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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새 해 다짐

십이지(十二支)를 나타내는 열두가지 동물 가운데 양(羊)은 가장 온순한 동물이다. 성경에도 ‘순한 양 이란 말이 구절마다 반복돼 나오고 이솝우화나 각종 속설에도 어리석을 정도로 순박한 양의 이야기가 회자된다.양은 원해 개 다음으로 가축이 된 동물이다. 농경시대 이전에 이미 순화되어 인류와 함께 이동하며 번식했다. 야생의 개가 떼지어 다니는 양들을 교묘하게 유도하여 골짜기에 몰아넣고 사냥하는 습성을 이용해서 그 개를 길들여 가축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농경시대보다 앞서 최초의 유목민이 생겨난것도 그런연유다. BC 6천년경 이미 인류가 양 젖을 짜 먹었다는 사실은 수메르의 옛 유적에서도 발견된다.우리나라에서 양과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것은 60년대말 당시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호주방문때 들여온 면양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당시 남원 운봉에 목장을 조성해 이 면양을 입식했고 뒤에 대관령 목장에도 분양했다. 하지만 한 때 붐을 이루기도 했던 양털의 대량 생간이나 양고기의 식육화 사업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금은 운봉 면양목장에서 시범적으로 사육하는 선에서 흐지부지한 상태이니 아쉬운 일이다.올 해가 바로 계미년(癸未年) 양의 해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양의 해에는 국가적으로 큰 변란이 별로 없었지만 지난 79년 박정희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서거한 비극이 기록된다. 그렇다 해도 양이 상징하는 온순 순박 평화의 이미지가 강하여 대체로 한 해가 평탄하리라는 기대를 갖는데 보통 사람들의 소망이다. 그 소망속에는 가정의 평화나 국가의 안녕이 포함된다.그러나 새 해가 기대하는만큼 그렇게 순탄하게 꿈과 희망을 우리에게 안겨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나라 안팍의 상황은 매우 긴박하고 우울하다. 북한의 핵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이 그것이다. NPT탈퇴까지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는 한반도 위기설로까지 치닫고 있다. 경제난 또한 마찬가지다. 새 대통령의 변화와 개혁의 지향점이 얼마나 순조로운 출발을 보일지 궁금하다.하지만 우리는 가야 한다. ‘잠 자기 전에 몇십리는 더 가야한다’는 프러스트의 싯귀가 아니더라도 동해에 불꾼 솟아 오른 태양과 함께 또 한 해의 힘찬 발걸음을 역사앞에 당당히 내딛어야 한다. 그것이 새 해 아침 우리의 다짐이 되어야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1.01 23:02

[오목대] 야듀 2002년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 보게 되고 속절없이 빠른 세월에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된다. 더러는 보람으로 환희에 찬 한 해를 보내기도 하겠지만 겹겹이 쌓이는 후회로 아픔을 견뎌야 하는 사람이 더 많은게 세상사다.올해라고 다르지 않다. 괌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국가적으로는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행사로 분출하는 국민적 에너지를 전세계에 과시했다. 16대 대통령 선거는 세대간 지역간 갈등의 표출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을 기록했다. 막판 터져나온 북한핵 문제는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수도 있는 중대 사태지만 국민적 저력과 역동성이 시계추를 뒤오 돌리는 ‘위기의 반복’을 허용할수 없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렇게 임오년(壬午年) 한 해는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오늘 마지막 한 장 남은 카렌더를 떼어내면서 사람들은 제야(除夜)의 종소리와 ‘올드령 사인’과 함께 묵은 해의 떼를 털어 낸다. 스콜틀랜드의 국민시인 로버트 번스가 쓴 시(詩), 올드령 사인은 ‘지나간 오랜 옛날’이란 뜻으로 친구와의 작별을 아쉬워 하는 내용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제야의 초침(秒針)을 카운트다운 하면서 이 시에 곡을 붙인노래를 합창하며 새 해를 맞는다. 베토벤의 교향곡‘합창’의 그 장중함 또한 제야의 엄숙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우리나라에서의 송년(送年)의례에서 빠질수 없는것이 종소리다. 섣달 그믐날 밤집 안팍을 깨끗이 하여 새해 맞을 준비를 끝낸루 자정에 제야의 타종(打鐘)소리를 듣는 우리의 송구영신(送舊迎新) 전통은 왕조시대 이래의 변함없는 관행이다. 종로 보신각을 비론해서 우리 전주의 남문 타종 또한 그 의미의 각별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은은한 서른세번의 종소리를 들으며 숨차게 날려왔던 지난 시간의 회한을 훌훌 씻어내고 다가오는 또 한 해의 희망찬 미래를 간절히 기구(祈求)하는 것이다.한 해를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오늘 하루를 세모의 액땜으로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풍습 말이다. 먹구 마시고 즐기고 소란피우되 질서는 지켜야 한다. 그리고 주변부터 살펴야 한다. 나눔의 미덕을 베풀줄아는 세모(歲暮)가 더욱 아름답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31 23:02

