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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식량무기화

참 별 일도 다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만 열었다 하면 꼬투리 잡을 것이 없는가 쌍심지를 켜던 모 중앙 일간지가 생뚱맞게 '대통령 발언이 옳다'며 엄호사격까지 하고 나서다니 놀라도 한참 놀랄 일이다. 혹 잘못 보지 않았나 재차 제호를 확인해 봐도 틀림없이 그 신문이다. 1등 지상주의, 강자 제일주의, 패권주의에 젖어있는 그 신문이 맞다.그 신문은 지난 주 '대통령의 농업 발언은 옳다'는 사설을 통해 이례적으로 노 대통령을 잔뜩 치켜세웠다. 노 대통령이 농어업 정책보고회에서 "농산품도 상품이다.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지을 수 없다. 시장의 원리에 대해 지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중략) 아무리 농업이 소중하고 농민들의 삶이 어렵긴 해도 연간 16조원씩이나 투자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에 대해 '너무도 지당하신 말씀'이라며 적극 옹호를 하고 나선 것이다.신문은 또 "아무리 관세와 수입 규제를 통해 담장을 높이 쌓고 국민 세금으로 뒷받침한다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 농업의 현실이다. (중략) 이렇게 분명한 이치를 두고서 정치인들은 눈 앞의 표 때문에 국익마저 가로막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국민을 속여 왔다"는 부연설명과 함께 노 대통령이 우리 농업의 현실을 공개적으로 솔직히 말한 것은 '용기'라고까지 두둔을 했다. 대한민국 국정의 최고책임자와 최고 신문이 의기투합을 했으니 이제 농촌은 꼼짝없이 멸문지화를 당하게 생겼다.아무리 한미FTA 체결이 급하다 해도 농촌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나 되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은 백번을 접고 들어도 너무 심한 것 같다. 마치 낳아서 길러준 부모님에게 가진 것 모두 내놓으라고 닥달을 하는 격이다. 나라 지도층의 농업에 대한 현실 인식이 그렇다면 차라리 이 참에 농산물은 죄다 개방해버리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그게 뭐 대수겠는가.인류의 생존을 위해 최후까지 살아남을 산업은 두말할 것 없이 농업이다. 바꿔 말하면 먹거리 만큼 중요한 재화는 이 세상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없는 낙관주의자들은 결단코 국제사회에서 '식량무기화'는 없다고 단언한다. 죽어보지 않고 저승을 이야기하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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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3.26 23:02

[오목대] 히포크라테스의 눈물

의학을 공부한 사람치고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년 의대 졸업식장에선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낭독되기 때문이다.2500년 전 그리스에서 살았던 히포크라테스는 오늘날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와 그의 제자들이 남긴 ‘히포크라테스 전집’에는 상당수가 지금도 의학적으로 유용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의사들의 윤리를 언급한 부분이다. “의사 아폴로와 아스클레피우스, 퓨기에이아, 파나케이나를 비롯한 모든 남녀 신의 이름으로, 그리고 이들 신을 증인으로 하여 나는 맹세하노라 …”로 시작하는 이 ‘선서’ 원문은 9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194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의학협회 총회에서 현대적 문법으로 고쳐 채택했고, 1968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22차 세계의학협회에서 개정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의대에서 사용하는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 는 내용이다.이 선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은사, 양심, 환자, 동업자 등에 대한 맹세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 전집에는 선서와 함께 ‘의사의 마음가짐’이라는 글이 이어진다. 그 중 제4절에는 “모름지기 훌륭한 의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명예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조속히 처치하는 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으로 부터 유산을 받는 것보다 유익한 일이다”고 강조하고 있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부긴 하겠지만 의료현장에 발을 딛는 순간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저 관행적으로 낭송하는 종잇장에 불과해진다. 의료전문가로서의 명예보다는 의료자본가가 되어가는 것이다.전국의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 5만여 명이 엊그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부의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북에서도 의료기관 2300여 곳중 73%인 1600여 곳이 휴진을 했다. 그리고 의사 등 1700여 명이 과천으로 달려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세번째에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고 하고 있다. 그들은 병원 문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과 눈물을 아는지 모르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23 23:02

[오목대] 물 전쟁

도시화와 산업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물 수요는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 70년간 세계 인구는 3배 증가한 반면 물 수요는 6배나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 결과 지역에 따라 극심한 수자원 결핍을 겪고 있으며, 물을 둘러싼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자원 때문에 빚어지는 충돌은 지구촌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20세기 국가간 분쟁이 석유 때문이었다면 21세기에는 물 다툼에 기인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강을 두고 일어나는 국가간 분쟁은 말 그대로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개국 이상을 지나는 하천은 50개국에 241개에 이른다. 하천 수자원을 둘러싼 대표적 국가간 분쟁이 1967년 이스라엘과 시리아간에 발생한 제3차 중동전쟁이다. 이같은 국가적 분쟁을 막기 위해 1997년 유엔은 국제하천의 물을 공평하게 나눠쓸 수 있는 협정을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중국, 터키 같은 국가들이 상류에 위치한 현실적 프리미엄을 놓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국력이 약한 나라가 하류에 위치할 경우 이 나라는 마른 강바닥을 바라보며 약소국의 비애를 곱씹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오늘(22일)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이 ‘위기에 처한 세계 10대 강’을 발표했다. 주변에 전 세계 인구의 41%가 살고 있는 넓은 터전이다. 보고서는 각종 공해와 지구 온난화등의 기후변화, 댐 건설등으로 강들이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인류는 조만간 심각한 물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유엔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도 20년 후에는 지구촌 1억명 이상이. 70년 후에는 최대 32억명이 물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해 이같은 경고를 뒷받침했다. 물 분쟁은 국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낙동강 수질오염 문제를 놓고 대구와 부산이 오랜 기간 갈등을 빚고 있고, 지난 2000년 완공된 용담댐 물 배분량을 둘러싸고 충청권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의 철저한 물관리 대책이 우선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의 물 절약정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과거 우리는 물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자유재로 여겼지만 이제는 소중히 관리하지 않으면 생명체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공공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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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22 23:02

