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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 "활력 넘치고 지속 가능한 농촌 만든다"

김제시가 농촌지역의 계획적인 개발을 통한 농촌인구 유지와 지역별 특화발전을 유도하고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지난 4월 준공한 공덕면 두루누리활력센터·용지면 황토빛나눔센터와 함께 총 11개 읍·면에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3개 읍·면(만경, 금산, 금구)에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농촌지역에 필요한 기초생활 기반 확충과 생활서비스 이용 접근성 향상 등 주민 삶의 질을 향상은 물론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김제시가 농촌지역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노력과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살펴본다. 농촌공간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김제시는 농촌공간 전략계획 및 농촌생활권 활성화 계획 수립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최종 합의를 거쳐 2022년 7월 농촌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20년 단위의 농촌공간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5년 단위의 농촌생활권에 대한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경제활력 제고 등을 통해 농촌지역공간 발전을 구상하는 통합적인 지역주도의 농촌발전계획이다. 본 협약으로 김제시는 국비 242억 5000만 원을 확보한 가운데 2022년부터 서부생활권(만경, 죽산, 부량, 청하, 성덕, 진봉, 광활)을 대상으로 2026년까지 5년 동안 국비 포함 총 346억 50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아울러, 김제시 동부생활권인 용지면에 형성된 한센인 정착촌 축사 밀집지역의 난개발 요소를 해소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농촌공간정비사업이 공모에 선정되어 휴·폐업축사 매입 및 철거, 빈집철거, 다목적 체육마당, 마을공동시설, 환경정비사업 등 총 250억 원을 투입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농촌협약의 연계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김제시는 365 희망농촌 구축을 위한 농촌공간 재구성과 농촌다움 회복, 경제활력 기반 구축과 일자리 확충, 주민역량 강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공간전략을 바탕으로 거점시설은 물론 배후마을까지 연계되는 운영체계 조성을 위해 순차적으로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3월 제정된「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농촌지역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장기 계획수립을 바탕으로 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로써 농촌의 일정 지역을 용도에 따라 구획화(zoning)하는 ‘농촌특화지구’를 도입하여 난개발을 방지하고 주거, 산업지역 등을 여건에 맞게 재배치할 수 있게 된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추진 김제시는 읍·면 거주자의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농촌 도시임과 동시에 초고령사회다. 청년층은 도시로 이주하여 인구감소를 가속화시키고 남아있는 고령인구는 지역경제 및 사회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구감소로 서비스 수요가 감소하고 농촌 중심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들이 폐업하면서 주민 생활이용에 불편을 겪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김제시는 관내 모든 읍·면에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시·군역량강화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역주민의 기초생활수준을 높이고 정주여건 개선 등을 통해 삶의 질 향상과 농촌인구 유지 및 지역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은 일반농산어촌 읍·면 지역에 개소당 최대 150억 원의 사업비로 문화, 복지, 보육 등 복합서비스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김제시는 금산면(금산문화복지센터)과 금구면(금구복지관)이 기 완료되어 운영하고 있으며 만경읍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중에 있다.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은 개소당 40억 원의 사업비로 농촌지역의 새로운 문화와 삶의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소재지 중심 공공거점기능 보완과 교육, 문화, 복지시설 등 생활 SOC를 확충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배후마을 주민을 위한 서비스 공급 거점을 마련한다.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지역을 제외한 11개 읍·면이 해당한다. 지난 4월, 공덕면 두루누리활력센터와 용지면 황토빛나눔센터가 준공식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매년 2∼3개 읍·면의 거점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다.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행복지수 UP! 김제시는 소외되고 낙후된 농어촌 오지 마을 주민들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주거, 안전, 위생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기초생활 개선을 위해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봉남면 신덕마을을 시작으로 2023년 부량면 제월마을, 2024년 광활면 신광마을 등 3년 연속 공모에 선정되었으며 성덕면 다복마을과 백산면 원부마을이 2025년 사업으로 공모 신청했다.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은 산사태, 침수 등 재해예방과 축대, 담장 등 노후 위험시설 보수, CCTV 설치 등을 통해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간이상수도 및 하수처리시설 설치, 화장실 개량, 다목적 커뮤니티시설 등을 조성함으로써 쇠퇴해가는 농촌마을에 활력을 주고 행복지수를 높여나가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살고 싶어 하는 농촌 만들다 김제시는 농촌협약에 따라 2022년부터 서부생활권인 만경읍, 성덕면, 부량면에 마을만들기 자율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과 2026년은 각각 광활면과 진봉면 내 지원요건을 갖춘 마을에 대해 자체심사를 거쳐 선정된 지역에 최대 5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마을의 다양한 유·무형 자원과 특성을 기반으로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직접 구성하여 사업을 주도하는 상향식 사업으로 기초생활 기반 확충(노후 마을회관 리모델링 등), 지역소득 증대(가공시설 등), 경관 개선(담장 개·보수, 마을안길 정비 등, 주민역량 강화(주민교육, 선진지 견학 등) 등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다. 주민들이 다양한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고 주민과 마을을 잇는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성주 김제시장은 “농촌지역 생활서비스와 인프라가 남아 있지 않은 읍·면 지역에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농촌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하면서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쉬고 싶은 농촌 조성울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기획
  • 최창용
  • 2024.05.12 16:18

‘무산 위기 극복’ 익산 코스트코 생활권 열린다

물건너간 줄 알았던 익산 코스트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수도권이나 광역자치단체 등 대도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코스트코가 호남권 최초로 익산에 들어설 예정이다. 익산시는 지난 8일 ㈜코스트코코리아와 왕궁면 일대 점포 개점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해 왕궁물류단지 조성 예정지 입점이 무산되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지만, 발 빠르게 대체 부지를 찾고 경기도 광명시의 ㈜코스트코코리아 본사를 오가며 입점과 관련된 사항들을 조율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코스트코 익산 입점 협약을 이끌어 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격이지만, 남은 절차가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 연내 착공 및 2025년 말 개점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9일 시청 상황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코스트코 익산점 유치 과정과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호남권 첫 코스트코…장보기 원정 이제 그만 수많은 익산시민의 기대와 염원이 모여 호남권 첫 코스트코 입점이라는 결실이 맺어졌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대형 창고형 할인 매장으로 전 세계 곳곳에 870여 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18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 수도권이나 광역시 중심으로 분포돼 있는 상황이다. 호남권에서는 이번에 개점하는 익산점이 첫 사례인 만큼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코스트코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장보기 원정을 가던 익산시민을 붙잡고, 이에 더해 인근 지역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좌초 위기 이겨 낸 뚝심 익산시와 코스트코가 투자협약서에 서명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계약 해지와 부지 변경 등 우여곡절이 있었고, 그간의 모든 노력이 무산될 위기의 순간들 앞에서 정헌율 시장의 뚝심과 끈질긴 노력, 적극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애초 코스트코 익산점은 왕궁물류단지에 입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코스트코 측에서 사업 진척이 더디다는 이유를 들어 익산왕궁물류단지㈜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익산시민뿐 아니라 전북도민들까지 큰 실망에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정 시장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경기도 광명시의 ㈜코스트코코리아 본사를 방문해 시 차원의 강한 유치 의사를 전달하며 3~4개의 대체 입점 부지를 제안했다. 지역구 한병도 국회의원도 시민의 아쉬움을 대변하며 직접 설득에 나섰다. 진심은 통했다.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가 익산이 제안한 대체 부지 현장 실사에 나섰고, 현장을 둘러본 코스트코 측은 익산에 우선 입점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굳혔다. 이후 새로운 토지주에게 입점을 위한 의향서를 전달하고 토지 매매계약 협의를 진행했다. △발 빠른 대응으로 연내 착공 목표 익산시도 지원 사격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코스트코 입점 대응 TF를 구성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마다 여러 차례 실무진 회의를 열고 성공적인 유치를 위한 방안을 찾았다. 아울러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할 대책을 논의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현재 코스트코 익산점 입점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 제안서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지난 3일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고시됐다. 코스트코 익산점의 전체 부지는 3만 7511㎡(1만 1347평) 규모이며, 800억 원 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건축 설계와 허가를 거쳐 연내 착공이 이뤄지면, 1년 여 기간 공사를 거쳐 이르면 2025년 말 왕궁면에서 코스트코 익산점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역 소상공인 상생 전략 모색 시는 향후 코스트코와 맺을 상생 협약에 담을 구체적인 지역상권 보호 전략을 모색 중이다. 상생 협약에 지역민 우선 채용, 지역 우수 제품 입점, 지역사회 공헌 등의 내용이 주요 골자다. 앞서 시는 지난 2022년 소상공인 전담 부서를 신설해 지역상권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적극 발굴·추진해 오고 있다. 다이로움 지역화폐 사업과 전통시장·지역상권 활성화, 카드수수료 전액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시는 코스트코 입점으로 인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분석해 다이로움 정책 수당을 확대하는 등 지역 소상공인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상생 강화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뛰어난 접근성…인구·소비 유입 기대 코스트코 익산점 입점이 이뤄지면 지역사회에는 유동인구가 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대형 유통기업 유치에 따른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 왕궁면은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과 국도1호선 등이 위치해 전북은 물론 광주·전남, 경상 등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맞닿은 전주·군산·김제·완주, 충남 논산 등과 함께 코스트코 생활권도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유동인구가 유입되는 만큼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 상승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한때는 백제의 수도로서 번성했던 왕궁면은 1400년 전 백제 왕궁이 있던 터에 왕궁리5층석탑이 여전히 위용을 뽐내고 있고 곳곳에 고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또 코스트코 익산점 입점 예정지에 인접한 왕궁보석테마관광지에는 보석박물관과 다이노키즈월드가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별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 = 정헌율 익산시장 “고대하던 코스트코, 익산에 새로운 활력” “시민 여러분들의 염원을 모아 호남권 첫 코스트코를 익산에 유치하게 됐습니다. 코스트코가 앞으로 익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8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으며 코스트코 익산점 개점을 준비하는 여정의 출발선에 선 정헌율 익산시장은 9일 기쁨과 함께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성공적 개점을 위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사실 코스트코 익산점은 지난해 한 차례 입점 좌초 위기를 겪었다. 정 시장은 실망감에 빠진 시민을 대신해 ㈜코스트코코리아 측의 마음을 돌리고자 직접 본사를 찾아가 강력한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 지역사회 내 여러 의견이 공존하는 상황이었지만, 어떤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일념이었다. 투자유치 보조금이라는 강력한 인센티브 마련을 위해 익산시의회를 설득하고, 끈질기게 코스트코 측의 문을 두드렸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정 시장은 이날 가장 모범적인 코스트코 지역 정착 사례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골목상권을 지키는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을 지원해 시민 모두가 환영하는 새로운 지역 발전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시장은 “전국에 20개에 가까운 코스트코 매장이 있지만 호남권에서는 이번에 생기는 익산점이 첫 사례이며, 27만 익산시민의 간절한 염원은 물론 시 직원들과 지역 정치권의 끈질긴 노력 끝에 얻은 귀한 성과”라며 “그동안 코스트코에 가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 했던 우리 익산시민들과 인근 도시 주민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주, 논산 등에 인접하고 고속도로 나들목이 있는 왕궁은 뛰어난 접근성이 강점인 만큼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개점까지 남은 절차를 하나하나 차분하게 추진해 시민 기대에 부응하고, 관련 관광 상품 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상공인 보호 전략도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 기획
  • 송승욱
  • 2024.05.09 13:41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쓰레기 없는 장터는 가능한가?

며칠째 이어지는 궂은 날씨가 하늘을 덮치기 전이던 지난 4일, 여름에 가깝던 더운 날씨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고, 어디든 연휴의 첫날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이던 날이었다. 그 중 전주 팔복동에 위치한 팔복예술공장은 특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막바지 이팝나무 철길을 눈에 담기 위해 찾은 가족과 연인, 해외 유명 팝아트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 나선 관객들, 그리고 ‘쓰레기 없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을 찾은 시민들 때문이다. 푸릇푸릇한 팔복예술공장의 잔디 광장을 가로지르는 길에 마련된 장터. 햇수로 4년, 8회째를 맞은 ‘불모지장’은 축제 현장 어디서든 흔히 보이는 다른 플리마켓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쓰레기’가 없다는 것. 적당히 타협하며 줄이려는 노력 정도가 아니라, ‘아예’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차별점이 있다. 전주의 유일한 ‘쓰레기 없는 장터’인 불모지장의 입구에서부터 ‘일회용품’의 반입 제한을 알리는 안내 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날이 더워 테이크아웃으로 구매한 커피, 편의점에서 구매한 음료 등은 잠시 보관대에 맡겨야 출입이 가능하다. ‘이렇게까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이 행사의 규칙이라 하니 따라 본 시민은 일회용품을 내려놓고 발을 들이는 순간, 생소하고 특별한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지난 4일 열린 쓰레기 없는 장터 ‘불모지장’/목서윤 판매 부스는 총 50여 개. 지구에 무해한 채식을 경험할 수 있는 식음료 부스뿐 아니라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 제품과 소품을 판매하는 모든 부스에서도 일회용기나 포장지를 찾아볼 수 없다. 시원한 생맥주는 다 먹고 반납하면 되는 전용 유리잔에 제공된다. 토마토와 호박 등 농산물은, 마트에서 구매하고 남은 양파망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포장된다. 비건 빵과 음식은 시민들이 챙겨온 다회용기에 담기고, 지참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 다회용기 대여 부스도 마련되어 있다. 5월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에 사람들은 비닐포장과 막대 쓰레기가 발생하는 아이스크림 대신, 위쪽 껍질만 벗긴 오이 한 개씩을 들고 장터 구석구석을 거닌다. 현장에는 쓰레기통 자체가 비치돼 있지 않았으며, 판매자부터 불필요한 포장이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할 일도 없다.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 짧은 행사에 1만여 명이 찾으며 ‘쓰레기 없는 장터’가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행사를 마친 후 주최 측이 수거한 보관대의 일부 일회용기 음료, 오이 꼭지 등의 쓰레기양은 5리터 종량제 봉투를 채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 많은 인파가 몰려 복잡한 공간이었지만 ‘노 키즈’나 ‘노 펫’ 등 차별적 제한을 두지 않은 곳. 무해한 삶을 지향하는 비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버릇처럼 구매하고 버리던 일회용 쓰레기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불모지장은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장터’의 약자이다. △150 명에서 4년 만에 1만 명으로.. 불모지장의 놀라운 성장 시작은 평범했다. 필요한 만큼의 식자재를 쓰레기 없이 구매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았다. 이에 같은 고민을 갖고 있던 평범한 전주 시민 몇몇이 머리를 맞댔다. 마트에선 ‘불가능’한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우리가 실현해 보자’고. 그렇게 삼삼오오 모인 마음 맞는 시민들은 직장인으로서, 자영업자로서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틈틈이 아이디어를 나누며 불모지장은 기획했다. 2020년 처음으로 열린 불모지장은 기획단 구성원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됐다. 10여 개의 농산물 부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도 기획단의 지인들이 다수였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었고, 그렇게 불모지장은 ‘환경 불모지인 전주를 비옥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행사를 이어왔다. 연 1-2회씩 열리며 지속된 게 어언 4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참여 업체 규모도, 장터를 찾는 시민의 수도 계속 늘어갔다. 1회 때부터 불모지장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시민 박선 씨는 “예전에는 뜻 있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다회용기를 무료로 빌려주는 역할을 공기업(한국환경공단 전북환경본부) 등이 맡아준다든지 시민 주도 환경 운동의 확장성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는 의견이다. 또, “주최 측이 정한 규칙을 전반적으로 잘 따르는 시민들을 보며 앞으로도 많은 축제장이나 행사장이 공익을 위해 ‘쓰레기 없는’ 행사로 규정 짓고 규율을 정하면 누구나 방향성에 공감하며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겠냐”며 불모지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이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길 희망했다. 전주 동서학동에서 비건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 중인 허지현 씨는 2년 연속 판매 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일반 플리마켓에 참여하면 다른 부스에 비해 시민들의 관심이 저조해 빛을 발하지 못하기 십상인데 불모지장에서만큼은 쉴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다른 데서는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알리기도 무척 어렵고 한계가 분명 있는데. 불모지장에 오시는 분들은 관심이 있는 편이니까 실제 매출로도 이어진다”며 행사의 좋은 취지와 더불어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소규모 영세업자들의 판로가 확대되는 효과까지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길 건너 이팝나무 철길에서 열린 다른 플리마켓을 구경하다 불모지장에 들른 또다른 시민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일회용 반입 금지라는 규칙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공간 안 모든 사람이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게 놀랍다. 많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바로 옆에서 다회용기를 대여해 주니 생각보다 실천하기 쉬운, 의미 있는 경험이 된 것 같다”라며 쓰레기 없는 장터를 찾은 소감을 전했다. △지속가능한 환경과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푸르른 잔디밭에서 어른이며 아이며, 사람이며 동물이며 모두가 어우러져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비건 문화 공간. 기획단이 지향하는 불모지장의 모습이다. 기존의 불모지장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홍보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찾아보고 오는 장소였다면, 올해는 황금연휴에 갖가지 행사가 겹치면서 평소 환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대거 ‘우연히’ 불모지장을 찾고 알게 되었다는 게 큰 변화이다. 기획자 몇몇이 머리를 맞대 마련한 행사가 별도의 후원이나 지원 없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늘었다. 기획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행사의 규모는 점점 커지니 장소 선정부터 운영 방식까지, 꼼꼼히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러 회의를 거쳐 다음 불모지장은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열릴 예정. 불모지장의 기획자 중 한 명인 서지석 씨는 불모지장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속가능한 환경과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위해서, 작은 실천을 격려하고, 비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수의 시민들’이 모여 시작한 불모지장. 시민 주도의 노력이 이미 큰 물결을 만든 현시점에서 불모지장의 행보와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기고
  • 2024.05.08 13:52

