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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슈바이처' 이영춘 박사의 삶 조명

황현택 시인동화작가가 이영춘 박사의 생애를 담은 인물 동화책 <장군봉 삼총사>(도서출판 군산인쇄사)를 펴냈다.황 작가는 지역 출신 위인들의 일대기를 동화로 각색한 우리 고장의 역사 인물을 찾아서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으며, <장군봉 삼총사>는 열한 번째 결과물이다.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이영춘 박사는 일제 말기 호남지역의 가난한 농민과 서민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가난을 구제하기 위해 힘썼던 의학박사다. 평양고보,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후 군산개정병원을 세웠고 일본 구마모토 농촌위생 보건의로도 재직했다.황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나라와 동포를 사랑하는 한민족 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올곧은 선현들의 민족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역사책의 딱딱한 글보다는 읽기 편한 동화 형식의 글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책은 황 작가의 창작동화인 장군봉 삼총사를 비롯해 이영춘 박사의 성장 배경과 인물 됨됨이를 알려주는 내용으로 구성됐다.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지주가 부당하게 한국의 토지를 몰수하고 농장을 경영했다. 우리나라 농민들은 농장의 소작인으로 전락했고, 군산의 구마모토라는 일본인 역시 소작인들이 병에 걸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농장 직영 의료원을 만들어 이영춘 박사를 초빙했다.이 박사는 가혹한 수탈에 고통받는 소작인들을 치료하기 위해 밤낮 없이 먼 길까지 무료 진료를 다녔다. 당시 이 박사가 하루에 돌본 환자가 평균 100명. 광복 이후에도 군산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 다니며 무료 진료를 했고, 평생 농촌보건을 위해 헌신했다.황 작가는 어린 시절 이영춘 박사님의 청진기가 가슴팍에 옮겨질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선생님에게 보은하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07.28 23:02

조선판 셜록홈즈, 허를 찌르는 반전 속으로

46년 역사의 전북 종합출판사 신아(대표 서정환)가 야심찬 기획 브랜드 미스터리 컬렉션의 다섯 번째 결과물을 냈다. 허수정 소설가의 추리소설 <비사문천 살인사건>(개정 보급판).소설은 조선조 명종, 문정왕후의 위세가 극에 달했던 1565년 음력 4월을 배경으로 한다. 임금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의 위세가 쩌렁쩌렁하고 윤원형을 비롯한 척신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시기.모든 사건에는 당신이 몰랐던 이면이 도사린다!<비사문천 살인사건>은 역사적 실화의 이면을 상상하며 시작된다. 명종이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난 것은 사실. 소설은 왕의 죽음 이후 왕좌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들이 충돌하는 격동의 시대, 잇따라 벌어지는 살인과 사건을 상상한 것이다.1565년 음력 4월 도성에서 봉은사의 승려와 기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엔 다잉 메시지처럼 비사문천이 이르되 임꺽정이 환생했으니 목자가 인신공양하리라는 글귀가 남겨져 있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이지함과 포청의 포교 장명석은 진상을 밝히기 위해 거대한 음모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특히 토정비결로 후대에 널리 알려진 실존 인물, 이지함(1517~1578)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설정이 흥미롭다. 허수정 소설가는 명문 사대부 출신이지만 유연한 세계관과 넓은 시야를 가진 이지함은 편견 없는 상상력으로 추론해야 하는 탐정 역할에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매사에 진취적이었던 이지함은 일반적인 사대부와 달리 백성들과 하나 돼 부대꼈고 길흉을 점치는 도참에도 열중할 만큼 민중적이었다.이지함과 허구 인물인 장명석이 짝을 이뤄 연쇄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은 조선판 셜록홈즈를 연상케 한다. 농담을 주고받을 땐 허술해 보이지만 사건을 해결할 땐 완벽한 팀워크를 이뤄 탐정 소설의 정석을 보여준다.허 소설가는 우리 눈에는 주사위의 눈 1만 보이지만 뒤에는 6이 있는 것처럼 현상을 다각적인 관점과 논리를 갖고 봐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추리이고, 추리 소설은 이를 극적으로 잘 형상화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사회는 나와 다르면 나쁘고 틀리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강한데 추리를 통해 다양성을 수용하고 성찰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한편, 신아 출판사는 미스터리 컬렉션의 일환으로 단행본 분량의 미스터리 원고 혹은 시놉시스를 모집하고 있다. 문의는 sina321@hanmail.net 또는 063-275-4000.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07.28 23:02

