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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위해 쓴 왕들의 기록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라!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역사 속 영웅들과 만나보자. 1592년 봄 임진왜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4개의 사고 중 3개가 불타 없어진다. 하지만 선비 안의와 손홍록이 남은 실록을 내장산으로 옮겨 보관했고, 오늘날까지 후세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지방의 무명 선비와 관아의 청소 일꾼은 물론 재인과 일반 백성, 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조선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역사동화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파란자전거)에 담긴 조선의 역사다. 책 서두에는 조선왕조실록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글쓴이의 말을 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진은영 동화작가는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경기전에 갔던 일화와 지난 2014년 들었던 조선왕조실록과 전주사고라는 주제의 인문학강좌를 소개했다. 지금 경기전의 전주사고에는 실록각이라는 멋진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내부로 들어서면 실록이 무엇인지, 어떻게 편찬했는지를 그림과 글로 풀어놓은 걸 볼 수 있지요. 혹시 전주에 올 기회가 있다면 실록각에 전시된 모형 속에서 실록을 옮기느라 애썼던 석개와 홍두의 모습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이어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라는 제목으로 이야기속 조선실록 수호대를 둘러싼 인물을 소개하고 조선실록 수호대의 대장정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풀어놨다. 일러스트 작가인 홍선주의 그림 솜씨가 더해져 입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 동화작가 진은영 씨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통일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저서로는 <책 깎는 소년>,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 멋대로 부대찌개>가 있으며 최근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5 18:47

전주시민 열정의 글잔치, 책에 담았어요

가을의 정취로 물드는 9월, 전주의 역사와 문화가 시민들의 손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전주시민문학제를 주관한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이하 전주문인협회)는 문학에 대한 전주시민의 땀과 열정을 <제2회 전주시민문학제 작품공모당선집>에 담았다. 지난 21일 전주시민갤러리에서 시상식을 열고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여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일반부 산문 대상수상작인 안재성 씨의 비빔밥을 비롯해서 산문운문그림일기 부문 당선작을 모두 수록했다.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 등 각 부문에서 공모한 글과 그림으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엿볼 수 있다. 초등부 그림일기를 한 편 한 편 넘기며 읽다보면 어느새 동심의 세계가 활짝 열린다. 판소리, 용머리 고개, 이성계, 한지, 한옥마을, 전주사고, 전동성당, 풍남문, 투호 등 전통의 고장 전주의 멋을 담아낸 초등학생들의 때 묻지 않은 시선 덕분인지 자꾸만 눈길이 간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전주시민문학제에는 작년만큼이나 많은 작품이 접수됐다며 그만큼 많은 전주시민 여러분이 그만큼 문학에 대해 많은 괌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책의 끝자락에는 본심예심의 심사위원이 쓴 일반부 산문 심사평과 심사위원장인 전일환 수필가의 심사총평을 실었다. 이소애 전주문인협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번 전주시민문학제에서는 글의 소재가 천년 전주를 알리는 내용이었기에 누구든 당선작을 보면서 소소한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긍지이자 자부심인 전주시민들께서 올해 공모한 당선 작품집을 소중하게 담아 내놓는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5 18:47

[신간] 송봉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에세이집 ‘하늘 뜻은 무엇일까’ 출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로 있는 송봉현 작가가 시대 소명에 맞게 살다 간 인생 선배들의 삶을 짚어봤다. 송 작가가 최근 펴낸 원제 에세이 <하늘 뜻은 무엇일까>(지성의상상)에는 평소 그의 삶에 이정표가 된 멋진 나그네들의 말과 웃음이 담겨있다. 백범 김구, 한용운, 일연스님, 정약용, 공자,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큰 빛이자 나침반이 됐던 인물들의 생애가 위인전 펼치듯 떠오른다. 특히, 경제 비약과 민주화라는 제목의 제5부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와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공무원으로서 41년간 과학기술부와 산하기관에서 일하며 자연스레 성찰한 까닭일까. 천연자원의 빈국이라는 약점을 딛고 경제를 일으켜세운 원동력인 기술혁명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있다. 송 작가는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우리 대통령들은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면서 경제 번영 위에 민주쟁취를 위해 희생된 백성들의 혼을 다독였으며 민주주의에 경제번영이 더해지고 자유와 인권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는 하지만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기에 권력화한 이들이 이성적인 자제력을 잃고 힘을 과시하면 위태로워진다며 통치자들의 과오는 과오대로 치적은 치적대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 책은 필자가 숭앙해 온 분들과 우리 통치자들의 업적에 대해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썼다고 전했다. 송봉현 작가는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익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시인과 수필가로서 시집 7권, 수필집 5권을 썼고 한국문인협회와 한국공간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과학기술부 국장(이사관)과 원자력안전기술원 상임감사, 한국기술사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5 17:19

