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3-23 14:51 (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박장대소(朴掌大笑)

“인간생활에 있어서의 웃음은 하늘의 별과 같다. 웃음은 별처럼 한 가닥의 광명을 던져주고 신비로운 암시도 풍겨준다. 웃음은 또한 봄비와도 같다. 이것이 없었던들 인생은 벌써 사막이 되어 버렸을 것인데 감미로운 웃음으로 하여 인정의 초목은 무성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웃음은 우리에게 복만이 될 것이다.” (이희승/ 유머철학)흔히 웃음은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으로 풀이한다. 자스틴이란 학자는 원인을 놀람과 기대의 어긋남, 우수(優秀)와 실패, 부조화와 대조, 사교적 미소, 긴장의 해방, 유희의 6가지로 정리했다. 사전에는 종류를 미소(微笑), 고소(苦笑·쓴웃음), 홍소(哄笑), 냉소(冷笑), 조소(嘲笑), 실소(失笑)로 분류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하늘을 쳐다보고 웃는 앙천대소(仰天大笑),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가 있다. 하도 우스워서 껄껄 웃는 것은 가가대소(呵呵大笑)다. 또 입을 벌리고 유쾌하게 웃는 것은 개구소(開口笑)요, 건성으로 웃는 억지 웃음은 건소(乾笑)다. 큰 소리를 내어 웃는 굉소(轟笑)가 있고, 이가 보이지 않게 방긋 웃는 불현치(不見齒)도 있다.이러한 웃음은 신체적으로 횡격막의 짧은 단속적(斷續的)인 경련적 수축을 수반하는 깊은 흡기(吸氣)로 부터 생겨난다. 이때 얼굴 표정 뿐 아니라 신체 내부의 오장육부를 뒤흔들고 수백개의 뼈와 근육까지 움직이게 된다. 20% 이상 많은 열량을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웃음은 면역체계와 소화기관을 안정시키고 엔돌핀을 생성시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웃음이 보약인 셈이다. 그런데 어른이 될수록 웃음이 줄어든다. 어린아이가 하루 평균 400번 웃는데 비해 어른은 15번 밖에 웃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지역 9군단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하고 있는 ‘박장대소 웃음 7계명’이 병사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7계명은 크게 웃어라, 함께 웃어라, 마음까지 웃어라, 힘들 때 더 웃어라, 억지로라도 웃어라, 즐거운 생각을 하며 웃어라, 한번 웃고 또 웃어라다. 아침 점호시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박장대소를 하면 모두가 따라서 박수치며 한바탕 웃은 뒤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웃음이 전염병처럼 퍼져 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갈수록 메말라 가는 세상, 모두가 아침마다 박장대소로 시작하면 어떨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09 23:02

[오목대] 태권도 전자호구

태권도는 1988년 서울 올림픽때 시범종목으로 올림픽 무대에 처음 진출한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부터 정식종목으로 자리잡아 세계적인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었다.이같은 태권도가 첫 고비를 맞은 것이 200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올림픽 퇴출종목 찬반투표였다. 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비롯 경기흥미가 떨어지고, TV등 미디어 노출 효과도 낮다는 지적을 받으며 퇴출종목으로 거론되는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도 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을 획득함으로써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치러질 수 있게 됐다. 태권도는 한국이 전세계에 전파하고 올림픽종목으로 발전시킨 유일한 스포츠로 이 종목의 올림픽 존속여부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하지만 고비를 넘겼다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2016년 올림픽종목에 들기 위해서는 2009년에 또 신임투표를 거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권도계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재미없고 불공정한 경기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한국인 조정원씨가 총재를 맡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전자호구(電子護具, 첨단 전자칩을 머리및 몸통 보호구에 부착해 타격할 때 득점 여부를 표시하는 장치) 개발에 나선 것도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유지시키기 위한 개혁방안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4, 5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처음 시험대에 오른 전자호구는 아쉽게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몸통을 손으로 살짝만 쳐도 점수가 올라가고, 전자호구가 없는 부위에서는 점수처리가 안되는등 적잖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맹측은 촉박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전자호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개혁이 완성된 태권도를 선보이려던 야심찬 계획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무주에 세계 181개국 7000만 태권도인들의 ‘꿈의 성지’가 될 태권도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지속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전자호구 테스트 실패가 결코 ‘강 건너 불’ 같지 않다. 정확한 판정으로 보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 있도록 전자호구의 기술적 보완작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08 23:02

