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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도현 시인 ‘그에게 바란다’ - 안도현 시인, 그의 시가 듣고 싶다

그가 들려주던 시는 늘 힘 있고 건강하고 따뜻했는데그는 지금시를 쓰지 않고 있다의사로서의 안락한 삶을 기꺼이 마다하고 성직자의 고된 길로 들어섰던 사람.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땅,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로 가서 가난하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모든 이들의 친구가 되었던 사람. 세상에 환한 빛을 밝혀주고 마흔여덟 젊은 나이에 하늘로 떠난 사람. 이태석 신부다. 선종 직전 그의 야윈 볼에서, 한겨울밤을 꼬박 새워가며 온몸을 뜨겁게 불태워 사람들에게 온기를 나눠준 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녘, 볼품없는 모습으로 골목길에 버려진 연탄재를 발견한다.세상에는 이태석 신부처럼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해를 끼치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 또 있다.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온갖 트집을 잡아가며 비난하고 폄하하는 부류다. 골목길에 버려진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는 이들에게서 안도현 시인은 일찍이 그런 수많은 너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너에게 묻는다〉를 통해 따지듯 혹은 나무라듯 물은 바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그가 쓴 〈연어〉의 주인공 눈맑은연어처럼 따뜻한 눈을 가진 시인은, 비록 한때나마 세상의 수많은 너들을 향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던 게 마음에 걸렸던가 보다. 그래서 그림처럼 〈너에게 묻는다〉를 집필실 한쪽에 두고 것이리라. 일찍이 〈연탄 한 장〉을 통해 자기 성찰의 자세로 돌아가 바로 그 너들 앞에서 어깨를 낮추었으면서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중략생각하면 삶이란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산란을 위해서 초록강을 향해 헤엄쳐가는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지느러미처럼 그가 들려주던 시는 늘 힘 있고 건강하고 따뜻했으므로, 비유컨대 그가 쓴 〈연어〉의 초록강은 그에게 시작(詩作)의 터전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런 그가 안타깝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힘주어 말했다. 구더기와 똥물이 우글거리는 지금의 초록강은 더 이상 초록강이 아니라고, 이런 초록강에서는 그 어떤 희망을 찾을 수도 꿈을 꿀 수도 없다고, 그런 곳에 알을 낳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그 옛날처럼 햇살이 강바닥의 조약돌에 곧장 내리꽂힐 만큼 맑은 물이 흐르지 않는 한 초록강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거라고, 초록강 아닌 그 어느 곳에도 알을 낳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의 결기를 뉘라서 말릴 수 있으랴만, 〈너에게 묻는다〉에 빗대어 이제 그에게 바라노니, 훗날 그가 초록강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그랬던 것처럼 온몸이 누더기가 되어 있는 일은 없기를, 주둥이에서 핏물 따위를 흘리는 일도 생기지 않기를. △안도현 시인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기간에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의 출처를 묻는 글을 몇 차례 트윗했다고 검찰에 기소되어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받았으나 그에 반하는 재판부의 벌금형에 불복하여 상고했다. 그와 관련해서 시인은 현 정권에서는 시를 쓰지도 발표하지도 않겠다고 트윗한 바 있다. 현재 그 사건의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시를 쓰지 않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3.19 23:02

〈문예연구〉 창간 20년…우리시대 문학 재조명

계간 〈문예연구〉 창간 20주년 기념 행사가 지난 15일 전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렸다. 1993년 11월 창간호를 낸 〈문예연구〉는 3월 봄 호까지 통권 80호를 발행한 종합문예지.시, 소설, 시평, 소설평, 서평, 영화평, 미술평, 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는 종합문예지로서의 전통을 이어온 〈문예연구〉는 특히 기획특집으로 문인들에 대한 조명과 우리시대의 문학적 이슈나 논쟁을 집중조명하여 전문 문학연구지로서 차별화된 기획을 시도했다. 염상섭 이문열 조정래 박경리 이청준 박완서 공지영 최인훈 오정희 송기숙 송하춘 백석 이상 김영랑 오규원 신동엽 박재삼 이용악 등의 국내 작가와 톨스토이 오스카와일드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외국 작가의 문학세계를 작가 시리즈에 담았다.또 한국사의 분수령이 되었던 역사적 사건 속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역할에 관해 대형 특집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영상매체가 출판문화를 잠식하는 문학의 위기를 맞아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또 사회적 담론이 필요한 현안을 문학과 접목시켜 마련한 특집 한국사회와 다문화문학과 문화컨텐츠 노인문학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같이 지역문학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다양한 기획특집과 우수한 필진의 작품 발표로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제정한 우수잡지에 4차례 선정되기도 했다.문예연구는 또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창작의 지평을 확대하고자 1998년 한국문예연구문학회(회장 임희종)를 창립, 동인지 〈텃밧〉 16집까지 발간했다.한편,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강남주(소설부문)서철원(소설부문) 김상미(시부문) 유미숙(시부문) 황점숙(시부문) 씨가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전안 시인과 한호철 수필가는 제1회 문예연구작가상을 수상했다.〈문예연구〉는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가 발행인이며, 강연호 시인(원광대 교수)가 주간을 맡고 있다. 정 양 시인 전정구 전북대 교수,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교수, 공종구 군산대 교수, 문학평론가 최명표 씨가 편집위원으로, 이종호 시인이 편집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3.18 23:02