전주출신 김회권 네 번째 시집 ‘뜨거운 건 왜 눈물이 날까’

전주 출신의 김회권 시인이 인간 존재에 대한 끝없는 물음을 담은 시집 <뜨거운 건 왜 눈물이 날까>(문학의전당)를 출간했다. 김회권 시인의 네 번째 시집으로, 총 3부로 나눠 50여편의 시를 수록했다. 시인은탈선의 욕구와 궤도를 찾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열망과 몽상은 늘 흐릿했다고 책 머리를 통해 고백한다.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바라보고, 그 가운데 소외된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는섬세함은 김 시인의 특장점이다. 시인이 나고 자란 전북의 입말과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묘사한 시편에는 지역과 사람에 대한 애정도 묻어난다. 시인은 그 과정에서 삶을 둘러싼 물음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 한편, 몸을 움직여 마음을 읽어간다.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이들을 향한 연대의식일까. 유인실 문학평론가는 김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세속적 욕망과 좌충우돌 부딪치며 인간의 본원적 가치를 묻는가 하면,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발언에서부터 인간이 보편적으로 직면하는 고독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문학춘추를 통해 등단한 김 시인은 시집 <숲길을 걷는 자는 알지> <동곡파출소> <우아한 도둑>과 산문집 <뜨락에서 꽃잎을 줍다> <꽃처럼 웃다가 주름진 얼굴로 가라> 등을 펴냈다. 현재시작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산신인문학상, 광명신인문학상, 건설문학상, 추보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5 17: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시인 - 하미경 동시집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

동심이 뭘까 생각할수록 동시가 자꾸만 달아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대답하면서 볼이 발그레진다. 땡글한 눈동자가 통통한 발보다 더 커 보이는 시인, 하미경이다. 그녀가 펴낸 첫 번째 동시집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를 여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생각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그득하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그녀의 손에 닿기만 하면 동시가 된다. 활달하게 피고 지는 풍경들에 덧대진 그녀만의 상상의 날개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머리에 노란 꽃핀을 찌른 봄이 화사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물방울을 깨그르르 굴리면서 왈탕갈탕 갈탕왈탕 당당하게 숲으로 들어간다. 할머니의 8천 원짜리 또르르 파마머리는 스프링 머리가 된다. 노란 딱핀이 된 민들레가 있고, 삼단으로 된 접이 양산은 날개를 접은 새가 된다. 연잎 우산에 혹시라도 구멍이 난 건 아닌지 살펴보는 청개구리의 모습이 개구지기도 하다. 빗방울을 굴리며 연잎을 우산 삼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거기에 오버랩된다. 수많은 청개구리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나를 발견한다. 땅강아지와 무당벌레를 잡아놓고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흔들며 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건 뭐든 의인화시켜 정겨운 대화를 나눈다. 땡땡이를 치는 종대를 부러워하고 있다. 친구들하고 감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그 많던 고양이와 귀뚜라미, 책상 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던 기차 연필깎이는 어디로 갔을까. 하미경 시인이 맑은 눈망울을 굴리며 지휘봉을 흔든다. 재잘재잘 개구리 합창이 돌림노래처럼 들려온다. 아이들하고 함께하는 수업시간에 그녀는 과연 어떤 목소리로 순수함을 표현해낼까.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를 닫는다. 학교 가려는 딸에게 딱 한 숟가락만 더 먹자던 엄마의 사랑이 다가온다. 시인은 요즘도 그 옛날 엄마가 떠주시던 한 숟가락의 글밥을 먹으며 동심을 노래하고 있으리. 오늘 저녁에는 별똥별 시를 한 움큼 털어 넣고 우산을 고치며 노래 부르는 청개구리들을 벗 삼아 나도 노래 한 소절 따라 부르련다. * 김헌수 시인은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삼례터미널로 등단했다.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전북작가회의 회원, 동시창작 모임 동시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9.25 17:11

