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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작가, 단편소설 ‘오래된 크리스마스’

이 소설은 내가 태어난 진안을 배경으로 썼습니다. 천변을 따라 들어선 오래된 가게인 양조장, 장시계점과 쌍다리 다방 같은 곳들. 지금 이 순간 다시 읍내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그때 헤어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고요한 작가가 단편소설 오래된 크리스마스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 과거의 사랑, 그리고 또 새롭게 시작될지도 모를 그런 사랑. 주요 등장인물은 마흔을 앞둔 주인공 은석, 크리스마스에 은석과 맞선을 본 이름 모를 여자, 은석의 첫사랑 요안나, 요안나와 결혼한 은석의 친구 우영. 세상에 내려놓지 못할 건 없어요. 사랑했던 남자를 잊기 위해 페루의 마추픽추에 갔다며 주인공 은석에게 건네는 맞선녀의 이 말은 꽤 긴 여운을 남긴다. 맞선의 공간이자 재회의 공간인 진안 마이산 돌탑 아래, 과연 은석은 옛 사랑 요안나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맞선녀는 내려놓음을 통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됐지만, 은석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작가는 진안에는 어머니가 살고 계시다. 소설집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어머니와 시간을 보냈다며 오랜만에 돌아온 시골집이 평온했다고 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처음으로 소설 속에 끼워 넣었다고 했다. 이 소설에 실린 사랑 이야기는 아마도 작가의 그것과 닮았을지도. 이서안 소설가는 리뷰를 통해 오랜 시간 속에서도 만남과 헤어짐의 애틋한 서정성은 사랑의 본질로 치달아 지금까지 계속된다며 마이산 돌탑과 마추픽추를 병렬해 사랑의 단면을 호소력 있게 보여준다고 했다. 이 소설 오래된 크리스마스는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소설가 다섯 명의 작품과 함께 <나, 거기 살아>(문학나무)로 엮어졌다. 강이라문서정박지음이서안정정화 작가가 각각 아름답고 낯선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고요한 작가는 진안에서 태어났으며, 원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배웠다. 지난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미국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에 그의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됐다. 부지런히 작품을 준비해 내년에는 단편소설집을 펴낼 계획이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30 16:12

이수홍 다섯번째 수필집 '글읽는 산수유'

지난 2008년 <노래하는 산수유 꽃>를 시작으로 2~4년마다 산수유를 제목에 넣어 수필집을 만들어왔던 이수홍 작가가 다섯 번째 이야기를 펴냈다. 이번 책 이름에도 역시 산수유가 들어갔다. 4년 전 글쓰는 산수유가 <글 읽는 산수유>(도서출판 북매니저)로 돌아왔다. 이수홍 작가는 1937년 전남 구례산동에서 태어나 전북경찰 경정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2007년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해 이듬해부터 10여년에 걸쳐 다섯 권의 수필집을 썼다. 그가 책에서 빠지면 서운할 존재가 돼버린 산수유의 유래를 찾아가보니 이번 책에 실린 글 중 구례산동산수유 꽃 축제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일원에서는 봄이면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리는데 매년 참석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2013년 축제 때에는 산동산수유문학회를 결성해 회장을 맡기도 했다고. 동인지 <산동산수유문학>을 발간하고 인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을 열어 상장과 상금을 듬뿍 줬다. 고향 벗들과 초등학교 동창회를 만들어 축제 때마다 동창회를 열다보니 으레 고향을 생각하면 산수유를 빼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산수유의 사전적 의미와 생김새와 특성, 관련 애화와 노래를 소개하기도 했다. 고향의 자랑이자 얼굴인 특산물을 널리 알리고 지역 후배들을 격려하는 마음이 모여 지리산 정기를 닮은 산수유처럼 전국에 전해진다. 이밖에도 손주가 쓴 편지와 그림 선물, 결혼기념일의 추억, 경찰공무원 재직시절 일화, 전북도립국악원 국악 공부일기, 가족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글이 오랜 시간 쌓여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30 16:12

