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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열린시문학상에 백봉기 시인

백봉기 시인 열린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숙)가 주최하는 제25회 열린시문학상에 백봉기(74) 시인이 선정됐다. 열린시문학상은 1989년 창립해 전북 최초로 시 창작 교실을 개설하고 운영해 온 열린시문학회가 제정한 상이다. 전북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국내 10개 신문사의 신춘문예 당선 회원과 문예연구, 월간문학, 한국문학예술 등 문예지에서 선정한 회원 중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 심사는 전선자송재옥서영숙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장인 전선자 시인은 백봉기 시인은 그동안 시집 <신의 눈물>, 산문집 <억새풀을 헤치며>, <억새꽃 저 바람 속에>와 여행 산문집 <기억보다 아름다운 그 곳>, <낯선 바람의 땅> 등 세계여행 체험을 통해 자연 산천의 특별한 점을 발견코자 온몸과 정신을 투자한 시인이라며 그처럼 치열한 삶의 자세와 태도, 문학 정신에 집중하는 에너지 발산은 가히 모범적인 개성미라고 칭송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부안 출생인 백 시인은 전북대 농과대학, 동 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지난 2009년 한국문학예술 신인상에 시가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전북시인협회, 열린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 진안, 고창 부안 지부장을 역임하고 정년퇴임했다. 시상식은 오는 9월 5일 오전 11시 전북문학관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8.20 18:17

남원 출신 박철영 시인, 시집 '꽃을 전정하다' 출간

박철영 시인 남원 출신의 박철영 시인이 새 시집 <꽃을 전정하다>(시산맥사)를 출간했다. 해 뜨고 해 저무는 일상처럼 스스로 어둠으로 스며들었다가 여명처럼 깨어나는 문장으로 가득하면 좋겠다는 시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는 뜨거운 삶의 땀방울이 오롯이 담겼다. 특히 노동현장의 생생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용접공 조 반장 철야기, 철근쟁이 김씨, 13명의 전사, 철야, 노동자 생산성 향상 보고서에는 신성한 노동의 가치에 대해 자문하게 한다. 시인은 소녀상에 담긴 14살 소녀의 꿈, 못다 핀 세월의 깊은 상처를 어루만진다. 정소운, 경남 하동 악양 입석리에 살던 14세 소녀는 일제의 놋쇠 공출에 협조하지 않아 주재소에 갇힌 아버지를 풀어준다는 감언에 속아 부산을 거쳐 중국과 사이공 인도네시아 전선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4부에 실린 시 14살 소녀상, 당신에서 박 시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위로받고 일제의 사죄 당당하게 받아 죽어서라도 눈물 거두고 싶다며 혼백이 돼 고향으로 돌아온 아픈 영혼을 위로한다. 이번 시집 <꽃을 전정하다>에서 박철영 시인은 산길을 지나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나고, 고단한 노가다 노동자가 되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며, 일본군 위안부가 되어 상처를 보듬지 않는 국가의 부끄러운 민낯을 접한다. 해설을 쓴 이송희 시인은 진정한 내가 되어보고, 또한 진정한 타인이 되어보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첫걸음이라면서 박철영 시인은 역지사지와 상대방이 되어봄의 미덕을 다시 떠올려 사랑을 실천하는 반듯한 길을 걷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철영 시인은 남원 식정리에서 태어났으며 한국방송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2년 현대시문학 시 부문과 2016년 인간과 문학 평론 부문으로 각각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가 산문집 <식정리1961>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과 숲속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8.14 20:41

표현문학회 통권 72호 발간… 한국문학 정체성 밝혀

표현문학회가 <표현> 제72호를 발간했다. 특히 이번 호에서는 한국 문학관에 모시는 시혼(詩魂)을 특집으로 엮으며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밝혔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관의 기명 작품과 문학관에 몸을 담은 이들의 작품을 함께 실으며 한층 높은 품격을 보였다. 박목월 시인을 기리기 위한 동리 목월 문학관에서는 정민호 관장이 어느 시인의 묘비를 써냈고, 석정문학관에서는 정군수 관장이 동진강을 담아냈다. 월하 이태극 문학관에서는 조규영 관장이 눈금 없는 저울을, 길나현 실장이 술 마시는 고구마를 게재했다. 이육사 문학관은 학예담당인 김균탁 시인이 어매꽃을 수록하며 기념비적인 기획이라는 평이다. 이어지는 특집에서는 김형영, 박이도, 서정윤, 이운룡, 허형만 등 원로 시인들의 신작 시 절편을 선별해 내놨다. 편집후기에서 시집이 발간된 후 이에 따른 3편씩의 전재이므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또한 특별 초대 평론 부문에서는 문학평론가 전정구의 작품을 담아냈고, 노령의 710호 병실, 윤영근의 저승달을 특별초대로 실으며 문예지의 위상을 높였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 게재와 동 편을 함께 구성해 보다 풍부한 문예지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호부터는 편집위원이 바뀌었는데, 장르별 인배와 그 특질을 살리려는 의도다. 표현문학회 소재호 회장은 표현문학은 모든 형과 상을 담아낸다는 의미라며 각양의 소리와 각색의 정신을 잘 챙기고 담아서 이를 보고 듣는 현자에게, 감관하고 관찰하는 독자에게 민낯으로 공여하겠다고 말했다. 표현문학회는 1970년 12월 31일 창간돼 약 50년간 활동해 온 단체로 전북 문예 계간지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8.14 20:41

