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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근 전 정읍 호남중·고 교장 회고집 출간

정읍 호남중·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항남(恒南) 안현근 씨(70)가 교직 34년을 돌아보며 자신의 70년 삶을 담은 회고집 <도전과 열정, 행복을 꽃피우다>(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회고집은 1부 내고향의 향기 그리고 추억, 2부 꿈과 열정의 교직 34년, 3부 체육인으로 맺어진 인연들, 4부 내 가정의 희로애락을 싣고, 5부 사회단체활동, 6부 내가 본 항남 선생등 6부로 꾸며져 있다. 특히 6부에는 필자와 인연을 맺었던 교육계, 체육계, 제자 및 가족 등이 바라본 저자의 모습을 담아내며 그의 인성을 표현하고 있다.필자는 회고집을 통해 “스스로 걸어온 삶의 자취가 남다른 자랑스러움이라든가 크게 내세울만한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교육자로서 지켜야 할 의무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며 “열정, 도전, 끈기 3가지를 인생 철학으로 생각하며 살아오면서 성공의 희열과 때로는 좌절도 했던 그 고뇌의 시간들을 담아내려 했다”고 소회했다.안현근 씨는 김제 출신으로 김제중·고, 원광대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정읍시 스포츠클럽회장, 전북골프연합회 부회장, 전북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 정읍시체육회 부회장등을 지냈고 현재 호남학원 법인이사, 정읍시평생교육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임장훈
  • 2015.05.08 23:02

스펙 쌓기 보단 아픈 친구와 함께 걷기

국제 구호활동가의 생생한 경험담이 책으로 나왔다.정당의 국제협력 담당자, 구호 원조 단체의 실무자로 일한 김여정 씨가 <뚜제체>(도서출판 말)를 펴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구호단체의 현실과 부조리 등을 밝히며 지구촌 공동체의 활동가 등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그는 영어 실력이 있다고 구호 활동가가 되는 게 아니며, 스펙을 쌓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빈곤한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원조단체에서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아울러 그는 지구촌 공동체 활동가가 되려면 아프고 힘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아픔을 극복할 때까지 함께 걷고, 비가 오면 비를 같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그가 소개하는 지구촌 활동가는 네팔의 티베트 난민촌에서 구호 활동하는 갤포 씨, 팔레스타인 도시농업 전문가 아마드 씨, 인도의 빈민운동가 산타누 씨, 평생을 엠네스티 활동가로 사는 단 씨, 인도네시아의 인권운동가 아리프 씨, 지구별 시민 코리 씨, 의료 봉사 활동 벌이는 제임스 씨 등다. 저자는 이들의 삶으로 공동체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그가 구호단체에 발을 디딘 계기는 통역 때문이었다. 2004년 봄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하원 의원단과 한국 국회의원간 만찬 모임에서 마닐라 통근열차 사업을 위한 차관이 요청됐다. 3년 뒤 인사동에서 마닐라 통근열차 프로젝트로 내몰린 필리핀 국민의 원정 시위를 보고 자신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는데 일조했다는 자괴감이 들어 무작정 히말라야로 떠났다. 그곳에서 저자는 네팔 티베트 난민에게서 가장 어렵게 살면서도 서로 도우며 사는 공동체 정신을 발견하고 다시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인턴을 했던 영국으로 향했다. 국제개발대학원을 다닌 뒤, 구호 활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9년부터 NGO활동가로 일했다. 하지만 한국의 구호단체 내부에서 가난한 지역의 주민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 부정한 방법을 저지르는 관리직의 행태에 항의하며 사표를 던졌다. 그후 저자는 가까운 곳에 사는 이주 노동자에게 눈을 돌려 현재 인천의 다원이주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뚜제체는 고마워 라는 뜻이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5.08 23:02

시인이 바라본 삶과 죽음에 대한 시선

생명의 공동체적 세계관을 담은 시선이 펼쳐진다. 김익두 작가(61)가 시집 <숲에서 사람을 보다>(천년의시작)를 출간했다. 16년 만에 2번째 시집이다. 6개 부분으로 나눠 자연과 삶, 죽음 등을 소재로 한 92편의 시를 담았다.저자의 작품에 대해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숲은 자연인 동시에 삶의 출발지, 귀결지다”며 “그의 시선이 닿는 대상은 모두 친연성과 경이의 대상으로 시편에는 행복, 기쁨, 사랑과 같은 충일한 정감의 언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해설했다. 홍 평론가는 “이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삼라만상이 상호 연속성, 관계성, 순환성 속에서 생성되고 활성하는 우주적 주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고 덧붙였다.그래서 저자에게 ‘행복’은 ‘숲에/혼자, 가만히/있는/것.’이다. 또다른 ‘행복’은 ‘암병동/독방,/텅 빈 오후,//누군가 두고 간,/이 자잘한/포도 한 송이,//저승길같이/마알간,/청포도 한 송이,/혼자/물끄러미 바라보는/하루,’처럼 죽음과도 가까이 하는 삶의 이면이다. 죽음 또한 자연인 숲으로 돌아가는 ‘귀향’으로 순환의 원리를 내세우며, 삼라만상이 평등한 공동체라는 점을 환기한다. 김익두 작가는 전주고와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1981년 경향신문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햇볕 쬐러 나오다가>, <서릿길> 등이, 저서로 <한국 민족공연학>, <한국 신화 이야기> 등이 있다. 1994년 제2회 예음문화상 연극평론 부문, 2004년 제3회 노정학술상, 2004년 제3회 판소리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5.08 23:02

