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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부안의 원숭이학교

지난 14일에는 마침 일요일이라 가족끼리 놀러갔다.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가 TV에서 일본원숭이학교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나, 부안의 원숭이학교에 들렀다. 원숭이학교를 찾은 김에 변산반도 이곳 저곳을 들렀다. 바다, 호수, 산, 울창한 삼림, 절, 염전, 젓갈, 바지락죽, 해수욕장 등 다양한 볼거리에서 먹을거리까지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 중 원숭이학교는 지난 6월29일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의 폐교에 개원하여 벌서 전국적인 명물로 등장하였다. 개장한 지 몇 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으로 일요일의 매 공연이 매진되고 있었다. 9,000원이나 하는 비싼 입장료에도 원숭이 쇼를 보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보석 등을 전시한 자연사박물관이 개장되어 있지만, 아직 악어 쇼는 진행되지도 않았고 부대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아 원숭이쇼가 유일한 볼거리였는데도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3부로 구성된 45분정도의 원숭이 공연이었다. 일본 닛꼬 원숭이군단을 데려와 한국말로 조금 더 훈련한 것으로 보인다. 3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이곳에 들른 꼬마들은 손벽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다. 500석을 가득 채우고도 입석으로 입장한 사람들까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열심히 쇼를 구경하였다.그렇지만 공연내용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원숭이들이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지 또는 새로운 한국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지 실수도 많았다. 특히 각 원숭이들의 장래희망을 중심으로 한 교육장면으로 구성한 3부 공연에서 조련사가 원숭이들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 교육적으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사소한 것들을 개선하여 더욱 재미있고 풍부한 쇼를 제공해주면 원숭이학교가 부안관광의 핵으로 등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산반도국립공원과 새만금방조제, 변산 및 격포해수욕장 등이 서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적으로 가족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숭이 쇼, 더 나아가 악어 쇼까지 더 재미도 있고 교육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안의 여러 관광지들도 보다 품위있는 가족관광지로 발전하여, 부안이 가족들이 항시 즐겨 찾는 가족휴양지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07.18 23:02

[오목대] 肥滿과 결식아동

잘 먹고 잘 자고 낙천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들중에 비만(肥滿)이 많다. 남태평양의 여러 섬나라 원주민들중에 뚱보들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족한 먹거리, 근심 걱정없는 생활환경이 그들을 살 찌게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이어트란 말은 그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고 여성의 얼굴이 얼마나 예쁘냐보다 살이 얼마나 더 쪘느냐가 미인의 기준이 되는 부족도 있을 정도다.국민소득이 높고 생활이 풍요로운 선진국일수록 비만증 환자가 많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이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이 육식(肉食)을 즐기는 나라 사람들중엔 체중이 200kg이 넘는 뚱보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비만을 부끄러워 하진 않는다. 드럼통같은 몸둥이로 거리를 활보하고 해변이나 수영장등도 거침없이 휘젓고 다닌다.우리나라 사람들도 40대가 지나 장년기에 들어서면 적당히 살도 찌고 배도 나와야 풍채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배만 나왔다고 사장이냐’는 유행가도 있었지만 그 나이 들도록 왜소함을 벗어나지 못하면 왠지 좀스럽다는 평을 들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비만이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질환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젠 너도나도 살빼기 작전이 치열하다. 다이어트 열풍으로 떼돈을 버는 업종도 부지기수다.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고 강조한다. 행동교정이나 식이요법 적당한 운동, 약물치료등 자신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찾아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개발됐다는 비만치료약이 일본에서 부작용을 일으켜 목숨까지 빼앗았다는 사실을 비만증환자들은 상기 할 필요가 있다.마침 미국에서는 비만을 억제하는 법률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한다. 인구의 61%가 과체중이고 매년 30만명이 비만으로 희생된다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하긴 우리나라도 성인 3명중 1명이 비만이라는 의학계의 보고도 있었던 터라 결코 남의 나라 일만도 아니다. 특히 어린이 비만이 심각한 수준이라니 더욱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한편으로 10만명의 결식아동이 방학중 점심을 제대로 못먹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는게 우리 현실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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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7 23:02

[오목대] 반성과 후회

사람이 살아 가는 모습을 보면 꼭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그리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일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우리네 삶이 과연 이렇게 분명하게 나누어지는 것인가에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이런 구분도 못하며 사는 모습들을 너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쓸모가 있다고 본다.얼마전 월드컵 대표팀에 몸을 담았던 한 선수의 불만이 기사화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이유인 즉 선발로는 물론 교체선수로도 기용되지 않아서 출전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감독, 선수 그리고 기자가 해야 될 역할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서 되돌아 볼 기회를 주었다.선수 기용에 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어야 한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의 선수 선발권에 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축구사에 전설로 남을 일이지만 적어도 이번 월드컵 감독인 히딩크에게는 전권을 다 주었다. 그리고 감독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해냈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다음으로 선수 개인의 태도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선수 입장에서는 기용되지 않은 것에 서운함을 가질 수는 있다. 그리고 이런 서운함을 표현할 자유도 있다. 하지만 그런 표현이 언론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야 했다. 실제로 홍명보 선수나 이영표 선수가 방송과 신문에 자신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기사화시키는 것에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분명 대조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그 다음으로, 선수 개인의 서운함에 대해서 기사화한 언론의 태도이다. 선수의 개인적인 서운함이 기사화할 대상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온정주의에 기대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개인적인 감정이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미 히딩크 감독이 재임기간 제일 힘들었던 일로 지적한 것이 언로의 추측성 기사였다는 점에서도 언론은 해서는 안되는 일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는 격언이 있다.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은 앞으로 잘 해보자는 뜻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새겨보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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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7.13 23:02

