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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감 - 권준섭

독감에 걸려 허덕이던 중에 연락을 받았다. 기쁜 것도 잠시, 현기증이 심해서 다시 잠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땀에 흠뻑 젖어 깼다. 그리고 지금 컴퓨터를 켜서 멍한 머리로 당선 소감을 적어나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게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기침을 할 때마다 찢어질듯 아픈 목이 꿈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어 한편으론 안심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살아온 세월의 반 이상을 소설과 함께 해온 것 같다. 그냥 형제처럼 같이 걸어왔을 뿐인데 어느새 소설은 나 자신이 되어 있었다. 그게 지금은 이렇게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창」을 쓸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큰 힘을 주었던 은주와 원영이형, 그리고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이 소설을 좋아해준 신가영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부족한 작가에게 과분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전북일보 심사위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더 발전하고 싶다. 내가 쓰는 글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아직 잘 알 수 없다. 다만 한 문장씩 써나가는 순간마다 위안을 받는다. 그러니 내가 쓰는 소설은 나 자신을 위한 소설일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내 소설을 읽고 무뎌져 가는 자신의 감정을 선명히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한다. △권준섭 1997년 서울 출생. 중앙대 기계공학부 재학 중.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9.01.01 00:06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소감 - 이진숙

또 하나의 기적이 내게로 왔다. 당선 소식을 듣는 순간 막혔던 혈관들이 모두 열리고 두 눈이 맑아짐을 느낀다. 웃고 또 웃었다. 오선지에 가장 높은 음까지 올라간 목소리는 내려올 줄을 모른다. 십 년 전부터 최명희의 「혼불」을 통해 그녀를 만나면서 묘사의 묘미를, 토박이말의 정겨움과 고유어의 속살거림을, 사라지는 전통 복원의 열정을,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혜안을, 우는 어깨를 다독일 줄 아는 심성과 어두운 곳에 소외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동경해왔었다. 이제 미흡하나마 그녀의 발자국을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갈 수 있을까?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된다. 감사할 은인들이 너무 많다. 곁에서 응원해준 남편과 아이들. 기름을 부어준 박정희 선생님, 경희 언니와 정민이 그리고 나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신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가 감사할 따름이다. 끝으로 나의 나 된 것은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며 부족한 글에 날개를 달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전북일보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머니께서 즐겨 쓰시는 말로 들뜬 마음을 마무리하련다. 하도 좋아. 하도 좋아 △이진숙 1965년 전북 출생. 1989~2000년 고교 국어교사로 재직, 우석대평생교육원조선대평생교육원 독서지도전문강사, 최명희문학관 전문위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9.01.01 00:06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소감 - 한경선

시를 쓸 때마다 공복을 돌아 나오는 번지를 알 수 없는 시린 바람이 같이 불어왔습니다. 생업에 매달리면서도 시를 놓아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시는 간절한 기도이고 구원의 손길이며 숨어있는 신과 같았습니다. 절망의 끝에서 신에게 매달리듯 생활의 기대가 어긋나면 시심이 뭉글거렸습니다. 냉혹한 시의 밖에서 다시 시로 돌아오기를 거듭하는 동안 나 자신이 시를 배반한 것인지 시가 나를 배반한 것인지도 흐릿해진 지금, 이제 시를 진정으로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망설임의 끝에, 아주 떠나간 줄만 알았던 뮤즈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면 시라는 가난한 상자곽 안에서 버텨온 지난한 노숙의 시간이었습니다. 시라는 허름한 상자곽 안에서 죽음의 관으로 아주 떠밀리지 않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신 전북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종종 무기력증에 빠지는 저를 용기로 일으켜 세워준 동국대학교 일산캠퍼스 시창작 교실의 박남희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수년간 같이 공부하면서 아낌없는 질책을 해준 문우 여러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제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시던 엄마! 그 손길의 기억 영원히 간직할게요. 미래를 알 수 없는 시를 쓴답시고 컴퓨터에만 매달려 젊음을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한 예쁜 두 딸 지연이 남경이, 묵묵히 엄마를 이해해줘서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 △한경선 1959년 서울 출생. 동국대 일산캠퍼스 평생교육원 시 창작 과정 수료.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9.01.01 00:06

