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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생태환경으로 건강한 삶을

최근 매스컴을 통하여 갑자기 드러난 새집 증후군이 사람들에게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집을 짓는 동안 사용된 각종 건축자재의 화학성분은 점차 기화하여 실내의 공기를 오염시킨다. 특히 이들 중의 유해가스는 사람의 호흡기나 피부로 유입하여 건강상의 폐해를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필자 본인도 수년전 이로 인한 피부염이 생겨서 오랫동안 고생한 경험이 있기도 하다. 그동안 새 아파트를 선호하던 많은 이들은 아마도 이 소식에 가슴 졸이고 또 어떤 이들은 내 아이의 천식이나 아토피성 피부가 이로 인한 것이 아닌가 안타까워 할 수도 있다. 실제 도심의 아파트에만 거주했던 서울의 한 가족은 자연재료로 지은 전원주택으로 이주한 후 아이의 아토피성 피부가 말끔히 사라지고 부인의 두통과 불면증도 해소되었다는 이야기가 여성 잡지에 실린 적도 있다. 사실 이러한 실내의 오염된 공간 환경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염려하고 그 문제점들을 지적하여 왔다. 일본의 한 학자는 콘크리트 건물의 실내 오염도를 실험한 결과 최소 3년은 경과하여야 그 유해성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고하기도 하였다.미국의 경우 이미 건강주거(Healthy Home)에 대한 관심을 갖고 주거 환경의 유해성을 적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하 지질층에서 발생하는 라돈(Radon)에 대하여는 미국 전역의 라돈 분포 지도까지 분석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시키는 위험인자로 보고되어 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어떻게 하면 이 라돈이 집안에 유입되지 않을까 하는 구체적인 시공방법까지 제시되어 있다. 건강주거는 생태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태주거는 자연재료를 그대로 활용한 집으로 우리 한국의 초가집과 같은 것이다. 초가집은 흙과 나무와 돌, 한지 그리고 짚으로만 지은 가장 천연의 집인 것이다. 활용연한이 다 되어 폐기물이 되어도 자연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건축자재로 지은 집이 바로 생태주거이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듯이 유기체인 사람에게 가장 좋은 집은 자연의 재료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오늘날 전원주택을 흙집이나 나무로 지으려고 하며 심지어는 도심 아파트에서조차 방을 황토 방으로 구성하기까지 한다.독일, 미국, 덴마크, 이탈리아, 스리랑카 등 세계 전역에서는 적극적으로 생태환경에 큰 관심을 갖고 집도 직접 생태주거를 지어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단순히 자신들만 건가하게 잘 살자는 게 아니라 지구 환경의 생태적 회귀를 통한 사회경제 건강, 정신문화 건강, 음식과 생활 건강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에 가장 원시적이라고 생각했던 삶의 방식이 실은 가장 건강하고 우리 후손을 가장 오래도록 보호할 수 있는 그러면서 신의 섭리에 가장 부합되는 조화로운 삶이었던 것이다. /박선희(전북대 가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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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3.05 23:02

[전북칼럼] 선무당이.....

요통으로 고생한 것이 몇 년째다. 요통이라는 병이 참 고약한 병이다. 병원에 가면 죽을병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진단을 내린다. 뿐만 아니다. 아프다고 소리 치면 웬 엄살이 그리 심하냐고 오히려 비웃기까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고통스럽다가도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해지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내게는 요통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되어버렸다. 예고는커녕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니 내가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심하면 앉아서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기어서 다녀야 한다. 직립동물인 사람이 기어다니는 고통은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당사자 본인은 죽을 맛인데 의사들까지 만수무강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꽤 병이라고 웃어 버리니 더 기가 막힌다. 한번 요통이 오면 한 열흘씩은 꼼짝도 하지 못한다. 완치를 해보겠다고 별 짓을 다 해보았다. 치료 방법도 갖가지라 침을 잘 놓는 한의원이 있다면 불원 천리 찾아가고 물리 치료를 잘 하는 병원이 있다고 하면 또 그쪽으로 옮긴다. 하도 많이 돌아다녀 단골병원도 없고 치료하는 방법도 일정치가 않다. 그렇게 몇 년을 고생하다보니 만성이 되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오히려 큰 걱정에서는 벗어났다. 만수무강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더니 거짓말처럼 낫고 멀쩡해지는 속성에 젖어 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언제 또 올지 몰라 예방으로 허리에 좋다는 운동도 제법 해보았고 보조 기구도 이것저것 갖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어줍잖은 돌팔이치료사가 된 셈이다. 허리 강화 운동을 해주어야 한다. 운동 중에서도 거꾸로 매달리는 것이 좋다. 매일 삼십분 가량만 매달려 있으면 다시는 요통 따위에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기 전에 침대에서 허리를 비틀기부터 한다. 허리가 조금 풀렸다하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피가 역류해서 눈알이 튀어나올 듯 괴롭고 허리가 늘어나듯이 아팠다. 한 달쯤 지났을까? 조금 시원하다 싶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정기적으로 찾아오던 요통이 슬그머니 달아나고 말았다. 완치가 된 듯 싶었다. 요통에는 거꾸로 매달리는 것이 최고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무 곳에서나 요통소리가 나오면 아는 소리까지 하게되었다. 요통 따위는 거꾸로 매달리기를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나 겪는 고통쯤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내 건방을 비웃기라도 하듯 잠잠하던 요통이 또 찾아 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거꾸로 매달리면 끝나는 일을 걱정할 일이 무엇일까? 한 것이다. 그날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 사무실 계단을 내려오다가 허리가 삐끗했다.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귀가를 했다. 집사람이 또 요통이냐고 놀라 빨리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나는 무시하듯 웃어버리고 윗도리를 벗고 거꾸로 매달렸다. 아픈 허리를 잡은 체 두발을 걸고 엉덩이를 밀어서 반 바퀴 회전을 시켰다. 순간 뚝 하는 소리가 척추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컥 숨이 막혀 버렸다. 끊어질 듯 한 통증이 몰려왔다.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몸을 내릴 수조차 없다. 누가 옆에서 잡아주어야겠는데 거실에는 나 혼자 뿐이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그 순간 어찌나 통증이 심하던지 누가 고통 없이 죽여주었으면 하는 극단적이 생각까지 들었다. 집사람이 되돌아들어 왔을 때까지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천년의 지옥 같았다. 간신히 내려지고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까지 실려 가서도 통증은 가시지를 않았다. "안질 걸린 눈을 손으로 비벼서 충혈 시킨 격이지요.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이지경이 되였다는 소리를 듣고 의사가 비웃듯 말했다. 매달리는 것은 허리 강화 운동 일뿐 요통의 치료가 아니었다. 요통이오면 일단 안정을 취해야 하는 데도 오히려 허리에 무리를 준 내 미련함이 문제였다. 응급조치가 끝나고 간신히 집으로 실려왔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매사에 잘 알지도 못하고 짧은 지식으로 아는 체를 한 돌팔이근성 때문에 또 한번 죽을 고생을 하고 말았다./라대곤(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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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2.28 23:02