이목윤 문인 〈약무호남 시무국가〉 실증소설 출간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 충무공 이순신이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글에 들어 있던 말이다. 그리고 이목윤 문인이 국가와 자치단체, 지역민에게 외치는 말이기도 하다.이목윤 문인이 3년 간의 자료현장 연구 끝에 임진왜란의 웅치이치전투를 문헌설화지명으로 풀어낸 실증소설 <약무호남 시무국가>(신아출판사)를 펴냈다.웅치 전투는 임진왜란 시기인 1592년 7월 나주판관 이복남, 의병장 황박, 김제군수 정담과 병사들이 전주로 진격하려던 왜군과 격돌해 조선이 대승을 한 전투다. 웅치는 지금의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 일대, 전주 금상동 일대다.웅치 전투는 일본군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조선군에게 승리의 희망과 자신감을 키워줬다. 또 대전 사상 처음으로 한 병사도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목숨을 던진 전투로 그 사명감과 신념을 높이 살만 하다.역사적으로도 행주대첩의 권율장군은 <백사선생별집 권4>에서 웅치전투의 전공은 행주의 공보다 크다고 했고,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전라도를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웅치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그러나 역사의 현장은 초라하기만 하다. 웅치는 웅치전적비만이 벌판을 지키고 있고, 이치는 손바닥만 한 땅에 비석 몇 개가 서 있을 뿐이다.이 문인은 웅치전을 대첩으로 승격시키고 현장을 성역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웅치전투는 7월 7일 웅치골 입구의 전초전부터 날과 장소를 바꿔가며 8일 웅치, 9일 구진벌이, 10일 안덕원 등 사흘간 안덕원에서 대승동까지 대승한 전투다. 그는 여러 날 장소를 바꾸면서 싸웠기 때문에 웅치대전이 되고, 적은 병서로 큰 부대를 물리쳐 승리한 전투기 때문에 웅치대첩이라고 해야 옳다고 말했다.제주 43공원, 칠백의총, 황토현전적지 등 성역화 유사사례를 들며 웅치 성역화 방안도 제안했다. 민가가 적은 산림지대기 때문에 도유림과 구 도로를 활용해 문화공간, 공원 등을 조성하는 것도 대안이다. 나아가 방어진지의 원형을 복구하고 병사들이 오고 간 길을 표지해 순례길을 조성할 수도 있다.더불어 소양면 소재 신교리를 신조리로 바꾸는 등 웅치대전에 관계된 지명이지만 일제강점기에 바뀐 곳들의 이름을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07.21 23:02

대한민국 새 대통령에게 전한다

조남수 씨가 대한민국 새 대통령에게 전하고픈 글을 담아 <나는 혁명가 대통령을 원한다>(북랩)를 펴냈다.조 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오래전부터 쓴 글들을 추려 책으로 출간했다. 보수주의자인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가 나락으로 추락하고, 온 국민이 고통을 겪는 현 시국을 바라보면서 ‘적어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반성했다. 그래서 칼럼으로 기고한 글을 정치와 안보, 언론과 시민운동, 사회복지, 문화와 예술, 지역 발전, 경제와 금융, 사회와 교육, 새만금 등 각 분야별로 나누어 수록했다.특히 새만금에 대한 애정도 곳곳에서 드러나 눈길을 끈다. 그는 새만금의 광활한 토지를 이용한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외국 유수 기업을 유치하고, 새만금 신항과 새만금 국제공항을 통해 동북아 시장 진출 거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저자는 “중심을 찾아가는 것, 미래를 지향하는 것, 도덕을 회복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며 “국가가 있기에 내가 있고, 성장이 있기에 복지가 있다는 상보적인 사상은 오늘날의 보수와 진보 대립에도 해답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조남수(69) 씨는 남원 출신으로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농업개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중소기업을 창업해 국산 신기술 3건, 발명 특허 50건을 등록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7.07.21 23:02

