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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취임 한 달 임병숙 전북경찰청장 "도민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 지킬 것"

지난 10월 31일 제35대 전북경찰청장으로 취임한 임병숙(57) 치안감은 취임사에서 "언제라도 도민들께 달려갈 수 있는 친근한 전북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취임 한 달 여, 취임사에서 다짐한대로 지역의 치안활동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임 청장을 만나 전북 치안수장으로서의 각오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취임하신 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북일보 구독자 여러분, 도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북에서의 첫 근무를 반갑게 환영해주셔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 한편으로, 도민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한 달 여 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각종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우리 전북경찰 가족들의 모습과 전북경찰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주신 도민 여러분들을 만나 뵈며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를 도민이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로 삼아 기대에 부응하는 전북경찰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취임사에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전북경찰을 강조하셨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전북치안의 최종 목표는 도민이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북경찰 모두가 주민의 각종 부름에 법과 규정, 즉 기본과 원칙에 부합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무를 위반하지 않고 도민들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같은 통제 중심의 지시는 자칫 소극행정이나 형식주의로 빠질 수 있으므로, ‘즐겁고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찰조직에서 즐겁고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짧게 표현한다면 상·하급자 모두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대화하고, 보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즐겁고 유연한 조직 문화는 내부만족을 넘어 외부만족으로 연계돼 결국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치안서비스로 승화되는 선순환의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우리 전북경찰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적극적인 자세로 오직 도민 여러분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만 바라볼 것을 약속드립니다." -재임 기간 동안 전북 도민을 위해 중점 추진하실 사항이 있으시다면. "도민 여러분이 안전과 평온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 전북경찰은 존재 이유와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치안활동의 목표이자 비전을 도민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지키기로 설정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특히 강조한 중점 사항은 먼저 전북경찰 모두가 도민의 입장과 상황을 헤아리고 공감할 줄 아는 '도민중심, 인권존중'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현장 인력을 강화해 도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든든한 이웃'으로서 도민의 눈높이에서 불안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전북경찰청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사건처리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범죄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배려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인권도 생각하는 인권친화적 경찰활동을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담당 업무에 정통한 '선진 프로경찰관 육성'과 주민의 다급한 요청에도 신속 정확히 응답하는 '신속,민감 치안시스템' 구축에도 매진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현장인력 강화를 중점으로 한 인력재배치를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일상에서 위협받는 도민분들이 없도록 치안인력 확보를 중점으로 조직 개편과 인력재배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12치안종합상황실을 생활안전부로 이관, ‘범죄예방 – 지역경찰 - 112상황실’ 기능을 결합함으로써 현장에서 범죄의 예방과 대응이 더욱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범죄 신속대응 체감치안도 강화하신다는데, 주로 어떤 내용입니까. "범죄예방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도경찰청에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신설함으로서 범죄취약지, 우범지대에 대한 예방순찰과 범죄분위기를 제압함과 동시에 지역경찰 등 현장 치안 인력의 부담을 줄여줄 예정입니다. 인력조정은 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과·계 통폐합으로 행정 인력을 감축하고 일부 지역경찰 재배치를 통해 치안수요에 맞는 효율적 인력운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해 자치경찰제 시행과 관련해 자치경찰위원회와 협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북경찰청은 자치경찰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도자치경찰위원회와 함께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 여성안전 프로젝트를 추진해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등 대학가에 1000여 개의 방범시설을 추가 설치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대학가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대비 절도 71%, 행패소란 100% 감소 효과를 거뒀습니다. 또 도자치경찰위원회와 협력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 예방 홍보 활동을 적극 전개해 사망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도민이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자치경찰위원회와 소통하면서 협력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선거사범 수사 방침 등이 있으신가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혼탁했고 내년 총선도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북경찰은 선거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선관위 등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할 것입니다. 또한 주요 사무일정에 마쳐 1∼3단계로 수사전담반을 편성하는 단계별 단속체제를 가동, 선거사범 단속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금품선거 등에 대해서는 정당과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불법 행위자뿐 만 아니라 배후까지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사법처리하고 철저히 수사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다 안전하고 평온한 지역사회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도민의 참여와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우리 전북경찰은 항상 도민 여러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려움과 고통에 공감하며 특히, 약자의 아픔을 보듬는 치안활동을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 실천하고자 합니다. 도민여러분께서도 안전하고 행복한 전북을 만들어 가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전북경찰에 대한 관심과 성원도 아낌없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 전북경찰은 도민 여러분들 모두 건강과 행복이 항상 함께하시길 기원하며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병숙 전북경찰청장은 서울 출신인 임 청장은 한양사대부속여자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국사교육학과, 경희대학교 국제법무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198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해 서울청 관악·서초·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경기북부청 가평경찰서장, 서울청 여청과장, 광진경찰서장, 국가수사본부 수사인권담당관, 인천청 수사심사담당관, 광주청 수사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여성, 순경 출신으로 치안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물이기도 한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합리적인 업무추진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 36년 경찰생활 가운데 주로 형사, 수사부서의 경험이 많은 임 청장은 폭넓은 식견과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탁월한 수사 추진력을 갖고 있고 피해자 보호 및 조직관리 능력을 겸비한 다재다능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2년 서울 서초서 수사과장 근무당시 서울동부지청 검사가 절도여성 피의자와의 추문이 벌어지고 당시 해당여성의 사진을 검사와 직원들이 돌려보며 유포한 사건을 수사했고 유포 당사자들은 모두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검사들이 경찰서로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의 한자성어인 '공평무사'를 경찰이 가져야 할 기본 자세로 여기고 있는 임 청장은 법과 원칙에 충실한 경찰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으며, 취임 직후 전북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도민들의 삶의 현장속에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담=백세종 사회부장, 정리=이준서 기자

  • 기획
  • 이준서
  • 2023.12.10 16:14

[2023 되돌아 본 무주 군정] 무주다움으로 승부!

무주군은 올 초, 민선 8기 추진 원년을 맞아 참여 군정 실현과 현안 사업추진을 통해 침체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과 ‘청년 사업’, ‘미래 농업’을 비롯한 ‘군립요양병원 & 복합문화도서관 조성’ 등의 현안 사업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지역소멸 위기와 코로나19 여파, 불안했던 국내외 정세 속에서 ‘무주다운 무주’를 지탱하는 힘, ‘행복한 군민’ 실현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태권시티 무주 도약 무주군은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와 종주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위상 강화, 그리고 태권시티 무주 완성을 위해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이하 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앞서 확보(2023년)한 국비 3억 원을 기반으로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이 진행 중이며 군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비 10억 원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11월 2차례에 걸쳐 국회를 방문한 황인홍 군수는 예산결산위원들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만나 사관학교 설립 추진의 필요성과 시급성, 추진 상황 및 계획 등을 설명하고 관련 용역비를 2024년 정부예산(국비)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외에도 ‘태권도 특수 목적고 설립’과 ‘태권브이랜드 & 태권어드벤처 조성’, ‘태권마을 분양’ 등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및 운영을 뒷받침해간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태권도원 유치·조성 기록화 사업 용역도 지난 7월에 착수한 상태로, 태권도원의 유치와 조성에 관한 모든 과정을 기록화할 계획이다. 첨단농업 육성 무주군은 기후변화와 농촌 인구 감소, 고령화(65세 이상 농업인 수 매년 약 1% 증가), 청년농의 지속적인 감소(18~49세 이하 농업인 수 매년 약 0.5% 감소)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팜으로 상징되는 미래 농업 육성에 나선다. 이를 위해 ‘스마트팜 활성화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며 무풍면에 ‘고랭지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여름딸기, 일시 수확형 상추)’ 조성(벤로형 연동 하우스)도 앞두고 있다. 농림부 공모에서 선정된 저탄소에너지공동이용시설 지원 사업(지열 재생에너지 공동이용을 위한 기반시설 설치)과 연계해 청년 창업농들의 안정적 정착 여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1읍·면 1특화 작목도 육성한다. 계획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소득원 발굴 루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업 분야는 2024년 산림소득 공모 사업 선정(국비 1억 5000만 원 확보)을 계기로 더덕과 표고버섯 등 단기 소득 임산물 재배 기반을 마련하는 등 발전을 꾀하고 있다. 미래 세대 정착 유도 행정조직에 청년정책팀(구 미래세대팀)을 신설하고 지역 내에서는 청년들의 전담 활동 공간(‘청년마루’, ‘무주군 청년정책협의체’)을 운영하는 등 청년들이 정착해 살고 싶은 무주 만들기에 주력(청년친화 우수 기초자치단체 정책대상 수상)하고 있다. 또 청년 생활 안정과 복지 및 권익 증진, 교육 및 창업 육성, 문화예술 활성화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청년안정기금(30억 원)을 조성했다. 지난 10월에 마무리한 무주군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청년 일자리와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부문에 관한 총 32개 사업이 담겼다. 문화관광형 창업 지원 사업 공모(9명 창업, 1억 5천만 원 지원)를 비롯해 전북 청년마을 만들기 공모(2곳, 1억 6000만 원),에도 선정됐으며 이외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29곳, 39명 지원)과 무주청년 키움두배 통장사업(만 18세 이상~만 49세 이하 소득자로서 가구원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36개월간 매월 10만 원 적립하면 군비로 10만 원 매칭 지원)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 군립요양병원 & 복합문화도서관 건립사업 추진 고령화에 따른 의료욕구 해소와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 영위를 위해 무주군립요양병원과 복합문화도서관 건립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두 2024년 완공 예정으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5129㎡ 규모(지하 1층, 지상 3층 126병상)의 무주군립요양병원은 노인성 질환과 만성질환, 상해 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 감염병 환자, 치매 환자 등 장기 입원(요양)이 필요한 환자 모두 이용·가능하다. 무주군은 군립요양병원을 통해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가 전체 인구의 36% 이상인 지역 현실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도서관과 가족센터, 생활문화센터 등 3개의 문화공간을 아우르는 무주군 복합문화도서관(4500㎡, 지하 1층, 지상 3층)은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문화공간, 상담 및 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으로 2024년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현재(11월 말 기준) 공정률은 85% 정도다. 누구나 살고 싶은 무주 반딧불이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이를 기반으로 ‘무주다움’을 완성해나가고 있는 무주군은 특색 있는 지역발전을 지향한다. 특히 ‘누구나 살고 싶은 무주’를 만든다는 방침으로 이를 위해 ‘주거환경 개선’과 ‘공용주차장 조성’, ‘친환경 녹색도시 조성’에 주력하는 중이다. 우선 ‘농어촌 빈집 정비’ 사업을 통해 주거용 59동과 비주거용 30동을 정비했다. ‘희망하우스 빈집 재생’ 사업을 통해서도 4동을 개선했으며 ‘주택개량 사업을 통해서는 38동을 정비했다. 무주읍 당산리를 비롯해 현재 6곳에 공영주차장이 조성 중이며 적상면과 안성면, 부남면 지역 376곳에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도시 숲과 가로수 조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데다 미세먼지 신호등(6개소)과 도시대기측정망(2개소) 등도 설치했다. 이외에도 스마트 관망 관리 인프라 구축, 농어촌 마을 하수도 정비(무주읍 용포리, 적상면 포내리 · 삼가리)와 하수도시설 개량 통해 깨끗한 물 환경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황인홍 무주군수 “어제보다 나은 무주 실감”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추진, 지역경제 활성화, 첨단농업 육성, 청년 정착의 실현, 주민 삶의 질 향상을 통해 모두가 무주다운 무주, 어제보다 나은 무주를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황인홍 군수는 ”무주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지속성을 갖기 위해 추진한 것들인 만큼 사업 하나하나에 절실함이 배어있다“며 ”그동안 다지고 이뤘던 것을 토대로 차근차근 완성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4년 자연특별시 무주방문의 해를 기대해 주시라“며 태권도원을 비롯한 반딧불이와 반딧불축제, 산골영화제, 그리고 무주만의 자연, 환경, 관광과 역사, 문화 자원을 통해 특별함을 안겨드리겠다”고 덧붙였다.

