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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세계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미난 상상력으로 품어낸 진짜 꿀벌 이야기가 동화로 나왔다. 박상재 동화작가와 김미정 그림 작가가 펴낸 <꿀벌 릴리와 천하무적 차돌특공대>가 그것. 전국독서새물결모임에서 주최하는 2019 대한민국독서토론대회 초등 저학년 선정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와 같은 이상기후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꿀벌들이 사라져 가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이 늘면서, 생태계의 불균형이 초래되었을 뿐 아니라 당장 우리의 밥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꿀벌을 소재로 한 새롭고 재미난 이야기의 등장은 더욱더 반갑게 느껴진다. 주인공 꿀벌 릴리가 여러 일을 겪으며 진짜 꿀벌로 어엿하게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꿀벌 세계의 면면을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애벌레 시절을 거쳐 성충이 된 릴리와 친구들이 방 청소하기, 아기 돌보기, 로열젤리 분비, 집 고치기, 보초병 서기 등 일벌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은 꿀벌 생태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한다. 분업과 협동을 통해 꿀벌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한 곤충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자연의 감성을 담은 글과 발랄한 그림은 찔레꽃, 자운영을 비롯한 여러 들꽃과 나비 등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뒤에 수록된 부록에서는 이야기에 담기지 않은 일벌과 여왕벌의 특징을 담은 정보를 자세히 전달해 마지막까지 꿀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게 한다. 이렇듯 꿀벌의 생태를 귀여운 상상으로 버무려 낸 이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재미 그 자체뿐 아니라 꿀벌에 대한 지식과 소중함을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할 것이다. 장수 출신인 박상재 작가는 1981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동화 하늘로 가는 꽃마차가 당선된 후, 1983년 새벗문학상에 장편동화가, 198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다. 초등학교에서 40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여 황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PEN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오랜 풍파를 거쳐 온 시간의 냄새가 있다.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인 김지연 씨는 자신이 만났던 사물과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삶의 의지를 찾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현재 진안의 공동체미술관 계남정미소와 전주 서학동사진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김지연 작가는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김지연 작가의 두 번째 사진 산문집 <전라선>(열화당)의 책장을 넘기노라면 지난날을 향한 어떤 그리움이 눈앞에 펼쳐진다. 작가는 녹색 지붕의 정미소, 글자가 떨어져 나간 간판의 이발소, 마을 복덕방 같은 근대화상회 등 잊히고 하찮게 여겨지는 근대문화의 징표들에서 우리네 삶의 터전을 발견했다. 그가 삶의 여백에 적은 기억은 사진작품 속에서 시간의 세세한 무늬로 되살아난다. 남광주역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한 남광주역 연작, 전주천을 배경으로 대상을 특유의 쓸쓸한 색채로 담아낸 전주천 연작이 대표적이다. 1999년 여름 한 지역신문에서 남광주역이 곧 철거된다는 기사를 접한 김지연 작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거쳐 온 것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사진임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풍경과 이야기를 담은 1부와 일상에 대한 사유가 돋보이는 2부로 나눠진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역사이자 동시대의 역사를 품고 있다. 컬러흑백 사진 59점과 산문 속 나의 모습은 작가의 젊은 시절을 물들였던 지독한 아픔, 그것을 알아준 친구의 믿음, 그 덕에 오늘의 그를 있게 해준 힘을 상징한다. 한편, 이번 이번 책 내용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남광주역 연작을 다룬 전시 남광주역, 마지막 풍경은 오는 8월 18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판소리의 미학을 학문 분야에서 다룰 때 가장 첫번째가 주요 용어들에 대한 조사와 정리, 분석 작업이다. 그러나 그간의 판소리 미학 연구는 이 문제를 간과한 채 이뤄져 왔다. 이러한 판소리 미학 연구의 문제점을 꿰뚫은 연구서가 출간됐다. 전북대 노복순 강의전담교수(국어국문학과)가 <소리판, 미학으로 공연을 읽다>를 펴냈다. 