순창 출신 정재영 시인, 세번째 시집 '탁란' 펴내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시인은 손에서 책을 놓은 청소년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청소년들이 문학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세상을 글로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주 한일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인 정재영 시인의 세 번 째 시집 <탁란>이 출간됐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지만 청소년들과 늘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청소년들이야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희망의 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담담한 어조와 섬세한 서정이 잘 나타나있다. 더불어 역사를 인식하는 날카로운 자세가 자신의 경험과 맞물리기도 한다. 그의 시 꿈이 없는 청춘에게와 고삼풍경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아파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연민과 따뜻한 위로가 담겨있다. 청춘과 바람, 그리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인은 삶을 그리고 있다. 순창 출신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1993년 등단한 정 시인은 <물이 얼면 소리를 잃는대>와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을 펴냈다. 현재 전주문인협회 편집국장, 국제펜문학 전북위원회 사무국장, 전북시인협회 편집위원 등 전북 문학의 발전을 위해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문화의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북문학관에서 지역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개설, 청소년에게 문학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 문집> 2권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전북에 청소년 복합 복지관을 만들어 이들이 언제든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전북을 빛낼 인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 여정에 국어교사와 시인으로서 함께 하며 문학의 힘을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30 15:59

[신간] ‘21세기 김정호’ 신정일의 ‘新택리지’ 시리즈 출간

21세기의 김정호라 불리는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도보답사기 <신정일의 신 택리지>(쌤앤파커스) 시리즈가 출간됐다. 서울 편을 시작으로 경기, 전라, 북한, 제주 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인문서라는 제목에 걸맞게 신정일 씨가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걸으며 완성했다. 앞서 우리 땅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소개한 두 발로 만나는 우리땅 이야기 시리즈의 서울경기전라도 편에 이어 북한과 제주편을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한 것. 멋과 맛의 고장 전라도편에서는 한반도의 서남해안에 자리잡아 삼한시대 마한의 땅이었으며 삼국시대 백제영토로서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금강과 섬진강, 그리고 영산강, 만경강, 탐진강 등 크고 작은 강이 모여 비옥한 평야를 일궈냈으며 덕유산, 지리산, 내장산, 무등산, 월출산 등 국립공원이 많이 들어서 있어 국토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썼다. 특히,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북한편에서는 한반도 전역에 대한 균형감 있는 인문지리학적 통찰을 준다. 조선왕조의 꿈을 품은 함경도부터, 조선 팔도중 제일가는 인심을 자랑하는 평안도, 단군이 도읍을 정한 구월산이 있는 황해도, 금강산을 품은 평화의 땅 강원도 북부까지 북한의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이번 책을 한장씩 넘기다보면 마치 입담 좋은 해설사와 함께 한 걸음씩 내딛으며 답사하는 느낌을 준다.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놓쳐버릴 수 있는 지형과 지세, 각 지역에 얽힌 역사적 사건과 인물은 물론 지역의 설화와 지명의 유래까지 골고루 녹여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김용택 시인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 그가 다음을 강 길을 걷더니, 이제는 아예 우리나라 전 국토를 이 잡듯 뒤지며 걷고 또 걷는다며 신정일이야말로 현대판 김정호라고 말했다. 김지하 시인도 이 책은 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는 자기 발이 도달한 산천 도처에서, 금강의 여러 구비에서 울고 웃는다. 나는 그를 발로 쓰는 민족사상가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했다.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의 이사장인 신정일 씨는 도보답사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중반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고자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했다. 수십여 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걸어온 이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오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23 17:0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 문학의 메카, 전북] ⑪ 석정 이정직, 시서화(詩書畵)에 두루 능했던 최고 수준의 대문호

