.30년여년이 지났건만 이 학교는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 나는 큰 애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 켰다. 애가 그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부모노릇 훌륭했다고 할 수 없어도 적어도 맹목적인 애정에 빠져 들지는 않았다. 애가 중학교에 가면서 나의 다짐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혼자 집에서 공부하는 애가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뒤쳐지지 않을 까 불안에 싸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마다 자질은 다른 것이고 어느 자질이 어느 자질보다 낫거나 못한 것이 아니고 가치로운 것이다는 생각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너도 나도 좋은 학교를 찾아 서울로, 조기유학으로, 이민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서울강남 지역에 유명학원을 다니기 위해 일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학원 수강생 선발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학원입시용 과외가 있다고 한다. 전주에도 지난 4월 대한주부클럽 연합회 전주전북지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고등학생 10명 중 2명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낸다. 벌써부터 전주상산고를 들어가기 위해 전주로 이사온다는 소문도 들린다.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미 학교교육만으로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인 사회현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좋은 직장을 얻고 대접받는 사회가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 남을 것이다. 공평함을 위하여나는 학교에서 책만 보고 공부만 하는 아이만 칭찬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는 수학, 누구는 축구, 누구는 달리기, 누구는 첼로 등등 각자가 가진 아이들의 자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칭찬했으면 한다.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해주고, 똑같은 사람으로서 모두가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했으면 한다. 그러면 이 땅에서 학부모 노릇하기가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 까./소순열(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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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8 23:02

[새벽메아리] 히딩크가 대학인에게 주는 메시지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많은 한국사람들은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입을 염원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한번도 이루지 못한 첫 승만 올려도 다행이라는 마음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하게 그것도 강력한 우승후보국들을 줄줄이 무너뜨리면서 16강을 넘어 8강 그리고 4강에 진입했다. 도대체 히딩크 감독이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이러한 기적이 가능했단 말인가. 가장 간단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유럽 팀과 치룬 과거 게임과 이번 게임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은 과거보다 체력이 현저하게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전 후반 내내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앞에 유럽의 강팀들은 차례차례 무릎을 꿇고 말았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가장 확실하게 변화시킨 것은 체력의 향상이다.태극전사 체력향상 큰 변화체력의 향상, 어찌 보면 축구의 전문가가 아닌 누구라도 내 놓을 수 있는 단순하고 명쾌한 해법이다. 해법은 간단하지만 그 실천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기에 역대 한국대표팀 감독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체력의 향상이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말하지 못한다. 필자는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매주 등산을 해온 터라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봉우리 하나 오를 때마다 더도 말고 지난주보다 1분만 단축하자고 모지게 다짐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주도 이미 베스트를 다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이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내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다.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고,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숨은 목까지 차오르는데 이것은 지난주에도 똑같이 경험한 일이다. 그러나 체력의 향상은 이때부터다. 이러한 체력의 한계 상황을 뛰어 넘어 단 몇 초라도 단축하면 비로소 눈꼽만큼의 체력향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대부분은 이 상황에서 주저 않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지난 주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외면받는 대학 심화교육과정운동의 기본이 체력이듯이 학문의 기본은 지력이다. 많은 학생들이 지력향상을 통한 자신의 경쟁력 제고를 바라면서도 막상 그것을 얻기 위해 치뤄야 할 대가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다. 대학에서의 강의는 그 과정을 통해 수강생의 지력을 몇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체력향상과 마찬가지로 지력향상에도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강의 한 시간 듣고 나가면서 "오늘 강의 편안하게 부담없이 잘 들었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지력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강의를 수강한 것이다. 등산에 비유한다면 땀도 나기 전에 숨도 차기 전에 주저 앉아버린 것과 다름없다. 편안하고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강의라면 구태여 수강할 필요가 없다. 소설책과 신문은 혼자 읽어도 충분하다. 체력향상 때와 마찬가지로 지력을 한 단계 올리는 강의는 강의 끝난 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피곤함을 느껴야 정상이다. 이제까지 몰랐던 것을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이 그렇게 편안하고 부담이 없다면 구태여 대학의 강의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힘들고 어렵지만 교수가 옆에서 도와주고 안내하기 때문에 혼자 할 때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많은 대학에서 고학년 심화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 조금만 힘들고 어려우면 외면해 버린다. 보다 깊이 있는 과정을 이수하여 몇 단계 향상해야할 이때 쉽고 부담 없는 과목의 강의실로 전전한다. 당장은 편하고 좋을지 모르나 다시없는 지력향상의 기회를 스스로 외면해 버린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인식해야 한다. 히딩크의 기적에만 열광할 것이 아니라 그가 우리에게 주는 명백한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 들였으면 좋겠다. /남천현(우석대 경영학부 교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겸직교수, 대한상공회의소 ERP경영지원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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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1 23:02