  • 기획
  • 김효종
  • 2023.12.07 16:17

익산 문화도시 삼삼오오, 시민 참여 플랫폼 역할 ‘톡톡’

‘문화도시 삼삼오오’는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의 대표적인 시민 주체 플랫폼이다. 시민들이 직접 문화도시 익산을 위해 필요한 것과 해보고 싶은 활동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거쳐 제안하고, 이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기획·실행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019년 말 익산시가 예비문화도시 탈락의 아픔을 겪을 당시 익산 시민단체 희망연대가 이를 제안했다. 이듬해 재도전을 위해 시민 공론화와 시민 주도 의제 발굴 등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2020년 시작된 ‘문화도시 삼삼오오’는 예비문화도시 선정과 법정문화도시 선정과 함께 4년째 이어지면서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의 대표적인 시민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까지 158개의 시민 이야기 모임에 900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이들이 제안한 프로그램 중 59개는 ‘문화도시 삼삼오오 우리 동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직접 기획해 실행됐다. 올해는 39개 모임에 270명이 참여했고, 그중에서 선정된 18개 팀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맨발 걷기 최적지 배산, 익산의 자랑 “익산의 배산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지난달 열린 ‘2023 문화도시 삼삼오오 우리 동네 프로젝트’ 성과 공유회에서 ‘배산 둘레길 맨발 걷기’ 실행 소감을 나눈 이순자 씨는 발표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맨발 걷기로 스스로 건강을 챙긴 것은 물론, 타 지역에서 배산 맨발 걷기를 위해 익산을 찾는 발걸음이 점점 늘면서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만족감이 완연했다. 그의 모임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15차례에 걸쳐 배산공원에서 시민들과 함께 맨발 걷기를 진행했다. 맨발 걷기의 효과를 널리 알려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게 하는 것과, 맨발 걷기에 적합한 장소를 발굴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처음 맨발 걷기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집에 가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문의 전화가 울려 댔어요.” 맨발 걷기를 궁금해 하거나 혹여 건강상 문제는 없는지를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자료집 ‘우리 몸엔 발이 스타입니다’를 만들어 맨발 걷기의 효능과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또 배산공원을 맨발 걷기 최적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 환경 점검을 하면서 배산을 찾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료집과 기념품을 나눴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추석 명절에도 거르지 않고 매주 토요일에 배산공원 세족장에서 모여 맨발 걷기를 했다. 걷기 전에는 꼭 준비 운동을 하고 강익현 한의원 원장에게 맨발 걷기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체조도 하고 웃음 치료도 하고 걷고 난 후 체험담도 서로 나눴다. 맨발가를 만들어 함께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배산공원은 맨발 걷기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황톳길 자체가 맨발 걷기에 적합하고 나무 그늘도 많을뿐더러 발 씻는 시설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조성돼 있고 별도의 주차 공간과 도심 속 입지 등 접근성도 뛰어나 지역 대표 맨발 걷기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 입소문을 타자 여기저기서 맨발족들이 몰려들었다. “김제에서 온 어느 부부는 매일 아침 6시에 와서 배산을 한 바퀴 돌고 식사 후 출근한다고 해요. 군산이나 대야에서도 굉장히 많이들 왔고요. 어린이집 등에서 체험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면 바로 안내해 드리고 있어요. 배산이 이렇게 자랑스럽습니다.” 시민이 만드는 지역의 건강한 변화 공원과 아파트를 주제로 진행된 올해 문화도시 삼삼오오에는 청소년, 직장인, 주부, 아파트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 270명이 39개 팀을 구성해 참여했다. ‘서동 선화 동화 이야기와 신나는 백제놀이’, ‘버스킹은 사연을 싣고’, ‘그림책 콘서트’ 등 익산 곳곳에 대한 애정이 담긴 참신한 아이디어가 제시돼 눈길을 끌었고, ‘중고거래 플리마켓’, ‘어르신들과의 이야기 마당’, ‘천연 샴푸바 만들기’ 등 환경을 생각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도 제안됐다. 이 중 사업 적합성과 공익성, 참신성, 시민 참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된 18개 팀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배산 둘레길을 이용해 맨발 걷기 열풍을 이끌어 낸 맨발 걷기 팀은 익산의 맨발 걷기 문화를 지역의 특별한 가치로 만들어 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모현 근린공원과 대학로 공원, 익산예술의전당 야외 공연장 등 익산 곳곳의 통기타 버스킹과 직장인 밴드 축제 등이 펼쳐지며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공연하는 버스킹 문화가 만들어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치고 힘든 시민들에게 공원에서 심리 검사 및 상담을 하며 부모의 역할이나 스스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쉼과 치유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기후 위기로 인해 사라지는 공원의 나비를 주제로 사진 공모전이 진행됐고,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되고 훼손되고 있는 공원의 나무들에게 이름표를 붙이는 활동을 통해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확산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높은 시민 만족감 토대로 지속가능 노력 경주 문화도시 삼삼오오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높은 만족감을 표한다. 시민들이 모여 직접 만든 콘텐츠가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으로 인정을 받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변화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단순히 의견 제안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도시의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갖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문화도시 삼삼오오 우리 동네 프로젝트 중 문화도시 익산의 가치와 비전에 부합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사업을 특성화해 발전시키고, 앞으로 문화도시 삼삼오오가 단순한 참여와 문화 향유를 넘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익산의 명실상부한 시민 참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 기획
  • 송승욱
  • 2023.12.06 17:07

[한국전쟁 정전 70년] 춘천대첩, 전승기념관 시급하다

6·25 전쟁 발발 초기 벌어진 춘천지구 전투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들이다. 1950년 6월 25일부터 6월 27일까지 국군 제6사단이 북한군 제2군단에 맞서 전개한 방어 전투는 ‘춘천대첩’으로 불린다. 하지만 춘천대첩을 기념하는 공간은 춘천에 초라하게 남아있다. 의암호 인근에 1978년 조성된 ‘춘천지구 전적기념관’이다. 기념관 입구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년도순시 시 국가안보의식, 향토방위의식 고취를 위해 설립을 지시했고 친필로 ‘춘천지구 전적기념관’의 명판으로 써 주심으로 동년 11월 28일 설립되었다”고 쓰여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자치도)가 1981년 교통부로부터 이 건물을 무상 양여 받았고, 한국자유총연맹이 위탁 운영 중이다. 강원자치도가 지원하는 연간 예산은 관리인 인건비, 공과금, 소규모 수리비로 1억여원 정도. 이 곳에서 열리는 춘천대첩 기념 행사도 없어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열악하다. 2019년 연간 방문객은 13만 3,805명 이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시기에 급감해 지난해에는 6만 9,369명이었고 올 상반기에는 1만 7,260명에 그쳤다. 춘천대첩에 학도병으로 참전했거나, 춘천대첩의 역사적 의미를 후대에 알리길 열망하는 지역 원로들은 ‘춘천대첩 평화문화 기념관’ 건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올해 정전 70주년을 맞아 시작된 일이다. ■‘민·관·군 합심의 역사’ 후대에 전해야=지난 달 28일, 춘천지구 전적기념관에서 만난 진성균(90) 6·25참전유공자회 강원도지부장. 춘천대첩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그는 제1·2전시실의 전시물을 하나씩 볼 때 마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먼지가 쌓인 옥산포 전투 조형물, 당시 썼던 녹슨 무기들, 색이 바랜 춘천지구 전투 설명판 등이 전부였지만 기억은 생생했다. 열정적으로 전쟁 상황을 말하던 그는 “그런데 이것 만으로 누가 춘천대첩을 보고 느끼겠는가”라며 안타까워 했다. 병력면에서 4배, 화력면에서 10배 우세했던 북한군에 맞선 국군의 치열함, 주먹밥을 만들고 포탄을 날랐던 제사공장 여공들과 학도병들의 절박함을 느끼기에는 ‘빛 바랜 설명판 몇 점’은 역부족이었다. 진성균 지부장과 함께 방문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육사 35기 출신인 김일환 무공수훈자회 강원도지부장은 “춘천대첩의 핵심은 군인 뿐만 아니라 경찰, 민간이 합심해 대한민국을 지켰다는 사실”이라며 “전적기념관으로는 이 정신을 담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30대인 강대규 변호사는 “3차원을 넘어 4차원 시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2차원 전시물 위주의 기념관”이라며 “청소년들도 전쟁의 실상과 평화의 중요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구성된 춘천대첩 평화문화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의 위원들로 활동 중이다. 진성균 지부장은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진 위원장은 “마음의 숙제로 남은 숙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관(官)은 소극적일 때 민(民)이 먼저 나서=춘천대첩 평화문화기념관 건립 추진 사업은 올해 철저하게 민간 중심으로 시작됐다. 지난 6월 29일 춘천대첩평화문화기념관 건립 범시민대회가 춘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기조 강연을 맡은 한광석 강원대 평화학과 교수는 “21세기는 생태계가 붕괴되고, 기술혁신으로 인간성이 위협 받으며, 핵 전쟁 가능성으로 국제 평화가 흔들리는 시대”라며 “춘천대첩 평화문화 기념관은 이런 시대에 메시지를 주는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범시민대회에는 춘천대첩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언론계 원로인 박기병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장, 김선배 전 춘천교대 총장, 김미영 전 강원도경제부지사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김미영 전 부지사는 “시민들이 춘천대첩의 의미를 알고,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민방위 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립비로 수 백억원의 예산이 드는 사업에 지자체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박철호 강원대 명예교수는 “춘천대첩 기념관 건립 추진 운동은 민간에서 시작됐지만,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며 “민·관·군이 다시 한번 합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원일보=신하림기자 “춘천대첩 지휘소 있던 ‘봉의산’ 국가 평화의 중심지였다”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사진) 춘천학연구소장은 춘천대첩의 지휘소가 있던 봉의산(鳳儀山)을 “강원도를 넘어 국가 위기와 평화의 역사가 담긴 공간”으로 평가했다. 상서로운 봉황(鳳凰)이 나래를 펴고 위의(威儀)를 갖춘 모습이란 의미의 봉의산은 고려시대부터 춘천의 진산이었다. 1888년 고종 부부의 피난처로 춘천 이궁이 건립됐던 곳이고, 일제 시대 때는 신사(神社)가 있었으며 현재는 강원도청이 있다. 허 소장은 “봉의산 중턱에는 ‘봉의산 순의비’가 있는데, 1253년 몽골이 침입 했을 때 도망가지 않고 ‘봉의산성’에 모여 한 명도 살아 남지 않을 정도로 결사항전했던 2,000여명의 주민들을 기리는 공간”이라며 “이를 계기로 몽골은 침략 수위를 낮췄는데, 결과적으로 이들의 희생으로 나라의 평화를 되찾았다 ”고 말했다. 봉의산 바로 아래에 있는 ‘근화동’은 춘천대첩의 방어선이 구축됐던 소양강이 흐르는 곳이다. 이곳에는 옛 캠프페이지 부지가 있다. 근화동의 캠프페이지는 한·중 수교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중국 민항기 춘천 불시착 사건’이 발생했던 공간이다. 1983년 5월 5일 어린이날, 중국민항 소속 B-296 트라이던트 여객기는 승객 96명, 승무원 9명을 태우고 중국 선양을 떠나 상하이로 가다 공중 납치됐고, 연료가 모자라 춘천 캠프페이지에 불시착했다. 중국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해 한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비공식 교섭 채널이 개설됐고 교류를 하나씩 넓혀 나가 1992년 수교를 맺었다. 불시착 직후 중국 승객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밤을 보낸 공간이 봉의산 자락의 춘천 세종호텔이다. 당시 강원일보 보도를 보면, 춘천시는 음식 등을 챙기며 세심하게 챙겼다. 허 소장은 “봉의산을 중심으로 한 소양강 주변은 춘천대첩의 격전지이자, 국가 평화의 오랜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춘천에 왜 평화문화 기념관이 조성돼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역사적 사실들로 보았다.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은 “춘천이나 강원도 뿐만 아니라 국가의 평화를 좌우했던 공간인 만큼, 기념관 조성 사업이 추진된다면 국가적인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며 “지자체 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강원일보=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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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15:16

도시의 시간, 성장 동력을 만들다 ⑮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과제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생'의 길 찾아야 도시는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성장과 쇠퇴의 경험은 시간으로 축적되지만, 성장을 멈추는 순간 찾아오는 쇠퇴의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도시는 소멸 위기에 놓이게 된다. 오래된 도시들이 안고 있는 과제가 바로 여기 있다. 그렇다면 쇠퇴하는 도시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도시재생은 이에 대한 답이었다. 우리나라에 도시재생이 부상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도시재생 해법으로 내놓은 것은 ‘재개발’, 일명 ‘뉴타운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부진해지자 2011년에는 살짝 이름만 바꾼 ‘커뮤니티 뉴딜’ 사업이 만들어졌다. 특별회계를 만들어 쓰기 위해 이 사업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했으나 법 제정은 무산됐다. 도시재생법이 제정된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이듬해 국토부가 지방 도시 쇠퇴를 지역이 주도해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기존 도시 재정비 정책을 만들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시작이었다. 도시재생 사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이다. 2018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5년 동안 해마다 10조씩, 50조 원을 투자해 전국 500개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도시재생 10년, 그러나 소멸위기에 놓인 시군 도시재생법이 제정된 지 10년.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의 오래된 과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되었다. 대부분 도시가 도시재생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라북도의 도시들도 이 대열에 섰다. 국토부의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된 이후 전북에서는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 공모사업에 선정된 군산시의 <내항지구와 연계한 근대역사문화지구 활성화 사업>을 시작으로 50개의 사업이 추진됐다. 그 현장은 도시의 쇠퇴를 극복하는 창구가 되었을까. 아쉽게도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된 여건에서도 도시 쇠퇴에 직면한 지역은 적지 않다.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북 도시 쇠퇴가 진행 중인 시·군은 12곳이다. 나머지 전주시와 고창군도 도시 쇠퇴 징후가 시작되었다는 진단이다. 도내 곳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지만, 도내 14개 시·군 모두 도시 쇠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 사업 중 대부분이 내년 초에 완료되는 현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도시재생을 통해 활력을 찾는다고 해도 그 활력을 지속해서 유지해나갈 방안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도시재생 사업으로 공간은 재편되었으나 지속 가능한 동력을 찾지 못해 다시 방치된 예도 적지 않다. 다시 쇠퇴의 길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주목해야 지난 21일 전라북도도시지원센터가 주최한 <도시재생 콘퍼런스>에서는 도시재생 10년 여정을 동행해온 전문가들이 성과와 과제를 이야기했다. 이날 '지방시대,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기조 발제한 경성대 강동진 교수는 재생 목표와 대상이 모호하고, 재생 성과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기준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사업이 추진되어 온 것을 주목했다. 재생을 주도하고 지원하는 주체의 역할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환경 또한 도시재생이 지속성을 갖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진정성을 가진 주체와 핵심 콘텐츠, 공평한 나눔과 공유, 포괄적 정책 추진을 지속성의 과제로 꼽은 그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느리더라도 점진적, 지역에 밀착한 재생사업 느리더라도 점진적이고 지역에 밀착한 형태로 진행되어야 도시재생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 강 교수는 재생을 사업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재생 운동으로 전환해 지역이 스스로 자립하고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도시재생 사업이 지역마다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 차별성과 정체성을 잃고 과장된 계획을 남발해 그저 그런 성과만 가져오게 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충남형 도시재생 사업 추진 구상’에 대해 소개한 조봉운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역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부의 공공 역할이 특정 사업이 아닌 도시재생이라는 정책 틀에서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정부가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자산을 활용한 민간협력형 도시재생 방향과 사례’를 발표한 홍경구 단국대학교 교수는 도시의 변화 과정과 현세대의 트랜드를 먼저 이해해야 효과적인 재생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주민들이 도시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을 기울여야 한다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로 10년을 맞은 도시재생 사업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재생 과정에서 축적된 실패와 성공의 요인을 분석해보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분명해졌다고 말한다. 과제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다. 전문가들은 조금 느리더라도 시간과 예산에 쫓기지 않고 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돌아보면 도시재생 사업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 준 사례도 적지 않다. 기반·거점시설이 조성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주민들의 소득이 높아진 현장들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전문 인력과 그들이 지속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큰 과제다. 행정의 역할도 제기된다. 도시재생 사업이 끝나면 행정의 역할도 끝나는 현재의 여건에서는 지속적인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행정이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도시재생 10년이 우리 앞에 내놓은 과제다. (끝)/김은정 선임기자, 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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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30 14:28

