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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탄생 100주년, 문학적 자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② 미당문학 다시보기 (상)

미당은 1000여 편의 작품으로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불교적 사유와 영원주의, 신라정신, 전통, 샤머니즘 등 다양한 악기가 뿜어내는 대향연을 감당했다. 그러나 미당이 펼쳐낸 대향연속에는 친일과 독재옹호라는 불협화음도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미당 문학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의 두 지점에 걸쳐있다. 미당의 시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는 논조들이 발표되는 만큼 그의 친일 행적과 권력에의 굴종을 문제 삼는 목소리들이 뒤따른다. 윤재웅 교수의 말처럼 그야말로 한국 문학사의 문제적 아버지다. 미당의 문학세계를 두 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미당시에 살아있는 바람, 그리고 시적 근원= 미당 서정주. 그가 15권의 시집을 통해 보여주었던 우리 언어의 형상화 능력은 탁월하고 특별했다. 〈화사집〉(1941)부터 〈80소년 떠돌이의 시〉(1997)까지 시의 생애동안, 서정주는 예술적 창의와 한국어의 심미적 정점을 선보였다.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중략)/ 찬란히 틔어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 별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드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는 구절로 유명한 자화상. 한국인의 애송시로 꼽힌다. 생명의 고열한 상태를 지향해 나가는 젊은 시인의 내면 풍경 속에는 바람과 피가 뒤범벅돼 있다. 바람은 청년 미당을 키워준 삶의 원동력이자 에너지이며, 피는 거부할 수 없는 인간 조건의 상징이다. 문학평론가 조연현은 이 작품을 두고 미당 서정주의 운명을 암시하는 작품이라고 했다.바람같은 운명처럼, 그는 학창시절에 두 번이나 퇴학을 당한다. 1930년대 중앙고보에서는 광주학생운동지지 시위 주모자로, 1년 뒤 고창고등보통학교에서는 독서회 사건으로 권고자퇴 당한다. 이후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으로 당선된다.덧없이 바라보던 벽에 지치어/ 불과 시계를 나란히 죽이고/ 어제도 내일도 오늘도 아닌/ 여기도 저기도 거기도 아닌/ 꺼져드는 어둠 속 반딧불처럼 까물거려/ 정지한 나의 / 나의 서름은 벙어리처럼/ 이제 진달래꽃 벼랑 햇볕에 붉게 타오르는 봄날이 오면 벽차고 나가 목메어 울리라! 벙어리처럼/ 오-벽아벙어리처럼, 벽차고 나가 등 시인의 절망적 상황히 여실히 그려져 있다. 김동수 미당문학회 회장은 두 번이나 학교에서 쫓아 낸 일제에 대한 저항과 분노, 자신의 운명에 대한 자학 등 미당의 개인사적 아픔과 시대적 고통들이 그의 초기 시에 고스란히 배어있다고 말했다.또 미당 시의 근원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여인이 있다. 바로 유년시절 미당에게 영향을 끼쳤던 외할머니와 12살 때 만난 요시무라 아야꼬(吉村綾子) 선생이다.미당은 어린 시절 마을서당을 다녔는데, 그 서당 옆 조그만 개울가 건너에 바로 외가가 있었다. 거기에는 시 해일에서와 같이, 일찍이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가 돌아오지 않은 외할아버지를 기다리며 홀로 살던 외할머니가 계셨다.서정태 옹의 구술에 따르면 미당은 외할머니의 구수한 옛날얘기가 듣고 싶어서, 때론 맛있는 군음식이 탐이나 서당이 끝나면 곧장 외가로 달려갔다. 외할머니는 미당에게 누룽지나, 고구마 같은 군것질거리를 주면서, 당신의 서러운 마음을 육자뱅이풍의 콧노래로 흥얼거려주거나 장화홍련전과 같은 전래 민담과 고전소설들을 곧잘 들려주었다고 한다. 이런 어린날의 추억과 무궁한 이야기들이 미당 시의 리듬이 되고, 호흡이 되면서 서정주 문학의 한 축을 차지했다.내 영원은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의 길이로라/ 가다가단 후미진 굴헝이 있어/ 소학교 때 내 여선생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 이쁘 여선생님의 키마늠만 굴헝이 있어/(-중략-)/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의 길이로라/ 내 영원은미당이 소학교 때 그에게 글재주가 있다고 칭찬을 했던 요시무라 아야코 선생님과의 추억을 나타내는 시, 내 영원은이다. 이때부터 그 여선생님을 사모하면서 쓴 시다. 선생님에게 드릴 것을 찾아 헤매다 어느 뜰에서 꺾었던 라일락 한가지. 그것을 들고 달려가다가 숨이 차서 잠시 몸을 누이던 굴헝. 언덕과 언덕 사이에 숙 풀 냄새만 자욱하던 그 굴헝에 몸을 누이면서 여 선생님을 떠올리며 아늑히 잠이 들고 싶어했다는 미당의 사랑과 그리움이 이 시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미당의 술회에 따르면 요시무라 선생님은 1년 만에 일본으로 떠났고, 소년 미당은 처음으로 이별의 아픔을 경험하면서 그 아픔과 추억의 순간을 영원으로 승화하고 있다.김동수 미당문학회 회장은 두 시에서 드러난 여인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미당의 옛적 사랑을 드러낸다며 이들은 미당 시의 영원이며 그에게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이다고 말했다.△ 1970년대 전후 미당 시집 모티브 된 산문 만주일기= 미당 서정주의 만주체험을 그린 〈만주일기(滿洲日記)〉는 질마재 신화(1975), 안 잊히는 일들(1983), 팔할이 바람(1988) 등 미당 시집의 모티브가 된 산문이다. 이 산문은 지난 해 12월 문예계간지 〈연인〉에서 공개해서 세상에 드러났다. 희귀본이기 때문에 미당시 연구자에게 자료적 가치도 크다.〈만주일기〉는 매일신보에 1941년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4회(15일자 석간, 16일자 석간, 17일자 조간, 21일자 조간)에 걸쳐 연재됐다. 실린 이야기는 1940년 10월말부터 11월말까지 작성한 내용 16회분이다.이 산문은 그가 유쾌하게 성공하겠다며 일자리를 얻기 위해 만주로 떠났다가 느낀 고독, 좌절, 방황을 그렸다. 특히 1월 15일 게재된 산문에는 질마재 신화에 있는 시 신부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를 적어 두었다. 첫날밤에 신랑이 변소에 가는데 한 장절에 도포 자락이 걸린 걸 신부의 경솔과 음탕인 줄 오해하고 버렸더라. 10년 후에 돌아와 보니 신부는 거기 10년의 첫날밤을 여전히 앉았더라. 오해가 풀렸거나 말았거나 손목을 잡아 보니 신부는 벌써 새까만 한 줌의 재였다미당은 신부에서도 유사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신부 역시 첫날 밤 뒷간에 가는 신랑의 옷이 문고리에 걸렸는데, 신랑은 신부가 음탕해서 그러는 줄 알고 달아났다가 50년이 지나 돌아와 보니 신부가 고스란히 앉아 있었으나 어루만지자 재가 됐다는 내용이다.지난 해 4월 서정주의 만주일기(滿洲日記)를 읽는 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최현식 교수는 미당 시집의 모티브가 된 여러 요소들을 조명했다. 최 교수는 논문에서 미당은 일기에 나온 대로 만주에서 타향살이의 어려움과 가족과 친우와의 갈등, 창작의 어려움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며 미당은 수십 년이 흐른 1970년대를 전후하여 만주에의 쓰디쓴 회상과 추억, 일제에 대한 울분과 시인부락 동인 함형수에 대한 애달픈 회고들을 자전적 산문과 시를 통해 반복적으로 발화유통시켰다고 주장했다.〈만주일기〉는 미당의 전집에서는 찾을 수 없다. 글을 쓰게 된 동기도 알 수 없다. 단지, 젊은 시인의 개척이민(만주국 내 취직)을 널리 선전하고자 했던,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기획과 요청에 따른 글쓰기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15.08.11 23:02