[새벽메아리]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삶)

격정환희감동―.텔레비전과 신문 지면은 물론 사이버 공간까지도 온통 월드컵의 물결이다. 온 누리는 붉은 색깔 하나로 홍수를 이루고, 남녀노소 할것없이 '대한민국'의 네 음절과 '짝짝-짝짝-짝'의 다섯 번 박수가 범람하고 있다.엊그제 16강의 벽을 넘어 기적같은 8강 진입을 성취한 직후, 자정 가까운 무렵에 팔달로와 객사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가슴이 벅차서 한 마디도 표현할 수 없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벅찬 감격을 누린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언제 이렇게 하나된 적이 있었던가.그야말로 온 국민이 한몸이며 한마음인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그리고 자꾸만 울먹이는 격정의 눈시울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월드컵 4강 격정환희감동―.내친김에 4강까지도, 그리하여 마침내 우승까지도 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화 창조의 순간에 광주 거리는, 저 일본의 거리는 과연 어떤 풍경을 연출할 것인가. 작은 공 하나의 위력이 온 지구촌을 이렇게도 울고 웃게 하고, 지옥에서 천국으로 뒤바뀌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글은 4강 진입여부가 판가름난 뒤에 게재될 테지만―)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순간 {서경}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 곧 모든 일은 가득 차면 기울고, 따라서 겸손하면 이익이 따른다는 뜻이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삼천대천세계의 만상삼라가 극도로 번성하면 반드시 쇠미해질 날도 있지 아니한가.우리가 4강 진입에서, 아니면 우승의 문턱에서 실패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격스러운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모두가 한쪽 면만을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16강전 연장경기에서 스웨덴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고, 세네갈의 공은 골대를 맞춘 뒤 빨려들어 가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이 경우 두 나라의 실력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승자에게 꽃다발을 바치고 축복의 박수를 보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정한 후원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감싸안을 수 있는 훈훈한 가슴의 소유자이리라.내용과 형식의 조화. 영혼과 육체의 쌍전.가장 바람직한 아름다움은 조화와 겸비와 병행에 있다. 축구를 통해서 하나된 이 마음이 조국의 번영을 위하여 총화를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나라의 정치가 멋지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축구 하나로도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도약과 비상을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을. 이 정권의 지도자들이 '만초손 겸수익'을 깊이 새기지 못한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흥분의 도가니, 열광의 파도, 환호성의 홍수에서 어떤 이성적 사고나 냉철한 분별력도 읽을 수 없었다면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일까. 진정한 승자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가 없이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환희와 감동의 이면에는 좌절과 실의의 그림자도 엄연하게 존재한다.우선 나부터 좀더 진정할 필요가 있다. 안분(安分)과 함께 세상살이의 순경 역경을 통찰할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해야겠다.패자에게 따뜻한 위로를도덕과 과학을 함께 갖추어야 하듯이, 정신과 육체를 아울러 건강하게 가꾸어야 하리라. 온전한 인격은 지정의의 통합에서만 가능하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프랑스나 포르투갈을 생각해 보고, 일본과 이탈리아를 헤아려 보아야 할 것이다. 겸손과 양보에는 덕이 있고, 관용과 사랑에는 보다 큰 성취가 함께할 것이다. 그러므로 {서경}은 '겸수익'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이용숙(시인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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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24 23:02