이 책은 공연예술로서의 판소리를 음악학과 공연학을 융복합적으로 연구해 소리판의 근본적인 미적 가치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쓰여진 책이다. 즉 판소리를 음악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공연학적 측면에서 소리판에 내재된 의미와 가치를 공연 미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판소리와 관련된 방대한 용어들을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분석하고 계열화층위화 했다는 점이다. 특히 광대 관련 용어는 신재효의 광대가에 나오는 4대 법례를 중심으로 관련용어를 구분했고, 고수 관련 용어는 북가락과 일고수이명창적 의미를 고법 관련 용어와 고수의 기능 및 역할에 관련된 용어로 나누어 살폈다. 또한, 청관중 관련용어로는 귀명창과 추임새 등을 중심으로 미적 측면과 공연학적인 측면에서의 용어를 계열화 하고 그 유기적 관계를 살펴 미학적 기초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축출된 중요 미학 용어를 공연자별로 나누어 해석하였으며 이를 다시 소리판의 공연 미학적 차원에서 조망했다. 또한 판소리 공연 미학 관련 용어들이 실제 판소리 공연 텍스트를 통해 어떻게 적용되어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소리와 아니리, 발림이 효과적으로 구현된 판소리 공연 텍스트를 채보공연보화 하여 음악학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그늘이면상호작용의 미학을 판소리 공연미학의 최상위 지평의 미학적 범주로 규정짓고, 소리판의 예술적 세계관을 해석해 내적 의미와 지향이 갖는 미적 가치를 규명하고 있다. 노복순 교수는 이 책은 판소리와 관련된 방대한 용어를 분석해 수록하고 있고, 소리판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연자들 사이의 긴밀한 유기적 관계, 판소리의 구조적 양식에 내재된 세계관 등을 공연 미학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연구자들뿐 아니라 판소리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 독자 역시 소리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시 밭을 가꾸려는 분들의 마음 속에 별과 꽃이 피는 사랑의 씨앗이기를 희망합니다. 전주 출신 김연주 아동문학가가 키워온 동심꽃이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으로 완성됐다. 최근 출간한 동시선집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기획출판 반딧불)에는 티 없이 맑은 어린이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뿍 담겨있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동심의 작은 씨앗들을 보듬을 수 있어 기쁘다며 동시를 쓸 때마다 친구가 되어준 자연과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김연주 아동문학가에게 어린이란, 동심 그 자체이자 해맑은 웃음과 상큼한 향이 나는 예쁜 꽃이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이 할머니 마음 밭이라는 손주의 이야기처럼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시어 구석구석 녹아있다. 책 곳곳을 수놓은 알록달록한 그림도 모두 저자가 직접 그렸다. 물수제비는 어디 갔을까?, 천사의 길, 연못이 웃어요,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 피아노 선풍기 등 총 5부로 나눈 이번 책에서는 70편의 동시를 만나볼 수 있다. 김연주 아동문학가는 1999년 <시와산문>에서 수필, 2017년 <소년문학>에서 동시로 등단했다. 제4회 작촌 신인문학상과 제8회 녹색수필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산문집 <마음밭에도 풀꽃을 심어>, 수필집 <세월이 바람처럼 흘렀다>, 동시집 <작은 꽃별들> 등이 있다.
변혁기나 전환기나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식민지라는 세상의 끝에서 무엇을 목격했을까. 그동안 신봉해왔던 성장과 발전 혹은 풍요가 자본의 식민화나 식민통치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걸 깨달았을까. 근대적 이성에 충실했던 식민통치 하의 지식인들은 지배국가의 침탈과 그 지배가 지속되리라 생각했을까. 자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추동해온 그들의 계몽적 이성과 합리주의가 현대에 들어와 설 곳을 잃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여기서 그 반대편에 서 있던 당대의 문제아나 반항자 혹은 분열증 환자, 허무주의적 부랑아들과 조우하게 된다. 이상은 문학계의 괴짜 아니 문제아였다. 二人1에서 감람산의 기독의 납치와 그의 설교 무대를 부수는 지배자를 폭력배 알 카보네로 풍자하며 황제의 초상이 새겨진 세속적 가치밖에 없는 화폐, 그 물질화된 세상의 전복을 시도한다. 그와 같은 시들을 발표하며 이상은 일제 지배권력과 충돌한다. 황제의 화폐가 주는 안락함과 안정성을 욕망하지 않을 때 세계와 불화를 일으킨다. 그는 자본화된 사회와 지속적으로 불화하는 동안 지각되는, 불가능할수록 더 갈구하는 이상적인 진실을 추구한다. 즉 지하생활자 같은 비정상적인 행동들, 서울 뒷골목에서의 방황, 반사회적인 부조리한 만화 그리기, 수업 사보타지, 특히 新婦복장 차림의 위장, 식별 불가능한 분열증적인 자화상, 총독부 말단 관리로 근무하면서 반체제적인 소설 <十二월 十二일>을 총독부 기관지에 발표하는 이중적인 활동, 폐결핵을 인류의 죄에 대한 천벌로 역이용한 발상은 비정상적인 시대에 대한 저항이요, 극심한 고뇌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보영은 이상의 방황과 분열증적인 자기파괴를 반체제적 저항 예술가의 정신적 발전의 과정으로 파악한다. 