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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풀어낸 문인들의 고향 전북문인협 〈멋과 맛 & 미래 전북사랑〉 펴내

전북문인협회(회장 안도)가 <멋과 맛 & 미래 전북사랑>(도서출판 북매니저)을 펴냈다.전북문인협회가 지난해 전북도의 지원을 받아 열었던 제1회 전북사랑 백일장 입상작과 전북 산하의 스토리텔링 작품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고창, 군산, 김제, 남원, 무주, 부안, 진안 등 도내 14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190여 명의 문인들이 자신이 거주하거나 태어난 지역에 대해 소개하는 작품을 수록했다.지역의 명소나 역사 전설에 대한 글 또는 자신의 감상을 담았다. 이외에 원로 작가들이 전북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작품도 함께 엮었다.이운룡 시인은 무주 구천동 물소리를 시로 표현했고, 고재흠 수필가는 부안의 내 고향 노적마을의 역사를 글로 풀었다. 장태윤 시인은 작품 국사봉에서를 통해 임실 해맞이 명소에서 느낀 대지와 자연의 인자함을 노래했다.안도 전북문인협회장은 전북은 지난해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정읍의 무산서원, 고창 서남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최종 신청 대상에 오르는 등 세계문화유산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발간하는 <전북사랑>이 유서 깊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1.19 23:02

아이들 마음 훈훈하게 녹여주는 여섯 이야기

양정숙 동화작가가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를 펴냈다.타인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정감 어린 이야기 여섯 편을 엮었다. 집 안으로 들어왔다가 변기에 빠진 개구리의 탈출기를 그린 구리구리 똥개구리, 로봇 청소기와 대결을 벌이는 고양이 이야기 냥이와 쁘니,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게 된 유기견 이야기 알롱이, 아빠의 감시를 피해 할머니의 데이트를 돕는 손녀 이야기 투투데이, 꿩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까숙이의 꿈, 흥부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구성한 다시 쓴 흥부 이야기 등이다.어린 시절 가족 행사가 있는 날이면, 외할머니 방에는 사촌들로 가득했다. 그때마다 외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른이 된 작가는 외할머니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다.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서 동화작가의 꿈을 이루었다.그는 몇 명의 어린이라도 이 동화를 읽고 잠시나마 얼굴 가득 미소 지으면 좋겠다며 더욱 신나는 동화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양정숙 동화작가는 순창에서 태어나 부안에서 자랐다.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광주교육대 대학원 아동문학교육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5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수필집 <엄마, 이 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재밌당가>, 그림동화 <새롬 음악회>가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01.19 23:02