벼루 열어 구슬이슬 기울이니(開硯傾珠露) / 푸른 연이 곧 그림스승일세.(靑蓮卽畵師) / 치장을 없앤 천연함 있어야(天然去雕飾) / 진실로 잘 그려진 시라네.(正是寫眞詩), 사람들은 실제 매화가 좋다 말하지만(人道眞梅好) / 나는 매화그림을 더욱 좋아한다네.(吾憐畵更好) / 세속 높이 초월함 이미 조촐하여(高標看已潔) / 용모 감쇠하는 때가 없어라.(未有減容時)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 1841-1910)은 구한말의 인물로서 시서화(詩書畵)에 능한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예술가요, 실학자였다. 시서화뿐 아니라 천문, 지리, 의학, 수학 등에 두루두루 통달한 유학자, 통유(通儒)라 부를 수 있는 선비였다. 위 두 수의 시는 제화시(題畵詩)로서 연(蓮)과 매화의 그림에 어울려 쓴 시이다. 석정은 시론시(詩論詩), 교유시(交遊詩), 사경시(寫景詩) 등 여러 종류의 시를 많이 남겼는데, 시서화에 능통한 석정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제화시라 할 수 있다. 연(蓮)을 읊은 첫 수에서 그림의 대상 연과 그림을 그리는 자신이 주객일여의 세계로 하나가 되고, 그림이 시가 되고 시가 그림이 되는 시화일체의 경지를 보여준다. 자연 그대로의 청련 자체가 내 그림의 스승이요, 내 마음세계를 담아낸 진경의 시가 되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아울러 석정은 실제 매화보다 매화그림이 더욱 사랑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문인화 속에는 작가의 고매한 정신이 깃들어 있고, 또 그래야 함을 말한 것이다. 시서화 삼절의 높은 경지를 이룬 석정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석정 이정직은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근대계몽기에 활동한 문인으로서, 매천 황현(1855-1910), 해학 이기(1848-1909)와 더불어 호남삼걸로 불리었다. 석정은 칸트와 베이컨 철학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였는데, 1973년 철학자 박종홍이 석정을 서양철학 연구의 선구자라 평가하기까지 그는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에 대한 활발한 연구는 2002년 김제문화원에서 『석정이정직유고』 국역본을 펴냄으로써 이루어진다. 단행본으로 구사회의 『근대계몽기 석정 이정직의 문예이론 연구』(2013)가 발행되는 등 현재 석정을 연구 대상으로 한 단일 논문만 해도 100여 편에 이르고 있으니, 석정은 이제 조선말기의 대문호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구사회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학문과 예술 두 영역을 두루 겸비한 인물은 거의 없다 하면서, 두루 겸비한 인물로 추사 김정희와 석정 이정직을 들고 있다. 석정의 학문과 예술의 경지는 오랜 세월에 걸친 부단한 학습과 끊임없는 연마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는 선천적 재능보다 후천적 학습을 중시하였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부친 이계환이다. 가난한 살림에도 석정의 교육에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부친은 단계적인 교육을 실행하였으며, 한 스승에게만 맡기지 않고 여러 스승을 통해 공부하도록 주선하였다. 석정의 서화(書畵) 역시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측되나, 여러 자료를 놓고 보면 그의 예술적 성과는 결국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여겨진다. 석정은 글씨와 그림에 대해 특정 스승을 사숙하지 않고 서첩이나 화본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여 터득하였기 때문이다. 1868년 28세의 석정은 중국의 연경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이는 그로 하여금 외래 문물을 익히고 자신만의 학문과 예술을 정립케 하는 데 한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석정은 전주 남문에서 한약방을 수년간 운영하기도 하였는데, 1894년 4월에는 동학농민전쟁으로 전주성이 함락되면서 화재로 모든 재산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틈틈이 지어두었던 10여 질의 시문집도 모두 불에 타 소실되었다. 이후 그는 고향인 김제로 돌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 연구와 예술 창작에 심혈을 쏟는다. 그의 모든 원고들이 사라졌을 때 그는 대단히 낙담하였으나, 절망하지 않고 다시 분발하여 세상을 떠난 1910년 11월까지 1300여 수의 시와 300여 편의 문장을 남겼다. 