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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단장한 ‘전주사랑콜’ 운수종사자·이용자 만족도 증가

새롭게 단장한 전주시 공공택시호출앱인 ‘전주사랑콜’의 이용자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사랑콜은 호출시스템 전면 개선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으로 바꿔 운수종사자와 승객이 더욱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해 지난 6월 새롭게 오픈했다. 특히 기사용 앱 편의성이 대폭 개선돼 운수종사자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전주사랑콜 가입 택시 수가 기존 2070여 대에서 2280여 대로 증가했다. 이는 빠른 배차로 이어지면서 개편 전에 비해 불만족 민원이 77%가량 대폭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더욱 편리해진 전주사랑콜을 알리기 위해 최근 열린 전주가맥축제와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등 주요 축제 행사장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소개와 가입 안내를 진행하는 등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이번 현장 홍보 기간 중 전주사랑콜 호출건수는 1주 전과 비교해 일평균 11%가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시는 오는 10월 열리는 ‘전주페스타 2025’ 축제에서도 홍보를 지속할 계획이다. 최준범 전주시 대중교통국장은 “시스템 개선과 현장 소통을 바탕으로 전주사랑콜의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이어가겠다”면서 “앞으로도 시민과 운수종사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전주
  • 강정원
  • 2025.08.21 19:24

'살아있는 양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우석대에서 명예 박사 학위 수여

'살아있는 양심'으로 불리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前) 일본 총리가 우석대학교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1일 우석대 전주캠퍼스 문화관 아트홀에서 열린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는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과 박노준 총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내외, 김관영 전북도지사, 유희태 완주군수,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전북애향본부 총재,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 황재정 삼현글로벌 회장, 이주갑 완주군의원을 비롯해 교무위원과 교직원 등 약 300여명이 참석했다.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님은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해 오신 분"이라며 "이번 행사가 한일 관계의 화해와 협력은 물론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을 위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님의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노준 총장도 "우리 대학교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기여한 인물들의 정신을 기르고 이를 계승하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면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님은 자랑스러운 '우석의 동문'이자 '아시아의 큰 어른'으로서 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람들과 연결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정치인으로서, 학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 상생의 길을 모색해 온 그간의 발걸음을 우석대가 높이 평가해준 것에 대해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우애의 정신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한편 제93대 일본 내각총리대신을 역임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1986년 중의원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일본 민주당 창당을 주도하고 당 대표와 간사장 등을 역임하며, 정당 운영과 국가 정책 수립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특히 총리 재임 기간에는 위기관리와 조직 운영, 정책 결정 등에서 경영학적 요소가 요구되는 다양한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3년에는 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를 설립해 경영·외교·경제·인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아시아 공동체 모델을 제시했고 일본과 러시아협회 최고 고문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국제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국제 경영과 협력의 모델을 구축해 온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 대학
  • 오세림
  • 2025.08.21 19:22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 특별강연] 축사 및 환영사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 "한·일 우정 향한 축복의 자리"우리는 오늘,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님을 모시고,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매우 뜻깊은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총리님의 정치철학과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들을 수 있는 특별강연까지 함께 하게 된 것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께서는 일본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정치와 국제협력 분야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시며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해 오셨습니다. 특히 지난 2015년, 서울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며 무릎 꿇어 사죄하신 모습은 일본 전직 총리로서는 전례 없는 결단이었습니다. 더불어 한·일 관계 개선의 전환점으로 길이 남는 역사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제시하시며, 한·일 양국이 과거사 극복을 넘어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문화·정치 전반에서 함께 번영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안하셨습니다. 아울러,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징용 피해에 대해서도 일본의 도덕적 책임을 공개적으로 강조하시며, 화해와 정의 실현을 향한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주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한·일 관계의 화해와 협력은 물론,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을 위한 총리님의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께서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께서 앞으로도 세계 인류를 위해 더욱 큰 발걸음을 내딛으실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과 축복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박노준 우석대 총장 "실천적 평화정신 지속적 응원"오늘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님을 ‘자랑스러운 우석의 동문’으로 맞이하는 매우 뜻깊은 날입니다. 오늘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단순히 한 분의 업적을 기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 우석대학교와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님이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님께서는 일본 정치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끈 지도자이십니다. 한·일 관계 개선과 아시아 평화 정착을 위해 기꺼이 헌신해 오신 분이기도 합니다. 교육자로서 보여주신 깊은 학문적 성취와 정치 지도자로서의 혜안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우석대학교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한 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것을 큰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오늘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님의 인류애, 통합의 리더십, 그리고 실천적 평화정신을 우러른 결과이며, 앞으로의 여정을 지속적으로 응원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총리님이 가시고자 하는 앞으로의 발자취는 더 넓은 이해와 화해, 그리고 상생의 장을 열어가는 궤적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석의 동문’이자 ‘아시아의 큰 어른’으로서, 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총리님이 보여주실 또 다른 도전과 성취를 기대하며, 그 길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하나의 빛나는 이정표로 기록되기를 기원합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 "상생 가치 일깨우는 귀한 이정표"오늘 우석대학교에서 열리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前 내각총리대신 명예박사 학위수여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서창훈 이사장님과 박노준 총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특히, 오늘의 행사를 위해 완주군을 찾아주신 하토야마 前 총리 내외분께도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전합니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지난 2015년, 하토야마 前 총리께서 서대문 형무소에 방문하여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으셨던 일은 한일 양국의 화합과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일이었습니다. 오늘의 학위 수여는 그 업적에 대한 존경의 증표이며, 우리의미래 세대에게 상생의 가치를 일깨우는 귀한 이정표일 것입니다. 화합과 상생의 가치는 지금 우리 전북특별자치도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논의되는 완주-전주 통합은 지역의 새로운 도약과 협력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지역 간 갈등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유희태 완주군수 "더 나은 미래 함께 그리는 계기" 안녕하십니까! 완주군수 유희태입니다. 오늘 우석대학교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님의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께서는 그동안 정치와 외교는 물론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한·일 간의 우호 증진과 아시아 평화를 위해 꾸준히 힘써 오셨습니다. 그런 진심 어린 노력과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오늘의 명예박사 학위는 그 뜻깊은 걸음에 대한 소중한 인정이라 생각합니다. 완주군은 교육과 문화, 평화와 상생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 나아가 아시아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그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하토야마 총리님의 건강과 앞으로의 행보에 큰 성취가 함께하길 기원하며, 다시 한 번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축하드립니다.