[전북칼럼] 朝廷에서 끝나버린 전쟁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에 추기(鄒忌)라는 재상이 있었다. 당시 제나라에는 서공(徐公)이라는 사람이 미남자로 소문나 있었다. 어느날 추기가 아내에게 물었다. 서공과 나를 비교하면 누가 더 미남이오? 아내는 서공이 결코 당신을 따를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추기는 다시 둘째 부인에게 물었다. 그녀의 대답 역시 본부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다음날 어떤 사람이 추기를 찾아왔다. 추기는 그와 대화를 나누다가 슬며시 서공과 자기중에 누가 더 미남인가를 물었다. 그의 대답 역시 부인들과 똑같았다. 서공은 당신만 못 합니다. 듣기 좋은 거짓말의 함정이런 일이 있은 얼마후 서공이 추기를 찾아 왔다. 추기는 그를 상세히 뜯어보았다. 그러나 역시 자기는 서공에 비할바가 못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아내가 나를 미남이라고 한 것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첩이 나를 미남이라 한 것은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나를 미남이라고 한 것은 나에게 바라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궁궐에 들어가 위왕(威王)에게 고했다. 제가 진실로 서공과 같은 미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의 아내는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저의 첩은 저를 두려워 하기 때문에, 그리고 저를 찾아온 손님은 제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모두 저를 서공보다 미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제나라는 영토가 넓고 위세도 당당합니다. 나라 상황이 이러하니 궁중의 여인들과 좌우에 있는 사람들이 왕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고 조정의 신하들이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고 백성들 중에 왕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자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왕께서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 주는 사람을 하나도 못 가진 셈이 되지 않겠습니까?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아 명(命)을 내렸다. 자신의 잘못을 직접 면전에서 간(諫)해 주는 자에게는 최고의 상을, 글로써 잘못을 알려주는 자에게는 중급의 상을,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비방하고 소문을 내어 왕의 귀에 들리게 하는 자에게는 하급의 상을 주겠다는 영(令)이었다. 이 영이 떨어지자 처음에는 왕의 잘못을 고하려는 군신(君臣)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자 간하는 자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고 몇 년 후에는 비록 간하고 싶어도 왕의 결점이 찾아지지 않았다. 위왕은 잘못을 지적 받을 때마다 곧바로 잘못을 고쳤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웃 나라들이 모두 제나라에 조공(朝貢)을 바쳤다. 전쟁의 승리는 조정(朝廷)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은 이런 것을 일컫는다고 전국책(戰國策)은 적고 있다.자신의 잘못을 지적 받고 이를 고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 없이는 자기성찰도, 미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개인이 그럴진대 하물며 일국의 지도자라면 더더욱 그러하다.자기 성찰없이 미래발전 없다.참여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왔던 일부 언론과의 화해를 모색하기로 한 모양이다. 다행스런 일이다. 노대통령이 잘못했다거나 특정 언론의 시각이 편향됐다거나 하는 시비는 국민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다만 건전한 의미의 권언(權言)긴장 관계는 유지되는게 정치개혁이나 나라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통지를 받은 자민련 이인제(李仁濟)의원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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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2.27 23:02

[전북칼럼] 우리 모두 상생의 길을 찾자

지난 연말 전주지방법원에서는 교단에서 정년을 맞고 퇴임하신 원로 교장 선생님들 중 스물 세분을 법원의 상근 조정위원으로 위촉하였다고 지난주 대법원으로 전근가신 이동원 부장판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민사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급 유휴 인력을 활용 소송 당사자들이 상호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함으로써 여러 가지 실효를 거두고자하는 뜻에서 시작했다고 한다.이분들이 하는 일은 고도의 법률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보다 가사나 협의 이혼사건에 주로 상담역으로서 활동하는바 인생의 많은 경륜과 지혜를 쌓은 퇴직 교장선생님들로 하여금 조정케 함으로서 순간의 잘못 판단이 우리 사회를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려는 매우 바람직한 시도였다고 본다.2004년 1월 5일부터 시작하여 1월 한달 동안 재판 이전에 조정 성립 4건, 소 취하 7건 도합 11건으로 시행 첫 달의 성과로서 매우 놀랄만하다. 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사건 총 42건 중 11건은 매우 높은 해결 율로 법률 비전문가 집단이 해결한 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특히 협의 이혼 소송 9건 중 5건을 이해와 설득으로 소송 자체를 취하케 했음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조정위원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나는 이 바람직한 사업을 시작한 법원 측과 이 업무에 종사하는 퇴직 교장선생님들 그리고 소송 당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한없는 찬사와 격려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첫째 법원이 이 사업을 시도한 목적이 폭주하는 소송업무의 경감을 꾀하고 갈등과 대립의 해법으로서 법률적인 판결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 하고 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퇴직 교장을 선택한 탁월한 안목과 법원의 교육자에 대한 신뢰에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법률적인 판결은 결국 승소와 패소라는 양극으로 나뉘어져 우리 사회를 삭막하게 만드는 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는 차원 높은 해결을 시도하여 성과를 거양 했다는 것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둘째 조정위원으로 일하시는 퇴직 교장선생님들의 공로 중 특히 이혼 문제 해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교육에서 흔히 회자되는 말 중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 아동은 없다" 는 말이 있다. 또 "아이들은 부모의 뒤에서 자란다"고 했다. 오늘날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첫 시작인 가정교육의 부족이라고 본다. 사랑과 우애와 절제와 책임을 배워야할 가정에서 이별과 증오를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 학교생활의 부적응과 문제를 야기 시키는 학생의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가 결손 가정이거나 원만한 가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교육현장에서 확실히 보아왔다. 이러한 사실을 생생하게 보고 느꼈을 교장선생님들에게 이혼은 성인의 문제가 아닌 아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가정화합을 위해 안쓰러울 정도로 노력하셨을 그분들의 노고를 높이 찬양하고 싶다.셋째 소송당사자들의 용기와 지혜를 높이 평가한다. 사람이란 감정의 동물이기에 생활에서 야기되는 여러 문제에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설 수 있다.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기에 사람이 갈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순간의 감정이 부부뿐 아니라 그들 자녀에게 일생을 어둡게 살게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재판의 문턱에서 어른의 설득으로 현명하게 해결하신 분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이제 시작의 단계에 있는 제도지만 대립과 갈등의 사회구조를 대화와 타협이라는 바람직한 가정 사회 분위기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이러한 노력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더욱 확산되어 모두에게 유익한 상생의 길을 찾도록 해야겠다./신국중(전주교육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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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2.25 23:02

[전북칼럼] 절제의 미학

최근 우리 사회의 돌아가는 걸 보면 정신없기 그지없다. "차떼기"로 대변되는 몇 백억에 달하는 정치자금, 서로 치고받는 난타전을 연상케하는 각 당 대변인들의 성명전, 총선을 눈앞에 둔 정치라이벌끼리의 숨막히는 대결은 중앙과 지역사회를 막론하고 필부들에게는 혼라란의 연속이다. 이와 더불어 각종 현안마다 목청을 돋구는 이익집단들의 가시돋친 주장들은 가히 백가쟁명의 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지울 길 없다. 사회의 변화는 말 없는 다수의 조그마한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현자들의 말을 곱씹어 보면서도, 언제부터 우리사회가 이렇게 됐는지 반문하고 이럴 때일수록 내 주변의 일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며칠전 9시뉴스 종료시점에 조용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란 앵커의 멘트를 볼 때 우리사회의 혼란스러움은 도를 넘은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거침 없이 쏟아 부어 상대방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며, 속된 말로 "맞으면 좋고, 틀리면 말고"식의 말들이 모여 우리의 직장과 사회를 큰 혼란의 세계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시점이 바로 지금인 것 같다. 특히 CEO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은 더욱더 그러하다. 모든 말을 자기 생각대로 뱉고 난 뒤의 공허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어, 다음에는 더욱 강도는 강해지고 이는 상대방에게 더욱 큰 불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들을 생각해본다. "느리게 살기", "슬로우 푸드", "슬로비(Slobbies)", 이 모두는 내면으로 자신의 몫을 찾고 내적으로 충실도를 더해가는 삶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자꾸만 혼란의 도를 더해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삶에 충실하는 마음의 거울을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몫을 챙기기 전에 나의 일에 충실하고, 혹여 나의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불씨가 되지 않았는지 각자가 곰곰히 생각해 볼 시점이다. 그러나, 요즘의 세태가 반드시 절망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젊은이들한테서 찾고 있다. 우리 기성세대가 "새마을운동"으로 대변되는 산업세대인데 반하여 2030세대들은 성장의 과실을 맛보면서 자라, 요즘 유행하는 웰빙이나 웰룩킹등을 추구하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되돌아 보고, 자신을 가꾸는 데 과감한 투자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전북농협의 CEO로서 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젊은 직원에게 학문이든 운동이든 자기계발에 열중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아니한다. 사회나 조직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갈수록 자기 자신에게 침잠하며 뒤돌아 보는 생활자세가 더욱 중요하다는 충고와 함께 말이다. 자기명상, 독서를 통한 선인과의 만남, 각종 동호회에 적극 참여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하거나, 요즘 유행하는 아침형 인간으로의 변신등은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도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기계발은 시작은 어렵더라도 일단 탄력이 붙으면 내면세계의 폭과 깊이는 더욱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자기 성취와 함께하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비판과 자기의 주장을 펼침에 앞서 겸허히 자신을 되돌아 보고, 충고를 통한 발전을 이끌어 내는 절제와 자아성찰의 자세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바쁠 때 일수록 돌아가라는 선인들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고영곤(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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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2.20 23:02

