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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어르신들 꿈 응원합니다"⋯ 우리동네 '청년 이장'이 떴다

지역이 위기다.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역 소멸'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대한민국의 화두는 예나 지금이나 '지역소멸 위기 극복'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전국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전북일보는 지난해 10월 도내 지역종합일간지 최초로 디지털미디어국을 신설하고 독자들과 함께 호흡할 '지역소멸 위기 극복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했다. 아직도 고민은 끝나지 않았지만 연말부터 '지역 뉴스'에 집착해 왔다. 지역 뉴스를 전달하는 지역 언론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이 있을지 몇 날 며칠을 생각했다. 조금만 더 고민하면 3년 전 지역 언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부산일보 <산복빨래방>, 경남신문 <심부름센터>를 잇는 제2의 프로젝트가 떠오를 것만 같았다. 어느 날 MZ세대로 구성된 취재진들이 농촌마을의 '청년 이장'이 돼서 도민들과 함께 호흡하면 어떨지 상상해 봤다. 지역 언론은 가장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지역민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노인만 남은 농촌마을은 다시 활기를 찾을 것만 같았다. 독자에게는 도민들,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등 '일석삼조 프로젝트'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지역소멸 위기 극복 프로젝트 신년 기획 <청년 이장이 떴다>가 탄생했다. 청년 이장의 역할을 하면서 농촌마을이 가진 이야기를 전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에 더해 농촌마을 어르신들의 꿈까지 실현해 주기로 했다. 처음 시도해 보는 '찐(진짜)' 지역 밀착 저널리즘이라 걱정도 되지만 일단 진행해 보기로 했다. 신년 기획 첫 번째 마을은 35가구 55명이 살고 있는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이다. 청년 한 명 없는 화정마을에 청년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화정마을 주민들은 영어 공부·요가·뮤직 비디오 촬영 등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쉽게 배울 수 없었다. 보행 보조기 없이는 거동이 불편해 읍내에 나가는 것도 어려워 매일 경로당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화투를 치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청년 이장이 된 취재진들이 어르신들의 일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도내 시·군에서 활동 중인 청년들을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초청해 어르신들에게 배움을 선물하면서 지역과 청년, 어르신을 연결할 계획이다. 지금 당장 매주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감도 안 잡히지만 일단 취재 현장·사무실 대신 경로당으로 출근하기로 했다. 전북일보 신년 기획 '청년 이장이 떴다'는 매주 월요일 전북일보 지면과 인터넷 신문·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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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외(1)
  • 2025.01.18 16:55

[청년 이장이 떴다] "이장은 처음이라"⋯일단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1일차 임무는 '떡 돌리기' '청년 이장' 1일차 임무는 떡 돌리기. 아직 집은 없지만 이사떡부터 돌리기로 했습니다. 본 건 많은 청년 이장은 완주 화정마을로 가기 전 회사 옆 떡집을 찾았습니다. "이사를 가면 떡을 돌려야 한다"는 말에 미리 맞춰 놓은 팥 시루떡을 찾아 화정마을로 출근했습니다. 첫 출근일은 지난 15일. 본사 기자들로 구성한 취재진 3명은 직접 포장한 팥 시루떡·신문을 들고 화정마을 35가구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첫 인사는 "이 청년들은 누구디야?" 아니면 물음표 세 개 뜬 얼굴이었습니다. 기자라고 소개하는 게 익숙하지만 오늘 만큼은 먼저 "3개월 동안 화정마을에서 지내게 된 청년 이장들입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사떡을 건넨 청년 이장들에게 마을 주민들은 '정(情)'을 주셨습니다. 대문 앞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시는가 하면, 간식·따듯한 차를 주시는데다 반가워 하시면서 안아 주시는 어르신들까지. 1일차지만 모두 격하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기획 잘 될 것만 같아요.) 2일차 임무는 '네일아트' 일단 스킨십 만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겠다는 생각에 어머님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분홍·빨간색 매니큐어를 챙겨 왔습니다. 하지만 이게 왠걸요.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여 화투를 치고 계셔서 바로 네일아트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들은 작전을 세웠습니다. 다리가 아파 바닥에 앉을 수 없어 화투를 구경하는 할머니들을 공략하자는 작전이었죠. "아고, 손도 고우시네요. 이거 손톱 물들이면 더 예쁘시겠고만."이라고 말하자마자 돌아오는 답은 "나 칠해 주려고?"입니다. 작전 성공입니다. 진짜 손이 고우셨던 박복순 할머니를 첫 손님으로 맞이했습니다. 박복순(90) 할머니는 평생토록 매니큐어를 칠해 본 적이 없습니다. 가르마는 없거나 5대5뿐이라고 알고 살았던 할머니에게 손톱은 사치였다고 합니다. 스물둘에 결혼해 70여 년을 화정마을에 살면서 자식들을 키우고 남편 챙기느라 정신 없이 사셨다는 거겠죠. 할머니의 손톱에는 별빛이 가득 올라가고 할머니의 눈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습니다. "반짝반짝 예쁘네. 설에 자식·며느리·손주 오면 자랑해야겠어. 고맙네, 고마워." 그렇게 열린 화정경로당 네일아트 숍은 대기 번호까지 생겼습니다. 1번, 2번, 3번⋯. 셀프 네일은 해 본 적도 없지만 서툰 실력으로 꼼꼼히 발랐습니다. 화투 치던 할머니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화정마을 할머니들 늙어서 호강 받네." 대기 번호에 이어 다음주 예약 손님까지 생길 정도로 개업 첫 날부터 관심을 받았습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 기획
  • 박현우
  • 2025.01.18 16:53

[청년 이장이 떴다] 화정마을 정기총회?⋯그렇게 진짜 마을주민이 됐다

"청년 이장 또 왔어? 올 줄 알았당게." 오늘(17일)도 어김없이 경로당에 모여 화투를 치고 계시는 할머니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모두가 취재진을 반기지만 유독 사랑을 주시는 이칠월(90) 할머니는 "어떻게 인사가 그려! 또 왔어가 뭐여! 잘 왔다고 해야지!"라며 오자마자 큰 웃음을 주십니다. 갑자기 경로당이 떠들썩해졌습니다. 치매 예방 차원에서 꼬박꼬박하는 10원 내기 화투가 말썽입니다. 누가 10원을 더 가져가면서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아니, 나 돈 안 가져 갔다니께? 누구여! 다 꺼내 봐!" 언뜻 보면 싸우시는 것 같지만 그냥 대화인 듯했습니다. 화투를 구경하던 이덕순(82) 할머니는 익숙하다는 듯 "다 나오랴! 화투 치는 사람들 잡으러 경찰 왔디야! 시끄라!"라며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정리되자마자 경로당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참, 오늘은 화정마을 정기총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청년 이장' 3일 차지만 정기총회 초대를 받아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평소 경로당에 자주 찾지 않는 할아버지들까지 시간 내 모두 자리하셨습니다. 취재진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쓴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지난해 화정마을 수입·지출 결산 보고 종이까지 들고 처음 마을 정기총회에 참여했습니다. 지금도 집은 없지만 진짜 마을주민이 된 것 같았습니다. "미숙하지만 많이 협조해 주시고 조언해 주신 덕분에 큰 일 없이 지난해 잘 보냈습니다. 부녀회장을 정해야 한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강창현 이장님의 인사말로 정기총회가 시작됐습니다. 이날 정기총회의 큰 안건은 부녀회장 선출, 야유회 일정 등이었습니다. 부녀회장은 마을주민 만장일치로 이복순(77) 할머니가 됐습니다. 화정마을은 1년에 한 번씩 야유회를 갑니다. 평소 자동차가 없어 시장·병원 가는 것도 어려운 마을주민들은 멀리 바람 쐬러 가는 야유회가 기다려집니다. 평일에 갈지, 주말에 갈지부터 며칠에 갈지, 어디로 갈지 모두 마을주민에게 선택권을 부여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아니, 그건 이장이 정해야지. 집행부끼리 정해서 어디로 가자고 하면 갈 겨." 끝나고 작은 간식 파티가 열렸습니다. 먹을 것을 보고도 그냥 가면 서운하다는 주민들의 지적에 자리 잡고 같이 간식을 먹는 저희에게 첫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경로당 앞 집에 있는 개들이 마을을 돌아다녀 집도 못 가겄어. 찍어서 어떻게 좀 해 줘 봐요." "청년 이장님들, 노래교실 같은 건 어려울랑가?"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일단 해결해 보렵니다. 하나씩 해 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심부름이 들어오면 좋을 텐데. 얼굴도 다 텄으니 다음주면 많은 의뢰가 들어오겠지?' 기대 반, 걱정 반.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퇴근합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 기획
  • 박현우
  • 2025.01.18 16:53