[오목대] 누더기 혁신도시

“주거 교육 문화 등 최고 수준의 생활환경과 농업생명의 허브컨셉을 살린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 전북도와 토지공사가 대내외에 천명한 혁신도시 구상이다. 전주·완주 혁신도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중 가장 먼저 협약체결이 이뤄지고 모델케이스로 선정된 곳이다. 그 결과 대통령이 참석하는 전국 보고대회를 전북에서 열었고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전북을 벤치마킹하라며 다른 지역 혁신도시 관계자들을 다그친 것도 엊그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가장 앞서가던 전북의 혁신도시 작업이 이젠 가장 뒤쳐져 있다. 경북 김천과 강원 원주, 광주광역시 및 전남 나주, 충북 음성·진천, 경남 진주, 부산 대연 등 6개 혁신도시는 이미 지구지정을 마쳤다. 하지만 전북은 하세월이다. '3월-지구지정 완료, 5월-토지보상 착수, 12월-착공' 등의 일정이 마련됐지만 5월중 토지보상은 물건너 가고 연내 착공도 힘들다. 정부 부처에서는 갈등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전북을 혁신도시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5.31지방선거 이후 불과 몇개월 사이에 정반대의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혁신도시면적과 도시용지 배치, 보상, 개발계획안 등을 놓고 갈팡질팡한 탓이다. 이러저러한 요구가 불거질 때마다 전북도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린 결과다. 일관성 없이 ‘그때 그때 달라요’ 식의 행정이 민-민, 관-관 갈등을 깊게 만들고 있다. 혁신도시 사업 주체인 토지공사는 전주시와 완주군의 눈치를 보며 시계 추 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전북도를 비웃고 있다. 나아가 보상비와 사업비를 댈 돈줄 기관이 일체의 사업절차를 진행치 않겠다고 나서는 판이다. 겨우 착공식만 치르고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가 손해 볼 것인지는 불보듯 뻔하다. 이러다간 ‘명품 혁신도시’는 커녕 ‘누더기 혁신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30년 넘게 살며 고향발전을 바라는 사람입니다… 지역 이기주의가 너무 심하고 개인주의에 팽배해 있는 고향분들을 보면 울화가 치밉니다. 전주니 완주니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한심합니다” 김완주 도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 임정엽 완주군수가 새겨야 할, 전북일보 혁신도시 기사에 대한 댓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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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3.21 23:02

[오목대] 지나친 관심

한 때 모 방송국 프로그램 중에 양심적인 사람을 찾아 칭찬을 하는 내용이 있었다. 기획의도야 당연히 사회에 순기능을 하는 행동을 권장하여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자는데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덕분에 많은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바르게 살려고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계몽적 프로그램 제작에 앞서 바람직한 사회가 어떤 것인지 고려해 보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한다.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인정하려면 어느 정도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가치기준이 그 잣대로 사용되어야 마땅한데 이러한 잣대에 대한 검증과정이 소홀하였다는 점이 아쉽기만 했다.그래도 전국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 제작의 경우에는 방송내용에 대한 사전 검증의 장치들이 제도적으로 갖추어진 편이다. ‘○○녀’로 이름을 붙여져 마치 연재물처럼 인식되기까지 하는 누리꾼들끼리의 이야기에는 내용의 검증 역시 누리꾼이 감당해야 할 몫이어서 투명한 검증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개똥녀’를 시작으로 ‘월드컵녀, 시청녀, 엘프녀’ 등과 허영심이 가득한 여성을 의미하는 ‘된장녀’ 등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누리집에서 이런 관심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속성을 갖기도 하지만 내용에 대한 검증 또한 쉽지 않아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강아지를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날린 ‘개풍녀’나 지하철 안에서 결혼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 동영상 등은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줄 모른 누리꾼들을 눈속임한 경우가 이러한 사례라 할 수 있다.최근 화제가 된 ‘서울역 목도리녀’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건네주는 장면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개똥녀나 된장녀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내용과 달리 인정이 묻어나는 장면들이 지난 7일 한 포털에 올라온 뒤 16일에는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사진이 되었다. 어려운 이웃에게 사소하지만 목도리를 걸쳐드리는 마음 씀씀이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관심은 바람직한 것이다.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은 모양이다. 선행도 선행이지만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까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어 결국은 그 신분을 낱낱이 밝히는 데까지 이른 것은 지나친 관심이 아닌가 한다. 나에겐 관심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사생활 침해가 되는 경우는 삼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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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20 23:02

