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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게이트’와 '스캔들'

요즘 하루는 ‘게이트’로 시작해서 ‘게이트’로 지는 것 같다. 아침에 눈뜨면 ‘무슨 게이트’에 연루된 새로운 사람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문’ 하나를 열면 또 다른 ‘문’이 계속해서 나타나 끝을 알 수 없다. ‘게이트’란 말은 공화당 닉슨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에서 유래한 바, 원래 ‘스캔들’이나 ‘추문’으로 불리는 게 적합할진대 권력형 스캔들에 ‘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이번의 게이트들은 새로운 시대적 특징을 띄고 있다. 과거의 비리 의혹들은 대개 재벌과 관료, 정치집단 사이에 주로 발생했지만 이번의 사건들은 벤처기업을 끼고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과거의 강남 개발 붐을 틈타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 들인 과거 졸부들과 달리 벤처열풍에 따라 급격히 부를 축적한 신흥 벤처 졸부들과 권력기관, 금융기관, 언론기관들이 벌이는 신종수법이다. 나는 누가 얼마를 받고 댓가성으로 어떤 위법을 행사했는 지엔 별 관심이 없다. 그건 검찰이 밝혀낼 일 뿐이다. 다만 왜 이런 추문들이 시작되었고 언제까지 진행될 지가 궁금하다.올해의 대통령기자회견을 보는 느낌은 수많은 ‘게이트’로 얼룩진 정권의 피로를 보는 듯했다. 외환위기를 비교적 순조롭게 넘기고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은 경제상황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쉬어 버린 목소리로 연신 죄송과 사과를 반복해야 하는 현주소가 몹시 씁쓸하다. 뒤늦게 정실인사를 하지 않고 불퇴전의 각오로 비리척결을 외치지만 왠지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부터 4년전, 50년만의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몹시도 기뻐했던 사람들은 권력이란 결국 똑 같은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에 할 말을 잃는다.새로운 정권의 등장을 한 정권에서 다른 정권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영남에서 호남으로 권력의 중심이 옮겨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자들은 정권교체의 참된 의미를 모른 채 자신들도 그 자리에 앉아 볼 기회가 생기는 정도로 이해했을 지 모른다. 여전히 소수파 정권에 불과한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망각한 채 너무도 빨리 권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권력을 누리는 쪽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권력에서 조금(!) 소외되었던 이들은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적극 반기고 권력의 중심부로 재빠르게 진입했다. 단지 출신지역이 같다는 이유로 출신교가 같다는 이유로 믿을 만한 우리 편으로 둔갑하여 정권 교체의 꿀 맛을 누려왔다. 나는 이들을 각종 추문의 진원지로 의심한다. 이제 이들에 의해 권력의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있고 이들은 벌써 새롭게 살 길을 모색하고 있을 지 모른다. 서로간에 암투를 벌이고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다음 정권에 보험이라도 들려고 안달이 날 지도 모른다. 일찌감치 괜찮은 우리 편을 만들어 놓지 못한 DJ는 때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사태가 호전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사실 따져보면 과거 정권의 대형 비리들에 비하면 지금의 것들은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참된 의미를 안다면 여러 게이트들이 더 가혹하게 폭로되어 오히려 이번 기회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채우려는 오랜 관행을 멈출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권력에 취한 자들의 추한 이야기가 언제까지 계속 오르내릴까?/ 김성주 (시민행동21 뉴미디어센터 소장)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02.01.16 23:02

[새벽메아리] 희망을 찾기위한 도전

기차표 구입을 위해 매표소 앞에 한 사람이 줄을 섰다. 서서히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는데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입석 두 장' 다음은 잘 들리게 '입석 두 장' 바로 앞사람이 분명한 어조로 '입석 두 장'을 달라며 계산을 한다. 자기 차례가 돌아온 그 사람은 물론 입석표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데 바로 뒷사람이 좌석표 있으면 달라고 한다. 매표원은 좌석표를 내 주었다.깜짝 놀라 되돌아서서 좌석표도 있었느냐고 묻자 '네'라는 대답이 무심하게 들려왔다. 다시 좌석표로 바꾸려 했지만 줄을 지어 서 있는 뒷사람들에 밀려 행동에 나서지는 못하고 입석표 구입에 만족해야 했다.살다보면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올해는 지방자치 일꾼을 뽑는 선거,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통령선거 등 큼직큼직한 행사들이 줄을 지어 있어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들떠서 지나가고 말 것이다.이런 속에서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다른 사람도 그랬으니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좌석표가 있느냐고 물을 수 있는 꼼꼼함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희망 찾기에 나서야 한다.국정홍보처가 얼마 전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서 20세이상 성인 천 오 백 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 정당-국회-검찰-경찰-대기업-공무원-법원-언론기관 순으로 불신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조직인 동시에 가장 공정하고 신뢰받아야할 조직들이 '불신 받는 집단' 선두(先頭)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은 참으로 불행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불신 받고 있는 집단들이 우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집단으로 뒤바뀌는 희망을 우리는 도전정신과 꼼꼼함으로 현실화 시켜야 한다. 아직도 현실은 희망을 찾기에는 답답하다.여론조사에서 가장 불신한다고 해놓고도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불신한다고 하는 기관에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아니 그곳에 밉보이면 끝장이라고 생각하는지 처절하게 노력한다. 그들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고 그들이 식사하는 곳에는 누군가에 의해 계산이 마쳐져 있다. 그러니 그들은 무엇을 잘 못했고 왜 불신 받고 있는지 깨닫지를 못한다. 당연히 반성이니 불신이니 하는 말은 딴 세상 얘기가 되어 버린다.새해 각오가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주술에 걸려 벌써 해이해졌을 시점에 희망을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다져보면 어떨까 싶다.364일 정치개혁을 외치고 비판하다가 투표 당일 날은 고향사람, 동문, 친인척,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찍는다면 정치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검찰, 경찰, 법원이 불신 받는 이유는 공평하지 못한 조사와 처벌에 있다 많은 서민들은 보복이 두려워 감히(?) 하소연하지도 못한다. 이제는 하소연해야 한다. 내가 하소연하면 다음 사람은 똑같이 억울한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작년까지는 아니 이제까지는 그냥 넘어갔던 일, 눈감고 우리지역사람 찍었던 일을 반복하지 않는 것, 그래서 새롭게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앞사람 따라 입석만 외치는 사람은 여행기간 내내 서 있어야하고 혹시 빈자리가 생겨 앉으려해도 온갖 눈치가 보인다.꼼꼼하게 좌석을 챙긴 사람은 편안한 여행이 보장된다. 지방선거 한번 잘하면 4년이 편안하고 대선 한 번 잘하면 5년이 편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민주화 과정을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모두 공익적인 일에 한가지씩 실천항목을 정해 작은일부터 시작하자. 희망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최형재 (전북시민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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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1.09 23:02