[우리 마을 이장님은] 강창현 이장 "고향에 봉사하고 싶었어요"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에서 나고 자란 소년은 커서 마을을 지키는 이장이 됐다. 소년이 크는 동안 많은 사람이 떠나고 한때 시끌벅적했던 마을은 조용해졌다. 이제 마을에 남은 건 노인들뿐. 마을 주민 중에서는 청년(?)으로 통하는 강창현(63) 씨는 고향에 무엇이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이장을 맡았다. 화정마을에서 산 지는 얼마나 됐나요? "여기 화정마을에서 태어나서 쭉 살다가 결혼하면서 잠깐 고향을 떠났어요. 처가로 이사했다가 23년 만에 다시 마을로 돌아왔어요. 돌아온 지는 10년 정도 됐네요.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이 마을 골목길은 다 흙길이었는데 길도 넓어지고 슬레이트 지붕도 다 신식으로 바꿨어요. 옛날에 이야기하던 시골 마을이 아니죠." 나고 자란 마을이자 지금 책임지고 있는 화정마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요. "우리 화정마을은 일단 단합이 정말 잘 돼요. 여기가 귀촌한 사람도 들어오곤 하는데 그 사람들과 마을 토박이 주민도 잘 지내는 편이에요. 매년 봄이 되면 마을 주민끼리 여행도 가요. 생일도 챙겨 드리고 새해에는 신년회 열어서 잔치도 하고 맛있는 것도 나눠 먹곤 해요." 이장이 된 지 2년 정도 됐다고 들었는데요. "네, 벌써 2년 차네요. 이장은 보통 한 번 하면 3년까지 해요. 연임까지 하면 최대 6년까지 가능하죠. 이장은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보통 그 사람이 해요. 여러 명이 지원하면 투표도 하는데 다행히 제가 나올 때는 저 혼자 이장직에 지원했어요." 마을 이장이라고 하면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보통 면사무소에서 나오는 프로그램·지원사업을 비롯해 전달사항 같은 것을 주민들한테 전달해 주죠. 마을에서 애로사항이 나오면 행정에 전달해 주기도 하죠. 마을 발전을 위한 사업을 가져오기도 하죠." 마을 발전을 위한 사업은 뭐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화정마을은 오폐수가 나가는 하수도가 없어요. 어느 집 마당에서는 악취가 심하게 올라오기도 할 정도예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 이 오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하수도 설치하는 사업을 가져오려고 하죠. 다른 마을도 비슷한 애로사항이 있다 보니 신청한다고 해서 다 가지고 올 수는 없지만 주민들 불편사항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장으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마을 주민들도 사람이다 보니 다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죠.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주민들 의견까지 다 들어 줘야 하다 보니 어려워요. 저도 마찬가지고 이장들은 보통 본업이 따로 있다 보니 시간을 내는 일도 쉽지 않아요. 어떨 때는 정말 버거워서 이장직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장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그래도 내가 나고 자란 우리 소중한 마을이잖아요. 내가 태어난 고향이고 부모님이 사셨던 곳이기 때문에 봉사하고 싶었어요. 이장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무조건 뭐라도 마을에 들여서 주민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 목표예요."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 기획
  • 문채연
  • 2025.01.18 16:52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31) 〈이복영일기(李復榮日記)〉, 〈남유수록(南遊隨錄)〉과 이용규(李容珪)의 〈약사(若史)〉

△〈이복영일기(李復榮日記)〉 이 자료는 부여의 유생 소정(小亭) 이복영(혹은 李遇榮 : 1870~?)이 1889년부터 1934년까지 45년 동안 매일의 대소사를 기록한 일기이이며, 전체 39책의 방대한 분량이다. 이 가운데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한 내용은 〈일기 속5(續五)〉 제6권(1893.1.1~4.8), 〈남유수록〉 제7권(1893.4.9~4.19), 제9권(1893.8.30~1894.4.29)과 〈일기 제10〉 (1894.4.29.~1895.윤5.25)에서 기록되어 있다. 일기에는 그가 살고 있는 부여 대방면(大方面)에 동학농민군 도소가 설치되는 과정과 동학농민군의 활동뿐만 아니라, 이웃한 홍산, 공주 등 충남 일대 농민군의 활동과 집강소의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먼저 1894년 6월 27일조에 호남에서 동학이 크게 일어난 사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6월 29일에는 인근 남당에서 농민군 수십 명이 말을 타고, 창과 칼을 가지거나 총을 쏘고 들어오자 이복영이 이웃 마을로 피신한 사실을 기록하였다. 이곳에서 농민군 도소가 설치된 것은 7월 12일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농민군 도소가 이 지역 ‘유지’들과 동학농민군 간의 협력적 관계 속에서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마을의 유지인 민참의(閔參議)와 임함종(林咸從, 함종 도호부사를 지낸 임씨) 등이 논의하여 농민군들에게 후강(後岡)에 도소를 설치하여 다른 우환에 대비하고자 했고, 농민군들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농민군들은 후강의 산 위에 차일(遮日)을 겹으로 쳐서 도소를 설치한 후 총을 쏘고 진법을 연습하며 모양을 갖추었다. 이때 농민군 도소에서는 군중들이 모여 주문(呪文)을 암송하는 소리가 사방의 마을에까지 들렸다고 한다. 도소를 주도한 농민군은 접주 장봉한(張鳳翰)과 접사 최천순(崔天順)이었다. 장봉한 등의 농민군은 산송(山訟), 고리대 및 소작관행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가는 등 농민군과 마을 ‘유지’ 간의 중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갔으며, 일기에는 이러한 사실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예컨대 인근 마을의 농민군이 이복영의 집에 쳐들어와서 지난해에 바쳤던 지대를 돌려달라고 하자, 장봉한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주기도 했다. 물론 이 마을과 이웃 마을에서 농민군들의 다양한 토재 활동 등도 일어났으며, 이에 대해서도 많은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집강소의 권력은 접주, 접사, 접동들로 구성된 집행 실무기관과 농민군의 대중집회인 도회(都會)라는 의결기관으로 이원화되어 있으며, 집강소 등 농민군 조직의 운영방침은 농민군 전체집회인 도회에서 결정되었다. 접주, 접사들은 그러한 방침 하에서 주로 경제적 문제 등 각종 분쟁에 대한 중재자로서, 나아가 일정 범위에서의 재결권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일기에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7월 24일 이 지역 농민군들은 대방면 가속리 장터에서 농민군 전체 집회인 도회를 열어 접주, 접사들의 타협적인 행위를 비판하고, 도소를 가속 장터로 옮긴 사례도 있었다. 한편 〈남유수록〉에는 제2차 봉기 때 전봉준과 합세하여 공주 전투에 참여한 이유상(李裕尙)에 대해 흥미로운 몇 가지 사실을 전하고 있다. 8월 1일조에는 이유상(李裕尙)이 논산 건평(乾坪)에서 민준호(閔俊鎬)가 유회를 모으고 진법을 가르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토왜보국(討倭報國)하자고 권했으나, 민준호는 본디 그럴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하자 이유상은 추종자 백여 명을 거느리고 떠났다고 하였다. 10월 22일조에는 이유상이 전도사(前都事)로 정산 사람이며 원래 전봉준 휘하의 논산 건평(乾坪) 접주였는데, 유회를 가탁하여 무리를 모아 전봉준과 합세하였다고도 하였다. 부여 인근 충청도 지역 농민군 활동을 잘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용규(李容珪)의 〈약사(若史)〉 이 책은 공주 유생 이용규(1850~?)가 1888년(고종 25)부터 1897년(광무 원년)까지 매일마다의 대소사를 기록한 일기이다. 모두 필사본 4책으로 되어 있는데,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갑오년 부분의 내제(內題)에는 〈甲午 日史 七〉로 되어 있어서 연도별로 분책되어 있던 일기를 한 데 모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일기의 내용은 그리 풍부하지 않으나, 매년 말 그해 전체의 세평(歲評)에 볼만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먼저 〈癸巳 日史 六〉의 마지막 부분에 1893년의 사정을 요약적으로 정리를 해둔 세평을 보면 흥미로운 기사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는 우선 1893년 3월(음력)에 일어난 보은집회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용규는 보은집회 당시 7만여 명의 동학교도들이 모였고, 이를 해산하기 위해 조정에서 선무사 어윤중을 보낸 사실, 또 홍계훈에게 300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가서 동학교도들을 해산시켰다고 한 사실 등을 기술하고 있다. 이어 동학교도들과 함께 서교(西敎)가 양호 지역에서 확산되어 날마다 달마다 번성해져 간 사실을 전하면서 몇 년 전에 프랑스와 맺은 조약 가운데 천주교를 전교하는 선교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수령들이 천주교도들로부터 모욕을 당하여도 금지할 수 없게 된 사정을 개탄스러워하며 기록하고 있다. 또 당시 빈발하던 ‘민요(民擾)’의 원인과 양상,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요인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고 정리해 두고 있다. 곧 민요는 백성들이 방백 수령들의 부당한 수탈을 견디지 못하여 일어나는 것이며, 한 사람이 부르짖으면 수백 수천 명이 모여 관아를 공격하여 수령을 쫓아내거나 혹은 두들겨 패서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무리가 결집하여 해산하지 않으면 안핵사(按覈使)를 파견하여 그들의 청을 들어줌으로써 비로소 해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동서남북 어디에도 민요가 없는 고을이 없었다고 하였다. 1894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1894년 2월 16일조 상단에 의정부 초기(草記)를 인용하면서 ‘고부민요(古阜民擾)」에 대해 기록해두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또 4월 28일조에는 새로 부임하는 전라감사 김학진(金鶴鎭)이 완영(完營)으로 내려간 일, 5월 8일조에는 완영의 농민군이 귀화를 핑계로 빠져나와 태인 지방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기록되어 있다. 7월 8일에는 동학농민군이 이용규의 집에 들이닥쳐 400량을 빼앗아 갔다는 사실, 7월 24일부터 동학농민군이 공주 대교(大橋)에 모였으며 29일에는 궁원에서 대도회(大都會)를 설치했다는 사실 등 당시 공주 인근에서 벌어진 농민군 활동과 관련한 사실을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다. 또한 갑오년 세평에서는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한 주요 사실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4월에 신임 전라감사로 발령받은 김학진이 전주 인근에 도착하고도 겁을 먹어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여산(실제로는 삼례)에 이르러 체류하였다가, 전봉준이 전주성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감영에 들어간 일을 전하고 있다. 특히 세평에는 집강소와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전봉준은 귀화하였다고 일컬으면서 단신으로 감영에 들어와 감사의 일을 맡아 수행하였는데, 순영의 관문이나 감결(甘結)은 반드시 전봉준의 결재를 받은 후에야 열읍으로 보내어 행하도록 하였음을 전하고 있다. 또 전봉준이 여러 날 행정을 실시하면서 ‘형살(刑殺)은 없었으나 양호의 큰 화가가 양성(釀成)되었다’라고 하여 집강소시기에 대한 총평을 내리고 있다. 〈약사〉는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배항섭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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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5 19:46