[새벽메아리] 붉은 악마 수천명 17일 전주로

"모든 붉은 악마들의 뜨거운 열정을 담아 역사적 16강 진출을 일궈내겠다"오늘 한-미전을 맞는 대구 붉은 악마 회장의 각오이다.전북대에서도 오늘 대구경기를 문화관 내 대형스크린을 통해 중계하고, 시민과 함께 응원을 나설 예정이다. 적어도 미국과의 경기가 열리는 2시간여 동안 전국의 모든 기업, 공장, 기관, 학교는 일을 중단한다. 붉은 악마로 한덩어리가 되어 응원에 나설 것이다. 구호와 응원가로 우리나라 대표팀에 힘을 불어 넣을 것이다.아마 그 누구보다도 전주는 이 경기를 숨을 죽이며 가슴을 졸이고 보게 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이기고 조2위가 되면 17일 전주에서 G조 1위와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기대에 못미치는 경제특수전주는 월드컵을 계기로 관광과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잔뜩 기대해 왔다. 지난 4년여 동안 월드컵 준비에 쏟아부은 돈은 5,000억원. 이 가운데 70%이상을 경기장을 만들고 도로를 닦았다. 그러나 전주월드컵 개최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약 9,700억원. 전주시 1년예산의 2배정도, 무려 전북수출액의 300배에 이른다(한국은행 전주지점 추계). 잘 만 치루면 곱절 장사가 되는 것이다. 투자와 소비만 가지고 말이다.이 직접효과에 간접효과까지 더하면 돈으로 따지기 어렵다. 전주의 대외이미지홍보, 스포츠 마케팅 등 유관산업의 활성화, 전주시민의 결속이나 자부심 같은 것이다. 숫자로 나타내기 조차 불가능하다. 통상 기업 인지도를 1%를 올리는 데 1천억원이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월드컵이 전주에 주는 간접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그러나 막상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전주 표정은 그다지 밝은 것만은 아닌 것같다. 지난 7일 스페인-파라과이 경기가 끝나고 더더욱 어두워졌다. 월드컵 기간 동안 도내를 찾을 관광객은 많이 잡아도 대략 12만명선. 이 가운데 숙박업소를 찾는 관광객은 많이 잡아 1만 5천여명수준이라고 말하여 지고 있다. 당초 전주시가 예상한 약 3만명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코아나 리베라 호텔은 경기전날과 당일만 예약이 완료되었으나 나머지 기간의 예약은 평소와 비슷하다. 전주시가 정한 지정숙박업소인 월드 인을 비롯, 민박과 대학 기숙사 등에도 예약율은 아주 낮다. 월드컵을 맞아 적지 않는 돈을 들이며 단단히 별러 왔던 시지정음식점이나 숙박업소는 별 재미를 못보고 있는 모양이다.'문화월드컵'을 표방한 전주의 핵심은 관광특수였다. 전주월드컵 추진단에 의하면, 전주경기가 열리는 3일 동안 이 지역에 찾아오는 관광객 10명중 외국인은 9명이라고 한다. 이에 맞추어 전주 시내 곳곳에서는 다양한 전통문화를 선보이고 있지만, 외국인광객들은 경기만 보고 서울과 대전 등으로 떠난다.오늘 전주에서 경기를 벌일 폴란드대표팀 조차 오늘 와서 오늘 대전으로 돌아간다. 7일 스페인팀도 당일에 와서 당일에 대전에서 잤다. 대전은 한달동안 삼성화재유성연수원에서 머무는 폴란드 대표팀으로부터 약 3억원 정도를 번다. 전주는 파라과이와 포루투갈 대표팀이 삼성생명 전주연수원에서 잠시 머물면서 지불한 1천만원정도. 작년말만 해도 숙박대란을 우려했던 전주가 지금은 텅텅 빈 숙박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한국 조2위 16강진출 기대우리나라의 조2위 진출은 전주에 있어서 염원을 넘어 비원에 가깝다. 폴란드와의 첫승의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무려 2조원이다. 그래서 오늘 경기한판은 전주에게 아주 중요하다.오는 17일 붉은 악마들이 버스를 타고 전주에 모여들기를 비원한다. 부산과 광주, 대구, 대전등 전국에서 몰려올 것이다. 필승기원의 거리행진을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고, 세계의 눈과 귀가 전주에 모아질 것이다.전주시민은 이 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과 함께 월드컵 경기장, 덕진 대형 전광판앞에서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함성을 외친다. 밤 늦도록 전주시내 여기 저기에서는 붉은 물결로 가득찰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기록될 이 날을 위해 '대한민국 화이팅'./소순열(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전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졸업서울대학원 졸업(경제학 석사)일본교토대학 대학원 졸업(농학박사)일본 교토대학 및 영국 레스터 대학 객원교수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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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10 23:02