김병옥 익산농협 조합장 “전국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조합 만들 것”

익산농협은 지난 2015년 김병옥 조합장 취임 이후 해마다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신용사업만으로는 갈수록 급변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 생산·가공·유통 전문 조합으로 거듭나겠다는 김 조합장의 결단과 과감한 실행, 그리고 6500명에 달하는 조합원과 240여 명의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보다 나은 조합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결과다. 9년째 익산농협을 이끌어 오고 있는 그는 변함이 없다. 조합원 소득 증대가 조합의 존재 이유라는 평소 신조대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떡 방앗간의 생크림 찹쌀떡이 여전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지점을 늘리는 공격적 마케팅도 그 일환이다. 매사 열정적인 모습으로 익산농협을 이끌어 가고 있는 그를 만나 익산농협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들어 봤다. 익산농협은 해가 갈수록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조합원들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결산 결과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다시 한 번 갱신했습니다. 대면 고객 감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변동 등에도 불구하고 떡 방앗간 약진과 신규 지점 개점, 마트 이전 개점 등을 통해 2023년 결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억 3000만 원가량 증가한 54억 1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법으로 정한 최고 배당률을 적용한 조합원 출자 배당 16억 6000만 원과 이용고 배당 16억 4000만 원을 현금 배당하고, 13억 2000만 원은 조합원 사업 준비금으로 적립했습니다. 합계 배당률은 12.5%이고, 배당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억 8000만 원 증가한 46억 3000만 원입니다. 올해는 본격적인 떡 방앗간 가동을 통해 매출 1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통한 수익으로 조합원들의 쌀 수매를 전국 최고가로 할 예정입니다.” ‘뛰어야 한다. 변해야 한다. 안 될게 없다’는 올해 슬로건이 인상적입니다. “지난 2015년 3월 11일에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아 취임했습니다. 그때부터 앞으로는 신용사업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사업을 활성화해야 하고, 열심히 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었지요. 전북도나 익산시 같은 행정기관은 세금으로 지역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하지만, 협동조합은 농민과 조합원들을 위해 결국은 벌어야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던 겁니다.” 지난해 영등지점과 배산지점에 이어 평화지점과 하나로마트 평화점이 문을 여는 등 공격적 마케팅이 눈에 띕니다. “첫 취임 당시 직원이 242명이었는데, 9년이 지난 올해 사업 공고 때 직원이 243명입니다. 떡 방앗간과 하나로마트 평화점, 영등·배산지점 등이 다수의 사업장이 생겼지만 직원은 1명 늘었습니다. 조직은 슬림화하고 적자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되,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과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곳들을 보면 비싼 땅을 사서 사업을 하는데, 익산농협은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라 오래된 창고나 기존 소유 부지를 활용하거나 농협은행이 철수하는 위치를 먼저 선점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인테리어와 집기류를 활용해 개점 비용을 최소화했습니다. 고객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우리의 강점으로 삼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규 점포를 늘려 공격적으로 영업해 나갈 계획입니다.” 떡 방앗간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입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떡 방앗간은 2015년에 공약을 하고 2017년 9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필요에 의해 떡을 사서 먹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설에는 떡국을 먹고 추석에는 송편, 수능 때는 찹쌀떡을 먹는데, 대기업을 봐도 떡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건강한 재료로 맛 좋은 떡을 만들어 승부수를 띄웠고, 계속해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을 넘어 신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022년 매출 20억 원을 기록한 떡 방앗간은 지난해 매출 50억 원을 돌파했고 현대백화점에도 진출했습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통신 판매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정말 불철주야 노력한 성과입니다. 이미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난 생크림 찹쌀떡은 물론이고 설에는 햅쌀로 만든 떡국떡을, 추석에는 조합원이 생산한 쌀로 만든 송편을, 수능 때는 질 좋은 팥으로 만든 찹쌀떡을 전 국민이 맛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떡 방앗간에 이어 고추장 가공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신가요. “예전부터 만들어온 고추장을 보면 고춧가루 함유량이 12~17% 정도 됩니다. 근데 이 함유량을 75~80%까지 끌어올려 고급화하려 합니다. 옛날 어머님들 보면 고추장이 상하지 않게 하려고 소금을 많이 넣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소금을 많이 넣지 않아 짜지 않은 고추장을 만들 생각입니다. 매콤하지만 밥만 비벼 먹어도 짜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추장을 구상 중입니다. 시중에 순창고추장 같은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있지만, 저희는 고급화 전략으로 줄서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고추는 토종 품종을 잘 선별하고 엿기름도 조합원이 직접 생산한 보리를 분쇄해 만드는 등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조합 본연의 역할은 조합원 소득 증진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신용사업만으로는 1금융권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제사업을 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가을에 통장을 보고 흐뭇해할 수 있는, 전국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조합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올해 특별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투자 여력이 충분히 있다면 대규모 투자 사업을 해도 괜찮습니다. 인근 몇몇 곳은 실제로 커다란 투자를 하고 있고요. 하지만 익산농협의 경우 무리한 투자는 절대 금물입니다. 떡 방앗간의 경우도 처음엔 시범사업 방식으로 소량 생산을 하다가 생산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제 80평 전체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 대의원회에서는 영농자재백화점을 건립하는 안이 통과됐습니다. 필요성이 인정되고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지만, 시내권에 비싼 땅을 사는 것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지에 창고형으로 지어 운영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일부 대농 외에 고령화된 농민들을 위한 농작업 대행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꼼꼼히 살펴 진정 조합원들을 위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합원들과 익산시민, 전북특별자치도민 여러분들께 전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조합원 수가 6500명에 달하다 보니 생각이 각기 다르고 의견도 여러 가지입니다. 선출직 조합장이다 보니 힘이 드는 부분도 있고요. 오랜 기간 벤치마킹해 온 일본을 보면 토지와 기후에 맞는 특산물을 재배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저희 익산농협은 조합원 대부분이 수도작을 하고 있어 볏값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조합원이 지은 쌀을 구매할 때 볏값 결정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최고가를 말하면 박수로 화답하며 이사회 의결이 이뤄집니다. 조합원들을 위한 진정성을 알아주시기 때문입니다. 도농복합지역인 익산은 원래 농업 의존도가 높았지만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갈수록 농업은 뒷전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익산의 농업인들이 언제나 지역 발전 버팀목 역할을 하며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산지소 운동을 꾸준히 펼치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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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승욱
  • 2024.05.07 16:22

[전홍철 교수의 ‘영상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 탐방’] 그리스에서 완주까지 (4)

완주 송광사와 위봉사. 두 사찰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불교 사원 입구에는 신성한 공간으로의 진입 그리고 불교의 해탈을 상징하는 산문(山門)이 있다. 이 출입문이 바로 일주문(一柱門)이다. 일주문이란 말은 기둥이 네 개인 가옥과 달리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은 데서 생겨난 말인데, 이는 고대 인도 건축의 아치형 출입문이었던 토라나(Torana)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 인도에서 토라나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등의 종교 건축물에서 의식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중국의 산문(山門), 일본 신사(神社)의 토리이(鳥居), 베트남의 탐꽌(Tam quan), 태국의 대추천(大秋千, Giant Swing)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 사찰의 일주문과 향교 출입문인 홍살문도 바로 인도 토라나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런데 고대 인도의 토라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인도 산치(Sanchi)와 바르후트(Bharhut) 그리고 남인도 파니기리(Phanigiri)로 떠나야 한다. △ 인도 스투파의 전형, 산치대탑(Sanchi Great Stupa) 인도어인 스투파(Stupa)는 한자로 번역하면 ‘탑파(塔婆)’이고, 이것이 오늘날의 탑(塔)이 되었다. 원래 고대 인도에서 스투파는 유력 인사의 유골이나 유품을 안치한 무덤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불교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전파되면서 탑의 형태로 변모되고, 점차 목조 건축의 영향을 받아 다층 구조로 발전하게 되었다. 한편 산치 스투파는 인도 마디야 프라데시(Madhya Pradesh) 주 의 라이센(Raisen) 마을 언덕 위에 있는 불교 유적지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구조물 중 하나이다. 기원전 3세기 마우리아(Mauryan) 제국의 아쇼카(Ashoka) 왕이 불사리를 모시기 위해 지은 것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반구형 벽돌 구조물이었지만, 기원전 1세기경 정교하게 조각된 4개의 토라나와 난간이 추가되었다. 토라나 문은 석재로 만들어졌지만, 목재 건축처럼 조각되었다. 토라나에는 부처님 일대기 장면 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일상 모습도 새겨졌다. 또한 석조 조각에서 부처님은 아니코니즘(aniconism) 즉 우상 금기 때문에 인체로 묘사되지 않고, 말, 발자국, 보리수 등의 상징물로 표현되었다. 인체만으로는 부처님의 위대함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영적인 공덕을 얻기 위해 돈을 기부하여 스투파를 장식하였다. 기부자들은 돈을 기부한 댓가로 부처님의 삶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선택해 조각에 새기고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었다. 스투파에 특정 에피소드가 무작위로 반복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문 횡량에 새겨진 유명한 항마성도(降魔成道) 부조를 보기로 하자. 횡량(橫樑) 좌우에 나선형 문양이 새겨져 있어 마치 두루마리 그림을 펼쳐보는 듯하다. 먼저 왼쪽 가장자리에는 보리수 아래의 빈 대좌로 부처를 상징하였다. 가운데는 악마인 마라와 그의 딸들이 등장하여 부처님을 유혹한다. 오른쪽 장면은 악마의 군대가 패배하여 도망가는 모습이다. △ 중인도 바르후트(Bharhut) 스투파 1873년 알렉산더 커닝햄(Alexander Cunningham)이 발굴한 바르후트(Bharhut)는 중인도 마디야 프라데시(Madhya Pradesh) 주의 사트나(Satna) 지구에 있는 마을이다. 바르후트 패널(panel)의 독특한 점은 각 조각판에 브라미(Brahmi) 문자로 무엇을 묘사하고 있는지 명시하고 있는 점이다. 바르후트 조각은 아쇼카 왕조 이후, 산치 2호 스투파 이전의 것으로 인도 불교 예술의 가장 초기 사례를 보여준다. 바르흐투 스투파는 산치와 유사한 배열로 돌 난간과 4개의 토라나로 둘러싸여 있다. 난간은 대부분 복구됐으나 토라나 4개 중 동문만 남아 있다. 토라나에 7개의 카로스티(Kharosthi) 문자 장인 마크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조각가들이 인도-그리스 왕국의 핵심 지역인 간다라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이 장인들은 헬레니즘 기법과 양식을 토라나 제작에 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동문 횡량(橫樑)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부처님을 상징하는 중앙의 대좌를 향해 동물들이 귀의하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사자 두 마리, 왼쪽에 그리핀 한 마리 그리고 인간 머리를 한 사자(스핑크스 또는 만티코어) 한 마리가 조각되어 있다. 아래 횃돌에는 네 마리의 코끼리와 두 명의 인간 신도들이 부처님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횃돌 사이에는 기둥들이 있는데, 그 중 일부에는 인도 인물상이 장식되어 있다. 이 기둥 기단에서 전체 8개 중 5개에는 카로슈티 조각가의 마크가 발견되었다. 위쪽과 중간 횃돌 사이에도 이런 기둥들이 있었겠지만 현재는 유실된 상태다. △ 21세기의 신발견, 남인도 파니기리(Phanigiri) 스투파, 스투파로 들어가는 출입문인 토라나는 기원전에 만든 산치와 바르후트 스투파에서만 확인할 수 있고, 기원후 남인도 스투파 유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21세기에 새롭게 조사된 텔랑가나(Telangana) 파니기리의 스투파 유적에서 토라나 부재가 발견되어 주목된다. 이것으로 기원후 남인도 스투파에도 토라나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파니기리 스투파의 토라나 양끝에는 전설 속의 동물 마카라가 사자, 코끼리 등과 결합하여 탄생한 상상 속의 동물로 장식되었다. 또 긴 문 위에는 모두 석가모니의 인생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석가모니는 무우수(無憂樹) 나뭇가지를 짚고 선 마야 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다. 먼저 석가모니의 탄생 장면이다. 하늘에는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뻐하는 천인들이 음악을 연주한다. 샤카족의 수호신도 석가모니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 성장한 석가모니는 성 밖으로 나가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보게 된다. 석가모니가 출가의 뜻을 밝히자 궁의 여인들이 슬퍼한다.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에게 사천왕이 다가와 발우를 공양한다. 석가모니가 사르나트의 녹야원에서 5명의 수행자들에게 첫 설법을 하는 초전법륜 장면. 대좌 앞의 사슴이 바로 그 장면을 상징한다. 토라나의 앞부분은 석가모니의 인생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된다. 한편 뒷면의 이야기는 다른 순서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전, 왕자 시절의 싯다르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석가모니가 나가왕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코끼리를 타고 가는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스투파를 경배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 일주문, 고대 인도 건축과의 깊은 연관성 토라나는 고대 인도 건축에서 유래한 장식적인 문 또는 출입구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원의 경계를 표시하고, 신성한 영역으로의 진입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토라나는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신성하고 경외할 만한 입구를 표현하며, 때로는 축제나 왕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였다. 송광사와 위봉사의 일주문을 통해 우리는 고대 인도 건축의 영향이 아시아 전역에 미친 흔적과 함께 불교 해탈의 상징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전홍철 우석대 경영학부(예술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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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6 15:19

[팔도 핫플레이스] 가평으로 떠나는 ‘유럽여행’