[전홍철 교수의 ‘영상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 탐방’] (6)후백제 봉황무늬 수막새, 천년을 건너온 실크로드 문양

(그림1) 산치대탑 제1스투파 난간의 ‘원형 패턴 동물문’ 인도 중부 마디아 프라데시(Madhya Pradesh)주 작은 언덕 위에는 기원전 3세기경 마우리아(Mauryan) 왕조의 아소카(Ashoka) 대왕이 불교를 장려하면서 조성한 산치대탑(Great Stupa at Sanchi).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산치 제1 스투파 난간에 새겨져 있는 원형 주연부 안에 좌우로 날개를 활짝 펼친 공작새이다.(그림1) 한편 1989년 전남 광주 무진고성(武珍古城)에서 주연주가 연주문으로 장식되어 있고 그 속에 봉황을 새겨 넣은 후백제 시대 수막새(그림3)가 출토되었다. 그런데 이 수막새는 산치대탑에 보이는 원형 패턴 새 문양과 흡사하다. 무엇보다 사산조 페르시아 시기에 대유행했고(그림2,4,6,7),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와 일본에까지 전파된 연주 동물문(連珠動物紋)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무슨 소리일까?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크로드 ‘연주 동물문’의 역사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그림2) 사산조 페르시아 연주 시무르그 문양 [대영박물관] △ 연주 동물문과 연주문의 상징적 의미 무진고성에서 출토된 후백제 봉황무늬 수막새는 연주 동물문(Pearl roundels with animal patterns) 기와이다. 연주 동물문(連珠動物紋)이란 연주문 속에 사자, 맷돼지, 그리핀, 공작, 봉황, 용 등 동물을 새겨 넣은 문양을 말한다. 여기서 연주(連珠)는 '이어진 구슬' 또는 '연결된 진주'를 의미한다. 진주는 고대부터 귀중품으로 여겨져 왔으며, 왕권과 부를 상징했다. 또 둥근 구슬 모양은 해와 달, 별과 같은 천체를 상징하며, 우주의 순환과 영원성을 나타낸다. 특히 연주문은 서아시아 파르티아 시대를 거쳐 사산조 페르시아에서 국왕의 초상화를 연주문으로 장식하여 왕권의 수호를 상징하는 코인을 발행하는 등 크게 유행했다.(그림4) 한편 불교에서 연주는 보배구슬(如意珠)을 상징하며, 깨달음과 지혜를 의미하고 부처의 사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연주문은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 문화 교류의 대표적인 예시로서,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동아시아 미술의 중요한 장식 요소로 자리잡았다. 한반도에서는 부여 외리에서 출토된 백제 무늬벽돌이 최초의 연주문인 동시에 연주 동물문이다.(그림5) (그림4) 사산조 페르시아 샤푸르(Shapur) I 연주문 (그림5) 외리 출토 백제 연주 용무늬 벽돌 △ 연주 동물문의 상징성 연주 동물문에 새겨 넣은 여러 가지 동물은 무엇을 상징할까? 먼저 사자(lion)와 맷돼지는 고대 페르시아에서 군사적 힘과 왕권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되었다.(그림6) 특히 맷돼지 도상은 죽은 사람의 영생을 기원하는데도 활용되었다.(그림7) 시무르그(Simorgh)는 페르시아 신화에서 불사조로 신성한 지혜와 치유력 그리고 왕권의 신성함을 표현하는 중요한 도상이었다. 그리핀은 수호신적 존재를 상징했으며, 페르시아 예술에서 주로 연주 안에 배치되어 신성한 권위를 나타냈다. 독수리 문양은 초원 지대에서 하늘과의 소통, 힘과 용맹을 상징하는데 자주 사용되었다. 공작 문양은 힌두교와 불교 전통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공작은 힌두교에서 카르티케야(Kartikeya)신의 탈것이자 사라스와티(Saraswati) 여신의 상징이었고, 불교에서는 지혜、자비、치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공작 문양은 실크로드를 따라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전파되어 왕권과 권위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그림8) 봉황은 고대 동아시아에서 고귀한 상상의 영물로 황실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했으며, 현명한 통치자가 다스리는 평화로운 시대에만 나타난다고 여겨졌다.(그림 3.12) (그림7) 사산조 페르시아의 연주 맷돼지 문양 (그림8) 중앙아시아 연주 공작 문양 [5-9세기] △ 연주 동물 문양의 동아시아 전파 연주 동물문이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전파되는 데는 소그드 상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이들은 호화로운 견직물 무역을 통해 페르시아의 이 문양을 중앙아시아와 중국에 소개했다.(그림9) 특히 당나라 시기 개방적인 국제 문화와 맞물려, 이 문양은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이국적 요소로서 귀족 사회에서 크게 환영받았다. 경주박물관 연주문 장식 입수쌍조문(立樹雙鳥紋) 석주(그림10)와 일본 호류지(法隆寺)에 전해지는 사자수문금(獅子狩文錦)은 7-8세기 당시 동아시아의 문화적 복합성과 국제적 교류망을 증명한다.(그림11) 또 이 시기 중국의 장인들은 기존의 페르시아 양식을 재해석하여 중국적 미감에 맞게 봉황이나 용과 같은 중국의 전통적인 상상의 동물들을 연주 안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백제 역시 한반도에서 서역풍 연주 동물문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고, 기와에도 새겨 넣었다. 백제를 계승한 후백제도 마찬가지였다. 무진고성에서 출토된 연주 패턴 봉황무늬 수막새는 봉황의 좌우 날개를 화려하게 접고, 몸통을 유난히 튀어나오게 강조하는 후백제인만의 독창성을 발휘하고 있다.(그림12) 여기서 우리는 실크로드의 예술적 유산 연주 동물문이 천년을 건너 동아시아까지 전파되고 후백제인에 의해 창조적으로 수용된 흥미로운 예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10) 경주박물관 ‘연주 쌍조문(雙鳥紋)’ 석주 [7-8세기] (그림11) 일본 호류지(法隆寺) 사자수문금(獅子狩文錦) (그림12) 무진고성 출토 후백제 연주 봉황문 수막새 (II) 전홍철 교수 (우석대 경영학부, 예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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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3 19:57

[전북 이슈+] 지난해만 260팀 찾았다⋯ 전북은 지금 전지훈련 '후끈'

2025시즌을 앞두고 전국 선수단이 본격적인 전지훈련 일정에 돌입했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가 전지훈련 유치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전북에서도 익산시·순창군 등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전지훈련지로 인정받고 있다. 12일 전북특별자치도체육회가 제공한 2024시즌 전북에서 전지훈련한 전국 선수단은 총 257팀(4861명·1일 기준)이다. 종목은 유도·씨름·태권도·축구·야구·육상·배드민턴·소프트 테니스·펜싱·역도·근대 5종·스쿼시·산악·카누·수영 등 모두 제각각이다. 꿈나무 대표부터 초등·중등·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 체육회, 대표팀, 상비군 등 다양한 팀이 전북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시즌에도 많은 선수단이 전북을 찾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익산시에는 이달 육상(투척) 국가대표 상비군·청소년·꿈나무, 펜싱 국가대표 후보 선수,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고교 야구단 등이 찾는가 하면 순창군에는 고교 야구, 유소년 야구단, 소프트 테니스 꿈나무, 중·고등 테니스팀 등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에 익산시·순창군에서 전지훈련이 예정돼 있는 선수단만 총 25팀, 1600여 명에 달한다. 해마다 전북을 찾는 선수단이 늘어나면서 시·군 곳곳에는 새로운 전지훈련 시설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선수단을 수용하면서도 전지훈련 중에 불편을 느끼지 않게끔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제시는 생활 밀착형 국민체육복합센터, 전지훈련센터 조성 등을 추진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스포츠 활력 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2026년까지 도비 18억 원을 포함해 예산 50억 원을 들여 전지훈련을 오는 선수단이 묵을 숙박·편의 시설인 전지훈련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익산시는 매립장 부지를 활용해 일반·리틀야구장을 추가로 1면씩 조성하고 순창군은 전지훈련팀을 위한 지상 3층 규모의 트레이닝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전북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가 전지훈련 등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은 '지역경제' 때문이다. 오랫동안 머무는 선수단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규모가 크다 보니 예산 10을 들이면 지역경제는 50, 100까지도 뛴다는 게 각 시·도의 설명이다. 단순히 훈련뿐만 아니라 장기간 지역에서 지내면서 숙박·식사 등을 동반하는 만큼 지역경제에 활력이 생기는 것이다. 김종신 순창군 체육진흥사업소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전지훈련이나 유소년 대회 등이 온다고 하면 순창군 내 읍·면에 있는 펜션까지 꽉 찬다. (경기장과) 거리가 있는 면까지도 다 숙박시설이 만실이다"며 "평균 6일을 이곳에서 머무는 데 지역이 들썩들썩할 정도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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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1 10:06