오늘날의 문집 초고본인 『연석산방미정고(燕石山房未定藁)』를 비롯하여 『시경일과(詩經日課)』, 『시학증해(詩學證解)』, 『간오정선(刊誤精選)』 등 10여 종 이상의 저서가 전해오고 있다. 이정직의 글은 문(文), 사(史), 철(哲) 및 경세(經世) 전반에 관련되어 있지만, 특히 문학담론적 글의 비중이 크다. 시문이 밥이라면 글씨는 떡과 같다.라고 스스로 밝혔듯이, 그는 서화보다 시문에 더 치중했음을 알 수 있다. 석정의 시작(詩作)은 많은 시회(詩會)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친목을 다지고 후진을 양성하는 시회는 그의 삶의 일상이었다. 지인과 정을 나누는 교유시와 지인을 만나러 가는 도중에 쓴 사경시 한 편씩 들어본다. 지난날 내 만나지 못해서는 / 그리움에 부질없이 넋을 잃었지. / 나아가 산 누각에 이른 후에는 / 마주 앉아 도리어 말이 없네.(舟村書室), 주촌은 구례에 있는 지명이다. 당시 매천 황현은 구례에 거주하였는데, 석정은 1895년과 1897년 사이 몇 차례 구례를 방문하여 황현과 이기 등 지인들을 만난 바 있다. 그리움에 넋을 잃을 정도라고 표현해놓고는 막상 만나서는 서로 말을 잃고 있으니, 상봉의 감격과 그 이심전심의 기쁨이 절로 전해온다. 빈 강에 수많은 겹겹의 바위 / 치고 부딪혀 절로 요란하네. / 바위는 모두 거울처럼 평평하여 / 한 올 머리카락 흔적도 자세히 아네.(過龍江村) 용강촌을 지나다 바라본 강가의 바위를 읊은 시다. 빈 강에 겹겹이 놓여 있는 바위들이 물살에 부대끼고 부딪혀 소리가 요란하나, 그 덕분에 바위는 거울처럼 평평해졌고,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다 보일 정도로 맑아졌다는 것이다. 수많은 단련의 과정을 거쳐 평담(平淡)의 경지에 도달한 시적 자아의 내면세계가 강물 속의 바위를 통해 전해온다. 석정 시의 특징은 회화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시(詩)와 화(畵) 모두에 뛰어난 그였기에 시경(詩境)과 화경(畵境)의 혼융은 당연한 결과로 여겨진다. 석정은 천성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시를 좋아하였다. 하지만 시의 높은 경지에 도달하려면 천성이라는 타고난 품성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선천적 능력보다 끊임없이 갈고 닦는 후천적 학습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 역사적 사례를 당나라 두보(712-770)에서 찾았다. 천성이 우수한 자는 그 천성만을 믿고서 학식에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습니다. 이백이 이런 경우입니다. 학식이 우수한 자로 이치에 통달하고 마침내 천성을 따라잡은 것은 두보입니다. 석정은 조화롭고 이상적인 문장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견식(見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견식이 지극하면 문장의 법을 지키면서도 재능을 활용하지 않음이 없고, 고문(古文)을 추구하면서도 솜씨를 맘껏 펼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극한 견식이란 옛 성현의 정신이 담긴 경전을 익히고 배워서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안목을 갖춘 높은 견식을 말한다. 공자께서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은 식(識)을 이룬 것이다. 그러므로 식을 이루고 싶은 사람은 먼저 그 마음을 길러야 한다. 또한 석정은 다수의 시론시(詩論詩)를 남겼는데, 시란 무엇인가라는 본질론,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라는 창작론, 시인과 작품에 대한 비평론, 자신의 시적 취향과 시벽(詩癖) 등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다음은 희위이십사절구의 22수이다. 풍아(風雅)의 충만함이 바로 시경(詩境)이거니 / 오랜 세월 오르내린 명가(名家)는 몇몇인가. / 벌꿀이 그처럼 달콤한지 알려면 / 많은 꽃들을 열심히 채취해봐야 하리. 석정은 시의 이론화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다. 후학들이나 제자들에게 시를 가르치는 학자로서의 현실적인 필요성이 작용하여 찬술한 저서가 『간오정선』이다. 이 책은 원나라 방회와 청나라 기윤의 비평 저서에서 490여 수를 선별하고, 방회와 기윤의 비평과 견해를 달리하는 110여 곳에 자신의 비평을 덧붙인 시학이론서요, 비평의 비평서다. 무릇 시를 지음에 있어 화려함은 장년기에 이루어지고 정밀함은 노년에 이루어지니, 화려함은 기가 충만한 데서 생기고 정밀함은 법이 완숙한 데서 나오는 것이다.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19.10.23 16:49