[새벽메아리] 보수와 진보 그리고 수구와 개혁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4월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올해 대선에서 진보적 성향의 후보와 보수적 성향의 후보중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1.7%는 진보적 성향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반면 보수적 성향의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17.5%에 그쳤다.평소 한국사회가 대단히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온 것에 비해 이것은 매우 뜻밖의 결과이다. 혹자는 이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대단히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정작 진보정당의 지지도는 아직 5%를 벗어나지 못한다.여기서 우리는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에 주목하게 된다.현재 정당을 놓고 볼 때 자신들의 주장대로 자민련=보수, 한나라당=개혁적 보수, 민주당=중도보수, 민주노동당=진보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에서야 이렇게 약간은 애매한 보수와 진보로 정치세력을 구분하지만 유럽은 더욱 선명하게 정치세력을 좌우로 구분한다.프랑스를 예로 들자면 극우에서 극좌까지 다양한 정치세력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번 대선에서 결선투표에 진출한 극우로 분류되는 국민전선은 외국이민자 추방 등을 주장하는 반면 프랑스 공산당은 일찌감치 사회당에서 분리해 나와 공산주의를 이념으로 표방하며 사회당과는 스스로를 구별하고 있다.한가지 아이러니는 대표적인 극우파시스트 정당인 히틀러의 나찌당의 정식 명칭은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이었다. 이름만 보면 좌파정당으로 보인다.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좌우의 구별법은 통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좌파 정당이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도 좌를 표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앞서의 여론조사결과로 되돌아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진보적 후보를 지지하지만 정작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반이 넘는다. 스스로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진보적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 정체성의 혼란을 적절히 나타내주는 것으로 보인다.나는 인간의 권리와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서 찾고 싶다.인간은 태어날때부터 똑같이 공평한 권리를 갖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출발한다. 근대시민혁명의 원형으로 불리는 프랑스혁명 당시 국민공회는 자유, 평등, 우애의 이념을 기치로 공화국을 선포하고 부패한 봉건귀족들만 갖고 있던 투표권을 거의 모든 성인남자에게 부여했다.이후 인류는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으며 우리는 지금도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앞으로 가정, 학교, 직장 등 사회 각 분야에서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과정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산, 지위, 학력, 성(性)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이데올로기로서의 진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현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무엇이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실천적 진보가 의미있어 보인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주의의 폐해, 분단 상태의 지속,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 등이다.출신지역에 따라 이해관계를 동일시하는 맹목적 지역주의로 인해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력을 잃어버린 상태이다.영남은 영남대로 호남은 호남대로 자기 지역 출신 정치인이 다수 소속된 정당에 모든 것을 의존해버린다. 그런 면에서 지역주의의 극복이 진보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지역주의와 부딪쳐온 노무현씨가 대통령 후보로 선정된 것 또한 진보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느냐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 역사인식의 차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사회나 지켜야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그러나 그것이 소수의 특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수구일 따름이다. 아울러 보수나 진보 모두 스스로를 끊임없이 개혁하지 않으면 수구에 빠져버릴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느 위치에 서있습니까?/ 김성주 (시민행동21 뉴미디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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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5.25 23:02

