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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전화를 받았다.순간 멍하더니, 당선되었다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마음이 봄볕처럼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실컷 잡았다고 생각하면 달아나던 말, 성글게 짜여진 언어, 담백하고 슴슴한 문장들을 바라보기만 했다.무엇보다 빛나게 어루만지고, 사람 냄새가 나는 시, 섬세하고 발랄한 시를 쓰고 싶다.시와 함께 뒹굴고 호흡하면서 마음의 채비를 달리하고 싶다.늘 다독여 주던 많은 분들이 생각난다.먼저 부족한 시에 손 내밀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전북일보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하늘에 계신 부모님, 모든 것의 동기가 되어주는 사랑하는 세윤, 세영, 요한, 누구보다 기뻐할 신영, 은영, 민휘, 인숙언니, 든든한 힘이 되어 준 선비유통, 대전식구들과 친지들,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님들과 날선 합평의 시간을 함께한 문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시의 원동력이 되어준 글벗동인, 곁을 내어 준 열린시문학회, 깨복쟁이 금초27회, 선영회와 마음의서랍 친구들, 기도로 품어 준 봉동중앙교회, 모든 분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빗물 고여 팔랑이는 흙바닥 길에 숨통을 터놓고 바퀴자국 훑고 간 자리에 안부를 걸쳐 놓는다 이때 삼례터미널은 빈집 같다 버스들은 벚꽃 잎들을 헤아리며 종점 없는 마을로 떠날 것 같다내 안에 새겨진 주름 패인 얼굴을 현상해 놓고 흑백사진 같은 터미널 지나 후정리 길목에서 손 흔들던 그의 모습을 던져주고 간다걸어 잠근 뒷문 곁에 그림자 없는 하루가 눕는다 들마루에 앉아서 나누던 습관들이 헐렁해졌다 가끔 자리를 내어주는 그곳, 떨어지는 너그러운 빗방울이 욕심을 내던 처마 밑이 환하다녹이 슨 남자가 떠난다 그를 엿보는 눈빛 덕분에 말은 쌓여가고, 버스가 지나간 자리에 희미하게 고요가 들어앉았다 나도 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다음 날이면 또 들어와 앉는 터미널에서 그를 만지고 있다삼례터미널은 빠져나갈 수 없는 출구다 살아온 지난날이 자동판매기 속에서 낡아가고 있다 쓸어내린 눈꺼풀을 길들이는 감각들, 아무도 몰래 음각해 놓은 문양으로 피어 목판화를 찍어내고 있다
엄마, 이제 아파트로 이사 가는 거야?새벽부터 이삿짐센터에서 온 아저씨들이 짐을 싸고 있어요. 나희는 신이 나서 뛰어다니고 나희 엄마와 아빠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해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어요. 지금 사는 집보다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해서 어떤 집인지 궁금했거든요.쨍그랑!일은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이삿짐을 나르던 아저씨가 나와 내 짝인 항아리를 떨어뜨린 거예요. 아파트로 이사 간다고 나희 엄마가 조금 남은 고추장을 걷어내고 깨끗하게 씻어놨거든요. 내 짝인 항아리는 산산조각 나 버렸어요.어머, 어떡해!우리를 보고 달려온 나희 엄마가 깨진 항아리 조각 앞에 털썩 주저앉았어요.죄송합니다. 옮기다가 그만 손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아저씨는 연신 고개를 숙였어요.친정 엄마가 준 항아리인데.나희 엄마는 한숨을 길게 쉬었어요.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나희 아빠 말에도 나희 엄마는 깨진 항아리를 밀치고 나를 집어 햇빛에 비춰봤어요.이것도 금이 갔네.나희 엄마가 나를 살피는 동안에도 나는 온 몸이 욱신거렸어요.아파트에 놓을 자리도 없던데 항아리 정리 좀 해. 금이 간 건 쓸모없으니 버리고.나를 버리라는 나희 아빠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한참 망설이던 나희 엄마가 깨진 항아리를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어요. 나희 아빠 말대로 이대로 버려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졌어요. 난 누군가를 덮어야 하는데 금이 가서 쓸모가 없어졌으니까요. 나희 엄마는 다시 한 번 나를 들어보더니 깨진 항아리 조각 위에 얹어놨어요. 나는 다른 항아리 친구들과 인사도 못한 채 대문 밖으로 나왔어요.나희 엄마, 이사 가우?네. 할머니 건강하게 계세요.길 건너 언덕 위에 혼자 사시는 유모차 할머니예요. 항상 유모차를 끌며 폐지를 주우러 다녀요. 나희 엄마가 신문지를 몇 번 준 적이 있어서 나도 알아요. 할머니는 깨진 항아리 조각과 나를 빤히 쳐다봤어요.근디 뭘 그렇게 내 놓은 거여?항아리가 깨져서 버리려고요.뚜껑은 쓸 만 헌 거 같은디?살짝 금이 갔어요. 제 짝도 없어서 마땅히 쓸데도 없고요.나희 엄마가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대답했어요.뚜껑은 내가 가져가도 될랑가?금이 가서 못 쓸 텐데....... 필요하시면 가져가셔요.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유모차에는 재활용 병과 신문지가 고무 밴드로 단단히 묶여 있었어요. 