평화 통일 염원·백제를 노래한 시편들

시(詩)로 하나 된 그들. 포엠만경동인회와 금요시담동인회가 동인 시집을 각각 펴냈다. 서로 격려하고 때론 비평하면서 맺어온 세월이 녹아있다.원광대 국문과 출신 시인들이 이제는 통일이다, 평화다라는 주제로 동인 시집 <포엠만경> 제6호를 내놨다.이 동인 시집은 강상기 회장을 비롯해 김광원, 박백남, 박윤기, 박환용, 승한, 임인숙, 장재훈, 정재영, 최기종, 호병탁 시인 등 11명이 각각 신작 시 5편 내외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김광원 트럼프에게, 장재훈 26시-게오르규의 <25시>를 읽고, 정재영 붉은 섬, 최기종 성주사람 등 전쟁 반대와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공통 주제 시 8편을 특집으로 다뤘다. 통일운동가인 박해전, 박금란 시인의 초대 시도 실었다.강상기 회장은 머리말을 통해 세상은 참 혼란스럽다며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생각해볼 때 어이없는 주장이나 파렴치한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아가는 현시대의 전도된 가치 현실을 지적했다.최기종 시인은 물질문명, 종교식민주의, 개발붐 등 모든 것이 대갚음의 대상이라고 말한다.물질문명 시대에 인간성을 사라지고 재화만 넘쳐난다. 종교식민주의 시대에 신들은 사라지고 불신만 넘쳐난다. 개발붐 시대에 자연은 파괴되고 인공만 넘쳐난다. 이런 시대에 시인은 말한다. 은혜하자고 평화하자고 자연하자고.포엠만경 동인들은 또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것은 자본의 횡포이고, 에너지가 방전해 밤늦은 시간 퇴근하는 것도 자본의 횡포라며 성장제일주의를 벗어나 모두가 행복한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대한민국 시대를 맞이해 적폐청산에만 머물지 말고, 인권이 보장되고 인간성이 회복되는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시인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1994년 창립,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이면 시담(詩談)을 나누는 금요시담동인회도 동인 시집 <금요시담> 제19호를 엮어냈다.김현조 회장과 김은숙, 김제김영, 나혜경, 박영택, 송희, 심옥남, 유대준, 이남덕, 임경신, 전용직 시인 등 11명이 각각 6편 내외의 시를 실었다. 특히 김제김영 솔잎 세어보는 견훤, 나혜경 백제 기행, 심옥남 돌아온 견훤, 전용직 황산벌의 어둠 등 백제 테마 시도 썼다. 백제를 찾아서 떠난 문학 기행의 결과물. 초대 시로 마경덕, 오인태, 이정록 시인의 작품을 수록했다.김현조 회장은 개인의 문학 활동과 공동 사회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관련 금요시담 동인들이 어떤 역할로 사회와 접촉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지난해 2017, 전북도민 인문학 강좌를 열고 전북의 산하, 4차산업혁명 시대,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등을 주제로 지역민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역 사회의 건강함을 확인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회고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01.19 23:02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여성 문인들의 저력 보여주길"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들과 한국 문단의 신예 탄생을 축하하는 중견원로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7일 전북일보사 회의실에서 열린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다.김헌수(시), 최아현(소설), 김영주(수필), 이경옥(동화) 등 올해 당선자들은 환희와 함께 오늘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다짐했다.올해 처음으로 모든 분야에서 여성 당선자가 나와 전북일보는 유리천장이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운을 뗀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선배 문인들은 본보 출신 신예들이 작가로 대성하도록 주마가편격으로 조언을 아끼지 마시고, 전북일보 역시 당선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조명하겠다고 축하의 말을 건넸다.신춘문예를 두드린 지만 10년입니다. 우석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당시 어느 구름이 비를 머금었는지 알 수 없으니 계속 도전하라던 교수님이 말씀이 생각납니다. 시 삼례터미널로 당선한 김헌수 씨가 10년 만에 내놓은 당선 소감은 박수를 끌어냈다. 그는 신춘문예 당선은 아픈 몸도 방방 뜨게 하는 귀한 처방전이라며, 앞으로 낮은 목소리로 약한 자들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했다.소설 아침대화로 당선한 최아현 씨는 올해 스물넷으로 문청(文靑) 중의 문청. 그는 세상에 많은 외침이 있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많다며,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더 열심히 배우고 정진해서 들리지 않는 외침을 글로 적겠다고 말했다.수필 마키코 언니로 등용문을 넘은 김영주 씨는 우체국에서 출품작을 부치던 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봉투를 끌어안고 한참을 머뭇거렸던 그 날이 있었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그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지인이 붕 뜬 마음이 땅으로 내려오기까지 두 달 걸렸다더라. 나는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떨리고 감사한 마음을 소중히 품고 집필하겠다고 유쾌한 소감을 이었다.주말도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경옥 씨(동화 당선작 두번째 짝)도 오늘만큼은 날을 비웠다. 동화는 아이들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글입니다. 자부심을 갖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따뜻한 동화를 쓰겠습니다.이운룡 시인이 심사위원을 대표해 문학상은 일종의 평가이면서 기대에 대한 보상이라며 이 귀한 인연이 그동안의 묵학적 고투에 대한 위로와 격려가 되면서 창작의 역량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안도 전북문인협회장도 축사를 통해 당부의 말을 건넸다. 신춘은 매년 오지만 문인의 신춘은 한번밖에 오지 않습니다. 결실을 맺는 작가도 있는 반면 꽃이 져버려서 존재감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당선자 모두 문학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큰 빛이 되길 바랍니다.이날 시상식에는 이운룡박남준최균희송준호 등 본심 심사위원과 최기우문신박태건장은영정숙인 등 예심 심사위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또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을 비롯해 김계식, 김기화, 김상현, 김연경, 김완준, 김용옥, 김정경, 김종필, 김학, 김한창, 류희옥, 박경희, 서재균, 선기현, 심재기, 안도, 안평옥, 유응교, 이소애, 장태윤, 전병윤, 전일환, 전재욱, 정군수, 조미애, 주봉구, 최정선, 허소라 씨 등 원로중견 문인과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이 참석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1.18 23:02

[불멸의 백제] (11)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⑪

계백이 이끈 기마군 5백기가 칠봉성에 닿은 것은 이틀 후다. 칠봉성 아랫쪽의 마을을 거쳐왔기 때문에 소문은 금세 퍼졌다. 주민들은 기마군을 반겼다. 요즘들어 자주 출몰하는 신라 기습군을 퇴거하려고 기동대를 끌어왔다고 계백이 말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전, 오늘도 조밥에 나물로 아침을 먹던 계백이 물그릇을 들고온 고화에게 물었다.“너, 삼현성 근처에서 잡혔다고 했지?”고화가 주춤거렸을 때 덕조가 대신 대답했다.“맞습니다. 노예상이 그랬습니다.”“삼현성에서 살았느냐?”계백이 다시 고화에게 물었다.“네.”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고화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부친이 미곡상을 합니다.”덕조가 토방 마루로 다가와 앉았고 부엌에 있던 우덕도 문에 붙어서서 이야기를 듣는다. 계백이 다시 물었다.“성주가 누구냐?”“대아찬 진성님입니다.”“군사는 얼마나 있어?”“그건 잘 모릅니다. 나리”“알아도 모른다고 하겠지.”덕조가 거들었지만 계백은 무시하고 다시 물었다.“성 안에 우물은 몇개냐?”“세어보지 않았어요.”“가구수는?”“1천호쯤 됩니다.”“주민은?”“그것도 모르겠어요.”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조밥을 삼키고 나서 마루에 앉아있는 덕조에게 말했다.“어제 나하고 같이 온 장덕의 숙소에 가서 종을 데려오너라. 장덕이 내가 종을 데려오라고 했다면 보내줄 게다.”“네, 나리”영문을 모르지만 덕조가 일어나 문 밖으로 사라졌다. 수저를 내려놓은 계백이 고화와 우덕을 번갈아 보았다.“이렇게 포로로 잡혀서 종이 되었다가 아이를 낳고 사는 여자가 많아.”고화는 외면했지만 우덕은 눈을 치켜떴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그때는 종을 벗어나 백제인의 부인이 되는 것이지, 자식들도 백제인이 되고.”“그렇게 못합니다!”바락 소리를 지른 것이 우덕이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우덕이 발까지 굴렀다.“차라리 죽겠습니다!”그때 계백이 똑바로 우덕을 보았다. 그순간 고화가 숨을 들이켰다. 계백의 두눈이 번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술은 조금 비틀려져 있는 것이 쓴웃음을 짓는 것 같다. 계백이 낮게 말했다.“죽음을 가볍게 말하지 말라.”그때 열린 문으로 덕조가 들어섰고 그 뒤를 사내 하나가 따른다.“나리, 데려왔습니다.”다가온 사내가 마룻방 위에 앉은 계백을 향해 굽신 절을 하더니 고화와 우덕을 차례로 보았다. 그러더니 어깨를 부풀리면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계백은 미동도 하지 않고 사내를 주시하고 있다.그때 사내가 소리쳤다.“나리, 이 여자가 삼현성주 진궁의 무남독녀 고화입니다. 저년은 고화의 시녀이구만요!”“뭐?”놀란 덕조가 되받아 소리쳤지만 계백은 잠자코 물그릇을 들었다. 그때 고화가 사내를 유심히 보았다.“너, 마굿간 종 상기 아니냐?”“맞아요.” 우덕이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이 역적 같은 놈!”