[오목대] 출판기념회

책 한 권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인류에 유익하고 세상을 감동시키는 책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뼈를 깎고 영혼을 불태우는 고뇌의 시간이 없이는 불후의 명작이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상을 이롭게 하는 책 한 권이 탄생하기까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진통이 뒤따른다. 책을 낸 후 출판기념회를 갖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제지(製紙)와 인쇄 제본기술이 발달하면서 책 내기가 옛날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웬만큼 책이 팔려야 출판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별 부담없이 책 한 권쯤은 족히 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말마디나 한다는 사람 치고 책 한 권 내지 않은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당연한 결과로 책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책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책은 본인 말고 또 다른 독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 자기 자신에 도취돼 별 고민없이 책을 내는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다. 책을 썼다고 주변에 과시를 하기 위해선지 아니면 출판비라도 건질 요량인지 알 수가 없지만 지인들에게 일일이 초청장을 발송해서 부담을 준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매사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민폐가 무엇인지 안중에 없다. 한 술 더 뜨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불순한 목적을 갖고 책을 쓰거나 책을 지렛대로 삼아 대박을 터뜨리려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전자는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비방한 '동교동 24시'가 대표적 사례고 후자는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후보들의 책 내기가 그것이다. 하기야 선거일 전 90일까지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선거법이 문제긴 하지만.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고 해서 온나라가 시끄럽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같은 당 대선주자들까지도 '전형적인 구태정치이자 세몰이 정치다' '노골적인 정치자금 모금행사다'며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들이댄다면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지지율 1위 주자라서 그런지 어째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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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3.19 23:02

[오목대] 모악산 살리기

“ … 나는 전주(全州) 모악산이/ 이 땅의 성산(聖山) 중의/ 하나임을 잘 안다./ 알면서 그 파괴를 묵과할 수 없다./ 길은 모악(母岳)으로 날 수 없다./ 모악은 영태(靈胎)를 모셨다./ 어머니 배를 가를 셈인가? …”이 시는 김지하 시인의 ‘모악산 개발을 우려한다’로 1990년대 중반 쓰여졌다. 당시 모악산이 무분별한 개발로 신음하고 있을 무렵이다. 그런데 요즘 모악산이 그 때보다 더 훼손되고 있다. 등산로의 토사가 유실되고 주변에 각종 시설이 들어서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올해 1월 한국산지보전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주 모악산을 비롯 서울 인왕산과 도봉산, 광주 무등산 등 도시주변 산지숲의 산성화가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PH 4.5이하(적합은 5.5)의 강산성을 나타내, 토양 미생물이 줄어들고 생물 종다양성이 약화됐다. 한마디로 숲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주의 상징과 같은 모악산이 황폐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모악산이 어떤 산이던가.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모악산은 전주·김제·완주에 걸쳐있고 산자락 아래로 사방 1백리가 넘는 호남평야를 안고 있다. 또한 동쪽은 삼천천을 통해 만경강에, 서쪽은 원평천을 통해 동진강에 합수돼 서해로 흘러든다. 모악산이라는 이름은 당초 금산(金山)이었다. ‘삼국유사’나 ‘고려사’에 그렇게 기록이 전해진다. ‘연려실기술’에 ‘금구모악(金溝母岳)’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이후 붙여진 게 아닌가 한다. 또 민간에서는 흔히 ‘엄뫼’와 ‘큰뫼’라 불려졌고 이 명칭은 한자 전래와 함께 ‘모악’과 ‘금산’으로 의역된 것으로 ‘금산사지(金山寺誌)’는 밝히고 있다.풍수지리학자 최창조는 모악산을 “해안으로 부터 시작하여 내륙으로 들어가는 야지의 땅에 풍성하면서도 우람하게 우뚝 솟은 평지돌출의 산”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인 시각의 교차로 더 웅장함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악산의 겉모습에 불과하다. 모악산의 넉넉한 품은 ‘어머니의 산’ 그대로다. 후백제의 역사가 숨쉬고 정여립, 강증산 등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은 시민의 안식처요, 세계적 명상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정수리에 박힌 통신시설을 철거하고 휴식년제를 검토하는 등 회생대책을 서둘러야 할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16 23:02

[오목대] 나무심기 적기(適期)

4월5일 식목일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나무심는 적기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16일, 경기 파주시는 춘분인 21일 식목일 행사를 갖는다. 도내 대부분의 자치단체들도 오는 26일 나무심기 행사를 모두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란을 거치면서 우리 산들은 황폐할대로 황폐해졌다.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기만 하고 조림에 힘쓰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73년 부터 치산녹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001년 까지 황폐한 산림 407만㏊에 100억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이같은 성과에 대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최단기 녹화성공 국가로 평가할 정도였다. 녹화사업을 한창 추진할 때만해도 나무는 식목일인 4월5일 전후 대대적으로 심었다. 식목일은 조선 성종이 동대문밖 선농단 (先農壇)에서 직접 논을 경작하고 뽕나무를 가꾸던 날에 유래해 광복직후인 1946년 제정됐다. 식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휴일로 까지 지정될 정도였다. 또 청명과 겹치는 이때쯤 부터 농가에서는 바쁜 농사철에 들어가 논밭 가래질을 비롯 채소파종등을 시작한다. 식목일 제정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겨울은 190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포근했었다. 지난해 11월 부터 올 2월 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2.46도로 평년(0.43도) 보다 2.03도 높아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을 기록했다. 겨울이 따뜻하다 보면 수목들이 겨울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도 빨라진다. 즉 언땅이 녹는 시기인 3월 초·중순에 심은 나무의 활착력이 가장 뛰어나 생존율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으로도 20일이나 남은 식목일에 맞춰 나무를 심을 경우 일부 산간부를 제외하고는 이미 수목의 움이 트느등 생장활동이 시작된 뒤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율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식목일을 가장 나무심기 좋은 시기로 인식하고 있는게 사실이다.심은 나무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적기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때 행사를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식물생태를 기준으로 식목일을 앞당기는게 타당할 성 싶다. 특히 지난해 부터 공휴일 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변경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15 23:02