[전북칼럼] 얼짱 신드롬과 진선미

뒤늦은 감이 있지만 나는 최근에서야 '얼짱'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TV나 다른 매체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어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국회 의원들 사이에서까지 얼짱 운운하는 얘기를 얼핏 듣고 나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얼이 빠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가?' 내심 그렇게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손녀에게 물으니 그게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최고로 예쁜 얼굴을 가리키는 말이란다.신세대들이 즐겨 쓰는 말답게 어감도 재미있고, 뜻도 함축적으로 그럴싸하다. 따지고 보면 요즘 세태를 이만큼 잘 반영하는 말도 없다싶다. 얼짱이 있는데 몸짱이 없겠는가. 최근 40대 주부의 이른바 '몸짱' 아줌마의 주가가 치솟아 수 천만 원대의 CF를 계약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10대 얼짱 신드롬에는 예쁘다 외에 다른 것이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예쁜데 뭘 더 바래? 그저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위험한 등식에서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어쨌든 얼짱문화의 모태가 된 것은 이 사회를 주도하는 기성세대이다. 젊은 세대들이 불나방처럼 외모에 목숨걸게 만들도록 내몬 결과가 아닌가...입시지옥을 거쳐 취업전쟁을 치러야하는 청년세대들은 면접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무엇이라도 한다. 자신의 외모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성형수술을 통해서 자신의 개성을 저버리고 그야말로 바비인형같이 매끈하고 잘생긴 성형 미남 미녀로 재생산되는 것이다.아는 사람 중에 수능 끝난 손녀를 성형 수술시키고 온 사람 얘기를 듣다보니, 놀랍게도 그 날 거기 모인 열 명중에 일곱은 성형을 이미 한 사람이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성형을 할 예정인 사람들이었다. 성형은 이제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제 야인시대도 가고 무인시대도 가고 얼짱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한 듯도 하다. 그런데 너도나도 미남미녀이다 보니 바비인형처럼 예쁘긴 한데 고유한 개성이 희박해서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예쁜 것이 평범해서인지 오히려 일부 광고전략은 못난이모델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 모 휴대폰 광고처럼 휴머니티를 내세우기도 한다. 모두가 얼짱에 열광하고 선호하는 추세와는 반대로 일부 영화.TV.광고 쪽은 오히려 독특한 캐릭터와 개성을 추구하는 것을 보니 외모에 편중되지 않은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며 다행이란 느낌마저 든다.예전에는 진선미라 하여 외모의 아름다움을 인간의 참됨과 선함 아래에 두었으며, 사람이 내면에 갖추고 있는 덕목과 기품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얼굴이 예쁘지 않은 사람도 다른 덕목으로 평가받을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그 예로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과 가까이 지내던 이매창이라는 유명한 기생이 있었는데 그녀 또한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었으나 그녀와 한 번이라도 만나서 얘기를 한 사람은 그 사람에게 반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시서에 능하고 학문이 깊었으며, 누구를 막론하고 대화가 질리지 않았다고 하니, 그 인품과 매력이 얼짱 운운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화왕(한국부인회 익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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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2.13 23:02

[전북칼럼] 취업과 대학원 진학의 차이

대학을 마친 자녀가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아마 요즘 같은 불경기가 아니더라도 "뭐 하러 대학원에 가냐? 외국 박사도 교수자리가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데...하며 달가워하지 않을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대학원은 전공의 심화과정이자 그 전공 분야의 학문에 대한 입문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 전공에 관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각 주제에 대한 기초이론들은 어떻게 정립되어 있는가를 각종 문헌이나 학위논문 등을 통하여 공부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적으로 더욱 심도있게 연구하고 싶은 주제나 분야를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결정한 부분에 대하여 논문을 쓰면서 연구방법을 익히게 된다.예전에는 대학원 진학을 교수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대학원 제도가 마련되어 본인의 사회 활동과 관련된 세부 전공을 더욱 익히기 위하여 진학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물론 학부 과정도 많이 변했다. 대학의 학점이 이미 수년 전에 136학점으로 하향 조정되어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이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학생들이 선택하는 전공이 다양해졌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도적으로는 전공이수 요건이 크게 완화되어 해당 전공의 심층적 지식 습득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면서 올해부터는 다시 전공 필수 요건이 상향 조정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전공에 따라 차이가 있긴하지만) 학부를 나와 사회의 전문가로 바로 발돋움하기에는 역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원을 수료해야 비로소 전공을 시작한다고(최소한 이론만이라도)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의 상황이 되기도 한다. 기실 대학원 진학에 대하여 부모 입장에서는 우선 경제적으로 대학 마치기도 어려운데 무슨 대학원인가 반문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오히려 학부에 비하여 그리 불리한 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거쳐간 대학원생 제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대학원이 전공 공부 그 이상의 가치가 매우 많다고 하는 점이다. 스스로 과제를 찾아 해결하고 발표하면서 2년 간의 세월을 거치다 보면 입학 때의 도도한 표정이 뒤에 겸손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면서 대학원의 과정이 인간적인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고 가치가 있음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과제 해결 과정에서 얻어지는 문제의 처리 해결 능력은 일상의 생활이나 사회에서도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와 통찰력으로 발전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자녀의 취업을 강요하고 대학원 진학을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일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 아이의 진로에 대하여 본인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주고 스스로 독립된 생활을 일궈낼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자녀의 생애 계획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박선희 전북대 교수생활과학부 약력박선희 교수는 전북대 생활과학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94년부터 1년동안 일본 쇼와여대 국제문화연구소 객원교수를 지냈다. 현재 전라북도문화재위원회와 지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주거학회 부회장과 한국공간디자인협회 감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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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2.06 23:02