[오목대] 탈 철밥통

‘철밥통’이란 어원은 중국에서 유래됐다.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될 염려 없이 근무한다는 뜻에서 중국 국영기업체 직원을 '철밥통'이라 불렀다. 중국어로는 티예판완(鐵飯碗)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사람에게 직업을 보장해 주다보니, 능력이 없어도 해고될 일은 없었는가 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민영기업들이 생기고 경쟁원리가 도입되면서 ‘철밥통’이란 인식도 깨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공무원=철밥통'이란 등식이 성립돼 있다. 무능력하다 해도 공무원법에 따라 신분보장이 철저히 이뤄지고, 시간이 흐르면 호봉에 따라 봉급이 차곡차곡 올라가니 만년 직장, 만년 직업(permanent job)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일부 교수사회도 철밥통이란 소릴 듣는다. 교육·연구에 정진하는 교수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주중에 골프치고 정치집단과 어울리며 로비능력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교수, 대충 짜깁기해 새 논문인냥 제출하는 교수, 주중 수업을 특정일에 몰아넣고 서울로 올라가는 교수들이 그런 부류다. 불이익은 커녕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그런데 마침내 ‘공무원= 철밥통’ 등식도 깨지는 모양이다. 얼마전 울산시와 울산남구청이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5~6급 공무원 4명, 5~7급 9명을 솎아내 1년간 교통량 조사와 쓰레기 청소 등 일용직들이 하는 단순 노무작업을 시켰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퇴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철밥통 깨기 인사 실험’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도내에선 이미 완주군이 소리 안나게 철밥통 깨기 실험에 들어갔고, 전주시도 무능 또는 문제 있는 공무원을 과감히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전북대 역시 직급정년제 시행, 연구실적 기준 강화, 주 4일 이상 근무, 인센티브 포인트 누적제, 영어강의 유도 등 여러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고 담금질을 시작했다. 앞으로 공무원이나 교수들도 대충 일하다가는 중도 하차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퇴출은 민선 단체장이나 직선 총장으로서는 힘든 개혁일 수 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다. 박수 보낼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면 힘도 솟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리더들은 감싸안는 게 표인냥 착각하고 꿀먹은 벙어리 처럼 눈만 깜박이고 있으니 그게 문제다. 그러다간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법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07 23:02

[오목대] 꽃샘추위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로 따져서 오늘이 경칩(驚蟄)이다. 우수(雨水)를 지나고 춘분(春分)을 앞둔 절기에 해당한다. 이 무렵에 얼음이 풀리고 우레가 우는 비에 놀라 땅속의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린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제 오늘의 날씨는 경칩답지 못하다. 전국적으로 초속 5∼10m의 강풍이 불면서 대관령과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화 14.8도, 영하 6.1도에 머물렀으니 말이다.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싸락눈이 내리는 등 체감온도가 영하권에 머물면서 어제 낮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를 보였다.우리는 흔히 이런 기복 있는 날씨를 두고 ‘꽃샘추위’라고들 한다.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이른 봄철 포근해지던 날씨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 꽃봉오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라 되어 있고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듯한 추위라 하여 꽃샘추위라 하였으며, 봄철에 있는 특이한 현상(特異日)에 해당된다’고 한다. 겨우내 자리하였던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봄 날씨가 진행되다가 다시 고기압이 확장되기 때문이다.이런 꽃샘추위는 한 차례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3월 말경 그리고 4월 중에 심지어는 5월에도 이런 추위는 찾아온다.이런 추위를 체험하면서 연상되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어느 취객(醉客)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복잡한 시내 도로를 지나면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써서 겨우 복잡한 차량들 사이를 빠져 나오는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좀 맘 놓고 가려니 했는데 갑자기 아스팔트가 수직으로 일어서더란다. 결국 그 취객은 벌떡 일어선 아스팔트길과 충돌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취객의 입장에서야 아스팔트길이 일어선 것이겠지만 제삼자가 봤을 때는 ‘그냥 넘어진 것’에 불과하다. 다만 그렇게 넘어진 이유가 다를 뿐이다.꽃샘추위가 온 것을 두고도 생각해 보면 형편에 따라서 그 해석이 가지각색일 것이다. 이런 꽃색추위를 비관적으로 보면 아마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상적인 수준에서 생각하자면 따스한 봄기운으로 늘어지기 쉬운 일상에 다시 한번 자극을 주어 봄맞이에 별탈이 없도록 하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일상에도 완급(緩急)과 장단(長短)이 있어야 좋은 법이니 이즈음에서 한 박자 쉬었다 가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06 23:02

[오목대] 산불

세계 최대 규모의 산불은 98년 여름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발생했다. 하바로프스크를 비롯 2만8천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화한 이 산불은 8개월여 동안 남한 면적과 맞먹는 면적을 초토화시킨 후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겨우 진화됐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인근지역을 통과하는 송유관을 덮쳐 대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또 세계에서 가장 큰 재산피해를 낸 산불도 같은 해 여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났다. 2개월간 계속된 이 산불은 관광보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2백50억 달러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재민만 해도 12만명에 이르렀다.그리고 세계 최다 인명피해를 낸 산불은 97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2백90여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고, 세계 최대 피해면적을 기록한 산불은 98년 캐나다 서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자그마치 2백만ha의 산림을 숯더미로 만들었다.우리나라 산불피해도 장난이 아니다. 산림이 울창해져 산불이 한 번 났다하면 그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지난 2000년 4월7일부터 15일까지 무려 9일 동안 2만3천484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면서 사망 2명 부상 15명에 850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영동지역의 초대형 산불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이 곳은 7년 세월에도 아직까지 사막처럼 황량한 '불임의 땅'으로 남아 있다.산림의 가치는 새삼 강조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경제적 가치에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 공익적 가치를 환산하면 세상 어느 재화와도 비교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산림이 없는 인간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산불로 한 번 훼손된 산림은 복원하는 데 최소 30년, 그리고 주변 생태계까지 원상회복시키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쯤되면 산불을 낸 죄가 얼마나 큰 죈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산림청이 최근 10년간 산불발생 원인을 조사해 발표했다. 입산자 실화가 44%, 논밭두렁 태우기가 18%, 담뱃불 실화가 8%였고 쓰레기 소각과 성묘객 실화가 각 7%, 어린이 불장난이 3%, 기타가 13%였다. 조사결과 대로라면 모든 입산자에 대해 신고제를 실시하고, 산불감시원을 대폭 늘려 정찰활동을 강화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산불이 절반 정도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05 23:02