[오목대] 개혁과 권력투쟁

정권이 바뀌거나 국가적으로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는 변혁기에는 관행적으로 개혁이라는 명분을 걸고 새틀짜기가 시도된다. 그러나 개혁은 기존 사회제도나 정치체제를 본질적으로 유지하면서, 합법적이고 점진적으로 구(舊)체제의 모순을 고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당초 의도대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개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수 국민의 묵시적 합의와 합의에 받침돼야 하는데다, 기존 질서를 존중하면서 합리적 방식으로 추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시간만 질질끌다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개혁은 기존의 시회제도나 정치제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근본부터 송두리째 변혁시키는 혁명보다도 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제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이 벌써부터 개혁 몸살을 앓고 있다.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민주당은 인적청산과 당내 체제정비 문제로, 정권 획득에 실패한 한나라당은 세대교체와 지도부 퇴진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 중심의 신주류와 범동교동계 중심의 구주류간에 힘겨루기 양상을 띄고 있는 민주당내 갈등은 겉포장만 보아서는 정치개혁이 쟁점인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당권과 당내 주도권을 놓고 신구 세력간에 세(勢)싸움을 벌이는 권력투쟁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다. 역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아야 할 지도부와 당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쇄신파가 대립 각을 곧추세우고 있는 한나라당도 겉으로는 모두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상은 생존을 위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정권이 바뀌고 새 세상이 열리고 있으니, 청산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구태정치와 부패 정치인은 털고 가야 한다는게 국민의 여망이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의 게임 법칙 만을 적용, 승자가 전리품을 챙기는 식의 개혁을 해서는 결코 성공한 개혁이 될 수 없다. 또 적당히 눈치만 보다가 이기는 쪽으로 붙어 자신의 영달이나 도모한 자가 개혁의 주체가 되고, 소신껏 당당한 정치를 하였으나 비주류로 몰려 불행히도 청산의 대상이 된다면, 그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 개혁이 되고 말 것이다. 개혁을 앞세워 권력투쟁을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30 23:02

[오목대] 관심의 끈

1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다. 투표일까지의 극적인 상황에 비하면 이젠 정치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어든 모양이다.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서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벌였던 ‘노사모’도 모임의 해체와 성격의 전환 등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치에 대한 적극적 참여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선거 후 나타나는 세인들의 정치에 대한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선거는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으로, 단순히 어느 정책이나 인물의 우월성만을 선택하는 행위일 뿐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선거기간에만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면, 정치인들은 그 짧은 선거기간 동안만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 잡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고 실제 그동안의 선거풍토가 그러했다. 그러니 선거가 끝난 다음의 정치적 행위에는 유권자들의의 의중을 굳이 헤아리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서로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아직도 지역주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사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지역구도로 해석하고 그 수혜자로 안주하여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 때펴표적인 사례이다.과거 정치스캔들에 연루되었던 치과의사가 정치인을 외계인에 빗댄 것도 이해가간다. 자신을 국회로 보내준 참뜻을 헤아리지 않아도 되고 다음 선거를 치를 때면 벼락치기 공부하듯 해도 별 문제없이 금배지를 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유권자 눈엔 당연히 외계인이다.그런데 이런 외계인 정치를 만들도록 방조한 것은 유권자 자신이다. 이들 정치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정치적 행위를 했는지에 무관심한 유권자가 정치인을 외계인이 되도록 방조했기 때문이다.이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입지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고 정치인은 표의 향배에 민감하다. 유권자들이 관심을 접게 되는 순간 정치인들은 유권자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라 재빠르게 움직일 것이고 이는 제왕적 대통령과 거리가 먼 노무현 정권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유권자들이 앞으로도 정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28 23:02

[오목대] 달력인심

달력만큼 세월의 흐름도 느끼게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겨우 5장 남은 일력(日曆)이 세밑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맘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 한해를 반추해보기 마련이다. 보람차게 한해를 보낸 사람에게는 흡족함이,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에게는 회한이 먼저 찾아올 것이다. 달력은 삶과 시대를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달력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교황칙서를 통해 그때까지 사용되어오던 율리우스 달력을 개혁한 것이다. 율리우스 달력은 로마제국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명령으로 만들어졌으나 1일의 정확한 길이가 자신들이 정한 길이보다 11분이 더 긴 사실을 간과하여 몇백년이 지나면서 큰 오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레고리우스 달력은 율리우스 달력이 1천년이상 사용되면서 실제 계절과 10일간의 오차가 생긴 것을 바로잡고 개선된 윤년법칙을 도입했다.태음력만을 사용하던 우리나라에 태양력이 도입된것은 1897년 1월1일 고종황제가 태양력 사용을 공포하면서 부터이다. 당시만해도 달력은 관공서에나 붙어 있어 일반국민들은 관이나 저자거리에 붙은 책력을 보고 날짜를 알기도 했다. 6·25전까지만 해도 달력있는 집이 드물 정도였다.이처럼 귀한 달력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지역구 주민들에게 달력을 돌린 정치인들의 덕분이었다. 신문지 크기의 종이에 자신의 사진을 넣고 열두달을 차례로 표기했다. 음력이나 농사와 관련된 절기까지 다 기록돼 있어 벽에 부착해 놓고 요긴하게 활용했다.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매년 달력을 돌려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국회의원에 당선돼‘달력 국회의원’이라는 별명이 나온 것도 이때였다.달력의 전성시대였던 1960∼1980년대에 달력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기업의 가장 효율적인 광고매체였고, 지속적으로 정치인들의 선전수단으로 쓰여졌다. 또 국정치표나 영농정보 등을 알려주기 위한 공익광고수단으로도 활용했다. 이처럼 많은 달력이 제작되다 보니 연말연시에 달력 구하는 것은 별로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외환위기이후 기업들이 달력제작비를 줄이면서 부터 달력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풍성했던 것이 달력인심이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지는 것 같아 더욱 삭막한 느낌이 드는 세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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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27 23:02