[불멸의 백제] (253) 13장 동정(東征) 9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와사키를 내보낸 후에 계백이 마룻방으로 측근들을 불러 모은 후에 가와사키의 말을 전했다. 함께 들은 슈토가 거들고 나서 계백이 물은 것이다. 둘러앉은 측근은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노무라와 하도리, 슈토와 다께다까지 넷이다. 중신(重臣) 사다케는 미사코성에 남아 미사코의 정치를 돕는 바람에 빠졌다. 그때 하도리가 말했다. 주군, 가와사키가 작심을 하고 주군께 건의를 한 마당에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슈토가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우에스기를 베어 죽이고 영지를 몰수하시지요. 다케다가 말을 이었다. 주군께 이 영지를 맡기려고 했다니 받으셔야 합니다. 잠자코 듣던 계백의 시신이 노무라에게로 옮겨졌다. 시선을 받은 노무라가 말했다. 제가 하인들을 풀어 잠깐 민심을 들었더니 우에스기에 대한 백성들의 비난은 거의 없습니다. 가신들의 반란이지만 이것이 전쟁으로 발전되면 백성들이 피해를 보겠지요.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권력투쟁을 하는 자가 민생(民生)을 염두에 둘 여유는 없을 것이다. 노무라는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계백이 노무라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낫겠느냐? 우에스기 영지의 백성을 위해서 우에스기를 죽이시지요. 거침없이 말한 노무라가 계백을 보았다. 지금까지 겪은 영주 중에 가장 질이 나쁜 자입니다. 주군께서 이 영지를 접수하시지요. 그렇게 되면 내 영지가 소가 섭정보다 더 커진다. 소가 가문이 가만 있겠느냐? 소가 부자(父子)의 영지는 200백만석이었습니다. 더구나 주군께선 백제방의 대리인 자격입니다. 1천만석이면 어떻습니까? 왜국은 대백제(大百濟)의 남로입니다. 이번 기회에 주군께서 직할 영지를 더 넓히셔서 왜왕실과 백제방의 기반을 굳혀 놓으셔야 합니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노무라, 넌 아리아케의 신하로 지내면서 답답했겠다. 아니올시다. 노무라의 얼굴이 붉어졌고 둘러앉은 측근들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비쳤다. 노무라는 타카모리의 신하였던 아리아케의 중신이었던 것이다. 신하는 주군의 그릇을 따라가는 법입니다. 붉어진 얼굴로 노무라가 외면한 채 말했다. 주군을 모시게 되어서 제 잠재력이 늘어났을 것입니다. 계백이 노무라와 하도리, 슈토, 다께다를 차례로 보았다. 모두 왜인(倭人)이다. 하도리는 성씨를 백제식으로 하(下)로 바꿔 하씨 일문을 이룰 것이었다. 이윽고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우에스기를 타도할 전략을 세워라. 다음날 오후에 우에스기가 거성(居城)인 토요야마(豊山)성에서 전령의 보고를 받는다. 전령은 기치성에서 가와사키가 보낸 장수다. 주군, 백제방 달솔이며 영주인 계백이 1천5백 기마군을 이끌고 기치성에 왔습니다. 무신(武神)이 왔다고?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은 우에스기는 거구에 비대한 체격이다. 아직도 말을 타고 사냥을 다니고 한끼에 꿩 두 마리를 먹는다. 예, 계백 영주는 기치성에 며칠 머문다고 합니다. 이곳까지 온다더냐? 아직 모릅니다. 기치성에서 토요야마 성까지는 4백50리, 기마군으로는 나흘 거리다. 전령이 말을 이었다. 계백 영주가 기마군과 수행원의 숙식비를 금화로 지급했습니다. 뭐? 숙식비를 지급해? 놀란 우에스기가 눈을 치켜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인심을 얻으려는 수작이로군. 그때 중신(重臣) 노부다나가 입을 열었다. 주군, 계백에게 사신을 보내 이곳에는 뭘 하러 왔는지,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물어보도록 하시지요.