도시의 시간, 성장 동력을 만들다 ⑮도시재생콘퍼런스 토론내용

청년과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지난 11월 21일 전라북도도시지원센터가 주최한 <도시재생 콘퍼런스>가 전북테크비즈센터에서 열렸다. 기조 발제와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섯 명 전문가가 전라북도 도시재생의 지속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강동희 /군산대학교 교수='도시재생은 사회적 경제를 담는 그릇이다'는 말이 있다. 도시재생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중요한 부분이다. 농산물 판매·지역 공공주차장 관리·저수지 용수 비용 절감 등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그 일부를 사회적경제 기업의 수입으로 삼아 모두가 상생하는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김진성/ 전주대학교 교수=도시재생 사업은 융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민관산학이 모두 협력해야 지속 가능해진다. 그러나 대부분 관 주도형으로 사업이 선정되어 한계가 있다. 프로젝트에 따라 전담팀을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각 과나 부에서는 협력하는 형태로 가야 방향성을 잃지 않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유희종 /호원대학교 교수=도시재생 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큰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법 조항 개정이나 정책 발굴 등의 행정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었을 때, 지속해서 관리해나갈 현실적 대안을 고민할 수 있다. △이상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수석연구원=정부를 비롯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정 사업이 아닌 도시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 어려운 것을 지원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자체 또한 정책 조건을 충족하면서 자체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발굴해나가는 역량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황지욱/ 전북대학교 교수=지역에서 젊은 세대가 사라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왜 지방에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결국 대상은' 사람'이다. 성과만을 목표로 하면 어느 시기가 지나고 그냥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지역 청년들이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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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1.30 14:27

[조법종 교수의 전라도 이야기] (18) 전주를 떠나 나주로 향한 포크의 여정

△원평마을에서 밤길을 밝히는 횃불로 포크를 맞이하다. 1884년 11월 12일까지 2박3일동안 머물렀던 포크는 12일 오전 다음번 목적지인 250여리 떨어진 나주를 향해 출발하였다. 아직 추수가 진행 중인 논 사이를 지나며 그해 비가 많이 내려 벼에 달린 알곡량이 적다는 전라감사의 말을 확인하며 금구쪽으로 향하였다. 소나무숲이 풍성한 금구초입을 지나 음식이 차려진 금구관아를 지나쳐 주막에 머무르자 뒤쫓아온 나이든 현령(김병숙)이 예를 갖춰 맞이하고 ‘좋은 술’을 가져오게 해 대접하고 술값을 치러주었다. 그리고 서둘러 여정을 진행해 5시50분 어두워진 길을 지나 큰 장이 열린 마을로 진입하였다. 이때 앞서가던 길나장이들이 밤 길을 밝힐 횃불을 책임진 ‘유사’를 외치자 마을사람들이 빽빽한 초가집 사이로 횃불을 들고 나타나 포크일행을 맞이하였다. 포크의 기록을 보면 당시 조선 관리들의 공식행차인 경우 어두워진 밤에 길을 가야할 상황이면 마을마다 횃불을 책임지는 ‘유사’라는 존재가 있어 길나장이들이 ‘유사!’를 외치면 이들이 주민을 독려해 다음 마을까지 횃불로 이어주는 제도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같이 포크는 밤늦게까지 길을 갈 경우 유사를 불러내 횃불로 불을 밝히고 목적지까지 강행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은 조선시대 야간 군사훈련인 야조(夜밤 야操조련할 조)진행시 횃불을 밝혀 군사이동 등을 도왔던 연거(演멀리흐를 연 炬횃불 거:횃불을 멀리까지 밝힌다) 행사와 비슷한 모습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포크는 잘못하면 화재가 날 것같은 상황에서 원평주막에서 숙박을 하였다. 이곳은 마당이 넓고 가장 깔끔한 방이 있었는 데 자신이 원하는 만큼 깨끗하고 맛있는 밥이 나왔다고 특별히 기록에 남겼다. 군령다리 마을에서 갈재(노령)을 넘어 장성 원덕리에서 포크가 만난 첫 번째 미륵상. /필자 제공. 유리원판 사진 촬영(노출 3초 조리개1/4) △정읍 갈재(노령)를 넘어 장성초입 미륵불을 만나다. 11월 13일 원평을 떠나 포크는 크고 예쁜 마을인 태인을 지나며 마을 한중간에 있는 섬이 있는 연못(피향정)을 지나 길을 재촉해 저녁 6시5분 정읍의 군령다리마을에 도착했다. 포크는 이곳의 이름이 군령(軍令)다리(‘군대명령 다리’) 마을이란 점과 바로 다음 지역이 “긴 성벽의 요새”라는 의미인 ‘장성(長城)이란 점, 그리고 두 지역 중간에 있는 갓바위산 위에 있는 산성(입암산성)등의 군사적 중요거점으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기록을 남겨 군인으로서의 중요한 정보파악력을 보여주고 있다. 11월 14일 오전 현재 전북과 전남의 경계인 갈재(노령산맥)를 넘으며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리고 언덕을 내려와 장성초입에 있는 원덕리마을의 미륵상을 지나며 그 특징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골짜기 바닥 마을에 있는 미륵상(Miryok)을 만났다. 15피트(4.5m) 높이로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겨우 머리만이 인간처럼 보였다. 나는 긴 귓불과 이마 앞머리의 ∧∧∧문양을 보고 부처라고 판단했다.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자는 가장자리에 가리비 조개껍질 무늬가 있는 평평한 돌이었다.” 이 원덕리 미륵상은 돌기둥 모양의 석장승같은 이미지의 불상으로 수호신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불상이 있는 곳은 노령산줄기를 넘는 사람들의 숙박공간인 미륵원(彌勒院)이란 역원이 있던 곳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 장성의 [역원]에 “미륵원(彌勒院) 현 북쪽 21리에 있다. 원 북쪽에 돌 미륵불이 있는데 높이가 4, 5길이나 되므로 이렇게 이름지었다.”불상이 고려시대 양식인 것으로 볼 때 원래는 사찰이 존재하였던 곳을 조선 시대 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크묘사 영신역원 구조와 명칭. a. main entrance(대문) b. kitchen(부엌) c. open center-yard(마당) d. guest rooms(건너방) e. host's room(주인방) f. anpang, wife's room(안방) g. shed for wood(땔나무간) h. stables(마굿간) i. shed(헛간) j. shelves for dishes(그릇 놓은 선반) k. porch(쪽마루) l. little room(쪽방)-sleep or rest m. front porch(앞 쪽마루) n. a shed-open for luggage & (창고) o. back gate(뒷문) p. cooking place heats room(부뚜막) △조선의 전형적인 주막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다. 이곳을 지난 포크는 장성 관아를 피해 장성 월평장(황룡시장)을 지나 5시경 외딴 주막에 도착했다.(위치상 영신역원으로 추정됨) 이곳은 다른 주막에 비해 꽤 크고 깔끔했으며, 포크는 여주인 방인 안방(anpang)을 차지고 통역인 전양묵과 집사 정수일은 주인 방을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포크의 방에 있는 작은 화장대용 상자와 약간의 비단 옷, 옷상자 따위를 본 정수일이 이 주막 주인이 보통 시골 백성들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고 ’주인의 배필‘인 안방의 주인이 아내가 아니라 분명 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가 조선의 시골 여자로서 좋은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곧이어 안방의 주인이 등장해 처음 본 서양인에 놀라 정상적인 응대를 못하는 상황이 진행되었는 데 포크는 그녀가 첩인 점을 확인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표현에 본 부인은 이곳보다 훨씬 허술한 곳에서살것이라는 말을 덧붙인 점이다. 한편, 포크는 이곳의 구조와 모양이 전형적인 조선 주막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림을 그려 주막의 모습을 도면으로 표현하였다. 이 기록은 1884년 11월 14일에 주막 현장에서 그려진 현존 주막에 대한 기록 가운데 유일한 구조도라는 점에서 그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향후 이 그림을 근거로 전형적인 조선후기 주막을 재현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더욱 중요하다 그 내용을 보면 주막의 공간구조는 전형적인 □자형 공간으로 이 구조는 19C말-20C초에 활동한 김준근의 기산풍속도에 나타난 ‘넉넉한 객주’ 모습이나 ‘촌가녀막’과 기본적 구도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준근의 그림은 앞서 포크와 같은 시기 근무한 영국 외교관 칼스의 저술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거의 동일시기 상황으로 파악된다. /조법종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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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7 13:16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환경부 1회용품 사용 규제 사실상 포기, ‘오락가락 누구를 위한 환경정책?’

△연이어 후퇴한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지난 11월 7일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 제도의 계도기간 종료를 2주 앞두고 ‘1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종이컵 규제 대상 제외, 플라스틱 빨대 및 비닐봉투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 등 1회용품 규제를 철회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유보하는 데 이어 이번 달 24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1회용품 사용 규제’까지 철회하며 1회용품 사용 억제를 위한 환경정책이 연이어 후퇴하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종이컵의 경우 한국을 제외하고 규제하는 국가가 없다고 말하며 규제 품목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테이크아웃의 경우 1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테이크아웃 및 배달 이용시 1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플라스틱 세를 지불해야 하며, 여기에는 플라스틱 코팅이 된 종이컵도 포함되어 있다. 환경부는 또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대체품인 종이 빨대가 가격과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화가 될 때까지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기준 플라스틱 빨대는 개당 6~7원, 종이 빨대는 개당 12~14원으로 1만 개를 구매한다고 가정할 때 약 8만 원의 금액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준이다. 더불어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함으로써 종이 빨대 시장이 확대되며 품질과 금액이 개선되어 가는 추세에서, 환경부가 소상공인을 살리고자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종이 빨대 업계의 소상공인을 곤경에 빠트리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리고 환경부는 비닐봉투는 과태료 부과를 철회하며 대체품 사용이 문화로 안착해 더 이상 규제 할 필요가 없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2023년 상반기 사용 실태에 따르면 생분해성 봉투가 70%,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다. 환경표지 인증 기준 대상에 1회용품은 포함되지 않기에 생분해성 봉투는 친환경 재질로 인정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기에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다.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에 비판이 쏟아지다 정부가 당초 2022년 11월 24일 규제가 시행되었어야 했지만 이미 1년의 계도기간으로 한 번 미뤄진 규제를 다시 철회하겠다고 선언하자 환경단체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11월 21일 전국의 321개 시민·환경단체는 환경부의 1회용품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하였다.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북, 충북, 대전, 세종, 제주 등 전국 18개 지역에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가 진행되었다. 같은 시각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도 전북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19개 시민·환경단체는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북 공동행동(가)’(이하 공동행동)으로 환경부의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1회용품 감축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다.”며 “이번 발표로 인해 정부 정책과 규제 시행에 발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은 외려 혼란에 빠지게 됐고, 시민과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가 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1회용품 감축을 규제 대신 권고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명백히 담당 부처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과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쓰레기없는축제를위한전북시민행동 활동가 돌맹은 “국민들은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1회용품 사용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텀블러를 항상 챙겨 다니는 등 노력하고 있으며,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말하며 “국민들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며, 환경부의 이름에 걸맞게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책임 있는 환경부가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이후 방역과 개인위생을 이유로 1회용품을 사용을 일부 허용하면서 폐기물 발생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환경부 역시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이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1회용품 사용 억제 제도 운영을 시작으로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1회용컵과 비닐봉투 사용 저감을, 그리고 2019년 11월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수립 및 시행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 대상과 준수사항을 단계적으로 확대·강화하였다. 11월 24일 시행되어야 할 1회용품 규제 정책도 위와 같은 1회용품 사용 제한의 연장선이다. 결코 갑작스러운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정책을 펼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지원과 조율은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마련, 다회용기 사용 업체 지원, 친환경 용기·식기 생산 업체 지원 등 1회용품 사용을 감축하기 위해 환경부가 해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원래대로라면 1년 전 시행되었어야 할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연장한 뒤 결과적으로는 사실상 규제 포기를 하였다. 환경부의 정책에 맞춰 준비해 온 국민들의 노력에 대하여 환경부가 조금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끝-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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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2 15:38