[전북 이슈+] "이곳만한 곳이 없어요"⋯ 익산·순창, 최상의 훈련환경 제공

전국에서 최적의 전지훈련지로 부상한 익산시·순창군은 1월부터 선수단 발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역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2025시즌 준비를 위해 이달 익산시를 찾는 선수단은 총 10팀, 순창군은 15팀이다. 지금도 전지훈련이 한창이다. 지난 7일 주목받고 있는 전지훈련지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찾은 익산시종합운동장. "하나! 둘! 셋!" 우렁찬 목소리가 운동장 밖까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점심을 먹고 오후 훈련을 시작한 서울 대치중 야구부 선수들이다. 동계 전지훈련을 위해 익산을 찾은 것도 벌써 3년차다. 지난 7년 동안 전남 영암에서 전지훈련을 해 온 대치중 야구부 선수들이 익산으로 담금질을 하게 된 것은 이동 시간·날씨 영향이다. 전남과 비교해 날씨가 크게 춥지 않은 데다 영암은 편도 5시간이 걸려 선수·학부모 등이 불편함을 겪었다는 것이다. 박철홍 감독은 "익산에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부족한 것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다른 시·도로 가면 모텔에서 자는 경우도 많다. 익산은 유스호스텔도 있고 가장 중요한 음식이 너무 좋다. 전체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운동장 시설도 좋다 보니 서울에 있는 팀들이 서로 오고 싶어 할 정도다. 야구장이 없어서 못 오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도보 3분 거리에서는 육상(투척) 종목 전지훈련도 진행되고 있었다. 육상(투척) 종목 국가대표 상비군 역시 3년째 익산을 찾고 있다. 김순윤 감독은 "제가 감독을 지내는 동안에는 계속 익산으로 전지훈련을 올 생각이다.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해 시설·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는 편인데다 대여도 어렵지 않아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익산시는 전국대회를 통해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있다. 보통 전국대회를 위해 익산을 찾았던 팀이 당시 기억 속 익산이 좋아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익산종합운동장에 전지훈련이 가능한 야구장·운동장 등이 밀집돼 있다 보니 팀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는 점이 선수단 감독의 마음을 끌고 있다. 음식이 맛있고 숙박비도 큰 부담이 없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전지훈련 최적지로 꼽힌다. 익산시는 더 많은 선수단을 유치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익산종합운동장 내 매립장 부지를 활용해 일반·리틀야구장을 1면씩 추가로 조성한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완공할 계획이다. 지난 8일 폭설이 내린 순창에서는 고교 야구 전지훈련이 한창이었다. 장안고 야구부는 5년째 방문 중이다. 실내 연습장이 있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안고를 순창으로 끌어들였다. 박건민 감독은 "다른 선수단을 보면 비가 오네 눈이 오네 이야기하지만 순창군은 실내 연습장이 너무나도 잘 돼 있다 보니 별 걱정 없다. 반팔 입고 운동해도 될 정도로 따듯한 온도가 유지돼 있다. 올해 웨이트장도 조성한다고 해서 지금보다도 더 많은 선수단이 순창을 찾으려고 할 듯하다"고 전했다. 순창군은 지역 특성상 눈이 많이 내리다 보니 실외 연습장의 경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제설 작업까지 완벽히 처리해 야외 훈련도 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해준다. 또한 선수들이 추위를 녹여가며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직접 따뜻한 어묵을 제공하는 등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펼쳐 박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 팀당 전지훈련비를 지원하고 실내다목적구장, 실내야구연습장, 야구장 등 체육 시설을 무상으로 빌려 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전지훈련 유치 확대를 위해 조례를 개정했다. 기본 경기장 사용료 외 경기장 조명, 냉난방기 등 부대 사용료도 모두 무료다. 또 산악지역으로 눈이 자주 내리고 춥다 보니 전지훈련 유치에 불리하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설을 조성했다. 실내구장과 실내야구연습장을 건립하는 등 지속적으로 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해 가고 있다. 동시에 스포츠 마케팅 지원팀을 운영하는 등 선수단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순창군은 오는 2026년까지 순창공설운동장 부지 내 선수단을 위한 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한다. 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지상 3층 규모(1층 휴게실, 2층 체력단련실, 3층 경기운영본부·실업팀 사무실)로 조성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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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5.01.11 10:06

[전북 이슈+] 전지훈련 유치에 '왜' 열광하나⋯ 이유는 "지역경제 활력"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단 덕분에 지역경제에 수억 원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2일 순창군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지훈련을 위해 전국에서 15개 팀 242명의 선수와 코치진이 찾아왔다. 이들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식사비, 숙박비, 간식비 등을 합하면 1인당 약 4만 7000원이다. 여기에 선수단의 수까지 합해 하루 동안 발생하는 지출 비용만 계산해도 1137만 4000원에 달한다. 선수단이 최소 일주일에서 한 달까지 머무는 것을 고려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도 올해 전지훈련 기간 동안 6개 종목 1296명의 선수와 코치진을 유치해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선수단이 하루 동안 익산시에서 지출하는 비용을 계산하면 6091만 2000원에 이른다. 실제로 익산시는 지난 2023년 3개 종목에서 1077명의 선수를 유치해 1억 9300만 원의 경제효과를 봤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조금 늘어난 4개 종목 1324명의 선수가 찾아와 3억 4800만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찾아오는 선수는 1000명대이지만 학부모 등 부대 인원까지 더하면 동계 전지훈련 기간 동안 2000~3000명 정도가 익산을 찾는다”며 “이들까지 합하면 경제효과는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하루만 있다가 가는 게 아니라 최소한 2주는 머물다 간다. 그러면 최대 10배 이상의 지역경제 효과가 있어 전지훈련 유치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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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5.01.11 10:05

[전북 이슈+] "스포츠팀 모십니다"⋯ 타 지역도 전지훈련 유치 ‘사활’

전국 17개 시·도가 동계 전지훈련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북은 전북체육회에서 전지훈련지·관광지 등을 담은 홍보 책자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겨울철 전지훈련은 지역경제에 훈풍을 불어넣는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수십에서 수백 명의 선수단이 훈련을 위해 지역에 머무르며 식사비와 숙박비 등 다양한 비용을 지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는 선수단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경남은 이번 동계 전지훈련 기간 동안 3057개 팀 51만 명 선수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선수단이 경남을 택한 이유는 다양한 인센티브와 체계적인 홍보 효과로 추정된다. 실제로 경남은 매년 전지훈련지 정보를 담은 홍보 책자를 전국 선수단에 제작·배포해 왔다. 책자에는 시설사용료 면제 혜택 등 경남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할 경우 선수단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정리돼 있다. 각 시군마다 특화된 전지훈련 종목과 스포츠센터 위치, 인근 관광 코스도 함께 들어있어 선수단이 정보를 한눈에 보고 결정할 수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은 재활 훈련, 윤리 프로그램 등을 받을 수 있는 스포츠센터와 재활훈련센터도 있어 전지훈련지로 많이 찾는다”며 “대표적으로 축구 선수단이 많이 훈련하러 온다. 그런데 다른 스포츠 종목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관계자가 있어 책자로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날씨로 유명한 전남도 동계 전지훈련지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은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전지훈련지 홍보를 위한 관계자 초청 설명회와 답사여행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감독과 코치진들을 초청해 팔마종합운동장, 하니움스포츠센터 등 전남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전지훈련시설을 관계자들이 직접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또 매년 전지훈련 유치에 노력한 시·군을 평가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4시즌 전지훈련 유치실적 평가 결과, 최우수상은 강진군이 받았다. 해당 시즌 동안 17개 종목 2만 2511명의 선수와 감독이 강진에 머물며 숙박, 식사, 관광지 방문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지훈련 유치에 성공하면 그에 따른 경제효과가 매우 크다”며 “유치에 노력한 시군을 평가해 상을 수여하는 등 지역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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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5.01.11 10:05

[뉴스와 인물] 전북 사랑의열매 한명규 회장 "나눔 자체에 행복을 느껴야"