[오목대] 주꾸미

흔히 미식가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말한다. 봄에는 주꾸미 살이 야들야들하면서 알이 꽉 차 물이 오르고, 가을에는 낙지 살이 통통해 달고 쫄깃한 맛이 차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팔이 8개인 팔완목(八腕目)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크기가 더 작다. 낙지의 몸 길이가 70㎝ 정도인데 비해 20㎝안팎이다. 한 팔이 긴 낙지와 달리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다. 주꾸미와 낙지는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고 몸통이 머리 위에 있는 독특한 신체구조를 갖는다. 그래서 두족강(頭足綱)으로 분류된다. 오징어와 문어 역시 마찬가지다.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 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봄이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 먹이가 되는 새우가 많아져 서해연안으로 몰려든다. 이때 그물로 잡기도 하지만 대개 소라와 전복, 고둥의 빈 껍데기를 이용해 잡는다. 빈 소라와 고둥 껍데기를 로프에 매달아 바다밑에 내려 놓으면 주꾸미가 알을 낳기 위해 이곳에 들어간다. 이를 건져 올려 갈퀴로 낚아 채는 것이다. 어민들은 이런 채취방식을 ‘소라방’이라 부른다. 소라나 고둥껍데기는 1m간격으로 매다는데 그 수가 보통 5000개, 많게는 1만개에 이른다. 이삼일에 한번 건지며 평균 5개에 하나 꼴로 주꾸미가 들어 있다. 3-4월이 제 철이며, 가을에도 잡히지만 알이 없어 맛이 떨어진다. 전남과 충남지방에서는 ‘쭈깨미’, 경남에서는 ‘쭈게미’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이이다코(イイダコ)라 한다.주꾸미는 지방이 적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저칼로리식이어서 웰빙식품으로 제격이다. DHA와 타우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영양면에서도 뛰어나다고 한다. 주꾸미를 뜨거운 물에 데쳐, 머리의 알을 한 입에 통째로 깨물면 구수한데다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시커먼 먹물이 튀길 수 있으나 이 먹물은 숙취해소용으로 그만이다.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주꾸미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서해연안에 있는 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너도 나도 ‘주꾸미 축제’를 열기 때문이다.주꾸미를 잡는 조업시기가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한달가량 앞당겨졌다. 온난화와 엘리뇨가 원인이라고 한다. 미식가에겐 희소식일지 몰라도 ‘철’ 없는 지구가 걱정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02 23:02

[오목대] 사이버 태극기

1970년대 까지만해도 각급 기관이나 학교등에서는 태극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 해질 무렵 국기 하강기식때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기관이나 학교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부동자세로 태극기가 내려질때 까지 국기를 향해 경례를 했다. 애국심과 충성심을 강요당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어두운 추억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라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탄생한 것도 당시였다. 비오는 날에 국기를 내리지 않을 경우 담당자가 문책을 받을 정도로 국기에 대한 존경심과 엄숙함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태극기는 곧 국가 권위의 상징이자 외경(畏敬)의 대상이었다. 각 가정에서는 경축일이나 게양하기 위해 장롱속에 소중히 보관하던 소품이었다. 이같은 태극기가 우리 생활속에 친근하게 다가선 계기가 지난 2002년 월드컵이었다. 대회 기간중 태극기는 응원단의 두건이나 스커프, 망토, 치마 등의 패션이 되어 거리를 장식했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생각치도 못했던 태극기 패션의 등장이었다.당시 다양한 크기와 무늬로 변신한 태극기에는 단지 승리를 향한 열망이 담겨 있을 뿐 이었다. 어느 누구도 태극기를 훼손하거나 욕보였다고 탓하지 않을 만큼 거부감이 없었다. 정부도 그때까지 존엄성만을 강조했던 ‘국기에 관한 규정’ 개편을 검토할 정도였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태극기가 또 한번 국민속으로 다가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오늘 88주년 3.1절을 앞두고 국경일에 인터넷 포털과 함께 ‘사이버 태극기달기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부 온라인 업체에서 태극기달기 운동을 전개했지만 정부 정책으로 펼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통부는 4300여만개의 홈페이지, 미니홈피, 블로그 등에서 게시할 수 있도록 태극기의 정지화상및 동영상을 배포했다. 권위주의 시대가 퇴진하면서 사회 통합은 구성원 다수의 자발성에 의존하게 되었다. 특히 정보화 시대 네티즌들의 여론 형성 기능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그 위력을 입증했다. 태극기를 이용해 국가공동체를 확인한 지난 월드컵때 처럼 ‘사이버 태극기 달기 운동’이 젊은 세대들에게 자발적 애국심을 키우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01 23:02