바야흐로 나들이하기에 제격인 봄. 푸르름이 짙어질수록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은 바빠진다. 경기 가평군은 80% 이상이 산림으로 지역 곳곳이 봄의 기운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가평에는 산림청이 지정한 전국 100대 명산 중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1천468m)을 비롯해 명지산, 운악산, 유명산, 축령산 등 5개의 아름다운 산과 북한강, 가평천, 조종천, 미원천 등 이름난 강과 하천 및 계곡을 품고 있는 수도권 대표 휴양도시다. 여기에 10여 년 전부터 호명산, 화야산 등 주변으로 프랑스, 스위스 등을 모티브로 한 유럽마을이 조성되면서 다시금 가평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평으로 떠나는 유럽여행’이라는 말은 이들 마을로부터 비롯됐다.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가평속 유럽으로 가볍게 떠나보자. ■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모티브로 한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 마을’은 2008년, 2021년 각각 개장했다. 이들 마을은 두 나라를 대표하는 동화 캐릭터 ‘어린 왕자’와 ‘피노키오’를 메인 콘텐츠로 각각의 마을에는 어린 왕자·피노키오 동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유럽 지도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이웃하고 있는 것처럼 두 마을은 가평군 청평면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호명산 자락에 인접해 자리한 이들 마을 앞에는 가평 8경 중 첫번째 비경인 북한강 청평호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프랑스 해변 촌락을 옮겨다 놓은 쁘띠프랑스는 2014년 방영된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해 ‘베토벤 바이러스’ 등 다수의 드라마 등의 촬영지로 명성을 얻으며 지금껏 내국인은 물론 중국, 동남아 등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쁘티프랑스는 200년 이상 된 건축자재를 재조립한 전통주택전시관, 프랑스 3대 시장 벼룩시장인 생투앙 벼룩시장을 모티브로 한 엔티크 벼룩시장, 생텍쥐페리 재단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설립한 생텍쥐페리 기념관, 명품 도자기 인형 등으로 꾸며진 프랑스 가정집 메종 드 마리&장, 수백년 된 유럽 인형의 집, 메종드 오르골, 유럽풍 거실, 회화 작품 갤러리 등 프랑스 문화 전시관 등으로 꾸며졌다. 마치 프랑스 거리를 거닐고 있는 듯한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유럽 동화 인형극이 열리는 ‘떼아뜨르 별’ 극장, 오르골 시연장인 ‘메종 드 오르골’, 마리오네트 퍼포먼스 등의 야외극장, 봉쥬르 산책길 등 유럽 문화체험과 공연을 즐길수 있다. 먼 지역에서 오거나 유럽 정취를 물씬 즐기고 싶다면 2인실, 4인실 등 숙박시설에서 하루밤 보내보는 것도 추억이 될듯 싶다. 인접한 국내 유일의 이탈리아 테마파크로 알려진 이탈리아 마을은 피노키오와 다빈치로 대표된다. 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 지방의 건축물들을 모티브 한 이 마을은 이탈리아 중세시대 고성을 방불케 한다. 이탈리아 마을은 피노키오 모험관과 다빈치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이탈리아 콜로디재단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피노키오 모험관은 인형극단의 방, 절름발이 여우와 눈먼 고양이, 장난감 나라, 푸른 요정의 방, 제페토 공방, 진짜사람 피노키오, 고래 수족관 등 동화 속 스토리 체험공간으로 꾸며졌으며 피오키오 극장, 야외극장 등도 운영된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와 발명품 등을 볼 수 있는 다빈치 전시관은 발명품 전시관, 회화관, 영상관, 차륜관, 특별전시관 등의 작품들을 영상, 미디어 등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은 봄을 맞아 오는 5월31일까지 각각 ‘2024 세계 오르골페스티벌’과 ‘유럽 동화나라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2024 세계 오르골 페스티벌에서는 오르골 하우스 리뉴얼 개장과 함께 쁘띠프랑스만의 명물이자 국내에서 보기 힘든 오르골 150여 종을 만나볼 수 있다. 유럽 동화나라 축제는 어린 시절 읽어보았던 동화책 속 주인공들을 마리오네트 퍼포먼스 등의 인형극과 다양한 동화나라 포토존 및 전시체험을 통해 선보인다. ■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스위스 마을) 스위스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울창한 산림, 높은 고원지대의 방목지 등으로 이뤄진 유럽의 대표 산악 국가로 알려졌다. 가평군 설악면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스위스 마을)’도 화야산 자락 해발 300m 고지대에 조성됐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 축제를 주제로 만들어진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는 스위스의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다양한 테마를 통해 재현했다. 체험형 테마파크인 스위스 마을은 실제 단지 내에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자연스러운 마을로 조성됐다. 스위스 마을은 총 32개 동의 건물 중 20개 동에는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9개 동에는 각종 테마전시관과 카페, 휴게실 등 방문객을 위한 시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테마별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는 스트리트 코스, 산책길·양목장 등의 마운틴 코스, 플라워 슬라이드 등의 엑티비티 존, 스위스 퐁뒤·스노우 체험관 등의 체험 프로그램 등 4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특히 스위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직접 스위스에서 들여온 치즈와 재료들을 사용하는 스위스 치즈 퐁뒤, 라클렛, 수제크림치즈 만들기 체험과 병속에 만드는 작은지구 테라리움, 핑거하트 석고방향제 만들기, 스위스연 만들기 체험, 4계절 스노우 체험 등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테마별로 와인 뮤지엄, 뻐꾸기시계 뮤지엄, 하이디 도서관, 에델바이스 갤러리, 크리스마스메시지 뮤지엄, 베른베어관 등의 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여기에 스위스의 대표적인 음악인 요들송을 직접 듣고 만날 수 있도록 토요일·일요일 각 1회씩 상설공연으로 방문객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5월에는 스위스 맥주의 신선한 맛을 느껴볼 수 있는 비어 페스티벌과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의 체험프로그램을 특별 할인하는 가정의 달 특집으로 운영된다. 이와 함께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스위스 전통의상 콘테스트’는 지난해 사진 부문에서 올해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등으로 채널을 확대하면서 콘테스트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경인일보=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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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2 15:08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모두를 위한 궁전, 도서관 공간혁신 사례와 정책과제(하)

△국내 공공도서관 현황과 중앙정부 정책 한계 최근 시민들은 기존 엄숙하고 딱딱한 도서관보다는 카페같이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공공도서관의 현황과 현재 정부의 도서관 정책은 어떠한가? 먼저, 공공도서관은 국내 문화기반시설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는 약 1억 7500만 명으로서 박물관(약 6200만 명), 미술관(약 1600만 명) 등 다른 시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공공도서관 수가 양적으로 확대(‘18년 1096개소 → ’22년 1236개소)되고 있고, 도서관 공간 환경의 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여건에 따라 도서관 방문자 수 역시 COVID-19 팬데믹 이후로 점차 회복되는 추세(전국 평균 1관당 방문자 수 ‘20년 7만6431명 → ’22년 14만2160명)이다. 하지만, 도서관 정책의 목표 중에 하나인 독서문화를 진흥하고 건물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서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성인 종합독서율은 43%에 그쳤는데, 이는 성인 10명 중에 6명은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성인 종합독서율(‘13년 72.2% → ’23년 43.0%)과 성인 연간 종합독서량(‘13년 10.2권 → ’23년 3.9권)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도서관 예산이 축소되고, 도서관 정책이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24년 문체부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자료를 보면 ‘도서관 정책 개발 및 서비스환경 개선’, ‘도서관 기반 조성’예산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도서관 실감형 창작공간 조성’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그로 인해 일선 도서관 현장에서는 신규 도서 구입 축소, 도서관 환경개선 사업 연기, 인문강좌·북스타트 등 도서관 프로그램 축소, 사서 1인당 업무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고, 지역마다 특성화된 공공도서관과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 예산이 축소되고, 사업 지원이 중단되는 것은 도서관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독서문화를 진흥하고 도서관의 공간 혁신과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도서관 정책과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두를 위한 도서관, 해외 사례 해외 도서관 선진 사례를 통해 국내 도서관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미국 시애틀 시에 있는 중앙도서관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렘 콜하스가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컨셉으로 설계하였으며, 독특한 건물 외관 디자인과 개방적인 공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도서관이다. 시애틀 중앙도서관의 특징은 누구나 차별없이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써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료실이 비치되어 있고,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전주시의 자매도시인 일본 가나자와 시에 있는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으로 ‘책의 아레나’라는 별명과 같이 360도 원형 홀과 서가 배치로 최근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곳에는 이시카와 현을 대표하는 도서관답게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 전통문화, 공예품 등의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홍보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세 번째는 호주 사례로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립도서관과 시드니 시립 달링 스퀘어(Darling Square) 도서관이다. 먼저 NSW 주립도서관은 200년의 역사를 가진 그리스 신전 양식 건물로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열람실, 아트갤러리, 세익스피어룸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NSW 주립도서관에는 40개 이상의 언어로 된 도서 및 비도서 자료가 비치되어 있고, 비영어권 이용자에 대해 언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노인, 어린이, 장애인, 다문화가족 등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타겟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을 위한 큰 글씨 책 및 평생학습 프로그램 운영, 어린이를 위한 문해력 향상 교육,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오디오북·DVD, 다문화 가족을 위한 컨설턴트 배치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드니 시립 달링 스퀘어 도서관은 일본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설계한 건축물로 광장에 인접하여 있고, 어린이 돌봄센터 및 상업시설과 복합적으로 조성된 도서관이다. 달링 스퀘어 도서관은 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하여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이주민들을 위한 도서와 비도서 자료를 비치하고 있다. 또한, 영유아를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과 청소년들 대상으로 코딩 교육, 로봇 교육, DIY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는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오디(Oodi)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2019년 국제도서관협회(IFLA)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도서관으로 선정된 곳으로 거대한 함선 또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헬싱키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오디 도서관은 빼어난 건축 디자인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과 학습의 장이다. 메이커스페이스, 음악 및 영상 제작 스튜디오, 가상현실룸, 등 다양한 공간에서 시설과 장비들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유아, 청소년, 청년, 노인 등 모든 연령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오디 도서관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고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공간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도민이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과제 도서관은 책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장소이다. 장서 보관과 대출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와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제3의 장소’이며 교육·돌봄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가 제공되는 ‘사회적인프라’이다. 앞으로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 및 기능, 공공서비스 및 프로그램, 운영인력 및 예산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적인 지원과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물리적인 환경 및 기능과 관련하여 전북 농어촌 지역에는 도서관을 비롯한 다수의 공공시설이 노후되어 있는데, 시설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전주시의 도서관 공간혁신 사례와 같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공간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때 폐교 등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하여 복지·돌봄·체육·여가·평생학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책문화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 공공서비스 및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장애인, 고령자, 다문화가족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도서관 서비스를 마련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 호주 NSW 주립도서관 사례와 같이 장애인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점자자료·오디오자료·독서 보조기기 등을 확충할 필요가 있으며, 고령자를 위해 큰 글자책과 건강, 노화, 여가 등에 대한 책을 비치하고, 어르신들의 고립과 고독, 치매 등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복지 파트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문화가족과 유학생의 경우 도서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요 언어로 도서관 이용을 지원하고, 다문화가족 아이들의 모국어 자료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운영인력 및 예산과 관련하여 사서 등 도서관 운영인력을 확충하고, 노동 환경 및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도서관의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 약 2500개의 도서관을 짓는 것을 후원한 미국 철강 기업가 앤드류 카아네기는 도서관을 ‘모두를 위한 궁전(Palaces for the people)’이라고 하였다. 전북에 있는 도서관이 누구나 찾아와서 읽고. 쓰고, 배우고, 만나고, 듣고, 발견하고, 탐험하고, 운동하고, 놀고, 쉴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궁전, 그리고 도민이 행복한 도서관이 되길 바란다. 장우연 독립연구자·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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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1 15:20

"5월엔 완주로 놀러 가자"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인 5월, 완주가 축제로 들썩인다. ‘나만 알고 싶은 여행지’로 입소문이 났던 완주는 이제 2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는 ‘모두가 아는 여행지’가 됐다. 고즈넉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도, 짜릿한 ‘엑티비티’도, 맛있는 먹거리도, 좋은 공연과 전시도, 훌륭한 문화재도 완주에 가면 다 만날 수 있다. 대표 여행지가 된 완주의 5월은 더욱 특별하다. 어린이날, 우리들의 세상 아동친화도시 완주군은 5월 4일 ‘어린이날 대축제’를 연다. 완주군청 어울림 잔디광장과 도서관 주차장 일원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완주군과 완주교육지원청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굿네이버스 전북지역본부가 주관해 열린다. 부스는 환경, 사회, 아동권리, 푸드, 놀이, 누에로 구분해 설치된다. 어울림 잔디광장은 환경마당으로 본부석, 재활용 용품을 판매하는 그린라이프 마켓, 환경을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그림 캠크닉 등이 꾸려진다. 도서관 주차장은 사회마당, 권리마당이 마련돼 지역작가와 함께하는 우리 고향 그림 그리기, 현대자동차의 심리 치료 서비스, 풍선아트, 바람개비 만들기 체험이 이뤄진다. 또한 아동 실종예방 지문등록, 교통사고 예방 홍보, 화재예방 홍보, 재난 안전 대피교육을 받을 수 있다. 테니스 주차장은 푸드마당이다. 푸드트럭에서 10종에 달하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어울림 잔디광장은 놀이마당이다. 생태 놀이터, 에어바운스, 방탈출 게임, 100명의 어린이가 참여하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골든벨이 열릴 예정이다. 복합지구 누에에는 누에마당이 운영돼 딸기청 만들기, 목공, 도예, 공예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친환경 축제를 목표로 축제장 내 1회용품 사용을 없애고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폐건전지와 우유 팩을 새 건전지와 휴지로 교환해 주는 등의 친환경 이벤트도 참여할 수 있다. 재활용을 실천하는 리싸이클 양말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대나무빨대 체험, 공기정화 화초 만들기 등의 친환경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군민의 날, 모두를 포용하는 대화합 축제 ‘완주군민의 날’은 올해 59회째를 맞는다. 완주군민의 날이라고 해서 완주군민만을 위하는 행사는 아니다. 다채로운 공연, 체험, 전시 프로그램으로 가득하게 채워져 방문객 모두가 함께 즐기는 대화합의 장이다. 5월 11일 군청 일원에서 펼쳐질 완주군민의 날은 기념식과 문화예술 한마당, 맨발걷기 행사로 꾸려진다. 기념식은 완주군민대상 7개 분야 8명의 시상이 열리고, 맨발걷기는 완주군청사와 모아미래도센트럴시티1차를 잇는 산책로에서 열린다. 이곳은 입소문으로 지역주민, 완주군청과 인근 직장인들이 다수 찾는 맨발걷기 명소다. 주말에는 전주에서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테니스장 주차장에서 열릴 문화예술 한마당에서는 댄스 경연대회, 버스킹 공연, 체험 프로그램, 먹거리부스가 다채롭게 준비된다. 또한, 18일과 19일 양일에는 소양오성한옥마을에서 오픈가든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힐링의 관광지도 완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4년 우수 웰니스 관광지에 완주군은 무려 2개소가 이름을 올렸다. 소양 아원고택, 구이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로 전북지역에서 완주군만 유일하게 2개소가 선정됐다. 올해 신규 선정된 아원(我園)고택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한옥스테이 공간으로 소양면 오성한옥마을에 위치한 곳이다. 종남산의 그윽한 능선을 품고 있는 이곳은 250년 된 고택을 이축했다. 현대식 건물의 조화로움 속에 갤러리와 대나무 명상 숲길이 조성돼 있어 방문객들에게 휴식과 명상의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2019년 BTS(방탄소년단)이 ‘2019 서머패키지’ 영상과 화보를 찍으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한, 2021년 최초 선정 이후 3회 연속 재지정받은 구이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은 전국 유일의 농촌마을에서 전통방식 이색한방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안덕마을은 한방진료·진맥, 쑥뜸체험, 전통구들방식으로 10여 가지 한약재를 섞어 만든 황토 한증막과 옛 금광동굴 냉탕 체험 등에 많은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유희태 완주군수 “완주에서 최고의 5월을 보내세요” 유희태 완주군수는 가정의 달인 5월, 많은 이들이 완주에서 휴식과 재충전을 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 군수는 어린이날 축제와 군민의 날 행사도 직접 진두지휘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찾는 행사장마다 5월 행사를 소개하며, 완주군 최고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유 군수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처님 오신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많은 기념일이 있다”며 “그만큼 가족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중요한 날로 완주가 함께하길 소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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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24.04.30 17:34