[오목대] 도립박물관

전라북도는 소리문화의 전당의 옆에 새로운 박물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라북도가 문화관광부와 함께 건립비용을 지원하고 전북대가 부지와 유물을 제공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문화의 세기에 걸맞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구미나 일본의 산업도시들이 대부분 문화예술도시로 변신하려 노력하고 있는 흐름과도 일치한다. 산업의 핵심이 점차 문화로 넘어가고 있고, 지역의 경제경쟁력뿐만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에 그 지역의 문화적 매력과 이미지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방안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몇가지 심각한 문제가 남아있다. 첫째, 박물관의 설립 이후 예산, 관리, 운영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이를 고려해 도립인지, 전북대 박물관인지 또는 제3의 형태인지를 정해야할 것이다.둘째, 국립전주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들이 전북의 정체성에 도움도 주지 못하고 도민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데 실패하여 또 하나의 실패한 박물관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유물창고처럼 운영되어 관람객이 찾지 않는 박물관이 전국적으로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셋째, 관람객이 찾아오는 박물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도민의 참여와 교육적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학박물관이나 국립박물관처럼 발굴과 연구위주의 박물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박물관의 근본목적은 관람객의 전시관람과 이에 따른 교육효과에 있다. 따라서 새로운 박물관은 도민의 관람 및 교육욕구를 흥미있게 충족시켜 항시 관람객이 넘쳐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립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유물중심의 박물관에서 체험과 교육중심의 박물관으로 변해야 한다. 따라서 박물관이 전라북도의 자연환경, 역사, 생활을 제대로 반영하여 전라북도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교육의 장소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단체관람도 이어지고 도민도 흥미를 느낄 것이다.도민과 학생이 몰려드는 박물관으로 만들어진다면, 전라북도로서는 건물비용만 대고도 도립의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좋은 박물관을 만들 수 있고, 전북대는 지방국립대로서 지역에의 기여를 강화할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26 23:02

[오목대] 연말정산 節稅

세금이 무섭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공자(孔子)가 어느날 제자들과 함께 깊은 산속을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렸다. 제자들이 다가가 보니 소복 차림의 한 여인이 세 개의 무덤앞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사연인즉 이 여인의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이 차례로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는 것이였다. 공자가 ‘그렇다면 사나운 호랑이를 피해 이 곳을 떠나면 될것 아닌가’하고 묻자 여인의 대답은 이랬다. ‘마을에 내려가 세리(稅吏)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여기서 호랑이를 피하는것이 낫지요’ 조선왕조 시대 세금은 주로 논밭에 매겨졌다. 오늘의 농지세 같은 개념이다. 그러나 정약용(丁若鏞)이 개탄한대로 지방 관아의 가렴주구가 매우 심했다. 은결(隱結)이나 여결(餘結)이 해마다 늘어나고 국가에 내는 세금이 중간에 새는 일이 많았던것도 그 때문이다. 소위 절세(節稅)와 탈세의 숫법이 그 때부터 이미 양민들 사이에 성행했던 모양이다. 세금은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 함으로써 혜택을 보장받는 댓가이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정당하게 납부하는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세금에 대해 만족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징수하는 쪽은 한 푼이라도 더 거둬들이려 하고 내는 쪽은 어떻게 해서든지 덜 내려고 하는것이 인지상정이다. 다만 변함없는것은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그 세금은 죽음과 같이 결코 피할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세의 형편에 관한한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민망하다. 탈세가 절세로 치장되고 세금 많이 내면 바보가 되는 사회가 아니라고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특히 급여에서 꼬박꼬박 원천징수 당해 탈세고 뭐고를 꿈도 꾸지 못하는 가난한 샐러리맨들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연말이 다가 오면서 소득정산을 위한 각종 자료챙기기가 한창이다. 보험료·의료비·신용카드사용내역·기부금증명 등이 그것이다. 보너스에서 왕창 떼어져 나간 세금을 한 푼이라도 벌충하려는 봉급생활자들의 절세작전이 눈물겹다. 하다못해 가짜(?) 지출명세서라도 한통만들어 보자고 궁리하지만 국세청의 엄포에 주눅드는 일도 어디 한 두 해인가? 엊그제 발표로는 내년부터는 서민들의 세금부담이 연간 6천3백여억원쯤 줄어든다고 한다. 풀어 봐야 국민 1인당 얼마쯤이나 될지 모르지만 그만큼이라도 세금 걱정 덜수 있다면 이 아니 반가운 일인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26 23:02