세계사를 바꾼 영웅들의 명언들

모교인 전주고와 전주여고에 매년 도서를 기증해온 송인엽 전 한국교원대 교수(61)가 명연설집 <역사 발전과 인류 공영>을 냈다.(지식과감성)저자는 역사의 굽이마다 물줄기를 바꾼 영웅들의 기존의 명연설 31편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서 근무하며 지구촌의 가난질병재난전쟁의 현장들에서 직접 발굴한 8편을 국문과 영문으로 담은 책이다. 젊은이가 꼭 알아야 할 세계사를 바꾼 명연설을 중심으로 라는 부제가 붙었다.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목적으로 하는 코이카에 근무하며 5대양 6대주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특히 최빈국에서 가난과 질병에 고통 받는 주민을 만나 같이 가슴 아파했고, 그곳 지도자들을 만나고 주민들을 위해 함께 열심히 일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이라크시리아팔레스타인남수단앙골라콩고 등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살육이 자행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모든 것을 걸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인류 역사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위한 길로 전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책을 통해 역사 발전의 흐름을 이해하고 평화와 정의 그리고 인류 공영에 대한 인류 보편적 이상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가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책은 자유 평등으로의 길 주권재민으로의 길 세계 평화로의 길 인류 공영으로의 길등 4부로 구성됐다. 정의화 국회의장, 정승조 전 합참의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등이 책 출간을 응원했다.저자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제봉사기구 자문위원 겸 친선대사, 행정자치부 새마을운동 자문위원, (뮤지컬)사랑해,톤즈! 홍보대사, 대학대학원의 공적개발원조(ODA) 분야 강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5.05.08 23:02

혼불학생문학상, 올해부터 전국 공모로 확대

스토리텔링 공모전인 혼불학생문학상이 올해부터 전국 공모로 규모로 확대된다.전주문화방송(사장 원만식)과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주최주관하는 혼불학생문학상은 전북의 자랑스러운 문화자산인 소설 <혼불>을 통해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작가 최명희(1947-1998)의 삶과 문학 열정을 확산시키기 위해 2011년부터 시작됐다.올 주제는 전라북도 왕왕비의 흔적. 고조선 기준왕, 백제 무왕무왕비(서동선화공주), 후백제 견훤대왕, 조선 태조(이성계)정순왕후숙빈최씨 등 전북과 관련된 왕과 왕비들의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전주 동고산성경기전오목대이목대태조어진, 순창 만일사, 진안 마이산, 남원 황산대첩비지, 임실 성수산상이암, 익산 태봉사미륵사지왕궁리유적정, 정읍 대각교 등 왕과 왕비의 이야기와 흔적들을 소재로 삼을 수 있다.작품 형식은 수필소설희곡취재기 등 산문이며, 전라북도 왕(왕비)의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시 창작하거나 특정 부분을 떼어내 다시 구성하면 된다.분량은 A4용지 2장 이상(200자 원고지 15매). 모집은 8월 30일까지.혼불학생문학상은 대상과 차상 학생에게 각각 200만원과 100만원의 장학금과 전북도교육감상이 수여되는 등 42명의 학생과 3명의 교사에게 총 1000만 원의 장학금이 주어진다. 문의 063) 284-0570.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5.04.27 23:02

"무조건 움직여야 성공 열쇠 쥘 수 있다"

“무엇인가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행동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갖기 바랍니다. 행동이 지닌 동적인 힘은 아무도 못 따라 갑니다. 행동하는 시간에 집중하십시오.”국내 최초 후불제 여행사 투어컴(주)을 만든 박배균 대표(50)가 자신의 삶과 경영 비법, 인생관, 처세술 등을 담은 <여행 보내주는 남자>(더클)를 펴냈다. 그는 7부분으로 나눠 후불제(회원제) 여행사를 도입한 과정과 이전의 사업 실패담을 담담하게 기술했다. 더불어 인맥을 쌓는 방법과 독서 경영, 시간 관리, 여행에 대한 팁도 넣었다.상대방에게 인상을 남기기 위해 매월 다른 명함을 건네는 그는 “생각의 전환점에 성공이 있다”며 “생각을 뒤집으려면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만든 여행사는 현재 전국에 40개 지사, 230여개 지점을 두고 필리핀 현지 법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물론 그가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뒤 25살 되던 해 완주군 용진면에서 마을 이장을 시작했다. 젊은 이장으로 이곳저곳에 불려다니다 농사는 뒷전이고 결국 빚을 지고 도시로 나왔다. 망해가는 예식장을 인수해 예식비 무료라는 기법을 도입했지만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접었고 다시 PC방 체인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사용 환경의 변화로 적자를 내면서 손을 털었다. 이후 그는 상조회사를 거쳐 여행사를 차렸다. “사업 실패 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갈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숨 막히게 뛰어 도착했지만 전환점일 때 허무함이 듭니다. 모든 고비는 넘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되는 만큼 어려운 일이 몸에 적응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어려워진다”며 “무조건 움직이는 것이 성공의 열쇠를 주머니에 넣는 최고의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행사 대표로 해외여행을 알차게 다녀오는 법도 전한다. 여행은 언제 어느 경로로 가고 어디에서 잠을 자느냐에 따라, 그리고 환율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가는 나라와 그 안에서 꼭 봐야할 장소를 택한 뒤 여행의 목표에 따라 숙소를 싸게 또는 비싸게 잡는다”며 “무료·유료 입장인지 체험 활동에 따라 추가 금액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아울러 “패키지의 경우 최저와 최고의 차이가 큰 만큼 스스로 점검하고 떠나야 한다”고 덧붙였다.하지만 그는 어디가 아닌 누구와 함께 가느냐를 가장 우선시 했다. 이윤이 아닌 사람을 남긴다는 평소 이념이 엿보인다.박 대표는 독자들에게 “커가는 꿈 앞에서 멈춤을 상상하면 안 된다”며 “마음은 늘 앞서 있는 꿈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어“꿈은 잡을 수 있을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한다”며 “나중이라고 미루면 그건 꿈이 아니었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보탰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4.24 23:02