  • 문학·출판
  • 기고
  • 2018.12.30 15:53

[불멸의 백제] (252) 13장 동정(東征) 8

잠시 후에 슈토가 가와사키와 함께 들어섰다. 가와사키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굳히고 있다. 말할 것이 있느냐? 계백이 먼저 묻자 가와사키는 숨부터 들이켰다. 그러더니 두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우에스기가 시모다의 처를 빼앗아 소실로 데려갔습니다. 그것이 시작입니다. 그런가? 시모다는 주군과의 불화를 걱정하여 그날 밤에 자결을 했습니다. 시모다가 누구냐? 5백석 녹봉을 받는 보군대장입니다. 자식이 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섯살, 두살짜리 아들인데 다음날 집에서 유모가 돌보던 두 아들을 괴한이 침입해 죽였습니다. 가와사키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후환이 걱정된 우에스기가 자객을 보내 죽인 것입니다. 유모까지 죽였습니다. 강도일지 모르지 않느냐? 아닙니다. 어깨를 늘어뜨린 가와사키가 말을 이었다. 자객으로 들어가 시모다의 자식들을 죽인 위사가 유서를 오다와라님께 보내고 자결을 했습니다. 유서? 예. 위사 이케다는 우에스기의 명을 받고 시모다의 자식들을 죽였다는 유서입니다. 그것을 받은 오다와라가 누구냐? 예, 가리쓰성 성주인 중신(重臣)입니다. . 오다와라가 그 유서를 들고 우에스기에게 충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객을 만나 죽었습니다. . 오다와라는 그것을 예상하고 소인하고 아모성의 성주 기쿠치에게 이케다의 유서 복사본을 보내주었지요. . 우에스기는 오다와라 일가를 가리쓰성에서 내쫒고 새 성주를 넣었습니다. 그때 길게 숨을 뱉은 계백이 슈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 우에스기 영지는 평온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예, 겉만 보았습니다. 소장도 내막은 몰랐습니다. 슈토도 한숨을 쉬었다. 듣기에 부끄럽습니다. 다시 고개를 든 계백이 가와사키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반란을 일으킬 계획이냐? 소인과 아모성주 기쿠치, 그리고 우에스기 측근인 미나미까지 행동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만 세력이 약합니다. 반란을 일으켜서 누구를 영주로 옹립할 계획이었느냐? 우에스기의 형제가 4명, 자식은 17명이나 있지만 적임자가 없는데다 친인척으로 대를 잇기가 곤란하던 차에. 말해라. 무신(武神)께서 동방원정을 나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여쭈려고 했습니다. 무신이라니? 주군 말씀입니다. 대답은 슈토가 했다. 어깨를 편 슈토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주군, 자격이 없는 영주가 신하는 물론이고 백성을 지옥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우에스기를 쳐야 합니다. 너희들 마음에 다 맞는 영주는 없다. 나도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너희들이 나를 쳐낼 것이냐? 주군,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오. 눈을 치켜뜬 슈토가 두 손으로 방바닥을 짚었다. 주군께서 어찌 우에스기 같은 종자와 비교를 하십니까? 그때 계백이 한숨과 함께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나만 더 묻자. 가리쓰성에서 쫒겨난 오다와라 일가는 어떻게 되었느냐? 계백의 시선을 받은 가와사키가 외면하고 말했다. 산기슭에서 일가 140여명이 몰사했습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12.27 20:04

전북 명품 천리길, 문인들이 직접 걷고 감동 담아

이른 아침 집을 나선 아버지는 이슬을 털며 강 길을 걸어 들로 산으로 갔다. 봄이었으며, 여름이었고, 찬 이슬이었으며, 서리 친 길이었다. - 김용택 시인 이슬을 털며 걷던 길을 찾아서중. 전북 문인들이 전북의 명품 천리길을 직접 걸으며 느낀 감동을 책으로 엮었다. 사진도 넉넉하게 담겼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펴낸 <김용택 시인과 함께 걷다 - 해찰하기 딱 좋은 전북 천리길>.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도내 총 44개 천리길 중에서 인문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아름다운 길을 각각 1곳씩 뽑은 명품 천리길, 이 길을 김용택 시인과 지역출신 작가 14명이 각각 다른 색깔로 그려냈다. 단순한 길 소개가 아닌, 그 길을 오가던 옛 선인들의 숨결과 발자취까지도 담아내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글이 이끄는 대로 가다보면, 마치 천리길이 눈앞에 펼쳐진 듯 섬세하고 회화적이다. 또한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사진들은 이제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소박한 풍경을 선사한다. 여기에 드문드문 소개되는 김용택 시인의 시는 독자들의 마음을 천리길에 머물게 한다. 이 책은 김용택 시인의 머리글과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때로, 길이 되고 싶은 날에는 전주완주김제의 천리길이 펼쳐진다. 송희 시인, 최기우 극작가, 김영 시인이 글을 썼다. 2부 성큼, 네가 다가왔다에서는 장마리 소설가, 이경아 시인, 김기찬 시인, 김형미 시인이 각각 익산군산부안고창의 천리길을 걸었다. 3부 너를 무어라 부를 것이냐에는 진안무주장수의 천리길을 다녀온 김익두 시인, 이연희 수필가, 김소윤 소설가의 글이 담겼다. 4부 더러 짐작되는 일에서는 안도 아동문학가, 신귀백 수필가, 선산곡 수필가, 박성우 시인이 남원임실순창정읍의 천리길을 여행했다. 전북문화관광재단 이병천 대표이사는 이 책을 통해 전북의 수려한 생태 자원 환경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고, 타 지역의 독자들에게는 전북 천리길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여 그 관심이 방문으로 확장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8.12.27 20:04

[2018 전북 문화계 결산 (7) 문학] 문단엔 ‘경사’ 일상엔 ‘풍요’