할머니가 나를 번쩍 들어 단단하게 여며주었어요.세상에 쓸모없는 게 어디 있당가. 짝이 없어도 서로 어울리는 것이 따로 있것제.할머니가 유모차를 힘껏 밀면서 중얼거렸어요.할머니 집에 도착하니 마당에는 재활용 물건들이 많았어요. 신문지, 박스, 온갖 병들이 차곡차곡 한 쪽에 쌓여 있었거든요. 마당 한쪽 감나무 옆에는 작은 항아리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장독대로 가더니 엎어놓고 물을 부었어요. 그러자 내 몸에서 물이 방울방울 빠져나갔어요. 난 불안해졌어요. 할머니 집에서도 버려질까봐서요.뚜껑으로는 못 쓰것구먼. 그랴도 따로 쓸데가 있것제.후, 다행이에요. 할머니는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항아리만 덮다가 배를 드러내고 있으니 조금 허전했어요.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햇빛도 한꺼번에 쏟아져 눈이 부셨어요.다음 날, 현관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나왔어요.다녀오마.대문을 밀고 나가는 할머니가 마당에 대고 인사를 했어요. 마치 나에게 인사 하는 것 같았어요.할머니, 집 걱정 마시고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나는 할머니 등에 대고 큰소리로 말했어요.할머니는 매일 아침이 되면 빈 유모차를 끌고 나가 저녁이 되어서야 신문지와 박스를 가득 싣고 돌아왔어요. 그러고 늦은 저녁에 혼자서 밥을 먹었고요. 그러다 가끔씩 장독대로 다가와 길게 한숨을 쉬었어요.할머니가 신문과 병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어요. 전화벨이 울렸어요.힘들쟈? 그려도 힘을 내그라. 무슨 방도가 있것제.할머니가 아들과 통화를 하는 소리에요. 할머니 아들이 사업에 실패해서 찾아오지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전화를 끊은 할머니의 주름살은 더 깊어보였어요.내 자슥도 가슴에 금이 나서 저렇게 마음을 못 잡는구먼.할머니가 나를 쓰다듬으며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그걸 보니 내 가슴도 먹먹해졌어요.아이구!이튿날 할머니가 현관문을 나오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누구 없어요? 할머니가 다쳤어요!나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요. 한참 동안 앉아 있던 할머니가 벽을 짚고 한 발짝씩 걸어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요. 나는 걱정이 되었어요. 저러다 못 일어나실까 봐요.오후가 되자 할머니는 절뚝거리며 유모차를 끌고 나가서 평상시보다 더 늦게 돌아왔어요.하나, 둘, 셋.......이렇게라도 도움이 될랑가 모르것구먼.빈 유모차를 끌고 온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세고 있었어요. 아들에게 보내려나 봐요. 돈을 세는 할머니 얼굴이 환했거든요.감나무 잎이 주홍빛으로 물들었어요. 바람까지 몹시 심하게 불던 날, 금이 간 내 몸 위로 비가 쏟아졌어요. 그런데 빗물이 톡톡 떨어진 곳에 어디선가 작은 씨앗이 날아왔어요.아이, 추워!아직 빗물이 남아 있어서인지 오들오들 떨었어요. 나는 씨앗을 꼭 끌어안았어요. 씨앗도 나에게 살짝 기대었고요. 나는 갈라진 틈으로 씨앗이 빠져나갈까 봐 몸을 바짝 움츠렸어요. 그 모습을 봤는지 감나무가 잎을 떨어뜨려 씨앗을 덮어주었어요. 감잎 덕분에 씨앗은 바람을 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 모래가 날아들었어요. 내 몸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씨앗의 숨소리는 점점 편안해졌어요.쉴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씨앗은 나에게 소곤거리더니 잠이 들었어요. 나는 찬바람을 막아주려고 온 몸에 힘을 주었어요.어, 그랴. 괜찮다. 걱정허지 말그라.할머니 목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어요. 또 할머니 아들한테 전화가 온 거 같아요. 할머니는 바보예요. 아픈 데도 괜찮다고 말해요. 넘어진 뒤로 할머니는 절뚝거리며 걷는 데도요.갑자기 찬바람이 씽 불어왔어요. 감잎이 덮어주긴 했어도 점점 떨어지는 기온 때문에 덜덜 떨려 왔어요. 오늘은 하늘에 구름까지 가득했어요. 삐그덕, 문 여는 소리와 함께 할머니가 나왔어요.눈이 오려나. 에구, 무릎이 또 말썽이구먼.바람 부는 하늘을 쳐다보던 할머니가 몸서리를 치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요. 이제 할머니는 밖에 잘 나오지 않아요. 예전처럼 할머니가 환하게 웃는 모습도 볼 수가 없어요.다음 날 온 세상에 하얀 눈이 왔어요. 감잎으로 뒤덮인 내 몸에도 하얀 눈이 쌓였어요. 감나무에는 빨간 홍시 한 개만 바람에 힘없이 흔들렸고요.할머니, 눈이 왔어요. 나와 보세요.소리쳐 불렀지만 방에서는 할머니 기침 소리만 들려왔어요. 겨울이 깊어갈수록 할머니는 나오지 않고 마당에는 차가운 바람만 머물다 갔어요.그러다 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었어요. 내 몸이 자꾸만 간질거렸어요. 내 몸 구석에서 뭔가 꿈틀거렸거든요. 나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어요.아, 따뜻해!난 깜짝 놀랐어요. 연두 빛 새싹이 내 몸에서 쑥 나왔거든요.넌 누구야?민들레에요.