제2회 전주시민문학제 대상에 안재성 씨 선정

많은 비가 내린 지난 21일 오후 전주시민갤러리에서 제2회 전주시민문학제 시상식이 열렸다.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갤러리는 각 부문의 수상자와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발걸음한 가족친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식전행사로 소리지존 퓨전타악 퍼포먼스의 공연이 펼쳐져 경쾌한 난타 음악이 남녀노소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정재영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는 개식 선언과 국민의례 순으로 문을 열었으며 이어 나인구 운영위원장이 경과보고를 진행했다. 류희옥 전북문인협회장과 이소애 전주문인협회장을 비롯해 윤석정 전북일보사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전일환 수필가, 조미애 전북시인협회장, 정군수 석정문학관장, 서배원 전주시 문화정책과장 등 내빈들도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올해 전주시민문학제에는 지난해에 이어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에서 그림일기, 운문, 산문 장르로 나눠 진행했다. 1100여명의 시민이 전주를 주제로 역사, 전통, 예술에 관한 글을 출품했다. 지난해보다는 출품자가 다소 줄었지만 내용 질적인 면에서는 더욱 충실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대상의 영예는 비빔밥을 주제로 산문을 쓴 안재성 씨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전일환 수필가는 이 작품에 대해 전주의 지명이 온고을, 완산주라고 불리우는 기저가 산간의 임산물과 서해바다에 이르는 백리평야의 농산물, 풍부한 서해안의 해산물과의 조화로 비롯된다는 사실을 분석하고 특별한 구성법을 찾아냈다며 이러한 전주의 3요소에 동양철학적인 5방색의 음식재료로 조화롭게 빚어내 남다른 창작의도와 조화의 미학적 특성을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이번 문학제에는 초등부 그림일기 부문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모두 341편이 접수됐으며 예심을 거쳐 102편이 본심에 올랐다. 심사를 맡은 안도유현상 아동문학가는 전주를 알리고 홍보하는 데 글과 그림의 연관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는 의견을 냈다. 운문 부문에서는 333편이 예심을 거쳤다. 이운룡 원로시인과 소재호 전 석정문학관장, 조미애 전북시인협회장은 이 중에서 시정신과 역사적 사실, 현실감각을 잘 담아낸 작품을 선별했다. 이소애 전주문인협회장은 전주시민들의 열망이 담긴 작품을 보며 심사위원들은 무척 많은 고민을 했으며 저 또한 뜨거운 애향심을 느꼈다며 맛과 색이 좋은 비빔밥이 조화를 이루듯 전주시민문학제는 전주의 역사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잔치였다고 후기를 밝혔다. 김승수 전주시장을 대신해 인사말을 전한 서배원 전주시 문화정책과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문학 작품을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문학제가 열린다는 건 무척 뜻깊은 일이라며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소중한 작품은 이번 문학제를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전주의 문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상의 영예는 총 75명에게 돌아갔다. 대상 1명, 장원 7명, 차상 7명, 차하 22명, 참방 39명이다. 이들의 작품은 오는 26일까지 전주시민갤러리에서 글과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2 17:05