김제출신 이오장 시인 시집 '고라실의 안과 밖' 출간

써레질홀태코뚜레다듬이도고통두엄금줄확독구들장베틀고지작두부지깽이등잔풍구젖둠벙40~50대 이상이면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용어지만, 20~30대 젊은 도시인들에게 이 정도의 농사 용어도 생소하고 낯설 것 같다. 기계화에 따라 농사짓는 방법이 바뀌고 옛 농사 도구도 사라지고, 농사일의 풍속도 크게 바뀌면서다.김제 출신 이오장 시인(62)이 농경문화를 테마로 한 시집 <고라실의 안과 밖>을 냈다(시문학사). 시를 통해 잊혀져가는 농경문화를 조명하고, 김제지역의 방언들을 거침없이 시에 풀어놓은 이 시집은 농촌 민속문화의 보물창고로 이태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평가했다.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기구가 필요하고 거기에 따른 언어와 행동이 발생한다. 이것이 농경문화 즉 인간의 기본적인 문화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이 시인은 인간 생존의 기본인 농경문화를 잊어서는 안 되며, 현재 쓰지 않는다고 그 시절의 물건이나 말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곧 근본을 지우는 것이고 조상들의 정신을 끊어버리는 것이다고 했다. 농경생활에 관한 시에 주목한 배경이다.이번 시집은 시인이 <시문학>에 2013년 1월부터 12회에 걸쳐 발표한 것을 시집으로 묶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농경생활을 바탕으로, 전통농기구박물관을 찾아다니고 사전적인 내용도 참고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후대의 지표를 위해 약 1천개의 주석을 달아 주가 있는 시집이 됐단다.모내기써레질못자리와 같은 농사일을 하는 풍경, 홀태쟁기가래와 같이 농사일을 하는 도구, 씨오쟁이넉가래훑이매통과 같이 농사와 관련된 문화를 시로 읊었다. 코뚜레배메기소부리망 등을 통해 농사일을 하는 소를 노래하고, 따비씨아딸개에서 밭농사의 모습을 그렸다.다듬이모시삼기옹탱이고지갈퀴치기베나르기베틀물레의 시로 농촌의 생활문화를 노래하고, 채반확독디딜방아에서 여인의 고된 삶을 이야기 했다. 달코다리단골네솟대터줏가리는 전통신앙과 민속신앙을, 쑤기새잡기서리연자세는 옛 놀이를 떠올리게 한다.이태영 교수는 이를 종합해 가장 한국적인 농촌의 일, 풍경, 일상, 문화를 담은 시집이다. 농촌의 풍경 사진을 보는 듯하고, 농춘의 풍경을 여러 색으로 칠한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고 평했다. 또 지역어와 지역문화적 관점에서, 농경문화의 중심지인 김제지역의 언어와 문화 및 정서를 시적으로 형상화해 전북지역의 시문학에 소중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았다. 지역의 언어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통해 전북지역 시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한국의 시문학의 미래를 성찰케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현복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는 김제지역의 농촌시를 지으면서 문학자와 어학자의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며, 방언적인 공헌과 문학과 어학의 융합을 높이 평가했다. 이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중앙위원한국현대시인협회 상임이사<사상과 문학>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바람꽃을 위하여> <꽃과 나이테> 등 10권을 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3.17 23:02