이병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 '백제 왕도 익산, 그 미완의 꿈' 출간

마를 캐던 백제의 흙수저 총각 서동과 신라의 금수저 처녀 선화공주 사이의 가짜 뉴스가 오작교로 이어진 설화의 도시. 유네스코 세계역사유산으로 등재된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있는 역사의 도시. 백제가 도달한 고대왕국의 위용과 역사 문화경관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왕도. 모두 익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이병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이 펴낸 <백제 왕도 익산, 그 미완의 꿈>(책과함께)을 보면 천년 고도 익산의 오래된 미래가 한 눈에 펼쳐진다. 100년 전 익산은 어떻게 발견되었으며, 그 후 고도 익산과 왕도 익산이라는 역사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이 책에는 일본인 관학자들에 의해 익산의 근대적 문화재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10년부터 익산 미륵사지석탑 보수정비 준공식이 열린 2019년 현재를 아우르며 익산의 주요 유적과 그곳에서 출토된 문화유산의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고 백제를 품은 익산을 대면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대중에게는 낯선 고도 익산과 왕도 익산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역사도시 익산의 오래된 미래를 그려본다. 120컷에 이르는 익산의 백제 유적과 유물, 발굴 현장 사진, 도면 등을 함께 실어 익산의 백제문화유산이 가진 고고학적미술사학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왕궁리유적, 제석사지, 미륵사지, 쌍릉을 둘러싼 다채로운 층위의 이야기들은 왕도이자 역사도시인 익산을 이해하고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쓴 이병호 씨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으로 있다. 199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해 고고부, 역사부, 부여박물관 등에서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으로 근무했다. 2015년 말부터 2019년 2월 말까지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을 지내면서 익산지역의 백제 유적과 유물에 관한 조사연구전시를 비롯해 국립익산박물관 건립 사업 등을 이끌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8.14 20:41

진안 출신 문화사학자 신정일 첫 시집 '꽃의 자술서' 펴내

문화사학자 신정일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몸서리치다가 길을 찾고서야 길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여기던 그 순간을, 비로소 시(詩)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안 출신 문화사학자 신정일 씨가 첫 시집 <꽃의 자술서>(도서출판 작가)를 펴내며 시인으로서의 출발선 앞에 섰다.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정일 시인은 언제부턴가 묵묵히 산을 오르고 강과 우리나라의 옛길을 올랐다. 도보여행가의 책무를 다하고 싶었던 이유일까. 그는 산과 강을 걷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줄기차게 글로 담아냈다. 길을 걷다가 무심코 만나는 어떤 생각이나 사물을 통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가온 생각의 실체를 찾기 위해서 글을 썼습니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눠져 65편의 시를 수록했다. 길을 시의 행간처럼 걷고 또 걸으며 만행을 자처했을 시인의 발걸음이 그려진다. 길 위의 인생을 살아온 길의 시인은 시편마다 자신의 생과 인생역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표제시 꽃의 자술서에도 그리운 사람들, 가난, 배고픔으로 보여지는 절절한 고독과 해답 없는 질문들이 화두처럼 짙게 배어 있다. 도종환 시인은 신정일 시인을 두고 이 땅의 산천이 길이자 책이었고,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과 사물이 나의 스승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신정일 시인에게 산과 강, 그리고 길은 이 나라의 역사이자 민중들의 삶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국토교과서인 <신 택리지>가 그 산물이다. 250여년 전 실학자 이중환 선생이 20년간 찾아 헤매 완성한 <택리지>를 11권에 걸쳐 새롭게 펴냈다. 그가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걷고 쓴 이 책은 오늘날 소백산 자락길, 변산 마실길, 전주 천년 고도 옛길 등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덕일 역사학자는 신정일 선생의 <신 택리지>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이 땅 구석구석을 누구보다도 많이 걸었던 그의 발이 쓴 국토교과서라며 그의 삶은 모두가 침묵하던 그 시대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확신이자 선구자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신정일 시인은 중학교 중퇴 후 독학으로 문학고전역사철학 등을 섭렵한 뒤 수십년에 걸쳐 우리 땅 구석구석을 걸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황토현 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을 펼쳤으며, 1989년에는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산과 강, 옛길을 걸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동학의 산, 그 산들을 가다>, <나를 찾아가는 하루 산행>, <신정일의 한강역사문화탐사>,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8.14 20:4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기명숙 시인, 정윤천 시집 ‘발해로 가는 저녁’ : 서정시의 갱신 구현, 지리산 문학상에 빛나는