[오목대] 판소리 대중화

판소리 만큼 우리나라 시대적 정서를 잘 나타내는 전통예술도 드물다.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말(아니리), 몸짓(너름새)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가는 판소리는 삶의 희노애락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청중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지금처럼 예술성 짙은 판소리는 주로 광대들에 의해 기록되고 보존돼 왔다. 그 과정에서 전북의 소리꾼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1970∼80년대 민족예술에 대한 각성이 일면서 판소리 부흥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도 판소리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던 전북이다. 1975년 전주대사습대회와 남원 춘향제 판소리명창대회가 복원되고 84년 우석대에, 88년 전북대에 각각 국악과가 설치됐다. 92년엔 백제예술대에 전통예술고가 설치돼 전통음악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86년엔 도립국악원이 개원돼 판소리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전주대사습대회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판소리 경연대회로 뿌리내렸다. 판소리는 오늘날 민족문화의 꽃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과연 살아있는 음악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판소리의 대중화 문제다. 판소리를 대중화할려면 예술로서가 아닌, 문화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엄숙주의, 귀족주의 틀을 벗기고 판소리 그 자체를 ‘삶의 방식’으로 보자는 뜻이다(‘판소리의 겉모습과 역사’· 김대행 서울대교수).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의 것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생활속으로 가져오는 일일 것이다. 때마침 전주시 평생학습센터(센터장 최용호)가 시민을 대상으로 '1인 1소리 교육'을 추진키로 해 기대가 크다. 이론강의와 소리내기, 단가배우기, 장단 치며 ‘호남가’ 부르기 등이 교육된다. 2010년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판소리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니 전통문화 도시답게 발상이 좋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소리 한 대목쯤 부를 수 있게 된다면 판소리 대중화의 확실한 성공이랄 수 있겠다. 내친 김에 충, 효, 의리, 정절 등 조선시대 가치관에 국한된 사설(이야기)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사설이 가미된 창작판소리, 창작단가를 개발하고 시간도 5분,10분짜리 등으로 세분하는 ‘상품’을 개척하면 어떨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8 23:02

[오목대] 봄똥

이제 입춘이 지나고 또 우수(雨水)도 지나 경칩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겨우내 묵은 김치에 길들어 있다가 싱싱한 푸성귀로 입맛을 되찾을 때가 요즈음이다. 이런 입맛을 전해 주는 푸성귀로 ‘봄똥’이 있다. 시인 안도현은 이런 봄똥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렇게 인사드립니다/후줄근한 모습 용서해주세요/겨울은 참 무정도 하죠/채 한 뼘도 안되는 고도제한/낮은 포복으로 기어 왔어요”이 봄똥은 아쉽게도 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다. 봄똥이 ‘봄동’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겨울을 지낸 봄나물 정도로 해석하지만 크게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아직 어원도 분명치 안호 어감도 오해받기 십상인 봄똥을 되뇌다 보면 정감이 어린다. 본래 ‘봄’이란 계절의 분위기도 분위기려니와 그 발음 역시 입술에서 주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부드러운 어감을 갖기 때문이다. ‘봄 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이 궁한 봄철에는 점잖은 척하는 샌님도 먹고 싶어 한다는 속담으로 봄철에는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을 읽을 수 있는 표현이다.요즈음에 먹게 되는, 겨우내 추위를 힘겹게 이겨내 못난 푸성귀를 봄똥 말고 달리 부를 수 있는 품위 있는 말을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가까운 말로 ‘겨우살이’가 있는데 ‘겨울 동안 먹고 입고 지낼 옷가지나 양식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사전에 올라 있다. 그러니 봄똥만이 갖고 있는 푸성귀로서의 선명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이런 봄똥은 일반적으로 가을 김장배추감 중에서 낙오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김장거리 조차 되지 못하고 겨우내 버림받았던 배추가 이듬해 봄이 되면 비타민을 공급해 주는 귀한 신분으로 대접 받게 되는 것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김장배추를 뽑아낸 자리에 의도적으로 파종을 해서 봄 반찬을 준비하기도 한다.이런 봄똥에서 빠진 게 있다. 봄은 대략 알겠는데 ‘똥’이 문제다.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설명한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 주는/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내고/...중략.../텃밭가에 쭈그리고 앉아/...중략.../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 이쯤이면 ‘똥’에 대한 설명으로 그럴듯하지 않은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7 23:02

[오목대] 탈당이후

무슨 일이 있어도 탈당은 하지 않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마침내 탈당을 결심했다. 망국적인 지역주의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대의명분을 걸고 야심차게 신당을 창당했으나 현실정치의 높은 벽만 확인하고 결국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까지 깨가며 세운 대의명문인데 지역주의 청산은 고사하고 신당의 운명마저 풍전등화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꼭 노 대통령만 탓할 일은 못된다. 국민 직선으로 당선된 전임 대통령 셋 모두가 임기 말 레임덕에 걸려 내쫒기듯 탈당을 했는데 오직 노 대통령 혼자만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다만 차이가 있다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공정관리를 명분으로 '자청 탈당'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여당이 앞장서 요구한 '타의의 탈당'을,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당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한 '자의반 타의반' 탈당을 한데 비해 노 대통령은 인기 하락에 따른 '울며 겨자 먹기식 탈당'을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대통령의 탈당이 다음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정치적 속임수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노 대통령만 부도덕하고 술수가 많은 정치인으로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야당이 총동원돼 위장이혼이다, 기획탈당이다, 정당세탁이다, 선거전략이다 현란한 수사를 다 동원하며 무차별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언론사는 노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재임중 여당을 두번이나 이탈하는 첫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고 친절하게 해설까지 덧붙여 보도를 하기도 한다. 하기야 탄핵을 당했을 때도 고도의 술책에 걸려든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으니까 할 말이 없지만.그렇다고 노 대통령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대결 상대는 무조건 굴복시켜야 한다는 승부욕, 정도가 지나친 편가르기, 한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타협을 하지 않는 독선은 국민들에게 거부감만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탈당을 했다고 해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180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옷을 바꿔 입었다고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닌 이치와 같다. 앞으로 남은 임기 1년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6 23:02