[22. 장복겸(張復謙)의 연시조 고산별곡] 세상 시름 잊고 자연 아름다움 노래

필자가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았던 「옥경헌유고(玉鏡軒遺稿)」를 접하게 된 것은 1987년 전주대학교 도서관에 근무했던 김종진 씨로부터다. 마침 호남을 중심으로 수집한 고서의 해제작업을 준비하고 있던 그로부터 이 문집에 실려 있는 고산별곡가사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옥경헌 유고에 실려 있는 것처럼 가사문학작품이 아니었다. 거개의 고전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창(唱)으로 향유하기 위한 가사(歌詞)였지, 문학장르상으로 통칭되는 가사(歌辭)문학 장르가 아니라 10수의 연시조였다. 이 고산별곡은 필자의 작품연구를 거쳐 1988년 「국어국문학」 102집에 실리게 되었다.광해군 9년에 전북 임실군 지사면에서 태어난 장복겸(張復謙 1617- 1703)은 영천 위에 있는 고산(일명 독뫼)의 승경과 아래로 아름다운 서호의 중간에 외롭지 않다는 불고정(不孤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가사(歌詞) 10장이라는 연시조 〈고산별곡〉 10수를 지었다. 강호한정을 노래한 이 〈고산별곡(孤山別曲)〉은 조선중기의 은일처사 옥경헌 장복겸이 남원부 거녕현(현 임실군 지사면)에 살면서 지은 연시조이다. 아버지 흥성(현 전북 흥덕)인 장사랑 담(膽)과 효령대군 2세손인 어머니 석성(石城)의 정증손녀 슬하에서 태어났으나, 7-8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외조모의 슬하에서 외롭게 자랐다. 고산 윤선도가 6세의 어린 나이에 친부모의 슬하를 떠나 물설고 낯설은 전남 해남의 백부댁에 양자로 입양된 고독한 문학적 환경과 동질적이다.그래서인지 장복겸은 고산 윤선도보다 30년 후세인으로 자신이 지은 〈고산별곡〉은 윤선도(1587 -1671)의 〈산중신곡〉이나 〈어부사시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옥경헌은 그가 양육되었던 외가에 후사가 없고 서자만 있으므로 국전에 따라 전답을 고루 분배함으로 제사를 지낼 서자를 위해 자신에게 분배된 재산을 내놓을 정도로 당시의 서얼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선각자였을 뿐만 아니라, 핍박받던 민중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지닌 사대부였다. 그는 현종 11년(1670년) 극심한 흉년으로 기근이 심해지자, 백성들을 위한 환상(還上)제도가 오히려 고리(高利)의 이식(利殖)으로 민생고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며, 사농공상 중 농사짓기가 가장 힘든데 선비는 무위도식하는 계층이기 때문에 소학과 사서를 터득한 업유(業儒), 활과 말타기를 익힌 업무(業武), 나머지 무리를 업농(業農) 등 3등급으로 분류하고 유의유식(遊衣遊食)하는 무리들을 없애야 한다는 구폐소(救弊疏)를 올린 민주적인 의무론을 제기한 선각자였다는 것이다. 실제 이 당시에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 높은 이율로 국고의 쌀을 대여하고 가을에 수확한 곡물을 무자비하게 착취하여 자신의 재산을 축적하는 가렴주구의 지방관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방 곳곳에서 민란이 자주 일어났고, 마침내 동학혁명의 농민전쟁이 일어난 도화선도 되었다.옥경헌은 지배계급인 사대부 계층을 혁신하여 각자 소임을 다함으로써 공정한 사회를 이루어야 하고, 민중들을 이러한 지배자의 부당한 수탈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선진사상의 소유자였다. 그런 사대부였기 때문에 고리의 환상제도의 폐해를 없애야 하고 무위도식하는 유학자들을 각자 소양에 따라 업유, 업무, 업농의 3부류로 나누어 일하게 해야 한다는 혁신적인 구폐소를 왕께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사대부들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분연히 의병에 가담하여 나라를 위기로부터 헌신적으로 구해낸 선진 지배자나 민중들이 많았고, 이로써 조선사회의 삶의 문화가 세계적인 선진대열에 설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옥경헌은 집문 밖 시냇가 독뫼(일명 고산)에 불고정(不孤亭)을 짓고 수많은 시문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로 〈고산별곡〉 10수의 연시조를 남겼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 작품은 「옥경헌유고」 가사(歌詞)편에 〈고산별곡〉이라는 제하에 실었는데, 고산과 서호의 절경에 옥경헌과 불고정을 짓고 달 밝은 밤, 서늘한 바람, 흐드러지게 핀 꽃들 속에서 자연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삶이 그 연시조에 담겨있다, 거개의 강호류의 시가들이 자의든 타의든 환로(宦路)에서 벗어나 자연에 묻혀서 그 아픔을 달래고 자위하는 수단으로 음풍농월한 것과는 달리 장복겸의 〈고산별곡〉은 애당초 벼슬길과 무관한 순연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가치 있는 처사적 인생을 노래했다는데 남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1]청산(靑山)은 에워들고 녹수(綠水)는 돌아가고 석양(夕陽)이 거들 때에 신월(新月)이 솟아난다일존주(一尊酒)가지고 시름 풀자 하노라 (중략)[5]옥경헌(玉鏡軒) 잠을 깨어 눈유장(嫩柳莊) 안니다가 청계석(靑溪石) 흩디디어 불고정(不孤亭) 올라가니아이야 일호주(一壺酒) 가지고 날을 찾아 오너라(중략)[10]국 안주(安酒) 깊은 잔 좌상(座上)께 나소오고 노래 춤 장고 북은 젊은이 맡겨두고아이야 종이 붓 먹 들여라 연구(聯句)한 작 하옵세[1]의 청산은은 여타 은일류의 작품이 그러하듯 청산, 녹수, 석양, 신월, 일존주를 주된 소재로 하고 있다. 청산은 첩첩이 안으로 에워싸고 있지만 녹수가 돌아서 주야장천 흘러가는 공간을 제공하는 가운데 한낮이 지나면 석양이 오고 석양이 지나면 동녘에 청신한 새달이 솟아오른다는 만유불변의 이법을 제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변화무쌍한 인간들에 대한 서글픔을 노래하고 있다. [5]의 옥경헌은 하루의 일상을 압축하여 마치 일기 쓰듯 서술하고 있다. 옥경헌에서 잠을 깨어 눈유장에 있다가 푸른 이끼가 낀 징검다리를 지나 불고정에 올라서 술과 벗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10]의 국안주는 고산별곡의 마무리 장으로서 시주(詩酒)와 벗, 달, 거문고로서 위안을 삼아 보지만 그것만으로 자위할 수 없는 화자는 고려속요 청산별곡의 마지막 8연과 같이 깊은 잔(盞)많은 술에 자신을 의지하여 현실의 아픔을 달래었고, 더욱이 노래, 춤, 장고, 북소리를 즐기며 인간 본연의 고독을 치유하려 안간 힘을 쓰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고산별곡은 청산, 녹수, 석양, 신월, 술, 삼척금(三尺琴) 등 자연을 주요 소재로 삼아 시를 읊조리는 가운데 세상시름과 번뇌를 잊고 자연과 더불어 소일하면서 자오자락(自娛自樂)하는 게 작자의 주된 정서다. 옥경헌의 작품도 이념을 앞세운 정제된 소재나 공식화된 소재로서 시조작품을 생산하는 일반적인 고시조와 마찬가지로 작품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출세하여 세상에 나가지 아니하고 초야에 묻혀 지절을 노래할 때 으레 관례적으로 물이나 달을 등장시키면서 더욱이 인간이 아닌 달을 유일한 벗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은 고산 윤선도가 수석송죽월의 자연을 오우(五友)로 삼고 있는 경지와도 동질적이어서 이 두 작품의 상관성이 있었음직도 하다. 옥경헌의 문학적 배경이 된 불고정은 남원부 거녕현(현 전북 임실 지사면 영천리)에 장복겸이 세운 정자이다. 집문 밖에 독뫼라 부르는 작은 고산(孤山)이 있는데, 그 산 위에 정자를 지어서 불고정(不孤亭)이라 하였다. 이는 정극인이 전북 정읍 칠보 동진강 가에 초옥을 짓고 근심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불우헌(不憂軒)이라 이름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고산(孤山)과 불고(不孤)의 아이러니는 옥경헌 스스로의 심회를 드러낸 것이지만, 그 행장을 보면 소동파가 산은 외롭지 않다라고 한 말에서 취의(取義)했다고 기록되어 전한다. 장복겸은 때로 이 정자에 노닐며 스스로 외로움을 달래고 외롭지 않음을 읊조리기도 했고, 달 밝은 창가에 고요히 앉아 도의를 강론하고 학문을 닦는 즐거움을 스스로 누리며 살았는데 바로 이러한 것들이 불고정이라고 명명한 작자의 의취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산별곡〉 10장의 연시조가 300 여 년 전에 전북 임실 영천에서 장복겸에 의해 생산되어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나 〈산중신곡〉과 더불어 나란히 어깨를 겨루고 우리 국문학 의 시가작품의 질량을 높였다는 사실은 자못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3.14 23:02

