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환율로 돌아보는 경제담론 - 유남희
국민 모두가 잊을 수 없는,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의 아픈 기억. 외환보유고의 바닥으로 초래한 국가 경제부도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마지막 수단으로 국제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었는데, 당시엔 대다수의 국민들이 IMF라는 국제기구, 구제금융이나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란 용어 자체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필자는 당시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인 Novartis의 연구팀장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래쪽 미국내에서는 마늘생산으로 유명한 "Giloy"라는 소도시의 연구소에 파견을 나가 있을 때이다. 그곳의 연구일정을 마치고 캘리포니아로부터 정반대쪽의 동부 플로리다에 있는 세계적인 "Rodgers" 연구소에 도착하였는데, 그곳 연구소 미국동료들이 안타까워하면서 이런 저런 위로를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도무지 IMF가 무엇하는 곳인지를 몰랐던 터이라, 저녁 CNN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을 비로소 짐작했을 뿐이다.연말, 귀국을 위해 뉴욕 JF 케네디공항으로부터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환전해갔던 달러의 환차익으로 인하여 뜻하지 않은 금전적 횡재(?)를 계산해보면서도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1997년도의 12월을, 그래서 필자는 더더욱 잊지를 못한다.97년 1월 달러당 원화의 환율이 843원에 비해, 12월 23일 사상 최고치인 1,962원을 기록하였다. Default("채무불이행"으로서 채무에 대한 국가의 부도선언)와 moratorium("채무지불유예" 선언)을 걱정하기에 충분한 기록들이었다. 다행히 당시 새로이 들어선 김대중 정부의 국제적 신인도 확보와 금모으기 운동을 비롯한 전 국민들의 눈물나는 노력으로 국가경제부도 위기를 극복하고 최단시간내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는 저력을 보여주기까지 하였다.10년이 흐른 07년 10월에 달러당 899원이던 환율이, 1년이 좀 지난 현재 1,500원을 넘어서는 초고공 행진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데, 여기에 주목할 것은 당시에 우리처럼 IMF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던 멕시코와 브라질이 우리나라와 더불어 환율상승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는 현실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만, 1년간 환율 상승폭이 멕시코 45%, 브라질 58% 그리고 우리나라가 66%로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되돌아보면 이렇듯 환율이 요동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오만한 자본주의 정책의 오류가 빚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크다. 여기에 서유럽은행들의 자본을 빌려 국가생산설비 등에 투자해 왔던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 위기가 이어지게 된다. 급기야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아일랜드 등의 국가 default(채무불이행) 선언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유럽은행들은 서둘러 자금 회수를 시도하고 있고, 이를 통해 동유럽 국가들은 벼랑으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바로 우리나라도 이 서유럽은행들에게 자본의존 비중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동유럽발 경제침몰이 곧바로 우리에게 연결될 수 있는 구도인 것이다. 그들이 우리나라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면 달러당 원화환율이 급등할 수 밖에 없고, 신인도의 하락과 추가 달러회수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대북정책 경색으로 빚은 북한의 강경태도 또한 우리 환율시장의 악재이다.외부 요인에 의한 국면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일본엔화, 중국위안화에도 원화가치 하락이 깊어지는 사실을 직시하며 우리 정부의 내부적인 정책오류와 독선에 관하여 겸허히 반성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가 오늘의 "환율이야기"에도 숨어있는 것이다./유남희(전북대학교 산학협동교수(주)티에스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