[전북칼럼] 정치판은 달아 오르는데

또 정치의 계절이 다가 왔다. 정확하게 앞으로 76일 후면 17대 총선이 실시된다. 정치에 뜻을 둔 많은 입지자들의 행보가 부산하다. 일찍이 뜻을 세워 표밭갈이를 해온 정치신인들이 있는가 하면 느닷없이 고향이라고 찾아와 낯내기에 열심인 전직 고관대작도 있다. 모두의 허리가 90도로 꺾인지 오래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표정은 아직 심드렁하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비전으로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것인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정치는 이런 사람이 해야 한다는 식으로 자칭 정치가연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래 바로 이런 사람이야. 하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 쉽게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다.심드렁한 유권자들 표정때 만난 메뚜기 떼처럼 요즘 리서치라는 이름의 여론 조사가 유행이다. 난데없이 가정집에 전화가 걸려오고 ○○○씨를 아느냐 거나 씨를 지지하느냐는 식의 여론 떠보기도 한창이다. 사회적으로 계량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 쉽게 판단이 설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대부분의 민초들에게 정치는 호구지책 다음 차례다. 아니 정치적이라는 말 자체가 냉소적으로 들릴 정도로 관심 밖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도 정치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알게 모르게 그 판에 흡인돼 가는 게 지금 판세다. 그래서 사람은 본디 정치적 동물이란 말도 성립되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정치판을 좌우하는 것은 지역 정서다. 그 지역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면 그 지역 정서가 어떤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그 중심에 전북이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세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는게 지금 전북정치 현실이다. 집권여당을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이나 황색깃발만 들어도 표밭을 휩쓸었던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민심 잡기에 혈안이된 형국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변화와 개혁을 위해 중진들의 용퇴가 바람직하다는 당내 여론에 시달리고 있고 우리당 역시 뚜렷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실제로 양당의 중진들은 모두 우리지역 대변자로서 손색이 없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다. 적어도 정치적 위치는 그렇다. 그러나 과연 지역 유권자들의 생각도 그럴까? 정동영의원은 지역구를 서울로 옮겨야 한다는 소장파들의 주장에 몰려 있고 김태식의원 같은 경우는 이제 은퇴 할 때가 된 노장으로 가닥 잡혀 당내입지마저 튼튼하다고 볼 수 없는 처지다. 그들을 두고 유권자들의 평가도 제 각각이다. 오히려 이름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는 의원들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당내 기반보다 지역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질 필요가 있다. 그들이 지닌 케리어 만큼 중뿔나게 지역구를 위해 해놓은 일이 무엇인가. 유권자들은 중앙정치무대에서의 명성보다는 지역구에서의 정치적 역할 수행을 더 희망한다. 그게 대의정치의 본질이기도 하다. 지역을 아우른후 중앙을 제패 하는게 순서 아닌가.수많은 정치 신인들의 동태도 고만고만이다. 무슨 연구소니 무슨 포럼이니 해서 활동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거기서 하는 일이 무언가. 기껏 자기 매명(賣名)이나 지역 현실 꼬집기 외에 표나게 해놓은 일은 없는 것 같다. 제제다사(濟濟多士)들이거나 장삼이사(張三李四)거나 목표가 한가지면 성취도 외길이어야지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다가 제자리 찾기 힘들자 무엇 입네 하고 객기 부리는 것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내기는 힘들다.덕목과 신의와 비전이 있어야민초들은 그냥 두고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속셈으로 평가를 나름대로 한다. 누가 어떻게 지역을 위해 일해 나가야 할지를 보는 눈이 나름대로 다듬어져 있다는 말이다. 때되면 나타나 한바탕 휘젓고 다닌다고 모두 한무더기로 정치인 대접하는 시대는 아니다. 정치인이면 정치인답게 갖춰야 할 덕목과 신의와 비전으로 유권자들의 냉혹한 평가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치가와 정치꾼을 구분하는 눈은 오랜 경험으로 민초들도 축적하고 있다...언론인 김승일씨는 전북일보 기자로 출발하여 사회부장과 편집부국장 제작국장을 거쳐 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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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1.30 23:02

[전북칼럼] 벽돌공의 행복과 성공

한 여름 뜨거운 햇빛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세 명의 벽돌공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소? 첫 번째 벽돌공이 대답한다. "나는 공사 감독의 지시대로 벽돌을 쌓고 있소." 무표정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다. 전원을 켜면 돌아가고 끄면 멈추는 기계처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이다. 아무 의욕도 비젼도 없다. 감흥도 재미도 창의의 고민도 없다. 그저 말없이 일 할 뿐이다. 두 번째 벽돌공의 답변이다. "나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일당 10달러 짜리 노동으로 벽돌을 쌓고 있소." 그의 표정에는 불평불만과 짜증이 가득하다. 시간은 지루하고 몸놀림은 무겁다. 무더운 날씨도 뜨거운 햇빛도 그에게는 불만이고 공사감독의 지시나 건설회사의 방침도 비판의 대상이다. 그에게는 언제나 근무조건은 나쁘고 임금은 낮을 것이다. 세 번째 벽돌공이 대답한다. "나는 역사에 남을 훌륭한 성당건축을 위해 벽돌을 쌓는 중이오." 그의 검은 얼굴에는 의욕과 만족이 넘쳐 난다. 눈빛과 목소리는 맑고 힘차며 그의 손놀림은 정성스럽다. 언젠가 중공될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에 그는 사로잡혀 있는 듯 하다. 그런 성당신축에 참여하는 것이 그에게는 행운이고 축복이다. 더 좋은 성당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벽돌을 쌓아야 하는지 항상 연구하고 이에 대해 동료들이나 공사감독과 대화하고 토론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모나 가정환경 또는 국가나 고향을 자신의 자유의사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직업이나 직장 또는 직장 안에서의 업무도 이와 흡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주어진 직업과 직장에 묶이게 되고 주어진 업무에 종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위대한 정치가나 훌륭한 기업가 또는 유명한 학자나 언론인 예술가 연예인이나 체육인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들을 누구나 다 이루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대부분은 사실 어린 시절의 꿈이나 희망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삶이 다 행복하거나 성공적인 것이 아니듯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다 불행하거나 실패한 것이 아니다. 꼭 같은 조건에서 꼭 같은 일을 하는 세 명의 벽돌공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삶이 진정 행복하고 성공적인 것인지를 말해준다. 그들의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는지 또 그 꿈이 이루어 졌는지의 여부는 이제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현재를 사는 삶의 자세 그것이 오늘의 행복과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세월이 흐른 후에도 이들 세 사람은 꼭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인가. 누가 더 직장과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누구에게 더 많은 기회 그리고 더 크고 무거운 책임과 과업이 주어질 것인가. 직장과 지역사회의 후배들에게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어떤 조직이나 지역사회의 발전과 번영 또한 그 구성원 가운데 어떤 벽돌공이 많으냐에 달려있다. 첫 번째나 두 번째 벽돌공이 많으냐 세 번째 벽돌공이 많으냐에 따라 그 직장이나 지역사회가 판이한 모습을 보일 것임은 자명하다. "지킴ㆍ나눔ㆍ돋움"의 일등도민운동의 취지도 그런데 있을 것이다. 활력과 생명력이 샘솟고 감사와 기쁨의 감흥이 흐르는, 그 속에서 변화와 개혁의 상큼한 바람이 인습과 타성, 탐욕과 나태, 질투와 반목의 묵은 때와 먼지를 쓸어내고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성당의 희망과 꿈을 키우는 그런 직장 그런 지역사회를 만드는 벽돌공들 가운데 하나이고 싶은 마음이 새해를 맞이하여 더욱 새삼스럽다. /전북농협 본부장 고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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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1.16 23:02

[전북칼럼] 을지문덕 장군이 중국인이라고?