[새벽메아리] 2001 지역문화의 해를 마감하며

벌써 2001년의 끝에 서 있다. 하지만 2001년이 정부가 정한 '지역문화의 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전 '지역문화의 해'를 결산하는 모임이 서울에서 있었다.이 자리에는 각 지역의 문화현장에서 활동하는 100여명의 문화활동가들과 담당 공무원들이 참석, 열띤 사례발표와 토론을 펼쳤는데 저마다 지역의 문화를 꽃피우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토로하였다.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에서는 전문 문화인력의 부족으로 담당 공무원 홀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업무의 과중함을, 또 농촌지역일수록 향토 유물이나 사적지가 많이 산재해 있는데 예산이 태부족한 탓에 기초적인 자료정리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도시지역은 지역의 문화적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 축제들의 남발을, 또 지역의 대형문화행사에 '점령군'처럼 왔다가 갈등만 일으키고 돌아가는 서울 문화 전문가들의 오만함을, 또 지역주민들의 손에 의해 직접 만들어지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의 소홀한 대우 등 수많은 문제들이 탁자위에 펼쳐졌다. 어느 것 하나 공감되지 않는 얘기가 없었으나 모두의 적극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우리의 지역문화가 서울의 문화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의 문화활동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더욱 민감하였다. 사실 돌이켜보면 지역에서의 삶과 문화가 강력한 중앙집권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이미 우리의 자연스러운 삶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매일 저녁, 퇴근길 라디오를 통해 서울의 교통상황에 대해 소상히 듣는다. 전주에서, 그리고 각 지방에서 퇴근을 서두르는 우리가 왜 서울의 상세한 교통정보를 들어야만 하는가. 하지만 공공의 전파가 서울에 집중되는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우리는 신문을 통해 서울에 있는 백화점들의 세일 광고를 흔히 접하게 된다. 또 사투리를 쓰면 촌놈 취급받기 일쑤이고, 학교에서는 기어이 서울의 보통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이른바 표준말을 가르치고야 만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이 서울 사람들을 기준으로 통일되고 있는 판에 지역의 삶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문화가 온존할 수 있겠는가? 서울에서의 삶과 문화가 전국민의 표준적 삶과 문화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지역의 특색을 보존하자는 노력은 자칫하면 시대착오적 발상이나 분열주의자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두발을 딛고 사는 지역은 각 지역마다 자연적 환경도,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도, 이웃과 맺는 공동체 네트워크의 규범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역사와 문화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어느 한 지역의 문화가 표준적 삶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주민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스스로 이야기하고,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문화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문화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서로의 존재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이제 며칠후면 지역문화를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들은 종결되고 '지역문화의 해'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정부가 '지역문화의 해'를 선정하건 말건 지역문화는 이전에도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지역문화를 위한 지역주민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 문윤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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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2.26 23:02

[새벽메아리] 디지털 시대의 명암

요즘 초등학교 다니는 딸 아이가 자주 부르는 디지몬 어드벤처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노래를 듣다 보면 환상의 디지털세상 어쩌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아이들 노랫말에 디지털 세상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게 신기해서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고개를 가로 젓는다.하기야 디지털의 뜻을 알 리도 없겠지만 특별히 이해해야 할 어려울 말도 아닐 것이다. 이 세대들은 디지털 시대를 이미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많은 어른들이 디지털 시대에 대한 부적응에 따라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에 시달리고 있겠지만.디지털은 모든 현상을 0과 1의 숫자 조합으로 표현한다. 바늘 달린 시계가 아날로그 방식이라면 숫자로 표시되는 전자시계는 디지털 방식이다. 바늘 시계는 연속적인 초침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표현하므로 시간을 물으면 몇 시쯤이다라고 답하겠지만 디지털시계는 몇 시 몇 분이라고 정확하게 답하게 된다. 이처럼 아날로그가 쯤, 가량 등 근사치를 표현하지만 디지털은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이런 디지털의 특성 때문에 우리는 애매모호한 것들을 보다 분명하게 구분 짓게 된다. 요즘이야 바늘이 돌아가면서 소리를 내는 LP음반을 듣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약간의 잡음도 포함하여 적당히 자연적인 소리를 만들어내는 LP에 비해 CD나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는 MP3 음악은 어떤 이질적인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담고자 하는 소리만 실리게 된다.TV에도 고화질 쌍방향 디지털TV가 등장하여 바보상자의 오명을 벗으려 하고 촬영-현상-인화-스캐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필름 카메라 대신 한 번의 촬영으로 원하는 사진을 얻어내는 디지털카메라가 사진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지 오래다. 디지털 정보기기의 등장으로 과거에 거대한 조직의 거대 시스템이 담당했던 업무를 한 사람이 개인 PC를 갖고도 거뜬히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만들어낸다거나 비디오를 편집하는 일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이런 디지털 세상의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이 서있다.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발전이야말로 새로운 기술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깊어갈수록 과거에 대한 향수도 깊어지고 그에 따라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얼마 전 도장 새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 전자결재와 싸인문화의 유행으로 도장 새길 일감이 적어진 데 실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실이 그랬을지는 모르지만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몰락하는 분야가 분명 있으리라.한 때 이상주의자들이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를 갈망했듯 사람들은 인간의 얼굴을 가진 디지털 시대를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디지털 시대가 사람들에게 좀 더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개인의 지적 능력의 차이에 따른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며 양극화가 심화된다.사람들은 디지털혁명이 가져다 주는 일상생활의 편리함과 시간, 비용의 절감 혜택을 누리는 한편 빛의 속도로 사고하고 행동할 것을 끊임없이 강요당한다. 이래서 우리는 편리하지만 편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어찌하랴! 원고지에 직접 손으로 글을 써야만 좋은 글이 생각난다는 작가도 두 손가락 세워 두드려야 하는 자판에 항복한지 오래고, 잡음이 있어 오히려 좋다는 LP음반 애호가도 보관이 편리하고 깨끗한 음질을 유지하는 CD에 길들여진 지 오래다. 과거로 되돌아가기는 커녕,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조차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의 환상적인 디지털 세상의 찬미에 주눅들어야 하는 것을나도 가끔 탈출을 꿈꾸지만 겨우 잠시 도망갔다 되돌아올 뿐이다./ 김성주 (시민행동21 뉴미디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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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2.19 23:02

[새벽메아리] 결식아동과 공적자금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지갑의 두께도 한 장 달력만큼 얇다.지갑의 무게도 모르면서 여기저기서 송년 모임에 참석하라는 안내장은 계속된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해놓은 일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구나 싶다.이렇게 다가오는 연말에 가슴을 저리는 소식이 들려온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은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몇몇 아이들은 점심걱정 때문에 방학이 무섭다고 한다. 학교에 나갈때는 급식을 통해 점심은 해결되었는데 방학이 되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여러 단체들과 뜻 있는 개인들이 주머니를 털어 가며 노력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단다.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고 관리하고 배분하는 공동모금회에서 성금을 배분하는 심사위원으로 2년간 일한 적이 있다.이 때 가장 큰 고민은 한정된 예산때문에 수 백군데 사회복지 시설에서 올라온 사업계획을 다 지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금된 돈을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서 배분하는 것이 옳지만 한정된 예산이라는 굴레가 심사의 열정을 식게 했던 기억이 난다.사업계획서 대부분은 꼭 필요한 사업이고 또 지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사업이다. 경노회관 보일러 설치, 재가 장애인을 위한 이동 목욕탕, 커 가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가정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의 피난처.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보호 없이 내 팽 겨 쳐져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양각색의 사업들이 제출된다.몇 백만 원만 지원해 주면 열과 성을 다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결의가 계획서 곳곳에 베어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공동모금회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사회 보장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이러한 지적에 정부의 대답은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공적 자금 횡령 뉴스를 들으며 정말 예산이 없어서 인지 정부가 돈을 잘못 써서인지 고민이 생긴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한 두 푼도 아니고 약 18조원의 공적 자금이 횡령되거나 부당 지출되었단다.약 6개월 정도에 걸쳐 진행한 감사에서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의 임직원과 부실채권을 금융기관에 떠넘긴 부실기업의 소유주가 빼돌린 재산이 7조원이 넘고 정부가 판단 잘못으로 과다하게 투입한 공적 자금이 11조원이 넘는다는 것이다.경제 파탄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세금을 투입했는데 이 돈을 경제살리는데 사용한 것이 아니라 횡령이나 부당지원 이라니, 이것은 불법을 넘어 허리띠를 졸라맸던 국민에 대한 사기이고 모독이 아닐 수 없다.공적 자금 총액 150조원의 12%가 넘는 18조원의 돈이 부당하게 처리되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도 또한 이해 할 수 없다. 공적 자금 18조원은 국민 1인당 40만원이 넘는 거액이다.아무튼 이렇게 엄청난 돈이 횡령되고 부당하게 지출되면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걸 보면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닌가 보다.큰돈은 물 쓰듯이 풍덩 풍덩 써대고, 꼭 필요한 정도를 넘어 생존에 필요한 돈은 예산이 없다고 하니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좌절하게 되는 것이고 희망이 없어지는 것이다.예산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을 일이 아니라 적절한 예산 배분을 통해 모든 국민이 고른 혜택을 보도록 국가 운영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안타까운 현상을 쓰게 되니 씁쓸하지만 한 장 남은 달력을 뜯어 낼 때 지금까지 잘못된 정책관행 등을 같이 뜯어내 버리고 새해에는 책임지는 정책을 통해 국민 모두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려본다./ 최형재 (전주시민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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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2.12 23:02