[팔도 건축기행] 인천우체국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 일대는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지은 근대 건축물이 밀집해 있으면서 잘 보존돼 있기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역이다.  제물포구락부, 옛 인천부청사(현 중구청), 만국공원(자유공원), 옛 일본 제1은행 지점(인천개항박물관), 옛 일본 제18은행 지점(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옛 일본 제58은행 지점(요식업중앙회 중구지부),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인천아트플랫폼 사무실), 옛 대화조 사무소(카페 팟알), 인천세관 옛 창고와 부속동, 답동성당 등 근대 건축물만으로도 시가지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즐비하다.  지역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인 인천 개항장에서 랜드마크를 꼽는다면 예나 지금이나 단연 '인천우체국'(인천시 유형문화제 제8호)이다. 인천우체국은 1922년 12월1일 착공해 이듬해 12월10일 준공했다. 1924년 2월9일 공식 개청 행사(낙성식)를 한 지 올해로 100주년이다.  이 건물은 인천중동우체국이 2019년 5월24일 오후 6시 업무를 종료하고 인하대병원 옆 정석빌딩 임시청사로 이전할 때까지 95년 동안 우체국으로 쓰였다. 문화재로 관리되는 우체국 건물은 인천우체국, 진해우체국(1912년), 곡성 삼기우체국(1948) 등 3곳이 남아있는데, 이 가운데 인천우체국이 가장 규모가 크다.  '팔도건축기행' 인천우체국 편은 인천문화재단이 지난해 말 펴낸 '인천우체국 기록화 조사보고서'를 주로 참고했다.   △우체국 역사 첫 페이지 쓴 인천  인천은 우리나라 우체국 역사의 첫 페이지부터 등장한다. 조선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을 통해 처음으로 일본에게 부산항을 열었지만, 외국에 문호를 연 실질적 개항은 1882년 미국과 조미수호조규 체결 이듬해 '제물포(인천항) 개항'이다.  1883년 개항으로 인천은 근대 도시로 변모하고, 개항장에는 외국인 거주 지역인 '조계'가 형성됐다. 이 때부터 서구 문물과 함께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물밀듯 인천으로, 한성으로, 조선으로 들어온다. 근대 통신 수단인 '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우정총국은 고종의 명에 따라 1884년 11월17일 수도 한성에 설치됐고, 그 다음날 우정총국 인천분국이 가장 먼저 설치됐다. 올해는 우리나라 우편 역사가 시작된 우정총국 인천분국 140주년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12월4일 우정총국 개설 축하연 자리에서 김옥균(1851~1894) 등 급진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으로 우체국도 문을 닫는다. 대한제국은 1895년 6월1일 한성과 인천에 다시 우체사가 설치돼 우편 업무를 재개하고, 1900년 1월1일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해 국제 배송망을 갖췄으나, 일본우편국과 '불편한 동거'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905년 5월부터 일본 통감부는 대한제국 통신기관 탈취를 목적으로 인천을 비롯한 전국 우체사를 일본 우편국으로 편입했다. 일제강점기를 맞으며 대한제국 우체 업무는 해체돼 조선총독부 산하 체신국으로 개편됐다.  인천우체국은 해방 이후 일부 건물이 미군 우편국으로 사용됐으며, 한국전쟁 이후 반환돼 역시 우체국으로 운영됐다. 우여곡절의 역사를 더하면 인천우체국 건물이 갖는 상징성은 배가된다.  △100년 전 랜드마크 인천우체국  1918년 인천항에 최초의 근대식 갑문을 갖춘 내항이 건설되면서 재편된 도시의 중심에 인천우체국이 건립됐다. 축항과 해안 매립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항동 일대에는 인천우체국을 비롯해 인천세관, 오사카상선 인천지점, 조선상업은행 인천지점, 인천곡물협회 등이 이전해 물류 중심지를 이뤘다.  인천우체국은 현 중구 신포로와 제물량로가 만나는 모서리에 입지했다. 인천우체국 동쪽에 있는 신포로는 내항 1부두에서 성공회 내동성당까지 이어지는 길이고, 우체국 북쪽으로는 조선 시대부터 인천과 서울을 잇던 경인가도의 끝에 맞닿아 있다. 건립 당시부터 도심의 주요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있고, 항만이 배후에 있으니 100년 전부터 이 지역 랜드마크였다고 할 수 있다.  인천우체국의 입지는 건물 배치와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천우체국은 조적조 건축임에도 석조 건축의 외관을 갖춘 서양식 역사주의 양식을 따랐다. 일제강점기 초기 조선총독부가 선호했던 건축 양식이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인천우체국 기록화 조사보고서'에서 "우편 업무와 우편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성격상 역사주의 건축 양식이 구축한 신뢰의 이미지를 이어가겠다는 건축가와 건축주의 디자인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서양의 역사주의 건축물에선 건물 모서리에 출입구를 설치하지 않는데, 인천우체국은 '디귿(ㄷ)자' 형태임에도 건물 동북측 모서리에 정문을 낸 점이 독특하다. 안창모 교수는 "우체국에서 대민 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의 동선을 최대한 줄여 기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매립지에 형성된 업무중심지구의 2개 주요 간선도로가 만나는 곳에 출입구를 설치하고, 모서리를 둥글고 높게 처리해 시선을 집중시킴으로써 우체국의 존재감을 줄 수 있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건물 배치로 인해 제물량로에서 개항장 중심가를 향해 비스듬하게 진입할 때 인천우체국이 갖는 시각적 효과가 크다. △우정통신박물관으로 탈바꿈 중  현재의 인천우체국은 본래의 '디귿(ㄷ)자' 형태가 아닌 사각형이다. 우체국 중정부에 해당한 1층 후면부는 목조지붕이었는데,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것으로 판단된다. 1954년 전쟁 피해 복구 차원의 대수선 공사에서 중정부를 2층으로 증축해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신축 당시 설계도는 남아 있지 않고, 1924년 1월 발간된 조선체신협회 잡지에 공사 개요가 기록돼 있다. 설계는 체신청 체신기사 오카다 준조가 맡았으며, 연면적 598평(약 1천977㎡)에 1층 268평, 2층 176평 등으로 구성됐다.  둥글게 처리된 동북측 모서리에 돌출된 정문은 석조를 사용해 위용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정문 양측에는 원형 기둥을 세웠고, 상부는 부조로 수평적 패턴을 새겼다. 2층 동북측 모서리에는 원형 기둥 5개를 둘러 건물의 정면성과 장식성을 더했다. 신축 당시 벽체는 연와조(벽돌)로, 슬라브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정문은 석재로 만든 혼합 구조다. 지난해 9월 인천우체국 원형 파악을 위한 일부 해체를 통해 원래의 구조와 재료 일부가 확인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6월 정부로부터 인천우체국 건물을 매입하고, 용역을 통해 '건물 보존·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인천우체국의 역사성과 상징성 등을 고려해 '우정통신박물관'으로 활용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인천시는 1923년 기준으로 원형을 보존한다는 원칙으로 본관 중정부, 별관과 수위실은 철거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내달 중 인천우체국 보존·활용 방안을 확정하고, 행정 절차와 리모델링 등을 거쳐 2027년 박물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우정통신박물관 조성 과정에서 인천우체국과 관련한 새로운 역사가 발굴될 것으로 기대된다. 1948년 5월 노동당원의 인천우체국 소이탄 투척 사건, 1979년 한국 첫 여성 집배원 입사 등은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인천우체국과 관련된 전보·전신 역사도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경인일보=박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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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9 15:28

임상규 지방자치인재개발원장 "지역서 사랑받는 기관 만들 것"

임상규(57) 전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가 자리를 옮겼다. 고향 완주에 있는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으로다. "어느 곳에 가든 비굴해서 무능해서 전북인의 자부심에 흠집을 내면 안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왔습니다. 공무원으로서도 주어진 일만 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공무원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임 원장을 설명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전북인 그리고 공무원이다. 그는 "전북인, 공무원은 앞으로 제가 가는 길에서도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북인, 공무원이란 자부심으로 일한다는 그에게 자치인재원은 꼭 들어맞는 옷과 같다. 취임한지 한 달, 임 원장을 만나 고향에서 일하게 된 개인적 소회와 향후 기관 운영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북자치도에서 멀진 않지만 자치인재원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거리·물리적으로 보면 10㎞ 정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일상의 큰 변화는 없는 듯합니다. 다만 자치인재원에 오니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무언가를 생각할 심리·시간적 여유가 생겼달까요. 그래서 주위 분들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청년이나 인구, 지역소멸 등 주요 어젠다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자치인재원에 좋은 강의, 자료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밖에서 바라본 자치인재원과 안에서 바라본 자치인재원, 차이가 있던가요. "본청에 있을 땐 외부 소속·직속기관들은 조금은 편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와보니 자치인재원도 일련의 교육 과정이 매일 바쁘게 돌아갑니다. 이를 적은 인원이 관리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자치인재원의 교육 역량입니다. 내년이면 자치인재원이 개원 60주년을 맞습니다.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전문기관으로써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치인재원 60주년 관련 구상 있으실까요. "내년은 자치인재원 개원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지난 60년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앞으로 자치인재원이 나가야 할 목표와 발전 방향을 재정립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기념식과 학술대회,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자치인재원 운영에 있어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실 계획이신지. "자치인재원의 교육 과정과 콘텐츠를 더욱 알차게 만들어 기관을 거쳐가는 교육생들이 리더십과 직무 역량을 갖춘 핵심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일부 부족한 시설 보강, 노후 시설 정비를 통해 교육생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겠습니다. 또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으로 자치인재원의 시설 등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사업들을 추가로 발굴·추진해 지역주민이나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는 자치인재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향이 완주시죠. 공무원으로서 모습은 자주 언론에 비친 듯한데, 어린 시절 이야기는 많이 접해보지 못한 듯합니다. "어린 시절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저는 완주 삼기초를 나왔는데, 입학 2년 전부터 누나를 따라 학교를 다녔습니다. 부모님이 일을 나가시면 저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8세 때 입학해 1∼2학년 때까지는 공부도 좀 못 했습니다. 그런데 3학년 때 어머니의 한탄 섞인 눈물을 보고 어머니와 약속했습니다. 1등 상장을 드리겠다고요. 4학년 때부터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또 어린 시절 얘기를 할 때 누나를 빠트릴 수가 없는데요. 제가 초등학교 6년 동안 개근한 것은 모두 누나 덕이었습니다. 제가 몸이 아프면 누나가 저를 엎고 학교에 데려갔거든요. 제가 도시락 수저를 빼놓고 가면 본인 수저를 주고, 양말을 안 신고 가면 본인 양말을 벗어줬습니다. 그래서 누나에 대한 감사함이 크죠. 여동생들도 고생을 많이 했고요." -말씀을 들어보니 누나와 여동생들의 희생, 양보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으신 듯합니다. "당연히 있죠. 사실 그 부분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지금도 누나와 여동생들은 저에게 부탁을 안 합니다. 어느 날은 누나가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상규 너는 고시 합격한 것으로 부모님께 효도한 것이다. 그보다 더 큰 효도가 어디 있느냐, 너는 그걸로 됐다고요. 그 말이 참 고마웠습니다." -행시 합격 이후엔 행안부와 전북자치도 등에서 주로 근무하셨죠. "전북자치도에서 4년 근무하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행안부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18년 만에 전북자치도 기획실장으로 처음 내려왔죠. 사실 기획실장으로 처음 내려왔을 때는 심적 부담도 컸습니다. 그 사이 도정도 많이 변화하고 언론인, 도의원, 시민단체 등 사회적 네트워크도 없었거든요. 그 시기엔 업무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인간적인 관계도 맺어야 했기 때문에 하루하루 고군분투했던 것 같습니다. 행정부지사로 다시 왔을 땐 이전 경험 덕에 심적 부담이 훨씬 덜했습니다. 다만 부지사로 있을 때 새만금 잼버리라는 위기 극복에 집중하다 보니, 제가 하고자 했던 일들을 마음 놓고 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청년, 인구, 지역소멸 등 전북의 거대 담론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 효과 창출 방안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것을 한다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얘기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수요자 시각에서 정책을 살펴보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민 체감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공직에 계신 지 30년이 되셨습니다. 입교생들이 대부분 공직 후배인데 자주 해주시는 말씀이 있을까요.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님이 자주 쓰는 말인 공심(公心)과 조감 능력을 강조합니다. 또 하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제가 30년 동안 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승진도 빠르고, 주요 보직을 맡는 소위 잘나가는(?) 공무원의 공통점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이 되라는 겁니다." -끝으로 도민 여러분께도 한 말씀. "부족한 제가 전라북도 마지막 행정부지사 그리고 전북특별자치도 초대 행정부지사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게 응원해 주고 도와주셨던 도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자치인재원이 지역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 전문 교육기관으로써 사명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임상규 원장은 임상규 원장은 1남 5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귀한 사내, 일명 '귀남(貴男)'이었다. 여자는 공부시키지 않는 시대, 누나와 여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 특히 누나에 대한 애틋함은 부모님을 대하듯 특별하다. 그는 완주 토박이다. 완주 삼기초, 고산중, 고산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대학교 3학년 때 행정고시 1차에 합격했지만 4학년 때 2차에 낙방하면서 다소 긴 수험 생활을 했다. 육군 방위병으로 입대하고, 제대한 다음 해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전북도에서 첫 공직 생활을 했다. 2000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같은 해부터는 행정안전부로 올라갔다. 국무조정실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추진기획단, 행정안전부 정보화평가과장, 세월호피해보상지원단 보상총괄과장 등을 지낸 뒤 2014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이후 국민안전처 정책기획관,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전북도를 떠난지 18년 만인 2018년 전북도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받았다. 3년 근무 후 다시 행정안전부로 돌아가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선임행정관,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정책관·안전관리정책관을 역임했다. 2023년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로 임명됐다. 2024년 4월부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 기획
  • 문민주
  • 2024.04.28 17:48

[팔도 핫플레이스] 제주 가치 여행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익숙함보단 새로움을 느끼기 위한 경우가 많다. 색다른 것을 소비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만의 여행지가 된다. 최근 ‘제주는 비싸다’고 말하며 외면하는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 1등 관광지’ 제주 여행이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색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자연이 넘치는 곳이 바로 제주다. 스토리를 품고 여행객의 입맛과 눈맛을 사로잡는 숨은 스팟들을 소개해본다. ▲제주의 맛…스토리가 있는 착한 맛집=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매일 제주 핫플레이스와 신상 맛집이 넘쳐흐른다. 새로운 장소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이때, 비하인드 이야기가 담긴 맛집 곳곳을 ‘도장깨기’ 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착한가격업소와 아너 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식당 등을 ‘스토리가 있는 착한 맛집’으로 선정했다. 먼저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는 식당들이 제주 전역에 퍼져 있는데 바로 제주 착한가격업소다. 착한가격업소(한식 업종)는 이달 기준 제주시 163곳, 서귀포시 59곳 등 모두 222곳에 이른다. 이들 식당은 단순히 가격만 착한 것은 아니다. 가격뿐 아니라 위생 청결 기준과 기타 서비스 기준까지 모두 다 충족해야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되는 만큼 제주도지사의 이름을 걸고 추천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부로 맛과 제주를 가치있게 만드는 곳들이 있다. 바로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가입자들이 운영하는 맛집들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가 설립한 고액기부자 클럽으로, 성실함과 손맛으로 제주 사랑의 열매를 통해 사회에 나눔을 전파하는 식당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음식을 통해 나눔의 손맛과 사장님의 온정을 느껴볼 수 있다. 제주 아너소사어티 5호 회원 박종선씨가 운영하는 태선갈비,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운영하는 돈사돈, 제주 아너소사이어트 48호 회원이 운영하는는 델문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봉you’ 식당은 ‘돈쭐내고’ 싶은 식당 중 하나다. ‘돈쭐내다’는 돈과 혼쭐내다를 합친 말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기업에 착한 소비로 보답하겠다는 의미로 쓰이는 신조어다. 동네 맛집으로 이미 소문난 ‘봉you’는 지난 4월 3일 정기 휴일임에도 문을 열고 제주의 아픔인 4·3을 추모하며 대표 메뉴를 무료로 제공했다. ‘봉you’의 추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의 마지막 날에도, 봉유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손님들과 슬픔을 나눴다. ▲제주의 멋…눈맛을 사로잡는 새로운 제주 스팟 제주에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장소가 탄생했다. ‘제주의 밤은 볼 것 없다’란 말이 있는 것처럼 휘황 찬란한 야경이, 운치 있는 야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쓰임을 다한 물건이 제주 자연에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①탐라해상풍력단지=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풍차가 보인다.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 풍력에너지를 얻기 위해 돌아가는 풍차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색적이다. 신창 풍차 해안도로, 김녕-월정 해안도로, 그리고 녹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는 가시리 풍력발전소까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풍차 스팟들이 있다. 하지만 해가 지면 그 풍경을 즐길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 최근 해가 진 어두운 밤에 가도 풍차와 함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생겼다. 국내 최초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탐라해상풍력단지 해상풍력발전기 10기에 조명을 달아 제주 밤바다를 형형색색 파노라마식으로 밝혀낸 것. 일몰 후 밤 10시까지 바다를 수놓은 조명들은 풍력발전의 잉여전력과 전기차 사용 후 폐배터리를 활용한 조명인 만큼 친환경적인 요소를 갖춘 야간관광지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②탐나라공화국=상상 속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해내려는 작은 공화국이 제주에 생겼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약하고 여권을 발부받아야 하니, 제주 안에 또 다른 작은 국가를 방문하는 기분이 든다. 공화국 안은 생태와 예술이 만나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소위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다. 전국에 버려진 헌책 30만권을 보관한 헌책도서관과 중문관광단지 내 최초의 풍력발전기를 업사이클해 만든 바람탑과 하늘등대 등 쓰레기로만 여겨졌던 물건들이 저마다 역할을 하며 공화국을 구성한다. 인문투어와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한 이곳은 현재 전국 50여 개 기관과 협력해 교육과 체험이 가능한 교육 관광지이자 도내 친환경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의 흥… 제주 인증샷 명소 최근 일본 여행이 늘면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명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역시 해외 부럽지 않은 한라산 인증샷 명소가 있다. 낮에는 한라산을, 밤에는 밤바다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인증샷 명소를 추천해본다. ①위미웨이=제주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한라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그 웅장한 자태가 달라진다. 한라산의 역동적인 모습을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아름답지만, 최근 위미에 생긴 위미웨이에서 바라보면 한라산의 모습은 최근 SNS에서 화제인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보다 더 아름답다. 제주 올레길 5코스를 걸으며 위미웨이를 건너면서 바라본 한라산은 마치 한라산이 산 아랫마을을 품고 있는 듯한 모양새이다. 낮에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위미웨이를 즐길 수 있고, 밤이면 다리를 수놓은 조명 덕분에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다리를 올라가는 데에 계단이 없어 무장애관광에도 적합한 제주의 새로운 관광 스팟이다. ② 새연교=‘제주의 폭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폭포는 단연 천지연 폭포다. 천지연을 구경하고 바닷가 쪽으로 걷다 보면 새섬과 연결된 새연교가 있다. 늘 제주에 오면 바다를 보기에 바빴던 마음을 내려놓고 새연교를 걸으면서 바라본 서귀포의 모습은 꽤 낯설 것이다. 밤이 되어 조명이 켜지면 새연교의 모습이 두바이의 버즈 알아랍과 비슷해 두바이가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에겐 새연교의 야경이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서귀포시 원도심을 걷는 코스인 ‘하영올레’를 따라 걸어도 자연스럽게 새연교에 도착한다. 서귀포시민들이 조용히 휴식하던 장소에 관광객들을 초대한다. 제주일보=진주리 기자 사진 제공=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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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5 15:12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찾아가는 문화현장, 예술이 우리 삶에 닿는 순간