[오목대] 신문고시

‘신문고시’라는 게 있다. 신문사 입사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잘못 알거나, ‘언론고시’ 쯤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신문고시(新聞告示)란 신문업 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을 일컫는다. 공정거래법에 근거하고 있다. 신문고시를 제정한 목적은 왜곡된 신문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데 있다. 과열경쟁과 구독강요, 자본력이 앞서는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의 경품제공과 약탈적 시장확대 등 폐단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 판매시장의 과당경쟁은 95년 4월15일 중앙일보가 조간으로 전환한 이후 불이 붙었다. 96년에는 조선- 중앙일보의 지국간 싸움이 살인까지 불러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살인사건을 계기로 한때 고질적인 불공정 판매행위를 개선하자는 자정이 일기도 했으나 그뒤 오히려 더 심해졌다. 구독강요와 무가지 살포, 자전거· 정수기· 비데· 디비디(DVD) 등 경품이 제공됐고 심지어는 김치냉장고까지 동원됐다. 독자들은 신문 기사의 내용과 질에 따라 신문을 선택하기 보다는 경품을 좇아 구독을 결정했다.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저신문들의 독무대였고 독자들은 이들 신문사들의 희생양이었다. 신문고시는 바로 이러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고 신문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독자에게 7일 이상 신문을 강제투입하는 행위 △무가지와 경품을 합해 유료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해 제공하는 행위 등은 모두 신문고시의 제재를 받도록 돼 있다. 엊그제 조선·중앙·동아 등 3개 신문사가 신문판매 지국에 과다한 판촉용 무가(無價)신문을 제공한 혐의로 모두 5억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과도한 경품이나 무가지를 제공해 구독자를 모집한 48개 지국에 대해서도 총 7,539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일부 중앙지들은 상품권 등 경품을 내세워 신문구독판촉을 벌이고 있다. 명백한 불법이다. 2005년부터 이런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신고 포상금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신고 비율은 미미하다. 지금까지 135건에 1억7371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을 뿐이다. 물량공세에 양심을 바꾸지 않을, 신문시장의 소비자 주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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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3.14 23:02

[오목대] 통과의례

통과의례는 개인의 사회적·종교적 지위가 변할 대 치르는 의식이다. 이런 의식은 그 형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변화라면 출생, 성장, 결혼, 죽음 등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학교와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통과의례는 존재한다. 이런 통과의례의 개념은 프랑스의 민속학자인 아르놀트 반 헤네드(Arnold van Gennep)가 1909년 처음 사용하였다. 그에 의하면 의례는 이탈, 경과, 통합의 세 단계가 가장 보편적인 구성이라고 한다.관혼상제(冠婚喪祭)인 성년식(成年式), 결혼식, 장례식, 그리고 제사(祭祀)로 압축되는 통과의례는 우리나라의 가장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의식으로, 혈연공동체생활에 기초를 두는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과의례는 시련의 극복 과정을 갖는다. 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하게 되는 관문으로서의 통과의례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더 강조된다. 유태인들의 할례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문신이나 상처내기 등이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관문을 잘 통과한 개인은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 공인받게 되는 것이다.조선시대 처음 관직에 나가는 관원이 선배관원에게 베풀었다던 ‘면신례(免新禮)’ 역시 이러한 통과의례 중 하나로 보인다. ‘허참례(許參禮)’로 신고를 한 후 열흘 정도 지난 다음에 치르는 이 예식의 출발은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세 있는 집안의 자제들의 교만하고 방자한 기세를 꺽고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풍습에서 출발하였지만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그러한 본래의 취지에서 멀어져 금품이 오가고 과도한 잔치를 베푸는 등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요즈음이면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학교문화에 대한 안내를 받을 무렵이다. 그런데 말로 해도 괜찮을 나이의 학생들에게 통과의례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육체적 가혹행위가 마치 전통인 것처럼 일어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이 진입하게 되는 후배들에게 학교의 규율을 가르치는 과정으로 육체적인 고통과 인간적인 모멸감을 동원한다면 그런 집단의 문화수준은 결코 높을 수 없다. 먹을 것이 적고 입을 것이 마땅치 않았던 예전에는 소위 헝그리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라고나 둘러댈 수 있겠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그러한 방법이 어떤 설득력을 갖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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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3 23:02