30여년간 세상에 내놓은 동시 한 권에

교사에서 아동문학가의 길을 걷는 허호석 시인의 대표작을 엮은 <허호석 동시선집>(지식을만드는지식)이 나왔다. 전체 5부로 나눠 각각 20편씩 모두 100편의 동시로 구성했다. 그가 지난 1986년부터 최근까지 세상에 내놓은 시와 일부 미발표작이 수록됐다. 작가가 직접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 소개를 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허 시인은 동시에 대한 신념과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시는 사생화가 아닌 상상화다”며 “시는 눈이 아니고 감각이기 때문에 몸이 살짝 가려져야 궁금함도 호기심도 느낄 감각의 자유를 얻게 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이는 것이나 상황을 아름답게 묘사만 한 글은 독자에게 외면당한다”고 덧붙였다.그는 이어 시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멋과 맛을 꼽았다. 저자는 “시에서 멋이란 탄력이요 매력이다. 궁금함과 호기심,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읽고 싶은 충동을 의미한다”며 “맛이란 내면의 향기요 감칠맛이다. 더 먹고 싶은 군침이며 당김이다”고 정의했다. 그래서 ‘산새 둥지처럼/산기슭’의 ‘외딴집’도 ‘물소리와 햇살이 오순도순 사는 집’으로 ‘물소리가 집 비우면 햇살이 집을 보’는 곳이다. 그는 동시에 대한 편견에도 일침을 가했다. 저자는 “아동문학은 쉬운 문학이라며 얕잡아 보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난해한 현대시를 예술성이 있다고 보는 착각에서 비롯됐다”면서 “아동문학은 현실을 초월하는 꿈과 희망의, 놀라운 상상의 미래문학으로 쉽게 표현하는 글 속에 예술성을 가미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밝혔다.그는 100편의 시 말미에 글을 쓰게 된 사연을 고백했다. 부인에게 구애하기 위한 ‘끄나풀’로 쓴 쪽지 편지가 문학의 근간이라며 결혼담을 들려주었다. 그는 고교 졸업 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낙향했다 교회에서 만난 부인 때문에 진로를 바꾸고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허호석 시인은 진안 출신으로 서울문리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38년간 교직에 몸 담았다.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하얀비>, <햇살의 첫 동네>, <산벚꽃>과 위인전기문 등 17권을 출간했다. 현재 국제펜클럽 자문위원, 진안예총 명예회장,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4.24 23:02