  • 대학
  • 이강모
  • 2025.08.21 19:22

‘살아있는 양심’ 하토야마 유키오, 우석대서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특강

‘살아있는 양심’ 으로 불리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前) 일본 총리가 우석대학교를 방문했다. 그는 이날 명예경영박사 학위를 수여받은데 이어 특강을 통해 한일 관계의 발전과 동아시아의 평화 구축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일본 내 대표적 지한파로 유명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취지의 견해를 밝혀 자국 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대회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지도에 다케시마가 한국령(독도)으로 되어 있다’며 ‘한국 측 요구에는 강하게 맞서면서 미국에는 항의도 하지 않는 보수파’를 비판했었다. 그런 그가 이날 우석대에서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주제로 특강을 벌였다. 이에 특강 내용을 정리해봤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오늘은 전북일보와 우석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특별강연회에 초청받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해 5월에도 전주를 방문했었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답게 훌륭한 명소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어서 매우 인상 깊었고, 아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특별강연회입니다. 올해는 ‘전후 80년’이자, 일본에서 말하는 ‘쇼와 100년’이라는 중요한 해입니다. 사실, 쇼와는 62년이었지만, 쇼와라는 시대는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대였습니다. 즉, 서양 역사, 동양 역사, 또는 일본 역사에 관계없이, 인류 역사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을 내포하고 있는 시대였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쇼와는 격동의 시대였고, 세계 대공황, 군국주의의 대두,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복구, 고도 경제 성장, 버블 경제 등 사회와 사람들의 생활이 크게 변화한 시대였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전후 세대의 비율이 88%를 넘어서며,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약 9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쟁 체험을 가진 사람은 이제 전체 인구의 1할도 되지 않으며, 전쟁터에서의 체험을 가진 사람은 정말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라고 자주 말해집니다. 유럽과 미국의 연구자들이 통계한 바에 따르면, 20세기의 전쟁에서 가장 큰 특징은 전사자의 수입니다. 16세기에는 1,676,000명, 17세기는 4,767,000명, 18세기는 5,814,000명, 19세기는 3,560,000명이었고, 이에 비해 2차 세계대전과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20세기에는 그 수가 33,070,000명으로 19세기의 10배로 증가했습니다. 이 세계 대전들이 얼마나 엄청난 대량 학살을 목표로 한 전쟁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오키나와 전투와 도쿄 대공습,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로 민간인의 희생이 많았던 점이 두드러집니다. 물론 전사자들 중에는 일본의 통치 하에서 군에 복무했던 조선인 일본 병사를 포함한 조선반도 출신 약 21,000명이 있으며, 이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습니다. 일본 현대사 연구자인 호사카 마사야스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기억’이라는 것이 있고, 그에 따라 ‘기록’도 남아 있다.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려면 이 ‘기억’과 ‘기록’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이 ‘기억’과 ‘기록’ 속에서 ‘교훈’이 떠오르게 된다. ‘교훈’이라고 하면 딱딱하게 들릴 수 있지만, ‘지혜’라고 해도 좋다. 즉, ‘기억’을 아버지로 하고, ‘기록’을 어머니로 해서 그로부터 ‘교훈’이나 ‘지혜’라는 자식이 태어나는 것이다. ‘교훈’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분석했을 때 왜 그런 전쟁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거기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와 같은, ‘배운다’는 물음 그 자체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 교훈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필요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일본, 한국에 무한책임의 개념 가져야 “저는 전후 일본에서, 정해진 배상을 했기 때문에 책임을 다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쟁국가인 일본은, 전승국과 구식민지 국가들로부터 ”더 이상 책임 추궁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책임을 지고 있어야 하며, 이른바 ‘무한책임’의 개념을 중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전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한일 미래지향적 관계’라는 말은 매우 듣기 좋은 키워드이지만, 저는 과거의 역사 인식이 공유되지 않으면 신뢰나 미래지향적인 관계는 형성되지 않으며, 그 결의 없이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일 일본의 초당파 한일 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이재명 신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으며, ‘두 사람은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 발전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두 분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양국의 우호 발전을 다짐한 것은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진정한 미래 지향을 위해서는 역사 인식 문제를 계속해서 ‘미루어 둘’ 수는 없으며, 그 책임은 상당 부분 일본 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52년 전, 1973년 8월 8일 도쿄에서 발생한 김대중 씨 납치 사건 당시, 저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고 공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으며, 정치인이 되겠다는 결단을 내리지도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의 일은 뚜렷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1998년 10월, 방일한 김대중 대한민국 대통령의 일본 국회 연설을, 당시 일본의 새로운 정치 세력인 민주당의 한 중의원 의원으로서 경청한 바 있습니다.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납치 사건, 사형 선고, 자택 연금, 망명 생활 등, 저는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을 하셨고, 그러나 그것들을 굳건한 정신력으로 극복하시고 대통령에까지 취임하신 것에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기적은 기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민주화, 특히 한국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 교체는 한국 국민의 피와 땀에 의해 이루어진 기적이다. 우리 국민과 나는 이렇게 얻은 소중한 민주주의를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갈 것이다’라는, 정말로 목숨을 걸고 얻어낸 민주주의에 대한 결단에 압도되었습니다. 그리고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발전과 함께 제국주의와 전쟁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와 그 국민들에게 큰 희생과 고통을 안겨준 것에 언급하시면서도, 전후 일본 국민과 지도자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셨습니다.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는 지금도 일본에 대해 의혹과 우려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일본이 스스로 과거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겸허히 반성하는 결단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과 불신이 존재하는 것은 일본에도 아시아에도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반면, 나는 과거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반성할 수 있는 도덕적 용기를 가진 수많은 민주 시민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을 침략한 7년과 식민지 지배 35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양국은 1500년 이상의 교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불행했던 것은 약 440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과, 이번 세기 초의 식민지 지배 35년이다. 이러한 겨우 50년 남짓한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이상의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이후 2001년, 민주당 방문단이 저를 단장으로 하여 귀국을 방문했고, 김대중 대통령께 이 국회 연설을 높이 평가하며, 북동아시아에서의 ‘불전 공동체’ 구상을 제안했었고, 대통령께서도 한일 양국의 우호 관계가 발전함으로써 이 구상이 실현에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후,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2009년 별세하신 뒤, 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이루었고 저는 총리가 되었으며, 이후 동아시아의 영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한중일을 핵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주장해 왔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당시 국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연설과 방한 중 회견에서의 말씀에 의해 저는 크게 깨우침을 받았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음을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몇 번이고 말씀드리지만,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불행한 시대의 역사 인식을 특히 일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에 새긴 후, 우호 관계 증진과 함께 미래 지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현재의 국제 정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본은 동아시아의 일원입니다. 미중 대립으로 인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위협받는 상황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작용하는 한, 미중에 맡겨두더라도 미중 대립은 제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의 국가 이익과 지역 안보를 위해 일본은 미중 대립의 제어에 나서야 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최근 제 신념입니다. 그러나 일본이 미중 대국 간 경쟁을 완화시키고자 하고, 그를 위한 행동을 시작하더라도 일본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4분의 1 이하, 미국의 6분의 1입니다. 일본의 2022년 방위 예산은 중국의 6분의 1, 미국의 19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한국을 비롯한 호주, 뉴질랜드,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중간 강국들의 협력의 핵심은 한일 간의 관계이어야 합니다. 두 국가는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경제 선진국입니다. 또한 두 나라는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와 대만 해협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필요성을 깊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양국의 공통된 이익입니다.”   △지난 10년 한일 관계, 역사 둘러싸고 ‘삐걱’ “지난 10여 년간 한일 관계는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삐걱거렸고, 솔직히 말해 일종의 긴장 상태에 있었습니다. 특히, 2018년 10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대립은 심화되었습니다. 2019년 7월 당시 아베 내각은 한국을 향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으며, 한국은 이에 대응 조치를 취했습니다. 한일 관계는 연대를 모색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겨울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일 관계는 마침내 개선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3월,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였고, 그 직후 방일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한일 연대가 가능한 환경이 마침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첫 번째는, 한일 관계의 안정과 개선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이 한일 관계의 개선은, 원칙적으로 강제징용 문제 등의 역사 문제와 두 나라의 외교 관계를 분리하는 윤 전 대통령의 결정에 크게 의존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측은 징용공 판결에 따른 지급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였지만, 판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달라 보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역사 문제에서 강경한 노선을 고수하면, 한국은 결국 굴복할 것’이라는 잘못된 교훈을 받아들이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면, 미래에 다시 양국 간에 역사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간 협정이 있어도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국제법적으로도 표준입니다. 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공식 입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되면, 한일 연대의 기회는 10년 단위로 미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역사 문제에서 확실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한일 연대와 협력은 표면적인 것에 그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합니다. 한일 양국은 각각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군에 기지를 제공하는 동맹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일이 연대하면, 미국과 중국도 우리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가능한 한 연대하여, 그것을 통해 증대된 영향력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 양측에 주문을 해야 합니다. 한일 연대 위에, 호주, 인도, ASEAN 국가들, 그리고 유럽 국가들과도 연대를 확장할 수 있다면, 우리의 발언권은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애란, 자신 존엄을 존중하는 동시에 타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정신입니다. 즉,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여 상호 협력하는 정신입니다. 그리고 상호 존중, 상호 이해, 상호 협력이라는 세 원칙이 제가 할아버지 하토야마 이치로 이후로 주장해 온 우애의 세 원칙입니다. 이 동아시아에서 절대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하여, 그에는 우애의 이념이 반드시 필요하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제 스피치를 마치겠습니다.”