양해완 김제시 청하면장, 4번째 시집 〈어머니의 눈물〉 발간

양해완 시인(김제시 청하면장)이 4번째 시집 <어머니의 눈물>을 발간했다.애절한 사랑과 이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나태한 자신을 다스리는 자아성찰, 이웃에 관심을 보이는 이타적 사랑 등 4부에 걸쳐 실린 시집은 자신이 5년간 쓴 79편의 시(詩)를 곰삭여 놓았다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삶을 묶어 시로 구성했다.안 도 전북대 평생교육원 교수는 시평을 통해“양해완 시인의 시를 마주하면 우리를 순수한 존재의 세계로 데려다 주는 것 같다”면서 “우리가 얼마동안 살았는가에 상관 없이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우리의 가슴에 와 닿으리라고 생각한다. 영혼의 방향과 삶의 지혜를 선물한 것 같다”고 평했다.양 시인은 “금번 시집을 통해 독자들의 안에 있는 사랑을 일깨우고 깊어져서 자신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타인과 세상을 사랑하길 희망한다”면서 “우리들 영혼의 고향인 어머니에 대한 아릿한 그리움을 시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2005년 중앙문예 월간지 ‘문예사조’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도·전주시·김제시 문인협회, 전북문학포럼 회원, 전주시인협회 이사로 활동 하고 있으며, ‘그대는 내 영원한 그리움’, ‘어머니’ 등의 시집을 펴냈다.

  • 문학·출판
  • 최대우
  • 2014.03.14 23:02

[⑫ 문학관] 문인·문학 장르넘어 시민속으로

전북지역 주요 문학관들이 올 한 해 시민 속으로 들어간다. 문인과 문학 장르를 넘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에 중점을 둔 기획들이 눈에 띈다. 생활 속에서 문학을 찾게 하고, 문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문학관에 따라 시설 관리에 급급한 경우도 있다. 군산시와 고창군이 각각 운영하는 채만식문학관과 미당시문학관이 그 경우다. 두 문학관은 올 구체적 사업계획조차 없다. 운영 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잘 운영되는 문학관의 벤치마킹을 통해 문학관 활성화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전북문학관개관 3년차를 맞은 전북문학관(관장 이운룡)은 연중 문예아카데미와 문학특강 등을 준비했다. 일반인의 문화적 소양을 높일 목적으로 문예아카데미로 시창작실버문학동양인문학재능시낭송여행작가교실을 연중 진행하고 있으며, 전북문학의 자긍심과 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김동수 시인의 문학특강 전북시의 맥을 찾아서를 올 신규로 개설했다. 또 시군 관공서 로비 등에 찾아가는 문학관을 운영, 문학의 생활화를 꾀할 계획이다.문학관은 또 가정의달 효도편지쓰기 (5월23일), 한글날기념 도내 중고생 백일장(10월12일), 아동문학회 주최 자연생태아카데미(7월4일)를 열어 학생들과의 접점을 확대한다.시가 있는 음악 및 전국시낭송대회(9월19일), 가을이 물드는 전북의 산과 들 시화전(10월12일)지역작가 작품집 전시회 (11월4일-12월2일)는 문인들의 창작열을 높이는 기획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진행했던 사업들로, 전북의 중심 문학관으로서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북문학관은 꿈다락토요학교 프로그램 운영과 작가 레지던시 사업, 전북의 문화유산을 문학적으로 담아내는 작업 등을 기획했으나 사업비 확보가 안돼 진행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전북도에 지원하는 연 1억원의 예산으로는 인건비와 관리비 충당에도 빠듯해 별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익사업 발굴 등 자구노력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석정문학관부안 석정문학관(관장 소재호)은 지역민들이 문학예술을 누리는 광장이 되게 하는 역할에 올 중점을 뒀다. 지역의 노인과 주부 등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신석정 또는 자기 이름 삼행시짓기대회(4월25일),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으로 일기편지기행문자서전 쓰기 등을 통해 문학관이 생활문학의 길라잡이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4월~11월). 다문화 가정주부 백일장(10월 중)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학관과 주민간의 문학적인 통로다.문학관은 또 초등학생 대상 석정 시 낭송 대회(4월11일)와 상시 문학학교(시인학교) 운영을 통해 지역민들과의 간극을 좁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지난해 처음 시작한 여름 시인해변학교(8월15일~16일)는 바다와 마실길 관광지 등 풍광을 이용한 이벤트로,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시인을 앞세워 문인과 지역민관광객들에게 부안의 문학적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올 석정문학제(10월25일~26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안과 전주에서 나눠 개최하며, 전주에서는 인문학 세미나로 진행할 예정이다. 문학관은 또 매년 발간해온 석정문학 문집과 별도로, 10월중 전북 출신 대표 문인들의 작품들로 문학지를 발간할 계획이다.△최명희 문학관전주한옥마을 관광객 증가 등에 따라 매년 3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맞고 있는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은 관람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더 마련할 계획이다. 또, 관람객들이 남긴 말과 글과 여러 흔적들을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리는 등 문학관과 관람객과의 소통을 꾀할 예정이다.문학관은 유료 상설프로그램인 1년 뒤에 받는 나에게 쓰는 편지에 올 12월에만 3000여 명이 참가하는 등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문학관의 일상을 전하는 홈페이지 메뉴 마음자리가 인기 코너가 됐다고 자랑했다. 최기우 문학관 학예연구실장은 문학관이 잠시 머물거나 스치는 공간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소소한 흔적들이 문학관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곳곳에 고스란히 역사로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자신의 삶에 전주와 최명희문학관은 더 반가운 곳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명희문학관은 또 손글씨공모전한식백일장학생문학상 등 10여 개의 공모전백일장을 비롯해 문학기행과 각종 낭송낭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손글씨공모전최명희청년소설상혼불학생문학상한식백일장 등 공모전을 계속 진행하고, 혼불문학기행혼불문학강연퍼레이드혼불글쓰기교실 전주 발(發), 엽서 한 장, 최명희 서체 따라 쓰기, 혼불 필사하기 등을 꾸릴 예정이다.〈끝〉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3.12 23:02