  • 문학·출판
  • 기고
  • 2018.01.17 23:02

전북작가회의 제10회 불꽃문학상에 하기정 시인

제10회 불꽃문학상 수상자로 하기정(49본명 하미숙)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 작품은 지난해 발표된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모악). 하 시인이 등단한지 7년 만에 펴낸 첫 시집으로 활발한 화법과 다채로운 상상력이 담긴 6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심사는 정양김용택최동현안도현복효근 시인과 임명진 평론가, 이병천김병용 소설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불꽃 같은 문학은 그와 같은 문학 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면서 낯설고 위험하고, 매력적인 질문으로 가득한 하 시인의 시가 독자의 가슴에 일렁이는 불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하기정 시인은 불꽃문학상이란 이름처럼 동료 문학인들이 주는 환하고 따뜻한 상을 받게 돼 더 송구하고 감사하다면서 불꽃을 꺼뜨리지 않게 지켜서 누군가의 손에 넘겨주어야 하는 일이므로 버겁기도 하지만 기분 좋게 뜨겁고 무겁다고 말했다.임실 출신인 그는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구름의 화법이 당선됐으며, 518문학상과 작가의눈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전북작가회의 정기총회가 열리는 오는 26일 오후 6시 30분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다.전북작가회의(회장 김병용)가 2006년 제정한 불꽃문학상은 어둠과 혹한 속에서 빛을 발하는 불꽃처럼 뜨거운 정신으로 문학의 길을 밝혀가길 바라는 동료 문인들의 격려가 담긴 상이다. 상금 300만 원은 회원들이 기부한 것이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1.17 23:02

[불멸의 백제] (10)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⑩

“아니, 이년들이.”그날 아침 이후로 덕조의 태도는 돌변했다. 고화와 우덕을 제 여동생처럼 사근사근 대하더니 아침상을 물린 후부터 원수 만난 것처럼 굴었다. 지금도 그렇다. 마당이 깨끗한데도 청소한 흔적이 없다고 시비를 한다. 눈을 부릅뜬 덕조가 우덕을 보았다.“왜 비질을 한 흔적이 없느냐?”“꼭 비질을 한 흔적이 있어야 되나?”맞받은 우덕이 목소리를 높였다.“깨끗하면 되었지. 왜 사사건건 시비야?”“시비? 이년 좀 보게.”어깨를 부풀린 덕조가 한걸음 다가섰다. “사지(死地)에서 구해준 은인한테 이렇게 대들 것이냐?”“잠자리 상대가 필요해서 골랐겠지.”“이년, 내가 집사다.”“같은 종 신세에 위아래가 어디 있어?”말대꾸를 했다가 갑자기 서러워진 우덕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당 복판에 선 우덕에게 고화가 다가갔다.“덕아, 참아라.”우덕의 어깨를 쥔 고화가 덕조를 보았다.“내가 마당 청소를 다시 하지요.”“아, 글쎄…”고화의 시선을 받은 덕조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외면했다. 고화와 우덕이 주종관계인 것이 밝혀진 후부터 덕조는 고화한테 한풀 꺾이고 지낸다. 그날 밤 겁탈하려고 덤볐다가 우덕의 방해로 실패한 것이 멋쩍기도 했다. 몸을 돌린 덕조가 투덜거렸다.“젠장, 잘못 데려왔어. 그냥 도성의 기방에다 팔라고 할 걸 그랬어.”덕조가 대문 밖으로 사라지자 우덕이 충혈된 눈으로 고화를 보았다.“아씨, 도망가요.”“너, 그러다가 죽는다.”고화의 눈빛이 강해졌다. 엷은 입술이 죽 다물어져서 차가운 표정이 되었다.“서두르지마. 우선 저놈의 비위를 맞추자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느냐? 저놈부터 믿게 만들어야 된다.”싸릿대로 만든 비를 집어든 고화가 말을 이었다.“성주는 안목이 깊지만 집안일에 상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성주의 처자가 있겠지요?”우덕이 비를 뺏어 들며 물었다.“있겠지.”“우물가에서 장덕의 종 이야기를 들었더니 성주가 부임한지 열흘도 안되었다고 합니다.”오전 진시(8시) 무렵이다. 오늘 우덕은 처음 우물가로 나가 종들을 만난 것이다. 우덕이 마당에 비질 흔적을 내면서 말을 이었다. “대륙의 백제령인 연남군에서 기마대장으로 명성을 떨치다가 본국으로 소환되었다네요.”“….”“그래서 종들도 성주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군요.”우덕이 비질을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고화에게 바짝 다가섰다.“아씨, 제가 빠져나가 나리께 알릴 수는 없고 이곳의 종 하나를 꾀어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낫겠습니다.”“글쎄, 서두르지 말라니까.”“나리께서 군사 10여명만 보내주시면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지 않겠어요?”그때 고화가 허리를 펴더니 긴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이곳에서 삼현성까지는 350리야. 내가 계산을 했어.”고화는 삼현성주인 대아찬 진궁의 무남독녀인 것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1.16 23:02