‘문화 다양성 시대’ 다문화 정책 선도하는 익산, 글로벌특별시로 ‘우뚝’

현재 익산시에는 93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익산 전체 인구의 3.4%에 달하는 수치다. 10여 년 전인 2011년 익산지역 등록 외국인 수가 4000여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익산시가 이주배경주민(이주민) 유입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다문화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해 이주민도 살기 좋은 도시 조성을 통해 인구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무엇보다 시는 이주민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 신장을 위해 깊은 고민을 거듭해 왔고, 늘어난 이주민의 수만큼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바뀌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해 왔다. 특히 이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제안된 정책을 시정 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시장 직속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위원회를 운영하고, 결혼이민자를 임기제 공무원이나 다문화 해설사로 채용하는 등 사회 참여 기회를 늘리면서 다문화 정책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주민, 사회적 약자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시는 이주민 개개인이 지역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내는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행정의 방향도 이주민을 약자로만 보는 정책에서, 이주민이 사회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익산글로벌문화관이다. 시는 지난 2021년 11월 11일 전북 최초로 세계문화 전시·체험 시설인 글로벌문화관을 개관했다. 이곳은 방문객의 세계 식문화 체험은 물론 이주민의 경제적 자립까지 고려해 세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카페가 입점해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입점 이주민에게 가게 장식과 부대시설 비용을 지원하고, 임차료도 저렴하게 제시해 창업의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다문화 해설사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며 각국의 전통 의상이나 악기 등 다양한 세계 문화를 체험한다. 외국인 눈높이에서 ‘원스톱 서비스’ 제공 언어나 문화적 차이에 가로막혀 생활이 어려운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복지 정책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이주민 대상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는 누구나 찾아오기 쉬운 익산역에 자리해 있다. 센터는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가족센터, 외국인상담소가 한 공간에서 기능적 협업을 이룬다.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배경가족, 유학생 등 다양한 체류 외국인들이 초기 적응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제를 능숙하게 도울 전문가가 상주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전북 거주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외국인 주민 현장 상담소를 운영 중이며, 근로시간 제약으로 상담이 어려운 외국인들의 시간·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통역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다문화가족 전방위 지원 ‘익산시가족센터’ 다문화가족의 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춘 종합 서비스 기관도 있다. 지난 2006년 송학동에 문을 연 익산시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의 조기 적응과 사회·경제적 자립 지원을 목표로 아이 돌봄 서비스, 자녀 심리 지원, 고향 나들이, 이주민 부모 초청, 국제 운송비 지원, 사례 관리, 자조 모임 활성화 등 이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어 교실을 연중 운영해 외국인들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모현동에 건립 중인 생활SCC 복합시설 다우리(여성가족회관)로 내년 하반기에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섬세한 지원, 정착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이 같은 섬세한 다문화 정책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정착한 이주민들은 각국 자조 모임을 통해 새로운 구성원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존재 자체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자조 모임은 함께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외로움 등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시는 자조 모임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올해 10월 기준 8개 국가 자조 모임 구성원은 전국 행사에서 공연 요청을 받는 ‘익필단(익산 필리핀 공연단)’ 등 8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전국적 관심과 정부 인정 우수 사례 등의 성과도 뒤따른다. 시는 지난해 전국 다문화 정책 우수기관으로 인정받아 가족 정책 유공 국무총리 기관 표창을 받았고, 외국인 주민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제9회 다문화 정책 대상에서는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재한 베트남인 최대 축제, 익산에서 열리다 지난 19일에는 전국 각지의 베트남인 1500여 명이 익산에 모였다. 주한베트남대사관이 주최하고 주한베트남축구협회가 주관한 제3회 VFAK(Vietnam Football Association Korea) 동향컵 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익산 금마축구공원에서 열린 이 대회는 한국에 체류하는 30만 명 규모의 베트남 교민 공동체가 추진하는 가장 큰 축구대회로 외국인 근로자부터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이주배경주민들이 참가했다. 익산시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2600여 명은 동포들을 두 팔 벌려 맞이했으며, 정헌율 익산시장도 베트남어로 반가운 인사를 전하며 익산을 찾은 손님들을 환영했다. 이날 시는 안전하고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한 경기장 대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구급차·자원봉사자 배치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헌율 익산시장 “성숙한 다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할 터”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과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입니다. 세심하고 차별화된 지원을 통해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성숙한 다문화 도시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행복 도시 익산 건설을 다짐했다. 유학생과 근로자, 결혼이민가족 등 9300여 명의 외국인 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로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주배경주민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 19일 주한베트남대사관 주최 제3회 VFAK 동향컵 축구대회에서 “이미 세계는 하나고 지구촌에 사는 모두가 한 가족인 시대가 도래했다”며 “익산에 사는 모든 외국인 주민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과 지원을 펼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익산은 다문화 선도 도시로 발돋움하며 인구 문제 극복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며 “사람이 북적이고 지역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활력 있는 도시를 일궈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배경주민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이주민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길에 시민 여러분들도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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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승욱
  • 2023.11.20 16:29

[한국전쟁 정전 70년] 대전전투의 영웅들 그리고 기억해야 할 미래

철도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나던 대전은 교통과 물류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6·25 전쟁 시 대전은 국토의 중심이면서 교통·물류 중심이었던 만큼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6·25 전쟁 발발 후 북한군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이승만 정권은 수도 서울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라 대전에 도착, 임시수도로 공표하기도 했다. 옛 충남도청(등록문화재18호)을 임시정부로 사용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마치 서울에 있는 것처럼 '동요하지 말고 생업에 충실하라'는 취지의 방송 녹음을 대전에서 했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일이다. 이 방송을 믿고 피난을 주저한 서울시민들이 북한군의 점령 아래 희생이 컸던 역사적 아픔도 있다. 피해는 컸지만 국군과 미군이 결사항전으로 막은 '대전전투'는 북한군의 남하 진격을 일정 시간 저지, 낙동강 전선에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할 소중한 시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당시 미군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한 철도기관사들의 활약 등 대전은 6·25 전쟁의 많은 사연을 간직한 도시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임시수도 대전과 임시정부 충남도청 1932년 지어진 옛 충남도청. 6·25 전쟁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 각료들은 27일 새벽 2시 서울 경무대를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을 태운 열차가 대전역에 도착한 시간은 이날 오후 4시 무렵, 이렇게 늦어진 데는 열차가 대구에 내려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영진 당시 충남도지사가 머물던 대흥동 관사에 짐을 풀었다. 그렇게 충남도지사 관사는 '대전경무대(大田景武臺)'로 불리며 대통령의 임시 관저가 됐고, 충남도청은 정부청사가 된 것이다. 대전은 28일 임시수도로 공표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대통령 이하 전원이 평상시와 같이 중앙청에서 집무하고, 국회도 수도 서울을 사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일선에서도 충용 무쌍한 우리 국군이 한결같이 싸워서 오늘 아침 의정부를 탈환하고, 물러가는 적을 추격 중입니다. 국민 여러분은 군과 정부를 신뢰하고, 조금도 동요함이 없기를 바라는 바입니다"는 내용으로 육성녹음을 했다. 이 녹음은 27일부터 서울중앙방송국에서 방송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방송만 믿고 이 대통령이 서울에 머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28일 새벽 2시 30분, 인민군의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한강인도교를 폭파했다. 이 대통령의 녹음 방송 말만 믿다가 뒤늦게 피난길에 올라 다리 위에 있던 무고한 피난민 수백 명이 희생을 당했다. 북한군을 저지하다 한강 이남으로 후퇴하지 못한 국군 수만 명도 발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도 유의미하게 7월 12일 관저에서 한국과 주한미국대사가 '대전협정'을 맺었는데, 이 협정으로 국군과 미군이 '대전전투' 등을 통해 일주일 동안 북한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고군분투를 했다. 16일 금강방어선까지 무너지자, 윌리엄 딘 소장은 대전 갑천 동쪽 천변에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고, 북한군의 남하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비록 북한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는 훗날 낙동강 전선에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버는 값진 전투로 평가됐다. 현재 옛 충남도청은 2013년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개관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머물던 6·25 전쟁 당시 모습 등 100년간의 대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기관사, 미카 3-129호, 그리고 호국철도기념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영면을 하고 있는 보훈의 성지 국립대전현충원 한쪽에는 멈춰선 철마가 있다. 이 철마는 6·25 전쟁과 무슨 사연이 있을까?. 북한군에 대전이 위협을 받자 이승만 대통령과 내각이 또다시 대구로 피난길에 오른다. 이후 군인과 미국군은 1950년 7월 19-20일 이른바 '대전전투'를 벌인다. 당시 미군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은 오산-평택-천안-조치원 등 앞선 전투에서 패전을 거듭하자, 계획에 없던 대전을 방어선으로 구축했다. 딘 소장은 미 8군 사령관 워커 중장의 지시에 따라 3일의 시간을 벌기 위해 대전 외곽의 갑천을 중심으로 진지를 구축, 북한군과 격전을 벌였지만 결국 대전을 내주며 후퇴하고 말았다. 미 제24사단은 1950년 7월 20일까지 대전을 방어해 미 제1기병사단의 옥천, 영동 일대 투입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임무를 완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부대가 제각기 철수하며 투입 병력 3933명 중 1/4에 달하는 1150명의 전사자와 다수의 전투 장비 손실 등 많은 희생을 감수했다. 특히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고 만다. 충남 논산 출신인 김재현 기관사(1923-1950)는 7월 16일 북한군이 대전까지 내려오자 수송지원을 위해 약 1만 9300명의 철도원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다. 포로가 된 딘 소장을 구하기 위해 김재현 기관사는 미군 특공대원 30여 명과 함께 증기기관차 미카 3-129호를 몰고 딘 소장 구출 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적탄을 뚫고 대전역까지 갔으나 작전에 실패하고 귀환하던 중 매복하던 적으로부터 8발의 총상을 입고 순직했다. 김재현 기관사가 쓰러지자 곧이어 현재영 부기관사가 운전대를 잡았지만, 그도 왼팔에 총상을 입었으며 마지막에는 황남호 부기관사가 운전대를 잡고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탈출 과정에서 김재현 기관사를 포함, 모두 33명이 순직했다. 딘 소장은 1953년 포로교환으로 귀환했으며, 세 기관사는 미 국방장관 특별민간공로훈장이 수여됐다. 특히 김재현 기관사는 철도인 최초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이 됐고, 대전 판암기지 인근에 그를 기리는 순직비가 있다. 증기기관차 미카 3-129호는 부산-신의주 등 주요 간선에서 운행되다가 1967년 디젤 기관차가 등장함에 따라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1981년부터 2년간 동해 남부선 부산-경주 구간서 관광 열차로 활용되다가 2008년 10월 17일 제415호 문화재로 등록됐다. 전국의 미카형 증기기관차 중 2량만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415호로 지정됐으며, 그중 하나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전시된 것이다. 대전현충원은 미카 3-129호와 함께 6·26 에 참전한 철도인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3년 '호국철도기념관'을 건립했다. 6·25 당시 군사 수송작전에 투입됐다 순직한 기관사 287명을 기리고 있다. 김재현 기관사를 비롯, 전쟁에서 활약한 철도기관사 등도 소개한다. 나아가 한국철도의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철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기억하라, 호국보훈메모리얼파크 이렇듯 대전시는 6·25 전쟁의 역사적 아픔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 보훈의 성지인 국립대전현충원까지 있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해 필요한 제대로 된 보훈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대전현충원의 경우 국가유공자, 유족뿐만 시민들까지 1년에 약 331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일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나 후대를 위해 교육 등의 시설은 열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전에 '호국보훈메모리얼파크(호국보훈파크)'가 조성되는 이유다. 호국보훈메모리얼파크 조성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7대 공약이다. 대전시가 제안한 후 윤 대통령이 지역공약사업으로 채택하며 본격화됐다. 유성구 구암동 현충원역 일원 약 70만 5000㎡ 부지에 8995억 원을 들여 전국 최대 규모의 추모를 위한 보훈테마파크 조성이 골자다. 지난 9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호국보훈메모리얼파크' 조성 사업에 대해 "국가유공자 유가족과 참배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할 것"이라며 "관계부처 간 협의와 함께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조사를 거쳐,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대전시는 메모리얼파크 조성을 위해 '호국보훈파크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은 보훈복합커뮤니티센터와 보훈휴양원 등 국가보훈시설 건립의 타당성 조사와 함께 사업계획 수립 추진, 각 사업 개발의 시행자 선정과 방식·규모·콘텐츠 구상, 행정절차 대응 등 사업추진에 필요한 기술·학술적 검토를 목적으로 한다. 시는 용역을 통해 자체적 사업계획 마련 후 국가보훈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2029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국가보훈파크 조성으로 잊혀져 가는 보훈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의미를 갖는 만큼 모두가 한목소리로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일보=이다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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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0 15:40