정윤천 시인을 처음 보았던 때를 떠올린다. 모색이 짙어가는 복분자주 공장 안 술 탱크들이 기마병처럼 열병식을 하고 있었다. 알싸한 술 향기의 궁륭 속으로 그때 이미 필자는 해동성국 발해의 희미한 기척 가까이를 통과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기억을 한 단계 더 소환하자면, 시인은 골계와 해학을 곁들인 입담으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했던 것 같다. 복분자 사업이 맘대로 잘 안 된다는 말도 들은 것 같다. 최근 앞으로 추락이나 암흑 같은 시간들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인터뷰 기사를 접하며 지리산 문학상으로 돌아온 시업의 길 위에서 수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활의 멍에에 자유롭지 못함을 짐작케 해주었다. 표지 글에서 만난 이경림 시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멸망한 발해를 동일시 가족사에 얽힌 고단함, 장삼이사들의 이야기, 당대 현실의 모순들을 각각의 시적 발화가 애잔하고 탁월한 지점으로 이끈다고 평가했다. 필자 또한 소멸하고 퇴락한 것들이 불가역의 시공간을 넘어 현재화된 추억으로 사람들을 위무하고 있음을 시인의 새 시집에서 발견한다. 비장의 멸망서사가 숭고미의 역설적 인식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즉 시의 매혹에 치환되는 명징한 논거는 따로 말해야 되겠지만 인과율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시 속에 담겨 있다. 필자가 사숙하는 그의 작품들은 불규칙한 나열과 회고적 성격이지만 과잉되어 낭비되는 구절이라곤 없다. 낯익은 고백체적 발화형식을 쉽게 취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이나 설화, 상상 속 매제 등의 여러 층위가 필연성으로 연결된 시적 질감은 편편이 낙차를 느낄 수 없는 지점에 가 있다. 묘사와 전언, 추억과 현실의 교차편집을 통한 어머니의 제유인 발해는, 멸망서사가 아닌 추존하고 확대재생산 되는 현재성을 입었다. 한편으론 서정시의 갱신이라는 뜻밖의 위업마저 달성한 듯 보인다. 정체성 혼란이거나 태생적 그리움에 떨어야할 때. 잠시 <발해로 가는 저녁>에게로, 아니 정윤천 시인의 새 시집에 기대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진다. 눈빛만으로도 심연에 닿아 병증을 헤아리는 편작의 시편들 같았으니! 화려한 빛으로 세계를 전복시키거나 미학적 수단들을 애쓰며 차용하지 않고도, 시인의 언어 탐구는 충분히 아름답다. 시인의 말처럼 불우의 기억들이 시의 얼룩들로 찾아와 있었기에, 그는 어쩌면 온몸으로 살아낸 자리에 씀바귀 꽃을 피워낸 것인지 모른다. 늡늡하고 유장하게 저류하고 있는 중의법적 관점(유종인의 해설)에서, 그의 시 발해의 환생은 국가와 개인이라는 대칭적인 상관성을, 쇠락하는 존재의 숙명적인 비유로 환원해 내기까지 이르렀다. 시집 속의 시들은 대부분 발해처럼 깊고 멀고 슬프고 아름답다. 10년 가까이 만나지 못한 시인은, 시인은 일단 가오가 서야 한다며, 반골의 카랑카랑한 눈빛을 세상에 쏘아올리고 있을 듯하다. * 기명숙 시인은 목포 출신으로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로 당선됐다. 글쓰기 센터, 공무원 연수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지평선 동인시집 <줄노트에 대한 기억>, 논문 <현실과 시적형상화>, 학술서 <학제통합논술 교재연구> 등이 있다.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8.14 16:3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 문학의 메카, 전북] ⑦ 김삼의당의 시 다시 알기 : 남원 출생, 진안으로 이주한 김삼의당 … 조선후기 여류문학의 꽃 피우다