[새벽메아리] 일 못하는 머슴이 주인 구박

쌀값하락으로 농민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연일 농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산지 쌀값이 지난해 보다 80Kg한가마당 약 2만원씩 하락해 쌀 위주의 농업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전북지역 농민들에게 급격한 소득감소를 가져왔다.더구나 WTO뉴라운드 협상에 따라 쌀전망이 불투명하고 가격도 해마다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들이 속속 전해지면서 그야말로 농민들의 불안심리는 그 어느해 보다 심화되고 있다.이런 지경임에도 정부의 정책이나 관료들의 발언은 농민들의 요구나 농민단체의 정책대안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따라서 쌀대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여기서 우리 모두는 현사태의 본질을 짚어 봐야 한다. 우선 쌀문제의 대두가 정부나 관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농민들이 변해야 해결되는 문제이고 문제의 발단이 일부나마 농민들에게 있다는 것인지 냉철히 짚어야 한다. 필자는 이런 주장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다른 작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농민들은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허리띠를 졸라메며 보릿고개를 이겨왔고 국민의 주식인 쌀을 자급했다. 쌀의 자급과 안정적인 생산 구축이야말로 국가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목표였고 이 목표에 농민들은 너무나 충실했다. 농민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쌀자급을 이루는 것이었고 증산을 통해 국민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하는 일이었다. 우리농민들은 이런 목표에 110% 초과 달성까지 했다. 생산은 농민들의 몫이었지만 쌀농업의 정책을 제시하고 가격을 지지하거나 소용돌이치는 국제협상에서 쌀을 지키는 일은 정부와 정치권, 관료와 국민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다수 국민들이 농민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쌀을 지켜야 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정치권, 관료들은 전면적인 시장개방에 내맡기려 하고 농민들이 알아서 경쟁력을 갖추라고 하고 있다. 이러니 요즘 농민들은 일 못하는 머슴이 주인을 구박하는 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한 정부정책이나 관료들의 발언은 쌀농업을 포기하는 것들이라는 농민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갑자기 증산정책을 포기할 것처럼 하고 추곡수매가를 45%인하해야 한다고 하는가하면 WTO뉴라운드협상에서 쌀을 관세화해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농민들의 사기를 꺽는 일이고 사대주의적 협상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비료가격을 인상해 친환경농업을 유도하겠다는 발상도 현실을 도외시한 발표였다. 이제 쌀농업에 있어 더 이상의 정책혼선이나 실수는 쌀농업을 비롯해 우리농업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게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힘을 결집해 쌀농업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 대안들을 농민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먼저 올해 쌀값폭락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농민들의 요구는 올해처럼 쌀값폭락이 계속되면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없어 쌀농업 포기로 직결될 위험이 있으므로 급격한 쌀값폭락을 막고 농가소득을 어느정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차액보전에 대해 중앙정부와 전북도가 매듭을 풀어 시군자치단체가 눈치보지 않고 차액보전을 하도록 해야 한다. 8%이상의 계절진폭 허용이나 공매중단 등도 받아들여 급격한 폭락을 막아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을 통해 현재 농민단체나 농협 등 농업계와 정부의 대립구도를 해소하고 범농업계가 국민적 힘을 결집해 WTO뉴라운드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쌀재협상은 관세화 예외 조치를 인정받으면서 시장접근 물량을 UR협상처럼 4% 이내로 묶도록 확고한 협상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국내에서는 추곡수매 등 가격지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축소되는 보조를 전액 소득지지로 흡수해 큰 틀에서 농가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농가의 금리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농업정책 자금의 금리를 3%이내 10년이상 장기 상환으로 하고 농협의 상호금융도 8% 이내로 묶는 과감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 김용호 (전농전북도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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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2.05 23:02

[새벽메아리] 제기능 상실한 예술교육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는 피아노 학원이 4개, 미술학원이 2개 있다. 그리고 집에서 개인 레슨을 하는 개인 선생님도 몇 분 있다. 또 가끔 베란다 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무슨 학원, 무슨 교습소라는 활자를 크게 단 승합차들이 쉼없이 드나들며 제 몸뚱이보다도 더 큰 책가방을 든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태워 부지런히 떠나곤 한다.바야흐로 예술교육의 시대이다. 어느 집 아이건 음악학원이나 미술학원 하나쯤 다니지 않는 아이가 없다 하니 이 땅에 예술이 꽃피울 날도 멀지 않았나 보다는 기대를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무망한 것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이 땅의 예술 교육 열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런 열풍이 이 땅을 아름다운 예술이 숨쉬는 땅으로 만들지 못했음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예술 교육은 근본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이다. 무엇이 아름다운 것이며, 아름다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이해함으로써 그 삶이 늘 아름답기를 기대하는 것이 예술 교육의 목적일 것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탐욕으로 물든 인간성이 극에 달해 있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갈망하고 아름다움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그 얼마나 아름다운것인가? 이런 노력이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그러나 오늘의 예술교육이 이런 희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무엇이 예술교육을 이렇게 허망한 것으로 만들었을까? 우리의 예술 교육은 더 이상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교육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언젠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한 선생님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한 매우 훌륭한 교육관을 가진 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손가락 테크닉만을 강조하다 보면 아이들은 금세 싫증을 느끼고 결국은 음악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매우 귀찮은 것으로 여기고 만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재미나는 음악이야기를 들려주고, 가끔은 피아노 대신 다른 음악놀이도 하다 보니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은 대부분 교육 진도가 느리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부형들은 다른 학원에서 레슨받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는 왜 진도가 더디냐하면서 항의하기 일쑤란다. 그래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하였다. 또 어떤 경우는 이제 아이가 피아노에 막 재미를 붙여 가는가 싶으면 학부형이 요즘은 악기를 두 개는 해야 된다는데...라며 상담을 해온다고 한다. 그럴 때면 음악은 즐기는 것이지 과시하거나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그러질 못한다며 자책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예술교육을 받는 자녀가 예술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되길 기대하면서도 그것의 척도를 자녀가 어떤 기량을 얼마나 잘 습득했는가로 삼고 있다. 체르니 30번을 배우는 아이가 바이엘 상권을 배우는 아이보다 훨씬 더 예술적 아름다움을 즐기며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예술교육도 예술적 기량의 습득을 다루는 스피드 경쟁이 되고 있다. 이런 부모의 과도한 조급함과 과시욕, 그리고 괜한 이웃 아이와의 경쟁심리가 아이들에게 예술을 즐기며 사랑하게 하지 못하고 예술 교육을 또 하나의 지겨운 과외공부로 만들고 있다.현대사회에서 예술이 갖는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사랑하며 즐기는 사람들의 사회, 이런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예술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문윤걸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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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1.28 23:02