올해 전북 문학계는 양적질적 풍성함에 더해 전북의 문인들이 전국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경사를 맞았다. 전주에서는 전주독서대전이 열리며 책의 도시 이미지를 굳혔고, 지역 곳곳의 카페에서는 인문학 강좌뿐 아니라 시민들이 모인 독서 모임 붐이 일며 우리 삶 깊숙이 문학이 파고들었다.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에도 10대부터 80대 응모자까지 전 세대에서 고른 분포로 작품을 응모하며 문학에 대한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책의 도시 전주 독서대전 개최 가을의 문턱인 9월 전주에서 2018 전주독서대전이 성황리에 열렸다. 전주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 전주향교 등 전주시와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 축제는 지난해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치른 전주시가 국가대표 책의 도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올해 처음 자체 개최한 행사다. 축제 기간 내내 강연공연과 학술토론, 기획전시, 독서 체험, 독서경연대회, 북마켓 등 책과 관련한 140여 개의 다채롭고 풍성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또한 독서대전 개최와 전주의 책 선정, 이에 따른 필사 대회독후감 공모전 등 자치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지역의 책 조명 프로그램이 전북 문단 작가들의 선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북 문인 잇따른 수상 경사 올 한해는 전북 문인들이 잇따라 권위 있는 전국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북 문학의 자긍심을 높인 한 해로 평가받는다. 김남곤 시인은 동시집 <선생님이 울어요>로 제55회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창작 활동에 전념하는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김 시인의 작품이 교육자적 상상과 정신을 바탕으로 동심의 세계를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읍 출신 박성우 시인은 시집 <웃는 연습>을 통해 제20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백석문학상은 시인 백석(白石)의 업적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7년 제정돼 문학사 창비가 주관해오고 있다. 박 시인의 웃는 연습은 농촌 공동체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진솔하고 질박한 언어로 고향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이들의 면면과 갖가지 사연, 그리고 그 속에서 포착한 통찰을 잘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김소윤 작가의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은 제6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제주 43사건의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문학작품으로 담아내기 위해 제정됐다. 순창 출신이자 전주에서 활동하는 양봉선 동화작가는 지난 1988년 창간된 순수 아동문예 전문지 월간 <아동문학>이 제정한 대한민국 아동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김형미 시인은 전북지역에선 이례적으로 2018 아르코창작기금을 받았다.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는 우수작가가 문학적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집필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문학의 새로운 성과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기금으로, 170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상으로 스며든 문학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전북문화관광재단과 전주익산문화재단, 전북문학관, 최명희 문학관, 지역별 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 전북전주익산 민예총 등 지역 문화기관 및 단체 등에서 인문학 강연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게다가 올해에는 동네 책방의 부활과 이를 통한 활발한 독서 모임이 이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독립출판 서점이 문을 열어 독자들을 찾았고, 이와 연계한 독서 모임도 곳곳에서 이뤄졌다. 최근에는 각종 SNS와 모임 앱을 통한 다양한 독서 모임도 활발히 생겨나며 인문학 열풍과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에 대한 욕구가 맞물려 문학이 일상으로 스며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8.12.27 20:04

[불멸의 백제] (251) 13장 동정(東征) 7

기치성 성주는 가와사키. 40대쯤의 사내로 체구가 컸다. 한눈에 봐도 백제계다. 성문 밖까지 마중나온 가와사키가 계백을 보더니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성주 가와사키가 달솔님을 뵙습니다. 폐를 끼친다. 계백이 말에서 내리면서 대답했다. 이곳 우에스기 영지는 변방이다. 더 동쪽으로는 영주 이름도 제대로 적혀있지 않은 땅이 수천리나 뻗쳐 있지만 이 곳 우에스기 영지의 영주도 아스카 왕실로부터 7품 직위인 대의(大義) 벼슬을 받았을 뿐이다. 계백은 왜국 왕실의 본국(本國)인 백제의 2품 달솔이며 왜국에서도 2품 소덕(小德) 벼슬인 것이다. 가와사키의 주군(主君)인 우에스기보다도 5등급이나 높다. 더구나 가와사키는 왕실로부터 직급도 받지 못했다. 안내받아 들어간 기치성은 백제식 석성으로 잘 축조되었다. 자리잡고 앉은 계백에게 가와사키가 휘하 무장들을 인사시키면서 말했다. 제 조상도 백제계이고 성씨는 협(?)씨였습니다. 대감. 그러냐. 그러나 본국을 떠난 지 수백년이 되는 데다 백제방과도 교류가 끊긴 지 수십년이 넘어서 고향을 잊었습니다. 백제방과의 교류가 끊기다니? 계백이 정색하고 물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소가씨가 왕실을 끼고 권세를 부리는 것이 보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말하라. 본래 저희 협(?)씨와 소가의 목(木)씨 가문은 백제 본국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소가씨가 먼저 왕실을 끼고 우리를 변방으로 몰아낸 것입니다. 그런가? 왜국에 왔을 때는 우리가 더 세력이 컸지만 1백년쯤 전부터 소가씨의 이간질로 분열되고 왜인들도 이탈했습니다. 너도 협(?)씨 일족인가? 예, 대감. 우에스기 영지는 우리 협(?)씨 일족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백제방에 협조해라. 내가 돌아가면 너한테도 직위를 줄 터이다. 황공합니다. 대감. 그 말이 기뻤는지 가와사키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날 밤, 주연을 끝내고 가와사키가 내 준 내실의 침소에 들어가기 전에 슈토와 하도리가 계백을 따라왔다. 밤 해시(10시) 무렵이다. 주군, 가와사키가 은밀히 드릴 말씀이 있다 합니다. 슈토가 주위를 둘러보며 낮게 말했다. 주연에서 상석에 앉은 계백은 혼자 마셨지만 슈토, 하도리는 가와사키와 이야기를 오래 주고 받았다. 무슨 이야기냐? 우에스기 가문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슈토가 말을 이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은근히 영주에 대해서 불만도 비쳤습니다. 그때 하도리가 거들었다. 우에스기가 여색(女色)을 좋아해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하도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소인이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계백이 입을 열었다. 이곳으로 오라고 해라. 저는 밖에서 감시를 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이 적지 같아서요. 하도리가 말하더니 슈토와 함께 청을 나갔다. 계백이 한숨을 쉬었다. 우에스기 영지는 든든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12.26 17:19