[오목대] 탈권위주의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것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관공서등에 빠짐없이 걸렸던 이른바‘존영’과‘각하’라는 호칭, 그리고 철통같은‘경호’다. 지금 장년 세대 이후는 초등학교때부터 초대 이승만대통령의 사진을 보며 자랐다. 자유당 시절 그 지독한 가난때문에 집안에 부모 사진 한 장 변변히 걸어 놓지 못했지만 가는 곳마다 이승만 대통령의 존영은 깎듯이 모셔져(?) 있었다.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대통령때까지 이 존영은 여전히 위엄을 떨쳤다. 다만 김영삼 대통령때부터 사진의 모습이 위엄보다는 친근감쪽으로 방향을 틀었을뿐이다. 이 사진이 관공서에서 사라진것은 김대중대통령때 부터다. 김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대통령의 상징물인 존영을 관공서등에 걸지 못하도록 하고‘각하’라는 호칭도 쓰지 못하게 했다.인권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친밀감을 주고 권위주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본래 ‘각하’또는‘합하’라는 칭호는 옛 왕조시대 정승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것을 일본이 받아들여 칙임관(勅任官)이나 군 장성에게 쓰도록 한것이 건국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유래에서 보듯이 권위주의와 아첨이 가득 배어있는것이 바로 이 호칭이다. 노태우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 호칭을 쓰지 말도록 주문한 것도 사실 자신이 내세워온 ‘보통사람’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밑에 사람이 부르기 거북하다해서 김영삼대통령때는 다시 원상회복 했다가 김대중대통령이 다시 제동을 건 것이다.경호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대통령을 필수로 전두환 노태우등 군사독재정권하의 경호는 가히 철통같았다. 시장·조수나 도지사가 경호원들의 발길질을 당할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들어 이런 경호횡포(?)는 크게 개선됐다. 국민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려는 두 대통령의 배려가 ‘그림자 경호’의 틀을 닦았다.엊그제 노무현대통령 당선자의 제주도 휴가여행때의 경호가 화제다. 노당선자는 대통령 경호실이 공군특별기를 배려했음에도 이를 사양하고 호텔대신 민박성 콘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한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그의 평소 생활태도와 권위주의를 떨쳐내려는 서민풍모가 돋보여 듣기에 신선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공인이다. 권위주의와 대통령의 신변안전 문제는 별개인 것이다. 부드럽지만 더욱 강한 경호, 그것도 변화의 한 흐름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24 23:02

[오목대] 新지역주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 93.2%,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 4.9%.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이어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도 호남(전북·광주·전남) 유권자들이 또 몰표를 쏟아냈다. 선거의 특성상, 지역별로 다소간에 표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으나, 이처럼 특정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표를 몰아주는 투표행태는 민주국가의 자유선거 체제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호남지역의 개표 결과를 놓고 전국민이 깜짝 놀랐을테지만, 솔직히 찍은 장본인들 조차도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투표장에 들어가기 전, 모두 한자리에 모여 어느 후보에게 투표를 하자고 결의를 하고 투표를 해도, 이같이 완벽에 가까운 지지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들이 어떻게 연거푸 두번씩이나 일어날 수 있을까. 두말할나위 없이 호남사람들의 뿌리깊은 피해의식이 선거때만 되면 도지기 때문이다. 35년여 세월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독식하는 동안 숨죽이며 곁불만 쬐고 살아왔는데. 어찌 한(恨)이 남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렵사리 소수 연합정권으로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탄생한 후에도, 잘한 것은 모두 폄하시키고 잘못한 것은 침소봉대하여 5년내내 발목잡고 흔들어대기만 하였으니, 어찌 호남인들의 마음이 꼬이지 않았겠는가. 사정이 이런데 왜 호남이 ‘지역감정의 원조’로 지목받아야 하는가.하지만 이번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때 호남인들은 정동영(鄭東泳)후보와 한화갑(韓和甲)후보를 버리고 노후보를 선택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정치인들의 출신지역을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 호남인들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인 것이다. 이마저도 당선 가능성이 어떻고 신지역주의가 어떻고 하며 평가절하를 하러 든다면 애써 변명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정의와 소신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노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을 보면, 호남인들이 지역감정에 볼모잡힌 편협한 사람들이 아니라 나 보다는 우리, 우리 보다는 나라를 더 걱정하는 의인들이 아닌가 생각된다.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일거에 털어낸 호남인들의 위대한 선택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통치철학이 매우 중요하다. 구시대 묵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시대 큰정치를 펼쳐줄것을 염원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23 23:02

[오목대] 성숙한 정치의식

이번 16대 대통령 건거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판가름이 났다. 전자 개표기 덕분에 늦지 않은 시각에 당선자가 확정 발표된어 날을 지새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표과정을 지켜 보면서 한 가지 꼭 답을 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전남북과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90%를 넘어 다른 지역의 지지율과 현격하게 차이를 보인 것이다.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새삼스럽게 무슨 호들갑이냐고 나무란다면 이 지역 정서상으로는 설명에 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을 염두에 둔다면 호남지역에서 특정후보 특히 민주당 후보에 대한 몰표는 우리 스스로의 설명을 필요로 한다.투표 결과가 지역주의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이 지역에서 보여준 행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 결과로 나타난 호남지역의 투표행위는 비록 그 결과에서는 예전과 같다고 하더라고 그 동인(動因)이 지역주의에 있지 않다고 믿기 때문에 더욱 설명을 필요로 한다.이런 믿음을 가진 것은 지난 번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광주는 물론 전주에서도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지역 사람들이 지역주의에 매여 있다고 한다면 경상도 사람 노무현에게 지지표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보다 무소속 출마자가 다수 당선된 것도 이 지역 사람들이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 어리석은 유권자들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의식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의 발원지가 광주였다는 점에서도 이 지역 사람들의 성숙한 정치적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임을 말해 준다. 그리고 멀리는 불의에 맞서 싸웠던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역시 그 증거가 될 것이다.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공약 중 하나로 지역갈등 해소를 제시했던 노무현 당선자도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 장벽은 아직 허물어지지 않았다고 한 것을 보아도 그렇다.이제 우리는 이 지역의 투표 양상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해석해 보고 공론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의 정치적 신념을 다른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성숙한 정치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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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21 23:02