제29회 전북문학상에 신해식·김두성·최명표씨

전북문인협회는 제29회 전북문학상 수상자로 신해식 시인과 김두성 수필가, 최명표 평론가를 선정했다.전북문인협회는 지난 15일 전북문학관에서 서재균 아동문학가(심사위원장), 정군수 시인, 최정선 수필가의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전북문학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1989년 등단한 신해식 시인은 올해 여섯 번째 시집 <가슴을 지배하는 한줄기 첫사랑의 추억으로>를 출간했다. 풍물시동인 회장과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대 평생교육원과 김환태 문학관에서 시를 강의하고 있다.김두성 수필가는 1994년 포스트모던으로 등단해 올해 두 번째 수필집 <행복은 이미 당신입니다>를 발간했다. 남원문인협회 지부장을 연임하면서 지역 문단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적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최명표 평론가는 1990년에 등단한 중견 평론가다. 그동안 전북 근대문학 자료(6권)를 정리했고, 최근 3년간 평론이 23편을 발표했다. 지난해 <전북 문단 70년사>를 발행하는 데 주도적으로 역할 했다.한편 시상식은 20일 전주 바울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창작지원금 200만 원을 수여한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01.16 23:02

[불멸의 백제] (9)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⑨

장덕 해준입니다.기마군 대장이 계백에게 허리를 굽혀 군례를 했다. 가죽 갑옷에 비색(緋色) 띠를 매었고 허리에 장검을 찼다. 백제 관등은 16관등으로 구분이 엄격하다. 1품(品)은 좌평(佐平), 2품은 달솔(達率), 3품은 은솔(恩率), 4품은 덕솔(德率), 5품은 간솔(刊率), 6품은 나솔(奈率)이며, 1품에서 6품까지는 자색(紫色) 관복에 띠를 맨다. 7품은 장덕(蔣德), 8품은 시덕(施德), 9품은 고덕(固德), 10품은 계덕(季德), 11품은 대덕(對德)인데 7품에서 11품까지는 비색(緋色) 복장에 띠를 두른다. 12품은 문독(文督), 13품은 무독(武督), 14품은 좌군(佐軍), 15품은 진무(振武), 16품은 극우(剋虞)인데 12품부터 16품까지는 청색(靑色) 관복에 띠를 매는 것이다. 해준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계백보다 키는 작았지만 몸이 둥글고 팔이 길었다.나솔,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오.해준이 말했을 때 계백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장덕, 나는 몇 번 운이 좋았을 뿐이네.겸손하신 말씀이시오.출발 준비는 되었나?계백이 화제를 돌리자 해준도 정색했다.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그럼 가면서 무장들의 인사를 받기로 하지.계백이 말고삐를 당기면서 말했다. 방성안 마장(馬場)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마군 5백기가 곧 해준의 지휘하에 따라 나왔다. 예비마와 군량을 실은 마차까지 늘어서서 대열이 길게 늘어섰다. 이미 햇살이 강한 초여름의 사시(10시) 무렵이다. 5백기의 기마군은 남방(南方)의 정예군이다. 훈련이 잘된 말은 무장들의 외침소리에 흥분해서 살을 떨었고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나솔, 대륙의 기마군은 하루에 얼마나 갑니까?성문을 나와 국도에 들어섰을 때 해준이 말몸을 붙여오면서 물었다. 해준은 붙임성이 있는 성격같다. 계백이 대답했다.하루에 5백여리를 주파한 적이 있어.여기서는 평지가 좁고 지형이 험해서 2백리가 고작이요.내가 남방 아래쪽으로 가보니까 하루에 3백리는 가겠던데.남쪽의 평지가 넓지요.해준이 머리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나솔, 연무군에서 당군을 연파하셨을 때 어떤 전법을 쓰셨습니까?임기응변이지.바로 대답한 계백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돌고 돌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이더군. 그래서 두 번 세 번 꾀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을 썼네.그렇습니까?병법을 연구한 당(唐)의 장수가 많아. 손자나 제갈량의 후손들 아닌가?꾸민 이야기가 많지요.백제 기마군의 이야기가 후세에 남게 되려면 승자가 되어야 하네.나솔은 나이에 비해 경험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대륙의 백제군은 거의 매일 전쟁이었네. 그래서 이 나이에 나솔이 된 것이지.계백은 백제군 무장들이 공인하는 용장(勇將)이며 지장(知將)인 것이다. 해준 또한 여러번 공을 세웠지만 계백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것이 어린 나이에도 계백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때 계백의 옆으로 기마군의 무장들이 차례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장덕 해준이 선임이며 부장(副將)으로 고덕 2명, 1백인장으로 무독 5명, 그 휘하에 좌군, 진무 등 10여명이 포함되었다. 모두 여러번 전쟁을 겪은 숙련자들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1.15 23:02