최근에 중국은 우리의 고구려사를 중국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마치 남의 아버지를 자기 아버지라 우기는 꼴이다. 원래는 우리 아버지였으니 그 아버지가 남긴 유물과 땅과 역사도 결국 자기들의 것이라고 생떼를 쓰는 격이 아닌가. 중국이 원래 이런 주장을 했던 것은 아니다. 1980년 이전까지는 중국의 모든 역사책이 고구려를 한국사라고 했다. 명백한 사실을 뒤집는 중국의 입장이 우리 눈에는 훤히 보이는 거짓말과 억지이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중국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쏟아 붓는 엄청난 경비와 인력과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북한이 신청한 평양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고구려사는 한국사라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WHC(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21개 이사국 중 의장국가인 중국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거꾸로 중국은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였고, 가능성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현실화될 전망이다.일제에 의해 고의적으로 축소되었던 고구려사가 이제는 중국의 것이라고, 발해도 중국 지방정권이며, 고조선 역시 중국의 후예들이 세운 나라라고 하는 중국의 억지논리가 우리가 눈 깜빡하는 사이에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처는 너무 안이하고 무지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역사의 뿌리가 흔들리고 송두리째 빼앗길 위험에 처해있는 지금,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본은 역사를 왜곡했지만 중국은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다는 탄식과 분노가 여기저기서 들끓고 있다. 을지문덕 장군이 중국인이 된다는 냉소가 떠도는 가운데 고구려 살리기 100만인의 서명이 전국적으로 시작된 지금,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재외동포법안도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성숙된 접근과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한다. 앞으로는 문화의 시대이다.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맥없이 빼앗긴다면 그 파장과 손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할 것이다.현정치판이 아무리 얼룩지고 서로 갈라져 있어도, 이 때 만큼은 모두 자기의 이해관계에서 눈을 돌려 국익을 위해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국민들도 동서와 남북, 보수와 진보, 계층간, 세대간으로 갈라져 있더라도 이번 민족의 얼을 지키는 일에서만은 모두가 똘똘 뭉쳐야한다. 기업인은 기업인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서민은 서민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저마다의 최선을 다하여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세계가 놀란 한국의 월드컵 응원전을 기억해 보라! 그 가슴 뜨거웠던 일치와 용솟음 치던 함성을 떠올리자. 새해에는 우리들의 그 저력을 다시 한 번 끌어 모아서 민족사도 지켜내고 불황도 이겨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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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1.09 23:02

[전북칼럼] 2004년에 거는 기대

금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낡고 썩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극에 달하였고,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과 영세상인들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던 한해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요즘 민심이다.불법대선자금을 수백억원씩 받았다는 사실을 듣게 된 서민들은 그 돈이 주로 선거운동에 쓰여졌다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자신들의 빈 호주머니 사정에 비추어 분개하게 된다.대중심리는 불법정치자금을 적게 받았다고 너그럽게 보아주지 않는다. 오십보 백보 아니냐고 싸잡아서 욕하고 싶은 것이다.따라서 모든 정치인들이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앞으로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제도개선 노력을 보여주는 것만이 국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불법정치자금을 많이 받은 정치집단일수록 제도개선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면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그 심판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5년 전에 우리는 IMF 경제위기를 겪었다. 그래서 우리는 재벌기업과 금융기관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개혁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부실규모가 큰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과감히 퇴출시켰다.마찬가지로 우리가 현재 직면한 정치위기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빨리 단행하면서 썩은 정치집단과 정치인들을 과감히 퇴출시켜야 새로운 정치질서가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국민들은 IMF 경제위기를 신속히 극복함으로써 세계인들의 칭찬을 받았던 것처럼 현재의 낡고 썩은 정치구조를 새롭고 깨끗한 정치구조로 변화시킬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인들은 또 한번 한국인들의 저력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2004년은 우리가 정치개혁에 성공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금년의 한국경제는 수출이 두자리수의 증가를 보였으면서도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위축되어 3%에도 못미치는 저성장에 머물고 말았다.그러나 2004년에는 5~6%로 경제성장이 높아질 전망이다.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의 교역 상대국들이 내년에 경기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출여건이 좋아질 것이다.노무현정부는 금년에 집권초기의 시행착오를 겪어 보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훨씬 성숙한 자세로 경제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글로벌경제시대에는 외국인투자가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한다.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에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금년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투자가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북한핵문제, 정치불안, 노사불안 때문이었다. 내년에는 북한핵위협이 6자회담을 통하여 잘 수습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치 사회 불안도 상당히 해소될 것이므로 외국인들이 한국투자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국내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리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데 정치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정치안정은 누가 어떻게 해야 만들어지는 것인가.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지 않으면 정치안정이 되는 것인가?그 해답은 여야 구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야당세력과 소수의 여당세력으로 국회가 구성될 때 정치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속성상 야당세력은 정부를 견제하여 차기 집권을 해보려는데 정치활동의 근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번창하면 야당의 집권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통하여 여당이 안정세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정치안정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선택은 국민들이 할 것이다.국민들이 지금의 어려운 경제가 내년부터 호전되기를 기대한다면 안정된 여당세력을 먼저 만들어 주어야 한다.정치가 안정되지 않은 나라에서 경제가 잘 되는 예를 찾기는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많은 국민들은 내년에는 경제가 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경제가 호전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만 정치불안 때문에 계속해서 어려워진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2004년은 정치가 새롭게 탈바꿈하고 정치안정이 노사안정으로 이어져서 경제도 회생되는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기대한다./강봉균(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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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2.26 23:02

[전북칼럼] 국가지정 연구실 사업 발전시키자

인류는 과거에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을 과학기술이라는 도구를 통하여 현실화시키고 있다. 또한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 없이는 국가 간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 8년 동안 국민소득 1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참여정부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고자 여러 가지 야심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과학기술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개발의 핵심부처인 과학기술부는 그동안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과 국가지정 연구실(NRL)사업을 수행해 왔다. 여기서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이란 정부가 연구과제를 지정하여(Top-down방식) 지식기반 경제의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우리만의 강점 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여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미래 신기술 개발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가지정 연구실(National Research Laboratories, NRL) 사업은 기반성,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 소규모 연구실을 집중 지원하여 탁월한 연구실로 성장시킴으로서 산업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중기사업으로 연구자의 제안을 받아 과제를 수행(Bottom up방식) 하는 것이다.NRL사업은 중소기업 육성과 같다.국가지정연구실(NRL)은 현재 전국적으로 416개 연구실(책임연구원 800여명, 대학원생 2000여명 규모)이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은 매 2년마다 평가를 통하여 하위 20%를 탈락시킴으로서 연구실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내실을 기하고 있다. 그 결과 그동안 많은 신기술과 지식이 개발되었으며 국가 과학위원회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는 그동안 수행되었던 국가 연구개발 사업중에서도 성공적인 선례로 꼽히고 있는 증거다.국가과학기술 발전 전략으로서 프론티어 사업을 대기업 육성에 비유한다면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국가 경제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각 대학의 연구소에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특정연구 분야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NRL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은 물론이고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내년부터 실시될 차세대 성장 동력 프로젝트와 프론티어 사업이 연계되면서 상대적으로 NRL사업이 예산상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이대로라면 NRL사업은 내년 예산이 올해(1070억원) 보다 50% 가까이 줄어든 547억원에 불과해 당장 내년에 신규사업 지정은 어려운 형편이다.이공계 기피로 인한 인적자원의 부족과 충분치 않은 연구비라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성실하게 연구하면서 NRL 신규사업을 준비해온 연구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연구지원 분야에서 조차 낙후된 전북전국 NRL 416개중 대부분이 수도권과 대전, 충남에 몰려있고 경북 20여개, 부산 10여개, 광주-전남 10여개, 전북 1개 등이다. 이 통계치를 보면 지방 푸대접과 특히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보면 가장 낙후된 전라북도에는 전국의 416개 NRL중 단 1개밖에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이 지역 대학의 연구소의 능력이 부족해서 이러한 결과가 왔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그렇지 않다. 이 지역에도 국제적으로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여 인정받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이 있다. 단지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낙후성이 이러한 연구실 지정 사업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속상할 뿐이다. 낙후된 전북지역을 위해서도 이 사업의 축소는 안된다. 이를 더욱 늘리고 이 지역에 보다 더 많은 NRL이 지정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하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가지정 연구실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예산심의 과정에서 깊이 인식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지역의 자치단체와 대학교, 연구소들이 합심하여 도내의 우수한 연구자들이 이 사업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조가 있기를 간절히 빈다./두재균(전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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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2.20 23:02