김삼의당(金三宜堂, 1769-1823)은 10월 13일 남원의 서봉방(교룡산 서남 기슭)에서 연산군 때 학자 김해김씨 탁영 김일손의 후손 김인혁의 딸로 태어났다. 쇠락한 양반가에서 태어난 김삼의당은 『삼의당 김부인 유고』 「자서(自序)」에서 일찍이 언문으로 소학을 배웠으며, 미루어 문자를 통하고 제가(諸家)를 간략하게 섭렵하였다.고 밝혔으니, 중국의 시문집을 비롯하여 경서와 사기를 두루 공부했음을 알 수 있다. 18세에 삼의당은 태어난 연월일이 동일한 같은 마을의 담락당(湛樂堂) 하립(河)(1769-1830)과 결혼했다. 하립은 세종조 영의정을 지낸 진양하씨 경재 하연의 12대손이다. 기이한 인연에 두 집안 모두 쇠락한 사대부 집안이었으니, 둘은 누가 봐도 천생배필이었다. 혼례를 치른 밤 담락당이 한시 두 수를 읊었고, 삼의당 역시 두 수를 지어 화답하였다. 그들의 신혼 시 한 수씩만 들어본다. 우리 모두 광한전 신선으로 만나(相逢俱足廣寒仙) / 오늘 밤 분명 전생 인연 잇는구나.(今夜分明續舊緣) / 우리 만남 원래 하늘이 정해준 것이니(配合元來天所定) / 속세의 중매는 그저 꾸며진 일이라오.(世間媒妁摠粉然)(담락당) 열여덟 선랑과 열여덟 선녀(十八仙郞十八仙) / 신방에 화촉 밝히니 우리 인연 좋아라.(洞房華燭好因緣) / 같은 해 같은 달 태어나 같은 마을에 살았으니(生同年月居同閈) / 오늘 밤 우리 만남 어찌 우연이겠습니까.(此夜相逢豈偶然)(삼의당) 김삼의당은 가난의 시련 속에서도 담락당을 향한 다수의 연정시를 남겼고, 유학을 바탕으로 한 생활시, 초연한 자연친화의 시를 통해 조선후기 여류문학의 꽃을 피워 올렸다. 삼의당은 250여 수의 시 외에도 20여 편의 산문을 남겼다. 그의 시는 필사본과 간행본으로 전해오는데, 간행본은 나중 것으로 자의적 편집이 많이 이루어져 훼손이 심해졌다. 필사본 역시 정본 자체를 필사한 게 아니고 간행본보다는 훼손이 덜 되었다. 담락당은 부인에게 삼의당이라는 당호를 지어주었다. 삼의당이 거처하는 집 정원에 군자를 상징하는 대나무, 소나무 등을 심어 평생 충효의 뜻 속에 살아갈 여인임을 시로 읊었고, 삼의당도 담락당 형제들의 효제와 충의가 가득하다고 응수하여 신의에 찬 부부임을 과시하였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였으나, 담락당 오형제들은 모두 효성이 지극하였으며, 한시 창작에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혼례 후 삼의당이 이루고자 한 가장 큰 일은 남편의 과거급제였다. 당시 담락당은 누가 봐도 준수한 인물이었고, 몰락한 양반가를 다시 일으킬 인물로 여겼다. 20세에 남편의 등과를 위해 서울로 보낸다. 그 결과 삼의당 부부는 떨어져 지내는 기간이 길었고, 삼의당은 남편의 영달을 기다리며 최선을 다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칼을 자르고 비녀를 팔아 남편의 생활 자금을 마련하는 등 헌신적으로 내조했다. 독수공방의 긴 세월 삼의당은 시를 읊으며 삶을 추스린다. 인적 없는 사창에 날은 저물고 / 꽃은 떨어져 가득한데 문은 닫혀 있네. / 하룻밤 상사의 고통 알고 싶다면 / 비단이불 걷어놓고 눈물 자욱 살펴보오. 감정이 고조된 시 외에도 정밀감이 높으면서 규방의 한을 형상화한 작품도 보여준다. 맑은 밤에 물을 길러 갔더니 / 밝은 달이 우물 속에서 떠오르네. / 말없이 난간에 서 있으니 / 바람에 흔들리는 오동잎 그림자 물을 길러 갔다가 우물 속의 달이 임의 얼굴로 보이고, 흔들리는 오동잎 그림자를 또 다시 임인 양 착각하는 상사의 마음이 깊은 울림으로 전해온다. 십여 년의 공부에도 등과를 못하자 1801년 담락당은 삼의당에게 진안 마령 방화리로 거처를 옮겨 농사짓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삼의당은 이를 받아들인다. 이렇게 하여 그는 남편과 더불어 농사짓는 평범한 아낙의 삶을 영위한다. 입신양명의 꿈을 내려놓으니 그들 부부의 진면목은 오히려 평범함 속에서 꽃을 피운다. 삼의당은 농사에 부지런하면서도 전원생활을 무척 즐겼다. 나란히 선 초가집들 마을을 이루었는데 / 뽕밭 삼밭엔 가랑비 내리고 문은 닫혔네. / 마을 앞 복사꽃 흐르는 물에 떠가니 / 이 몸이 마치 무릉도원에 있는 것 같네. 마이산이 멀리 보이는 땅에 삶의 터를 잡은 담락당 역시 비범한 인물이었다. 한양에서 공부하면서 8년 동안 일만여 권의 장서가이면서 순조 때 영의정, 전라도 관찰사를 지낸 두실심상규의 집에서 유숙했기에 학문적으로 박학다문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진안으로 옮겨온 뒤에도 그는 시험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42세가 되어서야 향시(鄕試)에 붙었고 다시 회시(會試)를 보러 한양으로 가지만, 결국 낙방했다. 그의 『담락당집』에는 다수의 시문이 실려 있고, 시의 대부분은 낙향해서 달관한 태도로 자연을 즐기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그들 부부가 주고받은 시를 통해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확인된다. 초당의 사면 풍연(風煙)이 좋으니 / 인생 말년에 시서(詩書) 읽으며 천성을 즐기노라. / 어찌 구구하게 하고 싶은 것 구하리오. / 이 한 몸 편하게 거처하니 신선이 따로 없네.(담락당) 노을빛은 비단을 이루고 버들은 연기 같으니 / 이곳은 인간세상이 아니고 별천지라네. / 서울에서 십 년 동안 분주했던 나그네 / 오늘은 초당에서 신선처럼 앉아 있네.(삼의당) 담락당 시의 각운 煙, 天, 仙에 차운하여 삼의당이 화답하였다. 자그마한 땅을 일구며 마음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자의 일상적 안분지족이 바로 별천지 삶이라는 것을 주고받고 있으니, 자고로 우리 땅에서 인고의 세월을 시로 달래며 극복하고 나아가 달관의 경지에 도달한 부부 시인이 어디 있었던가. 정우봉은 삼의당의 한문 산문을 삼엄(森嚴), 비측(悲惻), 한아(閑雅)의 세 풍격으로 구분했다. 세 가지 예를 간단히 살펴본다. 삼의당이 쓴 예성야기화(禮成夜記話)에는 혼례를 올린 날 밤 담락당과 나눈 대화가 전해온다. 삼의당이 화답시로 종신토록 낭군의 뜻 어기지 않으리. 하고 읊은 뒤의 대화다. 담락당이 종신토록 낭군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남편에게 과오가 있더라도 따라야 합니까.라고 하였을 때 삼의당은 말한다. 부부의 도는 오륜을 겸합니다. 아버지에게는 간언하는 아들이 있고 제가 남편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어찌 남편의 과오를 따르는 것이라는 말이겠습니까. 삼의당은 상호 존중과 대화, 논쟁과 비판을 통해 상대의 과오를 지적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도덕규범을 주장하였다. 여성으로서의 주체의식이 분명하였고, 그 근본에는 남녀평등의 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으로 보면 페미니즘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 진양하씨오효자전에서 삼의당을 평하기를 허난설헌과 이옥봉이라도 이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의리처에 있어서는 글의 기운이 삼엄하였으니 실로 사내라도 미치기 어려운 바가 있었다.고 하였다. 돌도 되기 전 셋째 딸이 죽었을 때 27세 삼의당은 오래 살면서 착하지 못한 것보다는 일찍 죽는 것이 더 낫다. 나는 네가 죽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지 슬픔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반어법을 사용한 이 표현은 글 전체를 관통하면서 화자의 슬픔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또한 진안으로 거처를 옮긴 후 담락당이 남원의 옛집을 방문할 때는 교룡산 아래는 우리 옛집입니다. 아아, 이제는 다시 얻을 수 없으니, 당신이 저를 대신해 이러한 풍경들을 묘사하여 하나하나 내 책상 위에다 불어오게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부탁한다. 이렇듯 삼의당은 시뿐만 아니라 산문에까지 풍부한 성과를 남겼다. 시로써 마음을 수양하며 살아온 삼의당은 군자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비애감을 유교의 성리를 바탕으로 한 실존적 자각과 시 창작을 통해 극복하였고, 마침내 달관적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평범한 시골 아낙 김삼의당은 일상 속에서 유가(儒家)의 진정한 세계를 시화(詩化)한 탁월한 여류시인이었다. 진안군 백운면 원덕마을에 고이 누워 있는 삼의당 부부를 위하여 시 한 편 읊는다. 많은 비 내린 삼월이라 / 앞 시내에 비로소 물이 흐르네. / 언덕의 꽃들은 나비를 불러오고 / 물가의 버들은 꾀꼬리를 품었어라.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19.08.13 15:57