“신간 저자들과 만나요” 전북작가회의, 월례문학토론회 개최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종필) 제2차 월례문학토론회-신간 저자들과의 만남이 오는 20일 오후 6시 30분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실에서 열린다. 대상 작품은 한상준 소설가가 소설집 <푸른 농약사는 푸르다>(2019, 작은숲), 김경은 시인의 시집 <흐르는 것 모두 물이 되어>(2019, 밥북), 이강길 시인의 시집 <야생으로 돌아간 고양이>(2019, 리토피아) 세 권이다. 한상준 소설가는 농촌, 농민 문제에 대한 고발과 추궁, 그 대안을 강구해온 농민소설로 그동안 탄탄히 쌓아온 연륜을 이번 소설집 푸른 농약사는 푸르다에 녹여냈다. 김경은 시인은 시에 공간과 공간을 더하고, 색칠해 소통하는 뜻을 담은 흐르는 것 모두 물이 되어라는 시집으로 돌아왔다. 첫 시집이지만 빈틈없는 문장력을 구사한 이강길 시인은 시집 야생으로 돌아간 고양이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을 읽어내며 복원하려는 끈질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월례문학토론회는 기존의 발제 형식의 토론을 벗어나 참여한 이들 모두가 발제자가 되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순서대로 김병용 소설가, 김광원 시인, 지연 시인이 발제를 맡았다. 김종필 회장은 작가가 할 일은 사실과 상상과 의견을 기록하고, 사회에 바른말을 하고,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응어리를 꺼내 문자로 퍼뜨리는 일이라며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9.18 18:35

삶에 대한 견고한 생각, 무릎 탁 치게 만드는 ‘언중유골’

정성수 시인이 산문집 <눌변 속의 뼈>(고글)를 펴냈다. 시집, 시곡집, 동시집 등 다양한 쟝르의 책 짓기를 부지런히 이어온 정 시인의 59번 째 작품이다. 산문집에는 정 시인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과 수필이 담겼다. 책은 498쪽 4부로 구성됐으며, 각 부마다 24편씩 총 96편이 실렸다. 책 장 사이사이에는 정 시인이 평소에 촬영한 사진들도 독자를 반긴다. 문인의 길은 험난합니다. 바람 불고 세상이 춥다 할지라도 어깨를 펴고 의연히 걸어가야 합니다. 자존심은 바늘끝 같아야 하고 옳지 않는 일에는 절대 굽혀서는 안 됩니다. 정 시인이 저자의 말을 통해 문인은 단순한 문자 기록자가 아니라 지성의 표상이며, 문학적 사가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이러한 정 시인의 믿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준관 시인은 표사에서 산문집 <눌변 속의 뼈> 곳곳에는 언중유골로 드러나는 글들이 많다. 인생의 진리를 터득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무릎을 치게 되고 위로를 받는다며 삶에 대한 견고한 생각과 체험으로부터 습득한 글들은 감동이 깊고 울림이 크다고 평했다. 정 시인은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0여 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 현재 전주비전대학교 운영교수로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9.18 18: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 - 서성자 장편동화 ‘돌 던지는 아이’

17년 전, 직장에서 퇴직한 나는 평생교육원의 동화창작교실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지금까지 함께하는 글벗들을 만났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서성자 작가이다. 같이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전북일보 신춘문예도 작가가 당선된 다음 해에 내가 되었으니 우린 참 특별하다. 서성자 작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긍정적이고 배려심이 넘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칭찬거리를 찾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특히 작고 여린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존경스럽기만 하다. 장편동화 <돌 던지는 아이>의 몽개도 마찬가지이다. 몽개는 노비라서 동생 몽이를 잃었고, 노비라는 이유로 누나 유월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주인 집 도령 지상이의 도움으로 글을 배워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아프게 겪어야만 했던 몽개는 신분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꿈꾼다. 사람들은 신분의 벽을 깨자는 만적의 말에 새알로 벽치기가 아니냐고 묻는다. 그 때 몽개가 나서서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사람들은 거기에 벽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살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알이 깨진 흔적을 보면 사람들은 그게 벽인 줄 알게 될 거예요. 돌도 던져 봐요. 던진다 던진다 생각만 하지 말고, 던진다 던진다 말만 하지 말고, 진짜로 돌을 던져 보자고요. 아마도 몽개의 이런 말은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작가의 마음이었으리라. <돌 던지는 아이>는 고려 시대 최충헌의 사노비 만적이 여러 노비들과 함께 봉기를 일으킨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역사시간에 시험 공부하느라 외웠던 만적의 난을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만적, 효삼이와 같은 이름을 우리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역사 속 만적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작품 <돌 던지는 아이>에서는 몽개에 의해 살아나 진주 노비들의 난에서 활약한다. 양반의 아들 지상이가 준 조각도로 몽개가 자신과 만적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 또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 낸 결말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말처럼 여전한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몽개처럼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 먼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더 애쓰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장은영 동화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책 깎는 소년>이 있다. <책 깎는 소년>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9.18 18:34