이상은 그 극단적인 상상력을 심화시켜 어떤 적극적이고 날카로운 발언을 담아낼 틀을 고안해낸다. 통사법이나 띄어쓰기 무시, 암호에 가까운 시어들, 초현실주의적 수법 등이 그것인데 일제의 가혹한 검열로 인하여 반체제적 저항시의 발표가 몹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보영 문학평론가의 <이상평전>은 일제의 조선 강점이라는 절박한 문제에 직면한 작가 이상의 실존적 고뇌에 대한 기록이다. 존재방식의 지각조차 불가능한 식민지적 삶의 탈출은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고뇌와 시련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보영은 식민지화된 문화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어떤 것인지 그의 생애와 시집과 소설과 산문들 및 자화상의 세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초현실주의적 또는 미래주의적인 기법, 기독교적 상상력과 조형적 상상력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창출한 이상을 식민지시대의 저항작가인 동시에 동아시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의 작품세계와 생애는 아직도 미스터리가 많다. 이상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한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다. * 이길상 시인은 2001년 전북일보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시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바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해양문학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제정된 제13회 해운문학상시상식이 4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전북일보사와 (주)국제해운이 주최하고 해운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며, 해양수산부한국문인협회, 전북예총이 후원한 해운문학상 시상식에는 수상자인 박종은(바다문학상), 홍성남(대상시 해름) 시인과 박일천(본상수필 소금 꽃) 수필가를 비롯해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전북일보 사장), 김남곤 해운문학상 운영위원장,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류희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임병찬 애향운동본부 총재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올해부터 전북일보사가 국제해운과 함께 해운문학상 주최로 이름을 올리며, 해운문학상이 발전하는 데 힘을 더하게 됐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훌륭한 문학상을 공동주최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해운문학상이 앞으로도 잘 개최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전북일보 사장)는 바다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해운문학상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다며 전북도민들께서도 바다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홍성남 시인은 해양수산부장관상과 상금 300만원, 순금 1냥(10돈), 본상을 받은 박일천 수필가는 상금 200만 원을 받았다. 홍성남 시인은 이제는 집중할 때와 멈출 때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면서 나에게는 해운문학상이 명품 같은 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4년 전에 해운문학상 사회자로 나섰던 박일천 수필가는 올해는 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맛봤다. 그는 문학적 소양이 높아서가 아니라 노력과 도전의 결실이라 생각한다며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응원이 된다면 앞으로도 묵묵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바다문학상을 수상한 박종은 시인은 해양수산부장관상과 순금 1냥을 받았다. 박 시인은 바라만 봐도 가슴 뛰는 바다, 우리는 그 바다를 품고 사랑해야 한다며 나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문학상은 바다의 날에 맞춰 바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문학상으로, 올해는 시 533편과 수필 172편 등 총 705편이 접수돼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참으로 늦게, 게으르게 걸어왔다. 늘 자신 없으므로 시달리며. 그러나 삶이여, 내가 얼마나 그대를 사랑했던가. 내 가슴을 세월의 날 선 칼들이 찢어발길 때 내가 맨몸의 치열함으로 마주 설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 아픔의 일회의 신선함들을 나는 그대에게 내보인다. 한국 시단에서 전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를 쓰는 시인 중 한 사람, 김정란 시인의 <다시 시작하는 나비>가 출판사 최측의농간을 통해 나왔다. 여성 시인으로서 한국 시단이라는 남성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에 하나의 당대적이고 지속적일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 단순히 한 명의 여성 시인이 아닌, 형이상학적 시의 투사라는 면모를 드러내며 치열한 존재 방황을 통한 존재에의 열망. 