‘호남삼걸’ 석정 이정직 선생의 시서화 재조명

해학 이기, 매천 황현과 더불어 근대 계몽기 호남삼걸로 알려진 석정 이정직 선생(1840~1910)의 시서화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김도영 예원예술대 교수가 펴낸 <전북 서예의 중흥조 석정 이정직>(신아출판사). 구한말 역사적 격변기인 1840년 김제 백산면에서 태어난 석정 선생은 시서화 세 가지가 모두 뛰어났던 시서화 삼절로 호남서예와 문인화의 맥을 세운 서화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또한 칸트와 베이컨의 서양철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한 근대 철학자이자 실학의 대가로 일컬어진다. 이 책은 김도영교수가 그간 발표한 석정 이정직의 시서화 예술심미에 대한 원고와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석정 이정직의 서화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 연구(2014년)를 보완해 엮은 것이다. 책은 1장 들어가는 말 : 진정한 법고창신을 지향하며, 2장 석정의 생애와 학문사상, 제3장 석정 서예의 예술론과 미학적 예술경지, 4장 석정 문인화의 예술론과 미학적 예술경지, 5장 석정 서화의 문화재적 가치와 석정 서화맥, 6장 맺는말 : 유말구본을 통한 도예일치 구현 등 6장로 구성됐다. 석정은 세상이 요동치고 쓰러져 가던 구한말에 서화예술의 근원을 지키며 시서화 삼절의 전통을 계승했습니다. 진정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지향하며 근본을 강조했고, 서화를 통해 유말구본(由末求本)을 구추하여 도예일치(道藝一致)를 구현한 전북 서예의 중흥조(中興祖)이자 전범(典範)입니다. 김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석정 선생의 시서화작품을 총망라해서 완성된 저서를 이루고자 했으나, 전국에 흩어져 소장된 작품들이 많아 지금까지 공개된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고찰했다고 밝혔다. 책에는 60여 개의 시서화 작품이 실렸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8.07 18:4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복효근 시인 ‘꽃 아닌 것 없다’