[불멸의 백제] (8)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⑧

그날 낮, 오시(12시) 무렵이 되었을 때 방령 윤충이 보낸 전령이 칠봉성에 닿았다.방령께서 기마군 장비 때문에 방성(方城)으로 오시랍니다.전령의 말을 들은 계백이 즉시로 떠날 차비를 했다. 성주대리 장덕 진광에게 다시 성을 맡긴 계백이 방성인 고산성에 도착했을 때는 다음날 오후 미시(2시) 무렵이다. 기마군 10여기만 이끈 단촐한 행차였지만 방성까지는 2백여리 길인데다가 하룻밤을 길가 객사에서 묵어야 했기 때문이다.나솔, 빨리 왔군.계백을 본 윤충이 그렇게 반겼다. 윤충은 백제의 명문가인 대성8족은 아니지만 의자대왕의 신임을 받는 측근이다. 방령 윤충이 계백과 내청의 밀실에서 마주 앉았다. 배석자는 방좌인 덕솔 연신 뿐이다. 윤충이 입을 열었다.나솔, 칠봉성의 군량은 얼마나 비축되어 있나?예, 성의 군사가 석달 먹을 만큼은 됩니다.기마군이 1백여기지?예, 방령.말은?220필입니다.내가 방성(方城) 소속의 기마군 5백기에 말을 8백필 내놓겠네.계백이 숨을 죽였을 때 연신이 말을 이었다.군량도 석달분을 지급 해줄테니까 싣고 가도록 하게.방령, 무슨일입니까?칠봉성은 국경과 3백여리 떨어져 있어서 신라군 세작이 기마군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을 거네.윤충이 말을 이었다.기마군 5백기를 이끌고 대야성 주위를 정탐하게, 이른바 위력정찰이지.대야성주 김품석이 바짝 긴장해서 전군(全軍)을 모으고 신라의 삼천당, 귀당의 군사가 응원을 나오도록 하면 더 좋지.윤충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김유신이 대야성 근처로 내려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고.방령.계백이 윤충을 바라보았다.소인이 미끼 역할을 하는 것입니까?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지.목표는 무엇입니까?당항성이야.순간 숨을 들이켠 계백이 윤충을 보았다. 당항성은 이제 신라 신주(新州)의 도성(都城)이 되어 있다. 당항성은 신라가 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인 것이다. 바다만 건너면 당(唐)이다. 그러나 원래 당항성은 백제의 영토였는데 장수왕 63년에 침공을 받아 개로왕이 죽고 땅마저 빼앗겼다가 성왕 때 신라와 함께 그 영지 대부분을 되찾았다. 그러나 곧 신라의 배신으로 성왕이 패사(敗死)하고 신라의 신주(新州)가 설치된 것이다. 신주는 백제의 북쪽을 가로지르는 땅으로 서쪽끝이 당항성이다. 다시 계백의 시선을 받은 윤충이 말을 이었다.그래, 성동격서(聲東擊西)야, 대야성을 치는 것처럼 해놓고 동방 방령 의직이 대왕과 함께 신주를 친다.그렇다면 저는 신라군을 대야성 부근으로 끌어 모으는 역할이 되겠습니다.그렇지, 그러나 대놓고 덤비면 신라가 눈치를 챈다. 은밀하게 움직여야 믿을 것이다.지원군은 없습니까?상황을 봐서 내가 지원한다.윤충과 연신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것을 본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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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2 23:02

(75)서낭당 - 서낭신 모셔놓은 당집

지금은 비록 무속화 되었지만, 서낭당은 처음부터 무속이 아니라 부족 국가시대에 석전(돌 전쟁)으로 마을을 방어하던 무기의 저장소였고 일종의 병참기지였다. 서낭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한자의 성황(城隍)이 음운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성(城)이라 함은 글자 그대로 성이며 황(隍)이라 함은 성을 쌓고서도 미덥지 못해 그 주변에 팠던 물길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낭은 본시 촌락방어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왜 이곳에 돌멩이를 모아두고 산성을 만들었는가 하면 한강 바닥에는 모래언덕이 형성되어 한강 하류 중에서 깊이가 가장 얕아 임진왜란 당시의 왜군이나 한국전쟁 당시의 북한군도 이 강을 건너던 지점으로 삼은 바 있다.서낭의 군사적 기능은 화약과 총포의 발명과 함께 사라지고 민속놀이로 흔적이 남아 있는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정월 대보름날의 행사로 볼 수 있었던 돌싸움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서낭신을 마을과 토지를 지켜주는 신으로 믿고 섬겨왔는데, 마을 어귀 큰 고목이나 바위에 새끼줄을 매어 놓거나 울긋불긋한 천을 찢어 달아 놓고 그 옆 작은 집에 서낭신을 모셔놓은 당집을 서낭당이라 했다.때로는 당집 없이 큰 고목에 울긋불긋한 천이나 새끼가 매어 있는 것만도 서낭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서낭당 앞을 지날 때는 서낭신에게 행운을 빌며 돌을 하나씩 쌓아놓기도 하고, 잡귀가 달라붙지 말라는 뜻에서 침을 뱉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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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2 23:02