[오목대] 출구조사

지난 2000년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는 여론조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만 하다. 선거 당일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출구조사를 토대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가 개표가 진행되면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의 경합양상으로 나타나자 이를 번복하면서 ‘세기의 해프닝’은 시작됐다. 주요 방송사들은 다음날인 8일 새벽엔 부시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중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여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가 곧이어 또 취소하는등 갈팡질팡했다. 이 바람에 고어 후보는 부시 후보에게 당선 축하전화를 걸었다가 번복했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축전을 보냈다가 취소하는 코미디같은 상황을 연출했다.이에 앞서 비슷한 오보는 1948년에도 또 한차례 빚어졌다. 세계적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창시자인 조지 갤럽이 이끄는 미국 여론연구원은 공화당의 토마스 듀이 후보가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후보를 누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트루먼이 ‘듀이 후보의 승리’라고 오보한 신문을 치켜들고 있는 사진은 빗나간 여론조사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5대, 16대 총선에서 방송사들이 두표종로와 함께 발표한 예측보도가 개표결과와 크게 틀리는 바람에 출구조사 관련자를 문책하고 시청자에게 사과방송을 내보내는등 곤욕을 치렀다. 15대때는 후보자의 당락 예측보도가 틀린 곳이 무려 39곳이나 됐으며, 16대 때도 20여곳이나 예측이 빗나가면서 어느 당이 원내 제1당이 되는지 가장 기본적인 사안조차 맞히지 못했다.이처럼 제면을 구긴 방송사 선거예측보도가 지난 97년 대선과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는 거의 적중했다. 여론조사의 이같은 시행착오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보다 정확도를 놀이기 위해서는 조사 방법의 개선에 대한 연구등이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어제 실시된 16대 대선에서도 방송 3개사가 일제히 선거예측보도를 했다. 오보 위험부담을 안고 발표한 3개 방송사는 모두 오차범위내로 노무현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 실제 개표결과와 거의 적중했다. 지난 15대 대선때 이어 여론조사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이번 출구조사를 계기로 국내 여론조사시관의 조사방법과 기법이 더욱 과학화해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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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20 23:02

[오목대] 신의 선택

원시시대에는 지도자를 어떻게 뽑았을까? 사냥을 하면서 돌아다니며 생활을 하였던 원시사회에서도 지도자는 가끔 바뀌었다. 지도자가 사냥을 잘 하도록 집단을 제대로 이끌었느냐가 중요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사냥을 잘 하기 때문에 지도자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각종 신들이 그를 잘 보살펴 주기 때문에 그를 지도자로 하면 신의 도움을 잘 받아 사냥도 잘하고 병이나 재해를 가져오는 나쁜 귀신들도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지도자로 인정한 것이다.부족사회에서는 전쟁을 잘 하는것이 중요하였다. 신이 도와주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추장들도 대체로 전쟁을 잘 해야했다. 더불어 안녕과 풍년을 가져와야 했다. 이들이 모두 신이 그 추장을 돌봐주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전쟁패배, 질병, 흉년의 경우, 신이 그를 버린 증거여서, 쉽게 반역이 일어난다. 농경국가가 시작되면서도 이러한 사고방식은 계속 되었다. 신의 후손, 또는 신에 의해 점지된 사람이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역대 왕들은 신의 강력한 능력을 전수 받았거나 또는 신의 후손으로 묘사되고 있다. 단군이나,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고려, 조선의 개국왕들이모두 신의 후손이거나 신에 의해 점지된 사람처럼 묘사되고 있다.신의 혈통이기 때문에 그 후손들도 계속 신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왕권도 신의 혈통을 따라 상속받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는 이집트나 중국의 고대왕국에 있어서도 만찬가지였다.그러나 산업사회가 출현하면서 이러한 전통이 크게 바뀌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늘어나면서 왕을 신의 아들이라거나 신이 보호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낡은 사고방식으로 치부되었다. 신의 보호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능력을 검증할 필요가 생겼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함께 전국적인 투표를 통한 지도자의 선출방식이 점차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이전에는 신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 뛰어난 능력을 상징하였다면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표를 모으느냐가 뛰어난 능력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지도자는 신이 보낸다는 말을 사용한다. 오늘 신을 대신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소중하게 한 표를 행사하여야겠다.정말 능력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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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9 23:02