[새벽메아리] 월드컵 16강과 시민의식 16강

사상최초의 한일 월드컵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에는 처음 보는 참가국 국기가 펄럭이고 전주에서 벌어지는 경기일정은 어디에서나 알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성공적인 월드컵과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현수막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기관장이나 어디서 말마디께나 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월드컵 얘기가 빠지면 대화가 안될 정도이다. 분위기만이 아니고 외형에서도 경기 일정에 맞추어 척척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월드컵 상징물인 월드컵 경기장이 시험가동을 끝내고 위용을 뽐내고 있으며 인터체인지를 비롯한 도로망도 마무리되었다. 처음 월드컵을 전주에 유치하려 할 때 예산문제나 경기장 사후관리의 문제점을 들어 반대했었던 필자도 이제는 반대보다는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입장이 되었다.이번 한일 월드컵은 친 환경적인 월드컵이 되어야 하고, 지구촌 축제 이면에 가려 소외되는 사람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환경 친화적 월드컵이란 경기장을 포함한 주요 관련 시설물들을 환경 친화적으로 건설하고 관리하며, 월드컵 경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열리는 행사를 친환경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며, 월드컵을 통해서 도시자체를 환경 친화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물론 환경 월드컵이라고 해서 무조건 금욕적이고 엄숙하게 행사를 치루자는 것은 아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행사 전기간에 걸쳐 국민의 생활화된 환경보전의식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게 해서 앞으로 개최 될 국내의 각종 대형 스포츠 행사가 시민 참여를 통한 환경 친화적인 스포츠가 되도록 하는 기반을 닦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과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서 이미 친환경적인 행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고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에서도 환경 올림픽의 기치를 내걸고 있을 정도이다.우리나라에서 특히 전주에서 모범적으로 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과 지방정부 그리고 언론,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가 이루어져야한다.시민들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친 환경적인 행사가 되는지 모니터 하기도하고 좋은 생각이 있으면 제안해도 좋다.음식점 등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내 외국인을 막론하고 오는 손님들에게 인상에 남을만한 서비스를 한가지씩 준비하면 좋겠다. 현수막 한 장으로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는 것보다 실제로 실천할 것을 한가지씩 준비 해 보자는 것이다.예를들어 우리 음식점에서는 자원봉사자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한다면 신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기업도 월드컵을 돈벌이와 이미지 개선에 활용하려는 것보다, 폐수 매연 등을 최소화하는 실천 지침을 만들었으면 싶다.대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조직위원회나 지방정부도 무엇을 실천하고 모범을 보일까 고민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2부제를 권유 해놓고 주요인사들은 고급 승용차로 경기장까지 입장해 버린다면 시민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위원회 위원장, 도지사, 시장 등 주요인사들이 자전거를 타고 입장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지구촌의 요란한 축제인 월드컵이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월드컵의 한편에서 전쟁이 준비된다면 아이러니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에서 노동 착취가 이루어지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차별이 이루어 wu서는 안 된다.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돈을 쓰는 선거를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그 기간만이 아니라 영원히 추방되어야 한다.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드는 것이 국민의 염원이 되었지만 덩달아 시민의식도 세계16강에 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형재 (전북시민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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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5.16 23:02