[새벽메아리] 조폭과 감동의 미학

영화 친구의 대성공에 이어 조폭마누라가 깡패 직업(?)을 가진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였다. 내친 김에 조폭 소재의 영화는 학교(화산고)로 사찰(달마야 놀자)로 장소를 옮겨가며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이들 영화들은 우리 사회의 극소수이자 암적인 존재라 할 조폭들을 양지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것에 고무되었을까? 정치권에 피어오르는 때아닌 조폭 연계 의혹이 신문에 오르내린다.친구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사람이 꽤 많다. 특히 장동건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말이다.사람들은 왜 조폭영화에 몰리는가? 사람들은 왜 폭력에 열광하고 싸움을 말리기보다 싸움 그 자체에 구경꾼으로 몰려드는가?영화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볼 때 조폭 친구가 하나도 없는 나는 조폭 소재 영화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의아해하지만 주변에서는 조폭적 행태를 흔하게 목격하게 된다.혹자는 영화는 특이한 것을 다루어야 대중의 관심을 끈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특이하다고 할 이란과 인도의 영화가 별 인기가 없는 걸 보면 이건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오히려 영화에서 자기와 비슷한 것, 자기 사는 시대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는 것이다.시선을 돌려보자지난 보궐선거를 앞두고 신문과 방송들은 앞다투어 각종 의혹사건을 둘러싼 여야 대변인 설전을 머리기사로 장식했다. 폭로전에 가세하여 한 건 올린 의원에게는 기자들이 몰려들고 마땅히 선거의 뜨거운 이슈가 되어야 할 어려운 경제 문제와 각종 정책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고 설사 거론한다 하더라도 카메라 세례를 받지 못한다.언론은 가십거리를 키우고 확인되지 않은 것을 기사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문제가 생기면 아니면 말고 해버리면 그만이다. 연일 벌어지는 난장판이라고 할 만한 권력 쟁탈전, 여기에 끼어 함께 가는 세력들우리는 이렇게 조폭적 행태가 관심을 끄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그럼 진짜 감동은 어디에서?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은 맑은 가을하늘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한 순수한 인간의 영혼이 518 광주 진압군 가해자로, 잔혹한 정보과 형사로 변신해가면서 파멸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바람난 아내, 배신한 동업자 친구, 그를 파산으로 내몬 주식투로 만신창이간 된 주인공에게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더 이상 없으며 그에게 남은 선택은 맑은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철길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다. 좀체 화면을 보면서 감동을 느껴 보지 못한 나는 설경구가 수배학생을 잡기 위해 잠복한 군산의 어느 허름한 까페 여인과 하룻밤을 지내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 영화는 많은 평단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폭마누라가 15세 관람가인데 비해 박하사탕은 18세 관람가였다는 것이다. 깡패영화는 봐도 괜찮고 리얼리즘에 입각한 진지한 영화는 청소년들에게 맞지 않다는 훌륭하신 어르신들의 판단이다.TV가요순위 프로그램은 앞으로 엎어졌다 뒤로 넘어졌다 하는 10대 댄스가수들이 점령한지 오래이며 무대에는 현란한 반주에 맞춰 입만 벙긋하는 붕어가수들이 판을 친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버릇이 없어졌다고 혀를 찬다.나는 할리우드 영화 모두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할리우드에는 훌륭한 영화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들 눈 앞에는 흥행을 앞세운 저급영화들만이 즐비하며 이것을 모방하는 한국영화들이 뒤를 잇는다.감동을 권하지 않는 사회, 감동을 엉뚱한 곳에서 느끼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도 감동을 찾기 위해 헤맨다.오늘 하루 생활에서 감동을 맛보지 못한 나는, 늦은 밤 케이블TV 채널을 하릴없이 이리저리 돌려보다 끝내 마땅한 감동꺼리를 못 찾고 잠자리에 든다./ 김성주 (시민행동21 뉴미디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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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1.21 23:02

[새벽메아리]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성철 스님이 종정에 추대된 후 최초의 법문이 최근 언론에 재인용되어 관심 있게 읽었다. 필자는 불교에 대해서는 성철스님 이름 정도나 알 정도로 문외한이지만, 그 분의 질책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부처님을 팔아 자기의 생계수단으로 삼는 사람은 부처님 제자도 아니요, 승려도 아니요, 다 도둑이다" "사람 몸 얻기 어렵고, 불법(佛法) 만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다행히 사람 몸 받고 승려 되었으니 중생제도는 못할망정 도둑이 되어서야 되겠나, 만약 부처님을 팔아서 먹고사는 그 사람을 도적이다 한다면 그런 사람이 사는 처소는 도둑의 소굴이다 할 것이다""우리자신이 도둑 되는 것은 나의 업이라 지옥에 간다 할지라도 달게 받겠지만 부처님까지 도둑 앞잡이로 만들면 안 된다"물론 이 법문이 공개되자 전국의 주지로부터 항의가 빗발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벌써 몇 십년 전 얘기이니 이제는 과거 일이고 지금은 모든 승려들이 중생구도에 전념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속세 즉 대다수 국민들이 사는 현실이 어떠한 가이다. 내각제가 소신이라며 어떤 위협에도 맞서 싸우겠다던 두 명의 의원이 슬그머니 대통령제가 당 강령인 정당에 한마디 과정 설명 없이 입당하는 모습에서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배우고 있을 것인가?대통령의 아들이 우연이지만 검찰의 고위 간부와 조폭 두목과 한 자리에서 휴가를 보낸다면 우리 현실에서 도대체 어느 검찰이 조폭을 재량 껏 수사할 할 수 있단 말인가?보궐선거 직전에는 총재가 앞장서서 여당이 모든 악의 근원인양 공격하더니 선거 결과가 좋게 나오니 모든 걸 용서한 듯, 이제는 민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의혹을 제기하던 사안에 대해 한마디 설명도 없으니 정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사람 몸 얻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렵듯이 사람으로 태어나 나라 일까지 맡은 것은 고맙고 분에 겨운 일임에도,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정치권에서 한번쯤은 되새겨 보아야할 큰스님의 질책이 아닌가 싶다.주술에라도 걸린 양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국민들을 희생하고 있는데 경제인들은 기술개발이나 혁신에는 관심 없고 탈세나 돈 빼 돌리는 데나 관심 갖지 않았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기사로써 말 해야할 언론인들은 기사보다는 또 다른 능력으로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지 않았는지,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것이 관행이 되어온 사정기관들은 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많은 문제에 의견을 내고 있는 시민단체들도 내실이 갖추어졌는지 점검해볼 일이다. 어떤 조직에 속하든 어떤 역할을 하던 그 조직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지 않고 이익에 관심을 갖는 다면, 부처나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도둑의 소굴이라 했듯이 그 사람들이 속해 있는 조직은 국민의 눈에 도둑의 소굴로 보일 것이다. 국민들의 이런 불신에 힘있는 사람들은 온갖 감언이설로 변명하고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국민들 믿고 주요한 직책을 맡겼더니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면 어찌 되겠는가? 자신의 이익 챙기기다가 잘못되면 자신의 업이라 책임지면 되겠지만 믿고 맡긴 국민들은 처지는 어떻게 될 것인가?국민에게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성철스님의 질책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에 고마워하면서 더욱 욕심을 내는 것보다 역할의 기능에 충실할 때 정상적인 사회가 만들어 질 것이다. / 최형재 (전북시민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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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1.14 23:02

[새벽메아리] 쌀, 모두가 함께 지켜야할 몫

쌀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농민들은 쌀 생산비를 요구하며 나락을 야적하고 농성과 집회를 연이어 벌이고 있으나,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특별한 대책 없이 뒷짐만 지고 수수방관하며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지역 농협과 지자체가 나서서 농민들이 요구하는 가격을 일부 보전해주고는 있으나 이는 농협의 자체매입물량에 한정되어 있어 나머지 물량을 팔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의 한숨이 여간 힘겨워 보이질 않는다. 몇 차례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으나 현재 산지 쌀값은 오히려 작년보다. 1만5천원에서 2만원 가까이 떨어진 14만원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니 연말에 갚아야 할 각 종 자금의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그저 막막하기만 할 따름이다.농사꾼의 한사람으로서 쌀값 몇 푼이 문제가 아니라 5천년 동안 이 민족을 지켜온 쌀이 무시당하고 푸대접 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밥은 하늘이라 했건만 요즘에야 어디 쌀이 하늘 대접을 받는가? 배고픈 시절에야 정말 쌀 한 톨도 하늘같이 여겼건만 먹을 것이 풍부한 요즘에야 밥보다 인스턴트 식품을 더욱 선호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도 이제는 값이 싼 외국의 쌀로 대체하고 그 대신 공산품 수출을 늘리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단세포적인 정책으로 농민과 국민을 현혹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도 꼼꼼히 살펴보면 결국 쌀값을 더욱 떨어뜨려 경쟁력(정말 표현하기 싫은 말이지만) 없는 농민들은 쌀농사를 포기하고, 그대신 쌀시장 개방을 수용하여 공산품 수출을 늘려보자는 것 아닌가? 그러나 세상 어디에 자기나라 국민의 식량을 남의 손에 의존하려는 나라가 있는가? 쌀은 경쟁력을 떠나서 이 민족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아닌가? 더구나 쌀 농사를 통한 홍수예방과 환경보전 기능 등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 간 11조 3천억 원이 넘는다는데 결국 그만큼의 국민의 세금부담을 대신 지고 있는 우리농업에 대해 국민 모두가 이해를 같이해야 하지 않을까쌀 생산비를 보장해 달라는 농민들의 절절한 울부짖음을 집단이기주의 쯤으로 보아서는 안된다.쌀농사의 포기는 연이어 우리 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우리 민족의 식량주권을 남의 나라 손에 넘겨주는 무서운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다. 우리의 식량생산 기반이 무너진다면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은 식량을 무기로 우리의 경제와 주권을 통째로 먹으려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쌀을 비교우위에 입각한 경제적 논리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정부는 쌀값을 시장기능에 맡기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식량자급을 위한 장기적(통일까지도 고려한) 생산기반 확보와 쌀 수급대책을 마련하고 쌀 생산농가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을 내와야 한다. 아울러 쌀을 지키려는 노력은 농민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는 식량에 대한 중요성과 농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전체 국민이 함께 노력할 때만이 우리의 쌀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김용호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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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1.07 23:02