  • 대학
  • 이강모
  • 2025.08.21 19:21

판소리의 진면목, 김봉영 ‘박초월제 수궁가’로 만난다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되살아나는 전통 판소리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는 무대가 전주에서 펼쳐진다. 소리꾼 김봉영이 깊이 있는 판소리의 매력을 선사하는 무대가 오는 24일 오후 3시 전주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유파별 해설이 있는 판소리 다섯바탕’ 시리즈의 네 번째 무대로, 이우성 고수의 장단과 국립남도국악원 박경정 원장의 해설이 더해져 판소리의 예술성과 현대적 가치를 한층 풍성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이번 무대에서 김 소리꾼은 박초월 명창의 가락을 잇는 ‘박초월제 수궁가’를 선보인다. 고전 판소리의 해학과 풍자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단순히 충(忠)의 서사를 넘어, 병든 권력의 상징인 용왕, 충성을 가장한 자라. 그리고 이용당하는 토끼를 통해 인간 사회의 권력구조와 탐욕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특히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을 통해 약자가 희생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던지며, 재치와 기지로 위기를 탈출하는 토끼로 억압받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김 명창은 박초월제 소리 가운데서도 서늘한 풍자와 깊은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박 원장이 곁들이는 해설은 작품의 구조와 인물, 역사적 맥락을 친절하게 풀어내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김 소리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로 활동 중인 실력파 소리꾼이다. 그는 제20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금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다양한 창작 판소리 작품과 복합장르 공연에 참여하며 판소리의 저변을 넓혀왔다. 또한 수원화성문화제, 궁중문화축전 등 다채로운 무대에서 주목받으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젊은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판소리의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으로도 주목된다. 공연은 우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전석은 1만 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와 전화(063-272-7223)를 통해 가능하다. 이번 무대는 판소리 애호가는 물론 판소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1 19:20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예술’⋯제22회 전북민족예술제 개최

사단법인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전북민예총)이 오는 30일과 31일, 양일간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제22회 전북민족예술제’를 개최한다. 올해 예술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예술’을 주제로, 동학농민혁명 131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민주주의의 역사와 예술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지난해 겨울 계엄 정국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2030 여성 세대와 민주 시민의 연대를 기리는 자리로, “예술을 통해 오늘의 위기를 새로운 희망으로 바꾸겠다”는 기획 의도가 담겼다. 첫날인 30일은 기념식을 시작으로, ‘2025, 아름다운 사람’이 무대에 오른다. 녹두꽃 시민합창단과 전주소년소녀합창단이 세대와 세대를 잇는 합창 무대를 선보이고, 국악그룹 센티멘탈로그와 재즈밴드 바람처럼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크로스오버 공연을 펼친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 민중가요의 상징인 고(故) 김민기 1주기를 맞아 추모 무대가 마련돼 의미를 더한다. 둘째 날인 31일에는 기획공연 ‘우리는 빛’이 이어진다. 민요씨스타_즈 춘삼월은 전통 민요를 현대적 리듬으로 재해석해 흥을 돋우고, 민속악단체 율마가 깊이 있는 가락을 전한다. 또한 무용단 퍼포밍 폼은 몸짓으로 민주주의의 정신을 표현하며, 음악제작단체 ‘음악의 틀’이 실험적인 사운드로 무대를 완성한다. 이창선 전북민예총 이사장은 “민족예술제는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니라, 과거의 정신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되살리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예술적 전환의 장”이라며 “예술을 통해 민주주의와 자주성을 지켜온 전북의 역사적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전했다. 전북민예총은 1970~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민족통일운동 과정에서 ‘예술로 사회를 변혁한다’는 정신으로 탄생했다. 현재 문학, 미술, 음악, 연극, 풍물, 영상, 사진, 서예, 문화기획 등 13개 분야 예술인들이 함께 활동하며, 민주주의 확립과 지역 정체성 강화, 청년 예술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1 19:20