"우리는 너무 똑똑해서 탈이다"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저술가로 꼽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가 또 하나의 저서를 내놨다.이번 신간은 <독선 사회>(인물과사상사). 2013년부터 차례로 내고 있는 ‘세상을 꿰뚫는 50가지이론’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강 교수는 그동안 <감정 독재>,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생각의 문법> 등의 책으로 한국사회를 심층 탐색해왔다.신간 <독선 사회>는 제목 그대로 ‘독선’을 주제어로 내걸고 우리 사회의 현상과그 저변을 파고든다. 저자가 다룬 50가지 소주제는 ‘왜냐하면 효과’, ‘메라비언의 법칙’, ‘아도니스 콤플렉스’, ‘가면 증후군’, ‘지위 불안’ 등. ‘독선’을 주제어로 삼은 이유와 배경은 책의 머리말에 잘 요약돼 있다. 저자는 우리 국민은 너무 똑똑해서 탈이라고 말한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자신의 똑똑함을 확신하는 독선이 문제라는 거다.그 독선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기초한다. 독선적인 사람의 똑똑함은 소통과 타협과 화합을 원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기에 독약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계한다.예컨대 정치를 대할 때 특정 당파 집단의 일원이 되거나 익명성을 얻는 순간 전혀 다른 인간으로 태어난다. 자신이 가진 이념이나 당파성의 옹호자가 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경멸감과 적대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런 토양에서 정치인이나 논객의 인기는 반대편을 조롱하거나 아프게 만드는 언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언론은 그런 증오의 언어를 미주알고주알 열심히 보도하는 ‘증오 상업주의’에 탐닉한다고 일갈한다.안타까운 것은 아픔을 느끼는 능력이 가장 모자라는 사람이 그런 게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점. 흥미롭게도 이들은 대부분 일상적 삶에서 더할 나위없이 선량하고 순수하단다.강 교수는 그 순수와 독선이 동전의 양면관계를 이룬다고 역설한다. 순수주의자들은 자신의 순수를 무기와 명분으로 삼아 정쟁을 종교전쟁으로 몰고 간다. 정치를 혐오하고 저주하는 유권자들은 그런 명쾌한 접근법에 환호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10대 0’의 정치.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10, 상대편의 정당성을 0이라고주장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이런 독선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사회문화적 동질성이 만들어냈다. 한국사회는 그간 다양성을 박해하면서 획일성을 예찬해왔기에 전 국민이 ‘전쟁 같은 삶’을 살면서 ‘잘 살아보세’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었다.하지만 ‘다름’의 불인정은 물질이 아닌 정신 영역에서 재앙을 몰고왔다고 저자는 생각한다.강 교수는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 정치의 개혁과 사회적 진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똑똑함과 한계를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싫어하는 정치 세력을 쓰레기로 매도하면서 면책 심리를 키우고 반대 세력을 악마화하는 ‘증오 마케팅’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버릇을 버리자고 권유한다.쉰 개의 소주제 중 ‘거대건축 콤플렉스’와 ‘마천루 콤플렉스’ 부분을 살펴보자.건축은 자의식이 약한 사람들의 자의식을 부추긴다. 그 약한 자의식은 건축에 집착하게 만들고 끝내는 거대건축의 중독자가 되게 한다.자기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권력자일수록 하나같이 거대건축에 매력을 느낀다. 자신의 업적을 가시적으로 생생히 보여줄 수 있는 ‘시각주의’ 효과를 노리기 때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과 4대강 사업에 치중했던 것도 이런 시각주의 원리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석한다.저자는 세계적 마천루가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몰려 있는 것도 마천루 콤플렉스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마천루 건설이 경제적 고려보다 ‘날 좀 보소’라는 심리적 콤플렉스에서 비롯한다는 것.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건립된 지 올해로 30년을 맞은 가운데 잠실에선 123층 제2롯데월드 건설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에 질세라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까지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그보다 16미터 높은 571미터짜리 초고층 마천루를 지을 예정. 연합뉴스