[오목대] 제왕절개수술

제왕절개수술(caesarern Section)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로마의 정복자 율리우스 카이자르(Julius Caesar)가 이 수술로 태어나서 이 명칭이 유래되었다는 속석이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어쨌든 이름은 제왕절개술로 여전히 쓰고 있다.지난 99년 하반기 43%까지 치솟았던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지난해 39.6%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에 달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해마다 지역별·병원별 수술 건수를 공개하고 여성단체들이 이를 활용하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겨우 3%P 소폭 하락에 그쳤다. 도내의 경우는 37.3%로 조사돼 전년도 보다 오히려 0.6%P 높아졌다.우리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 5∼15%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15%)·영국(16%)의 2∼3배를 웃도는 수치이다. 특히 제왕절개 천국이라는 미국(23%)을 크게 상회한다.지난 85년 6%대에 머물던 우리의 절개수술 분만율이 이처럼 40%를 오르내리게 된 것은 병원측의 권유에 산모들의 그릇된 인식이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측은 제왕절개비용(18만1천원)이 정상분만료(11만2천원)보다 높아 수입을 올리기가 쉽고, 의료분쟁 책임을 따질때 제왕절개가 의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도 이를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한다. 여기에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이유까지 들어 수술을 권유한다. 또한 산모들도 산고(産苦)를 피하려고 수술을 선호하고 제왕절개 분만이 더 안전하다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수술분만을 유도할때 예상되는 부작용과 단점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 미국 의학협회지에 게재된 자료에는 제왕절개 분만이 정산분만보다 합병증 발생률은 2배, 분만 사망률은 4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와있다. 또 절개수술을 할 경우 입원기간도 4∼5일 더 길어져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이처럼 왜곡된 출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들이 솔선해 당장의 진료수익보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진료비 격차를 없애고 정상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산모들의 각성도 중요하다. 차제에 산모나 사회 모두에 좋은 정상분만 권장 캠페인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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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2 23:02

[오목대] "4强 신화" 속 숨겨진 고통

이번 월드컵으로 최대의 스타가 된 사람이 히딩크 감독이다. 4등을 한 한국축구대표팀과 한국을 뒤로 하고 히딩크는 이제 고국이 ㄴ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에서 감독직을 맡게 되었다.마치 그가 와서 축구대표팀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던 것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그가 40등을 4등으로 끌어올려 이러한 히딩크릐 리더쉽은 두고 두고 한국의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그의 리더쉽을 무조건 채용하기에는 여러 함정이 있다.프로 스포츠는 이미 자본주의 의 최첨단 모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스타위주의 연예시스템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보상도 충분히 못받고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스타 독점시스템이라고나 할까. 이기지 못하면 아무 쓸모도 없다. 승리자만 스타가 되기 때문에 오로지 승리를 위해서 질주한다. 월드컵도 이러한 스타시스템의 경연장이다. 스포츠 자본주의의 총아인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로 선발되었지만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김병지, 윤정환 등은 엄청난 마음고생을 했다. 너무 마음이 아퍼 윤정환은 자신의 생애처음으로 그렇게 술을 마셨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몸을 만들어 놨고 그래서 다른선수 이상의 실력을 발취할 수 있었는데도 히딩크 감독이 전혀 출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윤정환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에 잘못보이면 수비게 그것이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김병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부 감독들도 히딩크의 업적이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서라기 보다는 축구협회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어 자기 마음대로 모든것을 할 수 있어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미 체력을 기초로 한 압박축구가 한국축구가 나가야할 길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다.아마 이들의 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이들의 말에서 느끼는 히딩크는 철저한 사람이다. 내일 출장할 것 같이 오늘 훈련시키면서도 내일 출장시키지 않았다.물론 스포츠가 처절한 승부의세계이지만 출장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4강의 신화에는 이들의 심한 고통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 신화속에 솜겨진 선수들의 고통도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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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1 23:02