[오목대] 기상청의 원죄

과학적인 일기예보는 꿈도 못꾸던 시절, 인류는 자연현상을 통해 날씨를 점쳐왔다. 예컨데 '태양이나 달에 무리가 생기면 비가 온다'거나 '막을 친 듯한 구름벽이 보이면 돌풍이 인다'는 식의 오랜 경험에 의한 일기예측을 했던 것이다. 당시 일기예측은 말 그대로 날씨를 점친 것이니 틀린다 해도 비난받을 일이 없었으나 맞을 때는 용케 잘도 들어맞았다.그러다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온·습도계를 이용한 일기예측을 시작하더니 마침내 1858년 영국에서 일기도를 활용한 일기예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딱 90년 후인 1948년 국립중앙관상대가 설립되면서 근대적 의미의 일기예보를 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당시 일기예보는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을 만큼 반은 맞고 반은 틀리기 일쑤였다. 일기 예보가 얼마나 엉터리였으면 '내일 날씨는 흐렸다 개었다 하면서 곳에 따라 비가 오락가락 하겠고 일부 지방은 바람이 부는 곳도 있겠습니다. 또 구름이 끼지 않으면 해가 뜨겠고 비가 오지 않으면 맑겠습니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아다녔겠는가.기상청이 들어선지 다시 59년, 요즘 일기예보는 그야말로 쪽집게라는 소리 들을 만큼 잘도 알아맞춘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적중률이 87%에 이른다고 한다. 선진국이 90%선이니 그렇게 형편없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최첨단 기상 레이더와 기상인공위성 및 그 수신장치, 그리고 세계 4위의 슈퍼컴퓨터가 뒷받침되는 덕이 아닌가 싶다.하지만 아무리 첨단과학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날씨를 100% 예측할 수는 없다.기상관측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일부터 완벽을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기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 무쌍하여 어느 누구의 예단도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연이 인간의 완벽한 미래 예측을 거부하기 때문에 날씨를 100%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새해 들어 한파·폭설·황사예보가 연이어 빗나가면서 기상청이 뭇매를 맞고있다. '일기예보가 아니라 일기중계다' '기상청장과 국민이 돈 걸고 내기하자' '기상청 덕분에 돈 굳어 좋다'는 등의 비꼬는 글귀가 인터넷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아무리 잘해도 본전치기밖에 할 수 없는 기상청의 숙명이 죄라면 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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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2 23:02

[오목대] 박장대소(朴掌大笑)

“인간생활에 있어서의 웃음은 하늘의 별과 같다. 웃음은 별처럼 한 가닥의 광명을 던져주고 신비로운 암시도 풍겨준다. 웃음은 또한 봄비와도 같다. 이것이 없었던들 인생은 벌써 사막이 되어 버렸을 것인데 감미로운 웃음으로 하여 인정의 초목은 무성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웃음은 우리에게 복만이 될 것이다.” (이희승/ 유머철학)흔히 웃음은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으로 풀이한다. 자스틴이란 학자는 원인을 놀람과 기대의 어긋남, 우수(優秀)와 실패, 부조화와 대조, 사교적 미소, 긴장의 해방, 유희의 6가지로 정리했다. 사전에는 종류를 미소(微笑), 고소(苦笑·쓴웃음), 홍소(哄笑), 냉소(冷笑), 조소(嘲笑), 실소(失笑)로 분류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하늘을 쳐다보고 웃는 앙천대소(仰天大笑),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가 있다. 하도 우스워서 껄껄 웃는 것은 가가대소(呵呵大笑)다. 또 입을 벌리고 유쾌하게 웃는 것은 개구소(開口笑)요, 건성으로 웃는 억지 웃음은 건소(乾笑)다. 큰 소리를 내어 웃는 굉소(轟笑)가 있고, 이가 보이지 않게 방긋 웃는 불현치(不見齒)도 있다.이러한 웃음은 신체적으로 횡격막의 짧은 단속적(斷續的)인 경련적 수축을 수반하는 깊은 흡기(吸氣)로 부터 생겨난다. 이때 얼굴 표정 뿐 아니라 신체 내부의 오장육부를 뒤흔들고 수백개의 뼈와 근육까지 움직이게 된다. 20% 이상 많은 열량을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웃음은 면역체계와 소화기관을 안정시키고 엔돌핀을 생성시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웃음이 보약인 셈이다. 그런데 어른이 될수록 웃음이 줄어든다. 어린아이가 하루 평균 400번 웃는데 비해 어른은 15번 밖에 웃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지역 9군단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하고 있는 ‘박장대소 웃음 7계명’이 병사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7계명은 크게 웃어라, 함께 웃어라, 마음까지 웃어라, 힘들 때 더 웃어라, 억지로라도 웃어라, 즐거운 생각을 하며 웃어라, 한번 웃고 또 웃어라다. 아침 점호시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박장대소를 하면 모두가 따라서 박수치며 한바탕 웃은 뒤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웃음이 전염병처럼 퍼져 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갈수록 메말라 가는 세상, 모두가 아침마다 박장대소로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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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9 23:02

[오목대] 태권도 전자호구

태권도는 1988년 서울 올림픽때 시범종목으로 올림픽 무대에 처음 진출한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부터 정식종목으로 자리잡아 세계적인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었다.이같은 태권도가 첫 고비를 맞은 것이 200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올림픽 퇴출종목 찬반투표였다. 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비롯 경기흥미가 떨어지고, TV등 미디어 노출 효과도 낮다는 지적을 받으며 퇴출종목으로 거론되는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도 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을 획득함으로써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치러질 수 있게 됐다. 태권도는 한국이 전세계에 전파하고 올림픽종목으로 발전시킨 유일한 스포츠로 이 종목의 올림픽 존속여부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하지만 고비를 넘겼다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2016년 올림픽종목에 들기 위해서는 2009년에 또 신임투표를 거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권도계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재미없고 불공정한 경기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한국인 조정원씨가 총재를 맡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전자호구(電子護具, 첨단 전자칩을 머리및 몸통 보호구에 부착해 타격할 때 득점 여부를 표시하는 장치) 개발에 나선 것도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유지시키기 위한 개혁방안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4, 5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처음 시험대에 오른 전자호구는 아쉽게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몸통을 손으로 살짝만 쳐도 점수가 올라가고, 전자호구가 없는 부위에서는 점수처리가 안되는등 적잖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맹측은 촉박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전자호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개혁이 완성된 태권도를 선보이려던 야심찬 계획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무주에 세계 181개국 7000만 태권도인들의 ‘꿈의 성지’가 될 태권도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지속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전자호구 테스트 실패가 결코 ‘강 건너 불’ 같지 않다. 정확한 판정으로 보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 있도록 전자호구의 기술적 보완작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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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8 23:02