△찾아가는 소리축제, 축제 현장과 다른 전하는 깊고 작은 감동 지난 4월 19일 군산예술의전당 로비, 할머니 한 분이 공연을 마친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티에리 위예’를 와락 껴안았다. “아이고~ 잘 봤어. 잘 봤어. 사진 좀 찍어줘요. 아유 어쩜 그리 잘해.” 파란눈의 연주자도 웃고, 로비를 가득 채운 관객들도 함께 웃음을 터트린다. 지켜보는 이들의 웃음에는 ‘그 감동, 나도 이해한다.’는 공감이 담겨있었다. 그 할머니 관객이 평소 공연을 자주 보는 분인지, 루마니아 음악을 아는 클래식 애호가인지 알 수 없지만, 그날의 감동을 누구보다 멋지게 표현한 관객이었다. 주름진 손으로 연주자의 손을 토닥이며,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손주를 보듯 애정 가득한 미소로 바라보는 할머니, 예술은 그렇게 할머님의 삶에 닿아 감동의 순간을 선물했다. 이 순간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의 사업 중 하나인 ‘찾아가는 소리축제 군산편-루마니안 랩소디’ 현장에서 있던 일이다. ‘찾아가는 소리축제’는 2015년부터 진행한 사업으로 전주에서 개최되는 소리축제의 일부 현장을 전북특별자치도 13개 시군에도 전하고자 시작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팬데믹 상황시 4개시군으로 축소 운영한 것을 제외하고, 매년 13개 시군을 부지런히 찾아가 도민을 만났다. 순창의 한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춤추며 즐거워하는 것을 처음봤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고, 선유도 공연에서는 멀리있는 섬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 배를 타고 온 멋진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다. 고창에서는 사춘기 중고등학생들이 모두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하고, 장수에서는 해외 연주자들과 산서중학교 관악부 학생들이 깜짝 합동연주를 하며 한무대에 서기도 했다. 남원 김병종 미술관 공연에서 감동받은 관객은 전주 본축제 현장을 찾아주기도 했고, 임실의 폐교 위기의 학교 선생님은 내년에도 학교를 찾아달라 몇 번이나 당부를 한다, 이런 감동의 순간이 축적되어 찾아가는 소리축제 사업을 지속 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찾아가는 소리축제는 주어진 과제가 많다. 전북특별자치도민을 위한 문화예술 향유 저변확대,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다양한 예술교육, 본 축제 홍보와 모객 활동, 지역예술단체와의 협업 모색, 문화예술과 관광을 연계하는 콘텐츠 발굴 등 하나의 사업에 담긴 목적과 바람이 크고, 소리축제 본 축제와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전주 외 전북 13개 시군을 모두 순회하니 운영도 만만치 않다.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각 시군의 공연장소를 섭외하고 모두 답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상되는 관객의 성향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선정하고, 공연을 위한 기술적인 여건을 준비하고, 사전 홍보와 모객, 현장 운영인력 배치 등 규모 차이만 있을 뿐 소리축제를 준비하는 여타의 과정이 대부분 실행되고 있다. △<신나는 예술여행>을 비롯한 문화예술 향유 지원사업 찾아가는 소리축제와 같은 문화예술 향유 사업의 비슷한 형태는 2004년에 시작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신나는 예술여행’이다. ‘신나는 예술여행’은 초기에는 복권기금을 활용한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으로 시작됐는데, 현재는 문화시설로부터 먼 거리에 거주하거나, 비용 부담 또는 군복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이유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예술단체가 직접 찾아가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 단위 사업이니 예산도 높고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년, 군인 등 수혜 관객층도 다양하며, 장르 또한 공연, 문학, 시각, 연극, 다원예술 등 폭넓게 진행된다. 20년을 진행한 사업인 만큼, 전국적으로 많은 예술단체가 ‘신나는 예술여행’을 통해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여러 현장 여건 속에서 문화적으로 다양한 관객층을 만나는 경험과 레퍼토리 개발의 기회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약 14년 간 ‘신나는 예술여행’에 참여한 예술단체의 관계자는 본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독창성과 예술성에 대해 고민하고, 수혜 관객층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철저히 하길 당부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을 많이 접할 수 없는 소외 지역을 찾아가기 때문에, 한번의 경험이 선입견을 심어 주거나, 문화예술 현장을 다시 찾지 않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준비된 관객을 만나는 공연보다 쉽지 않은 무대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소중한 가치와 의미가 있으니 예술가들은 다시 짐을 싸고 공연장 밖 관객을 만나기 위해 나선다. △문화예술 향유 지원사업의 의미와 가치 서울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이의신 교수는 ‘신나는 예술여행’의 가치를 세 가지로 말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향유를 통한 긍정적 삶의 변화’, ‘찾아가는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 공정성 실현’, 그리고 ‘예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선순환 고리’이다. 정리하자면 문화예술 향유 사업을 통해 국민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기본적인) 권리’를 누림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직접 ‘찾아가서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지리적·사회적·경제적 장벽을 낮추고 어느 국민이나 공평하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가(단체)들에게 작품을 발전시키고 유통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돕는 것을 본 지원사업의 미덕이자 핵심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찾아가는 소리축제를 비롯해 지역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향유 사업의 목적과 의미와도 연결된다. 전북특별자치도에는 서두에 소개한 ‘찾아가는 소리축제’ 외에도 문화예술 향유 지원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사업이 있겠지만 필자는 두 개의 공연 사업 - 전북문화관광재단(이하 ‘문화재단’)의 <청년문화예술 주문배달서비스>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하 ‘소리전당’)의 <찾아가는 예술극장>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칫 문화재단, 소리전당, 소리축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찾아가는’, ‘배달’이라는 유사 의미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사업 자체도 유사하다 오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 사업은 참여 예술가와 수혜 관객, 사업운영 중점 사항에 차이가 있다. 먼저 문화재단 사업은 청년예술가 지원과 문화소외계층 지원사업을 결합한 형태이고, 소리전당은 자격요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비영리기관 문화기반시설이나 복지시설, 의료기관 등 공연 장소 공모를 선행한 뒤 공연 단체를 선정하는 절차로 운영된다. 문화향유라는 공통의 과제 위에 한 기관은 청년예술가를 중심에 두고, 다른 기관은 협업기관(장소)에 중심에 두고 있어 운영방식과 콘텐츠에 차이가 있다. 소리축제의 경우에는 차별성 있는 작품과 장소에 중심을 둔다. 소리축제만이 소개할 수 있는 해외민속음악을 들려주거나, 선생님과 학부모가 아이보다 더 좋아하는 어린이극을 초청하거나, 모두 함께 판소리를 배워보는 강의형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찾아간 장소도 다양하다. 파도치는 채석강 바위에서 명창의 수궁가를 선보이거나, 때로는 야외 미술 갤러리에서 소풍하듯, 군립도서관과 협업하여 소규모 마을축제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변화와 혁신으로 확장되는 문화예술 향유 경험의 축적 필자는 앞에서 거론한 문화재단, 소리전당, 소리축제 세 사업 모두 각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보태자면, 우리 지역 기관이 문화예술 향유 사업을 각각 차별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반갑고 자랑스러운 마음이다. 문화예술 향유 사업은 마치 경작해야 할 자갈밭, 진흙밭, 마른밭 등 열악한 곳에 찾아가 문화예술이라는 씨앗을 심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현대사회의 빠른 발전과 심한 경쟁과 인구와 재정 격차 등으로 인해 짐작하는 것보다 넓고 막막한 문화예술 사각지대를 마주하고 있다. 문화예술 향유를 지원하는 사업은 정답과 해결책 없이 넓어지고 있는 문화 격차를 붙들어 줄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지금 씨앗을 심는다고 금방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알고 있다. 모든 씨앗이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도 없지만, 조금씩 반복적으로, 이 방법 혹은 저 방법, 정성과 경험이 더해지고 보태지면 그것을 거름 삼아 싹이 트고 꽃이 필 수 있다. 더욱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사회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강하게 반복적으로 시도해야 싹틔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어떤 씨앗은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예술가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열성 마니아 관객이나 기획자가 되게 하고, 삶의 어려운 순간을 마주했을 때 치유 받는 방법을 터득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청년예술가들이 제조업 공장의 노동자를 찾는 일도 문화예술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고, 작은 노인복지회관으로 찾아가 흥겨운 노래를 선물하는 중견 가수도 좋은 예술가이며, 해외 공연시장에서 인정받은 유명 작품을 섬마을 작은 학교에서 선보이는 것도 무모한 일이 아닌 것이다. 모두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꽃을 기다리는 과정이다. 문화예술 향유가 축적되어 우리 삶에 감동으로 닿았을 때, 그 순간이 변화와 혁신으로 확장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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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4 13:26

‘희망의 장수’로 새 단장⋯유휴 시설 깊은 고민으로 입체감 입혀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이 ‘희망의 장수’로 거듭나기 위해 그동안 이용이 저조한 여러 시설을 새롭게 단장하고 방문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수려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장수군의 관문인 장수IC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유독 눈에 띄는 ‘빨간’ 건물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강렬한 외관 덕분에 눈길을 사로잡는 이 건물은 오는 20일 개장을 앞둔 ‘장수 만남의 광장’이다. 장수군은 ‘만남의 광장’을 비롯해 △웹소설 작가 거점시설 △번암 물빛공원 파크골프장 △승마로드 메타세쿼이아 명품 길 등을 조성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이용 대상을 설정하고 맞춤형 전략을 통해 방문객을 기다리는 대신 발길이 끌리도록 숨겨진 유휴 공간을 저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잇는 ‘장수 만남의 광장’ ‘장수 만남의 광장’은 만남을 주제로 지역주민은 물론 도시의 방문객들에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과 힐링의 공간을 선보인다. 레드푸드 융복합센터와 휴게형 유리온실, 힐링센터 등으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청정 장수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가족, 친구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성한다. 특히 레드푸드 융복합센터는 장수의 우수 농특산물을 활용한 대표 메뉴 개발로 △베이커리 40여 종 △장수 사과커리 △장수 샐러드 △핀사(피자) 등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동시에 식도락을 선도하는 창조적 공간으로 꾸며진다. 군은 오는 20일 ‘제2회 장안산 봄나물 축제’ 개막식에 맞춰 ‘장수 만남의 광장’을 개장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다. 또한 만남의 광장 앞에 설치된 조형물은 장수가야의 정체성을 담은 ‘불과 철의 운율로 미래를 노래하다’를 테마로 용광로에서 흐르는 쇳물과 타오르는 불꽃을 상징화해 밤낮으로 꺼지지 않는 장수의 열정을 시각화했다. ㈜작가컴퍼니 웹소설 작가 계남면 정착 장수군은 ICT(정보통신기술)로 무장한 청년들의 발걸음을 이끌기 위해 귀농·귀촌인을 위한 거주 공간에도 입체성을 부여한다. 최근 계남면 귀농·귀촌 임시거주시설에 ㈜작가컴퍼니 소속 청년 작가 6명이 입주해 ‘웹소설 콘텐츠 거점 사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 4개 숙소와 게스트하우스 2실을 갖춘 공간은 이제 막 시골살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장수의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웹소설 작가들은 장기간 체류하며 장수군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창작활동을 펼치게 된다. 군은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작가컴퍼니와 ‘웹소설 콘텐츠 거점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또 지난 11일 최훈식 군수는 ㈜작가컴퍼니 작가들과 만나 독특한 매력의 장수를 청년들이 찾아올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에 웹소설 콘텐츠 거점화를 통해 웹소설 인재 양성, 웹소설 콘텐츠 활용 프로그램 운영 등 민·관 공동 대응 실천으로 활성화와 안착이 기대된다. 전국 최장 메타세쿼이아 명품 길 장수군 장수읍 승마체험장과 천천면 장수승마장을 잇는 약 10㎞의 승마로드가 야외 승마 주로의 목적을 상실하고 방치돼 있다. 이에 군은 올해 안으로 메타세쿼이아 2000여 주를 식재,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걷는 전국에서 가장 긴 메타세쿼이아 명품 길로 탈바꿈된다. 군은 조림의 특성상 성장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눈앞의 성과보다 장수의 10년, 20년 뒤를 기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활용성과 대중성을 고민해 조성계획을 수립했다. 산속에 자동차 없는 거리를 반려동물과 자유롭게 걷거나 달릴 수 있게 해 관광객의 발길을 유도하고 또, 군이 미래 전략으로 설계 중인 국제 산악관광지구 조성과 장수 트레일레이스와도 접목해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6월 22일 제1회 장수 반려견 트레일레이스가 이곳에서 펼쳐져 참가자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에서 달리며 눈부신 추억을 남길 예정이다. 번암 물빛공원, 파크골프장 품는다 최근 번암면 소재지에 파크골프 동호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용률이 저조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물빛공원에 파크골프장이 조성된다는 소식에 건강관리와 레저활동에 관심이 많은 지역주민이 크게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벚꽃 명소인 동화호와 죽림정사를 옆에 두고 호젓하게 걷기 좋은 ‘번암 물빛공원’은 그동안 벚꽃 시즌을 제외하면 즐길 거리가 미비해 아쉽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공원의 활성화 방안과 지역민의 꾸준한 파크골프장 조성 요구에 행정이 오래 고민한 결과 공원부지를 활용한 파크골프장 조성을 결정했다. 따라서 군은 올해 말까지 공원 내 유휴 공간과 한국농어촌공사 부지를 활용해 파크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유휴 공간이던 물빛공원 일대에 총 18홀의 파크골프장 조성을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지역민과 방문객의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훈식 장수군수 "100만 관광객 찾는 희망의 명소로 만들 터" 최훈식 군수는 민선 8기 출마 공약인 매관매직 타파에 이어 인사 근무 성적평정을 공개해 본인 위치를 확인하고 스스로 분발하도록 일하는 공무원 조직으로 일깨웠다. 또 각종 농업 보조금 지급 시 정량평가로 순위를 공개해 주민 불만을 일소하는 등 투명한 정책을 펼치며 군민의 두터운 신망을 쌓아가고 있다. 이번 장수군 관광객 100만 유치를 위해 관광 명소 개발을 공표한 최 군수의 소감을 들어 봤다. 최훈식 군수는 “취임 후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장수가 20년 뒤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정책으로 심사숙고 끝에 목적을 상실한 유휴 시설을 리모델링해 군민은 물론 100만 관광객이 찾는 희망의 명소로 되돌려 놓겠다”고 밝혔다. 특히 “4월 20일 개장을 앞둔 ‘장수 만남의 광장’을 빈틈없이 준비해 소통, 힐링의 공간으로 각광받는 장수군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가겠다”며 “장기적인 공간 계획을 통해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 장수의 먼 미래까지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공직자들도 깊은 고민을 통해 그동안 다소 밋밋했던 공간들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성공적인 재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새 단장을 통해 장수만의 독특한 매력을 알리고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희망의 장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기획
  • 이재진
  • 2024.04.18 15:27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익산토성에 백제집수시설이 최초로 발굴되다