  • 문학·출판
  • 연합
  • 2015.08.07 23:02

사별한 아내에 대한 애절함·진솔한 사랑

“노래라면 어느 모임이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렀다. 앙코르는 당연했고 노래방에서 만점이 나와 만원짜리를 여러 번 모니터 화면에 붙이기가 일쑤였다. 그런 내가 노래를 불러 본지가 어언 1년하고도 절반이 가까워온다.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이후다.”전북일보 기자 출신의 시인 겸 수필가로 임실에서 활동하는 이태현씨가 5번째 낸 작품집 제목을 <눈으로 부르는 노래>로 삼은 배경이다(전주칼라인쇄사). 아내와 사별 후 그 흔한 노래방은커녕 관광버스 타기를 거절했고 성당에서 부르는 성가도 눈으로만 부를 만큼 저자의 아내에 대한 애절함과 진솔한 사랑이 작품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고 1때부터 8년의 열애와 43년의 결혼생활에서 1남2녀를 낳고 2남2녀의 손자손녀를 보며 묻어난 곱거나 구겨진 정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으니 세상을 다 잃어버린 셈이죠.”아내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저자 본인도 큰 병을 얻어 좌절과 시련의 시기를 겪었다.이 책은 아내의 입원과 수술, 아내를 잃은 상실감, 투병 생활 등을 글감으로 가족의 사랑을 절절이 풀어놓고 있다. 또 두 딸과 며느리, 손자가 저자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가 곁들여졌다.저자의 올 칠순 기념으로 책이 발간됐으며, 46편의 시와 24편의 수필을 합쳐 70편의 작품으로 엮어졌다.2000년 월간문예사조와 2007년 한국문학세상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각각 등단했으며, 수필집 <달려온 30년 더불어 가야 할 30년> <아프지 않은 상처> 등 4권의 작품집을 냈다. 일심문협 창립 회원, 임실재향군인회장, 임실애향운동본부장, 임실문인협회장 등을 지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5.08.07 23:02

