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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20~30대 청년 응모 대폭 늘어…순수문학에 빛들까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응모자 수가 크게 늘었다. 2년 전 응모자 수의 두 배 이상이다. 특히 예년에 비해 20대30대 참여자의 비율이 늘어났다. 예심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10년의 순수예술 암흑기를 지난 현재, 다시 순수 문학인을 꿈꾸는 청년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는 신호인걸까.더욱 긍정적인 점은 응모작이 많아졌음에도 전반적인 글쓰기 기술은 일정 수준이었다는 것. 소설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본심에 올릴만한 수작(秀作)들도 함께 증가했다.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공모에는 모두 842명이 2168편을 응모했다. 응모자와 작품수 모두 지난해(609명, 1587편)보다 크게 늘었고, 2016년(418명, 1037편)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에 달한다.연령별로는 여전히 50대 이상 장년층의 응모가 많았지만, 20대30대 응모자가 대폭 늘었다. 전체 비율의 약 40% 이상이었다. 소수의 10대와 90대 참가자도 있었다. 지역별로는 전북, 충청, 강원, 대구경북, 경남, 부산, 전남, 광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작품을 보냈고 서울경기권이 예년에 비해 많았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작품을 보냈다.지난 14일 오후 전북일보사 회의실에서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비심사가 열렸다. 심사는 전북일보 문우회(신춘문예 당선자 출신 작가들의 모임)의 박태건 시인, 문신 문학박사, 장은영 동화작가, 김형미 시인, 정숙인 소설가, 최기우 극작가가 참여했다.이들은 응모자가 대폭 늘어난 기본적인 원인으로 사회평생교육원, 문학시민강좌 등으로 문학 저변이 넓어짐에 따라 글쓰기 인구가 늘어난 것을 꼽았다. 동시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으로 순수예술이 탄압받던 지난 10년간 공무원 시험 응시일반 취업 등으로 눈을 돌렸던 대학의 문학 전공생들이 원하는 목표를 되찾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시 부문은 출품작만 1370편에 달했다. 생활 문학도 많아 편차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작품 완성도가 높았다. 읽는 재미가 있는, 트렌디한 작품이 많아 청년 문학도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느껴졌다는 평가다. 박태건김형미 위원은 신선함으로 시단을 자극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정권이 바뀌고 사회가 나아져서인지 시대현실, 공동체 문제를 고민하기 보다는 개인사에서 머물러 아쉬웠다고 말했다.매년 응모작들의 수준이 뛰어난 수필은 올해도 기대를 충족시켰다. 문신 위원은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이었고 다양한 소재, 젊은 감각을 잘 살린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삶의 질곡을 통해 나오는 성찰이 부족한 모습도 보였다. 성찰을 강조하기 위해 전형적인 패턴이 나오기도 했고, 아직 경험사유의 힘이 문장 안에 거둬지지 않은 듯한 작품도 있었다고 말했다.동화는 설익은 작품도 적고 전체적인 수준이 높았다는 게 장은영 위언의 평가다.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아이다운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 어른들이 세워놓은 편견을 단숨에 무력화 시키는 유쾌하고 기발한 작품이 많았고, 동시에 따뜻한 시선도 놓치지 않아 심사를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의인화, 환경, 노인문제, 다문화, 이혼 등 주변 생활부터 우주, 로봇, 미래사회 등 판타지까지 소재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최근 작품 수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소설이 올해는 주춤했다. 최기우정숙인 위원은 광화문, 세월호, 콜센터, 외국인노동자, 다문화, 노숙자, 자살, 고독사, 매창, 동학, CCTV 등등 경향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소재가 다뤄졌지만, 각각의 소재를 사건화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퇴고가 충분히 이뤄진 작품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2018년 1월 2일자 전북일보 신년호에 발표되며,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12.18 23:02