예수병원 설립자 '마티 잉골드' 삶 만화로 만난다

“나에게 무엇이 닥칠 것인가에 대해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하나님의 보호하심 아래에 있다. 내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줄 수 있게 하소서.” (1897년 7월 18일 마티 잉골드 일기)예수병원이 병원 설립자 마티 잉골드(1867~1962)의 삶을 만화 <불꽃 같은 삶-마티 잉골드>로 제작해 출판했다.마티 잉골드는 1892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임명받은 뒤 1897년 전주성 서문 밖에 도착했다. 1898년 11월 3일 예수병원을 설립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상대로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28년간 예수병원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했다. 119년 전 설립된 예수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의료선교 병원이다. 또 전도부인 양성을 위해 1923년 전주에 여성성경학교(한일장신대 전신)를 설립하고 초대 교장으로 봉사했다.그녀는 1962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주 서문교회를 세운 남편 루이스 테이트 목사 옆에 묻혔다.이와 관련해 예수병원은 개신교의 한국 전파, 마티 잉골드의 유년·학창시절, 한국에서의 의료·선교 활동, 예수병원 설립 등 마티 잉골드의 일생을 86쪽 분량의 만화로 담았다. 그림을 제외한 글은 예수병원 고근 홍보과장이 작성했다.예수병원은 <불꽃 같은 삶-마티 잉골드>를 시작으로 <우리에게 다시 오신 예수-포사이드> 등 병원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삶을 만화로 제작해 공유할 계획이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7.07.21 23:02

제7회 혼불문학상에 권정현 작품 '붉은 혀'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권정현(47충북 청주)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혀'가 당선됐다. 수상작 '붉은 혀'는 일제 패망 직전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 관동군 사령관을 암살하려는 중국인 요리사와 군 위안부 출신 조선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요리라는 소재와 함께 표현한 작품이다.심사는 문순태 광주전남연구원 이사장(소설가), 이경자 소설가, 김양호 숭의여대 교수(소설가), 류보선 군산대 교수(문학평론가), 이병천 사단법인 혼불문학 이사장(소설가)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문장뿐 아니라 소재, 구성 등 소설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뛰어나다"며 "특히 일제시대의 만주 정세는 물론 모든 등장인물이 생생하고 매력 있게 표현된 흡인력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수상자인 권정현 씨는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와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낫이 있는 풍경'과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수'로 등단했고, 2016 제8회 현진건문학상에서 단편 '골목에 대한 어떤 오마주'로 상을 받았다.상금은 5000만 원이고, 9월말 단행본도 출간된다. 혼불예술제를 겸한 시상식은 10월 12일 전북대학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일반 독자가 참여하는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인 '혼불의 메아리'를 신설한다.한편, 혼불문학상은 장편 소설 '혼불'의 저자 최명희의 문학혼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했다. 올해는 국내외 에서 총 282편이 응모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07.17 23:02

황정현 첫 시집 〈계절의 연가〉…봄 여름 가을 겨울 통해 인생 담론 풀어내

황정현 시인이 첫 시집 <계절의 연가>(시선사)를 펴냈다.저자는 1부 ‘봄에 부르는 노래’, 2부 ‘여름이 유혹하는 낯섦’, 3부 ‘가을에 비친 사유가 적막하다’, 4부 ‘겨울 추위에 게으름을 경계하라’ 등 사계(四季)라는 형식을 통해 인생 담론을 풀어낸다. 특히 사계마다 부제를 달아 지향하는 방향성과 시적 톤을 드러낸다. 이러한 일정한 형식미를 통해 ‘젊은 노년’의 창작 의욕을 생생히 전달한다.이동희 시인은 작품 해설을 통해 “시집 전편에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선객다운 발상, 시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구축하려는 낯선 사물과 어휘의 충돌, 새로운 발상법을 미학적으로 드러내려는 표현의 의장이 긴밀하게 중첩된다”며 “황 시인은 노년은 쓸쓸하게 퇴장하는 종언의 경지가 아니라, 지혜로 응결된 깨달음의 결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로 보여주고 있다” 밝혔다.저자는 “세상을 거쳐 가는 일들이 엄숙하고 경이로워 홀로 감격하는 계기를 맞을 때마다 가슴의 말들을 내밀고 싶었다”며 “나에게 글쓰기란 괴로운 쾌락이며, 부끄러운 고백이고, 여생의 지평을 넓히는 울음소리”라고 말했다.황정현 시인은 정읍시 신태인 출신으로 익산 남성고와 전북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시선』으로 시, 계간 『에세이문학』으로 수필 등단했다. 행촌수필과 영호남수필, 정읍수필문학, 전북문예, 전북문인협회 회원이다. 에세이문학 이사이기도 하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7.07.14 23:02