혹은 그것의 실패라는 결과물을 기록해놓았다는 점에서, 이 시집을 통한 작가의 등장은 하나의 파문과 다르지 않다. 당대 여성 시인들에게 공공연하게 강요되었던 바로 그 기대를 배반하고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그의 시집은 단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정란 시인은 1976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1998년 백상문화상 번역상, 2000년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 <매혹, 혹은 겹침>, <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 <스타카토 내 영혼>, <용연향>, <꽃의 신비>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회장 류희옥, 이하 전북문인협회)가 <전북문단> 제87호를 펴냈다. 이번 호는 전북문학관 문학강좌, 작고문인 재조명, 전북문학상 시상식 강연 등 세 가지 특집으로 채워졌다. 먼저 지난 2월 15일 전북문학관 문학강좌에서 열린 장명수 전 전북대학교 총장의 1900년대 문인들의 발자취 특강 내용을 정리했다. 815 해방, 625 사변, 516혁명 이후 문인들의 문학활동의 양상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이어 속울음의 시인 정렬이라는 제목으로 작고문인을 재조명했다. 1979년 시와의식으로 등단한 주봉구 작가가 농민시인, 민중시인, 전원시인, 속울음의 시인으로 불리는 정렬 시인의 작품세계를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전북문학대상 시상식에서 열린 김규화 시인의 하이퍼시에 대한 강연내용도 담았다. 전자하이퍼텍스트의 특성을 살리되 전자를 떠나 오직 종이 위에서만 쓰는, 하이퍼텍스트성이 있는 시에 대한 이야기다. 이밖에도 지난 1월 26일 전북문학관에서 열린 2019년 정기총회와 제30회 전북문학상 시상식 모습을 담은 사진을 비롯해 시, 시조, 수필, 동시, 동화, 소설, 평론 등 장르별 회원들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김대곤 전북문협 부회장은 권두언을 통해 자본이 이리저리 횡행하고 춤추는 현 시대 속에서 돈벌이도 되지 못하는 일인데도 우리 문인들은 밤을 새우며 힘들게 창작의 노동을 자청하며 글을 쓰고 있다면서 시대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인격을 수양하고 시대를 정화해 나가는 우리 전북문학인들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신아출판사(대표 서정환)가 해방 후 1946년부터 1970년까지의 표지, 목차, 판권을 확인한 잡지 75종일 엮어 <표지목차로 보는 전북지역잡지>를 출간했다. 전북은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아동잡지 <파랑새>를 창간한 지역이다. 김영만이 편집발행해 1946년 2월 전주에서 창간호를 낸 <파랑새>는 김해강, 신석정, 백양촌, 김목량, 김표, 신근, 손종진, 남궁령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후 1950년대 지역 문인들이 활발한 활동으로 수많은 동인지를 탄생시키며 전북에 문학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이번 책은 이러한 지역잡지에 관한 자료를 집대성한 최초의 자료로 출판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서지 사항에 대한 잡지 해제는 조선시대 완판본의 맥을 잇는 일로서 전라북도가 기록 문화의 산실임을 증명한다. 책의 구성은 전쟁기, 해방기, 1950년대, 1960년대 등 시기별로 나눴으며 끝 부분엔 연감 논문집을 추가했다. 교지, 연감, 논문집은 전라북도 잡지의 형성과정에 비춰볼 때 같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시대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전북지역 잡지 75종 117권을 엮어 기록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였다. 모든 전북 잡지를 섭렵하는 일부터 시작해 목록만 전하는 작품까지 찾아내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 작품 발굴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전북공론>, <남풍>, <전통>, <서원>, <국어문학>, <새벽>, <금강>, <농촌위생>, <병사월보> 등에 수록된 작품을 발굴해 세상에 빛을 보게 했다. 신아출판사 관계자는 이미 3년 전 발굴작업에 착수한 저자들은 이 책이 전북지역 뿐만 아니라 지역학 연구의 교두보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후속 작품으로는 해방 전과 일제강점기를 정리하는 1999년까지의 잡지 목록을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남북대립, 남남갈등의 이데올로기 독초를 뽑아내려는 간절한 노래들이 담긴 시집이 출간됐다. 임백령 시인의 시집 <사상으로 피는 꽃 이념으로 크는 나무가 어디 있더냐>. 우리나라 과거와 현재의 많은 역사적 문제를 낳았고 민족 내부 갈등의 원인이랄 수 있는 사상과 이념의 대립을 다룬 시집이다. 작가는 남한과 북한, 남한 내의 보수와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중립적 위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북한 동족을 포용하려는 시각과 함께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이나 집단의 태도를 신랄하게 질타한다. 그와 함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한 축을 이루는 동맹국 미국도 비판의 대상에 올리고 있다. 