[오목대] 역린의 정치

한비자(韓非子)는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法家)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법가는 군주의 덕치(德治)를 우선시 하는 유가(儒家)와 달리 ‘법에 의한 통치’를 내세운다. 백성들의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믿을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고 통치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통치력의 근간은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당시 7웅이 할거하는 살얼음판 같은 시대상황을 잘 반영한 사상이 아닐까 한다.그는 말더듬이어서 이러한 사상을 글로 썼다. 그의 글을 읽어 본 진시황은 그를 높이 평가해 곁에 두고자 할 정도였다. 그는 당시 많은 왕들이 반역으로 왕권을 잃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았다.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이해관계는 일치할 수 없다. 위에 있는 자와 밑에 있는 자는 하루에도 100번씩 싸운다. 그러므로 군주는 아무도 믿지 말고 아첨꾼을 경계할 것이며, 누구라도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가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그의 사상을 담은 책 ‘한비자’ 세난편(說難篇)에는 반역과 관련해 역린(逆鱗)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릇 용(龍)이란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 있지만 그의 목 아래 있는 직경 한자 길이의 비늘, 즉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임금도 역시 역린이 있으니 유세(遊說)하는 자가 임금의 역린을 건드리지 아니하면 거의 화가 없다.” 여기서 용은 임금을 비유한 것이요, 역린은 임금의 분노를 일컫는다.며칠 전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프 더 레코드(非報道)를 전제로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분당으로 곧 사라질 것”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99%”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유장관 특유의 ‘국민 역린론’을 폈다. “국민들은 참을성이 많지만 역린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 용을 타고 놀다가도 딱 그 부위만 건드리면 죽는, 그래서 촉망받는 정치인들이 여럿 죽어 나갔다.” 그는 현대 민주정치에 있어 ‘역린’을 ‘국민의 분노(민심)’으로 이해하는듯 하다. 제대로 본 것이다. 요즘 계속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관련 폭로사건도 국민의 역린을 건드릴지 흥미거리다. 하지만 정작 유장관 자신도 그동안 노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았지,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경우가 많았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3 23:02

[오목대] 친환경 농산물

국내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이 크게 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들어서 부터이다. 외국산 농산물이 본격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 때마침 웰빙바람을 타고 수요가 늘어난데 기인한다.여기에 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시책도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증대시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1999년 당시 국내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량은 2만6646톤에 그쳤으나 2001년에는 8만7279톤으로 2년만에 3배 이상 증가한 뒤, 2005년에는 무려 30배 가량 늘어난 79만7747톤에 달했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인 증가 추세인 셈이다. 초창기만 해도 없어서 못팔 정도였던 친환경 농산물이 최근 들어서는 판로확보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한정된 소비계층으로 수요는 산술적으로 증가하는데서 비롯된 결과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이의 사용을 최소화해 생산하기 때문에 일반농산물에 비해 1.5∼3배 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대형 유통업체 납품이나 전문점 직거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유통구조도 소비 확대를 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처럼 판로 확대가 어렵다보니 재고는 쌓이기 마련이다. 채소등 신선도가 생명인 일부 품목은 울며겨자먹기로 인증표를 떼고 일반농산물로 판매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판로난이 경기침체등 영향으로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데 있다. 생산량의 증대에 맞춰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직불금 지원단가의 상향조정을 비롯 대형 급식처의 친환경 농산물 사용 권장, 신뢰도 제고를 위한 관리 시스템 보완등이 요구된다. 판매코너 확대등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시책도 개발해야 한다. 마침 전북도가 그동안 비용지원 문제로 보류했던 친환경 쌀 학교급식사업을 오는 3월 부터 본격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도와 시·군및 교육청이 50억원을 지원해 2300여톤을 공급할 계획이라 한다. 생산농가도 보호하고 학생들의 건강증진에도 기여하는 윈윈정책인 셈이다.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유통 활성화 방안 마련에 적극 힘써주기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2 23:02