시를 통해 더욱 ‘활활’해지는 세상 꿈꾸다

오늘 여기, 우리의 삶과 생각들을 쓰고 또 쓰는 것. 시가 태어나는 자리는 바로 이곳입니다. 정우영 시인이 등단 30주년을 맞아 시평에세이집 <시에 기대다>(문학들)를 펴냈다. 책의 제목과 같은 표제작은 없지만, 그가 시에 기댄다는 것은 삶에 기댄다는 말과 다르지 않겠다. 정 시인은 시집들을 열심히 읽고 시를 통해 아픔을 이기고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그러한 체험의 고백록이다. 아마도 내 독법이 모자라고 시야가 좁아서 그렇겠지만, 요즘 들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시집들이 많아졌다. 모호함이 아니라, 이해 불가를 담고 있다. (중략) 시인들은 이제 시공간을 해체하고 싶은 것일까. 이들의 시에서는 역사도 삶도, 심지어는 인간마저 무시된다.- 반갑고도 귀해라, 이처럼 지순한 서정은 중. 이 책은 희로애락하고 천변만화하는 인간의 삶을 노래하며 기록하는 것이 시요, 그러한 시로 인해 세상이 더욱 활활(活活)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정 시인은 책을 펴내며 시집이 제 가방이나 손에서 떠난 적 거의 없었으니 시와 사귀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시를 통해 아픔을 가라앉혔으며 다른 세상들을 발견하곤 했다며 이 시인들과 함께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정 시인은 그가 교감하는 시인들 중 박승민박형권송태웅장철문 등 독자적인 성취를 이뤘으나 세간의 관심에서는 다소간 비켜난 시대의 증언자들을 이 책에 불러모았다. 제1부 다감한 것들의 기척, 제2부 시의 첫 마음, 제3부 좌절과 성찰의 시, 제4부 무중력과 중력 사이 등 4부 448쪽으로 구성됐다. 임실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지난 1989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집이 떠나갔다>, <살구꽃 그림자>, <활에 기대다>와 시평에세이 <이 갸륵한 시들의 속삭임>, <시는 벅차다>가 있다. 정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신동엽학회장과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23 16:44

어린이에겐 동심을, 어른에겐 추억을

문학소녀로 자라 끝내 한 우물을 판 작가, 박갑순 시인이 동시집 <아빠가 배달돼요>(북매니저)를 펴냈다. 박 시인이 시를 쓰고, 그의 딸 유예림 씨가 그림을 그렸다. 엄마와 딸이 함께 만든 이 동시집에는 어른스러움, 능청스러움, 아이다움 그리고 가족사랑이 하나하나의 작품들에 그득 담겨있다. 우리 아빠는 / 아침부터 저녁까지 / 남의 집에 / 크고 작은 물건들을 / 날라주는 일을 해요 // 종일 기다려도 / 우리 집에 오는 물건은 없고 / 깜깜한 밤에 / 다리 아파 끙끙대는 아빠만 와요 //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 양손에 맛있는 치킨을 들고 / 뚜벅뚜벅 / 아빠가 배달돼요 -아빠 월급날 전문. 동시집은 제1장 아직 생각이 여물지 않았어요, 제2장 어제도 오늘도, 제3장 공부는 못하지만, 제4장 나는 할머니의 똥강아지 등 4장에 걸쳐 122쪽으로 구성됐다. 박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힘차게 뛰노는 그들이 깔깔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푸른 하늘에 쏟아내는 말들이 가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그들이 들려주는 해맑고 순진한 시를 마음의 종이에 열심히 적었다고 했다. 박방희 아동문학가는 두 번이나 암을 앓으며 투병기까지 낸 시인의 동시집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상처받지 않은 동심으로 가득 찬 작품집이다. 깜찍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번뜩인다고 평했다. 부안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지난 1998년 <자유문학>과 2005년 <수필과비평>을 통해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투병기 <민머리에 그린 꽃핀>이 있다. 전주에서 발행되는 월간 <소년문학> 편집장으로 오랫동안 일했으며, 한국문인협회한국여성문학인협회전북문인협회부안문인협회광명문인협회 회원, 순수필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23 16:44