전북에 대한 애향심 담은 헌정 시집 2권

애향심을 발원으로 한 시집이 나왔다.시인 정성수 씨(70)는 전북에 대한 헌정 시집으로 <덕진 연못 위에 뜬 해>, <덕진 연못 속에 뜬 달>(인문사아트컴) 등 2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상(上)권인 <덕진 연못 위에 뜬 해>는 길을 따라 사람의 자취를 찾아 쓴 시로 구성했다. 부록에는 역사적으로 본 전북, 지리적으로 본 전북, 자연환경으로 본 전북, 지역개발과 문화·관광으로 본 전북을 구분해 실었다.하(下)권인 <덕진 연못 속에 뜬 달>은 전주 곳곳을 돌아보고 이를 호명하며 시라는 형식으로 나타냈다. 인간성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역시 부록으로 전주에 산재한 유물과 관광지 등 전주 8경과 전주 8미를 다뤘다.집필 동기에 대해 그는 “전주에 살면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전주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야 고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익산 출신의 정성수 씨는 초등교사로 정년 퇴임해 저술활동과 글쓰기 강좌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52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동시집 <할아버지의 발톱>, 동시곡집 <동요가 꿈꾸는 세상>, 시집 <아담의 이빨자국>·<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 등을 냈다. 대한민국교육문화대상, 한국독서논술교육대상, 교원문학상, 전북아동문학상, 한국문학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주대 사범대학에서 논리논술 강의를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8.07 23:02

"신석정문학상 주인공 찾습니다"

신석정 시인의 인품과 시 정신을 알리기 위한 신석정문학상이 2번째 주인공을 찾는다.(사)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 주최, 신석정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오하근)석정문학관(관장 소재호) 주관, 전북일보사가 후원한 제2회 신석정문학상과 신석정촛불문학상을 현상 공모한다.신석정문학상에 선정된 1명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상패, 신석정촛불문학상 1명에게는 상금 500만 원과 상패가 주어진다.신석정문학상 운영위는 이번 달 중순 5명의 심사위원을 위촉한 뒤 이들이 추천한 국내 시인 가운데 중복되는 작가를 놓고 논의를 거쳐 수상자를 가릴 예정이다. 원로나 젊은 작가보다는 일정 수준의 문학적 성과를 이룬 중진 작가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65세 이하라는 잠정적인 나이 제한을 뒀으며, 올해도 절충적인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더불어 오는 31일까지 작품을 공모하는 신석정촛불문학상은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인 <촛불>(1939)의 간행을 기념해 제정했다. 등단 여부와 관계 없이 신작 시 5편을 우편으로 접수한 뒤 심사를 거쳐 시상자를 결정한다. 신석정촛불문학상은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상으로 가능한 참신한 작품을 고르기 위해 역시 이번 달 중순 예심에 이은 본심을 거쳐 선정할 예정이다.소재호 관장은 첫 해가 신석정 시인을 기리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신 시인의 위상을 확대하는 추세를 잇는 시기다며 전국적으로 문인들에게 인정받는 작품성과 인품을 지닌 수상자를 가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소 관장은 이어 나눠먹기식이 아닌 문학성을 통해 상의 권위과 상징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신석정문학상은 지난해 신 시인의 타계 40주년을 맞아 그 해 7월 (사)신석정기념사업회가 출범해 추진했다. 그의 문학을 기리고,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해 상을 제정하고 유족이 매년 재원을 출연해 수여키로 했다. 유족 측에서 상금과 경비로 매년 5500만 원을 쾌척해 이뤄진다.첫 수상의 영예는 도종환 시인(61)에게 돌아갔다. 활동 경력뿐 아니라 사회성과 서정성이 결합한 시로 삶의 문제와 밀착한 시세계를 보이며, 보통 사람의 시대적 고뇌를 담은 민중적 정서를 나타냈다는 평을 받았다.신석정촛불문학상은 전주 출신의 최정아 시인(66)이 받았다. 200여명의 응모자 가운데 중에 시적 체질을 잘 갖추고 생명 정신을 고양시킨 시 발아로 수상했다.올해 당선작은 다음 달 25일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고 개별 통보한다. 시상식은 오는 10월24일 예정으로 당일 시낭송 대회도 함께한다.촛불문학상의 응모는 우편으로 가능하며 석정문학관 내 신석정문학상 운영위원회(전북 부안군 부안급 선은1길 10) 앞으로 보내면 된다. 인적 사항은 겉봉에만 주소, 성명, 전화번호, 응모 부문을 기재하며 작품 안에 응모자를 표기할 경우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자세한 문의는 석정문학관 전화(063-584-0560).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8.04 23:02

김제 출신 권천학 시인, 캐나다 문인단체 수훈상

캐나다에서 문학활동을 하고 있는 김제 출신의 권천학 시인(69)이 캐나다 문인단체인 WINs(The Writers Internati onal Network Canada) 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수훈상( Distinguished Poet Award) 수상자로 선정됐다.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이 문학단체는 지난 2005년부터 캐나다에서 활동해온 권 시인이 그동안 사랑평화우정한국문화, 그리고 상호존경에 대한 일련의 작품들로 울림을 준 것을 평가했다.권 시인은 또 미국 평화단체인 WPP(World Peace Poets)에서 펴낸 합동시집에도 시를 올렸다. 합동시집(Peace Poems)은 북미문인들에게 평화 주제의 시를 의뢰해 41명의 시인의 시가 채택됐으며, 권 시인의 채택된 시는 Suffering from Life -At lmjingak (살앓이- 임진각에서)다.198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국내에서 활발한 문학활동을 했던 권 시인은 10년 전 딸(김하나현재 밴구버 소재 UBC도서관 관장)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간 후에도 왕성한 문학활동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11번째 시집 <노숙>을 펴내기도 했다.권 시인은 영어권의 문학에 한국의 문인으로서 한국의 문학을 알리고자하는데 늘 역량부족을 느끼지만, 이렇게라도 조금씩 이뤄가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수훈상 시상식은 다음달 19일 캐나다 리치몬드 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5.08.04 23:02