추운 겨울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명규 회장은 연말 희망 2025 나눔 캠페인의 성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북은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만큼 불우이웃을 위한 관심이 절실하다. 지난해 전북은 26년 만에 나눔 온도 100도를 채우지 못했다. 줄어든 기부액 만큼 불우이웃의 겨울은 더욱 춥다. 전북일보는 전북 사랑의열매 한명규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사랑의열매 회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부회장직을 2년 반 맡다가 회장이 됐습니다. 부회장 직을 맡으면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전북 지역에서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소외계층을 위해 더 많은 모금과 배분을 실천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전북은 경제력과 인구 규모가 낮음에도 모금액은 전국 상위권에 속해 있습니다. 이는 전북인의 나눔 문화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농촌 문화에서 비롯된 작은 것을 함께 모아 나누는 풍습인 '비빔밥 정신’이 전북의 기부 문화를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기부 문화 확산과 나눔을 실천하며 전북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난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희망 2024 나눔 캠페인은 경기침체와 고물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목표액 116억 1000만 원 대비 104억 3000만 원을 모금해 나눔온도 89.9도를 달성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액의 물품기부 건이 많이 있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종식과 경기불황으로 인해 기업의 현물 기부가 많이 줄어들어 캠페인 모금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올해는 목표액 달성이 가능할까요. “지난해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인해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셨습니다. 올해도 계속 이어지는 불경기와 더불어 혼란스러운 정국으로인해 희망 2025 나눔 캠페인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고 연말연시 기부 분위기가 많이 위축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은 더욱 힘들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민 여러분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작은 나눔을 실천해주신다면 나눔 온도 100도 달성을 넘어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여진 기부금은 어떤 식으로 사용되나요. “지역에서 모인 성금은 전액 지역의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복지시설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중앙회에서 추가 성금을 지원받아 지역에서 모은 성금 이상으로 배분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1년 동안 전북에서 총 245억 원을 모금했는데, 배분액은 282억 원에 달합니다. 사랑의 열매는 공정한 배분을 위해 사회복지전문가로 구성된 배분분과실행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배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나 정부 지원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세대, 갑자기 고액의 의료비가 필요한 취약계층 등에게 행정기관을 통해 신청을 받은 후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건 같은 참사가 발생했을 때 따로 모금을 해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기부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랑의 열매는 매년 홈페이지에 사랑의열매 운영 전반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모금·배분 실적과 현황뿐만 아니라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수입지출현황, 회계감사보고서까지 공개가 돼 있습니다. 이처럼 사랑의열매는 매년 기부금을 얼마를 모금하고, 어떤 분야에 지원했으며,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보건복지부 감사나 국정 감사 등을 해마다 받고 있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모인 성금을 배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장으로서 반드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은. “나눔 문화 확산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홍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북 도민뿐 아니라 출향인들에게도 나눔의 의미를 알리고, 재경 전북 도민회와 협력해 고향을 위한 기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1억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과거 미국 체류 시 기부와 자원봉사가 생활로 자리 잡은 문화를 경험하며, 기부를 의무이자 명예로 여기는 풍토가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기반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문화를 전북에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끝으로 전북일보 독자와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전북지역은 인구대비 기초생활수급권자 비율이 전국 1위입니다. 따라서 통계에 나타나지 않고 어렵게 사시는 차상위계층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로 인해 전반적으로 이웃돕기에 대한 관심들이 부족합니다. 우리 전북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이 추운 겨울에 힘을 내실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적극적인 기부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명규 회장은 정읍 출신인 한명규 회장은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법학과와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과 전북도 정무부지사, 코라오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뒤 2020년부터 JTV전주방송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또 2022년부터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6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12대 회장으로 임명됐다. 한 회장은 “신뢰감 있는 기부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사람들에게 “기부 문화를 널리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명규 회장은 “기부는 습관인 것 같다”며 “나눔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계속 기부에 동참하게 된다. 앞으로도 전북 도민들의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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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 2025.01.05 17:54

[전북이슈+] "장보기 힘들어"⋯ '식품사막' 전북이 가장 심각하다

'클릭' 한 번에 음식·농축수산물 할 것 없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세상이 왔지만 오히려 농촌지역에서는 신선식품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전북특별자치도 내 농촌은 거주지 주변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어 기본적인 식품조차 구하기 힘든 이른바 '식품 사막화' 현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 내 마을 10곳 중 8곳이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어 '식품 사막화'에 노출돼 있다. 4일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이슈 브리핑 농촌 지역 '식품 사막화'의 의미와 과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북 행정리 5245곳 중 4386곳(83.6%)이 마을 내 식료품을 살 만한 점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도내 전체 행정리 중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의 비율이 높은 시·군은 정읍시(93.3%), 진안군(89.8%), 남원시(87.8%) 등 순이다. 특히 이중 정읍은 '식품 사막'이 가장 심각한 기초자치단체 1위로 꼽혔다. 정읍 행정리 555개 중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이 무려 518곳(93.3%)이다. 진안도 행정리 315개 중 283곳(89.8%)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어 7위를 기록했다. 거주지에서 식료품 소매점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마을도 7곳에 달했다. 매년 농촌지역 인구 감소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보다 현재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연구원은 교통 약자가 많고 교통 체계가 열악한 지역일수록 '식품 사막화' 현상이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지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 주민들은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북은 이러한 '식품 사막' 문제 해결을 위해 '내 집 앞 이동장터'를 시범 운영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식품의약품안전처·BGF리테일 CU와 협업해 매주 목요일 식품 구매가 취약한 도내 4개 마을(진안 상가막·평촌, 임실 학암·급동마을)에서 이동장터를 꾸렸다. 전북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이동장터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농협과 협업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필품을 실은 특장 차량이 농촌에 방문해 생필품 구입을 지원하는 생활 서비스다. 농식품부·지자체·농협이 협업해 식품 사막화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조원지 전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식품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농촌 노인의 경우 영양 불균형, 사회적 소외, 낮은 사회 서비스 접근성·질로 이들의 심신 건강과 삶의 질이 저하된다"며 "농촌 식품 사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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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4 11:11

[현장] 식품 사막에 시원한 물 한 모금⋯ 오아시스 된 '이동형 장터'

"설탕 큰 거 하나만 줄 수 있을랑가?"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트럭 한 대가 임실 학암마을 경로당 앞에 멈춰 섰다. 트럭에서 내린 관계자가 한쪽 면을 열자 우유·콩나물·참기름 등 식료품이 진열된 작은 규모의 편의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럭 앞은 '내 집 앞 이동장터'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이동형 장터 설치가 끝나자마자 경로당에서 마을 주민들이 우르르 나왔다. 보행 보조기를 끌고 천천히 줄지어 나와 이동형 장터 앞에 섰다. 한 어르신은 주머니 안쪽에 꼬깃꼬깃 접어놓은 만 원 짜리 지폐를 꺼냈다.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운 설탕을 사기 위해 이동형 장터가 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설탕을 시작으로 짜장 라면부터 다진마늘까지 삽시간에 팔렸다. 세 사람이 올라서면 가득 차는 정도의 규모지만 물건을 구입하러 온 주민, 구경하러 온 주민 등이 모이면서 순식간에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학암마을에 사는 한명옥(83) 씨는 "여기서 장보러 가려면 차를 타고 못 해도 30분은 가야 하는데 버스는 하루에 네 번만 온다. 휴지처럼 크고 설탕처럼 무거운 건 들고 오기도 어려워서 이동형 장터가 와야 살 수 있다"면서 "이 나이에 한 번 장보려면 힘든데 집 앞까지 와 주니 너무 좋다. 동네 사람도 많이 모였는데 이동형 장터 온 김에 장도 보고 놀고도 간다"고 말했다. 이동형 장터 앞에서 만난 마을 주민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 했다. 동시에 물건이 다양하지 않아 정작 필요로 하는 물건이 없다는 점에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마을 주민들의 아쉬움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기자가 이동형 장터에서 물건을 살펴 봤다. 작은 이동형 장터에 올라 살펴 보니 신선식품으로 분류되는 것은 콩나물, 두부, 양파, 돼지고기가 전부였다. 과일은 귤·바나나뿐이었다. 박남옥(91) 씨도 "여기서 장 보려면 차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데 이동형 장터가 오니까 너무 편하다"면서 엄지를 치켜 세웠지만, 이어 "살 게 많지 않다. 짜장 라면이나 하나 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 순서인 4번째 마을에서는 재고가 부족한 문제도 발생했다. 이는 그동안 이동형 장터가 지적받아 온 문제점 중 하나다. 한정된 공간에 실을 수 있는 물건의 무게가 정해져있다 보니, 마을 주민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U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다음 장터 때라도 최대한 구비해 놓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매번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품목이 달라져 수요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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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연
  • 2025.01.04 11:11

[현장 인터뷰] "밖에 나가는 것부터 일이여"⋯ 시골 어르신들 '한숨만'

"아유, 나가는 것도 일이여. 아들놈이 내려올 때 먹을 것 사다 주면 먹고 말지. 다리 아픈디 어떻게 나가서 장을 보겄어. 장 봐도 못 들고 와서 말짱 도루묵이여." 한 달간 진행된 '내 집 앞 이동장터' 마지막 날, 임실 학암·금동마을 현장에서 만난 농촌마을 어르신의 목소리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집에서 마을 경로당까지 이동하는 데도 보행 보조기는 필수다. 이미 마을 경로당 앞에는 보행 보조기가 줄서 있을 정도다. 읍내까지 버스로 15분이면 가지만 이것저것 준비해서 나가려면 꼬박 반나절이 걸린다. 읍내에 나가면 장 보기뿐 아니라 병원·약국 등 볼 일을 한 번에 다 보고 돌아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보행 보조기를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암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90)는 "버스가 있어도 불편하다. 자식들이나 며느리가 사 오면 먹지 아니면 못 먹는다. 집에 있는 거나 농사 지은 걸로 먹고 없으면 안 먹는다"고 했다. 장 보기가 어려운 탓에 한두 끼 굶거나 대충 집에 있는 김치로 한 끼 때우는 일이 다반사다. 농촌마을 어르신들의 발이 돼 주는 버스가 있어도 생수·화장지 등 부피가 큰 것은 꿈도 못 꾸고 한 끼 차릴 수 있는 양만 장을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나갔다 오는 것부터가 농촌마을 어르신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의미다. 금동마을에 사는 할머니(88)도 "생수 같은 게 필요한데 물은 무거워서 읍내에서부터 들고 오기가 쉽지 않다. 몸이 불편하니까 왔다갔다 하는 데 하루 걸린다"고 토로했다. 장 보기는 포기한 지 오래다. 버스는 있지만 마트·병원·약국 모두 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마을에서 마트·병원·약국까지 가는 거리를 보면 3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4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전북지역 농어촌마을 생활 모습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료 소재지 및 소요시간별 마을 분포에서 보건진료소(89.8%), 보건소(89.1%)는 대부분 같은 읍·면 내 위치해 있지만 종합병원(96.7%)은 대부분 다른 읍·면에 위치했다. 많이 이용하는 일반 병·의원(56.7%), 약국(40.5%)도 같은 지역에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학암마을에 산다는 한 할머니(81)는 "버스가 있어서 읍내에 나갔다 올 수는 있다. 마을에서 마트·병원·약국 가기는 힘들어서 무조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니까 병원 간 김에 마트도 가고 싶다. 나중에 시간 내서 가는 것보다 낫지만 장봐도 다리 아프고 팔 아프고 해서 들고 올 수가 없다. 보행 보조기라도 있으면 실어서 오겠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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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4 11:11