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뚜껑님이 절 안아주었잖아요. 감잎은 이불이 되었고요, 모래는 나를 날아가지 않게 단단히 여며주었어요. 뚜껑님 몸에 금이 가 있어서 내가 살 수 있었어요. 물이 잘 빠져서 썩지 않았거든요.나는 어리둥절했어요. 새싹이 틀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오후가 되자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나왔어요. 겨우내 할머니 얼굴이 핼쑥해졌어요. 그걸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나를 보자 눈을 크게 뜨고 장독대로 빠르게 왔어요. 그러면서 함박 웃었어요. 얼마 만에 보는 웃음인지 모르겠어요.겨우내 씨앗을 품느라 애썼구먼. 그려, 혀야 헐 일이 정해진 것은 아니제. 항아리는 깨졌어도 두 번째 짝은 꽃이구먼. 우리 준석이도 너처럼 다른 일을 찾것제.할머니는 몇 번이고 나를 쓰다듬었어요.노랑꽃이 이쁘구먼.할머니가 내 옆에서 오랫동안 햇볕을 받으며 웃고 있어요.
동화는 우선 어린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며 그들의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문체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써나가야 한다. 그런데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 중에 동화가 갖추어야할 특수한 성격이나 수준에 미치지 못한 작품들이 눈에 띄어 조금은 안타까웠다. 아래 네 편의 작품은 비교적 소재와 주제, 구성 및 이야기의 줄거리에서 독창성이 엿보여 최종심에 올렸다. ‘시암마을 새봄이’는 농촌마을에 버려진 아기를 정성껏 돌보고자 하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현실성 있게 담아냈지만 갑작스런 아기의 발견과 아줌마의 뒷모습으로 끝을 내는 등 주독자인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늘 속으로’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솔개와 비둘기, 백로 등 숲속 여러 동물들이 어린 황조롱이를 잘 보살펴 하늘로 날 수 있게 돕는 이야기로 소재 선택은 좋았으나, 문장과 대화 글의 표현에서 덜 다듬어진 부분이 많아 완성도가 떨어졌다. ‘달려라 큰언니’는 승부와 관계없이 친구와의 우정을 중요시한 생활동화로 군더더기 없이 문장이나 글의 흐름은 매끄러웠으나, 소재 선택의 참신성과 어린이의 심리적 갈등이나 표현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두 번째 짝’을 당선작으로 올린 것은 전체적인 글의 짜임과 문장 구성력이 비교적 탄탄하고, 사건 진전이 자연스러웠으며, 마지막 결말까지 무리 없이 이끌어간 솜씨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삿짐을 옮기면서 떨어뜨려 버려진 항아리 뚜껑이 폐지 줍는 유모차 할머니네 집으로 옮겨진다. 항아리 뚜껑은 혼자 사는 할머니의 동태를 살피며 생각에 잠기고, 할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을 놓지 못한다. 어느 날, 금이 간 사이로 작은 씨앗이 날아들고, 감나무와 모래의 도움까지 얻어 겨울을 지나 새싹이 돋고 꽃을 피우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작가는 단순히 의인화된 항아리 뚜껑이 노란 민들레꽃을 피운 것으로 끝내려 하지 않았다. 자나 깨나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어려운 처지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몫까지 담아낸 것이다. 굳이 지적한다면 시작을 좀 길게 끌고간 느낌이 없지 않지만, 현실 사회와 삶의 진실을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안정감 있게 담아낸 충실한 내용의 작품이었다. 당선작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최종 선에 올라온 작가들에게도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써내어 어린이들의 정서순화와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일요일 아침, 중학생 아이들 독서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교재 옆에 자리 잡은 핸드폰이 반짝였고, 모르는 번호가 보였을 때 망설이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에서 당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감사합니다, 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감사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요.글을 쓰느라 애를 태웠던 저 자신에게도 감사했고, 지치지 않도록 항상 격려해주시던 박서진 선생님께도 감사했고, 옆에서 늘 함께하며 힘을 주셨던 박금희 선생님, 임선희 선생님, 공미경 선생님 등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하나의 글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함께 했기 때문에 기쁨이 컸습니다. 학생들에게 늘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는 타자의 역할도 있음을 잊지 말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도 이 순간이 있기까지 많은 타자의 힘이 있었음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글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축복 속에서 한 발 나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전북일보사와 심사위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함께 하는 남편과 두 아들과도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따뜻한 작가가 되겠습니다.