[동행, 2023 전북지플] (9) "사람과 사람 모여, 우리 곁 반가운 변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제들을 많은 사람이 함께 해결해 나가는 모습들이 결국 사회를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걸 통해서 우리는 이웃을 더 알게 되고 또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한동숭 전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 집행위원장) 시민 주도형으로 지역문제를 끄집어 내고 지자체·공공기관·기업·시민단체 등 민·관·공 협업체계를 구축해온 전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하 전북지플)이 올 한 해 동안의 결실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북지플은 지난 3월 시민 공모를 통해 의제 237건을 발굴하고, 이어 4월에는 20건 의제별 세부계획을 짜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이후 올해 실행의제로 12건을 최종 확정해 지난 10월까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17일 전주대학교 하림미션홀에서 열린 '2023 전북지플 성과공유회'. 이 자리에서 한동숭 집행위원장은 "의제 실행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고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도 적지 않았지만 모두 좋은 프로젝트였고, 성과도 좋았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값진 결과를 만들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올 12개 의제 중 실행 완료된 것은 11건.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식 경사로 설치', '빈집의 재탄생, 외로운 도시민을 위한 관계안내소 구축', '어르신 건강 검진 등 건강복지네트워크 활성화' 등이 성과를 거뒀다. 이들 의제실행에 참여한 민·관·공 협업기관은 126곳(누적 191곳)에 이른다. 특히 지역문제 발굴부터 해결을 위한 시민 참여수는 8621명이다. 누군가 혼자 풀어낸 것들이 아니고, 사람이 모여서 함께 고민하며 '우리 곁, 반가운 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실행의제가 지자체 정책사업으로 이어진 사례도 4건이다. 하이하우징이 제안하고 18개 협업기관이 힘을 모은 '취약계층 탄소섬유난방 전환시공'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동숭 집행위원장은 "연탄을 사용하는 전주지역 가정에 탄소난방과 태양광을 설치하는 의제는 주민에게 삶의 희망을 줬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이런 노력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생각했다"며 "전주시가 지속사업으로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의제 실행에 정성을 들인 기여자들에 대한 표창과 감사패도 전했다. 전북지사 표창장은 전주 인친 프로젝트 제안자이자 실행과정에 참여한 윤해아 해시담 이사와 송승동 전북개발공사 차장에게 전달됐고, Kwater·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자이 등 5개 협업기관에는 각각 공동추진위원장의 감사패와 꽃다발이 수여됐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업 2년 차를 맞은 올해에도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이고 즐거운 의제들이 선정돼 도민과 함께 운영됐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이날 성과공유회에는 이영상 전북도 청년정책과장, 홍성덕 전주대학교 대외부총장, 양춘제 공동정책위원장(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 이사장)과 의제실행에 참여한 126개 민·관·공 협업기관과 의제실행팀이 참여했다. "이런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우리 전북을 훨씬 더 행복하고 살기 좋은 지역,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이런 지역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숭 공동집행위원장의 바람처럼, 전북지플은 내년에도 지속가능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그 세 번째 발걸음에 전북일보도 함께 할 계획이다. <끝>

  • 기획
  • 서준혁
  • 2023.11.19 17:49

도시의 시간, 성장 동력을 만들다⑭ 빈집의 변신

방치된 빈집에서 마을과 원도심 살리는 새로운 공간으로 한때 공동화되어가는 농어촌 마을을 살리기 위해 빈집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다. 덕분에 더러는 마을 거점으로, 더러는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태어나 새로운 역할을 얻기도 하고 예술인들의 작업이 더해지면서 마을을 알리는 통로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빈집은 갈수록 늘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는 빈집은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부상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집은 151만 1,300여 채, 전체 주택 1,852만 채의 8.2%다. 2015년 조사 결과 106만 9,000채였던 것에 비하면 40% 넘게 늘었다.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 중 25.6%인 38만 7천여 채가 1년 넘게 방치된 빈집이다. 전국에서 가장 빈집이 많은 곳은 전남이지만 전북도 12.9%로 제주와 강원에 이어 4위다. 빈집은 도시의 지속가능성, 도시의 쇠락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빈집 관리’에 고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재생 역시 '빈집'에 주목한다. 그 결과 오랫동안 방치됐던 빈집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같은 주민 공동시설로 변신하고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시설이 확대되고 있다. 쇠락한 중소도시의 원도심 재생사업은 대부분이 빈집을 활용해 거점을 만들고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것이 목표다. 전북에서도 마무리되었거나 진행 중인 빈집 활용 재생사업이 많다. 그중에서도 재생사업의 지속성을 주목하게 하는 곳이 있다. 상권 이동에 따라 침체된 원도심을 살려낸 부안의 ‘매화풍류마을'과 빈집을 사들여 책방과 공방, 식당과 카페 등 독특한 문화거리로 조성한 순창의 ’창림문화누리마을'이다. △쇠락하던 원도심의 변신, 부안 매화풍류마을 작고 값이 싸 서민들이 숙소로 애용했던 '여인숙'. 여관과 모텔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가 등장하면서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 있다. 부안상설시장 인근에 있는 골목이다. 지금은 두세 개 남았지만, 예전에는 시장에 물건을 팔러온 상인들과 손님들이 오가며 찾던 여인숙이 몰려 있었던 곳이다. 이 골목이 자리한 부안읍 동중리 일대는 한 시절 가장 번성했던 부안의 중심가였다. 그러나 생활 환경이 변하고 시외버스 정류소가 이전하자 전통시장을 제외한 인근 상권이 붕괴하면서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 부안군은 군청과 부안상설시장을 잇는 원도심 일대를 살려내기 위해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니던 4m 거리가 넓어지고 보행환경이 개선됐다. 눈에 띄게 달라진 원도심 기반 시설에 다시 도시재생 사업을 얹혔다. 2018년 말 9월, ‘매화풍류마을’이 국토부 공모사업에 일반근린형 뉴딜사업으로 선정되면서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초 4년 동안 추진되는 사업이었지만 1년 연장되어 거점시설 중 하나인 어울림센터가 완공되면 2023년 말 마무리 된다. 매화풍류마을에는 4곳의 거점시설이 만들어졌다. 청년창업플랫폼 1·2동과 실버커뮤니티센터, 어울림센터와 매화풍류 예술공방이다. 청년창업플랫폼에는 동네 사랑방 '동네카페'가 있다. 도시재생 시작 전부터 마을 사업을 주도했던 매화풍류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 있는 모든 시설과 장비는 조합원들이 직접 제작했다. 주민공모사업으로 바리스타 교육과 목공 강습을 받은 주민들의 솜씨다. ‘동네카페’ 주변에는 실버커뮤니티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소금공장이 있던 건물을 새롭게 조성한 매화풍류 예술공방은 개원을 준비하고 있고,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상인·청소년, 방문·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소통 공간으로 운영될 어울림센터 역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예술공방은 부안 예술인들로 구성된 ‘예술인사회적협동조합’이 위탁을 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공방을 이끄는 심성희 이사는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면서도 부안군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협업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거점시설 4곳을 중심으로 부안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만 39세 이하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 문을 연 '챌린지숍'도 인기다. 부안도시재생지원센터는 하드웨어적인 공간 조성에만 주목하지 않고 공간이 자생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그 일환이다. 김종원 부안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거주자 중심으로만 거점시설을 운영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부안 전 지역의 어린이부터 청소년, 중장년, 노년들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시설로 운영된다면 동력도 얻고 자생 역량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간 조성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계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함께 고민하면서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빈집이 모여 또 다른 마을을 만든 순창 창림문화누리마을 순창군에는 특별한 마을이 있다. '창조적 마을'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창림문화누리마을이다. 순창군은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창조적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마을의 역사·문화를 담은 새로운 마을을 조성했다. 2021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면서 ‘창림문화누리마을’부터 그 일대를 새롭게 갖추는 사업을 더해 관광명소 추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순창읍에 있는 ‘창림문화누리마을’은 내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이다. 중앙로를 정비하고 창림문화누리마을 조성을 끝내고 내년에는 이 일대의 활성화 방안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창림문화누리마을이 도시재생 사업으로 정비되면서 이 일대의 환경은 크게 변했다. 저녁만 되면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어둠도 일찍 찾아왔지만, 지금은 기반 시설은 물론 조명까지 갖춰져 밤에도 환하고 아름다운 마을이 됐다. 새로운 모습으로 정비된 창림문화누리마을에는 6개 공간이 들어섰다. 방앗간, 상점, 주택 등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거나 이주를 희망하던 가구를 사들여 보수한 공간들이다. 이 공간에는 창림국수, 창림카페, 길거리책방, 크레파스, 토닥토닥 발효공방, 은희공방 자수 등이 입주해있다. 창림문화누리마을은 건물과 땅을 순창군에서 매입해 공간을 조성하고 입주자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임대료가 저렴해 부담이 없지만, 본격적으로 공간이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을 단위의 운영 시스템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도 아직은 미흡해 마을의 홍보나 마케팅은 입주자들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여건이다. 순창도시재생지원센터는 현재 공간 조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공간이 마무리되면 주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해 운영하면서 주민들이 주도하는 공간으로 이끌 계획이다. 이곳에 입주해있는 공간 중 가장 오래된 곳은 창림국수(대표 권주철)다. 방앗간이 있던 가게를 보수해 식당으로 개조한 창림국수는 오래된 가게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낸 외관과 벽화가 눈에 띄는 식당이다. 권대표는 순창 출신으로 외지에서 활동하다 귀향해 농사를 지었으나 전업해(?) 2년 전 식당을 열었다. 6개 공간의 교류와 소통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그는 문화누리마을을 순창의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침체 됐던 상권을 되살리고,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이 함께하는 문화마을을 만드는 작업이다. 얼마 전에는 6개 공간이 함께 활용하는 할인권을 만들었다. 6개 공간의 대표가 홍보 마케팅을 위해 마음을 모아 시작한 첫 작업이다. 순창군청 도시재생 뉴딜사업 담당자는 "창림문화누리마을은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과 더불어 그 일대가 도시재생 사업에 포함돼 있다. 진행하고 있는 어울림센터로 사업은 완료된다.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보니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하드웨어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도시재생 대학 강좌를 진행하는 등 소프트웨어 쪽에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김은정 선임기자, 박현우 기자

  • 기획
  • 김은정
  • 2023.11.19 17:44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일회용품 사용제한 미루는 게 능사일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급격한 기온상승과 극한 기상 조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주 원인이다. 여전히 편리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화석 연료산업을 극복하지 못하고 각종 산업과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40년 안에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1.5℃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가속화한 185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은 2160~2640 기가이산화탄소톤(GtCO₂)이며, 또 2019년 한 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대비 12%증가한 52.4~65.6 기가이산화탄소톤(GtCO₂-eq)이다. (GtCO₂-eq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이다) 특히 온난화를 1.5℃로 제한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2℃로 제한하기 위해서 27% 감축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량을 34%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환경문제는 인류의 생명과 존속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음식배달, 카페 1회용품 허용 등으로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코로나 종식이 선언됐으나, 사용량은 줄지 않았다.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배달 어플들은 배달 음식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족발 2인분에 15개의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중국집은 최대 8개, 한식은 10개를 사용한다고 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우리는 빠르고(Fast), 싸게(Cheep), 한 번 쓰고 버리는 (One use) 소비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1회용품을 비롯한 고형폐기물(생활계 쓰레기)의 전 세계 발생량은 2016년 기준으로 20억 톤에 달한다. 이 추세로 간다면 2030년까지 26억 톤, 2050년까지 34억 톤의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건설 쓰레기, 산업 쓰레기까지 포함할 경우 100억 톤 이상의 쓰레기가 매년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고형폐기물의 20%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고소득 국가(OECD국가)들도 재활용률이 평균 35%에 그치고 있다. 저소득 국가는 대부분 투기 방식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어 수질 및 토양오염, 온실가스, 바다 쓰레기 등으로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2021년 기준 국내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2억 톤이다. 2010년 1억 4000만 톤, 2015년 1억 6000만 톤, 2020년 2억 톤으로 지난 10년 동안 43%의 쓰레기가 증가했다. 반면 생활 쓰레기 재활용률은 2021년 기준 56.7%다. 하지만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활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단위 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은 미국보다 7배가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생활 쓰레기 매립장의 남은 수명은 전국 평균 30년 정도다. 특히 수도권의 매립지 문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향후 인도 갠지스강이나 필리핀 마닐라항 쓰레기 마을 바세코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1회용품 및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 추진돼야 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컵 1년 사용량이 약 300억 개라고 한다. 또한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대한민국은 1인당 88kg으로 미국 105kg, 영국 99kg 다음으로 전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기 자연 분해 기간은 일회용컵은 20년 이상, 플라스틱 그릇, 봉투, 팩은 500년 이상 소요된다. 소각이나 매립 시에는 미세플라스틱과 발암물질이 발생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1회용컵 보증제, 일회용품 전면 금지 등 일회용품 사용규제 등 다양한 정책을 지난해 11월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페를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들의 반발로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또 지난 9월 1회용컵 보증금제와 관련해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발의에 맞춰 지자체·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통해 추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1회용품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정책 중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에 대한 포기 선언과 같다. 이 때문에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인 강동화 의원이 1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정책 원안 이행을 촉구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정부가 식당 등에서 일회용품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한 계도 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1회용품의 사용 규제대신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 및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일회용품 사용 계도 기간 연장이 아니라 전면적인 정책 수정이라는 해석이다. 이 가운데 전북도는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전북 실현을 위해 민-공-관이 함께하는 순환경제 조성 및 상생형 일자리사업으로 자원 선순환체계구축,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업모델 제시, 공동선 실행을 위한 사회가치 창출, 일자리를 통한 저소득층 자립지원과 자활사업의 수익구조 개선 등을 위한 자원순환 포럼을 개최했다. 또 1회용품에 대한 조례 개정 및 제정으로 선도적으로 자원순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주의 한 카페 대표는 “환경부에서 11월 24일부터 일회용컵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하여,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회용컵을 구입을 했다” 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있다가 구입할 것을 그랬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도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다”면서 뿌듯해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정책 추진의 동력이 발생하는 정책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사실상 정책의 성과보다는 무늬만 남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2024년이면 전 세계 160개 국이 합의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발의된다. 국경이 없는 플라스틱 오염문제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1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 확대에 발을 맞춰 1회용품 사용금지는 물론 플라스틱 저감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국가의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전북이 됐으면 좋겠다. 백영규 전북광역자활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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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5 13:52