[오늘 무장기포 기념일…동학농민혁명 다룬 소설] 역사도 상품이다

고창군 공음면에는 개갑장터의 옛터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에까지 이름이 알려지고 우(牛)시장이 있었던 큰 장터였다고 한다. 최근 들어 조성된 천주교 개갑순교성지(신유박해로 개갑장터에서 순교했던 천주교 신자 최여겸을 기념하는 순교성지)를 설명하는 안내판에 개갑장터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을 뿐 장터의 흔적이라고는 없다.개갑장터는 조선 중종 때 학자로 이름을 떨친 영모당 김질 선생의 효행에 기인되어 세워졌다고 한다. 그의 지극한 효행은 명나라에까지 알려졌을 만큼 지극하였다. 부모상과 조부모 승종상까지 도합 12년의 시묘살이를 했으며 아버지가 좋아했던 꿩고기를 제사상에 올리려고 눈길을 헤쳐 장에 가는 모습에 감동한 고을 수령의 명으로 장이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시장이 열린 이후 개갑시장 일대(500미터의 인근에 석교포구가 있었음)는 크게 번성하였다. 많은 사람과 물산이 집산(集散)하였고 최신의 정보를 가진 상인들이 몰려들어 선진된 문물과 정보가 넘쳐나는 지역이 되었다. 여타 지역보다 개방이 앞서 이루어져서 서남해안 최초의 천주교순교가 일어나게 되었으며 농민군들이 장꾼으로 위장해 모여들고 훈련하여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 된 무장기포선언의 배후지가 되었다. 또한 구한말에는 의병활동의 물자보급과 연락처로 활용되어 일제의 눈엣가시 같은 지역으로 낙인찍혔고 일대의 지역이 강제로 해체되는 큰 아픔을 겪고 말았다.이처럼 개갑장터의 역사는 효행의 본보기이며 신앙의 성지이고 충성의 광장이었다. 그리고 일제의 수탈과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다가 사라져간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지하에 묻혀있는 많은 사실들이 발굴되고 복원되어야 한다. 교훈으로 삼아 계승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는 옛터이다.개갑성지에는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작년 3개월 동안(8~10월, 미사 협조요청이 있었던 경우로써 고창성당 교우회의 대략 집계임)만 무려 약 3,000여 명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지만 편의시설이 전무한 지경이다. 순례자들의 불편이 많다고 한다. 특히 식사할 마땅한 장소가 없는 터라 광장 바닥에 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한다.개갑성지는 본래가 장터였다. 장터의 기능을 되살려 놓으면 된다. 장터의 역사자체가 드라마틱한 스토리다. 묻혀있던 이야기를 되살려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면 된다. 그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역사교훈의 현장이다. 고창을 자랑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주변지역이 고창군 소유의 토지라 한다. 고창군이 나서면 장터의 복원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본래 장터는 주막과 점포가 있는 곳을 일컫는다. 우선 주막과 점포를 복원하여 식당으로 활용하고 지역농산물을 판매하면 될 것이다. 그런 다음 상황을 살펴가며 상징이나 시설물들은 단계적으로 조성하기도 하고 옛 규모의 장터를 복원하면 될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근처에 전국으로 이름난 청보리밭, 동학농민혁명 무장기포지, 무장읍성, 구시포 해수욕장이 있으며 선운산 도립공원도 지근거리에 있다. 연계한 관광 상품이 개발되어 어우러지면 관광명소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가면 최 참판 댁이 있다. 토지의 드라마 제작을 위해 마련한 세트장이지만 역사적 사실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꾀나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건조해 놓은 건축물이 사람이 사는 가옥처럼 견고하게 지어져 있으며, 드라마 속 상황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어서다. 하동군에 따르면 매년 25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수십 곳이나 들어서 있어서 관광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하동군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소설이 만들어 낸 허구를 근대의 역사처럼 꾸며 상품화시킨 아이디어와 실행에 저절로 박수가 쳐진다.개갑장터는 최 참판 댁과는 다르다. 허구가 아닌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다. 사실을 그대로 복원하면 된다.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행적을 드러내면 교훈이 되고 상품도 된다.역사도 상품인 시대다. 역사가 숨 쉬는 곳에는 가공이 필요치 않다. 그리스나 로마를 보면 역사의 가치가 제대로 느껴진다. 개갑장터에는 여러 고귀한 가치가 한꺼번에 잠들어 있다. 하루라도 빨리 복원되어 숭고한 가치가 되살아나 그럴듯한 상품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지역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소설가 이성수 씨는 고창지역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소설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의 저자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5.04.24 23:02

무라카미 하루키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일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무라카미는 17일 보도된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잘한 사실이 어쨌건 간에 (일본이) 타국을 침략했다는 개요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무라카미는 한중일 관계에 언급, "역사인식은 매우 중요하기에,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뒤 "상대국이 '시원하게 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이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와 관련,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문구를 넣을지 말지 망설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역사인식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무라카미는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아주 큰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으로서도 매우 큰 양질의 시장에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서로 으르렁대서는 좋을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그는 일본과 한중 사이의 갈등에 대해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본이 경제대국이고, 중국과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대에는 여러 문제가 억제돼 왔지만 중국, 한국의 국력이 상승해 그 구조가 무너지면서 봉인됐던 문제가 분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이어 "상대적으로 힘이 저하해온 일본에는 자신감 상실 같은 것이 있어서 좀처럼그런 전개(한국과 중국의 부상)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3국 관계가) 진정될 때까지 분명 파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무라카미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15만명이 피난 생활을 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을 비판했다.그는 "오랜 기간 살던 땅을 돌연 떠난다는 것은 인간의 혼이 부분적으로 살해되는 것과 같다"며 "그런 사람을 15만명이나 만들었다는 것은 국가 존재의 근간과 관련된 일"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구조적인 위험성을 가진 채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은 국가 의 도덕(모럴) 차원에서 봐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어 통상 '원자력 발전소'라고 부르는 영어 단어 '뉴클리어 플랜트'(nuclear plant)는 직역하면 '핵 발전소'라는 점을 상기시킨 뒤 평화적 이미지를 주는 '원자력 발전소' 대신 '핵발전소'로 부르자고 제안했다.근년 들어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무라카미는 냉전 종결 이후 포스트모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상실감과 허무를 담백한 필체로 그려내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에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인기 작가다.대표작으로는 '노르웨이의 숲(한국판 제목은 '상실의 시대', 1987년)' '해변의 카프카(2002년)', '1Q84(20092010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2013년)'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5.04.17 23:02