[오목대] 탈 철밥통

‘철밥통’이란 어원은 중국에서 유래됐다.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될 염려 없이 근무한다는 뜻에서 중국 국영기업체 직원을 '철밥통'이라 불렀다. 중국어로는 티예판완(鐵飯碗)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사람에게 직업을 보장해 주다보니, 능력이 없어도 해고될 일은 없었는가 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민영기업들이 생기고 경쟁원리가 도입되면서 ‘철밥통’이란 인식도 깨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공무원=철밥통'이란 등식이 성립돼 있다. 무능력하다 해도 공무원법에 따라 신분보장이 철저히 이뤄지고, 시간이 흐르면 호봉에 따라 봉급이 차곡차곡 올라가니 만년 직장, 만년 직업(permanent job)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일부 교수사회도 철밥통이란 소릴 듣는다. 교육·연구에 정진하는 교수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주중에 골프치고 정치집단과 어울리며 로비능력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교수, 대충 짜깁기해 새 논문인냥 제출하는 교수, 주중 수업을 특정일에 몰아넣고 서울로 올라가는 교수들이 그런 부류다. 불이익은 커녕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그런데 마침내 ‘공무원= 철밥통’ 등식도 깨지는 모양이다. 얼마전 울산시와 울산남구청이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5~6급 공무원 4명, 5~7급 9명을 솎아내 1년간 교통량 조사와 쓰레기 청소 등 일용직들이 하는 단순 노무작업을 시켰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퇴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철밥통 깨기 인사 실험’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도내에선 이미 완주군이 소리 안나게 철밥통 깨기 실험에 들어갔고, 전주시도 무능 또는 문제 있는 공무원을 과감히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전북대 역시 직급정년제 시행, 연구실적 기준 강화, 주 4일 이상 근무, 인센티브 포인트 누적제, 영어강의 유도 등 여러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고 담금질을 시작했다. 앞으로 공무원이나 교수들도 대충 일하다가는 중도 하차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퇴출은 민선 단체장이나 직선 총장으로서는 힘든 개혁일 수 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다. 박수 보낼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면 힘도 솟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리더들은 감싸안는 게 표인냥 착각하고 꿀먹은 벙어리 처럼 눈만 깜박이고 있으니 그게 문제다. 그러다간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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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7 23:02

[오목대] 꽃샘추위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로 따져서 오늘이 경칩(驚蟄)이다. 우수(雨水)를 지나고 춘분(春分)을 앞둔 절기에 해당한다. 이 무렵에 얼음이 풀리고 우레가 우는 비에 놀라 땅속의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린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제 오늘의 날씨는 경칩답지 못하다. 전국적으로 초속 5∼10m의 강풍이 불면서 대관령과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화 14.8도, 영하 6.1도에 머물렀으니 말이다.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싸락눈이 내리는 등 체감온도가 영하권에 머물면서 어제 낮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를 보였다.우리는 흔히 이런 기복 있는 날씨를 두고 ‘꽃샘추위’라고들 한다.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이른 봄철 포근해지던 날씨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 꽃봉오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라 되어 있고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듯한 추위라 하여 꽃샘추위라 하였으며, 봄철에 있는 특이한 현상(特異日)에 해당된다’고 한다. 겨우내 자리하였던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봄 날씨가 진행되다가 다시 고기압이 확장되기 때문이다.이런 꽃샘추위는 한 차례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3월 말경 그리고 4월 중에 심지어는 5월에도 이런 추위는 찾아온다.이런 추위를 체험하면서 연상되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어느 취객(醉客)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복잡한 시내 도로를 지나면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써서 겨우 복잡한 차량들 사이를 빠져 나오는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좀 맘 놓고 가려니 했는데 갑자기 아스팔트가 수직으로 일어서더란다. 결국 그 취객은 벌떡 일어선 아스팔트길과 충돌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취객의 입장에서야 아스팔트길이 일어선 것이겠지만 제삼자가 봤을 때는 ‘그냥 넘어진 것’에 불과하다. 다만 그렇게 넘어진 이유가 다를 뿐이다.꽃샘추위가 온 것을 두고도 생각해 보면 형편에 따라서 그 해석이 가지각색일 것이다. 이런 꽃색추위를 비관적으로 보면 아마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상적인 수준에서 생각하자면 따스한 봄기운으로 늘어지기 쉬운 일상에 다시 한번 자극을 주어 봄맞이에 별탈이 없도록 하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일상에도 완급(緩急)과 장단(長短)이 있어야 좋은 법이니 이즈음에서 한 박자 쉬었다 가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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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6 23:02