최명희 청년 소설문학상·가람 청년 시문학상 공모

혼불기념사업회(대표 장성수)와 전북대학교 신문사(사장 이남호)가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과 가람청년시문학상을 공모한다.한국 문학의 동량이 될 문재(文才)를 기르기 위해 2001년부터 시작된 이 상은 전국 고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학 공모전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소설과 시에서 각각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전북이 낳은 두 인물의 문학적 성과를 기리고 젊은 문학도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기 마련한 이 상에 지금까지 응모한 작품만 1만3000여 편에 이른다. 이 상의 수상자들이 잇따라 문예지와 신춘문예 등을 통해 문단에 데뷔하기도 했다.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인 손홍규,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직녀의 일기장>으로 스타 작가가 된 전아리,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김경주, 대학 새내기 때 중앙신인문학상을 거머쥔 시인 이혜미,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한 시인 백상웅, 2013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조율 등이 이 문학상 출신이다.응모자격은 전국 대학생 및 고등학교 재학생이며, 공모분야는 소설 1편 이상(200자 원고지 70매 내외), 시 3편 이상. 대학부 소설 당선자에게 250만원, 시 부문 수상자에게 150만원, 고등부 소설부문 150만원시부문 1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작품 응모는 8월10일부터 31일까지. 문의 063)270-3536, 284-0570.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5.07.31 23:02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책 예찬'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80)가 자신의 50년 작가 인생에 길잡이가 돼준 책을 소개한 에세이집 ‘읽는 인간’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됐다.오에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문학으로 의지해온 친구 이타미 주조의 갑작스러운 자살을 겪었고, 첫째 아들 히카리는 언어 장애와 행동 장애, 자폐증을 앓았다.이런 시련을 포함한 그의 삶의 순간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책은 작가가 2006년과 2011년 서점과 문화센터에서 한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자신이 평생 읽어온 보물 같은 책을 회고하며, 오직 책으로 살아온 자기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구절을 삶의 지표로 설정했던 소년 시절 이야기, T. S.엘리엇의 시집을 읽으며 언어 감각을 훈련한 기억, ‘오디세이아’ 등 고전을 통해 생의 고뇌를 승화한 경험을 공유했다.작가는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등 자신의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책을 통해 털어놨다.“ ‘제 나이쯤 되니 제 삶이 다른 무엇보다 이 책들과 함께해왔다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이 정도의 질과 양의 책이었구나 ‘, 나아가 ’내 생애도 이 정도의 일생이었구나 ‘ 그런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래 분명 이런 인생이었지 ‘ 하는 그리운 감정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정수윤 옮김. · 연합뉴스