[전북이슈+] 전국 곳곳 오아시스 찾아 삼만리⋯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전국에서 '식품 사막'의 대안으로 '이동형 장터'를 꼽는 가운데 전북은 전북만의 이동형 장터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17개 시·도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타 지역 선진 사례를 참고해 '전북형 이동형 장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난이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국가 기관 사업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지자체에서 같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전북형 이동형 장터는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 지역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정책으로 '이동형 장터'를 추진하는 경우 정권이 바뀌고 예산 편성이 달라지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밝지 않기 때문에 결국 또 마을 주민들이 기본권을 침해받는 일이 생기는 등 악순환될 것이라는 의미다. 서 의원은 "이동형 장터는 단순히 식품 사막 대안의 역할만 가진 것이 아니다.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면서도 커뮤니티 역할을 가지고 있다. 전북은 (어르신들이 많아) 커뮤니티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동형 장터는 인건비·지속가능성 문제로 중도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진을 위해서 철저한 수요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이동형 장터에 대한 마을 주민의 호응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이동형 장터를 통해 식품 사막이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연구단체인 식품사막 해소를 위한 정책 연구회가 지난해 12월 말 개최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식품 사막 해소 정책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정책 자문 세미나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날 송춘호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역시 "실태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실태에 대해서도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것이다"며 "식품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요구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지자체 차원의 의지와 각 지자체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제를 맡은 최한별 군산대 교수도 "식품 사막 문제는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구조 변화, 교통 인프라, 사회적 지원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북 내 식품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개발 전략과 연계해 다각적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면사무소 내 미니 슈퍼 설치 △이동 수단 지원 △하나로마트 무료 배송 사업 확대 △협동조합 식료품점 운영 지원 △식료품 바구니 운영 △지역자활센터 연계 운영 △동네 빈집 활용 무인화 점포 시스템 구축 △식품 포함 의료, 미용 등 복합적 서비스 설계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서 의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하거나 사회적 약자에 이동형 장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면서 "의회는 현재 의약품까지 포함해서 지원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의약품은 관련법을 같이 검토하고 있으며 이동형이 아니더라도 (식품 사막 포함) 의약품 소외 지역을 해결할 대안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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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5.01.04 11:11

[새해특집] "꿈이 뭐데요?"⋯멋쟁이 할머니들이 평생 간직해온 꿈은

라떼는 말이야 4년 전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하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그 후 "누구나 언젠가는 라떼가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같은 말을 들어도 누군가는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인생선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이야기도 '라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기획을 구상했다. 더 많은 인생을 살아온 세대가 청춘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이야기, 그것 또한 "라떼는 말이야"로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기성세대는 어떤 삶을 기대하며 살았을까.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이 있을까. 그동안 살면서 생활 속에서 얻은 지혜, 실패 속 발견한 인생 노하우 등을 월 1회씩 전북 팔팔청춘을 통해 들어본다. "인자(이제) 하나둘 갈 텐데 그 전에 뭐라도 해야지 않겄어? 요즘 귀에 뭐 요상한 거 꽂고 뭐 뮤지칼 비디오(뮤직 비디오) 찍더만 우리도 사진·영화는 했응게 뮤지칼이나 하나 더 찍었음 쓰겄네." 수십 년 한 마을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좋은 일 나쁜 일 함께 보낸 완주군 화정마을 열두 명의 할머니에게는 못다 이룬 꿈이 있다. 도전이 두렵지 않은 이들의 평균 나이는 놀랍게도 81세다. 75세 막내부터 90세 맏언니까지 주 7일을 마을회관에서 만난다. 두 다리로 걸어서 마을회관까지 나올 수 있으면 아직 팔팔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가장 해 보고 싶은 일은 '뮤직 비디오 촬영'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먹고살기 바빴던 젊은 나날을 뒤로 하고 '나'를 위한 남은 삶을 보내고 있는 이 할머니들은 함께 모여 사진 찍고 영화 촬영까지 했다.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멋진 할머니들의 소식을 전해 들으며 궁금증이 생겼다. "어릴 적 하고 싶었던 일이 하나쯤은 있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이다. 발 빠르게 화정마을 열두 명 할머니와 만났다. 아니나 다를까 한평생 남몰래 가슴속에 꿈을 품고 살아왔다. "꿈이 뭐데요? 기자 양반, 우리는 가는 세월 못 잡고 나이만 많이 먹어버렸네요." 어릴 적 꿈이 뭐였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먼저 돌아온 대답이다. 지금은 어릴 때부터 꿈이 있는 게 당연한 일이 됐지만 옛날에는 꿈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는 것을 짐작게 했다. 꿈이 뭔지도 모르고 바삐 살아온 할머니들은 일평생 간직하고 있던 꿈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세상에 처음 꺼내는 이야기가 부끄러운지 대답을 주저하는 것도 잠시, 다들 '꿈 보따리'를 풀었다. "지금은 너무 늦었고 다시 태어나면 여군이 되고 싶어. 그렇게 예뻐 보이드라고." 신옥리(83) 할머니는 경찰·군인이 되고 싶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경찰과 군인을 보면 건강하고 멋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할머니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공부를 해서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꿈은 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학교 다니기도 어려워지면서 가슴속에 고이 간직했다. "연필 들고 뭐 적으려고 하는 것도 두렵고 무서워. 죽을 때까정 아마 꿈은 더 못 이루겄지. 그냥 딱 5년만 더 살라고" 최은주(79) 할머니의 꿈은 '공부'였다. 공부도 다 못 했던 할머니에게 꿈은 사치가 됐다. 한글을 다 익혀서 교회에 가서 성경 구절만 찾으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였지만 이루지 못했다. 늦게나마 꿈을 이루고 싶어 주부학교에 다녔지만 금방 그만뒀다. 한 학기 배우고 다음 학기로 올라가던 찰나에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끝내 꿈을 포기하게 됐다. "그냥 부자가 돼서 쌀밥 한 그릇 가득 먹어 보는 게 소원이었지." 8남매인 조북현(81) 할머니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꿈을 가지는 일은 과분했다. 어머니 혼자 8남매를 키우는 탓에 먹고사는 게 우선이었다. 어머니를 도와 고구마 심어 살고 다른 가족 집에 가서 밥 먹는 게 일상이었다. 공부도 해 보고 싶었지만 쌀밥 한 번 배불리 먹어본 적 없는 할머니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시집만 잘 가고 싶었어. 꿈도 없어, 그냥 좋은 남편 만나고 싶었어." 이칠월(89) 할머니는 큰 욕심 없이 살았다. 주변 친구들이 시집을 잘 간 터라 본인도 시집 잘 가서 행복하게 잘사는 게 꿈이었다. 할머니는 꿈은 이뤘다. 좋은 남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공부도 할 줄 모르고 그냥 살어. 이 나이 먹드라 그렇게 살았어." 이장순(90) 할머니의 꿈은 경찰이었다. 학교를 못 다니게 하는 부모님 때문에 공부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텔레비전을 보면서 남몰래 경찰을 꿈꿨다. 잘 배워서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가슴속의 꿈으로 남았다. "양장점에서 일하고 싶었지. 엄마가 죽어도 나 못 갈친다고 그러는데 어쩌겄어." 최장금(78) 할머니는 양장점에서 일하는 게 소원이었다. 학교 문 앞은 가 본 적도 없어 공부에 대한 욕심보다는 할머니의 눈에 가장 좋아 보이는 양장점 일을 배우고 싶었다. 오빠·남동생 가르쳐야 해서 공부는 물론 꿈까지 일찍이 포기했다. "인자 늙어서 암 것도 못 혀. 하려고 해도 못 허고 이제는 뭐 하고 싶지도 않어." 박복순(89) 할머니의 꿈은 무용가였다. 어릴 적 동네에서 학교 다니는 사람은 겨우 3명이었다. 그래서 학교 안 가고 공부 안 하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무용가가 예뻐 보였던 할머니는 무용이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서 꿈을 놔 줬다. "미싱자수, 나 진짜 그걸로 성공하고 싶었다니께. 근데 생각처럼 안 됐지. 이제 꿈도 없어." 이덕순(81) 할머니는 어릴 적 미싱자수를 배웠다. 미싱자수를 가르쳐 준 선생님과 잘 지냈지만 중간에 선생님이 서울로 올라가면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미싱자수로 성공했으면 좋았겠지만 여러 여건상 그냥 그 길로 꿈을 접었다는 게 할머니의 설명이다. "공부도 못 허고 상황도 안 되니께 그냥 꿈 접었지. 그렇게 늙어버렸네." 오율례(75) 할머니는 여검사가 되고 싶었다. 13살에 본 영화 <검사와 여선생> 속에 나온 배우들처럼 검사가 돼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꿈뿐이었다. 형편이 어렵고 여건이 안 돼서 꿈을 접었다. "할 말 없어. 나는 그냥 남자 못지않은 여장부가 되고 싶었는디. 못 했지, 뭐." 이복순(76) 할머니는 꿈이 없다고 말했다. 남편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하고 싶은 것도 했겠지만 일찍이 세상을 떠난 남편 없이 먹고살다 보니 꿈꿀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다. 원하는 것은 여장부다. 말만 여자지 남자처럼 살고 싶다고 전했다. "나는 잘 먹고 잘사니께 자식들만 잘 살면 돼." 김정자(87) 할머니는 학교 가려면 10리를 걸어야 해서 학교 안 갔다고 고백했다. 학교 가라는 부모님의 권유에도 10리 걷는 게 걱정돼서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커서 남편을 만나 장사를 하면서 자식들을 키웠다. 숨 돌릴 만하니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에게 남은 것은 자식뿐이다. 할머니는 잘 먹고 잘사니까 이제 자식들 잘 먹고 잘사는 게 꿈이다. "중학교 못 들어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러. 그게 내 한이여. 선생이 되고 싶었는디." 큰딸인 권복순(75) 할머니는 남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모님 말에 중학교를 가지 못했다. 배웠다면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꿈만 컸을 뿐 중학교도 못 들어가 가슴속에 품고 살았다. 그게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처음에 꿈이 없다는 할머니들은 온데간데없고 한바탕 꿈을 풀어 놓았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도 있었다. 한두 마디뿐이지만 남편·자식 등 가족을 위해 살아온 할머니들의 힘든 인생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꿈도 포기하고 '나'라는 사람보다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온 할머니들은 지금을 살고 있는 청춘들이 '나'라는 사람을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길 바라고 있었다. 마치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따뜻하지만 따끔한 조언 같았다. "젊은이들이 앞으로 큰 꿈 가지고 거짓 없이 진실했으면 좋겄어. 요즘 결혼도 안 한담서. 가정 꾸려서 좋은 일 나쁜 일 다 하고 살았으면 좋겄네. 한 번 사는 인생 희로애락은 다 겪어 봐야지 않겄어? 내 몫은 내가 챙기고. 살아 보니께 그게 최고더라고."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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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18:00