[신간] 김제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50년 역사 ‘한눈에’

흔히들 반세기 50년이라는 말을 쓴다. 쉽게 쓰는 말이지만 50년이라는 세월은 인간이나 단체에나 녹록지 않았을 무게를 담고 있다. 50세를 일컬어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지천명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의미일 터. 지역의 예술단체, 김제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가 50년의 세월을 이어왔다. 김제예총은 출범 50년을 맞은 올해, 그 세월의 의미를 담아 <김제예총 50년사>를 발간했다. 역사는 잊지 않는 사람의 기름진 토양이라는 제목의 발간사처럼 지난 세월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곳곳에 가득하다. 김영 김제예총 회장은 5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으로는 장년에 해당하는 나이이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김제예총을 아끼고 사랑하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50년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제예총 각 협회마다 가지고 있는 자료의 양이 다르고, 심지어 김제예총의 자료도 각 시기에 따라 차이가 컸기 때문. 자료들 사이의 비율을 맞춘 중간을 짚어내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한 단체의 역사를 기록한 책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갖가지 욕심이 생기기 쉽고, 또 누군가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김제예총 50년사는 그 중간이라는 것을 잘 찾아낸 듯싶다. 일례로 김제 지역 예술인들의 큰 염원이었던 김제예술회관의 건립과정과 운용과정 등도 책에 담고 싶었지만, 욕심을 버렸다. 훗날 독립된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또 김제시민의장 문화장을 받은 분들의 자료도 대략적으로나마 소개하며 의미를 더했다. 책 속에는 김제예총과 한국예총의 연혁과 사업부터 협회별 연혁이 자세히 수록돼 있다. 한국국악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음악협회, 한국무용협회 등의 김제시지부 이야기도 허투루 싣지 않았다. 책을 접하거나, 김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 말미에 실은 부록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리랑 문학관과 문학마을, 벽천미술관, 김제농악, 그리고 서예로 본 금산사 현판 등 최근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들도 빼곡히 수록돼 있다. 곳곳에 실어놓은 사진 자료도 소중한 지역유산의 모습을 살펴보는 좋은 예가 된다. 김영 회장은 소소한 바람 한 가지도 담아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앞으로의 김제예총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바람이다. 그는 각 개인에게 보관된 자료는 없는 자료나 마찬가지다. 예술은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며 시에서 예술문화의 모든 자료를 담은 아카이브 구축과 운영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발간사 말미에 쓰인 가난한 예술의 길이지만 기꺼이 걷겠다는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이 50년을 이어온 작지만 강한 협회의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9.18 18:29

[신간] 애써 되돌리고픈 마음의 꼬리

평생 교직에 몸 담았던 강태구 시인이 시집 <마음의 꼬리>(황금알)를 펴내며 세상의 모든 눈과 마주하며 끝까지 걷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애써 되돌리고픈 마음의 꼬리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긴긴밤, 시인은 지난 날 쩔치지 못하고 중얼거린 마음을 꼭 붙들고 바람, 돌, 풀, 꽃을 생각한다. 시인의 시선은 묻지마식 혼잣말이 가득한 세상으로 향했다가 하얀 그리움에 임 생각을 담아 보낸다. 그리고 익숙한 약속에 다시금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되돌아가고 싶은 날은 언제인지 떠올려본다. 정휘립 문학평론가는 평설을 통해 강태구 시인은 불변의 과거에 형성된 자아의 양태를 끊임없이 반추하면서, 동시에 가변적 현재에 처한 자신의 위상을 끈기 있게 관측한다며 시인의 과거태와 현재태, 그 두 가지 기세가 상호 길항하면서 재생산해내는 시편들의 결마다 함초롬히 배어나는 것은 시인의 정직한 욕망이며 그 올바른 욕망은 항시 저 너머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구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했다. 작품 활동은 2010년 시집 <허공을 긁어오다>로 시작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18 18:29

[신간] “산사를 뒤돌아보며 나는 이렇게 만행 길을 떠났다”