눈앞에 완도 밤바다가 펼쳐져 있다. 여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고 하늘에는 별무리가 흩날린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많은 별이 머리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가로등 불빛이며 도심 불빛에 밀려 자연의 빛을 보는 맑은 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시인의 좋은 시를 읽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잊고 살던 것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놓치며 살았다. 방에 들어와 지리산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복효근 시인의 시집 <꽃 아닌 것 없다>를 꺼내 읽는다.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 건 그가 쓴 글자만을 읽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삶과 세계와 통하는 통로의 문을 연다는 의미이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함과 명징함이다. 대개의 시가 단행이나 10행을 넘지 않는다. 그만큼 시인의 내공이 깊어지고 더 단단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를 써본 이라면 안다. 긴 시보다 짧은 시가 쓰기 더 어렵다는 것을, 그동안 자연과 세상에 대해 따뜻한 눈을 거두지 않았던 시인의 섬세한 눈길은 이 시집에서도 여전하다. 그는 아직도 꽃가지 발음하다가/때아니게 눈시울이 시큰거(꽃가지)리기도 하고 목련꽃 터지는 소리에/아아,/나는 아(결근 사유)프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구절들을 읽으며 아직도 여린 구석을 지닌 시인의 속울음이 더 크게 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 역시 저런 눈과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시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꽃, 무, 달과 같은 흔하디 흔한 소재들, 그리고 주변에 관해 관심을 잃지 않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와 살고자 하는 욕망과 연이 닿아 있다. 그 출발은 자신과 시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이 시집에서는 죽비소리, 시집의 쓸모, 시인처럼 등 자기 시에 대한 시인의 내면 목소리가 많이 등장한다. 시를 향한 치열했던 시인의 내적 반성은 아내의 지청구와 같은 주변의 다독거림을 거쳐 현재의 자신에게 향한다.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화해는 극적이거나 눈부시지 않지만 정겹다. 무더운 여름밤. 밤이 길다고 느껴지면 잠시 복효근 시인의 <꽃 아닌 것 없다>를 곁에 두면 어떨까? 이 책을 다 덮을 때쯤이면 주차해놓은 낡은 내 차에/어느 새 은행잎 수북이 쌓였다//꽂았던 키를 다시 뽑아/나 오늘은 걸어서 퇴근(가을)하는 시인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혀짤배기소리에도 귀를 빌려주는 따뜻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자서)라는 바람처럼 이 무더운 여름날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 장창영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기를 여행잡지 <뚜르드 몽드>에 연재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8.07 18:36

[신간] 김제출신 문창길 시인, 시집 ‘북국독립서신’ 펴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현대시는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해내고 있었는가. 김제 출신인 문창길 시인이 18년만에 두 번째 시집을 발표했다. <북국독립서신>(도서출판 들꽃세상)에는 시인이 겪어 온 고뇌의 시간과 깊은 성찰이 녹아 있다. 문창길 시인은 머릿글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이번 시집을 선보이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적 노력을 다했다면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나름대로 민족문학의 새로운 전망과 문학적 통합성을 숙제로 안고 좀 더 노력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은 3.1혁명 100주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경기문화재단 문화콘텐츠개발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문창길 시인이 적어내려간 시편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금정굴 민간인 학살사건, 외국인노동자, 남북 분단과 통일, 광화문 촛불혁명 등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굵은 뼈마디가 눈에 띈다. 박남희 시인은 문 시인의 시를 두고 우리의 뇌리에서 이미 잊혀졌거나 쉽게 잊혀질 근혀내사의 주제들을 시인의 서사적 의지로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 시집에는 동학횃불부터 광화문 촛불혁명까지 19세기와 20세기, 그리고 21세기를 포함한 120여 년의 시간이 한 물줄기로 흐른다. 역사와 민족을 위한, 시대와 사회를 위한, 그리고 희생자를 위한 대의란 과연 무엇일지 고심하게 만든다. 표제시 북국독립서신에는 슬픈 식민의 동포, 백의의 인연들, 힘 좋은 조선 사내, 우리의 아낙들이 이제야 다가올 독립조국의 아침을 두 손 모아 기다린다. 적은 고 김순덕할머니의 난중일기에는 찌든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열일곱 나이에 따라 나선 왜국에서의 참담한 생활이 그려진다. 무명저고리 검정치마 곱게 입었던 참으로 무지렁한 조선가시내들은 일본군 정신대 위안부로 조선 진달래 붉게 지는 줄도 모르고 매일 밤 무너졌다. 생생한 비극적 묘사에 가슴을 에는 듯한 슬픔이 찾아온다. 하지만 잊지 말자고, 척왜의 바람이 북국에서도 일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북국의 쨍쨍거리는 얼음강처럼 깨어 일어나라고 시는 이야기한다. 해설을 쓴 임금복 문학평론가는 집단의 삶 속에 폭력을 당하고 희생양이 되어 버렸지만 망각돼 지워져 버리고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재평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희생자들의 역사적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인은 한 축에 실재했던 어두운 과거사, 피폐한 모순의 역사, 핏물 진 역사 등을 통찰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시인은 1984년 두레시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1년 첫 시집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을 펴냈다. 현재 계간 문예잡지 <창작21>의 주간을 맡고 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 창작21작가회 대표,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8.07 18:29