"10년 후 출판, 온라인 전략 차별화를"

격주간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단행본 한국의 출판기획자를 펴내 출판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고 미래 방향을 모색했다.5부로 구성된 한국의 출판기획자에는 출판사 대표들의 대담과 출판기획자 인터뷰 등이 담겼다.1부 15주년 특별좌담에서는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장은수 민음사 대표, 홍영태 비즈니스북스 대표,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이 모여 10년 후 출판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출판업계가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출판사와 기획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제시했다.한기호 소장은 제이슨 엡스타인은 북 비즈니스에서 미래의 책은 대형출판사가 아닌 편집자와 출판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이런 면에서 출판은 새로운 황금기의 입구에 서 있다고 낙관했다.박숙정 김영사 상무는 미래에 전자책과 종이책이 병행될 테지만 기획이나 마케팅은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디지털환경에서 종이책 출판이 살아남으려면 온라인 전략의 차별화를 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욱희 길벗출판사 어학편집디지털콘텐츠 실장도 디지털 콘텐츠 시대 개별출판사는 비즈니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며 어떤 출판사에는 종이책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종이책만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만드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출판환경의 변화에도 기획과 편집의 역할은 여전히 강조됐다.장은수 대표는 앞으로 데이터 분석이나 시장 정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출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이런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새로운 세대 편집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김학원 대표는 기획과 편집에 출판의 미래가 달렸다며 출판사가 보유한 30대후반이나 40대 중후반 기획자들을 전면에 배치해 출판의 혁신적인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2부에는 박맹호 민음사 회장. 박은주 김영사 사장,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 강맑실 사계절 대표 등 출판인 9명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들은 자신의 출판 인생을 회고하며 출판이 지켜야 할 정신과 출판사의 기획편집방향 등을 이야기했다.책은 출판인들이 뽑은 주목할만한 출판기획자도 다뤘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유재건 그린비 대표,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를 인문역사 분야를 빛낸 출판기획자라고 평가했다.정윤수 문화평론가는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와 홍미옥 새물결 대표를 독특한기획력으로 새로운 시대의 사회과학 출판을 이끈 기획자로 꼽았다. 이밖에도 문학, 에세이, 경제경영자기계발, 예술 분야를 빛낸 출판기획자와 책도 조명했다.1999년 2월 무가지 송인소식으로 출발한 기획회의는 2004년 7월 제호를 바꾸고 편집자와 기획자 등 현장 이야기를 담은 전문지로 자리 잡았다. 2월 5일자 361호가 창간 15주년 기념호다.기획회의를 출간한 한기호 소장은 출판의 위기는 어쩔 수 없는 문명의 위기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시스템의 위기다라며 한국의 출판기획자를 통해 10년 후의출판, 출판사, 출판기획자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문학·출판
  • 연합
  • 2014.03.11 23:02