  • 문학·출판
  • 연합
  • 2015.07.31 23:02

개인 삶에서 농촌 근현대사를 읽다

경북 김천 아포읍에서 태어나 70여년의 생애를 고향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권순덕(72)씨는 1969년부터 평생 일기를 써왔다. 2000년까지 A4 용지로 3000매가 넘는 막대한 분량의 그의 일기에는 군에서 막 제대한 20대 농촌청년의 도시를 향한 열망과 좌절부터 농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50대 장년의 고뇌에 이르기까지, 근대화 과정의 뒷면에 묻힌 한 시골 농민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겼다.그 일기가 한국 농촌 근현대사로 승화됐다. 개인기록을 통한 지역현대사의 재구성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전북대학교 SSK 개인기록연구실(책임연구원 이정덕 교수)이 권씨의 일기를 5권의 책으로 출간하면서다. 권씨가 사는 마을 이름을 따 책명으로 삼은 <아포일기>는 지난해 1,2권이 나왔으며, 이번에 3권을 추가해 완간했다.일기 속의 권씨는 자신과 가족의 노동력을 스스로 착취하면서 소작농에서 자작농으로 성장하고, 농한기에는 인근 도시의 막노동꾼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돈을 모았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세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도시 중산층으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집중시켜 온 한국사회의 근대화 과정을 그대로 닮았다.연구실은 일기를 통해 돈과 출세, 성공을 위해 현재의 쾌락과 편안함을 포기하고 근면성실의 가치를 규범화하는 이른바 근대 자본주의 정신의 전형을 보여주고, 다른 한편으로 이를 위한 모든 노력이 자녀와 부인형제들로 제한되는 가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사회경제 상황과 문화적, 윤리적 가치의 급격한 변화를 한 세대 내에서 경험하면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양면가치성을 압축근대성의 주요한 측면으로 파악한 것이다.연구실은 지난 2011년부터 2년 동안 진행한 전북 임실의 농민일기인 <창평일기> 출간에 이어 이번 <아포일기>를 통해 한국사회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영호남 간 비교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연구팀은 두 지역의 농민일기에 이어 인천과 충청 지역의 중산층과 지식인의 일기를 발굴, 독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록이 자료화 되면 국내 각 지역 간, 도농 간 비교연구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책임 연구원인 이정덕 교수는 한 농민의 생애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포일기>는 한국 근현대사 속의 작은 역사 기록이라며 앞으로 개인기록 자료의 범위를 농촌에서 도시로, 국내에서 동아시아로 점차 확대해 가면서 개인기록을 통한 동아시아 근대성 비교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5.07.28 23:02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 시 내려받기 사이트 개설 추진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문예협)가 합법적인 시 유통 기반 조성을 위해 독자가 시를 온라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 개설을 추진한다.문예협은 3년 전부터 음원 내려받기 사이트와 유사한 시 내려받기 사이트 개설을 구상했고 내년 개시를 목표로 최근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문예협은 이 사이트에서 시 낭송 스트리밍 서비스, 휴대전화 벨소리 내려받기, 메일 전송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문예협은 현재 시스템을 마련할 업체를 찾고 시인들의 작품 데이터베이스(DB)를구축하기 위해 한국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에 협조를 요청했다.지금까지 인터넷 이용자들이 저작자의 허락 없이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를 올리는 일이 적지 않고, 시인은 작품이 많이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문예협은 시 내려받기 사이트 개설로 시 저작권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높이겠다는 목표다.손정달 문예협 사무국장은 “시 유통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시인들에게 새로운 수익원과 홍보 채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가는 시를 널리 알리고, 독자는 시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 문학·출판
  • 연합
  • 2015.07.24 23:02

전북 명승지 소재 삼아 지은 소나무 같은 시조

박부산 시인이 4번째 시조집 <햇빛 찬 보금자리>(신아출판사)를 냈다. 그는 전체 5부로 나눠 109편의 작품을 담았다. “시조는 소나무와 다를 바 없어 그 운치에 매료돼 시작했다”는 저자는 시에 대한 태도와 주변의 일상, 도내 명승지를 소재로 삼아 운을 맞췄다. ‘대 이어 허름해도 양지바른 한옥 집’인 ‘그리운 고향집’은 ‘약초 향기 진동하고 꿀벌이 집 지키는/물곡리 춘헌당 한약방’으로 ‘손자와 할아버지 쉬는 시간 마주 앉아/감초 대추 단 맛으로 바둑판 열’ 내리는 추억이 서린 곳이다.하지만 폐교된 교정에는 ‘정적을 깨뜨리는 매미 울음소리/외로운 고추잠자리’만 맴돈다. ‘줄지어 선 향나무 정든 얼굴 기다리고,/교실바닥 신발 한 짝 반나마 문 열었는데/이농(離農)의 서글픈 사연/거미가 엮고 있다//가쁜 숨결 머무는 교단에 다시 올라/땀 흘릴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을까/칠판의 큰 글씨처럼’ 어릴 적 번잡스러운 교실 광경을 떠올리며 ‘지키자 학교를’라는 글씨를 눈여겨 보게 된다. 시인 박부산 씨는 진안 출신으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교사로 정년 퇴임했다. <문학과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조집 <날아가지 못하는 새>, <세월이 머무는 자리에서>, <번지 없는 시의 집>이 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7.24 23:02

일본 근대 불교문학 사상과 죽음 의식 고찰

일본의 근대 불교적 문학 사상과 죽음에 관한 연구를 담은 저서가 나왔다. 조기호 원광보건대 교수(의료관광코디과, 59)는 <일본 근대 불교문학사상과 ‘죽음(死)’>(지식과교양)을 펴냈다.저자는 이 책에서 구라타 햐쿠조(1891~1943)의 인생과 작품을 중심으로 주제를 설명했다. 희곡 ‘출가와 그 제자’, 수필평론 ‘사랑과 인식의 출발’이라는 작품에 나타난 불교문학사상을 살펴 그와 관련된 죽음의 의식을 고찰했다. 저자는 “일본 근대문학에서 기독교문학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다이쇼시대(1912~1926)에 불교문학이라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다”며 이를 구라타 햐쿠조로 조망했다. 여기에 문학평론가인 고(故) 백철 씨가 언급한 구라타 햐쿠조를 소개해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 구라타 햐쿠조가 종교적 체험에 입각해 자살을 극복한 점은 참고할 만 한다”며 “그는 계속되는 실연으로 염세적인 성향을 지니게 됐고 여기에 결핵을 앓는 가운데 불교의 정토진종, 기독교 등을 사상적으로 접하면서 자살 충동을 벗어났다”고 기술했다. 조 교수는 올초 일본의 장례문화를 통해 시대상을 읽는 <일본 메이지시대의 장묘문화>를 출간한데 이어 이번 저서도 박사논문을 바탕으로 가감했다.조기호 교수는 익산 출신으로 원광대를 졸업하고 일본 불교대학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했다. 일본 가나가와대학에서 민사민속자료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일본상민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과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7.24 23:02