[새해특집] 작지만 강한 우리마을-진안 봉곡마을 이야기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농촌 마을들은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존립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행정과 정치권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농촌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특별한 금전적 지원이나 파격적인 혜택 없이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어우러져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마을들이 있다. 가장 작은 행정 단위에서 시작된 이들의 도전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소중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 전북일보는 올 한해 이 마을들의 사례들로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고, 지속 가능한 농촌 재생의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마을을 살린 귀농귀촌, 핵심은 ‘지속 가능한 정착’“태어나서 지금까지 마을에서만 살았어요. 주민 모두가 가족이자 공동체가 되어 마을을 아끼고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진안군 동향면 봉곡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상철(68) 이장은 마을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봉곡마을은 진안군, 무주군, 장수군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주민 수는 70여 명에 불과하다.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여 외부와 극단적으로 단절된 이 마을은 지방소멸의 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만 같았던 봉곡마을은 귀농귀촌 운동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으며 변화의 길을 걸었다. 2005년 서울에서 귀농한 이재철 자치위원장은 아내와 함께 마을에 정착하며 빈집을 개조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는 농촌 생활에 적응하면서 빈집을 활용해 귀농·귀촌인들을 불러 모았는 데 힘썼다. 이 위원장은 처음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이 위원장이 정착할 당시 29가구에 불과했던 봉곡마을은 현재 34가구로 늘어났고, 이 중 17가구가 귀농·귀촌 가구다. 절반 이상이 외부에서 온 이주민들로 채워지면서 마을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도시의 개인주의 문화와 농촌의 공동체 문화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활동과 교류가 필수적인 농촌의 공동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 도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재철 위원장은 귀농·귀촌인에게 마을 활동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속도에 맞춰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스며들도록 배려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오느냐가 아니라 누가 오느냐다. 농촌에 어울리는 사람, 오래 머물 사람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귀농·귀촌인들이 스스로 자리를 잡고 마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되, 지나친 간섭은 피했다. 이러한 배려와 소통의 자세가 봉곡마을이 지금까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봉곡마을봉곡마을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문화를 공유하는 진정한 공동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는 ‘행복한 노인학교’, ‘학선리 마을박물관’, ‘문화공간 담쟁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밥상’은 마을 공동체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주민들은 매일 마을 회관에 모여 점심을 함께 먹는다. 이곳은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마을 소식을 나누고 유대감을 다지는 중요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농번기에는 젊은 주민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을 나누고 일손을 돕기도 한다. 행복한 노인학교는 젊은 주민들이 한글, 미술, 요가, 수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배움을 돕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연극 공연, 시집 발간, 작품 전시 등 문화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해거름 갤러리’에서는 어르신들의 손길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며,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있다. 학선리 마을박물관은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주민들이 기증한 요강, 학생증, 주민등록증 등의 물품이 전시되면서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 박물관은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외부 방문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다봉곡마을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핵심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주요했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자원재활용, 햇빛발전소 건립 등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 자체가 봉곡마을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주제로 한 이 영화는 서툰 연기와 제작 과정에도 불구하고 마을 전체에 웃음과 감동을 전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2021년에는 ‘제8회 생생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문화·복지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봉곡이야기’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며 마을의 다양한 이야기를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봉곡마을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귀농귀촌 정책, 봉곡마을에서 배우다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귀농·귀촌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주택 마련 지원, 농업 교육, 기술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정착의 어려움으로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농촌에 정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봉곡마을은 이런 정책의 한계를 넘어선 모범 사례다. 이 위원장은 "금전적 지원을 바라고 온 사람들은 오래 못버티고 떠나는 게 대부분이다"며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누가 이곳에 와서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마을에 녹아들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봉곡마을의 사례는 귀농·귀촌 지원 정책이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정착 지원과 공동체 문화 활성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마을 봉곡의 사례는 지방소멸 위기를 맞은 모든 농촌 마을에 하나의 소중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 기획
  • 이준서
  • 2025.01.01 17:58

[새해특집] 전북형 스마트공장, 지역 중소기업 혁신성장 견인

전북특별자치도가 중소 제조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촉진해, 기업 및 지역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시작한 전북형 스마트공장구축 사업이 주목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 최초의 지역 주도형 중소제조 혁신 프로그램이자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규모 중소제조기업 스마트 공장으로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북자치도 중소기업 수는 28만3568개로 이 가운데 소상공인(27만3327개)을 제외하면 실질적 제조 중소기업은 약 1만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북자치도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실핏줄이 지역과 촘촘히 이어져 있어 기업의 현장 혁신 정도에 따라 미래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도는 중소기업 혁신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도는 올해 중소 제조 분야의 혁신을 통해 세계적 중소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 대만 같은 중소기업 강지로 성장해 나간다는 구상을 세웠다. 도는 ‘2024-2026 전북형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통해 300여 개의 중소 제조 현장에 혁신을 가할 계획이다. 또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성장가능성과 지속성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최초의 지역 주도 민관협업 사업으로, 사실상 도가 이 분야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총 70개 전북형 스마트공장 선정기업 가운데 39개 기업이 프로젝트를 완료했거나 완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지난 7월 시작한 사업은 내년 6월까지 1년 동안 진행된다. 오는 2026년까지 3년 동안 도비 168억원, 시군비 98억원, 자부담 39억원 등 305억 원의 민관 자금이 투입되며, 도와 시군은 스마트공장 구축비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까지 전북형 전담멘토들이 기업 임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현장을 탈바꿈한 기업은 25개사이다. 이들 기업들은 현장리뉴얼 및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제조 현장의 간편자동화와 기업자원 관리시스템, 제품개발 지원시스템 등을 새롭게 구축하며 기업 수준에 맞는 단계적 스마트 공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현재 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2024년 사업은 6월까지 진행 된다. 이와 함께 5월부터 1년 동안 진행될 2025년 전북형 스마트공장 사업이 이어진다. 올해 사업은 3월 쯤 공고를 앞두고 있으며 모집기업은 총 71개사 규모다. 사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분별 표준화가 진행되는 기초 1단계의 JS1유형이 22곳 선발되며, 생산실적이 자동 집계되는 기초 2단계 JS2유형이 45곳 선정된다. 여기에 실시간 의사결정이 지원되는 중간 1·2단계 JS3유형이 4곳 배치되며 기업 수준에 맞는 기술이 지원된다. 기초단계 기업은 현재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되지 않는 기업들이다. 도입 현장은 긍정적현장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또렷하다. 지난해 9월 기초 1단계 사업을 완료한 정읍 둥지쌍화탕 최방호 대표는 전북자치도와의 현장간담회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에 대한 개념과 방향 설정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같은기간 진행된 완주 기쁨기업 현장간담회에서 오미래 대표는 “멘토들의 과제 발굴·개선으로 인한 기업 변화를 체감했고, 이를 고도화해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10월 기초 1단계 사업을 완료한 김제 새롬산업 전기남 부사장은 전북자치도·도의회 등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폐골재하는 기업에 이 사업이 맞을까 고민했는데, 의외로 적절히 잘 맞아 놀랐다”고 언급했다. 동석한 뿌리산업 김호중 사무총장은 “기초 소부장기업은 굉장히 열악한 상황으로, 소부장기업에게 전북형 스마트공장 쿼터를 제공해 줬으면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는 기업 눈높이에 맞춘 특화 프로그램 영향이다. 전북형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는 중기부 주도의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사업’과 삼성전자 중심의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의 특장점을 벤치마킹해 우리지역 현실에 맞게 설계됐다. 민관 사업의 참가주체 구성 및 각각의 상생 역할도 프로젝트의 안착을 도왔다. 사업총괄기관인 전북자치도는 이번 프로젝트의 사업계획과 스마트공장 도입기업의 구축비(도비) 등의 지원에 나섰고, 14개 시군은 구축비(시군비) 지원 및 희망기업 발굴, 사업 모니터링 등을 전담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는 ㈜삼성전자가 현장 제조혁신과 시스템 구축 정보 공유, 판로 개척을 돕고, 물류·공정 등 전문 기술분야도 지원한다. 또 도내 중소기업이 주축이 된 (사)전북·삼성 스마트 CEO포럼이 스마트 공장 희망기업 추천 및 사전 컨설팅을 진행하며 홍보효과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도입기업과 현장에서 직접 호흡하는 제조혁신 기술지원단(전북형 전담멘토)은 현장 환경개선 및 제조공정 과제 발굴, 혁신 지원을 맡으며 지역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전북형 스마트공장의 핵심인 전담멘토는 삼성전자 출신의 제조혁신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최대 8주간 기업에 상주하며 공정 진단부터 공정 최적화 및 제조 노하우 전수 등을 통해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돕는다. 도는 올해 하반기 처음 시도한 프로젝트의 현장목소리를 바탕으로한 성과 점검과 더불어 전북형 스마트공장 도입을 앞둔 기업들과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동시에 전북형 스마트공장을 확산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선다. 대표적 사례가 이 분야 특례 발굴이다. 도는 제조 현장 현실에 부합한 지역 주도의 스마트 제조혁신 특례를 추진할 예정이다.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기업에 대한 국가의 행·재정적 지원근거 마련과 도지사 인증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도지사 인증 절차나 국가의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미래첨단산업국 오택림 국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제조혁신의 최고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6~8주가량 동고동락하며 생산성 향상뿐만아니라, 안전하고 일하기 편한 환경으로 탈바꿈시켜 준다”며, “많은 기업들이 관심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기획
  • 백세종
  • 2025.01.01 17:58