[불멸의 백제] (250) 13장 동정(東征) 6

또 동진(東進)이다. 미사코에게 미사코성(城)을 맡기고 보좌역으로 사다케를 남겨놓은 계백이 그날 오전에 성을 떠났다. 당황한 것은 미사코뿐만이 아니었다. 사다케도 놀라 허둥거렸지만 곧 자신의 책무를 느끼고는 미사코와 함께 성 밖으로 나와 계백을 전송했다. 계백이 마상에서 미사코에게 말했다. 미사코, 잘 들어라. 예. 대답한 미사코가 반짝이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옆에 선 사다케는 숨을 죽이고 있다. 이제 이 땅에 도적의 무리는 소탕되었으니 백성이 마음놓고 농사를 짓고 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냐? 네. 계백이 말고삐를 채면서 물었다. 네 할 일이 무엇이냐? 그때 바로 미사코가 대답했다.알려 주십시오. 따르겠습니다. 옳지.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바라는 가장 좋은 답이다. 주위에 둘러선 무장(武將)들이 숨을 죽였다. 말이 코를 부는 소리와 말굽으로 땅을 차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왜 그런지 대답해 주마. 네. 아는 척 나서지 말아야 한다. 미사코가 시선만 주었고 계백의 목소리가 대기에 울렸다. 이제 이곳이 안정되었으니 성주는 없는 듯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백성들이 더 기운이 나서 일하고 살 것이다. 내 말을 들어가 새겨보도록. 그리고는 계백이 말고삐를 당겨 몸을 돌렸다. 계백의 등에 대고 사다케가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그것을 본 미사코가 서둘러 따른다. 주군, 앞쪽은 우에스기 영지입니다. 미사코성을 떠난 지 이틀이 되었을 때 슈토가 앞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후쿠토미의 영역이 끝나고 우에스기 가문의 영지가 다가온 것이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백이 머리만 끄덕였다. 앞서 간 선봉대에서 아직 전령이 오지 않았다. 오후 신시(4시) 무렵, 계백의 기마군 1천5백은 속보로 전진하고 있다. 우에스기는 백제계로 3백여 년 전, 일가(一家)가 무리를 지어 왜국에 건너와 영주가 되었다. 문명(文明)과 전술(戰術)이 발달되고 철기 무기까지 소지한 백제계 유민들은 바로 왜인을 규합, 호족 세력으로 기반을 굳히는 것이다. 그 후로 우에스기는 영토를 넓혀가면서 기반을 굳혀왔는데 지금은 영지가 55만석에 군사가 2만 가깝게 되는 동방의 대영주 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의 영주는 우에스기 다까노, 45세, 영주가 된 지 25년이다. 그때 앞쪽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계백 앞에서 말을 세운 전령이 소리쳐 보고했다. 앞쪽 기치성(城)에서 성주가 백제방 달솔님을 영접하겠다고 했습니다. 계백은 백제방 달솔 직임으로 동정을 하는 중이다. 그때 슈토가 물었다. 여기서 몇 리 거리인가? 60리쯤 됩니다. 고개를 돌린 슈토가 계백에게 말했다. 주군, 기치성 근처에서 야영합니까? 계백은 야영할 계획이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성주한테 성에서 묵게 해달라고 해라. 대답한 슈토가 전령에게 이르자 전령이 돌아갔다. 그때 하도리가 계백에게 말했다. 주군, 우에스기의 속을 알 수가 없는데 성 안에서 머무는 건 위험합니다.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에스기는 왕실이나 백제방의 지시를 거의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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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5 19:06