천이두 문학평론가 영면…향년 88세

한(恨)의 문학과 한(恨)의 판소리를 정립한 천이두 문학평론가가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 타계했다. 향년 88세.1929년 남원에서 태어난 그는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京都)불교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 평론글 인간 속성과 모럴이 <현대문학>에 추천돼 등단했고, 전북대 교수 및 원광대 사범대학장, <문화저널> 발행인, 세계소리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등을 지냈다.그는 평론가이자 문학연구자, 판소리연구자 및 창극 작가로서 무수한 업적을 쌓았다. 특히 한(恨)에 대한 독보적인 이론을 수립하고 한이 서린 판소리의 특징을 연구체계화하며 한국 문단에 큰 기여를 했다.대표 저서로는 <한국 현대소설론>과 <한의 구조 연구>, <한국문학과 한>, <천하명창 임방울>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전북문화상, 월탄문학상, 모악문학상, 동리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빈소는 전북대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상묵(호남한의원장)상윤(치과의사)과 사위 송채헌(전북대 교수), 유해신(관악교회 목사) 씨가 있다.고인의 장례는 11일 오전 9시 전주 중앙성당에서 전북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안도 전북문인협회장, 김병용 전북작가회의 회장이다. 소재호 시인의 조시 낭송, 김승종 전주대 교수의 약력 발표 등이 진행된다. 장지는 완주 비봉면의 천호성지(天呼聖址).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07.10 23:02

[추도사] 비평의 한 시대가 장막 뒤로 사라지다

하남 천이두(1929.92017. 7) 선생이 8일 아침에 영면(永眠)하셨습니다. 슬펐는지 하늘도 이 날 굵은 빗줄기를 뿌렸습니다.이 날 우리는 한국비평계의 큰 별로 빛나던 선생의 모습을 그리며 애통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한 잔 술에 북채를 잡고 쑥대머리를 부르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의 가슴 속을 아련히 파고들던 그 소리의 기억 속에서 해방 후 한국문학 연구의 책임을 떠안고 노심초사했던 선생의 고뇌와 열정을 되새겨 봅니다.식민지시대 비평의 잔재를 청산하면서 한글세대 비평의 비전을 열었던 선생은, 명실상부 한국문학 비평의 초석을 다지신 분입니다. 새롭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문학의 가치를 추구했던 선생의 비평에는, 문학예술의 본질에 관한 물음을 항상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예술적 표현과 시대상황의 문제를 조화시켜 특유의 직관과 감성으로 소설문학의 변화사(變化史)를 엮어나간 <한국현대소설론>(1969)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저서는 개별 작가의 작품 속에 내재한 한국문학 전체의 숨은 주제를 탐색하는 작업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선생의 비평은 개별 작품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여, 그것을 한국문학의 거시적 주제로 부각시키는 문제에 초점이 놓여 있었습니다. 한국문학의 이면에 잠재된 주제들을 접근한 토속적 상황설정과 한국 소설, 분단현실과 한국문학을 비롯하여 사실주의 소설의 전개를 다룬 한국소설의 정통과 이단 등이 이러한 특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선생의 비평은 서구의 과학적-이성적 논리만이 참된 비평으로 추앙받으며 한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도그마적 비평의 편견을 뛰어 넘어 또 다른 형태의 예술적 글쓰기를 지향했습니다. 그것은 문학이론의 감옥을 벗어나 상상력의 세계로 비상(飛翔)하는 문학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었습니다. 선생의 미학적 글쓰기는 작품의 예술성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감성과 직관의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비평 본연의 임무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문학내적 조화를 중시하는 비평을 통해 선생은 한국문학의 주요 국면을 형성해온 작가들의 밑그림을 성공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선생은 한글세대 비평의 올바른 방향을 정립했고, 식민지시대 비평의 반민족적-친일적 성향을 해소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문학비평이라는 글쓰기를 하나의 독창적인 예술영역으로 받아들일 것을 한국문단에 암묵적으로 요구한 것입니다.<종합에의 의지>(1974), <한국소설의 관점>(1980), <문학과 시대>(1982), <한국문학과 한>(1985), <한의 구조 연구>(1993), <한국소설의 흐름>(1998), <우리 시대의 문학>(1998) 등 한국문학에 관한 중요한 저서들을 펴낸 강단의 연구가이자 문단의 비평가가 천이두 선생이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평생에 걸쳐 탐구했던 연구 테마가 한의 문제였고 그것이 결실을 맺은 저서가 <한의 구조 연구>라는 사실입니다.평생 한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에 골몰하며 험난한 굴곡의 현대사를 견뎌오며 선생은, 한이란 무엇인가에 천착(穿鑿)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선생 자신의 삶의 역정(歷程)을 반영한 힘든 여로(旅路)이기도 했습니다. 송곳 하나로 바위 구멍을 뚫는 그 집요한 끈기로 한국적 한의 본질을 해명한 <한의 구조 연구>라는 이 한 권의 책이 그 결산입니다. 한에 관한 연구의 한 획을 긋게 되었다는 학계(學界)의 평판을 듣고 선생은 흡족해하셨습니다.공적 생활을 교육계의 사표(師表)로서, 비평계의 원로로서 한스런 생을 곰삭혀내신 선생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사무친 그리움의 절절한 목소리로 쑥대머리 한 자락 부르면서 선생이시여, 하늘에 먼저 가 계신 사모님과 복락(福樂)을 영원히 누리소서.