[조법종 교수의 전라도 이야기] (17)포크의 여행과 관련된 행정기록들

△호조를 발급받아 여행을 다니다. 1884년 9월과 11-12월 2차례에 걸친 조선지역 조사를 위해 포크는 당시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1882년 12월 설치된 외국과의 외교교섭과 무역거래업무 전체를 관장하는 행정부서)’에서 발급한 국내여행증명서인 ’호조(護:보호할 호 照비출 조)‘를 발급받아 자신이 방문한 지역 최고 책임자들에게 확인을 받으며 조사여행을 진행하였다. 호조(護照)는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통행증명서로서 개항 이후 외국인 통행증의 개념을 지닌 증명서였다. 호조의 발행은 주로 중국 및 일본 상인을 위해 발급되었던 것인데 포크의 호조는 미국공사관 외교관의 호조라는 점에서 그 가치와 의미가 크다. 포크는 충청-전라-경상지역 여행허가서인 호조(護照)를 각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감사를 비롯한 관리들에게 제출하고 승인을 받았다. 이를 보여주는 자료는 현재 갑신년 8월 발급된 호조와 갑신년 9월 발급된 호조 두 가지가 전하는데 갑신년 9월 발행 호조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護照 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 爲 給發護照事照得 美國人海軍中尉福久氏游 歷忠淸全羅慶尙道等地 合行給照護送仰沿途 各官驗照放行毋令阝且滯該員亦不得 藉端遠留致于事究切切須至護照者 右給 海軍中尉福久氏 持憑 甲申九月 初八日 限 回日繳銷 忠淸監司 朴齊寬 忠州牧使 李鎬喆 晉州牧使 金靖鎭 全羅監司 金聲根 羅州牧使 朴奎東 호조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에서 미국인 해군중위 복구씨가 충청 전라 경상도 등 지역을 다니는 것에 대한 호조를 발급함. 지나는 길의 각 관리들은 호조를 살펴보고 통행을 허가하며 (방해받아)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해당 관원은 또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머물게하여 조사를 받는 지경에 처하지 않도록 할 것. 이것을 해군중위 복구씨에게 지급하여 증빙으로 소지하게 함 갑신년 구월 초팔일 돌아오는 날을 한도로 하여 효력이 정지됨 충청감사 박제관 충주목사 이호철 진주목사 김정진 전라감사 김성근 나주목사 박규동 △포크의 여행경비 차용과 비용 반환기록 한편, 포크가 소지한 호조는 단순 여행 허가문서 기능 이외에 ‘여행경비 현지 차용허가’ 기능도 갖고 있었다. 즉, 포크는 여행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지급했는데 당시 매일 지급한 기본비용은 조사단 18명의 매끼 식사비(20-30푼), 짐 운반 말 사용료 10리 당 50-60푼, 12명 가마꾼 10리당 50푼 등으로 포크가 계획한 1일 90리를 갈 경우 매일 지급되어야 할 비용이 식사비 1620푼, 말 3마리 임대료 1,350푼, 가마꾼 12명 일당 5,400푼으로 총 8,370푼이었다. 당시 포크는 비용지급을 위해 조선화폐인 상평통보 1푼과 당오전 5푼을 지참하고 관련 비용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1푼짜리 1,000개의 무게가 3Kg 이상이란 점을 고려할 때 8,370푼의 무게는 하루 25Kg에 달하는 무게로 엄청난 무게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 같은 과중한 무게의 경비는 한꺼번에 준비해 50여일에 가까운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에 포크는 조사 기간 동안 경유하는 지역의 감영과 목 지역에서 관련 비용을빌려 쓰고 이후 서울 복귀 후 변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포크는 자신이 여행하는 도중 갑신정변(1884.12.4.-6/양력)이 발생하였고 이것이 실패한 사실을 12월 8일 경상도 상주로 가던 도중 점심 무렵에 듣게 되었다. 특히, 자신의 절대적 후원자였던 민영익의 피습(생존여부 불명) 소식은 이후 조선의 민심이 급변한 상황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조선 남부지역에 대한 조사활동을 마치고 12월14일(양력) 서울에 복귀하였다. 그리고 미국공사 후트에 의해 일주일만인 12월 21일 임시대리공사로 임명되었다. 이같은 혼란 상황 속에서도 포크는 12월 24일 갑신정변 실패 후 친청 수구파로 재구성된 조선 정부의 외무독판 조병호(趙秉鎬)에게 전라감영 등에서 빌린 차용금을 반환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기록이 구한국외교문서舊韓國外交文書 [미안美案]에 남아있다. 내용은 영문과 한문으로 되어 있는 데 영문내용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 내륙지방 여행을 시작하기 전인 10월 28일에 폐하 외무부로부터 받은 신용장과 함께 이 자리에 다시 오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서신을 제시한 후 아래와 같은 금액을 지급 받았습니다 충청도 공주-충청감영 10000 푼 전라도 전주-전라감영 5000 〃 전라도 나주-나주목 10000 〃 경상도 진주-진주목 20000 〃 충청도 충주-충주목 5000 〃 총액 62000 〃 각 지역의 금액과, 저에게 돈을 선불한 지방 및 지역 이름과 함께 직원이 직접 작성한 확인내용이 신용장 뒷면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신용장의 조건에 따라 돈을 제공한 각 관리에게 나는 영문으로 된 영수증을 주고 금액도 한자로 표시했습니다. 신용장을 가지고 저는 총액 62,000푼을 폐하의 외무부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영수증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이 서신을 마치면서 저는 여행하는 동안 저에게 매우 귀중한 신용장을 제공해주신 폐하의 외무아문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당신의 뜻을 받들어 존경하는 마음으로 조지 C. 포크 미 해군 중위 미국 해군성 조병호 외무독판 각하께 차용금액 단위를 영문에서는 ‘푼(pun)’으로 표시하였는 데 한문으로는 ‘량(兩)’으로 표기해 100푼(分)=1兩 단위 환산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포크의 조사일기에는 앞서 공주에서 받은 5푼 동전 10000푼 중 11월 11일 전라감영에서 전주이남 지역에서 5푼 동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5푼 동전 4000개를 1푼 동전으로 바꾸고 역시 추가로 전라감영에서 5000푼을 더 요청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5푼 동전은 1883년(고종 20) 2월에 주조된 당오전(當五錢)을 말한다. 주목되는 것은 포크가 전주에서 들은 내용인 “전주 이남지역에서 5푼 동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당오전은 비록 명목 가치가 상평통보의 5배로 결정되었으나, 경기도·황해도·충청도 등 정부의 행정력이 비교적 쉽게 미칠 수 있는 지역에서만 통용되었던 상황을 반영한 사실이란 점에서 흥미롭다. 그런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년후인 1885년 전라감사 김성근이 전라우도 암행어사에 의해 비리가 지적되었는 데 그 가운데 서울로 보내는 엽전을 모두 당오전으로 바꾸어 보낸 사실 등이 문제되어 벼슬이 박탈되는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앞서 포크의 당오전 20,000푼을 1푼전으로 바꿔준 사실이 이 같은 문제와 연결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감안되었는 지 전라감사 김성근은 1년 뒤 이조참판에 제수되어 복귀되었다. /조법종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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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4 17:32

[뉴스와 인물] 김성준 신임 전북지방병무청장 “지역 안보공동체로서 역할 다할 것”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국방 의무 실현에 도움을 주는 기관은 병무청이다. 병무청은 군에서 필요로 하는 정예자원을 적기에 충원하고 신속한 병력동원 태세 확립을 주 임무로 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전북지방병무청이다. 지난 1일 제45대 전북지방병무청장으로 취임한 김성준 청장(55)을 만나 전북지방병무청의 역할 등을 들어봤다. -취임 축하드립니다. 전북병무청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요. “먼저 유서 깊은 역사 유적과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전북 지역의 병무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부임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병무청은 병역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활용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무정책을 실현해 궁극적으로 국가안보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국가기관입니다. 지방병무청은 병역판정검사, 현역병 입영, 사회복무요원 소집 및 복무관리,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편입관리, 예비군 편성 및 병력동원소집, 병역사항 공개 업무 등 병역의무 이행과정에 대한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병무청 본연의 업무만이 아닌 병무청의 병역명문가 관련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들의 헌신을 예우하기 위해 2004년부터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전국의 병역명문가는 2023년 현재 1만 2000여 가문에 인원수는 5만 900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내에는 330여 가문, 1700여 명이 병역명문가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병역명문가에 대한 혜택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전북은 어떠한가요. “병역명문가 우대사업은 국·공립, 지자체, 민간시설과 업무 협약이나 지자체 조례 제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각 지방청별로 우대사업에 차이가 있습니다. 전북은 현재 도내 전 지자체가 병역명문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 참여했습니다. 전국의 병역명문가는 전북 도내 지자체가 운영·위탁하는 기관이나 시설에서 이용료, 입장료, 주차료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도내 장학재단인 (사)개벽장학회와 협약을 맺어 전라북도 병역명문가 직계 가족에 대해 장학생을 선발·지원했고 또한 해마다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도록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전국적인 것이 아닌 전북만의 특색있는 명문가 발굴 사업도 중요할듯 합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가적인 병역명문가 예우 사업이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민에게 직접 혜택을 지원하는 사례는 우리 전북청이 최초입니다. 앞으로 지역만의 고유하고 특색있는 선양사업을 발굴해 병역을 이행한 사람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고 실제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내실있는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현재 전북청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이 있는지요. “첫 번째로 꼽고 있는 사업은 경제적 취약자에 대한 무료치료 지원 사업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도내 병역의무자에게 치료비 지원을 통해 병역이행 과정에 도움 줄 뿐 아니라 지역사회 건강 수준 향상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2016년 대자인 병원과 협약을 통해 첫해는 정신건강의학과에 한정해 지원하다가 2018년에는 전 진료과목으로 확대하기로 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108명의 병역의무자가 무료치료 혜택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민원불편 사항을 발굴·개선하는 ‘적극행정 살피소’팀 운영입니다. 이 팀은 민원 최접점 부서에서 주관하는 T/F팀으로 민원서비스 현장에서 또는 국민신문고 모니터링 과정에서 수집되는 불만·건의사항을 적극행정 추진 의제로 상정,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고객의 소리에 적극 반응해 적극행정을 실행하는 우리청 고유의 사업으로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임기 내 어떤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실 계획이신가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혁신을 이룰 계획입니다. 국민중심, 소통중심, 현장중심의 행정을 펼쳐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받는 조직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병무청의 미션이자 비전입니다. 전북지방병무청은 높아진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직원 모두가 각자가 담당하는 업무에서 1년에 1개 업무를 개선하는 문화를 조성, 민원불편을 해소하는 적극행정을 실행하겠습니다." -병역 의무 이행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병역을 성실히 마친 사람이 존경받고 자긍심을 갖는 사회 실현을 위해 폭과 깊이를 더한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을 내실화하고 병역의무자가 소비생활에 혜택을 누리도록 ‘나라사랑 가게’를 확대, 병역이행자를 응원하고 우대하는 정책이 병역의무자가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병역의무가 사회에 진출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맞춤특기병 지원제도를 활성화하겠습니다. 기술훈련, 군 복무, 취업을 연계해 청년기 생애주기적 차원의 병역진로설계 사업을 접목해 서비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겠습니다.” -적극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직원 복지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실 계획인가요. “병무청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인 시민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직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직장, 활기차고 행복한 조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조직 구성원과 충분한 소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력 재배치를 최적화해 조직 역량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유연근무를 적극 권장해 가정 친화적 직장 문화를 조성하고 개인의 취미와 여가 활동이 조직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반복되도록 직장 내 동호회를 활성화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지역에 봉사와 기부 등 나눔 실천을 적극 전개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에서 병역의무 핵심가치는 ‘공정’입니다. 병역의무는 ‘공정’하게 부과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행정서비스는 ‘상식’에 맞게 실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지역의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장으로서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역지사지 관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해 우리 지역의 안보공동체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전북병무청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광주 사레지오고와 전남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5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9년 국방부 기획관리관과 2020년 1월 방위사업청 방위산업진흥국장, 2020년 11월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등을 역임했다. 28년 6개월간 국방부에서 근무한 김 청장은 군 예산 관리부터 기획 등 다양한 군 관련 업무를 한 군 전문가다. 특히 군 분야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거시적인 안목을 보유하고 책임감과 탁월한 업무 추진력, 조직관리 능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청장은 “국민들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기획
  • 엄승현
  • 2023.11.12 17:51