전주역사박물관 〈국역 조경묘의〉·〈전주학 연구 8집〉발간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전주학(全州學) 총서 제29권 <국역 조경묘의>와 <전주학 연구 8집>을 발간했다.전주역사박물관은 지난 2005년부터 전주학 본산으로서 충실한 역할 수행을 위해 각종 연구조사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주학 총서 시리즈> 및 <전주학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전주학 총서는 전주에 관한 주제별 단행본이며, 이번에 발간된 <국역 조경묘의>는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세 번째 발간된 국역서다. <조경묘의>는 1771년(영조47년) 건립된 전주이씨 시조이한의 묘소인 조경묘의 창건과 운영에 관한 제반 문서들을 엮은 것이다.특히 지금까지의 <조경묘의>는 한문으로 쓰여 일반인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국역서 발간으로 조경묘에 관심 있는 대중의 접근이 보다 용이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또 이번에 발간된 <전주학 연구 8집>에는 지난 제16회 전주학 학술대회 전주대사습놀이의 역사성과 문화사적 의의에 발표된 논고와 완산동 일대를 대상으로 진행된 전주시 마을조사 보고서가 수록됐다.이동희 관장은 이번 발간으로 조경묘를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전주대사습놀이의 역사적 근거와 의미를 밝혀 가는 기반도 되고, 완산동의 기록되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를 확보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국역 조경묘의>와 <전주학 연구 8집>은 이달 말 전국 박물관과 연구소를 비롯한 유관단체에 발송될 예정이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도 구매 할 수 있다. 문의 063)228-6485

  • 문학·출판
  • 이영준
  • 2015.04.17 23:02

시와 수필로 엮은 '고향의 자연'

나고 자란 고향의 자연을 예찬한 시선집이 나왔다.한성수 시인(77)은 6번째 시집과 경수필을 합본한 <산과 꽃의 만남>(빛샘사)을 냈다.저자는 모두 8부로 나눠 1부는 기린토월, 한벽청연, 남고모종, 다가사후, 덕진체련, 위봉폭포, 동포귀범, 비비낙안 등 전주 팔경을 묘사했다.2부는 산을 소재로 지리산, 덕유산, 모악산 등을 시에 담았다. 옥정호가 손수건을 흔들고/산들이 가물가물 잠결에 매여 있는 오봉산, 약산이라 불릴 만큼/약재가 풍부한 산이다는 연석산 등 전주완주 인근 작은 산의 아름다움도 전한다.3부는 호박꽃, 감꽃, 배꽃 등 꽃을 주제로 한 시로 채웠다. 이어 4부와 5부는 자수성가론, 어머니의 우풀 속에서(태몽) 등 개인적 이야기를 담은 시로 구성했다.장기, 바둑을 소재로 한 시와 노래로 6부를, 7부는 제주도와 오동도 등을 여행하며 쓴 기행 수필과 자서전으로 꾸몄다.마지막은 송귀영 시인이 저자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김해성 시인은 안 시인의 작품을 두고 인간의 순수하고 소박한 진실을 추구하는 시적 감정의 조화를 노래하고 있다며 자연과 현실을 이미지화하며 자비, 해탈, 무소유와 무상세계를 타나냈다고 소개했다.한성수 시인은 완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교직생활을 했다. 지난 1969년 <전북문학>에 한을 발표하며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이 영원한 찰나 속에서>, <날개, 날개여>, <웃음의 강>, <물음표와 열쇠의 이미지> 등이 있다. 제7회 백양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4.17 23:02

사랑이란, 살아 있는 존재 향한 '말 건넴'

이순을 앞둔 사람에게 사랑이란, 항상 자유를 꿈꾸는 남자와/항상 소유를 꿈꾸는 여자가/엇박자를 놓으며/아옹다옹 하는 것이다.하지만 사랑은 국지성이 아닌 모든 살아 있는 존재가 그 대상이다. 상대를 향한 말건넴이다. 청산도 할매조차도 사람이 그리웠던 할매가 나에게/똑같은 질문을 자꾸 하신다/우리 둘을 보고 행님 동생이냐/아버지와 아들이냐/좋은 귀경하는데.이영철 우석대 교수(59)가 7번째 시집 <순간을 살아도 사랑으로>(계간문예)를 펴냈다.사랑해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농담을 걸듯이, 그대만으로, 밥 한번 같이 해 등 4개 부분으로 나눠 그간 품었던 단상을 꺼내 보였다.저자는 인생의 가장 큰 난제는 사랑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지만 사랑하며 살기란 힘이 든다며 나이테가 두툼해져 결혼 30주년을 맞은 지금쯤 농익은 사랑을 알 때가 되었다고 고백한다.그가 말하는 또 다른 사랑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일이다.프란치스코가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눈길/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고/뺨에다 따뜻한 입맞춤/낮은 자세로 발을 씻기시는 모습은/신자유주의에 물들어/정신없이 달리고만 있는 우리 모두에게/속도를 조절하고 주위를 돌아보라 하네.서평을 쓴 문신 시인은 사랑의 순간을 예민한 감각으로 포착한 시편으로 이뤄졌다며 그가 하는 사랑은 상호 교섭에 따른 사랑으로, 자아와 타자의 이분법적 변별이 아닌 인류 공동체를 형성하는 윤리로 저자의 시적 지향과 맞물려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한다고 해석했다.문 시인은 이어 철저한 사유가 분방한 상상력을 만나 시인의 시가 분출하는 불의 화려함은 상상 이상의 상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경북 영천 출신인 이영철 교수는 지난 1997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했다. 1994년부터 우석대 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 <작은 사랑의 생각을 담기만 한다면>, <혼자서 할 수 없는 사랑>, <낯선 세상에 홀로 서 보면>, <북어국>, <아름다운 프로젝트>, <행복한 바보>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4.17 23:02