  • 문학·출판
  • 기고
  • 2017.07.10 23:02

신건젱이 마을의 38가지 추억

고향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남원 사람들은 식정리를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신건젱이라 말했고, 다들 잘 알아먹었다. 그러다 남원시로 승격되면서 전북 남원시 식정동으로 개명됐고 신건젱이는 사람들 기억에서 고향을 떠나간 사람들처럼 잊혀져버렸다.남원 식정리에서 나고 자란 박철영(56) 작가가 고향을 문학적으로 복원한 책 <식정리 1961- 전북 남원 신건젱이마을 이야기>(밥북)를 펴냈다.300여 년 긴 세월을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온 고향이지만 점점 사람이 빠져나가고 쇠락해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마을의 유구한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을 기록해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당시 생활상과 사람들의 의식을 유추할 수 있도록 그가 식정리에 살면서 보고 들었던 것을 사건 위주와 실명으로 풀어냈다.총 4부 38개 일화로 구성된 책은 금지떡 금지댁, 동로골 앞집 미순이 조카, 희순이 동생 또냄이, 고샅에서 놀던 아이들 등 인물 중심으로 당시의 삶을 더듬어보고, 옥수수 급식 빵의 유혹, 홈샘 공동 우물 터, 성동분교의 꿈 등을 통해 시대 배경을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의 소통의 장이자 사회 구성원 간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교육장이었던 홈샘 우물 터. 이뿐만 아니라 여자를 하찮게 여기던 당시 풍조도 보여준다. 시골 여자 아이들은 보통 초등학교를 마치면 취직을 하거나 집안일을 돕다 시집을 갔다. 저자와 한 동네에 살았던 복자누나 역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집갈 때까지 우물에서 물을 길러 물동이를 이고 다녔다. 이를 보는 동네 사람들은 야물어서 시집가면 살림을 잘 할 것 이라고 칭찬했고, 이는 시집갈 처녀에게 좋은 징조였다.1960~80년대 고향의 모습을 복원하는 책은 우리 삶의 원형인 고향의 존재와 가치를 일깨운다. 작가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추억 속 풍경들이 많지만 주민들 머릿속에는 지울 수 없는 생애 소중한 유산이라면서 본래 모습들을 최대한 복원하고 신건젱이 사람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이 글을 쓴 이유라고 말했다.2002년 <현대시문학> 시 부문, 2016년 <인간과 문학> 문학평론 부문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시집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을 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7.07.07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