[전북칼럼] 2003년 경제 회고와 새해 전망

한 해를 마감하면서 우리 경제를 돌아보자면 마음이 좋지는 못하다. 연초 북핵문제,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가계부채 증가 등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어 지난해 보다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은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우리 경제가 이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금년 1/4~3/4분기중 우리 경제는 2.6% 성장에 그쳐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며 연간으로는 2.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초 전망치인 5.7%는 물론이고 3%를 웃돌 것으로 기대했던 하반기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와 같은 부진은 주지하는 대로 소비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하고 투자도 소폭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했던 데 따른 것이다. 고용사정도 경기 부진으로 인해 실업률이 전년보다 0.3% 포인트 높아져 3.4%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라크 전쟁,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등 대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수출이 9월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급신장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최근 해외 경제의 전반적인 호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크게 나아지지 못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노사분규 문제와 신용카드와 관련한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 등을 들 수 있다. 연초 불법파업에 대해 기업들이 노조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조치를 취하면서 야기된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은 이후 비정규직문제, 주5일 근무제, 정부의 노사개혁 로드맵 추진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되면서 투자 및 근로의욕의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카드사간 과당경쟁으로 신용카드가 남발되면서 신용불량자가 속출하여 10월말 현재 360만명에 이른 것도 소비심리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한국은행은 지난주 새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5.2%로 발표했다. 미국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4%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도 8%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며 유럽과 일본 경제도 회복세를 보여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설비투자가 다소나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한 것이다. 다만 수출은 반사효과로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겠으며 소비는 가계부채 및 신용불량자 문제, 향후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 등으로 인해 미약한 회복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러나 금년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제약했던 노사문제와 카드채 문제 등으로 유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4%대로 하락할 수도, 6%대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결국 새해 우리 경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서로 협력하여 어려움을 극복할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좌우된다고 하겠다. 또 정부가 시장원리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폄으로써 안정적인 경제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향후 우리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전북지역으로서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 새만금 사업이 진통을 겪고 극심한 도내 갈등에도 불구하고 위도 원전수거물처리장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군산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전주의 문화영산산업 수도 지정 등의 사업도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LG전선 군포공장의 도내 이전과 다임러현대상용차의 합작법인 설립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부디 새해에는 도민들이 힘을 모아 암초에 걸린 현안들을 풀어내고 전북지역이 앞장서 우리 경제의 회복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최성주(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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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2.19 23:02

[전북칼럼] 향토지적재산 상품화 성공하려면

최근 각 지자체들이 지역성과 전통성을 갖춘 지역 고유의 지적재산에 대한 경제문화적 가치의 재평가작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정에서 형성된 기술이나 문화, 자연생태적 자산 등 지역의 특산물에서 설화, 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향토지적재산'을 토대로 지역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그 권리상품화를 지원하고, 원활히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나간다는 취지에서 이미 1995년도에 민간 차원의 비영리 재단법인이 탄생되어 있었다. 이후 그 재단은 행자부, 농협,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 농민신문사의 후원으로 2001년에 출범하여 2002년 설립 허가를 받아 이른바 향토지적재산 살리기 운동을 주도해 나가는 전문 민간기구인 향토지적재산본부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반세기전인 1958년 유럽에서는 리스본협정을 체결하고 지명과 관련한 향토지적재산의 권리를 인정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도 1995년부터 지역성에 근거한 지리적 표시제를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포함시켰던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맞추어 각 지자체들은 향토지적재산에 대한 조사발굴사업에 열심이다. 지역의 향토지적재산 목록화에 성공한 경기도의 경우, 이미 31개 시군에서 모두 2,156건을 발굴해냈다. 또한 1997년 6월부터 향토지적재산권 발굴에 나선 충청남도에서는 55건을 발굴했다. 제주지역에서도 자치단체들이 일부 공인등록상표를 내세우는 등 브랜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무엇보다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각 지자체들이 이상의 노력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정체성 확보, 지역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전라북도는 환황해권의 생산교역 및 문화거점 육성 등을 특화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 문화영상관광산업의 메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마한, 백제, 후백제와 조선문화의 발원지, 근대 일제수탈의 현장 등 유서깊은 역사문화 콘텐츠가 풍부하며, 수려한 자연경관과 전통축제 등 유무형의 관광자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같은 취지에서 최근 전라북도는 문화영상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즉 전북 영상산업 10개년 계획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로드맵이자 미래 청사진이다. 모두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예컨대 건강 트렌스포메이션 타운, 가상 전투 및 병영체험, 일제수탈사 영상박물관 등 각기 다양하여 세부사업은 무려 30여개 이상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입안 단계이며 내년 이후 추진과정에서 예산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그 계획에 입각해 문화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나아가 인력 양성을 비롯해, 각 지자체와 대학 등과의 통합 네트워크 형성 등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현재 전북의 문화영상산업의 기반이나 역량은 우리나라 전체의 1% 미만인 실정이다. 향토지적재산이라고 해서 모두 다 상품화하기는 어렵다. 지역적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만이 수요자를 사로잡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북지역의 유구한 문화역사관광자원을 토대로 지역정체성 확보는 물론이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역 인적자원 양성의 획기적인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 생각된다./임해정(군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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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2.12 23:02

[전북칼럼] 앙드레 金과 봉남씨의 차이

'앙드레 김'은 한국 사회에서 잘 나가는 일류 의상 디자이너다. 그의 화려한 의상과 여자보다 더 짙은 화장술, 변성기 소년같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그에게 늘 신비로운 아우라(Aura)를 갖게했다. 그런 그가 연전 옷로비 청문회장에서 우리에게 작은 웃음을 선사한 일이있다.'앙드레 김'의 우리말 이름은 김봉남이었다. '앙드레'는 그가 불란서에서 디자이너 수업을 받을때 스승이 붙여준 예명이라고 했던가? 아뭏튼 청문회장에서 그는 성명을 확인하자 '앙드레 김'이라고 대답했다가 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들었다. '그것은 예명 아닙니까. 본명을 대세요' '예 김봉남입니다'-그 순간 장내에 조용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경멸이 담긴 냉소라고 할만한 그런 웃음이 말이다.경멸이 담긴 냉소왜 일까. 왜 '앙드레'가 봉남씨로 바뀌는 순간 소리없는 냉소의 대상이 될까. 두말할것도 없이 '앙드레'와 '봉남'의 어울릴 수 없는 거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랑스어가 갖는 신비로움과 우리 토속어가 갖는 촌스러움(?)의 비대칭(非對稱)이 충분히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도 남을만 했을테니까. 사람들이 흘린 웃음은 그러나 분명 '앙드레'가 아닌 '봉남'을 향한 것이다. 봉남이란 이름이 갖는 이미지는 지금까지 '앙드레'로 덧씌워진 그의 아우라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러나 그 웃음속에 담긴 비수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행하고 느끼는 사고의 천박함을 감추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그 이름을 보건대 그는 분명 시록출신일 것이고 학벌도 별로 신통치 않을꺼야. 별로 내세울것도 없는 사람이 시덥지 않게 외국 예명을 써가며 사교계에서 행세를 했으니'이런 생각, 이런류의 비웃음이 우리 사회를 관름하고 있고 그 천박하고 저급한 도그마와 비뚫어진 우월주의가 속좁은 편가르기와 마이너리티의 분노를 부추기게 현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치졸하다 싶은 오기 싸움도 바로 이런 앙드레와 봉남씨로 대변되는 '깨진 환상'으로부터의 반작용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한나라당이 보는 노대통령은 '앙드레'가 아닌 '봉남'씨일수 있다. 그래서 그의 천위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참여정부 출범초기 청와대를 방문한 한나라당 몫의 방동위원 양모씨가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이 바뀐것 같다'는 농담을 던졌었다. 농담이라고 하지만 정색을 한 상태였고 노대통령의 표정도 굳었었다고 한다. 그런 식의 도전적인 발언들은 군데군데에서 목격된바 있다.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청문회에서 '미양가'선생이란 비아냥이 나오고 엊그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찾은 YS가 '재야운동권 출신을 국회의원 시켜준 내게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은 또 뭣인가. 한 편의 코미디라고 밖에 할 수 없을것 같은 이런 식의 발언과 이런 식의 의식의 천박함이 한국정치의 낙후성을 부채질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의식의 천박함앙드레 김과 봉남씨의 거리는 그래서 한국사회의 물질적 외관과 정신적 결핍의 현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한껏 부풀려진 겉모습만 그럴싸한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의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필연적인 지루함과 어수선함을 쓸데없는 혼란으로 치부하는 고루한 사고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부안 방사성 폐기장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우리 자회상도 알게 모르게 그깆에 '봉남씨 당신이 뭔데'하는 조롱이 담겨 있는것은 아닐까? 그러니 우리모두는 결국 앙드레가 아닌 봉남씨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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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2.05 23:02