남원 시민운동 이끈 한병옥 선생의 삶 구술사집

20여 년간 한병옥 선생님을 지켜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선생님이 지닌 화수분 같은 열정의 배경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열정이 샘솟을까?<내 삶, 나의 이야기- 한병옥 편>(민속원)이 출간됐다. 내 삶, 나의 이야기시리즈는 (사)무형문화연구원(이사장 함한희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과 민속원의 공동 기획 사업으로 우리 사회에서 귀감이 되는 명인위인들의 구술 생애사를 기록한 것이다.남원 출신인 한병옥(74) 선생은 1969년부터 30년간 교직 생활을 했고 퇴직 이후에는 남원 경실련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남원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와 김주열 열사 기념사업회 창립 등을 주도하며 지역 내 시민운동을 이끌어 왔다.황의동 씨가 기록한 한병옥 편 구술사에는 한 선생의 교육에 대한 열정, 남원향토사에 대한 애정과 연구업적,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헌신 등이 담겨 있다.오는 13일 오후 6시에는 춘향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출판 기념회가 열린다. 한병옥 선생의 제자들과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회장 정수영) 등 지역 시민단체가 마련한 것이다. 교육계 후배인 복효근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장)이 진행을 맡는 기념회는 구술자 영상 상연, 축하 공연, 경과보고, 격려사, 축사 등이 진행된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12.12 23:02

오십에 시작해 어느덧 일흔…늦깎이 사진가의 고백

오십에 사진을 시작하면서 부끄러웠다. 쓸데없는 일 같아서. 그래도 이십여 년간 해 온 사진은 내가 한 일 중 잘한 일이었음을 고백한다.김지연 사진가는 한국 근대사의 흔적과 과정을 담아 재조명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짙푸른 녹색 지붕의 버려진 정미소, 쪽진 머리를 한 할머니가 홀로 지키는 낡은 방, 간판 글자가 떨어져 나간 이발소 등 낡고 잊혀지는 것들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 근대문화의 쇠락과 소멸을 객관적으로 보여줬다. 동시에 밀도있는 기획으로 전국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전주 서학동사진관과 진안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의 관장이자 전시기획자이기도 하다.그도 젊은 시절엔 산다는 것이 고통일 때가 있었다. 내 존재 자체가 불만이었고 세상이 모순투성이였던 시절. 사십을 넘으면서는 아,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이 실패한 인생이구나!하고 절망했다. 그러던 중 사진을 만났다.김지연 사진가가 처음 펴낸 사진산문집 <감자꽃>은 그가 사진을 찍게 된 동기부터 이제까지의 사진 작업과 주제 대상에 대한 사유, 개인의 속 이야기까지 글로 적은 것이다. 김영춘 시인의 말을 빌리면 자신을 숨기지 않고 있는대로 드러내는 환한 글이다.총 55편의 글은 두 갈래로 나뉜다. 1부는 정미소, 나는 이발소에 간다, 묏동, 근대화상회, 낡은 방, 삼천 원의 식사 등 그가 찍은 사진 연작과 틈틈이 적어 놓은 당시 감정들을 연도순으로 사진과 함께 실었다. 2부는 놓다, 보다등 좀 더 내면을 드러내는 작업, 개인 경험과 심정의 글로 구성됐다.왜 정미소를 찍고 계남정미소를 시작했느냐고 수없는 질문을 받았다. 별로 이렇다 할 계획이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서 속 시원한 답변이 나올리 없었다 그러나 나는 예술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설령 그것이 예술 근처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감자꽃> 중)오는 17일까지 서울 류가헌에서는 책 <감자꽃>에 실린 김지연 사진가의 작업 일부가 전시된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12.12 23:02