[오목대] 褒賞金 만능주의

월드컵 축제에 이어 서해교전 사태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이 지난 1일부터 새로운 제도 하나가 선보였다. 이른바 ‘불법 의료행위 신고포상금제’가 그것이다. 의약분업 시행후 의사나 약사들의 불법 조제시비를 막고 담합행위나 무자격자 조제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제도다. 가령 처방전만 발급해 주게 돼 있는 의사가 약까지 조제 한다거나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규정외의 조제행위를 할 때 이를 신고하면 10만원 내외의 포상금을 준다는 식이다. 교통법규 위반이나 쓰레기 불법투기, 불법 선거운동 신고포상금제에 이어 불법의료행위에까지 포상금 시혜(?)의 폭을 넓혀 놨으니 바야흐로 우리나라는 이제 ‘신고 포상 만능의나라’가 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율과 책임아래 법의 제재없이 시행돼야 할 의약분업이 이런 식으로 상처를 입는 일이 안타깝다. 벌써부터 의사측과 약사측이 수사기관 출신자들을 고용하여 상대방을 감시하는 일을 구상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니 딱한 노릇 아닌가. 교통법규 위반이나 쓰레기 불법투기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한 달에 기백만원까지 수입을 올린다는 전문 신고문들에게는 앞으로 이 방면에서 또다시 수완(?)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준 셈도 된다. 국민의 정부 최대 실책의 하나로 꼽히는 의약분업제도지만 시행 2년째를 맞아 함생제 오남용을 방지하는등 일정부문 성과를 거둔 측면이 없진 않다. 다만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병의원이나 약국을 오가며 불편을 겪어야 하는 환자들의 불만을 아직도 명암이 엇갈린다. 또한 의료보험 재정 고갈도 문제점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행상의 오류를 시민들의 고발정신에 기대어 해결하려 든다면 그것은 행정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무책임의 표본이다. 땀띠가 나면 연고 한번 바르면 낫는데도 그것을 사려면 의사처방이 있어야 하는 규정, 급해서 병의원대신 약국을 찾았을때 규정보다 비싸게 약을 구입해야 하는 모순을 의약분업은 아직도 안고 있다는게 국민들의 시각이다. 하물며 그런마당에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적정한지조차 구분을 잘 못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불법의료행위를 근절 하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이떻게 나올수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시민고발정신과 이간질의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 제도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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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10 23:02

[오목대] 아름다운 退陣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줄이고 지방행정을 쇄신키위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 청심(淸心) 편에 ‘염자(廉者)는 목지본무(牧之本務)이며 만선지원(萬善之源)이고 제덕지근(諸德之根)이니 불렴이능목자(不廉而能牧者)는 미지유아(未之有也)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청렴은 목민관 본연의 의무로 모든 선정의 근원이요,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으면 참된 목민관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다산은 또 낙락시용(樂施 用) 편에서 ‘간과창양(干戈 愴壤)에 유리기우(流리 寄寓)는 무이존지(撫而存之)가 사의인지행야(斯義人之行也)니라’하여 의로운 목민관은 모름지기 불쌍한 사람을 돌보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적고 있다. 비록 2백년 전에 설파한 지방 관리들의 지침서이지만 당시 수령들에 대한 정약용의 외침은 수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 까지도 우리 사회에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6·13지방선거로 퇴임하는 일선 시장·군수들의 ‘아름다운 퇴장’이 이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권이담(權彛淡·73) 전 목포시장은 퇴임에 앞서 민선 1∼2기 재임기간 동안 받은 급여와 수당 14억 1천여만원 전부를 목포시에 기탁했다. 일찌기 시장선거 출마 포기와 정계은퇴를 선언한 그는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시민들의 배려로 7년동안 일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시는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가정 형편이 어렵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문경규(文璟圭·70) 전담양군수도 이임에 앞서 군장학회에 2천만원, 노인회 후원금으로 1천만원을 기탁하고 청내 일용직과 청원경찰·운전원 등 하위직 1백명에게는 10만원씩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그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이들의 보수가 너무 적어 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군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달라는 뜻으로 정성을 전했다”고 했다. 그 역시 70이 넘어 한번 더하려 한다면 욕심이라며 후진들에게 길을 터줄 생각으로 재선 직후 불출마를 결심했었다고 밝혔다.온갖 비리로 얼룩진 지방자치나 아니면 안된다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세태 속에서 이 두 민선단체장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퇴진은 무더운 여름날 한줄기 소나기 만큼이나 청량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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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8 23:02

[오목대] 여성의 감정표현

거창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그동안 분출시키지 못했던 묵은 감정들을 속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비록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한민국’을 외쳤을 망정 속내로는 그동안 응어리졌던 각자의 감정들을 하나씩 정리해 갔을 것이다.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옆에서 목청껏 외치는 사람은 남자가 아니었다! 아니 이럴수가… 우리는 그동안 서툴게 운전하는 여자만 봐도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 운전은 무슨…’식이었다. 그런데 남자들이 잠깐 방심(?)한 사이에 남성전유물인 축구에 여자들이 슬그머니 터를 잡은 것이다. 그냥 겸손한 태도로 잠깐 실례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보아하니 축구에 남자보다 더 정신없이 빠져든 모양이다. 태극기로 치마만 만들어 입었어도 말을 안 한다. 그보다 더한 것도 여자들은 했다.하긴 그렇다. 월드컵 축구에 여자시합이 있었다면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승에도 갔을 것이다. 그동안의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굵직굵직한 업적은 여자선수들의 작품이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들이 응원인들 뒤지겠는가. 붉은 악마의 약 40%가 여성회원들이라고 한다. 전체회원 수가 23만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성회원의 절대적인 수는 대단하다.그런데 평소 축구에 대한 관심계층이 주로 30대 남자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를 보니 그 진수에 빠져들지 않을 남·녀·노·소가 없겠지만 그래도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는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우리는 여성들이 과감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장소가 광장이나 거리 등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곳은 공개적인 장소라는 성격을 갖는데 여기는 그간 주로 남성들의 차지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여성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남성들의 태도때문이었다.그런데 월드컵은 여성들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감정표현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이런 장소에서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기회를 얻은 여성들은 모처럼 차별없는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강한 소속감을 얻게 된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얻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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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6 23:02