[신간] 시간과 공간을 더하고, 색칠해 소통하는 김경은 시집

김경은 시인이 시집 <흐르는 것 모두 물이 되어>를 출간했다. 시에 시간과 공간을 더하고, 색칠하여 소통하다라는 뜻을 담은 시집이다. 시인은 시를 써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그래서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그러나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시인 자신만 세상의 뒷전으로 밀려가고 있었다고 말한다. 80여 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실은 시집은 신작 시와 발표 시, 감상평과 해설까지 다채롭게 구성됐다. 1부는 신작 시로 시마다 창작한 날짜를 표기해 시간의 변화와 흐름을 알도록 했다. 2부의 시에는 편마다 독자나 지기들의 시에 대한 감상을 실어 시의 이해를 돕고 있고, 3부는 김경은 시인의 대표작 5편과 그 시들에 대한 전창옥 시인의 평을 실었다. 마지막 4부 역시 기존에 발표한 작품을 싣고 어진돌의 해설을 통해 김경은 시인의 시 세계를 독자들로 하여금 알게 했다. 시집은 시인이 표방한 것처럼 시에 시간과 공간을 더하고, 색칠하여 소통하고 있다. 독자는 이 의미에 걸맞게 단지 시를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색다른 입체감으로 시를 만나며 깊이 있는 시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1957년 전주 출생인 김경은 시인은 1986년 표현문학 신인상에 시 <연가>로 등단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77년 갈밭문학동인을 만들고 매년 봄과 가을 교내외에서 시화전을 열었다. 갈밭동인 중 몇몇은 재학 중 등단했고, 이후에도 동인 대부분이 등단하여 전국 곳곳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90년대 초 작가회의 전북지부 창립에 앞장섰으며 작가회의 원광문인회 서울시인협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금은 비전교육개발원과 비전공인중개사를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8.07 18:29

[신간] 노벨문학상 후보 인도네시아 소설가가 엮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1943년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꾸(Maluku) 제도 부루(Buru)섬에 갇힌 여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일본군에 의해 성 노예 위안부로 착취당했으며 일본 패망 이후에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현지 원주민 사회에 남아 흔적 없이 사라져갔다. 이들의 피눈물 나는 사연은 <군부 압제 속의 처녀들- 부루(Buru)섬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인도네시아 KPG 출판사에 의해 5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2019년 7월, 동쪽나라 출판사는 인도네시아어로 되어 있는 책에 <인도네시아의 위안부 이야기- 일본군에 의해 부루(Buru)섬에 갇힌 여인들의 삶>라는 제목을 붙여 한글 번역본으로 출간했다. 번역 작업은 현재 한-인도네시아친선협회 사무총장으로 있는 김영수 씨가 맡았다. 부루(Buru)섬의 기록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까지는 인도네시아의 세계적인 문학가인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Pramoedya Ananta Toer)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1969년 반체제 정치범으로 몰려 10년이 넘도록 부루(Buru)섬에 격리 유배됐는데 이때 쓴 장편 대하소설 <인간의 대지>가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추천받았다. 반체제 인사로 10여 년간 부루섬에 갇혀있었던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 작가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와 피눈물 나는 삶을 살았던 인도네시아 여성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이 책은 위안부에 대한 세계 최초의 논픽션이라는 의의가 남겼다. 또한 이 책에는 현재 인도네시아 암바라와에 남아있는 위안부 수용소의 사진도 담았다. 한국의 정서운 할머니가 모친 고초를 겪었던 곳이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위안부 약사와 한국 위안부 약사가 함께 실려 있어 폭 넓은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도록 했다. 인도네시아 위안부 이야기의 우리말 번역판을 출간한 동쪽나라 출판사 관계자는 이번 인도네시아 위안부 이야기의 출간이 과거사에 대한 공식 사과와 배상을 회피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시야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8.07 18:29

[신간] 이명규 시인 ‘꽃인 듯 보리니’

시인에게 펜을 꺾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안개 낀 밤의 방황 같은 시 찾기, 수많은 불면의 밤과 허탈, 그 이후의 결심. 그러나 시인은 펜을 다시 들었다. 작가는 조용히 말한다. 텅 빈 하늘에서 비나 눈이 올 리가 없는데 텅 빈 일상에서 수작이나 졸작이 나올 리 없는데 세월만 흘러갔다고. 긴 생각 정리 후 지금까지 쓴 시고를 재정리하고 퇴고했다. 그 결실이 바로 이명규 작가의 시집 <꽃인 듯 보리니>. 표제작 꽃인 듯 보리니에서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어낼 수 있다. 진정 애달프구나, 그대. / 슬프디 슬픈 인생살이에 / 고운 얼굴 지치고 찌들었네. / (중략) 내 그대 꽃인 듯 보리니 / 행여 지지는 말라, / 깊은 밤 외로운 기러기 슬피 울고 가리니. 김용신 시인도 이명규 시인을 두고, 새 세상에서의 삶을 꿈꾸며 뭍에 찾아왔으나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섬사람처럼 마치 시인 자신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곳이 있기나 하듯 그의 모든 시에는 구석구석 본향을 그리는 나그네의 노래와 그리움이 서려 있다고 말한다. 이명규 작가는 제 자리에 머물러서 기존 작품만 매만져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마음에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출판을 감행했다며 세상의 모든 분과 삼라만상에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8.07 18:29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의 멋 만난다