문학콘서트·백일장·연탄구이체험·공연… 연탄의 추억 '따끈따끈'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중)서민의 아이콘이자 겨울 감성 소재인 연탄을 문학인들의 감성으로 읽고,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축제가 열린다. 익산민예총익산문화재단이 기획한 제1회 익산 연탄축제가 오는 9일과 10일 익산역 앞 익산문화예술의 거리(옛 영정통) 일대에서 개최된다.신귀백 익산민예총 회장은 요즘은 따뜻하게 살고 있지만 소통과 나눔이 부족한 세태라며, 풍족하진 않지만 정이 넘쳤던 세대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연탄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겨울을 보낼 행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주요 프로그램은 안도현 시인백가흠 소설가 등과 함께하는 문학콘서트, 연탄도서 기부, 3행시 백일장, 연탄구이 체험, 문화 공연 등이다. 50미터 길이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연탄 위에 고기도 구워 먹는다.연탄에 대한 추억이 없는 젊은 세대는 연탄 퀴즈 풀기부터 연탄 백일장, 삼행시 짓기등에 참여하면서 연탄 문화 체험도 하고 선물도 받을 수 있다.유명한 문학인들과 대화를 하고 작가의 문구가 새겨진 캘리그라피 기념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조용호, 백가흠, 황현진, 김덕희, 조수경, 김선재, 박준, 임경섭, 오은, 이병천, 정도상, 송준호, 이광재, 김병용, 김용택, 안도현, 안성덕, 이병초, 문병학, 복효근, 박성우, 문신, 최기우 등 전국의 문학인들이 참여한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12.08 23:02

70. 고수레 - 고씨의 죽음 불쌍히 여겨 음식 던지며 "고 씨네"

고수레는 야외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조금 떼어 고수레라고 외치면서 허공에 던지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농작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아 농경시대 이후 발생한 음식 공희와 고수레라는 주언(呪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후대에 그 유래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옛날 어떤 마을에 고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의지할 곳 없이 어렵게 살았다.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 씨를 불쌍히 여겨 자신들이 먹던 음식들을 나누어 주었다.시간이 흘러 고 씨는 후손도 없이 죽어 들판에 묻혔는데, 이후 사람들이 죽은 고 씨를 불쌍하게 여겨 들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첫 숟가락 음식을 고 씨네라고 외치면서 허공에 던져 준 민간 어원설이 있으나 정설은 아니다.『환단고기(桓檀古記)』나 『규원사화(揆園史話)』에는 단군시대에 농사와 가축을 관장했던 고시(씨)가 죽은 후 음식을 먹을 때 먼저 그에게 음식을 바친 뒤에 먹게 된 데서 고수레가 유래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그러나 일반적인 설화의 내용은 음식 공희와 고수레라는 주언에 대한 설명을 풍수설, 기복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이를 통해 민간신앙이 지속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행위에 대한 타당성과 정당성을 얻는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7.12.08 23:02

"내가 걸어온 길 돌아보기 위한 숨 고르기"

김익두(62)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녹양방초>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근작 시 36편과 첫 번째 시집에 수록한 시 24편을 담았다. 녹양방초(綠楊芳草)라는 제목은 시집 원고를 탈고하는 날 아침, 갑자기 떠오른 제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옛 민요 가사에 꽤 자주 보이는 푸른 버드나무와 향기로운 풀이라는 생명 어린 뜻이다.김익두 시인의 시는 대개 쉽고 간결하고 소박하다. 그는 독자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은연중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나아가 철학과 사상도 피력하는 시를 만들고자 한다.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랑,// 잠시/ 따스한/ 가슴,// 잠시/ 빛나는/ 절망. ( 잠시 전문)시인은 단 9개의 단어로 독자와 경험을 나누고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다. 빛나는 절망이라는 짧은 역설을 동원해 삶의 의미에 대한 천착까지 보여준다. 시인은 간결하고 소박한 시를 통해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깊은 사고의 속내까지를 모두 다 말한다.특히 이번 시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생활에 밀착된 토속어를 사용한 산문시가 다수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판소리에서 창자의 아니리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한다. 이런 질박한 언어들은 우리의 정서를 때린다.김 시인은 환갑 진갑을 넘어 내 삶과 시들을 되돌아보니, 이제 내 시가 걸어온 길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한다며 꽤 멀리 지나와서, 내 시가 걸어온 길을 다시 멀리까지 되돌아보기 위한 내 반성의 숨 고르기라고 출간 의미를 밝혔다.김 시인은 정읍에서 자라 전주고, 전북대, 전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동화의 시공과 재생에의 언어-서정주 시집 <질마재 신화>의 신화비평적 분석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햇볕 쬐러 나오다가> <서릿길> <숲에서 사람을 보다>, 저서로 <한국-민족공연학> <한국 신화 이야기> 등이 있다. 제2회 예음문학상 연극평론부문, 제3회 노정학술상, 제3회 판소리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대 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7.12.08 23:02