[오목대] 프로축구 활성화

월드컵이 끝난지 1주일이 돼가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한국축구 ‘4강 신화’의 감동과 환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화려했던 축제의 끝은 새로운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4강 신화’ 한번의 위업에 만족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발전과 더 큰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이제 그만 흥분을 가라 앉히고 국내축구의 현주소를 냉철히 판단해야 할 때이다.세계가 깜짝놀란 도약을 이룬 한국축구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아직도 부끄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출범 20년이 된 프로축구리그는 현재 고작 10개팀에 그치고 그나마 2부리그 조차 없다. 1부리그 16개팀에 2부리그 12팀을 보유하고 완벽한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는 이웃 일본과의 비교가 되지 않는다.국내 프로선수는 겨우 4백명 안팎이고, 초등학생까지 합친 등록선수도 1만7천여명에 불과하다. A매치 경기에는 그런대로 관중들이 모이지만 국내 프로리그 경기장의 스탠드는 항상 썰렁하기만 하다. 클럽간 대학경기에 만원을 이루는 축구강국의 팬들이 이 광경을 보면 아연실색할 일이 아닐 수 없다.월드컵 ‘4강 신화’를 지속적인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축구 관계자나 팬들의 할 일이 많다. 먼저 국내 프로축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세계적 규모의 축구 전용구장을 가진 도시가 연고 프로팀 조차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이와함께 저변확대를 위해 유소년축구를 집중 육성하는 일도 시급하다. 또한 청소년 유망주들을 해외로 많이 진출시켜 선진기술을 습득 도입해야 한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 한국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다. ‘레드 신드롬’의 주역인 붉은 악마들은 한국의 마지막 경기인 터키와의 3-4위전 경기에서 카드섹션으로 ‘CU※K리그(See You K리그)’를 간절히 호소했다. 국민들이 축구장을 자주 찾는 애정을 보여줄 때 한국축구는 진정한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때마침 모레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올해 K리그 첫 경기인 전북현대와 안양LG와의 경기가 펼쳐진다. 많은 도민들이 경기장을 찾아 전북 연고팀 현대, 나아가 한국축구 발전에 뜨거운 격려를 보내줄것을 기대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07.05 23:02

[오목대] 全州川 생태관광

‘맑은 물 되찾기’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흔히 영국런던의 템즈강과 일본 도쿄의 스미다강을 꼽는다. 둘다 산업화 과정에서 심각한 오염을 겪었지만 시민단체나 시의회의 노력으로 생태계를 복원한 케이스다.템즈강의 경우 상류지역의 아름다운 경관과 워털루교 타워브리지등 유서깊은 교량들로 세계적 관광명소가 됐지만 수질오염에 따른 심한 악취와 수인성 질병 유발로 시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됐다. 스미다강 역시 강변으로 기차가 지나갈때 창문을 닫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다. 두 도시의 의회가 나서 ‘수자원법’ ‘수질악화방지법’등을 제정하여 오수(汚水)차단과 수질개선에 힘쓴 결과 연어가 다시 올라오고 철새들이 둥지를 트는 생태계 복원에 성공한 것이다. 불과 30여년전 일이다. 이런 예는 비단 템즈강이나 스미다강만의 일도 아니다. 독일의 라인강이나 프랑스의 센강, 88올림픽을 치르면서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벌인 서울의 한강 살리기가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의 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근래 전주천의 모습이 옛날과 크게 달라졌다. 불과 몇해전만 해도 각종 오폐수로 악취가 진동하던 그하천이 아니다. 지저분하던 둔치곳곳에 쉼터가 조성되고 자연석으로 가꾼 천변 조경도 산뜻하다. 그러니 사라졌던 물고기들도 다시 찾아들수 밖에. 맑고 깨끗한 물속에 모래무치 쉬리등이 헤엄치고 다슬기 반딧불이의 모습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해질녁이면 백로들이 날아 들어 물고기 사냥을 하는 모습도 새로운 풍경중의 하나다.이처럼 전주천이 옛날의 모습을 되찾게 된것은 그동안 전주시가 전주천 정화사업에 쏟은 행정력과 시민 환경단체등의 자발적인 동참노력의 결과다. 따라서 시민의 힘으로 복원된 전주천의 자연환경을 이제부터 지키고 가꿔 나가는것 또한 당연히 시민의 몫이다. 반가운 것은 이곳에 생태관광코스가 새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전주시 계획으로는 전주천 상류인 한벽루 부근에 1천여평 규모의 자연학습원을 만들어 민물고기 반딧불이 곤충류등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체험장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오는 2004년 완공할 계획으로 있다니 머지않아 전주천에 새로운 명물 하나가 생길 모양이다. 이미 성공을 거둔 여의도나 난지도 우포늪등의 생태공원들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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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3 23:02