생전에 탐욕 많고 인색해 보시를 하지 않았거나 남의 포시를 방해했던 자가 아귀로 태어나는데, 이 아귀의 가장 큰 고통은 배고픔과 목마름이다. 그래서 먹을 것을 두고 다툼이 많은 걸 ‘아귀다툼’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귀는 배가 산만큼 크지만, 목구멍은 바늘구멍 같아 늘 배고픔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몸은 해골처럼 야위어 있으며 벌거벗은 채로 뜨거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늘 목이 말라 있다.탐하고 질투하는 마음만을 가진 굶주린 귀신이다. 아귀에는 무려 36종이 있다고 하는데 그 모양새가 하나같이 끔찍하기만 하다. 일반적인 아귀의 형상은 대개 집채 만한 몸에, 작은 입과 가늘고 긴 목구멍을 가지고 있어 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탐한다.그 모습이 흡사 지옥도를 방불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워대는 사람들을 가리켜 ‘아귀다툼을 한다’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말다툼을 일컫는 속어로만 쓰였는데, 요즈음엔 먹을 것이나 그 밖의 이익을 위해서 죽을 듯이 싸우는 일을 일컫는다.
JB금융그룹의 역동의 시기, 그리고 약 10년 만에 자산 성장 46조를 이룬 발전, 그 중심엔 임태환 씨가 있었다.JB금융그룹에 근무하는 임태환 씨가 <군웅할거 시대 생존전략- 46조의 신화>(동아E&D)를 펴냈다.책은 그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IR(Investor Relations) 담당자로서 겪은 경험을 담았다. IR은 기업설명회를 적극적으로 갖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주식을 사서 보유하도록 해 주가를 적정 기업가치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참여자인 투자 관계자들과의 소통창구인 IR을 맡아 겪은 성과, 시행착오를 설명한다. 생생한 사례를 통해 치열한 기업 내부 현장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투자서’이기도 하다.IR 담당자로 발령받은 후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IR’을 입력하는 것부터 벼락같은 하한가를 맞은 후 투자자들로부터 온몸으로 비난을 맞았던 일화, 돈보다 중요한 신뢰를 위해 일보 후퇴하는 모습, 실제 주식을 운용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모습, 국내·외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을 키우기 위해 경제대학원에 입학했던 심정 등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갔다.연세대와 연세대 경제대학원을 졸업한 임태환 씨는 전북은행에 입행해 외환(F/X), 자금업무 등을 두루 섭렵하고 지주사 최초의 IR을 맡았다. 현재 한국거래소(KRX) 산하 한국IR협의회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FP·AFPK·외환전문역 등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마를 칠 듯 바짝 붙어선 절벽 아래 큰 집이 있다. 무인카페와 인문학 서적이 빼곡한 서가, 뜬금없는 창고형 갤러리가 있는 곳. 마당에 서면 오디오 명상음악 대신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곳. 우리가 모르던 유토피아, 그 곳에 하채현 작가가 산다.하채현 작가가 직접 경험한 아름다운 산골 사투기를 담은 <수수에게 들키다>(상상)를 펴냈다.책을 보면 <조화로운 삶>을 쓴 헬런 니어링스콧 니어링이나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생태주의적인 삶의 지침서로 불리는 두 책의 저자 못지않게 하 작가만의 아름다운 자연관과 인간 삶에 대한 철학이 녹아있다.한번은 내 팔다리에 두드러기가 났다. 피부과 의사 선생님이 두드러기가 아니고 벌레 물린 것이에요한다. 남편에게 벌레가 싫다고 말했다. 남편이 말하길 벌레와 같이 사는 게 생태적인 삶입니다.(139쪽)대중이 그의 일상 속 소박함과 건강함을 공감한 탓일까. 최근에는 FM라디오 방송에서 <수수에게 들키다>가 낭독되기도 했다.하 작가는 나의 사투는 감추고 그 자리에 내 로망을 채웠다며, 아직 이곳에 동화되지 못한 만큼 글쓰기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역 문화 부흥을 위해 동상연구소를 설립했다. 전주 등지에서 인문학 특강 등을 하고 있다.