시인은 달라지지 않은 한반도의 역사가 조금이라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며 해묵은 사상과 이념의 대립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 땅의 무모한 집착과 관성에 맞서 거칠게 목소리를 높인다. 학살(虐殺), 분단(分斷), 외세(外勢), 이념(理念), 사족(蛇足)이라는 5부로 구성된 시집에서 시인의 생각을 담은 102편의 시가 오롯이 실렸다. 1부는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의 아픔을 담았다. 2부는 남북분단을 고수하려는 자들에 대한 냉소적인 어조와 동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관성적 태도에 대한 반성, 분단국가 동족으로서 근본적으로 가져야 할 시선 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꾸렸다. 3부는 남한의 맹방인 미국과 지도자, 무비판적인 우리 정치인에 대한 생각들을 모았다. 4부에서는 남한 내의 소모적인 이념 갈등과 사상의 충돌로 날을 세우는 두 집단을 바라보고, 5부에서는 앞서 실은 공세적 어조를 누그러뜨리는 형식의 시를 담아냈다. 작가는 현재 익산 남성여고에 재직중이며, 2016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불현듯 찾아온 더위가 한바탕 지나갔다. 겨우 구색만 갖춘 비가 내렸고, 날은 거짓말처럼 선선해졌다. 해 진 저녁이면 제법 쌀쌀맞기까지 하다. 뜨거운 더위가 바람을 잡아 둔 동안 잠깐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꽃을 구경하느라 꽃내음을 싣고 오는 것이 바람이라는 것. 까맣게 잊었다. 5월의 뜬금없는 더위에 한바탕 데이고 나니 바람이 전혀 사소하지 않게 되었다. 뜬금없이 날씨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가 있다. 김정경 시인 때문이다. <골목의 날씨>는 바람처럼 익숙해서 잊고 지냈던 시의 언어를 곱씹어보게 한다. 책을 덮고 새삼 막바지 봄바람을 맞았다. 반찬은 있나 / 아프모 차지 말고 / 아가, 하는 찬란하고 따뜻하고 먼 이국의 언어(멀고 따뜻하고 찬란한 중)를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시집을 다 읽은 독자에게는 하릴없이 지나가는 순간을 만들어주지만, 정작 시를 써 내려간 작가는 아주 바쁘지 않았을까? 시집을 쉼 없이 읽어 넘기는 내내 시인의 민첩하고 집요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반복적이면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시어들도 그런 기분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시선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마지막 작품 입춘에 도착했다. 시집의 끝에서 다시 시인의 시어들을 떠올리게 하는 입구로 돌아간 것 같았다. 보라는 백제 유적은 안 보고 / 엄마들만 구경했다 / (중략) / 미륵사로 돌 나르던 아빠들은 / 다 어디에 있나 (미륵사 뽕짝 뽕짝 중) 유적은 안 봤다는 시인은 이미 엄마들도, 백제의 아빠들도 다 보고 온 것 같았다. 계속해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늘 새로운 것들이다. 지나간 바람은 멈춰있는 나에게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하지만 시인의 시선은 다르다. 시인을 스치는 바람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를 지나, 어디로 가는지 세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인은 그 바람길의 잔상을 단어에 꾹꾹 눌러 담았다. 다섯 살 된 조카는 매미 허물을 모았다 // 공원에서 그것을 찾을 때가 /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 그날 우리가 함께 모은 허물을 모두 내게 주었다 (사랑 전문) 겹겹이 쌓이다 빈 껍데기가 된 허물이 사랑이 된다. 당신이 고개를 내밀어 바라본 시인의 골목과 날씨는 어떠했는지, 문득 다시 궁금해진다. *최아현 소설가는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공저로 <천년의 허기> 등이 있다. 현재는 꿈다락 일상의 작가 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수필문학회(회장 윤철)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를 열고 미래비전을 다시 세운다. 오는 6월 7일과 8일 이틀간 완주 대둔산관광호텔,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열리는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에서는 김추리 전북문협 수필분과위원장과 박은주 완주문협 회장을 비롯해 도내 13개 수필문학단체 회원 2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북수필가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박동수)는 지역서 숨 쉬며 창작활동하는 수필가들을 위한 자리로서 지역문화의 특성을 살린 대회로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회 1일차인 7일에는 <전북수필 제88호> 출판기념회와 함께 국악공연과 김종완 수필가의 삶과 표현- 삶으로 수필하기 주제 강연이 열린다. 특히, 오후 3시부터는 기념식을 열고 제32회 전북수필문학상 시상과 더불어 수필낭송, 문화자치 선언을 진행한다. 이튿날 참석자들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이동해 여원 공연시낭송 예술원의 문화공연과, 김영 김제예총 회장의 수필교실 다작? 되작?