[오목대] 韓國人 감독

월드컵 4강! 한때 아시아의 맹주(盟主) 자리마저 빼앗기고 동네축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한국축구가 드디어 신기원(新紀元)을 이뤄냈다. 성질이 불같은 축구팬들은‘결승까지 갈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하고 있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4강고지를 점령한것만도 신화창조요 기적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그러나 한국축구 월드컵 4강은 결단코 우연이 아니었다. 세계의 변방 축구신세를 면치 못해온 한국축구의 고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한 히딩크 감독, 감독의 훈련 스케쥴에 온 몸을 던진 태극전사들, 그리고 전 국민이 하나되어 보내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예고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중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예리한 판단력과 원칙을 중시하는 추진력은 단연 돋보였다. 그는 한국축구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엄정한 선수선발과 체력 보강·즐기는 축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리고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 작년 컨페더레이션컵 대회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를 당했을 때나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5로 수모를 당했을 때도 그는 꿈쩍않고 자신의 방법을 고집했다. (감독이 한국인이었으면 진작 쫓겨났겠지만) 어쨌든 그는 한국축구에 새 역사를 쓰고 영웅이 됐다.하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국인의 기질과 한국적 풍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한국축구의 고질병이 정실에 의한 선수 선발과 경기 후반 급격히 떨어지는 허약한 체력, 그리고 반드시 골을 넣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문전 골처리가 미숙했다는 점을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모르는이가 없다. 더구나 무명(無名)시절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박종환 감독은 이미 한국축구의 고질병을 확실하게 진단하고 한국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카리스마라면 두번째 가라하면 서뤄워할 그도 대표팀 감독을 맡고 나서 부터는 웬일인지 제대로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불명에 퇴진을 하고 말았다. 요즘 그는 사석(私席)에서“왜 외국인 감독은 되고 한국인 감독은 안되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하고 있다고 한다.‘원칙이 통하는 사회’바로 이것이 왕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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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7.01 23:02

[오목대] 월드컵 유머

요즈음 대한민국 국민들은 너무 흥겹다. 4강전에서 독일에게 패한 뒤에도 상심해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흥겨운 정도가 도에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이런 흥겨움은 축구와 관련된 유머를 만들고 즐기는 것으로 더 커지지 않나 싶다. 이를테면 ‘히딩크는 송종국(國)에 산다. 그 송종국의 설기현(絃)에는 박지성(城)이 있는데, 이 성에는 이을룡(龍)이 살고 있고 안정환(丸)이란 명약이 있다. 설기현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를 할 때 홍명보만 낸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이천수(水)를 마신다’는 식이다.이런 종류의 유머는 선수들의 이름 마지막 음절의 발음과 동일하지만 의미는 다른 한자어들을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기발하고 그 재치에 웃음을 금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이런 의도적인 유머는 아니더라도 응원가 중에 반복되는 구절인 ‘오 필승(必勝) 코리아’를 외국인들은 ‘오 피스(peace) 코리아’로 듣고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참 평화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이 경우도 우리말의 ‘필승’과 영어의 ‘피스’발음이 비슷해서 생겨난 넌센스인 것이다.유머는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정신적으로 여유를 찾게 하며 다른 사람들까지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한다. 이 유머는 본래는 고대 생리학에서 인간의 체내에 흐른다고 여겼던 혈액·담즙·흑담즙·점액 등의 체액을 의미하였다고 한다. 이들 체액은 배합 정도에 따라 사람의 체질이나 성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해서 기질·기분·변덕스러움 등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 뒤 인간의 행동이나 언어 등에서의 웃음이나 그 웃음을 인식·표현하는 능력으로 바뀌었다.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유머는 대다수 언어유회, 즉 말놀이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런 말놀이의 다수는 같은 발음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거나 반대되는 경우를 이용하여 만들어진다.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언어가 유희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점은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같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속에서 얻는 웃음이 폭력적인 행동에서 억지로 유발되는 유형에서 비폭력적이면서도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라는 연상의 고리를 찾게 하는 좀 더 세련된 유머로 발전한 것에 주목된다.우리 대한민국과 터키의 3·4위 결정전이 열리는 오늘도 세련된 웃음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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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29 23:02