신정일〈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사랑하는 이 잃은 조선 선비들 가슴 처절한 '통곡의 글' 44편

슬픔은 인간의 본성이다. 본성이 근원적으로 표출되거나 승화될 때, 그 슬픔이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그 슬픔이 개인은 물론 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목 놓아 울고 났을 때 후련함 또는 맑은 정신과 해방감을 느끼는 것은 그런 연유이다.그러한 슬픔이 시공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머물러 있다. 현존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역사 속의 수많은 인물들의 삶 속에도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다. 슬픔이 현실이고, 삶이라는 증거일 것이다.사람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공자의 말이다.슬픔이 단지 슬픔으로만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슬픔이 너무 아름답게 승화되는 경우도 있다.언제인지 분간할 수 없는 어린 시절, 슬픔은 운명의 문을 두드리듯 내 곁으로 깊숙이 스며들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슬픔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다. 슬픔도 힘이 된다. 슬픔은 나의 힘이라는 역설적인 그 슬픔의 힘으로 이제껏 버티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슬픔은 왜 생기는가?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물론 슬픔이지만 가장 커다란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슬픔일 것이다.예로부터 가족이 죽어 슬픔을 묘사하는 말에는 대부분 아픔을 의미하는 통(痛)이 붙는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과 같다는 뜻의 천붕지통(天崩之痛), 남편을 여읜 아내의 아픔은 성(城)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고통이라는 붕성지통(崩城之痛)이 그 예이다. 서하지통(西河之痛) 역시 아들 잃은 부모의 고통을 전할 때 쓰인다. 서하(西河)라는 지방에 살던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아들이 죽자 너무 상심하여 눈이 멀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흔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 단장지애(斷腸之哀)라고 하니 그 통증은 짐작도 불가능하다. 소설가 박완서는 외아들을 갑자기 잃고 난 후 부모의 슬픔을 기록한 글 한마디만 하소서에서 그 고통을 참척(慘慽)이라고 표현했다. 참척의 사전적 의미는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을 뜻하지만 너무나 처절하고 참담해 가늠조차 안 되는 슬픔을 나타날 때 쓰인다.다산은 유배지인 강진에서 네 살짜리 막내아들 농아(農兒)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피를 토하는 듯한 심정으로 한 장의 편지를 쓴다. 여기에는 아픈 자식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애절함과 비통함이 담겨 있다.사랑하는 자식을 죽음으로 잃어버리는 고통은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다. 그 죽음이 예기치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전혀 손쓸 수 없는 상황은 상실에 대한 슬픔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조선 사대부들의 가슴 미어지는 슬픔과 통곡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그윽하면서도 명료하지 못한 슬픔의 실체를 보았고, 그래서 한권의 책으로 묶어 내고자 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이 땅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사건(세월호를 비롯한 큰 재난)을 통해 가슴 에이는 통곡이 그치지 않는 현장들을 보며 밀려오는 슬픔으로 흐르는 눈물을 금할 수가 없었다.선비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을 좀체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자식을 잃어도, 아내를 잃어도, 지기(知己)를 잃어도 슬픔을 애써 삭이며 마음속으로만 울어야 하는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슴속에 똬리를 튼 애통함을 어찌할까. 이에 지엄하고 체면을 중시했던 선비들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버지이자 한 인간으로 돌아가 자식과 아내, 가족, 벗의 죽음을 통곡했던 선비들의 글을 모았다.이 책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했던 자식과 아내, 가족, 벗의 죽음 앞에 미어진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 없이 통곡했던 조선 선비들의 절절하고 곡진한 문장 44편을 담았다.자신의 묘지명을 직접 써달라고 했던 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다가 딸의 1주기에 맞춰 애끓는 심사를 적은 신대우의 제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여섯 살 딸아이의 죽음은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며 단장의 아픔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이하곤의 글, 아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더 이상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음에 눈물이 끝도 없이 흐른다며 아들의 죽음을 통곡했던 글 등을 포함해서다.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유학과 경전에 익숙한 지엄한 선비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맨얼굴을 한 선비들의 감춰졌던 속마음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는 누군가의 죽음 앞에 이렇게 애통해하고 슬퍼할 수 있을까?△신정일 씨는 도보여행가이자 문화사학자다.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상을 바로잡으려 한다> <새로 쓰는 택리지>(10권) 등 50여권의 저서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5.04.17 23:02