[불멸의 백제] (249) 13장 동정(東征) 5

미사코님은 쇼토쿠 태자가 세운 호류사에 보내져 10년 동안 공부를 하고 돌아온 인재입니다. 뭐라구? 호류사? 계백이 머리를 기울였다. 쇼토쿠 태자는 왜국에서 신처럼 숭상 받는 인물이다. 쇼토쿠 태자 역시 백제계이자 요메이왕(用明王)의 제2왕자로, 어머니가 백제계인 소가노 우마코의 생질녀다. 쇼토쿠 태자는 소가노 우마코와 함께 섭정이 되어 스미코 왜왕을 보좌했는데 왜국 최초로 헌법을 제정했다. 또한 불교를 장려하여 호류사, 시텐오사(四天王寺)등 41개의 절을 세웠으며 호류사는 목조건물로 고구려에서 건너간 담징이 본당의 금당벽화를 그렸다. 쇼토쿠 태자가 죽은 후에 소가 에미시가 왜국 섭정이 되었고 뒤를 이어 소가 이루카가 지금 섭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때 사다케가 말을 이었다. 미사코님이 이곳 후쿠토미 지역의 여보살로 불리웠습니다. 후쿠토미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미사코를 따르는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다. 미사코님이 앞에 나서지 않고 약탈해 간 양곡을 굶주린 주민에게 다시 나눠준다던가 부모를 잃은 아이를 절에 수용하고 잔혹한 행동을 하는 장졸을 벌하였기 때문에 그나마 후쿠토미의 체제가 유지 되었던 것입니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미사코님이 주군의 소실이 되겠다고 자청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년이 나를 이용할 작정이었군. 주군, 미사코님은 25세로 평생 남자를 맞지 않겠다고 공언하신 분입니다. 아직 남자맛을 몰라서 그렇지. 주군, 미사코님은 아스나 하고는 다릅니다. 아스나가 침상 위에서는 제일이었다. 주군, 미사코님은 쇼토쿠 태자님이 제정하신 17조 헌법뿐만 아니라 학문, 문장에도 뛰어납니다. 주군을 더욱 빛나게 만드실 분입니다. 사다케의 이마에 땀방울이 배어나있다. 그것을 본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다음날 아침, 계백이 청에 앉아서 사다케에게 지시했다. 후쿠토미의 동생 미사코를 데려오도록. 예, 주군. 사다케는 바로 대답했지만 둘러앉은 장수들이 술렁거렸다. 잠시후에 사다케와 함께 미사코가 들어섰을 때 청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미사코는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저고리에 바지를 입은 남장 차림이었지만 미모가 더 두드러졌다. 그러나 수십 명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어깨를 펴고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여러 말 하지 않겠다. 네가 그동안 선정을 베풀어 주민의 칭송을 받았다니 이 성에서 내정(內政)을 맡아라. 미사코가 시선을 들어 계백을 보았다. 눈동자가 흐려져 있다. 두 볼이 조금 달아올라 있었는데 조금 열린 입술 끝을 가늘게 떤다.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지. 이곳을 미사코성으로 부르겠다. 너는 미사코성 성주다. 내 가신(家臣)이고. 그리고는 계백이 머리를 돌려 슈토를 보았다. 미사코에게 기마군 1천, 보군 2천을 떼어주고 무장을 보좌시켜라. 옛. 슈토가 납작 엎드려 명을 받았다. 계백이 이제는 미사코를 보았다. 미사코. 네. 미사코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시선을 떼지 않는다. 계백이 정색하고 말했다. 쇼토쿠 태자님의 선정을 실현해보도록. 네. 넌 내 가신이야. 네. 나는 네 주군이고. 네, 주군. 계백이 이제는 사다케를 보았다. 사다케, 미사코성 성주한테 소실을 찾아줘야 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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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4 19:15