[한신협 공동기획-팔도 핫플레이스] 무더위 피해 떠나는 전주 야간 산책, 예술·역사·풍경이 어우러진 4코스

입추가 지났지만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한풀 꺾인 열기와 함께 도시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전주는 낮의 분주함과 달리, 저녁 무렵부터는 골목과 산책로, 오래된 건물들이 차분한 매력을 드러내며 걷기 좋은 도시로 변한다. 문화와 역사, 그리고 밤의 정취가 함께하는 전주의 야간 산책 명소 네 곳을 소개한다. △예술과 휴식이 공존하는 서학동 예술마을 전주 한옥마을과 나란히 자리잡은 서학동은 ‘예술의 골목’이라 불린다. 화가, 도예가, 공예가들이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예술마을이다. 낮에는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해가 기울 무렵부터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골목마다 자리한 작은 갤러리와 공방은 저녁 시간에도 불을 밝히고, 카페들은 시원한 아이스 음료를 준비하며, 산책하는 이들을 반긴다. 텀블러에 직접 담은 음료를 챙겨들고 천천히 골목을 거닐다 보면, 벽화와 조형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 편의 야외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여름밤의 서학동은 낮보다 한결 차분해 예술가의 작업실 불빛이 더 돋보인다. ‘광커피’, ‘적요 숨쉬다’, ‘어노렌지’, ‘복선’, '하나떡집'등 전주의 ‘핫플’로 자리 잡은 카페와 디저트 가게도 즐비해 문화적 감수성과 미각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에서 여유롭게 걷다 보면 어느새 여름 저녁 더위도 잊게 된다. △달빛을 품은 누각, 남천교 청연루 서학동에서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전주의 야경 명소로 꼽히는 청연루에 닿는다. 청연루는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누각으로, 한옥의 곡선미와 함께 저녁 무렵의 운치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낮에 보던 웅장함과 달리 밤의 청연루는 달빛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나무 기둥과 기와지붕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여름 저녁 산책자들에게 천연의 선풍기 역할을 한다. 누각에 올라서면 전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저물 무렵 붉게 물든 하늘이 검푸른 색으로 바뀌는 순간, 청연루는 최고의 야경 명소로 변신한다.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탁 트인 전망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청연루의 매력은 단순한 풍경에 그치지 않는다. 누각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고목과 꽃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 밤 산책의 정취를 더한다.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공간에서 느끼는 여름밤의 바람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역사의 흔적과 드라마의 배경, 한벽터널(한벽굴) 전주의 한밤 풍경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명소가 바로 한벽터널(한벽굴)이다. 이 터널은 일제강점기 시절 전라선 철길을 놓으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일본은 전주팔경 중 하나였던 ‘한벽당’의 정기를 끊기 위해 이곳에 터널을 뚫었다고 전해진다. 일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지만, 오늘날에는 시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산책 코스로 자리 잡았다. 터널을 지나면 바로 옆으로 전주천이 펼쳐진다. 1급수 수질을 자랑하는 전주천은 도심 속에서 드물게 만날 수 있는 깨끗한 물줄기다. 저녁 바람이 불어오는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밤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극 중 두 주인공이 한벽굴을 배경으로 담긴 장면이 방영된 뒤, 방문객들 역시 그 장면을 따라 하며 추억을 남긴다. 이 때문에 한때는 한참 동안 줄을 서야 촬영 차례가 돌아올 정도로 ‘인증샷 명소’가 됐다.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터널이 이제는 전주의 대표적인 야간 산책 코스이자 문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전주천의 시원한 풍경과 함께 걷다 보면, 낮과는 또 다른 전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고요한 성지에서 마주하는 바람, 치명자산 성지 전주한옥마을 동남쪽, 어둠이 내린 산등성이에 환하게 빛나는 십자가가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불빛은 순례자와 산책객 모두를 이끄는 등불 같은 존재다. 바로 치명자산 성지다. ‘치명자(致命者)’란 목숨을 바친 사람, 곧 순교자를 뜻한다. 신유박해 당시 유항검 가족 7명이 순교해 합장돼 있고, 정상 암벽에는 1994년에 세워진 기념 성당이 자리한다. 낮에는 숭고한 역사와 신앙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지만, 여름밤에 이곳을 찾으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해발 300여 미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숲길은 밤이 되면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바람길로 변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성당 불빛과 함께 고요한 자연의 어둠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성당 아래쪽의 ‘골고타 십자가의 길’은 촘촘히 들어선 가로등 불빛 사이로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묵상하기에도,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안쪽에 자리한 ‘요안루갈다 광장’은 야간 산책객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는 쉼터다. 저녁 무렵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 연인, 반려견과 함께하는 이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운 밤이라 걱정스러울 수 있지만, 광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져 오히려 활기와 안전을 느낄 수 있다. 신앙의 성지이자 산책로, 그리고 야경 명소로서 치명자산 성지는 전주의 여름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십자가 불빛을 따라 오르는 길에서, 누구나 저마다의 평화와 위로를 만날 수 있다. △전주의 여름밤, 걷기 좋은 길에서 찾는 여유 전주는 낮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는 다소 숨이 막히지만, 저녁이 되면 오히려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도시로 변한다. 예술적 감수성을 채울 수 있는 서학동 예술마을, 전통 누각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청연루, 시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산책 코스 한벽터널, 고요한 성찰의 공간 치명자산 성지까지. 네 곳의 산책 코스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면서도 공통적으로 여름밤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입추가 지난 지금, 더위는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름밤의 낭만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시원한 음료 한 잔을 챙겨 들고 전주의 골목과 누각, 터널과 산길을 걸어보자. 낮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전주의 또 다른 얼굴이, 밤의 풍경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 기획
  • 전현아
  • 2025.08.21 19:20