'익산토성'은 현재 행정구역상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산52번지 일원에 위치한다. 용화산 남서쪽 산줄기를 따라 가다보면 해발 120m내외의 오금산 정상부에 있으며 성의 둘레는 690m, 내부 면적은 2만6400㎡ 내외의 포곡식 산성이다. 1963년 1월 21일에 사적 제92호로 지정되였다고 하니 오래전부터 중요한 역사유적지로 여겨졌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익산토성은 과거부터 매우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워져 이채롭다. 오금산에 있다하여 ‘오금산성’이라 불리기도 하고 고구려 안승이 머물렀다 하여 ‘보덕성’이라 일컫기도 한다. 문헌자료를 찾아보니 익산토성, 오금산성과 관련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으나, '보덕성'이나 '보덕국'이라는 기록은 『삼국사기』 신라본기나 『신증동국여지승람』 익산군 고적조, 『금마지』라는 옛지도의 고적조, 익산읍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주목되는 기록은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조선총독부 고적』자료에 ‘오금산 위에 보덕성이 있는데 토축성으로 그 둘레가 육정반’이라는 비교적 상세한 설명이 있고 익산토성 북쪽 성벽에 ‘고적 제127 익산토성’이라는 표석이 있어 일제강점기에는 익산토성으로 불린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최근 이 익산토성 관련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이슈가 있다고 하여 부랴부랴 찾아보게 되었다. 사실 익산토성은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당시 그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등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백제와는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중론에 따라 세계유산에는 제외되고 현재는 가능성 있는 백제 관련 핵심유적 정도로 치부된 비운의 유적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익산 왕궁리 유적이 백제 최후 왕도로 점차 그 위상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익산토성은 당시 도성의 중요한 관방시설이였을 것이라는 추정에 따라 재발굴조사가 2016년부터 추진되면서 매우 놀라운 유적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물론 1980년과 1983년 당시 남문지와 그 주변의 평탄지 그리고 성벽 일부에 대한 발굴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익산토성 내부에 빽빽한 대마무 밀식상태와 난잡한 군 참호시설 흔적 등으로 인해 정밀한 발굴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였다. 어쨌든 가장 눈에 띄는 발굴성과를 간추려보면 2016년 시굴조사시 내부 건물지 흔적과 다량의 토기편이 확인되었고, 2016년부터 2018년 진행된 4차례의 발굴조사 결과 '북사(北舍)'명의 토기편과 '수부(首府)'명의 인장와가 출토되었는데 이는 익산과 더불어 부여 관북리, 부소산성 등 옛 백제 왕성지역 일부 지역에서만 출토되는 유물로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이런 발굴성과를 기초로 2020년부터 시행된 백제왕도 핵심유적 마스터플랜에 따라 발굴조사는 더욱 가속되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본격적으로 서문지, 남쪽 곡간부와 평탄대지 그리고 집수시설 확인 등 핵심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해 부지런한 정밀 발굴조사가 추진됐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익산토성 남문지 일원성벽 안쪽에서 정교한 형태의 집수정이 발굴된다. 아직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시설로 그간 부여 ․ 공주의 일부 산성에서만 확인되고 있는 주요 시설물이라 하겠다. 이번 발굴된 집수정은 석축이며 둥그런 원형으로 조성되어 있고 규모는 9.4m ×3.5m정도이다. 아주 큰 편은 아니나 익산토성의 규모를 고려해보면 제법 큰 규모라 할 수 있겠다. 아직 완벽하게 발굴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실체를 정확하게 논할 수는 없지만 백제 관방시설 발굴중 가장 중요한 시설물이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현 익산토성의 명칭을 ‘오금산성’으로 변경하는 문제도 논란거리라 할 수 있겠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익산토성은 석성으로 축조된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토성으로 알려져 왔다. 아마 제대로된 성벽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도 있겠으나, 백제는 주로 토성을 위주로 성벽을 조성한다는 편견이 작용한 듯 보이고 일제강점기시 고적조사 결과를 그대로 차용한 결과라 사료된다. 그런데 문화유산의 명칭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유산의 구체적 배경과 상세내용을 미리 설명하는 명패와 같아서 잘못 명명된 경우 유산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이있기 때문이다. 현재 문화재위원회 명칭변경 심의를 기다고있는 상황으로 조만간 제대로 된 명칭으로 변경될 것이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익산토성의 발굴현장을 살펴보면서 '머리로 이해하는 역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역사현장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더 많은 국민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라는 커다란 숙제를 또다시 어깨에 메는 시간이 된 듯하다. 이영일 백제문화센터 파견 전북특별자치도 연구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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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7 15:23

[팔도 건축기행] 대구 사유원

숨 가쁜 도시의 삶에서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의 쉼터, 품위와 격조를 갖춘 오롯한 공간과 장소를 생각하게 된다. 수목 원림 물 바위 언덕 바람 계절의 자연 속에서, 뭐라고 정의할 수도 없는 사유적 이름의 건축과 공간들을 사색하게 된다. 30여 세월을 땅과 나무를 아우르고 공간을 설계하여 고전의 뜻을 현대 삶에 새기고자 하는 사유의 정원, 사유원(思維園)은 2021년 9월 세상에 펼쳐졌다. 지난해에 팔공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신공항 예정지 군위군은 대구광역시로 편입되었다. 팔공산 아래 터널길을 지나서 청평 못 기슭 사유원은 도시에서도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다. 사유원은 자연 수목원이 아니라, 건축 공간이 있는 수목공간원(樹木空間園)이다. 2018년 프리츠커상 건축가 포르투갈의 알바로시자 건축(3 작품, 카를로스 카스타네 공동), 한국 대표 건축가 승효상 건축(9 작품), 최욱 박창렬의 건축과 지금 국립미술관에서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전영선의 조경, 고기영의 조명, 중국 서예가 웨이량의 작품들이 새겨져 있다. 알바로 시자와 승효상의 건축 공간을 따라서 사유해 본다. △비움에서부터- ‘극도의 비움에 이르러 지극한 평온을 지킨다’ 도덕경 제16장 구절을 일깨우는 치허문(致虛門)은 입구의 정문 건축이다. 여기서부터 머릿속을 텅 비우라고 이른다. 이곳은 팔공산 북쪽 3 능선 2 계곡 지형의 30만 평의 산지이다. 18곳의 건축과 장소, 11개 산책로 의미와 뜻을 사유하면서 능선과 계곡을 걷게 된다. 4시간여 사유의 순례길을 내려서 치허문을 나서면 새로운 채움이 도시로 향하게 할 것이다. △소요헌 (逍遼軒)- 입구에서 ‘꼬부랑길’을 오르면 알바로 시자의 소대(전망대)가 우뚝 서 있고 소요헌(아트홀)이 길게 누워있다. 그의 3개 작품은 대학 캠퍼스를 제외하고는 사유원이 유일할 것이다. 북측 긴 벽 선형 흐름에 따라서 진입하게 된다. 출입문도 유리창도 없는 어둑한 콘크리트 동굴은, 시간과 빛과 음영에 의해서 익숙해진다. 두 갈래 길, 직선의 큰길과 곡선의 작은 길, 그 사이가 이루는 외부의 중정, 가로지르는 길의 연결로 구성된다. 빛의 밝기에 따르게 된다. 큰길은 점점 높아져서 빛의 정점 조형에 이르고, 작은길은 낮아져 ‘생명의 알’에 이른다. 이 건축은, 마드리드 오에스테 공원에 피카소의 명작(게르니카, 임신한 여인) 전시를 위한 가상 프로젝트였다 한다. 설계도가 잠자고 있음을 알게 된 설립자의 오랜 설득으로 이곳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스페인전쟁 게르니카 폭격과 한국동란 낙동강 전투의 격전지는 생명, 죽음, 순환의 공감대로 연결되어서 이 땅의 건축으로 새겨졌다. 게르니카 참상을 말하는 빛의 정점에 매달린 붉은 철 조형물, 생명의 알, 긴 나무 벤치 작품 모두는 건축가의 작품이다. 포르투대학 조각과로 입학하여 건축과로 전향한 그의 작품 세계를 펼친 아트홀이다. 입구의 작은 북카페(요요빈빈)에는 작품집, 모형, 벽 천정에 컨셉 스케치와 누드크로키가 있다. 커피와 함께 애매한? 건축의 시를 음미하는 공간이다. △소대 (巢臺) - 대자연 속의 낮은 건축들에 비하여 키가 높은(20,5m) 전망대이다. 팔공산을 향한 그리움의 몸짓처럼 15도 기울임이다. 빛없는 어두운 계단을 돌고 돌아 탑을 오른다. 불규칙의 개구부는 각 향을 바라보는 세 개의 눈이며 새 집(巢臺, 제비집이 있다) 출입문이다. 오름의 절정은 펼쳐진 대자연을 바라보는 전망 테라스이다. 소요원을 건축하고 나서 높은 전망대 세우기를 간절히 부탁했다는 건축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겠다. 낮음과 높음, 근경과 원경, 소자연과 대자연의 상응이다. 멀리서 보는 전망대는 나무숲 초록 바다에 머리를 내민 하얀 등대이다. △내심낙원 (內心樂園) - 사유의 순례길에서 만나는 작은 성소(聖所)는 알바로 시자 설계의 가장 작은 종교건축일 것이다. 북쪽 경사지에 선명한 기하학 조형은 육면체와 삼각형의 내부 공간으로 나타난다. 마음의 정원(內心樂園)의 묵상과 명상을 이끄는 빛의 근원은 정면 위 우연한 창, 아침 햇살의 영적 궤적을 설계했을 것이다. 근대기 한국 가톨릭계의 지식인 김익진(설립자의 장인)과 그와 영혼의 우정을 나누었던 차메우스 신부를 기리는 경당이다. 두 영혼의 삶을 기록한 ’두 아버지의 정원‘이 함께 헌정되었다. △현암 (玄巖) - 건축가 승효상은 설립자의 생각을 함께하며 건축을 성찰하고 공간을 순례하듯 사유원을 설계하였다. 현암은 산마루 중심 자리에 지어진 사유원 첫 번째 집이다. 자연 풍광이 장대하게 펼쳐지는 집은, 팔공을 바라보며 반 층 올라서 옥상 전망 마루에, 반 층 내려서 실내에 이르는 스킾 플로어 단면이다. 집의 높이를 완충하여 바위처럼 묻히기도 하고, 대자연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3면 유리 건축은 자연에 돌출하기도 한다. 이어지는 능성에는 금오산을 바라보며 금오유현대(金烏幽玄臺), 갈대밭 별유동천(別有洞天)으로 이어진다. △명정 (暝庭)- 좁은 계단을 따라 시간을 길게 돌아서 내려오면 땅의 아래 피안의 공간이다. 지상에서 보아왔던 풍경들을 잊어버리는 정지된 시간 침묵의 공간 명상의 정원(暝庭)이다. 물을 사이에 두고 벤치에 앉아 건너편을 바라보면 붉은 벽을 마주하며 사방 벽면 디테일은 각각 표정을 달리하여 건축의 벽으로 바라보게 한다. 좁고 절제된 길, 수도원 성소의 부속실 켜와 좁은 계단을 걷게 된다. 벽으로 둘러서 쌓인 장방형 땅의 아래 공간 위에는 하늘이 있고 구름만이 흘러간다. 좁고도 가파른 계단으로 다시 지상의 세상으로 나오면, 멀리 산들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풍설기천년 (風雪幾千年)- 사유원 탄생의 원초적 공간이다. 일본으로 밀반출되는 모과나무를 이곳 땅에 되살리고 500여 년 성상 108그루 모과나무의 6,000평 정원이다. 올라가는 길에서는 무표정한 회색 긴 벽이 시선을 가로막는다. 벽을 돌아서 길게 우회하는 좁은 길은 신천지에 이르는 과정, 좁은 길을 벗어나면 놀라움에 경탄하게 된다. 연못 위로 펼쳐진 기천년 정원이다. 벽을 기댄 데크, 연못과 바위, 코르텐 강판은 모과나무 세월의 배경이었다. △와사 (瓦寺)- 정자(亭子)가 앉아 있을 자리에 누워있는 절(瓦寺) 수도원이다. 누워있는 부처(와불)의 몸통에 들어와 있는 듯한데 명상의 수도원이라 한다. 계곡을 따라서 몸을 낮춘 코르텐 강판 구조의 마디마디. 바닥의 레벨에 따라서 내부 공간 분위기와 밖의 풍경을 달리한다. 천정의 작은 구멍으로 걸러진 햇살의 방, 수직 루버 사이 긴 그림자의 방에서는 생각도 달리하는 방인가?. 이곳에서는 잠시 누워 육신의 피곤함에 대하여 사유해야 할 것 같지만 하산의 시간을 사유해야 한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만남 좋은 건축 탄생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좋은 만남이 첫째이다. 인문 예술적 소양을 지닌 유재성 회장은 건축가를 비롯한 예술가들과의 교감으로 사유원을 탄생시킨 좋은 건축주이다. 사유원 이전, 그의 건축 안목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디자인이 특이한 사옥과 공연 강당, 정원, 식당은 품격있는 응접실이었다. 공장 벽면에는 마티스 대형그림이 있었다. 선대부터 지켜온 작은 집 거실벽의 디지털 족보에서 올곧은 선비정신을 보았다. 사랑채 모헌(某軒)을 지으며 건축가 조경가와 쌓았던 교감이 사유원의 바탕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켜 공간 사랑채와 정원 에서 예술 담소는 개인적 취향이라면, 사유원 설립은 평생 꿈을 세상에 나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것이다. 최상대 /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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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5 14:24

[뉴스와 인물 ]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 “도민 염원 새만금, 미래 성장 견인할 것”