[불멸의 백제] (248) 13장 동정(東征) 4

누가 보냈느냐? 계백이 묻자 여자가 숨을 들이켜고나서 대답했다. 네, 사다케님이... 이번에는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사다케에게 다른 무장한테 보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때 여자가 시선을 들고 계백을 보았다. 눈동자가 또렸했고 맑은 눈이다. 제가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내가 네 오빠를 죽인 사람이다. 네. 압니다. 왜 나한테 보내달라고 했느냐? 소실이 될 바에는 무신(武神)의 소실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그때 여자가 잠깐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네. 살겠습니다. 누구하고? 사다케님이 골라주신 무장하고... 그럼 돌아가라. 고개를 끄덕인 계백이 덧붙였다. 너는 잘 살 것이다. 여자가 절을 하고 몸을 돌렸을 때 계백이 어금니를 물었다. 숨을 들이켜면서 외면했던 계백이 문 닫히는 소리를 듣는다. 다음날 아침, 청에서 조회를 마친 계백이 슈토, 하도리 등 무장들과 함께 영지 시찰을 나갔다. 위사대와 기마군 500여기를 대동한 영주의 행차다. 후쿠토미가 장악했던 영지는 제대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농지 대부분이 버려져 있는데다 농사를 지어도 후쿠토미의 무리가 약탈하듯이 소출을 빼앗아 가는 터라 수확을 하자마자 야반도주하는 농가가 많았다. 무법천지다. 후쿠토미 일당 뿐만이아니라 야적떼가 많아서 아예 괭이를 들 힘만 있으면 야적 무리에 가담하는 농군이 많았다. 한나절을 말을 달렸지만 농가 서너 채밖에 발견하지 못한 계백이 신시(4시)무렵이 되었을때 한숨을 쉬고 탄식했다. 당분간 이곳에 거성을 만들고 주민을 끌어모아야겠다. 땅은 비옥한데 농민이 보이지 않다니 이럴수가 있단 말이냐? 계백이 슈토에게 지시했다. 군사들에게 방을 붙이도록 해라. 앞으로 이곳 새 영지에서는 3년동안 농작물 세를 걷지 않고 부역도 하지 않을 것이다. 네. 주군. 슈토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이웃 영지에서도 주민이 쏟아져 올 것입니다. 법을 엄격히 시행해서 관리의 포탈이 절대로 없도록 할 것이며 야적은 보는대로 잡아 죽일테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해라. 예. 주군. 이곳 영지는 말이 25만석이지 실제 경지 면적으로 보면 40만석이 넘는 땅이다. 주민이 다 도망가서 소출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백이 한나절동안 1백여리를 달렸어도 영지의 절반밖에 보지 못했다. 그날 저녁, 내실의 청으로 다시 사다케가 찾아왔다. 주군, 미사코님을 이곳 거성의 내실 집사로 임명했습니다. 허락해 주시지요. 네가 알아서 해라. 그런데 미사코가 누구냐? 계백이 묻자 사다케가 정색했다. 예. 후쿠토미의 동생입니다. 아니, 다른 장수의 소실로 보낸다고 하지 않았느냐? 본인도 그런다고 했고. 예. 그것보다 내실 감독이 맞을 것 같아서요. 이맛살을 찌푸린 계백이 사다케를 보았다. 너는 나한테 충심(忠心)으로 대하는 줄은 안다. 그런데 잘못하다가는 네 목이 먼저 떼어지고 나서 진심이 알려질 수도 있겠다. 예. 주군의 곧은 성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제 머리통쯤이야 별것 아니올시다. 닥쳐라! 예. 주군. 속셈이 무엇이냐? 미사코님이 이곳 영지에서 주군을 훌륭하게 모실것입니다. 사다케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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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3 19:28

[불멸의 백제] (247) 13장 동정(東征) 3

백제의 해외 22개 식민지인 담로 중에 왜국이 가장 크다. 왜국(倭國)은 지리상으로 신라와 가까웠지만 백제 초기부터 유민이 몰려가 규슈 (九州)를 지배했던 것이다. 그래서 왜인(倭人)들은 백제인들로부터 문명을 받아들였고 자연스럽게 백제계 유민이 지배세력이 되었다. 백제는 백가제해(百家制海)란 말에서 국호를 만든 것처럼 일찍부터 해양으로 진출, 해외에 22개 식민지를 보유한 해상강국(海上强國)이다. 후쿠토미 일가(一家)를 토벌한 후에 계백은 여왕과 섭정의 인장이 찍힌 승인서를 받았다. 후쿠토미가 장악했던 25만석 상당의 영지를 계백에게 할양한다는 내용이다. 승인서를 받은 날 저녁, 후쿠토미의 거성(居城)인 산성에서 장수들과 함께 주연을 마친 계백이 내실로 들어왔을 때 중신(重臣) 사다케가 따라왔다. 주군, 후쿠토미의 처자는 어떻게 합니까? 내실의 청에 앉은 계백에게 사다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첩이 7명이나 있고 자식은 모두 14명입니다. 계백은 입맛만 다셨고 사다케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영지를 정복했거나 이양을 받더라도 전(前) 영주는 물론이고 처자도 영지 밖으로 나가는 것이 통례였습니다. 더욱이. 말을 멈춘 사다케가 계백을 보았다. 후쿠토미 같은 경우는 처자를 무사히 내보낼 상황이 아니다. 처자식이 나중에 복수를 할 테니 화근을 없애야 한다. 계백이 입을 열었다. 처첩을 장수들에게 개가 시키면 안될까? 안됩니다. 사다케가 바로 대답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주군께서 이또의 측실, 아리타의 측실을 받아들이셨지만 휘하 장수들은 안됩니다. 왜 안되는 거냐? 주군의 소실이 되면 안심이 되나 장수들의 처첩이 되어서 배신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화청이나 윤진, 백용문 등 휘하 장수들에게도 처첩을 보냈지 않은가? 그분들이야 안심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 소인한테 처리를 맡겨주시지요. 사다케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주군께서는 모르고 계시는 것이 낫습니다. 계백이 한동안 사다케를 응시했다. 고노의 미망인 아스나와 아들 히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을 소실과 양아들고 삼기까지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히지를 잘 키워 든든한 무장(武將)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윽고 계백이 고개를 들었다. 알았다. 맡기겠다. 주군, 후쿠토미의 형제들이 있습니다. 같이 처리하겠습니다. . 남동생이 배다른 동생까지 셋입니다. 모두 무장(武將)이니 죽이겠습니다. . 화근은 남기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아스나의 경우가 되풀이되면 안되겠지. 후쿠토미의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배다른 여동생인데 죽이기는 아깝습니다. 취하시겠습니까? 다른 무장한테 보내라. 예, 주군. 전례를 따를 필요는 없다. 영지에 분란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포용하라. 명심하겠습니다. 엎드려 절을 한 사다케가 내실을 나갔다. 그로부터 한식경쯤 지났을 때 계백은 방문이 열리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여자가 들어서고 있다. 이곳 산상에는 시중들 소실을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백이 물었다. 누구냐? 그때 여자가 두손을 모으고 서서 계백을 보았다. 우수에 덮인 얼굴이 밤에 이슬을 받은 수선화같다. 여자가 시선을 내리고 대답했다. 예. 후쿠토미의 여동생 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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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0 19:57