69. 기침과 고뿔 - 비염에 걸려 코에 불이 난다 '고뿔'

감기에 걸리면 예외 없이 열이 나고 기침이 나고 콧물이 난다. 코에 손을 갖다 대 보면 열이 느껴진다. 이러면 옛날에는 ‘고뿔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감기 걸렸다’거나 더 심하면 ‘독감 걸렸다’고 한다. ‘기침’은 옛말 ‘깃다’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이 ‘깃다’란 단어는 ‘기침하다’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 ‘깃다’는 동족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이다. 즉 ‘울음을 울다, 잠을 자다, 꿈을 꾸다’처럼 ‘기침을 깃다’로 사용되던 것이었다. 물론 ‘울음을 울다, 잠을 자다, 꿈을 꾸다’에서 ‘울음, 꿈, 잠’ 없이 ‘울다, 꾸다, 자다’ 등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깃다’도 목적어 없이 사용되기도 하였다. ‘기침’은 ‘깃다’의 어간 ‘깃-’에 명사형 접미사 ‘-으’ 나 ‘-아’(아래 아)가 붙어서 ‘기츰’이나 ‘기참’( ‘참’자는 아래 아)으로 사용되다가, 그 음이 변화하여 ‘기침’이 되었다. 그래서 ‘기츰을 깃다’로 사용되다가 17세기에서부터 ‘기츰하다’ 등으로 사용되어 오늘날과 같이 ‘기침하다’나 ‘기침을 하다’ 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동사는 사라지고 명사만 남은 셈이다.그런데 옛날에는 ‘감기’를 ‘고뿔’이라고 했었다. ‘고뿔 들었다’고 해서 ‘고뿔’이 감기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흔히 사용되었던 것이다. ‘고뿔’은 옛말에서는 ‘곳블’로 ‘고鼻+ㅅ(속격 조사) + 블(火)’의 구성이었는데, 이것이 ‘곳불’로 원순 모음화 되었다가 뒤의 음절 초성이 앞 음절의 ‘ㅅ’ 때문에 된소리로 된 것이다. 곧 이 말은 비염에 걸려 코에 불이 난다는 의미 때문에 생긴, 정말 재미있게 표현된 단어로 16세기부터 출현한다. 일찍부터 한 단어로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고’가 ‘코’로 유기음화되었어도 표준어에서는 ‘코뿔’이라고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고뿔은 코와 불이 합쳐져서 된 말로, 감기가 들면 코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더운 김이 나온다고 하여 감기를 고뿔이라 일렀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7.12.01 23:02