[오목대] 핀셋인사

역대 대통령들의 인사 스타일을 들여다 보면 뚜렷한 특징이 나타나 흥미롭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주로 ‘충성도’를 고려한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중앙정보부장, 비서실장, 공화당의 주요 요직 자리는 충성스런 인물을 배치, 독재시대를 유지했다. 전두환 정권 때에는 정실주의와 지역주의 인인사가 주류를 이뤘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지역주의가 여전했지만 문책성 인사를 주로 단행했다. 문민정부를 열었던 김영삼 대통령은 ‘직관’에 의한 은밀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 ‘깜짝 쇼’를 즐겼고 김대중 대통령은 소수 인재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시대에는 정무 고위직 인사에 대한 엄격한 제도와 기준이 있었다기 보다는 대통령의 성향과 의도에 따라 인사가 이뤄졌다. 참여정부는 체계적인 제도를 통해 운영하는 이른바 '시스템 인사'를 표방하고 있다. ‘시스템 인사’란 1200여명이 들어있는 인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적정인물을 추려낸 뒤 후보군을 3~4배수로 압축, 검증하고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그러나 검증과정에서 누수가 생겨 공격을 받았고 '코드인사'라는 말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대통령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만을 골라 등용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시스템 인사’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맘에 드는 인사만 골라 쓴 ‘코드인사’로 특징지워지고 있다. 민선 이후엔 자치단체도 이 코드인사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코드인사는 동종, 근친교배를 의미하는 인브리딩(Inbreeding)의 한계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세기 초 미 하버드대를 세계적 대학으로 키운 찰스 엘리어트 총장의 대학정책은 40년 재임기간 내내 ‘인브리딩은 안된다’였다. 스승과 이념, 사고가 똑같은 붕어빵 제자를 양산해서는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전통 때문에 하버드대학의 모교출신 교수는 지금도 전체의 10%대에 불과하다. 이런 폐단이 있는 코드인사도 부족해 자치단체에선 ‘핀셋인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선거때 상대방 편을 든 사람을 마치 핀셋으로 콕콕 찍어내듯 솎아내 보복하는 인사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포용과 아량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보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단체장의 뜻인지, 측근들의 충성심인지 그게 궁금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1 23:02

[오목대] 인터넷 자주독립

지난 달 1월 31일 국내에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 비스타’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이 달 16일에는 권오규 경제 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윈도비스타 출시에 따른 대응방안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일 개 상품에 대해서 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까지 열린 일이 이제껏 있었던가 싶다.윈도 비스타는 모두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만든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이다. 문제는 운영체제 관련 일 개 제품의 출시로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컴퓨터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데 있다. 그 핵심은 그동안 사용되고 있었던 ‘액티브엑스(ActiveX)’라는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이 새로운 운영체제에서 보안상의 문제로 사용의 제약을 받아 그동안 이 기술을 활용해 왔던 인터넷 업계와 사용자 환경이 당장에 바뀌어야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일개 사업자의 제품에 따라 나라 전체가 곤경에 처하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IT강국이라는 나라에서 말이다. 이런 상황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웹표준도 아닌 액티브엑스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브라우저의 결합이라는 독점적인 환경에서만 구동되는데 이를 알면서도 사용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만을 사용한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물론 정부의 책임인지 사용자의 책임지는 우리끼리 다시 따져야 할 문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일반적으로 상품은 경쟁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자동차만 해도 여러 회사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이들 회사의 제품 중에서 본인의 형편과 기호에 따라 구매를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에서 이런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와 인터넷 환경만이 통용되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어 와서 소비자인 인터넷 사용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늦기는 했지만 ‘윈도우 비스타 출시의 파급효과와 대응방안’이라는 정부의 대책이 마련된 모양이다. 그동안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아래아 한글’이 그리고 백신 시장에서 ‘V3’ 제품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쟁상대로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이긴 해도 이번 대책이 인터넷 자주독립의 기폭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0 23:02

[오목대] 노인수발 보험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가족 중 치매나 뇌졸증 노인을 한분이라도 모셔본 사람은 그것을 실감할 것이다. 그런 경우 대개 집안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 질 수 밖에 없다. 우선 배우자가 큰 고생이다. 그리고 자식들도 처음에는 성의를 다 하지만 나중에는 지치게 마련이다. 종국에는 서로 부양을 떠넘기는 가족 해체 현상까지 나타난다. 이것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고령사회에 급속히 접어드는 우리의 일이요, 나의 일이다.치매 등은 아니더라도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유병률이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움직이는 종합질병센터’가 되어가는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병은 관절염으로, 57.6%로 나타났다. 이어 고혈압 41.3%, 요통 37.3%, 신경통 31.3%, 골다공증 21.9%, 변비 21.5%, 백내장 19.5% 순이었다. 또 우리 주변에 홀로사는 노인이 의외로 많다. 농촌으로 갈수록 더욱 심하다. 이들 혼자사는 노인들은 부부, 또는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보다 우울증, 불면증, 환각·환청 등이 2배 이상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이들 노인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부터 개호(介護)보험제도를 도입했다. ‘개호’는 ‘신체 장애나 질병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 말로는 ‘수발’ ‘간병’과 유사한 개념이다. 이 제도는 소득 수준에 따라 매월 일정액의 보험료를 낼 경우 본인이 치매나 뇌졸증 같은 중병에 걸렸을 때 적은 부담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적 보험이다.우리나라는 2008년 7월부터 수발보험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9일 가진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단 명칭은 노인요양보험으로 바뀐다. 이 보험이 시행되면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중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은 지방자치단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노인 수발을 신청할 수 있다. 수급자로 판정받게 되면 재가수발(간호·목욕·수발 등), 시설수발(노인요양시설), 특별현금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 준비에 차질이 없었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6 23:02