[오목대] 비브리오 정복

우리 몸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비브리오균을 특히 독성이 강하다. 치사율이 높아 두 명중 한 명은 목숨을 잃을 정도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피부가 썩어 들어가는 환자의 고통스런 모습이 TV에 단골로 비쳐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철에 잡은 생선이나 조개, 어패류등에는 반드시 이 균이 잠복해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갯벌이 잘 형성된 서해안이나 남해안 일대는 두 말할것도 없다. 비브리오균 자체가 갯벌에 서식하는 미생물이고 이 균이 인체에 치명적인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1979년 학계에 처음 보고된 비브리오 블니쿠스에 의해 입증됐다.특히 사람들에게 비브리오 패혈증이 충격을 준것은 80년대 전남 모대학 총장이 여수에서 피조개를 날것으로 먹고 목숨을 잃으면서다.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생선회 뿐 아니라 조개류도 피까지 날것으로 들여 마시기를 좋아 하는데 정말 그랬다간 속수무책이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간장질환이 있거나 병력을 가진 사람은 아예 목숨을 담보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그런데 이 비브리오균이 굳이 생선이나 조개 어패류에서만 검출되는것도 아니다. 지난 99년 연세대 의학팀이 서울시내에서 임의로 추출한 단독주택·아파트·원룸등의 싱크대나 냉장고·침대·주방용구등에서도 이 균이 검출됐다고 보고서를 낸바 있다. 행주나 수저통 칼 도마등에서 검출되는것은 또 몰라도 침대에서까지 이 균이 발견됐다니 놀랍다. 이러다가는 흔히 여름 한 철날것으로 먹지 않으면 된다는 믿음조차 깨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만큼 우리 주변 깊숙히 침투한 보이지 않는 미생물 세균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증좌일지도 모른다.전남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 유전정보를 해독하여 미국 국립보건원산하 바이오텍 정보센터에 등재했다한다. 이 연구결과 1백여개의 새로운 병원성 유전자가 발견됐고 이를 바탕으로 새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할수 있을 것이라니‘피부 괴저병’으로 까지 불리우는 무서운 패혈증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가운것은 우리 의료 연구팀이 세계최초로 새로운 병원균의 유전체지도를 작성했 국제 공인기관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의학연구 수준도 이제 가히 세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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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8 23:02

[오목대] 승리의 미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TV토론으로 크게 덕을 본사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60년 존 F 케네디였다. 중절모를 벗어던진 케네디의 젊고 활력이 넘쳐나는 모습은 상대 진영의 닉슨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더구나 당시 닉슨은 병원에서 갓 퇴원한 환자에서 늙고 음울한 표정이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첫 TV생중계때부터 케네디는 승기를 잡았다. 라디오 토론에서는 양자간 대결이 팽팽했지만 말 솜씨와 표정, 제스처까지 시청자에게 모두 노출된 TV토론에서 한 번 잡은 판세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아이렌하워대통령의 엉뚱한 한마디도 닉슨에게 치명타를 입혔다.그는 기자들이 ‘닉슨이 부통령 재임 8년동안 어떤 주요정책 결정에 참여했느냐’고 묻자 ‘1주일만 시간을 주면 한가지쯤 생각이 날것’이라고 받아 넘겼다. 물론 우스개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닉슨에겐 ‘개구리에게 장난으로 던진 돌’이 되고 말았다. 선거 막바지에 아이젠하워는 닉슨을 위해 지원유세에 나서는등 총력을 기울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흔히 TV토론의 무게를 두고 인용하는 대표적 사례중 하나다.반대도 레이건과 먼데일 대결했을때의 일화는 인신공격이나 상대방 비방이 별무 효과임을 입증하고 있다. 먼데일이‘레이건은 너무 늙었다’고 몰아 부치자 그는 점잖게 ‘상대방 후보의 나이가 너무 젊다는 점을 나는 문제삼지 않겠다’고 받아넘겼고 결국 미국 유권자들은 레이건의 손을 들어 주었다.어제 사회·문화 분야의 토론을 끝으로 세차례의 대통령선거 TV토론이 모두 끝났다. 이제 채점표는 유권자들의 손에 쥐어졌다. 그동안의 토론 결과에 대한 반응도 갖가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모구 자당 후보들이 절대적으로 앞섰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단은 자당 후보가 예상밖의 선전으로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을것이라는 자평을 하고있다.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행정수도 건설이나 북한 핵문제등도 나름대로 지지후보를 굳힌 유권자들에게 큰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여론조사기관의 발표도 있다.어쨌거나 이제 결전의 날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부송층이 아직도 20%에 이른다지만 어제 마지막 토론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 유권자들도 많을 것이다. 철학과 비전을 국민들의 가슴속에 심어준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행운의 여신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승리의 미소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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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7 23:02

[오목대] 미국의 패권주의

자유민주진명의 마지막 보루요, 믿음직스런운 우방이었던 미국이 요즘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 91년 옛 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이 언제부턴가 흑백논리와 일방주의적 외교행태를 일삼더니, 전 세계가 반미(反美)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나라마다 사안은 다르지만 하루가 멀다않고 지구촌 곳곳에서 ‘타도 미국’을 외치면서 반미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반미운동은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는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것 같다.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 리서치센터가 전 세계 44개국 국민 3만8천2백63명을 대상으로 ‘2002년 세계인의 생각’을 조사한 결과, 지난 1∼2년 사이에 미국에 대한 세계 여론이 눈에 띄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했던대로 반미감정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이슬람 국가였으며, 이집트와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 레바논 등 중동국가들은 조사대상자의 55∼75%가 미국이 싫다고 대답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서유럽에서도 반미정서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에 반대하는 독일이 2000년 이후 반미인구가 17%포인트나 늘었고, 영국과 이탈리아도 부시정권 출범 이후 대미 우호정서가 각각 8%와 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방글라데시(47%)에 이어 한국(44%)이 두번째로 반미감정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의정부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반미시위가 미군 무죄판결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국민들은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인해 주권이 침해되고 자존심이 짓밟힌데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것 같다. 대체적으로 국민들은 과격한 반미기류 확산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주권 회복’과 ‘부시 공식 사과’‘한미 주둔군 지워 협정(SOFA) 전면 재개정’만은 차제에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같은 와중에, 그것도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선(船)을 억류했다가 풀어준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이러다가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 반, 걱정 반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스스로 ‘고립의 무덤’을 파고 있는 미국 그들의 독불장군식 패권주의는 어디서 끝이 날 것인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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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6 23:02