삶의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어들

권오표 시인이 20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 <너무 멀지 않게>(모악)에는 이제 그만 잊고자 하는 것들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얼핏 쓸쓸한 풍경 같지만, 시인은 우리 삶의 뒤편에 다채롭고 풍부한 사연들이 있다는 걸 새삼 깨우쳐준다. 따뜻하고 든든하다.이 시집의 특징은 미니멀리즘이다. 사유나 이미지를 더해가는 게 주류를 이루는 세태 속에서 덜어냄의 언어와 정서는 새로운 시적 미학을 창조한다.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않고 머금을 때, 시는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시인은 알고 있다. 시인은 내면에 많은 말을 품고 산다. 이를테면 다음 시가 그렇다.바람도 없는데 울 밖의 오동잎이 풍경(風磬)처럼 무심히 지네// 시든 줄기를 이랑으로 젖히고 두둑에 호미를 대면 고구마들이 올챙이 떼마냥 딸려 나오지// 강가에 나가 보니 물속의 조약돌이 모두 퍼렇게 소름 돋아 있네// 누구나 가슴 속에 서늘한 돌멩이 하나쯤은 품고 사는 법// 어제는 동네에서 상여가 나갔네// 아무도 울지 않았네 ( 한로 전문)이처럼 시인이 자기 정서와 언어를 최소화하는 지점에서 독자는 감성의 최대치에 도달한다. 시인은 전적으로 독자를 믿는다. 시인이 독자를 믿고 말을 감출 때, 독자는 날카로운 눈매로 감추어진 진실을 포착해낸다.문신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깨끗하고 말쑥한 의미로 사용되는 정갈함은 그의 시에서 투명한 감각 지각을 확보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 투명한 세계에서 권오표 시인은 미묘하게 반짝이는 삶의 무늬를 솜씨 좋게 벗겨내는 것으로 시작(詩作)을 삼는다고 밝혔다.권오표 시인은 1950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전주 완산고에서 30여 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199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여수일지>가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7.12.01 23:02

"전북문화·예술의 든든한 버팀목"…목정문화상 시상식

(재)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이 주최한 제25회 목정문화상 및 목정청년예술상 시상식이 지난 24일 전북대 진수당 가인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이날 이남호 전북대 총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김광호 대한적십자사전북지사 회장, 선기현 한국예총전북연합회장 등을 비롯해 전북지역 문화예술인 2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올해 목정문화상(상금 각 1000만 원) 수상자는 정군수(문학), 이용(미술), 장인숙(음악) 씨.정군수 시인은 땀과 노력으로 얻은 기업의 이익을 예술인에게 기부한 목정문화재단에 감사하다며 힘들고 어렵게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상금을 쓰겠다고 말했다.이용 서예가는 60년 미술 세월을 돌이켜보면 받을 만한 일을 했는지 부끄럽다면서도 앞으로도 내 고장의 서예발전을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하겠다고 말했다. 장인숙 소프라노는 오늘을 계기로 더욱 더 내 재능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이었다.올해는 목정문화상 제정 25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목정청년예술상(상금 각 500만 원)도 수여했다. 수상자 김형미(문학), 홍경태(미술), 김근혜(음악) 씨도 시상식에 참석해 기쁨과 행복의 소감을 밝혔다.김홍식 목정문화재단 이사장은 혼신의 열정으로 지역 문화예술의 맥을 잇고 발전시켜가는 전북 예술인들이 있고, 그 곁에 목정문화재단이 있어서 자랑스럽다며, 향토문화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목정문화상, 고교생대회와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11.27 23:02

반백년 사랑의 동행 노래

그림자 서로 밟지 않을 만큼/ 소슬바람에 숨소리 전해질 만큼/ 어쩌다 눈빛만 보아도 뜨거움 느낄 만큼/ 눈가의 물빛만 보아도/ 가슴 찡하게 울려올 만큼/ 손잡지 않아도 서로 온기를 느끼는/ 사이 ( 나무와 나무 사이 中)결혼한 지 50주년 되는 해, 부부는 금혼식을 올리고 서로 금으로 된 선물을 주고받는다. 시인은 금보다 더 값진 시집을 준비했다.이소애 시인이 시집 <수도원에 두고 온 가방>을 발간했다. 진솔한 삶의 풍경을 그린 시 54편을 담았다.시인은 간격이라는 언어를 통해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을 토로한다. 이 간격에는 세계를 희망으로 바꾸어내는 사랑이라는 풍요로운 자산이 들어있다. 서툴지만 사랑하고 아팠던 시간에 대해서도 미학적 의미를 부여한다.또 시인은 온몸으로 사람의 노래를 부른다.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사랑, 세상 가장 안쪽에 있는 사랑은 모성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세계의 소멸을 통증으로 겪는다. 그에게 집은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이름의 집이다.멍석 위에 토란대 말리는 집/ 도리깨질한 참깨를 까불어 채로 치는 집/ 긴 한숨 내쉬던 아버지 굽은 등허리에/ 가을이 깊어가는 집 ( 그 집에 가고 싶다 中)소재호 시인(문학평론가)은 이 시인은 마주치는 시적 대상을 완전히 해체하고 전래되어 온 관념들을 철저히 분쇄해 새로운 형상을 빚는다며 현상계에서 도저히 형용이 불가능한 차원의 맥을 잇는 신묘한 상징을 구조해낸다고 밝혔다.이소애 시인은 정읍에서 태어나 1960년 〈황토〉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침묵으로 하는 말>, <쪽빛 징검다리>, <시간에 물들다>, <색의 파장> 등이 있다. 허난설헌문학상 본상, 황금찬시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중산시문학상, 전북예총하림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주문인협회장, 전북문학관 아카데미 강사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7.11.24 23:02