[오목대] 드라마 세트장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했던 드라마 세트장이 대부분 해당 드라마 종영과 더불어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거액을 투자한 세트장이 ‘잊혀진 장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가건물 형태로 지은 시설물들이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소품 몇점 이외에는 볼거리가 없으니 누가 찾겠는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예산이 투입돼 건립된 세트장만도 전국에 30여곳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에도 부안 격포항과 궁항에 KBS 역사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익산시 신흥동과 여산면에 SBS 드라마 ‘서동요’ 1,2 세트장이 세워져 있다. 도내 세트장의 상황도 다른 지자체 사정과 비슷하다.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다 보니 시설물 곳곳이 파손되고, 쓰레기가 나뒹굴면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고 한다. 도내 세트장도 드라마 방영 기간과 종영후 몇개월간은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반짝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해당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면서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것이다. 물론 드라마 종영후에도 꾸준히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세트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래시계’의 강릉 정동진이나 ‘겨울연가’의 춘천 남이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제작진들이 주변 경관이나 접근성등을 고려해 장소를 물색해 촬영한 뒤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인위적인 장소 띄우기가 아니었다. 지자체들이 이같은 점을 간과하고 따라하는 식으로 세트장 유치에 나선 것 부터 잘못이었다.여기에 단체장의 치적홍보 유혹도 한 몫 거든 요인이다.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혈세를 낭비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에는 전북도와 부안군이 50억원을, ‘서동요’ 세트장에는 익산시가 14억원을 지원했다. 지자체의 드라마 마케팅은 세트장을 관광자원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좋은 취지에서 출발하지만 성공율이 낮은 것은 여러 지자체의 사례가 입증해주고 있다. 사업 타당성 평가를 자체적으로 할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없다는 점에서 무리인 것이다. 세트장은 더 이상 대박을 터뜨리는 상품이 아니다. 단체장이 미처 깨닫지 못한다면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5 23:02

[오목대] 지역혁신위원

‘혁신’(innovation)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국가발전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선진국의 여러 나라들은 '지역'을 단위로 대학· 기업· 자치단체· 연구소· 시민단체 등 혁신주체들이 긴밀히 협의하면서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혁신클러스터, 혁신도시, 지역전략산업 등이 그런 것들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스웨덴의 시스타, 핀란드의 울루, 중국의 중관춘, 이탈리아의 밀라노,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캐나다의 몬트리올 멀티미디어시티, 영국의 케임브리지 테크노폴 등이 대표적 혁신클러스터다. 모두 지역간 근접성과 특성화를 통해 새로운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지역들이다. 파리에서 800km나 떨어진 중소도시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농업과 관광이 유일한 산업이고 연구소나 대학도 없는 지적 자원의 황무지이다. 그러나 지역혁신을 꾀한지 30년만에 세계 10대 지식기반 선도지역의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텅빈 공간에서 이같은 결실을 맺기까지에는 오랜 지역혁신 활동이 뒷받침이 됐다. 이제는 지식기반시대다. 경제활동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수도권 중심이 아닌, 모든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만 비로소 지속적 국가발전이 가능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방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잠재력을 복원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화, 정보화, 지방화라는 시대적 변화의 필연적 결과다. 우리나라가 뒤늦게나마 균형발전을 국가목표로 설정한 것은 다행이다. 이런 정책기조에서는 지역마다 각각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특성화 발전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이른바 자립형 지방화이다. 이제 첫걸음 하는 입장에서는 지역혁신체계 구축과 지역혁신협의회 위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혁신도시, 산학연클러스터, 전략산업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치열하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전문성과 노하우가 반영돼야 하고, 조정역할 등도 필요한 사안들이다. 그런데 혁신위원 상당수가 ‘느끼한’ 지역유지나 기관장들로 채워져 있으니 옛날의 행정자문위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더구나 혁신 대상 인물이 혁신위원이라면 이 얼마나 황당한가. 전북도가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171명을 대거 판갈이 한다니 주시할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4 23:02

[오목대] 역지사지(易地思之)

지난 11월 여수 출입국관리소에 불이 나 외국인 10여 명이 죽고 20여 명이 다치는 참변이 일어났다. 이들 희생자는 대부분 불을 피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외국인 수용시설이라는 특수한 환경이어서 화재규모에 비해서 희생자가 많았다. 이들 불법체류자들을 감금했던 쇠창살은 화재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열릴 줄 몰랐던 것이다.데자뷰. 이런 불법체류자들의 죽을 보면서 낯선 느낌 대신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느낌이 든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시설이라는 특정한 장소가 배경일 뿐 결국은 우리나라 불법 체류자들이 겪는 일로 귀속된다. 이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희망을 ‘코리안드림’이라고 하지만 그 단어도 이제 장밋빛만은 아니다. 많은 동남아인들이 잘사는 나라 한국에 왔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어려움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역지사지(易地思之). 우리 역시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무모하리만큼 미국행 비행기를 오르기를 고대했던 때가 있었다. 미국이민의 역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기술될 수밖에 없었떤 때 겪어야 했던 부당한 처우에 우리는 공분하곤 했다. 이런 배경의 최인호 소설 ‘깊고 푸른 밤’은 이후 영화감독 배창호씨가 같은 이름의 영화로 만들어 화제가 되었떤 기억이 생생하다.하루 빨리 영주권을 취득해서 한국에 남아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꿈인 백호빈(안성기)은 영주권을 얻기 위해 교포 여인 제인(장미희)과 결혼을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위장결혼이었지만 같은 집에 살다보니 정이 든 제인 때문에 호빈은 갈등한다. 화장실에서 연습했던 미국의 국가(國歌)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불러 이민국 직원을 감동시킨 호빈은 영주권을 얻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혼에 앞서 제인이 제안한 마지막 여행 중 그랜드 캐년 절벽 위에서 총성이 울리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한 시대를 상징했던 영화 ‘깊고 푸른 밤’은 이제 우리 기억에서 아슴푸레하다. 대신 우리땅에 와 있는 불법체류자들이 눈앞에 생생하다. 개구리가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입장이 바뀌면 생각도 따라 바뀌어야 하는 일들도 있겠지만 멀리서 온 손님을 귀하게 대접했던 우리네 풍습을 기억해 볼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3 23:02