[전북칼럼] 정치 위기 개혁위한 기회

우리는 5년 전에 IMF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이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 온 국민이 걱정하였다.그런데 지금은 정치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이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 온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경제위기를 초래했던 요인이 기업들의 불법적인 회계처리와 불투명한 경영구조 때문이었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정치위기도 불투명하고 불법적인 정치자금에서 촉발되었다.한국경제를 이끌어 왔던 주요 재벌기업들이 재벌총수 1인 지배 체제하에서 분식회계를 예사로 해왔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였던 것이다.한국정치를 이끌어 왔던 주요 정당들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1인 보스중심 체제하에서 불법적이고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 정치위기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서로 닮은 것이다.우리는 5년 전에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반적인 제도개혁을 단행하였다.마찬가지로 오늘날 정치위기의 극복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선결과제인 것이다.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계좌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그리고 정치 후원금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를 선관위에 정직하게신고하고 그 내용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다만 한국정치의 현실은 정치자금 기부자의 명단을 공개할 경우에 후원금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원천적으로 돈을 적게 쓰는 정당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각 정당이 지구당 폐지론에 합의한 것이다.지구당 운영비를 절감하더라도 선거를 치르는 데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것이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이기 때문에 선거운동 방식도 개혁되어야만 한다.한 예로 합동연설회 같은 것은 돈을 들여서 청중을 동원하지 않으면 사람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아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제 선거운동은 TV 토론이나 인터넷 홍보 방식이 더 유효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경비는 모두 선관위가 부담하자는 것이 선거공영제 실시인 것이다.SK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대선자금 전반에 걸친 수사를 펴고 있다. 매일 신문을 보면 불법 정치자금 기사가 터져 나오기 때문에 국민들은 분개하고 있다.5년전 재벌들의 분식회계가 터져 나왔을 때 국민들이 분개했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 지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고 세계인들은 한국 사람들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저력을 지닌 국민이라고 칭찬하였다.지금의 정치 위기도 정치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면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은 용서와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한국인들이 오늘의 정치위기를 극복하고 낡고 부패한 정치를 새롭고 깨끗한 정치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첫째로 제도개혁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해야 한다.정치자금법을 비롯해서 선거법, 정당법 등을 빨리 수술하고 그 토대 위에서 내년 총선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정치권 스스로 과거를 깊이 반성하고 이제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지식인들과 일반 국민들도 지난날의 잘못을 질책하는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각 정당이 정치제도 개혁을 제대로 하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개혁에 앞장서는 정당과 정치인을 성원해 주어야 한다.둘째로 우리 국민들의 의식과 관행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경제위기의 원인이 기업인들의 잘못뿐 아니라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정치의 위기 상황도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돈을 쓰지 않는 깨끗하고 경륜있는 정치인을 국민들이 뽑아 주어야만 한국정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돈을 풀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낡은 정치인들을 물갈이 시키지 않으면 정치제도를 아무리 바꾸어도 정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세계는 지금 한국을 또다시 주시하고 있다.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의 틀을 만드는데 성공했던 한국 국민들이 정치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치적 혼란 속에 파묻혀 버리는 것은 아닌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만약 한국인들이 정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드는데 성공하게 된다면 한국의 미래는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국민이라고 확신한다./강봉균(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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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28 23:02

[전북칼럼] 최근 우리 경제의 명암

최근 들어 우리 경제의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았던 소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수출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수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호조를 보인 데 따른 반사효과로 올해 하반기에는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보았으나 오히려 9월 이후 수출신장세가 크게 확대되면서 월간 수출금액 최대치를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다. 이는 중국경제가 연초 사스(SARS)의 충격에서 벗어나 3/4분기중 9%가 넘는 성장을 하고 미국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등의 수출이 9~10월중 40% 가까운 신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소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향후 수출 전망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미국의 연말 소비수요 증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외국기업 등에 대한 소재 및 부품 수출의 호조 지속, 환율의 상대적 안정 등에 힘입어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반면 소비는 2/4분기중 GDP 가계소비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2.3%를 기록하여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또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재판매액 지수 등을 참고해 볼 때 3/4분기중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구입을 미루게 되는 승용차, 가전제품 등과 같은 내구재의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물론 비교적 경기에 비탄력적인 준내구재 및 비내구재의 소비까지 감소세로 돌아 선 데다 최근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서비스 소비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이처럼 소비를 크게 위축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용사정의 악화를 들 수 있다. 지난해 3.1%를 기록하였던 실업률은 3%대 중반 전후로 상승하였으며 특히 계절변동요인을 제거한 후의 실업률은 10월중 3.7%까지 상승하였다. 경기부진의 지속으로 구직단념자수가 늘어나면서 취업자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실업률 상승만으로 평가하는 것보다도 고용상황의 악화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 호조에 힘입은 생산 증가세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못한 것은 고용이 통상 경기변동에 다소 후행하는 데다 기업들이 추가적인 인력채용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매월 조사하고 있는 기업경기조사에서도 대기업의 고용 BSI가 7월 이후 계속하여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여 인력 과잉상태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이 많아 고용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고용상황의 어려움이 지속됨에 따라 소비의 회복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소비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되었던 가계대출 위축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소비와 관련된 심리지표들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년부터는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결국 우리 경제가 대외여건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경기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 증가에 따른 생산 증가가 고용과 가계소득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소비 회복과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의 첨예한 노사간 대립이나 정치적 불확실성은 수출부문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고용상황 개선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사 양측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대화와 타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도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최성주(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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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21 23:02

[전북칼럼] 갈릴리해와 사해

팔레스타인에는 두 개의 바다가 있다. 하나는 맑아서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햇빛을 받은 바다가 환하게 미소짓는다. 사람들이 그 근처에 집을 짓고 살며 새들도 둥지를 틀고 산다. 그 바다가 있기에 모든 생명체들은 더없이 행복하다.요단강은 남쪽으로 흐르다가 다른 바다를 만난다. 이 바다에는 물고기들이 튀어 오르지도 않고, 나뭇잎의 펄럭임도, 새들의 지저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없다. 물위로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으며, 사람도, 짐승도, 새도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무엇이 인접해있는 두 바다를 그토록 다르게 만들었을까? 요단강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 요단강은 두 바다에 똑같이 좋은 물을 공급한다. 차이는 다름 아닌 이것이다. 갈릴리해는 요단강을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가두어 두지는 않는다. 한 방울의 물을 받아들이면 한 방울의 물은 흘려 보낸다. 다른 바다는 얌체처럼 욕심껏 받아들이기만 한다. 그리고는 조금도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흘러 들어오는 족족 가져버린다.갈릴리해는 내어주고 살아있다. 다른 바다는 아무 것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이 바다는 '사해(死海)'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팔레스타인에는 두 종류의 바다가 있다.이상은 브루스 바턴(Bruce Barton)이 쓴 『아무도 모르는 사람(The Man Nobody Knows)』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갈릴리해와 사해는 사실은 호수다. 너무 크다 보니 옛날부터 사람들이 바다라고 불러서 그렇게 이름지어졌다. 사해는 요단강의 물을 받아들이려고만 했지 내어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수 안에 물이 고이고 증발되어 점점 염분의 농도만 높아졌고, 결국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호수로 변하고 말았다.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재산은 퇴비와 같다'고 말했다. 퇴비는 적당히 묵힌 다음 제 때 논이나 밭에 뿌려주면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하는 좋은 거름이 된다. 그러나 퇴비를 쌓아놓고 오래 묵히고만 있으면 고약한 냄새만 진동할 뿐 아무 쓸모가 없는 쓰레기가 되고 만다.이제는 '가진 자'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베풀지 못하고 갖고만 있으면 진정으로 가진 사람이 아니다. 단지 많이 소유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서 '천민자본주의'적인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은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늘 가난한 사람들이다. 선진국은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나라가 아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들에게 나누어주고 베풀어줄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나라가 선진국이다.분명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갈릴리해처럼 늘 내어주고 베풀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움과 싱그러움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봉사하고, 기여하며, 헌신하고, 공헌하기 때문에 아무리 퍼내도 결코 마르지 않는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향기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다른 하나는 사해처럼 아무리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탐욕과 과욕의 화신이 되어 육신은 기름지지만 영혼은 갈수록 메말라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서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며 영혼이 썩어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다.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갈릴리해처럼 살고 있는가, 사해처럼 살고 있는가? /임해정(군산대학교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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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14 23:02