촛불혁명, 그 위대하고 아름다운 순간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돌아온 계절에 다시금 지난 겨울을 떠올린다. 국민들은 적폐청산을 외치며 광장으로 쏟아졌고,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말에 LED 촛불까지 꺼내들며 눈발 아래 광장을 지켰다.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인 2016년 병신년 가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2017년 정유년 봄까지, 혁명의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이원구 시인은 펜을 들었다.이원구 시인이 광장에 나가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 서사적 산문시집<촛불, 모든 날이 좋았다>(시와에세이)를 펴냈다.어제 탄핵소추안이 결의되었는데/ 시민들은 광장에서 다시 촛불 밝히는 것일까/ 12월 10일 7차 촛불집회/ 왼손가락으로 창백한 별자리 짚으면서/ 통기타 두들기는 가수들이 온몸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그 리듬에 끌려 어깨 흔들면서 함성 지르는/ 시민들은 대통령이 잘못하면 쫓아낼 수 있다고 깨닫고/ 벅찬 승리의 기쁨 터트리고 있었다( 시민은 대통령을 쫓아낼 수 있다 중)촛불혁명에 대한 시인의 주관적인 소감을 담은 시집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이 시인의 작품은 감상과 함께 혁명의 극적인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그에 따르면 문학적 성취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시민대중과 촛불의 감동을 나누고 역사적인 순간의 가치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시집을 냈다. 시를 읽고 있으면 세밀한 상황 묘사로 광화문 현장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유다.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의 판결, 아, 역사적인/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오전 11시 21분/ 화산 폭발하는 가슴속에서 살구꽃, 앵두꽃 마구 터지는/ 환성 지르면서 안국동,/ 헌재 앞에서 밤새워 농성한 청년들,/ 아침부터 안국동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눈믈 흘리면서/ 얼싸안고 촛불 승리 만세소리/ 쏟아지는 광화문광장(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중)이 시인은 시집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시민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든 길이 통하는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로 새로운 역사를 쓴 시민들, 자유를 위치다가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이들에게 시집을 바친다고 말했다.완주 삼례 출신인 그는 1985년 시집 <궁뜰 외할머니네 이야기>로 등단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헌정시집 <노랑 부엉이들, 부활하다>, 수필집 <들꽃학교 노교사 교육희망을 보다> 등을 썼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창립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민족문학교과서>를 함께 편찬했고, 현재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11.24 23:02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68. 안달이 나다-속이 타서 달아오른다