수필가는 글로 지나온 시간을 추억하고, 통과한 공간을 기억한다. 이 글을 한편한편 엮어낸 수필집이 잇달아 출간됐다.이정숙 작가는 수필집 <꽃잎에 데다>을 발간했다. 이 작가에게 글쓰기는 나를 나이도록 만드는 수단이자 방법이다. 저에게 글쓰기는 세월이란 갈피 안에 정지된 나를 대면하는 시간입니다. 끄집어낸 삶의 편린은 언제나 부끄러움으로 옵니다.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일지라도 나를 더욱 나이도록 하기 위해 수필을 쓸 생각입니다.그래서일까 수필집에는 글쓰기에 관한 체험이나 고민, 바람, 목표 등에 대한 글이 여러 편 실렸다. 작가는 글쓰기 행위 자체에 대한 자각, 자의식, 이상에 대해 끊임없이 번뇌한다. 또 글의 소재로 추억을 즐겨 사용했다. 이는 유년의 삶, 고향에서의 추억, 학창시절의 사건, 결혼과 육아의 체험 등으로 드러난다.이정숙 작가는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고, 온글문학회장과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국제펜클럽 전북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수필집 <지금은 노랑 신호등> <내 안의 어처구니>를 펴냈다.이창현 작가는 10년 만에 세 번째 수필집 <다시 부르는 삶의 노래>를 출간했다. 5년간의 암 투병 끝에 발간한 책이어서 의미가 더 남다르다. 그는 24절기를 입춘역과 경칩역 등 절기역으로 명명하면서 쓴 열차 여행기를 비롯해 암 투병하면서 체험했던 일, 칠순을 맞을 때까지 걸어왔던 길, 다시 걸어가야 할 길을 바라보면서 한 권의 책을 엮었다.이창현 작가는 정읍 출생으로 2002년 한맥문학 수필 부문, 2003년 한맥문학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전북문학, 한맥문학, 정읍문학 회원이다. 수필집으로 <전망 좋은 방에서 띄우는 편지> <가슴 밭에 두고 온 언어들>, 시집으로 <마중물>이 있다.김형진 작가는 수필집 <바람의 몸짓>을 내놨다. 그는 빈터에 버려진 찻잔 하나, 잡다한 물건으로 가득 찬 질항아리 등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는 물건을 이야기 소재로 삼는다. 자연의 순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형진 작가는 부안 출생으로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광주 살레시오고에서 정년 퇴임했다. 2002년 수필동인 토방을 결성했다. 수필집으로 <흐르는 길> <종달새> <바딧소리>가 있다.