술에 얽힌 에피소드 다시 맛보다

실험적인 소설 쓰기로 한국 소설의 지평을 확장한 전북 작가 서정인의 장편소설 <달궁> 등 절판됐지만 가치 있는 소설을 복간해온 출판사 최측의농간(대표 신동혁)이 신작을 출간했다.무애 양주동(1903~1977) 선생의 <문주반생기>다. 위트의 달인이자 인간적인 천재였던 저자가 대중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수필을 청탁 받아 쓴 책이다.문학이란 워낙 단순한 문자의 놀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대단한 무엇, 야무진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이 글이 과연 얼마나 그렇게 풍류로운채 진지하고 얄팍한 양 깊숙한 삶의 기록, 내지 그 반성과 해석이었는지 그것은 내사 모르겠다(<문주반생기> 중)술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은 가장 유명한 수필집으로 꼽힌다. 그러나 가볍지 않고 격동의 시대에 겪은 고난역경을 풍류와 해학 속에서 긍정할 줄 알았던 한 지식인의 기록이다.책은 1960년 첫 출간된 후 두 번 더 세상에 나왔지만 세로 쓰기로 된 국한문 혼용체였다. 동서양의 고전 작품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원문 그대로 인용됐고, 중국어일어 등이 한자로만 표기돼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출판사 최측의농간은 약 2년에 걸쳐 한글 세대를 위한 <문주반생기>를 완성했다. 내용의 누락 없이 초판 원고의 전문을 담았다.신동혁 대표는 당대의 글말소리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원고의 맛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자를 한글로 바꾸거나 병기, 초판에 없던 1996개의 각주를 보충했다며 작성해 놓은 주석을 벗 삼아 촘촘한 저자의 문로(文路)를 따라가다 보면, 고진감래라는 말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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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현
  • 2018.01.12 23:02

['긁적긁적' '더듬더듬'…왜 우리 아이는 읽고 쓰지 못할까] 진실한 수업…문맹·문해맹 아이들 웃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 글을 읽고 쓰더라도 더듬더듬 읽는 아이, 겨우 더듬더듬 읽고 쓰는 수준이라 교과 학습이 불가능한 아이.이른바 문맹, 문해맹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대부분 교사는 교사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다가 한글 지도의 골든 타임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 1~2학년 시절을 그냥 흘려보내고 만다.홍인재 전주 금암초등학교 교감이 쓴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은 지금도 교실 한구석에서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도 잘 하지 못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라는 도구를 갖지 못한 문맹과 문해맹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한다.저자는 장학사로 근무하면서 글자를 읽지 못하거나 읽어도 뜻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 더 나아가 쓰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서 지도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두 아이에게 문자 지도를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현 언어 교육정책의 문제점과 한계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아무리 가르쳐도 제자리인 아이도 학교와 교사의 몫임을 인식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1부에서는 학교와 사회에 어른거리는 문맹의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한다. 문맹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어떻게 걸쳐 있는지 보여준다. 2부와 3부에서는 저자가 지도한 두 아이의 사례를 통해 문자 지도 방법과 언어에 관해 서술한다.이어지는 4부에서는 두 아이를 가르치면서 깨닫게 된 아이의 언어 발달 과정과 그에 따른 국어 수업 방법을 소개한다. 왜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어도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제대로 못 하는지, 글 한 편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지, 해독과 독해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알려준다.5부에는 문맹과 기초 학력 정책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두 아이와 함께한 한글 지도 시간 덕분에 현장의 교사가 겪는 어려움을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서평을 통해 지은이가 두 아이의 문자 지도를 위해 기울인 정성과 집념은 놀랄 만하다며 이 책이 힘이 있는 것은 지은이가 자신이 경험했던 오류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밝혔다.홍인재 교감은 1990년 전주 외곽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 동료들과 함께 아동미술, 독서교육, 통일교육 등 연구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배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이 마흔이 넘어 우석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 동화를 공부했다. 201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탈로 등단했다. 그 무렵 전북에 혁신학교 정책이 들어왔고, 근무하던 학교를 선생님들과 함께 혁신학교로 만들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전라북도교육청 교육혁신과와 전주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5년간 근무했다.특히 전주교육지원청에서는 기초학력 정책을 펼치면서 2년 동안 문맹인 아이를 가르쳤다. 얼마 전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아이들의 언어와 삶을 담은 동화를 쓰는 꿈, 평생 언어연구자로 살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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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민주
  • 2018.01.12 23:02