네 눈망울에서는 / 머언 먼 뒷날 /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 // 네 눈망울에서는 / 손잡고 이야기할 / 즐거운 나날이 오고 있다.- 신석정 시 네 눈망울에서는중. 전북문학관(관장 류희옥)이 예향 전북의 문학정신을 대표하는 작고 시인들의 시를 그림과 함께 선보이는 시화전을 마련했다. 9월 30일까지 전북 작고 문인 시화전. 이번 전시는 예향 전북이 한국문학의 메카라는 사실을 도민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기획전으로, 전북문학의 발자취를 살펴보는 자리이기도다. 전북문학의 자랑거리는 수없이 많다. 한글로 전해오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 정읍사이고, 향가 작품 중 가장 먼저 나온 작품이 익산을 배경으로 하는 백제 무왕의 서동요다. 또한 정읍 태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최초의 정격가사로 정극인의 상춘곡이 있고, 최초의 한문소설집인 김시습의 <금오신화> 첫 작품이 만복사저포기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 이론서인 <시칙>은 순창 출신의 실학사상가인 신경준 선생이 저술했고, 판소리 다섯 마당을 정리한 신재효는 고창 출신이다. 우리나라 고전소설을 대표하는 춘향전과 흥부전이 남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뛰어난 여류시인으로 부안의 이매창, 진안의 김삼의당이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신석정, 이병기, 박항식, 김민성, 이광웅, 백양촌, 조병희, 황길현, 조두현, 이철균, 정렬, 권일송, 박정만 시인의 시 등 총 28편을 감상할 수 있다. 류희옥 관장은 작고 문인들의 귀한 시 한 편 한 편을 감상하다 보면 금세 전북문학의 정취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며 전북이 왜 한국문학의 메카인지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없다. 문의는 063-252-4411.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8.04 18:01

‘해운문학상’·‘바다문학상’, ‘바다문학상’으로 명칭 통합

올해로 13회를 맞아 수상자를 배출한 바다문학상과 해운문학상이 내년부터는 바다문학상으로 명칭이 변경통합된다. 바다문학상과 해운문학상이 이원화돼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문학계의 우려 목소리를 수용하고, 문학상이 지니는 바다의 가치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결단이다. ㈜국제해운과 올해부터 공동주최로 손을 잡은 전북일보사, 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달 숙고 끝에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그간 바다문학상은 전북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를 대상으로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자를 찾아 시상했으며, 해운문학상은 국민을 대상으로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해 대상과 본상을 선정했다. 윤석정 이사장(국제해운 대표전북일보 사장)은 내년부터는 해양이라는 더 넓고 깊은 의미를 지닌 바다문학상으로 시상하게 됐다며 이번 문학상 명칭 통합을 계기로 바다문학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학상운영위원회도 새롭게 단장한다. 사무처장으로 한선자 시인에 이어 김기찬 시인이 선임됐으며, 현재 5명으로 구성된 문학상운영위원에 공동주최 측의 실무진인 전북일보 문화교육체육부장을 포함해 총 6명으로 보강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8.01 18:55

[휴가철에 다시 읽는 고전] 아놀드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본격적으로 여름휴가와 피서 철이 다가왔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데에는 독서만큼 좋은 게 없을 것이다. 독서 삼매경을 풍류삼아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면, 지금도 회자되는 다소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과 문학 입문서 및 필독서로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은 1951년 영문 초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개 언어로 번역되며 예술을 보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였다. 1974년 처음 국내 출간된 후 대학생의 필독서와 명저로 추천하는 책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문학과 예술을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놀드 하우저(Arnold Hauser 1892-1978)는 헝가리 태생의 마르크스주의 예술사학자로 선사시대부터 오늘날 대중영화까지 인간과 사회와 예술의 관계를 사회관계 속에 빚어진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논리를 전개한다. 한 개인이 너무 어렵고 복잡한 서양 예술사를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에 걸쳐 시대별로 예술이 어떻게 탄생하고 분파되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그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도 작가와 평론가로서 세상과 예술, 자신의 관계 정립에 고민하던 시절 이 책에서 근접된 답을 찾았으며, 대학 강단에서 서양 예술사를 가르치는데 하나의 기본 텍스트로 요긴하게 활용하였다. 예술을 보는 커다란 관점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미학적 관점에서 순수미는 무엇인가, 아름다움의 가치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관념론적 이데아를 중시하여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의 자율성이 과도하게 주장되어 예술을 신비의 영역으로 해석하는 측면이 다. 두 번째는 하우저처럼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예술사적 발전이 결코 내적 논리를 통해서만 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동시에 모든 양식과 취미의 변화는 사회와 환경적인 영향과 요구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여 예술을 전문가의 작업 또는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적극 해명하는 것이다. 이는 극히 유물론적인 관점과 유사한 것으로 예술은 한 시대의 산물이고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예술을 순수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리얼리즘 입장과 근접하다. 이 책의 백미로는 16세기 매너리즘 시대에 주목하고 싶다. 루터의 종교개혁,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 서구 사회의 근대성과 맞물려 매너리즘 양식이 보여주는 왜곡과 변형을 씨줄과 날줄로 연결 지어 해석한 부분이다.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문학과 예술을 공부하려는 학생은 물론 예술사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위해서도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얼마나 깊고 섬세한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데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해하는데 다소 난해하고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관심이 끌리는 시대나 사조 또는 작품에 관한 서술을 읽어가는 동시에 실제로 해당 작품을 검색하면서 다양한 상상력을 갖고 저자와 공감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 문학·출판
  • 기고
  • 2019.07.31 17:3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