익산시, 가상융합산업 거점도시 도약 박차

익산시가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인 가상융합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AI, 5G, 클라우드, 홀로그램 등 가상과 현실을 혼합해 인간과 디지털 정보 간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을 선도해 나간다는 취지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8월 가상융합산업 진흥법 시행 이후 지역별 가상융합산업지원센터 지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디지털 핵심기술과 융합한 가상융합산업 기반 인프라를 구축해 전북권 센터 지정 공모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21일 전북특별자치도 및 유관기관과 함께 광역별 가상융합산업 지원센터 지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신원식 전북특별자치도 미래첨단산업국장, 김대중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경제산업건설위원장, 김문혁 익산시 청년경제국장, 최대규 전북디지털융합센터장 등은 XR소재부품장비 개발지원센터가 있는 원광대학교와 종합비즈니스센터, 디지털지식산업센터 건립 부지(옛 익산경찰서), 홀로테크 등을 방문했다. 현장에서는 익산의 다양한 기반·자원을 활용한 가상융합산업 육성 추진 방향과 지원센터 지정 대응 전략 논의가 이뤄졌다. 시는 정부의 가상융합산업 진흥법 시행에 따른 광역별 가상융합산업 지원센터 지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익산시 가상융합산업 육성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가상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지역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가상융합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업 유치와 시설 조성을 비롯해 홀로그램 핵심기술 사업화 실증사업, 확산지원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광역별로 1곳씩 지정되는 가상융합산업 지원센터는 가상융합 제작 인프라 제공, 메타버스 제작 지원, 전문인력 양성, 기업 육성 및 해외 진출 지원 등 신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시는 지원센터 지정을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유관기관 등과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대응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김대중 경제산업건설위원장은 “익산은 가상융합센터 구축을 위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익산이 가상융합산업의 거점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헌율 시장은 “정부의 신산업 정책에 부응해 익산을 미래 가상융합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며 “전북도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번 공모에서 반드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익산
  • 송승욱
  • 2025.08.21 19:07

"새만금상수도 심포배수지 신설 필요"

김제시는 21일 ‘김제시 미래발전 비전 수립과 전략사업 발굴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고, 새만금개발청의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추진에 대응해 진행한 용역 경과와 결과물을 공유했다. 김제시가 새만금개발청의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추진과 관련 미래 김제시 성장동력을 확보를 위한 '청사진'의 밑그림 작업을 완료해 향후 정책 반영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제시는 21일 ‘김제시 미래발전 비전 수립과 전략사업 발굴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고, 새만금개발청의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추진에 대응해 진행한 용역 경과와 결과물을 공유했다. 이날 최종보고회에서는 △새만금 제2산단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에너지 수요 추정 및 에너지 공급 방안(영농형태양광, 산업단지 내 태양광 의무 설치 등) 모색 △새만금 수상태양광 2단계 사업부지에 첨단산업, 식품산업과 산업용지 개발 가능성 제시 △새만금지역 상수도 공급과 관련 심포배수지 신설 △광역폐기물처리시설 위치 변경 제안 △농생명용지 관련, 김제시 농생명 발전방향과 연계한 새만금 애크테크 클러스터 조성, 탄소저장농 연구산업단지, 반려동물 복합 문화단지 조성 등 다양한 구체적 사업 방향이 제시됐다. 김제시는 이번 용역에서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9월 중 관계기관에 김제시 의견을 전달하고,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향후 중앙부처와․새만금개발청의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김제시는 이번 발굴 사업이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돼 추진 될 경우 대규모 투자유치와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농생명용지에 조성되는 국립 새만금수목원의 경우 관광지가 부족한 김제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희옥 부시장은 “이번 보고회에서 제시된 전략들은 김제시가 새만금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거점 도시로 도약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며, “각 부서가 힘을 모아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김제=강현규 기자

  • 김제
  • 강현규
  • 2025.08.21 19:07

[사설] 농진청 수도권 이전 발상 책임자 누구인가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회심의 카드로 제시한 것이 바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다.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사실 국가 균형성장 정책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임에 틀림없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전수조사와 이전 후보지에 대한 기술 검토를 추진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이전 범위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속도를 붙이기 위한 절차다. '51번 국정과제'로 선정된 이번 정책은 단순한 물리적 이전을 넘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2차 이전 주요 기관은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법상 300~500개 기관이 대상이다. 앞서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추진된 1차 공공기관 이전때 153개 기관, 4만 1000여 명이 움직였다. 그런데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농촌진흥청이 일부 기능을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해 현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탄스런 일이다. 농촌진흥청 수장 자리에 8년 만에 내부 출신 인사가 임명돼 눈길을 끌었는데 첫 작품이 새 정부 기조에 반하는 것을 들고 나왔다. 그 배경이 참으로 의아할 뿐이다. 이승돈 신임 농촌진흥청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향후 농진청의 혁신과 농업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월 농진청은 연구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역별로 분산돼 수행하는 연구를 통합∙재편하면서 일부 인력을 불가피하게 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신임 청장 부임 첫발부터 이 문제로 파문이 일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조직 기능 조정을 위해 일부 식품 바이오 연구 부서를 수도권(수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당연히 이전 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성명을 통해 "(일부 연구 부서의) 수도권 이전 계획은 국가 비전과 국정과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질타했다. 아닌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정부 정책 기조와는 정면 배치되는 이런 발상을 과연 누가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 정책기조를 따를 수 없는 사람이나 기관에 대해서는 응당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농진청은 "조직 기능을 통합 조정하는 과정에서 국립식량과학원 소속 일부 식품 연구 부서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작물 병해충과 재배 환경 연구 부서 일부가 전주로 이전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궁색한 변명일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21 19:04