[신간] 정가(正歌) 세상으로 본 미래의 창

국내 시조창의 큰 어른, 지봉 임산본 선생이 20여년 전 쓴 <지봉 임산본 정가 창론집>의 증보판이 나왔다. 신아출판사에서 펴낸 <정가세상으로 본 미래의창-지봉 임산본 창론 재해석>이다. 이번 책은 임산본 선생의 아들인 임환 전북도민일보 사장이 현대 흐름에 맞춰 선친의 창론을 재해석한 것이다. 전통음악과 정가시조창의 저변 확대에 대한 기원도 함께 담았다. 지봉 임산본 선생은 완제 시조창을 중심으로 국내 시조계를 이끌어온 명창이다. 지난해 11월 숙환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일평생을 정가에 바치며 국내 전통음악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1998년에는 시조를 시작한 지 50여년을 맞아 우리 전통음악과 시조 정악(正樂), 시조창 음위(音位), 12가사의 박자, 성음의 원리, 오음법을 자세히 수록한 <정가창론집>을 출간했다. 정가창법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담아 후학들에게 도움을 준 만큼 이 책을 보다 널리 알리고 출간 20년이 지나 현대인의 기호에 맞춰 쉽게 풀어써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증보판은 일반인을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정가와 시조창의 개념을 쉽고 상세하게 정리했다. 교과서 형식으로 구성했으며 한 권의 책에서 시조의 역사와 종류, 창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구악보와 신악보를 함께 수록해 현대화된 음계를 한 눈에 살펴보게 했다. 저자인 임환 씨는 완주군 구이면 출신으로 전주영생고를 졸업한 후 서울추계예술대학에서 문화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어려서부터 선친의 모습을 보고 자라며 정가에 대한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가보존회 부이사장을 맡아 정가의 저변확대를 위한 전국정가경창대회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객원교수, 전북예술총연합회 특별자문위원, 전북문화재단 이사, 문화예술학회 기획이사, 전북국악협회 고문, 전북시조명인회 고문, 전주인재육성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책 출판을 축하하는 정가 대공연이 25일 오후 6시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책 출판기념식에 이어 김경배, 김영기, 문현, 양장열, 임환, 김병오, 이선수, 김금파, 안충자, 정혜숙 씨가 무대에 올라 남창가곡 태평가를 합창한다. 각시조, 사설시조, 엮음질음, 시창 등 정가의 참맛을 일깨워줄 무대를 2부로 나눠 펼친다. 권병로 정가보존회 이사장은 소리의 고장으로서 면모를 갖춘 이번 공연은 정가인들의 자긍심이자 긍지를 느끼게 할 것이라며 평소 정가를 생명처럼 여기시던 지봉 임산본 선생님의 정가창론집을 증보판해 더욱 뜻깊은 날이라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23 16:41