시심으로 다지는 호·영남 우정

시에 대한 애정으로 우정을 다지는 행사가 열린다.전북재능시낭송협회(회장 류명희)는 전북도와 전주시 후원으로 오는 18일 오후 7시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소리문화관에서 한국시낭송포럼을 연다.이 행사는 동서공감을 기치로 한 시낭송 콘서트다. 호영남의 시낭송가가 모여 정서의 공감과 문화적 교류를 위해 마련한다.이날 국악실내악단 나니레의 공연을 시작으로 판소리가 이어지고, 이기철 시인의 시가 무용 공연과 어우러진다. 지역 소통을 위해를 위해 경남 거창 출신인 이기철 시인의 유리의 나날, 유리를 향하여, 유리에 닿는 길 등 유리 연작을 정천모 씨가 낭송한다.시낭송 교류행사는 지난 2013년 11월 전북재능시낭송협회가 전주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이기철 시인의 시를 소재로 한 시낭송 콘서트가 계기였다. 이어 지난해 4월 고군산 열도 장자도에서 이기철 시인을 초청해 호영남 시낭송가 20여명이 낭송회를 하고 부안 석정문학관을 방문하면서 우정의 싹을 띄웠다.지난해 10월에는 이기철 시인이 머무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의 여향예원 시 가꾸는 마을에서 열린 들꽃축제에서 시낭송행사를 했다. 이어 지난 1월에도 두 지역의 시낭송가 30여명이 경남 거창에서, 지난달 7일에는 이기철 시인과 도내 복효근 시인과 함께 무주 향적봉에서 3월의 봄의 노래하다라는 주제어로 시낭송회를 했다.류명희 회장은 이번 행사는 그동안 교류의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실이다며 포럼을 통해 더욱 가까워지고 문화의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재능시낭송협회는 매년 정기 사낭송 공연과 지용제, 미당문학제 등 시인 기념사업회의 초청 공연 등을 하고 있다. 서울 중앙회를 비롯해 전국 12개 광역 단위의 지회를 두고 오프라인 500여명, 온라인 4000여명의 회원이 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4.15 23:02

'미소의 나라' 6년동안 시공간 여행

6년간의 현지 생활을 바탕으로 한 라오스 안내서가 나왔다.한명규 코라오 그룹 부회장(60)이 <비밀의 라오스>(매일경제출판사)을 통해 라오스의 역사, 문화, 생활, 경제, 사회상 등을 다룬 101편의 이야기를 7개 부분으로 나눠 사진과 함께 전한다. 저자는 “라오스하면 동남아의 오지, 공산주의 국가, 불발탄이 많은 나라 등이 떠올려진다”면서도 “이런 이미지와는 달리 라오스인에게 눈길을 던지면 십중팔구 빙그레 웃으며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자연 속에서 100년 전 생활양식으로 사는 사람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사람이 공존하는 라오스는 시공간의 여행이 가능한 미소의 나라”라고 소개하며 “자동차 경적 소리, 싸우거나 화내는 사람, 장례식에서 우는 사람이 없는 3무(無)의 나라다”고 덧붙였다.특히 왓푸 유적의 경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원형으로 알려졌으며 그 역사의 깊이와 찬람함을 말해준다. 사회보다는 가정을 생활의 중심에 놓는 라오스인의 가정에는 아직도 수호신 문화가 남아 있는 반면 영국 프리미어 축구 전문가가 즐비할 정도로 축구팬이 많다. 더불어 변화하는 사회상도 그린다. 영어가 돈이 되는 시대지만 장래희망에는 승려가 빠지지 않는다. 개발도상국답게 공무원의 빨간 도장에 담긴 공권력 또한 대단하다. 라오스의 구성원 가운데 빠질 수 없는 소수민족인 몽족의 서글픔도 담았다. 베트남 전쟁 때 5만 명 이상의 몽족이 전사했지만 공산주의 정권 아래서 탄압을 받는다. 지도자들의 망명이 이어지고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산악지대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저자는 무거운 이야기뿐 아니라 관광과 식후경에 대한 팁도 곁들였다. 입이 즐거운 도시 위양짠, 라오스인의 정신적 고향 루앙파방, 유기농 커피의 메카인 볼라웬 고원 등 숨은 요지를 소개했다. 물에 적셔 먹는 국수 까오삐약, 코코넛의 향긋함이 물씬나는 대나무 밥 ‘카오람’ 등의 음식도 이색적인 맛을 전한다.그는 “개들도 착한 나라지만 결코 쉬운 나라는 아니다”며 라오스의 발전상을 전망하고 책을 마무리한다.한명규 씨는 정읍 출신으로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실장을 지내고 지난 2007년부터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를 맡았다. 이후 2009년부터 라오스의 민간기업인 코라오 그룹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4.10 23:02