[오목대] 히딩크식 리더쉽의 함정

한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선전하자 히딩크의 리더쉽에 대한 논의가 더욱 가열화되고 있다. 히딩크가 주장했던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은 이미 1984년 박종환 감독이 선보인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의 개인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압박축구를 선보이며 제2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오른 바 있다.물론 박종환감독과 히딩크 감독은 기본 방향은 같았지만 히딩크감독이 한결 더 과학적이었다. 철저한 데이터수집과 분석을 통해 전술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유럽팀을 지도해 봐서 유럽축구의 흐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팀이 유럽강팀을 계속 격파할 수 있었다.그는 핵심과제를 간결하게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이 명확한 목표를 가지게 했고, 연고주의를 넘어 모든 가능한 인재를 과학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하였고, 서로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창조적 노력을 하게 하여, 팀의 능력을 크게 증폭시켰다.서울올림픽 이후 그랬듯이, 월드컵 이후, 월드컵 열광은 점차 사그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의 리더쉽은 한국에서 크게 확산되어 한국 전반에서 과학적인 평가시스템을 통해 능률과 효과를 크게 높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히딩크적 리더쉽이 좋기만 할까?히딩크는 선수들을 불안하게 하여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리더쉽이 채택되면 한국에서도 직장의 효율성을 크게 제고하겠지만 조금만 능력이 떨어지면 그 사람을 퇴사시키는 것이 정당화된다. 직장의 취업이 단기화되고 불안정해진다.평생직장에서 위와 같은 직장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안정망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안정망 없이 실직자를 양산할 경우 사회적 불안을 높일 수도 있다.히딩크는 카리스마와 인화로 대표팀을 잘 이끌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대표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처럼 평생 일해야 하는 곳에서 맹목적인 실력주의는 협력보다는 개인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더 크다. 대표팀의 협력 속에서도 선수 개인간의 경쟁은 아주 치열했다. 잘못되면 팀의 분열을 낳을 수도 있다.따라서 그의 리더쉽을 모방하는 경우 보다 세심한 점검을 필요로 한다. 무조건적인 모방이 각 집단을 더우 어렵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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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27 23:02

[오목대] 敗者는 有口無言

미국 프로야구에서 한때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전자시스템 도입을 검토한 일이 있다. 주심의 판정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구단(球團)측이나 선수들의 불만때문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반대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팬들은 오심(誤審)도 경기의 일부이고 그것은 그것대로 야구를 즐기는 또다른 묘미중 하나라고 본 것이다.야구뿐 아니라 모든 운동경기가 다 그렇듯이 심판 판정이 1백% 옳을수만은 없다.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수 있는 것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라운드가 너무 넓고 주심의 시야를 가리는 일이 많아 정확한 판정이 어려운것이 축구경기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 패한 이탈리아나 스페인팀의 오심항의는 도를 넘어 지졸하기까지 하다.우리팀이 과연 주심의 도움으로 이처럼 놀라운 신화를 창조했을까?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오심때문에 승리를 도둑 맞았는가? 아니다. 우리 국민 누구도 그렇게 믿지 않고 있으며 그 나라 국민들중에서도 양식있는 축구팬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승승장구 할수 있었던것은 히딩크라는 걸출한 감독의 지도력과 체력·스피드·기술을 끊임없이 담금질한 대표 선수들의 피와 땀의 결정(結晶)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등 세계의 유수한 언론들이 월드컵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극찬할 정도로 한국팀의 기량은 이미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신장됐다.독일과의 16강전에서 패한 미국의 부르스 아리나감독이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버홀터선수의 슛이 독일 수비수 슛에 맞았으므로 페널티킥이 주어졌어야 한다는 베켄바우어의 지적에 대해‘패자는 유구무언이다. 축구의 세계에서는 일단 이겨야 그 다음에 무슨 말이든지 할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지고난후에 이러쿵 저러쿵 아무리 시비를 걸어봤자 돌이키기는 어렵다. 억울하다고 생각되지만 깨끗이 승복할수 있는 도량을 갖추는 것, 그것이 바로 참다운 스포츠맨쉽이다. 월드컵의 역사는‘이변의 역사’라고 할만큼 뜻밖의 결과가 많이 나온다. 이번 월드컵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두지만 우리의 선전(善戰)은 이변이 아니다.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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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26 23:02

[오목대] 스포츠 情報化

스포츠의 생명력은 건강한 육체들의 땀과 정열이 빚어내는 인간 능력의 무한함에 있다. 뛰고 달리고 부딪치는 인간의 본능적 투쟁력이 스포츠라는 ‘규정의 틀’속에서 승부를 놓고 여과없이 발산되는 것이다. 경기장 안에서 직접 뛰는 선수나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팬들이나 그 결과의 만족도는 대등하다. 최선을 다 한승부의 세계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팬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스포츠가 거대한 산업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는 맞다.또 있다.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새롭게 달성되는 흥미진진한 기록들과 뒷얘기들이다. 어쩌면 스포츠의 진미(眞味)는 여기서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포츠 세계에 정보화 물결이 거센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포츠사는 인터넷을 통해 ‘스포츠 정보욕’을 충족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라 한다. 경기일정이나 결과만이 아니라 선수의 몸에 작은 칩을 달아 경기중 감정 및 신체 상태까지 실시간대에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예컨대 축구의 경우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 22명의 체력이 현재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그래프로 보여줄수 있다는 것이다.뉴욕의 스포츠비전사 또한 비슷한 사업구상으로 바쁘다. 이 회사는 아이스하키 ‘퍽’의 움직임을 화면에서 쉽게 알아볼수 있는 특수장치를 개발중이며 야구에서 홈런 볼이 팬스를 맞지않았을 경우 몇m짜리 였는지를 보여주는 시스템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기록의 경기에 걸맞게 홈런 볼의 비상거리까지 정확히 잴수 있다는것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스포츠 정보화는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도 빛을 냈다. 팬들은 TV화면을 통해 경기중인 두 팀의 경기력을 실시간대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가령 볼 점유율이나 슈팅 성공률이 한국은 몇%, 미국은 몇% 하는 식으로 도표로 대비되어 관전의 묘미를 한층 높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두 팀의 슈팅수나 반칙, 업사이드, 코너킥등을 해설자가 설명하는데 그쳤던데 비하면 정보화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나저나 정보화가 이런 수준으로 진행되면 우려되는 일이 없지 않다. TV스포츠 캐스터들의 할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쓸데없는 너스레(?)를 안들어서 좋은점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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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25 23:02