[불멸의 백제] (7)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⑦

다음 날 아침, 계백이 아침 밥상을 들고 오는 여자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 뒤를 물병을 받쳐 든 여자가 따른다. 어젯밤에 덕조가 산 여종 둘이다. 나중에 들어선 덕조가 헛기침을 하더니 멀찍이 앉았다. 마룻방 안에 넷이 둘러앉은 셈이다. 작은 세다리 밥상을 앞에 두고 계백이 앉았고 좌우에는 여종이, 문 앞에는 덕조가 자리잡은 것이다. 그때 덕조가 말했다.“밥상을 들고 온 년이 우덕이라는 언니고, 물병을 가져온 년이 고화라는 동생입니다. 주인.”계백이 우덕부터 보았다. 튼튼한 몸에 둥근 얼굴, 계백의 시선을 받더니 머리를 굽신 해보였는데 서글서글한 인상이다. 다음은 고화, 언니와는 대조적으로 갸냘프고 갸름한 얼굴,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다. 치맛자락을 움켜쥔 손가락이 가늘고 길다. 계백의 시선을 쫓던 덕조가 다시 헛기침을 했다.“노예상 말을 들었더니 이것들이 말을 타고 나왔다가 백제 정탐군에게 잡혔답니다. 신라 삼현성에서 행세깨나 하는 집안이었던 모양이요.”계백이 밥상으로 시선을 옮기고는 조밥을 한수저 떠서 입에 넣었다. 상 위에는 조밥 한그릇과 나물 2종류, 군량으로도 쓰이는 소금에 절여 말린 돼지고기 서너조각과 더운물이 전부다. 덕조가 말을 이었다.“노예상은 동생되는 고화를 도성의 유흥가에 팔 작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금화 네냥을 부르길래 제가 엄포를 놓았지요. 객사에 잡아놓고 칠봉산성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든다고 했더니 금화 세냥에 언니까지 얹어서 산 겁니다.”“………”“잘 샀지요?”“너, 어젯밤에 아무일 없었느냐?”입안의 음식을 삼킨 계백이 묻자 덕조가 숨을 들이켰다. 계백을 쳐다보는 눈동자가 흔들렸다.“주인, 무슨 말씀이시오?”“내가 여자들한테 물어보랴?”“주인.”어깨를 편 덕조가 입안의 침부터 삼키고 나서 말했다.“저는 단지, 그러니까…”그때 계백이 여자들을 둘러보았다.“어젯밤에 저 사내가 방에 들어왔느냐?”“네.”대답을 언니 우덕이 했다. 우덕이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하지만 제가 막았습니다.”“어떻게?”“동생을 겁탈하려고 하길래 제가 죽겠다고 했지요. 칼을 목에 붙였습니다.”“그랬더니?”“순순히 물러갔습니다.”계백의 시선이 고화에게로 옮겨졌다. 고화는 지금까지 한번도 계백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넌 벙어리냐?”그때 고화가 머리를 들었다.“아닙니다.”목소리가 맑아서 여운이 일어난 것 같다. 계백에 고화의 검은 눈동자에 박힌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계백의 시선이 다시 고화의 몸을 훑었다.“너희들 주종간이지?”순간 둘의 몸이 굳어졌다가 먼저 우덕이 흔들렸다.“나리 아닙니다. 저 분은, 아니, 쟤는 제 동생입니다.”그때 계백이 머리를 끄덕이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덕조에게 말했다. “한번만 더 여자 방에 들어간다면 네 물건을 뽑아버릴테니까 명심해라.”이것으로 첫 대면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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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1 23:02

[불멸의 백제] (6)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⑥

“멈춰라!”앞장선 기마군사가 소리치자 대열이 멈춰섰다. 20여인으로 구성된 대열이다. 그 중 7,8명은 말을 탔고 10여명은 말 2필이 끄는 수레에 탔다. 말을 탄 사내들은 제각기 칼을 찼거나 창을 들었는데 관리는 아니다. 그때 계백의 옆에 선 덕조가 말했다.“노예상입니다. 주인.”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계백이 시선만 주었다. 백제에서도 신라군의 기습을 받아 아녀자를 빼앗기듯이 신라도 마찬가지다. 백제군이 기습을 해서 신라인을 납치, 종으로 파는 것이다.“어디서 오는 길이냐?”기마대 조장인 좌군(佐軍)이 나서서 호통치듯 물었다. 칠봉산성에서 동북쪽 30여리 지점의 황야다. 계백은 좌군 지휘 하의 기마군 50기를 이끌고 영지를 순시하는 중이었다. 오후 미시(2시) 무렵, 햇살이 밝은 청명한 날씨, 그때 대열 앞으로 가죽 조끼를 걸친 30대쯤의 사내가 나섰다.“예. 아남성에서 나와 사비도성으로 가는 노예상이올시다.”아남성은 남방의 동쪽 산라와의 국경에 위치한 성이다. 사내가 말을 이었다.“아남성에서 노예 12인을 사오는 길인데 오늘은 칠봉성에서 머물 작정이었소.”“도시부(都市部)의 증표는 있는가?”“물론이지요.”사내가 저고리 품 안에서 가죽으로 감싼 증표를 꺼냈는데 역시 돼지가죽에 도시부의 허가서가 적혀 있다. 좌군이 건네준 증표를 읽은 계백이 수레에 실린 포로를 훑어보았다. 건장한 사내가 넷, 여자가 다섯, 열 살 미만의 아이가 셋이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증표를 건네주면서 말했다.“내가 칠봉성주다. 성 안의 객사가 비었으니 이 길로 곧장 가도록 해라.”“성주를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사내가 넉살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노예는 아남성에서 열흘 전에 잡아온 년놈들이라 아직 손도 타지 않았습니다. 성주께서도 골라 보시지요.”그때 덕조가 앞으로 나섰다.“이봐. 내가 저녁때 객사로 갈 테니까 그 때 보자구.”“장사는 뉘시오?”“난 성주 나리 집사다.”덕조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마침 내가 종을 구하는 중이었는데 잘 되었어.”“내가 값을 잘 쳐 드리지요.”둘의 수작을 듣던 계백이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자, 가자.”문독이 정지한 기마대에 출발 신호를 보냈고 기마대가 움직였다. 백제는 상업이 발달하여 상업교육을 맡은 도시부(都市部)를 따로 두었는데 외관 10부(部) 중의 하나로 부장(部長)은 달솔이 맡았다. 그날 밤, 객사에 다녀온 덕조가 계백에게 말했다.“주인, 여종 둘을 샀소. 신라 삼현성 근처에서 잡았다는 년들인데 둘이 자매간이랍니다.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같이 샀습니다.”덕조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값은 금 3냥을 줬는데 연남군보다는 비싸지만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주인께서도 출정하실 때 꼭 포로를 챙겨 오시지요. 전리품으로는 포로가 가장 낫습니다.”“시끄럽다.”계백이 꾸짖자 덕조는 순순히 물러났다. 덕조는 대를 이은 종이어서 계백이 어렸을 때는 업어 키웠다. 계백에게는 형 같은 종이다. 종으로 생각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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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0 23:02