‘시대의 거울’ 옷의 역사·상식, 쉽고 흥미롭게

우리는 옷을 입고 산다. 의식주 중 그 첫 번째. 옷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로 인류문명을 이룩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도구 역할을 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거나 신분개성 등을 드러내고 표현하기 위해 옷을 입었다. 옷에 관한 역사와 상식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 쓴 책이 나왔다. 전주 출신 송명견 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가 펴낸 <옷으로 세상 여행>(이담북스). 옷은 인간의 삶과 함께하며 그 시대의 모든 것을 담아냅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사상, 과학이 다 옷 안에 배어있습니다. 패션이 시대의 거울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저자는 벌거벗고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옷을 우리가 살아가며 소중함을 잊고 사는 공기와 같다고 비유하고, 이 책을 통해 옷의 본질이 무엇인지, 또 그 힘이 얼마나 세고 중요한지 역설한다. 먼저 문익점 이야기나 나폴레옹의 모자, 패션 혁명가 이브 생 로랑 이야기 등 패션이 역사를 바꾼 사례를 들려준다. 또 구한말 조선 외교관의 패션과 시련, 대통령의 파란색 옷 등 정치와 패션의 관계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밖에 옷과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지식이나 과학적 상식 등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를테면 구한말 이 땅을 거쳐 간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 바라는 그토록 다양한 방법으로 온갖 형태의 모자를 만들어 사용하는 나라를 나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급기야 프랑스 한 여행 잡지에 공기와 빛이 알맞게 통하고 여러 용도에 따라 제작되는 조선의 모자 패션은 파리사람들이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기사가 오르기도 했다.(46쪽)고 소개한다. 책은 1부 역사를 바꾼 패션, 2부 세월 속의 옷, 삶 속의 옷, 3부 정치와 패션, 4부 패션과 사회, 5부 누가 유행을 만드는가?, 6부 시대의 거울, 패션, 7부 옷 속에 숨어 있는 과학, 8부 잡곡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옷은 사람을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한다. 나아가 한 인간의 운명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생명을 지키기도, 빼앗기도 했다며 이 책이 각자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8.12.20 19:57

전북문학대상에 ‘서재균 아동문학가’

올해 처음 제정된 전북문학대상에 전북문학의 원로 서재균 아동문학가가 대상을 수상했다. 전북문학관이 주최주관한 전북문학대상 시상식이 20일 오후 전북문학관에서 열렸다. 전북 도민과 함께하는 전북사랑 문학축제 일환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1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김규화 시인의 하이퍼시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참석한 100여 명의 문인과 문학 애호가들은 열띤 분위기로 김규화 시인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임실문인협회 이용만 회장의 시 낭송으로 시작한 2부에서는 본격적인 전북문학대상 시상이 이뤄졌다. 전북 문학 원로 서재균 아동문학가가 올해 제정된 전북문학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전북문인협회 김영 부회장은 심사평으로 서재균 문학가는 전북 아동 문학의 산 역사이자 주춧돌이며 기둥이다. 전북문인협회 회장을 하며 회원 화합과 역량강화에 힘썼고,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후배들을 잘 이끌어 귀감이 됐다며 지역의 문학인들을 잘 이끌어준 고마운 마음에 심사위원 모두 이견이 없이 선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내와 함께 단상에 오른 서재균 문학가는 훌륭한 문인이라면 좋은 글과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감동을 주거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본인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상을 받는다는 게 참 부끄럽다면서 이 상을 준 것은 문인으로서 앞으로도 품격을 잘 지키고 부끄럽지 않은 활동을 보여달라는 의미로 생각하겠다.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은 이동희 시인에 대한 공로패도 수여됐다. 이 시인은 지난 2009년부터 2년 동안 전북문인협회 회장을 지내며 전북문학관 건립에 주춧돌을 세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동희 시인은 (문학관 건립된 지)7년이나 지난 후 공로패를 받게 돼 쑥스럽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8.12.20 19:57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