도시의 시간 성장동력을 만들다 ⑬ 공동체의 힘

도시재생으로 얻은 결실, 주민들이 이끄는 공동체 문화 우리나라의 도시 재생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의 이름과 규모가 달라졌지만, 시간은 10년 가까운 여정이다. 덕분에 광역과 기초단체를 막론하고 국가가 주도해온 도시재생사업은 공간과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마무리됐거나 진행 중인 재생 사업의 성과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도시가 공통적으로 안게 된 결실이 있다. 주민 공동체의 등장(?)이다. 특히 재생 사업을 계기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주민 공동체는 사업이 끝나고도 살아남아 재생 공간의 운영 주체가 되거나 새로운 공동체 문화 환경을 열어가고 있다.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밑거름이다. 전국 도시들이 재생 사업에 '주민 공동체 활성화'나 '주민 역량 강화'를 앞세우는 이유다. 전북에서도 주민공동체의 역량을 돋보이는 도시재생 현장이 많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문을 연 전주시 용머리여의주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과 2019년 문을 연 중앙동 커뮤니티플랫폼 둥근숲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는 공간이다.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공동체의 자생력을 키우고 있는 전주의 오래된 마을과 공간을 찾았다. △완산동 용머리 여의주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 전주의 남쪽에 자리한 완산동에는 야트막한 두 개의 산이 있다. 완산과 다가산이다. 그 사이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용머리 고개’가 있다. 김제 쪽에서 전주 구도심으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 고개를 안고 있는 오래된 마을이 여의주 마을이다.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채 옛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용머리 여의주마을의 환경이 바뀌게 된 것은 지난 2018년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면서다. 마을 중심의 도시재생 사업은 대부분 기반시설 개선이나 확충이 중심이지만 이 마을의 도시재생 사업은 달랐다. 마을 입구부터 좁은 도로와 가파른 오르막길, 비좁은 골목 골목이 이어지는 주거 중심의 지형적 특성으로 기반시설 개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동네살리기>를 내세운 재생사업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정주 여건 개선이 되었다. 용머리 여의주마을은 도시재생 사업은 국토부의 뉴딜사업에 선정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진행됐다. 도로와 골목길을 정비하고 텃밭을 만드는 기반시설 개선사업과 함께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주민공동이용시설 건립이 중심 사업이었다. 주민공동이용시설은 2020년 6월 공사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주택을 중심으로 20여 채를 매입해 허문 자리에 2층짜리 아담한 건물과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공사 기간만 2년. 지난해 12월 용머리여의주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은 문을 열었다. 건물 1층에는 카페 <유기공장>과 협동조합 사무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사무실 공간으로 조성한 2층에는 임대 공간인 사진 스튜디오, 상담센터, 미술관, 방짜유기 전시관 등 개인 작업실과 교육장 등이 들어섰다. 건물 뒤쪽에는 원예치료 등 식물을 활용한 치유 공간과 함께 공동텃밭·치유 정원도 조성됐다. 시설의 운영과 관리는 용머리여의주마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최동완)이 위탁을 받았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도시재생 사업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주민협의체가 지난 2021년 9월 설립 인가를 받고 출범한 단체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연령대는 50대부터 70대까지. 마을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만큼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도 높다. 조합원은 21명. 모두 출자한 주체지만 공간 운영과 관리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참여한다. 아직 시작 단계여서 숫자가 많지 않지만, 점차 조합원을 늘려갈 계획이다. 공간을 운영하는 재정은 2층 사무실 임대료와 공간 사용료, 그리고 1층 카페에서 얻는 수입으로 충당한다. 그래봤자 100만 원 남짓한 수입이지만 공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인력이 필요한 일은 조합원들의 봉사로 해결하고 있는 덕분이다. 조합의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아 거의 매일 출근하는 송호숙 사무국장과 이은자 조직국장도 임금 없이 일하는 봉사자다. 웬만한 일손은 봉사로 해결하는 덕분에 작은 소득으로도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거나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올해는 원예 전문가인 마을 주민이 강사가 되어 원예치료와 공예 교육, 스마트폰 활용 교육 등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늘리고 마을 축제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송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의 자생력을 위해서는 조합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 큰 과제가 있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은 주민들이 생산하는 마을 상품 개발하고 카페 운영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여의주마을에는 주민공동이용시설말고도 특별한 공간이 또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으로 불리는 <옛이야기 도서관>이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설계한 이 공간은 마을의 지형적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한 작고 아름다운 도서관이다. 이곳 또한 마을 주민들이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여의주 마을은 도시재생이 어떻게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오래된 마을의 변화를 주목하는 이유다. △중앙동 고물자골목의 <둥근숲> 전주의 남부시장에 자리 잡은 고물자골목은 6.25 전쟁 직후 미군 부대의 구호물자와 보급품이 거래됐던 공간이다. 그러나 상권이 이동하면서 이 공간도 쇠퇴했다. 도시재생이 시작된 것은 2016년부터다. 이곳 역시 주민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함께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방치된 공간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2019년 11월 문을 연 청년 공유공간 <둥근숲>은 그 결실이었다. 고물자골목의 재생 사업에는 다른 마을과 달리 청년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남부시장 인근에서 서점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대표부터 청년 예술가들까지 둥근숲을 거점으로 다양한 활동을 주도했다. 고물자골목은 전주시에서 첫 번째로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곳이다. 2016년 '전주, 전통문화 중심지의 도시재생' 사업으로 선정되자 2017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사업 기간은 2020년까지였으나 1년 연장해 2021년에 마무리됐다. 문을 연 지 4년째인 둥근숲 역시 주민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창립한 협동조합이 운영을 위탁받았다. 지난 2월 총회를 통해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을 맡게 된 류영관 이사장은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코디네이터로 고물자골목의 재생사업을 이끌었던 활동가다. 사업이 끝나고도 이 공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류 이사장의 열정 덕분에 둥근숲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청년 공유공간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 둥근숲은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대부분 '청년'에 맞추어져 있다. 올해는 전북형 청년마을사업에 선정돼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1층은 전시, 강연, 상영회, 모임 등이 가능한 실내 라운지 공간과 공유 주방이, 2층은 코워킹 스페이스, 3층은 입주사무실이 들어섰고, 옥상정원과 마당도 새롭게 꾸몄다. 둥근숲의 전신은 여관과 요양병원이다. 여관에서 요양병원으로 바뀌면서 들여놓은 엘리베이터가 지금도 남아 있다. 둥근숲은 그동안 청년 예술가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전시와 정기적으로 청년들이 참여하는 마켓을 열어왔다. 마켓은 청년들이 기획하고 이끄는 일종의 동네 축제다. 내년에는 새롭게 들여놓은 시설을 활용해 레지던시와 서점 등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둥근숲도 재정을 해결하는 일이 우선 과제다. 임금 없이 공간의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류 이사장은 재정도 해결하고 공간의 목표인 청년 커뮤니티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조합원을 늘리는 것도 새로운 목표다. 쉽지 않지만 둥근숲을 찾아오는 청년들이 점차 늘고 있으니 조합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공간 활용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리란 확신이 있다. 둥근숲이 주민들의 활동공간으로, 청년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 산실로 누구나가 참여하고 쉴 수 있는 숲과 같은 공간으로 자리잡는 것. 이 공간을 주목하고 있는 청년들의 바람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박현우 기자

  • 기획
  • 김은정
  • 2023.11.09 17:00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이야기로 ‘나’를 발견하고, 지역에서 특별한 ‘우리’로 성장

얼마 전 정부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지방분권 종합계획을 2004년부터 분리하여 수립했지만 올해는 최초로 통합하여 추진되었다. 그 배경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지방인구의 감소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분권을 강화하여 지역균형발전을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함이다. 또한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면 지방정부는 정책에 맞춰 운영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성과창출에 한계가 있어 약화되어 있는 지방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과 추진과제가 제시됨으로써 거시적인 정책은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현장에 있는 우리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함께 해야 할 것인지 잠깐이나마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역사회는 ‘나’라는 개인이 모여 ‘우리’를 형성하고, 연대와 협력체계로 엮여 있다. 공동체문화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그동안 지역사회에는 생활문화, 평생학습, 마을 만들기 등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기반이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지역에 숨겨진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완주군에서 활동하는 문화공동체인 ‘엄마의 방학’(대표 김지영)은 이름에서 풍기는 ‘엄마’라는 단어에서 감성적인 어감으로 전달되지만 명확하게 주체가 드러나 있다. 그리고 ‘방학’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기억을 상기시키며 어떤 활동으로 방학을 채워나갈지 기대감을 잔뜩 안겨준다. 엄마의 방학이 시작하게 된 계기는 김지영씨의 일상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삶에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엄마라는 위치에서 육아로 바쁜 삶을 살아가며 앞만 보고 달렸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를 통해 좋은 엄마로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간극에서 내적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2018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의 ‘컬처메이커 사관학교’ 과정은 김지영씨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해주었고 엄마의 방학은 현실화되었다.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은 평소 책을 통해 만나고 싶었던 작가를 모시고 ‘언니 고민 상담소’를 운영한 것이었다. 작가의 유명세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국에서 20명의 엄마들이 모여 ‘엄마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었고, 이를 계기로 매달 책모임도 가지게 되었다. 엄마들은 책을 읽으며 하고 싶은 것들을 발견하였고, 에니어그램, 감정치유 등으로 마음을 공부하였으며 그림책과 드로잉, 쓰기 활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작업도 함께 했다. 이제는 ‘나’로 시작했지만 ‘우리’가 되어 안전하고 안락하게 머물 수 있는 ‘사적인 공유 공간’인 ‘딩가딩가’를 운영하는 것까지 이르게 된다. 딩가딩가는 엄마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들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이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공동체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었다. 지역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들이 저마다 독립적인 고유색을 갖고 있지만 다른 공동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발현시키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망이 촘촘하게 연결될수록 지역사회의 공동체문화는 삶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낸다. 엄마의 방학은 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처음에는 “에이, 그래도 이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했지만 어느새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의 우수사례로 소개가 되었고, 많은 프로그램에서 참여요청도 계속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그동안 지속해왔던 마음돌봄 프로그램을 전국의 기획자와 예술가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김지영씨는 엄마의 방학 동료들이 전국의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는 모습을 보며 성장해가는 동료들을 지켜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의 방학의 동료들은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역할이 확장될수록 처음에 가졌던 즐거움 대신 힘겨움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현재는 규모를 확장하기보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봄과 가을에 한 가지씩만 하고 있다. 다시, 처음에 던졌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되돌아보며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방학은 그렇게 ‘나’를 기반으로 시작하여 ‘우리’라는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김지영씨는 엄마의 방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의 이름을 찾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동료들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도 이제는 듣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름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동료들과 함께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즉, 이름과 역할로 불린다는 것은 오히려 경계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모두의 방학을 위해 이야기로 만나는 작업을 계획 중에 있다. 문화공동체로서 엄마의 방학은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성과나 외연 확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유연한 관계를 기반으로 사람에게 중심을 두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공동체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이 갖고 있는 활동의 동기와 공공에서 요구하는 동기가 맞닿아 있어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문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방학은 지역사회에서 특별한 우리로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모두의 방학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엄마의 방학처럼 지역사회에서 움직이는 많은 공동체가 활력을 갖고, 밀도 높은 연결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기반 조성과 충분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나’를 비롯해 ‘우리’를 형성하는 것은 지역에서 특별한 존재로 성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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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8 15:28