[오목대] 아름다운 承服

재작년 말, 전 세계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주주의가 만개(滿開)한 미국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플로리다주 선거는 총체적으로 부실하여 한국적 시각으로 본다면 원인무효나 다름없는 선거였다. 선진 민주주의를 구가하는 미국에서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음직한 투표용지와 개표기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고, 마이애미 해럴드지는 죽은 사람겧サ佇舅?투표권이 없는 중죄인 까지도 투표를 했다고 폭로하고 나섰으니 플로리다주 선거가 얼마나 엉망으로 치러졌는지 짐작이 간다.게다가 잽갮겫館?주지사와 조지갮겫館?후보는 친형제였으니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었고, 또 수(手)작업 검표를 명령한 주대법원과 이를 중지시키는 명령을 내린 연방 대법원의 판결도 4대3과 5대4의 아슬아슬한 표차였으니 선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치열했는지는 불문가지이다. 더구나 플로리다주 선거 결과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판이니 그 선거가 얼마나 격렬하고 혼탁했겠는가.그러나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자 앨겙藉?후보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를 인정한다”고 선언하고 “부시 당선자에게 연설 직전 축하전화를 했는데 이제 다시는 전화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청중을 웃기는 여유까지 보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헌정중단 사태가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진실축구가 사회 일반의 가치로 자리잡은 미국, 그러나 그들은 세계의 우려와는 달리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난제를 해결 해 냈다.6?3지방선가가 끝난 후 여기저기서 고소겙紫?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선거법이 워낙 강해서 어지간한 사안도 걸려들기 십상이어서 이를 악용, 똑같은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이 당선자를 물고늘어지고 있다. 선거풍토가 이렇게 험악해서야 지역화합과 지역발전을 어떻게 이룰수가 있겠는가. 4년 후 선거는 다시 치러진다. 승복하는 아름다운 자세를 보여 유권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4년 후를 기약할 수 있다. 질시와 반목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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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24 23:02

[오목대] 축구의 재미

이제 결전의 아침이 밝았다. 8강에 안착한 한국 축구가 4강진입을 위해서 스페인과 광주에서 한 판 승부를 겨루게 된 것이다. 오늘의 경기는, 이젠 바랜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한 편의 드라마’라는 표현이 제일 어울리는 이탈리아전 승리를 딛고 얻어낸 기회이다.지난 화요일 저녁은 정말이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를 만든 날이었다. 경기 초반의 페널티 킥 실패와 이어진 실점, 그리고 더 강력해진 빗장 수비 등으로 우리의 8강 진출은 멀어지는 듯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 연장전 막판 안정환의 골든골은 우리 국민의 뇌리에 강한 자극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관전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조차 열광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 마디로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 나라 대표팀이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한데 말이다. 한 번 물어 보자.‘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살지?’월드컵이 끝나면 아니 한국 대표팀의 승리가 끝나면 월드컵의 재미는 끝날 것인가. 이번처럼 재미있고 볼만한 경기를 다시 보려면 4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하지만 재미는 결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승부는, 특히 관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축구를 포함함 모든 스포츠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스포츠는 정신적인 활동을 육체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 묘미가 있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정말 재미있는 축구를 만나려면 세부적인 축구기술에서부터 팀전술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배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만약 축구기술 하나만 배워본 사람이라면 국가대표 아니 우리 전북 현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기술에서도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공은 둥글다. 오늘 스페인과의 경기결과를 예단하지 말자. 그리고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는 결과에 관계없이 아낌 없이 박수를 보내자. 그리고 오늘의 승부에 연연해 하지 말고 축구를 이해하고 즐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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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22 23:02

[오목대] 월드컵 熱氣

월드컵게임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월드컵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인가? 왜 우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했을까? 또는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동원된 것일까? 잘 생각해보면 월드컵은 국가나 전주시의 행사이지 나의 행사는 아니다. 내가 월드컵을 하자고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모든 사람들이 전국에서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때로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수천만명이 단일한 방향으로 열광을 하다니. 물론 재미도 있었고 민족과 국가에 대한 뭉클한 사랑도 느껴졌다. 아! 나와 같이하는 민족이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원래 국가 대항 축구는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도구이다.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들은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국민의 열화같은 성화를 모아 독재의 정통성을 확보하는데 활용하였다. 그런데 한국은 물론 독재국가가 아니다. 어디에서 그런 열화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을까?현실에 대한 좌절감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고 정치는 패거리싸움으로 탈출구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오랜만에 누구나 동참을 할 수 있는 국가적인 탈출구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좌절감이 없더라도 승리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겠지만.박세리가 미국 프로골프에서 우승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박세리가 처음 수상할 때, 무엇이 대단하다고 그처럼 전국이 난리였을까? 지금은 박세리나 김미현이 우승하더라도 덤덤하게 지나간다. 그러고 보면 전국이 들떠 기뻐하게도 하고 또는 덤덤하게도 하는 것도 방송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방송이 한달 내내 한국축구팀이 한민족인 것처럼 나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물론 이기거나 우승하면 좋다. 그리고 한국의 능력을 만방에 보여주면 기분도 좋다.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렇지만 정말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설령 우승하지 못하거나 패배하면 어떤가? 히딩크감독이 한 말이 생각난다. ‘게임으로 즐겨라’그러자. 게임으로 즐기자. 너무 과다하게 축구가 국가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자. 월드컵은 월드컵일 뿐이다. 그 다음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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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20 23:02