약 1800년 전 중국에서는 200여 년의 후한 왕조가 무너지고, 약 1세기에 걸친 긴 전란 시대가 막을 연다. 중국 천하를 놓고 많은 군웅이 쟁패를 벌이는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유력한 선두주자 원소가 관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시대 상황은 군웅할거 국면에서 위 조조, 촉 유비, 오 손권의 삼국 국면으로 전환된다. 위촉오 삼국은 각기 주군, 모신, 무장이 역량과 지략을 다해 천하 통일을 향한 쟁패를 펼쳐나간다.오랜 기간 삼국지를 연구해 온 한형수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삼국지 인물론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삼국지 군웅할거 인물론>을 펴냈다. 위촉오 삼국이 정립되기 전, 군웅할거 시대의 인물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삼국지 군웅할거 인물론>을 시작으로 <삼국지 위나라 인물론>, <삼국지 위나라삼분귀진 인물론>, <삼국지 촉나라 인물론>, <삼국지 오나라 인물론>을 발간할 예정이다.<삼국지 군웅할거 인물론>에서는 군웅할거 인물로 포악한 동탁, 강자에 약하고 잇속에 강한 여포, 아집으로 패망한 공손찬, 포부가 큰 원소, 잘난 척하는 원술, 생각이 많은 유표 등을 다룬다.저자는 삼국 시기를 이끌어가는 관건을 인물적 조건으로 보았다. 국면을 전환하는 추동력을 인물의 의지와 계책이라고 판단한 것. 그래서 사상가치 성향, 후흑론(厚黑論,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어야 나라를 통치할 수 있다는 내용), 성격 유형으로 삼국지 인물을 분석한다. <삼국지> 속 인물 41명, <진서> 속 인물 3명 등 총 44명을 주요 인물로 선정해 심층적으로 탐색한다.한 명예교수는 중학교 시절 대나무 숲에서 소설 <삼국연의>를 읽을 때 떠올랐던 역사는 흐른다는 문제의식에서, 이제는 역사 <삼국지>를 통해 1800년 전 약 1세기에 걸친 긴 전란의 삼국시대를 이끌어가는 추동력을 무엇인가라는 테제에 나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고 밝혔다.한형수 명예교수는 전북 장수 출생으로 고려대 사회학과,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북대 사회학과 전임강사,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다. 1992년부터 삼국지를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의 삼국지 세미나에 20여 년간 참여했다. 2008년 서울시립대 부설 서울시민대학에서 삼국지와 삶의 세계 강의를 시작해 현재까지 다양한 곳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완주지부 신임 회장에 박은주(63) 씨가 취임했다.박 신임 회장은 현재 완주문협 회원이 40명 정도인데 그간 1년에 한 번 회지를 낼 뿐 협회 활동이 미미했다며 완주에서도 문학이 활성화되도록 백일장, 시화전, 시낭송 등의 프로그램을 의욕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달 말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임기는 2년이다.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소설가협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문학공간 시인상, 문학춘추 소설신인상, 열린시문학상, 전북소설문학상, 임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완주문협 회장 이취임식은 내년 1월 10일 전북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북수필문학회 신임 회장에 윤철(66) 수필가가 추대됐다. 임기는 이달 말부터 2년.윤 신임 회장은 전북수필문학회는 1979년에 창립돼 당시 뛰어난 전북의 문인들은 모두 회원이 됐다. 현재 지역의 귀감이 되는 원로문인들이 됐는데 이분들의 맥을 잇고 신구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젊은 문인들을 영입해 육성하겠다고 말했다.김제 출신인 그는 전북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2년 피파 월드컵단장, 진안군 부군수 등을 지냈다.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펴냈다.
전북 수필과비평작가회의의 제10대 회장으로 이용미(66) 씨가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임기는 이달 말부터 2년.부회장은 신영규조윤수 씨, 감사는 정곤이금영 씨, 사무국장은 이만호 씨, 편집주간은 형효순 씨, 편집 고문은 김재희 씨, 편집위원으로는 최선욱최대관 씨가 맡게 됐다.이 신임 회장은 회원들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교류소통함으로써 수필과비평 전북지부가 좋은 이미지의 문학회로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대외적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지난 2002년 수필과비평 으로 등단한 그는 수필집 <그 사람>, <창밖의 여자>를 펴냈다. 행촌수필문학상진안문학상전북예술상을 수상했고, 행촌수필문학회장을 지냈다.