등단 뒤 11년동안 숙성시킨 서정시 73편

시심을 켜켜이 숙성·발효한 서정시집이 출간됐다. 서영숙 시인은 20여년간 시를 공부하다 등단 11년만에 첫 시집<면벽 틈새에 촛불 켜다>(이랑과 이삭)를 냈다. “삶의 끈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 시가 햇살이고 스승이기도 했다”는 그는 이 책에 ‘소이진 나루터에서’, ‘설익은 추석’, ‘관음사 왕벚나무’, ‘면벽 틈새에 촛불 켜다’, ‘한여름 밤의 서정’ 등 전체 5부로 나눠 73편의 시를 담았다.서 시인의 눈에는 비친 군산 앞바다 의 ‘선유도’는 ‘헤일처럼 우쭐대다 물집 잡힌 발을 개펄에 묻고/간간한 해풍에 몸 말리며 빈둥거리는 폐선들, 그리고/가난을 염장하는 하루를 포구에 부리고선/저물어가는 몸에 소주 한 잔 부어 갈증을 발효시키는/바다, 그 오지랖 넓은 품속’이다. 그가 살고 있는 무주의 소이진 나루터는 ‘상처도 잘만 견디고 나면 길이 되나 보다./아비는 날마다 뼈와 내장을 껴내어/정으로 패고 곡괭이로 땀을 찍다가/다친 상처가 바지게 속 무게를 지우더니/꾸불텅꾸불텅 길이 되어버렸다.’이 길은 세월이 지나 ‘때론, 숲의 뒷덜미를 잡고 부엉부엉 울다가/강으로 투신했지만 어질증 앓는 해종일/울울울 흐르는 강을 보듬고 나뒹굴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나자 뒷전으로 밀려나는 풍경까지 정감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자연에 가정사를 투영한 작품도 눈에 띈다. 농촌의 살림과 홀로된 시아버지, 9남매의 시형제까지 보필해야 했던 고됨을 숨겨 놓았다. ‘허드레 땅, 버려진 집터면 어때/가슴앓이로 얼굴이 푸석푸석해도 좋아/울타리도 만들지 않을 거야/낯선 바람과 물선 이웃에 햇살 빌어/내 심지 곧게’뿌리내리는 ‘개망초’같은 삶이 읽혀진다.이운룡 시인은 평설에서 “서영숙 시인의 작품은 평범한 제재에 관심을 두고 시심을 길어올려 내면의 본태를 드러낸다”며 “인간애와 화해, 친화, 인정의 숨결이 숨쉬는 서정성을 지녔다”고 평했다.서영숙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무주군 공문원으로 정년퇴임했다. 지난 2004년 <월간문학> 11월호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10년 제21회 열린시문학상 금탑상을 수상했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7.24 23:02

미당 탄생 100주년, 문학적 자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① 한국문단에서 미당은