[오목대] 레드 콤플렉스

요즈음 북한과 관련된 국제정세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선이 일 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미국의 북한 선박 공해상 나포와 북한의 핵시설 동결 해제 선언 등은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 할 수 있다.북한이 핵시설 동결을 해제한다는 선언은 큰 이슈이긴 하지만 그동안 진행되어온 북핵문제를 고려한다면 예견이 불가능하거나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급작스러운 것은 미국의 북한선박 나포라고 볼 수 있다. 뜬금없는 미국의 행동은 여러각도에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최근 전 국민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와 대선 정국을 겨냥했을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이런 의구심에서 본다면 미국은 아직도 한국에 레드 콤플렉스가 잘 먹힐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인공위성을 통해서 남포항을 출발한 북한 화물선 소산호를 한 달이상 추적하던 미국이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행동에 나섰는가 하는 점이 명쾌하지 않다. 더구나 공해상 나포라는 국제법 위반의 무리수를 두면서 말이다. 하여 앞서의 의구심에 좀더 기댈 수밖에 없지 않나 한다.그동안 레드 콤플렉스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대선 때의 판문점 무력 시위를 북에 부탁한 속칭 ‘총풍’사건이다. 96년 4·11 총선 때의 북한군 비무장지대 무력시위 등은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레드 콤플렉스는 반사이익을 얻는 자는 있는데 그 생산자는 늘 누구인지 분명치 않다는 특징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분명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소산호 나포사건만을 놓고 보면 레드 콤플레스 생산주체가 분명해서 ‘미국발 북풍’이라고까지 부르는 모양이다.경제용어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소비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이나 행복감이 소비단위가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한다는 인간 본성을 나타내는 경제 법칙이다. 레드 콤플렉스도 이젠 그 한계효용이 다한 모양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번 북한 소산호 나포사건에 대선정국이 요동을 쳤겠지만 지금의 국내정세를 보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국제정세는 5년전 외환위기 못지 않는 어려운 국면이다. 진실과 거짓이 난무하는 속에서 우리가 후회하지 않을 미래를 선택하기 위한 바른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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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4 23:02

[오목대] 선전벽보

선전(宣傳)의 사전적 의미는 ‘주의·주장이나 어떤 사물의 존재·효능 따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공감을 얻기위해 널리 알리는 일 또는 그 활동’을 뜻한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한 상업선전인 광고와 구별되는 점이다.17세기 유럽에서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선전의 수단으로 벽보가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 20세기들어 신문·라디오·TV등의 미디어가 등장하였지만 미디어를 이용할 수 없는 일반대중들에게는 커뮤니케이션들에게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서 벽보의 전통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1930년대 러시아에서 정치선전의 목적으로 활용되었던 벽보의 영향을 받아 중국의 문화혁명기에 확산된 대자보(大字報)는 대표적인 선전 공작용 벽보라 할 수 있다.대자보는 큰 글자로 작성하였기에 붙여진 명칭이다.우리나라에서도 방문(榜文)같은 것이 벽보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인 선전벽보가 본격 등장한 것은 건국후 각종 선거가 실시되면서 부터이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각종 미디어가 발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선전벽보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인물이나 경력·공약등을 살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유권자들은 TV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후보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지난 97년 대선때 부터 처음 시작한 TV토론은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하다. 또한 3천만명에 이르는 네티즌들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다.이처럼 미디어선거가 본궤도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후보들의 선전벽보는 선거초반 선거전이 시작됐음을 단지 알릴뿐 최소한의 판단기준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도시미관을 해칠 뿐아니라 선거가 끝난후 철거문제와 쓰레기 발생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밖에 선거때마다 벽보 훼손을 놓고 정당간에 벌이는 감정싸움은 유권자들을 짜증나게 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서 자당 후보의 벽보만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미디어선거시대에 가장 고전적 선전수단인 벽보는 이제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시대에 맞니 않는 관행이나 제도는 과감히 시정하여 낭비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이번 대선부터 후보들의 현수막을 없앤것 처럼 다음 대선에서는 길거리에서 선전벽보가 사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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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3 23:02