[오목대] 조폭

"나 김태촌인데, 내가 이름을 밝혔는데도 전화로 해야겠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도 괜찮다 이거지! 권상우 집이 OO빌라 OO호 맞지? 그럼 내일부터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다 이거지!"1970년대 조양은 이동재씨와 함께 전국 폭력조직을 평정했던 김태촌씨(59)가 한류스타로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는 영화배우 권상우씨(31)에게 소름끼치는 협박전화를 했다고 해서 언론이 떠들썩하다. 한때 '이름만으로도 흉기'라 할 정도로 악명 높던 그가 어쩌다 연예인에게 직접 협박전화나 하는 인생으로 전락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요즘 조폭들 먹고사는 방법도 흐르는 세월만큼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조직폭력배의 소득원에 관한 연구'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만들어 언론에 공개했다. 전국 6개 교도소에 수감된 조폭 10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물이다. 한데 보고서에 나타난 조폭의 모습이 일반인의 상상을 여지없이 깨는 것이어서 역으로 충격적(?)이다. 의리에 죽고 살고,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줄 알았던 그들이 실상은 그와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조폭은 매우 경제적이고 영악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위 아래 따지지 않고, 돈 앞에서는 의리고 나발이고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 등 돌린 조직원을 보복한다는 것도 옛말이다. 그만큼 조직원의 입출(入出)이 자유스러워졌다. 그러나 마약거래와 같은 위험한 사업은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또 조직간에 이권싸움도 극도로 자제한다. 잘못되는 날이면 이익을 얻기는 커녕 조직이 와해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조폭이라는 인상을 풍기지 않으려고 룸살롱보다 일반식당을 선호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조폭들도 엄청 머리를 굴린다고 봐야 한다.엊그제 도내 모 판사가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았다가 옷을 벗었다. 판사가 조폭을 심판해야 할 텐데 거꾸로 조폭이 판사를 잡아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그 어려운 고시 패스 하느라 세상공부 제대로 못한 것이 큰 죄가 된 것 같다. 사법처리 할 정도로 사안이 중한 것은 아니라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2 23:02

[오목대] 쌍릉

익산시내를 벗어나 호남고속도로 진입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왼편에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러브 스토리가 살아 숨쉬는 쌍릉이 나타난다. 행정구역상 익산시 석왕동 산 55, 56번지인 이곳은 1963년 국가사적 87호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1만3884㎡다. 남북으로 약 150m를 사이에 두고 2개의 봉분이 놓여 있어 쌍릉이라 부른다. 그 가운데 북쪽에 있는 능은 지름 30m, 높이 5m로 조금 더 큰데 ‘말통대왕릉’ ‘대왕묘’로, 남쪽에 있는 규모가 약간 작은 능은 지름 24m, 높이 3.5m로 ‘소왕릉’ ‘소왕묘’로 불려 왔다. 여기서 ‘말통’은 서동의 이름인 ‘마동’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이 능은 모두 원형의 봉토무덤으로 흙을 높이 쌓아 만든 것이다. 충남 부여의 능산리 왕릉과 같은 백제 후기(7세기 전반)의 굴식 돌발무덤(황혈식 석실분) 형식이다. 내부 구조는 넓은 판석으로 석실과 연도를 만들었다. 봉분 이외에 별다른 장식이 없이 내려왔으나 몇 년전 석상과 장명등 석수 등을 봉토 왼쪽에 설치했다. 고려사를 비롯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는 이 쌍릉이 서동왕자인 백제 제30대 무왕(武王)과 부인이었던 선화비의 무덤이라고 적고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고분은 고려 충숙왕 13년 왜구에 의해 도굴 당했다. 이후 1917년 일본인 학자 야쓰이(谷井濟一)에 의해 내부가 조사되었으며 일부 남아있던 사발형 토기 1점과 나무 관(棺)은 복원되어 국립전주박물관에 전시되었다. 나무 관은 바닥 면보다 위쪽 면이 약간 넓고, 뚜껑의 윗면이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관 고리에는 8쪽의 꽃잎을 가진 연꽃 무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근처에 선화공주의 요청으로 세웠다는 미륵사 등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무왕과 선화공주의 무덤일 것으로 짐작되고 있으나 뚜렷한 증거는 없는 상태다. 익산시는 2004년 36억 원을 들여 인근 토지를 매입하고 이 일대에 ‘사랑의 공원’을 조성했다. 최근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주축이 돼 미륵사지와 쌍릉, 왕궁리 등 유적이 산재한 익산시 역사지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키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익산시는 ‘고도보존특별법’에 따라 경주와 부여, 공주와 함께 ‘고도(古都)’로 지정된 바 있다. 1400년전 백제의 꿈이 재현되었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09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