[사설] 전북, ‘대한민국 피지컬 AI 거점’ 기대 크다

바야흐로 AI(인공지능) 시대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또 AI는 사회구조와 경제시스템, 그리고 개인의 삶까지 재편하며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단순히 컴퓨터나 서버에서 실행되는 AI가 아니라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기기 등과 결합되어 실제의 환경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작동하는 ‘피지컬 AI’가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최근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정하고, 산업현장에 실증 가능한 대형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AI산업 육성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올해 피지컬 AI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피지컬 AI 기반 핵심기술 실증 거점을 구축해 ‘대한민국 AI 산업의 수도’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총 1조 원을 투입해 연구개발, 실증 인프라 구축, 인재양성, 기업유치까지 연계하겠다는 세부 청사진도 그렸다. 이 같은 전북의 야심찬 계획에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협업지능 피지컬 AI 기반 SW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대상으로 의결했다. 또 올해 인공지능 산업을 선도할 4대 지역으로 전북, 광주, 대구, 창원을 지정했다. 이와 함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실시설계 예산이 반영되면서 전주시 덕진구에 들어설 ‘AI 신뢰성 허브센터’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총사업비 1조원이 투입되는 피지컬 AI 실증사업과 연계하면 검증과 실증, 상용화 등 AI 산업의 전(全)주기적인 체계가 전북에 완성되는 것이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연간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와 수천 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북이 모처럼 도약의 기회를 열었다. 산업생태계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소외와 낙후의 굴레 속에 갇혀 있던 전북이 대한민국 국가 경제를 이끄는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지자체와 정치권, 대학과 관련 기업이 하나로 뭉쳐 전북에서 대한민국 AI 산업의 꽃을 활짝 피워내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21 19:04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②고물자골목이라는 세계

문구점을 어디에 열지 고민했을 때 우리가 생각했던 몇 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번잡한 도로나 상권보다는 사람들이 걷다가 자연스레 방문할 수 있는 길 안쪽.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편안한 공간. 또 기왕이면 전라감영과 도보로 멀지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조건들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구도심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임대’가 붙은 건물들, 오래된 상가들, 빈집들을 보러 다녔다. 몇 개월간 이어졌지만 딱 여기다 싶은 곳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오랜만에 ‘고물자골목’에 들렀을 때,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물 코너에 자리 잡아 입체적이고 특이한 공간 구조, 내실이 딸려 있어 쓰임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 할 가능성, 무엇보다 오래된 골목이 주는 편안함. 우연처럼, 아니 운명처럼 우리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물자골목’. 도대체 무슨 뜻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이 골목은 오랜 시간을 품고 있다. 풍남문에서 전주보건소로 이어지는 이 지름길은 조선시대 고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전라감영이 있었던 시절에는 ‘은방거리’로,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구호물자가 활발히 유통되며 ‘구호물자골목’이 되었고 빠르게 발음하며 줄이다 보니 ‘고물자골목’이 되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구호물자와 함께 흘러온 청바지를 수선하고 판매하는 가게들이 자연스레 생겨나 한때는 ‘청바지골목’, ‘양키골목’이라고도 불렸다. 강정을 만드는 ‘오꼬시’가게들이 여럿 생기며 ‘오꼬시골목’이라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또 1970년대에는 남부공동배차장이 골목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배차장골목’이라고 불렸다. 남부시장에서 배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이었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칠만큼 번잡한 골목이었다. 한복을 만들던 크고 작은 집들이 많이 있었을 때는 ‘한복골목’, 1980년대 초반 교복 자율화 정책 전까지는 교복을 짓고 수선하던 집들도 많아 ‘교복골목’, ‘수선골목’이라고도 불렸다. 골목은 그때그때 이름을 덧입으며 변해왔다. 2000년대 이후 이 골목은 거의 멈춰있는 듯했다. 남은 건 오래된 한복집, 몇 채의 주택들. 그러다 ‘바늘소녀공작소’가 먼저 골목에 자리를 잡았고,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며 ‘공유공간 둥근숲’이 문을 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와 구도심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에 이끌린 젊은 사장님들이 인근에 카페와 소품 가게, 작업실을 하나둘 내면서 골목 밖에도 변화가 생겼다. 문구점을 고물자골목에 내고 나니, 우리가 상상했던 가게의 분위기와 골목이 똑 닮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묵묵하게 자신들만의 속도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신도시나 상권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낡았지만 따뜻한 분위기까지. 시대에 따라 매번 조금씩 달라진 얼굴을 하며 이어져 온 곳. 시대의 풍경과 함께 자신만의 리듬으로 조용히 살아온 거리. 우리는 그 사이에 들어와 있다. 오래된 흔적들이 걷히지 않은 채 남아, 모든 것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다정한 분위기를 만드는 곳. 골목의 시간을 너무 빠르게 바꾸지 않으면서 이곳의 결을 따라 조심스레 살아가고 싶다. 낡았지만 견고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온전한 공간 속에서. 그렇게 우리는 지금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일상이 겹쳐지는 이 세계에 스며들고 있다. 그 이름은 ‘고물자골목’이다. 김채람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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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1 19:04

[금요칼럼] 사랑과 도움의 선순환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나눔은 돌아올 때 진짜가 된다.’ 예전에 한 선배가 해준 말이다. 그저 멋진 말이라 여겼지만, 나이가 들어 과거를 돌아볼 때 그 의미가 마음 깊이 와닿는 장면들이 있다. 그중 한 장면이 떠오른다. 독일 유학 중이던 당시, 동료들이 부르던 필자의 별명은 하우스마이스터(House Meister), 커피마이스터(Coffee Meister)였다. 이른 아침 연구실 문을 열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문을 닫고 돌아가는 ‘건물관리인’의 모습, 아침마다 연구실 동료들 간에 ‘누가 커피를 내릴 것인가?’에 대한 보이지 않는 긴장감 속에서 잠을 이겨내야 하는 필자가 아침에 출근하여 곧바로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본 주변 동료들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논문을 마무리할 즈음엔 거의 밤을 새우며 작업에 몰두했고, 새벽에 동이 트고 나서 몇 시간 지난 후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료들을 보며 겨우 정신을 차리곤 했다. 한참 분주한 시간을 보내던 필자는 다니던 한인교회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게 되면서 고생의 강도가 2배로 불어났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교포사회에서 2세 자녀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부모와 불화를 겪는 가정이 많았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우등생으로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던 자녀가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백인사회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다. 모든 원인을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 돌리고 원망하는 자녀들이 꽤 있었다. 이 청소년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멘토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논문 마무리라는 큰 숙제가 있는 필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독일어로 글을 쓰거나 전공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쯤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지만, 독일어가 모국어인 교포 2세들에게 자연스레 감정을 이입하여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1~2시간씩 그들을 만나 어려움을 듣고 가슴으로 상대방을 품는 일은 학위 논문을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들과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독일의 어두운 저녁 날씨처럼 우울했다. 귀국을 앞둔 상황에서 청소년 중 누구도 변한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내심 아쉬웠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최종 논문 심사를 위해 다시 독일에 방문하였을 때 아이들은 많이 성장하고 변해있었다. 어떻게 보면 등 떠밀리다시피 한 봉사였지만 그 시간만큼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고 그 진심이 통해서였는지 아이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후일에는 그들 중 아프리카 오지에 의료봉사를 떠나거나 후진국 자원봉사로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논문과 청소년들을 돌봐주는 두 가지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필자를 곁에서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본 연구실 동료들이 필자가 학위 논문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연구실 동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되돌려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내가 보여준 작은 사랑이 또 다른 도움으로 되돌아왔던 ‘사랑과 도움의 선순환’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 사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염도가 높아 생물이 살 수 없는 ‘사해’가 있다. 산맥에서 흘러 내려온 물은 갈릴리 호수에 생명체를 자라게 하고,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그 물은 요단강을 타고 사해로 흐르지만, 사해에 이르러서는 더 흐르지 않고 갇혀버려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다. ‘사랑과 도움’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내가 사랑과 도움을 받고 나에게서 끝이 나면 생명이 살 수 없는 짠물, 썩은 물처럼 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맑은 물로 선순환이 될 때, 나도 살고 상대도 살리는 생명수가 된다. 필자가 젊은 시절 겪었던 ‘사랑과 도움의 선순환’의 경험, 흐르지 못하고 갇힌 사해에서 생명체가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주변 사람들과의 짧은 인사,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가벼운 대화가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발점이 된다. 그렇게 시작된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이 타인에게 작은 울림이 되고, 언젠간 나에게 축복으로 돌아올 것이다. 오늘도 ‘사랑과 도움의 선순환’이 나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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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1 19:03