에 참여할 예정이다. 1979년 9월 8일 창립된 전북수필문학회는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수필가를 아우르는 대표 단체로서 20명의 회원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19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과 함께 창작활동에 힘쓰며 전북수필가협회의 기능을 대행하는 수필문단의 맏형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기춘(왼쪽)이용미 수필가 5년 이상 활동하고 1권 이상의 수필집을 발간한 회원 중 문학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해 선정하는 전북수필문학상도 올해로 32회를 맞았다. 전북수필문학회는 최근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회(위원장 김경희)를 열고 올해 수상자로 최기춘이용미 씨를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100만원의 창작지원금이 수여된다. 최기춘 수필가는 평생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다 늦깎이로 등단한 제게 무척 큰 상을 주셨다. 앞으로 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수필가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임실 출신으로 대한문학에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머슴들에게 영혼을>, <은발의 단상> 등이 있다. 향토색 짙은 문학적 역량을 발휘하며 전북수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 이용미 수필가는 기쁘고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부족한 제 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진안 출신으로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행촌수필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수필과 비평 회장, 진안문학 부회장을 맡아 전북의 문학성을 높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데 솔선수범하고 있다. 저서로는 <창밖의 여자>, <물위에 쓴 편지> 등이 있다. 한편, 전북수필문학회는 수필을 생활문학으로서 더 대중화할 수 있도록 농어촌지역을 순회하는 수필교실을 개설, 완주부안진안지역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기성 수필가들의 창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수방안도 함께 모색 중이다.
제23회 전북고교생백일장 운문부 장원은 김신정(전주한일고), 산문부 장원은 정유진(이일여고) 학생이 각각 차지했다. (재)목정문화재단(대표이사 김홍식)이 주최, (사)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회장 류희옥)가 주관하고 전북교육청이 후원해 지난 25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번 백일장에는 도내 25개교 350여 명이 참여했다. 백일장 글제는 원(圓), 효(孝)로 진행됐다. 100만 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이 주어지는 우수학교상에는 전주한일고와 호남제일고가 선정됐다. 전북고교생백일장은 전북지역 청소년 중 문화예술 분야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대회로, 총 상금이 1000여 만원에 이르는 대회다.
청춘이 되고픈 동기동창 네 남자, 공연 시낭송가 곽재기이선희이행욱최락원 씨가 모여 고희 잔치를 벌인다. (사)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이 25일 오후 4시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여는 청춘 콘서트 70, 당신 멋져. 어디를 봐도 연초록 웃음소리만 짙어지는 계절입니다. 조금은 설레임으로, 조금은 멋져 보이려고 같은 취미 생활을 하다, 지금은 공연 시 낭송가로 활동하는 4명의 친구들이 칠순이라는 간이역에서 청춘콘서트를 엽니다. 이날 청춘콘서트에는 네 사람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시낭송공연을 하는 동료들이 우정 출연해 의미를 더한다. 청춘 콘서트를 기획연출한 유미숙 지도교수는 네 사람은 한결같음으로 우정을 이어오고 있으며, 시와 낭송이라는 우아함으로 우정을 기품있게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전형적인 모범 어른이다며 이번 공연은 전국 유일의 청춘단 고희기념 시낭송 공연으로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우석대 천호준 교수의 주도 아래 세계 태권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고(故)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김운용: 태권도를 세우고 세계를 호령하다>(대한미디어 刊)가 출간됐다. 천호준 우석대 스포츠지도학과장과 서완석서성원 태권도 전문기자가 공저한 신간은 국제 스포츠 계의 큰 별인 김운용 총재가 태권도의 세계화를 녹록지 않았던 역정의 시간을 촘촘하게 담아냈다. 특히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의 뒷이야기와 동양인 최초로 IOC 위원장 도전했던 과정과 낙선, 그리고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기까지의 족적을 자료를 토대로 정리했다. 