전북대 박물관13일 '오발탄' 시작 12월까지 영화 무료상영

전북대 박물관(관장 이태영)은 오는 13일부터 매주 목요일 ‘다시 보고 싶은 명작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고 9일 밝혔다.전북대 박물관이 3년째 진행하고 있는 무료 영화 상영은 ‘목요시네마 뮤즈(MUS E)’라는 이름으로 오는 12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박물관 강당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13일의 경우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최고봉인 ‘오발탄’이, 다음달에는 아름다운 동행, 그리고 대자연을 향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5월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세계 고전 명작, 6월은 영화로 만나는 혁명이야기가 준비된다. 7월은 SF명작들을, 8월에는 다양한 스포츠 명작, 9월은 문학, 10월은 음악, 11월은 영화 속 동물, 12월은 시간여행 등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상영된다.자세한 문의는 전북대 박물관 홈페이지 http://museum.chonbuk.ac.kr) 및 학예연구실(063-270-4088)로 하면 된다.전북대 박물관 이태영 관장은 “전북대 박물관은 대학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민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호흡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며 “목요시네마 뮤즈를 통해 많은 지역민들과 구성원들이 박물관을 보다 친숙하게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정진우
  • 2014.03.10 23:02

박주현 박사 〈인터넷 저널리즘에서 의제의 문제〉 펴내

전통적인 뉴스 생산 주체인 신문과 방송이 점점 의제설정의 영향력과 신속성, 신뢰도 등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매체들에게 속속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문들의 영역도 시민와 블로거 등 1인 미디어 활동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뉴스 생산자와 수용자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를 동시에 수행하는 뉴스 프로슈머(prosumer) 시대를 맞고 있다. 즉, 피동적으로 뉴스를 수용하기만 했던 이들이 이제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위치에 서서 직접 뉴스 생산에 참여하고 유통된 뉴스들을 선별하는 능동적 주체로 변한 것이다. 언론학 박사인 박주현 씨(전북대 겸임 교수)가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디어 관련 일련의 현상과 문제점들을 조망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을 냈다. <인터넷 저널리즘에서 의제의 문제>(커뮤니케이션북스).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를 펴낸 후 5개월 만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출판사가 지난해부터 전국 각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 언론학자들을 엄선해 기획·출간한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100종 중 한 권으로 발간된 책이다. 저자는 인터넷이 미디어 환경뿐만 아니라 뉴스 가치를 변화시키고, 기존 언론의 시간적·공간적 제약과는 달리 다양하고 자치원적인 멀티미디어 정보 외에 상호작용성·비동시성·이동성·탈대중화·개방적 네트워크 구조 등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면서 인터넷 저널리즘의 다양한 의제 설정과 의제 파급, 역의제 설정 등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문제점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또 인터넷이 저널리즘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의제를 생산하며 파급시키는 여러 가지 이론적 접근과 주장, 역의제 설정의 주체인 1인 미디어의 가능성과 한계, 인터넷 공간에서의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침해, 표현의 자유, SNS 확대에 따른 인간관계의 변화 등에 주목했다. 저자는 책 머리말에서 “인터넷 저널리즘의 의제설정은 대체로 전통 언론의 의제설정과는 달리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정원의 댓글을 통한 선거개입 의혹에서 보여주었듯이 인터넷을 통한 댓글은 공론장과 여론형성의 기능 외에도 선전도구형 저널리즘으로 불릴 정도로 특정 집단에 의해 편향된 여론 주도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지역 일간지 로 활동했으며, 전북대에서 ‘인터넷 매체론’, ‘미디어 정치와 선거’ 등을 강의하고 있다. <기사를 엿으로 바꿔 먹다뇨?>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 등의 저사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3.10 23:02

한국학 연구 생활화 시도

한국인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을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그럴까? 그건 꼭 그렇진 않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 수준은 낮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건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경험에서 무언가 배우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한국만의 특수성에도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이 점을 아쉽게 생각해 그간 미시사일상사생활문화사와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출간했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축구는 한국이다: 한국축구 124년사> <전화의 역사: 전화로 읽는 한국 문화사> 등이 그런 문제의식을 담은 책이다.그 연장선에서 그가 이번에는 <우리도 몰랐던 우리문화>를 펴냈다(인물과사상사). 지난해 출간된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 세계와 한국을 이해하는 24가지 물음>과 마찬가지로 강준만 교수의 수업을 들은 8명의 학생들이 책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에서 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가장 발달한 20대와 함께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생활화를 시도했다면, 이 책에서는 한국학 연구의 생활화를 시도한 작업이다. 그 동안 역사 연구의 주제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어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감상하고 즐기면서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화장실의 역사: 똥은 계급의 첨예한 반영인가?행운의 편지의 역사: 피라미드 심리의 원조인가?두발 논란의 역사: 왜 우리는 머리카락에 목숨을 거는가?자기계발서의 역사: 수신 이념의 진화인가?보부상과 행상의 역사: 왜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갈까?크리스마스의 역사: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무엇이었나?194데이 마케팅의 역사: 1년 365일 사이클의 물신화인가?배달문화의 역사: 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 되었나?립스틱의 역사: 여성의 입술은 무엇을 말하는가?등으로 구성됐다.전북대 김신철(신문방송학과 2008학번) 박소윤(자율전공학부 2010학번) 박지혜(사회복지학과 2011학번) 박현범(경영학부 2009학번) 유혜지( 통계정보과학과 2009학번) 이미정(영어영문학과 2009학번) 이소희(신문방송학과 2012학번) 전지연(행정학과 2009학번) 씨 등이 강 교수와 공동 저자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3.07 23:02