[오목대] 행정수도 이전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제시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천도(遷都)로 몰아붙이며 수도를 공동화시킬 것처럼 몰고 있다. 천도는 한국에서도 여러 번 이루어졌다. 고구려도 수도를 환인 -> 국내성 -> 평양으로 옮겼으며, 백제의 수도도 한성 -> 공주 -> 부여로 이전하였고, 고려는 개성에 조선은 한양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였다. 일본고대에서는 왕이 들어설 때마다 수도를 옮기기도 하였고, 중국에서도 수많은 수도들이 명멸하였다. 이 당시에 천도가 지니는 의미는 지금의 행정수도의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전통사회에서는 왕이 권력과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종교를 장악하고 있고, 다른 모든 주요 기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천도는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의미할 정도로 중차대한 일이었다.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도를 옮기기 때문에 수도의 이전은 바로 모든 중심기능의 이전을 의미하였다.그러나 현대처럼 교통통신이 발달하고 사회적 기능이 분화된 사회에서는 행정수도의 이전이 지니는 의미는 이전과 크게 다르다.현대사회에서도 행정수도의 이전이나 또는 행정수도와 경제수도가 다른 많은 사례들이 있다. 미국의 경우 워싱톤이 행정수도이지만, 뉴욕이 경제수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워싱톤이 행정수도 역할을 한다고 하여 뉴욕이 공동화되거나 또는 폐허로 변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브라질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겼고 호주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겼지만 행정수도를 옮겨서 기존 수도의 경제적 기능이 몰락한 경우는 하나도 없다. 기존의 리우데자네이로나 시드니가 계속 경제적인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도 통일 이후 행정수도를 베를린으로 옮겼지만 이전부터 행정수도의 기능이 행정에만 집중하여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말레이시아도 행정수도를 건설하여 이전하는 과정에 있지만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거나 또는 쿠알라룸푸르가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은 없다.수도권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주기보다는, 수도이전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수도이전에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그리고 이전한다면 어떻게 이전하는 것이 좋은지 등의 보다 생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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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2.12 23:02

[오목대] ‘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은 원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그의 국부론(國富論)에서 제기한 유명한 가설(假說)이다. 그는 국부론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이익과 안전만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사회공공의 부(富)를 증진시킨다’고 갈파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 행위의 근간인 수요와 공급은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조절되고 그에따라 고용도 창출되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은 필요없다는 낙관적 자유방임주의 경제논리의 바탕에 ‘신의 섭리’,곧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인용한 것이다.그러나 그의 이런 논리는 ‘한 사람의 부자가 있기 위해서는 가난한 5백명이 있어야 한다’는 자유방임의 병패를 가져왔고 이는 곧 자본주의 사회 불평등의 표본이 되고 있다는게 학계의 정설이다.이처럼 경제용어였던 ‘보이지 않는 손’을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다. 다윈이 진화론을 내놓으면서 자연계의 ‘보이지 않는 손’을 인용한 것이 그것이다. 그는 생물의 진화는 조물주에 의한 창조가 아니라 하등인것으로부터 고등인것으로의 변화와 발전에 의하여 생긴것이며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했다.그런데 근래 들어서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보다 정치적으로 인용되는 일이 더 많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가령 암울했던 군사독재 체제하에서 죽임을 당했던 그 많은 의문사 희생자들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분명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그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군복무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허일병 사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상규명에 도달하지 못하는것이 좋은 예이다.지난번 민주당 국민경선때는 이인제후보가 ‘보이지 않는 손’을 거론해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한나라당 서청원대표가 또다시 이를 들고 나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SOFA개정요구와 반미(反美)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이 사실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주장 자체가 상당히 ‘뜬구름 잡기’식인데다가 예의 김대중청권은은이 나오는것을 보면 다분히 정치적 발언일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이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정말 ‘보이지 않는 손’이 반미감정을 자극하여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것이라면 예산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 믿을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랬다가는 진짜 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따귀라도 올려야 할 일 아닌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11 23:02

[오목대] 2차 TV토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규모 청중을 동원한 거리 유세는 눈에 띠게 줄어 들었다. 아니 줄어 들었다기보다 아예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듯 싶다. 후보들이 더러 유세지역 상가나 시장을 돌며 즉석 연설을 하긴 했지만 청중의 숫자는 미미했다. 민주화 이후 우리의 대선 운동방식이 일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증좌다.전북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대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들었지만 거리의 열기는 썰렁하다. 이회창후보와 권영길후보가 한차례 유세를 했지만 노무현후보는 아직 방문조착 하지 않았다. 대신 아침 출근시간대에 네거리에서 ‘지지호소 인사하기’에만 열심이다. 마치 지난 6·13지방선거때 모습 그대로다. 엊그제 본지 4컷 만화의 표현처럼 전북은 한나라당에게는 ‘먹지 못할 쉰밥’이고 민주당에게는 ‘언제 먹어도 되는 찬밥’이기 때문일까? 그만큼 지역정서가 특정 정당에 경도돼 있다는 풍자일태지만 대선 기류가 그런 식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이나 비전, 자질을 검증할 권리가 있고 그 과정에서 스킨쉽이라는 친밀한 정치행위를 선호하기도 한다. 역대 선거가 그랬고 그런 정서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것 또한 아니다. 다만 대규모 청중동원으로 세를 과시하는 식의 유세전은 이제 낡은 방식이고 유권자들의 호응 또한 기대이하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대신 97년 대선이후 TV토론과 연설및 미디어를 통한 광고전의 위력은 놀랄만 하다. 특히 지난번 후보단일화를 위한 노무현-정몽준 TV토론은 유권자들에게 미디어선거란 이런 것이란 본보기를 제공했다. 단일화를 결정지은 여론의 항배가 이 TV토론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후보나 창조연설자들의 방송연설도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다.지난 3일의 3당후보 합동연설회는 진행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에 상대방에 대한 방어와 공격에 집중하느라 진지한 정책대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유권자들이 안방에 앉아 세 후보를 검증할수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만으로도 얼마나 민족스런 일인가.오늘밤 경제분야에 대한 2차 TV합동토론이 또 열린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경제분야에 쏠려있는 시점이다. 지난 1차때와 같이 단문단답(短問短答)식이 아니라 좀더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토론결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느 정도나마 예측할수 있는 그런 수준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2.12.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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