일탈적 상황과 서정으로 표현한 일상

그에게 ‘망해사 앞바다’는 ‘뉘엿뉘엿 해를 눕히며 후끈 색을 쓰고/새벽에 한 번 더 확 달아오르’고, ‘부처님 코 다 빨아먹고/귀때기도 다 핥아 먹는 여자’, ‘달빛도 서리해 먹는 사내의/두터운 등짝을 쓸어주며//달 뜨는 밤마다 갯땅 위로/한사코 기어오르는 여자’다.하늘의 별은 ‘밤이 오면 어린 물고기들이/꼬리지느러미에 힘을 모아/바다 가득 반짝이던 윤슬을/통 통 통/허공에 쏘아 올려’돋아난 빛이다. 봄은 염주를 줍는 계절로 ‘동안거 풀린 마당에/햇볕 몇 알이 흩어져 있다/병아리 데리고 나온 어미 닭이/물었다 놓았다 하는 쭉정이를’먹는 때다. 일상적 소재를 일탈적 상황과 서정으로 치환하는 김영 시인(58)의 시집 <나비 편지>(황금알)가 출간됐다. 저자는 모두 4부로 나눠 55편의 시를 담았다. 이번 시집에 대해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하찮은 것들이 품어대는 존재의 가치’로 김 시인의 작품을 압축했다. 그는 “김영 시인의 작품은 뻔한 현실 경험을 넘어서는 일탈적인 사건의 행위로, 풍경의 묘사나 감정의 격발도 없는 시임에도 단도직입적이고 진행에 속도감이 있다”고 풀이했다.표제작인 ‘나비 편지’의 경우 대뜸 ‘울란바토르 기숙사에는/겹겹이 놓인 이층 침대가 있다’로 시작하며 ‘함부로 찍힌 합판때기 이층 침대 등짝에’ 독자를 눕힌다. 저가는 시의 공간적 배경을 ‘비룡폭포’, 수왕사 계곡’ 등 지역뿐 아니라 만주벌판과 고비 사막 등으로 확장했다. ‘만주벌판의 옥수수밭을 지나가는데/만주벌판에서 사셨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데’, ‘그 넓은 벌판에다 발자국을 새기고 다닌 곰의 후예/남으로 남으로 길을 열어 조국에 돌아온/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는/버리고 온 발자국들보다 달랑 챙겨 온/가난한 꿈이 더 소중했던가 보다’라며 신화와 역사를 현재의 상황과 접목했다. ‘고비의 별’에서는 ‘별의 찰나가 모래/모래의 영혼이 별/고비에 와서 비로소 보이는/풍뎅이의 외투, 모기 눈, 가시나무 잎, 낙타 콧등/별이 아득하다고 자꾸 꼰지발 디뎠다니/반짝이는 것들 다 눈앞에 두고’ 온다.시인 김영 씨는 김제 출신으로 지난 1995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2007년 전북문학상, 2011년 전북시인상과 전북 여류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집 <눈 감아서 환한 세상>, <다시 길눈 뜨다>와 수필집 <뜬 돌로 사는 일>, <쥐코밥상>, <잘가용 어리광> 등이 있다. 현재 만경여자고 교사로 재직하며, 전북시인협회와 김제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5.04.10 23:02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여행은 일상과 일탈의 경계선상에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감행한다.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여행을 한다. 다시 올 곳이 있기에 여행은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지금 뉴질랜드로 떠난다.뉴질랜드는 보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에 충분한 곳이다. 뉴질랜드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목가적인 풍경일 게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의 전원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런 목가적인 삶을 가능케 한 배경은 자연환경이다. 산, 바다, 호수, 빙하, 계곡, 온대우림 등으로 이뤄진 자연환경은 우리의 시선을 잡아두기에 충분하다. 어릴 적 이발소에 걸려 있던 풍경사진의 모습이 곳곳에 넘쳐난다. 유럽인이 몰려와 산지를 개간해 농목지로 만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연을 완전히 거스르지는 않고 있다.뉴질랜드의 자연은 참으로 보기에 좋다. 뉴질랜드 여행은 그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고, 자연과 더불어 더디 사는 사람을 목격하게 해준다. 이 여행에서 뉴질랜드 남섬을 중심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사는 사람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때로는 훼손된 자연 생태를 복원하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뉴질랜드 생태기행>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좌표를 보여주고 있다.중국의 열하를 여행하면서 박지원이 하인에게 처음 보는 사물이 있으면 비록 잠자거나 먹을 때라도 반드시 고하라고 일렀듯이, 뉴질랜드 남섬의 남녘 지방을 두루 다니면서 부지런히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담고, 다시 글로 표현했다.이 여행은 EBS 세계 테마 기행 뉴질랜드 편의 촬영을 목적으로 시작했다. 뉴질랜드 남섬의 자연과 문화를 취재하고 여행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중에 남섬의 환경생태,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우리의 미래 등을 눈여겨보고, 이들에 대해서 생각했다.책은 남섬의 관문인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하며 시작한다. 그 후 크라이스트처치부터 카이코우라, 쿡 산, 퀸스타운, 테 아나우, 밀퍼드 로드, 밀퍼드 사운드, 다웃플 사운드, 남섬의 끝인 스튜어트 섬까지 곳곳의 여정을 그대로 담았다. 다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의 탑승 트랩에 몸을 실으며 끝마치는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뉴질랜드 생태 여행에 동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영화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 뉴질랜드의 생태를 간접 체험해 보면 당장이라도 떠나고픈 욕망이 솟구칠 것이다.여행은 낯선 곳에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 주는 매력이 있다. 카잔차키스는 <스페인 기행>에서 이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땅과 바다들, 새로운 사람들과 사상들을 보는 것이고, 여행을 기록하는 것은 오만한 자아를 인간이라는 고통 받는 편력 군대 속으로 던져 담금질하여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고 했다.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면서 환상적인 자연경관을 보았다. 또 자연 속에서 인간의 오만한 자아를 생각해 보았다. 그곳에서의 관찰과 느낌을 이 책에 담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글로 옮기며 나를 부드럽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연 밖에서 자연이 주는 벅찬 감상만을 누리고 있었다.이 책과 함께, 뉴질랜드의 생태기행을 하면서 다양한 생물들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천연의 숲을 보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추구하는 책무를 지닌 존재임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나무와 새와 작은 이끼들이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생태계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사는 존재임을 느껴보길 바란다. 따라서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함에 있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이경한 전주교육대학 교수는 전북교육포럼 대표,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편집위원장, 전북혁신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이해교육학회 편집위원장, (사)교육종합연구소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열린 지리수업의 이론과 실제>, <지리교육학 강의>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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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5.04.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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