문리(文理)가 모두 묘하여 그윽한 법칙을 이해하고 거치른 궤도를 벗어나는 것 아님이 없으니 어찌 묘법(妙法)이라 하지 않겠는가. 전북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한창 소설가가 <묘법연화>(도서출판 바밀리온)를 출간했다. 만행승의 구도소설이라는 부제목이 붙었다. 수행을 위해 길을 떠난 승려가 도(道)를 구하는 내용이라는 데 생각이 모인다. 이 책의 제목과 관련있는 묘법연화경은 시방삼세 모든 부처가 낳은 큰 뜻이자 9도 4생이 모두 한 길로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문을 일컫는다. 이 법은 보여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말의 모습이 적멸해 텅 빈 듯 근거할 수 없고 소연해 의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말하기 위해 억지로 이름붙인 것이 묘법연화라는 것이다. 바랑 메고 행전 둘러 길 떠나 가는 것은 다시 옴의 시작이라 청산 게 있으면 나 또한 있으리라. 산사를 뒤돌아보며 나는 이렇게 길을 떠났다. 이야기는 월락남방금송비, 까치 떼 울음소리, 묘법연화, 연화, 방랑승, 부처 등 6장으로 나눠 전개된다. 뒤돌아본 청산에게 이르며 나는 이렇게 만행 길을 떠났다는 작가의 말처럼 대천계삼라만상 지혜의 눈을 뜨는 인물과 동참할 수 있다. 김한창 소설가는 1999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해 소설집 <접근금지구역>, <핑갈의 동굴>, <사슴 돌>과 장편소설 <꼬막니>, <바밀리온>, <솔롱고1>를 썼다. 지난 2010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시아거점 몽골문학 레지던스 소설작가로 선정돼 몽골 울란바타르 연구교수로 파견됐으며 현재는 객원교수로 재임하면서 한국과 몽골의 교류문집과 소설선집의 발행을 추진하는 등 한국과 몽골문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문협, 몽공문학연맹회원, 한국소설가협회중앙위원, 표현문학 동인, <한-몽 문학>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18 18:29

제25회 열린시문학상 시상식, 전북문학관서 열려

제25회 열린시문학상 시상식이 5일 전북문학관 문예관에서 회원들의 깊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개최됐다. 열린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숙)는 주최로 열린 이 날 시상식은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류희옥 전북문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이운룡, 정병렬, 유응교, 김계식, 전선자, 서상옥, 전병윤, 최정선, 이소애, 신수미,송재옥, 전용직, 송희, 김영, 전숙자, 김현조, 이재숙, 김연경, 김금남, 이여산, 서영숙, 김주순, 강동일, 이명희, 양순금, 박선애, 남궁웅, 석경자, 고은, 김홍부, 고은혜 시인 등 100여 명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운영위는 올해 열린시문학상 수상자로 백봉기 시인(74)을 선정했다. 심사를 맡은 전선자 시인은 백 시인은 그동안 시집 신의 눈물과 산문집 억새풀을 헤치며, 억새꽃 저 바람 속에, 여행 산문집 기억보다 아름다운 그 곳, 낯선 바람의 땅 등 세계 여행 체험을 통해 자연 산천의 특별한 점을 발견코자 온 몸과 정신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처럼 치열한 삶의 자세와 태도, 문학 정신에 집중하는 에너지 발산은 가히 모범적인 개성미라고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시상식은 축사는 전북일보사 윤석정 사장, 전북문인협회 류희옥 회장으로 이어졌으며, 수상자 답사로 막을 내렸다. 백봉기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아직도 멀고 험난한 시문학의 지난한 길을 있는 힘을 다해 헤쳐나가야 할 사람이 상을 받게 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9.05 18:08

제2회 전주시민문학제…대상 안재성 ‘비빔밥’