[병무상담] 병역판정검사에서 7급 재신체검사 대상자가 되었는데 외국에 1년 정도 출국할 계획입니다. 이런 경우 7급 재신체검사 일자에 귀국해야 하나요

병역판정검사 대상자는 기본검사(병리검사, 방사선검사 등) 결과와 질병상태문진표상 수검자가 진술한 질병 및 지참한 병무용 진단서 등을 참고하여 각 과별 병역판정검사의사가 정확하게 검진하여 이학적 소견에 따라 「병역판정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에 정해진 판정 기준에 의거 1급∼3급 현역, 4급 보충역, 5급 전시근로역, 6급 병역면제, 7급 재신체검사 대상으로 판정하고 있습니다. 병역판정검사 결과 신체등급 7급 재신체검사 대상자(현역병 지원 신체검사를 받은 18세인 사람 제외)로 판정되면 치유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통지서에 기재된 지정된 날짜와 시간 및 장소에서 반드시 재신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서 신체등급 7급으로 판정된 사람은 지방병무청에서 자체검사가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바로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서 재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입원, 국외 출국, 수감 등의 정당한 사유로 신체검사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재신체검사를 연기 처분하되 연기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재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이 경우 연기 기간은 동일 질병 신체등급 7급 치유 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재신체검사일로부터 연기 기간이 2년을 경과하면 해당 과목의 병무청 자료를 참조하여 판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병역판정검사 통지서를 수령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는 병역법 제87조 병역판정검사 기피 등으로 소속기관 특별사법경찰관에게 통보하여 수사하도록 하고 형사처분(수사종결, 수사중지 또는 기소중지 포함) 종료 시에는 해당 과목의 병무청 자료를 참조하여 판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7급 재신체검사 기간에 국외 출국으로 확인 시에는 출국 사유로 재신체검사는 연기 처리되며 입국 후에는 연기사유가 해소되어 바로 재신체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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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1 19:03

[기고] 국회와 국회의원의 본분(本分)을 음미하며!

국민이 안전하고 국가가 발전하려면 여러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국회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국회가 항상 국익을 우선으로 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추구 할 수 있도록 훌륭한 입법 활동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회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발전 즉 국익(國益)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이씨 조선에서도 이름은 달랐지만 오늘날 국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의정부라는 기구를 두었다. 의정부는 나라 정책을 심의 토론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한편, 왕권을 보좌하면서 왕의 독단적 실행을 견제하는 기능도 있어 조선의 국정이 잘 운영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조선시대 의정부나 현재의 국회나 다 같이 국가가 잘 운영되도록 하는 목표는 같았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날 국회를 쉽게 설명하면 나라 국(國) 모일 회(會) 즉 명칭 그대로 국사(國事)를 의논하고 결정하는 국가의 기본 체제이다. 그런데 왕왕 보면 국사를 의논한다는 기본 책무를 망각하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기 출신 지역만을 위하고 자신의 당과 자신의 영달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헌법 제40조에는 입법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으며, 동법 44조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 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또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 되었다 하더라도,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되도록 헌법에 규정하여 신분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있다. 반면 의무 조항으로 제46조에는 국회의원의 청렴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이렇게 막중한 권한을 부여받은 국회의원이, 일부이긴 하지만 헌법으로 보장받은 권한을 국가이익이 되는 업무에 쓰지 않고 본인의 영달에 남용한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청렴의무를 망각하고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뇌물을 받는 사례가 적발되었다는 언론보도도 끊이질 않는다.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입법 활동은 국가이익과 국민의 권리를 신장하거나 의무를 지우는 활동이다. 한번 법이 제정되면 오래도록 효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입법 활동은 국회의원의 몫이므로 국회의원의 품격과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은 도덕성, 책임감, 언행에 있어 절제된 품위가 요구되며 자질로 보면 소통력과 입법능력, 정책에 대한 분석능력도 갖추는 등 그야말로 엘리트적인 품격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품격과 자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구체적이고 실용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국회의원 자격시험이라도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기에 국회의원 입후보자 자격 기준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문가를 초빙하여 연수, 세미나 등을 통해 전문적인 식견과 입법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 공천시스템을 상향식 공천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고 국민이 의정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품격과 자질이 향상되도록 하여 국민이 바라고 신뢰하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될 때, 명칭 그대로 국사를 논하고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국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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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1 19:03

모두에게 위험해진 폭염…"무더위 쉼터 접근성 확대해야"