[새벽메아리] 같으면서도 다른말, 아내의 '이혼' 남편의 '이혼'

다음은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일일드라마의 한 장면이다.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남편, 경제적 수입도 충분하고, 아내에게 늘 존대말을 하는 등 매사에 가정적이어서 가장으로, 그리고 남편으로 모범적인 한 남자와 귀엽고 상냥하며 남편과 자녀들에게 예쁘게 어리광을 부리는, 약간은 푼수끼를 갖고 있는 아내(모든 TV 드라마에서 완벽한 남편의 아내는 늘 순진한, 그러나 푼수끼 다분한 여성이 아내로 등장한다).이들이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이상적인 가정을 이룬 두 사람인 만큼 이 싸움의 결과가 어찌 될지 시청자들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법 긴장과 갈등을 고조하고 있다. 마침내 이들 부부는 서로에게 이혼을 선언했다.아내는 남편에게,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각각 이혼을 거론하며 상대를 몰아세우는데 이들이 정말 이혼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들은 정말로 이혼하겠다는 생각보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각자의 요구사항을 상대방에게 전달한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들이 상대에게 전달하려는 의사는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바라고 있을까?먼저, 아내의 경우를 짐작해보자.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하자'라는 말을 통하여 남편에게 자신이 무척 화가 나 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그리고 남편이 자신의 화났음을 이해하고 달래주기를 원하고 있다. 왜냐하면 남편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결국 아내는 '이혼'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남편이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것이 목적이다.그렇다면 남편의 경우는 어떠한가? 남편 역시 진정으로 이혼을 원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화가 나 있음을 아내에게 전달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사용하는 '이혼'이라는 단어는 아내에게는 협박과 위협으로 작용한다. 특히 직업을 가진 아내보다는 전업 주부인 아내에게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남편의 '이혼하자'는 아내를 확실하게 지배하고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사랑의 확인보다는 아내의 복종을 얻어내려는 행동이 된다.이러한 해석이 지나친 것이라 믿는다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남편과 아내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두 사람은 무엇을 잃게 되는가? 먼저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해주던 가정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편의 경우 사회적 명예나 자존심이 약간 훼손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아내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회경제적 활동에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아내는 그동안 남편의 사회경제적 활동에 의존하여 누려 왔던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를 동시에 잃게 되며 이혼녀라는 이름에 따르는 사회의 싸늘한 편견에 시달려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혼은 여성에게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싸움 중에 서로에게 내뱉듯 사용하는 '이혼'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같으면서도 매우 다른, 사회적 의미를 포괄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에게는 불리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문윤걸 (문화비평가.문화저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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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31 23:02

[새벽메아리] 다시 美國을 생각한다

이번 미국 비행기 자살 테러를 TV로 지켜본 사람들은 항상 과장이 넘쳐나는 헐리웃 영화 속 픽션보다 더 충격적인 현실의 광경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위급한 순간에 테러범을 제압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와 달리 현실에선 영웅도 나오지 않는다. 한 편에선 영화가 테러범들을 가르쳤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그것은 폭력 비디오가 폭력배들을 낳았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자본에 의한 세계화를 상징하는 뉴욕의 국제무역센터빌딩과 군사 심장부 워싱턴 국방성이 공격 당한 것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정면 공격으로 보인다.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자유가 공격당했다. 위대한 미국을 위해 싸우자'면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밝은 자유와 기회의 빛이어서 공격의 목표가 됐다고 주장했다.미국은 아프칸에 대한 폭격을 개시하면서 테러에 대한 21세기 새로운 전쟁을 선포하였다.전쟁은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 패배로 인도차이나에서의 식민지배를 포기한 프랑스를 대신하여 그 자리를 물려받은 미국은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분할된 남베트남에서 고딘디엠을 내세워 친미반공정권을 세운다. 북베트남의 세력 확장에 시달려오던 미국은 1964년 미군함 매독스호가 북베트남으로부터 공격받은 통킹만 사건이후 들끓는 여론을 바탕으로 이듬해인 65년 북베트남에 대한 전면 폭격을 실시하고 본격적으로 베트남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태평양전쟁때보다 더 많은 900만톤의 폭탄을 작은 나라 베트남에 퍼붓고도 가장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된다.20세기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적이었던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미국은 새로운 전쟁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 자국 영토 밖에서 치러왔던 20세기 전쟁들과 달리 미본토 심장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미국인이 겪는 공포는 역사상 처음 있는 것이다. 전쟁이 단지 버튼 누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아무 죄 없이 죽어가는 민간인이 얼마나 불쌍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미국은 보복 공격을 하기 전에 증오로 가득 찬 자살 테러가 왜 미국인에게 자행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고통은 과거 80년 동안 이슬람이 겪은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는 라덴의 주장과 쿠웨이트를 침공한 대가로 엄청난 보복 공격을 당해 수십만의 어린이들이 굶거나 병들어 죽어가는 불량국가 이라크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이해하지 않는다면 대답은 항상 전쟁일 것이다 미국은 과거 베트남전에서 5만명의 미국 병사들을 잃고 나서야 그 전쟁에서 손을 뗐다. 이제 머나먼 이국 땅이 아닌 본토 심장부에서 수천 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된 이번 테러에 대한 대응에서 미국은 과거로부터 소중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테러는 단지 공포를 낳음으로써 상대방을 일시적으로 위축시킬 뿐이다. 공포는 신념에 입각한 진정한 용기에는 효과가 없다. 한국에서의 공포정치도 수많은 용기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상상을 초월하는 테러에 대항해 전쟁 수준의 보복을 가하는 것은 또 다른 참혹한 테러를 불러올 뿐, 테러의 원인 제거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른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아랍세계에 대한 적대 정책이 포기되지 않는 한 어떤 보복 폭격도 새로운 테러를 막지 못할 것이다.미국 지도자들이 이것을 깨닫고 진정한 평화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김성주 (시민행동21 뉴미디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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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7 23:02