[오목대] 산불

세계 최대 규모의 산불은 98년 여름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발생했다. 하바로프스크를 비롯 2만8천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화한 이 산불은 8개월여 동안 남한 면적과 맞먹는 면적을 초토화시킨 후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겨우 진화됐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인근지역을 통과하는 송유관을 덮쳐 대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또 세계에서 가장 큰 재산피해를 낸 산불도 같은 해 여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났다. 2개월간 계속된 이 산불은 관광보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2백50억 달러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재민만 해도 12만명에 이르렀다.그리고 세계 최다 인명피해를 낸 산불은 97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2백90여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고, 세계 최대 피해면적을 기록한 산불은 98년 캐나다 서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자그마치 2백만ha의 산림을 숯더미로 만들었다.우리나라 산불피해도 장난이 아니다. 산림이 울창해져 산불이 한 번 났다하면 그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지난 2000년 4월7일부터 15일까지 무려 9일 동안 2만3천484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면서 사망 2명 부상 15명에 850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영동지역의 초대형 산불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이 곳은 7년 세월에도 아직까지 사막처럼 황량한 '불임의 땅'으로 남아 있다.산림의 가치는 새삼 강조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경제적 가치에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 공익적 가치를 환산하면 세상 어느 재화와도 비교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산림이 없는 인간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산불로 한 번 훼손된 산림은 복원하는 데 최소 30년, 그리고 주변 생태계까지 원상회복시키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쯤되면 산불을 낸 죄가 얼마나 큰 죈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산림청이 최근 10년간 산불발생 원인을 조사해 발표했다. 입산자 실화가 44%, 논밭두렁 태우기가 18%, 담뱃불 실화가 8%였고 쓰레기 소각과 성묘객 실화가 각 7%, 어린이 불장난이 3%, 기타가 13%였다. 조사결과 대로라면 모든 입산자에 대해 신고제를 실시하고, 산불감시원을 대폭 늘려 정찰활동을 강화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산불이 절반 정도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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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5 23:02

[오목대] 주꾸미

흔히 미식가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말한다. 봄에는 주꾸미 살이 야들야들하면서 알이 꽉 차 물이 오르고, 가을에는 낙지 살이 통통해 달고 쫄깃한 맛이 차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팔이 8개인 팔완목(八腕目)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크기가 더 작다. 낙지의 몸 길이가 70㎝ 정도인데 비해 20㎝안팎이다. 한 팔이 긴 낙지와 달리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다. 주꾸미와 낙지는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고 몸통이 머리 위에 있는 독특한 신체구조를 갖는다. 그래서 두족강(頭足綱)으로 분류된다. 오징어와 문어 역시 마찬가지다.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 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봄이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 먹이가 되는 새우가 많아져 서해연안으로 몰려든다. 이때 그물로 잡기도 하지만 대개 소라와 전복, 고둥의 빈 껍데기를 이용해 잡는다. 빈 소라와 고둥 껍데기를 로프에 매달아 바다밑에 내려 놓으면 주꾸미가 알을 낳기 위해 이곳에 들어간다. 이를 건져 올려 갈퀴로 낚아 채는 것이다. 어민들은 이런 채취방식을 ‘소라방’이라 부른다. 소라나 고둥껍데기는 1m간격으로 매다는데 그 수가 보통 5000개, 많게는 1만개에 이른다. 이삼일에 한번 건지며 평균 5개에 하나 꼴로 주꾸미가 들어 있다. 3-4월이 제 철이며, 가을에도 잡히지만 알이 없어 맛이 떨어진다. 전남과 충남지방에서는 ‘쭈깨미’, 경남에서는 ‘쭈게미’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이이다코(イイダコ)라 한다.주꾸미는 지방이 적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저칼로리식이어서 웰빙식품으로 제격이다. DHA와 타우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영양면에서도 뛰어나다고 한다. 주꾸미를 뜨거운 물에 데쳐, 머리의 알을 한 입에 통째로 깨물면 구수한데다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시커먼 먹물이 튀길 수 있으나 이 먹물은 숙취해소용으로 그만이다.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주꾸미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서해연안에 있는 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너도 나도 ‘주꾸미 축제’를 열기 때문이다.주꾸미를 잡는 조업시기가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한달가량 앞당겨졌다. 온난화와 엘리뇨가 원인이라고 한다. 미식가에겐 희소식일지 몰라도 ‘철’ 없는 지구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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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2 23:02

[오목대] 사이버 태극기

1970년대 까지만해도 각급 기관이나 학교등에서는 태극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 해질 무렵 국기 하강기식때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기관이나 학교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부동자세로 태극기가 내려질때 까지 국기를 향해 경례를 했다. 애국심과 충성심을 강요당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어두운 추억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라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탄생한 것도 당시였다. 비오는 날에 국기를 내리지 않을 경우 담당자가 문책을 받을 정도로 국기에 대한 존경심과 엄숙함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태극기는 곧 국가 권위의 상징이자 외경(畏敬)의 대상이었다. 각 가정에서는 경축일이나 게양하기 위해 장롱속에 소중히 보관하던 소품이었다. 이같은 태극기가 우리 생활속에 친근하게 다가선 계기가 지난 2002년 월드컵이었다. 대회 기간중 태극기는 응원단의 두건이나 스커프, 망토, 치마 등의 패션이 되어 거리를 장식했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생각치도 못했던 태극기 패션의 등장이었다.당시 다양한 크기와 무늬로 변신한 태극기에는 단지 승리를 향한 열망이 담겨 있을 뿐 이었다. 어느 누구도 태극기를 훼손하거나 욕보였다고 탓하지 않을 만큼 거부감이 없었다. 정부도 그때까지 존엄성만을 강조했던 ‘국기에 관한 규정’ 개편을 검토할 정도였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태극기가 또 한번 국민속으로 다가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오늘 88주년 3.1절을 앞두고 국경일에 인터넷 포털과 함께 ‘사이버 태극기달기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부 온라인 업체에서 태극기달기 운동을 전개했지만 정부 정책으로 펼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통부는 4300여만개의 홈페이지, 미니홈피, 블로그 등에서 게시할 수 있도록 태극기의 정지화상및 동영상을 배포했다. 권위주의 시대가 퇴진하면서 사회 통합은 구성원 다수의 자발성에 의존하게 되었다. 특히 정보화 시대 네티즌들의 여론 형성 기능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그 위력을 입증했다. 태극기를 이용해 국가공동체를 확인한 지난 월드컵때 처럼 ‘사이버 태극기 달기 운동’이 젊은 세대들에게 자발적 애국심을 키우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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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1 23:02