기후 변화로 인해 전북 지역에도 연일 심각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모든 연령층에게 무더위 쉼터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전주시 덕진구는 최고 기온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잠시 서있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로 기온이 높고 햇빛이 따가운 상황이었다. 이에 몇몇 시민들은 도내 지정된 무더위 쉼터를 찾아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이날 덕진구의 한 무더위 쉼터 인근에서 만난 최모(80대·여) 씨는 “산책을 나왔는데 너무 더워서 걷기가 힘들었다”며 “시원한 에어컨도 있어 잠시 앉아서 쉬다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더위 쉼터가 모든 시민에게 출입이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현재 무더위 쉼터가 대부분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위주로 지정되면서 일부 중장년층과 청년층은 이용할 쉼터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유모(30대) 씨는 “아무래도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은 어르신 분들이 사용해야 하는 시설이지 않나”며 “무더위 쉼터로 지정되어 있다고 해도 들어가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현재 도내 지정된 무더위 쉼터 6000여 개 중 4000여 개는 경로당 혹은 노인복지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이 시민들의 무더위 쉼터 접근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은 모든 시민이 마음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며 “특히 취약계층은 경제적, 위생적 문제로 더욱 출입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강도와 일사량이 강해지면서 고령자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활동하는 근로자, 청년들도 온열질환에 노출된 상황이다”며 “경로당 이외에도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시설을 무더위 쉼터로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최근 3년(2023~2025년 8월)간 도내에서 발생했던 온열질환자 429명 중 227명은 60대 이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전북도는 무더위 쉼터를 추가 확보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도 꾸준히 무더위쉼터 접근성 확대 및 개편을 권장하고 있다”면서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이외에도 관공서 등 공공청사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편의점과 은행 등 개인 시설과도 협약을 통해 무더위 쉼터를 확보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특정 계층 이용 시설도 여름철에는 최대한 개방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요금이나 관리비 등 문제가 있어 더딘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쉼터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해동 교수는 “무작정 숫자만 확보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좀 더 편하게 입장해서 쉴 수 있도록 만들 방법을 고민해야 무더위 쉼터 정책이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야외에서 근로하는 분들이나 취약계층 등 실제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무더위 쉼터를 계획하고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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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경
  • 2025.08.21 17:30

[오목대]고령층의 AI·디지털 소외

세상이 온통 AI(인공지능) 얘기다. 일상생활에서부터 교육이며 산업현장, 미디어, 의료, 투자결정에 이르기까지 관련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음식점에서 키오스크 주문을 못하면 ‘밥도 굶게 생겼다’는 우스개 말이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그건 고전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AI가 나오고, 한 걸음 더 나간 피지컬AI가 거론된다. 요즘 전주시내에는 피지컬AI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는 홍보가 요란하다. 노인들 입장에선 세상이 어지럽다. 눈만 뜨고 일어나면 확 달라져 있어 무서울 정도다. 그 속도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얼마 전까지 손만 흔들면 잡을 수있던 택시도 이제 호출앱을 깔지 않고 타기 힘들어졌다. 노인들이 많이 타는 시내버스 요금도 현금 결제 비율이 1%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년층을 비롯해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등 정보취약계층은 더욱 소외되고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19일 공개한 ‘1차 성인 디지털 문해능력조사’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9∼10월 만 18세 이상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내용은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측정했다. 예컨대, ‘카카오톡으로 받은 온라인 청첩장 확인해 결혼식장 찾아가기’ ‘기차표 앱으로 부산에서 서울 가는 표 예매하기’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 주문하기’ ‘은행 앱으로 송금하기’ 등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기 활용능력을 수준1부터 수준4까지 4단계로 구분했다. 수준1은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 조작을 어려워하는 수준’이며 수준4는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활용해 다양한 문제 해결이 원활한 수준’이다. 조사에서 ‘수준 1’에 해당하는 사람이 8.2%였다. 100명 중 8명이 디지털 문맹인 셈이다. 전체 성인 가운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은 40.4%였는데, 60대 이상이 77.7%였다. 학력이나 소득이 낮을수록 디지털 문해능력이 떨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개인의 디지털 역량 차이는 소득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의 건전성과 국가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초중고 교육은 물론이려니와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교육이 절실해졌다. 노인복지관이나 거점 경로당, 대학 평생교육원 등을 활용해 AI와 디지털 교육을 지원했으면 한다. 학습장과 강사 확보, 취약계층에 대한 바우처 지원 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을 표방했다. 이 목표도 디지털 격차를 극복해야 가능하지 않을까.(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8.21 17:27

잊을만하면 터지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탈전북 시도 논란…“농진청 정부 기조 역행”

한동안 잠잠했던 전북혁신도시가 농촌진흥청의 조직개편 추진으로 또다시 ‘이전기관 탈 전북’ 논란에 휩싸였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월 ‘농촌진흥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대통령령)’을 만들어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북혁신도시 인력을 수원에 있는 식량과학원으로 재배치할 계획을 세우면서 ‘업무 효율성’을 빌미로 한 수도권 회귀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21일 전북일보가 전북정치권과 정부 관계자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농진청은 행정안전부, 법제처 등과 조직개편안을 검토·추진 중이었다. 핵심은 소속기관인 농업과학원 인력 43명을 다른 소속기관인 식량과학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전북도와 도의회가 파악한 결과 이 과정에서 이동 인력 중 일부만 완주에 잔류하고, 28∼30명 정도가 수원으로 이동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에 수원 잔류 인원은 15명이다. 식량과학원 본원은 완주 전북혁신도시에 소재하고 있으나 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는 수원에 위치해 있다. 농진청은 이 중부작물부의 기능과 인력을 통합해 수도권 쪽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농진청은 이와 관련 "인력의 수원(식량과학원)이동 계획을 세운 건 맞다"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계획이나 균형발전 기조에 역행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진청이 ‘연구 효율성’을 이유로 과 단위 연구조직의 이전을 현실화할 경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오래전부터 서울 복귀를 희망했던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논란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서울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은 농진청이 일부 직원을 수원으로 이동시킬 경우 이 사례를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 다른 기관들 역시 인구가 많은 수도권 지역에 직원들을 재배치할 명분을 마련하는 등 이번 사태가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북정치권과 전북도의 우려이기도 하다. 농진청의 이번 시도가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기관을 분산하려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기존 혁신도시 기관의 안정화 꾀하는 이재명 정부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서울 재이전), LX한국국토정보공사(드론센터 선정), 지방자치인재개발원(경기도 자체교육), 한국농수산대(멀티캠퍼스 계획)에 이어 농촌진흥청까지 전북 이탈 시도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공은 전북 국회의원과 김관영 전북도지사 등에 넘어갔다. 전북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과 윤준병 의원이 각각 농해수위 간사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국무위원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있어, 같은 국무위원 신분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 이번 사태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구조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 아울러 지난 15일 취임한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이 혁신도시 이전 기관장으로서 얼마나 '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에 부응하느냐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북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도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 이탈을 막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못 막는다면 ‘전북 정치의 황금기’라는 평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일반
  • 김윤정
  • 2025.08.21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