[새해특집] 전주의 심장부 MICE 복합단지, 전주의 판을 바꾼다

전주종합경기장이 마침내 전주의 새로운 심장으로 거듭난다. 전주시가 전주종합경기장 철거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함에 따라 국제적 문화·경제 중심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 MICE 복합단지 조성이 탄력을 받고 있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 사업은 전주대변혁의 중심에서 전주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주목받고 있다. MICE 복합단지는 전주와 전북 지역 경제와 문화를 통합적으로 발전시키는 핵심 공간이 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비즈니스와 문화 허브로 재탄생할 전주종합경기장의 새로운 모습에 관심과 기대가 모이고 있다. 새로운 변신 준비하는 전주종합경기장 전주종합경기장은 지난 60여 년 동안 시민들의 추억을 담은 도시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왔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축제와 문화 활동이 어우러지는 장소로 전주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었지만, 시설 노후화와 기능적 한계에 직면해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게 됐다. 이에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부지에 MICE 복합단지를 조성해 미래 전주의 문화‧경제적 심장부를 만들고 지금까지 컨벤션 불모지였던 전주의 MICE 산업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기로 했다. 시는 종합경기장 철거에 착수해 미래 지향적인 MICE 복합단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앞서 시는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장 내 석면을 우선 제거한 데 이어 야구장 철거를 완료했고,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열어 철거 작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여기엔 10억 47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돼 주경기장과 전주푸드, 수위실 등 부속건축물을 합쳐 총 3만 6751㎡ 규모의 건물을 철거하게 된다. 이는 MICE 복합단지의 성공적 조성을 위한 초기 단계로, 시는 부속건축물부터 우선 철거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까지 본 경기장 시설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철거가 완료된 이후엔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부지 조성 공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주차장 및 기존 지장물을 철거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에 착공해 오는 2028년 말까지 MICE 복합단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주 MICE 복합단지의 구성과 미래 비전 전주 MICE 복합단지는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와 다양한 상업·문화 시설을 포함해 전주가 국제적 비즈니스와 문화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핵심 프로젝트다. 가장 주목 받는 시설인 전시컨벤션센터는 1만㎡ 규모의 옥내 전시장과 1만㎡의 옥외 광장을 포함하며,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과 20개 이상의 중소 회의실로 구성될 예정이다. 첨단 음향 및 영상 설비와 디지털 기술이 도입돼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외부에는 대형 옥외 광장과 녹지 공간이 조성돼 방문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여유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복합단지 내에는 호텔, 백화점, 시립미술관,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 그리고 메타버스 아이디어-사업화 실증단지(S·I-Town)도 들어선다. 전주 MICE 복합단지 조성은 전북과 전주 경제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의 조사에 따르면 전주 전시컨벤션센터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효과 약 5145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2185억 원, 취업유발효과 약 364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국제회의와 전시회는 관광객과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어들이며, 지역의 숙박업, 외식업, 소매업 등 다양한 산업의 수익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전주는 한옥마을, 후백제 역사문화자원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와 연계한 지역 특화 MICE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이는 전주의 고유한 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로 이어지며, 지역 대표 전시회의 브랜드화를 통해 전주와 전북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함께 만들어진다. 이에 더해 시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위해 한옥마을, 팔복예술공장 같은 기존의 전주 관광 자원과 연계한 융복합 MICE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전주 MICE 복합단지는 관광산업과 문화산업의 시너지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과 현대적 시설이 융합된 공간인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은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와 체험을 통해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를 널리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또, 예술과 교육을 결합한 공간인 전주시립미술관은 전주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는 혁신도시 등에 위치한 공공기관, R&D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연간 230회 이상 열리는 회의, 세미나, 이벤트 등 행사를 새로운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국제행사 수요를 파악해 유치 전략을 세우고, 특화 MICE 개발 및 중장기 발전계획 등 전주만의 차별화된 운영 계획을 수립해 갈 예정이다. 재정 확보·행정 지원 ‘순항’ 전주 MICE 복합단지 조성에는 약 1조 170억 원(재정 2170억 원, 민자 8000억 원)이 투입되며, 그중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에는 3000억 원이 소요된다. 이 중 2000억 원은 민간사업자인 롯데쇼핑이 부담해 건설을 담당하며, 시는 전체 부지 조성과 공공시설 조성을 맡는다. 시는 롯데쇼핑과 숙박 및 판매시설의 선정된 설계안을 상호 공유하는 등 협력 체계를 강화해 전시컨벤션센터와 상업시설 간의 유기적 연계를 이루고, 내년 상반기 인허가 절차와 하반기 착공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전주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한 행정 절차는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통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전주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인정하며, 조건부 승인으로 사업을 공식화했다. 중앙부처의 행정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시는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전시컨벤션센터 기본 및 실시설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추가 재원을 계속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동시에 시는 MICE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해 9월 교통·환경·재해영향평가 등 관련 용역에 착수한 상태로, 이를 반영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작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시계획 인가 고시 후 1단계로 부지 도로 철거와 수목이식 등 기반시설 조성을 단계별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완공 후 전시컨벤션센터의 효율적인 운영과 전주 MICE산업 활성화를 위한 운영·관리계획 수립용역을 마무리하고, MICE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요 전담 조직과 지역특화방안, 중장기 운영계획 등 세부적인 운영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전북특별자치도도 광역 인프라로서 컨벤션센터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해, 전주시와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MICE 산업 활성화와 행정 절차의 원활한 지원을 위한 상호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 우범기 전주시장 “MICE 복합단지, 명실상부한 전주의 심장으로 거듭날 것” 우범기 전주시장은 “종합경기장은 지리적으로는 전주의 심장부이자, 역사적으로는 시민의 삶과 함께 해온 상징적인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합경기장 부지에 MICE 복합단지 조성을 중심으로 한 획기적인 지식서비스산업 인프라를 확충해 전주 경제의 확실한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나아가 전북특별자치도의 MICE산업을 이끌 중심지로서, 지역혁신과 성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 시장은 “전주 MICE 복합단지는 전주 발전의 중심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면서 “지역의 문화와 경제를 융합해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할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설계부터 운영까지 빈틈없이 진행해 전주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 기획
  • 강정원
  • 2025.01.01 17:57

[2026 제9회 지방선거 누가 뛰나 : 장수군수] 재선가도에 맞서는 전직·의원 출사표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장수군수 선거에 4명, 5명의 출마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재선에 나서는 현 최훈식(57) 군수에 맞서 장영수(57) 전 군수와 양성빈(47) 전 도의원이 대항마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박용근(64) 현 도의원이 군수 선거 출마를 공공연히 밝히며 세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재선의 장정복(63) 군의원도 추이에 따라 당내 경선에 참여할 여지를 두고 있어 최대 5명의 후보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훈식 현 군수와 양성빈 전 도의원, 박용근 현 도의원이 당내 경선에 참여할 전망이다. 또 장정복 군의원의 가세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지난 선거 더민주당 공천심사에서 컷 탈락 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장영수 전 군수는 현재 복당 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당 여부에 따라 경선 참여 또는 본선 직행에 대한 용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탁핵 심의에 돌입한 헌재의 결정에 따른 조기 대선이 복당 신청에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오는 제9회 지방선거 장수군수 선거는 여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선거로 전망된다. 장영수 후보의 복당 여부와 매번 도의원 선거로 내려앉은 박용근 후보의 완주 여부, 장정복 군의원의 참여 여부 등이 오는 군수 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기획
  • 이재진
  • 2025.01.01 17:54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