[불멸의 백제](5)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⑤

윤충과 연신이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사비도성의 후부(後部) 상항(上巷)거리를 지나고 있다. 폭이 1백자(30m)가 넘는 대로(大路)에는 행인이 가득 찼다. 행인 중에 왜인과 당인(唐人), 남만인, 인도인까지 섞여 있었는데 당시의 백제는 해상 무역의 중심이었고 인도까지 해상 무역로가 개척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고구려 상인도 지났으므로 윤충의 얼굴에 쓴웃음이 띠어졌다.요즘은 고구려 배가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군.예, 하지만 아직 뱃길이 서툴러서 우리 상선단에 끼어서 갑니다.남만을 거쳐 인도까지 가려면 항해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도중의 길목에 자리잡은 백제령 담로에서 물과 양식을 조달받고 배도 수리해야 된다. 옆을 지나던 후부(後部) 순시군(軍)이 윤충을 향해 군례를 했다. 사비도성은 부소산성 밑의 왕궁 아래로 바둑판처럼 조성된 거대한 성안 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나성(羅城)으로 둘러쌓인 도성은 5부(部) 5항(巷)의 행정체제로 편성되었는데 상(上), 전(前), 중(中), 하(下), 후(後)의 5부에 각각 5항으로 나뉘어진 것이다. 도로는 모두 직선이며 각 부에는 5백명의 군사가 주둔하여 치안과 방어를 맡았다. 도성 안의 가구 수는 1만가(家)가 되었으니 인구 10만이 넘는 거도(巨都)다. 윤충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적의 적은 우군(友軍)이지만 언제 또 적이 될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이지.백제와 고구려는 근래에 들어 동맹관계나 같다. 신라 진흥왕대에 한수유역의 거대한 영토를 빼앗긴 고구려는 절치부심하여 기회를 노렸으며 백제 또한 같은 입장이다. 신라와 연합하여 한수땅을 빼앗았지만 곧 신라의 배신으로 한수유역 6개군(郡)을 빼앗긴데다 성왕(聖王)까지 관산성에서 신라군에게 패사(敗死)했기 때문이다. 그때 윤충이 연신에게 말했다.덕솔, 아무래도 올해 안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연신은 대답 대신 말몸을 바짝 붙였고 윤충의 말이 이어졌다.이번 대야성 공격이 성공하면 신라는 극심한 내분이 일어날 거야.허나 대야성이 만만치 않습니다.주위를 둘러본 연신이 목소리를 낮췄다.김품석이 지용(知勇)을 겸비했을뿐만 아니라 보유한 군사가 2만이 넘습니다. 수성(守城)만 한다면 장기전이 될 것이오.대왕께선 기어코 김춘추 세력을 꺾으실 작정이야.연신이 길게 숨을 뱉었다. 작전은 극비로 진행되고 있다. 대왕은 방령 윤충만을 불러 명을 내리는 것이다. 연신이 윤충에게 물었다.방령께서 계백을 부르시는 이유가 기마군 장비 때문입니까?전령을 통해 기밀이 새나갈 수도 있어.그렇지요.계백에게 대야성 정찰을 시키려는 것이네. 대왕께서 계백을 기마군 선봉으로 세우실 계획이야.연신은 입을 다물었다. 의자왕은 효자다. 죽은 부친 무왕(武王)의 염원을 잊지 않고 있다. 어디, 관산성 싸움에서 패사한 성왕의 한(恨)뿐이겠는가? 무왕(武王)의 부인이며 의자왕의 모친은 진평왕의 둘째딸 선화공주인 것이다. 신라 진평왕은 딸만 셋을 두었는데 첫째가 덕만(德萬)이요, 둘째가 선화(善花), 셋째가 천명(天明)이다. 현재의 신라여왕 선덕이 바로 덕만이요. 선화는 의자왕의 모친, 천명은 곧 김춘추의 생모가 된다. 신라 성골(聖骨)왕족은 이 셋 뿐이니 선덕여왕 다음 순위가 누가 되겠는가? 김춘추? 의자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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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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