[새벽메아리] 적조 녹조 그리고 정치환경

바닷물과 저수지 등에서 조류의 이상증식에 의한 물빛의 변화가 해당증식 조류의 체색을 따서 붉으냐, 푸르냐에 따라 적조나 녹조라고 한다.지난여름 적조는 남해안 여수 일대에서 발생해 부산을 거쳐 동해쪽으로 이동해 강릉까지 북상해 적조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수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북도민의 식수원인 용담댐은 담수가 이루어진지 채 1년도 안된 지금, 녹조현상으로 도민의 가슴을 조아리게 하고 있다.기본적으로 적조, 녹조현상은 생물들이 변화된 환경에 맞춰 반응하는 현상으로 자연현상이다. 문제는 변화된 환경을 인간이 제공한다는 점이다. 적조, 녹조 피해가 발생하면 양식장 등의 피해가 금액으로 환산되어 보도되기 때문에 적조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자연의 폭력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인재의 혐의가 더 크다. 인과 질소 등 육지의 하수나 쓰레기에서 나온 영양염류가 정화 처리되지 않고 저수지 나 바다로 흘러들 경우 이들 영양물질들로 물이 부영영화 되어 플랑크톤 번식의 한 조건인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 원인을 인간이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해수 온도 상승 시점과 만나면 적조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뒤늦게 황토살균, 전해수-황토살균 등 부산을 떨지만 이는 효과적인 제거방법이 아니며, 적조나 녹조가 발생되지 않도록 육지에서 환경오염을 얼마나 줄이는가가 중요한 변수이다. 즉 과도한 비료사용과 농약살포,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를 얼마나 육지에서 효과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적조 발생은 좌우되는 것이다. 적조나 녹조 못지 않게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정치에서 나타나는 적조현상이다. 들려보는 소식마다 푹음 다음날 속 쓰리고 머리 아픈 듯한 느낌이다. 역할이 끝났고, 또 끝나야할 YS와 JP는 심야에 만나 국민은 안중에 없고, 둘만을 위한 진로를 논의했다는 소식이 그렇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서슬 퍼렇게 이끌었던 국세청장이 비리의혹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국세청에서 고발 내용을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할 검찰은 위아래를 막론하고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는 과거의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 놓듯 여전히 정쟁만 일삼고 있다. 오늘의 정치환경에 우리 국민은 육지와 바다에서 동시에 적조와 녹조를 겪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해 국민의 지지속에 진행된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은 불법판정을 받고, 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면 여야의 당리당략에 막히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오염된 정치환경에 황토살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무릇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다. 정치환경 오염에도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색깔만 보고 찍었거나, 과대 포장된 홍보에 속아 찍었거나, 출신지역, 학교, 혈연에 의해 자기이익만을 고려해 투표한 결과가 정치오염의 원인이 아닐까?별생각 없이 버렸던 하수와 폐수가 적조의 원인이 되듯, 신중한 판단 없는 선택은 오염된 정치권만을 양산할 것이다. / 최형재 (전북시민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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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0 23:02

[새벽메아리] 독선의 정치 포용의 정치

최근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꼽아 보라고 한다면 단연코 "예수는 없다(현암사 간)"가 그 첫 번째이다. 캐나다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는 오강남 교수가 쓴 이 책은 그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독자가 기독교 신자이건 아니건 간에 우리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종교는 '예수 자신의 가르침'인가, 아니면 '예수에 관한 서구 신학자들의 가르침'인가? 우리가 지금 따르고자 하는 것은 '예수의 말씀'인가, 아니면 '예수를 대리한 교회의 말씀'인가? 다른 나라에서도 성경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으로 여기고 그 신화적 어구 하나 하나를 신의 음성으로 생각하며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중세적 종교관을 유지하고 있는가?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신학적 논쟁이 아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기본 바탕에는 주류(主流) 종교로 자리잡은 한국 기독교의 맹목적 신앙과 배타주의적 자세, 그리고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한국 교회의 성장 제일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있다.지난 1992년에 고(故) 변선환 박사가 한국에 팽배한 기독교 배타주의를 비판하고 종교 다원주의를 선창하다가 신학교 학장직은 물론 목사직까지 박탈당한 사례가 있었다. 그 이후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 책에 대한 반응은 한국 기독교계와 신자들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최근 서구 신학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종교간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고 종교다원주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굳이 1961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혁명적 선언을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단군상을 훼손하고 절에 불을 지르는 모습이 아니라 추기경이 사찰을 방문해 법문을 하고 스님이 성당에 초청돼 강론을 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구원(救援)을 보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다원주의'와 '포용의 철학'은 비단 종교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영역에서 더욱 절실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 곳곳이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는 반증이다.아직도 가정의 중심은 남성이어야 한다고 믿는 남성 근본주의자, 아직도 냉전시대의 논리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이념 근본주의자, 세상은 오직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시장 근본주의자, 과거의 것을 모두 부정하며 자신들에 의해서만 세상이 개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개혁 지상주의자 등 수많은 근본주의자가 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열린 사회가 되려면 이러한 근본주의적 독선부터 청산돼야 할 것이다.김대중 정권의 마감이 채 1년 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을 포함하여 사회 각층에는 증오와 적대, 충돌과 혼미의 자욱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여야도, 재계도, 학계도, 노동계도, 교육계도, 언론계도 심지어 관료사회도 "이번 정권만 끝나면 두고 봐라", "죽지 않으려면 재집권해야 한다"는 피해의식과 적대의식이 널리 퍼져 있는 듯하다. 내년 5월과 12월에 전국적인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한국사회 내부의 편가름적대의식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이럴 때일수록 포용의 정치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주장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상호공존을 모색할 줄 아는 탄력적인 리더십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이 탄력적인 리더십은 자신의 세력이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보다 항상 절대적으로 강하지 않다는 겸손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왕준 (인천 사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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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9.26 23:02

[새벽메아리] 함께 가야만 하는 길

지난 주 토요일, 길을 걷다가 쌀값 보장과 개방 농정 철폐 및 정부의 중장기 쌀 대책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농민들의 행렬을 만났다. 그 중의 한 농민 가족이 나를 보더니 대열에서 빠져 나와 인사를 했다. 부안에서 쌀 농사를 하는 가족이었다. 동참하지 못하는 데에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나도 인사를 했다.작년 12월에 배추값 폭락에 분노하는 농민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는데, 이번에 또 절망에 빠진 그들을 보니 가슴이 저려 온다.100여 년 전 동학농민혁명 때 그들은 생존을 위해 학정에 항거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930년대에 씌어진 소설 '상록수'를 보면 그 당시의 농업환경 역시 매우 열악했음을 엿볼 수가 있다.경제는 현재 그때보다 엄청난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그에 비해 농촌환경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지난 30년간은 쌀이 모자라는 상태였는데도 정부는 저미가(低米價) 정책으로 농민들을 저소득층으로 내몰았고, 이제는 풍년이 들었는데도 쌀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그들을 벼랑 끝에 서게 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농산물 개방이 확정되면서 농촌은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쌀을 전면 개방하는 시기가 되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절망적이리라. 1991년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쿠바는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의 경제봉쇄정책으로 그러잖아도 어려움을 겪고있던 터에, 소련이 무너지니 그 동안 소련에서 들여오던 화학비료, 농약, 트랙터나 기계부품 등의 공급이 중단되었고, 게다가 식량의 60%를 수입에 의존해오다가 막히게 되니 그야말로 식량위기라는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들은 특별시기라는 이름으로 식량자급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농업의 대전환을 도모하게 되었다. 그들은 맨손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즉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짓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1980년대부터 그들은 이미 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대규모 농업이 병충해 발생, 수질오염, 토양의 굳어짐, 토양침식, 생산감소, 환경오염 등의 피해를 초래한다는 문제점을 깨닫고 연구를 해오던 터였으므로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쉬웠을 것이다. 그들은 마침내 식량자급에 성공했으며, 이로 인해 쿠바의 유기농조직인 GAO는 스웨덴 의회에서 수여하는 '바른생활상'(대안적 노벨상이라고 함)을 받음으로써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21세기의 새로운 모델로 우뚝 서게 되었다. 우리 농민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늘 악순환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더 이상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정부에서 강한 의지를 가지고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대책을 적극 세워야겠지만, 농민들도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 풍년이 들어서 쌀이 남아돈다고 하지만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은 유기농쌀은 전국적으로 모자라는 형편이다. 유기농업으로 전환을 한다면 수입쌀과도 차별성이 있고, 가격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땅과 물 등 환경을 살려 우리 국민과 후손들에게 건강한 삶터를 물려줄 수 있으니 얼마나 떳떳하고 흐뭇한 일이랴. 이 길은 농민만이 걷는 길이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합해 함께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이덕자 (전주 한울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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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9.19 23:02

[새벽메아리] 소용돌이 정국과 명현현상(瞑眩現狀)