[새벽메아리] 전주국제영화제를 기다리는 이유

제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전통과 고풍의 도시 전주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대해서 어떤 이는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꼴이라며 어줍잖은 짓 말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스필버그의 횡재를 예로 들며 핑크빛 영상산업 도시로의 꿈을 펼쳐 보이며 쌍수를 들어 환영하기도 하였다.하지만 그동안 두 번의 영화제를 치르면서 한편으로는 한번 해볼만한 시도라는 자신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참담한 부끄러움을 동시에 경험하였다.그러나 이런 두 번의 경험을 거치면서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이 생겨난다. 사실 우리에게 영화제란 미지의 세계였으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높은 산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미로를 탐색하듯 조심스럽기도 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함정을 만나 고심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노하우로 축적되면서 이리 다듬고 저리 다듬으며 제3회 영화제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제3회 영화제는 그동안 우리가 겪은 두 번의 영화제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을 우리에게 선보일 것이다. 아직 제3회 영화제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펼쳐질지를 분명히 예상할 수는 없을 것이나 주변의 몇 가지 소문들은 이번 영화제에 남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일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이다. 여기저기에서 귀동냥을 해보니 영화에 대해서 특별한 공력(?)을 가진 분들이 이번 영화제의 프로그램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많은 영화들이 내게는 생소하다. 아마 많은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내가 잘 아는 영화가 아니라고 해서 기대를 접지는 마시라. 우리가 잘 아는 영화들은 집 앞에 산재해 있는 비디오방에서 얼마든지 빌려다 볼 수 있다. 그런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상영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면 그건 예산 낭비가 아닐까? 오히려 잘 아는 영화들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이 한번쯤 보아둘만한 영화라고 권하는 그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졌으니 반가와 할 일이다. 그것이 때로는 좀 어렵고, 전문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어디 그게 영화전문가만 보라는 법 있는가?이 틈에 그들의 호기심을 엿보는 기회로 삼아 볼 만하다. 더욱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은 그만큼 인식의 지평을 확대시켜 주는 것이므로 그들의 영상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얘기를 한번쯤 들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영상의 언어로 세계를 구성하는 일은 이제 전혀 낯설은 일이 아니다. 영상은 우리 시대의 강력한 의사소통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영상체험을 통해서 우리의 의사를 영상언어로 구성하여 메시지를 전달할 줄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이 영상언어를 통해 내게 보내는 메시지를 해독할 줄도 알아야만 한다. 이제 영상은 너와 나는 물론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 주는 네트워크의 구실과 함께 심하게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원리로서 지위가 격상되려 한다. 이런 시대적 요청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 전주국제영화제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며, 시대의 요청에 발빠르게 적응하려는 젊은이들에게는 훌륭한 교육현장이며 놀이터가 될 것이다. 그것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지향점이 우리의 나태한 일상에 대한 도전을 꿈꾸는 것이다. 내 일상을 뒤집어 보는 일, 그것은 어쩌면 부끄럽고 불쾌한 체험이기도 할 것이며, 어쩌면 유쾌하고도 상쾌한 도발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체험을 통해서 한번쯤은 나를, 그리고 내 주변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제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 문 뒤에 놓여있는 세계에 흠뻑 빠져 며칠을 영화제와 함께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 문윤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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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4.24 23:02

[새벽메아리] 변화 거부하는 전북정치권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경선 방법을 논의하는데 원칙이 없다. 말로는 도민참여와 정당민주화를 내세우다가도 이해관계가 얽히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을 바꿔버린다.도지사 후보 경선 방법을 논의해온 민주당 지구당위원장들은 모일 때마다 다른 경선방법을 제시했다. 시시때때로 경선 방법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진전되는 변화였다면 탓할 것이 없지만 원칙이 없이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하는 결론이었기에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처음에는 지사 경선에 도민을 참여시키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가, 기존 당원과 도민이 참여하는 비율을 7:3로 구성하겠다고 제안하더니 며칠 후 당원들만으로 경선을 치르겠다고 번복하고 말았다. 지사 경선을 도민의 잔치가 아니라 지구당위원장 만의 잔치로 축소해가고 있는 듯하다.사실 이렇게 당내 경선으로 결론 나기까지는 후보자들의 이해관계와 지구당위원장들의 무소신,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명분이야 어떻든 인지도를 앞세운 후보와 당내기반을 염두에둔 후보의 수 싸움이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고 규율을 정하고 심판의 입장에 서야할 지구당 위원장들이 선수의 눈치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지구당위원장들이 소신이 없는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선에 도민참여를 점차 배제시켜 나가는 일관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지사경선을 대통령 경선처럼 당원과 도민의 비율을 5:5로 치루어 선례로 남는 것을 피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와 같은 5:5로 치러야 하고 그렇게되면 지역에서 활동력이 높은 유력 후보에게 경선 에서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한다.즉, 자신들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도민의 정치참여와 참여민주주를 봉쇄시킨 것이다. 겉으로는 이미 명분이 되어 버린 도민참여 경선을 찬성하면서 속으로는 일관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게 되니까 도민의 뜻과는 다르게 결론이 나고 있는 것이다.민주당 대통령 경선을 지켜보면서 변화와 개혁이 시대의 흐름이며 국민적 요구임을 느낄 수 있었다. 경선이 중반을 지나면서 진흙탕싸움으로 변해가고 있긴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정치드라마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이다.오랫동안 대세론을 주장하며 여유롭던 후보가 이제는 처지가 뒤바뀌어 얼굴색이 달라졌고, 대통령에 다 된 것처럼 김치국을 마셔오던 야당 총재는 그렇게도 움켜쥐려던 총재직 마저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이렇게 정치상황이 뒤바뀐 것은 국민이 정치공간에 참여하면서 부터다. 고착되어 있던 후보간 우열이 국민이 참여하면서 변하고 있고 밑바닥을 기던 민주당의 인기가 기사회생하고 있다.이처럼 역사적 흐름을 알면서도 자신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아옹다옹한다면 조금 얻으려다가 전부를 잃을 수 있다. 민주당 전라북도지사 경선에 나서는 후보, 그리고 지구당 위원장들은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리를 거쳤거나 현직에 있다.국민 그리고 우리 도민들의 바램과 기대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도민에게 감동을 주는 경선 방법을 빨리 확정지어주길 바란다.마침 오는 17일은 경선방법을 확정짓는 민주당 전북도지부 상무위원회가 있는 날이다. 지구당위원장의 결단과 조금은 도민의 곁에 가까이 있어온 상무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면서 정치를 모르는 우매한 사람의 헛된 꿈이 아니길 바란다./ 최형재 (전북시민운동연합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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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4.10 23:02