젊어서는 친일파였으며 늙어서는 전두환에게 축시를 바친, 정치적으로는 옳지 못했으나 너무도 아름다운 시를 남긴, 문제적 인물 미당은 20세기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그가 남긴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소설가 김영하 씨는 지난 2000년 미당이 작고한 뒤, 영화잡지 씨네 21(2001)에 이렇게 썼다. 이렇게 쓸 만하다. 작품만큼 삶이 논란이 되는 시인이 미당 서정주(1915~2000)다. 그는 한국의 토속성을 언어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일제와 독재에 부응했다는 사실 때문에 비난과 단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의 고향인 전북에서조차 그를 기리는 움직임은 조심스럽다. 미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인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미당의 역사적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수용하고 비판하면서 그의 좋은 작품들을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지켜가는 길은 없을 것인가. 미당의 문학적 성취와 함께 삶의 흔적들을 정리하고, 전북의 문화적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을 10부에 걸쳐 모색한다.△생애와 작품미당 서정주는 1915년 5월 18일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질마재에서 태어났다. 일본식 이름은 다쓰시로 시즈오(達城靜雄)다. 그는 1933년부터 2000년까지 68년 동안 창작활동을 하면서 15권의 시집과 1000여 편의 시를 남겼다.1933년 동아일보에 투고했던 그 어머니의 부탁에서부터 시집인 <화사집>(1941), <귀촉도>(1946), <신라초>(1960), <동천>(1968), <질마재 신화>(1975), <80소년 떠돌이의 시>(1997)를 비롯, 마지막 발표작품인 2000년 첫날을 위한 시(중앙일보 2000)까지 서정시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그는 1922년부터 1924년까지 마을 서당에서 한학을 배운 뒤, 부안으로 건너가 1929년까지 줄포공립보통학교를 다녔다. 1년 뒤 인촌 김성수의 집안에서 세운 중앙고보 입학시험에 낙방했지만, 김성수 가의 농사 마름이었던 아버지의 정성으로 보결입학했다고 전해진다.1930년 11월 광주학생운동 지지 시위 주모자 중 하나로 퇴학당했고, 1년 뒤 고창고등보통학교에 2학년으로 편입했으나 권고 자퇴 당했다. 1933년 선배인 배상기의 안내로 박한영 대종사 문하생으로 입문해 중앙불교전문강원에서 다음 해 봄까지 수학했다.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으로 당선되고, 시인 부락이라는 동인지를 주재하면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국민시인 으로 호명될 만큼, 평생에 걸쳐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주옥같은 작품을 생산했다. 서정주 사단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시인이 되려면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한국 문단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943년부터 1944년까지 시, 소설, 수필, 르포 등 11편의 친일 작품을 발표해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그 결과 미당은 지난 2000년 사후, 기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했다.정부는 그가 작고한 해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지난 2001년에는 질마재 마을의 미당시 문학관이 지어지고, 중앙일보 등이 후원하는 미당문학제, 백일장 등이 열리고 있다.반면 박정희 정권 때 국민의 월남 참전을 고무찬양하고 1987년 전두환 생일 축시 처음으로를 발표한 점 등은 현재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가 검인정 교과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미당의 시가 많이 사라졌고, 지난 2005년 대통령 직속기구로 발족된 친일반민족진상규명회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한국문단에서의 위상과 기념사업한국문단에서 미당은 분명히 한국 근현대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지난 2009년 발표된 김춘식 교수의 논문 자족적인 시의 왕국과 국민시인의 상관성에 따르면, 미당은 1955년 서정주 시선을 발간한 직후, 문단적 위상이 국민시인으로 올라갈 만큼 확고해졌다. 당시 문단과 독자들은 한국전쟁 이후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미당의 시편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미당은 당대의 문학적 자장 안에서 확고한 지위를 획득했다.당시 그에 대한 찬사를 통해서도 위상을 알 수 있다. 서정주는 시의 정부다(고은 시인), 부족 방언의 요술사(유종호 교수),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시인(김재홍 교수) 등의 발언을 통해 확인된다. 문단에서 미당의 이러한 위상은 1970년대 말까지 지속된다.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 대두한 친일청산담론과, 그가 보여준 신군부에 대한 옹호태도는 미당의 신화적 위상을 약화시켰다. 이후 미당 서정주에 대한 평가는 한국문학의 거장과 반민족적 기회주의 지식인의 전형사이를 오가게 됐다.미당이 죽은 후에도 그의 정치적 행적과 문학적 성취에 대한 찬반의 평가는 여러 측면에서 조명되고 있다. 그의 시는 한국문학의 성취에 대한 평가의 한 척도로 지속적인 논의의 대상이다.한국문단에서 미당에 대한 논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미당의 문학과 정치적 행보를 별개로 보고 그가 이룩한 문학적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자는 논의, 다른 하나는 미당이 일제강점기에 친일시를 썼을 뿐 아니라 광복 후에도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성도 비판받아야 한다는 논의들이다. 마지막으로는 미당의 문학과 정치적 행보를 구별해, 정치적 행보를 비판하면서도 문학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마지막 관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올해 미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인 서정주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도내에서는 김동수 백제대 명예교수, 송하선 우석대 명예교수 등 원로급 문인이 중심이 된 미당문학회가 만들어졌고, 지난 4일에는 미당시낭송회가 창립했다.또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지난 2001년부터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학인을 기리는 행사를 여는 가운데 올해는 아동문학가 강소천, 평론가 곽종원, 시인 박목월서정주, 여성 소설가 임순득임옥인, 극작가 함세덕, 소설가 황순원 등 8명을 선정했다.이들 단체와 행사에 참여한 원로급 학자와 문인은 미당이 친일과 독재 찬양의 논란이 있지만 공과 과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다.전정구 전북대 교수는 미당의 과오는 시대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며 그의 과오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간 진영논리에 매몰돼 미당을 평가하지 않았는지 반성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봉준 경희대 후마니타스 객원교수는 미당의 공과 과 모두 그의 문학과 직결될 수 있다 며 균형잡힌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미당문학회의 김동수 회장은 미당의 문학적 가치를 정치적 관점과 직결시켜 폄하하거나 아예 우리의 문학사에서 배제시켜서는 안된다 며 너무나 아까운 문학적 성과와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15.07.21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