[21. 김삼의당의 꽃님과 달님의 한시] 평범한 부부 애절한 사랑, 유려한 시로 녹여내

영조 45년(1769) 10월 13일 동년월일 날에 남원 서봉방(현 향교동)에서 태어난 청동옥녀(靑童玉女) 담락당 하립과 삼의당 김씨가 그들 나이 18세가 되던 해인 정조 10년(1786)에 결혼을 하였다. 삼의당 김씨는 연산군 때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에 실은 일로 영남학파들이 모조리 사형을 당한 무오사화의 단초를 제공했던 사관 김일손의 11대손인 김인혁의 딸이며, 담락당 하립(1769 - 1830)은 세종조 영의정을 지낸 하연의 12대 손으로 두 집안 모두 몰락한 사대부 집안의 후예다.〈김삼의당시문집(金三宜堂詩文集)〉은 하립이 신혼 초야 서로 주고받은 화답시와 2년 후 20세 때 과거를 위해 상경한 뒤 10년간의 긴 이별과 33세 해우할 때까지 부부의 그리움과 고운 정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253편의 한시와 서간문 22여 편이 담겨져 있다. 남원이라는 동일한 공간적 배경을 지닌 춘향전과 다를 바 없는 아름다운 사랑의 시화(詩話)이며, 매창과 쌍벽을 이룬 이 고장의 여성문학이 아닐 수 없다. 담락당(1769 - 1830)은 우리 서로 만나 가연 맺으니 광한루의 신선이네/ 오늘 밤 우리가 부부되니 옛 인연 분명 하네요/ 남녀의 결합은 본디 하늘의 뜻인데/ 공연히 세간의 중매만 분주 했구려라 초야의 밤을 노래하자, 삼의당도 열여덟 신선 낭군 18세 신선낭자/ 동방화촉 밝히니 좋고도 좋은 인연/ 동년 동월 같은 동네 태어나 살다가/ 이 밤에야 서로 만남이 어찌 우연이리까라 화답하였다. 담락당이 신혼 초에 신부 김삼의당과 주고받은 이 화답시는 자신들이 마치 춘향과 이도령이 현세에 다시 환생된 것처럼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이 은근히 드러난다. 삼의당 김씨(1769 - 1823)가 자서한 서문을 보면 난 호남의 우매한 부녀자로 깊숙한 규방에서 자라나 경사(經史)를 넓게 알지 못하고 언문으로 소학을 읽어 제가(諸家)들의 시문을 보았다라 했으니 스스로 한문을 배우고 한시를 익혔음을 알 수 있다. 결혼을 한 이후 이들 부부는 춘향과 이도령과 같은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의 세월을 보내며 그들이 주고받은 사랑과 그리움을 한시에 고이 담아내었다. 거의 4언 시경시체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때론 3언과 5언, 7언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정체시의 규격을 벗어난 새로운 시격을 이루어냈다. 그리하여 마치 언문일치의 국문을 쓰듯 사랑과 이별, 슬픔, 자연의 경물들을 물 흐르듯 유려하게 엮어낸 〈김삼의당시문집〉은 부안의 매창이 남긴 시조나 한시와 더불어 조선 중기 전라문학의 보고라 할 만하다. 1982년 오초(吾超) 황안웅 선생이 마이산 금당사에서 원문에 담긴 사랑의 시정을 오롯하게 시조형에 담아 다시 엮어내니 이들 부부의 작품이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이 한 봄 고운 꽃에 달빛마저 드리우니/ 달빛에 비친 꽃이 그 더욱 고웁고녀/ 곱고도 또 고운 빛이 우리 집에 비치오 라며 담락당이 읊어내자, 밝은 달 고운 빛이 서로 엉겨 가득한데/ 꽃 같고 달도 같은 우리임을 마주 대하노니/ 그 뉘 세간영욕이 이보다 더하리오라고 신부 삼의당이 서로를 달님과 꽃님이라며 곱고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화답하면서 한 생애를 살다간 담락당과 삼의당의 사랑과 진실이라고 하였다. 미당 서정주도 삼의당 김씨는 때때로는 그 얼굴에 이뿐 분홍꽃빛도 잘 나타내는 미인이시기도 하였던 것 같은데, 〈시경〉 도요(桃夭)편의 그 왼 집안(宜其室家)과 가족(宜其家室)과 심부름꾼(宜其家人)에게 까지 세 가지로 다 얌전하고 의젓이 두루 좋은 삼의(三宜)의 미덕으로만 종생(終生)하셨다니 그 더욱 가찬(可讚)할 일이다라 했다. 또한 낭군(郎君)은 벼슬길에서도 낙제(落第)나 하고 궁거(窮居)하던 촌(村)선비였음에도 불구하고 늘 사랑을 다해서 끝까지 그를 도와 깨끗한 집안을 이루어 내셨다니 참으로 공경해 모실만한 어른이시다. 주부(主婦)가 요로코롬 시인(詩人)노릇도 하기라면 세상의 가장(家長)들은 누구나 다 그 아내가 시인을 겸하기를 바라마지 않을 것 같다고 찬(讚)하기도 했다. 정비석도 부부 사이의 화락(和樂)함을 일컬어 금슬이 좋다고 하는데 의(誼)좋은 부부 사이를 두고 이런 말을 쓰는 뜻은 참으로 의좋은 부부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 다분히 내포되어 있는 듯싶다라 할 정도로 부부간 금슬 좋은 부부간 사랑의 서정시의 정화(精華)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오초(吾超)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호남의 한 구석에서 그대로 묻힐 뻔한 200여 년 전의 금슬(琴瑟)을 다시 손질하여 고운 금슬의 소리를 재치 있는 솜씨로 재현시켜 놓았다는 김삼의당 시문집 번역 발간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였다. 그립고 보고 싶어 괴로운데(相思苦 相思苦)닭이 세 번 우니 새벽 오경이네(鷄三窓 夜五鼓)맥맥이 잠 못 이뤄 원앙침 대하니(脈脈無眠對鴛鴦)눈물이 나서 흐르네 비 내리듯이(淚如雨 淚如雨)임 만나기 어려워 정말 어려워(待君難 待君難)어느 때나 돌아와 임을 만날까(待君幾時還)길고 짧은 정자 사이 사람그림자 어리어도(人影長亭短亭間)저녁놀 지는데 임 오지 않고 임 만나기 참 어렵네(夕陽盡 君不來 待君難) 삼의당 김씨가 혼인한 2년 후 남편이 과거공부를 위해 남원을 떠나자, 서울로 올라간 낭군을 그리워하며 노래한 연가다. 그리움과 보고 싶은 마음을 상사고(相思苦) 상사고라 하고 대군난(待君難) 대군난이란 3언의 반복과 7언을 혼용한 파격은 이미 〈시칙〉이란 시론을 펼친 여암 신경준(1712 - 1781)의 실험적인 시창작 기법이었다. 이러한 3언의 반복법은 그립고 보고파라거나, 기다리고 또 기다리네라는 순수 우리말의 간절하고 절절한 심사의 다름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 두 사람이 주고받은 한시는 어려운 문자로 구속되고 제한된 서정의 표출방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언문일치적 작시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움에 잠 못 든 야삼경(夜三更)을 새벽닭이 우는 계삼창(鷄三窓)이라 하고, 보고 싶음으로 뜬 눈을 지새운 새벽 야오경(夜五更)을 북을 다섯 번 쳐서 새벽을 알리는 야오고(夜五鼓)라 그린 것도 삼의당 김씨 만의 특이한 시심과 시작법이다. 원앙침 베개에 의지하여 잠을 청해 보지만 오매불망 임을 그리는 마음에 잠은 오지 않는다. 오히려 하염없는 눈물만 빗물처럼 흘러 내려 베개를 적시는 정경을 누여우(淚如雨) 누여우라 반복함으로써 그리움이 절정에 달하고 있음을 절절하게 그려낸 서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적 정서는 부안의 매창이 서울로 떠나간 유희경에게 읊어 낸 시조 이화우(梨花雨)의 경지와도 같고, 이후 15년간이나 돌아오지 않는 임을 그리워하며 읊은 〈규중원(閨中怨)〉 고운 뜰엔 배꽃 피고 두견새는 슬피 울어/ 달빛이 뜰에 가득 차니 더더욱 서러워지네/ 꿈에서라도 사랑코자 해도 잠은 오지 않고/ 매화 핀 창가에 기대서니 새벽 닭 우는 소리 들리네를 노래하는 듯하다. 삼의당은 이 같은 그리움과 기다림을 유려한 서정시와 서간문에 오롯이 담아내었고, 특히 자유로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정격시를 깨뜨리고 때론 3언과 5언, 7언과 함께 혼용하면서 마치 언문일치의 한글처럼 시를 읊조리듯 자유자제로 한시를 실험한 선각의 여류시인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삼의당 김씨는 1801년 12월 남원을 떠나 진안 마령 방화리로 이주하여 농사를 지으며 1823년 5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농사를 지으며 전원시인으로 살았다. 당시 조선사회는 허난설헌이나 황진이, 매창처럼 사대부가의 여인이나 기녀도 아닌 여염집의 평범한 여인이 한시를 지으며 이를 향유하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하지만 논밭 일까지 마다 않고 해야 하는 어려운 농촌의 삶 속에서도 때때로 부부의 애절한 사랑과 계절에 따른 그리움을 한시 속에 이렇듯 유려하게 녹여낸 삼의당의 문학정신이 드높지 아니할 수 없다. 100여 년이 지난 1930년 광주에서 〈김삼의당 김부인 유고〉가 출간되어 세상에 드러났고, 1983년 이들 부부를 기리는 기념사업회에서 그들이 살다간 진안 마령에 부부시비를 세워 이들을 찾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도록 하였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3.07 23:02