'태조 왕건'이라는 T.V. 프로에서 견훤의 아비로 나온 '아자개'란 인물이 있다. 베테랑 연기자 김성겸씨의 코믹한 연기로 관심을 모았는데, 그가 암으로 추정되는 병을 얻고 고생하는 것을 안 고려에서 백제보다 먼저 '명약'을 보내 그를 병에서 구해낸다.병이 낫기 직전에 병이 더욱 악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놀란 가족들에게 의사는 표정이 밝아지면서 '명현현상(瞑眩現狀)'이라고 하며 축하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친구 한의사에게 '명현현상'에 대하여 물어 보았더니 "환자에게 투약하여 치유되어 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일시적으로 병세가 격화되었다가 결과적으로 완쾌되는 현상"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현재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도 심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혼란의 정도는 더욱 심한 것이 사실이다. 취임 초기 IMF경제위기 탈출 국면에서 재벌과의 일전이 벌어지더니 이어진 노동계와의 불화, 의약분업을 둘러싼 혼란, 그리고 언론사 사주의 세금 포탈 건 등 비리로 인한 구속을 둘러싼 공방, 거기에 최근에는 통일정책과 관련해서 반공 수구진영과의 이념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로 50년 만에 정권교체가 된 이후 3년 반의 세월은 일부에서 '남한 사회는 전쟁 중'이라는 진단이 나올 만큼 사회의 병세가 격화되고 있다. 수구세력의 대표적 언론인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9월 7일에 쓴 칼럼에서 "지금 김대중 대통령은 마치 전장에 나선 전사(戰士)같은 분위기를 준다. 그의 주변 사방이싸움판이다"라고 하여 현 정국 혼란의 원인을 김대중 대통령의 전투성에 혐의를 두어 묘사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본질일까?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병을 앓고 있다. 그것은 분단 병이고, 친일파를 일소하지 못한 사대주의 병이고, 몇 사람에게 권력과 부가 독점되는 독재 병이며, 불평등 병이다. 분단 병으로 인해 사물을 균형 있게 보지 못하고 한쪽 방향으로만 보는 사시(斜視)현상이 생겼고, 사대주의 병으로 인해 내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신감을 잃어버린 '민족 허무주의'증세가 나타난다. 이러한 고약한 병균들이 국민들 전체를 감염시켜 눈치보기 증세, 복지부동 증세가 심각하고, 국민들의 소심증이 병의 악순환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병의 원인인 병원균을 친일세력의 잔재인 사대주의자들, 군사독재정권의 잔재들, 이들과 손잡고 서민들의 피와 땀을 담보로 부를 독점한 재벌들, 이들의 앵무새 역할을 하면서 최근엔 이 병원균들의 배양액 노릇까지 하는 일부'수구 언론'들이라고 본다. 이들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온통 우리 사회 내부에 암세포를 증가시켜가고 있었던 것이다.이를 안타까워하는 수많은 선각자들이 우리 사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투약(投藥)을 해왔다. 구한말의 동학 혁명의 불길, 일제시대의 죽음을 불사한 독립운동가, 분단을 막아 보려다 암살 당한 해방정국의 애국지사들, 4.19혁명, 5.16이후 지금까지 군사독재에 대항한 민주화 운동가들, 문익환 목사 등의 수많은 통일운동가들,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젊음을 불사르고 있는 민중운동가들이 바로 우리사회의 명약(名藥)들이다. 이 노력들의 결과로 김대중 대통령을 앞세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구한말 이후 한 세기 동안의 투병(鬪病)과정을 승리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병 증세에 대한 치료의 가닥은 잡았다. 작금의 혼란은 역사의 혼을 모은 '명약'을 우리사회에 투여한 결과 죽어 가는 병원균들의 마지막 저항일 뿐이다. 아자개의 '명현현상'이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소용돌이 정국은 우리사회가 건강한 세상이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격화 증세로 확신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지금 시기를 견뎌낼 체력을 길러야 한다. 죽어 가는 병균들의 마지막 저항에 같이 몰락하지 않고, 혼란 이후에 올 통일 세상, 민주세상, 평등세상의 건강함을 만끽하기 위해서 말이다. / 양진규 (목사. 전북기독교사회복지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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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9.12 23:02

[새벽메아리] 21세기 한국형 마녀사냥

2002년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는 선거의 해이다.대화와 협력의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과 대립은 격화될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대화와 교류를 통해 평화공존체계를 정착해나가는데 기여 하고자 진행된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의 8.15평양통일축전 행사참여와 관련하여 일어난 일부의 행동을 빌미로 수구보수언론과 일부 정치권은 집단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양극화를 조장하는 것으로 이미 전초전을 시작하고 있다.수구보수언론들은 탈세혐의가 드러남으로 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로 8.15평양통일축전 참가자들 중 일부가 나라라도 팔아 먹고 온 양 연일 확대, 과장보도를 지속하고 있다.우리는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과 분단구조를 재생산해내는 수구보수언론과 정치권의 무자비한 위력 앞에 절망해왔다. 그러나 차별, 적대감등 극단을 조성하는 것으로 재생산해 온 남한 내 지배세력과 언론의 메카니즘에 비판적 시각을 형성하게 되었다. 카톨릭 신학자 로버트 슈라이터 (R.Schreiter)는 어떤 사람이나 집단을 '타자화'하여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7가지 방식 중 첫 번째로 '악마화'를 들고 있다. 어떤 대상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어 가능한 제거해야 한다는 선전으로 미국정부와 언론이 사담 후세인이나 쿠바의 카스트로를 세계평화질서를 해치는 악마로 묘사하는 것이나, 얼마전까지 남한의 지배세력과 수구보수언론이 북한의 길일성. 김정일 부자를 악마화하던 것들을 말한다.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은 이러한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적의 이미지나 원수의 모습을 생산해 냄으로써 차이를 차별로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준 남한 내 충격은 우리사회가 그 동안 얼마나 왜곡된 적대감속에서 북한을 바라보았는지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현재 일부정치권과 수구보수언론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이라는 전 민족적 과제를 자신들의 이해 실현을 위해 악마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최근 대표적 사례는 통일부장관 해임안 가결이다. 이미 실효성이 상실된 좌우이념 논쟁, 통일과 반 통일 , 지역주의 등을 다시금 집단의 이익을 위해 역사 앞에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한과 남북불가침조약이 체결되고 남북평화 공존의 길이 열리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19세기식 마녀사냥을 이해를 같이하는 세력들을 규합해서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평화체계정착을 방해하는 이들 세력들의 통일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햇볕정책을 흔들림 없이 지속해 나가야 하며 무엇보다도 앞서있는 민족적 과제인 통일을 이루어나가는 걸음을 멈춰서는 안된다.또한 많은 인내의 시간이 걸리는 통일 과정에 다양한 방식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지금처럼 편향으로 양극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금번의 문제해결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공론문화를 정착하는 계기로 만들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들과 그로 인해 형성된 심성과 가치관 그리고 삶의 방식에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과 함께 진정한 내적 통합을 달성하는 일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 김금옥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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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9.05 23:02

[새벽메아리] 권력을 소비할 줄 아는 지도자

브라질 남부에 있는 쿠리티바라는 도시가 화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 91년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로 선정했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 미래의 도시 등 최상급의 수식어들이 붙는 도시다. 유엔환경계획이 주는 상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상도 수상했다. 어떤 도시이기에 전세계가 이런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쿠리티바시는 그 면적이나 인구 등 외형적인 규모에서는 광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훨씬 적은 예산을 쓰면서도 교통, 환경, 빈민 등 모든 문제에서 광주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살기 좋은 도시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도시병'에 걸린 여느 제3세계 도시들과 다를 바 없었던 이 도시를 구한 주인공은 71년 34세의 나이로 시장에 취임한 건축가 출신 자이미 레르너이다. 이 사람은 3차례 시장을 지낸 후 지금은 파라나주 주지사로 일하고 있는데, 유력한 차기 브라질 대통령 후보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레르너가 내건 개조의 모토는 간단했다. 저비용과 검소와 단순함, 그리고 속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브라질에서 "쉽고 간단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창조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개혁에도 '당연히' 반발이 따랐었다. 반대파는 그를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였고, 가두시위에 나서는 상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정책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으면서 반대파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었고, 그를 강력히 반대했던 후임 시장조차 결국은 그의 정책을 그대로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금 온 세계는 한 사람의 탁월한 리더가 세상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경탄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뛴 관료들과 그 리더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시민들에게도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변화의 근본은 역시 리더십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작년 말 한국민 사이에 개혁의 초심이 사라졌다는 주한 미 대사의 지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내부 문제를 다시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세력이 허약한데 비해 고강도 개혁이 남발하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어 몸살을 앓는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집권세력의 의지대로 정국을 운용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지세력의 저변이 넓고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현정권은 소수정권이고 가용 인재범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혁정책 역시도 준비된 역량을 집중해서 제한적으로, 실용적으로 짜고 집행해야 했다. 학자들은 기존 관료체제의 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일부 관료를 수혈하는 정책은 결국 내부의 갈등과 알력에 의해 약체 행정부를 낳는다고 한다. 각종 정책 입안과 집행은 혼란을 겪게 되고 정치적 행정적 비밀 유지도 어렵게 됨에 따라 정보체계도 흔들리게 되며, 그 결과는 치고 받는 스캔들 정치의 연속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는 다시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다. 리더십을 위한 조건은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는 지도자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매력적인 지도자란 권력을 생산(집권)할 뿐 아니라 권력을 소비(국가경영)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정치인이 집권 개념만 있다면 이는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할 뿐이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생생한 비전을 갈고 닦아, 권력을 잡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소비전략을 갖춘 리더가 진정 매력적인 지도자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자신을 유연하게 적응시키는 개방성과, 답이 없는 명분싸움 대신 주어진 문제해결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갖춘 그런 지도자가 그립다. / 이왕준 (인천사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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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29 23:02