[오목대] 판소리 대중화

판소리 만큼 우리나라 시대적 정서를 잘 나타내는 전통예술도 드물다.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말(아니리), 몸짓(너름새)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가는 판소리는 삶의 희노애락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청중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지금처럼 예술성 짙은 판소리는 주로 광대들에 의해 기록되고 보존돼 왔다. 그 과정에서 전북의 소리꾼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1970∼80년대 민족예술에 대한 각성이 일면서 판소리 부흥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도 판소리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던 전북이다. 1975년 전주대사습대회와 남원 춘향제 판소리명창대회가 복원되고 84년 우석대에, 88년 전북대에 각각 국악과가 설치됐다. 92년엔 백제예술대에 전통예술고가 설치돼 전통음악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86년엔 도립국악원이 개원돼 판소리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전주대사습대회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판소리 경연대회로 뿌리내렸다. 판소리는 오늘날 민족문화의 꽃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과연 살아있는 음악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판소리의 대중화 문제다. 판소리를 대중화할려면 예술로서가 아닌, 문화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엄숙주의, 귀족주의 틀을 벗기고 판소리 그 자체를 ‘삶의 방식’으로 보자는 뜻이다(‘판소리의 겉모습과 역사’· 김대행 서울대교수).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의 것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생활속으로 가져오는 일일 것이다. 때마침 전주시 평생학습센터(센터장 최용호)가 시민을 대상으로 '1인 1소리 교육'을 추진키로 해 기대가 크다. 이론강의와 소리내기, 단가배우기, 장단 치며 ‘호남가’ 부르기 등이 교육된다. 2010년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판소리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니 전통문화 도시답게 발상이 좋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소리 한 대목쯤 부를 수 있게 된다면 판소리 대중화의 확실한 성공이랄 수 있겠다. 내친 김에 충, 효, 의리, 정절 등 조선시대 가치관에 국한된 사설(이야기)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사설이 가미된 창작판소리, 창작단가를 개발하고 시간도 5분,10분짜리 등으로 세분하는 ‘상품’을 개척하면 어떨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8 23:02

[오목대] 봄똥

이제 입춘이 지나고 또 우수(雨水)도 지나 경칩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겨우내 묵은 김치에 길들어 있다가 싱싱한 푸성귀로 입맛을 되찾을 때가 요즈음이다. 이런 입맛을 전해 주는 푸성귀로 ‘봄똥’이 있다. 시인 안도현은 이런 봄똥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렇게 인사드립니다/후줄근한 모습 용서해주세요/겨울은 참 무정도 하죠/채 한 뼘도 안되는 고도제한/낮은 포복으로 기어 왔어요”이 봄똥은 아쉽게도 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다. 봄똥이 ‘봄동’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겨울을 지낸 봄나물 정도로 해석하지만 크게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아직 어원도 분명치 안호 어감도 오해받기 십상인 봄똥을 되뇌다 보면 정감이 어린다. 본래 ‘봄’이란 계절의 분위기도 분위기려니와 그 발음 역시 입술에서 주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부드러운 어감을 갖기 때문이다. ‘봄 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이 궁한 봄철에는 점잖은 척하는 샌님도 먹고 싶어 한다는 속담으로 봄철에는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을 읽을 수 있는 표현이다.요즈음에 먹게 되는, 겨우내 추위를 힘겹게 이겨내 못난 푸성귀를 봄똥 말고 달리 부를 수 있는 품위 있는 말을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가까운 말로 ‘겨우살이’가 있는데 ‘겨울 동안 먹고 입고 지낼 옷가지나 양식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사전에 올라 있다. 그러니 봄똥만이 갖고 있는 푸성귀로서의 선명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이런 봄똥은 일반적으로 가을 김장배추감 중에서 낙오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김장거리 조차 되지 못하고 겨우내 버림받았던 배추가 이듬해 봄이 되면 비타민을 공급해 주는 귀한 신분으로 대접 받게 되는 것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김장배추를 뽑아낸 자리에 의도적으로 파종을 해서 봄 반찬을 준비하기도 한다.이런 봄똥에서 빠진 게 있다. 봄은 대략 알겠는데 ‘똥’이 문제다.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설명한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 주는/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내고/...중략.../텃밭가에 쭈그리고 앉아/...중략.../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 이쯤이면 ‘똥’에 대한 설명으로 그럴듯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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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2.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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