신아문예대학이 제정한 신아문예대학 작가상 첫 수상자로 시 부문은 김정희, 수필 부문은 김성은 씨가 각각 선정됐다.신아문예대학은 올 한 해 수강생들이 창작한 작품을 심사해 제1회 신아문예대학 작가상을 선정했다. 신아문예대학은 생활 속의 문학 활성화를 목표로 2015년 창립했다.김정희 씨는 2016년 표현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암 투병 중에도 창작의 끈을 놓지 않는 등 문학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었다.김성은 씨는 시각장애인으로 현재 전북맹아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야간에는 수필창작반에서 문학 수업을 받으면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시낭송 콘서트가 마련된다. ‘송년 시 낭송의 밤’이 22일 오후 7시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열린다. 행사는 전주시와 전주 완산도서관이 주최·주관하고, 전북문인협회(회장 안도)·(사)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원장 유미숙)이 후원한다.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대한민국 책의 도시 전주’ 공식 선포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판소리, 국악, 현대·한국 무용, 비보이 댄스 등이 곁들여져 풍성한 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전길중 시인의 ‘나이테’, 장욱의 ‘까치집’등 전북지역 시인 10명의 작품 낭송과 여원국악단, 장인숙 한국무용가, 최재구 소리꾼, 손수향 해금연주자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가장 널리 사용한 금속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철은 농기구로 만들어져 농업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무기로 만들어져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각종 도구로 활용되며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등 문명의 이기로 다양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러한 철의 역할과 가치에 주목하고, 철 문화를 중심으로 우리 역사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쇠철강, 철의 문화사는 2018년 2월 18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전시는 인류가 철을 이용하면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사회 현상을 세계사적 관점으로 풀어보는 1부, 우리 역사 속에서 철의 등장과 발달 과정을 문화사적으로 바라보는 2부3부로 구성했다. 우주에서 온 운철, 서아시아에서 출토된 우라르투 왕국의 철검, 중국 한나라의 등잔, 조선의 비격진천뢰 등 약 730점의 문화재를 선보인다.1부 철, 인류와 만나다에서는 운철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여러 지역의 철 문화에 대해 살핀다. 특히 강철로 인해 달라진 사회 현상에 중점을 두었다. 2부 철, 권력을 낳다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철기가 등장하면서 나타난 생산력 증가와 이로 인한 국가 권력 등장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 우리 역사 속 전쟁에 등장한 다양한 철제 무기를 전시한다. 3부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에서는 삼국 통일 이후 민중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온 철에 대해 살핀다.마지막으로 전북의 철 문화 전시를 추가해 철기 문화를 기반으로 전북에서 성장한 마한의 철제 기술을 엿본다.국립전주박물관 김승희 관장은 오늘날 금속 생산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현대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철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문명의 미래를 그려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늦깎이’는 ‘늦다’와 ‘깎다’가 합쳐져 ‘늦깎다’가 된 후 다시 의존 명사 ‘이’가 붙어 이루어진 합성어다. <늦다+깎다+이 = 늦깎이> ‘머리나 털 따위를 잘라 내다’라는 의미를 가진 말은 ‘깍다’가 아니라 ‘깎다’이다. ‘깍다’가 아니라 ‘깎다’인 이유를 알아보겠다.어간 뒤에 모음 어미를 붙여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깎다’는 규칙적으로 활용을 하는 규칙 용언이다. 규칙 용언은 받침 있는 어간 뒤에 어미를 붙였을 때 어간의 받침이 그대로 모음의 첫소리로 연음되어 발음된다.예를 들어 웃+어>우서, 솟+아>솟아, 깎+아>까까, 깍+아>까가 즉 규칙 용언 ‘깎다’는 어간 뒤에 모음 어미를 붙였을 때 ‘까가’라고 발음되지 않고 ‘까까’라고 발음된다. 만약 ‘깍다’가 기본형이라면 ‘까가’라고 발음되어야 한다. 이것으로 볼 때 ‘깎다’는 ’깍다’가 아니라 ‘깎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형태소 분석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늦깎이’는 말 그대로 ‘늦게 머리를 깎은 사람’ 즉, ‘늦은 나이에 중이 된 사람’을 지칭하던 말이다. 요즈음은 의미가 확대되어 ‘사리를 남보다 늦게 깨달은 사람, 또는 채소나 과실 등이 늦게 익은 것’을 가리킬 때도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고하 최승범 원로시인이 신간 <신전라박물지>(시간의 물레)를 펴냈다. 시인이 직접 보고 느낀 전북의 모든 것을 시로 엮어냈다. 때론 평범한 것, 가끔은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것들이 시 안에 함축적으로 담겼다.전주 선너머 미나리밭이나 모악산 밑 탱자나무 등 지금은 사라지거나 옛 모습과 변화된 것들이다. 100편의 시 중 유일하게 견훤왕릉만 충청도에 있고, 99편은 모두 전북에 자리한 보물들이다. 그래도 전주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는 견훤의 유언을 고려하면 마음만은 역시 전북에 있음이 분명하다는 게 최 시인의 말이다.책은 시와 함께 관련 글과 사진도 수록했다. 함축적 언어로 표현된 시가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로 조석창 전북중앙신문 기자가 설명하는 글을 덧붙이고 사진을 직접 찍었다.