[전북칼럼] '물'같은 政治 '불'같은 결단

춘추전국시대 정(鄭)나라의 재상 자산(子산)은 관용과 사나움의 정치를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로 보았다. 당시의 정나라는 북쪽의 진(晋)나라, 남쪽의 초(楚)나라는 두 강대국의 압력을 받아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자산이 재상에 등용된 뒤부터 국내 정치와 외교에 적절히 대응했기 때문에 작은 나라지만 정나라는 이웃나라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수 있었다.정나라를 이렇게 만든것은 두 말할것도 없이 자산이 관용과 사나움의 밸런스가 잡힌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관용과 사나움의 밸런스 자산이 그의 후계자인 자대숙(子大叔)에게 유언으로 남겼다는 정치철학은 다음과 같다.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이 너그러움(?)으로 백성을 복종케 할수 있다. 너그러움으로 다스리기 어려울 때는 사나움(?)을 따를수 밖에 없다. 사나움은 불이며 뜨겁다. 백성들은 이것을 보고 두려워 한다. 그러나 불에 타 죽는 사람은 적다. 물은 유약하다. 그러므로 백성들은 이것을 두려워 하지 않다가 빠져 죽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다스리기 어려운 관용보다는 사나움의 정치를 하라그러나 자대숙은 자산의 이 충고를 따르지 않고 관용의 정치를 택했다. 그 결과 정나라는 얼마 가지못해 혼란에 빠지고 말았으며 결국 무력으로 나라를 통치할수밖에 없었다. 훗날 공자(孔子)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관용의 정치를 하면 백성들은 방만해 진다. 방만해진 백성들을 채찍질 할 수 있는것은 사나움의 정치이다. 사나운 정치를 하면 백성들은 곧 위축된다. 백성들이 위축되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관용으로 사나움을 구제하고, 사나움으로 관용을 구제한다. 정치에서는 이것을 조화롭게 행해야 한다공자의 이 말은 관용과 사나움의 밸런스가 정치에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잘 압축해 주고 있다.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지난달초 최측근인 최도술(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수뢰 혐의가 터져 나오자 비장한 심경을 토로했다한다. 나는 못채우더라도 차라리 개혁에 글 획을 긋고 중도에 물러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재산임을 묻겠다고 선언할 즈음이다. 노대통령은 검찰과 국정원을 장악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정정말기에 내가 비참해 진다면서 검찰의 최전비서관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의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노대통령의 이처럼 사뭇 비장감까지 드는 심경 토로는 지금 한순간에 정치권을 대선자금 수사로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바로 얼마전까지 재신임 정국이었다는 사실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정치권은 지금 누가 더 검으냐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연일 검찰의 편파수사를 성토하면서 특검안 국회 통과를 벼르고 있다. 누가 누구를 더 나쁘다고, 부패했다고 타박할수 있는 것인지 국민들은 헷갈릴 지경이다.정치권의 대선자금 공방 노대통령이 검찰의 철저수사와 정치자금 공개후 사면을 제의한 것을 보면 일응 관용과 사나움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약한 물과 같은 너그러움에서 불과 같은 사나움의 정치로 이행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2천년전 중국정치의 요체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면 노대통령의 결기있는 선택이 우리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세기 가장 위대한 정치가중 한 사람인 처칠의 말대로 지도자는 내일, 내달, 내년에 일어날 일을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그 예언이 어긋났을 경우 그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수 있게 설명할수 있는 능력 또한 맞추어야 한다는 말을 노대통령은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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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07 23:02

[전북칼럼] 대우침몰서 배운 쓰라린 교훈

요즘 자동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 MBC 라디오를 틀면 「다큐먼터리 격동 50년 - 대우 침몰을 막아라」가 방송된다.그런데 며칠 전 이 특집 프로의 담당자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왔다.대우그룹이 침몰된 배경을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사람에게 직접 듣고 싶다는 얘기였다. 나는 기꺼이 인터뷰 요청에 응하기로 하였다.먼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나 사이의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항간의 소문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나는 5대 재벌 회장 중에서 가장 가까웠던 분이 김우중 회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시절에 5대 재벌 총수중 유일하게 김우중 회장을 제일 많이 만났다고 회고하였다. 그것도 그분이 만나자고 요청하면 언제든지 만나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 한 때문이었다. 우리는 만나서 대우그룹을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한 방안을 폭넓게 상의하였다.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5대 재벌은 98년 말까지 자율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통하여 부채구조를 개선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5대 재벌 스스로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러나 5대 그룹 중에서 대우그룹의 자구계획 이행 실적이 가장 부진하였다. 그래서 외국 금융기관들은 물론 국내 금융기관들까지 대우그룹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그룹의 자금 사정은 계속 악화되었다. 김우중 회장은 정부가 금융기관들에게 대우그룹을 도와주도록 지시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이런 지시를 하는 날에는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비난이 국내외로부터 쏟아질 상황이었다. 바로 IMF 사태의 주범이 관치금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부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현실에 대하여 우리는 서로 안타깝게 생각할 뿐이었다.이런 와중에서 나와 경제장관들은 김우중 회장이 대우자동차를 살리는 방향으로 그룹의 자구노력을 집중해 준다면 대우자동차는 살릴 수 있다고 권유하였다.아예 삼성자동차까지 인수해서 대우의 생산 규모를 늘리면 현대 자동차와 함께 한국 자동차 산업의 양대 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김우중 회장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였다. 실제로 99년 4월에는 대우자동차 팀이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하여 현장에 파견되기도 하였다.그러나 이러한 대우차와 삼성차의 통합 시도도 무산되고 말았다.김회장이 삼성 측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였기 때문이었다.당시 대우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김회장이 청와대로 찾아오면 여러 차례 직접 만나주셨고 내가 배석하기도 하였다. 다른 재벌 총수들과는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섬유회사 월급쟁이에 불과했던 김우중씨가 재벌 총수까지 된 것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신화와 같은 것이다.큰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월급쟁이도 재벌 회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성공 사례였던 것이다.「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 회장의 유명한 저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널리 읽혔고 그 결과로 한국인들이 세계화의 비전을 갖는데 도움을 주었다.그러나 그분의 실패는 재벌 기업의 무리한 확장경영과 회장 1인 중심의 불투명한 경영시스템이 정보화와 글로벌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쓰라린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 놓았다.이제 김우중 회장 중심의 대우그룹은 해체되었지만 자동차, 조선, 건설, 전자 등 과거의 대우 계열사들이 채무조정이나 외국인투자를 통하여 재무상태가 안정되고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을 통하여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강봉균(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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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0.3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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