[한국전쟁 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무엇을 기억할까

참혹했던 한국전쟁을 극복하고, 국제 지원의 수혜를 입던 국가에서 원조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 그 중심에서 수십만 명의 피란민을 포용하고, 경제 성장의 기틀을 다졌던 부산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세기 냉전시대의 피란수도에서 21세기 평화도시로 변신을 꿈꾸는 부산이 지켜야 할 유산은 무엇일까.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추진 중인 지금, 되새겨 봐야 할 정전 70년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짚어본다. ■세계유산 등재 어디까지 왔나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지난 5월 16일 국내 최초로 근대유산 분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공식 등재된 바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식 홈페이지의 잠정목록에 게재되기도 했다. 2015년부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온 부산시는 최종 등재 목표 시기를 2028년으로 잡고 있다.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20세기 냉전기 최초 전쟁인 한국전쟁기의 급박한 상황 속에 1023일 동안 임시수도 기능을 유지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특출한 증거물이다. 피란수도의 정부 유지, 피란 생활, 국제협력의 기능을 하는 9개 연속 유산으로 구성된다. 먼저 서구에 △경무대(임시수도대통령관저) △임시중앙청(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3곳이 있다. 중구에도 △국립중앙관상대(옛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현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3곳이 있다. 남구에 유엔묘지와 우암동 소막 피란 주거지 2곳이 있고, 부산진구에 하야리아기지(부산시민공원)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최종 등재를 위해서는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앞으로 문화재청의 우선등재목록 선정, 예비심사, 등재신청후보·등재신청대상 선정, 유네스코 현지실사 등을 거쳐야 한다. 등재 요건에 필요한 보완 연구와 개별 유산의 보존 노력, 시민과 관계 기관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와 주민 반대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구 곽해웅 광복동 주민자치위원회장은 “중구가 명색이 관광특구인데, 문화재로 인해 고도 제한 등 각종 개발에 제약이 많다”며 “중구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1부두 세계유산 등재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구의회 강희은 의원은 “원도심 내 문화유산이 가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1부두 부지 등은 결국 주민이 활용해야 할 시설인데, 주민 의견을 듣는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시간을 갖고 중구청, 중구 의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 주민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등재에 앞서 시민들에게 피란수도 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아대 김기수 건축학과 교수는 “문화유산이 시민에게 혐오 대상이 되지 않도록 먼저 시민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며 “또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부산시가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좌표를 확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행정력을 낭비하는 불상사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위기 극복 역사를 콘텐츠로 피란수도와 관련한 유형의 자산을 남기는 것과 함께 무형의 가치를 이어나갈 필요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전쟁 시기는 물론, 전후 경제 성장과 위기 극복의 중심에 부산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부산에서 그룹의 뿌리가 된 기업을 일궜다. 삼성그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제일제당과 LG그룹의 모체가 된 락희화학공업사가 대표적이다. 경성대 강동진 도시공학과 교수는 “1950년대와 1960년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대표 기업들의 뿌리가 부산 서면에 있었다”며 “고려제강이 옛 공장을 ‘F1963’이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 부산 시민에게 환원한 것처럼, 대기업들도 창업 당시 기업의 흔적을 연결하고 부산의 역할을 후대에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시기 피란수도였던 부산이 2030 월드엑스포 유치 도시로 나서기까지의 발전상은 그 자체로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피란민들에게 기꺼이 방 비워주기를 했던 부산 시민의 이야기와 참전국 용사들의 안식처가 된 세계 최초의 유엔묘지 등은 다크 투어리즘(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소재가 된다”며 “피란수도 관련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란민들이 전쟁의 역경과 고난을 극복해 나간 삶의 과정이 현재를 사는 우리나 미래 세대에 시사하는 인문학적 가치도 크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 소장은 “아미동 비석마을의 경우 묘지를 삶터로 바꾸어낸 피란민들의 이야기에서 내게 주어진 환경 속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간 극복의 과정을 배울 수 있다”며 “산복도로의 독특한 경관, 피란민의 음식 같은 특이성에 주목해 이를 관광 상품화만 할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십만 명의 피란민을 품어준 부산 시민의 포용력, 역사적 아픔을 딛고 일어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향후 콘텐츠 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부원장은 “부산 영도에서 시작하는 선자의 이야기로 전 세계를 감동시킨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파친코’의 사례처럼 피란수도 부산의 이야기가 가진 산업적 가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 발굴, 개발 노력도 필요하다. 피란수도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예술인들은 광복동 일대 다방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전쟁의 포화 속에도 예술혼을 불태웠다. 이 시기에 대한 연구 지원과 문화예술사적 가치에 대한 대중 홍보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마루아트 박진희 대표(미술평론가)는 “시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 관계자들도 피란수도 문화예술 중심지로서의 부산에 대해 너무 몰라 안타깝다”며 “근대 미술 작가들의 삶과 작품, 다방 관련 이야기 등을 다룬 책 <살롱 드 경성>과 같은 베스트셀러가 부산에서도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일보=이자영·손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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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6 14:27

[신팔도명물] 경북 안동한지

고택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문종이를 새로 바른다. 이 때 사용되는 한지는 빛과 공기는 통과시키지만 바람을 막아 준다. 햇살이 한지 창호지를 뚫고 방안 가득 쏟아져도 한겨울 삭풍을 막아내는 신비의 종이다. '한지'(韓紙), 천년을 간다는 세계 최고의 종이다. 조선 후기 문신 신위는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紙一千年 絹五百)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한지는 제작 방법의 특성상 보존성과 내구성이 우수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신라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해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대방광불화엄경' 등 유물들이 천 년을 견디는 한지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닥나무를 베고·찌고·삶고·말리고·벗기고·다시 삶고·두들기고·고르게 썩고·뜨고·말리는 99번의 손질을 거친 후 마지막 사람이 100번째로 만진다해서 한지를 '백지'(百紙)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종이로 인정받고 있는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그 중심에 '안동한지'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동한지, 질감·풍부한 색감으로 전국 최고 명성 안동시는 전주시·원주시와 함께 국내 3대 한지 생산 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중심에 경상북도와 안동시, 안동한지가 역할하고 있는 것. 안동을 국내 3대 한지 생산 지역으로 만들고 있는 '안동한지'는 안동시 문화재 한지장(韓紙匠) 이병섭(57) 대표가 아버지 이영걸(81·안동한지 회장) 닥종이 명인의 뒤를 이어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안동한지는 국내 최대 전통한지 생산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안동한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닥나무를 주원료로 전국 최고 품질의 한지를 생산해 내고 있다. 이 곳에는 닥나무 원료창고를 비롯해 한지 제조공장, 한지상설전시관, 한지공예관, 체험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안동한지는 외발지, 순지, 창호지, 배접지, 색한지, 공예용 염색지, 고화지, 서화지, 인테리어 벽지 등 70여종의 한지를 생산하고 있다. 전통한지는 소색(素色)이다. 쌀을 정미했을때 나오는 색이다. 안동한지에서는 소색의 전통한지뿐 아니라 닥을 분쇄 한 상태에서 염료를 넣어서 다양한 색을 입힌다. 안동한지의 색 한지는 전통염료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화려하지 않고 정감이 가는 풍부한 색감을 보여준다. 지난 2016년부터 정부 포상증서용 전통한지를 납품하고 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영인본 사업, 각종 문화재 복원 사업에도 사용되고 있다. 고객들의 맞춤식 한지 생산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행사장 도배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했을 때 안동한지에 들러 전통한지 제작 과정을 둘러보고 선물용으로 사가기도 해 유명세를 탔다. 이 밖에 안동한지는 동화사, 제2석굴암, 경주 불국사, 안동대 미술대학, 지류문화재보존 연구소, 정재문화재 보존연구소 등 문화재 보존용으로 납품되고 있다. 특히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같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통일신라시대 종이, 즉 서기 754년 닥나무 종이에 먹으로 쓴 국보 제 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을 옛날 전통 그대로의 방법으로 2년여에 걸쳐 재현해 문화재청에 납품하기도 했다. ◆50년 한지 삶 아버지 잇는 젊은 한지장 이병섭 씨 지난 2015년 말 정부가 추진한 전통한지 재현사업 경연에 전국 11개 한지 업체가 참여해 안동한지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당시 조선시대 정조 친필 편지를 복원해 밀도·내절도·투기도 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백년 전 한지의 품질과 거의 유사하다는 평가를 얻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안동한지는 1988년 '풍산한지'로 시작됐다. 이영걸 명인이 고향에 한지 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이 명인은 1970년 충북 제천에서 1928년부터 42년을 한지를 제작해 온 정수창(1913년 생)에게 제조 기술을 전수 받았다. 1973년 제천시 영천동에 '영천한지'를 설립해 초배지·지방지를 생산해오다 고향으로 옮겨 본격 한지 생산에 나선 것. 이 때부터 이병섭 한지장은 아버지에게 한지 기술을 전수받았다. 지금은 닥긁기→ 잿물 만들기→ 백닥삶기→ 세척→ 티고르기→ 고해(叩解)→ 닥풀제조→ 통물만들기 →종이뜨기 →바탕쌓기 →압착탈수→ 일광건조→ 도침 등 한지 제조 전 과정을 직접 도맡아 오고 있다. 닥을 벗겨 백닥을 완성하고, 깻단을 태워 잿물을 만들고, 잿물과 백닥을 넣어 삶고, 닥 섬유가 잘 풀어지도록 방망이질하고, 황촉규를 이용한 닥풀내기 등 일련의 과정들을 전통기술 그대로 재현, 수천년 이어오고 있는 전통한지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해내고 있다. 정수열→ 정수창(1913년 생) →이영걸(1942년 생)로 이어진 안동한지의 맥을 잇고 있는 이병섭(1966년 생) 한지장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전통한지 생산 기술자다. 특히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문화재학을 전공하는 등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와 전승·보존에 가장 촉망받는 인물로 정평나 있다. 이병섭 한지장은 "전통산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고유의 멋과 얼이 스며있는 순(純) 한지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안동한지가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했다. ◆15회째 한지축제, 공자종손 '전통기술 발전·창조 기원' 올 해 10월 10일은 두 번째 맞는 '한지의 날'이었다. 안동에서는 한지 축제와 포럼, 전시회가 열려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고 힘을 실었다. 안동한지 풍산 한지체험관에서는 (사)안동한지문화진흥회(대표 이병섭)가 주관한 '제15회 안동한지축제'가 열렸다. 안동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지공예 경진대회를 통해 전국의 우수한 한지 공예인을 발굴, 한지공예품 판매 촉진에 기여하는 자리였다. 같은 날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단'(단장 이배용)과 (사)경북불교문화원(이사장 도륜)은 제2회 한지의 날을 기념하는 학술포럼과 특별전시회를 마련했다. '한지, 천년의 숨결'을 주제로 열린 특별전시회에는 대한불교조계종 16교구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는 기록자료와 안동대학교 소장 자료, 안동역사문화박물관 소장 자료가 공개됐다. 안동 한지축제 행사에는 콩추이장(孔垂長) 공자 79대 종손이 참석 해 "한지는 전통사회의 지식과 기술을 대표하는 하나의 결정체"라며 "안동 한지축제를 통해 전통 지식과 기술이 더욱 발전되고, 새롭게 창조되기를 희망한다"고 축하하기도 했다. 한지 인생 50년을 지낸 이영걸 명인은 "안동한지가 중국과 일본, 이태리에서 프랑스 등 세계 구석구석의 한지 애호가들이 찾고, 한지의 우수성에 매료되고 있다"며 "안동한지가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후세에 길이 보존될 수 있는 모범사례로 자리잡도록 할 것"이라 했다. 매일신문=엄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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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2 15:10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 어린이들은 왜 동요를 부르지 않는가?

학교 점심시간이다. 「콜라 싫어 싫어/ 홍차 싫어 싫어 새카만 커피 오노~~ 핫쵸코 싫어 싫어/ 사이다 싫어 싫어 새하얀 우유 오 예스~ (중략)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 다 주세요~ 우유 좋아~ 우유가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경쾌한 노래가 학교에 울려 퍼진다. 모두 동요이다. 아이들은 신나게 운동장에서 뛰어논다. 음악을 들으며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세파에 찌든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요즘은 트로트가 대세이다. 흘러간 노래로만 취급 받아 오던 중, 모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열띤 경연대회로 트로트 인기가 치솟으며 가요계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그에 따라 트로트 가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통 성악가도, 뮤지컬 배우도,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트로트 가사 내용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또는 고향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는 나그네의 고통 등의 애절하고 슬픈 분위기가 많다. 또한 어른들이 꺾어진 꿈 앞에서 체념하고 한탄하고, 자학과 자기 연민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미성숙한 어린이의 정서와 괴리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동요는 티 없는 동심의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노래다. 동요는 순수한 동심을 담은 노랫말과 어린이의 맑은 목소리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동요는 선정적인 가사와 자극적인 멜로디로 이루어진 대중가요보다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주위를 보면 동요보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어린이들이 많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동요를 부르는 어린이들을 보기가 어렵다. 가정에서 어린이들이 동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가정 또는 사회에서 동요를 부르지 않는 분위기가 크게 한 몫한다. 동요는 학교에서만 부르는 것으로 아는 경향이 있다. 선택 능력이 없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요와 멀어지는 것이다. TV에서 어린이들이 트로트를 부르면서 인기를 한 몸에 받자 부모들은 너도나도 어린 자식에게 트로트를 부르게 한다. 반짝이 옷을 입고 화려한 조명 아래, 형광 풍선을 흔들며 환호하는 수많은 관객의 모습에 매료되어 인기만을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어른의 흉내를 내며 트로트를 부르는 어린이들을 방송에서 부추기고 있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불러야 할 동요에는 관심이 없고, 언행마저 어른처럼 변해 가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미성년자 트로트 가수 오모 양이 스토킹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오모양은 전국적인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생인 데 짙은 화장과 현란한 복장으로 언뜻 보면 성인과 구분하기 어렵다. 성인 남성이 뚜렷한 위해를 가하지 않아서 아직은 특별히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 오모양은 성인 남성만 보면 공포에 떠는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 동요를 부르지 않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이 장래는 어둡기만 하다. 걷기도 전에 뛰기부터 하면 넘어진다. 어린이는 시기에 맞는 발달 단계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트로트보다 동요를 많이 가르치고 들려줘야 함은 자명하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어린이들이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동요는 모든 어린이의 초기 발달에 중요한 부분이다. 언어 발달, 음소 인식, 기억 기술, 문화적 인식 및 사회적 기술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교육적 이점을 제공한다. 동요를 부르는 것은 어린이의 청각을 자극해 두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자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동요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언어와 추상적 사고에 필요한 시냅스가 발달한다. 특히 부모와 함께 부르는 동요는 부모와 자식 간의 호흡 일치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어른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주고 바르게 사는 자세를 키워 주는 책무가 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겪어야 할 정서를 느끼며 자라야 한다. 어린이들의 거칠어지는 언어를 바로잡고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서는 동요 부르기가 좋은 치료 수단이다. 동요에 담긴 노랫말과 곡은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해주고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나아가 올바른 가치관과 바른 사고를 갖게 해주는 명약이기 때문이다. 대중매체를 통하여 트로트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동요의 존재조차 잊어버리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문인들이 있어서 고무적이다. 서울에서는 김정철 작곡가, 이준관 시인, 김미정 공연 대표가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 올해 ‘제7회 동시와 동요의 즐거운 만남’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하고 내년 2월에 실시할 8회를 준비중이다. 전북에서는 전북아동문학회(운영위원장 김용재, 회장 조경화)에서 전북아동문학회 회원들이 작사하고 장상영 작곡가가 곡을 붙여 ‘전북아동문학회 창작동요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북아동문학회 초대회장으로서 전북아동문학회의 산증인인 윤갑철 명예회장은 ‘어린이들이 동요를 부르며 바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아동문학가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송 시인, 교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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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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