[새벽메아리] 농업살리기 모두 나서야

우리 농업은 조상 대대로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농업을 통해 모든 의식주가 해결되었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떠받치는 밑거름이었다.이러한 농업이 오늘날 천대받고 위기에 봉착해 있지만 반드시 지키고 살려야 된다는 신념으로 농민들은 우리 농업을 정성껏 보듬어 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농업위기 앞에서 우리 국민들은 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농업을 지키고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다수 국민이 농촌에서 태어났거나 농촌을 통해 그들의 오늘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주지하다시피 농업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산업화 과정에서 발행하는 각종 도시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유지되어야 하고 정부당국이 가장 중시해야 할 산업이다.농촌붕괴로 인해 농촌공동화, 도시과밀화와 이에 따른 교통, 실업, 환경오염, 교육, 빈부격차 등 셀 수 없이 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막대한 예산투입은 결국 농업을 살리고 지키기 위한 예산투입과 정부의 부담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다.농민이 적정한 소득을 올리고 농촌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국토의 균형발전, 도시문제해소, 중소도시의 안정적 유지라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상식적인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쌀가격이 폭락하고 WTO 뉴라운드협상이나 한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농업위기가 더욱 심화되자 당장 농민들의 소비가 위축되고 이로인해 농기계 업체를 비롯한 농업관련업체의 타격이 현실화되는 한편 중소도시의 각종 매출이 급락하는 등 충격파가 적지 않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뿐만 아니라 농촌에 부모 형제를 두고 있는 도시민 가운데 약 40세까지는 농촌의 부모 형제에게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양육은 물론 최종학업까지의 교육비, 취업시까지의 생활비, 결혼비용, 주택자금이나 창업자금 지원, 쌀과 고추 등 각종 먹거리의 제공 등 어느 것 하나 농민인 부모 형제의 도움 없이 40세까지 자립할 수가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농민인 부모 형제가 도시로 보내는 식량 등의 먹거리나 도시 자녀들을 위한 지출은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힘든 천문학적 금액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도시로도시로 향하고 있다.이런 농업농촌농민의 역할이 도외시되고 과소평가 되는 사회라면 앞으로 도시를 부양하는 농촌의 존립기반은 송두리채 흔들리고 그 모든 사회적 비용과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와 도시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렇다면 위기에 직면한 농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농림부는 예산부처를 설득하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예산부처는 농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농업을 지키고 살려애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우리 국민은 농업을 살리고 지키는 것이 우리 민족의 장래나 국가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적 합의를 기초로 한 농업수호 의지가 정치권과 현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면 될 일이다.농업을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국민적 합의와 정부의 의지 가운데 국민적합의라는 기름진 토양이 있으니 이 토양에서 좋은 결실을 맺도록 씨뿌리고 가꾸는 일을 정부가 지원하면 될 일이다.대통령 직속의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으니 농업르 지키고 농촌을 회생시킬 수 있는 정말 좋은 방향과 정책, 정책수단들이 세워져야 한다.농업경쟁력, 소득안정망, 지역개발 및 복지 등 의제를 다룰 때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WTO 뉴라운드, 한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쌀값문제 등 전반에 걸쳐 농민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좋은 대안들은 농민들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국민을 위하고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좋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용호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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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4.03 23:02