[신간] 순창출신 신형식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 네번째 시집 출간

세 번째 시집을 낸 지 어언 이십년, 화학공학 연구자이자 대학교수로 업을 삼다보니 시를 소홀히 한듯해 지난날이 아프게 느껴진다는 시인. 순창 출신의 신형식 시인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거쳐 1998년부터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던 중 올해 대학을 휴직하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직을 맡았다. 강의와 연구에 사로잡힌 탓에 미처 시를 가까이 하지 못했지만 오랜 세월 틈틈이 써둔 시 50여편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최근 출간한 그의 네 번 째 시집 <쓸쓸하게 화창한 오후>(모악)이다. 세상의 온갖 소리와 묘향산 소풍을 두 갈래로 놓고 삶의 일부와도 같은 시를 담아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쓴 시들이라 철지난 옷처럼 추레하다는 시인의 말은 사뭇 쓸쓸하지만 화창한 가을날 정경과 닮았다. 이병천 소설가는 신형식 시인의 시세계에 대해 변함없이 가족과 고향과 주변 인물과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풍경들까지 모두 그의 자랑이자 애정의 대상이 된다며 이런 막무가내 식의 사랑 퍼주기가 세상이 인정하는 저명한 한 화학자를 밤이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 시를 짓게 하는 명백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형식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전북민예총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집 <빈들의 소리>, <추억의 노래>, <정직한 캐럴 빵집>과 산문집 <무공해가 힘이다> 외 전공 관련 편저서 다수가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23 16:4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김경희 수필집 ‘사람과 수필 이야기’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수필이지만, 문학성을 지닌 수필을 짓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필가의 도반(道伴)은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며, 수필은 오랜 연륜에서 묻어나는 삶과 인생의 맛을 전할 때 문학의 한 장르로 더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지가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는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을 되뇌며 공부하는 수필가 김경희. 그는 시냇물에 비추어 보는 내 얼굴이 수필의 얼굴이고, 수필 쓰는 이들의 자화상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이 글이요, 글이 곧 그 사람이라는 문장의 무게를 아는 것이다. 김경희는 언어의 색과 문장의 숨결을 생각하고 수필을 짓는다. 글의 숙성을 위해 자신의 성숙을 고민한다. 그래서 그의 수필에는 잘 여물고 삭은 문장의 세련미와 경건함이 있다. 성숙한 주제 의식과 깊은 사유로 일관된 세계도 잘 노정돼 있다. 주장이 아닌 사색이며, 깨우침이다. 그는 늘 나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드러내놓고 작품을 앞세우지도 않는다. 섣불리 문학을 앞에 놓고 목소리 높이는 일에도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을 넉넉한 가슴으로 대하며 나이의 무게만큼 의연해져야겠다고 스스로 다잡는 사내가 있다. 겨울나무처럼 꺼칠하고 밋밋해도 세상을 향해 칭얼대지 않는, 패기 있는 사내다. 따끔하거나 간질이거나 하면 주저 없이 연필심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살아온 삶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경희에게 수필은 생활을 되돌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헛물켠 시간이나 헛짚은 날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헛발질 다음에야 길을 열어주는 세상이지만, 그가 가진 예민한 촉수는 상처와 결핍을 단단하게 붙드는 서정으로 더 튼실한 옹이를 만든다. 그래서 문학적 상상에 스며드는 체험에도 무게가 느껴진다. 자신의 문학을 일으킨 텃밭의 소중함을 아는 그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생각하게 되듯, 어제의 글보다 좋은 오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데 즐거움과 고민이 있다.면서 일백여섯 번의 공정을 거치는 합죽선 제작 과정과 수필 인생이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수필은 세월을 두고 묵혀 정신을 다듬이질하고, 영혼을 다리미질하는 일과 같다는 뜻이다. 그가 지은 수필집 <사람과 수필 이야기>(수필과비평사2015)를 펼치면 그 의미는 더 깊고, 간결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10.23 16:39

“군산 문학 발전에 청암문학상이 힘 보탤 수 있길”

시인과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철규 씨가 지난해 제정한 청암문학상의 두 번째 수상자로 소영자 수필가와 이양근 시인이 선정됐다. 지난 19일 군산보훈회관에서 열린제2회 청암문학상 시상식에는 두 수상자를 비롯해 군산문인협회 회원과 지역의 문인들이 참석해 기쁨을 나눴다. 강임준 군산시장과 지역 정치계 인사들도 참석해 김철규 문학가의 출판을 축하했고, 청암문학상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청암문학상운영위원회(운영위원장 공종구)는 이달초 군산문인협회의 추천을 받아 이들 원로문인을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 소영자 수필가와 이양근 시인은 이번 수상을 통해 그간 향토문학 창작에 힘쓰고 군산문인협회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상의 제정자인 김철규 씨의 새 에세이 <봄날은 가고 오네>의 출판기념식이 함께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김철규 씨는 이번 신간을 통해 인생의 80 고개를 넘어가며 느낀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동시에 언론인, 정치인, 문학인으로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봤다. 수필, 시, 기행문, 칼럼 등 다양한 형식의 글에는 일평생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살아온 작가의 인생철학과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김철규 씨는 언론과 정치, 문학계에서 활동하며 팔십 고개를 넘어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청암문학상이 앞으로도 잘 이어져 군산 문학 발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20 16:49