또 책은 태권도와 관련한 산고, 곡심, 가족, 인연, 관계, 리더십 등 총 여섯 테마로 나눠 김운용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의 삶을 통해 성공과 실패, 교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천호준 교수는 평생을 태권도 세계화와 한국 체육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신 고인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저술에 참여했다며 신간<김운용>은 그의 위대한 삶자취와 성공과 실패, 교훈을 모두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석대는 스포츠기억문화연구소(소장 천호준)를 통해 스포츠 현장의 기억을 채집하고 구술을 기록하는 DB 구축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전북문학관에서 열린 인문학강좌와 작가와의 만남 등 64회의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전북문학관(관장 류희옥)은 2018 전북문학관 아카데미 강연집 <인문학의 향기>를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매주 연속강의를 통해 지난해 도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동양 인문 고전, 현대시 읽기, 청소년 인문학클래스,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 읽기, 그리스 신화 읽기 등을 돌아보기 쉽게 정리했다. 도내 문인 16명이 참여한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서 다룬 내용도 담겼다. 아동문학, 시 창작 원리, 수필 창작, 전북 근대문학, 혼불 작가 최명희, 풍수지리, 문화콘텐츠와 저작권 등 인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강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류희옥 전북문학관장은 발간사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재능을 기부해 열정적인 강의를 해 주신 강사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많은 분들이 이 강의집을 읽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인문학이 우리 가슴속에서 무르익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작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원석을 갈고 닦으면 보석이 되는 것처럼 수많은 낮과 밤을 고뇌하면서 창작할 때 진정한 작품 하나가 탄생합니다. 졸업 50주년을 맞은 전주교육대학교 6회 동창생 여섯 명이 뜻을 모아 <여섯 校友의 文香>을 펴냈다. 시를 짓는 정성수이준관최남호 시인, 수필을 쓰는 김덕남박광안최동민 수필가가 그 주인공. 이 책 1부에서 3부까지는 정성수이준관최남호 시인의 시를 각각 30편씩 묶었고, 4부에서 6부까지는 김덕남박광안최동민 수필가의 수필을 엮었다. 같은 대학 선배인 김동수 미당문학회장은 표지 글을 통해 전주교육대학교는 전주 서학동 남고산 기슭 황학이 깃을 펴고 내려앉은 명당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 출신 중에는 유독 문인 재사들이 많다며 진지하게 탐구하고 성실하게 사색해 한국문학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이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또 대학 후배인 유광찬 전 전주교대 총장은 이번에 출간된 <여섯 校友의 文香>이 즐거울 때나 어려운 일을 겪을 때도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안겨주는 책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출간 축하의 말을 전했다.
소아과 전문의 이하성 박사와 이형숙씨 부부가 세 번째 여행기를 펴냈다. 2009년 펴낸 1권 <여행에 미친 닥터부부>와 2012년 미지의 세계를 담은 닥터 부부의 여행기 2권에 이은 3번째 이야기. 부부가 펴낸 책 3권 속에는 독자들이 책만 펼쳐도 직접 여행한 듯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부부가 직접 찍은 사진은 물론, 부부가 밟은 골목길 하나까지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삶을 깊이 조명한다. 2009년 나온 1권은 남극부터 중국의 운난성, 에콰드로의 갈라파고스, 터키, 쿠바와 도미니카 공화국 등 카리브해의 나라들까지. 부부는 오지를 찾을 때마다 가져간 의약품과 의술로 환자들을 보살펴 주어 언어가 다르고 생활방식 사고방식이 달라도 훈훈한 인간의 정을 맛볼 수 있다는 것과 가족 위주로 식구들과 함께 하는 만남이어서 조금은 특별한 면을 볼 수 있다. 3년여만에 펴낸 2권에서는 상인이나 순례자, 유목민들의 희로애락을 수놓고 다녔던 바로 그 길. 실크로드와 54개의 종족이 모여 사는 나라 베트남, 하늘하늘한 바지에 제스민 신발을 신고 카펫을 타고 훨훨 날아다닐 것 같은 터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나라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1편에 이어 유라시아와 아시아 구석구석이 소개돼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3권에는 네팔과 티베트, 페루, 파타고니아, 탄자니아 등 세계 속 산의 세계를 담아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남편과 연세대 간호학과 출신의 아내는 여행하면서도 의료봉사활동을 펼친다. 그렇기에 이들 부부의 여행기는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세계를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부가 직접 보며 찍은 사진과 여행 중 그리고 여행 전후에 빼곡히 조사해서 채운 생생한 지식으로 가득 차 있어 오지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된다. 이하성 박사는 오랜 기간 오지를 여행하며 느꼈던 신기한 경험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고인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을 다룬 실록정치소설이 출간됐다. 