안재성 전주시가 주최하고 ㈔한국문협 전주지부(지부장 아소애)가 주관하는 제2회 전주시민문학제 당선작이 발표됐다. 전주시민문학제는 전주시의 적극적인 후원에 다른 문학단체에서도 부러울 만큼 성황리에 행사가 이루어져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공모전 대상에는 한옥마을과 전주 천년 전통의 음식 등을 조화롭게 엮어낸 산문 비빔밥을 출품한 완산구 안재성(일반) 씨가 차지했다. 공모전은 천년고도 전주가 후백제로부터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견훤산성과 경기전, 풍남문, 한옥마을 등 역사적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전주를 알리는 내용으로 그림일기, 운문, 산문 부문으로 나눠 공모했다.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전주시에 거주하는 초중고 학생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작품을 접수한 결과 총 12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위원만 20여 명의 중견 문인들이 동원돼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이소애 전주문협회장은 예상외로 많은 시민과 학생이 참여하여 전주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며 내년에는 더욱 알찬 행사를 계획하여 전주시민의 전주사랑 정신을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후 3시 덕진공원 시민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림일기 장원 효림초등학교 2학년 김태은 작품을 비롯한 75명의 운문, 산문 입상자 작품도 20일부터 26일까지 전시되며, 입상자의 작품을 책으로 엮어 시내 학교는 물론 관계기관에 배부할 예정이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 대상 안재성(산문 비빔밥) ◇ 장원 △한도연차현준김현진(운문) △임지우박선우윤귀자(산문) △김태은(그림일기) ◇차상 △조유진안일임상순(운문) △유가희김재영이혜숙(산문) △김가영(그림일기) ◇차하 △김서율마성연김요한이다현김경은한단비김은경이상진하태남(운문) △양예윤정소울이시윤노민아양지혜김진수이대영황다솜김수경(산문) △황이루이지윤황주하김한경(그림일기) ◇참방 △김가현 외 14명(운문) △장현준 외14명(산문) △박지원 외 7명(그림일기)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9.05 18:0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태건 시인 - 이병초 시집 ‘까치독사’

누구에게나 적은 있다.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꼽히는 창암 이삼만은 아버지가 독사에 물렸다. 그때부터 창암은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뱀을 보는 족족 죽였다. 나중에는 창암이 나타나면 뱀이 스르륵 자취를 감출 정도였다. 그래서 전주시 인근에서 정월달 뱀막이 하는 날이면 이삼만이라는 글씨를 써서 집안 기둥은 물론 장독대까지 거꾸로 붙이는 풍속이 생겼다. 적은 어디에나 있다. 위협하는 뱀 이야기는 종교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졌다. 사악한 뱀의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의 시각이다. 이야기를 바꿔보자 뱀을 위협하는 인간은 옳은가? 이병초 시 까치독사는 궁지에 몰린 뱀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대결과 야만의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견뎌온 것일까? 시인은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밖에 없는 소외된 약자가 아니던가? 적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모두 가난했음으로 어쩌면 아름다웠다. 이병초의 시집은 더불어 사는 빛나는 시절을 회상한다. 꽃을 보면 꽃이 되고/벌이 되고 나비가 되던 시절/남들 쉴 때 나도 쉬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가? 시인은 모두 잊고 사는 것을 기억해내는 직업이란 말이지. 시집 곳곳에 전라도 말씨가 풍성하게 엉겨 번진다, 전라도 말이 주변부, 소수자의 언어로 밀려나서 점점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과 산 사이 마을의 칡넝쿨을 걷어낸 자갈밭에 까치독사가 나타난다. 독사는 경계를 침범하는 적에게 입을 쩍 벌리며 위협한다. 더 가까이 오면 독 묻은 이빨로 숨통을 물어뜯어버리겠다고. 뱀은 물러설 줄 모른다. 그런데 뱀에게는 누군가에 얻어맞은 상처가 있다. 상처가 깊어서 곧 죽을 것 같은 뱀이, 제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저항한다. 목숨을 걸고. 그걸 보는 시인은 네 일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병초 시인은 지금 사학 재단과 싸우는 중이다. 거대한 힘과 싸우느라 5년이 훌쩍 지났다. 경제적 곤란보다 세상의 야박함이 더 지치게 한다. 그래서일까? 시인이 술을 마시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 비처럼 시인은 노래를 부르고, 그럴 때마다 시인의 작은 몸도 흔들린다. 거악巨惡과 싸우다가 상처 받은 이들에게 시인은 절절한 위로의 노래를 부른다. 이 시대에 순정을 지키고 우직하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모든 걸 다 걸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 박태건 시인은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스토리텔링과 관련한 글쓰기와 강의를 한다. 올 봄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되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9.04 18:46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