이내빈 시인 두 번째 시집 ‘풀잎은 누워서도 흔들린다’

처절하게 삶에 부딪히며 비틀거릴 때 사랑과 고통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고, 비움과 이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소중한 가치를 발견해 가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12월 제2회 신아문예작가상을 수상한 이내빈 시인이 시집 <풀잎은 누워서도 흔들린다>(도서출판 가온)를 펴냈다. 올 4월께 펴낸 <개망초 너는 왜 그리 화려한가>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이내빈 시인은 시는 추상과 관념의 설익은 말 놀음이 아니라 삶과 글이 어우러지고 삶 속에 시가 스며들어야 하고, 생각의 줄기를 잡아채 끈질기게 뿌리까지 뽑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태초의 숨결 / 천지에 흐르고 / 한 톨의 밀알 황방에 떨어져 / 뜨거운 손 내민다 // 꽃피고 눈 내릴 제 / 샘터에 차오르는 축복의 은혜 // 한 줄기 빛이 되어 / 동산숲을 지핀다 // 박토를 일구는 뜻 / 님께 바칠 /지순한 눈물이외다 - 동산 숲전문. 시집에는 풀잎은 누워서도 흔들린다를 비롯해서 자연의 생명력을 통한 인간의 자아 회복을 일구어내는 생명력 등 총 5부에 걸쳐 70편이 실렸다. 이내빈 시인은 창작의 고통과 희열을 원고지 고랑마다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불면으로 밤을 지새우는 시인의 행동은 삼라만상의 숨겨진 의미를 찾고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치열한 실천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뚜벅뚜벅 천천히 시인의 길을 가겠다는 이내빈 시인. 그가 본 풀잎과 들꽃이 있는 풍경은 가냘프고 애련하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16 19:06

26개월 발품, 국내 46곳의 단군 사묘 답사기

익산 천진전, 순창 단성전, 군산 옥구향교 단군성묘, 고창남원정읍의 단군성전 등 국내 46곳의 단군 사묘를 담은 답사기가 책으로 나왔다. 윤한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박사가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26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단군 사묘을 조사한 <한국의 단군 사묘>(도서출판 덕주)를 펴냈다. 사묘(祀廟)는 영정이나 위패 등을 모신 전각으로, 각 지역 단군 사묘에서 개천절마다 제례를 봉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개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윤 박사는 학계에서 이강오 전북대 교수가 1980년까지 30여 개의 사묘를 조사한 연구가 유일하다. 현장에 가보니 10개 정도는 사라진 상태였다. 안내판이 없거나 내용이 잘못된 경우도 많았다. 새로운 자료를 통해 내용을 바로 잡았다. 1980년 이후에 설립한 단군 사묘도 모두 조사했다고 밝혔다. 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단군 사묘는 총 46곳이다. 1909년부터 광복 이전까지 6곳이고 광복 이후부터 1999년까지 31곳이다. 2000년 이후에도 9곳이 더 건립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북 10곳으로 가장 많다. 익산 천진전(1951), 김제 증산법종교 태평전(1953), 순창 단성전(1961), 진안 양명마을 단성전(1965)과 진안 은수사 태극전(1987), 군산 옥구향교(1972), 고창 단군성전(1979), 무주 신불사(1984). 남원 단군성전(1993) 등. 대전충청도 14곳, 대구울산경상도 7곳, 강원도 2곳, 광주전남 6곳, 서울 4곳, 경기도 3곳이다. 책은 336쪽에 걸쳐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총 46곳의 단군 사묘를 소개했다. 4개 권역이 마칠 때마다 쉬어가는 코너로 단군 에피소드를 실었다. 에피소드에서는 임시정부가 단군이 나라를 건국한 10월 3일을 건국기원절로 제정한 내력 등을 소개했다. 윤 박사는 선조들은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을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사묘를 건립했다. 우리 고장의 소중한 문화재인 단군 사묘를 찾아 선조의 뜻을 기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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