[새벽메아리] 시립예술단 제대로 평가하자

타 지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전주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창조와 향유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주시내의 크고 작은 연주홀들은 일년내내 거의 쉬는 날 없이 이런 저런 공연들로 꾸준히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민들의 활약이 전주시의 적극적인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이끌어내고 있다.전주시의 적극적인 문화예술정책 중 하나가 바로 시립예술단의 운영이다. 전주시에는 극단, 민속예술단, 교향악단, 합창단 등 4개의 시립예술단이 있는데 아마 이렇게 4개의 시립예술단을 갖추고 있는 도시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이는 전주시와 전주시민이 전주의 문화예술진흥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엿보게 한다.4개 시립예술단은 시 재정(년 30여억원 정도)의 지원을 받으며 매년 수차례의 정기연주회는 물론 시시때때로 초청연주회나 연합공연 등에 나서는 등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시립예술단에 지원되는 세금은 별로 아깝지 않다.하지만 시립예술단의 운영을 관심있게 지켜 본 사람이라면 시립예술단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한두가지쯤은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지금 필자가 그런 마음이다.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립예술단의 일년 활동에 대한 평가는 누가 하지?' 현재의 구조에 의하면 시립예술단에 대한 평가는 전주시 문화예술과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분들의 예술적 소양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문화예술과에서 시립예술단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평가할 수 있을까?물론 언론에 실린 평론을 참고하거나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의뢰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문화예술과로부터 공식적으로 평가를 의뢰받았다는 전문가를 아직 만나보지 못하였다.그래서 어쩌면 매년 이루어지는 시립예술단에 대한 평가가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예술성이나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하고 조직운영이나 근무평점 같은 평가로 대신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만약 그렇다면 이는 제대로 된 평가도 아니며, 장기적인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이다. 시립예술단은 그 조직의 원만한 운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예술성과 작품성으로 평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런데 필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불행하게도 시립예술단의 작품활동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그래서 한가지 제안을 해보려 한다. 먼저 시립예술단 활동에 대한 평가의 1차적인 책임은 시립예술단을 구성한 전주시에 있으므로 전주시는 시립예술단 평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시립예술단 활동이 매우 전문적인 활동이므로 전문가들에 의한 평가가 그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따라서 시에서는 해당 장르의 전문가들로 평가단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평가를 정기적으로 의뢰하여 이를 기초자료로 삼는다. 이 평가단은 비교적 많은 분들로 풀(pool)을 구성하여 무작위로 평가를 의뢰하고, 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공정성을 높인다.아울러 일반 시민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시민 모니터단을 구성하여 애호가들의 참여기회를 넓히고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한다.물론 아직 우리의 문화적 풍토는 좁은 지역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히다보니 서로의 작품을 공개적으로 평가할만큼 대담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 일이 참으로 곤란한 일이겠으나 시민의 세금은 전문가들이 나서서 그 쓰임새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 마땅한 책무일 것이다.그리고 시립예술단도 전문가들로부터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고 그 평가에 대해 토론함을 즐거워함으로써 보다 나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이런 정책이 우리 지역에 숨죽이고 있는 평론을 활성화시켜주는 기대밖의 성과까지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희망까지 품어본다./ 문윤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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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3.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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