서주원 작가가 쓴 실록정치소설 <봉하노송의 절명 1>이 그것. 노 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을 그린 이 소설은 전체 3권 가운데 1권으로, 봉하노송이 부엉이바위에 오르기까지의 고뇌와 우리에게 남기려 했던 정신을 담고 있다. 소설 속의 현재는 2009년 5월 22일 해질 무렵부터 다음 날 동틀 무렵까지로, 이번 1권은 밤 11시 무렵까지만 다룬다. 인간 노무현을 알 수 있는 방대한 실증자료와 인터뷰를 토대로 했다. 이 소설의 미덕을 꼽자면, 故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는 데 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충격적인 죽음에 억울하다, 그립다, 보고 싶다는 감정이 여전하다. 작가는 이런 마음을 소홀히 하지 않고, 그와 작별하는 방법을 고안해 왔고 첫 결실로 이 책, <봉하노송의 절명> 1권을 엮었다. 작가는 소설이란 가상의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소설 속에서는 그를 봉하마을의 늙은 소나무란 뜻인 봉하노송(烽下老松)이라 부른다. 봉하노송이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부엉이 울음소리를 독자들도 듣게 한다. 마치 주술사의 요령 소리처럼 부엉이가 울면, 담배 한 개비에 라이터 불을 붙이는 봉하노송의 담담한 심경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가는 그렇게 독자들을 봉하노송이 되게 한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에 대해 더는 궁금한 게 없다는 것이 아닐까. 고 노무현 대통령에 관해 나온 수많은 책과 기사로도 궁금함이 풀리겠지만, 언제든 털털하게 웃던 그를 직접 마주하며 말을 건네고 싶고 시원시원한 그의 대답을 듣고 싶다는 미련은 누구에게나 있다. 작가는 그래서 소설을 구상했고 하룻밤 동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잠시라도 머물렀을 만한 것들을 뒤지고 찾아 상상했다. 작가는 마음먹은 대로 글을 쓸 수 없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에 집필이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정작 평범한 사람, 노무현을 마주하고 싶어 했기에 자신의 작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작가는 말한다. 먼 훗날 새로운 작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룰 것이다. 그 작가는 서거 10년째에 나온 이 소설 <봉하노송의 절명>을 무척 고마워할 것이라고. 털털하게 웃는 그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고. 서주원 작가는 부안 위도에서 태어나 상산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방송작가로도 활동했으며 노무현 리더십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1993년 작가의 고향 위도에서 있었던 서해훼리호 참사를 다룬 장편소설 봉기를 3권까지 엮어냈고, 작가 본인이 실제로 행동하며 참여했던 2003년 부안반핵운동을 다룬 봉기 4~7권을 집필 중이다. 동학농민혁명의 고장인 부안을 무대로 거대한 문학의 탑을 쌓아 나가고 있다.
이용미 수필가가 말하는 지난 세월은 수를 놓을 때 같은 평온함과 회전그네를 탈 때 같은 어지럼증이 교차하는 고만고만한 삶이었다. 눈 깜짝할 새 지나버린 그 시간 속엔 남편이 있었고, 노상 투덜대며 투정 부리더라도 돌아서면 늘 짠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게 남편에 대한 애정과 세상살이에 대한 소회를 담은 세 번째 수필집 <물위에 쓴 편지>(수필과비평사)가 완성됐다. 이 책은 지난달 고희(古稀)를 맞은 남편에게 주는 축하선물이기도 하다. 물 위에 쓴 편지, 애먼 어깨, 매실과 아버지, 곤장 몇 대를 맞아야 할까, 진안, 진안 등 총 5부로 구성된 이 수필집에는 28편의 수필이 실렸다. 2부 애먼 어깨에 실린 물 위의 편지편에는 금자와 금석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도 고향도 몰랐던 금자가 한 부부와 인연이 돼 같이 살게 되면서 친구 금석을 만나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그들의 집은 거실 한쪽 둥근 도자기 어항. 친구를 잃고 어항을 버린 금자가 물 위에 남긴 편지를 읽노라면 어느새 마음 한 편이 먹먹해진다. 자신의 고향인 진안에 담긴 보물 같은 이야기도 소개한다. 마이산과 일월오봉도, 역고드름, 홍삼스파, 탑영제와 사양제, 수선루와 영모정, 이산묘, 황단제, 천황사, 용담향교 등 문화관광해설사로서 자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유인실 문학평론가는 이용미의 수필에 대해 이용미의 수필에는 가족과 이웃,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내야 하는 스스로의 연민에 숨을 불어넣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사랑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풍경처럼 존재한다고 평했다. 저자 이용미 씨는 2002년 수필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수필집 <그 사람>, <창밖의 여자> 등을 썼으며 행촌수필문학상, 진안문학상, 전북예술상(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행촌수필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과 전북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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