새만금은 여의도 면적의 140배,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 크기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간척사업이다. 지난 1991년 11월 28일 공사를 시작한 뒤 지금도 새만금의 미래를 위한 그림이 완성되지 못했지만, 이곳엔 도민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도 이런 도민들의 마음과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새만금사업의 성공을 위해 많은 정책 등을 제안해 왔던 경험과 정당‧학계‧기업 등을 통해 축척해온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 당면한 대내외 현안들을 해결하고 미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나 사장을 만나 새만금에 대한 현안 및 비전 등을 들어봤다. -제3대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소감은 어떠신지요. "새만금은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입니다. 새만금 사업은 국책사업으로서의 중요성을 가지는 동시에 새만금이 속한 전북특별자치도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이제는 우리 지역 주민의 정체성과 자존심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지역 출신으로서 새만금 방조제의 첫 삽을 뜬 1991년부터 줄곧 새만금에 대하여 관심과 애정을 쏟아왔습니다. 그간 새만금 사업이 기대만큼 빠르게 진척되지 못한 것에 저도 전북특별자치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서운한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새만금개발공사 제3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제 임기 동안 국민께서 체감하실 수 있는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발로 뛰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새만금개발공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설립 6년 차로 1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는 우리 새만금개발공사는 속도감 있는 새만금 개발을 위해 설립한 국가 공공기관입니다. 과거에 추진했던 민간투자를 통한 새만금 개발이 부진해지자, 공공이 주도하여 추진하는 것이 개발 속도가 더 빠르겠다는 판단에 따라 공공주도의 새만금 개발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2018년 9월 이를 전담할 새만금개발공사를 설립했습니다. 공사는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되었고, 법정자본금 3조 원 중 현재 총 1조 4970억 원의 정부출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재원으로 새만금 내 도시개발사업을 목적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태양광발전‧궤도사업 등 각종 부대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다시 새만금 개발에 재투자하여 새만금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설립된 후 그동안의 성과가 있다면. "그간 무엇보다 가장 큰 공사의 성과는 목적사업인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의 매립공사를 지난해 완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는 새만금 방조제와 동서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생깁니다. 새만금의 첫 도시로서, 새만금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드는 자족형 복합도시의 성격을 지니는 한편 워터 프론트‧친환경‧스마트 기술을 접목해서 인구 약 2만 5000명을 수용하는 6.6㎢(약 200만 평) 규모의 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우리 공사는 COVID-19, 건설 물가 급등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보다 4개월을 앞당겨 매립공사를 준공했습니다. 더 나아가 새만금 MP 재수립‧통합개발계획 변경 등 녹록치 않은 조성 공사 추진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조성공사를 착공하는 등 앞으로 있을 새만금 주민 맞이를 착실히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새만금 육상태양광 1구역과 3구역을 특수목적법인 형식으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과 합작 추진하여 현재 견실하게 상업 발전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 200MW, 3026억 원 규모의 육상태양광 사업은 2021년 상업 발전 시작 이후로 연평균 493억 원의 발전 매출을 꾸준히 달성하고 있습니다. 공사는 이 발전 수익을 추가적인 새만금 내부 개발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다양한 사회 환원 활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사가 2023년도 순이익 73억 원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이에 대한 배경(비결)은. "공사는 새만금개발 재원 확보를 위해 육상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했으며, 해당 사업을 통해 2022년부터 안정적 부가수입을 창출한 것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습니다. 공사의 주요 사업인 스마트 수변도시 분양 전까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지만, 육상태양광 발전사업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면서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전사적인 경상경비 절감노력과 운전자금의 효율적 운용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계획입니다. 초기 출자금 4000억원의 공사비 투입이 종료된 후에는 공사채 발행 등을 통하여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2년에 기업신용평가를 실시해 우수한 채무상환능력(AAA)을 확인받은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여 스마트 수변도시의 성공적 완수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의 분양을 시작하는 첫 해입니다. 성공 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스마트 수변도시는 약 600만㎡(200만평) 규모의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입니다. 우리 공사는 속도감 있는 도시개발을 위해 지난 2019년 계획(안) 수립 후 2020년 통합개발계획 승인과 더불어 매립공사를 착공하였습니다.현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은 급변하는 산업환경의 핵심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국정과제 38번으로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가 선정됐으며, 이에 새만금 국가산업단지가 제1호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었습니다. 또한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며, 새만금 내 이차전지 특화기업의 투자유치 실적이 최근 2년간 약 10조원에 달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이처럼 새만금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함에 따라 우리 공사도 변화하는 정책방향에 부응하고자, 기업과 함께하는 새만금의 ‘첫 도시’로서 수변도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통합개발계획 변경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투자유치된 산업수요 수용을 위해 당초 대비 약 1만 5000명이 증가된 약 4만 명으로 계획인구를 늘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토지이용계획(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공사는 새만금개발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통합개발계획 변경을 신속하게 완료하고 올 하반기 수변도시의 ‘첫 분양’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는데 있어, 도시계획과 건설공사뿐만 아니라 인구 유입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 공사는 부동산 시장환경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우선 도시 내 정주여건 마련을 위해 주거와 상업 등 근린생활시설 용지를 첫 분양 상품으로 계획 중에 있으며, 부동산 환경을 고려해 수요자의 재원조달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도시발전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글로벌 교육기관 설립과 공공기관 유치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새만금의 첫 도시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고급 호텔‧마리나‧MICE 등의 관광·레저시설과 헬스케어 관련 시설을 단계적으로 유치할 계획입니다. 새만금에 새로운 ‘첫 도시’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수변도시가 우리나라의 성장 거점이 되고, 세계적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공사가 해결해야할 대내외 현안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새만금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새만금개발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및 새만금 산업단지의 이차전지 특화산단 지정 등 새만금에 대한 이번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지원으로 최근 새만금 산업단지는 유례없는 10조원대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의 미래 산업지형, 라이프 스타일 등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하여 새만금개발청에서는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고 있습니다. 새만금개발 전담 공공기관인 공사는, 그동안 공사가 쌓아온 새만금 지역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만금개발청의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협업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여건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공사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과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습니다. 실속있고 실행력 있는 조직을 위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새만금 개발에 가장 앞장서는 공공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경영이념을 세운다고 하셨는데, 미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공사의 방향성과 목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올바른 방향성과 목표설정은 꼼꼼한 분석에 기인한다는 생각에 취임 후 곧바로 우리 공사 직원들과 함께 공사의 현안에 관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 제가 가진 철학에 토론으로 얻은 내용을 더해 앞으로 제 임기 동안 ‘α(alpha)경영’이라는 경영이념을 세우고, 공사를 새만금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로마자의 첫 글자인 ‘α’는 ‘처음’ 또는 ‘시작’을 의미합니다. 망망대해를 흙으로 메워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새만금 사업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역으로, 높은 수준의 도전성과 창의성이 요구됩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자 최초인 이 사업에서 우리 공사는 실패를 미리 두려워하기보다 일보(一步)의 전진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자세로 공격적인 새만금 내부 개발을 추진 할 것입니다. 한편 ‘α’는 동물행동학에서 유래한 것처럼 ‘뛰어난’, ‘최고’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간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사업, 육상태양광 사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신규사업을 검토하면서 쌓아왔던 새만금지역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를 공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 ‘새만금개발 전담 공공기관’으로서 이 지역 최고의 전문성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α’는 ‘~이상의’, ‘추가적인’의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만큼, 공공부문을 바라보는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공사 스스로 더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마련해 국민 눈높이 이상의 청렴·안전 체계를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입니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새만금 사업은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비로소 사업이 탄력을 받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도민 여러분의 새만금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 감사드리는 한편,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어느 한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분들이 새만금의 발전에 대해 전해주시는 생생한 고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은 나경균 사장은 김제출신으로 해성고와 원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원광대학교 법학박사로 한나라당 부대변인, 김제지구당 위원장, 새누리당 전주덕진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김제부안 당협위원장 등을 지냈다. 또한 지난 대선 과정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국민통합위 자문위원 등 오랜 기간 정당 활동과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GS칼텍스 고문을 거쳐 전북대학교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 기획
  • 이환규
  • 2024.04.14 17:15

[팔도 핫플레이스] 비경이 숨어 있는 창녕 명승기행

전국 최초 온천도시, 경남 창녕에는 전국 최고의 수온 78℃를 자랑하는 부곡온천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진달래와 황금빛 억새로 유명한 100대 명산 화왕산, 1억4000만년 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까지 잘 알려진 관광지가 즐비하다. 또 국보와 보물 등 113점의 다양한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전부터 경남의 경주, 제2의 경주로도 불려 왔다. 여기에 창녕 남지 개비리와 관룡산 관룡사 일원이 각각 2021년, 2023년에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으로 지정됐다. 명승은 지역적 명소로 빼어나게 수려한 자연 경관적 가치와 역사·문화적 가치를 겸비한 곳에 대해 문화재청에서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지정한다. ◇창녕 남지 개비리 창녕 남지 개비리는 용산리와 신전리 영아지마을을 잇는 2.7㎞의 낙동강변 벼랑길로 2021년 12월 8일 창녕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지정유산 명승으로 지정됐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이 좁은 길은 낙동강이 그려주는 눈부신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시골 여행길로 수십 미터 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다. 개비리라는 명칭에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해진다. 먼저 ‘개’는 강가를, ‘비리’는 벼랑을 뜻해 강가 절벽 위에 난 길이라는 뜻으로 벼랑을 따라 조성된 길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폭설에도 새끼에게 젖을 주려고 누렁이(개)가 산등을 넘어 다닌 길에 눈이 쌓이지 않은 것을 알게 된 뒤, ‘개(누렁이)가 다닌 비리(절벽)’로 사람들이 다니게 돼 ‘개비리’라는 길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개비리를 걷기 위한 출발 지점은 2곳으로 남지읍 용산리 억새전망대와 반대쪽에 위치한 남지읍 신전리 영아지주차장이다. 대부분 용산리 억새전망대를 출발 지점으로 이용하며, 이곳은 창녕, 함안, 의령 3개의 군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지점이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승리한 기음강전투,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 최후 방어선 등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억새전망대에서 옹달샘 쉼터까지는 약 1.6㎞로 낙동강을 눈높이에서 볼 수 있다. 봄이면 수양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양수장 옆,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와 정자를 지나면 봄마다 도롱뇽이 알을 낳고 번식하는 옹달샘 쉼터가 나온다. 옹달샘 쉼터에서 죽림 쉼터까지 이어지는 약 700m 구간은 좁은 벼랑에 꼬불꼬불한 오솔길이 끊어질 듯 이어져 남지 개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손꼽힌다. 아득한 퇴적암 절벽에서 백화등, 부처손, 기린초 등 야생 식물들이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경외감마저 느낀다. 죽림 쉼터는 여양진씨 묘사를 지내던 회락재(재실)가 있던 자리로 2015년 옛길 조성사업 시 대나무로 이루어진 숲을 자연 친화적으로 정비해 지금의 ‘죽림 쉼터’가 됐다. 죽림 쉼터 정자에 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 머물다 보면 시원한 대나무 숲 소리와 산새들의 노랫소리에 빠져든다. 죽림쉼터 지나 마지막 1㎞ 구간에는 야생화 쉼터와 참나무 숲길이 있고, 너럭바위에서 공룡 발자국을 찾아보는 여유도 누릴 수 있다. 창녕 남지 개비리의 끝인 영아지 주차장이 나오면 명승 구간 2.7㎞를 완주하게 된다.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때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도 좋지만 영아지 주차장에서 영아지 전망대를 통해 영아지 쉼터와 마분산 정상을 지나 창나루 전망대를 거쳐 원래의 출발 지점인 용산리 억새전망대에 도착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 구간은 약 3㎞ 정도로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낙동강의 풍경을 선사한다. 마분산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의 ‘말 무덤이 있는 산(馬墳山)’이라 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매년 4월경에는 창녕 남지 개비리와 이어진 남지체육공원 일원에 전국 최대 규모인 110만㎡의 유채꽃단지를 조성해 창녕 낙동강유채축제를 개최하고 있어 관광객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창녕 관룡산 관룡사 지난해 12월 28일 국가지정유산 ‘명승’으로 지정된 창녕 관룡산 관룡사 일원(0.86㎢)은 신라시대 고찰 관룡사에 있는 많은 불교 문화유산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관룡산의 수려한 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관룡사는 100대 명산 화왕산(756.6m)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룡산(754m)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화왕산 옥천주차장에서 출발해 옥천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1.7㎞ 정도 오르면 소박하면서 고즈넉한 관룡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천년고찰의 명성에 걸맞게 경내에는 대웅전, 약사전, 석조여래좌상, 대웅전 관음보살 벽화 등 7점의 보물을 비롯해 많은 불교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시는 건물이지만, 관룡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불 양옆으로 약사여래, 아미타여래 등 삼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 1965년 대웅전 보수공사 때 태종 1년(1401)에 처음 세웠다는 상량문이 발견돼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9년(1617)에 다시 세우고, 영조 25년(1749)에 세 번째로 다시 지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 보니 대웅전은 조선 전기에서 중기 이후의 건축기법을 동시에 보인다.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약사전은 임진왜란 때 불타지 않고 유일하게 남아 관룡사 경내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조선 전기 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어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관룡사 석조여래좌상은 약사전에 모셔져 있으며,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불로 원래는 왼손 위에 약그릇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고즈넉한 경내를 지나 관룡사에서 500m 정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연꽃을 형상화한 대좌 위에 반야의 세계로 향하는 용이 이끄는 배라는 뜻의 ‘반야용선(般若龍船)’을 재현한 듯한 불상인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다. 이 불상은 통일신라시대 특징을 잘 갖추고 있으나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다리 사이의 부채꼴 주름이 없어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정성을 다해 소원을 빌면 한 가지 소원은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명승인 창녕 남지 개비리와 불교 문화유산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관룡사 일원을 방문한 뒤에는 대한민국 최초 온천도시 부곡온천에서 즐기는 온천욕으로 일상의 피로를 풀고 창녕 여행을 마무리한다면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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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1 14:26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잇단 동물원 동물 문제, ‘법 개정’해도 고통받는 동물들

지난달 SNS를 뜨겁게 달군 영상이 하나 있다. 자동차로 가득한 도로 한복판에 난데없이 타조 한 마리가 등장하더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목격되며 도심을 활보한 것이다. 타조의 이름은 ‘타돌이’. 곧바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포획돼 본래 살던 경기도 성남시 인근의 생태체험장으로 돌려보내지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타조가 태어나 처음 해본 대담한 일탈은 탈출 한 시간 만에 끝나버렸다. 타돌이의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수컷 타돌이는 2020년 7월쯤 암컷 ‘타순이’와 함께 체험장에 분양됐는데, 타돌이가 탈출하기 한 달여 전 짝꿍 타순이가 갑작스레 숨졌다고 한다. 비슷한 사건이 연상된다. 앞서 1년여 전인 지난해 3월에도, 엄마에 이어 아빠마저 잃은 얼룩말 ‘세로’가 이후 사육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등 반항 행동을 보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어디 이뿐이랴. 지난해 여름에는 경북 고령군의 한 민간 목장의 비좁은 철장에서 무려 20년 넘게 ‘몰래’ 사육되다 극적으로 탈출한 사자가 신고 한 시간 만에 사살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겨우 목장 인근 4~5m 지점의 풀숲에서 발견된 사순이는 찰나의 자유를 누리다 허무하게 사살됐다. △관리 사각지대 ‘민간’ 동물원⋯끊임없는 ‘방치’ 동물 시설 ‘탈출’로 이름을 알린 동물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다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낸 동물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여름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말라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킨 ‘갈비 사자 바람이.’ 경남의 한 민간 동물원(부경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바람이는 논란 이후 공영동물원인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바 있다. 이후 부쩍 살이 붙으며 사람들의 안심을 샀지만 부경동물원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 부경동물원의 등록은 결국 취소됐지만 말 그대로 시설만 문을 닫았을 뿐, 이곳에 거주하던 동물들은 폐업 동물원에 그대로 갇혀 있는 것이다. 역시 동물 학대 신고로 지난해 11월 실체가 드러난 대구의 한 실내 동물원. 경찰과 지자체의 합동 점검 결과, 동물원에선 기니피그 사체가 발견됐고 채광이나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동물을 사육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경영난 등으로 1년 가까이 영업을 중단한 이곳의 동물 270여 마리 역시 문 닫은 동물원 내부에 그대로 갇혀 있는 실정이다. △높아지는 동물 복지에 ‘동물원법’ 개정⋯방치 동물 구조는 ‘아직’ 계속되는 동물원 동물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지난해 12월 전면 개정됐다. 기존 ‘등록제’였던 동물원 운영 기준이 강화되며 ‘허가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사육하는 야생동물의 특성에 맞는 서식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이 같은 기준을 검사관에게 검증받아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동물원 허가 기준이 강화되긴 했지만 5년의 유예기간이 있을뿐더러 현재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측은 “법만 바꿔놨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지자체가 바뀐 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있지 않는 한 현재의 대구 등 휴폐업 동물원의 문제는 계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김해와 대구의 휴폐업 동물원의 동물들은 고초를 겪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현재 부경동물원에는 백호 1마리와 암사자 1마리, 라쿤, 알파카 등 동물 11마리가 남아있다. 지난 1월만 해도 16마리였는데, 남은 동물에 대한 해결책이 길어지며 한 달에 한 마리 꼴로 방치된 시설에서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실내 동물원에도 사자와 하이에나, 원숭이 등 270여 마리의 동물이 그대로 남겨진 상황. 해당 동물원의 내부를 취재한 MBC 보도에 따르면 관리비가 밀려 전기 공급이 최소한으로 되고 있어 어두컴컴한 우리 안에 일부 조명만 켜진 상태이다. 상처가 난 동물, 극한의 스트레스로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도 목격됐다. 왜 이 같은 시설의 동물 구조는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동물원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해당 동물원 동물의 소유권은 업주가 갖고 있기 때문에, 소유권을 전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동물의 구조를 강행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람이’의 경우는 특수하다. ‘바람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상당히 컸고, 이에 청주동물원이 발 벗고 나서 바람이를 구조하겠다고 자처하면서 부경동물원 대표와 ‘임시 보호’에 합의하게 된 것. 동물원이 자격 미달로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동물 소유권은 개인에 고스란히 남는 현행법으론 담당 지자체가 동물을 다른 곳에 기증하기를 ‘권유’할 수 있을 뿐이다. △‘허가 취소’ 동물원은 남은 동물 ‘몰수’해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이미 동물원 운영 능력이 없다 판단된 개인이 남겨진 수많은 동물을 개인적으로 관리하게 한다는 건 동물복지 면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문제”라며 “동물원 허가가 취소될 경우 해당 시설 보유 동물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물학대 정황이 있는 데도 ‘개인 소유’라는 이유만으로 맹수류와 멸종위기종 등 여러 동물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의 동물원법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전국의 동물원은 110여 곳에 달한다. 이 중 79%에 달하는 90곳이 ‘민간’ 동물원이다. 까다로워진 동물원법에 따라 앞으로 동물원 등록이 취소되는 시설은 불 보듯 뻔한 상황. 동물원 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마련된 동물원법이지만 개정 이후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시설 확충 등 투자를 통해 사육 환경 개선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대구와 김해의 사례처럼 폐업해버리거나 기존 등록이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휴폐업 동물원에만 280여 마리 동물이 사육되고 있었다. 사업주만 동물원 운영을 포기했을 뿐, 동물원 속 거주자들의 삶은 법 개정 이전에 비해 조금도 나아진 바 없다. 동물원 운영 기준을 강화하는 것만큼이나 기준 미달 동물원의 동물을 구조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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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0 14:52