[새벽메아리] 현미 이야기

"엄마, 날씨가 진짜 장난이 아니에요." 아들아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옷부터 벗어 던지면서 투덜댄다. 입추가 지나고 가을이 오는 듯하더니 다시 여름이 오는 듯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나는 헉헉거리는 아이에게 대답했다. "이야, 엄마는 기분이 참 좋다. 이 뙤약볕에 논에 있는 곡식이 영글 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우리를 먹여 살릴 식량이 잘 익는다는데 이까짓 더위쯤 못 견디겠냐. 오히려 즐거워서 노래가 나온다."한울 생협에서 농민들과 직거래활동을 하면서부터 나는 날씨와 농사를 연관짓는 버릇이 생겼다. 요즘의 따가운 햇볕을 보면서 풍년을 예감해 본다.오늘은 수수께끼부터 풀고 나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기를 늘리며 속을 덥게 하고 위장기능을 좋게 하며, 내장을 보호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장과 위에 이익이 되고 귀를 밝게 하고 눈을 맑게 하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하는 약효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동의보감에 씌어 있는 이것은 몸의 기능이 좋아지고 원기를 북돋워주는 만병통치의 음식인 것 같다. 짐작하겠지만 이 수수께끼의 답은 바로 우리의 주식인 쌀이다.한울 생협의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현미를 먹으라는 것이다. 자기들이 땀흘려 농사지은 쌀의 영양가를 소비자들이 다 깎아 버리고 먹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하얀 쌀을 백미(白米)라 한다. 이 흰 백(白)과 쌀 미(米)라는 한자를 합하면 粕(찌꺼기 박)이 된다. 그러니까 흰쌀은 찌꺼기라는 뜻이다. 쌀의 영양가를 분석해보면 쌀눈에 영양분의 65%, 쌀겨에 30%, 흰쌀에 5%가 들어있다고 한다. 생산자는 말한다. 겨우 5%의 영양분을 먹자고 농부들을 1년 내내 애를 쓰게 하고 빚더미에 오르게 하는 것이 속상하다고. 현미에 관한 자료들을 뒤져보았다. '현미는 씨눈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토코페롤이 많이 들어 있고, 겉껍질에는 섬유소가 많아 숙변을 제거한다. 백미는 죽어있는 쌀이고 현미는 살아있는 쌀이다. 백미는 땅에 심으면 썩지만 현미는 3년간 보관한 뒤 땅에 심어도 싹이 난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 각종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으며, 단백질이나 지방, 비타민, 미네랄, 철분 등의 함유량이 백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히 포함되어 있다.' 요즘 쌀소비가 줄어드는 실정이라는데, 이 자료를 보니 생명의 기운을 받고 싶다면 현미로 밥을 지어먹는 길이 가장 빠르지 않을까 싶다.생산자는 거듭 강조한다. "현미밥을 먹을 땐 꼭꼭 씹어야 하니까 좌뇌, 우뇌가 골고루 발달하고 분별력이 정확해집니다. 병든 음식을 산처럼 먹었을 때 생기는 병이 바로 癌(암)인데 현미를 먹으면 자연치유력이 강해져서 병도 예방할 수 있고, 영양소가 풍부해서 적게 먹어도 되니, 부족한 식량난도 해결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인 셈이지요. 농사는 농민만 하는 게 아녜요. 현미만 먹어주어도 반은 농사를 하는 셈이랍니다."오늘도 이 뙤약볕에서 생명농업에 여념이 없는 생산자들을 생각하면 뜨거운 태양열이 상쾌하게만 느껴진다. / 이덕자 (전주 한올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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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22 23:02

[새벽메아리] 분단의 시대에 통일을 읽는다

어떤 이들은 지금의 시기를 구한말(舊韓末)에 비유하면서 세계화 시대 조국의 운명을 걱정하는 우국(憂國)의 한숨을 쉰다. 아마 그들은 구한말 열강들에 의해 자행된 정치적 혼란과 뒤이은 망국(亡國)의 역사를 상기하며 작금의 상황을 비극적 전조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난 우리 한반도의 운명에 대해서 한없이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나는 지금 시기가 망국을 앞둔 시기가 아닌 '광복'을 코앞에 둔 일제 말(日帝末)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3일제가 태평양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을 1940년대 즈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일제가 얼마나 갈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했다한다. 100년, 혹은 300년을 간다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확실히는 모르나 우리가 살아 있을 때까지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또 다른 사람들은 3년, 또는 5년 안에 해방이 온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이미 해방은 와있다고 했다. 각자의 이러한 정세 판단에 따라 전자의 사람들은 독립운동 전선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친일의 길로 걸어 들어갔고 소수의 자각한 사람들만이 다가올 해방을 준비하며 힘을 길렀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이는 통일을 빨라야 30년 후라고 보기도 하고 그보다 더 길게 잡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자각한 소수는 통일은 3년 안에, 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통일에 대해 낙관적인 사람들이 분석의 포인트로 삼는 것은 북한 당국과 미국과의 '국교수립'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근거로는 1994년 미국과 북한간의 '제네바 협정' 이후에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핵 사찰 공방과 광명성 1호 발사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북미 수교'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의 페리 장관이 북한에 다녀온 후 소위 '페리 프로세스'에 의해 2000년 10월의 '조미 공동성명'이 발표됐는데 그 내용은 625전쟁 이후 반세기동안 지속되어 온 양국간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호혜 평등에 입각한 새로운 친선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 이후 미국의 정권이 부시로 바뀌면서 협상의 진전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이는 '수교'라는 대세로 가기 위한 여러 정지 작업 중의 일부라는 것이 북?미 수교에 낙관적인 사람들의 분석이다. 우연인지, 낙관적 분석에 의해서인지 7월 18일에 '주한미군 기지와 훈련장의 축소반환' 결정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었고,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던 부시가 북한에 무조건적인 대화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만약 이 분석이 맞아서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내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나아가 '주한 미군이 철수'하거나 지위를 변경하고 '국교 수립'이 현실화되면 한반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50여년 동안 지난하게 이어지던 남북 간 적대관계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해결방식이 아닌, 양측의 특성을 인정하는 평화적 해결 방식인 '국가연합제 통일'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 방안에 대한 실천이 현실화될 것이다.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온 천지에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 듯이 국제정세의 징조를 보고 통일의 기운이 한반도에 퍼짐을 읽을 수 있다.56년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전 민족적인 자각과 준비로 맞지 못한 결과가 전쟁과 분단이었고, 그 결과가 초래한 민중의 고통은 죽음보다 더한 것이었다. 이제 눈앞에 와있는 통일을 읽고 준비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식민의 시대에 해방'을 보고 '독재의 시대에 민주'의 싹을 키운 선배 선지자(先知者)들의 기상이 '분단의 시대에 통일'을 읽고 준비하는 선각자들을 '지금부르고 있다./ 양진규 (전북 기독교사회복지 연구소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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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8.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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