"한국문단 자양분 역할할 터" 전북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이정숙 회장

도내 대표적 수필전문 문학단체인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이하 전북수비) 제8대 회장에 수필가 이정숙(59)씨가 선출됐다. 전북수비는 최근 2014년 정기총회를 열고 전임 김재환 회장에 이어 이 씨를 2년 임기의 새 회장으로, 부회장에 김재희·배귀선, 감사 박귀덕·이만호가, 사무국장 양희용, 편집주간 정곤 씨를 각각 선임했다. 이정숙 신임 회장은 “그동안 전북수비의 활동과 역할이 미약했다. 이제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스스로 불덩이가 되어 ‘전북수비’가 중심이 되는 굿을 해야 한다.”며 “불덩이의 열정과 굿의 신명을 위해서는 회원들이 응집돼야 하고, 모임에서도 밥만 먹고 헤어지는 허탈한 모임이 아니라 문학의 열정을 채울 수 있는 만남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취임 변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수필과비평작가회의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필전문잡지인 ‘수필과비평’을 통하여 등단한 전북 출신 수필가의 모임인 만큼, 앞으로 한국 문단에 주요한 자양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이 회장은 2001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2008년도 작촌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온글문학회 가톨릭문우회, 문예가족, 한국미래문학회 회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는 1999년 창립, 매년 동인지 ‘모악에세이’를 발간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3.03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