[오목대] 太祖路 관광

유럽을 여행하는 관광코스로 대개 로마를 맨 마지막에 넣는다.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를 마지막 방문국으로 잡은 식이다. 관광업계의 설명이 그럴듯 하다. 고대이후 로마제국이 유럽 대륙을 석권함으로써 비잔틴문화와 혼재된 로마문명의 유적이 각국에 고루 퍼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각국을 돌아 다니다 보면 문명의 동질성만큼 중세이후 건축물이나 유적들이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도시 전체가 유적덩어리인 로마를 먼저 관광하고 나면 다른 나라 도시들의 볼거리 시들해진다는 평가가 결코 빈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다.88올림픽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관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태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지금은 유럽북남미, 호주 아프리카 등지로까지 대상국이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해외에서 소비하는 경비가 외국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관광하며 쓰는 돈보다 훨씬 많다는 통계로 나와 있다. 지금도 골프·카지노등 호화사치 관광이 도를 넘고 있다는 못가진 사람들의 불평과 비난속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의 출국 터미널은 해외관광을 떠나는 내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그러나 눈을 안으로 돌려 보자. 굳이 외국에 기를 쓰고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도 얼마든지 볼거리가 많다.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제주도를 비롯해서 경주·설악산·무주·동서해안등 관광지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나라안 관광지를 다 찾아도 평생이 모자랄 판이다.문제는 관광을 제대로 할수있는 시설이나 여건 볼거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이다. 일찌기 관광산업이 발달한 유럽 여러나라들이 나라마다 독특한 명소를 개발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는 마케팅 전략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전주에도 새로운 관광명소 하나가 등장한것은 반가운 일이다. 풍남제때 빛을 낸 태조로(太祖路)가 그곳이다. 전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시민들도 그 화려한 변신이 놀라울 정도이다. 말로만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 이처럼 전주의 전통문화를 한눈에 체험할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태조로가 서울의 로데오거리나 동경의 긴자(銀座), 파리의 상제리제 거리만큼 명성을 얻지 못하란 법이 없다. 앞으로 더욱 가꾸고 다듬기 나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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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19 23:02

[오목대] 태극기 응원

우리의 태극기가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낸것은 1882년 8월 일본 고베(神戶)에서다. 당시 특명전권대사겸 수신사로 일본을 방문한 박영효(朴泳孝) 일행이 니시무라야(西材 ) 숙소에 지금의 태극4괘가 그려진 기(旗)를 게양하면서다. 물론 당시엔 국기의 개념이 정립되기도 전이었으므로 단지 조선을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일본행 뱃속에서 급조된 일종의 깃발이었을 뿐이다.그랬던 태극기가 정식으로 국기가 된것을 정부수립후인 1949년 1월 당시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의 특명에 의해서다. 이대통령은 국민들의 국가관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나라의 상징’인 국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그 결과 국기제작법과 게양법등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서 태극기가 국기로 정식 탄생한 것이다. 이때부터 태극기는 각종 의전행사나 국경일에 반드시 게양되고 국민들의 자존심을 일깨우는 공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토록 신성과 권위의 상징으로 외경시 되어온 태극기가 이젠 월드컵을 계기로 한결 친숙한 시민들의 벗으로 다가서고 있다. 우리 팀의 경기가 있을때마다 관중석과 거리에 태극 물결이 휘몰아 치고있고 택시나 학생들의 책가방에까지 태극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응원단들에게도 태극기는 다양한 소도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얼굴에 태극모양을 새기는것은 보통이고 머리에 쓰는 두건, 스카프, 망토가 등장하는가 하면 한 백화점에서는 국기를 본 딴 수영복 패션쇼까지 열릴 정도다. 태극기를 비에 젖도록 방치했다해서 국기모독죄로 입건되는 일까지 있었던데 비하면 국기 사랑의 세대변화에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이런 행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기의 권위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우려가 없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의 국기 공경은 사실 지나친 엄숙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온것도 사실이다. 외국에서는 국기를 일상의 도구화라고 상품화하여 관광객들의 시선을 끄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비하면 우리가 오히려 늦은감이 없지 않았다고 볼수도 있다.오늘 드디어 우리 축구가 이탈리아와 8강진출을 놓고 한 판 승부를 겨룬다. 또한번 태극물결이 전국을 수놓을 판이다. 전국민의 염원을 모아 태극기가 이탈리아의 3색 국기를 물리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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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6.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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