또 신전라박물지(新全羅博物誌) 제호는 서예가 산민 이용이 팔을 걷고 나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최 시인은 신전라박물지는 프랑스 르느와르박물지처럼 전북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과거 알고 있던 곳과 현재 찾은 그 곳은 너무나 변해있고, 이 변화된 모습을 되챙겨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이런 작업을 또다시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소소한 일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멋진 작업이었다고 밝혔다.남원 출신인 고하 최승범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에 시조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전북문인협회장, 전북예총 회장, 한국언어문학회장 등을 지냈고, 정읍시조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목정문화상, 민족문학상, 제1회 한국시조대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 전북 문학계는 양적으로 풍성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독서문화축제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열렸고, 늘어난 인문학 강좌와 곳곳에 생긴 동네 책방 등은 문학이 우리 삶에 더 깊숙이 파고들게 했다.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에 2030대 비중이 대폭 늘어 신진 문학인들의 창작 불씨가 살아난 해이기도 하다. 천이두, 오하근 등 전북을 대표하는 원로 문학인의 작고는 지역 문단의 안타까움을 샀다.△240여 단체60여 작가 대한민국 독서대전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책을 매개로 작가와 독자, 출판사 등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는 축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지난 2014년부터 시작했고 올해는 지난 9월 전주에서 열렸다. 3일간 출판사, 서점 등 240여 개 관련단체와 60여 명의 전북 안팎의 작가, 일반 시민들이 모이는 구심점이 됐다.책 마켓, 강연, 전시, 체험, 학술 행사 등이 풍성하게 열렸고, 전주에서 발행된 옛 책 완판본과 전북출신 문학인과 문학관, 문학작품 속에 실린 전주의 모습 등이 활발히 조명됐다.전주시는 시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자체적인 독서대전을 열기로 했다.△인문학 열망 여전동네 책방 부활올해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전북문화관광재단과 전주익산문화재단, 전북문학관, 최명희 문학관, 지역별 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 전북전주익산 민예총 등 지역 문화기관 및 단체 등에서 인문학 강연이 끊임없이 이어졌다.작지만 알찬 동네 책방의 부활도 눈에 띈다. 카페 겸 휴식 공간, 문학 강연이 함께 열리는 곳, 동화책 또는 독립서적만 파는 곳, 두 종류의 책만 파는 곳, 주인이 추천하는 책만 파는 곳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동네 서점들이 올해만 10곳 넘게 생겼다. 인문학 열풍과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에 대한 욕구가 맞물려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천이두오하근 별이 지다올해 지역 문학평론계의 거목인 천이두 문학박사와 그의 제자이자 함께 많은 업적을 남긴 오하근 원광대 명예교수가 타계해 많은 문인들이 애도를 표했다.고 천이두 선생은 한(恨)의 문학과 한(恨)의 판소리를 정립한 문학평론가다. 문학연구자, 판소리연구자 및 창극 작가로서도 무수한 업적을 쌓아 한국 문단에 큰 기여를 했다.전주고 재학 시절에는 신석정 선생을, 전북대에서는 천이두 선생을 사사했던 고 오하근 문학평론가는 <김소월 시의 성상징 연구>,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 <전북 현대문학>(상하) 등을 펴내며 활발한 문학비평 활동을 했다.△기념해 맞은 지역 출판사문학지문패를 단 지 47주년이 된 신아출판사는 반백년 역사를 앞두고 신아 미스터리 컬렉션 브랜드를 새로 기획했다. 출판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지역을 넘어 대중화하기 위해서다. 올해 첫 결과물인 신인 소설가 한유지의 <살인자와의 대화>, 허수정 소설가의 추리소설 <비사문천 살인사건>을 냈다.문화예술 전문잡지<전북문화저널>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창간기념호가 발간됐고,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이를 통해 <전북문화저널>의 기록은 물론 지난 30년간 전북 문화예술의 이슈와 흐름을 돌아봤다.
송하선 시인이 제54회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몽유록>. 한국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이사장 문효치)가 창작 활동에 전념해 문학계에서 귀감이 되는 문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송 시인은 자기 내면의 발견, 구도적 자세를 추구하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올 하반기 펴낸 시집 <몽유록>은 여든 무렵의 시편들을 엮은 것으로, 50여 년 동안 서정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맨 노시인의 일관된 시정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1971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그는 1980년 우석대 교수로 부임해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다.시상식은 20일 서울 대한민국예술인센터 파코아트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노래 통해 전주에 활기 불어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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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1년차’ 온빛오케스트라 10번째 정기 연주회
동시대 예술의 시선과 감각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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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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