[전홍철 교수의 ‘영상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 탐방’] 그리스에서 완주까지(3)

악기가 문화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그런 악기가 있다. 바로 비파(琵琶)다. 완주 송광사 대웅전의 천장에 그려진 주악비천도(奏樂飛天圖)에는 동서양의 문명 교류를 드러냄과 동시에 동아시아 음악문화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꾼 악기인 비파가 있다. 사천왕(四天王) 중 다문천왕(多聞天王)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연주하고 있는 악기도 비파다. 동한(東漢:25-220) 시기의 서적 『석명(釋名)』에는 “비파는 본래 호중 즉 외국에서 태어났고, 말 위에서 연주했다(琵琶本出於胡中, 馬上所鼓也)”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 비파는 외래 악기이고, 원래 말을 타고 연주했었다. 근원을 좀더 추적하면 비파는 활에서 진화한 악기이다. 말의 대퇴골로 울림통을 만들고 말 내장과 힘줄로 현을 만들었던 노마드(nomad) 악기인 것이다. 또 비파라는 말은 페르시아 류트 ‘Barbat’을 한자로 옮기면서 생겨난 이름인데, 손을 앞으로 내밀어 타는 것을 ‘비(琵:枇)’, 손을 안으로 끌어당기면서 연주하는 것을 ‘파(琶:杷)’로 번역했다. 이처럼 한자에서 확인되듯이 비파는 서역에서 건너온 류트(lute) 계열 악기이다. 그러면 비파는 서아시아에서 어떻게 동아시아 완주까지 왔을까? 또 비파가 동아시아 음악문화에서 어떤 혁명을 일으켰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서북부와 중앙아시아 간다라를 거쳐 메소포타미아 방향으로 실크로드 여행을 떠나야 한다. △ 활, 인류 최초의 현악기 인류 최초의 현악기는 활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전 13,000년 전 프랑스 남서부의 트루아 프레르(Trois Frères) 동굴 벽화에 “들소를 닮은 모습으로 위장한 사냥꾼이 짐승을 몰면서 활을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사냥용 활이 단현 악기로 사용된 가장 이른 음악용 활이다. 음악에 사용된 활은 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 울림통을 달며 다양한 악기로 진화한다. 비파, 기타, 바이올린과 같은 류트(lute)류 현악기 뿐만 아니라 공후(箜篌), 하프, 쟁(箏), 거문고, 가야금과 같은 지터(zither)류 악기도 뮤지컬 활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리스 류트인 판두라(pandura)는 ‘작은 활’을 의미하는 수메르(sumer)어인 판투르(pantur)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파는 활에서 파생된 류트계 악기이다. △ 송광사 비파와 동일한 정창원 곡경비파 일본의 보물 창고 정창원(正倉院)에는 세 종류의 비파 즉 완함(阮咸), 오현비파, 사현비파가 보관되어 있다. 먼저 완함은 중국 전통 악기에서 현의 수가 변화하여 만들어진 악기로 진비파(秦琵琶)라고도 불린다. 두 번째는 다섯 줄의 오현비파인데 흔히 나전자단오현비파(螺鈿紫檀五弦琵琶)라 한다. 이 비파는 인도가 원산이며 북위(北魏:386-534) 무렵에 중국으로 전해졌다. 낙타 위 기악인(伎樂人)이 연주하고 있는 악기는 비파인데 직경이 아닌 곡경이다. 세 번째 사현비파가 바로 송광사 비파와 동일한 유형이다. 이 사현비파는 풍소방염나전조비파(楓蘇芳染螺鈿槽琵琶)라고 하는데 현이 네 줄이고 목 부분이 굽어 있으며 배 모양을 하고 있어 사현곡경이형(四弦曲頸梨型) 비파 혹은 곡경비파라 한다. 또 당(唐)비파라고도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비파에 그려져 있는 코끼리 위의 악무단 즉 ‘기상주악도(騎象奏樂圖)’다. 높은 모자를 쓰고 북을 치고 있는 인물은 심목고비(深目高鼻)의 서역인이 분명하다. 이는 1959년 서안 당나라 무덤에서 출토된 당삼채 낙타 인물용인 삼채유도낙타재악용(三彩釉陶駱駝載樂俑)을 연상시킨다. 또 연이어 물가로 날아가는 새 떼의 뒤편에는 붉은 태양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산수 묘사는 극히 드문 것으로 8세기 당대 회화 수준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 비파는 중국 당나라에서 제작되어 해외 교역이나 견당(遣唐) 사신을 통해 일본으로 전해진 물건일 것으로 생각된다. △ 류트(lute)의 출현과 전파 비파의 원류를 파악하려면 류트가 어디에서 최초 출현했고,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류트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있는데, 서아시아설과 그리스설이 대표적 학설이다. 고고학 자료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류트는 메소포타미아에서 기원전 3,000년기에 출현했다. 이 류트는 목이 긴 장경 류트인데 셈족(Semitic)과의 관련성으로 보아 시리아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장경 류트는 기원전 2,000년기에 서아시아에서 이집트로 전해져 배 모양 즉 리형(梨型) 류트가 분화하여 그리스-로마 문화권에서 발전한다. 그 후 알렉산더대왕(BC 356-323)의 동방 원정을 계기로 간다라 부근으로 전해지게 된다. 직경 류트는 1-2세기 쿠샨(Kushan) 왕조(AD 30-375)의 간다라에서 드디어 목이 굽은 곡경 류트로 바뀐다. 이것이 사현곡경 송광사 비파의 원초적 모습이다. 간다라에서 처음 출현한 곡경비파는 4세기 이후 거꾸로 페르시아 사산조에 전해져 크게 유행하게 되며, 5세기경에는 서역 호탄(Khotan)에서 중국 내륙으로 유입되고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까지 전해진다. 【보충 해설】 전문가 길잡이 “호탄(Khotan)에서 출토된 사현 류트 기악 테라코타는 연대가 AD 3세기 또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현 류트는 가장 초기의 서양 류트 중 하나로 중국 비파와 매우 유사하다. 사진을 보면, 기악 테라코타가 들고 있는 류트는 목 부분이 직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곡경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조각 기법의 한계 때문에 직경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호탄에서 둔황 지역에 이르기까지 비파류의 유물이 많이 출토되었는데, 이는 사현 류트가 호탄 지역을 통해 중국에 유입되었음을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들이라 할 수 있다.(和田出土的手持四弦琵琶的伎乐陶猴可以追溯到三世纪,甚至更早。四弦琵琶是西方最早的琵琶之一,与中国琵琶非常相似。从图像上看,这个伎乐陶猴怀抱的琵琶颈似乎是直的,但实际上四弦琵琶的颈是弯的,有可能因为雕刻技术的限制表现为直的。从和田到敦煌地区出土了大量琵琶类型的文物,这些都充分证明了四弦琵琶琵琶通过和田地区传入中国的.)” 따이징(代静, 沧州师范学院,编导教研室主任,講師) △ 제례(祭禮) 악무를 변화시킨 비파 예(禮)와 악(樂)으로써 임금과 신하, 백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던 농경 정착민의 유교 국가 중국. 전통 시기 중국에서 가장 중시되었던 악기는 ‘사직(社稷) 악기’라 불렸던 편종(編鐘)과 편경(編磬)이었다. 이 악기는 종묘제례용으로 왕이나 제후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무거운 악기였고 악무 역시 장중했다. 반면 초원 유목문화를 상징하는 활에서 진화한 비파와 같은 가벼운 현악기는 소그드 상인의 황금기였던 기원후 4-8세기 중국에 전해져 소그드춤 ‘호선무(胡旋舞)’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놀랍게도 당 현종(玄宗:685-762)은 본인이 작곡가이자 비파 연주자였으며, 그의 비파 연주에 맞추어 춤추었던 경국지색(傾國之色) 양귀비(楊貴妃)와 소그드인으로 안사의 난(安史之亂)을 일으킨 안록산(安祿山)은 당대 최고 호선무 무용수였다. 비파와 서역 악무가 장안(長安) 궁정 뿐만 아니라 민간에 유입되며 중국 음악문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렇게 활에서 태어난 혁명적인 악기 비파가 지금은 송광사에서 우리에게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전홍철 우석대 경영학부(예술경영) 교수 【심층 해설】 전문가 길잡이 “비파는 중국의 어떤 악기보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잘 연주할 수 있는 악기였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자국음악보다 외국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 비파음악은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악기였습니다. 비파는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에 들어온 악기로 당시로서는 첨단을 걷는 악기였으며 단숨에 중국인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악기였습니다. 비파음악은 바로 호악과 중국음악의 교류와 혼융을 결과로 태어난 새로운 음악이었습니다.” 전인평(중앙대 명예교수/아시아음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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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9 14:54

[팔도 핫플레이스] '하늘 아래 무릉도원' 무주구천동 어사길

봄이다.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는 세상을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이고 꽉 쥔 손가락을 펴듯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꽃들은 겨우내 굳어있던 마음을 간지럽힌다.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 이름 모를 꽃들과 지저귀는 새, 비경 사이사이 숱한 걸음들이 봄바람에 살랑이며 ‘이리 오라!’ 손짓한다. 무주구천동계곡은 설악산의 천불동계곡과 지리산의 칠선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계곡의 하나로, 그 품에 안긴 ‘어사길’은 백미 중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의 절경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철마다 탐방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등산과 산책이 모두 가능해 연인, 친구는 물론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탐방객들이 대거 몰리는 숲속 명소로 떠오르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울창한 숲이 드리운 그늘과 청아하게 갈 길을 재촉하는 계곡물소리 덕에 흐르는 땀조차도 시원하다. 그야말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인 셈. 특히 올해는 ‘2024 자연특별시 무주방문의 해’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 할인 등 유용한 혜택들을 장착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비경 구천동 어사길(구천동 33경 중 16~32경)은 구천동 33경 중 16경 인월담에서 32경 백련사까지 4.9㎞ 구간이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어사길은 인월담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다니던 길로, 2016년 복원을 시작해 ‘숲나들길(1구간)’과 ‘청렴길(2구간)’, ‘치유길(3구간)’, ‘하늘길(4구간)’로 2020년 완성을 했다. 옛사람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오솔길과 돌계단은 그대로 살리고 인위적인 구조물은 최소화해 숲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자연환경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걸으면 유유자적 그 재미가 쏠쏠하다. 걷기에는 그만인 숲나들길 어사길의 초입부터 인월담까지 이어진 ‘숲나들길’은 경사가 완만해 가벼운 마음으로 탐방할 수 있는 구간으로 이름처럼 나들이하기 좋은 길이다. 습지 생물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지는 곳이라 구천동 어사길의 다양한 색을 느낄 수 있다. 숲나들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바로 자연 습지 교육장. 자연관찰로를 따라 형성된 습지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계곡 사이사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 꽃들이 객과 눈을 맞춘다. 3~4월에는 복수초와 너도바람꽃, 4~5월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다. 숲나들길의 거리는 0.8㎞정도로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어사 박문수의 덕을 담은 청렴길 인월담을 시작으로 2구간인 청렴길이 펼쳐진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청렴길은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다연대를 지나 무주 태생 김남관 대령이 극락정토를 꿈꾸며 만들던 불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구월담까지 이어진다. 특히 인월담과 비파담 사이에는 계곡을 조망하기 좋은 길들이 자리하고 있어 마음을 사로잡는다. 구천동 33경 중 6곳(16~21경)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이끼 덮힌 계곡과 참나무, 소나무 어우러진 숲이 자아내는 경치가 일품. 말을 잊게 만든다. 어사길 최고의 구간 중 하나로 꼽히는 청렴길은 0.8㎞로 지나는데 20여 분이 걸린다. 원시림의 기운 받는 치유길 치유길은 구월담에서 금포탄, 호탄암, 청류계를 거쳐 안심대로 이어지는 어사길의 3구간으로 경사가 꽤나 심한 곳이다. 산길에서 오솔길로 바뀌는 구간도 있고 100년 이상 된 나무들도 즐비해 원시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봄에는 생명의 기운을, 여름에는 녹음의 편안함을, 가을에는 충만한 에너지를, 겨울에는 치유의 기운을 얻을 수 있어 이름도 치유길이다. 거리는 1.7㎞로 30여 분이 걸리는데 초반에는 걷기 무난하지만 중간 이후부터 돌로 된 경사 구간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해탈의 경지 하늘길 이곳은 구천동 어사길 복원 구간 중 가장 최근에 개통한 구간으로 쉼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어사길의 마지막 구간인 하늘길은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고 가던 행인들이 건넜던 안심대에서 시작이 된다. 신양담, 명경담, 구천폭포, 백련담, 연화폭, 이속대, 백련사로 이어지며 완만한 경사가 지속되는데 목재 데크와 야자 매트 덕분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곳곳에 피어있는 이야기꽃도 흥미롭다. 매월당 김시습이 관군을 피해 안심하며 쉬었다는 ‘안심대’가 그렇고, 맑은 물에 자신을 비추며 심신을 가다듬었다는 ‘명경담’ 또한 그러하며, 속세와 연을 끊고 깨우침을 얻는다는 ‘이속대’가 그러하니 가만히 떠올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 백련사에 닿는다. (1.6㎞, 약 30분 소요) 어사길에 펼쳐진 절경 구천동 33경은 1경 라제통문에서 33경 향적봉까지 구간에서 경치가 빼어난 곳을 찾아 이름붙인 것으로 어사길에는 16경 인월담에서 32경인 백련사가 자리하고 있다. 인월담(16경) 일사대와 파회와 어깨를 겨루는 구천동 3대 명소 중 한 곳으로 신라 때 인월화상이 절을 짓고 수도하던 곳이라 해서 인월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반석위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소를 만들고 다시 바닥에 깔린 암반 위로 미끄러져 비단폭을 이룬다. 사자담 (17경) 사자목에 살던 사자가 내려와 목욕을 즐기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사자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청류동(18경) 안으로 홈을 이룬 암반 위로 맑은 물이 얇게 깔려서 흐른다. 가을에 단풍이 짙으면 그 물이 붉게 변해 주변 일대가 별천지가 된다. 비파담(19경) 비파 모양을 닮아 비파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옛날에 선녀들이 내려와 비파를 타며 놀았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다연대(20경) 비파단과 연계된 기암이다. 구천동을 참승하던 옛 선인들이 비파단으로 미끄러지는 옥류(玉流)에 감탄하고 차를 끓여 마시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었다는 명소다. 구월담(21경) 월음령 계곡과 백련사계곡에서 흘러온 물이 합류하고 쏟아내는 폭포수가 담을 이룬 구월담은 형형색색의 암반이 맑은 물에 잠겨 있어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면 더욱 아름답다. 금포탄(22경) 여울진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심산유곡의 바람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면 마치 탄금소리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호탄암(23경) 구천 계곡 중 유일하게 향적봉을 볼 수 있는 곳. 산대나무와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답다. 산신의 명으로 특약을 구하러 가던 호랑이가 소에 빠져 100일 간 꼼짝 못하고 울부짖기만 했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청류계(24경) 호탄암에서 안심대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의 계곡이다.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비경을 이룬다. 안심대(25경)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는 행인들이 개울물을 안심하고 건너다니는 여울목이다. 기암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맑은 물이 아름다워 덕유산을 오르는 탐방객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신양담(26경) 안심대에서 0.2㎞ 지점에 있다. 속칭 새양골이라고도 부르는 신양담은 숲 터널로 이어진 구천계곡 중 유일하게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길 아래 기암과 맑은 담이 아름답다. 명경담(27경) 신양담에서 0.3km지점에 있다. 여울목에 잠긴 ‘물이 거울같이 맑다’하여 명경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백련담(29경) 구천폭포에서 0.2km 지점에 위치한 백련담은 연화폭(蓮華瀑)을 거친 맑은 물이 담겨 못을 이루고 흘러간다. 백련사(32경) 덕유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신라 때 고찰로 덕유산 정상을 오르는 탐방객들 휴식처로도 이름이 나있으며 가을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만산의 홍엽이 일품. 덕유산국립공원 무주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어사길 주변의 덕유산.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로 해발 1614m의 향적봉이 주산이다.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과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상고대가 어우러진 수려한 설경은 국내외 최고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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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종
  • 2024.04.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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