안달은 안이 달아오르다란 뜻을 가진 말이다. 안은 온갖 장기가 있는 몸속을 가리키는 말이니, 이 말은 곧 속이 타서 달아오른다는 뜻이다. 흔히 어떤 일의 결과를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속을 태우며 안타깝게 고민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말에는 마치 죽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말끝마다 죽고, 죽겠다라는 단어를 입버릇처럼 쓰고 있다.가령 좋아 죽고, 싫어 죽고, 예뻐서 죽고, 배고파 죽고, 배불러 죽고, 맞아 죽고 싶다 등이다. 말로만 보면 온통 죽이는 살벌한 세상이다. 한때는 우리 사회가 마치 무슨 도살장이라도 된 듯, 마누라 죽이기란 영화에 전직 대통령인 김대중 죽이기까지, 말로 따지자면 거의 한 번씩 다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 있음이 놀랍다.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만큼 이제부터 죽겠다는 부정적인 표현보다 살겠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꾼다면 더 이상 우리의 삶이 사(死)의 찬미가 아닌, 생(生)의 찬미로 바뀔 것이다.그렇게만 된다면 지겨워 죽겠다던 가정, 학교, 직장, 사회뿐만 아니라 나아가 나라 전체가 함박웃음꽃이 필 날도 멀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누구 죽이기가 아닌, 누구 살리기로 바뀐다면 수많은 생명이 살아나는 삶의 기쁨이 가득한 세상이 올 것이다.요즘 주변을 보면 남들을 비교하고 또 비교해서 깎아내리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안달은 조급증의 일부다. 항상 바쁘고 긴장된 삶을 사는 현대인은 누구나 조급증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급증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변형돼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못 참는 일종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7.11.17 23:02

김형중 문학박사가 걸어온 삶의 흔적들

살면서 겪어야 하는 우여곡절로 인해 행동 반경의 울타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려나가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색깔을 가늠한다. 걸어 온 흔적을 가슴에 새겨 역사를 만들 때, 삶의 깊이와 높이를 계측해보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한다.김형중 문학박사(전라북도 인재육성재단 사무국장)가 첫 수필집 <하얀 흔적들>(한국문화사)을 냈다. 시집 출간과 전북일보 칼럼 게재 등 활발한 집필활동을 해왔지만 수필집을 세상에 내놓기는 처음이다.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극심한 생활고, 어머니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대학생활, 중등 교사가 된 후 불철주야 달리던 젊은 시절, 삶의 내공으로 경력을 써내려오면서 겪어야했던 좌절감, 중국(대만) 유학에 실패하고 교수가 되기까지의 시계바늘 등 희고 검은 발자국을 활자화했다.저자의 삶을 돌아보는 글뿐만 아니라 주변 소재사건에 대한 생각이 작품의 절반을 차지한다. 수록글 박수 받는 삶을 찾아서 어른으로 살아가는 길등에서는 노인이 아닌 어른으로서의 무게책임감을 말했다. 사회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재상과 세계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다양한 문학동인집과 전북일보 칼럼 새벽메아리에 연재했던 글도 수록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11.16 23:02

중국서 건너온 사주학 흐름 한눈에

생년월시를 알려주면 술사는 만세력을 보고 종이 한 장에 여덟 글자를 써낸다. 술사는 그 여덟 글자를 보며 우리의 물음에 답해준다. 그러나 답답함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결국, 다른 술사를 만나 같은 생년월시를 내놓고 똑같은 질문을 한다. 분명 하나의 생년월시가 만들어낸 다를 수 없는 여덟 글자인데, 왜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것일까?우석대 교양학부 김두규(58) 교수 <사주의 탄생>을 통해 중국에서 시작한 사주학이 변용돼 한반도로 들어오는 과정을 하나씩 되짚어가면서 그 물음에 답한다. 한국과 중국에서 나온 술서와 역사서를 번역분석해 사주 이론을 발달시킨 선구자들은 물론 사주 이론의 완성자들, 사주 이론과 그 사회적 함의, 한반도 사주술의 수용과 전개 과정 등을 서술한다.김 교수는 이 책은 사주를 미신이라 비판하는 이들에게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사주를 다시 보는 계기, 사주 공부를 해도 요령부득한 사람들에게는 사주의 정석, 사주를 하나의 동양학 담론으로 삼고자 하는 진정한 학적인 의미에서는 사주학 정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한국외대,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독일어를 전공했고 1994년부터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 독문학에서 풍수지리로 전공을 전환했다. <한반도 풍수학 사전>, <조선 풍수, 일본을 論하다>, <국운 풍수> 등 총 21권의 역서와 저서를 집필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7.11.16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